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前官)은 힘이 세다. 여전히 그렇다.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은 안대희 전 대법관을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때 대검 중수부장을 지내며 당시 정권 실세들에게도 서슴없이 수사의 칼날을 들이대 팬클럽이 생길 만큼 ‘국민 검사’로 평이 좋았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무사통과로 보였다. 하지만 ‘전관예우’가 발목을 잡았다. 대법관 퇴임 후 변호사 개업 10개월 만에 27억원을 벌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커지자 지명 6일 만에 자진사퇴로 총리의 꿈을 접었다. 이듬해엔 검찰 퇴직 후 17개월간 16억원을 벌었다는 황교안 전 총리가 청문회에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물론 전관예우가 판·검사에 한정된 얘기는 아니다. 고위 공무원이나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순살 아파트’ 사건에서 보듯 공기업 출신 전관들도 다양한 분야에서 ‘예우’를 받는다. 대형 로펌이 국세청 등 권력기관 출신을 앞다퉈 모셔가는 이유도 그들의 전문성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어느 분야의 전관예우든 근절해야겠지만 역시 가장 문제가 되는 곳은 법조계다.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사법부 불신을 부르기 때문이다. 전관의 효력은 검찰 출신이 짧은 대신 강하고, 법관 출신은 약하지만 더 오래간다고 한다. 포털에 뜨는 변호사 광고들을 보면 전관 이력과 함께 있는 죄도 없애줄 것처럼 자극적 문구를 내세우는 경우도 흔하다.조국혁신당 비례대표 1번인 박은정 전 부장검사의 재산이 10개월 만에 41억원 늘어났다. 지난해 재산신고 때의 부부 합산 재산 8억7526만원이 이번 후보 등록 때는 49억8185만원으로 불어났다. 검사장 출신 남편의 전관예우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다
아편전쟁 승리 이후 홍콩을 99년간 차지하게 된 영국은 반환 시점인 1997년이 다가오자 중국과 협상을 시작했다. 영국은 사회주의 중국과 자본주의 홍콩의 시스템이 양립할 수 없으니 주권(主權)은 중국에 반환하되 영국이 치권(治權)을 행사하는 특수한 자치 지역으로 만들자고 주장했다. 이를 거부한 중국은 덩샤오핑의 제안으로 ‘일국양제(一國兩制)’를 제시했다. 한 국가 안에 두 가지 체제를 인정하는 것으로 영국과 홍콩인들의 불안을 달래기 위한 카드였다. 결국 영국은 일국양제를 50년간 변함없이 지킬 것을 중국으로부터 약속받고 이를 홍콩 반환 조약인 중·영 공동선언에도 명시한다.하지만 홍콩의 자치권을 지켜주겠다는 약속은 공염불이 되고 ‘홍콩의 중국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지금 세계가 목도하고 있다. 2019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놀란 중국은 2020년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홍콩 국가안전법’을 의결하고 ‘친중 애국자’만 공직에 나갈 수 있도록 했다. 이번에 친중파가 장악한 홍콩 입법회를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고 그제부터 시행한 ‘국가안전조례’는 그 완결판이자 더 이상 일국양제는 없다는 선언과도 같다.국가안전조례는 반란·모반엔 종신형, 스파이 활동 20년형, 외국 세력의 지원을 받거나 해외에 비밀을 누설한 경우 14년형 등 처벌 수위가 높고 위법을 판단하는 조항도 극히 모호해 걸면 누구라도 걸릴 수 있는 법이다. 미디어·학술 논문과 온라인에서의 발언도 반란·선동·국가기밀 누설로 처벌받을 수 있어 홍콩인들의 입을 틀어막는 것을 넘어 외국인들까지 떨게 하고 있다. 홍콩을 찾은 관광객이 SNS에 홍콩
연로하신 부모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실버타운(노인복지주택)을 알아보거나 관련 정보를 찾아봤을 것이다. 그때 가장 놀라는 게 입주자의 나이 상한이 있다는 점이라고 한다. 실버타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80세를 넘으면 신규 입주를 제한하는 곳이 많다. 거동에 불편이 없는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실버타운과 장기요양시설인 요양원이 다른 점이다. 씁쓸하지만 한 블로거의 표현대로 실버타운은 내가 ‘가는’ 곳이고, 요양원은 ‘보내지는’ 곳이라고도 할 수 있다.실버타운은 크게 분양형과 임대형으로 나뉜다. 분양형은 고령층이 아닌데 분양받거나 무분별하게 전매하는 등의 문제로 2015년부터 전면 금지돼 그 이전 분양한 것들만 남아 있다. 식당 운영도 안 하는 등 60세 이상만 소유·거주할 수 있다는 점 외에는 일반 아파트와 다를 바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임대형은 식사비를 포함한 월 생활비가 150만원 이하인 저가형, 150만~250만원인 중가형, 500만원 가까운 고가형까지 천차만별이다. 고가형은 4억~9억원 정도의 입주 보증금도 내야 한다. 최근에는 월세형도 등장했다. 보증금을 최소화한 대신 월 관리비가 비싼 편이다. 저가형은 주로 종교단체가, 고가형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게 특징이다. 시설과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마음 맞는 사람들과의 커뮤니티가 좋아야 활기찬 노년을 보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입소문난 곳은 신청 후 입주까지 몇 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강원 원주에서 열린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 주제 민생토론회에서 “분양형 실버타운을 다시 도입하고 민간 사업자 진입을 어렵게 하는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
통화정책 수장은 살얼음판 위를 걷는 사람이다. 물가 안정이 중앙은행의 기본 역할이지만 자칫 그 목표에만 매몰돼 정책을 잘못 쓰면 나라 경제를 나락으로 이끌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잘못된 판단으로 경제를 망친 예를 들 때마다 소환되는 몇 명의 중앙은행 수장이 있다. ‘에클스의 실수’ ‘볼커의 실수’처럼 그들의 이름 뒤에는 실수(failure)라는 오명이 어김없이 따라붙는다. 매리너 에클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1937년 당시 대공항을 벗어나는 조짐을 보이자 서둘러 긴축정책을 폈다가 경제를 도로 주저앉혔다. ‘인플레 파이터’로 명성을 날린 폴 볼커 의장은 반대로 1980년 카터 행정부의 압박에 연 17% 금리를 9%로 낮춰 잡혀가던 인플레이션에 다시 불을 붙이는 오점을 남겼다.일본에선 ‘미에노의 실수’가 대표적이다. 부동산 버블이 정점이던 1989년 일본은행 총재에 취임한 미에노 야스시는 기준금리를 연 3.75%에서 6%로 단숨에 끌어올려 자산가격의 거품을 꺼트렸다. 월급을 모아서는 도쿄 시내에 집 한 채 사기 어려운 시절이라 그는 ‘헤이세이의 오니헤이’(에도시대 도적떼를 처단한 소설 속 주인공)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과도한 금융 긴축으로 디플레이션을 불러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Fed는 일본을 교훈 삼아 2000년 미국의 정보기술(IT) 버블이 꺼지기 시작했을 때 재빠르게 금융 완화로 대응해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일본이 어제 2007년 이후 무려 17년 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일본은행은 은행들이 돈을 맡길 경우 연 -0.1%의 단기 정책금리를 적용해 왔는데, 이번에 이를 연 0∼0.1%로 올렸다. 마이너
1990년대 말 글로벌 외환위기로 좌절에 빠져 있던 대한민국 국민에게 불같은 강속구로 희망과 위로를 건넨 청년이 있었다.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거가 된 ‘코리안 특급’ 박찬호다. 당시 새벽잠을 아껴가며 그의 활약을 지켜본 사람이 많아 자연스레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특히 박찬호 선수가 뛰던 LA다저스는 야구팬들에게 ‘국민구단’ 같은 존재가 됐다. 2013년엔 류현진 선수도 다저맨이 돼 더욱 친숙한 팀으로 자리를 굳혔다. 로스앤젤레스까지 날아가 다저스타디움 명물 핫도그인 ‘다저독’을 먹으며 경기를 직관한 한국 팬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그 다저독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구장인 펫코 파크의 명물 핫도그 ‘배리오독’을 서울에서도 맛볼 수 있을 듯하다. 이달 20, 21일 다저스와 파드리스의 2024년 MLB 개막전이 고척돔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17, 18일에는 키움 히어로즈, LG 트윈스, 국내 프로야구 선발팀인 팀 코리아가 두 팀과 경기를 펼친다. “서울에서 MLB 경기라니.” 야구팬 입장에서는 가슴 설레는 일이다. 게다가 일본의 슈퍼스타인 오타니 쇼헤이와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다저스 데뷔전을 치르고 파드리스에는 우리 김하성, 고우석이 있다. 한·미·일 3국의 관심이 집중된 2연전이다.이번 대회의 정식 명칭은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다. MLB가 정규시즌 경기를 미국과 캐나다 외 지역에서 연 것은 1999년 멕시코 몬테레이가 처음이다. 야구를 세계로 확산하겠다는 의도지만 미국 젊은 층의 야구 인기가 떨어지는 점도 배경이 됐다. 그 후 일본 도쿄에서 다섯 번이나 개막전을 가졌고 푸에르토리코 산후안과
‘적(敵)의 적(敵)은 내 친구다.’ 정치·외교뿐만 아니라 총성 없는 전쟁터인 기업 현장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쿠팡과 1년 넘게 ‘햇반 전쟁’을 벌이고 있는 CJ제일제당이 중국 e커머스 업체인 알리익스프레스와 손을 잡았다. 없는 게 없다는 쿠팡에선 찾을 수 없는 햇반과 비비고 제품들을 그제부터 알리에서 무료 배송받을 수 있게 됐다. ‘알·테·쉬’(알리, 테무, 쉬인)로 대표되는 중국 e커머스의 한국 시장 공습에 대한 경계감이 고조되는 민감한 시점에 국내 식품업계 1위인 CJ가 알리의 우군이 된 셈이다.제조사와 유통사 간 ‘제·판(제조·판매) 전쟁’이 시작된 건 이마트 등 대형마트가 본격 등장한 1990년대부터다. 지금은 ‘반(反)쿠팡 동맹’으로 대형마트와 손을 잡은 CJ도 2000년대 초에는 판매 가격을 놓고 까르푸 등과 한판 전쟁을 벌였다. 조금이라도 더 싸게 팔아야 살아남을 수 있는 유통업체와 제값을 받으려고 하는 제조업체의 가격 주도권 전쟁이 상대를 바꿔가며 3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유통기업들의 물류 혁명과 e커머스의 등장으로 이제 승부의 추는 확실하게 유통 쪽으로 넘어가고 있다.미국 월마트는 한때 ‘앨런 그린스펀보다 더 뛰어난 인플레 억제 기업’으로 불렸다. 납품 기업을 휘어잡은 월마트의 저가 판매 능력이 당시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인 그린스펀보다 더 강력한 물가 억제 효과를 발휘했다는 것이다. 역시 고물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한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 제품을 싸게 사는 건 무엇보다 좋은 일이다. 제조사와 유통사가 전쟁을 벌이든, 유통업체 간 최저가 싸움
“축구는 감독 놀음이다.” 흔히 야구를 ‘투수 놀음’이라고 하는 것과 대비된다. 한 축구팀의 에너지를 계산하는 공식은 ‘T(팀 에너지)=11×감독의 역량+α(팬·축구협회 지원 등)’라고 한다. 축구가 어느 스포츠보다 감독의 역할이 중요함을 보여준다.그라운드에서 ‘90분 전쟁’을 치르는 것은 선수들이지만 감독은 쉴 새 없이 변하는 전황을 파악해 전술에 변화를 주고 상황에 맞는 병력을 투입해야 한다. 한마디로 전장을 지휘하는 장수다. 평상시엔 국내외 정보를 수집해 좋은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해야 한다.한국 축구대표팀 초대 사령탑은 박정휘 감독이다. 하지만 그는 1948년 런던올림픽 참가를 위해 출국하기 직전 선수 선발 잡음으로 사임했다. 축구대표팀 감독의 역사가 첫발부터 ‘독이 든 성배’였던 셈이다. 그 뒤를 물려받은 감독이 ‘이영민 타격상’으로 지금까지 이름을 남긴 야구인 이영민이다. 축구·육상까지 만능 스포츠맨이었던 이 감독은 첫 상대 멕시코를 5-3으로 꺾고 8강까지 오르는 기적을 만들어냈다.1992년부터 축구대표팀 전임 감독제가 시행됐다. 초대 전임감독 김호부터 31년간 28명이 거쳐 갔다. 전임이라고 해도 평균 수명이 1년여에 불과하다. 외국인 감독도 등장했다. 러시아 출신 아나톨리 비쇼베츠가 1호다. 그다음이 59대 감독 거스 히딩크다. 이번 클린스만 감독 경질 사태로 2002년 한국 축구의 4강 신화를 쓴 그의 일화가 재소환됐다. 16강 진출 후 선수들 사이에 “이만하면 됐다”는 느슨한 기류가 만들어지자 “나는 아직 배고프다”는 말로 분위기를 일신했다.역대 9명의 외국인 감독 중 성공사례는 많지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가 러시아의 지명 수배자가 됐다. 러시아 내무부가 외국 정상을 수배자 명단에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녀만이 아니다. 에스토니아 국무부 장관, 리투아니아 문화부 장관과 라트비아의 정치인 60여 명도 포함됐다. 러시아는 이들에게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사한 옛 소련 군인들의 기념물을 파괴해 “역사적 기록을 모독했다”는 범죄 혐의를 적용했다. 발트 3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조각상과 건축물 등 대부분 소련 유물을 철거했다.주변 강대국의 각축장이던 발트해 연안 지역은 18세기부터 러시아의 지배를 받다가 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18년 세 개의 공화국으로 독립했다. 하지만 1940년 다시 소련과 나치 독일의 밀약 속에 점령돼 1991년 독립 승인 때까지 반세기를 소련 치하에서 보냈다. 이 지역에선 198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인 반(反)소련 시민 저항운동이 시작됐다. 1989년 8월엔 비폭력 평화시위인 ‘발트의 길’이 펼쳐져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200여만 명이 에스토니아 탈린부터 라트비아 리가, 리투아니아 빌뉴스까지 675㎞를 인간 띠로 이으며 소련 점령 종식을 요구했다. 2009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 된 이 시위는 ‘발트의 사슬’ ‘자유의 사슬’로도 불린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발트 3국은 러시아 제재와 우크라이나 지원 목소리를 가장 크게 내왔다. 특히 ‘북유럽 철의 여인’이라고 불리는 칼라스 총리는 푸틴 비판에 앞장섰다. 포탄 100만 발 제공 약속 등 국제사회의 우크라이나 지원도 주도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그녀가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발트 3국은
국토 전역이 사막인 나라. 경기도 크기에 인구는 273만 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자국민은 30여만 명이고 나머지는 인도, 파키스탄 등 출신 외국인 노동자다. 얼마 전 아시안컵 우승으로 대회 2연패를 달성하고 아시아 신흥 축구 강국으로 떠오른 카타르 얘기다.카타르의 국제축구연맹(FIFA) 순위는 58위. 아시아에선 일본, 이란, 한국, 호주,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여섯 번째다. 1970년 뒤늦게 FIFA에 가입해 첫 승을 거두는 데만 4년이 걸렸다. 1981년엔 FIFA U-20 월드컵 결승에 진출해 세계 축구계를 놀라게 했다. 준우승을 일군 이 황금세대도 아시안컵에선 힘을 쓰지 못했다. 월드컵 본선 진출도 늘 꿈에 그쳤다. 카타르 스타스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를 대거 귀화시켰지만 중동의 다크호스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카타르는 월드컵 개최국으로 결정된 2010년부터 자국 리그와 선수 육성에 막대한 오일머니를 쏟아부었다.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3위, 천연가스 수출 세계 1, 2위를 다투는 자원부국이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그 결실을 본 것이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아시안컵이었다. 8강전에서 한국을, 결승에서 일본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막상 2022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 본선 데뷔전에서는 힘 한번 못 쓰고 3전 전패를 당했다. 조별리그를 3패로 마감한 첫 개최국이라는 불명예도 썼다. 하지만 이번 우승으로 월드컵 때 구긴 체면을 조금은 만회했다. 아시안컵에서 이란을 이긴 팀은 다음 경기에서 패한다는 ‘이란의 저주’도 깼다.카타르의 축구 열풍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UAE와 ‘중동의 허브’ 경쟁을 펼치는 카타르의 국가브랜드 제고 전략 중심에 축구가 있기 때문이다. 8대
예산권을 쥔 정부 부처와 그 산하 단체가 ‘난타전’을 벌이는 낯선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 얘기다.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민간위원 선임, 대한올림픽위원회 분리 문제 등을 놓고 연일 얼굴을 붉힌다. 대한체육회가 추천한 민간위원을 문체부가 수용하지 않은 게 갈등의 시작이다. 대한체육회는 문체부를 ‘관료 카르텔 집단’이라고 비판하면서 대통령실에 공익감사를 청구하고 장관 사과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1만5000여 명을 모아 성토대회도 열었다. 문체부는 위원 선임이 정부 고유 권한이며, 대한체육회가 체육인들을 앞세워 ‘힘자랑’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양측 갈등이 처음은 아니다. 2008년엔 사무총장 승인 여부를 놓고 다투다가 김정길 당시 회장이 사퇴했다. 공교롭게도 그때도 유인촌 장관이었다. 이듬해인 2009년엔 이번처럼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 분리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대한체육회는 올해로 104년을 맞은 역사가 긴 조직이다. 1920년 설립된 조선체육회를 뿌리로 하고 있다. 1968년엔 대한올림픽위원회(완전 통합은 2009년)와 대한학교체육회, 2016년엔 국민생활체육회를 통합해 명실상부 한국 스포츠를 대표하는 단체가 됐다. 산하 종목단체 82개에 등록 선수와 지도자만 100만 명이다. 동호회 선수를 포함하면 500만 명을 훌쩍 넘는다.임기 4년인 대한체육회장은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체육계 대통령’ 대접을 받는다. 해방 이후만 놓고 보면 몽양 여운형을 시작으로 정주영, 노태우, 김운용, 박용성 등 정계와 재계 거물들도 회장을 맡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기도 한 현 이기흥 회장은 2016년에 이어 2021
지난해 프랑스는 62세 정년을 64세로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연금개혁안을 놓고 홍역을 치렀다. 결국 의회를 통과하긴 했지만 노조의 총파업과 시위를 보며 ‘더 일할 수 있게 해준다는데 왜 반대하지’라고 생각한 사람도 많았을 듯하다. 노조가 먼저 나서서 정년연장을 요구하는 우리와 정반대 상황이라 더 그랬다. 많이 내고 많이 받는 프랑스는 퇴직 후 바로 여유로운 연금 생활을 즐길 수 있다. 한국은 정년 3~5년 뒤(1969년생부터 65세 수령)에나 빠듯한 연금을 받는다. 그 다름이 정년연장을 대하는 차이를 만들었다고 봐야 한다.정년 자체를 폐지한 미국 영국 등은 논외로 치더라도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은 어떨까. 일본은 2013년 ‘고연령자고용안정법’ 개정을 통해 기업에 △65세로 정년연장 △65세까지 계속고용제도 도입 △정년폐지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의무를 부여했다. 여기서 계속고용은 일단 정년을 넘긴 뒤 별도의 재고용 계약을 맺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 기업의 72%가 이를 따랐다. 일본은 2021년 다시 이 법을 70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할 의무’를 두는 것으로 개정했다. 아직 강제는 아니지만 기업에 70세까지 고용할 것을 권고한 셈이다.어제 대통령 직속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제13차 본위원회를 열었다. 대면으로 본위원회가 열린 것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6월 이후 2년8개월 만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3개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의결했는데 그중 하나가 ‘인구구조 변화 대응·계속고용 위원회’다. 여기에서 계속고용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게 된다.사용자 측에서는 퇴직 후 재고용과 임금체계 개
“you go, we go(네가 가면 우리도 간다).” 형제 소방관 이야기를 그린 론 하워드 감독의 영화 ‘분노의 역류’(원제는 Backdraft) 속 명대사다. 1991년 개봉작이지만 소방 영화의 바이블로 꼽히는 작품이다. 30여 년이 지났어도 폭발하듯 화염이 번지는 장면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전혀 몰랐던 백드래프트라는 화재 용어를 많은 사람이 알게 해준 영화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도 출간된 <출동 119 구조대>라는 일본 만화가 있다. 소방관이 된 청년이 재난 현장에서 좌충우돌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다. 만화잡지에 5년간 연재하는 동안 일본의 소방관 지원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한다.국내에는 없을까. 홍제동 방화 사건을 다룬 ‘소방관’이라는 영화를 찍긴 찍었다. 하지만 주연 배우의 음주운전 탓에 2년 가까이 개봉 시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홍제동 방화 사건은 2001년 서울 홍제동의 한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에서 소방관 6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한 최악의 참사다. 불을 지른 집주인 아들은 이미 도주했지만 소방관들은 “사람이 남아 있다”는 말에 다시 화재 현장에 진입했다. 수색 중 2층 주택 전체가 무너지며 그들은 어이없는 희생자가 됐다. 당시엔 방화복조차 없어 비옷인 방수복을 입고 화재 진압을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소방관들의 근무 여건이 개선되기 시작했다고 하니 그들의 희생이 아주 헛된 것은 아니었다.지난달 31일 경북 문경의 한 육가공 공장 화재에서 젊은 소방관 두 명이 또 목숨을 잃었다. 공장에 남은 직원들이 있을 수 있다는 말에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가 결국 돌아오지 못한 김수광 소방장과 박수훈 소방교다. 소방청에서 운영하는 ‘순직소방관추
‘쉬리’로 한국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강제규 감독의 데뷔작은 1996년 개봉한 ‘은행나무 침대’다. “한국에서 이런 영화가 성공하겠어”라는 우려를 “한국에도 이런 영화가”라는 찬사로 바꾼 판타지 영화다. 천 년 전, 사랑을 이루지 못한 두 사람이 한 쌍의 은행나무가 된다. 하지만 그중 한 그루는 벼락을 맞아 불탄다. 긴 세월이 지나 사람으로 환생한 그가 그녀의 영혼이 깃든 은행나무 침대와 만나는 이야기다. 그런데 왜 은행나무 침대였을까. 천 년의 사랑을 이야기하려면 장수하는 은행나무 외에는 대안이 없었을 듯하다.나무는 다 오래 산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자작나무는 수령(樹齡)이 50년 안팎이라고 하니 사람 수명보다 짧다. 세계 최고령 나무로 알려진 것은 올해로 4856살이 된 미국 캘리포니아의 브리슬콘 소나무 ‘무드셀라’다. 무드셀라는 969세까지 살았다는 성경 속 인물이다. 몇 년 전엔 칠레 국립공원의 알레르세라는 나무가 5500살에 가깝다는 한 연구진의 추정도 나왔다.국내에선 울릉도 도동의 향나무가 2000살이 넘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공식적으로는 강원 정선 두위봉의 주목이 1400살로 최고령이다. 경기 양평 용문사의 은행나무도 1100살이 넘었다. 이 밖에 경북 봉화의 느티나무, 경남 김해의 이팝나무, 제주 애월의 팽나무가 수령 600~1000년을 자랑한다.천연기념물인 강원 원주 반계리의 800살 넘은 은행나무가 ‘인공지능(AI) 소방관’의 보살핌을 받게 됐다. 원주시가 2억원을 들여 ‘자율형 화재 초동 진압 설비’를 설치한다고 한다. 낙뢰 등으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스스로 불이 난 곳을 찾아 진화하는 시스템이다.수
“외국 정부들이 겁을 먹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동맹국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막후 외교에 나선 미국 의원의 말을 이렇게 전했다.레이스 초반이지만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이 도널드 트럼프 대세론으로 굳어지면서 전 세계에 ‘트럼프 공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5일 첫 경선지인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압도적인 격차를 보인 데 이어 당시 2위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까지 사퇴했다. 트럼프는 경선을 조기에 마무리하고 11월 대선에서 조 바이든을 물리치자고 기세를 올리고 있다. 홀로 남은 니키 헤일리 후보가 분투하고 있지만 16개 주·지역의 경선이 열리는 3월 5일 ‘슈퍼 화요일’까지 경쟁을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온건파 공화당원이 많은 이번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 결과가 분수령이 될 듯하다.이코노미스트지는 세계 각국이 이미 트럼프 복귀 가능성에 대비하기 시작했다며 트럼프 2기의 관세 인상, 우크라이나와 대만 포기 가능성, 동맹국에 대한 거래적 접근, 적국과의 공격적 거래, 글로벌 규칙 붕괴 등을 우려했다. 거래를 중시하는 트럼프에게 미국 이외의 국가는 ‘은혜를 모르는 동맹국’ ‘불쾌한 적대국’ ‘관심 없는 국가’로 나뉜다며 대비할 필요성도 지적했다. 한국도 대미 무역흑자와 방위비 분담 문제가 걸려 있으니 ‘무임 승차’ 하지 않는 동맹임을 입증해야 할 판이다.우리 기업들 역시 트럼프 당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해 미국에 전기차·배터리 공장 등 초대형 투자를 했는데 트럼프가 백악관에 재입성하면 IRA 폐기와 함께 보조금
한국 정치인들의 선거자금 마련 창구가 출판기념회라면 일본 자민당 의원들의 ‘돈줄’은 정치자금 파티다. 한 장 2만엔인 파티권(券)을 단체나 기업에 파는데 파벌 소속 의원들에게는 당선 횟수 등에 따라 할당량이 주어진다.지난해 말부터 일본 정치권을 흔들고 있는 것이 이 정치자금 파티를 둘러싼 의혹이다. 할당량을 초과한 금액을 수지보고서에 기재하지 않고 의원에게 뒷돈으로 돌려줘 비자금으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도쿄지검 특수부가 전국의 검사 수십 명을 차출해 수사에 착수하면서 ‘레이와(令和) 시대의 리크루트 사건’이라고도 불리는데 ‘요란한 빈 수레’가 돼가는 모양새다. 도쿄지검은 의원 3명과 3개 파벌의 회계 책임자 등을 정치자금규정법 위반으로 입건하며 사실상 수사 마무리 단계다.특이한 것은 자민당의 6개 파벌 중 이번 사건에 연루된 3개 파벌이 모두 해산을 선언했다는 점이다. 당내 최대 파벌인 아베파(98명)와 기시다파(46명), 니카이파(38명)다. 일단 아소파(56명)·모테기파(53명)·모리야마파(8명)는 해산에 부정적이지만 오늘 자민당 정치쇄신본부가 파벌 문제 등에 관한 중간 쇄신안을 내놓기로 해 파벌 해체 논의가 확대될 수도 있다.1955년 자유당과 일본민주당이 합당해 탄생한 이후 일본 정치를 지배해 온 자민당은 곧 파벌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강력한 보스를 중심으로 뭉친 파벌은 정치 부패의 근원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한편으론 ‘당 안의 당’인 파벌들이 교대로 총리를 맡음으로써 정권교체와 같은 역할을 해 자민당의 장기 집권이 가능했다는 견해도 있다.1994년에도 자민당은 파벌 해산을 선언했다. 처음으로 정권을 내주
“국민당 반동파의 두목이자 중국 인민의 공적.” 1975년 장제스(蔣介石)가 사망했을 때 중국 관영 신화사가 그의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붙인 수식어다. 중국 공산당 1인자 마오쩌둥(毛澤東)의 라이벌에 대한 평가이니 야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만 선거 때마다 그의 후예라고 할 수 있는 국민당 후보의 당선을 중국이 지지하는 건 역사의 아이러니다.장제스는 난징의 국민정부 시절부터 대만으로 옮긴 후 사망할 때까지 제1~5대 총통을 지내며 장기 집권했다. 총통(總統)이란 말은 청나라 말기 영어 프레지던트(president)를 번역한 것에서 유래해 지금도 중국에서는 다른 나라의 대통령을 총통으로 표기한다. 정식 명칭은 ‘중화민국 총통’이지만 ‘대만 총통’ ‘타이완 총통’이라고도 부른다. 대륙에서는 중화민국(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타이완 지구 영도인’이라고 한다.대만 총통은 1946년 제정된 중화민국 헌법에 따라 당초 국민대회에서 선출했다. 일종의 간접선거였다. 임기 6년으로 연임만 가능했다. 그 뒤 장제스는 공산당의 거센 위협을 빌미로 비상조치를 발동, 총통 권한을 대폭 강화하고 무제한 연임이 가능하도록 헌법을 바꿨다. 하지만 1987년 대만에도 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1996년 이후 지금까지 직접선거로 총통을 선출하고 있다. 임기도 4년으로 줄었으며, 3선 이상은 불가능하다.오늘 대만의 향후 4년을 좌우할 총통과 113명의 입법의원을 뽑는 선거가 동시에 치러진다. 대만 독립을 주장하고 친미 성향인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와 친중을 앞세운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 중 누가 승리할지 모르는 박빙이다. 사실상 일당 체
“어린 놈이….” 돈봉투 살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세 정치인이 지난해 말 50세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날린 말에 많은 국민이 실소를 금치 못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만큼 우리가 여전히 ‘주민등록증에 적힌 숫자’를 중시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음을 깨닫게 해준 해프닝이기도 했다.프랑스에 만 34세 총리가 탄생했다. 직전까지 교육부 장관을 맡고 있던 1989년 3월생인 가브리엘 아탈이 그 주인공이다. 1984년 37세에 총리가 된 로랑 파비위스의 기록을 깨고 최연소 총리가 됐다. 17세에 중도 좌파 사회당에 입당해 정치 활동을 시작한 그는 프랑스 최고 고등교육기관 ‘그랑제콜’ 중 한 곳인 파리정치대학을 졸업했다. 사회당을 탈당해 2016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한 전진하는공화국(LREM)에 합류한 뒤 정부 대변인과 공공회계 장관, 교육부 장관을 잇달아 맡으며 만만찮은 정치 이력을 쌓았다. 특히 5개월여의 교육부 장관 임기 동안 이슬람권 여성의 전통 의상인 ‘아바야’ 교내 착용 금지, 저학년생 기초학력 증진 방안 등을 뚝심 있게 밀어붙여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 중 한 명으로 급부상했다.30대 국가 지도자의 등장은 이제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다. 당장 아탈 총리를 임명한 마크롱도 2017년 39세에 대통령이 됐다. 그해 31세인 제바스티안 쿠르츠가 오스트리아 총리에, 37세인 저신다 아던이 뉴질랜드 총리에 올랐다. 2019년엔 33세의 산나 마린이 핀란드 총리가 됐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다니엘 노보아 아신 에콰도르 대통령은 1987년 11월생으로 세계 최연소 국가 정상이다.연륜 있는 정치인에게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통찰력과 안정을, 젊은 정치인에게는 강력한 추
서울은 산악으로 둘러싸인 분지다. 북쪽으로 북한산과 도봉산, 동북쪽으로는 수락산과 불암산, 남쪽으로 관악산과 청계산이 자리하고 있다. 산행을 좋아하는 시민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라고 할 수 있는데 걷기를 즐기는 시민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산자락 밑으로 총 156.5㎞의 둘레길이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한성백제부터 따지면 20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서울은 그 긴 시간만큼이나 구석구석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자동차나 전철로 스쳐 지나가면 볼 수 없는 모습들도 두 발로 걸으면 그 속살까지 고스란히 볼 수 있다. 산과 하천의 풍광 역시 마찬가지다. 이렇게 걸으면서 자연과 역사, 문화를 호흡할 수 있는 트레킹 코스를 가진 도시는 세계적으로도 드물 것이다.최근 여당의 비대위원장은 등판 직전 “함께 걸으면 길이 된다”는 말로 주목받았지만 원래 있던 길들도 그 길을 이어주고 정비하면 더 많은 사람이 함께 걷게 된다. 한강공원이나 한강으로 이어진 하천길은 걷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길이 정비되고 이어진 덕분이다. 자전거를 타거나 달리는 사람도 많지만 절대다수는 보행족이다. 동행자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느긋하게 산보하는 사람들부터 경보를 하듯 혼자서 빠르게 걷는 사람들까지 걷는 형태는 제각각이다.서울둘레길이 2014년 완전 개통한 지 10년 만에 이달부터 코스를 전면 개편해 ‘서울둘레길 2.0’으로 업그레이드된다고 한다. 총 156.5㎞인 길이는 변화가 없지만 8개 코스를 21개 코스로 나누고 곳곳에 쉼터와 전망대도 만든다는 게 골자다. 한 코스의 평균 길이가 20㎞에서 8㎞로 줄어들고 완주에 걸리는 시간도 8시간에서 3시간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책방에서 시 모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h님이 물었다. “그런데 그냥 좋은 게 정말 좋은 거 아닌가요?” h님은 좋은 데 이유를 가져다 붙이는 순간 마음이 이상해진다고 했다.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좋다고 말하는 순간 순수하게 좋았던 마음이 얼마간 손상되기도 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냥 좋은 건 너무 싱겁지 않은가. “저는 그냥 좋다고 말하는 사람에겐 서운함을 느껴요.” 조금 다른 마음도 있다는 걸 알고는 h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나도 ‘그냥 좋다’는 말을 더없이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놀란 참이었다. 비슷하게 다정한 사람들 마음속에 이렇게나 다른 심리 기제가 작용하고 있는데도 서로의 마음을 살피며 함께 시를 읽었다는 사실이 새삼 감동스러웠다. 다름을 이야기하는 일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어서 나는 계속 말했다. “저는 이유 없이 좋았지만 대답해주고 싶어서 이유를 소급 적용하는 사람의 모습에서 성의를 느끼거든요. 열심히 자기 마음을 뒤적이다가 찾고 있던 이유를 발견하게 되는 과정 자체가 설레기도 하고요.” Getty Images Bank 좋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내 수원에 있는 갤러리 소현문을 생각했다. 소현문에선 유현아 시인의 시집 의 표지 그림을 그린 김민주 작가가 참여한 전시 ‘수요일 수요일’이 열리고 있다. 바로 그곳에서 그의 그림에 사로잡혔던 한 시인의 낭독회를 한 것이다. 낭독회 좋은 줄은 진작 알았지만 이번 낭독회는 특히나 좋았다. 누군가 내게 왜냐고 묻는다면, 나도 h님처럼 “그냥”이라고 말하고 싶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역시나 입이 근질거리는 타입이라 말하겠다. 소현문에서 있었던 낭독회가 특히
한경 2기 독자위원 ● 위원장 박병원 안민정책포럼 이사장 ● 위원 김도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 대표 김우경 SK이노베이션 부사장 박종민 경희대 미디어학과 교수 손주형 서강대 언론홍보 4학년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오세천 LG전자 전무 이인영 하나은행 소비자보호 그룹장 임형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정영진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요즘 은행권 처지는 딱 사면초가(四面楚歌)다. 발단은 ‘돈 잔치’였다. 2022년 5대 금융그룹 순이자 이익이 50조원에 육박했다. 사상 최대 규모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덕분이다. 은행들은 기본급의 300~40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퇴직하면 6억~7억원을 두둑이 쥐여줬다. 반면 은행에서 돈을 빌린 차입자는 이자 빚이 두 배 이상 늘었다. 연 3%이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까지 급등했다. 이 판에 성과급 파티를 벌인 것이다. 여론 반응이 싸늘해진 이유다. 대통령의 질타가 추상같다.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에게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하라.” 이에 금융위원회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급기야 은행권이 구조조정 수술대에 올려졌다. “이익 가운데 3분의 1은 주주 환원하고, 3분의 1을 성과급으로 준다면 나머지 3분의 1은 국민과 금융소비자 몫이다.” 금융감독원장 지론이다. 성과급을 더 받으려면 사회공헌도 그만큼 하라는 주문이다. 부랴부랴 은행권이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들고나왔다. 3년간 10조원을 내놓겠다는 읍소다. 하지만 여론과 감독당국을 의식해 급조한 탓에 아귀가 안 맞는다. 금융소비자의 불만은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격차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그런데 은행은 저소득계층 지원 카드를 내밀었다. 집값이 오른 곳은 서울 강남지역인데 지방에 주택 공급을 더 늘리겠다는 식이다. 은행이 돈놀이에만 몰두한 건 아니다. 꾸준히 사회공헌 활동을 해왔다. 감독당국이 하도 몰아세우니 대놓고 말을 못 했을 뿐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일찌감치 2022년도 사회공헌활동 보고서를 발표했다. 은행권은 조심스럽다. 2022년 결과를
상생과 협력을 기본원칙으로 협력사와 동반성장 모두투어는 해외여행 자율화 원년인 1989년 국내 최초의 도매여행기업으로 출범했다. 해외여행 불모지인 대한민국을 관광대국으로 발전시켜온 국내 대표 여행기업인 모두투어는 윤리경영, 동반성장, 고객만족이라는 기업의 3대 핵심가치를 토대로 비전을 체계화하고 있다. 특히 협력사와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모두투어는 파트너십을 맺은 여행사를 브랜드화해 자사 상품만 취급하고 판매하는 ‘모두투어 베스트 ...
국내 시멘트산업을 선도하는 쌍용양회 국내 최대 시멘트 제조회사인 쌍용양회는 1962년 창업 이래 반세기 넘게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시멘트 및 콘크리트 제품 제조기술의 발전을 주도하며 각종 사회간접자본의 확충과 국민 주거생활 향상에 기여하는 등 한국 경제발전의 초석을 다지는 데 크게 기여해왔다. 단일 시멘트 생산공장으로서는 세계 최대 규모인 동해공장을 비롯해 영월공장, 북평공장 등에서 연간 1500만t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생산공장의 유리...
삼성카드(대표 원기찬)가 2017년 한국서비스품질지수(KS-SQI) 신용카드 부문에서 4년 연속 1위에 선정됐다. 삼성카드는 차별화된 마케팅과 창의적인 상품·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생활 속 가치와 삶의 질을 지속적으로 높여가고 있다. 또 고객 중심 경영을 통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업무 프로세스 전반에 고객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하여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언제나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
롯데백화점(대표 강희태)이 2017년 한국서비스품질지수(KS-SQI) 백화점 부문에서 2년 연속 1위에 선정됐다. 롯데백화점은 본점 개점 이후 38년간 대한민국 대표 백화점 브랜드로 성장했다. 고객 중심의 현장경영을 중시하는 강 대표의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고 업무프로세스를 고객 중심으로 혁신해 왔다. 롯데백화점은 4차 산업혁명에 따라 빠르게 변화하는 유통환경과 온라인 쇼핑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ICT 우수기업과 연...
삼성생명(대표 김창수)이 2017년 한국서비스품질지수(KS-SQI) 생명보험 부문에서 15년 연속 1위로 선정됐다.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은 삼성생명은 보험 가입에서 계약 유지, 보험금 지급 등 전 과정에서 고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고객편의를 위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제공하는 것은 고객의 신뢰 없이는 회사가 존립할 수 없다는 신념에 기인한다. 보험계약 심사 단계에서 2016년부터 기존 언...
인천공항을 출발한 지 2시간쯤 지났을까. 비행기가 일본 아오모리공항에 곧 착륙한다는 안내방송을 듣고 창 밖을 내다봤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아오모리(靑森)의 전경을 눈에 담아두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아래쪽은 온통 구름뿐.비행기가 빠르게 고도를 낮추는 게 느껴졌지만 좀처럼 구름 속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다 불쑥 눈덮인 활주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비행기 창문을 빠르게 스쳐가는 눈발.땅도 하늘도 온통 하얗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니 유키구니(雪國)였다'로 시작되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雪國)'처럼 구름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니 '유키구니'에 왔다는 실감이 났다. 소설의 무대는 니가타(新潟)지만 아오모리도 그에 못지않게 눈이 많은 고장이다. 이곳 사람들의 겨울철 일상이 집 앞 눈을 치우는 일로 시작된다는 게 결코 과장이 아닌 듯하다. 사흘간의 아오모리 체류 기간 내내 눈이 내렸다. 사흘간 스키장 3곳(나쿠아 시라카미 · 하코다산 · 모야힐즈 스키장)을 체험하는 일정이라 조금 빠듯했다. 하지만 3곳 모두 아오모리공항에서 1시간 안팎 거리여서 1~2곳을 정해 떠나는 여행이라면 2박3일이라도 스키나 보드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리프트 대기 시간이 없다는 점과 습기가 적어 푹신푹신한 파우더 스노(powder snow)에서 활강을 즐길 수 있다는 공통점을 빼면 3곳이 전혀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어 만족도 200%의 여행이 될 수 있다. ◆가족과 함께라면 나쿠아 시라카미나쿠아 시라카미(옛 아지가사와) 스키장은 2003년 동계 아시안게임 개최지답게 아오모리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와 시설을 갖추고 있다. 17개 코스 중 10개가 초급자용이어서 가족 여행객에게 딱 맞는 곳이다. 눈
화제를 잘못 택한 것일까. 저녁 식사 자리에 마주앉은 맥캘란 증류소의 조지 크레이그 부공장장은 영국 프리미어 리그 리버풀의 스티븐 제라드를 꼭 닮았다는 말에 "축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짧은 대답과 함께 입을 닫았다. 순간 아차 싶었다. 숙적 잉글랜드가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 오른 반면 스코틀랜드는 예선 탈락이 확정된 상황에서 축구 얘기를,그것도 잉글랜드팀 주전 선수를 닮았다고 했으니….싱글몰트 위스키에는 이런 스코틀랜드인의 고집과 자존심이 묻어난다. 위스키 시장의 5% 정도를 차지하고 있지만,결코 섞이지 않은 맛과 향을 지닌 싱글몰트 위스키에 대한 스코틀랜드인들의 자부심은 남달랐다. ◆싱글몰트의 성지 '스페이사이드'위스키의 본고장 스코틀랜드의 수많은 위스키 증류소(distillery) 중 3분의 2 정도가 하이랜드 지역을 가로질러 북해로 흐르는 스페이강 주변에 몰려있다. 이 지역을 '스페이사이드(Speyside)'라고 하는데 맥캘란 외에도 글렌피딕,더글렌리벳과 같은 명품 싱글몰트 위스키의 증류소가 이웃하듯 자리잡고 있다. 모든 명주(名酒) 의 고향이 그러하듯 스페이 사이드는 좋은 위스키가 탄생할 수 있는 필요충분 조건을 갖추고 있다. 풍부한 미네랄을 함유한 깨끗한 물과 원료인 좋은 보리,여기에 수백년간 위스키를 만들어 온 기술과 최고를 고집하는 장인정신에 이르기까지.하지만 같은 지역에서 생산된 싱글몰트라고 해서 맛과 향이 비슷한 것은 아니다. 그레인 위스키와의 '배합 비율'에 따라 맛과 향이 차이가 나는 블렌디드 위스키와 달리 싱글몰트 위스키는 보리의 품종,증류방식,보관하는 오크통에 따라 제품마다 훨씬 다양한 맛과 향을 내게 된다.
풀무원은 국내 최초로 포장두부를 생산한 지 30주년이 되는 2013년까지 두부 매출 3000억원(국내 2400억원,해외 600억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풀무원은 지난 6일 중국 선양에서 이 같은 내용의 미래비전 '도약 2013'을 발표했다. 올해 매출 1조원 달성을 예상하고 있는 풀무원은 두부사업에서 국내 1450억원,해외 330억원 등 18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두부사업 규모를 5년 내 두 배 이상으로 키우겠다는...
'해변에서 지내는 동안 사람들은 먼저 벗어 던지는 기술을 배우게 된다.얼마나 많이 가져야 하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적게 지니고도 살아갈 수 있는가를 배운다.먼저 옷이다.얼마나 홀가분한가! 그러면서 사람들은 옷만이 아니라 허식까지 벗어 던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앤 모로 린드버그의 '바다의 선물'중에서) 여행이란 애초에 무언가를 얻으려고 떠나는 길이 아니라 버리고 비우기 위한 떠남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열대의 해변은 여행의 최적지가 아닐 수 없다. 그곳에서 우리는 거추장스러운 옷뿐만이 아니라 따라잡기 힘겨운 도시생활의 속도와 복잡다단한 인간관계도 훌훌 벗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재충전을 위한 짧은 여행이라면 더더욱 욕심을 버릴 일이다. 많이 보고 많이 경험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아침을 천천히 먹고 느긋하게 바닷가를 산책한다. 정오가 되기 전까지 수영을 하거나 간단한 장비를 빌려 스노클링을 즐긴다. 점심을 먹은 후엔 야자수 그늘에서 책을 읽거나 달콤한 낮잠을 청해도 좋다.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면 늦은 오후쯤엔 해안도로를 일주하며 관광명소를 둘러볼 수도 있다. 아름다운 원주민 처녀의 민속춤을 감상하며 해변에서 즉석 바비큐를 먹는 저녁식사는 빼놓을 수 없는 하루의 마침표다. 이때쯤이면 기분 좋은 피로감이 찾아오지만 벌써 잠자리에 들기엔 밤의 해변은 여전히 아름답고 낮의 열기를 식혀주는 바람은 너무나 상쾌하다. 가족이나 친구도 좋고,혼자 온 사람이라면 낯선 동료 여행자와 함께라도 좋다. 맥주 한 잔 기울이며 정담(情談)을 나누다 보면 어느덧 아쉬운 하루가 지나간다. 이런 꿈같은 휴양지가 생각보다 그리 멀리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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