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문화부에서 클래식 음악을 비롯한 공연예술 전반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ksoohyun@hankyung.com
국내 3대 클래식 공연기획사 중 하나인 크레디아가 회원들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평생회원 제도'를 없애 업계가 시끌시끌하다. 티켓 할인 등 각종 혜택을 잃게 된 회원들이 반발하고 있지만, 크레디아는 "코로나19 여파로 경영 부담이 커졌다"며 철회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19일 공연업계에 따르면 크레디아는 지난 2월 특별회원(프레스티지) 및 후원회원(씨엘로스)을 대상으로 ‘클럽발코니 회원 이용약관 개정안’을 보냈다. 개정안에는 애초 기한이 없었던 대다수 특별회원과 일부 후원회원의 유효기간을 각각 2030년과 2031년으로 명시했다. ‘거부 의사를 표시하지 않는 경우 개정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된다’는 문구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크레디아는 피아니스트 임동혁,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등 유명 연주자들이 몸담고 있는 대형 기획사다. 이에 따라 특별회원은 2031년부터 크레디아 및 파트너스 기획공연 할인, 매거진 무료 배송, 수수료 면제 혜택 등을 받을 수 없게 된다. 후원회원은 여기에 더해 연간 4회 이상의 프라이빗 음악회·전시회·강연회 초대권과 공연 패키지 할인 등도 사라진다. 평생회원 제도는 크레디아가 사업 초기인 1990년대에 충성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했다. 가입할 때 딱 한 번 10만원(후원회원은 200만원)을 내면 평생 티켓 할인 등의 혜택을 주도록 설계했다. 크레디아는 평생회원 제도가 갈수록 회사경영에 부담을 주는 데다 요즘 가입한 회원과의 형평성도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없애기로 했다. 특별회원과 똑같은 혜택을 적용받는 일반회원은 매년 3만원씩 회비를 내고 있다. 크레디아는 특별회원 폐지 방침에 따라 지난 4월 한 달간 약관 개정을 거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 ‘현존하는 최고의 베토벤 전문가’라고 불리는 피아니스트가 있다. 2014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최초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연주한 이후 독일 베를린, 오스트리아 빈 등에서 60여 회 완주 기록을 쓰면서 클래식 연주사에 한 획을 그은 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1946~)다. 부흐빈더는 다섯 살 때 빈 국립음대에 최연소 입학하면서 ‘음악 신동’으로 이름을 알렸다. 거장 피아니스트 브루노 자이들호퍼를 사사한 그는 리카르도 무티가 이끄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크리스티안 틸레만이 지휘하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등 세계 최정상급 악단과 호흡을 맞추면서 역사적인 명연을 남겨왔다. 그가 지금껏 발표한 음반은 100장이 넘는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로부터 협연자 최초로 명예 골든 배지를 받은 인물로도 유명한 부흐빈더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명예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부흐빈더는 6월 28일부터 7월 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리사이틀 무대(7회)에 올라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를 마쳤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대만계 호주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1989~)에겐 ‘21세기형 음악가’라는 수식어가 으레 따라붙는다. 그는 2008년 예후디 메뉴인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이듬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후 소니, 데카 등 유수 음반사를 통해 활발한 연주 활동을 펼치면서 천재적인 연주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2011년 발표한 앨범 ‘비르투오소’로 독일을 대표하는 음반상인 에코상을 받았고, 2018년 내놓은 음반 ‘골든 에이지’로 그라모폰 매거진으로부터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연주”라는 극찬을 받았다. 2017년엔 미 포브스가 레이 첸을 ‘30세 이하 영향력 있는 아시아인 30명’에 선정하기도 했다. 네 살 때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한 레이 첸은 미국 명문 커티스 음악원에서 공부했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소통력이 뛰어난 연주자로도 유명하다. 최근엔 아마추어, 프로 음악가 할 것 없이 각자의 연주 영상을 직접 올려 공유하는 앱(애플리케이션)인 ‘토닉’을 공동 설립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가 8월 11일 롯데문화재단의 '2023 클래식 레볼루션' 무대에 오른다. 첸은 이번 공연에서 오텐잠머가 지휘하는 서울시향과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이재리(14·사진)는 클래식 음악계에서 첼로 유망주를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연주자 중 한 명이다. 이제 중학교(예원학교) 2학년밖에 안 됐는데 웬만한 성인 연주자에 버금가는 커리어를 쌓고 있어서다. 2019년 헝가리 다비드 포퍼 국제 콩쿠르 1위, 2022년 이자이 주니어 국제 콩쿠르 우승에 이어 최근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고(故) 권혁주를 기리는 ‘권혁주 음악 콩쿠르’에서도 대상을 받았다. 그 사이 음악 영재들의 필수 코스인 금호영재콘서트 독주회도 열었고, ‘꿈의 무대’로 불리는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도 올랐다. 그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테크닉이 좋은 첼리스트가 아니라 ‘나만의 색깔을 가진 연주자’ ‘청중에게 특별한 감정을 선사하는 첼리스트’가 되고 싶다”며 “그래서 무대에 오를 때마다 ‘청중들이 한시도 귀를 뗄 수 없는 연주를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만 한다”고 말했다. 이재리가 첼로를 만난 건 7세 때였다. 그는 “친구가 눈앞에서 첼로를 연주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근사했다”고 했다. “곧바로 첼로를 배우겠다고 부모님을 졸랐죠. 첼로를 공부할수록 다른 악기에는 없는 풍부한 저음과 넓은 음역에서 오는 거대한 울림에 빠져들었습니다. 친구들과 노는 걸 잊어버릴 정도였어요.” 이재리는 서너 마디의 짧은 프레이즈(한 단락의 선율선)도 원하는 소리가 날 때까지 연습에 매달리는 ‘악바리’다. “제가 가장 많이 연습하는 부분은 누구보다 잘 표현해내고 싶은 구간이에요. 그럴 땐 정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연습에 빠져듭니다. 단 한 번의 보잉(활 긋기)으로 제가 바라는 소리가 나올 때까지 끊임없이 손을 움직이죠. 하루를 꼬박 보내고, 다음 날
첼리스트 이재리(14)는 클래식 음악계에서 한국의 첼로 유망주를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인물이다. 예원학교(중학교) 2학년인데도 성인 연주자 못지않은 약력을 써왔다. 2019년 헝가리 다비드 포퍼 국제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며 이름을 알린 그는 지난해 초 구스타프 말러 첼로 콩쿠르에서 라센스트링상과 슈베르트 해석상을 받은 데 이어 이자이 주니어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음악 영재의 필수 코스인 금호영재콘서트 독주회도 가졌고, 음악인들에게 ‘꿈의 무대’로 불리는 미국 뉴욕 카네기홀 무대에도 섰다. 최근엔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고(故) 권혁주를 기리는 '권혁주 음악 콩쿠르'에서 대상도 받았다. 그는 7일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단순히 '멋있는 연주자' '테크닉 좋은 첼리스트'가 되기보다는 나만의 색깔이 명료히 드러나는 연주로 청중에게 특별한 감정을 선사하는 연주가가 되고 싶다"며 "그래서 무대에 오를 때마다 '한시도 눈과 귀를 뗄 수 없는 연주를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만 한다"고 말했다. 이재리가 첼로를 만난 건 7살 때였다. 그는 "친구가 눈앞에서 첼로를 연주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근사했다"고 했다. "곧바로 첼로를 배우겠다고 부모님을 졸랐죠. 첼로를 공부할수록 다른 악기에는 없는 풍부한 저음과 넓은 음역에서 오는 거대한 울림에 빠져들었습니다. 친구들과 노는 걸 잊어버릴 정도였어요." 이재리는 서너 마디의 짧은 프레이즈(한 단락의 선율선)도 원하는 소리가 날 때까지 연습에 매달리는 '악바리'다. "테크닉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구간도 계속 연습하지만, 사실 더 집중하는 건 제가 누구보다 더 잘 표현해내고 싶고 또 그럴 수 있다고 확신하
“신이 내린 목소리다. 그녀는 인류의 자산이다.” 전설적인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소프라노 조수미(1962~)에게 건넨 찬사다. 조수미는 화려한 기교와 천재적인 음악성,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매력적인 목소리로 한국 성악 역사를 새로 쓴 소프라노다. 그는 1986년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극장에서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 여주인공 질다 역으로 유럽 무대에 데뷔했다. 이후 동양인 최초로 세계 5대 오페라 극장에서 주역을 차지하면서 세계적인 프리마돈나 반열에 올랐다. 1993년에는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성악계 최고 영예인 ‘황금 기러기상’을 받았고, 2008년에는 비(非)이탈리아인으로는 처음으로 ‘국제 푸치니상’을 들어 올렸다. 2019년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친선훈장과 기사 작위를 받은 데 이어 2021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아시아 명예의전당’에 헌액됐다. 조수미는 수많은 명반을 보유한 소프라노로도 유명하다. 1993년 지휘 거장 게오르그 솔티와 녹음한 슈트라우스의 ‘그림자 없는 여인’ 음반은 그래미상 클래식 오페라 부문 ‘최고 음반상’을 받았다. 조수미는 서울대 성악과 재학 중 유학을 떠나 이탈리아 명문 산타체칠리아 음악원에서 수학했다. 그는 내년 7월 프랑스 파리 근교 고성인 샤토 드 라 페르테 엥보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국제 콩쿠르를 열 예정이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로열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와 함께 ‘세계 3대 오케스트라’로 꼽히는 최고 악단이다. 이런 악단에서 각 악기군의 리더를 뜻하는 ‘수석연주자’ 자리에 앉는 건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빈 필은 기교, 음색, 리듬감, 앙상블 역량 등 연주력을 가늠할 수 있는 모든 측면에서 깐깐한 심사를 거쳐 최적의 연주자를 선발한다. 그래서 빈 필의 수석연주자에겐 ‘빈 필의 수석’이란 것 외에 다른 수식어가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빈 필의 수석 바수니스트인 소피 데르보(32)에겐 수식어가 하나 더 붙는다. 베를린 필의 수석 콘트라 바수니스트(2013~2015)를 거친 덕분에 그의 이름 앞에는 ‘세계 양대 오케스트라가 모두 선택한 바수니스트’란 설명이 함께한다. ‘바순의 여왕’ 데르보가 한국을 찾는다. 바순도 불고 지휘도 한다. 오는 26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한경아르떼 더클래식 2023’ 여섯 번째 공연에서 한경아르떼필하모닉의 지휘자로 포디엄에 선다. 그는 모차르트 오페라 ‘코지 판 투테’ 서곡, 모차르트 바순 협주곡, 베토벤 교향곡 4번 등을 선보인다. 공연을 앞두고 한국경제신문과 서면으로 만난 데르보는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 나의 음악적 흥미를 충족시키는 일이라면, 지휘는 작곡가가 남긴 음악 세계를 깊이 탐구해 작품을 완전하게 이해하는 일”이라며 “작곡가의 의도에 나만의 색채를 덧입혀 한국 청중에게 새로운 음악적 경험을 선사하겠다”고 했다. 데르보는 이번 공연 중 모차르트 바순 협주곡 차례에서 바순을 불면서 지휘도 하는 ‘1인 2역’을 맡는다. 그는 “악기만 연주하는 것과 악단을
“신이 내린 목소리다. 그녀는 인류의 자산이다.” 전설적인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소프라노 조수미(사진·1962~)에게 건넨 찬사다. 조수미는 화려한 기교와 천재적인 음악성,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매력적인 목소리로 한국 성악 역사를 새로 쓴 소프라노다. 그는 1986년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극장에서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 여주인공 질다 역으로 유럽 무대에 데뷔했다. 이후 동양인 최초로 세계 5대 오페라 극장에서 주역을 차지하면서 세계적인 프리마돈나 반열에 올랐다. 1993년에는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성악계 최고 영예인 ‘황금 기러기상’을 받았고, 2008년에는 비이탈리아인으로는 처음으로 ‘국제 푸치니상’을 들어 올렸다. 2019년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친선훈장과 기사 작위를 받은 데 이어 2021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아시아 명예의전당’에 헌액됐다. 조수미는 수많은 명반을 보유한 소프라노로도 유명하다. 1989년 명장 카라얀과 녹음한 베르디의 오페라 ‘가면무도회’ 음반은 기념비적인 명반으로 꼽힌다. 1993년 지휘 거장 게오르그 솔티와 녹음한 슈트라우스의 ‘그림자 없는 여인’ 음반은 미국 그래미상 클래식 오페라 부문 ‘최고 음반상’에 선정된 바 있다. 조수미는 서울대 성악과 재학 중 유학을 떠나 이탈리아 명문 산타체칠리아 음악원에서 수학했다. 조수미는 내년 7월 프랑스 파리 근교 고성인 샤토 드 라 페르테 엥보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국제 콩쿠르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로열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와 함께 '세계 3대 오케스트라'로 꼽히는 최고 악단이다. 이런 악단에서 각 악기군의 장(將)을 뜻하는 ‘수석 연주자’ 자리에 앉는 건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빈 필은 기교, 음색, 리듬감, 앙상블 역량 등 연주력을 가늠할 수 있는 모든 측면에서 깐깐한 심사를 거쳐 최적의 연주자를 선발한다. 그래서 빈 필의 수석 연주자에겐 '빈 필의 수석'이란 것 외에 다른 수식어가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빈 필의 수석 바수니스트인 소피 데르보(32)에겐 수식어가 하나 더 붙는다. 베를린 필의 수석 콘트라 바수니스트(2013~2015년)를 거친 덕분에 그의 이름 앞에는 '세계 양대 오케스트라가 모두 선택한 바수니스트'란 설명이 함께한다. '바순의 여왕' 데르보가 한국을 찾는다. 바순도 불고 지휘도 한다. 오는 26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한경아르떼 더클래식 2023’ 여섯 번째 공연에서 한경아르떼필하모닉의 지휘자로 포디엄에 선다. 그는 모차르트 오페라 ‘코지 판 투테’ 서곡, 모차르트 바순 협주곡, 베토벤 교향곡 4번 등을 선보인다. 공연을 앞두고 한국경제신문과 서면으로 만난 데르보는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 나의 음악적 흥미를 충족시키는 일이라면, 지휘는 작곡가가 남긴 음악 세계를 깊이 탐구해 작품을 완전하게 이해하는 일"이라며 "작곡가의 의도에 나만의 색채를 덧입혀 한국 청중에게 새로운 음악적 경험을 선사하겠다"고 했다. 데르보는 이번 공연 중 모차르트 바순 협주곡 차례에서 바순을 불면서 지휘도 하는 '1인 2역'을 맡는다. 그는 "악기만 연주하는 것과 악단을 지휘하면서 연주
지휘자 드미트리 키타옌코와 요엘 레비가 KBS교향악단의 계관(桂冠) 지휘자로 위촉됐다. KBS교향악단은 3일 "이달 1일 KBS교향악단 제6대 상임지휘자 드미트리 키타옌코와 제8대 상임지휘자 겸 음악감독 요엘 레비를 계관 지휘자로 위촉했다"고 밝혔다. 계관 지휘자는 세계적으로 명망이 있거나 오케스트라의 발전에 공헌한 지휘자에게 부여하는 명예직이다. 지난해 지휘자 정명훈이 KBS교향악단의 첫 계관 지휘자로 위촉된 바 있다. 러시아 출신 지휘자 드미트리 키타옌코는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베르겐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 등 유럽 유수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 및 음악감독을 지냈다. 1999년 KBS교향악단의 제6대 상임지휘자로 부임했다. 이후 2004년까지 악단의 전성기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루마니아 태생의 이스라엘 지휘자 요엘 레비는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애틀랜타 심포니 오케스트라, 브뤼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미국·유럽 등지의 오케스트라에서 상임지휘자 및 음악감독으로 활동했다. 2014년 KBS교향악단의 제8대 상임지휘자 겸 음악감독으로 임명됐다. 악단의 유럽투어를 이끌었으며, 2018년 세계적인 음반사 도이치그라모폰(DG)에서 악단과 말러 교향곡 9번의 실황 음반을 발매했다. 요엘 레비는 현재 이스라엘 하이파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테크닉이 훌륭한 바이올리니스트는 너무나도 많습니다. 저는 음악에 진심을 담는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고 싶어요. 유명 연주자보다는 진정한 음악을 할 줄 아는 연주자가 되고 싶습니다.”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이올리니스트 김계희(29·사진)는 3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서울예고를 다니다 미국으로 건너가 커티스음악원에서 공부한 그는 2016년 에네스코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서울대 음악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뒤 뮌헨국립음대에서 석사 과정을 밟으며 차근차근 연주력을 쌓았다.그는 이번 콩쿠르를 준비하면서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애를 먹었다고 했다. “마치 심한 몸살을 앓듯 온몸이 아픈 상태였어요. 그래서 우승이란 결과는 생각도 못했죠. 무사히 연주만 끝낼 수 있길 바랐으니까요.”김계희는 인터뷰 도중 “그간 음악에 쏟아부은 노력과 시간이 조금이나마 전해진 것 같다”며 훌쩍였다. “제가 나이가 있어서 마지막 콩쿠르라고 생각하며 나갔어요. 25년 넘게 음악을 하면서 제 마음까지 더 털어 넣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제대로 전달된다고 느꼈던 적이 없었거든요. 이제야 음악에 대한 제 간절함이 청중에게 닿은 것 같아요.”김수현 기자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한 첼리스트 이영은(25·사진)은 3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청중의 마음을 파고드는 연주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한국인 최초로 차이콥스키 콩쿠르 기악 부문에서 우승한 그는 “나만의 개성을 뽐내기 전에 작곡가의 의도를 100%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영은은 “이번 경연에서 모든 음이 가진 색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곡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며 “기본에 충실한 해석이 청중과 평가단을 집중하게 만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이영은은 올해 처음 국제 콩쿠르에 도전한 신예다. 선화예고를 거쳐 서울대 음대를 수석 졸업했다. 중국 톈진에 있는 줄리아드학교에서 공부하는 그는 지독한 연습벌레로 통한다. 이번 콩쿠르를 준비하면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학교 연습실에서 살았다고 한다.그는 음악에 대한 열정을 설명하는 데 인터뷰의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연주회장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은 실로 어마어마해요. 작곡가가 연주자를 통해 세상에 내놓는 음악에 관객들이 실시간으로 반응하죠. 이렇게 관객의 마음에 들어가는 연주를 하는 것, 그게 저의 목표입니다.”김수현 기자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첼리스트 김계희(29) 3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테크닉적으로 훌륭한 바이올리니스트들은 세상에 너무나도 많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건 음악에 담긴 진심을 바이올린으로 쏟아내는 것"이라며 "유명한 연주자가 아닌 진정한 음악을 할 줄 아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번 콩쿠르를 준비하면서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애를 먹었다고 했다. "마치 심한 몸살을 앓듯 온몸이 아픈 상태였어요. 그래서 우승이란 결과는 생각도 못했죠. 무사히 연주만 끝낼 수 있길 바랐으니까요. 혹여나 실수할까 봐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릅니다. 지금도 결과가 믿기지 않아요. 감사하단 말로도 다 표현하기 힘든 감정인 것 같아요." 서울예고를 다니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커티스음악원에서 공부한 그는 2016년 에네스쿠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서울대 음악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뒤 뮌헨 국립음대에서 석사과정을 밟으며 차근차근 연주력을 쌓아왔다. 김계희는 인터뷰 도중 "그간 음악에 쏟아부은 노력과 시간이 조금이나마 전해진 것 같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제가 나이가 있어서 마지막 콩쿠르라고 생각하면서 나갔어요.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25년 넘게 음악을 하면서 제 마음까지 더 털어 넣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제대로 전달된다고 느꼈던 적이 없었거든요. 그게 가장 힘들었어요. 이제야 음악에 대한 제 간절함이 청중에게 닿은 것 같아요." 그의 어떤 점이 청중을 매료한 것일까. "저는 손가락이 빨리 돌아가는, 말 그대도 현란한 테크닉으로 청중을 장악하는 연주자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나마 다른 참가자들보단 나이가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첼리스트 이영은(25)은 3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우승에 대한 욕심보다는 나의 음악적 수준을 알기 위해 참가한 것인데 좋은 결과까지 얻게 되어 너무나 감사하다"며 "청중의 마음까지 파고들 수 있는 연주자에 대한 갈망이 크다"고 했다. 한국인이 차이콥스키 콩쿠르 기악 부문에서 우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나만의 개성을 뽐내기 전에 작곡가의 의도를 100%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모든 음이 가진 색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곡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며 "기본에 충실한 해석이 청중과 평가단을 집중하게 만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영은은 올해 처음으로 국제 콩쿠르에 도전한 신예다. 선화예고를 거쳐 서울대 음악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했다. 지금은 중국 톈진에 있는 줄리아드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다. 클래식 음악계에서 그는 지독한 연습벌레로 통한다. 콩쿠르 준비할 때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학교 연습실에서 살았다고 한다. "학교 연습실이 열리는 시간에 가서 문 닫는 시간에 집에 돌아가곤 했습니다. 일단 연습 시간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려고 노력했고, 효율도 높이려고 애썼죠. 피아니스트 친구가 제가 원할 때 언제나 제 곡의 반주를 맡아줬는데, 그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7살 때부터 첼로를 켰다는 그는 자신이 이 자리에 오기까지 많은 사람의 도움이 있었다고 했다. "사실 취미로 시작한 악기였어요. 그런데 그때 만난 한 선생님이 제 재능을 알아봐 주시고 전공을 해야 한다고 권해주셨죠. 쉽지 않은 길을 걷는 동안 부모님은 전폭적으로 저를 지원해 주셨어요.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요. 선생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바이올리니스트 김계희, 첼리스트 이영은, 테너 손지훈이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인이 차이콥스키 콩쿠르 기악 부문 정상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9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폐막한 2023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바이올린 부문 김계희, 첼로 부문 이영은, 성악 부문 손지훈(테너)이 각각 1위에 올랐다. 성악 부문은 러시아 출신의 지나이다 차렌코와 공동 수상이다. 이외에도 성악 부문에서 정인호가 공동 2위에 올랐고, 첼로 부문에서 박상혁이 3위를 차지했다. 목관 부문에서는 플루티스트 김예성이 공동 3위에 올랐다. 피아노 부문에서 예수아가 4위, 첼로 부문에서 이동열이 5위를 차지했다. 1958년 창설된 이 대회는 쇼팽·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지난해 유네스코 산하 국제음악경연대회 세계연맹(WFIMC)으로부터 회원 자격을 박탈당했다. 이를 계기로 콩쿠르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은 게 사실이다. 올해 콩쿠르 지원자 수는 742명으로 2019년(954명)에 비해 20% 이상 줄었다. 서류 심사를 거쳐 선발된 236명의 참가자 중 미국인은 4명, 독일인 1명에 그쳤다. 이는 4년 전에 비해 각각 11명, 7명씩 감소한 수치다. 올해 우크라이나 출신 참가자는 한 명도 없었고, 전체 참가자의 절반 이상(128명)이 러시아 출신 음악가인 것으로 전해졌다. 차이콥스키 콩쿠르는 바이올린, 피아노, 남녀 성악, 첼로, 목관, 금관 등에서 만 16~32세의 음악가를 대상으로 4년에 한 번씩 열려왔다. 역대 한국인 입상자로는 정명훈(1974년·피아노 2위), 백혜선(1994년·피아노 3위), 손열음(2011년·피아노 2위), 조성
1913년 5월 29일.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 극장에서 폭동(暴動)이 일어났다. 공연 중에 관객들이 이토록 폭력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유례없는 일이었다. 객석 곳곳에서 고성과 욕설이 쏟아졌고, 공연을 당장 그만둬야 한다는 사람과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사람들 사이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경찰이 출동하고 나서도 혼란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다. 공연을 둘러싼 생각은 저마다 달랐으나 한 가지는 모두가 공감했다. 지나치게 난해하고 파격적이었다는 것이다. 선율은 소름이 돋을 것 같았고 리듬은 불편할 정도로 신경을 긁었다. 불협화음은 끝없이 이어졌다. 악상은 극도의 긴장감을 유발할 만큼 극단적으로 표현됐다. 춤도 문제였다. 도저히 발레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기괴한 몸짓이 무대를 채웠다. 소동의 주인공은 공연 역사상 최대 스캔들을 일으킨 명작, 이고리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이다.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에 바츨라프 니진스키의 안무가 더해진 발레 ‘봄의 제전’ 초연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무용수가 등장하기 전부터 오케스트라가 만들어내는 복잡한 음향에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관객의 참을성이 한계에 도달할 것은 극의 내용이 드러났을 때였다. 신에게 바치기 위해 한 소녀를 제물로 간택하고 제단 앞에서 이교도적 의식을 치르는 야만적인 장면이 펼쳐지자 카오스(대혼란)에 빠진 관객들은 격분하며 폭언을 퍼부었다. 아수라장이 된 당시 상황은 스트라빈스키의 자서전에도 생생히 묘사돼 있다. “시작부터 사람들이 불만을 드러냈다. 누군가는 내 뒤에서 ‘닥쳐’라고 외쳤다. 공연에서는 조소가 터져 전주의 몇 마디만 (제대로) 들었을 뿐이
지난 2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피아노 세팅이 끝나고 무대 뒷문이 열리자 임윤찬(19)이 기다렸다는 듯이 뛰쳐나왔다.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시작되자 지그시 눈을 감은 임윤찬은 곧 건반 위에 손을 올렸다.그가 들려준 모차르트는 ‘신세계’였다. 조성진의 연주가 모차르트의 악상 표현, 음악적 구조, 선율의 움직임을 정밀하면서도 또렷하게 드러낸다면, 임윤찬의 모차르트는 대담하고 열정적인 면이 강했다. 이런 표현도 가능하겠다. 조성진이 모차르트의 음악적 영혼을 온전히 흡수해 작품의 ‘정수’를 들려준다면, 임윤찬은 모차르트의 음악 세계에 자신만의 색채를 덧입혀 ‘새로운 맛’을 보여준다고.임윤찬이 이날 루체른 심포니 오케스트라(지휘 미하엘 잔데를링)와 들려준 작품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이었다. 모차르트가 쓴 최초의 단조 피아노 협주곡으로 비극적인 악상과 정교한 구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그는 시작부터 순수하면서도 카랑카랑한 음색과 유연하면서도 가벼운 손가락 움직임으로 모차르트의 시적인 정취를 펼쳐냈다. 오른손으론 모차르트다운 깨끗한 트릴과 생동감 넘치는 리듬을 살렸고, 왼손으론 하나의 점을 향해 빠르게 손가락을 굴리면서 강한 추진력을 보여줬다.임윤찬이 표현한 ‘모차르트의 슬픔’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애수라기보다는 내면 깊숙이 자리한 비참함을 토해내는 것에 가까웠다. 베토벤 작곡 버전의 카덴차(무반주 독주)에서는 격렬한 타건, 극적인 표현, 강하게 몰아치는 악상, 한 음도 허투루 내지 않는 집중력으로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의 긴장감을 선사했다.2악장에선 피아노의 배음과 잔향의 효과를 섬세하게 조절
2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피아노 세팅이 끝나고 무대 뒷문이 열리자 피아니스트 임윤찬(19)이 기다렸다는 듯이 뛰쳐나왔다.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시작되자 지그시 눈을 감고 음악에 몸을 맡긴 임윤찬은 이내 건반 위에 손을 올렸다. 그가 들려준 모차르트는 ‘신세계’였다. 조성진의 연주가 모차르트의 악상 표현, 음악적 구조, 선율의 움직임을 정밀하면서도 또렷하게 드러낸다면, 임윤찬의 모차르트는 대담하고 열정적인 면이 강했다. 이런 표현도 가능하겠다. 조성진이 모차르트의 음악적 영혼을 온전히 흡수해 작품의 '정수'를 들려준다면, 임윤찬은 모차르트의 음악 세계에 자신만의 색채를 덧입혀 '새로운 맛'을 보여줬다. 임윤찬이 이날 루체른 심포니 오케스트라(지휘 미하엘 잔데를링)와 들려준 작품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 모차르트가 쓴 최초의 단조 피아노 협주곡으로 비극적인 악상과 정교한 구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는 시작부터 순수하면서도 카랑카랑한 음색과 유연하면서도 가벼운 손가락 움직임으로 모차르트의 시적인 정취를 펼쳐냈다. 오른손으론 모차르트다운 깨끗한 트릴과 생동감 넘치는 리듬을 살렸고, 왼손으론 하나의 점을 향해 빠르게 손가락을 굴리면서 강한 추진력을 보여줬다. 임윤찬이 표현한 '모차르트의 슬픔'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애수라기보다는 내면 깊숙이 자리한 비참함을 토해내는 것에 가까웠다. 베토벤 작곡 버전의 카덴차(무반주 독주)에서는 격렬한 타건, 극적인 표현, 강하게 몰아치는 악상, 한 음도 허투루 내지 않는 집중력으로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의 긴장감을 선사했다. 2악장에선 피아노의 배음과 잔향의 효과를 섬세하게 조절하면서
1913년 5월 29일.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 극장에서 폭동(暴動)이 일어났다. 공연 중에 관객들이 이토록 폭력적 반응을 보인 것은 유례없는 일이었다. 객석 곳곳에서 고성과 욕설이 쏟아졌고, 공연을 당장 그만둬야 한다는 사람들과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사람들 사이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경찰이 출동하고 나서도 혼란은 조금도 잦아들지 않았다. 공연을 둘러싼 생각은 저마다 달랐으나 한 가지는 모두가 공감했다. 지나치게 난해하고 파격적이었다는 것이다. 선율은 소름이 돋을 것 같았고 리듬은 불편할 정도로 신경을 긁었다. 불협화음은 끝없이 이어졌다. 악상은 극도의 긴장감을 유발할 만큼 극단적으로 표현됐다. 춤도 문제였다. 도저히 발레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기괴한 몸짓들이 무대를 채웠다. 소동의 주인공은 공연 역사상 최대의 스캔들을 일으킨 명작, 이고리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이다.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에 바슬라프 니진스키의 안무가 더해진 발레 ‘봄의 제전’ 초연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무용수가 등장하기 전부터 이미 오케스트라가 만들어내는 복잡한 음향에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관객들의 참을성이 한계에 도달할 것은 극의 내용이 드러났을 때였다. 신에게 바치기 위해 한 소녀를 제물로 간택하고 제단 앞에서 이교도적 의식을 치르는 야만적인 장면이 펼쳐지자 카오스(대혼란)에 빠진 관객들은 격분하며 폭언을 퍼부었다. 아수라장이 된 당시 상황은 스트라빈스키의 자서전에도 생생히 묘사돼 있다. “시작부터 사람들이 불만을 드러냈다. 누군가는 내 뒤에서 ‘닥쳐’라고 외쳤다. 공연에서는 조소가 터져 전주의 몇 마디만 (제대로)
조성진(29)이 마지막 음을 내려치고 손을 들어 올리자 너무나도 큰 박수 소리가 객석에서 쏟아져 나왔다. 절절하면서도 애틋하고, 찬란하면서도 서글픈 음색에 빠져 다들 공연 내내 박수를 치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했던가 보다. 지난 25일 경기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열린 조성진의 연주는 첫사랑의 열병을 앓던 쇼팽이었고, 예술혼을 꽃피우던 스물한 살의 모차르트였다. 그가 발트 앙상블(체임버 오케스트라)과 함께 들려준 첫 곡은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9번 ‘죄놈’이었다. 모차르트가 법적으로 성년이 된 시기에 작곡한 이 곡은 깊은 감정 표현과 거대한 규모 덕분에 모차르트의 첫 번째 걸작으로 불린다. 조성진은 가벼우면서도 명료한 터치와 유려한 손가락 움직임으로 모차르트의 맑은 서정을 펼쳐냈다. 왼손으로는 다정하면서도 묵직한 음색을, 오른손으로는 모차르트다운 깔끔한 트릴과 역동적인 리듬을 엮어냈다. 서로 다른 두 가지 색채가 대화하듯 움직이면서 입체감이 살아났다. 조성진의 연주는 정확하면서도 노련했다. 선율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가운데 아티큘레이션(각 음을 분명하게 연주하는 기법)은 놀라울 정도로 명징했고, 강렬한 표현의 순간을 놓치는 법이 없었다. 조성진이 연주한 두 번째 작품은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 출판 순서로는 2번이지만, 실제론 쇼팽이 쓴 최초의 피아노 협주곡이다. 낭만주의 시대 피아노 협주곡의 시작을 알리는 명작으로 평가받는다. 쇼팽이 첫사랑에 대한 열병을 앓고 있을 때 작곡한 곡이다. 조성진은 시작부터 격렬한 타건으로 단숨에 쇼팽 특유의 비극적인 정취를 소환했다. 그는 건반을 누르는 깊이와 무게, 피아노의 배
조성진(29)이 마지막 음을 내려치고 손을 들어 올리자, 너무나도 큰 박수 소리가 객석에서 쏟아져 나왔다. 절절하면서도 애틋하고, 찬란하면서도 서글픈 음색에 빠져 다들 공연 내내 박수를 치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했던가 보다. 지난 25일 경기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열린 조성진의 연주는 첫사랑의 열병을 앓던 쇼팽이었고, 예술혼을 꽃피우던 스물한살의 모차르트였다. 그가 발트 앙상블(체임버 오케스트라)과 함께 들려준 첫 곡은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9번 ‘죄놈’이었다. 모차르트가 법적으로 성년이 된 시기에 작곡한 이 곡은 깊은 감정 표현과 거대한 규모 덕분에 모차르트의 첫 번째 걸작으로 불린다. 조성진은 가벼우면서도 명료한 터치와 유려한 손가락 움직임으로 모차르트의 맑은 서정을 펼쳐냈다. 왼손으로는 다정하면서도 묵직한 음색을, 오른손으로는 모차르트다운 깔끔한 트릴과 역동적인 리듬을 엮어냈다. 서로 다른 두 가지 색채가 대화하듯 움직이면서 입체감이 살아났다. 조성진의 연주는 정확하면서도 노련했다. 선율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가운데 아티큘레이션(각 음을 분명하게 연주하는 기법)은 놀라울 정도로 명징했고, 강렬한 표현의 순간은 놓치는 법이 없었다. 조성진이 연주한 두 번째 작품은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 출판 순서로는 2번이지만, 실제론 쇼팽이 쓴 최초의 피아노 협주곡이다. 낭만주의 시대 피아노 협주곡의 시작을 알리는 명작으로 평가받는다. 쇼팽이 첫사랑에 대한 열병을 앓고 있을 때 작곡한 곡이다. 조성진은 시작부터 격렬한 타건으로 단숨에 쇼팽 특유의 비극적인 정취를 소환했다. 그는 건반을 누르는 깊이와 무게, 피아노의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 ‘현존하는 최고의 베토벤 전문가’라고 불리는 피아니스트가 있다. 2014년 잘츠부르크페스티벌 최초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연주한 이후 독일 베를린, 오스트리아 빈 등에서 60여 회 완주 기록을 쓰면서 클래식 연주사에 한 획을 그은 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1946~·사진)다. 부흐빈더는 다섯 살 때 빈 국립음대에 최연소 입학하면서 ‘음악 신동’으로 이름을 알렸다. 거장 피아니스트 브루노 자이들호퍼를 사사한 그는 리카르도 무티가 이끄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크리스티안 틸레만이 지휘하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등 세계 최정상급 악단과 호흡을 맞추면서 역사적인 명연을 남겨왔다. 그가 지금껏 발표한 음반은 100장이 넘는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로부터 협연자 최초로 명예 골든 배지를 받은 인물로도 유명한 부흐빈더는 현재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명예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부흐빈더가 한국을 찾는다. 그는 6월 28일부터 7월 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리사이틀 무대(7회)에 올라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베토벤 바이올린협주곡은 여덟 살 때 처음 연주한 곡이에요. 고음에서 움직이는 바이올린 선율에서는 마치 천사가 노래하는 듯한 심상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 세계 무대에서 존재감을 과시해 온 미국 바이올리니스트 아우구스틴 하델리히(39·사진)가 오는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루체른심포니오케스트라(지휘 미하엘 잔데를링)와 함께 베토벤 바이올린협주곡을 들려준다. 바이올린협주곡 가운데 ‘최고 걸작’으로 불리는 이 작품은 하델리히를 바이올리니스트의 길로 이끈 곡으로 그에게 더 각별하다. 하델리히는 고난과 역경을 딛고 세계적 음악가 반열에 오른 인간승리의 주인공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음악 인생은 남부러울 것 없이 시작됐다. ‘음악 영재’ 소리를 들으며 일곱 살에 데뷔 연주회를 열었다. 위기는 열다섯 살에 닥쳤다. 가족 농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심한 화상을 입었다. 당시 의료진은 더는 악기를 잡지 못할 것이란 예상까지 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음악을 하겠다는 일념으로 재활에 매달린 끝에 미국 인디애나폴리스국제콩쿠르(2006년)에서 우승하며 화려하게 재기했다. 이후 그래미상, 오푸스클래식상, 에이버리피셔 커리어그랜트 등 국제적인 음악상을 휩쓸면서 이름값을 높여왔다. 그는 베토벤 바이올린협주곡의 2악장에서 작곡가에 대한 경의를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느린 악장을 연주할 때마다 이 작품이 얼마나 완벽하면서도 단순한지, 또 친밀하면서도 인간적인지를 느끼게 됩니다. 경이로운 순간들이죠. 마치 베토벤이 느낀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과 그 너머에 있는 찰나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할까요. 작품에 대해 알아갈수록
기돈 크레머(1947~)는 ‘금세기 최고의 거장’으로 불리는 라트비아 출신 바이올리니스트다. 네 살 때부터 아버지에게 바이올린을 배운 그는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전설의 바이올리니스트 다비트 오이스트라흐를 사사했다. 1969년 파가니니 콩쿠르와 이듬해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잇따라 우승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후 그는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로린 마젤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레너드 번스타인이 지휘하는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세계 최정상급 악단과 협연하면서 천재적인 연주력과 작품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인정받았다. 크레머가 지금까지 발표한 음반은 무려 120여 장. 그는 바로크·고전주의·낭만주의 시대 음악은 물론 20·21세기 현대음악 연주에도 능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7년에는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의 젊은 연주자를 양성하기 위한 악단 ‘크레메라타 발티카’를 창단했다. 그가 오는 24일(롯데콘서트홀)과 25일(부천아트센터) 열리는 KBS교향악단 공연에서 협연자로 나선다. 크레머는 이번 무대에서 슈만 첼로 협주곡의 바이올린 편곡 버전을 들려줄 예정이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음악은 치유의 힘을 지닌 예술입니다. 그중에서도 합창은 세대, 성별, 문화, 국경 등 모든 경계를 뛰어넘어 세계인을 하나로 잇는 소통의 울림이죠. 세계합창대회로 문화 강국 대한민국의 위력과 열정을 다시 한번 보여주겠습니다.”허용수 조직위원장(GS에너지 사장·가운데)이 21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3 강릉세계합창대회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세계는 코로나19, 전쟁, 경제 위기 등 힘겨운 터널을 지나왔는데 이제 이 모든 것을 치유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번 대회가 합창으로 세계가 교류하는 화합의 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세계 최대 규모 합창 경연인 세계합창대회가 오는 7월 3일부터 13일까지 강릉아레나 등 강원 강릉 일원에서 열린다. 올해 대회 주제는 ‘모두를 위한 평화와 번영’이다. 독일 인터쿨투르재단이 주최하는 이 대회는 2000년 오스트리아를 시작으로 2년에 한 번 개최되고 있다. 국내에서 이 대회가 열리는 건 2002년 부산에 이어 두 번째다. 당초 지난해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1년 연기됐다.올해 대회에는 34개국, 323팀이 참가한다. 참여 인원은 8000여 명. 이 중 세간의 이목을 끄는 건 우크라이나 ‘보그닉 소녀합창단’이다. 1970년대 창단된 이 합창단은 올해 대회에서 개막식, 폐막식 등 네 차례 무대에 오른다. 보그닉 소녀합창단 지휘자인 올레나 솔로비는 “나의 조국인 우크라이나는 전쟁의 포화로 몹시 어려운 상황”이라며 “세계 유일한 분단국이자 전쟁에서 분연히 일어난 대한민국에서 세계인의 마음을 울릴 평화를 노래하고 싶다”고 했다.올
“음악은 치유의 힘을 지닌 예술입니다. 그중에서도 합창은 세대, 성별, 문화, 국경 등 모든 경계를 뛰어넘어 세계인을 하나로 잇는 소통의 울림이죠. 이번 세계합창대회로 문화 강국 대한민국의 위력과 열정을 다시 한번 보여주겠습니다.” 허용수 조직위원장(GS에너지 사장)이 21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3 강릉 세계합창대회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세계는 코로나19, 전쟁, 경제 위기 등의 힘겨운 터널을 지나왔는데 이제 이 모든 것을 치유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번 대회가 합창으로 세계가 교류하는 화합의 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최대 규모의 합창 경연인 세계합창대회가 7월 3일부터 13일까지 강릉아레나 등 강원 강릉시 일원 일대에서 개최된다. 올해 대회의 주제는 ‘모두를 위한 평화와 번영’이다. 독일의 인터쿨투르 재단이 주최하는 이 대회는 2000년 오스트리아를 시작으로 2년에 한 번씩 열리고 있다. 국내에서 이 대회가 개최되는 건 2002년 부산에 이어 두 번째다. 당초 지난해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탓에 1년 연기됐다. 올해 대회에는 34개국, 323팀이 참가한다. 참여 인원만 8000여 명. 이들 중 세간의 이목을 끄는 건 우크라이나의 ‘보그닉 소녀합창단’이다. 1970년대 창단된 이 합창단은 올해 대회에서 개막식, 폐막식 등 네 차례 무대에 오른다. 보그닉 소녀합창단 지휘자 올레나 솔로비는 "나의 조국인 우크라이나는 전쟁의 포화로 몹시 어려운 상황"이라며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자 전쟁에서 분연히 일어난 대한민국에서 세계인의 마음을 울릴 평화를 노래하고 싶다"고 했다. 올해 세계합창대회는 3일 소리꾼 고
라하브 샤니(34)는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 '젊은 거장'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지휘자다. 2018년 29세 나이로 네덜란드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역대 최연소 상임지휘자로 발탁된 데 이어 2020년에는 명장 주빈 메타의 뒤를 이어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악 감독 자리에 올라서다. 그가 내한한다는 소식 하나만으로도 로테르담 필하모닉의 공연을 찾아야 할 이유는 충분했다. 협연자가 2021년 도이치그라모폰(DG)의 전속 아티스트로 계약하면서 세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은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34)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19일 오후 7시 30분 서울 롯데콘서트홀. 오케스트라 뒤편으로 김봄소리와 라하브 샤니가 함께 걸어 나왔다. 공연의 막을 연 작품은 '3대 바이올린 협주곡' 중 하나인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김봄소리는 시작부터 활을 세게 그으면서 브람스의 열정적인 악상을 토해냈다. 활로 현을 낚아채듯 움직이며 만들어낸 강렬한 음색으로 화음을 쏟아내다가도 순간적으로 활에 반동을 주면서 유려한 울림을 만들어내는 솜씨가 일품이었다. 카덴차(무반주 독주)에서는 활의 속도, 현에 가하는 장력까지 섬세하게 조절하면서 휘몰아치는 격정의 감정을 살려냈다. 3악장에서는 깔끔한 아티큘레이션(각 음을 분명하게 연주하는 기법)과 활로 현을 꼬집는 듯한 예민한 리듬 표현으로 춤곡의 맛을 살려냈다. 응축된 에너지와 폭발적인 표현력으로 모든 선율에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그의 연주는 청중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아쉬운 점이 없었던 건 아니다. 자세히 뜯어보면 고음 음정이 약간 흔들렸고, 오케스트라의 음향을 뚫고 나오는 힘도 다소 부족했다. 그러나 김봄소리 특유의
피아니스트 홍석영(15·사진 가운데)이 지난 17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폐막한 2023 밴 클라이번 주니어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2015년 창설된 밴 클라이번 주니어 국제 피아노 콩쿠르는 만 13~17세 연주자를 대상으로 4년에 한 번 열린다. 홍석영은 이번 대회에서 청중상까지 거머쥐며 대회 2관왕에 올랐다. 일곱 살 때 피아노를 시작한 홍석영은 예술의전당 영재아카데미, 예원학교에서 공부했다. 현재는 미국 월넛힐 예술고, 뉴잉글랜드음악원 예비학교에서 피아니스트 백혜선을 사사하고 있다. 홍석영이 받는 상금은 콩쿠르 1위 1만5000달러(약 1900만원), 청중상 500달러(약 60만원) 등 모두 1만5500달러다. 이번 콩쿠르에서는 중국의 우이판(14)이 2위, 체코의 얀 슐마이스터(16)가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무대와 객석의 최소 거리는 불과 2m. 청중은 연주자의 표정은 물론 숨결까지 읽을 수 있다. 마루로 된 바닥에서 악기의 진동마저 느껴진다. 관객이 음악가에게 가장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클래식 공연이 7월 한 달간 매일 이어진다. 서울 동숭동 예술가의집에서 열리는 더하우스콘서트 여름 음악 축제 ‘줄라이 페스티벌’이다. 올해 축제에는 조성진의 스승으로 잘 알려진 피아니스트 신수정 서울대 명예교수와 함께 피아니스트 이경숙 연세대 명예교수, 2014년 제네바콩쿠르, 2015년 부소니콩쿠르에서 연이어 우승한 피아니스트 문지영, 2021년 부소니콩쿠르 우승자 피아니스트 박재홍, 바이올리니스트 김현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김다미 서울대 교수 등 거물급 연주자가 대거 참여한다. 한 달간 축제에 참여하는 연주자만 190명에 달한다. 줄라이 페스티벌에서는 매년 한 명의 작곡가를 꼽아 그의 작품으로 전체 레퍼토리를 채운다. 2020년 탄생 250주년을 맞은 작곡가 베토벤을 시작으로 2021년 브람스, 2022년 버르토크가 축제의 음악가로 선정됐다. 올해 축제의 주인공은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작곡가 프란츠 슈베르트다. 축제는 위필하모닉오케스트라(지휘 김재원)의 슈베르트 교향곡 5번과 8번 ‘미완성’ 연주로 문을 연다. 매주 수요일에는 피아니스트 김정자 김도현 정지원 문지영이 차례로 슈베르트의 피아노 독주곡을 연주한다. 피아니스트 두 사람이 함께 슈베르트의 곡을 연주하는 ‘포핸즈’ 무대는 매주 월요일에 열린다. 슈베르트의 실내악곡 연주도 만나볼 수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 첼리스트 강승민, 피아니스트 문지영이 선보이는 슈베르트 피아노 3중주 2
미국의 바이올리니스트 아우구스틴 하델리히(39)는 고난과 역경을 딛고 세계적 음악가의 반열에 오른 인간승리의 주인공이다. 그는 화마와의 힘겨운 싸움을 성공적으로 이겨냈다. 하델리히의 음악 인생은 남부러울 것 없이 시작됐다. ‘음악 영재’ 소리를 들으며 일곱 살에 데뷔 연주회를 열었다. 위기는 열다섯 살에 닥쳤다. 가족 농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 당시 의료진은 악기를 연주하지 못할 것이란 예상까지 내놨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음악을 하겠다는 일념으로 재활에 매달렸다. 마침내 2006년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그래미상, 오푸스 클래식상, 에이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 등 국제적 음악상을 휩쓸면서 이름값을 높여왔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과 잇따라 협연하며 세계무대에서 존재감을 부각해 온 하델리히가 한국을 찾는다. 오는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루체른 심포니 오케스트라(미하엘 잔데를링 지휘) 내한 공연의 협연자로 나서면서다. 그는 이번 무대에서 바이올린 협주곡 중 ‘최고의 걸작’이라 불리는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려준다. 공연을 앞두고 한국경제신문과 서면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하델리히는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은 여덟 살 때 처음 연주한 곡이다. 나를 바이올리니스트의 길로 이끈 작품이기에 특별히 더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곡의 선율은 부드럽고 아름다우면서 순수하다. 고음에서 움직이는 바이올린 선율에서는 마치 천사가 노래하는 듯한 심상까지 느낄 수 있다”며 “수십년간 공부하고서야 이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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