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문화부에서 클래식 음악을 비롯한 공연예술 전반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ksoohyun@hankyung.com
‘가장 선구적이고, 유성 같은 연주자.’ 세계적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이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니콜라이 루간스키(1972~)를 두고 한 말이다. 루간스키는 라흐마니노프, 프로코피예프, 쇼팽, 드뷔시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으로 정평이 난 피아니스트다. 영국의 저명한 클래식 전문 사이트 바흐트랙은 “루간스키의 피아노 지휘는 비범하다. 템포, 구조, 표현에 대한 지식이 거장답다”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차이콥스키 음악원에서 타티아나 니콜라예바를 사사한 그는 20세 나이로 라흐마니노프의 ‘회화적 연습곡’ 전곡 음반을 발표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1994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다시금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이후 유럽 유수 악단과 협연하며 세계 무대에서 활약해왔다. 2012년 발매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소나타 전곡 음반으로 프랑스 최고 권위의 음반상인 황금 디아파종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켄트 나가노가 이끄는 베를린 도이치 교향악단과 녹음한 그리그와 프로코피예프 협주곡 음반으로는 그라모폰 에디터스 초이스에 선정됐다. 그는 현재 유럽 고(古)음악 전문 음반사 아르모니아문디와 독점 계약을 맺고 있다. 루간스키가 한국을 찾는다. 그는 오는 13일과 15일 이틀에 걸쳐 열리는 KBS교향악단 공연에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전곡(1~4번)을 들려줄 예정이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오 친구들이여, 이런 소리가 아니오! 좀 더 즐겁고 환희에 찬 노래를 부릅시다!” 귀가 들리지 않는 막막한 현실 속에서도 끝까지 인류에 대한 사랑과 평화를 외쳤던 베토벤이 그의 마지막 교향곡 ‘합창’에 직접 써넣은 문구다. 베토벤 교향곡 9번 4악장 ‘환희의 송가’에선 이 노랫말을 시작으로 웅장하면서도 압도적인 에너지의 합창이 울려 퍼진다. 프리드리히 실러의 시에서 빌려온 가사엔 베토벤의 이상이 온전히 녹아있다.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되노라. 수백만의 사람들이여, 서로 끌어안아라! 전 세계의 입맞춤을 받으라!” 국적과 인종, 나이, 성별 등 경계를 뛰어넘어 모두 하나 되자는 메시지다. 형제애와 평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단 이유로 베토벤 교향곡 9번은 매년 연말만 되면 세계 곳곳에서 연주된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 성탄절 전설의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이 동베를린에서 지휘한 작품 또한 이 교향곡이었다. 미국·소련·영국·프랑스·독일 등 다양한 국적의 단원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를 이끈 번스타인이 ‘환희의 송가’를 ‘자유의 송가’로 바꿔 부르게 한 일화는 유명하다. 올해 한국에서도 수많은 오케스트라가 ‘합창 교향곡’을 들려준다. 전 악장 연주 시간이 80분 내외인 교향곡인 만큼 10분가량의 짧은 작품을 앞에 배치하거나, 간결하게 교향곡 연주에만 집중해 평소보다 이른 시간 공연을 마치는 식이다. 서울시향은 현대음악과 베토벤 합창 교향곡을 한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독특한 구성의 공연을 선보인다. 오는 21~22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무대에선 서울시향과 LA 필하모닉, 밤베르크 심포니가 공동 위촉한 신동훈의 ‘그의 유령 같은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들려준다. 공연 역사에서 가장 큰 스캔들을 불러온 작품이다. 경기필은 12일 7일 경기 수원시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8일에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에서 '마스터피스 시리즈' 11번째 공연을 갖는다. 인스부르크 티롤주립극장 수석 지휘자를 지낸 홍석원 광주시향 예술감독이 지휘봉을 잡는다.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은 고대 러시아의 봄맞이 제사에서 풍년을 기원하는 이교도들이 처녀를 태양신에게 제물로 바치는 의식을 그린 작품이다. 1913년 5월 29일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극장에서 초연 당시 오케스트라의 거친 불협화음과 원시적인 리듬, 타악기 연타 등 파격적인 작품 전개에 혼란을 느낀 관객들이 폭동을 일으켜 경찰이 출동한 일화로 유명하다. 이번 공연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베이스 연광철도 함께 오른다. 1993년 플라시도 도밍고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린 그는 독일 바이로이트 축제, 영국 코번트가든 로열오페라하우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등 성악가들의 '꿈의 무대'라 불리는 세계적인 무대에 오르면서 명성을 쌓아왔다. 2018년엔 독일에서 최고의 성악가에게 내리는 궁정가수 ‘카머젱거’ 칭호를 받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연광철은 경기필과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주요 아리아를 들려줄 예정이다. 홍석원 지휘자는 “서양 음악사에서 역사의 흐름을 바꾼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작품을 꼽으라면, 바그너의 트리스탄 이졸데와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이 절대 빠질 수 없다"며 "시대 선구자적 역할을 했던 두 작곡가의 가장 혁신적인 면을 들려
독일 뮌헨 필하모닉 내한 공연이 열린 지난 26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이날 연주자들이 대기하는 백스테이지 분위기는 평소와 조금 달랐다. 한 연주자 대기실 문 앞에 건장한 체격의 경호원들이 떡하니 서 있었기 때문이다. ‘점잖은’ 클래식 애호가가 주로 찾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경호원의 모습이 포착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이들이 ‘호위’한 사람은 이날 협연자로 나선 피아니스트 임윤찬(19·사진)이었다. 지난해 미국 밴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한 이후 웬만한 연예인 뺨치는 인기를 얻은 그 피아니스트, 맞다. 소속사가 임윤찬에게 경호원을 붙인 건 ‘열혈 팬’과의 접촉에서 일어날 수 있는 돌발 상황이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그만큼 임윤찬 팬클럽은 다른 클래식 연주자들의 팬클럽에 비해 열광적이다. 임윤찬이 나오는 공연은 티켓을 열자마자 동이 난다. 정상 판매가보다 10배 높은 암표가 나오기도 한다. 연주 당일에는 취소 표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팬으로 창구가 북적인다. 임윤찬이 무대에 오르거나 연주가 끝날 때 객석에서 터지는 환호성은 아이돌 스타에 못지않다. “팝스타처럼 임윤찬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도 있다”는 미국 뉴욕타임스 보도는 과장이 아니다.티켓 파워 측면에서 임윤찬과 쌍벽을 이루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팬클럽과도 성격이 다르다. 이런 ‘슈퍼스타급 인기’를 누리는 클래식 연주자는 해외에서도 거의 없다. ‘피아니스트의 피아니스트’로 불리는 언드라시 시프, ‘21세기 피아노의 거장’ 다닐 트리포노프 등이 한국 공연 때 경호원을 요청한 사례는 없다고 한다. 베를린 필
뮌헨 필하모닉 내한 공연이 열린 지난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이날 연주자들이 대기하는 백스테이지의 분위기는 평소와 조금 달랐다. 한 연주자 대기실 문 앞에 건장한 체격의 경호원들이 떡하니 서 있었기 때문이다. '점잖은' 클래식 애호가들이 주로 찾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경호원의 모습이 포착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들이 '호위'한 사람은 이날 협연자로 나선 피아니스트 임윤찬(19)이었다. 지난해 미국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한 이후 웬만한 연예인 뺨치는 인기를 얻은 그 피아니스트, 맞다. 소속사가 임윤찬에 경호원을 붙인 건 ‘열혈 팬’과의 접촉에서 일어날 수 있는 돌발 상황이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만큼 임윤찬 팬클럽은 다른 클래식 연주자들의 팬클럽에 비해 목소리가 크고 열광적이다. 임윤찬이 나오는 공연은 티켓을 열자마자 동이 난다. 정상 판매가보다 10배 높은 암표가 나오기도 한다. 연주 당일에는 취소 표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팬들로 창구가 북적일 정도다. 임윤찬이 무대에 오르거나 연주가 끝날 때 객석에서 터지는 환호성은 아이돌 스타에 못지않다. “팝스타처럼 임윤찬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도 있다”는 미국 뉴욕타임스(NYT) 보도는 과장이 아니다. 티켓 파워 측면에서 임윤찬과 쌍벽을 이루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팬과도 성격이 다르다. 이런 '슈퍼스타급 인기'를 누리는 클래식 연주자는 해외에서도 거의 없다. '피아니스트들의 피아니스트'로 불리는 안드라스 쉬프, ‘21세기 피아노의 거장’ 다닐 트리포노프 등이 한국을 방문할 때 신변 보호를 위해 경호원을 요청한 사례는 없다고 한다. 베를린 필 음악감독을 지낸 명장
“음악은 사람의 영혼에 감동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베토벤이 남긴 글이다. 다른 이에게 뜨거운 열정과 강렬한 전율을 전할 때 비로소 음악은 빛이 난다는 얘기다.지난 2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임윤찬(19) 협연의 뮌헨필하모닉 내한 공연은 베토벤이 말한 ‘음악의 힘’을 느낄 수 있는 무대였다. 임윤찬의 연주에 한 중년 여성은 감정에 북받친 듯 눈물을 훔쳤고, 20대 여성들은 “너무 좋아서 쓰러질 뻔했다”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정명훈(70)이 이끈 뮌헨필 연주에도 기립박수가 쏟아졌다.임윤찬이 들려준 곡은 요제피네란 여인에 대한 사랑이 담긴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이었다. 이 작품은 피아노 홀로 첫 소절을 연주하는데, 임윤찬은 유려한 터치와 싱그러운 색채로 청중의 귀를 사로잡았다. 12일 베를린필하모닉과 같은 곡을 협연한 조성진이 세련된 색채와 섬세한 터치로 베토벤의 서정을 살려냈다면, 임윤찬은 톡톡 튀는 명료한 타건과 저돌적인 표현으로 ‘살아 숨 쉬는 베토벤’을 들려줬다.오로지 손의 무게로 만들어낸 간결한 리듬 표현과 수십 개의 음표가 쏟아지는 순간에도 특정 음을 명확히 짚어내는 집중력이 돋보였다. 건반을 스치는 듯한 부드러운 터치로 베토벤의 시적인 정취를 노래하다가 돌연 머리가 크게 흔들릴 정도로 강하게 건반을 내려치며 만들어내는 박진감은 관객의 숨을 앗아갔다. 피아노의 배음과 잔향을 조율하면서 소리의 명도까지 변화시키는 연주에선 그의 음악적 표현 폭이 얼마나 넓은지 가늠해볼 수 있었다.카덴차(무반주 독주)에선 자유자재로 변화하는 템포, 고음과 저음의 색채 대비, 깨끗한 터치의 트릴(두 음을 교
“음악은 사람의 영혼에 감동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베토벤이 남긴 글이다. 다른 이에게 뜨거운 열정과 강렬한 전율을 전달할 때 비로소 음악은 빛이 난다는 얘기다. 지난 2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임윤찬 협연의 뮌헨 필하모닉(정명훈 지휘) 내한 공연은 베토벤이 말한 '음악의 힘'을 느낄 수 있었던 무대였다. 임윤찬의 연주에 한 중년 여성은 감정에 북받친 듯 눈물을 훔쳤고, 20대 여성들은 "너무 좋아서 쓰러질 뻔했다"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정명훈이 이끄는 뮌헨 필 연주에는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이들의 음악이 청중들의 영혼에 감동을 불러일으켰다는 말이다. 오후 5시. 눈가를 덮을 정도로 앞머리를 기른 임윤찬은 잠시 숨을 고르더니 건반 위에 손을 올렸다. 그가 들려준 곡은 요제피네란 여인에 대한 사랑과 미래에 대한 희망이 녹아있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이었다. 이 작품은 피아노 홀로 첫 소절을 연주하는데, 임윤찬은 부드러우면서도 유려한 터치와 싱그러운 색채로 단번에 청중의 귀를 사로잡았다. 지난 12일 베를린 필하모닉과 같은 곡을 협연한 조성진이 우아하고 세련된 색채와 섬세한 터치로 베토벤의 서정을 살려냈다면, 임윤찬은 톡톡 튀는 명료한 타건과 저돌적인 표현으로 ‘살아 숨 쉬는 베토벤’을 들려줬다.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오로지 손의 무게를 이용해 만들어내는 간결한 리듬 표현과 수십 개의 음표가 쏟아지는 순간에도 특정 음을 명확히 짚어내는 집중력은 내내 돋보였다. 건반을 스치는 듯한 부드러운 터치로 베토벤의 시적인 정취를 노래하다가 돌연 머리가 크게 흔들릴 정도로 강하게 건반을 내려치며 만들어내는 박진감은 관객들의 숨을 앗
“당신의 머리는 내 거야. 그대의 목소리는 향로 같았고, 그대를 볼 때면 신비로운 음악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지. 그런데 왜 나를 보지 않았던 거야? 나를 봤다면 당신도 나를 사랑했을 텐데!” 광기 어린 눈빛으로 목청껏 소리치던 여자가 잘린 남자의 머리를 한 손에 움켜쥔 채 키스를 퍼붓는다. 그를 흠모해온 계부이자 국왕은 “저 여자를 죽이라”고 명령한다. 옆에 서 있던 병사들이 떼로 몰려들어 방패로 그녀를 찍어 누른다. 얼마나 지났을까. 격렬한 움직임이 점차 둔해지고 사람들은 침묵에 쌓인다. 알프레도 히치콕 감독의 ‘싸이코’ 같은 공포 스릴러 영화 속 한 장면이 아니다. ‘바그너 이후 가장 위대한 독일 작곡가’로 불리는 거장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살로메’의 결말이다. 이 작품이 쓰인 지는 100년도 넘었다. 살로메엔 인간의 금기가 여럿 담겨 있다. 우선 계부 앞에서 주인공인 살로메가 몸에 걸친 베일을 차례로 벗어던지며 야릇한 몸짓으로 춤추는 장면. 이 연출은 1905년 초연 때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흥행엔 성공했지만, 음악계에선 ‘음란 오페라’라고 낙인찍혔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살로메’ 공연을 27년간 금지했다.“제게 요한의 머리를 주세요” 그녀의 위험한 구애스토리는 더 그렇다. 헤롯왕의 의붓딸인 살로메가 춤을 춘 대가로 세례 요한의 잘린 머리를 요구했다는 신약성서 속 한 구절이 소재다. 영국 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탐미주의적 경향이 짙게 밴 동명 희곡을 바탕으로 했는데, 살로메를 갈구하는 두 남자의 뜨거운 시선으로 첫 장을 연다. 궁전에서 열린 화려한 연회장. 헤롯왕이 연신 자신의 의붓딸인 살로메에게 추파를 던지고, 궁전
“스트라디바리우스는 노래를 부르고, 과르니에리는 말을 한다.”러시아 출신 유명 바이올리니스트 바딤 레핀이 남긴 말이다. 이탈리아 악기 명인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1644~1737)가 만든 ‘스트라디바리우스’와 주세페 과르니에리(1698~1744)가 제작한 ‘과르니에리 델 제수’(사진)는 바이올린계의 ‘양대 명기(名器)’로 꼽힌다. 전설의 바이올리니스트 니콜로 파가니니부터 아이작 스턴, 야샤 하이페츠, 정경화까지 소위 ‘거장’ 중에 이들 악기를 들지 않은 이는 거의 없다.하지만 원한다고 쥘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바이올린이 많지 않아서다. 40대에 요절한 과르니에리가 제작한 바이올린은 150여 대뿐이다. 스트라디바리는 바이올린 첼로 하프 등 모두 1100여 대를 만들었지만, 지금 남아 있는 건 600여 대가 전부다. 그마저도 수집가들이 개인 소장하는 경우가 많아 대중이 볼 기회는 거의 없다.1980년 문을 연 일본 현악기 전문점 닛폰 바이올린이 오는 25~27일 서울 양재동 SCC 선 아트홀에서 ‘스트라디바리우스’ ‘과르니에리 델 제수’를 전시한다는 소식에 국내 클래식 음악계가 흥분한 이유다. 이번 전시회에는 1000만달러(약 130억원)를 웃도는 1732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레드 다이아몬드’가 나온다.함께 들어오는 과르니에리 델 제수의 제작 연도와 이름은 전시 당일 현장에서 공개한다. 과르니에리가 스트라디바리우스보다 희소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 가치는 레드 다이아몬드와 비슷하거나 높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여성적이면서도 섬세한 음색이, 과르니에리는 남성적이면서도 풍부한 울림이 특
“스트라디바리우스는 노래를 부르고, 과르네리는 말을 한다.” 러시아 출신 명바이올리니스트 바딤 레핀이 남긴 말이다. 이탈리아 악기 명인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1644~1737)가 만든 ‘스트라디바리우스’와 주세페 과르네리(1698~1744)가 제작한 ‘과르네리 델 제수’는 바이올린계의 ‘양대 명기(名器)’로 꼽힌다. 전설의 바이올리니스트 니콜로 파가니니부터 아이작 스턴, 야샤 하이페츠, 정경화까지 소위 '거장' 중에 이들 악기를 들지 않은 이는 거의 없다. 하지만 원한다고 쥘 수 있는 건 아니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바이올린이 많지 않아서다. 40대에 요절한 과르네리가 제작한 바이올린은 150여 대 뿐이다. 스트라디바리는 바이올린 첼로 하프 등 모두 1100여 대를 만들었지만, 지금 있는 건 600여 대가 전부다. 그마저도 수집가들이 개인 소장하는 경우가 많아 대중들이 볼 기회는 거의 없다. 1980년 문을 연 일본 현악기 전문점 닛폰 바이올린이 25~27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SCC 선 아트홀에서 ‘스트라디바리우스’ '과르네리 델 제수'를 전시한다는 소식에 국내 클래식 음악계가 흥분한 이유다. 이번 전시회에는 1000만달러(약 130억원)를 웃도는 1732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레드 다이아몬드'가 나온다. 함께 들어오는 과르네리 델 제수의 제작 연도와 명칭은 전시 당일 현장에서 공개한다. 과르네리가 스트라디바리우스보다 희소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 가치는 '레드 다이아몬드'와 비슷하거나 높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여성적이면서도 섬세한 음색을, 과르네리는 남성적이면서도 풍부한 울림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에선 이탈리아 나폴리 지역 야누아리우스 갈리아노의 1778년산
“K팝 무대는 노래, 춤, 시각효과 등 모든 면에서 완벽합니다. 1초도 팬들을 실망하게 하지 않죠. 그들을 보면 ‘나도 이렇게 열심히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지난 18일 태국 방콕에 있는 대형 공연장 임팩트아레나 챌린저 홀3 앞에서 만난 태국인 엠마(29)는 “K팝은 음악의 한 장르를 넘어 태국인의 일상에 녹아든 하나의 문화가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공연 프로모터 나인원나인919이 방콕에서 연 K팝 축제 ‘슈퍼사운드 페스티벌’에서 가수 지코가 히트곡 ‘새삥’을 부르자 1만2000여 명의 관중은 목이 터져라 한국어 가사를 떼창했다. 한국어로 쓴 플래카드를 가수들이 볼 수 있도록 공연 내내 까치발을 들면서 땀을 뻘뻘 흘리는 소녀팬도 여럿 보였다.공연장에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일본 등에서 온 팬들도 있었다. 일본에서 비행기로 일곱 시간을 날아왔다는 세이치(35)는 “K팝 가수들의 노래, 춤 실력은 다른 나라 가수들과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일본에서도 K팝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합니다. 젊은 사람들은 그들의 노래를 부르는 걸 넘어 옷, 머리 스타일까지 똑같이 따라 하면서 닮고 싶어 해요. 10~30대의 ‘워너비 아이콘’인 셈이죠.”올해 처음 열린 슈퍼사운드 페스티벌은 아시아가 사랑하는 K팝 가수를 선정하고 공연하는 음악 축제다. 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여섯 국가가 참여한 조직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최종 선발된 가수만이 공연에 참여할 수 있다. 유튜브 트위터 등 SNS 조회수, 현지 공연 횟수, 음반 판매량과 스트리밍 횟수, 디지털 음원 다운로드 횟수 등을 평가 기준으로 삼는다.이날 공연
피는 물보다 진하다. 혈연으로 뭉친 사이엔 그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무언가가 있다. 합(合)이 중요한 클래식 음악계에서 핏줄로 맺어진 실력파 앙상블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영국 출신 2중주팀 스콧브라더스듀오도 그중 하나다. 닮은 외모 때문에 종종 쌍둥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이들은 세 살 터울 형제다. 형 조너선 스콧(45·오른쪽)과 동생 톰 스콧(42)으로 이뤄진 이 듀오의 주 종목은 피아노, 파이프 오르간, 인도 전통 악기 하모니움 등 건반악기다.스콧브라더스듀오가 처음 한국을 찾는다. 2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리사이틀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다. 한국경제신문과 서면으로 만난 듀오는 “음악은 언제나 신선하고 생동감 넘쳐야 한다”며 “우리가 매일 새로운 악기 조합과 작품을 고민하고, 색다른 연주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고민하는 이유”라고 했다.오랜 기간 호흡하면서 서로 돋보이고 싶거나, 음악적 의견이 맞지 않아 어려움을 겪은 순간은 없을까. 조너선 스콧은 “우린 단 한 번도 서로에게 경쟁의식이나 우월감 같은 걸 가져본 적이 없다”고 했다. “말 그대로 형제인데 누가 더 잘하냐, 누구 의견이 옳은가 등을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음악적 결과물을 위해선 더더욱 득이 될 게 없죠. 우리는 서로에게 최고의 파트너가 되는 데 몰두해왔습니다. 주변에선 우리 둘 사이에 텔레파시가 통하는 것 같다고 말하더라고요. 하하.”(조너선) 톰도 “우리의 연주 스타일은 완전히 다르지만 항상 서로를 지지한다”며 맞장구쳤다.이번 내한 공연에선 조너선은 오르간을, 톰은 피아노를 맡는다. 레퍼토리는 조너선이
“K팝 가수들의 무대는 노래, 춤, 시각효과 등 모든 면에서 완벽해요. 1초도 팬들을 실망하게 하지 않죠. 그들을 보면 나도 이렇게 열심히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18일 저녁 6시(현지시간) 태국 방콕에 있는 대규모 공연장 임팩트아레나 챌린저 홀3 앞에서 만난 태국 여성 엠마 씨(29)는 “이제 K팝은 음악의 한 장르를 넘어 태국인의 일상에 녹아든 하나의 문화가 됐다. 어린아이부터 할머니까지 모든 사람이 K팝을 듣고 즐거워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공연기획사인 나인원나인919가 태국 방콕에서 주최한 K팝 축제 ‘슈퍼사운드 페스티벌’에서 가수 지코가 히트곡 ‘새삥’을 부르자 1만2000여 명의 관중은 목이 터져라 한국어 가사를 ‘떼창’했다. 팬들은 각자 좋아하는 아이돌의 응원봉을 한 손에 쥔 채 연신 포인트 안무를 따라 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K팝 가수가 한국어로 꾹꾹 눌러쓴 플래카드를 볼 수 있도록 공연 내내 까치발을 들면서 땀을 뻘뻘 흘리는 소녀팬들도 여럿 보였다. 공연장에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일본 등에서 몰려온 팬들도 있었다. 일본에서 비행기로 7시간을 날아왔다는 세이치 씨(35)는 “K팝 가수들의 노래, 춤 실력은 다른 나라 가수들과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일본에서도 K팝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합니다. 젊은 사람들은 그들의 노래를 따라부르는 걸 넘어 옷, 머리 스타일까지 똑같이 따라 하면서 닮고 싶어해요. 10∼30대의 ‘워너비 아이콘’이라고 할까요?” 올해 처음 열린 ‘슈퍼사운드 페스티벌’은 각국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K팝 가수를 선정해 상을 수여하고, 이들의 공연을 선보이는 음악 축제다. 한국과 수교 65주년을 맞은 태국을 첫 개최
유서 깊은 오케스트라들은 저마다 특별한 흔적을 자랑한다. 악단에 몸담은 음악가들의 이상(理想)이 음질과 음색에 켜켜이 쌓인 결과다. 280년 역사의 독일 명문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는 그 옛날 멘델스존이 카펠마이스터(음악감독)로 활약한 악단이다. 로베르트 슈만의 아내이자 당대 유명 피아니스트였던 클라라 슈만이 수시로 협연한 악단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가 12년 만에 내한한다는 소식에 공연 첫날부터 클래식 애호가들이 반색한 이유다. 지난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지 불과 사흘 만에 또다시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의 솔리스트로 무대에 오른 조성진은 얼굴에 여유로운 미소를 지은 채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가 들려준 곡은 슈만의 유일한 피아노 협주곡이었다. 슈만이 아내 클라라를 위해 모티브를 쓴 곡으로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사이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성진은 첫 소절부터 반동에 몸이 튀어 오를 만큼 강하게 건반을 내려치면서 극적인 역동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다가도 금세 부드러운 손 움직임과 우아하면서도 세련된 음색으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선율을 조형해내면서 슈만의 다채로운 감정선을 살려냈다. 건반을 누르는 깊이와 무게, 피아노의 배음과 잔향의 효과를 아주 세밀하게 조율하면서 때론 꿈꾸는 듯한 몽환적인 잔상으로, 때론 폭풍우 같은 강렬한 에너지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선사했다. 슈만 작품 특유의 독특한 리듬 표현이 다소 불분명하게 들리는 구간이 더러 있긴 했지만, 전체 흐름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다. 철두철미한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가
1986년 레너드 번스타인이 지휘하는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도중 바이올린 줄이 두 차례 끊어졌음에도 악장, 부악장의 악기를 빌려 끝까지 훌륭한 연주를 선보이면서 세계가 주목하는 연주자로 떠오른 인물이 있다. 일본 출신의 명(名)바이올리니스트 미도리(1971~)다. 그의 나이 불과 열다섯 살 때의 일이다. 세 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시작한 그는 열한 살 때 전설적인 지휘자 주빈 메타가 이끄는 뉴욕 필하모닉과 협연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2001년엔 전도유망한 연주자에게 수여하는 에이버리 피셔상의 주인공이 됐다. 그가 지금껏 발표한 음반은 모두 20여 장. 크리스토프 에셴바흐 지휘의 NDR 교향악단과 녹음한 힌데미트 바이올린 협주곡 음반은 그의 명반으로 꼽힌다. 미도리는 이 음반으로 미국 그래미상을 차지했다. 미도리가 한국을 찾는다. 그는 오는 25~26일 열리는 KBS교향악단 공연에서 버르토크 바이올린 협주곡 2번을 들려줄 예정이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유서 깊은 오케스트라들은 저마다 특별한 흔적을 자랑한다. 악단에 몸담은 음악가들의 이상(理想)이 음질과 음색에 켜켜이 쌓인 결과다. 280년 역사의 독일 명문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는 그 옛날 멘델스존이 카펠마이스터(음악감독)로 활약한 악단이다. 로베르트 슈만의 아내이자 당대 유명 피아니스트였던 클라라 슈만이 수시로 협연한 악단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가 12년 만에 내한한다는 소식에 공연 첫날부터 클래식 애호가들이 반색한 이유다. 지난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지 불과 사흘 만에 또다시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의 솔리스트로 무대에 오른 조성진은 얼굴에 여유로운 미소를 지은 채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가 들려준 곡은 슈만의 유일한 피아노 협주곡이었다. 슈만이 아내 클라라를 위해 모티브를 쓴 곡으로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사이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성진은 첫 소절부터 반동에 몸이 튀어 오를 만큼 강하게 건반을 내려치면서 극적인 역동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다가도 금세 부드러운 손 움직임과 우아하면서도 세련된 음색으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선율을 조형해내면서 슈만의 다채로운 감정선을 살려냈다. 건반을 누르는 깊이와 무게, 피아노의 배음과 잔향의 효과를 아주 세밀하게 조율하면서 때론 꿈꾸는 듯한 몽환적인 잔상으로, 때론 폭풍우 같은 강렬한 에너지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선사했다. 슈만 작품 특유의 독특한 리듬 표현이 다소 불분명하게 들리는 구간이 더러 있긴 했지만, 전체 흐름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다. 철두철미한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가
줄리안 코바체프 전 대구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가 별세했다. 향년 68세.13일 클래식 음악계에 따르면 코바체프 전 대구시향 상임지휘자는 전날 저녁 대구 북구 침산동 자택에서 쓰러진 뒤 지인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코바체프는 대구시향의 ‘히딩크’ 같은 인물이다. 2014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대구시향 제10대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활동한 그는 재임 기간 여러 차례 공연 전석 매진 기록을 세우면서 클래식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지역 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명예시민증을 받은 그는 퇴임 이후에도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대구에 머물렀다.불가리아 소피아에서 태어나 바이올린을 배운 코바체프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음악대학에서 공부했다. 열여덟 살 때 카라얀재단 장학금을 받아 베를린으로 유학을 떠난 그는 헤르베르트 알렌도르프,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을 사사했다.김수현 기자
줄리안 코바체프(독일) 전 대구시향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가 별세했다. 향년 68세. 13일 클래식 음악계에 따르면 코바체프 전 대구시향 상임지휘자는 전날 저녁 대구 북구 침산동 자택에서 쓰러진 뒤 지인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코바체프는 대구시립교향악단의 ‘히딩크’ 같은 인물이다. 2014년 4월부터 지난 3월까지 대구시향 제10대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활동한 그는 재임 기간 여러 차례 공연 전석 매진 기록을 세우면서 클래식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지역 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명예시민증을 받은 그는 퇴임 이후에도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대구에 머물러 왔다.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태어나 바이올린을 배운 코바체프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음악대학에서 공부했다. 열여덟 살 때 카라얀 재단 장학금을 받아 베를린으로 유학을 떠난 그는 헤르베르트 알렌도르프,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을 사사했다. 1984년 카라얀 지휘 콩쿠르에서 입상한 그는 불가리아 소피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객원 감독,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베르디 극장 수석 객원 감독 등을 지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범접할 수 없는 사운드, 완벽한 테크닉, 빈틈없는 호흡.’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100년 넘게 세계 최정상 악단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이유다. 1882년 창단해 푸르트벵글러, 카라얀, 아바도 등 전설적인 지휘자들이 이끌어온 베를린 필이 6년 만에 내한한다는 소식에 지난 11일 서울 예술의전당은 공연 시작 1시간30분 전부터 인파로 북적였다. 유명 협연자 없이도 이토록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린 건 러시아 출신 명장(名匠) 키릴 페트렌코의 존재 때문이었다. 2019년부터 악단의 열두 번째 상임지휘자 겸 예술감독을 맡은 인물이자 현시점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지휘자로 평가받는 그가 새롭게 만들어낸 베를린 필의 소리를 기대하는 클래식 애호가가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다. 첫 곡은 모차르트 교향곡 29번이었다. 페트렌코는 첫 소절부터 각 악기군의 소리를 섬세하게 조율하면서 견고한 음향을 만들어냈다. 현의 경쾌한 음색과 오보에가 만들어내는 명료한 선율, 호른이 펼쳐내는 풍성한 울림은 탄탄한 균형을 이루면서 모차르트 특유의 생기 있으면서도 우아한 에너지를 살려냈다. 이따금 들리는 호른 수석의 실수가 아쉽긴 했으나, 전체 구조는 흔들리는 법이 없었다. 현대음악 작곡가 베르크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세 개의 작품’에선 베를린 필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짜임새와 구성이 복잡해 자칫 난잡하다는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작품이지만, 페트렌코는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악구의 흐름을 긴밀히 조형하면서 음악적 긴장감을 살려냈다. ‘전주곡’에선 격렬한 악상을 전면에 드러냈고, ‘원무’에선 춤곡 모티브를 또렷하게 짚어내면서 신비로운 역동감을 불러일으켰다. ‘행진
'범접할 수 없는 독일 사운드, 완벽한 테크닉, 빈틈없는 호흡'. 독일 명문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100년 넘게 세계 최정상급 악단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이유다. 1882년 창단해 푸르트벵글러, 카라얀, 아바도 등 전설적인 지휘자들이 이끌어온 베를린 필이 2017년 이후 6년 만에 내한한다는 소식에 지난 11일 서울 예술의전당은 공연 시작 1시간 30분 전부터 인파로 북적였다. 팬덤을 몰고 다니는 유명 협연자 없이도 이토록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린 건 러시아 출신 명장(名匠) 키릴 페트렌코의 존재 때문이었다. 2019년부터 악단의 열두 번째 상임지휘자 겸 예술감독을 맡은 인물이자 현시점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지휘자로 평가받는 그가 새롭게 만들어낸 베를린 필의 소리를 기대하는 클래식 애호가들이 그만큼 많았단 얘기다. 첫 곡은 모차르트가 열여덟 살 때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양식을 조화롭게 융합해 쓴 교향곡 29번이었다. 현과 두 대의 오보에, 두 대의 호른이 전부인 편성이지만 페트렌코는 첫 소절부터 각 악기군의 소리를 섬세하게 조율하면서 견고한 음향을 만들어냈다. 현의 유려하면서도 경쾌한 음색과 오보에가 만들어내는 명료한 선율, 호른이 펼쳐내는 풍성한 울림은 시종 탄탄한 균형을 이루면서 모차르트 특유의 생기 있으면서도 우아한 에너지를 펼쳐냈다. 이따금 들리는 호른 수석의 실수가 아쉽긴 했으나 그러한 순간에도 전체 구조는 흔들리는 법이 없었다. 다음 곡은 쇤베르크, 말러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은 현대음악 작곡가 베르크가 1915년에 쓴 ‘오케스트라를 위한 세 개의 작품’. 짜임새나 구성이 극도로 복잡해 자칫하면 난잡하단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작품이지만, 페트렌
피아니스트 조성진(29)이 내년부터 세계 최정상 악단인 베를린필하모닉의 상주 음악가로 활동한다. 한국인이 베를린필 상주 음악가로 발탁된 건 조성진이 처음이다. 아시아 연주자로는 일본 피아니스트 우치다 미츠코에 이어 두 번째다. 안드레아 쥐츠만 베를린필 대표는 10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궁화홀에서 열린 베를린필의 내한 공연 간담회에서 “조성진은 매우 직관적인 연주자”라며 “내년부터 베를린필 상주 음악가로 함께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조성진과 베를린필은 특별한 기회에 첫 협연을 한 만큼 특별한 관계라고 생각한다”며 “조성진은 음악가로서 더 다양한 면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주 음악가는 베를린필과 정기적으로 협연하고 실내악에도 참여한다. 카라얀아카데미 교류 프로그램에도 원하면 참여하게 된다. 조성진은 6년 전 피아니스트 랑랑의 ‘대타’로 라벨의 피아노협주곡을 협연하면서 베를린필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2020년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지털 콘서트홀 녹화 공연에서 베를린필과 다시 호흡을 맞췄다. 올해 베를린필의 내한 공연에선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4번을 들려준다. 조성진은 “처음 베를린필과 만났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많은 연주자가 베를린필과 협연하는 게 꿈이라고 할 만큼 대단한 오케스트라잖아요. 설레지만 긴장도 많이 됐죠. 세계에서 가장 연주를 잘하고, 특별한 사운드를 지닌 베를린필과 또다시 연주할 수 있게 돼 영광입니다. 이번엔 가장 좋아하는 협주곡 중 하나인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4번으로 합을 맞출 수 있어 더 기뻐요.” 2019년부터 이 악단의 열두 번째 상임지휘자
피아니스트 조성진(29)이 내년부터 세계 최정상 악단인 베를린필하모닉의 상주 음악가로 활동한다. 한국인이 베를린필 상주 음악가로 발탁된 건 조성진이 처음이다. 아시아 연주자로는 일본 피아니스트 우치다 미츠코에 이어 두 번째다.안드레아 쥐츠만 베를린필 대표는 10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궁화홀에서 열린 베를린필의 내한 공연 간담회에서 “조성진은 매우 직관적인 연주자”라며 “내년부터 베를린필 상주 음악가로 함께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조성진과 베를린필은 특별한 기회에 첫 협연을 한 만큼 특별한 관계라고 생각한다”며 “조성진은 음악가로서 더 다양한 면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상주 음악가는 베를린필과 정기적으로 협연하고 실내악에도 참여한다. 카라얀아카데미 교류 프로그램에도 원하면 참여하게 된다.조성진은 6년 전 피아니스트 랑랑의 ‘대타’로 라벨의 피아노협주곡을 협연하면서 베를린필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2020년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지털 콘서트홀 녹화 공연에서 베를린필과 다시 호흡을 맞췄다. 올해 베를린필의 내한 공연에선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4번을 들려준다.조성진은 “처음 베를린필과 만났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많은 연주자가 베를린필과 협연하는 게 꿈이라고 할 만큼 대단한 오케스트라잖아요. 설레지만 긴장도 많이 됐죠. 세계에서 가장 연주를 잘하고, 특별한 사운드를 지닌 베를린필과 또다시 연주할 수 있게 돼 영광입니다. 이번엔 가장 좋아하는 협주곡 중 하나인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4번으로 합을 맞출 수 있어 더 기뻐요.”2019년부
"당신의 머리는 내 거야. 그대의 목소리는 향로 같았고, 그대를 볼 때면 신비로운 음악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지. 그런데 왜 나를 보지 않았던 거야? 나를 봤다면 당신도 나를 사랑했을 텐데!" 광기 어린 눈빛으로 목청껏 소리치던 여자는 잘린 남자의 머리를 한 손에 움켜쥔 채 키스를 퍼붓는다. 검붉은 핏방울이 여기저기로 튀어 오르고, 옷 전체가 핏빛으로 흥건해질 때까지 그녀의 기이한 행동이 계속되자, 그를 흠모해온 계부(繼父)인 국왕은 “저 여자를 죽이라”고 명령한다. 이에 옆에 서 있던 병사들이 떼로 몰려들어 방패로 그녀를 찍어 누른다. 얼마나 지났을까. 격렬한 움직임이 점차 둔해지고 인파 속에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히치콕 감독의 ‘싸이코’ 같은 공포 스릴러 영화 속 한 장면이 아니다. 무려 ‘바그너 이후 가장 위대한 독일 작곡가’로 불리는 거장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100여 년 전 선보인 파격의 오페라 ‘살로메’의 결말이다. 이 오페라엔 인간이 해선 안 될 것들이 여럿 담겨있다. 계부의 요청에 주인공인 살로메가 몸에 걸친 베일을 차례로 벗어던지며 야릇한 몸짓으로 춤추는 장면도 무대 위에서 여과 없이 연출된다. 지금도 쉬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이 작품이 1905년 초연 때 예술계에서 환영받을 리 없었다.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클래식 음악계에선 ‘음란한 오페라’라고 낙인찍힌 문제작이었다. 실제로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살로메’ 공연을 27년이나 금지했다. 이야기를 보면 누구나 경악할 만하다. 헤롯왕의 의붓딸인 살로메가 춤을 춘 대가로 세례 요한의 잘린 머리를 요구했다는 신약성서 속 한 구절이 소재다.
2017년 영국 런던 BBC 프롬스 무대에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대한 항의 표시로 유럽연합(EU)의 공식 국가인 베토벤 ‘환희의 송가’ 편곡 버전을 앙코르로 연주하며 세계의 이목을 끈 피아니스트가 있다. 러시아 출신의 독일 피아니스트 이고르 레비트(1987~)다. 그는 폭발적인 연주력으로 청중을 압도하고, 뚜렷한 주관으로 사회 현안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며 세상의 변화를 촉구해 온 예술가다.세 살 때 피아노를 시작한 그는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하노버 음대에서 수학했다. 레비트는 2005년 최연소로 참가한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준우승과 함께 청중상, 실내악 부문 특별상, 현대 작품 최고 연주상을 차지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2019년 소니 레이블로 내놓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음반으로 미국 뉴욕타임스(NYT) 선정 ‘올해의 레코딩’, 영국 더타임스 선정 ‘올해의 클래식 음반’ 등 국제적 권위의 음악상을 휩쓸면서 현존 최고의 베토벤 스페셜리스트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그가 한국을 찾는다. 오는 2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리사이틀에서 리스트 피아노 소나타 등을 들려준다.김수현 기자
피아니스트 정규빈(26)이 지난 4일 경남 통영국제음악당에서 폐막한 ‘2023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정규빈은 이날 결선 무대에서 이승원이 지휘하는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TFO)와 함께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했다. 윤이상콩쿠르 우승자에겐 상금 3000만원과 예술요원 병역특례 혜택이 주어진다. 정규빈은 우승 직후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준비한 모든 곡을 연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영광이었는데, 생각하지도 못한 큰 상까지 받게 돼 얼떨떨하면서도 기쁘다”며 “연주할 때 기교적인 요소보다는 작곡가의 목소리가 청중에게 온전히 전해지도록 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윤이상콩쿠르는 통영 출신의 세계적 작곡가 고(故) 윤이상을 기리기 위해 2003년 시작됐다. 국내에서 최초로 유네스코 산하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WFIMC)에 가입한 콩쿠르로 매년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 부문이 번갈아 열린다. 러시아 차이콥스키콩쿠르 우승자 나레크 하크나자리안(2006·첼로), 영국 리즈콩쿠르 우승자 소피아 굴리악(2008·피아노) 등 명연주자들이 이 콩쿠르를 거쳤다. 바로 전 대회인 2019년 윤이상콩쿠르(피아노 부문)에선 지난해 미국 밴 클라이번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임윤찬(19)이 1위에 올랐다. 정규빈에게 “임윤찬이 우승한 콩쿠르에서 그다음으로 1위에 오른 것에 대한 부담은 없냐”고 묻자 “임윤찬은 감히 내가 실력으로 견줄 수 없는 천재적인 아티스트”라는 답이 돌아왔다. “임윤찬은 테크닉이 좋은 것은 물론이고 건반을 내려치는 순간부터 자기만의 음악 세계로 완전히 빠져들어 단숨에 청중을 장악하죠. 피아니스트라면 누구나 가지고 싶지만 아무
피아니스트 정규빈(26·사진)이 4일 경남 통영국제음악당에서 폐막한 ‘2023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는 통영 출신 세계적 작곡가인 고(故) 윤이상을 기리기 위해 2003년 시작한 콩쿠르다. 국내에서 최초로 유네스코 산하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WFIMC)에 가입한 콩쿠르로 매년 피아노·바이올린·첼로 부문이 번갈아 열린다. 직전 2019년 피아노 부문 대회에서는 미국 밴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임윤찬 외에도 러시아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 나레크 하크나자리안(2006·첼로), 영국 리즈 콩쿠르 우승자 소피아 굴리악(2008·피아노) 같은 명연주자들이 이 콩쿠르를 거쳤다. 정규빈은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은 피아니스트다. 예원학교, 서울예고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김대진을 사사한 정규빈은 2016년 일본 도쿄 음악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렸다. 현재는 독일 뮌헨 국립 음악대학의 안티 시랄라 교수 문하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정규빈은 이날 결선 무대에서 이승원이 지휘하는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TFO)와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했다.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우승자에겐 3000만원의 상금과 함께 예술요원 병역특례 혜택이 주어진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미도리가 한국을 찾는다. 오는 2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26일 경기 아트센터인천에서 열리는 KBS교향악단 공연의 협연자로 나서기 위해서다. 이번 공연의 지휘봉은 도이치 캄머 필하모닉 음악감독, 예테보리 심포니 수석지휘자, 스위스 베른 심포니 예술감독 등을 지낸 스위스 마에스트로 마리오 벤자고가 잡는다. 미도리는 11세 때 명장 주빈 메타가 지휘하는 뉴욕 필하모닉과 협연하면서 세계 무대에 데뷔한 천재 바이올리니스트다. 15세 때인 1986년 탱글우드 음악제에서 레너드 번스타인이 지휘하는 보스턴 심포니와 공연 도중 바이올린 현이 두 차례나 끊어졌지만, 악장과 부악장의 악기를 빌려 끝까지 연주를 이어가면서 세계가 주목하는 바이올리니스트로 부상했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1면 기사에서 미도리의 연주를 다루면서 “15세의 소녀가 3개의 바이올린으로 탱글우드를 정복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1988년엔 안네 소피 무터, 정경화, 손넨버그 등과 함께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5대 여자 바이올리니스트로 선정됐다. 우아한 음색과 완벽에 가까운 기교로 유명한 그는 클라우디오 아바도, 레너드 번스타인, 마리스 얀손스, 주빈 메타 등 전설적인 지휘자들과 꾸준히 호흡하며 명성을 쌓아왔다. 빈 필하모닉, 베를린 필하모닉 등 세계 최정상급의 악단과 협연한 그가 지금껏 발표한 음반은 모두 20여장. 크리스토프 에셴바흐 지휘의 NDR 교향악단과 협연한 힌데미트 바이올린 협주곡 음반이 그의 명반으로 꼽힌다. 미도리는 이 음반으로 그래미상을 안았다. 이번 공연에서 미도리는 버르토크 바이올린 협주곡 2번을 들려준다. 헝가리의 국민 음악가인 버르토크의
영국 출신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59·사진)의 이름 앞엔 항상 따라붙는 수식어가 있다. ‘노래하는 인문학자’ ‘박사 테너’다. 음악을 전공하지 않고 케임브리지대에서 철학 석사, 옥스퍼드대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은 경력 때문이다. 1993년 스물아홉 살이 돼서야 테너의 길을 걷기 시작했지만 데뷔 3년 만에 그라모폰 솔로 보컬상을 차지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이후 그래미상, 그라모폰 베스트 솔로 보컬상 등을 휩쓸며 세계적 테너 반열에 올라섰다. 보스트리지가 세종솔로이스츠 음악 축제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다. 오는 9일 서울 거암아트홀에서 인문학 강연을 하고, 1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벤저민 브리튼의 ‘일뤼미나시옹’을 들려준다. 베를린 필하모닉, 로열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 등 세계 최정상급 악단과 호흡을 맞춘 그의 시그니처 레퍼토리다. 그는 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음악은 인간의 영역인 동시에 인간을 초월하는 무언가”라며 “인간과 인간적이지 않은 두 세계를 이어주는 특별한 존재”라고 했다. “우리가 역사와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고, 도덕적인 인간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또는 어떤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인문학만으로 충분치 않습니다. 음악과 인문학 어느 한쪽도 놓지 않고 제 삶의 동반자로 두는 이유입니다.” 이번 공연에서 그가 들려주는 ‘일뤼미나시옹’은 영국을 대표하는 20세기 작곡가 브리튼이 프랑스 천재 시인 랭보의 동명 시집에서 발췌한 아홉 개의 산문시에 선율을 붙인 작품이다. 그는 “이 작품엔 단어의 뜻을 몰라도 듣는 것만으로 바로 이해되는 소리의 세계가 담겨 있
임윤찬의 스승인 피아니스트 손민수부터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빛낸 정상급 소프라노 박혜상, 바이올린 여제 정경화까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 연주자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3~9일 포항문화예술회관 등 경북 포항시 일원에서 열리는 ‘2023 포항음악제’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다. 2021년 포항시와 포스코그룹의 지원으로 시작한 이 음악제의 올해 주제는 ‘신세계? 신세계!’다. 포항 출신 첼리스트 박유신이 예술감독을 맡았다. 이번 음악제는 포항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피아니스트 손민수와 합을 맞추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 연주로 문을 연다. 지휘자 없이 오케스트라 단원 모두가 자리에 일어서서 연주하는 독특한 형식의 무대다. 6일에는 스페인 출신 현악 4중주단 ‘카잘스 콰르텟’이 무대를 채운다. 전설의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의 이름을 따 1997년 창단된 카잘스 콰르텟은 보케리니, 하이든, 베토벤 현악 4중주 작품을 차례로 들려준다. 소프라노 박혜상은 이번 음악제에서 레스피기 ‘석양’(5일), 슈베르트 ‘강 위에서’(7일) 등을 부른다. 8일엔 거장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무대에 오른다. 피아니스트 김태형과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2번, 그리그 바이올린 소나타 3번,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 등으로 호흡을 맞춘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임윤찬의 스승이자 실력파 피아니스트 손민수부터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을 빛낸 정상급 소프라노 박혜상, ‘바이올린 여제’ 정경화까지. 이름만 대면 다 알만한 유명 연주자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오는 3~9일 포항문화예술회관 등 경북 포항시 일원에서 열리는 '2023 포항음악제'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다. 2021년 포항시와 포스코 그룹의 지원으로 시작한 이 음악제의 올해 주제는 ‘신세계? 신세계!’다. 포항 출신 첼리스트 박유신이 예술감독을 맡는다. 이번 음악제는 포항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와 피아니스트 손민수와 합을 맞추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 연주로 문을 연다. 지휘자 없이 오케스트라 단원 모두가 자리에 일어서서 연주하는 독특한 무대다. 6일에는 스페인 출신 현악 4중주단 ‘카잘스 콰르텟’이 무대를 채운다. 전설의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의 이름을 따 1997년 창단된 카잘스 콰르텟은 보케리니, 하이든, 베토벤 현악 4중주 작품을 차례로 들려준다. 소프라노 박혜상은 이번 음악제에서 레스피기 '석양’(5일), 슈베르트 '강 위에서’(7일) 등을 부른다. 8일엔 거장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무대에 오른다. 피아니스트 김태형과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2번, 그리그 바이올린 소나타 3번,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 등을 들려준다. 마지막 날인 9일엔 음악과 춤이 한데 어우러지는 공연 '춤의 제전'이 펼쳐진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토비아스 펠트만·김재영·알렉산드라 코누노바, 비올리스트 리즈 베르토·이한나·아드리앙 라 마르카, 첼리스트 옌스 페터 마인츠·박유신·톨레이프 테덴 등으로 구성된 실내악 팀이 멘델스존과 바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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