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문화부에서 클래식 음악을 비롯한 공연예술 전반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ksoohyun@hankyung.com
“포디엄은 더 이상 노장(老將)의 전유물이 아니다.”2022년 당시 26세에 불과했던 젊은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28)가 ‘세계 3대 악단’으로 꼽히는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의 차기 상임지휘자로 내정됐을 때 유럽 클래식 음악계에서 나온 얘기다. ‘클래식 세대교체’를 이뤄냈다는 평을 듣는 핀란드 출신 명지휘자 메켈레가 또 하나의 놀랄 만한 기록을 세웠다. 133년 전통의 미국 명문 악단인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CSO)가 지휘자 메켈레를 차기 음악감독으로 임명하면서다. 이에 따라 메켈레는 2027년 31세의 나이로 CSO 역사상 최연소 음악감독으로 취임한다. 임기는 5년이다. RCO 상임지휘자로서의 활동 기간도 2027년부터 5년간이다.▶▶▶[인물 DB] 핀란드 출신 지휘 거장 클라우스 메켈레 2027년부터 RCO·CSO 동시 지휘2일(현지시간) CSO는 이사회의 만장일치로 메켈레를 차기 음악감독으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CSO는 게오르그 솔티, 다니엘 바렌보임 등 전설적인 지휘 거장이 이끌어온 악단이다. 이탈리아 출신 지휘 거장 리카르도 무티가 메켈레의 전임자다. 13년간 CSO를 이끈 지휘자 무티는 지난해 음악감독 자리에서 내려왔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끈 거스 히딩크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78)이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첫 홍보대사로 위촉됐다.지난 1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서울시향 홍보대사 위촉식에서 히딩크 전 감독은 “축구와 클래식 음악은 완전히 다른 세계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상당히 유사한 점이 많다”며 “특히 축구 감독과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팀원 개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는 데 집중하고, 높은 수준의 결과물을 내보이기 위해 작은 부분까지 끊임없이 훈련한다는 점에서 통하는 게 있다”고 말했다. 2002년 서울시 명예시민으로 선정됐던 히딩크 전 감독은 얍 판 츠베덴 서울시향 음악감독과 함께 2028년 12월 31일까지 홍보대사로 활동한다.히딩크 전 감독이 서울시향 홍보대사를 맡게 된 건 츠베덴 음악감독과의 각별한 인연 덕분이다. 히딩크 전 감독은 “예전에 츠베덴 감독이 지휘한 공연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TV로 시청한 적이 있다"며 "그때 ‘나와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이 있구나’란 생각이 들어 먼저 판 츠베덴에게 연락했다”고 했다. 츠베덴 음악감독은 “스포츠와 예술은 사람들을 하나로 연합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며 "그(히딩크 전 감독)와는 인생에서 공감하는 가치가 같다”고 말했다.두 사람은 자리에서 편하게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츠베덴 음악감독이 “오케스트라에서 다른 연주자의 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하듯 축구에서도 다른 사람의 플레이를 철저히 예측해야 한다”고 강조하자, 히딩크 전 감독은 “판 츠베덴은 완벽한 팀을 구성하고, 팀의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데 전문가다. 그를 한국 축
독일 출신 첼리스트 율리우스 베르거(70)의 이름 앞엔 항상 따라붙는 수식어가 있다. ‘첼로의 예언자’ ‘첼로의 개척자’다. 도메니코 가브리엘리, 레오나르도 레오 등 17~18세기 작곡가들의 작품을 발굴하고 음반으로 남김으로써 첼로 레퍼토리의 범주를 넓힌 인물이다. 베르거는 세계 최초로 보케리니 첼로 협주곡 전곡(12곡)을 녹음한 연주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 전문지 그라모폰은 그의 보케리니 첼로 협주곡 앨범을 두고 ‘기념비적’이란 찬사를 남겼다. 그는 바로크·고전주의·낭만주의 시대 음악은 물론 20, 21세기 현대음악 연주에도 능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독일 뮌헨 국립음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미국 신시내티 음대에서 공부한 베르거는 완벽에 가까운 기교, 깊이 있는 작품 해석으로 정평이 나 있다. 레너드 번스타인, 대니얼 하딩, 올리비에 메시앙,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 등 전설적 음악가들과 수많은 명연을 남겨왔다. 28세 나이로 당시 최연소 음대 교수(뷔르츠부르크 국립음대)에 임명되면서 유럽 클래식 음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후 자르브뤼켄 국립음대, 요하네스 구텐베르크 마인츠대, 아우크스부르크대 등에서 교수를 역임했다.베르거는 4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교향악축제에서 대전시립교향악단 공연(13일)의 협연자로 나설 예정이다.김수현 기자
세계 클래식 음악계가 ‘21세기 피아노의 거장’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러시아 출신 연주자가 있다. 2011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루빈스타인 국제 콩쿠르에서 연이어 우승을 차지하면서 적수 없는 실력을 과시한 천재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33·사진)다. 그는 차이콥스키 콩쿠르 역사상 최초로 피아노 부문 우승과 함께 그랑프리(전체 대상)를 수상한 피아니스트로도 기록돼 있다. 외신 또는 거장의 입을 빌리자면 그는 ‘모든 것을, 혹은 그 이상을 갖춘 피아니스트(피아노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이자 ‘틀림없는 천재 피아니스트(영국 더 타임스)’다.30대 초반 나이로 국제무대를 제패했다는 평을 듣는 트리포노프가 한국을 찾는다. 1일(서울 롯데콘서트홀) 공연 ‘데케이드(Decades)’에서 베르크와 바르톡 등 1900~1980년대 작곡가들의 작품을 집중 조명하고, 2일(서울 예술의전당) 공연 ‘함머클라비어(Hammerklavier)’에서 모차르트, 베토벤, 멘델스존 등 바로크·고전주의·낭만주의 시대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내한 리사이틀을 앞두고 한국경제신문과 서면으로 만난 트리포노프는 “‘데케이드’ 공연은 20세기 가장 혁신적인 피아노 작품들로 이뤄진 ‘시간여행’”이라고 했다.“이전에도 20세기 작품들을 가끔 다뤄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많은 곡을 한꺼번에 연주하는 건 처음이에요. 새로운 음악적 언어를 더 다양하게 탐구하고 싶다는 욕심으로 도전한 프로그램인 만큼 공연 자체가 ‘자신에 대한 실험’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각각의 작곡가가 피아노라는 악기로 표현할 수 있는 한계 그 이상을 들여다보
세계 클래식 음악계가 ‘21세기 피아노의 거장’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러시아 출신 연주자가 있다. 2011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루빈스타인 국제 콩쿠르에서 연이어 우승을 차지하면서 적수 없는 실력을 과시한 천재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33)다. 그는 차이콥스키 콩쿠르 역사상 최초로 피아노 부문 우승과 함께 그랑프리(전체 대상)를 수상한 피아니스트로도 기록돼 있다. 외신 또는 거장의 입을 빌리자면 그는 ‘모든 것을, 혹은 그 이상을 갖춘 피아니스트(피아노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이자 ‘틀림없는 천재 피아니스트(영국 더 타임스)’다. 30대 초반 나이로 국제무대를 제패했단 평을 듣는 트리포노프가 한국을 찾는다. 1일(서울 롯데콘서트홀) 공연 ‘데케이드’(Decades)에서 베르크, 바르톡 등 1900~1980년대 작곡가들의 작품을 집중 조명하고, 2일(서울 예술의전당) 공연 ‘하머클라비어’(Hammerklavier)에서 모차르트, 베토벤, 멘델스존 등 바로크·고전주의·낭만주의 시대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내한 리사이틀을 앞두고 한국경제신문과 서면으로 만난 트리포노프는 “‘데케이드’ 공연은 20세기 가장 혁신적인 피아노 작품들로 이루어진 ‘시간 여행’”이라고 했다.“이전에도 20세기 작품들을 가끔 다뤄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많은 곡을 한꺼번에 연주하는 건 처음이에요. 새로운 음악적 언어를 더 다양하게 탐구하고 싶다는 욕심으로 도전한 프로그램인 만큼, 공연 자체가 ‘자신에 대한 실험’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각각의 작곡가 피아노라는 악기로 표현할 수 있는 한계 그 이상을 들
모던 바이올린부터 바로크 바이올린, 비올라, 비올론첼로 다 스팔라까지. 어깨 위에서 다룰 수 있는 모든 현악(絃樂)을 섭렵한 거장 세르게이 말로프(41·사진)가 한국 청중과 만난다. 다음 달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무대에서다.말로프는 파가니니 콩쿠르(2006), 하이페츠 콩쿠르(2009) 등 국제적 권위의 콩쿠르에서 입상하면서 러시아 차세대 바이올리니스트로 먼저 이름을 알린 인물이다. 2006년부터는 바이올린에 더해 비올라까지 연주 영역을 넓혔는데, 비올리스트로서 ARD 콩쿠르(2009), 도쿄 비올라 콩쿠르(2010)에서 잇따라 우승하면서 솔리스트로서의 존재감을 키웠다.이후 양의 창자를 꼬아서 만든 현(거트현)을 사용하는 바로크 바이올린, ‘어깨 위의 첼로’라 불리는 고악기 비올론첼로 다 스팔라 연주법까지 섭렵하면서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구축해왔다.이번 내한 공연에서 말로프는 비올론첼로 다 스팔라, 전자 바이올린 등을 통한 즉흥연주까지 선보인다. 공연 레퍼토리는 모두 바흐의 작품으로 채워진다. 말로프는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2번 3악장,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6번 등을 차례로 들려줄 예정이다.말로프는 "전자 기계인 루프 스테이션 등을 활용해 바흐의 작품 세계를 더 생동감 있게 드러낼 것"이라며 "단 한 번의 음악적 경험이 누군가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환상적인 음향으로 많은 사람과 음악적 소통을 이루는 데 집중하겠다"고 했다.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재즈 인생이 어느새 30년이나 됐네요. 돌아보면 음악을 하면서 한시도 지루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가 더 기대됩니다. 이젠 제 인생 목표를 분명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할 때마다 새로운 ‘진짜 재즈 음악’을 아주 오랫동안 하고 싶어요.”지난 21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 나긋한 말투로 수줍게 인사를 건넨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55)은 “마이크도 없고, 피아노도 없지만 짧게라도 직접 제 목소리로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한 작품은 니나 시몬의 ‘필링 굿’(Feeling Good). 음(音)은 11개가 전부고, 크기도 한 뼘에 불과한 작은 악기 칼림바를 두 손에 올린 채 두 눈을 지그시 감은 나윤선은 시끄러운 자동차 경적까지 모두 집어삼킬 만큼 파워풀한 성량을 선보이다가도 금세 음량을 줄여 신비로운 음색을 불러내면서 몽환적인 작품 세계를 생생히 표현해냈다.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은 세계적 재즈 디바 나윤선이 한국 청중과 만난다. 다음달 17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다. 이번 공연에서 나윤선은 지난 1월 발표한 정규 12집 ‘엘르’(Elles·‘그녀들’이란 뜻을 지닌 프랑스어)의 레퍼토리를 라이브로 들려준다. 앨범에는 타이틀 곡인 시몬의 ‘필링 굿’과 함께 로버타 플랙의 ‘킬링 미 소프틀리 위드 히스 송’, 사라 본의 ‘마이 퍼니 밸런타인’ 등 10명의 여성 가수 작품이 담겼다.“(앨범 속 가수들은) 제게 엄청난 영향을 준 음악가들이에요. 이들 노래에선 딱 두 개 음만 들어도 누구의 목소리인지 바로 알 수 있잖아요. 그렇게까지는 욕심 같고, 누군가가 1분 만에라도 제 목소리를 알아차릴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건강상의 이유로 보름간의 해외 공연 일정을 취소했다.임윤찬의 글로벌 매니지먼트사인 IMG아티스츠는 22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이달 27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임윤찬의 공연을 취소한다고 공지했다.IMG아티스츠는 "임윤찬이 손에 무리가 와 의사 진료와 물리치료를 함께 받고 있다"며 "의사의 권고에 따라 다가오는 콘서트를 중단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공연 취소는 부상에서 회복할 시간을 갖고 향후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부연했다.이번 결정으로 무산된 공연은 이달 27일 런던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협연과 30일 스페인 페랄라다 페스티벌, 다음 달 6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8일 런던 위그모어홀, 10일 밀라노 음악원에서 열리는 연주다.임윤찬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연하고 음악을 나누는 것은 저의 큰 기쁨인데, 이 콘서트들을 할 수 없게 돼 마음이 아프다"라고 전했다. 그는 "실망하게 해드려 정말 죄송하다"며 "가까운 시일 내에 이 놀라운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리사이틀홀에서 연주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임윤찬은 2022년 미국 밴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로 우승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연주자다. 임윤찬은 다음 달 25·26·28일 미국 볼티모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공연을 기점으로 활동을 재개할 예정이다.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유학을 떠날 땐 3년 만에 한국에 돌아올 줄 알았는데, 그렇게 시작된 재즈 인생이 어느새 30년이나 됐네요. 돌아보면 한시도 음악을 하면서 지루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가 더 기대됩니다. 아직도 무대 위에서 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게 너무나 많거든요. 이젠 제 인생 목표를 분명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할 때마다 새로운 ‘진짜 재즈 음악’을 아주 오랫동안 하고 싶어요.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거예요.”지난 21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 나긋한 말투로 수줍게 인사를 건넨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55)은 “마이크도 없고, 피아노도 없지만 짧게라도 직접 제 목소리로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된 작품은 니나 시몬의 ‘필링 굿’(Feeling Good). 음(音)은 11개가 전부고, 크기도 한 뼘에 불과한 작은 악기 칼림바를 두 손에 올린 채 두 눈을 지그시 감은 나윤선은 시끄러운 자동차 경적까지 모두 집어삼킬 만큼 파워풀한 성량을 선보이다가도 금세 음량을 줄여 신비로운 음색을 불러내면서 몽환적인 작품 세계를 생생히 표현해냈다.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은 세계적 재즈 디바 나윤선이 한국 청중과 만난다. 다음 달 17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다. 이번 공연에서 나윤선은 지난 1월 유럽에서 발표한 정규 12집 ‘엘르’(Elles)의 레퍼토리를 라이브로 들려준다. 프랑스어로 ‘그녀들’이란 뜻을 지니는 이 앨범엔 타이틀곡인 니나 시몬의 ‘필링 굿’과 함께 로버타 플랙의 ‘킬링 미 소프틀리 위드 히스 송'(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사라 본의 ‘마이 퍼니 밸런타인’(My funny Valentine) 등 10명의 여성
“알프레드 코르토, 이그나츠 프리드만, 요제프 레빈, 마크 함부르크, 세르지오 피오렌티노 등 제게 거대한 우주 같은 피아니스트들이 쇼팽 에튀드를 연주해 왔습니다. 어릴 때부터 이들처럼 근본 있는 음악가가 되고 싶었어요.”피아니스트 임윤찬(20)이 명문 클래식 음반사인 데카와 전속 계약을 맺고 발매하는 첫 앨범 ‘쇼팽: 에튀드’에 대해 한 말이다. 다음달 발매되는 이 앨범(사진)에는 쇼팽 ‘에튀드 작품번호 10’ ‘에튀드 작품번호 25’가 담긴다. 미국 카네기홀 데뷔 무대, 영국 위그모어홀 리사이틀 등 올해 그의 주요 공연 레퍼토리에서도 쇼팽 에튀드는 빠지지 않는다. 쇼팽 에튀드는 많은 피아니스트에게 각별한 작품이다. 연주자의 기술적 숙련도를 높이기 위한 수단에 그쳤던 에튀드를 압도적 예술성을 갖춘 건반 음악의 주요 장르로 승격시킨 게 바로 쇼팽이라서다.프랑스어로 ‘연구’ 또는 ‘습작’을 뜻하는 에튀드는 클래식 음악계에서 통상 연습곡으로 일컬어진다. 에튀드는 음계, 아르페지오, 옥타브, 트릴 등 연주자들의 기교를 발전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16세기 초에 생겨났고, 18~19세기 가장 활발히 작곡됐다. 에튀드의 운명(運命)이 바뀐 건 쇼팽의 단호한 음악 철학 때문이었다. 평소 쇼팽은 “선율적인 아름다움이 결여된 작품은 음악이 아니다”고 말할 정도로 기계적 훈련만을 위한 연습곡을 꺼렸다. 단순히 손가락을 빠르게 굴리거나 기술적 결함을 없애기 위해 만들어진 음악은 존재가치가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그래서 쇼팽은 에튀드에서도 음악적 영감을 불어넣는 데 집중했고, 그 결과 기교적 측면이나 정서적 측면 어느 하
‘오구(誤球) 플레이’로 출전 금지 징계를 받은 윤이나(21·사진)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회로 돌아온다. 윤이나가 KLPGA투어 대회에 나서는 건 1년9개월 만이다.윤이나의 매니지먼트사 크라우닝은 윤이나가 다음달 4일부터 나흘 동안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열리는 KLPGA투어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에 출전한다고 20일 밝혔다.윤이나는 2022년 한국여자오픈에서 오구 플레이를 하면서 물의를 빚었다.원래대로라면 2025년 9월까지 국내 모든 대회에 나올 수 없는 처지였으나, 지난해 9월 대한골프협회가 윤이나의 출전 금지 기간을 1년6개월로 경감하기로 결정하면서 숨통이 트였다.이날부로 윤이나에 대한 KLPGA투어 징계가 해제됐다. 윤이나가 KLPGA투어 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2022년 7월 호반 서울신문 위민스 클래식 이후 1년9개월 만이다. 윤이나는 징계로 경기를 치르지 못하는 동안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미니투어 등에 출전하면서 실전 감각을 유지해왔다.김수현 기자
‘뉴에이지 피아노의 대명사’로 통하는 일본 음악가가 있다. 1999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 첫 번째 내한 공연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이어진 서울 공연에서 전회 전석 매진을 기록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유키 구라모토(1951~)다. 국내에서만 150만 장 이상의 음반을 팔아치운 그는 조지 윈스턴, 케니 지와 더불어 뉴에이지 음악의 열풍을 이끈 인물로 손꼽힌다.구라모토는 1986년 발표한 첫 피아노 솔로 앨범 ‘레이크 미스티 블루’의 수록곡 ‘레이크 루이스’로 큰 인기를 얻으면서 이름을 알렸다. 영화 ‘달콤한 인생’의 OST(오리지널 사운드 트랙)로 유명한 ‘로망스’를 비롯해 ‘메디테이션’ ‘웜 어펙션’ 등 수많은 자작곡을 내놓으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왔다.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작업한 음반 ‘리파인먼트’로는 높은 작품성을 인정받았다.일본 사이타마현 우라와시에서 태어난 구라모토는 음악 전공생이 아니라 일본 명문 도쿄공업대에서 응용물리학을 전공한 공대생 출신 음악가다. 여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친 것이 전부다. 2004년 일본 레코드 대상에서 특별상을 받았고, 2011년엔 일본 창작 뮤지컬 ‘폭풍의 언덕’의 작곡을 맡았다. 구라모토가 올해 내한 25주년 기념 음악회를 연다. 5~6월 서울, 부산, 울산 등 5개 도시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에서 그는 ‘레이크 루이스’ 등을 연주한다.김수현 기자
‘오구(誤球) 플레이’로 출전 금지 징계를 받았던 윤이나(21·사진)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회로 돌아온다. 윤이나가 KLPGA 투어 대회에 나서는 건 1년 9개월 만이다.윤이나의 매니지먼트사 크라우닝은 윤이나가 다음 달 4일부터 나흘 동안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열리는 KLPGA 투어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에 출전한다고 20일 밝혔다.윤이나는 2022년 한국여자오픈에서 오구 플레이를 하면서 물의를 빚었다. 자신의 것인 줄 알고 쳐낸 볼이 남의 공인 사실을 알고도 플레이를 이어갔고, 경기 한 달 뒤 잘못을 자진 신고하면서 대한골프협회와 KLPGA 투어로부터 3년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원래대로라면 2025년 9월까지 국내 모든 대회에 나올 수 없는 처지였으나, 지난해 9월 대한골프협회가 윤이나의 출전 금지 기간을 1년 6개월로 경감하기로 결정하면서 숨통이 트이게 됐다. 윤이나를 구제해달라는 탄원 5000여 건이 접수됐고, 미국 마이너리그 골프투어 13개 대회에서 받은 상금을 전액 기부하는 등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게 이유였다.이날부로 윤이나에 대한 KLPGA 투어 징계가 해제됐다. 윤이나가 KLPGA 투어 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2022년 7월 호반 서울신문 위민스 클래식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 윤이나는 징계로 경기를 치르지 못하는 동안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미니투어, 호주여자프로골프투어(WPGA) 대회 등에 출전하면서 실전 감각을 유지해왔다. 윤이나는 "조기에 복귀할 수 있게 도움을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겸손하고 모범적인 태도로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좋은 기량을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소감을
봄이 오면 클래식 팬들은 설렌다. 사반세기 역사의 현대음악 페스티벌 통영국제음악제와 국내 유수의 오케스트라가 한곳에 모여드는 교향악축제, 신선한 조합의 앙상블을 만나볼 수 있는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등이 이맘때 열리기 때문이다.클래식 봄 축제의 스타트는 통영국제음악제가 끊는다.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경남 통영시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리는 올해 음악제의 주제는 ‘순간 속의 영원(Eternity in Moments)’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다수의 초연작을 선보인다. 세계에서 처음 연주되는 작품만 5곡이다. 아시아 초연은 8곡, 한국 초연은 4곡이다. 음악제는 헝가리 출신 거장 페테르 외트뵈시를 상주 작곡가로, 프랑스 클래식 음악계 대표 주자인 비올리스트 앙투안 타메스티, 피아니스트 베르트랑 샤마유, 플루티스트 에마뉘엘 파위를 상주 연주자로 선정했다. 헝가리 출신의 세계적 피아니스트 데죄 란키, 유럽 정상급 현대음악 전문 연주 단체인 클랑포룸 빈 등도 통영을 찾는다.다음달 3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교향악축제로 물든다. 1989년 첫발을 내디딘 축제로 국내 악단들이 저마다 실력을 뽐내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자리다. 올해는 서울시립교향악단, KBS교향악단 등 20개 국공립 교향악단과 함께 한경아르떼필하모닉,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등 3개 민간 교향악단도 함께 무대에 오른다. ‘더 웨이브(The Wave)’라는 부제를 단 올해 교향악축제에선 브루크너 탄생 200주년을 기리는 무대가 마련된다. 제주시립교향악단이 교향곡 4번 ‘로맨틱’을, 인천시립교향악단이 교향곡 7번을 들려준다. 독일 출신 거장 첼리스트 율리우스 베르거, 베를린
국내 골프 거리측정기 대표 브랜드 보이스캐디가 ‘T11’, ‘T11 프로(PRO)’, ‘레이저 핏(Laser FIT)’ 등 신제품 3종(사진)을 정식 출시했다. 이들 제품은 지난달 진행한 사전 예약에서 역대 최다 판매량을 기록하며 1~3차 물량을 완판했다.보이스캐디는 골프 전문 워치 ‘T시리즈’의 소비자 니즈와 필드 데이터를 활용해 골퍼의 취향에 맞춰 선택할 수 있는 두 가지 제품을 내놨다. T11은 별도의 조작 없이도 골퍼가 라운드에 필요한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든 제품이다. T11 프로는 T11 기능에 더해 풍향·풍속, 클럽 추천, 퍼팅 가이드 등 디테일한 데이터 분석까지 제공한다. 두 제품 모두 T시리즈 최초로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밝고 선명한 화질을 구현한다. 이와함께 사용자의 위치와 상황에 따라 정보를 자동으로 안내하는 ‘V. AI 3.5’(골프 인공 지능) 서비스를 지원해 골퍼가 스윙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2020년부터 상용화한 ‘APL’(실시간 핀 위치) 서비스도 T11, T11 프로에 적용됐다.보이스캐디의 레이저 핏은 카뎃 블루 색상을 활용한 유니크한 디자인으로 눈길을 끈다. ‘핏(FIT) 좋은 레이저’라는 콘셉트에 맞게 116g의 초경량, 초소형 크기로 만들어졌다.레이저 안전 최고 등급인 ‘CLASS 1M’을 취득한 이 제품은 편이성은 물론 실용성도 뛰어나다. 핀 주변을 스캔할 때 측정된 물체 중 가장 가까운 핀을 인식하는 ‘핀트레이서’ 기능과 카트에서도 공과 핀 사이의 거리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볼투핀(Ball-To-Pin)’ 기능이 탑재됐다.김준오 보이스캐디 대표는 “보이스캐디는 3D 스캔 기술을 활용해 직접 취득한 데이
연주자들의 작은 숨소리마저 적나라하게 들려오는 실내악(室內樂)부터 100여 명의 단원이 한 호흡으로 무시무시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교향악(交響樂), 평생 듣도 보도 못했던 악기와 새로운 음향에 단숨에 빠져들게 만드는 현대음악까지. 매년 3~5월만 되면 국내 곳곳이 클래식 음악의 정수를 들여다볼 수 있는 명소로 변한다.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을 기리기 위해 시작된 현대음악 페스티벌 ‘통영국제음악제’와 국내 유수 오케스트라들이 한곳에 모여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교향악축제’, 내로라하는 연주자들의 신선한 음악적 호흡을 경험할 수 있는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등이 이맘때 열리기 때문이다. 스타트는 ‘통영국제음악제’가 끊는다. 1999년 ‘윤이상 음악의 밤’과 2000년 시작된 ‘통영현대음악제’를 모태로 2002년 출범한 음악제다. 오는 2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경남 통영시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리는 올해 음악제의 주제는 '순간 속의 영원(Eternity in Moments)'이다.음악제 예술감독인 작곡가 진은숙은 "연주되는 곡 하나하나가 청중과 연주자 기억에 영원히 남을 아름다운 순간이 될 것이란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올해 음악제는 헝가리 출신 거장 페테르 외트뵈시를 상주 작곡가로, 프랑스 클래식 음악계 대표 주자인 비올리스트 앙투안 타메스티, 피아니스트 베르트랑 샤마유, 플루티스트 에마뉘엘 파위를 상주 연주자로 선정했다.아시아에서 손꼽히는 현대음악 축제인 만큼 올해도 다수의 초연작을 선보인다. 세계에서 처음 연주되는 작품만 5곡이다. 아시아 초연은 8곡, 한국 초연은 4곡에 달한다. 이
“정말 큰 영감을 받았습니다. 처음 소리를 들어본 악단이었는데,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어요.”지난 12일 홍콩 침사추이 홍콩문화센터 콘서트홀. 아시아를 대표하는 공연예술 축제인 홍콩 아트 페스티벌로부터 국내 교향악단 최초로 현지 초청받은 한경아르떼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본 한 60대 신사가 기자를 향해 건넨 말이다. 자신을 ‘오래된 홍콩 클래식 애호가’라고 소개한 그는 “원더풀” “판타스틱” 등 감탄사를 연발하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실제로 이날 현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악단이 장대한 울림을 끝으로 모든 소리를 멈추자, 2000명에 달하는 청중은 약속이라도 한 듯 뜨거운 환호와 탄성을 내질렀다. 그렇게 시작된 박수 세례는 여섯 번의 커튼콜 이후에도 좀처럼 끝날 줄 몰랐다. ○2000명 청중 일제히 환호성한경아르떼필이 2015년 창단 후 처음 연 국제무대 단독 공연은 일찍부터 화제였다. 공연은 지난 1월 이미 전석 매진을 기록했고, 콘서트홀 로비는 연주 시작 한 시간 전부터 인파로 북적였다. 끊임없이 공연장에 사람들이 들어서면서 악단 입장 시간이 5~7분가량 늦어지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이날 공연의 지휘봉은 최연소 서울시립교향악단 수석 부지휘자를 지낸 뒤 홍콩 구스타프 말러 오케스트라 예술감독과 한경아르떼필 수석 객원지휘자를 겸하고 있는 윌슨 응(35)이 잡았다. 첫 곡은 중국을 대표하는 현대음악 작곡가 예샤오강이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소재로 쓴 관현악곡 ‘희미한 은행나무’였다. 윌슨 응은 악구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짚어내면서 중국의 전통 선율과 서양의 화성법이 조화를 이룬 작품의 묘한 분위
“정말 큰 영감을 받았습니다. 처음 소리를 들어본 악단이었는데,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어요.” 지난 12일 침사추이 홍콩문화센터 콘서트홀. 아시아를 대표하는 공연예술 축제인 ‘홍콩 아트 페스티벌’로부터 국내 교향악단 최초로 현지 초청받은 한경아르떼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본 한 60대 신사가 기자를 향해 건넨 말이다. 자신을 '오래된 홍콩 클래식 애호가'라고 소개한 그는 “원더풀”, “판타스틱” 등 감탄사를 연발하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실제로 이날 현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악단이 장대한 울림을 끝으로 모든 소리를 멈추자, 2000명에 달하는 청중은 약속이라도 한 듯 뜨거운 환호와 탄성을 내질렀다. 그렇게 시작된 박수 세례는 여섯 번의 커튼콜 이후에도 좀처럼 끝날 줄 몰랐다. 여섯번의 커튼콜 후에도 이어진 박수세례한경아르떼필이 2015년 창단 이후 처음 연 국제무대 단독 공연은 일찍부터 화제였다. 공연은 지난 1월 이미 전석 매진을 기록했고, 콘서트홀 로비는 연주 시작 한 시간 전부터 인파로 북적였다. 끊임없이 공연장에 사람들이 들어서면서, 악단 입장 시간이 5~7분가량 늦어지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이날 공연의 지휘봉은 서울시립교향악단 최연소 수석 부지휘자를 지낸 뒤 홍콩 구스타프 말러 오케스트라 예술감독과 한경아르떼필 수석 객원지휘자를 겸하는 홍콩 지휘자 윌슨 응(35)이 잡았다. 첫 곡은 중국을 대표하는 현대음악 작곡가 예 샤오걍이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소재로 쓴 관현악곡 ‘희미한 은행나무’였다. 윌슨 응은 악구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짚어내면서 중국의 전통 선율과
1980년대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 바이올리니스트 바딤 레핀과 함께 ‘러시아 신동 삼총사’로 불린 명연주자가 있다. 현란한 기교와 독보적인 작품 해석으로 세계적 거장 반열에 오른 바이올리니스트 막심 벤게로프(1974~)다.벤게로프는 열 살 때 비에니아프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열다섯 살이 되던 해엔 카를 플레시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1위 자리에 오르며 차세대 바이올리니스트로 입지를 굳혔다.그는 수많은 명반을 보유한 바이올리니스트로도 유명하다. EMI 등 유명 클래식 음반사와 꾸준히 작업해온 그는 그래미상, 그라모폰상(2회), 에코클래식상(2회), 에디슨상(5회) 등 국제적 권위의 음악상을 휩쓸면서 명성을 쌓았다.벤게로프는 2007년부터 지휘자의 길도 걷고 있다. 그슈타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초대 상임지휘자를 지낸 그는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 해외 유수 악단에서 지휘봉을 잡았다.벤게로프가 다음달 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바이올린 연주를 들려준다. 내한 리사이틀로는 8년 만이다.김수현 기자
매년 3월 전 세계 예술가와 문화계 주요 인사들이 앞다퉈 찾는 도시가 있다. ‘동양의 불야성(不夜城)’이라고 불리는 홍콩이다. 이 기간만큼은 도시 전체가 거대한 공연장이자 갤러리로 변신한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공연예술 축제인 ‘홍콩 아트 페스티벌’,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인 ‘아트바젤 홍콩’ 등 대형 문화 행사가 끊이지 않아서다. 그중에서도 올해 52회를 맞은 홍콩 아트 페스티벌은 현지 참관 열기가 뜨거운 것으로 유명하다. 매년 10만 장의 티켓 중 절반 이상이 사전 예약으로 팔려나갈 정도다.한경아르떼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이달 홍콩 아트 페스티벌에 국내 교향악단 최초로 현지 초청받았다. 한경아르떼필 창단 이후 첫 국제무대 출전이란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지난 10일 침사추이 홍콩문화센터 콘서트홀. 한경아르떼필의 첫 공연인 ‘패밀리 콘서트’ 포디엄엔 악단의 수석 객원지휘자 윌슨 응(35)이 올랐다. 공연장은 연주 한 시간 전부터 그야말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공연 포스터 앞에서 아이들 사진을 찍어주려는 부모들의 행렬이 이어지면서 로비 곳곳에 수십미터의 긴 줄이 생기는 진풍경이 벌어졌다.첫 곡은 러시아 작곡가 프로코피예프가 어린이를 위해 쓴 음악 동화 ‘피터와 늑대’였다. 소년 피터가 오리를 잡아먹은 늑대를 잡기까지 벌이는 모험담을 그린 관현악곡. 이 작품에선 작품 속 캐릭터들이 특정 악기로 표현되는데, 윌슨 응은 주선율을 내는 악기군을 명료하게 짚어내면서 악상의 변화를 더없이 생생하게 들려줬다. 현악의 서정적이면서도 몽환적인 음색과 선명하게 뻗어나가는 플루트와 오보에 선율, 호른의 깊은 울림은 시종 조화
매년 3월만 되면 전 세계 예술가들과 문화계 주요 인사들이 앞다퉈 찾는 도시가 있다. ‘동양의 불야성(不夜城)’이라 불리는 도시 홍콩이다. 이 기간만큼은 도시 전체가 거대한 공연장이자 갤러리로 변신한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공연예술 축제인 ‘홍콩 아트 페스티벌’,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인 ‘아트바젤 홍콩’ 등 저명한 문화 행사 일정이 끊이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올해 52회를 맞은 ‘홍콩 아트 페스티벌’은 현지 참관 열기가 뜨거운 것으로 유명하다. 매년 10만 장의 티켓 중 절반 이상이 사전 예약으로 팔려나갈 정도다.한경아르떼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이달 ‘홍콩 아트 페스티벌’에서 초청 연주를 한다는 소식에 국내 클래식 애호가들이 반색한 이유다. 한경아르떼필 창단 이후 첫 국제무대 출전이란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한경아르떼필은 10~12일 ‘마티네 콘서트(주간(晝間) 음악회)’, 12일 ‘한경아르떼필 단독 공연(피아니스트 손민수 협연)’, 15~17일 ‘라 스칼라 발레 공연(르 코르세르)’을 연다. 발레를 제외한 모든 공연의 지휘봉은 서울시립교향악단 최연소 수석 부지휘자를 지낸 뒤 홍콩 구스타프 말러 오케스트라 예술감독과 한경아르떼필 수석 객원지휘자를 겸하는 홍콩 지휘자 윌슨 응(35)이 잡는다.지난 10일 침사추이 홍콩문화센터 콘서트홀. 공연장은 연주 한 시간 전부터 그야말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주말 마티네 콘서트인 만큼 가족 단위 관객이 많았는데, 공연 포스터 앞에서 아이들의 사진을 찍으려는 부모들의 행렬이 이어지면서 로비 곳곳에 수십미터의 긴 줄이 생기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공연
“인간의 목소리는 가장 아름다운 악기지만, (동시에) 가장 연주하기 어려운 악기다.”‘바그너 이후 가장 위대한 독일 작곡가’로 불리는 거장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남긴 말이다. 그의 얘기처럼 목소리만큼 변형이 자유롭고, 인간의 감정을 탁월하게 표현할 수 있으면서도 세계 정상 자리에 오르기 더없이 까다로운 악기는 과거에도, 지금도 없다. 유리알이 굴러가듯 청아한 음색으로 사랑을 속삭이는 소리부터 분노와 배신감에 차서 울부짖는 소리까지 ‘성악(聲樂)의 세계’에서 실현될 수 있는 작곡가들의 음악적 영감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연광철, 선우예권과 듀오 리사이틀성악이 조화로운 음향과 광활한 에너지로 압도하는 오케스트라, 화려한 기교와 개성 있는 해석으로 눈과 귀를 사로잡는 독주와 함께 오랜 기간 클래식 음악의 한 축을 이뤄온 이유다. 국내에서 성악의 진가를 제대로 맛보고 싶다면 이달이 기회다. ‘신이 내린 목소리’로 불리는 소프라노 조수미(62)를 비롯해 ‘현존 최고의 바그너 가수’로 통하는 베이스 연광철(59), ‘세계 3대 바리톤’으로 꼽히는 미국의 바리톤 토머스 햄프슨(69) 등 거물급 성악가의 무대가 줄줄이 이어져서다.베이스 연광철이 첫 테이프를 끊는다. 오는 1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함께 듀오 리사이틀을 연다. 1993년 플라시도 도밍고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이름을 알린 연광철은 한국보다 유럽에서 더 유명한 성악가다. 1996년부터 ‘바그너 음악의 성지’로 불리는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100회 넘는 공연 기록을 세우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고, 2018년 독일어권
“인간의 목소리는 가장 아름다운 악기이지만, (동시에) 가장 연주하기 어려운 악기다.”‘바그너 이후 가장 위대한 독일 작곡가’로 불리는 거장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남긴 말이다. 그의 얘기처럼 목소리만큼 변형이 자유롭고, 인간의 감정을 탁월하게 표현할 수 있으면서도 세계 정상 자리에 오르긴 더없이 까다로운 악기는 과거에도, 지금도 없다. 유리알이 굴러가듯 청아한 음색으로 사랑을 속삭이는 소리부터 분노와 배신감에 차서 울부짖는 소리까지, ‘성악(聲樂)의 세계’에서 실현될 수 있는 작곡가들의 음악적 영감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성악이 조화로운 음향과 광활한 에너지로 압도하는 오케스트라 음악, 화려한 기교와 개성 있는 해석으로 눈과 귀를 사로잡는 독주와 함께 오랜 기간 클래식 음악의 한 축을 이뤄온 이유다. 국내에서 성악의 진가를 제대로 맛보고 싶다면 이달이 기회다. ‘신이 내린 목소리’로 불리는 소프라노 조수미를 비롯해 ‘현존 최고의 바그너 가수’로 통하는 베이스 연광철, ‘세계 3대 바리톤’으로 꼽히는 미국 바리톤 토머스 햄프슨 등 거물급 성악가들의 무대가 줄줄이 이어져서다.베이스 연광철(59)이 첫 테이프를 끊는다. 오는 1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함께 듀오 리사이틀을 연다. 1993년 플라시도 도밍고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이름을 알린 연광철은 한국보다 유럽에서 더 유명한 성악가다. 1996년부터는 ‘바그너 음악의 성지’로 불리는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100회 넘는 공연 기록을 세우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고, 2018년에는 독일어권 성
“테크닉이 강한 지휘자가 되고 싶습니다. 어떤 말도 하지 않고 미세한 손짓 하나로 오케스트라 전체의 템포를 조절하고, 소리의 방향을 움직이고, 음악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는 지휘자들의 연주를 들어보면 정말 마법보다 신비로워요. 제 지휘를 보고도 누군가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겁니다.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언젠간 '지휘자들로부터 존경받는 지휘자'란 꿈까지도 한발 가까워지지 않을까요."지난해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윤한결(30·사진)은 4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는 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공연 지휘봉을 잡는 그는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수상 이후 여러 오케스트라에서 지휘 의뢰가 들어왔지만, 콩쿠르 이후 첫 한국 공연은 꼭 국립심포니와 하고 싶었다"고 했다.윤한결은 2021년 ‘KNSO 국제 지휘 콩쿠르(국립심포니 주최)’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국립심포니와 인연을 맺었다. "젊은 지휘자들은 공연 기회 자체를 얻는 게 정말 힘듭니다. 증명되지 않은 젊은 지휘자를 위해 한 오케스트라 전체가 움직이는 일은 전 세계 어디서도 잘 이루어지지 않죠. 그런데 KNSO 국제 지휘 콩쿠르 이후 정말 많은 오케스트라 지휘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혼자 지휘하는 것과 실제 무대에 올라 지휘할 수 있는 건 천지차이잖아요. 그때 지휘자로서 실력이 크게 늘었고, 경험치를 쌓을 수 있었죠.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된 발판을 마련해준 곳이라 생
“테크닉이 강한 지휘자가 되고 싶습니다. 어떤 말도 하지 않고 미세한 손짓 하나로 오케스트라 전체의 템포를 조절하고, 소리의 방향을 움직이고, 음악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는 지휘자들의 연주를 들어보면 정말 마법보다 신비로워요. 제 지휘를 보고도 누군가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겁니다.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언젠간 ‘지휘자들로부터 존경받는 지휘자’라는 꿈까지 한발 가까워지지 않을까요.”지난해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윤한결(30·사진)은 4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는 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공연의 지휘봉을 잡는 그는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수상 이후 여러 오케스트라에서 지휘 의뢰가 들어왔지만, 콩쿠르 이후 첫 한국 공연은 꼭 국립심포니와 하고 싶었다”고 했다.윤한결은 2021년 ‘KNSO 국제 지휘 콩쿠르’(국립심포니 주최)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국립심포니와 인연을 맺었다. “젊은 지휘자들은 공연 기회 자체를 얻는 게 정말 힘듭니다. 증명되지 않은 젊은 지휘자를 위해 한 오케스트라 전체가 움직이는 일은 전 세계 어디서도 잘 이뤄지지 않죠. 그런데 KNSO 국제 지휘 콩쿠르 이후 많은 오케스트라 지휘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 지휘자로서 실력이 크게 늘었고, 경험치를 쌓을 수 있었죠.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된 발판을 마련해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이번 공연 레퍼토리는 스트라빈스키 ‘풀치넬라 모음곡’, 라벨 ‘피아노 협주곡 G장조’, 라
“그는 피아니스트 중에서도 엘리트다.”저명한 음악 비평가 노먼 러브렉트가 우크라이나 출신 피아니스트 바딤 콜로덴코(1986~)를 두고 한 말이다. 콜로덴코는 완벽에 가까운 기교, 깊이 있는 해석으로 정평이 난 피아니스트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콜로덴코는 강철 같은 테크닉으로 크리스털 결정처럼 섬세한 순간들을 만들어 낸다”고 찬사를 보냈다.모스크바 차이콥스키 국립음악원에서 공부한 그는 2010년 센다이 국제콩쿠르, 2011년 슈베르트 국제콩쿠르에서 잇달아 1위 자리에 오르며 이름을 알렸다. 2013년엔 미국 밴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해 세계가 주목하는 연주자로 부상했다. 이후 애틀랜타 심포니 오케스트라, 인디애나폴리스 심포니 오케스트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세계 유수 악단과 협연하며 명성을 키웠다.지난해 1월 세계적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이 그의 음반 ‘단결한 민중은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를 ‘에디터스 초이스’로 선정해 주목받았다. 콜로덴코가 이달 14일 한국을 찾는다. 서울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리사이틀을 열고 1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경기필하모닉 공연의 협연자로 청중과 만날 예정이다.김수현 기자
“알프레드 코르토, 이그나츠 프리드만, 요제프 레빈, 마크 함부르크, 세르지오 피오렌티노 등 내게 거대한 우주 같은 피아니스트들이 쇼팽 에튀드를 연주해 왔습니다. 어릴 때부터 이들처럼 근본 있는 음악가가 되고 싶었어요.”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명문 클래식 레이블인 데카와 전속 계약을 맺고 발매하는 첫 앨범 ‘쇼팽: 에튀드(Chopin: Études)’에 대해 한 말이다. 오는 4월 발매되는 이 앨범에는 쇼팽 ‘에튀드 작품번호 10’, ‘에튀드 작품번호 25’가 담긴다. 미국 카네기홀 데뷔 무대, 영국 위그모어홀 리사이틀 등 올해 그의 주요 공연 레퍼토리에서도 쇼팽 에튀드는 빠지지 않는다. 임윤찬이 쇼팽 에튀드를 앨범 수록곡으로 선택한 이유로 전설적인 피아니스트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한 것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쇼팽 에튀드는 많은 피아니스트에게 각별한 의미를 지니는 작품이다. 피아니스트의 기술적 숙련도를 높이기 위한 수단에 그쳤던 에튀드를 압도적 예술성을 갖춘 건반 음악의 주요 장르로 승격시킨 게 바로 쇼팽이라서다.그렇다면 에튀드란 무엇일까. 프랑스어로 ‘연구’ 또는 ‘습작’을 뜻하는 에튀드는 클래식 음악계에서 통상 연습곡으로 일컬어진다. 에튀드는 음계, 아르페지오, 옥타브, 겹음, 트릴 등 연주자들의 기교를 발전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16세기 초에 생겨났고, 18~19세기 가장 활발히 작곡됐다. 특히 19세기 들어서면서는 피아노의 개량과 대중화가 이뤄지면서, 입문자의 피아노 연습을 위한 짧은 작품부터 프로 연주자가 고난도 기교를 소화하기 위한 복잡한 구조의 작품까지 여러 형태의 연습곡이 만들어졌다. 피아노 학원
‘스페셜리스트.’연주자의 이름 앞에 이런 수식어가 붙는 건 명예로운 일이다. 남들이 따라 할 수 없는 독보적 경지에 올랐을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는 훈장이라서다. 폴란드 출신 피아니스트 라파우 블레하츠는 공인된 쇼팽 스페셜리스트다. 그는 2005년 국제적 권위의 쇼팽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뿐만 아니다. 마주르카 최고연주상, 폴로네이즈 최고연주상, 피아노협주곡 최고연주상, 소나타 최고연주상 등 전 부문(4개) 특별상을 휩쓸며 대회 역사상 최초로 5관왕의 대기록을 세웠다.지난 27일 블레하츠가 7년 만에 한국에서 연 피아노 리사이틀은 예상대로 성황이었다. 서울 예술의전당은 쇼팽의 새로운 경지를 경험해보려는 클래식 팬들로 북적였다. 그는 130분간 홀로 앙코르를 포함해 아홉 작품을 다뤘다.1부 레퍼토리는 전부 쇼팽의 작품이었다. 그는 첫 곡인 ‘녹턴 작품번호 55-1’에서 섬세한 손끝 감각으로 음 하나하나를 천천히 조형해나가면서 특유의 쓸쓸하면서도 우울한 서정을 완연히 그려냈다. 폴란드 민속 춤곡을 뜻하는 ‘마주르카 작품번호 6’에선 자신의 조국 폴란드가 배출한 천재 작곡가 쇼팽과 같은 감성을 공유하고 있다는 걸 제대로 보여줬다. 선율마다 풍부한 색채를 덧입히면서도 지나친 감정 표현은 자제했고, 정형화되지 않고 계속 변화하는 리듬과 화성은 생동감 있게 펼쳐냈다.이어 폴란드 궁정에서 추던 대표 춤곡인 폴로네이즈 세 작품이 잇따라 연주됐다. 피아노의 배음과 잔향을 조율하면서 소리의 명도까지 자유자재로 주무른 ‘환상 폴로네이즈 작품번호 61’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 같았다. 자극적이진 않지만
‘스페셜리스트.’ 연주자의 이름 앞에 이런 수식어가 붙는 건 명예로운 일이다. 남들이 따라할 수 없는 독보적 경지에 올랐을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는 훈장이라서다. 폴란드 출신 피아니스트 라파우 블레하츠는 공인된 쇼팽 스페셜리스트다. 그는 2005년 국제적 권위의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뿐만 아니다. 마주르카 최고연주상, 폴로네이즈 최고연주상, 피아노협주곡 최고연주상, 소나타 최고연주상 등 전 부문(4개) 특별상을 휩쓸며 대회 역사상 최초로 5관왕의 대기록을 세웠다. 지난 27일 블레하츠가 7년 만에 한국에서 여는 피아노 리사이틀 예상대로 성황이었다. 서울 예술의전당은 쇼팽의 새로운 경지를 경험해보려는 클래식 팬들로 북적였다. 그는130분간 홀로 앙코르를 포함해 아홉 작품을 다뤘다. 1부 레퍼토리는 전부 쇼팽의 작품이었다. 그는 첫 곡인 ‘녹턴 작품번호 55-1’에서 섬세한 손끝 감각으로 음 하나하나를 천천히 조형해나가면서 특유의 쓸쓸하면서도 우울한 서정을 완연히 그려냈다. 폴란드 민속 춤곡을 뜻하는 ‘마주르카 작품번호 6’에선 자신의 조국 폴란드가 배출한 천재 작곡가 쇼팽과 같은 감성을 공유하고 있다는 걸 제대로 보여줬다. 선율마다 풍부한 색채를 덧입히면서도 지나친 감정 표현은 자제했고, 정형화되지 않고 계속 변화하는 리듬과 화성은 생동감 있게 펼쳐냈다. 이어 폴란드 궁정의 대표 춤곡이었던 ‘폴로네이즈’ 세 작품이 잇따라 연주됐다. 피아노의 배음과 잔향을 조율하면서 소리의 명도까지 자유자재로 주무른 ‘환상 폴로네이즈 작품번호 61’
지난 4일 방문한 영국 북동부 게이츠헤드. 이 도시는 고속도로 초입부터 범상치 않은 경관으로 시선을 빼앗았다. 광활한 언덕 위에서 제트기도 족히 품을 듯한 거대한 양 날개를 펼친 채 관람자를 향해 약간 기울어져 있는 20m 높이의 철제 천사상은 보는 순간 말을 잃을 만큼 엄청난 위용을 자랑했다. 세계적인 현대 조각가 앤터니 곰리의 대표작 ‘북방의 천사’였다. 도심으로 들어섰을 땐 이미 상당한 인파가 길목 곳곳을 메우고 있었다. 사람들은 1999년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영국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한 음악당 ‘더 글라스 하우스’와 테이트 모던에 이어 영국에서 두 번째로 큰 현대미술관인 ‘발틱 현대미술관’을 연신 오가며 작품에 관한 얘기를 나누는 데 여념이 없었다.클래식 음악, 서양 미술의 본고장 유럽에 속한 만큼 애초부터 문화 예술 산업에 강했던 도시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게이츠헤드는 1900년대 초·중반까지 석탄·철강·조선 산업에 철저히 주력해온 ‘탄광촌’이었다. 1970~1980년대 중공업 전체가 무너지면서 대규모 실업자 발생, 인구 유출 등의 늪에 빠진 게이츠헤드를 구해준 건 다름 아닌 문화 예술이었다. 시의회는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마중물로 ‘랜드마크’를 고안했고, 1998년 그 결과물로 너비 54m, 무게 200t에 달하는 앤터니 곰리의 철제 조각상 ‘북방의 천사’를 세상에 내놓았다. 브라이언 휴잇슨 게이츠헤드 시의회 매니저는 “80만파운드(약 13억4000만원)라는 비용 부담에 주민들의 비난도 있었지만 우린 문화 예술 투자를 끝까지 고집했다”며 “그것이 우리의 도시를 특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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