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 서울 성북구 간송미술관 뒷마당에는 큰 '가마'가 자리잡고 있었다. 이 가마는 감상용 설치 작품이나 조각품이 아니다. 실제 도자기를 구워내는 데 쓰였다. '성북동 가마'로 이름이 붙은 이 가마는 국립박물관 부설 연구소로 문을 연 한국조형문화연구소가 세운 것이다. 1962년까지 불이 꺼지지 않던 성북동 가마에서는 수많은 조선백자들이 탄생했다. 흰 백자 위에 푸른 글씨로 '북단산장(北壇山莊)'이라는 글자를 새겨넣은 작품도 남았다. 흔히 백자, 청자 혹은 작은 집기류로만 여겨지던 도자기에는 이처럼 많은 역사적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한국 도자 공예의 맥을 잇기 위해 서울 성북동과 대방동 한복판에 가마를 세운 사실을 남겨진 도자 작품들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1950년대에 만들어진 도자기 커피잔 세트를 통해 생활 식기가 현대화된 시점도 추정할 수 있다. 한국 도자 공예의 시작점으로 여겨지는 1950년대부터 전후 복구시대, 현대까지 '한국 도자'를 아우르는 전시가 열렸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개막한 '한국 현대 도자공예: 영원의 지금에서 늘 새로운'이다. 사회와 문화가 발전하고 변화함에 따라 함께 변한 도자 공예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4가지 섹션으로 나뉜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달라진 도자기의 특징들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성북동과 대방동 가마를 중심으로 도자를 만들었던 1950년대 전시장을 지나면 1960~1970년대 작업들이 전시된다. 한국 도자공예가 본격적으로 현대성을 갖추게 된 시기다. 특히 이 시기엔 도자와 회화가 결합된 '도화'가 유행했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가장 탁월한
죽은 이의 소장품을 보관하는 유물함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보여주는 물건이다. 작은 작품을 통해서 관객은 삶과 죽음이 세상 안에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은 작업을 선보이는 공예가 김영옥이 인간과 자연, 삶과 죽음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전시를 열고 있다. 서울 삼청동 호호재서울에서 열고 있는 개인전 ‘오늘과 내일’이다.김영옥은 단조기법을 사용해 유물함(사진)과 함께 다양한 주전자를 제작해 전시에 내놨다. 주전자는 모양이 대칭을 이루고, 어느 부분도 흐트러짐이 없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다도를 좋아하는 그에게 주전자는 중요한 기물이다. 김영옥은 다도를 통해 자연과 인간, 삶의 조화를 추구한다. 그는 인간이 찻잎을 다루고 물을 끓이고 차를 우려내는 과정을 통해 비인간적 존재, 자연과 연결된다고 믿는다.전시 공간인 호호재서울의 1층은 ‘죽음의 미학’이라는 주제로 꾸며졌다. 인간의 근본적 소멸을 작품으로 풀어낸다. 세상에 태어났다가 사라지는 자연스러운 인간의 이치를 공예로 형상화했다. 위로 올라가면 ‘생명의 미학’이 펼쳐진다. 생태적 존재인 인간과 자연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상호 보완관계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김영옥의 철학이 드러난다.그는 전시를 통해 인간이 식기와 음식을 소비하는 것이 생태적 책임의 일환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전시는 12월 6일까지 이어진다.최지희 기자
"와이파이가 내장된 소가 초원에 등장했습니다…" 전시장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TV 화면엔 속보 뉴스가 송출된다. 영상 속 쉴새없이 떠드는 앵커가 내뱉는 말은 인간의 상식을 벗어난다. '소에 와이파이가 달렸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뉴스 화면을 보는 사람들은 순간 '이 뉴스가 진짜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이렇듯 터무니없을 정도의 상식 밖 이야기에도 사람들은 쉽게 흔들리고, 속아넘어간다. 이 뉴스 영상은 당연히 가짜다. 앵커도, 뉴스 속 소들도, 기자도 전부 인공지능(AI)가 만들었다.서울 종로구 삼청동 페레스프로젝트에서 '가짜 뉴스' 실험을 펼친 작가는 홍콩에서 온 1989년생 'MZ 작가' Mak2다. 자신의 한국 첫 개인전 제목도 '와이파이가 내장된 소'로 지었다. 인간들이 얼마나 뉴스와 거짓에 우스울만큼 취약한가에 대해 이야기한다.이처럼 Mak2는 게임, 애니메이션, 뉴스,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외부 요소들을 가져와 꼬집고 비트는 작품을 만드는 작가다. 그가 창조한 회화의 가장 큰 특징은 모두 3분할로 나뉘어져 있다는 것. 분할된 3개의 화면은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다. 당연히 모두 다른 사람이 그린 것이기 때문이다.그는 작가이지만 회화를 그리지 않는다. 아이디어와 화면 이미지만 만든 뒤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을 찾아 그림을 맡긴다. 3분할 그림을 3명의 작가가 그리는 셈이다. 당연하게도 Mak2는 작가들과 실제 만난 적도, 함께 일한 적도 없다. '무작위의 확률'에 작품의 완성도를 맡기는 셈이다.그는 작품의 배경이 될 공간을 시뮬레이션 게임 '심즈'를 통해 만든다. 집, 정원, 마을 등을 게임 세상에서 직접 구현한다. 실제 존재
죽은 이의 소장품을 보관하는 '유물함'은 인간의 삶과 죽음의 경계를 보여주는 물건이다. 작은 작품을 통해서 관객은 삶과 죽음이 세상 안에서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은 작업을 선보이는 공예가 김영옥이 인간과 자연, 삶과 죽음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전시를 열고 있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호호재서울에서 열고 있는 개인전 '오늘과 내일'이다.'손으로 만든 솜씨'라고 불리는 공예에서도 김영옥은 유독 은이라는 재료에 집중했다. 전통적 기법을 사용해 사람들이 일상에서 실제로 쓸 수 있는 작업물을 만들어낸다. 주전자, 접시, 찻잔 등 그가 만드는 작품 대부분이 음식과 음료를 담는 기물들이다. 은은 불순물이 없고 향균 효과가 있기 때문에 식기로 유용하게 쓰이는 재료이기 때문이다.김영옥은 단조기법을 사용해 '완벽한 형태의 주전자'를 제작해 전시에 내놨다. 모양이 대칭을 이루고, 어느 부분도 흐트러짐없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여기에 자연의 일부분을 장식적 요소로 삼았다. 쓰는 사용자와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주전자를 통해 여유와 친근함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 '다도'를 애정하는 작가인 그에게 주전자는 더욱 중요한 기물이다. 김영옥은 다도를 통해 자연과 인간, 삶의 조화를 추구한다. 특히 그는 인간이 찻잎을 다루고 물을 끓이고 차를 우려내는 과정을 통해 비인간적 존재, 자연과 연결된다고 믿는다.전시가 이뤄지는 호호재서울의 1층은 ‘죽음의 미학’이라는 주제로 꾸며졌다. 인간의 근본적 소멸을 작품으로 풀어낸다. 세상에 태어났다 사라지는 자연스러운 인간의 이치를 공예로 형상화했다. 위로 올라가면 '생명의 미학'
2024 미국프로야구(MLB)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LA 다저스의 주축, 메이저리그 최초로 단일 시즌 50-50(50홈런-50도루)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흥행의 주역이 된 사나이, 모든 스포츠 종목을 통틀어 현재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현역 선수….‘야구는 몰라도 그 선수의 이름은 안다’는 오타니 쇼헤이. 그를 조명하는 전시가 한국에서 열리고 있다. 이랜드뮤지엄이 서울 홍대에서 여는 전시 ‘쇼-타임’이다. 전시에서는 슈퍼스타 오타니가 우상으로 생각한 선수들, 야구를 시작할 당시의 일화 등 오타니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소개된다. 그가 경기장에서 신은 신발과 착용한 용품도 만나볼 수 있다.전시장에 들어서면 오타니가 지난 9월 세운 50-50 기록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먼저 전개된다. 인간의 한계를 깼다는 점에서 기록이 가지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들이 “1969년 닐 암스트롱의 달 착륙만큼 경이로운 사건”이라고 했을 정도다.전시장에는 기록 달성 당시 오타니가 신은 신발과 동일한 모델이 공개된다. 운동화 모델명도 그의 이름에서 따와 ‘뉴발란스 오타니1’으로 지었다. 그가 이전 팀인 LA 에인절스 시절부터 신은 모델이다. LA 다저스로 팀을 옮긴 이후에도 신발 로고만 푸른색으로 바꿔 신을 만큼 그의 ‘애착 신발’로 유명하다.2021년 오타니가 착용하던 벨트, 2022년 그가 밟았던 베이스도 관객을 만난다. 전시에 나온 소장품이 일반 대중에게 공개되는 건 이번 전시가 처음이다.50-50 기록을 처음으로 달성한 오타니 외에 메이저리그에서 40-40, 30-30 기록을 각각 최초로 달성한 선수들의 소장품도 전시됐다. 전시회는 오타니가 우상처럼 여기는 ‘
지난 8월 미국 워싱턴DC 허시혼미술관은 50주년 기념전으로 오스제미오스를 집중 조명했다. 그라피티 등 900점이 넘는 작품을 미술관 전체에 펼쳐놓고 30여 년간의 작업 일대기를 훑었다. 비주류 문화로 여겨진 길거리 예술이 미국을 대표하는 대형 미술관을 점령한 순간이었다.동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라는 오스제미오스가 서울 한남동 리만머핀에서 전시회 ‘꿈의 포털’을 열었다. 오스제미오스는 쌍둥이 형제로 이뤄진 작가 듀오의 이름이다. 오스제미오스라는 말 자체가 포르투갈어로 쌍둥이라는 뜻이다. 구스타보 판돌포와 오타비오 판돌포는 일란성 쌍둥이로 1974년 브라질에서 태어났다. 이들 형제는 같은 날 같은 꿈을 자주 꾸고, 같은 때 같은 생각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들은 10대 시절부터 함께 상파울루 길거리에서 그라피티 작품을 그려 넣었다. 한국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상파울루 그라피티로 주목이들에게 그라피티는 자아 표출의 수단이자 예술 세계의 근간이다. 판돌포 형제는 “우리의 뿌리는 영원히 그라피티에 있다”며 “그라피티는 성장기 내내 우리를 둘러싼 문화였고 상파울루 도시 전체가 우리의 스튜디오였다”고 했다. 이들은 “그라피티는 1960년대 미국 뉴욕에서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이어질 만큼 오래된 문화”라며 “일부에서 시작한 일탈이 전 세계를 뒤덮어버릴 정도가 됐으니 하위문화가 아니라 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예술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라피티에 뿌리를 둔 작가인 만큼 오스제미오스는 모든 회화를 스프레이 페인팅으로만 그린다. “캔버스 위에 무언가를 그릴 땐 오직 스프레이만
2024 미국프로야구(MLB)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LA다저스의 주축 선수, 메이저리그 최초 단일 시즌 50-50(50홈런-50도루)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하며 흥행의 주역이 된 사나이, 모든 스포츠 종목을 통틀어 현재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현역 선수 …. 이 대단한 수식어들은 모두 한 사람을 가리킨다. ‘야구는 몰라도 그의 이름은 안다’는 선수. 오타니 쇼헤이(/:)다. 야구 팬은 물론 같은 야구 선수들에게도 사랑받는 쇼헤이를 조명하는 전시가 한국에 열렸다. 이랜드뮤지엄이 서울 홍대에 연 전시 ‘쇼-타임‘이다. 쇼헤이가 오랜 기간 앰버서더로 활동 중인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와 함께 전시를 꾸몄다. 이번 전시에서는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가 우상으로 삼았던 선수들, 야구를 시작할 당시의 일화 등 오타니 쇼헤이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소개된다. 그가 경기에 신고 나서는 신발, 실제 착용했던 용품도 만나볼 수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오타니가 지난 9월에 세운 '50-50' 기록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먼저 전개된다. ‘인간의 한계’를 깼다는 점에서 기록이 가지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미국 현지 언론들이 “1969년 닐 암스트롱의 달 착륙만큼 경이로운 사건”으로 칭했을 정도다. 전시장에는 기록 달성 당시 쇼헤이가 신고 있었던 신발과 동일한 모델이 공개된다. 운동화 모델명도 그의 이름에서 따 와 '뉴발란스 오타니 1'으로 지었다. 그가 이전 팀인 LA 에인절스 시절부터 신었던 모델이다. LA 다저스로 팀을 옮긴 이후에도 신발 로고 색만 푸른색으로 바꿔 신고 있을 만큼 그의 ‘애착 신발’로 유명하다. 50-50 기록을 처음으로 달성
가보지 않은 세상, 겪어보지 못한 시대를 경험하게 만드는 통로. 시대를 불문하고 사진이라는 매체가 해 온 역할이다. 지금 서울 종로구 예화랑의 새 공간에서는 193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격동의 시대를 겪은 한국 사회가 펼쳐진다. ‘20세기를 대변하는 사진가’로 알려진 임응식의 사진 아카이브 전시 '아르스 포토그라피'가 열리면서다.사진가 임응식은 일제강점기였던 1921년 태어났다. 1930년대 중반 만주에서 카메라를 잡고 2001년 세상을 뜨기 전까지 오직 사진에만 매달렸다. 만주부터 강릉까지, 그는 10여 년 동안 다양한 장소에서 사람과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냈다. 하지만 1945년, 태평양 전쟁을 겪으며 카메라와 함께 대부분의 자료들이 불에 타 없어졌다. 그가 가장 활발히 움직였던 1930년대 작품이 많이 남아있지 않은 이유다.분신과도 같던 작품들을 잃은 후 그는 사진에 더욱 매진했다. 서울, 부산, 인천 등 전국 팔도를 쏘다니며 카메라를 들이댔다. 한국전쟁 당시엔 종군 사진기자로 활동했다. '생활주의 리얼리즘'이라 부르는 사진들로 조국이 처한 참혹한 현실을 꾸밈없이 담아냈다. 단순 현장을 생생하게 기록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시대를 살아냐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담아내며 당시 사진들은 역사적 자료가 됐다.임응식은 스스로가 꼭 남겨놓아야겠다고 생각한 존재들엔 모두 렌즈를 들이댔다. 박서보와 같은 유명 작가들, 고건축, 평범한 길거리 모습까지 대상도 가리지 않았다. 그를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2001년 작고 후 손자가 유품을 정리하며 발견한 작품이 무려 8만 장이 넘었을 정도로 그의 70년 사진첩은 방대하다. 이
옷에 주름이 가득 잡혀 있다. 햇빛을 받고 걸어가면 바닥에 옷의 그림자가 비친다. 주름 모양대로 시시각각 그림자가 달라진다. 주름진 옷감과 햇빛이 만들어내는 ‘인간 조명’이다. 스카프에도, 블라우스와 원피스에도, 스커트에도 각기 다른 주름들. 이 모든 의상은 ‘빛을 주름잡는 작가’ 권중모(42)가 삼성물산 브랜드 르베이지와 협업해 만든 컬렉션이다.지난해 르베이지가 권중모와 함께 ‘주름 컬렉션’을 처음 선보이자마자 패션계는 뜨겁게 반응했다. 세 번째 시즌을 거치며 공개되는 족족 의상과 소품이 ‘완판’됐다. “한국의 이세이 미야케가 나타났다”는 호평이 쏟아지곤 했다. 하지만 권중모는 호들갑 섞인 칭찬에도 동요하는 기색이라곤 없었다. 어떤 경로를 통해 자신을 알게 됐든 ‘한지공예가’라는 정체성만이 그를 이루고 있다고 했다. 완연한 가을바람이 불던 날, 권중모의 디자인 컬렉션이 가득한 서울 한남동 ZIP739에서 그를 만났다.“나는 한지를 가지고 조명을 만드는 디자이너다. 이것보다 나를 잘 나타내는 표현은 없다.”그의 담백한 자기소개다. 권중모에게 한지는 작업의 전부와도 같다. 권중모가 한지를 처음 만난 것은 스페인 유학 생활 때다. 그는 “스페인에서 다른 나라 유학생을 많이 만났는데, 국가마다 정체성과도 같은 소재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며 “핀란드는 자작나무라는 소재를 써서 가구를 만들고, 가죽이 유명한 스페인은 가죽공예가 발달한 모습을 보며 전통적으로 쌓여온 소재를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한지만큼 한국의 정체성을 잘 나타낼 수 있는 소재는 또 없다고 생각했어요. 연약한 종
노란 얼굴, 얇은 팔다리, 통통한 몸 …어딘가 몸의 균형이 어긋난 인물들이 캔버스 위에서 익살스런 포즈를 취한다. 웃음을 짓는 그림 속 인물들은 자신의 머리 위에 커다란 카세트를 얹어두기도 하고, 반짝이 옷들로 치장한 채 강아지와 함께 춤을 추기도 한다. 두 인물이 나란히 손잡은 채 관객을 바라보는 그림. 그 앞에 똑 닮은 2명의 남자가 나란히 섰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온 아티스트 듀오 오스제미오스다. 포르투갈어로 ‘쌍둥이'라는 뜻을 가진 그룹명 ‘오스제미오스’에서 알 수 있듯, 두 사람은 1974년 같은 날 세상에 태어났다. 일란성 쌍둥이 형제 구스타보 판돌포와 오타비오 판돌포가 모여 아티스트 팀을 만든 셈이다. 이들은 1980년대 중반부터 브라질 상파울루 길거리에 그래피티 작품을 그려넣으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래피티 외에도 조각, 회화, 설치작품 등으로도 활동 영역을 넓히며 동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스트리트 아티스트 중 한 팀으로 인정받았다. 특히 지난 8월 미국 워싱턴 허쉬혼미술관은 개관 50주년 기념전으로 오스제미오스를 조명했다. 이들을 초청해 대규모 회고전을 열어주면서다. 무려 900점이 넘는 작품들을 미술관 전체에 ‘깔아놓고‘ 오스제미오스 형제의 30년 작업 일대기를 훑었다. 비주류 문화로 여겨졌던 스트리트 아트가 미국을 대표하는 대형 미술관을 점령한 것이다. 세계가 주목하는 쌍둥이 형제, 오스제미오스가 한국 전시를 열고 관객을 만난다. 서울 한남동 리만머핀 갤러리에서 이뤄지는 전시 ‘포털 오브 드림즈’를 통해서다. 2020년에 이어 2번째 한국 개인전이지만, 형제가 한국을 직접 찾는 건 이번이 처
'생명을 색으로 표현하는 화가'다양한 색감을 캔버스 위에 풀어내며 생명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가 김은영을 부르는 말이다. 그는 뚜렷한 형태를 묘사하는 대신 여러 색을 섞고 칠하며 빈 화면을 채운다. 서로 다른 색들이 섞이거나 밀어내며 만드는 물감의 흐름이 삶과 생명의 리듬과 닮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작가 김은영이 오랜 시간 고민해 온 생명에 대한 고찰을 풀어놓는 전시가 열린다. 서울 삼청동 더 아트나인 갤러리에서 오는 8일부터 열리는 개인전 '내재된 리듬'에서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202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작업한 회화 작업 15점이 관객에게 소개된다. 김은영 회화의 정체성인 다양한 색깔들은 모두 각기 다른 생명을 의미한다. 이들이 캔버스 위에서 만들어내는 상호작용은 인간과 자연, 생명 사이의 관계를 뜻한다. 그는 작품을 통해 아름다운 생물이나 인간뿐만이 아니라 이 땅 위에 살아가는 모든 생명을 존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색들이 서로 섞이며 변하듯, 인간들도 서로 생명의 리듬을 주고받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김은영은 회화과를 다니던 대학원 시절부터 색을 사용해 생명의 의미를 표현해왔다. 20번째 개인전을 맞는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탐구한 생명과 색의 세계를 김은영표 추상화로 풀어놓는다.김은영은 전시를 앞두고 “관객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 인간과 모든 생명이 자신의 리듬대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며 “작품의 다양한 리듬을 통해 내면의 리듬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전시는 11월 8일부터 14일까지다. 최지희 기자
“난 작품을 해야 빛이 나는 사람입니다. 낯선 미국 땅을 처음 밟고 혼란스러웠을 때도, 나이가 들어 세월의 야속함을 느낄 때도 나를 다시 일어서게 한 건 작업이었죠.”1939년생, 올해로 85세를 맞은 금속공예가 김홍자는 단 하루도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 60년간 매일 은과 금, 동을 주무르고 깎아내며 작품을 만든다. 작업을 하지 않을 때면 교단에 나가 미래의 김홍자를 키워낸다. 그렇게 몽고메리칼리지에서 무려 43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쳤다. 미국을 무대로 활동하는 김홍자가 오랜만에 한국 관객을 찾아왔다. 서울 사간동 현대화랑에서 여는 개인전 ‘인연의 향연’을 통해서다. 30년 만에 현대화랑에서 여는 개인전이다.김홍자는 이화여대 자수과를 4학년 1학기에 그만두고 1961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인디애나대를 다니며 금속 공예의 세계에 눈을 떴다. 김홍자의 작품을 지탱하는 주제 의식은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이다. 그의 영어 성명 ‘코멜리아 오킴’에서 이름은 코리아와 아메리카를 합쳐 지었다. 성은 일본인 남편의 성 오시로와 아버지의 성 김을 더했다. 그의 작품에는 동양과 서양의 양식이 혼합돼 나타난다.이번 전시의 키워드는 인간과 자연. ‘대부’라는 제목이 붙은 금속 작품에 울창한 대나무 숲을, ‘대모’ 작업에는 연못의 풍경을 세밀하게 조각해 그려 넣은 것이 대표적이다. 천에 그림을 그려 넣는 기법인 텍스타일 페인팅으로 인간과 자연의 조합을 표현하기도 했다.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을 실크 위에 인쇄하고 캔버스로 삼았다. 천 앞에는 금속으로 제작한 인간 형상 조각을 배치했다. 김홍자는 ‘조각 작품을 집에 걸어둘 수 있
“난 작품을 해야 빛이 나는 사람입니다. 낯선 미국 땅을 처음 밟고 혼란스러웠을 때도, 나이가 들어 세월의 야속함을 느낄 때도, 나를 다시 일어서게 한 건 작업이었죠. 쉬면 오히려 더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집니다.” 1939년생, 올해로 85세를 맞은 금속공예가 김홍자는 단 하루도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 60년간 매일 새로운 작업을 구상하고 은과 금, 동을 주무르고 깎아내며 새 작품을 탄생시킨다. 작업을 하지 않을 때면 교단에 나가 미래의 김홍자를 키워낸다. 그렇게 몽고메리칼리지에서 무려 42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쳤다. 미국을 무대로 활동하는 김홍자가 오랜만에 한국 관객을 찾아왔다. 서울 종로구 현대화랑에서 여는 개인전 ‘인연의 향연‘을 통해서다. 그가 1994년 이후 30년 만에 현대화랑에서 여는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에서 방대한 김홍자의 30년 작업 역사를 조명한다. 1990년대 작업부터 최신작까지 모두 한 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다. 김홍자는 이화여자대학교 자수과를 4학년 1학기에 그만뒀다. 그리곤 1961년 미국으로의 이주를 택했다. 인디아나대학교를 다니며 금속 공예의 세계에 눈을 떴다. 금속공예 석사 학위까지 받을 정도로 배우고 만드는 데 흥미를 느꼈다. 김홍자의 모든 작품을 지탱하는 주제의식은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이다. 그의 작품에 동양과 서양 의 양식이 혼합되어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홍자는 미국에서 인생의 대부분을 보내면서도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잃지 않았다고 했다. 그의 영어 이름 '코멜리아 오킴'에서도 그의 자긍심이 드러난다. 코리아와 아메리카를 합친 이름 코멜리아에, 일본인
공장 밀집지역, 옛 수제화 거리에서 브랜드 팝업과 트렌드의 성지가 된 곳 서울 성수동. 매장과 카페가 줄지어 늘어선 골목길에 아트페어가 열렸다. 올해로 2회를 맞이하는 페어 '디파인 서울 2024'다. 성수동 에스팩토리와 Y173 두 공간을 무대로 예술 장터를 펼친다. 디파인 서울은 지난해에도 성수동 상가와 공장을 개조한 장소를 아트페어가 열릴 공간으로 점찍었다. 치밀하게 계획된 고급 미술장터 대신 누구나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진입장벽 낮은 아트페어'를 기획했기 때문이다. 올해는 45곳의 갤러리와 디자인 스튜디오가 부스를 내고 관객을 맞이한다. 25곳이 참가한 지난해 대비 참여 기관이 2배 가까이 늘었다. 디자인과 미술을 결합한 신개념 아트페어인만큼 이번 행사에서는 단순 미술작품뿐만 아닌 침대, 식탁, 조명 등 다양한 디자인 오브제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페어가 진행되는 기간 성수동 일대는 디파인 서울을 보기 위한 관객들로 북적였다. 디파인 서울이 젊은 관객들에게 인기를 끈 데는 디자인 오브제가 큰 역할을 했다.올해도 지난해와 같이 성수동의 기존 공장과 상가 건물을 그대로 활용해 부스를 차렸다. 화이트스톤갤러리, 탕 컨템포러리 아트 등 유명 갤러리와 국내외 다양한 디자인 스튜디오가 성수동 상가 공간 컨셉에 맞춰 부스 전시를 꾸몄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디파인 서울'의 정체성을 담은 주제관은 스타 디자이너 양태오가 기획을 맡았다. 올해 양태오 디자이너는 국내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가 3팀을 선정해 본전시장인 에스팩토리 1층과 2층에 전시장을 열어줬다. 그가 선정한 작가는 김대운과 최성일, 위켄드랩
서울 청담동 거리에 2022년부터 자리를 튼 미국 갤러리 글래드스톤. 크지 않은 공간이지만 지금까지 한국에서 조명받지 않았던 작가들을 다수 선보이며 미술 애호가들의 인기를 얻었다. 보다 많은 소속 작가들에게 아트페어 밖 전시 기회를 열어주면서 한국 예술계에 각인시키고자하는 갤러리의 신념 때문이다. 글래드스톤이 올해 가장 공들여 준비한 이번 전시에서도 이러한 신념을 엿볼 수 있다. 미국 오하이오에서 온 작가 리처드 알드리치의 개인전 ‘더블 제미니‘를 열고 관객을 맞이한다. 알드리치는 올해로 11년간 글래드스톤과 인연을 맺고 있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한 번도 개인전을 열지 않았다. 부산에서 지난해 단체전에 참여한 게 전부다. 국내에서 아직 그의 이름이 생소한 이유다. 1975년생인 알드리치는 미술을 전문적으로 배운 미술 학도가 아니다. 대학교에서는 심리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대학생 알드리치의 관심을 끈 건 음악과 미술, 예술이었다. 10대 시절, 직접 밴드를 결성해 노래를 부르고 기타를 쳤을 만큼 알드리치는 어릴 적부터 예술가로서의 삶을 꿈꿔 왔다. 대학에서는 학교 건물을 뒤져 아무도 쓰지 않는 작은 골방을 찾아내 그곳에서 홀로 그림을 그리며 작가의 꿈을 키웠다. 2003년부터 전업 작가의 길을 걸은 알드리치는 2010년 휘트니비엔날레에서 조각 작품을 선보이며 주목받았다. 이후 미국은 물론 유럽을 무대로 다양한 조각, 회화 작업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일본 등을 돌며 본격적으로 아시아 관객을 대면하고 있다. 한국에서 첫 전시를 열게 된 알드리치와 만났다. 그는 한국에서 여는 첫 개인전에 설레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전
옷에 주름이 가득 잡혀있다. 햇빛을 받고 걸어가면 바닥에 옷의 그림자가 비친다. 주름의 모양대로 시시각각 그림자는 달라진다. 주름진 옷감과 햇빛이 만들어내는 '인간 조명'이다. 스카프에도, 블라우스와 원피스에도, 스커트에도 모두 각기 다른 주름이 잡혔다. 어떤 모양의 주름을 입느냐에 따라 인간이 만드는 빛의 궤적도 달라진다. 이 모든 의상은 '빛을 주름잡는 작가' 권중모(42)가 르베이지와 함께 만든 컬렉션이다. 지난해 르베이지가 권중모와 함께 '주름 컬렉션'을 처음 선보이자마자 패션계는 뜨겁게 반응했다. 3번째 시즌을 거치며 공개되는 족족 의상과 소품이 '완판'되며 인기를 몰았다. "한국의 이세이 미야케가 나타났다"는 특급 칭찬이 쏟아지곤 했다. 하지만 권중모는 호들갑 섞인 칭찬에도 동요하는 기색이라곤 없었다. 어떤 경로를 통해 자신을 알게 되었든, '한지 공예가'라는 정체성만이 그를 이루고 있다고 했다. 완연한 가을 바람이 불던 날, 권중모의 디자인 컬렉션이 가득한 한남동 ZIP739에서 그를 만났다. 권중모에게 스스로를 소개해달라고 부탁하자 "나는 한지를 가지고 조명을 만드는 디자이너다"라는 간단명료한 답변을 내놨다. "그게 전부냐"라는 반응에도 "이것보다 나를 잘 나타내는 표현은 없다"며 웃음지었다. 그의 소개에서 알 수 있듯, 그는 전문 패션 디자이너가 아니다. 한지라는 소재를 사용해 전통 조명을 만드는 공예가다. 한지에 주름을 잡은 뒤 조명에 설치시켜 빛을 쏜다. 그의 작업에 있어 한지는 전부와도 같다. 권중모와 한지의 만남은 스페인 유학 생활을 거치며 이뤄졌다. 그는 “스
여러 곡을 한데 섞어 새 곡을 창조하는 음악 장르를 ‘매쉬업’이라고 부른다. 대중가요와 클래식이 만나는 등 전혀 접점이 없을 듯한 음악들이 섞이면서 새로운 매력을 가진 곡이 탄생한다. ‘매쉬업’ 장르를 미술에도 적용한 작가가 있다. 2020년부터 전시를 시작한 프랑스 신진 작가 클레디아 포르니오다. 그는 모형 제작용 합성수지인 레진, 가죽, 천, 물감 등 여러 이질적 재료들을 한 화면 안에 섞는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포르니오가 아시아에서 여는 인생 첫 번째 전시를 서울에서 연다. 서울 용산구 쾨닉 서울에서 개막한 개인전 ‘매쉰업’이다. 전시 제목도 ‘매쉬업’에서 따 와 지었다. 여러 재료와 기법이 섞인 포르니오의 작품에는 다양한 매력이 존재한다. 광택의 반짝거림과 매트한 질감이 한 화면 안에 존재하거나, 차분하고 어두운 색감과 형광빛 색채가 같은 작품 안에 공존한다. 매우 다른 요소들이 결합하며 벌어지는 상호작용을 그림으로 전달한다. 그는 파리 고등예술학교에서 공부하며 재료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됐다고 한다. 우연히 손에 잡히는 재료를 어떻게 쓰는가에 대해 깊이 탐구하기 시작했다. 매일 각자 다른 재료들을 혼합하며 작품을 만드는 데 몰두했다. 이번 전시에 나온 대부분의 회화 작품 테두리에는 강렬한 오렌지색 레진이 씌워졌다. 포르니오는 이를 두고 “내 작업을 기록하는 나만의 방식이다“라고 설명했다. 그가 실리콘으로 만든 레진을 유독 애정하는 이유는 재료가 가진 광택감에 있다. 물체를 반사시키는 성격을 가진 레진으로는 마치 '색깔 거울'같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관람객이 작품
올 가을 서울 종로구 서촌 한옥에서는 색채의 향연이 펼쳐진다. 화려한 색감을 사용해 작품 세계를 펼치는 작가 3인이 모이면서다. 김연홍, 김보림, 진수영이 26일부터 시작된 ‘초대[招待]- INVITATION’ 전시를 통해 각자가 해석한 색채 세계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꿈을 지을 공간 프로젝트’ 행사 중 하나로, 신진작가 3인을 한옥으로 초대하며 이뤄졌다. 모두 형태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다양한 선들을 모아 색채를 쌓아올린 작품들을 선보이는 작가들이다. 김연홍은 가상의 계절을 상상하며 회화를 그리는 작가다. 물감이 스며들고 퍼지는 기법을 사용해 상상 속 계절이 가진 가시적, 비가시적 요소를 캔버스에 풀어낸다. 형태 없이 오직 물감이 퍼질 때 만들어지는 우연성에 의존한 작품이다. 물감이 종이와 만나며 나타나는 현상을 자연스럽게 표현했다.김보림의 작품은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선명한 컬러가 특징이다. 관객으로 하여금 일상 속에서 잊고 살던 예리한 감각을 일깨우기 위해서다. 그의 그림은 '날 것'의 느낌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자연물인 꽃과 과일 작품을 진한 색감으로 선보인다. 진수영은 2007년부터 차를 우려낸 찻물로 티드로잉 작업을 펼치고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고 깊은 색감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티드로잉은 찻물이 흘러내리고, 마르는 과정에서 생기는 흔적들도 작품 안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형태에 갇혀 있지 않고 자유롭게 흐르는 차의 색감이 캔버스 안에서 펼쳐진다.이번 전시가 열리는 서촌 한옥은 1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장소다. 성곽에 기대고 있는 고즈넉한 고택이다. 개성 넘치는 신진 작가들의 화
구찌 슈트를 입은 이정재가 구석에 놓인 휠체어를 끌고 와 앉는다. 그러자 ‘광고 사진의 대부’ 김용호 사진작가(68)가 휠체어를 밀어준다. 두 사람은 벽에 걸린 몇 장의 사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두 사람 앞에 놓인 사진을 일어서서 보려면 허리를 한껏 굽혀야 한다. 사람 허리춤에 올 만큼 벽에 낮게 걸어뒀기 때문이다.이 작품은 사진작가 김용호가 2005년 미국 뉴욕에서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백남준을 만나 시간을 보내며 촬영한 사진들이다. ‘백남준 휠체어 레벨 아이’라는 제목을 달고 세상에 나온 작품은 휠체어를 타고 세상을 바라보던 백남준의 시선으로 뉴욕의 거리를 기록했다. 사진을 보는 관객도 백남준의 시선으로 세상을 관람하기 바라는 마음에서 작품을 모두 낮게 설치했다. 관객은 구석에 놓인 휠체어를 끌어와 직접 타기도 하고, 다른 누군가를 밀어주기도 하며 백남준이 돼 본다.김용호는 타인의 시선과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진작가다. 그가 백남준의 기록과 함께 ‘한국 문화를 빛낸 거장 4인’을 자신의 시선으로 풀어낸 사진전이 열렸다.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구찌가 기획한 ‘구찌 문화의 달’을 맞아 선보인 대형 사진 프로젝트 ‘두 개의 이야기’를 통해서다. 그의 작업은 서울 한남동 파운드리서울 지하를 가득 메웠다.김용호는 40년 넘게 예술 사진과 상업 사진의 경계를 넘나들며 독특한 이야기를 창조해온 사진작가다. 그는 일상 속 경험과 기억을 사진에 결합하며 ‘포토랭귀지’라는 새로운 사진 장르를 개척한 인물로도 잘 알려졌다. 박서보, 백남준, 정명훈 등 거장들의 인물 사진부터 현대자동차 기계를 담은
서울 광화문 일민미술관에서 중견 작가 3인의 작품 세계가 펼쳐졌다. 김민애, 백현진, 차재민의 작품을 소개하는 기획전 ‘IMA 픽스 2024’다. 전시회는 3명의 작가가 중견 작가가 되는 동안 일관되게 지켜 온 작품 세계와 예술적 도전에 주목한다. 각 작가에게 한 층을 통째로 내줘 넓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작품을 선보일 기회를 제공했다.일민미술관 1층에는 ‘암흑세계’가 펼쳐졌다. 커튼을 열고 들어서면 차재민이 선보이는 30분 길이의 대형 영상 작품을 깜깜한 블랙룸에서 관람할 수 있다. 영상은 빈집에 놓인 과일, 채소 등 음식이 썩어가는 과정을 담았다. 블랙룸 바깥에는 영상을 찍기 전 구상 단계에서 그린 드로잉을 선보인다. 썩어들어가는 음식의 형태를 브론즈로 변환한 조각도 나왔다.이번 전시는 2022년 리움미술관의 ‘아트스펙트럼’에서 작가상을 받은 후 처음 선보인 전시다. 사회 구조적 문제에서 인간의 질환, 감정 등 개인이 가진 문제와 어려움으로 관심사가 확장된 차재민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음악가이자 배우로도 알려진 백현진의 ‘회화 세계’는 2층에서 펼쳐진다. 그는 대형 회화를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했다. 2019년 처음 시작한 추상화가 어떻게 발전했는지에 주목한 구성이다. 전시관 한쪽 벽을 모두 메운 세로 3m, 가로 27m 크기의 회화 신작이 등장했다. 36점의 회화 조각을 합쳐 대형 작업을 완성했다. 한지 위에 계획 없이 자신의 움직임을 화폭에 기록하듯 그려냈다. 작품 앞에 가까이 다가가면 작가가 어떤 리듬으로 움직이며 그림을 그렸는지 상상해볼 수 있다.가장 꼭대기 층에는 김민애의 작품이 전시됐다.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옥상의 모습을
사람들의 일상에 주얼리를 전파한 인물은 누구일까. 보석 전문학자들은 한목소리로 19세기 영국의 ‘패션 아이콘’ 빅토리아 여왕을 꼽는다. 산업혁명으로 재산을 모은 부유층은 빅토리아 여왕의 주얼리를 따라서 착용하기 시작했다. 당시 붉은 가넷이 유행한 이유도 빅토리아 여왕이 자주 선보였기 때문이다. 빅토리아 여왕이 직접 고른 팔찌를 포함해 나폴레옹이 자신의 정치 선전을 위해 사용한 카메오까지 세계 이름난 보석들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지구촌 주얼리 컬렉터 시장을 주름잡는 카즈미 아리카와가 서울 잠실 롯데뮤지엄에서 자신의 수집품을 공개했다. 아리카와는 지난 40여 년간 6600억원어치에 달하는 보석을 수집했다. 그의 보석들은 미국 메트로폴리탄 뮤지엄과 영국 빅토리아앤드앨버트 뮤지엄(V&A)에 기증돼 세계적 관심을 끌었다.롯데뮤지엄에서 오는 12월 6일 개막하는 ‘디 아트 오브 주얼리(The Art of Jewellery): 고혹의 보석, 매혹의 시간’ 전시회에서는 ‘세계 최대 보석 수집가’ 아리카와의 주얼리 컬렉션을 확인할 수 있다. 200점이 넘는 주얼리가 전시된다. 현대 미술관에서 아리카와의 주얼리가 대규모로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세계 처음이다.아리카와는 스물여섯 살에 승려가 되고자 절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불교 장식을 접하며 보석과 조각의 세계에 눈을 떴다. 아리카와는 2년 만에 절에서 나와 어머니가 운영하던 보석 소매업을 도우며 ‘보석 인생’을 시작했다. 그가 보석 수집에 나선 것은 30대 초반이었다. 우연히 찾아간 영국 런던의 V&A 뮤지엄 주얼리 갤러리에서 인생을 바꿀 만큼의 감동을 얻은 것. 그 이후 보석 수집에
구찌 수트를 입은 이정재가 구석에 놓인 휠체어를 끌고 와 앉는다. 그러자 '광고 사진의 대부' 김용호 사진작가가 휠체어를 밀어준다. 두 사람은 벽에 걸린 몇 장의 사진들을 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두 사람 앞에 놓인 사진들을 일어서서 보려면 허리를 한껏 굽혀야 한다. 사람의 허리춤에 올 만큼 벽에 낮게 걸어두었기 때문이다.이 작품은 사진작가 김용호가 2005년 뉴욕에서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백남준을 만나 시간을 보내며 촬영한 사진들이다. '백남준 휠체어 레벨 아이'라는 제목을 달고 세상에 나온 작품은 휠체어를 타고 세상을 바라보던 백남준의 시선으로 뉴욕의 거리를 기록했다. 사진을 보는 관객도 백남준의 시선으로 세상을 관람하기 바라는 마음에서 작품을 모두 낮게 설치했다. 관객은 구석에 놓인 휠체어를 끌어와 직접 타기도 하고, 다른 누군가가 밀어주기도 하며 백남준이 되어 본다.김용호는 타인의 시선과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진작가다. 그가 백남준의 기록과 함께 한국 문화를 빛낸 거장 4인을 자신의 시선으로 풀어낸 사진전이 열렸다.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구찌가 기획한 '구찌 문화의 달'을 맞이한 대형 사진 프로젝트 '두 개의 이야기'를 통해서다. 그의 작업은 서울 한남동 파운드리 서울 지하를 가득 메웠다.김용호는 예술 사진과 상업 사진의 경계를 넘나들며 독특한 이야기를 창조하는 사진작가다. 그는 일상 속 경험과 기억을 사진에 결합하며 '포토랭귀지'라는 새로운 사진 장르를 개척한 인물로도 잘 알려졌다. 박서보, 백남준, 정명훈 등 거장들의 인물 사진부터 현대자동차 기계를 담은 산업사진까지 경계를 정해두지 않고
'여성 작가 전성시대'최근 국내 미술계를 한 마디로 표현할 때 이보다 더 좋은 문장은 없다. 이미래, 양혜규 등 대한민국 대표 여성 작가들이 해외에서 대형 전시를 여는가 하면, 프리즈 기간에 해외 예술계 인사들을 모아 마련한 '스튜디오 투어' 기회를 잡은 작가들도 모두 여성이었다. 프리즈 서울이 2년 연속 여성 작가를 '프리즈 아티스트 어워드' 수상자로 선정한 것도 이런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여성 작가들이 갤러리를 점령했다. 캐나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신디 지혜 김, 지난해 프리즈 아티스트 어워드를 수상한 우한나, 여성 작가 2인이 뭉쳐 결성한 아티스트 그룹 대드보이클럽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지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 '투 사이드 러브'를 통해 신작들을 선보이며 관객을 만나고 있다. 여성과 사랑, 삶을 바라보는 이중적 시선과 양가적 기준에 대해 대해 작품으로 토론한다. 갤러리 가장 안쪽을 차지한 신디 지혜 김은 회화와 설치작의 매력을 합친 작업을 선보인다. 회화를 가운데 두고 앞뒤로 나무 조각을 설치해 천장에 매달았다. 단순 평면 회화에서 벗어나 구조 작품을 덧붙인 실험작이다. 신디 지혜 김은 어릴 적 캐나다로 이민을 간 한국 작가다. 이 작품을 통해 육체가 이동하며 변하는 이중적 감정의 혼란, 상황의 변화를 표현했다.가운데 놓인 회화에는 전통 장례식에서 쓰이는 '방상시탈'을 쓴 인물을 놓았다.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살아가는 인간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전통적 소재를 사용하며 이민자로 살아가며 겪은 고국을 향한 그리움을 나타냈다. 우한나는 파격적인 조각 작품을 바닥과 천장에 설
대전 동구 옛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 자갈이 깔린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물감을 칠한 헤라클레스가 관객을 맞는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성경 속 일곱 가지 죄악이 거대한 캔버스 위에 재현된다. 그리스 신화와 성경 속 세계가 대전에 펼쳐졌다. 대전 헤레디움에서 열린 마르쿠스 뤼페르츠 개인전 ‘죄와 신화, 그리고 다른 질문들’에서다.뤼페르츠는 ‘독일 신표현주의 거장’으로 불리는 작가로,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 놓인 작업을 펼친다. 작품에 특별한 메시지나 의미를 담기보다 색감, 질감, 구상 등 회화 그 자체에 집중한다. 1990년대 동시대 독일 작가들이 조각에 몰두할 때도 회화만 파고든 외골수로 잘 알려졌다. 그가 국내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고 관객을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84세인 그는 전시를 준비하기 위해 직접 독일에서 한국을 찾았다.뤼페르츠는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 고전 신화 등을 빌려 작품을 만든다. 제우스, 포세이돈 등 신화 속 인물과 죄, 구원, 부활 등 성경 속 이야기가 작업에 자주 나타나는 이유다. 이번 전시에서도 그는 주로 신화와 성경을 재료로 삼은 작품을 선보인다.그는 한 가지 내용을 주제로 여러 점의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그릴 당시의 감정과 상황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는 것을 즐기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서도 성경의 같은 대목을 그린 여러 개의 시리즈 작품, 한 인물을 모두 다르게 다룬 작업을 만날 수 있다. 그가 같은 주제를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표현했는지 직관할 수 있다. 특히 님프 요정을 다룬 그림을 나란히 배치했는데, 두 그림은 같은 형상을 그렸다고는 상상되지 않을 만큼 다른 도상을 보인다.그의 그림은 직관
리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던 한국근현대미술 자료들이 공개된다. 모두 그동안 공개된 적 없는 자료들이다. 삼성문화재단 리움미술관이 21일부터 '리움 아카이브' 시스템을 열면서다. 리움 아카이브는 1999년 삼성문화재단이 설립한 국내 최초 미술전문 아카이브인 한국미술기록보존소로부터 수집한 자료와 작가와 지인 및 유족들이 기증한 약 8만5000여건의 미술 기록을 담고 있다.여기에 현재까지 삼성문화재단이 운영해 온 리움, 호암미술관, 호암갤러리, 로댕갤러리, 플라토 등 미술 공간의 전시 아카이브도 담고 있다. 미술 자료는 '미술기록'으로, 미술관 자료는 '미술관 기록'으로 구성했다. 리움미술관은 지난 1년에 걸쳐 소장자료를 분류, 정리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거친 뒤 아카이브 시스템을 구축했다. 소장자료 목록을 온라인 검색만으로 찾아볼 수 있게 만들었다.미술기록은 1998년 12월, 1세대 미술기자이자 평론가인 이구열 선생(1932~2020)이 기증한 4만 건이 넘는 한국근현대미술 관련 자료와, 최욱경, 권영우, 장우성, 이세득, 도상봉 등 근현대 작가들의 기증 자료 약 4만 5000여건이 포함됐다.‘이구열 기증자료’는 해방 이후 1947년 9월에 창간된 한국 최초의 미술잡지 <미술(美術)> 창간호의 원본 등 귀중한 사료들이 포함되어 있다. <미술>은 창간호 이후 더 이상 발행되지 않아 미술사에서 더욱 의미를 가지는 자료다. 이밖에도 <조형예술>, <조선미술전람회도록> 등 역사적으로 희소 가치가 높은 자료들이 제공된다. 리움 아카이브에서는 작가의 삶과 작품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미술사적으로 흥미로운 자료들도 포함되어 있다. 특히 김환기가 박석호와
영국을 상징하는 이미지가 된 빨간 공중전화 박스. 길거리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이 전화 부스가 옆구리를 곡괭이에 찍힌 듯 휘어버린 채 바닥에 드러누워 있다. 강렬한 빨간 색감 때문에 마치 전화박스가 피를 흘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작품은 '은둔의 거리 미술가' 뱅크시가 2005년 런던의 한 골목에 설치한 뒤 사라져 화제를 불러일으킨 '훼손된 전화박스'다. 작품이 세상에 처음으로 등장한 이후 약 20년간 단 한번도 해외에서 소개된 적 없는 작업이다. 대형 조형 작업 특성상 운송이 어려운데다, '길거리 예술'을 조명하는 전시가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10월, 서울 충무로에서 뱅크시의 화제작 '훼손된 전화박스'를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충무아트센터 갤러리 신당에서 열리는 전시 'ICONS OF URBAN ART – 어반아트: 거리에서 미술관으로'를 통해서다. 전시가 열리기 전부터 뱅크시의 전화박스가 공개된다는 소식에 기대를 불러모았다. 영국 밖으로 이 작품이 반출되어 관객을 만나는 것은 이번 전시가 세계 최초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일본에서 열렸던 같은 전시에서도 뱅크시의 해당 작품은 전시되지 않았다. 뱅크시는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만 그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작가다. 생년월일도, 나이도 알려지지 않았을 정도다. 영국 브리스톨에서 1970년대에 태어난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중학교 시절 그래피티로 시작해 활동 범위를 넓혔다. 거리를 무대로 세계의 역사와 과거, 현재와 현실에 대해 강렬한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며 유명해졌다. 뱅크시는 특히 기존의 미술 권력을 거부하며 활동해왔다. 정체를 드러내지 않을 수
사람들의 일상에 주얼리를 전파한 인물은 누구일까. 보석 전문학자들은 이 질문에 입을 모아 19세기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을 꼽는다. 귀족의 소유물로 여겨졌던 주얼리는 산업혁명을 겪으며 시민 계급에게도 전파됐다. 산업으로 돈을 벌게 된 자본가와 부유한 중산층이 등장하면서다. 이들은 당시 패션의 아이콘으로 여겨졌던 빅토리아 여왕이 가진 주얼리를 따라 만들어 착용하기 시작했다. 그가 붉은 가넷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19세기 전반 영국에 가넷으로 만든 주얼리가 유행했을 정도다. 이후 주얼리는 소재와 기술, 디자인에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다양성을 선보이며 진화했다. 국민들이 앞다퉈 모방했던 빅토리아 여왕은 친척과 주변 인물들에게도 주얼리를 선물할 만큼 보석을 사랑한 인물로 잘 알려졌다. 주얼리 선구자’ 빅토리아 여왕이 친척에게 선물했던 팔찌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실제 프랑스 나폴레옹이 자신의 정치 선전을 위해 사용했던 카메오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주얼리 컬렉션’을 가진 한 남자의 수장고가 열리면서다. 세계에서
고미술과 유물의 세계는 신비롭지만 동시에 관객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역사와 고미술에 대한 지식 없이는 이해하기 힘들뿐더러 국보급 유물은 예약하고 기다려야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서울 한복판에서 고미술과 국보, 그리고 보물을 밟고 만지며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간송미술관이 마련한 미디어아트 전시 ‘구름이 걷히니 달이 비치고, 바람 부니 별이 빛난다’를 통해서다. 전시 제목은 일제강점기의 어두움을 지나 빛나는 광복을 맞이한 기쁨을 뜻한다.이번 전시는 간송미술관이 출범 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미디어아트 특별전이다. 전시 준비에만 3년이 걸렸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1360㎡(약 411평) 대형 공간을 털어 미디어아트 공간으로 꾸몄다. 미술관이 소장한 국보와 보물, 주요 작품 99점을 디지털화해 탄생시켰다. 공간 8개와 통로 2개를 포함해 10개의 공간을 미디어아트로 채웠다.먼저 미로처럼 이어진 전시 공간을 걷다 보면 훈민정음 창제의 순간을 미디어아트로 재현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글자의 탄생을 마치 우주에서 빅뱅이 일어나는 것처럼 표현했다. 한가운데엔 훈민정음 해례본이 놓였다. 실제 유물을 둘러싼 대형 화면에선 한글 자음과 모음이 끊임없이 폭발하고 또 사라진다.신윤복의 미인도를 재현한 공간에서는 신윤복의 관점으로 공간을 시작한다. 그가 어떤 생각으로 미인도를 그렸는지 그 길을 되짚어본다. 공간을 마치 혜원 신윤복의 마을로 들어가는 과정처럼 구성했다. 단순히 ‘미인도’ 한 작품뿐만 아니라 해학과 풍자의 그림을 그려온 작가의 일생을 되돌아볼 수 있다.정선의 작품 ‘금강내산’을 다룬 공간은 정선이 30대
'남자의 변신은 무죄'지금 배우 하정우를 가장 잘 대변하는 문장이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연기로 대중들을 만나 온 하정우는 2010년부터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캔버스 위에 자신만의 세계를 펼치며 또 다른 관객과 마주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베테랑 연기자이지만, 작가로서는 아직 보여준 것보다 보여줄 것이 더 많은 신인이다. 10월, 하정우가 자신의 새로운 작품들을 선보이러 삼청동을 찾았다. ‘전통의 강호‘로 여겨지는 국내 대표 갤러리 학고재와 손잡으면서다. 하정우는 올해 연기 활동을 쉬면서까지 미술 작업에만 몰두했다. 정신과 육체가 산만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영화계, 연예계 관계자들이 '하정우 요즘 뭐 하고 사냐'는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작업실과 집만 왕복했다. 특히 그는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루틴’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9시부터 6시까지 마치 출퇴근하듯 작업 시간을 지켰다. 영화나 드라마를 찍으면서는 절대 지킬 수 없는 생활 패턴이다. 이번 전시는 학고재의 문을 열자마자 그의 200호짜리 대형 그림이 관객을 반긴다. 이 정도 크기의 그림을 그리는 건 그의 작업 인생 처음이다. 큰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은 선과 문양들로 빼곡하다. 모든 선은 뭉툭하지 않고 날카롭다. 이 날카로움과 세밀함을 구현해내기 위해 하정우는 수많은 재료 실험을 했다. 물감이나 아크릴 마커, 오일 마커는 그가 원하는 세밀함을 표현해내지 못했다. 그러다 문구점에서 유성마커 '샤피'를 발견했다. 의사들이 수술을 집도할 때 쓸 만큼 가늘고 세밀한 펜촉에 꽂혀버린 그는 광활한 캔버스의 선을 모두 이 펜으로 채
화폭에 놓인 건 오직 도형과 선뿐이다. 정은모(사진)가 펼쳐내는 ‘기하추상’이란 회화에는 이 세 가지 요소 외에 다른 건 필요하지 않다. 1946년생, 78세인 정은모는 대학생이던 1960년대 중반 현대미술을 배우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후로 줄곧 미국과 이탈리아에서 작업 활동을 펼쳤다.그가 주목한 건 기하학과 추상화였다. 두 가지 개념을 결합한 회화 영역을 탄생시키기 위해 수많은 실험을 거듭했다. 그렇게 정은모는 단색화가 주를 이루던 1960년대 한국 추상미술계에서 독자적으로 기하추상이라는 영역을 개척했다. 해외에서 오랜 기간 활동을 한 정은모지만 그가 그려내는 회화에는 동양적인 매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60년대 서양에서 전개된 공업적이고 일률적인 기하추상의 공식을 탈피한 작업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색과 질감 등에서도 동양적인 요소를 사용했다. 진한 원색 대신 파스텔톤 색감을 자주 사용하며 동양의 미를 강조했다.정은모가 21년 만에 한국에 돌아왔다. 서울 한남동 갤러리바톤에서 개인전을 열면서다. 전시는 오는 11월 9일까지 이어진다.최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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