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문화부에서 클래식 음악을 비롯한 공연예술 전반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ksoohyun@hankyung.com
피아니스트 조성진(30)이 내년 명문 클래식 음반사 도이치그라모폰(DG)을 통해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1875~1937)의 피아노 독주 전곡과 피아노 협주곡 앨범을 연이어 발표한다. 라벨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는 위해서다.22일 유니버설뮤직에 따르면 내년 1월 17일 조성진의 '라벨: 피아노 독주 전곡집'이 발매된다. 2월 21일엔 안드리스 넬손스가 지휘하는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BSO)와 라벨 피아노 협주곡,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을 녹음한 음반 '라벨: 피아노 협주곡집'도 내놓는다.조성진은 “한 작곡가의 전곡을 연주하거나 녹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라벨의 음악이 가진 다양한 측면에 몰입하는 과정이 매우 즐거웠고, 전보다 훨씬 더 그에 대해 깊이 이해하게 됐다”고 전했다.라벨의 고국인 프랑스에서 유학 경험(파리 국립고등음악원)이 있는 조성진은 작곡가에 대한 자신만의 시각을 밝히기도 했다. “라벨의 음악에서 찾을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 색채, 감정은 나를 언제나 매료시킨다”며 “라벨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알고 있었던 작곡가이기에 그가 남긴 구체적 지시를 (최대한) 따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고 말했다.“예를 들어 라벨의 ‘거울’은 매우 까다로운 기교를 요구하는 작품이에요. 상당히 섬세하고 드라마틱하면서도 상상력과 색채가 풍부한 곡이라서 모든 지시를 적용하기란 거의 불가능하죠. 그래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조성진은 넬손스가 이끄는 BSO와의 작업에 대한 소회도 전했다. 그는 “BSO와 연주할 때면 마치 프랑스 정신이 그들의 피에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며 “그들은 나에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되노라. 수백만의 사람들이여, 서로 끌어안아라! 전 세계의 입맞춤을 받으라!”1824년 5월 7일 오스트리아 빈의 케른트너토어 극장에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이 초연됐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연주를 마치고 악기를 내리자 객석에선 참을 수 없다는 듯 엄청난 환호와 박수 세례가 쏟아져 나왔다. 소리를 들을 수 없어 뒤늦게 몸을 돌린 베토벤을 위해 청중은 모자와 손수건을 연신 흔들며 경의를 표했다.경이로울 정도로 아름다운 선율뿐 아니라 국적과 인종, 나이, 성별 등 경계를 뛰어넘어 모두 하나 되자는 평화의 메시지가 담긴 인류 최고의 명작 ‘합창 교향곡’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지금으로부터 딱 200년 전 일이다.오늘날 베토벤 합창 교향곡은 세계 클래식 음악계 ‘연말 단골 레퍼토리’로 통한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 성탄절 ‘전설의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이 동베를린에서 지휘한 작품이 바로 이 교향곡이다. 당시 번스타인이 합창 교향곡 4악장 ‘환희의 송가’를 ‘자유의 송가’로 바꿔 부르게 한 일화는 지금도 회자된다.올해도 국내 주요 오케스트라가 합창 교향곡을 전국 곳곳에서 들려준다. 먼저 서울시립교향악단은 다음달 19~2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합창 교향곡을 연주한다. 네덜란드 출신 명장 얍 판 츠베덴이 지휘봉을 잡고 소프라노 황수미, 메조소프라노 이아경, 테너 김성호, 베이스 박종민 등 정상급 성악가가 무대에 오른다.합창 교향곡에 앞서 바이올린, 첼로, 바순, 오보에 솔로가 등장하는 하이든 ‘신포니아 콘체르탄테’를 배치해 같은 고전주의 시대 작품이지만 완전히 다른 음악
지난 20일 밤 10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로비엔 전례 없는 ‘정체 현상’이 빚어졌다. ‘피아노의 황제’로 불리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53)이 예정에 없던 사인회를 공연 직후 열겠다고 밝히면서다. 20대 젊은 여성들은 “이게 무슨 일이야”라고 놀라워하며 빠르게 객석을 뛰쳐나갔고, 한 70대 노부부는 “사인회 안 한다고 해서 앨범도 안 가지고 왔는데…”라고 말끝을 흐리면서도 줄을 설 수 있는지 연신 두리번거렸다. 사인회 줄이 이미 마감됐다는 안내요원의 외침에도 ‘키신의 얼굴과 손만이라도 보겠다’는 사람들은 반원형의 ‘구름 인파’를 이루며 한동안 자리에서 떠날 줄 몰랐다. 그가 어떤 피아니스트인지 일단 들어보면 이런 반응이 괜한 호들갑이 아니란 걸 알 수 있다.키신은 지난 40년간 세계 최정상 자리를 한순간도 놓쳐본 적 없는 ‘불세출(不世出)의 피아니스트’다. 1971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그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에 천재적인 재능을 보였다. 2세 때 악보 없이 즉흥 연주로 피아노를 치기 시작한 그는 13세에 모스크바 국립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과 2번을 협연한 무대에서 믿을 수 없는 연주력을 선보이며 이름을 알렸다. 1980년대 피아니스트 키신은 바이올리니스트 바딤 레핀, 막심 벤게로프와 함께 ‘러시아 신동 삼총사’로 불렸다. 17세 때 카라얀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 음악회 솔리스트로 발탁된 데 이어 19세 때 미국 카네기홀의 100주년 기념 공연 오프닝 무대 주인공으로 선정되면서 유럽과 미국 클래식 음악계를 뒤흔들었다. 그해 주빈
지난 20일 밤 10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로비엔 전례 없는 ‘정체 현상’이 빚어졌다. ‘피아노의 황제’로 불리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53)이 예정에 없던 사인회를 공연 직후 열겠다고 밝히면서다. 20대 젊은 여성들은 “이게 무슨 일이야”라고 놀라워하며 빠르게 객석을 뛰쳐나갔고, 한 70대 노부부는 “사인회 안 한다고 해서 앨범도 안 가지고 왔는데…”라고 말끝을 흐리면서도 줄을 설 수 있는지 연신 두리번거렸다.사인회 줄은 이미 마감됐단 안내요원의 외침에도 ‘키신의 얼굴과 손만이라도 보겠다’는 사람들은 반원형의 ‘구름 인파’를 이루며 한동안 자리에서 떠날 줄 몰랐다. 그가 어떤 피아니스트인지 일단 들어보면 이런 반응이 괜한 호들갑이 아니란 걸 알 수 있다.키신은 2살 때 악보 없이 즉흥으로 피아노를 연주하고, 17살 때 카라얀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 음악회 솔리스트로 발탁된 데 이어 지난 40년간 최정상의 자리를 한순간도 놓쳐본 적 없는 ‘불세출(不世出)의 피아니스트’다. 13살 때 모스크바 국립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과 2번을 협연한 무대에서 믿을 수 없는 연주력을 선보이면서 이름을 알렸고, 불과 19세 때 미국 카네기홀의 100주년 기념 공연 오프닝 무대 주인공으로 선정되면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그해 주빈 메타가 지휘하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솔리스트로도 발탁된 그는 지금까지 그래미상, 에디슨상, 황금 디아파종상, 그랑프리 뒤 디스크상, 에코 클래식상 등 주요 음악상을 모조리 휩쓴 피아니스트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카
“조성진(30)이 칭찬에 알레르기가 있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이 말은 꼭 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마치 윔블던 챔피언십에서 선수들이 테니스공을 주고받듯이 오케스트라와 첨예하게 호흡할 줄 알고, 어떤 부분도 염려할 필요가 없는 (세계에서) 보기 드문 피아니스트입니다.”영국 출신 지휘 거장 사이먼 래틀(69)은 19일 서울 잠실동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독일 명문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 내한공연 간담회에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은 피아니스트와 오케스트라가 서로를 절대적으로 의지하고, 긴밀히 맞물려서 연주해야 하는 작품인데 조성진은 이를 훌륭하게 해낸다”며 이렇게 말했다.래틀은 베를린 필하모닉(2002~2018년), 런던 심포니(2017~2023년)에 이어 지난해부터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을 이끌고 있는 세계적인 지휘자다. 그가 피아니스트 조성진에 대한 각별한 신뢰를 드러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래틀은 2017년 베를린 필 연주부터 줄곧 내한공연을 치를 때마다 망설임 없이 조성진을 협연자로 선택해 왔다.그가 다시 한번 조성진과 함께 한국 청중을 만난다. 20~2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의 내한공연에서다. 2018년 주빈 메타 지휘로 무대에 오른 지 6년 만이다.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은 한국(2회)을 시작으로 일본(6회) 대만(4회) 등으로 이어지는 이번 아시아 투어에서 조성진을 단독 협연자로 결정했다. 래틀은 “조성진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는 연주자”라며 “더 나은 연주를 들려주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했다.1949년 창단된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은 오이겐 요훔, 로린 마젤, 마리스 얀손스 등 전설적
“조성진이 칭찬에 알레르기가 있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 말은 꼭 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마치 윔블던 챔피언십에서 선수들이 테니스공을 주고받듯이 오케스트라와 첨예하게 호흡할 줄 알고, 어떤 부분도 염려할 필요가 없는 (세계에서) 보기 드문 피아니스트입니다.” 영국 출신의 지휘 거장 사이먼 래틀(69)은 19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독일 명문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 내한공연 간담회에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은 피아니스트와 오케스트라가 서로를 절대적으로 의지하고, 긴밀히 맞물려서 연주해야 하는 작품인데 조성진은 이를 훌륭하게 해낸다”며 이렇게 말했다. 래틀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2002~2018년),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2017~2023년)에 이어 지난해부터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을 이끌고 있는 세계적인 지휘자다. 그가 피아니스트 조성진에 대한 각별한 신뢰를 드러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래틀은 베를린 필 시절부터 줄곧 내한공연을 치를 때마다 망설임 없이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협연자로 선택했다. 래틀은 조성진에게 ‘건반 위의 시인’이란 별칭을 붙여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가 다시 한번 조성진과 함께 한국 청중을 만난다. 오는 20~2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의 내한공연에서다. 2018년 주빈 메타 지휘로 무대에 오른 지 6년 만이다.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은 한국(2회)을 시작으로 일본(6회), 대만(4회) 등으로 이어지는 이번 아시아 투어에서 조성진을 단독 협연자로 결정했다. 래틀은 “조성진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훌륭히 소화할 수 있는 연
피아니스트 임윤찬(20·사진)이 지난 13일 프랑스에서 열린 ‘올해의 디아파종 황금상’ 시상식에서 ‘젊은 음악가’ 부문 을 수상했다. 지난 4월 영국 명문 음반사 데카와 전속 계약하고 발매한 첫 앨범 ‘쇼팽: 에튀드’로 이뤄낸 쾌거다.임윤찬은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 열린 ‘그라모폰 클래식 뮤직 어워즈’에서도 같은 음반으로 피아노 부문과 ‘올해의 젊은 예술가’ 부문을 수상했다. 2022년 밴클라이번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을 한 지 2년 만에 유럽 주요 클래식 음반상을 연달아 석권한 셈이다.디아파종은 영국 그라모폰과 함께 국제적 권위를 자랑하는 프랑스의 클래식 전문지다. 디아파종은 매달 예술적 성과를 달성한 음반을 선정해 디아파종 황금상을 수여하고, 매년 말 이 가운데 최고작을 선정해 올해의 디아파종 황금상을 시상한다. 임윤찬은 지난 6월 ‘쇼팽: 에튀드’ 앨범으로 디아파종 황금상을 받았다.그는 이달 캔자스시티심포니(지휘 마티아스 핀처), 뉴욕필하모닉(지휘 가즈키 야마다) 등과의 협연을 마친 뒤 다음달 도이치캄머필하모닉(지휘 파보 예르비) 내한공연의 협연자로 무대에 오르기 위해 귀국할 예정이다.김수현 기자
피아니스트 임윤찬(20)이 지난 13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열린 ‘올해의 디아파종 황금상’ 시상식에서 ‘젊은 음악가’ 부문을 수상했다. 지난 4월 영국 명문 음반사 데카와 전속 계약을 맺고 발매한 첫 앨범 ‘쇼팽: 에튀드’로 이뤄낸 쾌거다. 임윤찬은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 열린 ‘그라모폰 클래식 뮤직 어워즈’에서도 같은 음반으로 피아노 부문과 ‘올해의 젊은 예술가’ 부문을 수상했다. 2022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을 거둔 지 2년 만에 유럽의 주요 클래식 음반상을 연달아 석권한 셈이다. 디아파종은 영국의 그라모폰과 함께 국제적 권위를 자랑하는 프랑스의 클래식 전문지다. 디아파종은 매달 뛰어난 예술적 성과를 달성한 음반을 선정해 ‘디아파종 황금상’을 수여하고, 매년 연말 그중 최고작을 선정해 ‘올해의 디아파종 황금상’을 시상하고 있다. 임윤찬은 지난 6월 ‘쇼팽: 에튀드’ 앨범으로 ‘디아파종 황금상’을 받았다. 임윤찬은 이달 캔자스 시티 심포니(지휘 마티아스 핀처 지휘), 뉴욕 필하모닉(지휘 카즈키 야마다) 등과의 협연을 마친 뒤, 오는 12월 도이치 캄머필하모닉(지휘 파보 예르비) 내한 공연의 협연자로 무대에 오르기 위해 귀국할 예정이다.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경의로운 피아니스트.’ 러시아 출신 명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1971~)을 두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남긴 찬사다. ‘피아노의 황제’로 불리는 그는 전설의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딸 아라벨이 “내 생에 딱 한 번 아버지가 우는 모습을 봤는데, (이는) 잘츠부르크에서 열린 키신의 오디션 직후였다”고 언급한 인물로도 유명하다.키신은 여섯 살이 되던 해 모스크바 그네신음악원의 영재 특수학교에 입학하면서 ‘피아노 신동’으로 주목받았다. 1984년 모스크바 국립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과 2번을 협연한 무대에서 흠결 없는 연주력을 선보이며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렸다.1988년 카라얀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 음악회 솔리스트, 1990년 주빈 메타가 지휘하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솔리스트 등으로 발탁되면서 세계적인 반열에 올랐다. 1990년엔 19세의 나이로 미국 카네기홀의 100주년 기념 공연 오프닝 무대 주인공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얻었다. 그는 그래미상, 에디슨상, 황금 디아파종상, 그랑프리 뒤 디스크상, 에코 클래식상 등 지난 40년간 주요 음악상을 휩쓴 피아니스트로도 잘 알려져 있다.키신이 한국을 찾는다. 그는 오는 2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피아노 리사이틀을 열 예정이다.김수현 기자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되노라. 수백만의 사람들이여, 서로 끌어안아라! 전 세계의 입맞춤을 받으라!” 1824년 5월 7일 오스트리아 빈의 케른트너토르 극장에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이 초연됐을 때, 공연장은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였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연주를 마치고 악기를 내리자 객석에선 참을 수 없다는 듯 엄청난 환호와 박수 세례가 쏟아져나왔고, 소리를 들을 수 없어 뒤늦게 몸을 돌린 베토벤을 위해 청중은 모자와 손수건까지 연신 흔들면서 경의를 표했다. 경이로울 정도로 아름다운 선율뿐 아니라 국적과 인종, 나이, 성별 등 모든 경계를 뛰어넘어 모두 하나 되자는 평화의 메시지가 담긴 인류 최고의 명작 ‘합창 교향곡’ 탄생의 순간이었다. 지금으로부터 딱 200년 전의 일이다. 오늘날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은 세계 클래식 음악계 ‘연말 단골 레퍼토리’로 통한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 성탄절 ‘전설의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이 동베를린에서 지휘한 작품도 바로 이 교향곡이었다. 당시 번스타인이 합창 교향곡 4악장 ‘환희의 송가’를 ‘자유의 송가’로 바꿔 부르게 한 일화는 지금도 회자될 정도로 유명하다.올해 한국에서도 주요 오케스트라가 ‘합창 교향곡’을 전국 곳곳에서 들려준다. 먼저 서울시향은 다음 달 19~2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베토벤 합창 교향곡을 연주한다. 네덜란드 출신 명장 얍 판 츠베덴이 지휘봉을 잡고, 소프라노 황수미, 메조소프라노 이아경, 테너 김성호, 베이스 박종민 등 정상급 성악가들이 무대에 오른다. 합창 교향곡에 앞서 바이올린, 첼로, 바순, 오보에 솔
지난 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연습실. 2012년 베르디콩쿠르, 2014년 비냐스콩쿠르와 툴루즈콩쿠르 등 세계 유수의 콩쿠르에서 연달아 우승을 차지한 테너 김정훈(36)과 2014년 퀸엘리자베스콩쿠르에서 우승한 소프라노 황수미(38)가 피아노 옆에 나란히 서서 서정적인 선율을 뽑아냈다. 오는 21~24일 공연하는 자코모 푸치니(1858~1924)의 오페라 ‘라 보엠’에서 남녀 주인공 로돌포와 미미 역을 맡은 성악가들이다.서울시오페라단이 창단 39년 만에 처음으로 푸치니 오페라 ‘라 보엠’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린다. ‘라 보엠’은 1830년대 프랑스 파리의 다락방에 사는 가난한 젊은 예술가들의 삶과 사랑 이야기를 그린 오페라다.이번 공연 주요 출연진(1982~2000년생)은 MZ세대로 꾸려졌다. 미미 역에는 황수미와 함께 2011년 차이콥스키콩쿠르 우승자인 소프라노 서선영이 출연한다. 로돌포 역은 테너 김정훈과 벨베데레콩쿠르 등에서 입상한 테너 문세훈이 번갈아 맡는다. 황수미는 “20·30대 동료들과 함께 무대를 준비하다 보니 극 중 젊은 예술가의 영혼과 느낌을 더 생생하게 담아낼 수 있는 순간들이 있다”며 “특유의 풋풋한 감정과 에너지를 더 잘 전달하기 위해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앞서 영국 런던 로열오페라하우스에서 같은 역으로 호평받은 김정훈은 남다른 자신감을 내보이기도 했다. 그는 “해외 오페라극장에서 100여 차례 불렀을 정도로 많은 훈련을 거친 로돌포 역을 한국에서도 선보일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 했다.이번 공연은 지난해 아시아 남성 최초로 퀸엘리자베스콩쿠르에서 우승한 바리톤 김태한의 국내 오페라 데뷔 무대이기도
중국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차오원 뤄(23)가 지난 9일 경남 통영국제음악당에서 폐막한 ‘2024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했다. 그는 이날 결선 무대에서 크리스토프 포펜이 지휘하는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TFO)와 함께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했다. 2위는 한국의 박은중(23), 3위는 한국의 심동영(23)에게 돌아갔다. 윤이상콩쿠르 우승자에겐 상금 3000만원이 주어지며, 2위까지 예술요원 병역특례 혜택을 받게 된다.차오원 뤄는 우승 직후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기교적인 부분을 완벽하게 해내겠다는 생각보단 나만의 색채로 작품에서 느낀 감정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며 “앞으로도 연주자로서 큰 욕심을 부리기보단 정도(正道)를 지키며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가고 싶다”고 말했다.윤이상콩쿠르는 통영 출신의 세계적 작곡가 고(故) 윤이상을 기리기 위해 2003년 창설된 경연 대회다. 국내에서 최초로 유네스코 산하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WFIMC)에 가입한 콩쿠르로 매년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부문이 번갈아 열린다. 러시아 차이콥스키콩쿠르 우승자 나레크 하크나자리안(2006·첼로), 영국 리즈콩쿠르 우승자 소피아 굴리악(2008·피아노), 미국 밴클라이번콩쿠르 우승자 임윤찬(2019·피아노) 등 명연주자들이 이 콩쿠르를 거쳤다.차오원 뤄는 중국에서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은 바이올리니스트다. 유명 피아니스트 랑랑, 유자 왕 등을 배출한 베이징중앙음악원에서 공부한 수재로 지난해 차이콥스키콩쿠르 3위에 올라 이름을 알렸다.차오원 뤄는 함께 연주해보고 싶은 한국 음악가로 피아니스트 임윤찬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중국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차오원 뤄(23)가 지난 9일 경남 통영국제음악당에서 폐막한 ‘2024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했다. 그는 이날 결선 무대에서 크리스토프 포펜이 지휘하는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TFO)와 함께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했다. 2위는 한국의 박은중(23), 3위는 한국의 심동영(23)에게 돌아갔다. 윤이상콩쿠르 우승자에겐 상금 3000만원이 주어지며, 2위까지 예술요원 병역특례 혜택을 받게된다.차오원 뤄는 우승 직후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기교적인 부분을 완벽하게 해내겠단 생각보단 나만의 색채로 작품에서 느낀 감정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며 “앞으로도 연주자로서 큰 욕심을 부리기보단 정도(正道)를 지키며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가고 싶다”고 말했다.윤이상콩쿠르는 통영 출신의 세계적 작곡가 고(故) 윤이상을 기리기 위해 2003년 창설된 경연 대회다. 국내에서 최초로 유네스코 산하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WFIMC)에 가입한 콩쿠르로 매년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부문이 번갈아 열린다. 러시아 차이콥스키콩쿠르 우승자 나레크 하크나자리안(2006·첼로), 영국 리즈콩쿠르 우승자 소피아 굴리악(2008·피아노), 미국 밴클라이번콩쿠르 우승자 임윤찬(2019·피아노) 등 명연주자들이 이 콩쿠르를 거쳤다.차오원 뤄는 중국에서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은 바이올리니스트다. 유명 피아니스트 랑랑, 유자 왕 등을 배출한 베이징 중앙음악원에서 공부한 수재로 지난해 차이콥스키콩쿠르 3위에 오르면서 이름을 알렸다. 같은 해 칭다오국제바이올린콩쿠르에서 준우승과 함께 야오지 린 특별상을
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연습실. 2012년 베르디 콩쿠르, 2014년 비냐스 콩쿠르·툴루즈 콩쿠르 등 세계 유수의 명문 콩쿠르에서 연달아 우승을 차지한 테너 김정훈(36)과 2014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소프라노 황수미(38)가 피아노 옆에 자리를 잡고 나란히 마주섰다. 이달 말 개막하는 자코모 푸치니(1858~1924) 오페라 ‘라 보엠’에서 남녀 주인공 로돌포와 미미 역을 맡은 이들은 노래하는 내내 서로에게 눈을 떼지 않으면서 긴 호흡으로 푸치니 특유의 서정적인 선율을 읊어냈다. 소리를 길고 넓게 뻗어내는 김정훈의 풍부한 성량 위로 유려하면서도 선명한 황수미의 음색이 포개지면서 생겨나는 싱그러운 에너지는 인상적이었다.서울시오페라단이 오는 21~24일 푸치니 오페라 ‘라 보엠’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린다. 푸치니 서거 100주기를 기념하는 무대로, 서울시오페라단이 이 오페라를 공연하는 건 창단 39년 만에 처음이다. ‘라 보엠’은 1830년대 프랑스 파리의 다락방에 사는 젊고 가난한 예술가들의 삶과 사랑 이야기를 그린 오페라다. 엄숙정 연출가는 이날 간담회에서 “푸치니의 청춘 일기 속 한 페이지를 꺼내 읽어주는 것처럼 공연을 만들고 싶단 생각에 거대한 서재와 책 무더기가 연상되는 무대를 준비했다”며 “굉장히 일상적인 소재지만, 풍성하고 서정적인 푸치니의 선율이 더해지면서 발현되는 고전의 매력을 제대로 살려낼 것”이라고 말했다.이번 공연 주요 출연진(1982~2000년생)은 ‘MZ 세대’로 꾸려졌다. 여주인공 미미 역에는 소프라노 황수미와 함께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인 소프라노 서선영이 출연한다.
“나는 어디에서나 이방인이다.”‘바이로이트의 영웅’으로 불리는 세계적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52·사진)은 6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슈베르트 가곡 ‘방랑자’ 중 한 구절을 인용하며 “난 지난 28년간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철저히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살아왔다”고 했다. 그는 “나의 출발지이자 종착지인 한국에서 끊임없이 방랑했던 나의 인생을 가감 없이 드러낼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었다”고 덧붙였다.사무엘 윤은 2012년 동양인 최초로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개막공연 주역을 꿰찬 데 이어 2022년 독일어권 성악가 최고 영예인 ‘궁정가수’(카머쟁어) 칭호를 받은 인물. 그가 예술의전당 ‘보컬 마스터 시리즈’의 마지막 주인공으로 무대에 오른다. 오는 1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피아니스트 박종화, 아벨 콰르텟과 함께 ‘방랑자, 영웅의 여정’을 주제로 공연을 선보인다.이번 무대는 평범한 클래식 공연과 거리가 있다.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출신 사진작가 겸 비주얼 아티스트 박귀섭이 사무엘 윤과 공동 연출을 맡았다. 오페라를 연상케 하는 무대 소품과 영상, 세 명의 무용수 등이 함께한다.프로그램은 ‘고독’ ‘슬픔’ ‘혼돈’ ‘절망과 죽음’ ‘구원과 소망’이라는 다섯 가지 요소로 세분화했다. 성악곡을 중심으로 진행하되, 기악곡도 사이에 배치했다. 사무엘 윤은 “‘삶의 여정’을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음악극이 될 것”이라고 했다.김수현 기자
“나는 어디에서나 이방인이다.”‘바이로이트의 영웅’으로 불리는 세계적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52·사진)은 6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슈베르트 가곡 ‘방랑자’ 중 한 구절을 인용하며 “난 지난 28년간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철저히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살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의 출발지이자 종착지인 한국에서 끊임없이 방랑했던 나의 인생을 가감 없이 드러낼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었다”고 덧붙였다.사무엘 윤은 2012년 동양인 최초로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개막공연 주역을 꿰찬 데 이어 2022년 독일어권 성악가 최고 영예인 ‘궁정가수’(카머쟁어) 칭호를 받은 인물. 그가 예술의전당 ‘보컬 마스터 시리즈’의 마지막 주인공으로 무대에 오른다. 오는 16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피아니스트 박종화, 아벨 콰르텟과 함께 ‘방랑자, 영웅의 여정’을 주제로 공연을 선보인다.이번 무대는 평범한 클래식 공연과 거리가 있다.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출신 사진작가 겸 비주얼 아티스트 박귀섭이 사무엘 윤과 공동 연출을 맡았다. 오페라를 연상케 하는 무대 소품과 영상, 3명의 무용수 등이 함께 한다. 사무엘 윤은 “관객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색다르고 더 새롭고 더 흥미로운 무대를 보여드릴 수 있을까 고심 끝에 내놓은 결과물”이라며 “지금은 성악과 기악, 무용 장르가 융합된 정도지만, 내가 무대 위에서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건 ‘종합예술’”이라고 했다.공연 프로그램은 ‘고
이달 22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클래식 공연 ‘벨벳 세레나데: 체코 음악의 밤’이 열린다. 주한 체코문화원과 예술의전당이 공동 주최하는 이 음악회는 1924년 이후 10년마다 돌아오는 ‘체코 음악의 해’(2024), 그리고 체코에서 공산 정권을 몰아낸 벨벳 혁명(1989)의 시작일인 11월 17일 ‘자유와 민주 항쟁의 날’을 기념하는 자리다.이번 공연엔 2021년 체코 프라하의 봄 국제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과 5개 특별상을 휩쓸며 이름을 알린 아레테 콰르텟이 참여한다. 아레테 콰르텟은 지난해 모차르트 국제콩쿠르에서 우승과 함께 ‘모차르트 최고 해석상’까지 거머쥐며 탁월한 실력을 증명한 현악 사중주단이다. 지난 4월엔 프랑스 리옹 국제 실내악 콩쿠르에서 우승과 더불어 5개 특별상을 받아 6관왕에 올랐다.체코 출신 유명 피아니스트 다비드 칼후스도 무대를 빛낸다. 그는 바로크·고전주의·낭만주의 시대 음악은 물론 20·21세기 현대음악 연주에도 능통하다는 평가를 받는 연주자다. 도메니코 스카를라티, 죄르지 리게티, 레오시 야나체크 작품 해석이 뛰어난 피아니스트로 잘 알려졌다. 프라하 콘서바토리, 미국 예일대와 노스웨스턴대 등에서 수학한 그는 뉴욕에 거주하며 플로리다주립대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이번 공연 프로그램은 체코를 대표하는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자크(1841~1904), 레오시 야나체크(1854~1928)의 작품으로 채워진다. 야나체크의 현악 사중주 1번 ‘크로이처 소나타’, 피아노 소나타 ‘1905년 10월 1일(거리에서)’, 드보르자크의 피아노 오중주 2번 등이 차례로 연주될 예정이다.미샤 에마노브스키 주한체코문
이달 22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클래식 공연 ‘벨벳 세레나데: 체코 음악의 밤’이 열린다. 주한체코문화원과 예술의전당이 공동 주최하는 이 음악회는 1924년 이후 10년마다 돌아오는 ‘체코 음악의 해(2024)’, 그리고 체코에서 공산 정권을 몰아낸 벨벳 혁명(1989)의 시작일인 11월 17일 ‘자유와 민주 항쟁의 날’을 기념하는 자리다.이번 공연엔 2021년 체코 프라하의 봄 국제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과 5개 특별상을 휩쓸면서 이름을 알린 아레테 콰르텟이 참여한다. 아레테 콰르텟은 지난해 모차르트 국제콩쿠르에서 우승과 함께 ‘모차르트 최고 해석상’까지 거머쥐며 탁월한 실력을 증명해낸 현악 사중주단이다. 지난 4월엔 프랑스 리옹 국제 실내악 콩쿠르에서 우승과 더불어 5개 특별상을 받아 6관왕에 올랐다.체코 출신 유명 피아니스트 다비드 칼후스도 무대를 빛낸다. 그는 바로크·고전주의·낭만주의 시대 음악은 물론 20·21세기 현대음악 연주에도 능통하다는 평가를 받는 연주자다. 특히 도메니코 스카를라티, 죄르지 리게티, 레오시 야나체크 작품에 대한 해석이 뛰어난 피아니스트로 잘 알려져 있다. 프라하 콘서바토리, 예일대학교, 노스웨스턴대학교 등에서 수학한 그는 현재 미국 뉴욕에 거주하며 플로리다 주립대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이번 공연 프로그램은 체코를 대표하는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자크(1841~1904), 레오시 야나체크(1854~1928)의 작품으로 채워진다. 야나체크의 현악 사중주 1번 ‘크로이처 소나타’, 야나체크의 피아노 소나타 ‘1905년 10월 1일(거리에서)’, 드보
세계 클래식 음악계가 ‘새로운 세대의 마에스트라’(여성 지휘자)를 꼽을 때 빠지지 않는 한국인이 있다. 2017년 노르웨이 정상급 악단인 트론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를 맡은 데 이어 2022년 9월 독일 명문 함부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수석객원지휘자 자리까지 꿰찬 장한나(1982~·사진)다.그는 1994년 12세 나이로 로스트로포비치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해 ‘첼로 신동’으로 이름을 알렸다. 2003년엔 세계적 클래식 음반 시상식인 그라모폰 클래식 뮤직 어워즈에서 협주곡 부문을 수상해 연주자로서 최고의 영예를 안았다.그가 지휘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건 2007년부터다. 2013년 트론헤임 심포니의 수석객원지휘자로 발탁됐다. 같은 해 카타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그는 이듬해 영국 BBC 프롬스 무대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평단의 호평을 얻었다. 2015년엔 BBC 뮤직 매거진이 선정한 ‘최고의 여성 지휘자 19인’ 명단에 들어 다시금 주목받았다.장한나는 6~10일 열리는 대전그랜드페스티벌에서 예술감독을 맡는다.김수현 기자
“작곡할 때만큼 스스로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없는 것 같아요. 몇 날 며칠을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악보 쓰는 데만 매달리지만 막상 결과물을 보면 ‘쓰레기’ 같거든요. 매 작품 괴로움과 절망감에 몸서리를 치고서야 비로소 고통을 멈출 수 있죠.”이제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평범한 작곡가가 한 말이 아니다. 올해 클래식 음악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에른스트 폰 지멘스 음악상의 아시아 최초 수상자이자 세계적 명성에 빛나는 작곡의 거장(巨匠) 진은숙(63)의 이야기다. 지난달 26일 경남 통영에서 만난 진은숙은 이렇게 덧붙였다.“한 번도 내가 쓰고 있는 작품이 대단하다는 확신을 가져본 적이 없어요. 그럴 수 있다면 정말 신날 텐데 말이죠.”그가 지금껏 이뤄온 수많은 성과를 보면 이 말들이 지나친 겸손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진은숙은 세계 최정상 오케스트라인 베를린 필하모닉이 그의 주요 작품으로 전체 프로그램을 채운 음반 ‘진은숙 에디션’(2023)을 따로 발표할 정도로 현대음악계의 중심과도 같은 존재다. 그가 받은 상은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다. ‘그라베마이어상’(2004), ‘쇤베르크상’(2005), ‘모나코 피에르 대공 작곡상’(2010), ‘시벨리우스 음악상’(2017), ‘크라비스 음악상’(2018), ‘바흐 음악상(2019)’, ‘레오니 소닝 음악상’(2021) 등 지난 20년간 주요 음악상이 모두 그의 품으로 돌아갔다.베를린 필하모닉, 뉴욕 필하모닉 같은 명문 악단에서 연이어 신작을 위촉해 2028년까지 작곡 스케줄이 차 있다는 진은숙. 지난달 말 거주지인 독일 베를린을 떠나 한국의 젊은 작곡가 양성 프로그램인 통
지난달 27일 경남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 이날 공연장 일대는 서울 대전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인파로 온종일 북적였다. 국내에선 쉽게 보기 어려운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실내악 공연 때문이었다. 24일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추모 음악회, 25일과 26일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등 강행군을 마친 조성진은 서울에서 차로 6시간 거리의 통영까지 내달렸다. 그가 연주자 섭외부터 연습 일정 조율, 레퍼토리 선정까지 직접 챙긴 무대 ‘조성진과 친구들’을 위해서였다.독일 바이에른방송교향악단의 동양인 최초 제2바이올린 악장인 이지혜, 독일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부악장인 박규민, 독일 NDR 라디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비올라 수석 김세준, 아시아인 최초의 파블로 카살스 국제 첼로 콩쿠르 우승자인 문태국, 프랑스 파리 국립오페라극장 클라리넷 수석 김한, 노르웨이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호른 수석을 지낸 김홍박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오후 5시5분. 첫 작품은 브람스가 무료한 노년기에 클라리네티스트 리하르트 뮐펠트의 연주를 듣고 신선한 영감을 얻어 작곡한 ‘클라리넷 삼중주’였다. 묵직하면서도 매끄럽게 흐르는 문태국의 첼로 선율에 스며들 듯 차분하게 소리를 얹어낸 조성진은 첫 소절부터 탁월한 몰입력을 선보였다. 섬세하면서도 우아한 터치와 격정적이면서도 세찬 타건을 넘나들며 치밀하게 악상 전환을 이끌었고, 끊길 듯 끊기지 않는 유연한 프레이징으로 풍만한 양감을 선사했다.클라리네티스트 김한은 견고한 아티큘레이션(각 음을 분명하게 연주하는 기법)과 애수 어린 음색, 유려한 기교 처리로 거대한 두 악기에 뒤지지 않을 확실한 존재
피아니스트 임윤찬(20·사진)이 내년 통영국제음악제의 상주 음악가가 된다. 상주 음악가란 클래식 음악 축제, 오케스트라, 공연장에서 실력이 뛰어난 예술가를 초청해 독주(獨奏), 협연 등 핵심 프로그램을 선보이도록 하는 제도다. 2025년 통영국제음악제의 ‘간판 모델’ 역할을 하는 셈이다.30일 통영국제음악재단에 따르면 2025년 통영국제음악제의 상주 음악가로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첼리스트 파블로 페란데스가 선정됐다. 스페인 출신인 페란데스는 2021년 소니 클래시컬을 통해 발표한 데뷔 앨범 ‘리플렉션스’로 오푸스 클래식상을 받았다. 상주 작곡가로는 ‘밤과 트럼펫들’ ‘렛 미 텔 유’ 등을 쓴 덴마크 출신 한스 아브라함센이 발탁됐다. 임윤찬은 통영과 인연이 깊다. 그는 2019년 통영국제음악재단이 주관한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만 15세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우승을 차지했다. 박성용 영재 특별상도 그의 몫이었다.밴클라이번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거둔 해인 2022년엔 통영국제음악당에서 광주시향(지휘 홍석원)과 협연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등이 담긴 공연(2021) 실황 음반을 도이체그라모폰(DG) 레이블을 통해 발표하기도 했다.임윤찬은 이달 초 세계적 클래식 음반 시상식인 ‘그라모폰 클래식 뮤직 어워즈’에서 데카와 전속 계약을 맺고 발표한 첫 앨범 ‘쇼팽: 에튀드’로 피아노 부문과 특별상인 ‘올해의 젊은 예술가’ 부문을 차지했다. 오는 12월 에스토니아 출신 지휘자 파보 예르비가 이끄는 도이치 캄머필하모닉과의 협연을 위해 귀국할 예정이다.김수현 기자
“작곡할 때만큼 스스로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없는 것 같아요. 몇 날 며칠을 제대로 먹지도, 자지로 못하고 악보 쓰는 데만 매달리지만, 막상 결과물을 보면 ‘쓰레기’ 같거든요. 매 작품 엄청난 괴로움과 절망감에 몸서리를 치고서야 비로소 고통을 멈출 수 있죠. 정말 한 번도 제가 쓰고 있는 작품이 대단하단 확신을 가져본 적이 없어요. 그럴 수 있다면 너무나 신날 텐데 말이죠.”작곡가 진은숙(63)은 지난 2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제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평범한 작곡가의 말이라면 대수롭지 않게 넘겼겠지만, 그가 올해 초 ‘클래식 음악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에른스트 폰 지멘스 음악상의 수상자(아시아 최초)로 선정된 세계적 작곡가라는 걸 고려하면 쉬이 넘길 수 없는 얘기였다.진은숙은 세계 최정상 오케스트라인 베를린 필하모닉이 그의 주요 작품들로 전체 프로그램을 채운 음반 ‘진은숙 에디션’(2023)을 따로 발표할 만큼 국제적 명성을 지닌 거장(巨匠)이다. 지금까지 받은 음악상은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다. ‘그라베마이어상’(2004) ‘쇤베르크상’(2005) ‘모나코 피에르 대공 작곡상’(2010) ‘시벨리우스 음악상’(2017) ‘크라비스 음악상’(2018) ‘바흐 음악상(2019)’ ‘레오니 소닝 음악상’(2021) 등이 모두 진은숙에게 돌아갔다.베를린 필하모닉, 뉴욕 필하모닉 같은 명문 악단에서 연이어 신작을 위촉하는 탓에 이미 2028년까지 작곡 스케줄이 모두 차 있다는 진은숙. 지난달 말 거주지인 독일 베를린을 떠나 한국의 젊은 작곡가 양성 프로그램인 통영국제음악재단(TIMF) 아
피아니스트 임윤찬(20)이 내년 통영국제음악제의 상주 음악가가 된다. 상주 음악가란 클래식 음악 축제, 오케스트라, 공연장에서 실력이 뛰어난 예술가를 초청해 독주(獨奏), 협연 등 핵심 프로그램을 선보이도록 하는 제도다. 2025년 통영국제음악제의 ‘간판 모델’이자 ‘대표 얼굴’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30일 통영국제음악재단에 따르면 2025년 통영국제음악제의 상주 음악가로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첼리스트 파블로 페란데스가 선정됐다. 스페인 출신의 첼리스트 페란데스는 2021년 소니 클래시컬을 통해 발표한 데뷔 앨범 ‘리플렉션즈(Reflections)’로 오푸스 클래식상을 받은 실력파 연주자다. 상주 작곡가로는 ‘밤과 트럼펫들(Nacht und Trompeten)’, ‘렛 미 텔 유(Let me tell you)’ 등을 쓴 덴마크 출신의 한스 아브라함센이 발탁됐다. 임윤찬은 통영과 인연이 깊은 피아니스트다. 그는 2019년 통영국제음악재단이 주관하는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만 15세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면서 한국 클래식 음악계의 신성(新星)으로 주목받았다. 당시 박성용 영재 특별상도 그의 몫이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거둔 해인 2022년엔 통영국제음악당에서 광주시향(지휘 홍석원)과 협연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등이 담긴 공연(2021) 실황 음반을 도이치그라모폰(DG) 레이블을 통해 발표하기도 했다.임윤찬은 이달 초 세계적 클래식 음반 시상식인 ‘그라모폰 클래식 뮤직 어워즈’에서 데카와 전속 계약을 맺고 발표한 첫 앨범 ‘쇼팽: 에튀드’로 피아노 부문과 특별상인 ‘올해의 젊은 예술가’ 부문을
레이 첸의 본업은 어디까지나 바이올린 연주. 예술가로 벌여온 수많은 도전이 단순히 젊은 날의 ‘혈기’로 치부되지 않는 건 그가 놀라운 연주 실력과 음악에 대한 진지한 접근으로 세계에서 주목받는 ‘비르투오소’이기 때문이다. 대만에서 태어나 호주에서 자란 레이 첸은 이미 10대 시절부터 ‘바이올린 신동’으로 주목받은 연주자다. 네 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시작한 그는 열다섯 살이 되던 해 미국 명문 커티스음악원에 입학하면서 일찍부터 재능을 드러냈다. 차세대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이름을 알린 건 예후디 메뉴인 콩쿠르(2008),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2009) 등 국제적 권위의 대회를 석권하면서부터지만, 자신만의 음악 세계가 존재하는 ‘진정한 예술가’로 인정받기 시작한 건 그 이후다.레이 첸은 2011년 소니 클래시컬을 통해 타르티니의 ‘악마의 트릴’, 바흐의 ‘샤콘’ 등을 녹음한 데뷔 앨범 ‘비르투오소’로 음악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드러내면서 독일을 대표하는 음반상인 에코상을 차지했다. 그 이듬해엔 유럽 전역에 중계된 노벨상 콘서트에 역대 최연소 솔리스트로 초청되면서 전례 없는 연주 기록을 세웠다. 2015년엔 80만 관중이 모인 ‘바스티유 데이(프랑스 혁명 기념일)’ 콘서트에서 프랑스 국립 관현악단과 함께 기념비적인 연주를 선보였고, 2018년엔 프리츠 크라이슬러, 야샤 하이페츠 등 전설적인 바이올리니스트들이 작곡·편곡에 참여한 작품들을 조명한 음반 ‘골든 에이지’를 영국 명문 음반사 데카를 통해 발표하면서 평단으로부터 극찬을 얻었다. 당시 그라모폰 매거진은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연주&rd
“그의 손에서 음악은 마치 살아있는 것 같다.” 연주자에게 이보다 더한 찬사가 있을까. 국제적 권위의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이 극찬한 주인공은 대만계 호주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35). 그의 바이올린 연주를 들어보면 무슨 얘기인지 알 수 있다. 레이 첸은 결점 없는 기교와 탁월한 표현력으로 2008년 예후디 메뉴인 국제콩쿠르, 2009년 퀸 엘리자베스 국제콩쿠르에서 연이어 우승을 차지한 스타 바이올리니스트다. 소니, 데카 같은 명문 음반사를 통해 활동한 그는 2011년 독일을 대표하는 음반상인 에코 클래식 상을 거머쥐었고, 2017년 미국 포브스가 선정한 ‘30세 이하 영향력 있는 아시아인 30명’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면서 세계 정상급 바이올리니스트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지금까지 쌓아온 성과만 보면 평생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모범생(模範生)’으로 그를 속단하기 쉽지만, 그의 삶을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그가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수많은 ‘외도’를 허용해온 ‘모험생(冒險+生)’에 가깝다는 것을. 레이 첸은 미국과 유럽을 넘나드는 숨 가쁜 공연 일정에도 틈틈이 유튜브,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영상과 글을 올리며 열성적으로 대중과 교류한다. 연주 실황, 전공생을 위한 테크닉 연습 비법 영상부터 클래식 음악에 대한 대중의 흥미를 불러일으킬 만한 코믹 영상까지, 공유하는 콘텐츠 주제도 방대하다. 그는 활을 다리에 끼운 채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등 클래식계에서 금기시되는 행동도 서슴없이 보여준다. 울타리에 가로막힌 여러 마리의 말 앞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동물과 교감하는 그의 영상은 조회수 1000만회를
“현존하는 음악가 가운데 가장 뛰어나고 탐구적인 아티스트 중 한 명이다.”독일 출신 명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1966~·사진)를 두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남긴 찬사다. 독일 함부르크에서 태어난 테츨라프는 여섯 살 때 바이올린을 켜기 시작했다. 유명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해 주목받는 여느 연주자들과 달리 그는 스물두 살 때 미국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무대에서 출중한 연주력을 인정받아 이름을 알렸다. 이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로열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 등 최정상급 악단들과 호흡을 맞추며 세계적 반열에 올랐다.테츨라프는 베를린 필하모닉, 드레스덴 필하모닉, 런던 심포니, 런던 위그모어홀 등 국제적 권위의 명문 악단과 공연장이 ‘상주 음악가’로 선택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그는 디아파종 도르, 오푸스 클래식상 등 세계적 음악상을 받았다.테츨라프는 내년 5월 내한 리사이틀을 열고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3번,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김수현 기자
조성진의 음악 세계는 끝없이 확장 중이다. 한국인 최초 쇼팽 콩쿠르 우승, 세계적 클래식 음반사 도이치그라모폰(DG) 전속 계약, 모차르트 미발표 작품 세계 초연,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주 음악가 발탁 등 전례 없는 기록을 세워온 피아니스트지만 그에게 만족이란 없다.지난 27일 경남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그가 보여준 실내악 공연은 ‘독주(獨奏)뿐 아니라 합주(合奏)에도, 고전뿐 아니라 현대음악에도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란 선언과도 같았다. 그가 손수 연주자 섭외부터 연습 일정 조율, 레퍼토리 선정까지 챙겼을 정도로 공들인 무대 ‘조성진과 친구들’ 얘기다.이날 공연장 로비는 서울, 대전,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인파로 북적였다. 국내에서 좀체 보기 힘든 조성진의 실내악 공연이라서다.화려한 출연진도 한몫했다. 독일 바이에른방송교향악단의 동양인 최초 제2바이올린 악장인 이지혜, 독일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부악장인 박규민, 독일 NDR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비올라 수석 김세준, 아시아인 최초의 파블로 카살스 국제 첼로 콩쿠르 우승자인 문태국, 프랑스 파리 국립 오페라극장 클라리넷 수석 김한, 노르웨이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호른 수석을 지낸 김홍박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오후 5시 5분. 첫 작품은 브람스가 무료했던 노년기에 클라리네티스트 리하르트 뮐펠트의 연주를 듣고 신선한 영감을 얻어 작곡한 ‘클라리넷 삼중주’였다. 묵직하면서도 매끄럽게 흐르는 문태국의 첼로 선율에 스며들 듯 차분하게 소리를 얹어낸 조성진은 첫 소절부터 탁월한 몰입력을 선보였다. 섬세하면서도 우아한 터치와 격정적이면서도 세
‘바로크 바이올린의 여왕’으로 불리는 레이철 포저(56)가 한국을 찾았다. 1979년 창단된 고음악 전문 연주 단체인 타펠무지크 바로크 오케스트라와 함께 올해 35회를 맞은 이건음악회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다. 이건음악회는 건축자재 기업 이건그룹을 세운 고(故) 박영주 회장이 1990년 시작한 기업 후원 클래식 공연이다.지휘자를 따로 두지 않는 이 악단의 수석 객원 음악감독을 맡은 포저는 24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바로크 음악은 시대를 초월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이라며 “음악적 구조는 복잡하지만 분명한 감정을 전달하기에 모든 사람에게 통한다”고 말했다.이번 공연에서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작품과 함께 헨리 퍼셀, 찰스 애비슨 등 생소한 바로크 작곡가의 작품을 대거 선보인다.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나 자카리아스는 “우린 지휘자가 없기에 더욱 서로의 소리에 집중하고 귀를 기울이면서 합을 맞춘다”며 “악기를 들고 서서 무대 위를 돌아다니고, 마치 파티를 즐기는 것처럼 미소를 지으면서 연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이건음악회는 25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인천 대구 부산 광주 서울 등 5개 도시에서 여섯 차례 열린다.김수현 기자
'바로크 바이올린의 여왕'으로 불리는 영국 출신의 연주자 레이철 포저가 한국을 찾았다. 1979년 캐나다에서 창단된 고음악 전문 연주 단체인 타펠무지크 바로크 오케스트라와 함께 올해 35회를 맞은 이건음악회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다. 건축자재기업 이건그룹을 세운 고(故) 박영주 회장이 1990년부터 시작한 이건음악회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 유지된 기업 후원 클래식 공연이다. 레이철 포저는 2018년 세계적 클래식 음반 시상식인 ‘그라모폰 클래식 뮤직 어워즈’에서 '올해의 아티스트상'을 차지한 바이올리니스트로도 잘 알려져 있다. 타펠무지크 바로크 오케스트라의 수석 객원 음악감독인 그는 24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바로크 음악은 시대를 초월해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이라며 "음악적 구조는 복잡하지만 분명한 감정을 전달하기에 모든 사람에게 통한다"고 말했다.이들은 이번 공연에서 관객에게 친숙한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작품뿐 아니라 헨리 퍼셀, 안토닌 레이헤나우에르, 찰스 애비슨 등 다소 생소한 바로크 작곡가들의 작품을 함께 선보인다. 포저는 "최대한 다양한 바로크 곡들을 선보일 수 있도록 신경 썼다"며 "애비슨의 이탈리아 스타일과 레이헤나우에르의 체코 스타일 등 신선한 바로크 음악을 들려줄 것"이라고 했다. 공연의 협연자로는 네덜란드 국립 필하모닉 위트레흐트의 수석 오보이스트 신용천이 나선다. 타펠무지크 바로크 오케스트라는 지휘자가 없지만, 단원 간 호흡이 뛰어난 악단으로 유명하다. 단원으로 활동 중인 바이올리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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