정기 주주총회 시즌이다. 오는 15일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포스코홀딩스(17일) LG디스플레이(21일) 네이버(22일) 현대자동차(23일) LG에너지솔루션(24일) SK하이닉스(29일) 등 주요 기업의 주총이 이어진다. 이름도 복잡한 행동주의 펀드들의 공세가 거센 데다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 목청을 키운 소액주주의 눈치를 살피느라 기업들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SM엔터테인먼트 고려아연 오스템임플란트 성신양회 등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기업들은 더더욱 피가 마를 수밖에 없다. ‘거수기’ 소리를 듣는 이사진 개편과 함께 행동주의 펀드도 상대해야 하는 금융회사들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SM엔터 경영에도 개입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KB를 비롯한 7개 금융지주에 배당 확대를 요구했다. JB금융은 얼라인 측 요구를 거절해 주총 표 대결이 불가피해졌다.‘경영권 다툼’ 기업은 물론 행동주의 펀드로부터 고배당과 자사주 소각 압력을 받는 기업들은 이를 막느라 ‘쩐의 전쟁’을 피할 수 없게 돼 주총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2019년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을 받은 해외 기업 48곳을 분석했더니 설비투자가 공격 기간에 2.4%, 이듬해엔 23.8% 감소하고 순이익도 각각 46%, 84% 줄었다는 조사 결과(한국경제연구원)도 있다.행동주의 펀드가 공격한 한국 기업은 2017년 3곳에 불과했는데, 지난해 47개로 급증했다. 타깃인 알짜기업이 늘어난 데다 과거 정부가 경영권 방어를 어렵게 하는 쪽으로 상법, 자본시장법 등을 개정해 판을 깔아줬다.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은 경영 투명성 제고와 주주 중시, 시장(주주)과의 소통 강화 등 긍정적 측면도 있다. 다만 국내의 인식이 부정적인 것은 타이거펀
일본 제약사 다이이찌산쿄가 기타모토에 코로나19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공장을 짓고 내년부터 생산에 들어간다. 미국 화이자, 모더나에 이어 세 번째다. 두 회사는 코로나19 백신으로 작년까지 각각 35조원, 23조원가량을 벌어들였다. 세포 속 단백질 제조 공장에 설계도를 운반하는 유전물질인 mRNA를 이용한 치료제는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앞서 다이이찌산쿄는 게임체인저로 떠오른 ADC(항체약물결합체) 기술을 활용한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를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공동 개발했다. 항체에 약물을 붙여 특정 암세포만 정밀 타격하는 ADC 항암제는 ‘암 잡는 유도탄’으로 불린다. 다이이찌산쿄는 엔허투 기술 수출로 8조원을 벌었고 위암 폐암 등에도 속속 적용할 계획이다. 또 다른 일본 제약사 에자이는 미국 바이오젠과 함께 그동안 치료제가 전무했던 알츠하이머 신약(레카네맙)을 개발했다. 제약산업 기반인 생리의학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5명 배출한 일본의 저력이 느껴진다. 2018년 ‘차세대의료기반법’을 통해 의료데이터를 활용한 신약 개발을 지원한 일본 정부의 노력이 결실을 보고 있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반 신약 개발을 위해 정부가 주도한 산학연 컨소시엄엔 NEC 등 정보기술(IT) 업체와 제약사, 대학 등 99곳이 참여했다.바이오·제약 분야는 반도체·배터리를 능가할 미래 먹거리지만 국내 바이오산업 생산 규모는 글로벌 시장의 3%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 5년 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퍼스트 인 클래스 혁신 신약’(치료제가 없는 질병을 고치는 세계 최초 신약)은 미국 66개, 유럽 25개, 일본 6개인 데 비해 한국은 제로(0)
도요타자동차의 출발은 ‘일본의 발명왕’으로 유명한 도요다 사키치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1911년 나고야에 자동방직기 제작소인 도요다자동직포 공장을 세웠다. 1927년 방직기 특허권을 영국 회사에 양도하고 받은 10만파운드로 그의 아들 기이치로가 1933년 방직기공장 안에 연 자동차 연구실이 도요타의 모태다.1936년 일본 최초의 국산 자동차 ‘도요다 AA’를 출시했다. 그해 10월 사명을 도요다에서 도요타(TOYOTA)로 바꿨다. 발음하기 쉽고, 개인 이름과 사명을 구분하는 게 좋다는 이유에서였다. トヨダ(도요다)로 쓰면 탁점(``)이 들어가 보기 좋지 않고, トヨタ로 써야 획수가 길한 8획으로 맞아떨어진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도요타는 1950~1960년대 크라운(1955년) 코로나(1957년) 코롤라(1966년)를 잇달아 히트시켰다. 코롤라는 누적 판매량이 4500만 대를 넘었다. 자동차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세단이다. ‘필요한 것을 제때 필요한 만큼 생산한다’는 JIT(JUST IN TIME) 생산 방식과 ‘가이젠’(개선·공정개량작업) 등도 빛을 발했다.세계에서 가장 많은 차를 파는 도요타지만, 전기차 전환 타이밍은 놓쳤다. 지난해 첫 전용 전기차로 내놓은 ‘bZ4X’는 바퀴 볼트가 풀리는 현상이 발생해 출시 두 달도 안돼 리콜 대상이 됐다. ‘도요타 웨이(Toyota way)’라는 신조어를 낳을 만큼 최상의 품질을 자랑하는 회사로선 굴욕적이다.모빌리티 산업 격변기에 위기를 맞은 도요타가 최고경영자(CEO)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창업 4세인 도요다 아키오 사장(66)이 취임 14년 만인 오는 4월 회장(이사회 의장)으로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사장에 취임
수출이 생명줄인 나라에서 -4.5% 수출 증가율 전망치(2023년)는 충격적이다.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던 정부의 공식 발표여서 더욱 암담해진다.경제 위기 때마다 구원투수는 수출이었다. 외환위기 시기인 1998년엔 2.8% 줄었지만, 1999년에는 8.6% 늘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정보기술(IT) 경기 호황 흐름에 올라탄 덕분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엔 수출이 13.9% 급감했지만, 선진 경제권 및 신흥국·자원 부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활용한 경제 영토 확장에 힘입어 2010년엔 28.3% 증가세로 급반전했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유럽연합(EU) 페루 미국과 FTA, 인도와 CEPA(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를 맺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으로 2020년 5.5% 줄었던 수출이 이듬해 25.7% 늘어난 것은 반도체 석유화학 자동차 등 기존 주력 품목과 함께 바이오헬스 2차전지 등 신성장 분야가 성장했기 때문이다.수출 호조의 주역은 물론 기업이다. 우리 기업들은 인수합병(M&A), 기술 개발, 마케팅, 사업 재편 등 창조적 도전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꿔놓는 ‘역전의 명수’였다. 1차 오일쇼크로 인플레이션이 극심했던 1974년 파산 직전의 한국반도체를 인수한 삼성은 1980년대 후반 불황으로 일본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축소할 때 신규 라인 건설에 나서 D램 업체 1위로 부상했다.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경쟁사들이 비용 절감 등 축소 경영에 매달리던 2009년 미국 시장에서 새 차를 산 뒤 1년 내 실직하면 차량을 되사주는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이라는 공격 마케팅으로 큰 성과를 냈다.갖은 역경과 난관을 헤쳐온 삼성전자와 현대차지만 올해는 만만치 않은 한 해가 될 전망이다. 반도체 시장은 빙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무노조 경영 원칙을 고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6년 미국 프리몬트공장(캘리포니아주) 직원들이 미국자동차노조(UAW)의 지원을 받아 노조 결성에 나서자 강력히 저지해 미국 노동관계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그는 당시 “(테슬라 직원들이) 원한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미국자동차노조에 찬성표를 던질 수 있다. 하지만 노조비를 내야 하고 스톡옵션도 포기해야 하는데 왜 그러겠는가”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머스크는 친노조 정책을 펼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도 충돌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월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경영진을 백악관에 초대해 “GM, 포드와 같은 기업이 미국에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전기차를 만들고 있다”고 추켜세우자, 머스크는 “미국 대중을 바보 취급하고 있다. 그는 젖은 양말 인형(꼭두각시)”이라고 비난했다. 안팎의 비난 속에 머스크가 “노조 결성 투표를 막지 않겠다”고 했지만, 진심으로 보는 이는 드물다.이런 머스크가 한국을 아시아 지역 기가팩토리(Gigafactory) 건설 최우선 후보지 중 하나로 꼽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화상 면담에서 투자를 제안하자 머스크는 “후보 국가의 인력 및 기술 수준, 생산 환경 등 투자 여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하겠다”며 이같이 대답했다. 미국(캘리포니아·텍사스)과 독일(베를린), 중국(상하이)에 네 곳의 기가팩토리를 가동 중인 테슬라는 아시아에 추가 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다. 10억 배를 뜻하는 기가에서 따온 기가팩토리는 초대형 생산기지라는 의미다.한국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경쟁국보다 시장은 작지만,
서울 남산 국립극장 맞은편 한국자유총연맹 광장(장충동)에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동상이 있다. 연맹의 모태가 1954년 6월 그와 장제스 대만 총통이 주도해 결성한 아시아민족반공연맹의 한국 지부이기 때문이다. 1960년 4·19 혁명 이후 이승만 동상이 대부분 철거됐지만, 연맹은 좌파 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2011년 8월 동상 제막식을 열었다. 1964년 1월 한국반공연맹으로 개편됐다가 1989년 4월 한국자유총연맹으로 바뀌었다.전국에 지부를 두고 35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연맹은 설립 취지와 단체 성격상 주로 보수 인사들이 총재를 맡아왔다. 유학성 주영복 권정달 등 군인 출신이 많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친정권 인물을 내세우는 ‘말뚝박기 인사’를 하면서 정체성이 크게 흔들렸다. 총재(임기 3년)는 총회에서 선임하지만, 국고보조금을 받는 단체여서 정권이 개입해 특정 인사를 밀어주는 관행이 공공연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학 동기이자 절친으로 알려진 전임 총재 박종환 씨(2018~2021년)가 선임될 때도 외압 논란이 있었다.현 총재는 문 정부 초대 국방부 장관을 지낸 송영무 씨다. 전임자의 사직으로 지난해 7월 19대 총재로 취임했으며, 지난 2월 20대 총재로 재선임됐다. 그의 해임을 위한 총회 소집 요청이 발의됐다는 소식이다. 해임을 추진 중인 대의원들은 “북한이 매일같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 무력을 법제화하는 등 안보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데도 규탄 집회 한 번 추진하지 않는 등 연맹 설립 목적에 반하는 행태를 지속해오고 있다”고 했다. 또 “기무사령부 해체와 관련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돼 정상적으로 직무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과거 탄소 감축 목표를 국제사회에 제시했는데, 국민과 산업계에서 어리둥절해 한 바 있다.”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6일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오찬 간담회에서 “과학적 근거도 없고 여론 수렴이라든가 로드맵도 정하지 않고 발표했다”며 이렇게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가 작년 11월 제시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40%’(2018년 대비)를 비판한 것이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어찌 됐든 국제 사회에 약속은 했고 이행해야 한다”고 말해 기업들을 다시 한번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 새 출범을 맞아 전 정부가 황당하게 높여놓은 NDC 하향 등 속도 조절을 기대했던 산업계는 뒤통수를 맞은 듯한 분위기다. 탄소 저감 기술 개발이 하세월인 상황에서 감축 목표를 지키려면 조업을 단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주요 기업의 탄소 배출량은 전년보다 4.2% 증가해 사상 최대치였다. 간판 기업 삼성전자의 탄소 배출량은 11.8% 늘었다.NDC를 법제화한 국가는 한국 등 16개국뿐이다. 문 정부가 임기 막판 급피치를 올린 ‘탄소 감축 대못 박기’는 당시 거대 여당(현 더불어민주당)의 지원 속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산업계와 야당의 반대에도 국회는 작년 8월 2030년 감축 목표를 종전 26.3%에서 ‘35% 이상’으로 명시한 ‘탄소중립기본법’을 통과시켰다. 이후 문 전 대통령이 ‘최대한 의욕적인 목표 설정’을 주문하자 탄소중립위는 감축 목표를 40%로 올린 안을 내놨고, 10월 27일 국무회의에서 확정됐다. 닷새 뒤인 11월 1일 문 전 대통령은 영국 글래스고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
4년에 한 번 지구촌을 열광시키는 월드컵은 한여름 축제다. 단 두 번을 빼곤 6~7월에 열렸다. 그중 하나가 장마를 피해 5~6월 경기를 치른 2002년 한·일 월드컵이다. 다른 하나는 다음달 20일부터 12월 18일까지 열리는 제22회 카타르 월드컵이다. 여름 기온이 최고 50도에 육박하는 점을 감안해 ‘겨울 월드컵’으로 치르기로 했다.카타르 대회는 정확히 말하면 최초의 ‘북반구 기준 겨울 월드컵’이다. 초대 월드컵인 1930년 우루과이 대회도 시기는 6월이었지만, 남반구의 겨울에 열렸다. 조별 리그 아르헨티나와 프랑스 경기 땐 눈이 왔다. 카타르가 2010년 월드컵을 유치하자 뇌물 스캔들이 불거졌다. 넘치는 오일 머니를 뿌렸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경기도만 한 크기에 인구 270만 명인 소국이지만, 자원 부국 카타르의 1인당 국민소득은 10만달러 웃돌아 세계 4위다.‘돈으로 산 월드컵’이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카타르가 월드컵을 유치한 데는 그동안의 투자도 한몫했다는 점을 부인하기 힘들다. 카타르 국가브랜드 전략의 방점을 찍는 분야가 스포츠다. 테니스, 자동차 경주, 골프 등 국제적인 스포츠 이벤트에 적극적이다. 1988년과 2011년 아시안컵 축구대회를, 2006년엔 아시안게임을 개최했다. 2030년 아시안게임도 유치했다. 호주에 밀렸지만, 2032년 하계 올림픽 유치전에도 뛰어들었다.‘축구 사랑’은 남다르다. 카타르투자청은 2011년 자회사를 통해 프랑스 명문팀 파리 생제르맹(PSG)을 인수했다. 구단주는 카타르 국왕인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다. 선수 영입에 1조원이 넘는 돈을 들여 세계 최고 공격진 MNM(메시·네이마르·음바페) 라인을 구축했다. 첨단 경기장과 교통&mid
“2조원도 너무 높은 것 아닙니까.” “강성 노조가 버티고 있는데, 한화의 배짱이 대단하네요.”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소식에 산업계에서는 이런 말들이 나왔다. 한화를 걱정하는 얘기가 대부분이었다.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헐값 매각 시비’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단순히 계산하면 대우조선에 12조원 가까운 혈세(공적자금)가 들어갔으니, 2조원(지분 49.3%)에 파는 것은 헐값 및 특혜 논란을 부를 만하다. 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은 2015년 1월 유상증자와 신규 대출로 대우조선에 4조2000억원을 지원했다. 2017년 3월엔 산은이 신용한도 명목으로 2조9000억원의 한도 대출(크레디트라인)을 해줬다. 출자전환·유상증자(4조7000억원)를 더하면 11조8000억원을 투입했다.하지만 냉정히 따져보면 ‘빠른 매각’이 대우조선 정상화의 지름길이고, 세금 낭비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길이다. ‘몸값을 더 받겠다’고 이대로 방치하면 혈세만 축날 뿐이다. 대우조선은 스스로 버티기 어려운 구조가 됐고, 한화 외에는 인수 후보조차 없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에 2조5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었지만, 유럽연합(EU)의 승인 거부로 인수합병(M&A)이 무산됐다.그사이 대우조선의 체력은 더 떨어졌다. 지난해 1조7546억원에 이어 올해 상반기 선박 수주 호조에도 불구하고 5696억여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50여 일 지속된 하청노조의 불법 점거 파업으로 7000억원이 넘는 손실까지 입었다. 올 상반기 기준 총부채 10조4740억원, 부채비율이 676%에 달한다. 이 정도면 ‘초급매’로 내놔도 거들떠보지 않을 만큼 하자가 많은 부실 매물이다. 대우조선 인수에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스마트폰 총괄)은 자신의 업무와 상관없는 엉뚱한 질문 세례를 받았다. 의원들은 “미국이 반도체 영업 핵심 기술을 요구하고 있는데,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 등과 같은 질문을 쏟아냈다. 노 사장이 “담당을 안 해 모른다”고 하자, 일부 의원은 “그것도 모르냐”고 면박했다. 7시간 넘게 대기하다가 10분가량 진행된 질의 때 벌어진 일이다.국감 증인으로 나온 기업인들은 질문이라도 받으면 ‘불행 중 다행’으로 여겨야 할 판이다. 종일 대기만 하다 가는 기업인도 많다. 2017년 국감에선 자정까지 기다리다 지친 한 기업인 증인이 “집에 가도 되느냐”고 위원장에게 묻기도 했다. 그는 새벽 1시20분쯤 국감이 끝난 뒤 나갈 수 있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지난해 정무위와 산업위, 과방위에 겹치기 소환돼 처음으로 한 국감에 세 번 나온 기업 총수가 됐다. 과방위는 김 창업자와 함께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불러놓고 정작 상임위원장 등 당시 여당(더불어민주당) 의원 일부는 누리호 발사 현장에 참석한다며 국감에 나오지도 않았다.마구잡이식 증인 채택과 호통·망신주기가 관행처럼 되면서 기업인들은 해마다 이맘때만 되면 가슴을 졸인다. 훈계받고 망신당하는 장면이 TV로 생중계될 수 있어서다. 매년 10월 해외 출장을 잡는 심정도 이해할 만하다. 기업인 못지않게 ‘국감 노이로제’에 시달리는 이들도 있다. 대관 담당 임원이다. 총수나 최고경영자(CEO)가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국회에 살다시피 한다. 국감 뒤엔 바로 인사철이어서 스트레스는 말할 수 없을 정도다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이 정의당과 손잡고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강행처리할 태세다. 민주당은 이 법안을 반값 교통비 지원법, 납품단가연동제 도입법, 쌀값 정상화법 등과 함께 ‘22개 민생입법 과제’ 중 하나로 선정했다. 물가와 환율이 치솟고 미국과 중국간 기술 패권다툼이 첨예한 상황에 과연 노란봉투법이 시급히 처리해야 할 민생법안인지 묻고 싶다. 노란봉투법은 폭력·파괴 행위만 없다면 불법 파업으로 피해를 입은 기업이 노조나 조합원 개인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 가압류를 못 하도록 한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노조 활동에 관대한 프랑스에서 1982년 비슷한 법이 만들어진 적이 있지만, 위헌 결정을 받아 폐기됐다. ◆“사실상 민노총 지원법”노란봉투법은 “사실상 ‘민주노총 지원법’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도 경영계에서 나온다. 민주당 지지세력을 위한 입법이라는 얘기다. 노조 대상 손해배상 소송의 대부분은 민노총 소속 사업장과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불법 파업이나 사업장 점거에도 소송을 당할 위험이 없어진다면 노조 활동이 더욱 과격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안 그래도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과 사업장 내 모든 시설 점거 금지 등 파업에 대항할 사측의 방어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노조의 무법·떼법, 습관성 파업에 날개를 달아줄 공산도 크다”는 게 기업들의 우려다. 이름만 들으면 따뜻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노란봉투법이 기업들엔 ‘끔찍한 악몽’이 될 수 있다. 노란봉투법은 2014년 쌍용자동차 파업 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장비업체 A사에는 중국 디스플레이 제조 업체의 러브콜이 쏟아진다. 기술 합작으로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자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현지에서 만든 장비·부품을 쓰는 자국 디스플레이 업체에 더 많은 보조금을 주고 있어서다. A사 관계자는 “경영난을 겪는 업체들은 쉽게 중국의 유혹에 넘어갈 것”이라며 “국내 생산 장비와 부품을 사용할 때 세제 혜택이나 보조금을 주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하지 않으면 OLED 생태계가 무너질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글로벌 반도체·배터리 패권 전쟁 와중에 또 하나의 미래 먹거리인 OLED 산업에 비상등이 켜졌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글로벌 중소형 OLED(스마트폰용) 시장 점유율이 2019년 한국 90.3%·중국 9.7%였지만, 올해는 한국 72%·중국 27%로 격차가 좁혀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2024년 중소형 OLED 분야에서 세계 1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막대한 정부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은 TV용 대형 OLED도 조만간 양산에 나설 태세다.다자간 경쟁 체제인 반도체·배터리와 달리 디스플레이는 한·중 양자 대결 구도여서 물러설 곳이 없다. 중국이 공급망을 장악하면 전방산업인 IT(정보기술)·가전까지 위태로워진다. 지난해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 수출액은 약 214억달러에 달했다.2004년 종주국 일본을 제치고 디스플레이 산업 세계 1위에 오른 한국은 17년간 지켜온 선두 자리를 지난해 중국에 빼앗겼다. 저가 물량 공세로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집어삼킨 중국 업체들은 OLED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애플에 아이폰14용 OLED 패널 공급을 시작한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미국 13, 유럽 6, 일본 2, 한국 0.’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대당 7500달러(약 1000만원·신차 기준)의 보조금을 받는 국가별 자동차 모델 수다. 현대자동차·기아는 주요 자동차 생산국 브랜드 중 미국 정부로부터 단 1개의 친환경차 모델도 보조금을 못 받는 유일한 업체다. 지난 16일(현지시간)부터 시행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충격이다.이 법에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북미에서 조립한 전기차에만 보조금 혜택을 주는 ‘자국생산주의’ 개념이 들어 있다. 내년부터는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간 핵심 광물(리튬·니켈·코발트·흑연 등)과 부품도 일정 비율 북미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조달해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면서 반도체에 이어 전기차·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겠다는 게 미국의 속내지만, 엉뚱하게 현대차·기아가 가장 큰 유탄을 맞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조지아주에 전기차 및 배터리 공장을 짓는 등 미국에 105억달러(약 14조원)를 투자하기로 한 현대차·기아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꼴이 됐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중국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국내 배터리 3사도 비상이 걸리긴 마찬가지다. 미국과 강력한 경제안보 동맹을 선언한 윤석열 정부의 통상외교 역량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현대차·기아도 노조와 협의해 미국 공장의 전기차 라인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노·사·정 모두 만만치 않은 숙제를 떠안았다. 한국 전기차만 못 받는 보조금28일 미국 에너지부와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라 미국 전기차 시장
김원웅 전 광복회장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보수와 진보 진영을 넘나든 ‘철새 정치인’이다. 박정희 정권 때 공화당 사무처 공채 직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전두환 정권 시절 민주정의당 조직국장, 청년국장을 맡았다. 1990년 3당 합당 이후 민주자유당을 탈당해 ‘꼬마 민주당’에 입당, 1992년 국회의원(대전 대덕)이 됐다. 1997년엔 한나라당에 들어가 2000년 두 번째 금배지를 달았다. 2004년엔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3선 의원이 됐다. 2019년 3월엔 제21대 광복회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그가 회장으로 있는 동안 광복회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내로남불 언행과 종북론적인 발언으로 숱한 시비에 휘말렸다. “소련군은 해방군, 미군은 점령군” “백선엽은 사형감” “박근혜보다 김정은이 낫다” 같은 황당무계한 발언들을 쏟아냈다. 임기 내내 물의를 빚은 김 전 회장은 국가유공자 자녀에게 장학금을 주겠다며 국회 경내에 운영하던 카페 수익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의혹 등으로 지난 2월 물러났다.그가 불명예 퇴진한 지 6개월여 만에 추가 비리 혐의가 드러났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의 재임 시절 광복회는 경기 성남시와 ‘독립운동가 100인 만화 출판사업’을 추진하면서 총사업비를 시가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10억6000만원으로 부풀려 수주 업체에 부당이득을 줬다. 이 과정에서 김 전 회장의 모친 전월선 씨 만화책을 430쪽으로 백범 김구 만화책(290쪽)보다 비중 있게 제작해 미화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또 사업 알선 명목으로 영세 업체로부터 1억원의 기부금을 받은 의혹에 연루되는 등 8억원대 횡령·배임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집권당인 국민의힘과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이 ‘닮은꼴 위기’에서 허우적거리는 모습이 보기에 불편하다. 이른바 ‘당 대표 리스크’다. 당을 정비하고 전략을 세워 국민 지지를 끌어내야 할 사령탑들이 오히려 분란의 불씨가 돼 당의 발목을 잡는 아이러니가 이어지고 있다. 민생과 경제 위기 속에서 국민을 위한 정치에 나서야 할 여야 정치권이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으니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연일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기자회견과 방송 출연 등을 통해 ‘자기 정치’에 여념이 없다. 이 대표는 최근 한 방송에 나와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위기임에도 진단이 잘못됐다”며 “대통령실에 비상사태를 선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지금 시점에서 국민께 변화의 계기가 되는 시발점을 만들려면 전격적 조치가 필요하다”며 강도 높은 인적 쇄신도 주장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는 이제 시작이다. 저희에게 주어진 책임을 완수한다는 건 지금이라도 이것이 처음의 ‘양머리’(羊頭) 모습대로 다시 제대로 갈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앞서 지난 13일 62분 동안 기자회견을 하고 ‘양두구육’ ‘나즈굴과 골룸’ 등 자극적인 말을 써가며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이 XX, 저 XX 하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고자 뛰었다” “대통령 지도력의 위기” 등 윤 대통령을 정면 겨냥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불태워버려야 한다” “파시스트 세계관을 버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는 작년 6월 2일 산업계를 발칵 뒤집어놓는 판정을 내렸다. CJ대한통운이 대리점 택배기사 노동조합과 교섭하라는 내용이었다. 하도급(하청)업체 노조에 대한 원청의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한 첫 사례였다. “CJ대한통운은 노조법상 택배노조의 사용자가 아니다”라는 서울지방노동위의 판정을 뒤집었다. 중노위는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 업무에 지배력이나 영향력을 갖고 있다”며 민주노총 택배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인정했다. 이후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 본사를 불법 점거하는 등 60여일간 파업했다.그로부터 1년 뒤인 지난 6월 2일,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가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이들은 원청인 대우조선이 교섭에 나설 것을 요구하며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 1도크(선박건조장)를 점거했다. 51일 만에 파업은 끝났지만, 민변과 금속노조 등은 중노위의 CJ대한통운 판정 사례를 들며 대우조선이 하청노조와 직접 교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중노위 판정 이후 하청 근로자들의 원청에 대한 교섭 요구가 확산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기아 현대제철 현대중공업 한국GM 등이 몸살을 앓는 중이다. 문재인 정부의 중노위가 기존 판례를 무시하고 사용자의 범위를 무리하게 확대한 후유증이다. 중노위는 지난 3월에도 현대제철 당진공장 하청노조가 낸 신청에서 “원청(현대제철)이 하청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정했다. 교섭 대상을 산업안전 분야로 한정했지만, 하청노조가 원청과 교섭할 수 있는 길을 또 한 번 터줬다. 이번에도 “현대제철은 하청노조의 사용자가 아니다”라는 충남지노위 결론을 무시했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최대 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하던 국내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꺾이는 모양새다. 반도체 가전에 이어 디스플레이 건설 조선 화학 업종도 실적 기대치가 낮아지는 추세여서 실적 부진 공포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고임금의 4중고를 버텨온 기업들의 체력이 바닥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하반기 국내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로 꼽힌다. 기업들의 실적 증가세가 둔화 또는 악화하는 것은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전선이 위태로워졌다는 방증이다. 올 상반기 무역적자가 103억달러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치로 불어난 상황이어서 위기감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사상 최대 규모로 쌓인 재고 부담이 기업들을 짓누르는 상황에서 실적까지 본격적으로 나빠지면 최악의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주요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보내는 경고 사인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기업의 생산·투자 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를 최대한 빠른 속도로 풀고 수출 지원에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퍼펙트 스톰’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한 만큼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실적 증가세 한풀 꺾인 삼성전자8일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실적 신기록 행진이 멈췄다. 코로나19에도 분기마다 고공행진을 이어온 삼성전자의 실적은 2분기에 기대치에 못 미쳤다. 공급망 차질과 원자재가격 급등,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따른 경기침체와 수요 위축 등 온갖 악재 속에서도 나름 선방했지만, 증권가의 눈높이에는 미달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7일 발표한 2분기 잠정 실적에 따르면 매출은 77조원, 영업이익은 14조원이었다. 작년 2분
반도체 인력난을 보면서 할 일을 제때 하지 않아 치르는 대가가 얼마나 혹독한지 실감하게 된다. 이명박 정부는 등록금을 꽁꽁 묶어 대학 재정난에 일조했다. 박근혜·문재인 정부는 대학 경영 위기를 방치했고, 구조조정 찬스도 놓쳤다. 어느 정부도 건드리지 못한 수도권 규제는 성역으로 남아 대학 정원에 대못을 박았다. 이 모든 덤터기를 윤석열 정부가 뒤집어쓸 판이다.이명박 정부와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은 대학생들의 거센 등록금 인하 요구에 못 이겨 2011년 9월 ‘반값 등록금’ 정책을 내놨다. 이듬해 등록금을 올리면 국고 지원을 못 받는 국가장학금 제도를 도입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5개월 만에 대학구조개혁위원회를 꾸리고 대학 정원을 5만9000여 명 줄이는 등 나름 성과를 냈다. 다만 사학법인 해산 때 남는 재산 일부를 설립자에게 돌려주는 내용으로 사립학교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당시 야당(현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를 넘지 못했다. 학령인구 감소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컸던 문재인 정부 때는 5년간 대학 정원을 1만6000여 명 감축하는 데 그쳤다. 이전 정부의 27%에 불과하다. 골치 아픈 문제에 나서기를 꺼린 데다 지방 민심의 눈치를 봤다. 이렇게 시한폭탄은 돌고 돌아 윤 정부로 넘어왔다.수도권 대학의 반도체 학과 정원 확대는 대학 구조조정, 재정 확충과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 내년엔 대입 지원자 수가 입학 정원보다 10만 명 모자란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밝힌 대로 수도권대·지방대의 첨단학과 정원을 같이 늘리려면 다른 학과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학령인구 급감 시대에 대학 정원 조정은 고통을 수반하는 제로섬 게임이다. 선택적·차별적
국산 기술로 독자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 발사 성공으로 우주산업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우주산업이란 게 뜬구름 잡는 얘기처럼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미국과 영국 등이 민간 우주여행 경쟁을 벌일 정도로 우주시대는 우리 눈 앞에 성큼 다가왔다. 미국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 영국 버진갤럭틱으로 대표되는 민간 우주 기업들은 재사용 로켓(우주발사체) 개발, 우주여행, 위성 초고속 인터넷 구축을 선도하며 우주시대를 주도하고 있다. “화성에 100만명이 거주하는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겸 스페이스X 창업자의 말이 더 이상 ‘허풍’으로만 들리지 않는 시대다.◆반도체 뛰어넘은 우주산업 규모…2040년 1조1000억달러최첨단 기술의 총결집체인 우주산업은 미래 먹거리 산업 뿐만 아니라 국가 안보 측면에서도 반드시 키워 나가야 하는 분야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은 이미 ‘우주 전쟁’을 벌이고 있다. 조사 기관과 통계 기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우주산업 규모는 2020년 4470억달러로 세계 반도체시장 규모(4390억달러)를 추월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파급력과 연관 효과가 큰 분야이기도 하다. 항공은 물론 방송통신, 반도체, 위성수신용기기, GPS수신기, 자율주행 기술, 빅데이터 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모건스탠리는 우주산업 시장 규모가 2040년에 1조1000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비해 지난해 한국의 우주 개발 예산은 6억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세계 우주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 미만이어서 아직은 초라하고 갈 길이 멀다. ◆한국은 ‘우주 지각생’…기술 격차 따라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만을 기준으로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를 연령차별(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로 본 대법원 판결(5월26일)의 파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국노총 등 노동계는 판결이 나오자마자 임금피크제 폐지 및 무효화 투쟁에 돌입했다. 노동계는 정년 유지형이든 연장형이든 대법원이 제시한 임금피크제 도입의 합리적 이유를 충족하고 있는지 사업체별로 하나씩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일선 노조 차원에서는 이번 판결을 임금및 단체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반면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와 경영계를 대표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번 판결은 정년 유지형 임금피크제에 대한 것으로, 정년 60세 연장을 조건으로 도입한 임금피크제는 관련이 없다고 해석했다. 고용부와 경총은 산업 현장의 노사 갈등과 혼선을 줄이고 기업들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노사가 대법원 판결을 각각 다르게 해석하면서 현장의 혼란은 점점 커질 조짐이다. 그런데도 법원은 늘 그랬듯이 판결이 미치는 효력의 범위나 구체적 대상 등 다툼의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 친절하게 다시 설명해주지 않는다. 판결문에 대한 해석은 각자의 몫이다. 처음부터 이런 혼선이 생긴 건 판결이 모호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데도 말이다. ◆정년 연장형 임피제도 영향받나이번 판결 대상이 된 A 연구원 건은 정년을 늘려주거나, 근로 시간을 줄여주는 조치를 하지 않은 채 55세 이상이라는 이유만으로 임금을 깎은 사례다. 임금 삭감의 수준도 과도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1,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회사 측이 패소한 이유다. 상식
“미국에도 삼성전자 평택공장 같은 시설이 들어서 최첨단 칩을 제조합니다. 바로 텍사스주 테일러시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한 말이다. 그는 이날 테일러시에 들어설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에 대한 기대를 한껏 드러냈다.미국 텍사스주의 소도시 테일러시가 인근 오스틴과 애리조나, 뉴욕주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삼성전자 공장을 유치한 과정을 보면 ‘비즈니스 프렌들리(기업 친화적)’라는 말이 무엇인지 실감 난다. 삼성전자의 기존 파운드리 공장이 있는 오스틴이 소재·부품·장비 협력 생태계가 갖춰져 있어 훨씬 유리했지만, 테일러시가 판을 뒤집었다.테일러시가 역전에 성공한 요인은 178페이지짜리 결의안에 잘 드러나 있다. 유치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작년 9월 테일러시는 파격적인 세금 감면과 함께 안정적인 용수 공급을 약속한 결의안을 가결했다. 반도체 공장 신설 때 가장 먼저 고민하는 문제 중 하나가 용수라는 점을 파고든 것이다. 반도체 업체들은 공업용수에서 불순물을 제거한 초순수(ultrapure water)를 하루 수십만t씩 세정·식각공정에 사용한다. 삼성전자 오스틴공장은 지난해 2월 기습한파로 용수와 전기 공급이 끊겨 한 달 이상 셧다운되면서 4000억원가량의 손실을 보기도 했다. 테일러시는 이를 의식한 듯 결의안에 분기별 최대 용수 공급량과 폐수처리 계획은 물론 수질, 가격 조건까지 명시해 삼성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공을 들였다.세금 혜택 면에서도 오스틴을 압도했다. 삼성은 오스틴에 20년 동안 9000억원가량의 세금 감면을 요청했는데, 오스틴은 15년간 3000억원 감
세계 2위 부호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겸 이사회의장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트윗 설전’을 벌였다. 베이조스는 지난 14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쓴 글에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법인세를 인상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바이든 정부의 정책을 정면으로 공격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10일 트위터에 “가장 부유한 기업에 세금(공정한 몫)을 부과하면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다"고 한 말을 반박한 것이다. 베이조스가 다음날에도 “이미 경기가 과열된 상황에서 추가 부양책을 추진해 인플레이션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공격을 이어가자 백악관이 16일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맞대응했다. 앤드루 베이츠 백악관 언론담당 부보좌관은 “베이조스가 비판 트윗을 게재한 시점은 바이든 대통령이 아마존을 포함한 노조 지도부를 만난 직후라는 게 놀랍지 않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아마존 노조 설립을 지원한 것에 대해 ‘무노조 원칙’을 고수하는 베이조스가 불만을 품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대통령과 맞짱 뜬 기업인바이든과 베이조스의 언쟁을 친노조 성향의 바이든 정부와 대기업간 갈등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복잡한 속내보다는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에게도 할 말은 하는 미국 기업인의 당당함에 관심이 더 쏠린다. 한국에선 상상도 못 할 일이지만, 미국에선 이런 풍경이 낯설지 않다는 점이 새삼 부럽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9월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노조가 바이든 행정부를 통제하는 것 같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바이든 대통령이 전기
“도대체 저게 뭐야?(What the hell is that?)” 2017년 11월 평택 주한 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에서 헬기를 타고 용산으로 이동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래를 내려다보다 깜짝 놀라 물었다. 동승한 미국 정부 관계자가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시설”이라고 답하자, 트럼프는 “내가 여태까지 본 건물 중 가장 크다. 저걸 미국에 지었어야 했는데…”라며 크게 아쉬워했다.2박3일간의 일정으로 방한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첫날인 20일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을 찾기로 하면서 이 공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공장은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시설이다. 전체 부지 면적이 289만㎡로 축구장 400개 크기다. 서울 여의도 면적(약 290만㎡)과 맞먹는다. 2017년 완공된 첫 생산라인(P1) 길이는 530m로 국내 최고층 빌딩인 잠실 롯데월드타워(123층, 555m)를 눕혀 놓은 것과 비슷하다. 공장 내 가장 비싼 설비 가격이 중형 여객기(보잉 767) 1대 수준이라고 한다. 클린룸(먼지·세균이 없는 생산시설)의 청정도는 여의도 6배 면적에 500원짜리 동전 하나가 있는 정도다.2020년 가동에 들어간 P2는 D램과 차세대 V낸드, 초미세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제품까지 만드는 첨단 복합 생산라인이다. 올해 하반기 완공을 앞둔 P3는 클린룸 규모만 축구장 25개 크기로, 현존하는 단일 반도체 라인 중 세계 최대다. P3에는 50조원 정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2015년 5월 7일 열린 평택 반도체단지 기공식의 슬로건은 ‘미래를 심다’였다. 이 슬로건처럼 이곳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미래 먹거리이자 전 세계가 사활을 걸고 확보전에 나선 경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대만 TSMC가 미국, 일본 등지에도 생산라인을 갖춰 ‘파운드리 초격차’를 굳힐 기세다. 추격자인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공정 수율(양품 비율) 저하로 일감을 빼앗긴 데다 총수 부재에 따른 경영 공백으로 대규모 투자 결정 등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국가 간 명운을 건 반도체 패권 경쟁 와중에 TSMC의 공격 행보와 삼성전자의 위기가 심상치 않다.TSMC는 미국, 일본과 반도체 동맹을 맺어 경제·안보를 보장받는 동시에 삼성전자 견제에도 나섰다. TSMC는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호응해 애리조나주 피닉스 등지에 3년간 1000억달러를 투자해 6개 공장을 짓기로 했다.소니와 덴소(도요타 계열사)를 2, 3대주주로 끌어들여 일본 구마모토현에도 공장을 신설한다. 10조원가량이 들어가는 이 공장엔 반도체산업 부흥을 노리는 일본 정부가 약 4조원을 지원한다. 미세공정이 기술적 한계에 봉착한 가운데 TSMC가 후공정이 강한 일본 기업과 협력해 차세대 패키징 기술을 확보하면 파운드리 지배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위기론에 휩싸인 삼성전자는 갈 길이 멀다. TSMC로 이탈하고 있는 퀄컴 엔비디아 등 대형 고객사를 붙들려면 품질 불신부터 해소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올해 초 최첨단 4㎚(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을 적용해 내놓은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 2200’은 수율 문제로 유럽 모델에만 탑재됐다.퀄컴이 당초 삼성전자에 맡기려 한 3㎚ 공정의 차세대 AP는 물론 글로벌 그래픽처리장치(GPU)업체 엔비디아의 핵심 제품 생산도 TSMC가 연달아 따낸 것으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경쟁 심화로 가입자가 급감한 넷플릭스. 반도체 공급난에도 최고 실적 올리며 승승장구하는 테슬라. 올 1분기 실적 발표를 계기로 두 혁신 아이콘의 엇갈린 길이 대비를 이루며 주목받고 있다. 넷플릭스가 ‘비대면·집콕 시대’의 수혜주라면 테슬라는 공급망 붕괴·원자재값 급등의 피해주인데, 처한 상황은 180도 다르다. 성장기업의 혁신이 멈추고, 시장 경쟁이 심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두 회사가 잘 말해주고 있다. 혁신에는 쉼표도 마침표도 없다. ◆경쟁사 난립에 레드오션 된 OTT 시장스트리밍 업계의 선두주자 넷플릭스는 11년 만에 처음으로 가입자 감소를 기록하면서 지난달 20일 주가가 약 18년 만에 하루 최대폭 하락(-35.12%)을 기록하는 수모를 겪었다. 하루 만에 시가총액 540억달러(약 66조6900억원)가 증발했다. 지난 1분기 유료 회원이 작년 4분기보다 20만명 줄어든 2억2160만 명으로 집계됐다는 발표가 폭탄이 됐다. 넷플릭스 가입자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1분기 넷플릭스 가입자가 250만명 늘었을 것으로 추정했던 월가의 충격은 그만큼 컸다.1분기 매출도 월가의 전망을 밑돌았다. 우크라이나 전쟁(러시아 서비스 중단)과 리오프닝, 경쟁 심화 등 악재가 쌓인 가운데 가운데 2분기에는 200만명의 고객을 더 잃을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봤다. 1분기 어닝 쇼크의 충격으로 주가가 급락하고 미래가 불안해지자 회사를 떠나려는 스타 직원들이 늘고 있다는 외신보도까지 나와 넷플릭스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넷플릭스가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 계정(비밀번호) 공유를 줄이고 광고 기반의 새로운 저가 서비스를 검토 중이라고
경제학자들은 로마제국이 멸망한 원인 중 하나로 인구감소와 함께 초인플레이션을 꼽는다. 막대한 군사비 등 과도한 비용지출에 따른 적자재정과 화폐가치 하락(데나리우스 은화 주조 남발)이 불러온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제 균열, 빈부격차가 로마를 몰락으로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오른팔’로 잘 알려진 찰리 멍거 부회장도 최근 이런 주장을 폈다.CNBC 보도에 따르면 그는 "인플레이션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서 과도하면 문명을 망칠 수도 있다"며 "로마 제국을 멸망으로 몰고 간 원인도 인플레이션이었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이 불러오는 공포를 핵전쟁에 빗대기도 했다. 멍거 부회장은 '인플레이션은 핵전쟁을 제외하고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장기적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그럴 만도 한 게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7.9% 상승해 4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데 이어 3월엔 상승률이 8.5%로 뛰었다. ◆물락 폭등에 탄핵당한 파키스탄 총리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자재값 급등 여파로 세계 각국에 인플레이션 비상이 걸렸다. 특히 아시아 신흥국과 남미에서는 고물가가 촉발한 경제난이 정치적 혼란으로 이어지는 ‘인플레이션 쇼크’가 일어나고 있다. 파키스탄 의회는 지난 10일 임란 칸 총리의 불신임안을 통과시켰다. 물가 폭등과 외환 위기 등 경제난을 해결하지 못한 책임을 물었다. 파키스탄에서 총리가 의회의 불신임을 받아 물러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칸 총리가 축출된 지 하루 만에 정치 명문가 출신의 셰바즈 샤리프 전 펀자브
쌍용자동차 사태는 정치권 과잉 개입의 부작용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주인(대우그룹·상하이자동차·마힌드라그룹)이 세 번 바뀌는 동안 제대로 된 구조조정을 못해 골든타임을 놓쳤다. 쌍용차는 2016년 티볼리(소형 SUV) 돌풍에 힘입어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영업이익(289억원)을 낸 뒤 5년 연속 적자다. 2020년엔 영업적자가 4493억원, 작년에는 2612억원에 달하는 등 최근 5년간 누적 적자만 1조원이 넘는다.평택공장 문을 걸어 잠근 옥쇄파업과 굴뚝 농성, 해고자 복직 투쟁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노조 편을 든 정치권의 등쌀에 구조조정은커녕 해고자까지 전원 복직시켰다. 남은 건 ‘희망고문 후유증’뿐이다. 최근 매각 작업이 실패해 다시 생사기로에 섰다. 회사는 골병이 들었고, 이젠 일부 노조원이 아니라 노사 전체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우리나라엔 정치권 개입으로 망가진 것들이 유독 많다. ‘정책이 아니라 정치’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집값 대책도 빼놓을 수 없다.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고 한 문재인 정부의 장담이 낙담과 사과로 이어지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집 없는 서민들의 고통은 얼마나 오랫동안 이어질지 모른다. 반(反)시장적인 정책은 수급 및 가격 구조를 왜곡시켜 집값에 날개를 달아줬다. 세상 물정 모르는 정치인들이 밀어붙인 임대차 3법(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신고제)은 전세 매물의 씨를 말렸다. ‘전세난민’을 양산한 것으로도 모자라 서민들을 ‘월세난민’으로 전락시키고 수도권 외곽으로 내몰았다.전기요금은 어떤가. 매번 전기료 인상을 억누른 결과 한국전력의 적자는 감당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당초 예상과는 다르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며칠을 못 버티고 수도 키이우가 함락되며 러시아에 백기를 들 것으로 보였던 우크라이나가 초반 열세를 딛고 오히려 반격에 나서는 모습이다. 양측이 터키 이스탄불에서 29일(현지시간) 가진 5차 평화협상에서는 종전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들이 나오기도 했다. 러시아 대표단은 키이우와 우크라이나 북부 체르니히우에서의 군사활동을 크게 줄이겠다고 밝혔다. 두 나라 정상간 회담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30일 주요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러시아가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벌써 한 달이 넘었지만, 수도 키이우를 점령하지 못하고 오히려 퇴각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러시아 군은 전략적 요충지 중 한 곳인 남부 해안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사실상 점령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지역에선 우크라이나군의 거센 반격에 주춤하거나 밀리고 있다. 세계 2위의 군사 대국 러시아와 22위 우크라이나의 군사력 차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왜 그럴까? 국가 지도자와 국민의 결사 항전 태세에 SNS 등을 활용한 홍보·심리전, 서방의 최신 무기 지원 등이 어우러져 상황을 반전시켰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를 만만하게 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오판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우크라이나의 가장 강력한 비밀병기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었다. 코미디언 출신으로 무책임하게 나토(NATO) 가입 문제를 거론해 전쟁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난을 듣던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 초기부터 단호한 모습으로 '수도 사수'를 선언했다. 한때 외국으로 도망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1월 27일)된 지 40일이 지났다. 한국경제신문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사망사고 속보를 분석해 법 시행일부터 지난달 23일까지 발생한 산재 사망사고 건수와 사망자 수를 집계한 결과 24건·29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18건·18명보다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본지 2월 26일자 A4면 참조‘처벌이 능사가 아니다’라는 점은 기업인과 관련 전문가들이 입이 닳도록 지적한 내용이다. 정부가 귀담아듣지 않았을 뿐이다.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한 기업들의 스트레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고가 나면 경찰, 검찰, 고용노동부는 물론 소방청 환경부 지방자치단체까지 달려들어 정상 업무는 꿈도 못 꾼다.공사 중단은 기본이고 경찰 조사에 압수수색도 당연한 수순이다. 주가 하락과 신인도 추락 등 피해는 일파만파로 불어난다. “법 시행 후 달라진 건 처벌 대상만 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기업들은 하소연한다.이런 지적을 의식한 듯 고용부는 최근 산하기관인 산업안전보건공단 집계와는 다른 통계를 내놓고 중대재해처벌법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자평했다. 고용부는 법 시행일부터 지난달 26일까지 한 달간 산업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가 35건, 사망자는 42명으로 작년 동기(52건·52명)보다 17건·10명 줄었다고 발표했다. 안경덕 고용부 장관은 “사망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고용부는 산업안전보건공단 통계와 차이가 나는 점에 대해 공단의 집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공단의 집계가 부정확했다면 고용부가 산하기관 관리를 제대로 못 한 것이다. 앞서 고용부가 국
우크라이나는 체르노젬이라는 흑토(黑土)로 뒤덮인 농업대국·자원부국이다. 영양분이 많은 체르노젬은 ‘토양의 왕’으로 통한다. 우크라이나가 오래전부터 ‘유럽의 빵바구니’로 불린 이유다.천혜의 조건을 갖췄지만, 우크라이나는 옆 나라 몰도바와 함께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다.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내주고, 내전(돈바스 전쟁)에 시달리는 신세다. 러시아 입장에서 우크라이나는 키예프공국에 뿌리를 둔 민족(동슬라브족)이라는 동질성을 떠나 국경을 맞댄 정치·안보적 완충지대이자 나토의 동진(東進)을 저지할 최후 보루다.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관(브라더후드, 소유스)이 통과하는 지역이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은 글로벌 에너지 위기를 불러와 한국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천연가스는 물론 석유, 원자재, 식량 등의 공급망이 흔들려 가격이 치솟았다. 원자재값 급등에 한국은 지난달 사상 최대 무역적자를 냈다.우크라이나 사태는 한국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첫째 정치권력의 부패와 무능이 국가를 얼마나 위태롭게 하는지 잘 보여준다. 기성 정치권에 신물이 난 우크라이나 국민은 2019년 4월 정치경력이 전혀 없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에 표를 던졌다. TV 시트콤에 나와 부정부패에 대항하는 대통령을 연기했던 코미디언 겸 배우가 진짜 대통령이 됐지만 드라마와 현실은 달랐다.뉴욕타임스는 지난해 12월 군과 정부, 정보부 요직에 비전문가인 젤렌스키 측근과 일가친척이 포진해 국가대사를 망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전에도 우크라이나에서는 친러시아파(동부)와 친서방계(서부) 정치인들이 번갈아 정권을 잡으면서 정쟁이 끊이지 않았다. 우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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