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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현 기자
    김수현 기자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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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경제신문 문화부에서 클래식 음악을 비롯한 공연예술 전반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ksoohyun@hankyung.com

  • 토마시 브라우너 감독 "드보르자크는 우리의 언어…체코 정통 사운드 전할게요"

    “드보르자크의 음악은 체코인들의 사고 체계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어요. 그의 음악은 우리의 언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드보르자크의 선율을 들으면 우리가 어떤 감정과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지 단번에 느낄 수 있을 겁니다.”(프라하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토마시 브라우너)90년 역사의 체코 프라하 심포니가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 풍부한 보헤미안 색채와 호소력 깊은 사운드로 주목받아온 악단이다. 17일엔 대구콘서트하우스, 18일엔 서울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공연 레퍼토리는 체코가 자랑하는 작곡가 드보르자크의 작품으로 전부 채워진다. 모음곡 ‘전설’로 막을 연 뒤 2014 파블로 카살스 콩쿠르 우승자인 첼리스트 문태국의 협연으로 첼로 협주곡을 들려주고,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로 문을 닫는다.토마시 브라우너 감독(46)은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모든 오케스트라는 고유한 스타일과 표현을 가지고 있는데, 프라하 심포니의 음악적 성격과 체코 정통 사운드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작품이 바로 드보르자크의 음악”이라며 “우리가 어떤 악단인지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올 드보르자크’ 프로그램을 들고 왔다”고 했다.브라우너는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고 했다. 드보르자크가 조국 체코를 떠나 미국이란 신세계를 발견했을 때 느낀 희열과 환희, 두려움, 충격을 녹여낸 작품이다.“우울과 기쁨을 모두 담고 있는 매혹적인 선율과 풍부한 상상력, 독특한 리듬은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죠. 그의 교향곡을 연주할 때면 전 드보르자크가 우리에게 어떤 말을 건

    2024.01.16 18:48
  • “드보르자크는 체코 사람들의 사고이자 언어…진실한 선율 들려줄 것”

    “드보르자크의 음악은 곧 체코인의 사고이자 언어, 표현입니다. 구태여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드보르자크의 선율을 들으면 우리가 어떤 감정과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지 단번에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그것이 바로 음악이 가진 특별한 힘이니까요.”유럽 클래식 음악계에는 풍부한 보헤미안 색채와 호소력 짙은 사운드로 주목받는 실력파 오케스트라가 있다.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프라하 방송교향악단과 함께 체코를 대표하는 악단으로 꼽히는 ‘프라하 심포니 오케스트라’ 얘기다. 프라하 심포니는 1934년 창설된 이후 바츨라프 스메타체크, 이르지 벨로흘라베크, 피에타리 잉키넨 등 명지휘자들의 손을 거치면서 국제적 명성을 쌓아왔다. 소니 클래시컬, 수프라폰 등 세계 유수 클래식 레이블을 통해 자국 작곡가들의 작품을 녹음한 음반을 여러 차례 내놓으면서 평단의 호평을 얻은 전력도 있다.90년 역사의 체코 프라하 심포니가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 17일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연주한 뒤, 1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공연 레퍼토리는 그 나라의 전설로 불리는 작곡가 드보르자크의 작품으로 모두 채워진다. 모음곡 ‘전설’로 막을 연 뒤 2014 파블로 카살스 콩쿠르 우승자인 첼리스트 문태국 협연으로 첼로 협주곡을 들려주고,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로 문을 닫는다.16일 한국경제신문과 서면으로 만난 프라하 심포니 음악감독 토마시 브라우너(46)는 “모든 오케스트라는 고유한 스타일과 표현, 아티큘레이션(각 음을 분명하고 명료하게 연주하는 것) 등을 가지고 있는데, 프라하 심포니의 음악적 성격과 체코 정통 사운드를 가장 잘 드

    2024.01.16 10:33
  • 세계적 클라리네티스트 오텐자머…'더클래식' 새해 첫 번째 무대선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 자리를 꿰찬 세계적인 클라리네티스트 다니엘 오텐자머(38·사진)가 국내 청중과 만난다.오는 2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한경아르떼필하모닉오케스트라 ‘더 클래식 2024’ 시리즈 첫 번째 공연에서다. 인스부르크 티롤주립극장 수석지휘자를 지낸 홍석원 광주시향 예술감독이 지휘봉을 잡는다.오텐자머는 이번 공연에서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으로 한경아르떼필과 호흡을 맞춘다. 모차르트가 남긴 최후의 협주곡으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 2악장 아다지오 주제 선율이 쓰이면서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작품이다. 모차르트 특유의 맑고 투명한 색채와 섬세한 선율 진행, 변화무쌍한 악상 표현을 특징으로 한다.2부는 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으로 채워진다. ‘5부로 된 환상 대교향곡’이란 부제가 붙은 이 작품은 낭만주의 시대 음악을 얘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걸작으로 통한다.오텐자머는 빈 필하모닉, NHK 교향악단,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 등 해외 유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면서 국제적 명성을 쌓아온 클라리네티스트다. 실내악 연주자로도 유명하다. 그간 다니엘 바렌보임, 안드라시 시프, 바버라 보니, 토머스 햄프슨, 바비 맥퍼린, 하인리히 시프, 이자벨 파우스트, 미샤 마이스키, 하젠 콰르텟 등 명연주자들과 함께 무대에 오르면서 음악적 역량을 인정받았다. 빈 필하모닉과 베를린 필하모닉 단원들이 창단한 앙상블 필하모닉스의 멤버로도 활동 중이며, 2018년엔 오푸스 클래식 상을 받는 영예를 안은 바 있다.김수현 기자

    2024.01.15 18:27
  • '김선욱號' 첫 출항…고동소리 자체가 큰 의미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은 망망대해를 떠도는 배의 선장(船長)과도 같다. 그의 입을 통해 비로소 악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결정되고, 그의 손짓에 따라 거친 파도에도 변치 않을 고유의 색채가 정해진다. 예술감독은 선장이 그러하듯 수십 명의 단원이 각자의 위치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최선의 결과를 뽑아내도록 이끌어야 한다. 새로운 예술감독을 만나는 일이 새로운 선장과 함께 항해를 떠나는 것만큼이나 설레는 이유다.지난 12일 경기 수원시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공연은 ‘김선욱호(號)’의 첫 번째 출항으로 기대를 모았다. 김선욱은 2006년 영국 리즈 콩쿠르에서 만 18세 나이로 최연소 우승을 거두며 피아니스트로 먼저 이름을 알린 클래식 스타다. 지휘자로는 4년 차에 불과하지만 음악가로서의 탄탄한 기본기와 우수한 소통력 등을 인정받아 올해부터 대한민국 굴지의 오케스트라를 이끌게 됐다.오후 7시30분. 김선욱은 긴장한 표정이었지만 옅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빠르게 무대를 걸어 나왔다. 첫 곡은 경쾌한 리듬과 밝고 산뜻한 선율 진행을 특징으로 하는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서곡. 김선욱은 주선율을 내는 악기군을 꼼꼼히 짚으면서도 유연한 지휘를 선보였다. 때때로 현과 관의 아티큘레이션(각 음을 분명하고 명료하게 연주하는 것)이 첨예하게 맞물리지 못하고 소리가 어긋나면서 선율 라인이 흔들리긴 했지만, 작품 본연의 유쾌한 기운은 잘 전달됐다.뒤이어 ‘건반 위의 구도자’로 불리는 거장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무대에 올랐다. 김선욱의 간절한 요청에 프랑스에서 한걸음에 달려온 그가 들려준 곡은 러시아

    2024.01.14 18:40
  • 마침내 항해 나선 '경기필 김선욱號'…첫 고동소리 그 자체로 의미 있다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은 망망대해를 떠도는 배의 선장(船長)과도 같다. 그의 입을 통해 비로소 악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결정되고, 그의 손짓에 따라 거친 파도에도 변치 않을 고유의 색채가 정해진다. 예술감독은 선장이 그러하듯 수십 명의 단원이 각자의 위치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최선의 결과를 뽑아내도록 이끌어야 한다. 새로운 예술감독을 만나는 일이 새로운 선장과 함께 항해를 떠나는 것만큼이나 설레는 이유다. 지난 12일 경기 수원시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공연은 ‘김선욱호(號)’의 첫 번째 출항으로 기대를 모았다. 김선욱은 2006년 영국 리즈 콩쿠르에서 만 18세 나이로 최연소 우승을 거두며 피아니스트로 먼저 이름을 알린 클래식 스타다. 지휘자로는 4년 차에 불과하지만 음악가로서의 탄탄한 기본기와 우수한 소통력 등을 인정받아 올해부터 대한민국 굴지의 오케스트라를 이끌게 됐다. 오후 7시30분. 김선욱은 긴장한 표정이었지만 옅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빠르게 무대를 걸어 나왔다. 첫 곡은 경쾌한 리듬과 밝고 산뜻한 선율 진행을 특징으로 하는 모차르트 오페

    2024.01.14 17:21
  • [이 아침의 지휘자] 바그너 음악 전문가 '젊은 거장' 잉키넨

    핀란드 출신 지휘자 피에타리 잉키넨(1980~)의 이름 앞엔 ‘젊은 거장’이란 수식어가 늘 따라붙는다. 40대 초반으로 지휘자 치고는 나이가 많은 편이 아닌데, 이미 체코 프라하 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 일본 재팬 필하모닉 수석지휘자, 뉴질랜드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등 굵직한 자리를 여럿 거친 베테랑이라서다. 현재는 독일 자르브뤼켄의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 수석지휘자와 KBS교향악단 음악감독을 겸하고 있다.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 그는 ‘바그너 전문가’로 통한다. 2021년 바그너 음악의 성지로 불리는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발퀴레’를 지휘해 평단의 호평을 얻었고, 지난해엔 ‘니벨룽의 반지’ 전막 오페라를 지휘하는 영예를 안았다. 2014년 호주 멜버른 오페라하우스에서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 전막 오페라를 지휘하면서 헬프만 어워드 ‘최고의 지휘자 상’을 받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독일 쾰른음악원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한 잉키넨은 핀란드 명문인 시벨리우스음악원에서 지휘를 공부한 인재로도 유명하다. 에사 페카 살로넨, 수잔나 멜키, 사카리 오라모 등 세계적인 지휘자를 길러낸 거장 요르마 파눌라가 그의 스승이다. 잉키넨이 오는 2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KBS교향악단 세 번째 시즌 첫 무대를 연다.김수현 기자

    2024.01.12 18:31
  • '정경화의 음악적 동반자'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 5년 만에 리사이틀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유명한 미국 출신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가 한국 청중과 만난다. 다음 달 21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무대에서다. 케빈 케너가 단독 리사이틀을 여는 건 2019년 이후 5년 만이다.케빈 케너는 1990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와 폴로네이즈상을 차지하면서 이름을 알린 인물이다. 같은 해 국제적 명성의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도 3위 자리까지 꿰차면서 존재감을 키웠다. 쇼팽 콩쿠르에서 미국 피아니스트가 입상하는 건 게릭 올슨 이후 20년 만에 일이었고, 두 콩쿠르에서 미국 피아니스트가 동시에 입상하는 건 최초의 일이었다. 이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2010, 2021), 부조니 국제 콩쿠르(2017), 프라하 봄 국제 음악 콩쿠르(2021), 다름슈타트 쇼팽 국제 콩쿠르(2018) 등 세계적 권위의 대회에서 심사위원을 맡아왔다. 영국 왕립음악원에서 11년간 교수를 역임했고, 2015년부터는 미국 마이애미 대학 프로스트 음악원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프로스트 쇼팽 아카데미를 설립한 그는 쇼팽 페스티벌의 예술감독도 맡고 있다.국내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음악적 동반자이자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멘토로도 친숙한 연주자다. 2011년부터 줄곧 정경화와 듀오 연주를 이어왔다. 정경화는 그를 두고 “‘하늘이 내린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케너와는 호흡이 정말 잘 맞는다. 새 음악 인생을 열어 준 음악적 동반자”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2015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조성진은 대회 전 그를 찾아 음악적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케빈 케너는 이번 내

    2024.01.12 15:46
  • 죽음을 작곡한 아버지…딸을 잃은 말러는 평생 죄책감에 시달렸다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필연적 결과였을까.’후기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거장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사진)의 첫째 딸 마리아 안나는 다섯 살이 되던 해 세상을 떠났다. 말러가 성홍열로 두 자녀를 잃은 독일 낭만파 시인 프리드리히 뤼케르트의 글에서 영감을 받아 쓴 연가곡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를 완성한 지 3년 만에 일어난 비극이었다. 평생 따라다닌 ‘죽음의 굴레’…말러의 비극하루아침에 뤼케르트의 고통을 똑같이 겪게 된 말러. 그는 자신이 불행한 음악을 썼기에 딸에게 죽음이 찾아왔다는 죄책감에서 단 하루도 벗어날 수 없었다. 안나의 사인이 뤼케르트의 아이들과 같은 성홍열이라는 것이 말러를 더욱 힘들게 했다. 원체 약했던 심장에 병까지 생기고, 건강이 급격히 악화할 정도로 괴로워하면서도 아이를 향한 그리움과 미안함은 죽는 순간까지 그의 마음에 새겨 있었다. 그가 남긴 유언이 그랬다. ‘나의 딸 안나와 함께 묻히고 싶다.’비운의 시작은 1901년 말러가 우연히 뤼케르트의 시집을 접하면서다.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아버지가 느끼는 애틋함과 고뇌를 눌러 쓴 400여 편의 시는 뤼케르트가 죽은 뒤에야 책으로 엮여 출간됐다. 이는 말러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 그가 죽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생을 살아온 영향이다. 말러는 어린 시절 여덟 명의 형제를 잃었고, 음악을 함께 공부한 남동생 오토는 22세 때 권총으로 자살하면서 말러에게 큰 충격을 남겼다. 잇달아 일어난 가족의 죽음은 말러에게 강한 죄의식을 느끼게 했다. 이를 떨쳐낼 수 없던 말러에게 뤼케르트의 글은 위로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뤼케르트의 글

    2024.01.11 19:04
  • [이 아침의 성악가] 獨 최고 음반사가 택한 亞 첫 소프라노 박혜상

    2020년 국제적 권위의 클래식 음반사인 도이치그라모폰(DG)과 아시아 소프라노 최초로 전속 계약을 맺으며 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인 성악가가 있다. 명징한 음색과 우아한 표현, 풍부한 성량으로 정평이 난 실력파 소프라노 박혜상(1988~)이다.박혜상은 성악가들에게 ‘꿈의 무대’로 불리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메트)의 주역 자리를 꿰찬 인물로도 유명하다. 2021년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의 여주인공 파미나 역을 맡았고, 2023년엔 베르디 오페라 ‘팔스타프’의 주역 나네타로 출연해 차세대 프리마돈나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서울대, 줄리아드 음악원 졸업 이후 뉴욕 메트 영 아티스트로 활동한 그가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건 2015년부터다. 그해 열린 몬트리올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준우승과 최다 관객상을 차지했고, 플라시도 도밍고가 주관하는 오페랄리아 콩쿠르에서 2위 자리에 올랐다.2019~2020년엔 독일 베를린 코미셰 오퍼에서 푸치니 ‘라보엠’의 무제타 역으로 출연했고, 2021~2022년엔 영국 글라인드본 페스티벌에서 모차르트 ‘코지 판 투테’의 데스피나 역을 맡아 갈채를 받았다. 그가 오는 2월 한국을 찾는다. 박혜상은 이번 리사이틀 ‘숨’에서 하워드, 슈트라우스, 베르디 등의 작품을 들려줄 예정이다.김수현 기자

    2024.01.11 18:44
  • 세계적 클라리네티스트 다니엘 오텐잠머가 온다…25일 한경아르떼필 협연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 자리를 꿰찬 세계적인 클라리네티스트 다니엘 오텐잠머가 국내 청중과 만난다. 오는 2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한경아르떼필하모닉오케스트라 '더 클래식 2024' 시리즈 첫 번째 공연에서다. 인스부르크 티롤주립극장 수석 지휘자를 지낸 홍석원 광주시향 예술감독이 지휘봉을 잡는다.오텐잠머는 이번 공연에서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으로 한경아르떼필과 호흡을 맞춘다.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나기 두 달 전에 남긴 최후의 협주곡으로, 1986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 2악장 아다지오 주제 선율이 쓰이면서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곡이다. 모차르트 특유의 맑고 투명한 색채와 섬세한 선율 진행, 변화무쌍한 악상 표현을 특징으로 한다. 2부는 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으로 채워진다. '5부로 된 환상 대교향곡'이란 부제가 붙는 이 작품은 낭만주의 시대 음악을 얘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명곡으로 통한다.오텐잠머는 빈 필하모닉, NHK 교향악단,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 등 해외 유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면서 명성을 쌓아온 실력파 클라리네티스트다. 실내악 연주자로도 유명하다. 그간 다니엘 바렌보임, 안드라스 쉬프, 바바라 보니, 토마스 햄슨, 바비 맥퍼린, 하인리히 쉬프, 이자벨 파우스트, 미샤 마이스키, 하젠 콰르텟 등 명연주자들과 함께 무대에 오르면서 음악적 역량을 인정받아왔다. 빈 필하모닉과 베를린 필하모닉 단원들이 창단한 앙상블 필하모닉스의 멤버로도 활동 중이며, 2018년엔 오푸스 클래식 상을 받는 영예를 안은 바 있다.

    2024.01.10 18:00
  • “딸과 함께 묻어주세요”…말러의 비극, 죽음을 작곡한 대가였을까 [김수현의 마스터피스]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필연적 결과였을까.’  후기 낭만파를 대표하는 거장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의 첫째 딸 마리아 안나는 다섯 살이 되던 해 세상을 떠났다. 말러가 성홍열로 두 자녀를 잃은 독일 낭만파 시인 프리드리히 뤼케르트의 글에서 영감을 받아 쓴 연가곡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를 완성한 지 3년 만에 일어난 비극이었다. 평생을 따라다닌 '죽음의 굴레'…말러, 자식 잃은 아버지가 되다 하루아침에 뤼케르트의 고통을 똑같이 겪게 된 말러. 그는 자신이 불행한 음악을 썼기에 딸에게 죽음이 찾아왔다는 죄책감에서 단 하루도 벗어날 수 없었다. 안나의 사인이 뤼케르트의 아이들과 같은 성홍열이란 건 말러를 더욱 힘들게 했다. 원체 약했던 심장에 병까지 생기고, 건강이 급격히 악화할 정도로 괴로워하면서도 아이를 향한 그리움과 미안함은 죽는 순간까지 그의 마음에 새겨 있었다. 그가 남긴 유언이 그랬다. ‘나의 딸 안나와 함께 묻히고 싶다.’ 비운의 시작은 1901년 말러가 우연히 뤼케르트의 시집을 접하면서였다.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아버지가 느끼는 애틋함과 고뇌를 눌러쓴 400여편의 시는 뤼케르트가 죽은 뒤에야 책으로 엮여 출간됐다. 이는 말러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 그가 죽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생을 살아온 영향이었다. 말러는 어린 시절 여덟 명의 형제를 잃었고, 음악을 함께 공부한 남동생 오토는 22세 때 권총으로 자살하면서 말러에게 큰 충격을 남겼다. 잇따라 일어난 가족의 죽음은 말러에게 강한 죄의식을 느끼게 했다. 이를 떨쳐낼 수 없었던 말러에게 뤼케르트의 글은 위로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

    2024.01.10 13:42
  • 김선욱 감독 "타협 없는 경기필의 연주 보여주겠다"

    “음악을 만들 때만큼은 그 누구와도 타협해본 적이 없습니다. 이상향이 분명하고, 고집도 센 편입니다. 첫 음부터 끝 음까지 이어지는 긴 호흡과 탄탄한 기승전결로 연주 시간을 온전히 잡아먹을 수 있는 그런 음악을 끊임없이 추구하죠. 지휘자로서도 매 순간 살아 숨 쉬는 연주를 보여드리겠습니다.”올해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예술감독으로 공식 취임한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김선욱(36·사진)은 8일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2025년 12월 31일까지 2년간 악단을 이끄는 그는 “누군가에겐 예술감독으로서의 내 모습이 새로운 시작처럼 보이겠지만, 내겐 무척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아주 어릴 적부터 피아노를 치면서도 항상 지휘자가 되고 싶었다”고 했다.김선욱은 2006년 만 18세에 참가한 영국 리즈콩쿠르에서 사상 최연소이자 아시아인 최초 우승 기록을 세우며 세계적 반열에 오른 피아니스트다. 지휘자로 활동한 기간은 다소 짧은 편이다. 2010년부터 3년간 영국 왕립음악원 지휘과에서 수학했고, 3년 전 KBS교향악단을 이끌면서 지휘자로 데뷔했다. 서울시향, 영국 본머스심포니, 마카오오케스트라 등을 지휘하며 경력을 쌓았지만, 이마저도 연차로 따지면 4년차에 그친다.그는 예술감독으로서 경험이 부족하다는 세간의 우려에 “언제쯤이면 ‘신인 지휘자’가 아닌 것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수석지휘자나 부지휘자 경력은 없지만 솔리스트로서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와 수없이 호흡했고, 명장들의 지휘를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보면서 다양한 배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지휘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음

    2024.01.08 17:57
  • 경기필 예술감독 김선욱 “저는 고집이 센 편…음악에선 타협 안 해”

    “음악을 만들 때만큼은 그 누구와도 타협해본 적이 없습니다. 이상향이 분명하고, 고집도 센 편입니다. 첫 음부터 끝 음까지 이어지는 긴 호흡과 탄탄한 기승전결로 연주 시간을 온전히 잡아먹을 수 있는 그런 음악을 끊임없이 추구하죠. 기대해주세요. 지휘자로서도 매 순간 살아 숨 쉬는 연주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올해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예술감독으로 공식 취임한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김선욱(36)이 8일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2025년 12월 31일까지 향후 2년간 악단을 이끄는 그는 “누군가에겐 예술감독으로서의 제 모습이 새로운 시작처럼 보이겠지만, 제겐 무척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아주 어릴 적부터 피아노를 치면서도 항상 지휘자가 되고 싶었다”고 했다. 김선욱은 2006년 만 18세 나이로 참가한 영국 리즈 콩쿠르에서 사상 최연소이자 아시아인 최초 우승 기록을 세우며 세계적 반열에 오른 피아니스트다. 그에 비하면 지휘자로 활동한 기간은 다소 짧은 편이다. 2010년부터 3년간 영국 왕립음악원 지휘과에서 수학했고, 3년 전 KBS교향악단을 이끌면서 지휘자로 데뷔했다. 서울시향, 영국 본머스심포니, 마카오 오케스트라 등을 지휘하며 경력을 쌓았지만, 그마저도 연차로 따지면 4년차에 그친다.그는 예술감독으로서 경험이 부족하단 세간의 우려에 “언제쯤이면 ‘신인 지휘자’가 아닌 것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수석지휘자나 부지휘자 경력은 없지만, 대신 전 솔리스트로서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와 수없이 호흡했고, 명장들의 지휘를 누구보다 가까이 보면서 다양한 배움을 얻을

    2024.01.08 16:42
  • 임윤찬 0곡, 키신 10곡, 유자왕 18곡…작품따라 연주자 따라 다른 '앙코르'의 세계

    지난달 27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 ‘살아있는 피아노 전설’의 컨디션은 최상이 아니었다. 연주곡 사이사이에 잔기침을 할 정도로 힘에 부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하지만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을 들여 자신을 찾은 한국 팬들을 본 공연이 끝나자마자 돌려세울 정도로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은 모질지 않았다. 힘겹게 두 팔을 든 그는 앙코르로 라흐마니노프 프렐류드 등 2곡을 들려줬다. 그러고는 피아노 건반 덮개를 닫아버렸다. 재치 있게 보여준 “이젠 끝”이란 메시지에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다시 한번’을 뜻하는 프랑스어 앙코르는 이처럼 연주자의 성향에 따라, 그날 연주한 작품의 성격 등에 따라 제각각이다. 2~3곡 정도를 들려주는 게 보통이지만, 어떤 연주자는 메인 메뉴 뒤에 나온 ‘디저트’처럼 한 곡으로 끝내거나 아예 생략하기도 하고, 어떤 연주자는 1시간이 넘는 ‘새로운 메인 메뉴’로 선보이기도 한다. 앙코르, 꼭 하는 건 아니다지난달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 피아니스트 비킹쿠르 올라프손 공연에는 앙코르가 없었다. 뉴욕타임스(NYT)가 “아이슬란드의 글렌 굴드”라고 극찬한 그의 연주를 하나라도 더 귀에 담으려던 관객에겐 이런 서운함이 또 없었다. 무대 뒤로 향하는 그를 관객들이 박수와 환호로 계속 불러세우자 올라프손이 직접 사정을 설명했다.“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유일한 문제는 앙코르를 할 수 없다는 겁니다. 바흐는 아리아를 중심으로 도는 30개 행성의 태양계를 창조했어요. 그 위대한 세계에 제 마음대로 31번째 행성을 더할 순 없습니다.”그가 앙코르를 생략한 이유는 이

    2024.01.01 18:40
  • 지메르만은 2곡, 키신은 1시간, 임윤찬은 생략…그때그때 다른 ‘앙코르’ 세계

    음악가들이 준비된 연주를 모두 마치고 객석을 향해 고개를 숙이면 어김없이 터져 나오는 단어가 있다. ‘다시 한번’을 뜻하는 프랑스어 “앙코르”다.17세기 이탈리아에서 처음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앙코르는 요리로 따지면 디저트와 같다. 청중의 환호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추가로 들려주는 연주인 만큼 앙코르 형식은 제각각이다. 통상 앙코르는 2~3곡이 적당하다는 의견이 많지만, 정답은 없다. 본 프로그램의 특성을 고려해 앙코르를 생략하기도 하고, 연주자 성향에 따라 1시간 넘게 앙코르를 들려주기도 한다. 지메르만은 ‘앙코르의 정석’…작품 특성 따라 아예 안 하기도‘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폴란드 출신의 명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은 지난 27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연 내한 리사이틀에서 앙코르의 정석을 보여줬다. 이날 그는 연주 사이사이 잔기침을 하는 등 컨디션 난조를 짐작게 했는데, 지친 표정을 지으면서도 청중을 향한 특별 선물은 빼먹지 않았다.청중의 열렬한 환호에 어쩔 수 없단 듯 다시 무대에 등장한 지메르만은 앙코르로 라흐마니노프 프렐류드 등 2곡을 들려줬다. 마지막 곡을 치고선 더 이상의 연주는 기대하지 말라는 듯 피아노 건반 덮개를 완전히 닫아버리는 그의 제스처에 객석 곳곳에선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세계서 가장 까칠하다고 소문난 거장이 보여준 재치였다.그런가 하면 뉴욕타임스(NYT)가 ‘아이슬란드의 글렌 굴드’라고 극찬한 피아니스트 비킹쿠르 올라프손은 지난 1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연 공연에서 앙코르로 단 한 곡도 연주하지 않았다. 수미상관을 이루는

    2023.12.29 09:54
  • 임윤찬, NYT '올해 최고의 클래식 음반' 선정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음반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Liszt: Transcendental Etudes)’이 뉴욕타임스(NYT)의 올해 클래식 음반 명단에 올랐다.21일(현지시간) NYT에 따르면 임윤찬의 이 음반은 2023년 최고 클래식 음반 25선에 포함됐다. 이 음반에는 임윤찬이 지난해 역대 최연소로 우승한 미국 밴클라이번콩쿠르 준결선에서 선보인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연주 실황이 담겨 있다.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은 피아노 독주곡 중 최고난도의 기교와 표현을 요구하는 것으로 유명한 작품이다.NYT는 “임윤찬이 이 곡을 연주했을 당시 나이는 불과 18세였다”며 “(그러나) 그는 이미 기술적으로 경이로운 경지에 도달했고, 음악적으로 정제됐기에 이 어려운 작품이 편안하게 들린다”고 했다. 이어 “그는 앞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는데, 그는 이 목표대로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이 음반은 지난 9월 세계적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의 ‘에디터스 초이스’로도 선정된 바 있다. 당시 그라모폰은 “의심할 여지 없이 훌륭한 피아노 음반”이라며 “어떤 공연에서든 격렬하고 까다로운 이 곡을 기술적으로 완벽하고 통찰력 있게 연주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지만, 주요 국제피아노콩쿠르의 준결선에서 이를 해낸다는 것은 기적과 다름없다”고 평가했다.김수현 기자

    2023.12.22 18:08
  • 임윤찬 초절기교 음반, NYT '올해 최고의 클래식 음반' 선정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음반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Liszt: ‘Transcendental Etudes’)'이 뉴욕타임스(NYT) 올해 클래식 음반 명단에 올랐다.21일(현지시간) NYT에 따르면 임윤찬의 이 음반은 2023년 최고의 클래식 음반 25선에 포함됐다. 이 음반에는 임윤찬이 지난해 역대 최연소로 우승한 미국 밴 클라이번 콩쿠르 준결선에서 선보인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연주 실황이 담겨있다.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은 피아노 독주곡 중 최고난도의 기교와 표현을 요구하는 것으로 유명한 작품이다.NYT는 "임윤찬이 이 곡을 연주했을 당시 나이는 불과 18세였다"며 "(그러나) 그는 이미 기술적으로 경이로운 경지에 도달했고, 음악적으로 정제됐기에 이 어려운 작품이 편안하게 들린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앞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는데, 그는 그 목표대로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이 음반은 지난 9월 세계적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의 ‘에디터스 초이스’로도 선정된 바 있다. 당시 그라모폰은 “의심할 여지 없이 훌륭한 피아노 음반”이라며 “어떤 공연에서든 격렬하고 까다로운 이 곡을 기술적으로 완벽하고 통찰력 있게 연주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지만, 주요 국제 피아노 콩쿠르의 준결선에 참가하면서 이를 해낸다는 것은 기적과 다름없다”고 평가했다.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2023.12.22 10:43
  • [이 아침의 피아니스트] 시각 장애 가진 기적의 피아니스트…쓰지이 노부유키

    일본 출신 피아니스트 쓰지이 노부유키(1988~)의 이름 앞에는 늘 ‘기적의 피아니스트’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선천성 소안구증으로 시각 장애를 갖고 태어났음에도 천부적인 음악적 재능과 뼈를 깎는 노력으로 2009년 국제적 권위의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중국의 장하오첸과 공동 우승을 차지한 인물이어서다.그의 연주를 들은 음악가들은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쓰지이가 보여준 건 기적 그 자체다. 그의 연주는 마음을 치유하는 신성한 힘을 가지고 있다”(미국 전설의 피아니스트 밴 클라이번), “신은 그의 눈을 가져갔지만 가장 위대한 피아노 작품을 아우를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재능을 주셨다”(독일 거장 피아니스트 메나헴 프레슬러) 등이 그에게 쏟아진 찬사다.네 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쓰지이는 2005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최연소 나이로 비평가상을 거머쥐며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밴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이후엔 뮌헨 필하모닉, 영국 로열 리버풀 필하모닉, BBC 필하모닉, 볼티모어 심포니 등 해외 유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면서 명성을 쌓아왔다. 쓰지이가 내년 3월 한국을 찾는다. 단독으로 처음 여는 내한 리사이틀 무대다.김수현 기자

    2023.12.21 18:00
  • 지메르만부터 키신·소피 무터까지…내년 '연주의 神' 몰려온다

    내년 한국에선 ‘연주의 신'들이 한판 승부를 벌인다. 클래식 마니아들의 가슴을 뛰게하는 거물급 연주자들이 줄줄이 내한한다.먼저 ‘세상에서 가장 까칠한 피아니스트’로 불리는 폴란드 출신의 피아노 거장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이 1월 초 한국을 찾는다. 1975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 출신인 그는 완벽한 테크닉과 남다른 작품 해석으로 세계 피아니스트들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 조성진의 조언자이기도 하다.‘피아노의 황제’로 통하는 러시아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은 3년 만에 한국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서른 번 넘는 커튼콜과 한 시간에 걸친 앙코르 연주, 자정을 넘기는 사인회 등 한국 클래식 애호가들이 가장 열광하는 피아니스트 중 한명인 그의 내한 일정은 11월로 잡혔다. 그의 뒤를 잇는 러시아 피아니스트이자 현재 세계 클래식 음악계가 가장 주목하는 인물인 다닐 트리포노프는 4월 무대에 오른다. 그는 차이콥스키 콩쿠르, 루빈스타인 콩쿠르 우승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연륜 있는 노장 피아니스트들의 무대도 이어진다. ‘이 시대 최고의 베토벤 스페셜리스트’ 루돌프 부흐빈더는 6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1~5번)을 2회 공연에 걸쳐 들려준다. 그는 이 공연에서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 지휘와 피아노 연주를 병행한다. 아시아 첫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베트남 출신 피아니스트 당 타이 손은 6월, ‘모차르트 해석의 대가’ 마리아 조앙 피레스는 9월 리사이틀을 연다.세계적 권위의 콩쿠르를 제패한 젊은 피아니스트도 대거 출동한다. 2005년 쇼팽 콩쿠르에서 역사상 최초로 5관왕(우승+전 부문 특별상)

    2023.12.21 09:00
  • '조연 악기' 비올라로 정상 오른 용재 오닐 “저를 일으켜 세운 건 실패였습니다”

    비올라. 이 악기의 소리와 모양새, 쓰임새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저 크기만 보고 ‘바이올린과 첼로 사이 어딘가의 음역을 내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유명한 솔로곡도 잘 안 떠오르고, 오케스트라 연주에서 튀는 악기도 아니니 잘해봤자 ‘명품 조연’이다. 한국계 미국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45·사진)은 이런 ‘조연’ 악기로 클래식 무대의 ‘주인공’이 된 연주자다. 2021년 미국 그래미 시상식에서 다닐 트리포노프, 이고르 레비트 등 쟁쟁한 피아니스트들을 제치고 ‘베스트 클래식 기악 독주’상을 거머쥐었다. 독주만 잘하는 게 아니다. 그가 이 시대 최고 실내악단 중 하나로 꼽히는 타카치콰르텟에서 다른 연주자들과 빚어내는 화음을 들어보면 무슨 얘기인지 알 수 있다. 그래서 19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난 용재 오닐에게 연주자로 성공한 비결부터 물었다. 그는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은 없었다”며 “내 인생의 대부분은 실패의 반복이었다”고 말했다. 표정과 말투는 시종일관 온화했지만, 눈빛과 목소리엔 확신이 넘쳤다. “누군가는 제가 처음부터 탄탄대로를 걸은 연주자인줄 알더군요. 그런데 아니

    2023.12.19 14:29
  • 기침도 틀어막은 엄청난 기운…'올라프손式 바흐'에 빠진 80분

    ‘자신만의 세계’를 만든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재주를 타고난 사람도, 숱한 밤을 연습으로 지새운 노력파도 끝내 나만의 색깔을 만들지 못하곤 한다.아이슬란드 출신 피아니스트 비킹구르 올라프손(39·사진)은 마흔도 안 된 나이에 세계적 권위의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으로부터 “가장 고유한 세계를 가진 음악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은 연주자다. 틀에 박힌 형식에 자신을 가두지 않고 작품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과감한 시도를 거듭하다 보니 이런 별명을 얻었다.지난 1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올라프손의 리사이틀은 이런 명성이 허명이 아니었다는 걸 증명하는 80분짜리 무대였다. 그가 들려준 작품은 바흐의 역작으로 꼽히는 ‘골드베르크 변주곡’이었다. 올라프손이 “지난 25년간 이 작품으로 앨범을 내기를 꿈꿔왔다”고 한 곡이다. 수미상관을 이루는 주제 선율 아리아와 이를 변주한 30개의 짧은 곡이 치밀하게 얽힌 이 작품을 그는 참신한 해석으로 풀어냈다. 세 곡씩 한 조를 이룬 구조상의 연결점을 충분히 드러내면서도 건반을 치는 속도와 무게, 피아노의 배음과 잔음 등을 예민하게 조율하면서 각 변주곡의 성격을 선명히 들려줬다.사라방드풍의 아리아에선 손끝 감각만으로 건반을 가볍게 터치하면서 바흐 특유의 깨끗하고 생기 있는 선율을 펼쳐냈다. 때론 바로 옆에서 건반을 치는 것처럼 너무나 명료하게 들리다가도, 순식간에 수십m 떨어진 곳에서 두드리는 것처럼 울림이 옅어졌다.처음 등장하는 카논 형식인 변주3에선 마치 대화하듯 양손을 긴밀하게 움직이면서 응집력 있는 소리를 만들어냈는데, 변주8에선 반대로 양손을 완전히

    2023.12.17 18:16
  • 엄청난 기운에 기침도 틀어막았다…‘올라프손의 80분 매직'

    ‘자신만의 세계’를 만든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재주를 타고난 사람도, 숱한 밤을 연습으로 지새운 노력파도 끝내 나만의 색깔을 만들지 못하곤 한다. 아이슬란드 출신 피아니스트 비킹구르 올라프손(39)은 마흔도 안 된 나이에 세계적 권위의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으로부터 “가장 고유한 세계를 가진 음악가 중 한명”으로 평가받은 연주자다. 틀에 박힌 형식에 자신을 가두지 않고, 한 작품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과감한 시도를 거듭하다 보니 이런 별명을 얻게 됐다. 지난 1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올라프손의 리사이틀은 이런 명성이 허명이 아니었다는 걸 증명하는 자리였다. 시대를 초월한 올라프손만의 곡 해석과 견고한 테크닉은 80분 내내 청중들을 들었다 놨다. 초록색 정장을 차려입은 그가 들려준 작품은 바흐의 역작으로 꼽히는 ‘골드베르크 변주곡’였다. 올라프손 스스로 “지난 25년간 이 작품으로 앨범을 내기를 꿈꿔왔다”고 했던 곡이다. 수미상관을 이루는 주제 선율 아리아와 이를 변주한 30개의 짧은 곡이 논리적이면서도 치밀하게 얽혀있는 이 작품을 그는 참신한 해석으로 풀어냈다. 세 곡씩 한 조를 이루고 있는 구조상의 연결점을 충분히 드러내면서도 건반을 내려치는 속도와 무게, 피아노의 배음과 잔향 등을 예민하게 조율하면서 각 변주곡의 성격을 선명히 들려줬다.사라방드풍의 아리아에선 손끝 감각만을 이용해 건반을 가볍게 내려치면서 바흐 특유의 깨끗하면서도 생기 있는 선율을 펼쳐냈다. 때론 바로 옆에서 건반을 치는 것처럼 너무나 명료하게 들리다가도, 순식간에 수십 미터 떨어진 곳에

    2023.12.17 16:28
  • 홀가 게어만 대표 "포르쉐 정체성은 '꿈'…아낌없이 예술 지원하는 이유죠"

    “페르디난트 포르쉐는 엔지니어이기 전에 한 명의 예술가였어요. 그는 단순히 멋있는 차를 만드는 걸 넘어 자신이 평생 꿈꿔온 하나의 예술작품을 실현한다는 마음으로 이 일에 열정을 쏟아부었습니다.”홀가 게어만 포르쉐코리아 대표(사진)는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페르디난트 포르쉐의 정신을 떠올려보면 우리가 누군가의 꿈과 예술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건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포르쉐코리아가 2017~2022년 자체 사회공헌 프로그램 ‘두 드림(Do Dream)’을 통해 후원한 금액은 총 58억6000만원. 그중 많은 부분을 차지한 게 바로 문화예술 지원 활동이다. 2021년엔 그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는 ‘올해의 예술후원인대상’을 받기도 했다.메세나 활동에서 게어만 대표의 철학은 뚜렷하다. “상업적인 활동의 연장선이 아닌 브랜드 정체성, 핵심 가치와 연결되는 사업을 찾을 것.” 대중의 관심도가 떨어질지라도 업계 종사자들의 삶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에 집중하는 식이다.2021년 서울문화재단과 손잡고 추진한 ‘포르쉐 두 드림 사이채움’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타격을 입은 예술인과 공연예술단체의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다. 지난해까지는 객석을 다 판매하지 못해 발생한 손실을 보전해줬는데, 올해부터는 관객을 초청하고 그 비용을 보전하는 식으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포르쉐코리아가 지난 3년간 지원한 공연예술단체는 117개, 예술인은 3000여 명에 달한다.게어만 대표는 “사이채움은 예술인 창작 활동 지원에

    2023.12.14 18:07
  • "포르쉐는 엔지니어이기 전에 예술가 …우리의 예술 지원 당연한 일"

    “많은 이들은 페르디난트 포르쉐가 엔지니어였다고 말하지만, 그는 엔지니어이기 전에 한 명의 예술가였어요. 그는 단순히 멋있는 차를 만드는 걸 넘어, 자신이 평생 꿈꿔온 하나의 예술작품을 실현한다는 마음으로 이 일에 엄청난 열정과 노력을 쏟아부었습니다. 그의 정신을 떠올려보면 우리가 누군가의 꿈과 예술을 지원하는 데 앞장서는 건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오늘날의 우리를 만든 원동력 그 자체니까요.” 홀가 게어만 포르쉐코리아 대표는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포르쉐코리아가 2017~2022년 자체 사회공헌 프로그램 ‘두 드림(Do Dream)’을 통해 후원한 금액은 총 58억6000만원. 그중 많은 부분을 차지한 게 바로 문화 예술 지원 활동이다. 2021년엔 그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는 ‘올해의 예술후원인대상’을 받기도 했다. 포르쉐코리아가 문화 예술 지원에 '진심'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메세나 활동에 있어 게어만 대표의 철학은 뚜렷하다. “상업적인 활동의 연장선이 아닌 브랜드 정체성, 브랜드 핵심 가치와 연결되는 사업을 찾을 것.” 그래서일까. 포르쉐코리아에선 특정 인물이나 사업에 일회성으로 큰 금액을 지원하는 소위 ‘보여주기식’ 사회공헌 활동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대중의 관심도가 떨어질지라도, 업계 종사자들의 삶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에 집중하는 식이다. 지난 2021년 서울문화재단과 손잡고 추진한 ‘포르쉐 두 드림 사이채움’ 사업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재정적 타격을 입은 예술인·공연예

    2023.12.14 15:06
  • "노래할 때 성량보다 중요한 건 온몸으로 뿜어내는 스토리텔링"

    “노래할 때는 표현하려는 내용이 그 사람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든 순간에서 보여야 합니다. 한국 사람이 해외 주요 오페라 무대에서 캐스팅되는 건 현지인보다 발음이 좋거나 고음을 잘 내지르거나 성량이 커서가 아니라, 더 훌륭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줬기 때문이에요.” (사무엘 윤)독일 ‘궁정가수’ 칭호를 받은 세계적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 ‘고(古)음악계 디바’로 불리는 소프라노 임선혜, 서울시오페라단장을 지낸 연출가 이경재….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이들은 오는 24일 경기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열리는 젊은 성악가들의 축제 ‘성악예찬’ 멘토다.사무엘 윤은 12일 서울 서초동 한 연습실에서 기자와 만나 “20대의 성악가는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공부를 하느냐에 따라 향후 10년의 모습이 달라질 수 있다”며 “중요한 시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단 마음에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했다.성악예찬은 영아티스트포럼앤페스티벌이 2019년 ‘열혈건반’, 2020년 ‘현악본색’, 2021년 ‘관악질주’에 이어 네 번째로 마련한 자리다. 이번 무대엔 소프라노 장지혜 박희경 신채림 이수아, 테너 도윤상 박상진, 바리톤 남궁형, 베이스 노민형 등 여덟 명의 성악가가 오른다. 1차 영상 심사, 2차 대면 오디션을 거쳐 뽑힌 이들은 지난 4개월간 마스터 클래스 등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거쳤다.임선혜는 “성악가는 단순히 소리만 잘 내는 사람이 아니라 작품에 담긴 모든 단어의 뜻을 완벽히 이해하고 풍부한 상상력을 통해 감정과 심상을 그대로 전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아이들이 이를 제대로 깨우치게 하는

    2023.12.12 19:00
  • "노래할 때 발음, 고음보다 중요한 건 온몸에서 느껴지는 스토리텔링"

    "노래할 때는 표현하려는 내용들이 그 사람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든 순간에서 보여야 합니다. 한국인임에도 해외 주요 오페라 무대에서 캐스팅되는 건 그 사람이 현지인보다 발음이 좋거나 고음을 잘 내지르거나 성량이 커서가 아니라, 더 훌륭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줬기 때문이에요."(사무엘 윤) 독일 ‘궁정가수’ 칭호를 받은 세계적인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 ‘고(古) 음악계 디바’로 불리는 소프라노 임선혜, 서울시오페라단장을 지낸 연출가 이경재….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세 예술가가 한자리에 모였다. 오는 24일 경기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열리는 젊은 성악가들의 축제 ‘성악예찬’ 멘토로 참여하면서다. 사무엘 윤은 12일 서울 서초동 한 연습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성악가에게 20대란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공부를 하느냐에 따라 향후 10년의 인생이 바뀌는 전환점”이라며 “중요한 시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단 마음에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영아티스트포럼앤페스티벌이 2019년 ‘열혈건반’, 2020년 ‘현악본색’, 2021년 ‘관악질주’에 이어 네 번째로 마련한 자리다. 이번 무대엔 소프라노 장지혜 박희경 신채림 이수아, 테너 도윤상 박상진, 바리톤 남궁형, 베이스 노민형 등 여덟 명의 성악가가 오른다. 1차 영상 심사, 2차 대면 오디션을 거쳐 뽑힌 이들은 지난 4개월간 마스터 클래스 등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거쳤다.사무엘 윤은 “시간이 충분치 않았던 만큼, 레퍼토리를 바꿔주거나 스토리텔링하는 법을 알려주는 등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데 집중했다”고 했다.&nbs

    2023.12.12 16:39
  • 공안과 설립한 '의사 공병우'는 혁명적 타자기를 만든 천재 개발자였다 [책마을]

    “타닥타닥” 이제 회사는 물론 열 걸음마다 나오는 카페에서도 노트북 타자 치는 소리는 '디폴트'(기본값)다. 현대인에겐 타자 치는 능력은 생존을 위한 기본 중의 기본이다. 발품을 팔아 누군가를 만나거나 전화하지 않아도, 타자만 칠 줄 알면 웬만한 일은 다 할 수 있다.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하지만 처음부터 타자 치는 게 쉬웠던 건 아니다. 한글 기계화 역사에는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굴곡이 있었다. 20년간 한글 타자기 연구를 이어온 김태호 전북대 교수는 신간 를 통해 지금의 한글 타자기가 만들어지기까지의 변천과 흥망의 과정을 상세히 뤘다. 현대 타자기의 원형은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갈 무렵 미국에서 만들었다. 한국과 중국, 일본은 로마자 타자기를 자기네 문자와 접목하고자 했는데, 서로 방향이 달랐다. 중국과 일본은 한자를 버리지 않았기에 거대한 글쇠 묶음 속에서 완성된 글자를 찾아서 찍어내는 ‘옥편식 타자기’로 방향을 잡았고, 우리나라는 로마자 타자기의 기본 형태를 유지하며 ‘한글 타자기’를 개발했다. 간단한 과정은 아니었다. 글자를 한 줄로 길게 쓰는 식으로 단어를 완성하는 알파벳과 달리 한글은 초성, 중성, 종성이 한데 모여 하나의 음절 글자를 만드는 ‘모아쓰기’ 성격이어서다. 기술적인 어려움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저항 또한 만만치 않았다. 1960년대까지 세로쓰기와 한자를 혼용해서 쓰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당시 사람들에게 한자 없이 한글만으로 가로쓰기하는 건 '혁명'이라 할 만큼 낯선 것이었다. 한글 타자기가 새 국면을 맞은 건 광복 이후부터다. 한글을 쓰는 것 자체가 위험한 정치적 행위

    2023.12.12 09:40
  • [이 아침의 피아니스트] 쇼팽 콩쿠르 첫 5관왕…폴란드 출신 블레하츠

    2005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며 세계 클래식 음악계를 놀라게 한 피아니스트가 있다. 깊이 있는 해석과 깔끔한 타건, 안정적인 호흡으로 우승과 함께 마주르카 최고연주상, 폴로네이즈 최고연주상, 피아노협주곡 최고연주상, 소나타 최고연주상 등 전 부문(4개) 특별상을 휩쓸며 대회 역사상 최초로 5관왕 기록을 세운 폴란드 출신 피아니스트 라파우 블레하츠(1985~)다.블레하츠는 당시 “다른 파이널리스트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고, 그는 차원이 달랐다”(폴란드 명피아니스트 피오트르 팔레치니·쇼팽 콩쿠르 심사위원) 등의 찬사를 받았다.국제적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그라모폰(DG) 전속 레코딩 아티스트인 그는 데뷔 음반 ‘쇼팽 프렐류드’로 독일 에코클래식상, 프랑스 디아파종상을 차지했다. 로열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와 쇼팽 피아노 협주곡(1·2번)을 녹음한 음반으로는 독일 음반 비평가상을 거머쥐었고, 2012년 발매한 드뷔시·시마노프스키 음반은 영국 음반 전문지 그라모폰으로부터 ‘이달의 음반’으로 선정됐다. 2014년엔 길모어 아티스트상을 받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블레하츠가 내년 2월 한국을 찾는다. 2017년 이후 7년 만에 여는 내한 리사이틀 무대다. 그는 쇼팽, 드뷔시, 시마노프스키 등의 작품을 들려줄 예정이다.김수현 기자

    2023.12.11 18:15
  • '여섯 개의 손'으로 어루만진 피아노… 라흐마니노프를 입체적으로 빚어내다

    지난 6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에서 열린 마포문화재단 ‘3 PEACE CONCERT’ 두 번째 공연 피날레. 조명이 꺼져 캄캄해진 무대 위로 분주한 발소리가 몇 차례 지나가고 다시 붉은 조명이 켜지자, 무대 중앙엔 피아노 한 대와 의자 세 개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2021년 이탈리아 부소니 콩쿠르에서 준우승한 한국 피아니스트 김도현과 ‘모차르트의 환생’으로 불리는 대만계 피아니스트 킷 암스트롱, 2019년 본 텔레콤 베토벤 국제 콩쿠르 준우승을 차지한 일본 피아니스트 다케자와 유토의 자리였다. 여섯 개의 손을 한 건반 위에 올리기 위해 몸을 아주 가까이 붙어 앉은 세 명의 피아니스트는 잠시 눈을 맞추고 고객을 끄덕이더니 바로 연주를 시작했다. 그렇게 들려준 작품은 라흐마니노프가 10대 때 작곡해 그 나이만의 순수함과 환상적인 감성이 오롯이 담겨있는 ‘여섯 개의 손을 위한 로망스’였다. 이들의 앙상블은 시종일관 입체적으로 조형됐다. 세 명의 피아니스트는 선율을 처리하는 방식이나 선호하는 음색 등 연주 스타일 전반에서 큰 차이를 보였는데, 억지로 서로의 음악을 따라가려고 하기보단 ‘다름’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조화’를 이루는 데 집중한 결과였다. 라흐마니노프가 구태여 하나가 아닌 세 명의 피아니스트를 작품에 불러온 이유를 이들은 정확히 꿰고 있는 듯했다. 저음 선율의 유토는 큰 움직임 없이 건반을 지그시 눌러 치면서 우아하면서도 애수 어린 울림을 불러일으켰고, 고음 선율의 암스트롱은 건반을 스치듯 가볍게 손가락을 굴리면서 반짝이는 윤슬처럼 애처로우면서도 맑은 색채를 섬세하게 펼쳐냈다. 이들의 중심을 잡아주는 건 가운데 앉은 김도현의 몫이

    2023.12.07 17:40
  • 한겨울에 울려퍼지는 '봄의 제전'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들려준다. 공연 역사에서 가장 큰 스캔들을 불러온 작품이다. 경기필은 7일 수원 경기아트센터 대극장, 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마스터피스 시리즈’ 11번째 공연을 연다.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은 고대 러시아의 봄맞이 제사에서 풍년을 기원하는 이교도들이 처녀를 태양신에게 제물로 바치는 의식을 그린 작품이다. 1913년 프랑스 초연 당시 거친 불협화음과 원시적인 리듬, 타악기 연타 등 파격적인 작품 전개에 혼란을 느낀 관객들이 폭동을 일으켜 경찰이 출동한 일화로 유명하다. 지휘봉을 잡는 홍석원 광주시향 예술감독(사진)은 “클래식 역사의 흐름을 바꾼 충격적인 작품 가운데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이 빠질 수 없다”며 “시대 선구자적 역할을 한 작곡가의 혁신적인 면을 들려줄 것”이라고 했다. 이날 공연에는 세계적인 베이스 연광철이 함께 올라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트리스탄과 이졸데’ 주요 아리아를 들려줄 예정이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2023.12.05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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