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 대서양 연안의 델라웨어주. 미국에서 두 번째로 작은 주다. 인구가 100만 명이 안 된다. 미국 독립 당시 13개 주 중 하나였다. 미국 헌법을 가장 먼저 승인해 ‘첫 번째 주(First State)’라는 별명을 얻었다.델라웨어주가 첫 번째인 분야는 또 있다. 글로벌 기업 본사가 가장 많다. 애플 아마존 알파벳 월마트 메타(옛 페이스북) 테슬라 등의 본사 및 자회사 주소지가 몰려 있다. 2020년 기준으로 포천 500대 기업의 67.8%(339개사)가 법인을 둘 정도다.비결은 델라웨어주 회사법에 있다. 기업 지배구조와 경영활동에 최대한의 자율성을 부여한다. 이사회 구성 때 이사가 1명이면 된다. 나머지는 기업 재량에 맡긴다. 이사 자격이나 결격사유 규정이 없다. 정관을 통해 이사의 경영책임을 포괄적으로 면제해준다. 감사위원회 설치 규정도 없다. 정관에 따라 이사회가 주식 내용이나 조건을 알아서 설계·발행하도록 허용한다. 기업이 차등의결권, 포이즌필 등 경영권 방어장치를 쉽게 도입할 수 있는 배경이다.‘기업 천국’ 델라웨어와 달리 한국은 ‘규제 공화국’으로 불린다. 상법 개정으로 감사위원 분리선출, 다중대표소송 등이 도입됐지만 투기자본의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경영권 방어수단은 없다. 대주주 의결권 제한(3%룰), 감사위원회 설치 의무화(자산 2조원 이상), 이사의 경영책임 강화 등 갈수록 기업 규제가 늘어나는 추세다. 뿌리 깊은 반(反)기업 정서와 기울어진 노사운동장은 말할 것도 없다.기업가 정신이 싹트기 힘든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한국 기업이 보여준 저력은 기적과도 같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켰다. 원자재 파동과 각국의 봉쇄를 뚫
기술 주권을 넘어 기술 패권 시대다. 산업 간 융복합, 디지털 컨버전스가 가속화하면서 산업 판도는 물론 국가 운명을 바꿔놓을 미래 신기술 개발 경쟁이 뜨겁다. 국가건 기업이건 미래 기술을 선점하는 쪽이 모든 것을 독식하는 뉴노멀 시대이기도 하다.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주요국이 반도체, 바이오, 배터리 등 핵심 기술 공급망을 블록(역내)으로 재편하고 있는 것은 승자 독식을 향한 도발적인 선언이다. 한국경제신문은 서울대 공과대학과 손잡고 임인년(壬寅年) 첫날인 1일부터 ‘세상 바꿀 글로벌 퓨처테크 현장을 가다’를 주제로 신년기획을 연재한다. 한경과 서울대 공대는 3개월의 논의를 거쳐 인공지능(AI) 반도체, 소형모듈원전(SMR),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메타버스, 소프트로봇, 차세대 배터리, 미래 가전, 양자컴퓨팅, 플라잉카 등 게임체인저가 될 9개 기술 분야를 선정했다. 약육강식의 무한 경쟁이 펼쳐지는 글로벌 정글을 헤쳐나갈 호랑이 같은 기업을 키워야 국가의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한경 특별취재팀은 생생한 취재를 위해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에도 불구하고 연말에 글로벌 신기술 개발 현장을 찾았다. ‘AI 반도체 연구의 성지’ IBM 올버니반도체연구소(미국 뉴욕), SMR 개발의 메카 뉴스케일연구센터(포틀랜드)를 방문한 것은 국내 언론사 중 한경이 처음이다. 세계는 지금 4차 산업혁명이 촉발한 ‘테크워(기술 전쟁)’가 한창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첨단 기술 확보는 필수적이다.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스탠리 휘팅엄 뉴욕주립대 교수는 취재팀에 “공장은 해외에 넘겨
“근로자 보호라는 목적을 달성하지도 못한 채 영세사업장이 감당하기 어려운 경제적·행정적 부담만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국회환경노동위원회의 근로기준법 개정안 검토보고서(2021년 2월) 내용이다. 환노위는 상시 근로자 5인 미만(4인 이하)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해야 한다며 여야 의원들이 4건의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자 이를 검토한 뒤 이런 결론을 내렸다.대선전이 달아오르면서 근로기준법 개정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영세사업자의 부담 등을 이유로 법 개정을 반대해왔던 국민의힘 쪽에서 찬성 기류가 감지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할 조짐이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국회 환노위 야당 간사)은 지난달 24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주최한 대선정책 토론회에서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은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말했다.노동계가 이런 기회를 놓칠 리 없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지난 8일 공동기자회견문에 임 의원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근로기준법 개정을) 더 이상 늦출 이유가 없다”고 공세를 폈다.현행 근로기준법은 5인 미만 사업장에 최저임금, 주휴수당, 퇴직금 등의 법 조항은 적용하지만 해고 및 근로시간 제한, 휴일수당 지급 의무, 연차 휴가 등은 예외로 하고 있다. 영세사업장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법 적용은 배제한 것이다. 수시로 창업과 폐업이 이뤄지는 데다 ‘근로자 5인 미만’ 기준을 넘나드는 일도 많고, 행정력이 미치기 힘들다는 점 등을 고려한 조치다. 5인 미만 사업장에 소속된 근로자는 약 356만 명에 달한다.이 문제가 대선 이슈가 될 조짐을 보이자 영세·중소기업들이 발칵 뒤집혔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가 마련한 개인정보보호법(개인정보법) 개정안에 대한 기업들 반발이 커지고 있다. 과징금을 대폭 상향하고 분쟁조정위원회에 기업 조사권을 부여하는 등 기업을 옥죄는 규제 조항이 적지 않아서다. 개인정보위는 관련 기업들의 거듭된 반발에도 불구하고 개정안 국회 제출을 강행했고, 연내 법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기업 반발이 가장 큰 사안은 과징금 규모다. 개정안은 법 위반 기업에 대한 과징금 상한 기준을 현재의 ‘관련 매출액 3%’에서 ‘전체 매출액 3%’로 상향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인정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업 부문의 매출액까지 모두 합쳐 과징금을 산출하게 된다. 징벌적 성격이 강하다.개정안대로라면 과징금 규모가 수십, 수백 배까지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매출 10조원 규모의 기업은 과징금을 최대 3000억원까지 맞을 수도 있게 된다. ‘위반행위로 인한 경제적 부당이득 환수’라는 과징금의 기본원칙에서 벗어나는 규모다.관련 단체들은 그동안 두 차례 공동입장문을 내고 과징금 상향 등에 반대했다. 벤처기업협회 중소기업중앙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여성벤처협회 등 11개 단체는 “중소·벤처기업의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이 2~3% 안팎인 상황에서 과징금 부과기준이 상향될 경우 개인정보 처리가 필수적인 사업 또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중소·벤처기업은 경영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과징금은 데이터산업에 진출하려는 스타트업 등에 진입 장벽이 돼 4차 산업혁명 분야의 혁신 서비스 출현을 막고, 데이터 분야 일자리
“청년실업은 청년의 연관검색어가 됐습니다.” “2021년에 적용되고 있는 노동법은 1953년에 만들어졌습니다.”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지난달 18일 내놓은 ‘제20대 대선후보께 드리는 경영계 건의’에 나오는 내용이다. 경총은 청년 4명 가운데 1명이 사실상 실업자라는 참담한 현실을 지적했다. 산업구조 고도화로 고용형태와 근로조건 요구가 다양해졌지만, 과거 공장 제조업을 모델로 한 낡은 노동법이 집단적·획일적 기준으로 노동시장을 규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전체 임금 근로자 2099만2000명 중 비정규직은 806만6000명(38.4%)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현 정부 첫해인 2017년 8월 657만 명에 비해 150만 명가량 많아졌다. 한창 일할 나이인 20~30대 비정규직이 243만 명(30.1%)으로 60세 이상 비정규직 비율(29.8%)보다 높았다. 20대 월급쟁이 10명 중 4명(40%·141만1000명)은 비정규직이었다.‘일자리 정부’를 자처하고 ‘비정규직 제로(공공기관)’를 선언한 문재인 정부에서 청년 실업률이 치솟고 비정규직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컬하다. 비정규직이 양산된 것은 누가 봐도 정책 실패 탓이다. 그들 스스로도 5년 정권의 비정규직인 상당수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의 무지와 아집이 부른 참극이기도 하다.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치명타였다. 2018~2019년 2년간 27.3%나 오른 최저임금 급등의 충격이 채용시장을 뒤흔들었다.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5.1% 오른 시간당 9160원으로 주휴수당을 감안하면 1만1000원에 이른다. 감당하기 어려운 최저임금에 한계상황으로 내몰린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까지 터지자 알바 자리마저 줄였
“우리 제조업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탄소중립정책 추진이 역효과를 가져올 것은 자명하다. 억지로 감축량을 맞추려면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다. (공장) 문닫고 해외로 나가란 말이냐?”대통령 소속 2050탄소중립위원회가 지난 8일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대폭 상향조정하자 산업계에서는 당혹감을 넘어 분노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기업들이야 해외로 나가면 되지만 근로자들은 어떻게 하나? 탄소재난지원금이라도 줄 작정인가?”위원회는 2030년 NDC를 2018년 대비 40%로, 기존안(26.3%)보다 크게 높였다. 탄소중립정책의 후폭풍이 세계 경제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NDC 기습 상향 발표는 기업들의 탈(脫)한국과 일자리 감소 걱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술은 없는데 감축량을 강제하니 생산량을 줄여야 한다. 유휴 설비를 매각하고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여권 주도로 국회가 지난 8월 2030 NDC를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하도록 명시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안’을 통과시켜 업계를 ‘멘붕’에 빠뜨리더니 이번엔 한술 더 떴다. ‘탄소중립 대못박기’ 수준이다. “다음, 다다음 정권에까지 폭탄을 던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정부는 경제에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기업들은 “몰라도 한참 모르는 소리”라고 분통을 터뜨린다. 제조업 비중이 큰 한국은 탄소감축 제약 요인이 많다. 한국 제조업 비중은 28.4%(2019년 기준)로 미국(11.0%) 유럽연합(EU·16.4%)보다 높다. 철강·석유화학·정유 등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업종 비중 역시 8.4%로 미국(3.7%) EU(5.0%)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취약한 기술 경쟁력 탓에 저탄
카카오 네이버 쿠팡 야놀자 등 빅테크·플랫폼기업들이 동네북 신세가 됐다. ‘성장·혁신의 대명사’에서 졸지에 ‘탐욕·불공정의 아이콘’으로 추락한 듯한 분위기다. 여당과 금융당국,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나서 골목상권을 침범하고, 높은 수수료와 가격 인상으로 중소 상공인들을 힘들게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7일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토스 등의 금융상품 비교·추천판매 금지 방침을 밝히면서 핀테크 본격 규제의 서막을 알렸다. 공교롭게도 여당 의원들은 이날 ‘공룡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플랫폼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근절 및 골목상권 생태계 보호 대책 토론회’를 열었다.계열사 수로만 보면 카카오가 문어발을 넘어 ‘지네발’ 확장을 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카카오의 계열사(상반기 기준)는 158개(국내 118개, 해외 40개)에 달한다. 하지만 계열사의 절반 이상이 엔터테인먼트와 게임 등 콘텐츠 분야 업체다. 콘텐츠·창작 86개(국내 59개, 해외 27개), 모빌리티·인공지능(AI)·블록체인 등 테크분야 23개(국내 19개, 해외 4개), 벤처투자·육성 14개, 금융·핀테크 5개 등이다. 특수관계인이 지분을 갖고 있을 뿐 카카오 사업과 무관한 계열사도 14곳이다. 문어발이라는 말 자체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가는 플랫폼기업과 산업 생태계를 감안하지 않은 낡은 잣대라는 게 업체들의 항변이다.카카오가 막강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택시호출·대리운전(카카오T), 간편결제(카카오페이), 스크린골프(카카오VX), 어린이 영어교육(카카오키즈), 미용실 예약(헤어샵) 등 생활과 밀접한
지난 19일 새벽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안(탄소중립기본법안)에 기업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업계 및 기업과 상의 없이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하도록 명시한 법안을 여당 단독으로 의결했기 때문이다.법안대로라면 2030년까지 2억4000만t가량의 탄소를 줄여야 할 것으로 산업계는 추산했다. 포스코 연간 탄소배출량(8148만t)의 세 배 수준이다. 기존 목표는 2018년 대비 26.3% 감축이었다.탄소 감축은 가야 할 길이지만, 문제는 절차와 방법, 속도에 있다. 탄소배출이 많은 제조업 중심의 우리 산업 구조와 관련 기술 개발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야 한다. 기업들이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의 목표를 일방적으로 던져놓고 ‘알아서 하라’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태양광을 비롯한 각종 신재생 에너지를 급격히 늘리는 데 한계가 있는 상태에서 탄소배출을 대폭 줄이려면 생산라인을 멈추거나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수밖에 없다.더구나 이런 중대 사안을 결정하면서 업계와 협의는커녕 의견조차 제대로 듣지 않았다는 게 기업들의 불만이다. 법안 통과 당일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등 경제단체가 “환노위가 산업현장과 충분한 논의 없이 탄소중립기본법을 처리했다”고 일제히 반발논평을 낸 이유다.23일엔 자동차산업연합회(KAIA)가 “산업 위축이나 대량 실직 등 자동차산업 생태계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2030년 탄소 24% 감축’을 위한 전기 동력차 전환(2030년 누적 364만 대)을 385만 대로 확대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하는 와중에 느닷없이 국
‘주가는 실적의 그림자’라는 증시 격언이 삼성전자엔 맞지 않는 것 같다. 최고 실적에도 ‘7만전자’라는 조롱이 따라붙는다. 외국인투자자의 줄기찬 매도공세 속에 동학개미들도 자신감을 잃고 지쳐가는 모습이다.삼성전자의 눈부신 실적을 보면 답답한 주가 흐름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난 2분기에 매출 63조6700억원, 영업이익 12조57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0.2%, 영업이익은 54.2% 뛰었다.호실적의 일등공신은 반도체였다. 2분기 영업이익의 55%(6조9300억원)가 반도체에서 나왔다.하지만 여기까지다. 코로나발 반도체 특수 속에 30년간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실적이 좋으리라는 건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 삼성전자가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을 훌쩍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보여준 게 한두 번도 아니다.정작 시장이 기대했던 건 비전(미래 성장동력)이었다. 주가는 미래를 먹고 산다. 현재 실적이 아무리 좋아도 앞으로의 기대감이 없으면 매수할 만한 가치가 없다고 시장은 판단한다. 7만전자 주주들도 이 대목에서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이다. ‘불안한 메모리 1위’를 넘어서는 감동과 메시지를 투자자들에게 줘야 한다는 얘기다.삼성전자는 2019년 4월 ‘반도체 비전 2030’을 통해 시스템 반도체를 비롯한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없다. 오히려 TSMC가 삼성전자의 추격을 뿌리치고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더 적극적이다.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시장점유율 55%)인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약 690조원. 470조원가량인 삼성전자보다 1.5배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가 향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감안해 앞으로는 특별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만 재심의할 수 있도록 의결했습니다.”2013년 6월 14일 타임오프 한도를 재심의·의결하면서 당시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 위원장이 한 발언이다. 그는 “아주 특별한 상황이 발생해 반드시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는 변경을 해야 될 테고,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하지 않는다고 해석하면 됩니다”라고 부연설명까지 했다.이 약속이 8년 만에 뒤집힐 위기에 처했다. 노사가 타임오프 한도 변경을 놓고 샅바싸움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타임오프는 노조전임자가 회사에서 급여를 받으면서 노조 활동을 할 수 있는 제도다. 일하지 않아도 일한 것으로 간주하는 시간이다. 타임오프 한도는 노조가 유급 전임자를 몇 명이나 둘 수 있는지에 관한 기준이기도 하다. 국내 대표적 사업장 중 한 곳인 현대자동차의 노조전임자는 120명이 넘고, 이 중 20명가량이 타임오프를 적용받는 것으로 알려졌다.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지난 6일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 발족식과 1차 전원회의를 열었다. 이날부터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부칙에 법 시행 즉시 심의에 착수하도록 명시한 데 따른 것이다. 당초 정부안에 없던 부칙 내용이 입법과정에서 들어간 데는 노동계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게 산업계 시각이다.앞으로 본격화될 경사노위 심의위원회에서는 그동안 타임오프 한도를 변경해야 할 정도의 ‘특별한 상황’이 벌어졌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현행 타임오프는 조합원 수에 따라 10개 구간
연례행사인 ‘최저임금 전쟁’이 시작됐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최저임금(시급 기준 올해 8720원) 결정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노동생산성 등 각종 통계를 분석한 결과 “내년 최저임금 인상 요인이 없다”고 지난 20일 발표했다.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계는 조만간 1만원대로 올려달라고 요구할 전망이다. 올해도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최저임금은 400여만 명의 저임금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 소상공인, 한계 중소기업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노사의 신경전을 보면서 든 생각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는 것이다. 진작 나왔어야 할 최저임금 결정 체계 개편 목소리가 소리도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30여 년간 소모적인 대립·갈등을 유발해온 현행 결정 방식부터 고친 뒤 금액(인상 여부) 협의에 들어가는 게 순서상 맞다. ‘게임의 룰’을 손보지 않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정을 내릴 심판도 정하지 않은 채 노사는 다시 물러설 수 없는 링 위에 오르고 있다. 올해도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사 극한 대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걱정이 앞서는 이유다.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9명씩, 27명으로 이뤄져 있다. 근로자, 사용자위원의 대결 구도 속에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들의 투표로 최저임금이 정해지는 관행을 되풀이해 왔다. 공익위원 인선권한을 가진 정부가 최저임금위원회 뒤에 숨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비겁한 모습을 보여준 점도 부인할 수 없다.현행 노사합의 방식으론 갈등과 불확실성만 증폭시킬 뿐이라는 점은 정부도 안다. 정부는 2019년 2월 최저임금위원회를 전문가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와 노사공익
“우리는 여전히 충전소에 목마르다.” 현대자동차 연료전지사업부장인 김세훈 부사장은 지난 5월 26일 서울 용산드래곤시티에서 ‘수소경제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스트롱코리아 포럼 2021’에 강연자로 나와 이렇게 말했다. 현대차가 수소차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충전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은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분야에서는...
내년 1월부터 50인 이상 사업장에 시행될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요즘 산업계에 발등의 불이다. 시행령 제정을 위한 고용노동부의 의견수렴 기간이 이달 말 끝나기 때문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깜깜이’ 법 내용을 보완할 마지막 기회여서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한 경제단체들이 기업 애로사항을 전달하는 등 총력전에 나섰다. 이 법은 근로자가 1명 이상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경...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은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한 송전선(서안성~고덕 간 24㎞) 문제를 해결하는 데만 5년이 걸렸다. 송전선로가 지나는 지역 주민들의 반발 탓이었다. 한국전력과 주민들은 갈등조정위원회를 꾸려 28차례나 회의를 했지만, 합의는 더뎠다. 우여곡절 끝에 주거지역을 지나는 송전선을 땅에 묻고 사람이 살지 않는 산악구간(1.5㎞)의 송전선도 지중화하기로 했다. 2023년 2월까지 임시로 송전탑을 세워 공장에 전력을 공급한 다음 2...
“법으로 단속해야 할 정도로 협력업체 기술을 빼앗는 대기업이 많나요.” “징벌적 손해배상을 앞세운 상생협력법은 사실상 ‘상생협박법’ 아닙니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 개정안에 대한 기업들의 반응이다. 법이라기보다는 권고나 지침 같은 이름의 상생협력법은 취지와 달리 대·...
테슬라의 경쟁력은 기존 틀을 깨는 IT(정보기술) 혁신에서 나온다. 그중에서도 제동, 출력, 가속 성능 등을 무선으로 업데이트 해주는 OTA(Over-the-Air·전자제어장치 무선 업데이트) 기술은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자동차의 성능을 스마트폰처럼 시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최신 사양으로 바꿔주기 때문이다. 차량 출시 뒤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성능을 보완해 주는 OTA 기술을 통해 테슬라는 새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
서울 안암동에 있는 ‘안암생활’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관광호텔을 사들여 주거용으로 개조한 청년 맞춤형 공유주택이다. 122가구의 원룸형 주택(전용 13~17㎡)으로 이뤄져 있다. 침실과 욕실 등 개인 공간은 따로, 주방 독서실 등은 공유한다. 월세 27만~35만원(보증금 100만원)으로, 주변 시세의 50% 이하 수준이어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한 스타트업이 비슷한 개념의 청년 공유주택인 ‘코리빙(Co-li...
AI(인공지능)와 사물인터넷(IoT)이 결합한 AIoT(사물지능), 서버가 필요 없는 에지 AI, 가상·증강현실을 뛰어넘는 XR(확장현실)…. 온라인 행사로 치러진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1에서 주목받은 신기술이다. 하지만 더욱 눈에 띄는 장면은 따로 있었다. 굴뚝기업들의 눈부신 디지털 변신이다. 세계 1위 농기계 제조업체 미국 존디어는 ‘농기계 업계의 애플’이라는 ...
“제발 우리를 그냥 내버려뒀으면 좋겠다.” 지난해 기업인들한테서 가장 많이 들은 얘기다. “기업들은 간섭하지 않고 놔두면 알아서 잘한다”는 말은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기업 오너들도 이구동성이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 날 것”이라는 걱정도 태산처럼 컸다. 몇 안 되는 기업의 일탈을 잡겠다고 세계 어디에도 없는 초강력 상법·공정거래법을 강행...
헤지펀드 소버린자산운용과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내년에 SK와 현대자동차를 다시 공격한다면 어떻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핵심 요직인 감사(사외이사 겸직) 자리를 빼앗길 가능성이 크다. 상법 개정으로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개별 3%룰’이 도입돼 기업들의 방어 장치가 무력화된 탓이다. 내년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기업들엔 비상이 걸렸다. 펀드를 통한 ‘지분 쪼개기’는 쉽지만, 기업들은 우호지분 1%를 확보...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인천공항에서 울란바토르(몽골)를 오가는 왕복 항공기 티켓값은 약 60만원(비수기 기준)이었다. 비슷한 시간(약 3시간40분)이 걸리는 인천~홍콩(약 35만원)보다 두 배 가까이 비쌌다. 몽골노선은 대한항공이 30년간 독점했던 곳. 항공업계에서는 ‘황금노선’으로 통했다. 작년 7월 아시아나가 몽골에 취항하자 항공편 요금이 뚝 떨어졌다. 아시아나가 35만~40만원의 가격을 책정하자 대한항공 요금이 4...
“LG화학의 배터리 투자 확대가 재무구조에 부담이 돼 신용등급이 떨어졌다. 신설 배터리 독립법인은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물적 분할은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다.”(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구 ISS) LG화학은 지난달 30일 주주총회를 열고 물적 분할(배터리사업 분할) 안건을 통과(찬성률 82.3%)시켰다. 주총을 사흘 앞두고 2대 주주인 국민연금(10.28%)이 반대의견을 밝혔지만, 대다수 ...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에 이어 징벌적 손해배상제, 집단소송제 확대 등 반(反)기업 법안들이 이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기업들은 만신창이가 될 게 뻔하다. 경영권 방어와 소송에 대비하느라 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은커녕 중장기 목표 설정 및 신사업 계획 수립 등에 써야 할 시간도 빼앗기게 된다.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대주주 의결권 3% 제한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징벌적 규제다. 감사(사외이사 겸직) 자리를 적대적 외부 세...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걸고, 1호 정책(첫 업무지시)으로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대부분 ‘일자리 없애기’로 귀결될 우려가 크다는 점은 아이러니컬하다.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밀어붙이고, 주 52시간 근로제를 전면 도입한 결과 노동시장의 경직성만 높아져 일자리 창출효과는 보지 못했다. 잇따른 정책 실패에도 정부와 여당은 꿋꿋하다. 거여(巨與)의 규제 본능은 코로나 위...
여당 의원들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의 취지는 보험사가 특정 회사 자산에 몰아 투자했다가 부실이 나 고객이 피해를 보는 일을 막자는 데 있다. 그럴싸해 보이는 이 법안은 삼성그룹을 정면 겨냥하고 있다. 법안 적용을 받는 보험사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두 곳이어서 ‘삼성생명법’으로 불린다. 개정안은 보험사의 계열사 지분 보유액 평가를 ‘시가’(현행 취득원가)로 계산해 이 금액이 ...
정부가 시키는 대로 하면 안 되는 것은 부동산 투자만이 아니다. 지주회사도 그렇다. 김대중 정부가 허용하고 노무현 정부가 장려한 제도다. 적지 않은 기업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지배구조가 모범적이라고 평가받는 LG그룹을 비롯해 국내 지주회사는 173곳(작년 9월 말 기준)이다. 대기업 중에는 LG 외에 SK 롯데 GS 현대중공업 한진 CJ LS 효성 등이 지주회사 체제를 갖췄다. 지주회사는 대기업의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는 등 지배구조 ...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지난해 2월 현대자동차(4조5000억원)와 현대모비스(2조5000억원)에 7조원의 배당금을 요구했다. 현대차 전년 순이익의 3.5배, 모비스 영업이익의 1.2배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엘리엇은 현대차와 모비스에 해외 경쟁사 임원을 감사·이사로 앉히라고 했다. 현대차 사외이사 후보(선임 시 감사위원 후보)로 로버트 랜달 매큐언 밸러드파워시스템 회장을 추천했다. 밸러드파워시스템은 ...
쌍용자동차의 모태는 ‘하동환자동차제작소’다. ‘드럼통 버스왕’ 고(故) 하동환 전 한원그룹 명예회장이 1954년 1월 설립했다. 폐차된 미군용 트럭의 부품을 떼어내 재활용한 하동환식 마이크로 버스는 1960년대 서울 시내버스의 70%를 차지했다. 1966년 5월에는 버스를 브루나이에 수출했다. 현대자동차가 1976년 포니를 수출하기 10년 전의 일이다. 동아자동차(1977년)로 이름을 바꿔 달고 거화(...
‘24시간 상담, 1시간 내 배송.’ 쿠팡이나 마켓컬리의 광고처럼 보이는 이 서비스는 중국 원격진료업체 핑안(平安)굿닥터가 내놨다. 1000여 명의 자체 의료진과 5000여 명의 외부 의사, 3만여 곳의 약국을 네트워크로 두고 온라인 상담과 의약품 판매, 배달을 원스톱으로 한다. 서비스 가입자 수는 약 2억9000만 명. 지난해 매출은 51억위안(약 8700억원)으로 전년보다 52% 늘었다. 이 업체는 인공지능(AI)을...
“공장에서 땀 흘리며 기술을 배우기보다는 편의점에서 시간제로 일하며 편하게 살려는 젊은이가 많아진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 이후 중소기업 제조현장에선 사람 뽑기가 훨씬 어려워졌다고 했다. 중소제조업 근로자와 편의점 직원 등 서비스업 종사자의 시급(時給)이 같아져 젊은 인력이 공장으로 오지 않는다는 하소연이었다. “젊은 사람들이 왔다가도 금세 떠납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청년수당 등 돈...
기자를 구독하려면
로그인하세요.
이건호 기자를 더 이상
구독하지 않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