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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 달 전에 그랬잖아요. 보세요, 주가도 그렇고 서울 집값도 우수수 떨어지고 있잖아요. 무조건 빨리 집 파세요.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임박했어요. 이 기회를 놓치면 폭망합니다."요즘 유튜브에서 쉽게 볼수 있는 '부동산 폭락' 공포팔이 방송이다. 자칭 경제 및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코로나발(發) 세계 경제 위기가 가시화되자 이런 자극적인 내용으로 '손님 끌기'에 여념이 없다.내용도 거의 비슷비슷하다. 기존의 부동산 시장 비관론자들이 주로 얘기하던 경제 상황 분석과 통계 등이 재활용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고령화, 생산가능인구 감소, 규제 일변도의 정부 정책, 오랫동안 유지된 집값 상승 추세, 글로벌 경제의 뇌관인 중국의 경제위기 가능성 등이 대표적이다.◆정말 서울 집값은 폭락할까주식, 금, 부동산 등 주요 자산 가격을 예측하는 것은 '신의 영역'에 속한다는 말이 있다. 세계 최고의 경제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미국 월가에서 나온 말이다. 이번 코로나 쇼크의 영향으로 미국 주가가 급등락하는 것을 보면 최고의 전문가들이라는 사람의 예측도 쉽게 믿을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난다. 변수들이 워낙 다양하고 생각지도 못하는 돌발변수도 갑자기 불거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다수 전문가들은 시장의 '큰 물줄기(하락 혹은 상승 등 방향성)'를 제시하고 여기에 영향을 미칠 변수들의 강도에 따라 시장이 어떻게 간다는 식의 전망을 내놓곤 한다.국내 경제전문가들이 내다보는 부동산 시장은 현재로는 급락할 가능성이 적지만 약세장이 펼쳐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이다. 정부가 고가주택 대출 규제를 강화했고, '코로나 쇼크'로 글로벌 금융
‘제약업계의 애플’ ‘초고속 성공신화’ ‘기업의 혁신 롤모델’…. 미국 제약·바이오기업 길리어드 사이언스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길리어드는 2009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신종플루를 종식시킨 치료제 ‘타미플루’ 개발 업체로 유명하다. 세계 최초의 C형 간염 완치제 ‘소발디’와 ‘하보니&rs...
종두법(種痘法) 창시자인 영국의 에드워드 제너는 어느 날 흥미로운 사실에 주목했다. 소젖 짜는 여자들은 천연두에 잘 걸리지 않고, 걸려도 약하게 앓다가 낫는다는 것이다. 제너는 1796년 젖소의 유두에 생기는 우두(牛痘·소 고름)를 채취해 정원사의 아들에게 접종했다. 세계 최초의 백신(vaccine)이다. 인공 면역물질인 백신이 암소를 뜻하는 라틴어 ‘바카(vacca)’에서 유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질병을 ...
대구시민들이 2003년 지하철 화재 참사로 192명이 희생된 이후 17년 만에 닥친 '코로나 재앙'을 맞아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지난달 18일 신천지 신도인 31번 확진자를 시작으로 감염자가 폭증하면서 한 달여 만에 확진자가 6098명(17일 0시 기준)으로 늘었다. 전국 확진자(8320명)의 73.3%를 차지한다. 인근의 경북(1169명)을 합하면 대구·경북 확진자는 87.3%에 달한다.다행히 코로나 사투에서 조금씩 희망이 보이고 있다. 하루 수백 명이 증가하던 대구 확진자가 엿새 동안 동안 두 자리 수에 머물고 있다. 경북에서는 닷새 동안 연속 한 자리 수다. 대구 한사랑병원(요양원)에서 18일 집단 감염이 발생하긴 했지만 대구·경북 지역민들은 끝 모를 공포 속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모임과 행사를 자제하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 이상의 고립과 '자가격리'를 묵묵히 지키며 코로나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코로나 확진 판정 후 입원도 못하고 친구와 부모가 사망해도 유족들이 "살려내라"고 당국에 소리 지르는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다. 그저 '불운'으로 여기고 묵묵히 속으로 삭히고 있다. 마스크를 더 어려운 사람에게 기부하는 등 대구시민들은 자신보다 더 힘든 이웃을 도우려 팔을 걷어붙이고 십시일반 온정을 모으며 희망의 불씨를 키워나가고 있다. 전국에서 모여든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 1000여명도 코로나와의 전쟁에 큰 힘을 보탰다.주요 외신들은 코로나를 이겨나가는 대구·경북의 '담담한' 노력을 높게 평가한다. 영국 BBC, 미국 ABC 등은 "공황도, 폭동도, 사재기도 없다. 절제와 고요가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과 같은 도시봉쇄도 주
“동물을 매개체로 하는 가공할 만한 전염병이 조만간 닥쳐올 것이다.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수백만 명의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고(故)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6대 사무총장이 생전에 세계 의학계에 남긴 경고다. 그는 2006년 5월 과로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소아마비, 결핵, 한센병 등 각종 난치병과 전염병을 퇴치하기 위한 백신 개발 지원에 매진했다. 그의 유산은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A(신종플루) ...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최대 승부처인 ‘슈퍼 화요일’의 주인공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었다. 지난달 아이오와주(4위), 뉴햄프셔주(5위) 등에서 예상 밖 참패로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았던 바이든이 지난 3일 치러진 14개 주 경선에서 텍사스주 등 10개 주에서 1위를 차지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바이든의 대반전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본선 경쟁력’ 등을 감안한 민주...
"중국 바이러스라니, 중국을 전염병 만드는 나라로 멋대로 누명을 덮어씌우지 마라. 세계보건기구(WHO)도 여러 차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 현상이며, 발원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밝혔었다. 꼭 중국에서 발원했다고 볼수 없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중국에 '바이러스 누명' 덮어씌우지 마라"이쯤 되면 적반하장(賊反荷杖)의 극치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 2일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업무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코로나19 근원과 전파 경로를 분명하게 밝히라"고 지시한 이후 코로나19에 대한 중국 입장이 확 변했다. 책임을 회피하는 정도가 아니라 '억울한 피해자 코스프레'를 넘어 적극적으로 책임을 다른 나라에 떠넘기려고 하고 있다.특히 이날 시 주석의 발언이 주목되는 것은 그간 중국의 일부 전염병 전문가들이 우한발(發) 코로나19 발원지가 중국이 아닐 수 있다는 발언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소위 감염병 전문가인 중난산 공정원 원사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처음 출현했다고 중국을 꼭 발원지로 볼수 없다"고 강변했다. 양잔추 우한대 바이러스연구소 교수는 "발원지가 여러 곳"이라는 근거 없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쩡광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수석 과학자는 "폐렴이 극성을 부리는 미국이 (코로나19)발원지 일수도 있다"는 식으로 미국에 화살을 돌렸다. 중국 선전매체인 글로벌타임스도 "올 겨울 독감으로 1만8000여명이 숨진 미국이 발원지일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일련의 상황을 연결해보면 한 편의 잘 짜여진 각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코로나19 책임을 조직적으로 타국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되면서 한 가지 사실은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위험에 대해 너무 무지했다는 점이다. 의료진도 잘 몰랐고 정부는 더 무지했다. 전문가를 자처하는 비(非)전염병·방역 전공자들이 짧은 지식과 발병 초기 정보에 의존해 쏟아낸 잘못된 정보들은 '방역 경계심'을 허물어 버렸다. 그러니 평범한 국민들은 속수무책일수 밖에 없었다.감염병의 특성상 지역사회 확산이 시작되면 인력(人力)으로 막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바이러스나 종교단체인 신천지, 잘못된 정보의 범람 탓으로만 확산된 것이 아니다. 국민의 안전과 방역을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정부가 결과적으로 코로나19를 처음부터 과소평가했다. '지나칠 정도로 선제적 대응'을 입으로만 강조했지만 고비마다 내린 결정은 늘 한 발씩 늦었다. "정부가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코로나19의 위험을 과소평가한 정보를 믿고 싶었던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를 국란(國亂) 수준의 위기로 비화시킨 치명적 무지와 잘못은 곳곳에 널려있다.◆높은 전파력과 낮은 치사율 함정을 간과했다현재 추정되는 코로나19의 치사율(사망자/확진자)은 대략 2% 선이다. 치사율이 10% 정도였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40% 이르렀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보다 낮다. 이를 바탕으로 "코로나19는 독감보다 더 조금 더 독한 질병이니 치료만 제때 받으면 큰 위험이 없다" 는 식의 정보가 넘쳐났다. 코로나19의 특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위험을 과소평가한 것이다. 치사율은 질병이 종식돼야 최종적인 집계가 가능하다. 앞으
“이번에도 정부가 틀렸고, 전문가들은 옳았다. 지금까지 전적(戰績)으로 따지면 19 대 0, 전문가들의 압승이다. 정부는 더 촘촘한 그물망 대책과 강력한 핀셋 조치로 투기를 때려잡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두더지몰이(투기와의 전쟁)’ 탓에 규제가 덜한 지역으로 집값 상승세가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승리를 장담한다. 시장을 이겨보려는 무지와 오기는...
“감염병 중점 오염지역을 봉쇄하는 것은 전통적인 방법이다. 각종 위험과 도전에 직면하게 될 지라도 이 방법은 여전히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감염병 통제수단으로 꼽힌다. 우한 봉쇄라는 사상 초유의 조치는 ‘책임지는 대국(大國)’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중국의 조치가 중국인뿐 아니라 전 세계인을 보호했다고 지적했다.” (2월3일자 중국 인민망) “일어나서 도시...
지난달 2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 폐렴) 발생을 보고 받은 크리스 브래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센터장은 매뉴얼에 따라 신속하게 역학조사관을 투입했다. 이때부터 CDC 산하 국립면역호흡기질환센터와 미국 각주의 보건당국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취합해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위치한 CDC 상황실에 보냈다. 브래든 CDC센터장의 협조 요청에 국토안보부, 국무부, 국방부, 보건복지부, 연방재난청, 관세청 등 정부 각 부처는 즉시 인력을 파견했...
바이오 생태계 조성, 전문 인력 육성, 규제·제도 선진화, 연구개발(R&D) 혁신, 기술융합 사업화 지원. 정부가 최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혁신성장전략회의를 열고 발표한 ‘바이오산업 혁신 정책방향’의 5대 추진 전략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바이오헬스 국가비전 선포식’에서 밝힌 ‘바이오헬스 글로벌 강국 도약’을 위한 후속 조치다...
전셋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잇단 부동산 규제로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자 이번엔 서울과 수도권 지역 전셋값이 급등하고 있다. ‘투기와의 전쟁’에 나선 정부가 주택 공급을 제대로 늘리지 않고 수요 억제에 치중한 부작용이 국민 주거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권장’에서 ‘규제’로 돌아선 민간 임대사업자 정책이 전세난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부가 다주택자(임대사업자)를 &l...
“이런 종류(인종차별적 인신공격)의 메시지를 매일 받는다. 내가 늘 헤쳐나가야 하는 일이다.” 미국 출신 귀화 농구선수 라건아(전주KCC)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이 당한 ‘욕설 테러’를 공개하며 밝힌 심경이다. 그의 SNS에는 흑인 비하 표현인 ‘검둥이(nigger)’ 등 입에 담지 못할 내용이 가득했다. 라건아는 “우리 가족의 터전은 이곳&rd...
유사 이래 이탈리아 북부의 루비콘강을 건넌 사람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하지만 역사는 “주사위는 던져졌다”며 루비콘강을 건너 로마로 진격한 카이사르만 주목한다. 역사는 원주민이 살고 있던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콜럼버스를 ‘신대륙 발견자’로 기술한다. 누가, 언제, 어떻게 기록하느냐에 따라 역사적 사실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영국 역사학자 에드워드 핼릿 카(1892~1982)...
유대교 랍비가 고리대금을 했다는 혐의로 투옥돼 화형(火刑)을 선고받는다. 랍비는 화형식 전날 밤 감옥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는 탈옥할 수 있다는 희망에 부푼다. 지하 감옥을 빠져나와 자유를 만끽하는 그를 기다린 것은 종교재판관이었다. 프랑스 소설가 빌리에 드릴라당이 1883년에 쓴 《희망이라는 이름의 고문》은 ‘거짓 희망(이뤄지지 않을 희망)’이 얼마나 잔혹한 고문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무엇을 간절...
서울 강남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대체로 선망과 질투가 뒤섞여 있다. 집값이 급등하면서 선망은 ‘강남 입성’이 더 어려워진 데 대한 아쉬움으로, 질투는 강남 주택 소유자의 주머니가 더 두둑해진 데 대한 분노로 표출되고 있다. 정부는 이런 상대적 박탈감과 분노에 편승해 ‘보유세 폭탄’ 등의 초강력 조치를 내놓으며 ‘강남 때리기’에 여념이 없다. 강남은 주택 수요자들의 욕망이 집중된 곳...
“민주주의가 잠재적으로 가장 억압적인 정치 형태가 될 수도 있다. 포퓰리즘이 극성을 부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개인의 정치적 성향을 통제 하는 정치적 압제는 가혹하다. 하지만 개인에게 특정 종교나 신념 등을 강요하는 사회적 압제는 더 가혹하다.”영국인들은 ‘자유’를 논할 때 흔히 ‘3존(three John)’을 언급한다. 언론 검열법을 비판한 《아레오파지티카》의 저자 존 밀턴(1608~1674), 《시민정부론》의 저자 존 로크(1632~1704), 《자유론》의 저자 존 스튜어트 밀(1806~1873)이다.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를 철학적 개념으로 체계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밀은 1859년 출간한 《자유론》에서 양심, 종교, 언론·출판·집회·결사, 학문, 예술의 자유가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래야 개인이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억압기구’로 돌변한 국가그는 자유를 위협하는 가장 큰 적(敵)으로 군주와 독재자를 꼽았다. 개인들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피하기 위해 국가를 만들었지만, 오히려 국가 통치자에 의해 억압받는 존재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개인들이 독점적인 권력을 휘두르는 국가에 맞서 자유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첫째는 면책조항을 이용하는 것이다. 지배자가 피지배자의 자유를 침해할 경우 반항이나 반란도 정당한 것으로 인정받도록 안전장치를 해두는 것이다. 두 번째는 헌법을 통해 지배자의 권력을 통제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국민이 직접 통치자를 뽑는 것이다.”그러나 밀은 이런 방법들이 확실한 자유 수호책이 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가장 합리적인 가정인 &ls
타키투스의 《게르마니아(Germania)》처럼 서양 역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받는 책은 드물다. 15세기 로마 교황의 게르만족 십자군 원정 동원, 19세기 게르만 민족주의 발흥, 20세기 나치의 게르만 우월주의 정책 등 역사의 주요 순간에 선전·선동의 ‘이념적 도구’로 쓰였기 때문이다. 계몽철학자인 몽테스키외와 종교개혁가 루터, 《독일 국민에게 고함》의 저자 피히테 등 많은 근대 사상가도 《게르마니아》를 ...
“최소국가는 우리를 불가침의 개인들로 취급한다. 우리는 이 국가 안에서 타인에 의해 도구나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는다. 최소국가에서 우리는 존엄성을 가진 개인이자, 인격을 보호받는 권리자다.”로버트 노직(1938~2002)은 20세기를 대표하는 미국의 자유주의 철학자다. 25세에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30세에 하버드대 철학과 정교수로 임용됐다. 그는 인간 존엄론을 주창한 이마누엘 칸트와 천부권(天賦權)으로서의 재산권을 강조한 존 로크의 철학적 전통을 계승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사상은 1974년 발간된 첫 저서 《아나키에서 유토피아로(Anarchy, State and Utopia)》에 자세히 담겨 있다.하지만 그의 철학적 출발점은 사회주의였다. 그는 컬럼비아대 재학 시절 산업민주주의 학생연맹 지부를 창설할 정도로 열성 사회주의자였다. 자유주의자로 전향한 계기는 친구와의 논쟁이었다. 논쟁할 때마다 친구가 자유주의 사상가인 루트비히 폰 미제스와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를 거명했다. 노직은 “그들의 책을 탐독하면서 사회주의 허구성과 자유주의 우월성을 깨닫게 됐다”고 고백했다.노직은 세계 각국 정부가 사회 정의와 경제 활성화 등의 명분으로 무차별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것을 비판했다. ‘최소국가론’을 제시해 과도한 정부 개입으로 인해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는 개인 권리를 수호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최소국가’란 외적과 폭력, 사기 등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계약을 집행하는 과제만을 수행하는 일종의 ‘야경국가(夜警國家)’를 뜻한다. 그는 공권력 남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최소국가를 ‘현실적인 유토피아’라고 봤
중국 속담에 ‘무병단명(無病短命), 일병장수(一病長壽)’란 말이 있다. 건강한 사람은 강골(强骨)체질을 과신하다가 무절제한 생활로 단명(短命)하는 경우가 많고, 잔병치레가 많은 약골(弱骨)은 늘 건강에 조심하기 때문에 의외로 오래 산다는 얘기다. ‘골골 팔십(八十)’이란 말도 비슷한 뜻을 담고 있다. 통계청이 그제 발표한 ‘2018년 생명표’를 보면 한국인의 상황이 영락없는 &l...
고대 그리스 문명인 헬레니즘(Hellenism)은 기독교의 모태인 헤브라이즘(Hebraism)과 함께 서양철학의 양대 뿌리로 불린다. 그리스·로마 사상의 기원인 헬레니즘은 인본주의(人本主義), 그리스도교 사상인 헤브라이즘은 신본주의(神本主義)로 통칭된다. 헤브라이즘의 상징 인물인 예수 그리스도에 비견되는 그리스 문명의 간판은 소크라테스다. 기원전 399년, 그리스 아테네의 한 법정에서 71세 노(老)철학자 소크라테스(BC 469~...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11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례적으로 ‘우량 주식’ 두 종목을 소개했다. 지난해 주식시장 침체에도 안정적으로 주가를 유지하고 국채 수익률보다 높은 연 5.5~7.0%의 배당 수익을 안겨줬다는 것이다. 두 종목은 공모·상장형 리츠(이하 공모 리츠)인 신한알파리츠와 이리츠코크렙이다.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회사)는 투자자(주주)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고, 그 수익을 ...
아침에 눈을 뜨면 커튼이 자동으로 열리고 인공지능(AI) 비서가 혈압과 맥박 등 몸 상태를 알려준다. 양치질을 하면서 세면대 매직미러를 통해 기온, 미세먼지 농도, 교통상황 등 출근 준비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확인한다. 자율주행차와 지능형 교통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가장 빠른 길로 직장에 간다. 정부가 최근 공개한 ‘2022년 스마트시티(smart-city) 생활상’이다. 스마트시티는 정보통신기술(ICT), AI, 사물인터...
1997년 홍콩 반환을 앞두고 30여만 명의 홍콩인이 해외로 이주했다. 당시 캐나다 밴쿠버는 이민 온 홍콩인이 워낙 많아 ‘홍쿠버(Hongcouver)’로 불릴 정도였다. 장쩌민 당시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나서 홍콩 민심을 달랬다. “50년간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나라 두 체제)’를 약속했던 덩샤오핑 동지의 유지를 굳건히 받들겠다.” 중국 지도자들은 이후에도 ‘일국...
“사회주의가 내세우는 이상은 실현 불가능한 것이다. 역사적 경험들이 이를 말해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사회주의 정책으로 인해 사회가 파괴되고 난 다음에야 이런 경험들을 체득하는 경우가 많다.”프랑스의 군중심리학 대가인 귀스타브 르 봉(1841~1931)은 1896년 출간한 《사회주의의 심리학》에서 당시 유럽을 휩쓸던 사회주의의 허구성과 위험을 경고했다. 그는 “사회주의가 ‘핍박 없는 모두가 잘사는 평등사회’를 주창하지만, 사회발전 원동력인 개인의 자유와 창의를 억압하기 때문에 결국 핍박과 빈곤을 낳을 뿐”이라고 역설했다.“국가 간섭주의 확산 경계해야”르 봉은 유혈혁명을 부르짖는 사회주의 광기(狂氣)를 경계했다. “오늘날(1890년대) 상황은 혁명을 통해 사회 모순을 단번에 해결하려 했던 프랑스 대혁명 때를 떠올리게 한다. 사회주의의 득세는 피와 혼란, 독재로 귀결됐던 선례(先例)를 답습할 가능성을 높인다.”그는 사회주의 이념이 확대 재생산되는 데는 ‘얼치기 지식인’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가장 위험한 사회주의 사도(使徒)는 책에 담긴 지식 외에는 아무런 지식이 없는 학자들이다. 정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면서 ‘선의(善意)’를 가장한 구호로 민중을 선동한다. 문학가인 모레스 바레가 지적했듯이 현실과 유리된 이론가들은 사회 번영을 해친다.”사회주의는 여러 가지 모순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생명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성이나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신앙’으로 자리잡았다는 판단에서였다. “사회주의 이론이 내포한 모순들이 사회주의의 승리를
스페인 독감이 발병한 1918년만 해도 인류는 독감과 감기의 차이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독감을 환절기마다 찾아오는 ‘독한 감기’ 정도로 여길 정도였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 막바지인 그해 3월 미국 시카고에서 창궐한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를 휩쓸면서 약 5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1차 세계대전 사망자의 5배 이상이 독감으로 죽은 것이다. 당시 비참전국이어서 전시 보도통제가 없었던 스페인에서 관련 기사가 자주 보도...
중소기업 위상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숫자가 있다. 국내 기업의 99%, 고용의 88%를 차지한다는 ‘9988’이다. ‘9988’은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2015년 중소기업 위상지표’에 처음으로 등장한 이후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상징하는 대명사가 됐다. 역대 정부치고 ‘중소기업 육성’을 선거공약으로 내걸지 않은 적이 없었다. ‘중소기업...
“전국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의 1만7561개 교실이 지붕이 없는 노천 교실. 새로 지어야 할 학교는 632개 교. 세계 최빈국인 대한민국은 초등교육 의무화를 감당할 능력이 없다.” 6·25전쟁 발발 직전인 1950년 1월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의 특사로 방한한 필립 C 제섭 무임소 대사가 작성한 보고서 일부다. 열악하기 짝이 없었던 교육 환경을 그대로 보여준다. 당시 대한민국 1인당 국민소득은 50달러...
“험난한 시대를 헤쳐 나갈 지략을 담은 ‘인간학의 보고(寶庫)’.”(대만의 인문학 선구자 양자오) 중국 전한(前漢, BC 206~AD 8) 말기 학자인 유향(劉向)이 편찬한 <전국책(戰國策)>은 ‘인간학의 교과서’로 불린다. <전국책>은 ‘싸우는 나라들의 책략(策略)’이라는 뜻이다. 공자가 편찬한 역사서 <춘추(春秋)>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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