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문화부에서 클래식 음악을 비롯한 공연예술 전반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ksoohyun@hankyung.com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는 이름 하나만으로 엄청난 존재감을 뽐내는 이들이 있다. 레퍼토리나 프로필, 장소 등은 보지도 않고 일단 좋은 자리를 구하는 데 혈안이 되는 그런 거장(巨匠)들 말이다. 오는 9~10월 헝가리 출신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시프(70·사진 왼쪽),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미하일 플레트네프(66·오른쪽)가 방한한다는 소식에 국내 공연계가 들썩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플레트네프는 다음달 1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4년 만에 방한 리사이틀을 연다. 그는 ‘올(all) 쇼팽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쇼팽의 폴로네이즈 1번, 환상곡, 뱃노래, 환상 폴로네이즈, 6개의 녹턴, 폴로네이즈 6번 ‘영웅’ 등을 차례로 들려준다. 1978년 ‘세계 3대 콩쿠르’인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린 플레트네프는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로 세계 무대를 휩쓴 인물이다. 1996년에는 ‘스카를라티 소나타’ 음반으로 영국 그라모폰상을 받았고, 2005년엔 프로코피예프의 ‘신데렐라’를 두 대의 피아노 모음곡으로 편곡한 앨범을 통해 미국 그래미상을 거머쥐었다. 그에게 ‘악마의 재능을 지닌 천재’란 별칭이 붙는 이유다. 시프는 10월 중 예술의전당(3일), 부산문화회관(4일), 경기아트센터(6일)에서 리사이틀을 한다. 시프는 공연 당일 무대 음향, 피아노 상태, 청중 상황 등을 고려해 곡목을 정한 뒤 현장에서 이를 공개하고 있다. 시프라면 레퍼토리가 무엇이든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 그에겐 ‘바흐 해석의 권위자’ ‘피아니스트들의 교과서’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그는 1970년대 활동 초창기부터 캐나다 천재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의 후계자라는 평을 받아왔다. 시프가 녹음한 ‘바흐 골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는 별다른 설명 없이 이름 하나만으로 엄청난 존재감을 뽐내는 이들이 있다. ‘○○○의 공연’이라 하면 클래식 애호가들이 레퍼토리나 프로필, 장소 등은 보지도 않고 일단 좋은 자리를 구하는 데 혈안이 되는 그런 음악가들 말이다. 오는 9~10월 한국을 찾는 헝가리 출신의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70), 러시아 출신의 피아니스트 미하일 플레트네프(66)가 대표적이다. 피아노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들의 내한 소식에 마음이 들뜰 수밖에 없다. 바흐, 베토벤, 쇼팽 등 전설들의 피아노 명곡을 거장(巨匠)의 손길로 감상할 기회라서다. 미하일 플레트네프가 먼저 청중과 만난다. 오는 9월 1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리사이틀 무대에서다. 4년 만의 내한 리사이틀에서 그는 ‘올(all) 쇼팽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쇼팽의 폴로네이즈 1번, 환상곡, 뱃노래, 환상 폴로네이즈, 6개의 녹턴, 폴로네이즈 6번 '영웅' 등을 차례로 들려준다. 그가 쇼팽에 정통한 음악가란 점을 고려하면 이번 공연은 더욱 값지다. 플레트네프가 관현악 파트를 편곡한 쇼팽 피아노 협주곡 두 곡은 다닐 트리포노프, 선우예권 등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들에 의해 줄곧 연주될 정도로 유명하다. 그가 얼마나 쇼팽 음악에 대해 깊은 통찰력을 지니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연주력은 말할 것도 없다.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인 플레트네프는 예술가라는 호칭이 그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인물이다. 1978년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인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차세대 피아니스트로 이름을 알린 그는 1990년 러시아의 첫 민간 악단인 '러시아 내셔널 오케스트라(RNO)'를 창단
류재준(53)은 한국보다 클래식의 본고장 유럽에서 더 유명한 현대음악 작곡가다. 2006년 폴란드 라보라토리움 현대음악제 위촉으로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 1번으로 존재감을 알렸고, 그로부터 2년 뒤 루트비히 판 베토벤 음악제에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기리기 위한 작품 ‘진혼 교향곡’을 초연하면서 세계적인 작곡가 반열에 올라섰다. 이후 류재준의 삶은 변했다. 유럽 음악계가 경쟁하듯 류재준에게 매달리면서다. 영국 로열 필하모닉, 헬싱키 필하모닉, 폴란드 국립방송교향악단 등 해외 유수 악단들이 그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핀란드 난탈리 음악제와 독일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페스티벌에서 상주 작곡가로, 폴란드 고주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서는 상임 작곡가로 류재준을 임명했다. 2015년에는 폴란드 정부의 1급 훈장 ‘글로리아 아르티스’ 수훈 주인공이 됐다. 축배를 들어 올리는 와중에 위기가 찾아왔다. 2017년 림프종 진단을 받은 것. 암에 걸려 절망에 찬 그 순간에 류재준은 작곡을 생각했다. 마지막 작품을 남길 수 있다면 무얼 쓸 수 있을까. 고심 끝에 생각한 것은 작곡가들이 평생에 딱 한 번 자신의 흔적을 남기듯 쓴다는 ‘미사 솔렘니스(장엄 미사)’였다. 그렇게 시작된 류재준의 ‘미사 솔렘니스’가 6년 만에 세상에 나온다. 오는 3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2023 국립합창단 여름합창축제에서 세계 초연된다. 윤의중 예술감독이 지휘하는 국립합창단, 시흥시립합창단과 소프라노 이명주, 알토 김정미, 테너 국윤종, 베이스 바리톤 김재일 등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류재준은 악착같은 항암치료 끝에 죽음을 마주하는 심정으로 지은 노래를 살
러시아 작곡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1873~1943)가 쓴 피아노 협주곡 3번은 피아니스트들 사이에서 ‘악마의 협주곡’으로 불린다. 초인적인 힘, 무섭도록 빠른 속도, 광폭의 음역, 폭발적인 표현력을 40분 넘게 지켜내야 하는 곡이라서다. 천재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의 삶을 다룬 영화 ‘샤인’에서 이 곡을 두고 “미치지 않고서는 칠 수 없는 작품”이라고 표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난곡(難曲) 중의 난곡’으로 불리는 이 곡의 악보를 한국 대표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인 손열음(37)이 챙겼다. 다음달 13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독일 명문악단 도이치방송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다. 손열음은 2009년 밴 클라이번 콩쿠르와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각각 준우승을 차지한 이후 세계 곳곳을 돌며 연주여행을 하고 있다. 그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엄청난 기교가 필요한 곡이란 이유로, 말 그대로 기교에만 매몰될 생각은 없다”며 “라흐마니노프가 악보에 그려낸 섬세한 감정선을 살려내는 것에 더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은 어릴 때부터 수없이 연습했어요. 협주곡 2번에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이 담겼다면, 3번에는 라흐마니노프의 사적인 감정과 그가 떠올린 환상들이 녹아 있죠. 그래서 이 곡을 연주할 때면 라흐마니노프 특유의 회화적인 감성을 살려내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마치 어떤 이미지가 툭 튀어나오는 것처럼, 어떤 형상을 음악으로 들려주는 것이죠. 그래야 라흐마니노프의 내면이 청중에게 전해질 테니까요.” 손열음은 도이치방송오케스트라와 여러 차례 합을 맞췄다. 2014년 프랑스 및 한
김유빈(26·사진)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 플루티스트로 선임됐다.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17일(현지시간) 플루티스트 김유빈의 수석 선임을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김유빈은 2016년부터 7년간 수석으로 몸담아온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를 떠나 내년 1월부터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에서 활동을 이어간다. 샌프란시스코 심포니는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미국 서부를 대표하는 명문 교향악단이다. 헤르베르트 블룸슈테트, 마이클 틸슨 토머스 등 지휘 명장의 손을 거쳐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2020년부터는 핀란드 출신 명지휘자 에사 페카 살로넨이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김유빈은 2014년 제네바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 이듬해 프라하의 봄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린 플루티스트다. 지난해 독일 최고 권위의 ARD 국제 콩쿠르에서 플루트 부문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거머쥐면서 또 한 번 독보적인 실력을 입증했다. 2016년 만 19살 나이로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최연소 수석으로 임명됐고, 이듬해엔 종신 수석에 선임됐다. 김유빈은 "마침 생일이었는데 마에스트로 에사 페카 살로넨이 직접 전화해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의 수석 플루티스트 자리 제안을 받아주겠냐고 물었다”며 “최고의 생일선물이었다. 잊지 못할 순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책임감을 가지고 항상 준비된 모습으로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류재준(53)은 한국보다 클래식의 본고장 유럽에서 더 유명한 현대음악 작곡가다. 2006년 폴란드 라보라토리움 현대음악제 위촉으로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 1번으로 존재감을 알렸고, 그로부터 2년 뒤 루트비히 판 베토벤 음악제에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기리기 위한 작품 ‘진혼 교향곡’을 초연하면서 세계적인 작곡가 반열에 올라섰다. 이후 류재준의 삶은 변했다. 유럽 음악계가 경쟁하듯 류재준에게 매달리면서다. 영국 로열 필하모닉, 헬싱키 필하모닉, 폴란드 국립방송교향악단 등 해외 유수 악단들이 그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핀란드 난탈리 음악제와 독일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페스티벌에서는 상주 작곡가로, 폴란드 고주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서는 상임 작곡가로 류재준을 임명했다. 2015년에는 폴란드 정부의 1급 훈장 ‘글로리아 아르티스’의 수훈 주인공이 됐다. 축배를 들어올리는 와중에 위기가 찾아왔다. 2017년 림프종 진단을 받게 된 것. 암에 걸려 절망에 찬 그 순간에 류재준은 작곡을 생각했다. 마지막 작품을 남길 수 있다면 무얼 쓸 수 있을까. 고심 끝에 생각한 것은 작곡가들이 평생에 딱 한 번 자신의 흔적을 남기듯 쓴다는 ‘미사 솔렘니스(장엄 미사)’였다. 그렇게 시작된 류재준의 ‘미사 솔렘니스’가 6년 만에 세상에 나온다. 오는 3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2023 국립합창단 여름합창축제에서 세계 초연된다. 윤의중 예술감독이 지휘하는 국립합창단, 시흥시립합창단과 소프라노 이명주, 알토 김정미, 테너 국윤종, 베이스 바리톤 김재일 등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류재준은 1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인생의 마지막
‘영적인 지휘자.’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 르몽드가 지휘자 정명훈(1953~)에게 보낸 찬사다. 정명훈은 독보적인 실력으로 빈 필하모닉, 베를린 필하모닉 등 세계 최정상급 악단의 포디엄을 정복한 한국인 마에스트로(거장)다. 시작은 피아니스트였다. 1974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2위를 차지하며 이름을 알렸다. 그로부터 5년 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필하모닉 보조지휘자를 맡으면서 지휘자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독일 자르브뤼켄 방송교향악단 상임지휘자,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 음악감독,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 등을 지내며 국제적인 명성을 쌓았다. 2012년 독일 명문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역사상 최초의 수석 객원지휘자로 임명된 데 이어 올해는 이탈리아 라스칼라 필하모닉 최초의 명예지휘자로 위촉되는 영예를 안았다. 지휘자 정명훈이 피아니스트로 돌아온다. 오는 9월 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첼리스트 지안 왕과 함께 ‘정트리오 콘서트’를 연다. 이들은 공연에서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3번, 차이콥스키 피아노 트리오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젊은 클래식 음악가 10명으로 구성된 앙상블 ‘클럽M’이 청중과 만난다. 오는 29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 무대에서다. 마포문화재단의 클래식 기획 공연 'M 소나타 시리즈'의 일환이다. 2017년 결성된 ‘클럽M’은 피아니스트 김재원을 주축으로 김덕우(바이올린), 이신규(비올라), 심준호(첼로), 조성현(플루트), 김상윤(클라리넷), 고관수(오보에), 유성권(바순), 김홍박(호른), 손일훈(작곡) 등이 연주 활동을 이어온 실내악단이다. 해외 유수 오케스트라에서 단원이거나 솔리스트 등으로 활약 중인 음악가들이다. 이번 공연은 에르네스트 쇼송의 '밤과 새벽'으로 막을 연다. 이후 장 프랑세의 '연인들의 밀회 시간'을 연주한 뒤 상주 작곡가 손일훈이 편곡한 존 레넌의 '이매진', 클로드 드뷔시의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구스타브 홀스트의 '행성 모음곡' 중 '목성' 등을 차례로 들려준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세상이 바뀌었다지만, 전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 ‘아시아’ 그리고 ‘여성’은 여전히 마이너다. 주인공은 예나 지금이나 ‘백인 남성’이다. 2021년 11월 세계 3대 오케스트라 중 하나인 로열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가 포디엄을 ‘아시아 여성’에게 내줬을 때 큰 이슈가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그때 그 자리에 섰던 지휘자가 성시연(47)이다. ‘게오르그 솔티 콩쿠르 우승자’ ‘미국 보스턴 심포니 137년 역사상 첫 여성 부지휘자’ ‘명문 악단들의 러브콜이 줄을 잇는 지휘자’ 등 그의 이름 앞에는 화려한 설명이 따라붙는다. 그런 성시연이 오는 3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선다. ‘한경아르떼 더클래식 2023’ 일곱 번째 공연에서 한경아르떼필하모닉과 함께 베토벤, 리게티, 라벨의 작품을 들려준다.지난 11일 서울 청파로 한국경제신문 본사에서 만난 성시연은 듣던 대로 ‘팔색조’ 같았다. 인터뷰 내내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똑부러진 모습만 보이더니, 한순간 옆집 언니 같은 따뜻함을 보이기도 했다.성시연은 “지휘자에겐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다”며 “공연에서 표현하고 싶은 모든 걸 머릿속으로 완벽히 정리한 뒤 연주에 온전히 녹여내야 한다. 최상의 사운드를 만드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성시연은 ‘쉬운 길’보다는 ‘험난한 길’에 도전하는 지휘자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에도 쉽지 않은 레퍼토리를 골랐다. 고전주의 시대 음악인 베토벤의 ‘코리올란’ 서곡, 피아노 협주곡 4번(피아니스트 이진상 협연)으로 문을 연 뒤 20세기 음악인 리게티의 ‘콘서
세상이 바뀌었다지만, 전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 ‘아시아’ 그리고 ‘여성’은 여전히 마이너다. 주인공은 예나 지금이나 ‘백인 남성’이다. 2021년 11월 세계 3대 오케스트라 중 하나인 로열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가 포디엄을 ‘아시아 여성’에게 내줬을 때 큰 이슈가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때 그 자리에 섰던 지휘자가 성시연(47)이다. ‘게오르그 솔티 콩쿠르 우승자’ ‘미국 보스턴 심포니 137년 역사상 첫 여성 부지휘자’ ‘명문 악단들의 러브콜이 줄을 잇는 지휘자’ 등 그의 이름 앞에는 화려한 설명이 따라붙는다. 그런 성시연이 오는 3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선다. ‘한경아르떼 더클래식 2023’ 일곱 번째 공연에서 한경아르떼필하모닉과 함께 베토벤, 리게티, 라벨의 작품을 들려준다. 지난 11일 서울 청파로 한국경제신문 본사에서 만난 성시연은 듣던 대로 ‘팔색조’ 같았다. 인터뷰 내내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똑부러진 모습만 보이더니, 한순간 옆집 언니 같은 따뜻함을 보이기도 했다. 성시연은 “지휘자에겐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다”며 “공연에서 표현하고 싶은 모든 걸 머릿속으로 완벽히 정리한 뒤 연주에 온전히 녹여내야 한다. 최상의 사운드를 만드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시연은 ‘쉬운 길’보다는 ‘험난한 길’에 도전하는 지휘자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에도 쉽지 않은 레퍼토리를 골랐다. 고전주의 시대 음악인 베토벤의 ‘코리올란’ 서곡, 피아노 협주곡 4번(피아니스트 이진상 협연)으로 문을 연 뒤 20세기 음악인 리게티의 ‘콘서트 로마네스크’, 라벨의 ‘어미 거위’ 모음곡으로 무대를 채운다. 베토벤을 제외한
인간의 가장 원초적 공포는 죽음이다. 죽음과 예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오래전부터 음악가들은 죽음의 형상을 음표로 토해내며 수많은 명작을 탄생시켰다. 모차르트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를 떠올리며 최후 걸작 ‘레퀴엠’을, 슈베르트는 인생에서 끝없이 마주한 죽음을 바탕으로 ‘마왕’, 현악사중주 ‘죽음과 소녀’ 등을 남겼다. 차이콥스키가 작곡하며 눈물을 흘렸다는 교향곡 6번 ‘비창’도 죽음에 가까워진 그가 남긴 음악적 유서였다. ‘오페라의 거인’으로 불리는 이탈리아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1813~1901)도 죽음에 대한 영감으로 불멸의 대작을 써낸 인물 중 하나다. 그의 레퀴엠은 모차르트 작품과 함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레퀴엠(죽은 자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미사 음악)으로 꼽힌다. 특히 베르디 레퀴엠 중 ‘진노의 날(디에스 이레)’은 듣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끼칠 정도로 강렬한 공포감을 전한다. 세상을 집어삼킬 듯 격렬한 오케스트라 음향이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면 극한의 두려움에 처절하게 울부짖는 남녀의 목소리가 쏟아지며 청중을 압도한다. 마치 살아있는 이들에게 ‘죽음 이후 심판의 날이 올 테니 어떤 죄도 짓지 말라’고 경고하듯이. 베르디의 레퀴엠은 우여곡절 끝에 세상의 빛을 본 작품이다. 베르디가 처음 레퀴엠을 구상한 건 1868년 이탈리아 작곡가 조아키노 로시니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서였다. 이에 베르디는 자신 몫인 레퀴엠의 마지막 악곡 ‘리베라 메’를 작곡했는데, 12명의 작곡가가 참여한 이 프로젝트는 여러 문제로 결국 무산되고 만다. 베르디가 레퀴엠의 존재를 다시금 떠올린 건 그로부터 5년이 지난 때였다. 1873년 5월 22일 그
유럽 클래식 무대에서 '피아노의 시인'으로 불리는 윤홍천이 한국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오는 23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 무대에서다. 마포문화재단의 클래식 기획 공연 'M 소나타 시리즈'의 일환이다. 이번 공연은 프란츠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5번 '유품'으로 문을 연다. 이후 모리스 라벨의 '거울' 3번, 가브리엘 포레의 '꿈꾼 후에', 레이날도 앙의 '클로리스에게'·'감미로운 시간' 등을 들려준 뒤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8번으로 끝을 맺는다. 피아니스트 윤홍천은 지휘 거장 로린 마젤이 생전에 '피아노의 시인'으로 점 찍은 인물이다. 1999년 보스턴에서 벤저민 잰더가 지휘하는 보스턴 유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성공적으로 연주하며 이름을 알렸다. 2011년 동양인으로는 이례적으로 독일 바이에른주 문화부 장관으로부터 ‘젊은 예술가상’을 받았다. 2013년 첫 발매한 모차르트 소나타 전곡 녹음 음반은 영국 클래식 전문지인 그라모폰의 ‘에디터스 초이스’에 선정됐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소니 인터내셔널 아티스트로 뽑히기도 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세계적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이 피아니스트 임윤찬(19·사진)의 밴클라이번 콩쿠르 실황 음반을 ‘에디터스 초이스’로 선정했다. 9일 그라모폰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6월 발매된 음반 ‘임윤찬-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이 9월 ‘에디터스 초이스’에 이름을 올렸다. 그라모폰은 매달 에디터스 초이스를 통해 주목할 만한 앨범을 발표하고 있다. 이 음반에는 임윤찬이 지난해 역대 최연소로 우승한 미국 밴클라이번 콩쿠르 준결선에서 선보인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이 담겨 있다.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은 피아노 독주곡 중 최고난도의 기교를 요구하는 것으로 악명 높은 작품이다. 그라모폰은 임윤찬의 실황 앨범에 대해 “의심할 여지 없이 훌륭한 피아노 음반”이라며 “어떤 공연에서든 격렬하고 까다로운 이 곡을 기술적으로 완벽하고 통찰력 있게 연주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지만, 주요 국제 피아노 콩쿠르의 준결선에 참가하면서 이를 해낸다는 것은 기적과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세계적인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이 피아니스트 임윤찬(19·사진)의 반 클라이번 콩쿠르 실황 음반을 '에디터스 초이스'로 선정했다. 9일 그라모폰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6월 발매된 음반 '임윤찬-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이 9월 '에디터스 초이스'에 이름을 올렸다. 그라모폰은 매달 '에디터스 초이스'를 통해 주목할 만한 앨범을 발표하고 있다. 해당 음반에는 임윤찬이 지난해 역대 최연소로 우승한 미국 반 클라이번 콩쿠르 준결선에서 선보인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이 담겨있다.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은 피아노 독주곡 중 최고난도의 기교를 요구하는 것으로 악명 높은 작품이다. 그라모폰은 임윤찬의 실황 앨범에 대해 "의심할 여지 없이 훌륭한 피아노 음반"이라며 "어떤 공연에서든 격렬하고 까다로운 이 곡을 기술적으로 완벽하고 통찰력 있게 연주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지만, 주요 국제 피아노 콩쿠르의 준결승에 참가하면서 이를 해낸다는 것은 기적과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예술과 죽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오래전부터 음악가들은 죽음에 대한 원초적 감정을 음표로 토해내며 수많은 명작을 탄생시켜왔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를 떠올리며 최후의 걸작 ‘레퀴엠’을 지었고, 프란츠 페터 슈베르트는 인생에서 끝없이 마주한 죽음의 형상을 토대로 ‘마왕’, 현악사중주 '죽음과 소녀' 등을 남겼다.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가 작곡하며 눈물을 흘렸다는 교향곡 6번 '비창'도 죽음에 가까워진 그가 남긴 음악적 유서로 알려져 있다. ‘오페라의 거인’으로 불리는 이탈리아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1813~1901)도 죽음에 대한 영감으로 불멸의 대작을 써낸 인물 중 하나다. 그의 ‘레퀴엠’은 모차르트 작품과 함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레퀴엠(죽은 자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미사 음악)으로 꼽힌다. 특히 베르디 레퀴엠 중 ‘진노의 날(디에스 이레)’은 듣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끼칠 정도로 강렬한 공포감을 선사하는 악곡으로 유명하다. 세상을 집어삼킬 듯 격렬하게 뻗어 나오는 오케스트라 음향이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면, 극한의 두려움에 처절하게 울부짖는 남녀의 목소리가 쏟아지며 청중을 압도한다. 마치 살아 있는 이들에게 ‘죽음 이후 심판의 날이 올 테니 어떠한 죄도 짓지 말라’고 경고하듯이. 베르디의 레퀴엠은 우여곡절 끝에 세상의 빛을 본 작품이다. 베르디가 처음 레퀴엠을 구상한 건 1868년 이탈리아 작곡가 조아키노 로시니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서였다. 애초 계획은 베르디를 포함한 12명의 작곡가가 레퀴엠의 각 부분을 작곡해 로시니 서거 1주기에 작품을 초연하는 것이었다. 이에 베르디는 자신의 몫인 레
지휘자 윤한결(29)이 한국인 최초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콩쿠르 심사위원단은 6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대강당에서 이 대회 우승자로 윤한결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심사위원단은 "윤한결의 지휘는 카리스마 있고 준비가 철저히 돼 있으며 기술적으로 뛰어났다"며 "그의 지휘는 음악을 흉내 내는 게 아니라 마음속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게 한다는 점을 느끼게 해 줬다"고 평가했다. 윤한결은 이날 대회 결선 무대에서 멘델스존 교향곡 3번 '스코틀랜드', 로시니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서곡 등 4곡을 지휘했다. 윤한결은 이번 콩쿠르 우승으로 상금 1만5000유로(약 2100만원)와 내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지휘 기회를 얻게 됐다. 헤르베르크 폰 카라얀 협회와 세계적 클래식 음악 축제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 주관하는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은 전설적인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이름을 딴 국제 콩쿠르다.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 '젊은 지휘자 등용문'으로 불린다. 2010년 '네슬레 잘츠부르크 젊은 지휘자상'이란 명칭으로 시작된 이 콩쿠르는 2021년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됐다. 이번 콩쿠르에는 54개국 323명이 참가했다. 지휘자 윤한결은 서울예고 재학 중 독일로 건너가 뮌헨 음대에서 수학했다. 2019년 세계 음악 축제 중 하나인 그슈타트 메뉴인 페스티벌·아카데미에서 지휘 부문 1등상인 네메 예르비상을 차지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제네바 대극장·뉘른베르크 국립극장 부지휘자와 메클렌부르크 주립극장 지휘자로 활동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세계적인 지휘자 사이먼 래틀, 다니엘 바렌보임, 정명훈 등
지난 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이날 공연은 ‘지휘자의 부재(不在)’ 속에 이뤄졌다.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으레 중앙 자리를 차지해 온 커다란 포디엄도, 프로그램 북에서 가장 많은 분량으로 소개되던 마에스트로 프로필도, 그럴듯한 악단의 정식 명칭도 없었다. 오로지 서로의 소리와 몸 움직임에 온 신경을 집중해 하나의 거대한 선율을 뿜어내는 80여 명의 연주자가 청중을 맞이할 뿐이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다시 지휘자 없이 대편성 관현악곡을 연주하는 파격 실험을 선보인 ‘고잉 홈(Going Home) 프로젝트’ 공연 얘기다. 구성원도 독특하다. 세계 각지 명문 악단에서 활동 중인 한국 음악가들이 정기적으로 고국에 모여 공연을 올리기 위해 결성한 단체라서다. 올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단원 또한 40여 개 해외 오케스트라에서 한자리씩 꿰찬 주역들이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을 주축으로 첼리스트 김두민, 플루티스트 조성현 등이 모여 있다. 공연의 첫 번째 곡은 번스타인 ‘심포닉 댄스’였다.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불리는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내용을 아홉 곡의 음악으로 정리한 작품이다. 지휘자의 통솔에서 자유로워진 악단은 첫 소절부터 과감하고 유연하게 선율의 윤곽을 그려냈다. 그러자 번스타인 특유의 강렬한 역동성이 완연히 살아났다. 꿰맞춘 듯한 세기와 밀도, 같은 길이의 음형과 속도로 선율을 주고받으면서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는 긴밀한 호흡은 숨 막힐 듯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이어 손열음이 등장했다. 그가 들고 온 작품은 클래식 음악의 요소와 재즈 어법을 결합한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였다. 손열음은 가벼운 터치로 악단 위에 선명한 색채를
지난 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이날 공연은 ‘지휘자의 부재(不在)’ 속에 이뤄졌다.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으레 중앙 자리를 차지해 온 커다란 포디엄도, 프로그램 북에서 가장 많은 분량으로 소개되던 마에스트로 프로필도, 그럴듯한 악단의 정식 명칭도 없었다. 오로지 서로의 소리와 몸 움직임에 온 신경을 집중해 하나의 거대한 선율을 뿜어내는 80여 명의 연주자가 청중을 맞이할 뿐이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다시 지휘자 없이 대편성 관현악곡을 연주하는 파격 실험을 선보인 ‘고잉 홈(Going Home) 프로젝트’ 공연 얘기다. 이들은 연주 형식만큼 구성원도 독특하다. 세계 각지 명문 악단에서 활동 중인 한국 음악가들이 정기적으로 고국에 모여 공연을 올리기 위해 결성된 단체라서다. 올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단원 또한 40여 개 해외 유수 오케스트라에서 한 자리씩 꿰찬 주역들. 피아니스트 손열음을 주축으로 첼리스트 김두민, 플루티스트 조성현, 클라리네티스트 조인혁, 호르니스트 김홍박 등이 모여있다. 공연의 첫 곡은 번스타인의 ‘심포닉 댄스’였다.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불리는 뮤지컬계 고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주요 내용을 아홉 곡의 음악으로 정리한 작품이다. 지휘자의 통솔에서 자유로워진 악단은 첫 소절부터 과감하면서도 유연하게 선율의 윤곽을 그려냈다. 그러자 번스타인 특유의 강렬한 역동성과 세련된 즉흥성이 온전히 살아났다. 꿰맞춘 듯한 세기와 밀도, 같은 길이의 음형과 속도로 선율을 주고받으면서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는 긴밀한 호흡은 숨 막힐 듯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이어 ‘건반 위의 젊은 거장’으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무대 뒤
러시아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1873~1943)가 쓴 피아노 협주곡 3번은 ‘악마의 협주곡’으로 불린다. 40여 분간 초인적인 기교와 힘, 광적인 속도, 광폭의 음역, 폭발적인 표현력 등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곡으로 악명이 높아서다. 천재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의 삶을 다룬 영화 ‘샤인’에서는 이 곡을 두고 “미치지 않고서는 칠 수 없는 작품”이라 표현했을 정도다. 그만큼 웬만한 실력으로는 엄두도 못 낼 난곡(難曲)이란 의미다. 하지만 솔리스트가 2009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와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이후 세계무대에서 활약 중인 피아니스트 손열음(37)이라면 얘기는 조금 달라진다. 탄탄히 쌓아온 기량을 마음껏 펼쳐낼 기회가 될 수 있어서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들고 한국 청중과 만난다. 오는 9월 13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독일 명문 악단 도이치 방송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 협연자로서다. 손열음은 1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극한의 기교를 요구하는 곡이지만 그에 매몰되기보단 라흐마니노프가 악보에 그려낸 섬세한 감정선을 살려내는 일에 집중하고 싶다. 호흡을 길게 끌어가면서 러시아 음악 특유의 웅장함, 장대함을 펼쳐내는 데에 힘을 쏟을 것”이라며 “완성도 높은 연주로 거대한 희열감과 쾌감을 불러일으키겠다”고 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은 어릴 적부터 수없이 연습한 작품이에요. 협주곡 2번에 우리가 보편적으로 느낄만한 감정들이 주로 담겼다면, 협주곡 3번에는 라흐마니노프의 사적인 감정들과 그가 떠올린 환상들이 녹아있죠. 그래서 이 곡에서만큼은 더욱 라
레너드 번스타인(1918~1990)은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더불어 ‘20세기를 대표하는 불멸의 거장’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의 이름 앞에는 ‘미국이 낳은 최초의 세계적인 마에스트로’라는 수식어가 흔히 따라붙는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로렌스에서 우크라이나계 유대인 부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하버드대를 거쳐 커티스음악원에서 수학했다. 1943년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부지휘자로 임명된 번스타인은 그해 11월 건강 악화로 포디엄에 오를 수 없었던 브루노 발터를 대신해 뉴욕 필을 지휘하면서 데뷔했다. 이 공연에서 훌륭한 지휘력을 뽐낸 번스타인은 세계가 주목하는 지휘자로 부상했다. 1958년 미국인 최초로 뉴욕 필하모닉 상임지휘자 겸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번스타인은 명실공히 ‘뉴욕 필의 황금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69년 뉴욕 필하모닉 상임지휘자직을 사임한 그는 유럽으로 건너가 세계 최고의 명문 악단인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무려 200회 가까이 지휘하며 수많은 명반을 세상에 내놨다. 번스타인은 지휘자뿐 아니라 작곡가로도 명성을 떨쳤다. 뮤지컬계 고전으로 통하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그의 대표작이다. 오는 11일부터 20일까지 열리는 롯데문화재단 ‘2023 클래식 레볼루션’에서는 번스타인의 작품을 집중 조명할 예정이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모든 공연을 인생의 첫 무대이자 마지막 무대라고 생각하고 오르고 있어요. 지금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유일한 소원은 전쟁이 끝나고 일상을 되찾는 것입니다.” 전쟁은 살아있는 모든 것을 앗아간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피폐해진 땅에서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소리도, 학생들의 시끌벅적한 대화 소리도 쉬이 들을 수 없다. 오로지 시끄러운 총소리와 폭발음, 뿌연 연기만이 삭막한 공간을 채울 뿐이다. 우크라이나 국민 중에는 러시아의 공격에 맞서고자 총과 칼을 들고 전장으로 나선 이들도 있지만, 더 적극적으로 세계 무대 연주 기회를 넓히면서 자국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촉구하는 예술가들도 있다. 2016년 창설된 이후 세계 명문 클래식 음반사인 낙소스와 일곱 차례 앨범을 발표하며 세간의 이목을 끈 우크라이나 악단 키이우 비르투오지도 그중 하나다. 키이우 비르투오지가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이달 26일부터 8월 5일까지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 등 강원 일대에서 열리는 국내 대표 클래식 음악축제 평창대관령음악제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다. 공연을 앞두고 한국경제신문과 서면으로 인터뷰한 드미트리 야블론스키 예술감독(가운데)은 “세계 곳곳을 돌면서 다양한 관객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우리의 심장을 세차게 뛰게 한다”며 “한국에서 우리만의 색채를 담은 연주를 선보일 수 있다는 것에 깊은 고마움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단원들이 내뿜는 감정적 에너지에 청중이 완전히 빠져들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완성도 높은 연주를 들려주겠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인으로 구성된 악단이지만 야블론스키 예술감독은 러시아 출신이다. 그는 “모스크바에
“모든 공연을 인생의 마지막 무대라고 생각하고 오르고 있어요. 지금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유일한 소원은 전쟁이 하루빨리 끝나고 일상을 되찾는 것입니다.” 전쟁은 살아있는 모든 것을 앗아간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피폐해진 땅에서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소리도, 학생들의 시끌벅적한 대화 소리도 쉬이 찾을 수 없다. 오로지 시끄러운 총소리와 폭발음, 뿌연 연기만이 삭막한 공간을 채울 뿐이다. 우크라이나 국민 중에는 러시아의 공격에 맞서고자 직접 총과 칼을 들고 전장으로 뛰쳐나가는 이들도 있지만, 더욱 적극적으로 세계무대에서의 연주 기회를 넓히면서 자국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촉구하는 예술가들도 있다. 2016년 창설된 이후 세계 명문 클래식 음반사인 낙소스와 일곱 차례 연이어 앨범을 발표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끈 우크라이나 악단 ‘키이우 비르투오지’도 그중 하나다. ‘키이우 비르투오지’가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이달 26일부터 8월 5일까지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 등 강원 일대에서 열리는 국내 대표 클래식 음악 축제 ‘평창대관령음악제’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다. 공연을 앞두고 한국경제신문과 서면으로 만난 악단의 예술감독 드미트리 야블론스키는 “세계 곳곳을 돌면서 다양한 관객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우리의 심장을 강하게 뛰게 한다”며 “한국에서 우리만의 색채를 담은 연주를 선보일 수 있다는 것에 깊은 감사를 느낀다”고 했다. 이어 그는 “단원들이 내뿜는 감정적 에너지에 청중이 완전히 빠져들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완성도 높은 연주를 보여주겠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인으로 구성된 악단이지만 예술감독인 야블론스
테너 박종현(30·사진)이 전 세계 성악가들의 ‘꿈의 무대’인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무대에 오른다. 25일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메트) 홈페이지에 따르면 박종현은 2023∼2024년 시즌에서 오페라 ‘마술피리’의 퍼스트 가드와 ‘로미오와 줄리엣’의 티발트 역을 맡는다. 메트는 런던의 로열 오페라하우스, 빈의 슈타츠오퍼, 밀라노의 라 스칼라와 함께 세계 최고 오페라 극장으로 꼽힌다. 연간 200회 이상 오페라 공연을 상연한다. 전설적인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플라시도 도밍고가 사랑한 무대로도 유명하다. 메트에서 공연한 한국 성악가로는 홍혜경, 조수미, 신영옥, 캐슬린 김, 박혜상, 김우경 등이 있다. 박종현은 서울대 음대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예일대에서 수학했다. 메트 라폰트 콩쿠르, 프리미어 오페라 파운데이션 국제 성악 콩쿠르, 대구 국제 성악 콩쿠르, 난파 전국 음악 콩쿠르, 한국 성악 콩쿠르 등에서 입상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지난해 미국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면서 세계를 놀라게 한 피아니스트 임윤찬부터 2021년 제오르제 에네스쿠 국제 콩쿠르에서 사상 최연소 1위 기록을 세우며 첼로의 신성으로 떠오른 한재민까지. 비범한 재능을 갖춘 10대 소년들이 국제무대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예술가로 성장한 바탕에는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은 든든한 뒷배가 있었다. 2011년부터 13년째 ‘온드림 인재 장학사업’을 펼치면서 문화예술 인재들을 육성해온 현대차 정몽구 재단 얘기다. 정몽구 재단은 매년 40명씩 문화예술 인재들을 선발해 등록금, 학습지원비, 국제 콩쿠르 경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클래식뿐 아니라 국악, 무용 등의 분야에서도 재단 지원이 이뤄진다. 그 덕에 성과도 다채롭다. 2022년 헝가리무용가협회가 선정한 최고 신인무용수인 발레리나 이유림, 한국인으로는 세 번째로 명문 파리발레단에 입단한 윤서후, 지난해 코즐로바 국제무용콩쿠르에서 금상을 수상한 강서연 등이 모두 재단의 손길을 거친 무용수들이다. 온드림 장학생으로 선정되면 등록금과 학습지원비를 받을 수 있다. 유학생에겐 매 학기 최대 50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한다. 국제 콩쿠르에 출전하는 학생에게는 경비를 제공하고, 수상 시엔 글로벌 우수 장학금 300만원도 추가로 준다. 금전적 지원 외에도 마스터 클래스, 연주회 참여 기회도 얻을 수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재단이 지원한 문화예술 인재는 2490명으로 지원 금액은 101억원에 달한다. 재단은 지역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활동에도 힘쓰고 있다. 2015년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와 함께 추진해온 ‘예술마을 프로젝트’가
테너 박종현(30)이 성악가들이 꼽는 ‘꿈의 무대’인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무대에 오른다. 25일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이하 메트) 홈페이지에 따르면 박종현은 2023∼2024년 시즌에서 오페라 '마술피리'의 퍼스트 가드와 '로미오와 줄리엣'의 티발트 역을 맡는다. 올해 린데만 영 아티스트 개발 프로그램(LYADP)의 멤버로 발탁된 덕분이다. 메트는 오페라 분야에서 젊은 예술가를 발굴 및 양성하기 위해 1980년부터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메트는 런던의 로열 오페라하우스, 빈의 슈타츠오퍼, 밀라노의 라 스칼라와 함께 세계 최고 오페라 극장으로 꼽힌다. 지금까지 한국 성악가로는 홍혜경, 조수미, 신영옥, 캐슬린 김, 박혜상, 김우경 등이 무대에 올랐다. 한 해 예산만 3억달러(약 3838억원)에 달하고, 연간 200회 이상 오페라 공연을 상연한다. 전설적인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플라시도 도밍고가 사랑한 무대로도 유명하다. 박종현은 서울대 음대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예일대에서 수학했다. 메트 라폰트 콩쿠르, 프리미어 오페라 파운데이션 국제 성악 콩쿠르, 대구 국제 성악 콩쿠르, 난파 전국 음악 콩쿠르, 한국 성악 콩쿠르 등에서 입상했다. 최근엔 메롤라 오페라 프로그램에서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의 타미노 역을 맡았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오케스트라에서 음악감독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똑같은 단원들로 똑같은 레퍼토리를 연주해도 누가 음악감독을 맡느냐에 따라 소리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작년 9월 미국 정상급 오케스트라인 뉴욕 필하모닉의 현 음악감독 얍 판 츠베덴이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차기 음악감독으로 선임됐다는 소식에 국내 클래식 애호가들이 한껏 들떴던 이유다. 지난 20일과 2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츠베덴의 서울시향 공식 데뷔 무대는 그 기대를 충족하고도 남았다. 츠베덴이 선보인 작품은 베토벤 교향곡 7번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 협연 없이 오로지 지휘자와 악단 간 호흡에 집중할 수 있는 교향곡 레퍼토리로 정면승부를 본 그는 역시 ‘오케스트라 트레이너’란 별명이 꼭 맞는 명장임을 증명했다. 서울시향에 정명훈 음악감독 시절 이후 ‘제2의 전성기’가 올 것이란 기대와 관심이 쏟아지는 이유다. 빈틈없이 거대하고 격렬한 베토벤 7번큰 보폭으로 무대에 걸어 나온 츠베덴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두 손을 들어 올렸다. 첫 곡은 역동적인 춤곡풍 리듬과 환희의 악상으로 채워진 베토벤 교향곡 7번이었다. 츠베덴은 첫 소절부터 각 악기군의 소리를 섬세히 조율하며 빈틈없는 거대한 음향을 만들어냈다. 현악의 포근한 음색과 선명하게 뻗어나가는 목관의 선율, 금관의 깊은 울림은 조화와 균형을 이루면서 베토벤 특유의 밝고 웅장한 에너지를 발산했다. 장송곡을 떠올리게 하는 2악장에선 츠베덴의 정교한 지휘가 돋보였다. 선율에 새로운 성부가 더해지는 순간마다 아주 얇은 종이를 쌓아 올리듯 색채의 깊이를 더하면서 베토벤의 심오한 서정을 펼쳐냈다. 마지막 악장에서 츠베덴은 마치 악단
"토니는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세계에서 가장 품격 있는 예술가였다. 나는 그를 열렬히 사랑했다." -영국 팝스타 엘튼 존 "그는 진정한 천재이자 진정한 신사, 진정한 나의 친구였다. 아주 오랫동안 그를 그리워할 것이다." -전 미국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 "토니 베넷은 완벽한 예술가였다. 그의 음악은 온전히 우리의 삶에 스며들어 있다." -거장 영화감독 마틴 스콜세지‘아이 레프트 마이 하트 인 샌프란시스코’ 등을 부른 미국 재즈 거장 토니 베넷(Tony Bennett)이 지난 21일(현지 시각) 별세했다. 향년 96세. 베넷의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는 2016년부터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투병 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퀸스 지역에서 태어난 그는 1936년부터 70여년간 재즈 가수로 활동하면서 미국 음악계에 돌풍을 일으킨 인물이다. 글로벌 음반사 컬럼비아레코드와 계약하면서 본격적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한 그는 '비코즈 오브 유', '콜드 콜드 하트', '랙스 투 리치스'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내면서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1963년 ‘아이 레프트 마이 하트 인 샌프란시스코’로 ‘올해의 레코드상’을 받은 그는 미국 음반 업계 최고로 권위 있는 상인 그래미상을 20차례 거머쥔 가수로 기록돼 있다. 2001년에는 그래미상 평생 공로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가 지금까지 발표한 음반은 무려 70장 이상으로, 공식적으로는 그가 이룬 음반 판매고만 6000만 장이 넘는다. 그는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비틀스의 엘튼 존·폴 매카트니, 윌리 넬슨, 존 메이어, 어리사 프랭클린 등 당대 최고 가수들과 협업하면서 음악에 대한 식지 않는 열정을 보여줬다. 2014년에는 세계적인 팝스타 레이디 가가와 앨범을
오케스트라에서 음악감독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똑같은 단원들로 똑같은 레퍼토리를 연주해도 누가 음악감독을 맡느냐에 따라 소리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미 정상급 오케스트라인 뉴욕 필하모닉의 현 음악감독 얍 판 츠베덴이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차기 음악감독으로 선임됐다는 소식에 국내 클래식 애호가들이 한껏 들떴던 이유다. 지난 2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츠베덴의 서울시향 공식 데뷔 무대가 열렸다. 그에 대한 높은 관심을 증명하듯 평일 늦은 시간임에도 공연장은 인파로 가득 찼다. 츠베덴이 선보인 작품은 베토벤 교향곡 7번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 협연 없이 오로지 지휘자와 악단 간 호흡에 집중할 수 있는 교향곡 레퍼토리로 정면승부를 본 그는 역시 ‘오케스트라 트레이너’란 별명이 아깝지 않은 명장이었다. 서울시향에 정명훈 전 음악감독 시절 이후 ‘제2의 전성기’가 올 것이란 기대를 품어볼 만한 연주였다. 오후 8시. 큰 보폭으로 무대를 걸어 나온 츠베덴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두 손을 들어 올렸다. 첫 곡은 역동적인 춤곡풍 리듬과 환희의 악상으로 채워진 베토벤 교향곡 7번이었다. 리스트가 ‘리듬의 신격화’, 바그너가 ‘춤의 신격화’라고 예찬한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츠베덴은 첫 소절부터 각 악기군의 소리를 섬세히 조율하면서 빈틈을 찾아볼 수 없는 거대한 음향을 만들어냈다. 현악의 포근한 음색과 선명하게 뻗어나가는 목관의 선율, 금관의 깊은 울림은 조화와 균형을 이루면서 베토벤 특유의 밝으면서도 웅장한 에너지를 발산했다. 악단이 유기적인 호흡을 이루는 가운데 어느 한쪽으로도 흔들리지 않는 깔끔한 리듬 표현은 작품 고유의 생동감을
대만계 호주 바이올리니스트인 레이 첸(1989~)에겐 ‘21세기형 음악가’라는 수식어가 으레 따라붙는다. 그는 2008년 예후디메뉴인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이듬해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후 소니, 데카 등 유수 음반사를 통해 활발한 연주 활동을 펼치며 천재적인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2011년 발표한 앨범 ‘비르투오소’로 독일을 대표하는 음반상인 에코상을 받았고, 2018년 내놓은 음반 ‘골든 에이지’로 그라모폰 매거진으로부터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연주”라는 극찬을 받았다. 2017년엔 미국 포브스가 첸을 ‘30세 이하 영향력 있는 아시아인 30명’에 선정했다. 네 살 때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한 첸은 미국 명문 커티스음악원에서 공부했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소통력이 뛰어난 연주자로도 유명하다. 최근엔 아마추어, 프로 음악가 할 것 없이 각자의 연주 영상을 올려 공유하는 앱 ‘토닉’을 공동 설립해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가 오는 8월 11일 롯데문화재단의 ‘2023 클래식 레볼루션’ 무대에 오른다. 첸은 이번 공연에서 안드레아스 오텐잠머가 지휘하는 서울시향과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국내 3대 클래식 공연기획사 중 하나인 크레디아가 회원들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평생회원 제도’를 없애 업계가 시끌시끌하다. 티켓 할인 등 각종 혜택을 잃게 된 회원들이 반발하고 있지만, 크레디아는 “코로나19 여파로 경영 부담이 커졌다”며 철회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19일 공연업계에 따르면 크레디아는 지난 2월 특별회원(프레스티지) 및 후원회원(시엘로스)을 대상으로 ‘클럽발코니 회원 이용약관 개정안’을 보냈다. 개정안에는 애초 기한이 없었던 대다수 특별회원과 일부 후원회원의 유효기간을 각각 2030년과 2031년으로 명시했다. ‘거부 의사를 표시하지 않는 경우 개정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된다’는 문구도 넣었다. 크레디아는 피아니스트 임동혁,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등 유명 연주자들이 몸담고 있는 대형 기획사다. 이에 따라 특별회원은 2031년부터 크레디아 및 파트너스 기획공연 할인, 매거진 무료 배송, 수수료 면제 혜택 등을 받을 수 없게 된다. 후원회원은 여기에 더해 연간 4회 이상의 프라이빗 음악회·전시회·강연회 초대권과 공연 패키지 할인 등도 사라진다. 평생회원 제도는 크레디아가 사업 초기인 1990년대 충성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했다. 가입할 때 딱 한 번 10만원(후원회원은 200만원)을 내면 평생 티켓 할인 등의 혜택을 주도록 설계했다. 크레디아는 평생회원 제도가 갈수록 회사 경영에 부담을 주는 데다 요즘 가입한 회원과의 형평성도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없애기로 했다. 특별회원과 똑같은 혜택을 적용받는 일반회원은 매년 3만원씩 회비를 내고 있다. 크레디아는 특별회원 폐지 방침에 따라 지난 4월 한 달간 약관 개정을 거부한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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