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문화부에서 클래식 음악을 비롯한 공연예술 전반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ksoohyun@hankyung.com
세계적 명작은 때로 지독한 불행 속에서 태어난다. 루트비히 판 베토벤은 청각장애로 힘들어하면서도 세기의 걸작 ‘운명’ ‘전원’ ‘합창’ 교향곡을 지었고, 프란츠 페터 슈베르트는 배를 곯는 가난 속에서 예술가곡 ‘마왕’을 세상에 내놨다. 러시아 작곡가 모데스트 무소륵스키(1839~1881)도 자신의 고통을 피아노곡으로 빚어 후세에 전했다. 무소륵스키를 괴롭힌 고통은 절친한 친구의 돌연사였다. 영혼의 단짝이 황망하게 떠나버린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집 밖을 나가지도 못했다. 그때 느낀 애끊는 심정을 예술로 승화한 작품이 바로 ‘전람회의 그림’이다. 피아노를 위해 태어났으나 관현악곡으로 편곡되면서 더욱 익숙해진 작품이다.세상을 떠난 무소륵스키의 친구는 화가 빅토르 하르트만이었다. 평소 친분이 있던 음악평론가 블라디미르 스타소프의 소개로 만난 인연이다. 무소륵스키와 하르트만은 작곡가와 화가로 예술적 분야는 달랐지만 첫 만남부터 대화가 잘 통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창작에 대한 고뇌까지 모두 나눴다. 예술가로서 나아갈 방향도 함께 고민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르트만이 동맥류 파열로 하루아침에 유명을 달리했다. 1873년. 그의 나이 겨우 서른아홉이었다.무소륵스키는 슬픔을 억누를 수 없었다. 그는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에 나오는 대사처럼 통곡했다. 무소륵스키는 자신에게 하르트만을 소개해준 평론가 스타소프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적었다. “얼마나 끔찍한 재난입니까. 개나 말 심지어 쥐 따위조차 생명이 있는데, 왜 하르트만 같은 인물이 죽어야 한단 말입니까.” 스타소프도 슬프기는 마
룩셈부르크 필하모닉이 2003년 이후 20년 만에 내한 공연을 연다. 오는 5월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서다. 이 악단은 1933년 프랑스, 독일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강소국 룩셈부르크에서 설립된 오케스트라다. 프랑스의 섬세함과 독일의 견고함을 두루 갖춘 우아한 음색으로 명성을 얻었다. 최근 다양한 예술가들과 활발한 음악 활동을 펼치는 오케스트라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클래식 레이블 '펜타톤'을 통해 발매한 음반만 총 9장에 달한다.이번 내한 공연에서는 이 악단의 음악감독 구스타보 히메노가 지휘봉을 잡는다. 스페인 출신 지휘자인 히메노는 8년째 룩셈부르크 필하모닉의 수장을 맡는 인물이다. 현재는 토론토 심포니 음악감독도 겸임하면서 뛰어난 실력과 리더십을 인정받고 있다. 악단의 역대 음악감독(상임지휘자)으로는 헨리 펜시스, 칼 멜스, 루이 드 프로망, 레오폴트 하거, 데이비드 샬론, 브램웰 토비, 엠마누엘 크리빈 등이 있다.룩셈부르크 필하모닉은 이번 무대에서 첼리스트 한재민과 호흡을 맞춘다. 세계 클래식계가 주목하는 첼리스트 한재민은 중학교를 2년 만에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조기 입학한 수재다. 한재민은 2021년 15세 나이에 동유럽의 권위 있는 루마니아 제오르제 에네스쿠 국제콩쿠르에서 사상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이를 비롯해 독일 도차우어 국제콩쿠르, 헝가리 다비드 포퍼 국제콩쿠르, 일본 오사카 국제콩쿠르, 윤이상 국제콩쿠르 등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룩셈부르크 필하모닉은 이번 내한 공연에서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을 차례로 들
우리에게 어떤 악기보다 친숙한 피아노는 과거 ‘고급 가구’로 활용됐다. 세바스티앵 에라르, 존 브로드우드 등 초기 피아노 제작자들이 가구 제작사의 아들이란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이는 피아노가 일류 피아니스트들의 연주 문화를 통해 발전함과 동시에 중류층 가정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영향이다. 실제로 피아노가 발명된 곳은 이탈리아지만 정작 피아노 문화가 발달한 곳은 거실에서 가족 구성원이 모여 함께 즐기는 문화가 발달한 독일, 프랑스 등지였다. 이들은 피아노를 통해 경제적 능력을 갖추고 고상한 취미를 즐길 줄 아는 중류층의 안락한 가정의 모습을 뽐내고자 했다. 이는 산업혁명 이후 돈을 버는 남성과 가사를 담당하는 여성의 활동 반경이 명확히 나뉘면서, 집 안에서 피아노를 치는 여성의 이미지가 일등 신붓감으로 여겨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흔히 클래식 음악을 떠올릴 때 세기를 뛰어넘는 명작이나 화려한 무대 위에서 빠른 손놀림을 구사하는 연주자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곤 한다. 더 나아간다 해도 유명 작곡가의 생애를 되뇌는 정도에 그친다. 그러나 클래식 음악이 소리의 예술이란 점에 주목한다면 그 중심에 '악기'가 자리하고 있단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는 바이올린, 피아노, 팀파니, 류트, 플루트, 하프 등 여섯 가지 클래식 악기를 중심으로 유럽의 사회, 문화, 경제를 풀어낸 인문 교양서다. 음색, 구조, 음역, 조율, 연주 방법 등 물리적 측면은 부수적인 영역에 지나지 않는다. 음악학자인 저자는 악기 제작과 개량의 역사, 특정 사건에서의 악기의 역할, 악기를 통해 바라본 사회상 등에 집중한다. 당대 악기 모습이 담긴 50여점의 회화 작품으로 볼거리를 제공
모차르트가 ‘제왕’이란 타이틀을 붙여준 악기는 피아노도, 바이올린도 아니었다. 일상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오직 대형 성당이나 교회에서 만날 수 있는 초대형 악기인 파이프오르간이었다. 압도적인 외관에 광대한 음역, 그리고 오케스트라에 비견할 만큼 다채로운 음색으로 무장했다는 게 이유였다. 이런 파이프오르간의 깊은 소리를 즐길 수 있는 무대가 올해도 열린다.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오르간 오딧세이’다. 2017년 시작해 이듬해부터 전회 매진 행렬을 기록하고 있는 롯데콘서트홀의 대표 기획공연이다. 오르간 연주뿐 아니라 오르간 작동법과 구조도 알려주는 색다른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세 번 무대에 오른다. 22일 첫 무대를 장식하는 피아니스트 겸 오르가니스트 조재혁(51)과 테너 김세일(45)을 지난 17일 만났다. 조재혁은 오르간의 매력을 설명하는 데 인터뷰의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누구는 (오르간 음이) 귀신 소리 같다고 하고, 다른 사람은 우주 소리 같다고 한다”며 “오르간이 워낙 다채로운 음색과 풍성한 울림을 가진 덕분이다. 듣는 이마다 다른 분위기를 느낀다”고 말했다. 롯데콘서트홀의 파이프오르간 높이는 20m에 달한다. 5000여 개의 파이프와 4단 건반으로 웅장한 소리를 뿜어낸다. 바이올린 플루트 오보에 등 각종 악기 소리를 낼 수 있는 ‘버튼’(스톱)이 68개나 달려 있다. 플루트 버튼을 선택하면 파이프오르간 소리는 어느새 플루트 소리처럼 부드러워진다. 조재혁은 “어떤 선율에서 무슨 스톱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음악의 구성이 완전히 달라진다”며 “레지스트레이션(여러 가지 스톱을 골라 쓰는 기술)은 오르가니스트에게 가장 중요한
따지고 보면 클래식 음악계만큼 남성 중심적인 분야도 없다. 정치권은 물론 재계에서도 ‘여풍(女風)’이 분 지 오래지만, 클래식 음악계는 아직도 20세기다. 이렇다 할 여성 지휘자도, 작곡가도 없다.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는 하나같이 ‘남자 지휘자’가 ‘남자 악장’과 손발을 맞춰 ‘남자 위주의 단원’들을 이끄는 구조다.100년 넘게 이어져온 이런 남성 중심의 오케스트라 시스템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로 꼽히는 베를린 필하모닉은 사상 처음 여성 악장을 임명했고, 미국의 명문 관현악단인 뉴욕 필하모닉은 180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단원 수가 남성보다 많게 재편했다. 전문가들은 “사회 전반을 휩쓴 남녀평등, 여권 신장 등의 이슈가 이제야 클래식 음악계에 닿은 것”이라며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여성 상임 지휘자가 나올 날도 머지않았다”는 전망을 내놨다. ‘유리천장’ 깨지는 클래식 음악계19일 외신에 따르면 베를린 필하모닉은 지난 17일 라트비아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비네타 사레이카를 악장으로 임명했다. 베를린 필이 여성 악장을 임명한 건 1882년 설립 이후 처음이다. 악장은 단원 전체를 통솔하고 지휘자를 보조하는 중요한 자리다. 전체적인 소리의 균형을 맞추는 것도, 지휘자에게 곡의 해석과 연주 방향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것도 악장 몫이다. 지휘자가 선생님이라면 악장은 반장인 셈이다. 그래서 악장에겐 지휘자와 함께 무대 뒤 개인 대기실을 쓸 수 있도록 예우해준다.사레이카가 베를린 필의 ‘1호 여성 악장’ 타이틀을 갖게 된 건 그만한 경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그는 파리국립
첼리스트 박유신이 멘델스존 레퍼토리를 들고 청중과 만난다. 다음 달 7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리사이틀 '무언가·송 위드아웃 워즈(Song without Words)' 무대에서다.이번 공연에서 박유신은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와 멘델스존의 '무언가' 중 62번과 109번을 들려줄 예정이다, 말이 없는 노래라는 뜻의 '무언가(無言歌)'는 멘델스존이 20대 초반부터 쓰기 시작해 평생에 걸쳐 완성한 49개의 곡으로 이뤄진 작품집이다. 이날 박유신은 무대에서 멘델스존의 첼로 소나타 1번과 2번, 바리에이션 콘체르탄테 등도 함께 연주한다.박유신은 2015년 브람스 국제 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하며 이름을 알린 연주자다. 2018년 안톤 루빈시테인 국제 콩쿠르와 레오시 야나체크 국제 콩쿠르에서 2위에 오르며 세계무대에서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어텀 실내악 페스티벌과 포항 음악제의 예술감독을 역임한 바 있다. 박유신은 지난해 소니뮤직의 정통 클래식 레이블인 소니 클래시컬을 통해 2개의 앨범을 발매하며 주목받았다.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클래식 음악계에는 연주 중에 일어나는 조금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주의자들이 있다. 폴란드 출신 세계적 피아니스트인 표트르 안데르제프스키(54)도 그중 한 명이다. 1990년 영국 리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공연하다가 연주가 만족스럽지 않다며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나간 일화는 유명하다. 안데르제프스키는 당시 “마음에 들지 않는 연주를 이어가는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는 말을 남겼다. 당돌한 태도와 함께 인상적인 연주력이 이목을 끌면서 콩쿠르 우승자보다 유명한 피아니스트로 부상했다.그는 2000년 유명 음반사 워너뮤직 산하 에라토 레이블 전속 아티스트 계약을 맺으면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안데르제프스키는 수많은 명반을 보유한 피아니스트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음반 ‘시마노프스키 독주곡’(2005년 발매), ‘바흐 영국 모음곡’(2014년 발매), ‘바흐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2권’(2021년 발매)으로 세계 최고 권위의 클래식 음반상인 그라모폰상을 받았다. 6세 때부터 피아노를 시작한 그는 폴란드 프레데리크 쇼팽 음악아카데미에서 수학했다.안데르제프스키가 오는 2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리사이틀 무대에 오른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바흐, 시마노프스키, 베베른 등의 작품을 들려줄 예정이다.김수현 기자
정경화(75)는 한국이 클래식 음악 강국으로 부상하기 훨씬 이전에 세계 정상급 연주자 반열에 오른 최초의 바이올리니스트다. 강렬한 음색과 화려한 기교로 유명한 그의 이름 앞에는 ‘바이올린 여제’ ‘아시아의 표범’ ‘현 위의 마녀’ 등의 수식이 늘 따라붙었다. 그는 1967년 지구촌 최고 권위의 레벤트리트 콩쿠르에서 이스라엘 출신 명바이올리니스트 핀커스 주커만과 공동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인 연주자의 저력을 알렸다. 이후 앙드레 프레빈, 다니엘 바렌보임 등 지휘 명장이 이끄는 유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국제무대에서 맹활약했다. 그가 14일 미국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와 듀오 콘서트 무대에 올랐다. 한국을 대표하는 거장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 소식에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공연 시작 한 시간 전부터 사람들로 북적였다. 초등학생 남짓의 어린 학생부터 수염을 기른 50대 음악가까지. 정경화를 향한 ‘팬심’ 앞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오후 7시30분. 무대에 오른 정경화는 애정 어린 눈빛으로 청중을 바라본 뒤 숨을 고르고 바이올린을 어깨에 올렸다. 첫 작품은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 정경화는 시작부터 특유의 시원시원한 보잉(활 긋기)으로 브람스의 묵직한 서정성을 온전히 표현해냈다. 비브라토의 속도, 현에 가하는 장력 등을 섬세하게 조절하면서 작품에 담긴 풍부한 색채를 뽑아냈다. 브람스가 오스트리아 휴양지 푀르차흐의 아늑한 풍광에서 얻은 다채로운 영감이 그의 바이올린 선율로 펼쳐졌다. 2011년부터 10년 넘게 호흡을 맞춰온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와의 합은 듣던 대로 뛰어났다. 서로의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음량은 물론 음악적 표현,
국내 클래식 음악 팬들에게 달갑지 않은 소식이 하나 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18)을 만나는 게 갈수록 힘들어질 것 같다는 뉴스다. 그를 찾는 곳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다. 작년 말 일본 도쿄 산토리홀에 이어 지난달 영국 런던 위그모어홀에서 연 리사이틀이 워낙 호평받아서다. “위그모어홀에 퍼진 순수한 마법”(이브닝스탠더드 부편집장 노먼 레브레히트)이란 극찬이 나왔으니, 말 다했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 6월 밴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한 뒤 하나둘 차기 시작한 그의 캘린더는 이제 빈 날을 찾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당장 임윤찬을 국내 무대에서 만나려면 오는 7월 루체른 심포니의 내한 공연에 협연자로 나올 때까지 5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그때까지 임윤찬을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가 녹음한 음반을 듣는 것이다. 석 달 전 나온 ‘베토벤·윤이상·바버’ 음반은 임윤찬이 밴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이후 내놓은 유일한 앨범이다. 이 음반의 하이라이트는 임윤찬이 광주시립교향악단(예술감독 홍석원)과 협연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다. 지난해 10월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린 연주회 실황이다. 베토벤의 마지막 피아노 협주곡이자 나폴레옹 군대가 오스트리아 빈으로 진격해오는 전란 중에 작곡한 역작이다. 임윤찬은 1악장 시작부터 명료하면서도 강단 있는 타건으로 베토벤 특유의 강한 에너지를 온전히 살려냈다. 80여 명이 빚은 오케스트라 소리를 뚫고 나온 또렷한 음색과 어디 하나 튀지 않고 유려하게 흐르는 선율은 왜 임윤찬에게 ‘진짜배기(the real deal)’란 표현을 영국의 유력 신문 ‘더 타임스’가 선사했는지 알게 해준다. 강한 힘으로 웅장한 음
클래식 역사에서는 불우한 환경,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오로지 실력 하나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인물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세계 최고 지휘자로 불리는 독일 출신의 크리스토프 에센바흐(83)도 그중 한 명이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전쟁고아가 된 이후 실어증까지 앓던 그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명장으로 성장한 이야기는 ‘영화 같은 인생사’의 표본과도 같다. 50여 년간 지구촌 정상급 오케스트라를 이끌어 온 에센바흐가 한국 청중과 만난다. 그는 15일 열리는 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30주년 기념 음악회에서 KBS교향악단과 호흡을 맞춘다.여든이 넘은 나이. 평생 제집 드나들 듯 수없이 오른 무대지만 그는 아직도 지휘봉을 잡을 때면 떨리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다고 했다. 에센바흐는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휘할 때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체감한다”며 “오히려 인생을 살아가면서 얻은 통찰력으로 음악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음악만이 모든 것을 초월하는 영원한 존재라고 믿어요. 가능한 한 많은 사람에게 음악의 신성한 메시지를 전하는 데 남은 인생을 쓰고 싶습니다.”에센바흐가 음악을 처음 만난 것은 마음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였다. 그를 낳다가 세상을 떠난 어머니, 나치에 반기를 들어 그의 나이 네 살 때 전쟁에 끌려가 전사한 아버지에 이어 할머니까지 잃자 그는 실어증에 시달렸다. 이때 어머니의 사촌이자 양어머니가 권유한 것이 피아노였다. 그는 피아노를 치면서 차츰 말할 수 있었다. 그가 음악을 ‘구세주’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전쟁이 남긴 상처로 매우 고통스러울 때
“세상에 배우기만 하면 무조건 성공할 수 있는 비결 따윈 없다. 그러나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있다. 바로 ‘남다른 격’을 가지고 있단 것이다.” 구글 초창기 수석엔지니어이자 중국 최대 정보기술(IT) 기업 텐센트의 부사장을 지낸 사업가 우쥔은 저서 를 통해 성공에 가까워지는 법을 풀어낸다. 그는 현실적인 판단력을 갖추고 영향력 있는 일을 선별해 집중할 줄 아는 사람을 ‘격이 높은 인간’이라고 정의한다. 이들은 냉철하게 자신의 능력과 한계치를 파악하고 실현할 수 있는 목표를 세워 중첩적으로 성공을 쌓아간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와 반대로 행동한다.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세우며 실패하기를 반복한다. 우쥔은 더 천천히 더 적은 일을 하라고 권한다. 효과 없는 일을 많이 하는 건 그저 남에게 일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가짜 노동’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유방과 항우, 디오게네스와 알렉산드로스, J P 모건과 마크 트웨인, 라이트 형제, 워런 버핏 등 유명인의 삶을 통해 격의 차이를 자세히 설명한다. 우쥔은 “길이 보이지 않는다면 나의 위치, 속도, 리듬을 점검해야 할 때다. 현재 위치를 명확히 파악한 뒤 정확한 방향과 방법을 찾아 성장 속도를 개선한다면 몇 년 후에는 인생을 낭비하지 않는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현역으로 활동하는 젊은 피아니스트 가운데 지구촌 클래식 음악계가 주저하지 않고 첫손에 꼽는 천재 연주자가 있다. 2010년 쇼팽 콩쿠르에서 3위를 차지한 데 이어 이듬해 차이콥스키 콩쿠르와 루빈스타인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를 놀라게 한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사진)다. 그는 차이콥스키 콩쿠르 역사상 최초로 피아노 부문 우승과 함께 그랑프리(전체 대상)까지 수상한 피아니스트로 기록돼 있다. 압도적인 힘과 기교, 독자적인 음악성으로 ‘괴물 같은 신예’ ‘무결점 피아니스트’ 등의 수식이 따라붙는다.트리포노프는 국내에서 ‘조성진의 라이벌’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가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했을 때 조성진이 3위에 올랐는데, 트리포노프가 3위(2010)에 그친 쇼팽 콩쿠르에서는 조성진이 우승(2015)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5세 때부터 피아노를 시작한 트리포노프는 그네신 음악학교를 거쳐 미국 클리블랜드 음악원에서 세르게이 바바얀을 사사했다.살인적인 공연 스케줄로 유명한 그가 오는 1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리사이틀 무대에 오른다. 트리포노프는 이번 공연에서 차이콥스키, 슈만, 라벨 등의 작품을 들려줄 예정이다.김수현 기자
올해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1873~1943)가 태어난 지 150주년이 되는 해다. 그는 낭만주의의 절정을 음악으로 표현하면서 피아노의 매력을 극대화했고, 피아노 연주에서 초고난도 기교를 요구하며 수많은 피아니스트를 좌절하게 했다. 라흐마니노프의 대표작으로는 대부분이 ‘피아노 협주곡 2번’을 꼽는다. 강렬한 도입부와 섬세한 선율 진행, 폭발적인 표현력으로 라흐마니노프의 음악 세계를 단번에 체감할 수 있는 걸작이라서다. 뛰어난 작품성뿐 아니라 라흐마니노프에게 작곡가로서 새 인생을 불어넣은 작품이란 점에서도 가치가 높다.라흐마니노프는 이른 나이에 천재성을 입증했다. 열여덟 살이었던 1891년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작곡했고, 이듬해 단막 오페라 ‘알레코’를 발표했다. 스무 살이 되기도 전에 이름을 알렸다. 누구보다 빠르게 성공했지만 그만큼 위기도 빨리 찾아왔다. 1897년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1번’ 초연 무대가 사건의 발단이었다. 러시아 작곡가 글라주노프가 지휘한 공연이 참패하면서다. 평론가들은 “지옥에 있는 음악학교에서나 환영받을 작품” “재앙을 그린 작품” 등의 혹평을 쏟아냈다. 당시 글라주노프가 술을 마시고 악단을 지휘했다는 소문이 일었던 터여서 비난의 화살을 작곡가인 라흐마니노프에게 오롯이 돌리기엔 모호했다. 하지만 예민한 성격의 라흐마니노프가 받은 충격은 컸다. 심각한 신경쇠약 증세를 겪어야 했다. 밤마다 잠자리에 들 수 없었고, 피아노 연주는 물론 오선지에 음표 하나를 적기 힘들 정도의 상태였다고 전해진다. 그렇게 그는 3년간 음악 활동을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 ‘거장 지휘자’를 꼽을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 몇 있다. 전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들이 상임지휘자로 섭외하기 위해 수년간 공을 들이고, 국제 콩쿠르를 휩쓴 유명 연주자들이 함께 무대에 오르길 꿈꾸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지휘자 엘리아후 인발(87)도 그중 한 명이다. 60년간 세계 무대에서 최고의 명성을 누리며 활약해 온 그가 한국을 찾는다. 오는 23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KBS교향악단 공연에서 지휘봉을 잡기 위해서다.아흔이 가까운 나이. 평생 음악을 동반자 삼아 살아온 인생이지만 여전히 그는 지휘하는 순간 온몸에 엔도르핀이 도는 듯한 열정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인발은 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작곡가의 창작 의도와 작품 안에 담긴 메시지를 탐구하는 일은 매우 신비로운 작업”이라며 “악보를 처음 접하는 순간부터 악단과 호흡을 맞추며 음악을 만들고, 이를 청중에게 전하는 일련의 과정은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가장 강렬한 경험”이라고 했다.이스라엘에서 태어난 인발은 어린 시절 예루살렘 음악원에서 바이올린과 작곡을 배우며 음악적 소양을 키웠다. 지휘자로 발돋움할 기회는 텔아비브에서 군 복무를 하던 시기에 찾아왔다. 육군 오케스트라의 악장과 부지휘자를 겸임하던 중 명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에게 발탁되면서다. 그의 추천으로 프랑스 파리 음악원에서 지휘를 공부한 인발은 1963년 귀도 칸텔리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 상임지휘자를 거쳐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유수 악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하루가 30시간이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그러면 피아노 연습을 더 많이 할 수 있잖아요.” 지난 4일 화상으로 만난 피아니스트 조성진(29·사진)은 이 얘기를 하면서 사뭇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연주 투어 일정에 쫓겨 연습할 틈이 없다는 걸 어린아이처럼 투정하는 게 아니었다. 머릿속은 ‘새로운 곡을 익혀야 해. 기량도 끌어올려야 해. 그러려면 연습할 시간이 필요해’란 생각으로 가득하지만, 그가 연습만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현실에 대한 예술가의 고민이 담겨 있었다. 조성진은 “새로운 작품을 배우면서 희열을 느낀다”면서도 “연주 투어 일정을 소화하면서 새로운 곡을 익혀야 하는데, 항상 시간이 부족해 고민”이라고 했다. 이날 화상 기자간담회는 그가 여섯 번째 정규 앨범 ‘헨델 프로젝트’를 세계적 클래식 음반사인 도이치그라모폰(DG)을 통해 내놓은 걸 계기로 마련됐다. 고전·낭만주의 작품을 주로 다룬 전작과 달리 이번 앨범은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 헨델의 음악으로 주요 레퍼토리를 채웠다. 음반에는 1720년 영국 런던에서 처음 나온 헨델의 ‘하프시코드 모음곡’ 중 ‘2번 F장조’, ‘8번 f단조’, ‘5번 E장조’와 브람스의 ‘헨델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푸가’ 등이 담겼다. 조성진은 “바로크 음악은 (그 맥락을) 온전히 이해한 뒤 연주에 자신감이 붙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헨델 레퍼토리의 음반을 준비한 때가 태어나서 가장 많이 연습한 시기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작년 2월 코로나19로 해외 투어가 취소되면서 한 달짜리 휴가가 생겼어요. 매일 7~8시간씩 연습했습니다. 이지적인 바흐 작
피아니스트 조성진(29·사진)이 여섯 번째 정규 앨범 ’헨델 프로젝트’를 도이치그라모폰(DG) 레이블로 내놨다. 고전주의 시대 작품을 주로 다뤘던 전작들과 달리 이번 앨범에서는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 헨델의 작품으로 레퍼토리를 채웠다. 앨범에는 헨델의 ‘하프시코드 모음곡’ 중 ‘2번 F장조’, ‘8번 f단조’, ‘5번 E장조’와 브람스의 '헨델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푸가', 헨델의 ‘사라반드 B플랫장조’, ‘미뉴에트 g단조’ 등이 담겼다. 조성진은 4일 열린 음반 발매 기념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바로크 시대 음악은 온전히 이해하고 연주에 대한 자신감이 붙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품이라 생각한다”며 “이번 헨델 레퍼토리의 음반을 준비한 때가 태어나서 가장 많이 연습한 시기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코로나19 영향으로 해외 투어 일정이 취소되면서 여유 시간이 생긴 탓에 헨델 작품 연습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당시 한 달간 매일 7~8시간씩 피아노를 연습하면서 헨델 작품을 익혔어요. 이전에 바로크 음악을 많이 접하지 않았기에 바흐보다는 헨델 음악이 접하기 쉬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공부하면서 헨델 음악 또한 만만치 않다는 걸 체감할 수 있었죠.” 그는 바로크 음악이 지닌 매력에 대해 “해석의 폭이 넓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로크 음악은 고전주의, 낭만주의 시대 음악보다 악보 안에 담긴 지시가 훨씬 적어요. 그래서 연주자가 자신만의 색깔로 더 자유롭게 음악을 표현할 수 있고 해석할 수 있죠. 헨델이 현대 피아노로 치는 음악을 들었을 때 좋아할지 싫어할지 알 수 없지만, 일단 이번에는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헨델의 작품을
253년 전통의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 왕립 오페라 오케스트라가 이달 첫 내한 공연을 연다. 이번 공연의 주제는 ‘카운터테너와의 바로크 오페라 향연’이다. 16일 경기 군포문화예술회관을 시작으로 17일 경북 안동문화예술의전당, 1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청중과 만난다.베르사유 궁전 왕립 오페라 오케스트라는 1770년 창단한 유서 깊은 악단이다. 주로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 왕립 오페라극장과 왕실 예배당에서 활동한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는 이 악단의 음악감독인 스테판 플레브니아크가 지휘봉을 잡는다. 폴란드의 바이올리니스트 출신 지휘자인 플레브니아크는 오스트리아 빈 자르디노 다모레 오케스트라와 폴란드 크라쿠프 베네치아 구호원 관현악단의 창립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이번 공연에서는 총 세 명의 카운터테너가 무대에 오른다. 카운터테너란 변성기를 지낸 이후에도 여성의 음높이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남성 성악가를 의미한다. 물리적 거세를 통해 여성의 음높이를 유지하는 남성 성악가 카스트라토와 차이가 있다.한국인 카운터테너 정시만이 이번 공연에 참여한다. 그는 미국 매네스 음대 졸업 후 스페인 비냐스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최고 카운터테너상을 받으며 이름을 알린 성악가다. 2017년부터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출신 카운터테너 사무엘 마리뇨와 2021년 카운터테너 최초로 캐슬린 페리어상을 수상한 영국 출신 성악가 휴 커팅도 출연한다.공연은 바로크 시대 작곡가 아리오스티의 서곡으로 막을 올린다. 이후 헨델, 비발디 등 당대 최고의 작곡가가 쓴 오페라 아리아가 차례로 연주될 예정이다.김수현 기자 ksoohyun
130년 전통의 독일 뮌헨필하모니관현악단 아카데미의 타악기 부문 첫 한국인 단원으로 박석정 씨(27·사진)가 선발됐다.공연계에 따르면 1일부터 단원으로 활동하는 박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으로 뮌헨국립음대에서 석사를 마쳤고, 같은 대학 최고연주자과정에 재학 중이다. 주빈 메타가 명예지휘자로 있는 뮌헨필하모니는 독일 내 130여 개 오케스트라 가운데 최상위인 A등급 연주단으로 알려졌다.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는 어머니 덕분에 일찍부터 타악기를 접했다는 박씨는 “실로폰과 비슷한 마림바의 소리에 푹 빠졌고, 리듬마저 다양하게 만들 수 있는 게 매력적으로 다가와 계속 한 우물을 팠다”고 말했다.그는 인천예술고 재학 중에 서울대 음대 콩쿠르 1위, 음악저널과 음악교육신문사 콩쿠르 1위를 차지하며 차세대 타악기 주자로 주목받았다. 대학 졸업 후에는 뮌헨심포니, 경기필하모니오케스트라, 원주시립교향악단, 코리아체임버오케스트라, 서초교향악단 등에서 객원 단원으로 활동했다. 박씨는 “우선은 오케스트라 단원 활동에 집중할 계획이지만 솔리스트로서 콩쿠르나 앙상블 연주에도 계속 도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김수현 기자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과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고 청중과 만난다. 오는 1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서다. 이번 공연에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2001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인 바이올리니스트 바이바 스크리데와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브람스 탄생 19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이 작품은 브람스 유일의 협주곡이자 베토벤·멘델스존과 함께 '세계 3대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불리는 악곡이다. 베토벤을 따라 독일 고전파의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브람스만의 웅장하고 깊이 있는 음악성이 온전히 담긴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공연의 대미는 '운명 교향곡'이란 표제로 불리는 베토벤 교향곡 5번이 장식한다. 베토벤이 1악장 첫머리에서 등장하는 강렬한 동기에 대해 "운명은 이렇게 문을 두드린다"고 언급한 데서 이름이 붙여졌다. 불굴의 투지로 모든 고난과 공포, 비극을 극복하고 마침내 승리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 지휘봉을 잡는 다비트 라일란트 예술감독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두 거장과의 음악적 대면을 통해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가 하나로 연결되길 바란다"며 "음악의 힘을 체감할 수 있는 연주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올해 세종문화회관은 28편의 작품을 251회에 걸쳐 무대에 올린다. 평균 주 5회 공연하는 셈이다. 지난해와 비교해 작품 수는 다섯 편 많고 무대 수(144회) 기준으로는 74% 늘었다.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와 독일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 등이 주요 볼거리로 꼽힌다.안호상 세종문화회관 대표(사진)는 31일 서울 세종대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2023 세종시즌’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공연 일정을 밝혔다. 세종문화회관 새해 계획에 따르면 올해 12편의 신작과 지난해 호평받은 16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먼저 모차르트의 3대 걸작 오페라 중 하나인 ‘마술피리’로 청중과 만난다. 3월 30일부터 4월 2일까지 대극장에서 막을 열며 조수현이 연출을 맡는다. 소프라노 황수미·김효영, 테너 김건우, 바리톤 김기훈 등 세계 최정상급 성악가들이 무대에 오른다.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연출 요나 킴)는 10월 대극장에서 공연한다.지난해 9월 선임된 고선웅 서울시극단장의 연출작도 눈길을 끈다. 퓰리처상 수상자 마샤 노먼의 첫 희곡 ‘게팅아웃’과 프로스페르 메리메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연극 ‘카르멘’을 무대에 올린다.클래식 애호가가 관심을 둘 만한 공연도 있다.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이 대표적이다.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이번 공연을 통해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운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호흡을 맞춘다. 지휘봉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 지휘자 정명훈이 잡는다. 공연은 11월 29일 대극장에서 열린다.‘세종 체임버 시리즈’는 고전주의 시대 작곡가들의 피아노 작품으로 새 옷을 입
서춘기 경기아트센터 신임 사장(사진)이 31일 취임했다. 임기는 2년이다.서 신임 사장은 이날 열린 취임식에서 향후 경영 비전으로 △예술 역량 강화 및 새로운 예술 생태계 조성 △인력 및 조직 혁신 △생활 예술 인프라 및 미래 세대 위한 기반 확충 △경기 남북부 문화 예술 불균형 해소 등을 제시했다. 이어 서 신임 사장은 "경기도 대표 공공 공연장으로 공연 예술의 패러다임 전환과 미래를 위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분명한 정책 어젠더를 설정하고 바로 실천해 가겠다”며 "경기아트센터가 국내에서 최고 위상을 지닌 문화 예술 공연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 신임 사장은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립예술단 총괄본부장, 한국문예회관 연합회 공연장 전문 컨설턴트, 안성시 안성맞춤아트홀 운영위원, 서울시 50플러스 재단 뮤지컬과 오페라 감상법 강사 등을 역임했다. 2012년 실내음향학으로 한양대학교 대학원 건축공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후 동 대학 건축공학부 부교수로 재직한 바 있다.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조성진 임윤찬 양인모 등 천재 연주자들의 등장으로 세계 클래식 음악계가 한국을 주목하기 이전에 세계 정상의 반열에 오른 최초의 바이올리니스트가 있다. 한국이 낳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로 불리는 정경화(사진)다. 강렬한 음색과 완벽에 가까운 기교에 그의 이름에는 ‘바이올린 여제’ ‘아시아의 표범’ ‘현 위의 마녀’ 등 범상치 않은 수식이 따라붙는다. 정경화는 1967년 세계 최고 권위의 레벤트리트 콩쿠르에서 이스라엘 출신 명바이올리니스트 핀커스 주커만과 공동 우승을 차지하면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콩쿠르 우승 이후 앙드레 프레빈, 다니엘 바렌보임 등 지휘 명장이 이끄는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세계 무대에서 맹활약해 왔다. 데카, RCA, 도이치그라모폰(DG), EMI 등 굴지의 레이블을 통해 30여 장의 명반을 남긴 것 또한 그의 업적 중 하나로 평가된다. 정경화는 1997년 발매한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음반으로 디아파종 황금상을 받았다. 2017년에는 그라모폰 명예의전당 바이올린 분야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정경화는 줄리아드 음악원 교수를 맡고 있다. 다음달 14일엔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다. 그는 이날 미국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와 듀오 공연을 할 예정이다.김수현 기자
‘원조 콩쿠르 여제(女帝)’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백혜선(58·사진)이 50여 년의 음악 인생을 담은 첫 에세이 <나는 좌절의 스페셜리스트입니다>를 펴냈다.백혜선은 3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오드포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흔히 말하는 자서전이나 회고록처럼 무겁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며 “일평생 피아노를 쳐온 한 명의 연주자가 일기장에 끄적인, 조금은 특별한 일들과 재밌는 일화를 담아낸 글로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피아노를 처음 접한 4세부터 미국 명문 뉴잉글랜드 음악원(NEC) 교수로 활동 중인 현재까지 그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는 ‘역경과 극복’이다. 백혜선이 책에 ‘좌절의 스페셜리스트’라고 제목을 붙인 이유다. “20대 후반에 피아노를 계속해서는 혼자 밥 벌어 먹고살기도 힘들겠다고 생각했어요. 식당 종업원 일도 해보고 전화회사 영업사원이 되려고도 했죠. 이후 밴클라이번 콩쿠르에 나갔다가 처음으로 1차에서 떨어져도 봤고요.”백혜선은 1989년 윌리엄카펠 국제 콩쿠르 1위를 시작으로 1990년 리즈 콩쿠르 입상, 1991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4위, 1994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1위 없는 3위’를 차지하며 ‘콩쿠르 여제’로 이름을 떨쳤다. 한국 피아니스트들이 거대한 장벽처럼 느끼던 콩쿠르의 문을 열어젖힌 주역이다.차이콥스키 콩쿠르 수상 이듬해에는 서울대 음대 최연소 교수로 임용됐다. 미국 클리블랜드 음악원 교수를 지냈고, 현재는 모교이자 미국에서 유서 깊은 음악 대학인 뉴잉글랜드 음악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입상한 것, 최연소
소프라노 한예원(25)이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폐막한 제60회 테너 비냐스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한예원은 마드리드왕립극장 특별상,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오페라 극장 데뷔 특별상, 스페인 페랄라다 성 페스티벌 데뷔 특별상까지 대회 4관왕에 올랐다. 이로써 한예원은 1위 상금 2만5000유로(약 3357만원)와 리세우 대극장 계약 기회를 얻게 됐다. 이 콩쿠르는 스페인 출신의 테너 프란시스코 비냐스(1863~1933)를 기리기 위해 1963년에 창설된 콩쿠르다. 만 33세 이하 성악가를 대상으로 1~3년 주기로 개최된다. 역대 한국인 우승자로는 소프라노 조수미(1985년), 김성은(1991년), 조경화(1996년), 서선영(2010년), 박세영(2014년), 테너 김우경(2002년), 김정훈(2014년) 등이 있다. 한예원은 2021년 금호영아티스트콘서트로 데뷔한 소프라노로, 지난해 독일 노이에 슈팀멘 콩쿠르에서 3위로 입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서울대 음대를 졸업한 그는 현재 스위스 취리히 오페라하우스 스튜디오에서 활동하고 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우리는 흔히 생각한다. 인간만이 체계적인 ‘의례(儀禮)’를 가지고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는 존재라고. 그러나 동물이 살아가는 세상을 가까이 들여다보면 인간의 착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들 또한 일정한 법식을 가지고 견고한 공동체를 이루고 있어서다.일례가 동료나 가족이 죽었을 때 동물이 보이는 태도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동물원에서는 발에 난 상처로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우두머리 암컷 코끼리를 안락사시킨 뒤 사체를 내놓았다. 그러자 죽은 코끼리와 가장 친했던 두 마리의 코끼리가 가까이 다가와 냄새를 맡고 만져보면서 그의 죽음을 슬퍼했다.이들은 이후에도 밤새 번갈아 가며 이 장소를 찾아와 죽은 코끼리 몸에 흙을 정성스레 뿌려 덮어줬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죽은 코끼리 몸에는 5㎜ 이상 두께의 흙이 쌓여 있었다. 그들만의 방식으로 애도의 의례를 행한 것이다.물론 동물의 세계에서 의례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인사부터 구애, 선물, 놀이, 여행 등 다양한 형태의 의례가 그들의 삶 곳곳에 녹아 있다. <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는 30년 이상 코끼리를 연구해온 동물학자 케이틀린 오코넬이 야생 동물이 행하는 10가지 의례를 조명하고, 그 의미를 분석한 책이다.저자는 건강한 공동체를 구축하기 위해선 인간에게도 의례를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는 “오늘날 사회는 깊이 분열돼 있다. 의례는 더 원활한 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서로를 잘 보살핌으로써 공동체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열쇠”라며 “의례를 되찾는 순간 우리의 삶은 더욱 평화롭고 충만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김수현 기자
26일 서울 서초동 코스모스아트홀. 남색의 세일러복을 차려입고 당찬 걸음으로 줄지어 등장한 앳된 얼굴의 소년들은 윌리 넬슨의 ‘온 더 로드 어게인’를 부른 뒤 한국인에게 익숙한 노래를 이어갔다. 우리 민요 ‘아리랑’의 가락이었다.525년 전통의 빈 소년합창단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3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이날 합창단은 기자간담회에서 짧은 노래로 자신들을 소개했다. 지휘자 마놀로 카닌(47)은 “코로나19 직전 투어 일정에 한국이 있었기에 ‘아리랑’ 작품과 이 나라가 더욱 그리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스트리아는 아직 눈이 오지 않는데 오늘 한국에는 함박눈이 내리더라. 특별한 순간에 한국에 온 것 같아 더욱 기쁘다”고 했다.1498년 오스트리아 황제 막시밀리안 1세의 궁정 교회 성가대로 시작한 빈 소년합창단은 세계 최고의 소년합창단 중 하나다. 하이든과 슈베르트가 합창 단원으로, 베토벤이 반주자로 활동했으며 모차르트와 브루크너는 합창단의 지휘를 맡은 바 있다. 빈 소년합창단은 인연을 맺은 거장들의 이름을 붙여 ‘모차르트’ ‘슈베르트’ ‘하이든’ ‘브루크너’ 등 네 개 팀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는 지휘자 카닌이 이끄는 빈 소년합창단이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슈베르트의 ‘마왕’, 모리코네의 ‘넬라 판타지아’ 등 다채로운 합창 레퍼토리를 선보인다.카닌은 “이번 공연은 너무나 뜻깊다. 우리 모두 코로나19라는 너무나 힘든 시기를 보낸 만큼 한국 청중에게 즐거움을 전달하고 싶다”며 “아이들에게 맘껏 노래하는 기회를 주고 싶
클래식 음악계에서 ‘압도적인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한국인 연주자들이 올해 다채로운 선율로 국내 팬들을 만난다. 한국인 최초로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 기록을 쓴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를 놀라게 한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무대는 여타 아이돌 공연의 인기를 능가하는 ‘피케팅’(피 튀기듯 치열한 티케팅) 사례로 불린다.지난해 9월 조성진의 협연이 예정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이 티켓 판매 개시 40초 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한 것이 일례다. 이 공연의 VIP석 가격은 40만원, 그 외 공식 좌석 가격은 10~35만원으로 책정돼 있었다. 같은 해 열린 임윤찬의 리사이틀 공연 또한 티켓 판매를 개시하자마자 좌석이 모두 동나면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소속사 대표조차 부모님의 좌석을 예매하지 못했다고 토로했을 정도다.이들이 21세기 클래식 음악계를 끌고 가는 주역이라면, 한국의 클래식을 세계에 알린 선구자이자 현재까지 건재한 티켓 파워를 과시 중인 거장들도 있다. 바로 전설의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한국을 대표하는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 정명훈이 그렇다. 이들은 올해 11년 만의 앙상블 공연을 연다. 그야말로 한국 클래식 음악의 역사를 쓴 거장들과 세계가 열광하는 젊은 연주자들의 음악을 온전히 맛볼 수 있는 한 해가 열린 셈이다.올해 국내외를 오가며 가장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피아니스트는 단연 조성진이다. 세계 최정상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은 물론 단독 리사이틀까지 계획하고 있어서다. 공연의 포문은 오는 3월로 예정된 드레스덴 슈타츠카
국내 클래식 음악계에서 처음으로 팬덤을 만들어낸 피아니스트 임동혁(39·사진)이 쇼팽 레퍼토리를 들고 청중과 만난다. 다음 달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리사이틀 무대에서다. 이번 공연에서 임동혁은 쇼팽의 녹턴(Op.27-2), 스케르초 2번, 피아노 소나타 2번과 3번을 차례로 들려줄 예정이다. 임동혁은 18일 "피아노 소나타 2번과 3번은 쇼팽의 기념비적인 걸작이다. 대단한 작품으로 청중을 만나게 돼 마음이 들뜬다"며 공연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쇼팽 소나타 2번은 지독하리만큼 비극적이다. 개인적으론 죽음을 모티브로 삼는 악곡이라 생각한다"며 "1악장에서는 시한부 선고를 받고 방황하는 사람, 2악장에서는 괴로움으로 사투를 벌이다 결국 밝은 기억 속에 숨을 거두는 인간을 그리고 있다. 장송행진곡으로 너무나 유명한 3악장과 무덤 위의 바람을 연상시키는 4악장까지, 죽음을 표현하는 철학적인 관점과 해석이 필요한 곡"이라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아울러 임동혁은 "쇼팽 소나타 3번은 엄숙하지만 환희의 감정을 일으키는 요소가 담긴 대곡이다. 쇼팽 특유의 피아니즘과 비르투오소적인 요소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기술적으로 쉽지 않은 악곡"이라며 "두 개의 소나타 모두 나에게 많은 고민과 고뇌를 안겨준 작품"이라고 했다. 그는 끝으로 "애정이 남다른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만큼 이번 리사이틀에 거는 기대와 욕심이 유독 더 크다"며 "청중이 음악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죽음을 접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7살 때 피아노를 시작한 임동혁은 2001년 롱티보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에 이
도이치그라모폰(DG)은 세상이 다 아는 세계 최고 클래식 음반사다. 튤립이 있는 ‘노란 딱지’(DG 로고)가 붙은 음반은 “믿고 들어도 된다”는 보증수표와 다름 없다. 그러니 모든 클래식 아티스트가 DG에서 음반을 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DG가 쉽게 문을 열어줄 리 없다. DG는 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 등 세계 최정상급 연주자와만 전속 계약을 맺는다.중국이 낳은 세계적인 첼리스트 지안 왕 (55)도 그중 한 명이다. 동양인 첼리스트 중 최초로 ‘DG 멤버’가 된 그는 어렸을 때부터 남달랐다. 네 살 때 첼로를 처음 잡은 그는 열 살 때 20세기 최고 바이올리니스트 중 한 명인 아이작 스턴의 눈에 들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예일대 음대에서 ‘첼로의 거장’ 알도 파리소를 사사하며 음악적으로 성장했다. ‘음악 장인’만 할 수 있다는 세계 3대 콩쿠르 심사위원도 맡았다. 쇼팽 피아노 콩쿠르를 제외한 차이콥스키 콩쿠르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를 그의 손으로 뽑았다.‘아시아 최고 첼리스트’로 꼽히는 왕이 다음달 16~1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을 찾아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호흡을 맞춘다. 왕은 1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단 한 명이라도 내 연주를 듣고 공감과 위로를 느낀다면 나에게 이보다 가치 있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평생 첼로를 끼고 살았지만, 왕은 아직도 음악이 너무 좋다고 했다. “우리 모두 일상에선 각자의 목적에 맞는 가면을 쓰고 삽니다. 음악은 이런 가면을 단번에 벗겨내면서 인간을 무장해제시킬 힘을 갖고 있어요. 인간의 가장 연약하고도 예민한 감정을 파고들기 때문이죠.
임윤찬보다 5년 앞서 미국 밴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를 놀라게 한 피아니스트가 있다. 2008년 플로리다 국제 피아노 콩쿠르를 시작으로 인터라켄, 윌리엄 카펠, 피아노 캠퍼스, 센다이, 방돔 프라이즈, 인터내셔널 저먼 피아노 어워드, 밴 클라이번까지 여덟 개의 국제 콩쿠르 1위를 석권하며 한국인 피아니스트의 저력을 입증한 선우예권(사진)이 그 주인공이다. 그에게 ‘콩쿠르의 왕’이란 별칭이 붙은 이유다.여타 전공생에 비해 다소 늦은 초등학교 2학년 때 피아노를 시작한 그는 예원학교와 서울예고를 수석 졸업한 이후 미국으로 건너갔다. 2005년 전액 장학생으로 들어간 미국 커티스 음악원을 거쳐 줄리아드 음대, 매네스 음대에서 수학한 그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시모어 립킨, 로버트 맥도널드, 리처드 구드를 사사했다. 현재는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의 베른트 괴츠케 교수 문하에서 연주자 과정을 밟고 있다.세계 무대에서 주로 활약해 온 그가 오는 28일 KBS교향악단의 올해 첫 정기연주회 협연자로 나선다. 선우예권은 이날 피에타리 잉키넨 음악감독과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으로 첫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김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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