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문화부에서 클래식 음악을 비롯한 공연예술 전반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ksoohyun@hankyung.com
피아니스트 홍석영(15)이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폐막한 2023 반 클라이번 주니어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2015년 창설된 반 클라이번 주니어 국제 피아노 콩쿠르는 만 13~17세의 연주자들을 대상으로 4년에 한 번씩 열린다. 홍석영은 이번 대회에서 청중상까지 거머쥐며 대회 2관왕에 올랐다. 일곱 살 때부터 피아노를 시작한 홍석영은 예술의전당 영재아카데미, 예원학교에서 공부했다. 현재는 미국 월넛힐 예술고등학교, 뉴잉글랜드 음악원 예비학교에서 피아니스트 백혜선을 사사하고 있다. 홍석영이 받는 상금은 콩쿠르 1위 1만5000달러(약 1900만원), 청중상 500달러(약 60만원) 등 모두 1만5500달러다. 이번 콩쿠르에서는 중국의 우이판(14)이 2위, 체코의 얀 슐마이스터(16)가 3위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조성진 ©Stephan Rabold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바로크 시대와 낭만주의 시대를 아우르는 피아노 레퍼토리를 들고 돌아온다. 7월 4일과 5일 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대전예술의전당(8일), 부천아트센터(9일), 울산 현대예술관(12일)에서 피아노 리사이틀을 연다. 조성진이 전국 리사이틀 투어를 여는 건 2021년 이후 2년 만이다. 이번 공연에서 조성진은 두 개의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예술의전당 첫째 날 공연과 울산 현대예술관 공연에서는 헨델의 '건반 모음곡 5번', 구바이둘리나의 '샤콘느', 브람스의 '헨델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푸가', 브람스 '피아노 소품' 중 1·2·4·5번, 슈만의 '교향적 연습곡' 등을 연주한다. 부천아트센터 공연에서는 브람스 '피아노 소품' 중 1·2·4·5번, 라벨의 '거울', 슈만의 '교향적 연습곡' 등을 들려준다. 이번 무대는 부천아트센터의 개관 기념 공연 중 하나다. 예술의전당 둘째 날 공연과 대전예술의전당 공연에서는 부천아트센터와 같은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조성진은 2015년 국제적 권위의 쇼팽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를 놀라게 한 피아니스트다. 이듬해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그라모폰(DG)과 전속 계약을 맺은 그는 세계 3대 교향악단으로 꼽히는 빈 필하모닉, 베를린 필하모닉,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와 협연하며 이 시대 최고의 피아니스트 중 한 명으로 인정받고 있다. 조성진은 오는 11월에 열리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 협연자로도 예정돼 있다. 그는 베를린 필 공연에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을 선보인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연주자와 청중 간의 거리는 불과 열 뼘(약 2m). 무대와 관객석 사이의 경계를 허문 마루에서 청중이 연주자의 숨결과 표정, 바닥으로 전해지는 악기의 진동까지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공연이 한 달간 매일 이어진다. 7월 1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예술가의 집에서 열리는 더하우스콘서트 여름 음악 축제 ‘줄라이 페스티벌’이다. 올해 축제에는 조성진의 스승으로 잘 알려진 피아니스트 신수정 명예교수(서울대), 피아니스트 이경숙 명예교수(연세대), 2014년 제네바 콩쿠르·2015년 부조니 콩쿠르에서 연이어 우승한 피아니스트 문지영, 2021년 부조니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박재홍, 바이올리니스트 김현미 교수(한예종),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김다미 교수(서울대) 등 거물급 연주자들이 대거 참여한다. 한 달간 축제에 임하는 연주자만 190명에 달한다. 줄라이 페스티벌에서는 매년 한 명의 작곡가를 꼽아 그의 작품들로 전체 레퍼토리를 채운다. 2020년 탄생 250주년을 맞은 작곡가 베토벤을 시작으로 2021년 브람스, 2022년 버르토크가 축제의 음악가로 자리해왔다. 올해 축제의 주인공은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작곡가 프란츠 슈베르트다. 축제는 위필하모닉 오케스트라(김재원 지휘)의 슈베르트 교향곡 5번과 8번 ‘미완성’ 연주로 문을 연다. 매주 수요일에는 피아니스트 김정자·김도현·정지원·문지영이 차례로 슈베르트의 피아노 독주곡을 연주한다. 피아니스트 두 사람이 함께 슈베르트의 곡을 연주하는 ‘포핸즈(four hands)’ 무대는 매주 월요일에 열린다. 슈베르트의 실내악곡 연주도 만나볼 수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첼리스트 강승민·피아니스트 문지영이 선보이는 슈베르 피
가진 걸 다 쏟아낸 피아니스트의 얼굴과 머리카락은 땀으로 범벅이 됐다. 100분. 왜 세계가 그를 '미래가 기대되는 신성(新星)'으로 꼽는지 확인하는 데 이 정도 시간이면 충분했다. 지난 13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김도현의 리사이틀은 한마디로 뜨거웠다.오후 8시가 조금 지나서야 김도현은 터벅터벅 무대를 걸어 나왔다. 이어 건반 위에 손을 떨어뜨린 그는 리스트가 편곡한 슈베르트 가곡들을 하나씩 꺼내놓았다. 첫 곡은 ‘리타나이(위령기도)’. 김도현은 마치 건반을 스치듯 가볍게 손가락을 굴리면서 따뜻하면서도 애달픈 선율의 맛을 섬세하게 살려냈다. 제한된 음량에서 묘한 색채를 뽑아내는 그의 연주는 모든 영혼을 기리고자 한 슈베르트의 마음을 그대로 꺼내놓은 듯했다.슈베르트의 명작 '마왕'에서는 김도현의 폭넓은 음악 세계를 엿볼 수 있었다. 급박한 말발굽 소리를 묘사하기 위해 건조한 음색과 거친 타건으로 불안감을 유발하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부드러운 터치와 감미로운 음색으로 마왕의 음성을 속삭이는 듯한 연주는 청중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다음 곡은 슈베르트의 ‘방랑자 환상곡’. 슈베르트 기악곡 중 가장 혁신적인 작품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김도현은 시작부터 정제된 음색과 단단한 타건으로 역동적이면서도 활기 넘치는 작품의 매력을 펼쳐냈다. 절정으로 향할 때는 물리적인 힘을 가해 소리를 키우는 것이 아닌 건반에 무게감을 겹겹이 쌓아가면서 소리의 두께를 만들어냈다. 그러자 슈베르트 특유의 시적인 정취와 입체감이 살아났다. 손가락의 움직임이 잘 보이지
가진 걸 다 쏟아낸 피아니스트의 얼굴과 머리카락은 땀으로 범벅이 됐다. 100분. 왜 세계가 그를 '미래가 기대되는 신성(新星)'으로 꼽는지 확인하는 데 이 정도 시간이면 충분했다. 지난 13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김도현의 리사이틀은 한마디로 뜨거웠다. 오후 8시가 조금 지나서야 김도현은 터벅터벅 무대를 걸어 나왔다. 이어 건반 위에 손을 떨어뜨린 그는 리스트가 편곡한 슈베르트 가곡들을 하나씩 꺼내놓았다. 첫 곡은 ‘리타나이(위령기도)’. 김도현은 마치 건반을 스치듯 가볍게 손가락을 굴리면서 따뜻하면서도 애달픈 선율의 맛을 섬세하게 살려냈다. 제한된 음량에서 묘한 색채를 뽑아내는 그의 연주는 모든 영혼을 기리고자 한 슈베르트의 마음을 그대로 꺼내놓은 듯했다. 슈베르트의 명작 '마왕'에서는 김도현의 폭넓은 음악 세계를 엿볼 수 있었다. 급박한 말발굽 소리를 묘사하기 위해 건조한 음색과 거친 타건으로 불안감을 유발하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부드러운 터치와 감미로운 음색으로 마왕의 음성을 속삭이는 듯한 연주는 청중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다음 곡은 슈베르트의 ‘방랑자 환상곡’. 슈베르트 기악곡 중 가장 혁신적인 작품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김도현은 시작부터 정제된 음색과 단단한 타건으로 역동적이면서도 활기 넘치는 작품의 매력을 펼쳐냈다. 절정으로 향할 때는 물리적인 힘을 가해 소리를 키우는 것이 아닌 건반에 무게감을 겹겹이 쌓아가면서 소리의 두께를 만들어냈다. 그러자 슈베르트 특유의 시적인 정취와 입체감이 살아났다. 손가락의 움직임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주 구간에서도 음악적 흐름은 놓치는 법이 없
기돈 크레머(1947~사진)는 '금세기 최고의 거장'으로 불리는 라트비아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다. 네 살 때부터 아버지에게 바이올린을 배운 그는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전설의 바이올리니스트 다비드 오이스트라흐를 사사했다. 1969년 파가니니 콩쿠르와 이듬해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잇따라 우승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후 그는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로린 마젤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레너드 번스타인이 지휘하는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세계 최정상급 악단들과 협연하면서 천재적인 연주력과 작품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인정받았다. 기돈 크레머가 지금까지 발표한 음반은 무려 120여장. 그는 바로크·고전주의·낭만주의 시대 음악은 물론 20·21세기 현대음악 연주에도 능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7년에는 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의 젊은 연주자를 양성하기 위한 악단 '크레메라타 발티카'를 창단했다. 기돈 크레머가 오는 24일(롯데콘서트홀)과 25일(부천아트센터) 열리는 KBS교향악단 공연에서 협연자로 나선다. 크레머는 이번 무대에서 슈만 첼로 협주곡의 바이올린 편곡 버전을 들려줄 예정이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바이올리니스트 진예영(20·사진)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뉴질랜드에서 폐막한 2023 마이클 힐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진예영은 실내악 특별상과 쉴라 스미스 특별상까지 거머쥐며 대회 3관왕에 올랐다. 2001년 창설된 마이클 힐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는 만 18∼28세의 젊은 바이올리니스트를 대상으로 2년에 한번씩 연다. 역대 주요 우승자로는 닝 펭(2005년), 세르게이 말로프(2011년) 등이 있다. 2019년에는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 임도경이 1위를 차지하며 관심을 모았다. 진예영은 10세 나이로 미국 커티스 음악원에 최연소 입학한 수재다. 현재 미국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이츠하크 펄먼, 리 린을 사사하고 있다. 금호영재 출신으로 앞서 음악춘추 콩쿠르, 소년한국일보 콩쿠르, 뉴욕 서머 뮤직 페스티벌 콩쿠르 등에서 우승한 바 있다. 진예영은 이번 콩쿠르에서 1위 상금 4만뉴질랜드달러(약 3160만원), 실내악 특별상 상금 2000뉴질랜드달러(약 158만원) 등을 받게 됐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KBS교향악단이 6월 30일부터 7월 1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기획 공연 'K-클래식(Classic) 스포트라이트 시리즈'를 연다. 이번 공연에서는 KBS교향악단 제8대 상임지휘자를 지낸 요엘 레비가 지휘봉을 잡는다. 오는 30일 열리는 첫 공연에는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와 피아니스트 이혁이 협연자로 오른다. 2021년 앨범 '세기의 여정'으로 세계적 클래식 음반 전문지인 그라모폰으로부터 '올해의 음반' 영예를 얻은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는 이번 무대에서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려준다. 지난해 프랑스 롱티보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공동 1위를 차지한 피아니스트 이혁은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한다. 내달 1일 이어지는 무대에서는 첼리스트 심준호와 피아니스트 박재홍이 KBS교향악단과 호흡을 맞춘다. 2010년 세르비아 주네스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첼리스트 심준호는 엘가 첼로 협주곡을 연주한다. 2021년 부조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과 함께 부조니 작품 연주상, 실내악 연주상, 타타로니 재단상, 기량 발전상 등 4개 부문 특별상을 휩쓸며 5관왕에 오른 피아니스트 박재홍은 이번 공연에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선보인다. 이외에도 첫날에는 작곡가 이수연의 '점과 선으로부터'가, 이튿날에는 작곡가 김신의 신작 '아침기도'(세계 초연)가 연주될 예정이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성악가 존노(테너)가 독일 가곡과 한국 가곡을 아우르는 레퍼토리로 리사이틀을 연다. 오는 18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 무대에서다. 이달 세계적인 음반사 워너 클래식을 통해 앨범 '그리움'을 발매한 것을 기념한 자리다. 이번 공연에서 존노는 피아니스트 박진희, 현악 사중주단인 리수스 콰르텟과 함께 호흡을 맞춘다. 1부 '연모'에서는 베토벤의 '그대를 사랑해' '입맞춤', 슈베르트의 '들장미', 슈만의 '시인의 사랑' 등을 들려준다. 2부 '향수'에서는 최영섭의 '그리운 금강산', 윤학준의 '마중', 김효근의 '내 영혼 바람 되어' 등 한국 가곡으로 레퍼토리를 채운다. 테너 존노는 미국 피바디 음악원, 줄리아드 음악원을 졸업한 이후 뉴욕 카네기홀에서 데뷔하며 이름을 알린 성악가다. 한국에서는 크로스오버 그룹 ‘라비던스’ 멤버로 잘 알려져 있다. 2021년 예술의전당의 '젊은 예술가'로 선정된 그는 같은 해 9월 워너 클래식을 통해 첫 앨범 ‘NSQG(Noble Simplicity & Quiet Grandeur)'을 발매하면서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앨범 'NSQG2'를 발표하면서 또 한 번 클래식 음악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존노는 오는 11월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리사이틀을 열 예정이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네덜란드 명문 악단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내한 공연을 연다. 6월 1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무대에서다. 로테르담 필하모닉은 유럽 악단치고는 조금 늦은 1918년에 설립됐지만 발레리 게르기예프, 야닉 네제 세갱 등 세계적인 지휘자들을 수장으로 임명하면서 위상을 끌어올렸다. 2018년에는 신예 라하브 샤니를 로테르담 필하모닉 역사상 최연소 상임 지휘자로 발탁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라하브 샤니는 이번 내한 공연에서 지휘봉을 잡는다. 이스라엘 출신 지휘자인 샤니는 2013년 밤베르크에서 열린 말러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이름을 알린 인물이다. 현재 이스라엘 필하모닉 음악감독도 겸임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뮌헨 필하모닉과 추가 계약을 맺기도 했다. 로테르담 필하모닉은 이번 무대에서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와 호흡을 맞춘다. 김봄소리는 2021년 국제적 권위의 클래식 음반사인 도이치그라모폰(DG)과 전속 계약을 맺으며 세계가 주목하는 인물로 부상한 연주자다. 그에게는 ‘콩쿠르 여신’ ‘콩쿠르 사냥꾼’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뮌헨 ARD 콩쿠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등 세계 명문 콩쿠르에서 잇따라 입상한 덕분이다. 김봄소리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덴마크 국립 교향악단, 모스크바 심포니 오케스트라, 바르샤바 국립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해외 유수 악단과 협연하며 세계 무대에서 존재감을 키워왔다. 2019년 피아니스트 라파우 블레하츠와 함께 발표한 듀오 앨범으로 프레데리크 뮤직 어워드에서 ‘최고의 해외 폴란드 음반상’을 받았다. 2021년에는 라인가우 뮤직 페스티벌의 ‘포커스 아티스트’와 그슈타드 메뉴힌 페스티벌의 ‘메뉴힌
오케스트라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수십 명의 소리가 하나로 모여드는 응집력과 설득력을 갖춘 음악적 흐름, 지휘에 대한 깊은 신뢰에서 비롯한 통일된 방향성은 악단을 향한 호기심과 기대감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지난 6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23 교향악축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공연 얘기다. 오후 5시. 지난해부터 국립심포니 예술감독을 맡아 온 다비트 라일란트(사진)가 여유로운 웃음을 지으며 오케스트라 뒤로 걸어 나왔다. 첫 작품은 예술의전당 위촉 창작곡인 이본의 ‘Cusco(쿠스코)? Cusco!’였다. 정반합(正反合)의 원리를 소재로 한 이 곡에서는 기존 선율과 그에 반대되는 선율, 기존 방향과 이를 거스르는 방향, 협화음과 이를 등지는 불협화음을 넘나들면서 ‘정(正)’에 도달하려는 음악적 움직임을 읽을 수 있었다. 이어 독일 명문 악단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악장을 맡고 있는 실력파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이 등장했다. 그가 택한 작품은 독일 낭만주의 바이올린 협주곡의 대표작 중 하나인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1번. 김수연은 시작부터 특유의 우아한 음색과 섬세한 보잉(활 긋기)으로 브루흐의 짙은 애수를 펼쳐냈다. 물리적인 힘을 가하기보다는 비브라토의 양과 속도, 보잉의 길이를 긴밀하게 조절하면서 때론 도발적인 선율로 때론 애잔한 음색으로 작품의 다채로운 매력을 살려냈다. 정확한 터치와 아티큘레이션(각 음을 분명하게 연주하는 기법)으로 극적인 악상을 펼쳐내다가도 돌연 소리를 줄여 아련한 서정을 살려내는 연주에서는 노련함을 엿볼 수 있었다. 마지막 작품은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 보헤미아 민족적 색채가 짙게
오케스트라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수십명의 소리가 하나로 모여드는 응집력과 설득력을 갖춘 음악적 흐름, 지휘에 대한 깊은 신뢰에서 비롯되는 통일된 방향성은 악단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지난 6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23 교향악축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공연 얘기다. 오후 5시. 지난해부터 국립심포니의 예술감독을 맡아 온 다비트 라일란트가 여유로운 웃음을 지으며 오케스트라 뒤로 걸어 나왔다. 첫 작품은 예술의전당 위촉 창작곡인 이본의 ‘Cusco? Cusco!’였다. 쿠스코(Cusco)는 페루 남부의 도시 이름이다. 정반합(正反合)의 원리를 소재로 한 이 곡에서는 기존 선율과 그에 반대되는 선율, 기존 방향과 이를 거스르는 방향, 협화음과 이를 등지는 불협화음을 넘나들면서 ‘정(正)’에 도달하려는 음악적 움직임을 읽을 수 있었다. 세계 초연곡인 만큼 각 악상의 전달력이 완전히 살아났다고 보긴 어려웠으나 현악기의 하모닉스, 글로켄슈필이 이뤄내는 기묘한 분위기와 후반부에 도달할수록 점차 정리되는 선율의 진행, 음색 표현은 작곡가의 의도를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이어 독일 명문 악단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악장을 맡고 있는 실력파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이 등장했다. 그가 택한 작품은 독일 낭만주의 바이올린 협주곡의 대표작 중 하나인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1번. 김수연은 시작부터 특유의 우아한 음색과 섬세한 보잉(활 긋기)으로 브루흐의 짙은 애수를 펼쳐냈다. 물리적인 힘을 가하기보단 비브라토의 양과 속도, 보잉의 길이를 긴밀하게 조절하면서 때론 도발적인 선율로 때론 애잔한 음색으로 작품의 다
2017년 스위스 방돔 프라이즈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2021년 이탈리아 부소니 콩쿠르에서 준우승과 현대작품최고연주상을 차지하면서 세계 무대에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킨 한국인 피아니스트가 있다. 미래가 기대되는 신성(新星)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연주자 김도현(29)이다.그의 남다른 연주력은 2019년 ‘세계 3대 콩쿠르’ 가운데 하나인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도 빛을 발했다. 세미 파이널 특별상을 거머쥔 그는 당시 콩쿠르 조직위원장이던 거장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의 특별 초청으로 협연 무대까지 오르면서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국제적 주목을 받는 피아니스트 김도현이 올해 한국에서 네 차례의 기획 공연으로 청중과 만난다. 마포문화재단의 초대 ‘M 아티스트’로 발탁되면서다. 지난 5일 서울 대흥동 마포아트센터에서 만난 그는 “‘아름답다’ ‘좋다’ 같은 모호한 심상을 넘어 선율에 담긴 이야기까지 온전히 전할 수 있는 연주를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제 목표는 단순히 흠 없는 연주가 아니라 저만의 색깔이 명료히 드러나는 연주를 들려드리는 거예요. ‘김도현의 연주’로 기억될 만한 음악으로요. 제겐 이 공연이 또 하나의 도전인 셈입니다.”피아노를 통해 작품에 담긴 메시지를 선명히 표현해내겠단 의지는 그의 첫 리사이틀(13일) 레퍼토리에서 엿볼 수 있다. 리스트가 슈베르트의 가곡을 피아노곡으로 편곡한 작품과 시에서 영감을 받은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 슈베르트의 ‘방랑자 환상곡’ 등 구체적 이야기를 내포한 곡으로 채워져 있어서다.“이 작품들은 가사 또는 시를
2017년 스위스 방돔 프라이즈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2021년 이탈리아 부소니 콩쿠르에서 준우승과 현대작품 최고 연주상을 차지하면서 세계무대에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킨 한국인 피아니스트가 있다. 깊은 음악성과 탁월한 작품 해석으로 미래가 기대되는 신성(新星)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연주자 김도현(29)이다. 그의 남다른 연주력은 2019년 ‘세계 3대 콩쿠르’ 가운데 하나인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도 빛을 발했다. 세미 파이널 특별상을 거머쥔 그는 당시 콩쿠르 조직위원장이던 거장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의 특별 초청으로 협연 무대까지 오르면서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국제적 주목을 받는 피아니스트 김도현이 올해 한국에서 4차례의 기획 공연으로 청중과 만난다. 마포문화재단의 ‘M 아티스트’로 발탁되면서다. M 아티스트는 마포문화재단이 올해 처음 도입한 상주 음악가 제도로 재능 있는 연주자에게 1년간 음악회를 직접 기획하도록 지원해준다. 5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만난 그는 “‘아름답다’ ‘좋다’ 같은 모호한 심상을 이끄는 것을 넘어 선율에 담긴 이야기까지 온전히 전할 수 있는 연주를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제 목표는 단순히 흠 없는 연주가 아니에요. 저만의 색깔이 명료히 드러나는 연주를 들려드리는 겁니다. ‘김도현의 연주’로 기억될 만한 음악으로요. 제겐 이 공연이 또 하나의 도전인 셈입니다.” 피아노를 통해 작품에 담긴 메시지를 선명히 표현해내겠단 의지는 그의 첫 리사이틀(13일) 레퍼토리에서도 엿볼 수 있다. 리스트가 슈베르트의 가곡을 피아노곡으로 편곡한 작품들과 시에서 영감을 받은 라벨의 ‘밤의 가스
한국인 성악가의 전성시대다. 오페라의 본고장 이탈리아부터 독일, 미국까지 내로라하는 오페라 극장에서 한국인 성악가를 보는 건 이제 흔한 일이 됐다. 한국인의 목소리가 국제무대를 장악한 건 꽤 오래된 일이다. 1990년대 홍혜경 신영옥 조수미 등 한국 3대 소프라노가 세계 오페라 무대를 제패했다. 이후엔 남자 성악가들이 명문 오페라극장 주역으로 떠오르며 ‘성악 강국’으로서의 저력을 알렸다. 테너 정호윤은 2008년 빈 국립오페라극장 전속 가수로 활동하던 중에 세계적인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와 함께 오페라 ‘마농’ 주인공으로 출연해 청중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베이스 연광철은 같은 해 독일 바이로이트축제극장에서 슈테판 헤어하임이 연출한 오페라 ‘파르지팔’에서 구르네만츠 역으로 출연하며 ‘세계 정상급 베이스’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테너 김우경은 2007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이어 2008년 런던 코벤트가든에서 소프라노 홍혜경과 함께 오페라 ‘라보엠’의 주인공인 로돌포와 미미 역을 맡으며 파란을 일으켰다. 한국 남녀 성악가가 주역을 동시에 맡은 것은 뉴욕 메트에서도, 코벤트가든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같은 해 테너 이정원은 한국인 테너 최초로 세계 최고 오페라극장 라 스칼라에 입성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당시 그는 베르디 오페라 ‘맥베스’에서 스코틀랜드 귀족 막두프 역을 맡아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은 이탈리아 유학 후 1999년 독일 쾰른 오퍼에 입성해 주역 가수로 발돋움했다. 지난해에는 독일어권 성악가 최고 영예인 궁정가수 칭호를 받으며 다시 한번 존재감을 과시했다. 소프라노 박혜상은 현재
한국인 성악가의 전성시대다. 오페라의 본고장 이탈리아부터 독일, 미국까지 내로라하는 오페라 극장에서 한국인 성악가를 보는 건 이제 흔한 일이 됐다. 소프라노 홍혜경 한국인의 목소리가 국제무대를 장악한 건 꽤 오래된 일이다. 1990년대 홍혜경 신영옥 조수미 등 한국 3대 소프라노가 세계 오페라 무대를 제패했다. 이후엔 남자 성악가들이 명문 오페라극장 주역으로 떠오르며 ‘성악 강국’으로서의 저력을 알렸다. 테너 정호윤은 2008년 빈 국립오페라극장 전속 가수로 활동 중 세계적인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와 함께 오페라 ‘마농’ 주인공으로 출연하며 청중의 뜨거운 환호를 얻었다. 베이스 연광철은 같은 해 독일 바이로이트축제극장에서 슈테판 헤어하임이 연출하는 오페라 ‘파르지팔’에서 ‘구르네만츠’ 역으로 출연한 데 이어 이듬해에는 전설적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와 한 무대에 오르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소프라노 신영옥 테너 김우경은 2007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이어 2008년 런던 코벤트가든에서 소프라노 홍혜경과 함께 오페라 ‘라보엠’의 주인공인 로돌포와 미미 역을 맡으면서 파란을 일으켰다. 한국 남녀 성악가들이 주역을 동시에 맡는 것은 뉴욕 메트에서도 코벤트가든에서도 최초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같은 해 테너 이정원은 한국인 테너 최초로 세계 최고 오페라극장 라 스칼라에 입성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당시 그는 베르디 오페라 ‘맥베스’에서 스코틀랜드 귀족 막두프 역을 맡아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은 이탈리아 유학 이후 1999년 독일 쾰른 오퍼에 입성해 주역 가수로 발돋움했다. 지난해에는 독일어권 성악가 최고 영
한국인 음악가들이 국제적인 권위의 음악 콩쿠르를 잇따라 석권하며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바리톤 김태한(23)이 4일(현지시간) '세계 3대 콩쿠르' 가운데 하나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해마다 굵직한 콩쿠르 낭보(朗報)가 날아드는 건 예삿일이다. 그러나 이번엔 조금 더 특별하다. 1988년 이 대회에 성악 부문이 신설된 이후 아시아 남성 성악가가 정상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이 본격적으로 ‘콩쿠르 강국’으로 부상하기 시작한 건 2000년대 들어서다. 2006년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만 18세 나이로 세계적 권위의 영국 리즈 콩쿠르에서 아시아 최초이자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것은 기념비적인 일이었다. 이후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2009년 밴 클라이번 콩쿠르와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각각 2위를 차지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2015년에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쇼팽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2017년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은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는데, 5년 뒤 임윤찬이 같은 대회에서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우면서 콩쿠르 연속 2연패를 달성했다. 한국인 음악가의 저력을 알린 사건이었다. 명문 피아노 경연대회로 꼽히는 부조니 콩쿠르에서도 한국인 피아니스트들의 실력은 빛을 발했다. 2015년 피아니스트 문지영이 우승자 자리에 오르더니 2021년에는 박재홍과 김도현이 나란히 1, 2위를 휩쓸면서 겹경사를 맞았다. 비단 국제무대에서 주목받는 건 피아니스트뿐만이 아니다. 임지영은 2015년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로는 처음으로 세계 3대 콩쿠르 가운데 하나인 퀸 엘리자베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보자르에서 열린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아시아 남성 성악가 최초로 우승한 바리톤 김태한(23)에게 축전을 보냈다. 박 장관은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이번 수상은 K-클래식의 글로벌 영향력을 각인시킨 강렬한 장면이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김태한이 보여준 빼어난 감수성과 집념, 음악적 투혼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며 “이번 우승을 통해 K-클래식의 지평이 더욱 속도감 있게 넓어질 것으로 확신한다. 앞으로도 김태한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전 세계 각지에서 더 많은 이들을 위로하기를 국민과 함께 응원하겠다”고 격려했다. 1937년 창설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쇼팽·차이콥스키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힌다. 대회는 바이올린 피아노 성악 첼로 부문 등에서 번갈아 가며 열린다. 작곡 부문은 2012년을 끝으로 열리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는 작곡가 조은화(2008년) 전민재(2009년), 소프라노 홍혜란(2011년) 황수미(2014년),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2015년), 첼리스트 최하영(2022년) 등이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김태한은 지난해 스페인 비냐스 국제 콩쿠르, 이탈리아 리카르도 잔도나이 국제 콩쿠르, 독일 노이에 슈팀멘 국제 콩쿠르에서 각각 특별상을 받으며 이름을 알린 성악가다. 선화예고, 서울대 음대(나건용 사사)를 졸업한 김태한은 오는 9월부터 2년간 독일 베를린 슈타츠오퍼의 오페라 스튜디오 멤버로 활동할 예정이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세계 3대 음악 콩쿠르'로 꼽히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바리톤 김태한(23)이 우승을 차지했다. 1988년 이 대회에 성악 부문이 신설된 이후 아시아 남성 성악가가 정상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바리톤 김태한은 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보자르에서 열린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 부문 최종 순위 발표에서 1위로 호명됐다. 그는 이번 콩쿠르 결선에서 알랭 알티놀뤼가 지휘하는 라모네 교향악단과 코른콜트 오페 ‘죽음의 도시’ 중 ‘나의 갈망, 나의 망상이여’ 등 네 곡을 불렀다. 우승 상금은 2만5000유로(약 3500만원). 이로써 한국은 지난해 첼로 부문에서 최하영이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2년 연속 콩쿠르 우승자를 배출하는 쾌거를 이루게 됐다. 1937년 창설된 이 대회는 쇼팽·차이콥스키 콩쿠르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콩쿠르로 꼽힌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바이올린 피아노 성악 첼로 부문 등에서 번갈아 가며 열린다. 작곡 부문은 2012년을 끝으로 열리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는 작곡가 조은화(2008년) 전민재(2009년), 소프라노 홍혜란(2011년) 황수미(2014년),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2015년), 첼리스트 최하영(2022년) 등이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김태한은 지난해 스페인 비냐스 국제 콩쿠르, 이탈리아 리카르도 잔도나이 국제 콩쿠르, 독일 노이에 슈팀멘 국제 콩쿠르에서 각각 특별상을 받으며 이름을 알린 성악가다. 선화예고, 서울대 음대(나건용 사사)를 졸업한 김태한은 오는 9월부터 2년간 독일 베를린 슈타츠오퍼의 오페라 스튜디오 멤버로 활동할 예정이다. 올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 성악가 조수미가 올해 심사위원으로 선정되면서 의미를 더했다. 조수
세종문화회관이 6월 14일부터 17일까지 체임버홀에서 ‘2023 세종 체임버 시리즈’를 선보인다. 세종 체임버 시리즈는 2015년부터 이어온 세종문화회관의 클래식 기획 공연이다. 올해 공연 주제는 '고전주의 시대의 피아노 음악'이다. 전체 레퍼토리를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의 피아노 작품으로 채웠다. 14일 열리는 첫 공연에는 지난해 프랑스 롱티보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공동 1위를 차지한 피아니스트 이혁이 오른다. 그는 2012년 모스크바 국제 청소년 쇼팽 콩쿠르와 2016년 폴란드 파데레프스키 콩쿠르 우승컵을 최연소로 거머쥐며 ‘피아노 신동’으로 이름을 날렸다. 이혁은 이번 공연에서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8번, 9번, 10번, 11번과 론도 K. 485 등을 들려준다. 15일에는 2021년 쇼팽 콩쿠르 3등상과 피아노 협주곡 최고 연주상을 받은 스페인 출신 피아니스트 마르틴 가르시아가 청중과 만난다. 그가 내한 공연을 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가르시아는 같은 해 클리블랜드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무대에서는 베토벤의 바가텔과 피아노 소나타 15번,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0번, 14번 등을 연주할 예정이다. 2021년 부조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과 함께 부조니 작품 연주상, 실내악 연주상, 타타로니 재단상, 기량 발전상 등 4개 부문 특별상을 휩쓸며 5관왕에 오른 박재홍도 무대에 오른다. 앞서 2015년 미국 클리블랜드 국제 영 아티스트 콩쿠르, 2016년 미국 지나 바카우어 국제 영 아티스트 콩쿠르도 거머쥔 스타 피아니스트다. 그는 6월 16일 열리는 공연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0번, 31번, 32번 등을 들려준다. 17일 열리는 마지막 공연은 ‘원조 콩쿠르 여제(女帝)
“얼음 공주요? 저에 대해 ‘엄격하게 연주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건 제 연주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일 겁니다.” 세계적 권위의 미국 그래미상을 세 차례 받은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은 5월 30일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빈틈 없는 기교, 이지적인 곡 해석으로 인해 냉기가 느껴진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얼음 공주'로 불리던 그의 별칭은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바이올린 여제(女帝)'로 바뀌었다. 누구나 켤 줄 아는 단순한 선율 하나만으로 청중을 압도하는 그런 바이올리니스트 말이다. 5월 3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금빛 드레스를 입고 오른 힐러리 한의 연주력은 듣던 대로였다. 잠시 숨을 고를 시간을 달라는 듯 청중을 향해 손짓하더니, 이내 바이올린을 들어 올렸다. 첫 작품은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 협주곡에 버금가는 화려한 기교와 강렬한 악상 덕분에 ‘역사상 가장 뛰어난 바이올린 소나타’로 평가받는 곡이다. 힐러리 한은 시작부터 특유의 깨끗하면서도 명료한 음색과 밀도 있는 보잉(활 긋기)으로 베토벤의 열정적 선율을 토해냈다. 연속해서 활을 강하게 내려치면서 극도의 긴장감을 유발하다가도 금세 움직임을 줄인 채 서늘한 음색으로 서정적인 선율을 풀어내는 그의 연주는 작품의 극적인 악상을 살려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손가락 움직임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주 구간에서도 세밀한 터치와 아티큘레이션(각 음을 분명하고 명료하게 연주하는 것)은 놓치는 법이 없었다. 정교하게 활을 다루며 작품의 견고한 구조와 짜임새를 풀어내는 능력이 특히 돋보였다. 힐러리 한은 다른 바이올리니스트보
“결국 나를 위한 진혼곡이 될 것 같구나.” 1791년 12월 4일. 오스트리아 출신의 천재 작곡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는 병색이 완연한 모습으로 울음을 터뜨렸다. 자신이 작곡 중이던 ‘레퀴엠’ 중 ‘눈물의 날(라크리모사)’ 선율이 귓가에 들려온 때였다. 모차르트는 죽은 사람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미사 음악 ‘레퀴엠’을 작곡하면서 한발 한발 자신에게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를 떠올렸다. 처연한 노랫소리에 무너진 모차르트는 이튿날 새벽 1시 서른다섯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최후의 걸작 ‘레퀴엠’이 미완으로 남은 채였다. 모차르트의 직접적인 사인은 지금까지도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다만 지독한 생활고와 과로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데에는 이견이 없다. 실제로 모차르트는 서른 무렵부터 몸을 혹사했다. 가세가 급격히 기울면서 많은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는 매일같이 작곡에 매달려야 했다. 레퀴엠 작곡 의뢰가 들어왔을 때도 이미 할 일은 산더미였다. 오페라 ‘티토 황제의 자비’ ‘마술피리’ 초연을 동시에 준비하고 있었다. 살인적인 일정을 겨우 소화하면서도 레퀴엠을 맡기로 결심한 것은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파격적인 조건 때문이었다. ‘대학교수 연봉의 5배에 달하는 작곡료와 그의 절반을 선수금으로 지급.’ 그해 여름 모차르트를 찾아온 신원 미상의 남성은 그렇게 모차르트의 승낙을 받아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모차르트에게 레퀴엠 작곡을 의뢰한 남성은 발제크 백작이었다. 그는 모차르트에게 작품을 받아 자신이 직접 작곡한 곡처럼 주변에 선보이기 위해 거금을 들인 것이었다. 작품이 밀려 있던 탓에 레퀴엠 작곡은 주
“결국 나를 위한 진혼곡이 될 것 같구나.” 1791년 12월 4일. 오스트리아 출신의 천재 작곡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는 병색이 완연한 모습으로 울음을 터뜨렸다. 자신이 작곡 중이던 '레퀴엠' 중 '눈물의 날(라크리모사)' 선율이 귓가에 들려온 때였다. 모차르트는 죽은 사람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미사 음악 '레퀴엠'을 작곡하면서 한발 한발 자신에게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를 떠올렸다. 처연한 노랫소리에 무너진 모차르트는 이튿날 새벽 1시 서른다섯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모차르트 최후의 걸작 '레퀴엠'이 미완으로 남은 채였다. 모차르트의 직접적인 사인은 지금까지도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다만 지독한 생활고와 과로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데에는 이견이 없다. 실제로 모차르트는 서른 무렵부터 몸을 혹사했다. 가세가 급격히 기울면서 많은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는 매일같이 작곡에 매달려야 했다. 레퀴엠 작곡 의뢰가 들어왔을 때도 이미 할 일은 산더미였다. 오페라 ‘티토 황제의 자비’ ‘마술 피리’ 초연을 동시에 준비하던 차였다. 살인적인 일정을 겨우 소화하면서도 레퀴엠을 맡기고 결심한 건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파격적인 조건 때문이었다. '대학교수 연봉의 5배에 달하는 작곡료와 그의 절반을 선수금으로 지급'. 그해 여름 모차르트를 찾아온 신원 미상의 남성은 그렇게 모차르트의 승낙을 받아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모차르트에게 레퀴엠 작곡을 의뢰한 남성은 발제크 백작이었다. 그는 모차르트에게 작품을 받아 자신이 직접 작곡한 곡처럼 주변에 선보이기 위해 거금을 들였던 것이었다. 작품이 밀려있던 탓에 레퀴엠 작곡은 주문을 받
국내 최대 오케스트라 음악 잔치인 ‘교향악축제’가 6월 1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올해는 서울시립교향악단, KBS교향악단,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등 전국 17개 국공립 교향악단이 무대에 오른다. 지휘자 정치용이 이끄는 KBS교향악단은 6월 9일 라흐마니노프의 '바위', 리게티 피아노 협주곡(박종화 협연), 라흐마니노프의 '심포닉 댄스' 등을 연주한다. 1989년 시작한 이 축제는 국내 유수 오케스트라들이 한곳에 모여 그간 단련한 연주 실력을 뽐내며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자리다. 이번 축제의 부제는 ‘무한한 도전(Infinite Challenge)’이다. 고전주의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들의 대편성 오케스트라 작품을 대거 선보여서다. 축제의 시작과 끝은 후기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말러의 작품으로 채워진다. 개막 공연에서는 광주시향이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을, 폐막 공연에서는 부산시향이 말러 교향곡 9번을 연주한다. 고전주의 작곡 거장이자 낭만주의 선각자라고 불리는 베토벤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16일·대전시향),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17일·서울시향) 등이 연주된다. 20세기 음악으로는 프로코피예프의 교향곡 4번(8일·수원시향)과 5번(4일·인천시향),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번(17일·서울시향) 등을 선보인다. 라흐마니노프의 탄생 150주년을 기리는 무대도 마련된다. 대구시향이 20일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부천필하모닉이 21일 교향곡 1번을 들려준다. 전주시향은 14일 공연 레퍼토리 전체를 라흐마니노프 작품으로 채우는 시도에 나선다. 탄생 100주년을 맞은 현대음악의 거장 죄르지 리게티의 피아노 협주곡(9
국내 최대 오케스트라 음악 잔치인 ‘교향악축제’가 6월 1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올해는 서울시립교향악단, KBS교향악단,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등 전국 17개 국공립 교향악단이 무대에 오른다. 지휘자 다비트 라일란트가 이끄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6월 6일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1번(김수연 협연),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 이본의 'Cusco? Cusco!'(예술의전당 위촉 창작곡) 등을 연주한다. 1989년 시작한 이 축제는 국내 유수 오케스트라들이 한곳에 모여 그간 단련한 연주 실력을 뽐내며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자리다. 이번 축제의 부제는 ‘무한한 도전(Infinite Challenge)’이다. 고전주의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들의 대편성 오케스트라 작품을 대거 선보여서다. 축제의 시작과 끝은 후기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말러의 작품으로 채워진다. 개막 공연에서는 광주시향이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을, 폐막 공연에서는 부산시향이 말러 교향곡 9번을 연주한다. 고전주의 작곡 거장이자 낭만주의 선각자라고 불리는 베토벤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16일·대전시향),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17일·서울시향) 등이 연주된다. 20세기 음악으로는 프로코피예프의 교향곡 4번(8일·수원시향)과 5번(4일·인천시향),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번(17일·서울시향) 등을 선보인다. 라흐마니노프의 탄생 150주년을 기리는 무대도 마련된다. 대구시향이 20일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부천필하모닉이 21일 교향곡 1번을 들려준다. 전주시향은 14일 공연 레퍼토리 전체를 라흐마니노프 작품으로 채우는 시도에 나선다. 탄생 100주년을 맞은 현대음악
국내 최대 오케스트라 음악 잔치인 ‘교향악축제’가 6월 1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올해는 서울시립교향악단, KBS교향악단,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등 전국 17개 국공립 교향악단이 무대에 오른다. 6월 14일 무대에 오르는 전주시향은 공연 레퍼토리 전체를 라흐마니노프 작품으로 채운다. 지휘자 성기선이 이끄는 전주시향은 이날 라흐마니노프 유스 심포니, 피아노 협주곡 3번(김나영 협연), 교향곡 2번 등을 들려준다. 1989년 시작한 이 축제는 국내 유수 오케스트라들이 한곳에 모여 그간 단련한 연주 실력을 뽐내며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자리다. 이번 축제의 부제는 ‘무한한 도전(Infinite Challenge)’이다. 고전주의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들의 대편성 오케스트라 작품을 대거 선보여서다. 축제의 시작과 끝은 후기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말러의 작품으로 채워진다. 개막 공연에서는 광주시향이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을, 폐막 공연에서는 부산시향이 말러 교향곡 9번을 연주한다. 고전주의 작곡 거장이자 낭만주의 선각자라고 불리는 베토벤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16일·대전시향),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17일·서울시향) 등이 연주된다. 20세기 음악으로는 프로코피예프의 교향곡 4번(8일·수원시향)과 5번(4일·인천시향),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번(17일·서울시향) 등을 선보인다. 협연자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발이 묶였던 2020~2022년과 달리 올해는 다수의 해외 협연자들이 축제에 참여한다. 뛰어난 기교와 무한한 감수성으로 '피아노의 시인'이라 불리는 아일랜드 출신 피아니스트 존 오코너와
2021년 국제적 권위의 클래식 음반사인 도이치그라모폰(DG)과 전속 계약을 맺으며 세계가 주목하는 인물로 올라선 한국인 연주자가 있다. 따뜻하고 풍부한 음색, 현란한 기교, 작품에 대한 깊은 통찰력으로 청중을 압도한다는 평을 받는 실력파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1989~)다. 그에게는 ‘콩쿠르 여신’ ‘콩쿠르 사냥꾼’이라는 수식어가 으레 따라붙는다. 뮌헨 ARD 콩쿠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등 세계 명문 콩쿠르에서 줄곧 입상하면서 이름을 알린 바이올리니스트여서다.김봄소리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덴마크 국립 교향악단, 모스크바 심포니 오케스트라, 바르샤바 국립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해외 유수 악단과 협연하며 세계 무대에서 존재감을 키워왔다. 2019년 피아니스트 라파우 블레하츠와 함께 발표한 듀오 앨범으로 프레데리크 뮤직 어워드에서 ‘최고의 해외 폴란드 음반상’을 받았다. 2021년에는 라인가우 뮤직 페스티벌의 ‘포커스 아티스트’와 그슈타드 메뉴힌 페스티벌의 ‘메뉴힌 헤리티지 아티스트’로 선정됐다.김봄소리가 다음달 1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에서 협연한다. 그는 이번 무대에서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려줄 예정이다.김수현 기자
소설집 '국화 밑에서' 등을 쓴 최일남 작가(사진)가 28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1세. 최 작가는 1932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전주사범학교를 거쳐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 중인 1953년 문예지를 통해 '쑥 이야기'를 발표했다. 1956년 현대문학에서 '파양'을 추천받으면서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최 작가는 '서울 사람들'(1957) '타령'(1977) '홰치는 소리'(1981) '누님의 겨울'(1984) '때까치'(1994) '아주 느린 시간'(2000) '잊을 수 없는 밥 한 그릇'(2015) 등 다수의 단편집을 출판했다. 에세이로는 '거룩한 응달'(1982), '하얀 손'(1994), '덧없어라 그 들녘'(1996), '국화 밑에서'(2017) 등 여러 장편 소설과 '말의 뜻 사람의 뜻'(1988), '정직한 사람에 꽃다발은 없어도'(1993), '어느 날 문득 손을 바라본다'(2006) 등을 남겼다. 최 작가는 한국일보문학상, 이상문학상, 인촌문화상, 한무숙문학상, 김동리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높은 작품성을 인정받아왔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을 지낸 뒤 대한민국예술원에서 회원으로 활동했다. 최 작가는 해직 기자 출신 작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민국일보, 경향신문, 동아일보에서 기자로 일했다. 1980년 신군부의 언론 탄압으로 동아일보 편집부국장과 문화부장을 겸하던 중 해직당했다. 1984년 동아일보 논설위원으로 복직했으며 1988∼1991년 한겨레신문 논설고문으로 활동했다. 이후 해직언론인협의회 회장,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등을 지냈다. 최 작가의 빈소는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3호실이다. 발인은 오는 30일이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2021년 국제적인 권위의 클래식 음반사인 도이치그라모폰(DG)과 전속 계약을 맺으며 세계가 주목하는 인물로 올라선 한국인 연주자가 있다. 따뜻하고 풍부한 음색, 현란한 기교, 작품에 대한 깊은 통찰력으로 청중을 압도한다는 평을 받는 실력파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1989~)다. 그에게는 ‘콩쿠르 여신’ ‘콩쿠르 사냥꾼’이라는 수식어가 으레 따라붙는다. 뮌헨 ARD 콩쿠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차이콥스키 콩쿠르, 몬트리올 콩쿠르, 비에니아프스키 콩쿠르 등 세계 명문 콩쿠르에서 줄곧 입상하면서 이름을 알린 바이올리니스트라서다. 김봄소리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덴마크 국립 교향악단, 모스크바 심포니 오케스트라, 바르샤바 국립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해외 유수 악단과 협연하며 세계 무대에서 존재감을 키워왔다. 2019년 피아니스트 라파우 블레하츠와 함께 발표한 듀오 앨범으로 프레데리크 뮤직 어워드에서 ‘최고의 해외 폴란드 음반상’을 받았다. 2021년에는 라인가우 뮤직 페스티벌의 ‘포커스 아티스트’와 그슈타드 메뉴힌 페스티벌의 ‘메뉴힌 헤리티지 아티스트’로 선정됐다. 김봄소리가 다음 달 1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에서 협연한다. 그는 이번 무대에서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심신미약(心神微弱). 우리는 대개 이 단어를 보고 부정적 감정을 느끼기 쉽다.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자들이 공황장애, 조현병, 우울증, 음주 등을 이유로 감형받는 사례를 적잖이 봐와서다.신간 <법정으로 간 정신과 의사>는 5년간 국립병무병원(치료감호소)에서 근무하며 230건 이상의 정신감정을 맡아온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심신미약을 둘러싼 여러 물음에 답을 내놓는 책이다.저자가 가장 먼저 설명하는 것은 심신미약 판정에 대한 오해다. 흔히 사람들은 조현병에 걸렸거나, 음주로 인해 이성적 판단이 어려운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르면 모두 심신미약으로 처리돼 감형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조현병 환자라 하더라도 사건을 일으킨 시점에 조현병 증상이 범죄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명확해야만 심신미약으로 판단될 수 있다. ‘조두순 사건’과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등으로 심신미약 감경 판단도 엄격해졌다.저자는 정신감정이 범죄자의 감형이나 회피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다. 이 제도를 통해 치료 기회를 놓친 누군가의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면 그 자체가 사회안전망을 더 단단히 구축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저자는 말한다. “정신감정은 나쁜 사람과 아픈 사람을 구분하는 시작점이다. 장기적으로는 분명히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김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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