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식 기행: 글로벌 철강 2위 룩셈부르크의 아르셀로미탈 [AMS: MT]“미국으로 들어오는 어느 철강이든 25% 관세를 부과받게 될 것입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일 미국프로풋볼 결승전인 슈퍼볼이 열리는 뉴올리언스로 이동하는 전용기(에어포스원) 안에서 기자들에게 이 같은 계획을 깜짝 공개했습니다. 트럼프는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서도 질문받자 "역시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이 관세에 대한 이야기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제철의 미국 철강기업 US스틸 인수 관련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철강·알루미늄 관세 적용 대상에 완제품도 포함된다고 전했습니다. 중국산 철강이 3국을 거쳐 미국으로 우회 수출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보입니다. 가뜩이나 중국발 과잉 공급과 업황 악화에 시달리던 한국 철강기업들에는 큰 악재가 됐습니다.글로벌 철강 시장은 중국 기업들의 입김이 세진 지 오래됐습니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생산력 기준으로 글로벌 10위 이내에 중국 철강기업들이 6곳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세계 1위 기업은 중국 국영기업 바오우철강입니다. 2위는 2018년까지 13년간 선두자리를 지켰던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둔 아르셀로미탈입니다.아르셀로미탈은 2006년 철강 1, 2위 기업이었던 아르셀로와 미탈이 합병하여 만들어진 기업입니다. 인도 출신 경영인 락시미 미탈은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본사를 뒀던 미탈과 스페인, 프랑스, 룩셈부르크 철강회사들이 합쳐진 아르셀로의 합병을 주도했습니다. 그는 앤드루 카네기를 뛰어넘는 ‘철강왕’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매년 세계 부호 순위에 상위권에 항상 올
‘유럽 자동차 최고 유망주’ 프랑스의 르노 (Renault) [EPA: RNO]"차량 구매 상담 문의가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주문하시면 계약하고 최소 1~2개월은 대기하셔야 합니다."(르노코리아 영업소 관계자)작년 말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는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습니다. 르노코리아가 지난해 9월 내놓은 그랑 콜레오스의 판매량이 전통의 강자 소렌토에 이어 깜짝 2위를 차지한 것입니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등록 기준으로 이 차량의 12월 판매 대수는 7961대로 소렌토의 8055대보다 근소하게 뒤졌습니다.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에도 설날 연휴로 인해 대부분 완성차 업체의 판매량이 감소하는 와중에 르노코리아 판매량만 전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르노코리아는 국내외에서 총 3817대를 판매하며 104% 급증한 것입니다. 그랑 콜레오스가 2040대 팔리며 실적을 견인했고, 이 중 하이브리드 비중이 86.4%인 1762대를 차지했습니다.그랑 콜레오스는 출시 초반에 홍보 영상의 남성 혐오 논란으로 위기를 맞을 뻔했지만 우수한 상품성이 입소문 타면서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하이브리드 모델은 전기차 뺨치는 정숙성과 연비로 호평받고 있습니다.1.5리터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에 100kW와 60kW인 두 개의 전기모터가 조합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구동용, 하나는 발전용으로 최대출력은 245마력입니다. 회사 측은 시내 주행에서는 75%를 전기차처럼 주행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전문가들은 현존하는 하이브리드카 가운데 가장 전기차에 가까운 주행 감각을 보여준다고 말합니다.이 차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르노코리아의 지분 35%를 보유한 중국 지리자동차와 공동
유럽 주식 기행: 영국 초소형 컴퓨터 업체 라즈베리파이 (Raspberry Pi) [LSE: RPI]중국의 한 스타트업이 내놓은 인공지능(AI)이 글로벌 테크 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습니다. 중국산 AI ‘딥시크’는 미국 빅테크가 쏟아부은 Ai 모델 개발 비용의 10분의 1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성능은 이들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 개발 비용에 대해 여러 가지 논란이 있지만 지금까지 너도나도 막대한 비용을 들이던 ‘쩐의 전쟁’과는 다른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입니다.딥시크를 계기로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가성비 컴퓨팅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저사양의 컴퓨터를 다수 연결해 슈퍼컴퓨터처럼 활용한다거나, 초소형 컴퓨터로 로봇이나 사물인터넷(IoT)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저전력 고성능 PC는 AI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대중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습니다.최근 몇 년 사이에 소형 컴퓨터 애호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PC가 있습니다. 바로 ‘라즈베리파이’입니다. 영국의 라즈베리파이 재단이 개발한 싱글보드 컴퓨터로 한 개에 4만원~5만원에 불과합니다. 싱글보드 컴퓨터란 한 개의 기판에 컴퓨터의 모든 요소를 모아놓은 것입니다. 최신 사양 키트는 10만원이 넘기는 합니다만 일반 컴퓨터에 비해 매우 저렴한 건 사실입니다.라즈베리파이의 시작은 어린이 교육용이었습니다. 2012년 케임브리지대 컴퓨터 과학자인 에벤 업튼이 컴퓨터에 대한 접근을 대중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고안했습니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과 휴대성이 개발자들을 사로잡았습니다. 가정용 홈오토메이션 같은 DIY용 컴퓨터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지금은 드론, 로봇부터 네트워크 장
유럽 주식 기행: 세계 최대 시멘트 제조기업 아일랜드 CRH (NYSE: CRH)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가장 주목받은 것은 초대형 인공지능(AI) 투자 계획인 '스타게이트'였습니다.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일본 소프트뱅크,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이 손잡고 설립하는 AI 합작회사입니다. 초기에 1천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며, 향후 4년 동안 최대 5천억 달러로 늘릴 계획입니다. 스타게이트는 1994년에 개봉한 공상과학 영화 이름에서 따온 것입니다.이 프로젝트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 등도 기술 파트너로 참여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쟁쟁한 테크 기업들이 수혜주로 거론된 가운데 글로벌 시멘트 회사와 건설회사에도 큰 기회가 올 것으로 애널리스트들은 예상했습니다.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은 “텍사스주에 데이터센터 10개를 건설 중이며, 이 숫자는 20개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CNBC에 따르면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이 과정에서 엄청나게 많은 건축자재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며 글로벌 시멘트 제조사인 아일랜드 CRH와 독일 하이델베르크머티리얼즈 등이 낙수 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업계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세계 최대 시멘트 기업은 CRH입니다. 2위는 중국의 CNBM, 3위는 스위스 홀름, 4위는 하이델베르크머티리얼즈입니다. 1, 2, 4위가 유럽 기업인 것이 눈에 띕니다. 이들은 본사를 유럽에 두고 있을 뿐 전 세계에 자회사와 사업장을 둔 글로벌 기업들입니다.CRH는 Cement Roadstone Holdings의 약자로 1936년 설립된 Cement Ltd와 1949년 시작된 Roadstone Ltd가 1970년에 합병하여 만들어졌습니다. 본사는 아일랜드 더블린
유럽 주식 기행 - 영국 핀테크 기업 ‘와이즈’ (LSE:Wise)워킹 홀리데이나 어학연수생, 유학생 신분으로 영국에 온 한국인들은 현지 은행 계좌를 만들다가 깜짝 놀랍니다. 한국처럼 방문만 하면 뚝딱 계좌를 만들어주는 것은 언감생심입니다. 며칠 전에 미리 계좌 개설 예약을 잡고 가야 합니다. 30분 이상 걸리는 것은 물론이고, 주소지가 불명확하거나 소득이나 유학생 증명을 하지 못하면 거절되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영국은 바클레이즈, 스탠다드차타드, HSBC 등 글로벌 은행이 많은 금융 강국입니다만, 편의성만 따지면 한국보다 한참 뒤떨어진 모습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하지만 몇 년 전 영국 유학생들의 이런 괴로움이 거의 사라지게 된 일이 벌어졌습니다. 바로 인터넷 은행의 등장입니다. 우리나라의 카카오뱅크, 케이뱅크처럼 모바일로 간편하게 계좌 개설하고 송금할 수 있는 인터넷 은행은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을 고집하던 영국에서는 더 혁명적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영국의 대표적 인터넷 은행으로는 레볼루트, 몬조, 스타링뱅크, 아톰뱅크, 와이즈가 있습니다. 전 세계 25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레볼루트가 가장 앞서 있습니다. 비상장 핀테크 스타트업으로 기업 가치를 450억 달러(64조4490억원)로 평가받고 있습니다.영국 런던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으로는 와이즈가 있습니다. 와이즈는 과거 트랜스퍼와이즈로 알려졌던 외화 송금에 특화된 은행입니다. 2021년 7월 런던 증시 상장 때 80억 파운드(14조1290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기술 기업으로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와이즈는 2011년 영국으로 일하러 온 에스토니아 출신의 크리스토 카르만과 타베트 히링쿠스에 의해 설
암 치료의 새로운 접근법이 성공을 거둘 때마다 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암 환자의 생존 기간은 늘었다. 암은 곧 정복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1986년 3만 명대이던 암 사망자는 2000년 5만8197명으로 증가했다. 2020년에는 8만2204명이 사망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난 것이 암 환자 급증을 불렀다.김범석 서울대 암병원 종양내과 임상교수는 <죽음은 직선이 아니다>를 통해 기원전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암을 향한 인류의 투쟁을 소개한다.암에 대한 본격적인 도전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합성화합물인 항암제로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도 1940년대 2차 세계대전 중에 우연히 발견했다. 아돌프 히틀러의 생화학 무기 사용에 대응하기 위해 연합군이 갖고 있던 겨자 가스탄이 폭발하면서 이 독가스에 의해 암세포가 죽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 최초의 항암제는 사람을 죽이면서 동시에 사람을 살리는 독이었다.과학의 발전이 계속되면서 암세포가 성장하는 신호전달 경로를 차단하는 치료법인 분자표적항암제가 새로운 길을 열었다. 특정 유전자가 암세포를 자라게 하는 원인이라는 것에 착안해 그 유전자를 목표로 삼아 암의 진행을 막는다. 하지만 표적이 없는 암세포와 돌연변이가 계속 문제를 일으켰다.최근 암 연구의 전환점은 면역항암제 등장이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활성화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저자는 어려운 의학 이야기를 경험을 통해 쉽게 풀어낸다.최종석 기자
암 치료의 새로운 접근법이 성공을 거둘 때마다 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암 환자의 생존 기간은 늘었다. 암은 곧 정복될 것처럼 보였지만 1986년 3만명 대이던 암 사망자는 2000년 들어서 5만8197명으로 늘었다. 암 사망자 수는 계속 늘어 2020년 한 해에만 8만2204명이 죽었다. 암 생존율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있다.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암 환자는 급증하고 사망 속도는 더 빨라졌다. 과연 암은 영원히 인류가 정복할 수 없는 것인가. 김범석 서울대 암병원 종양내과 임상교수는 <죽음은 직선이 아니다>를 통해 기원전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암을 향한 인류의 투쟁을 소개한다. 암을 치료하기 위한 과학자와 의사들의 여정을 탐구하며 암과 죽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저자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폐암으로 잃으면서 의사로서 생명과 죽음에 대해 공부하겠다고 결심한다. 죽음이 생각보다 빨리 온다는 것을 경험한 저자는 ‘우리는 왜 죽는가’, ‘사람은 왜 암으로 죽는가’, ‘암은 도대체 어떤 병인가’ 등의 질문을 자신에게 던진다. 이 질문들은 저자를 의사의 길로 이끌었고 응급실, 암 병동, 소록도 등 수많은 의료 현장에서 다양한 죽음의 순간과 마주한다.저자는 죽음은 늘 예측할 수 없었고, 아무런 예고도 없이 찾아왔다고 전한다. 죽음이 예측 가능한 직선이 아니라, 어느 순간 급격히 무너지는 임계점의 문제라고 봤다. 99도의 물이 100도에서 수증기가 되는 것처럼, 불과 1도 차이로 생과 사의 경계점이 갈라진다는 것. 현대 의학은 아직도 생과 사의 갈림길을 정하는 죽음의 경계점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고 저
<차이나 크라이시스>는 중국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과 함께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진단하는 책이다. 방송사 중국 특파원으로 베이징과 선양에서 일한 저자가 지난 10년간 중국 전역을 다니며 취재한 기록을 담았다.해외 의존도가 높은 중국 제조업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저자는 제조업과 첨단기술, 금융 중심지인 광저우에서 매년 열리는 ‘캔톤페어’ 현장을 보여준다. 서울 잠실운동장 15개 크기의 대형 전시장이 꽉꽉 차던 과거와 달리 미국 바이어가 줄어들어 썰렁해졌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둥관에는 텅 빈 창고와 불 꺼진 공장 건물이 넘친다.시진핑 주석은 2021년 도농 격차, 소득 불평등 해소를 위해 ‘공동부유’를 꺼냈다. 첫 번째 타깃은 그동안 잘나가던 빅테크였다.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핀둬둬 등 6대 기업으로부터 1년 만에 기부금 30조원을 걷었다. 알리바바 금융 자회사인 앤트그룹의 상장이 중단되고 디디추싱은 상장폐지됐다. 마윈, 마화텅 회장 등은 너나 할 것 없이 몸을 바짝 낮췄다.연예인, 의사 등 고소득자는 모두 ‘공공의 적’으로 몰렸다. 사교육 규제에 학원가가 썰렁해지고 학군 지역 집값은 내려갔다. 정부의 규제 강화는 이전부터 불안불안하던 부동산 시장을 얼어붙게 했다. 헝다, 비구이위안 등 수많은 대형 부동산업체가 자금난에 몰려 디폴트에 빠졌다. 저자는 ‘중국의 잃어버린 10년’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한다.최종석 기자
미국과 중국의 분업구조를 일컫는 ‘차이메리카’ 시대가 저물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촉발된 대결 구도는 외교, 경제, 기술, 안보, 정보, 이데올로기, 소프트 파워에 이르기까지 다중적이고 포괄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출범을 눈앞에 둔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무역 제재, 고율 관세부터 남중국해와 타이완에서의 군사적 경쟁까지 1기 때보다 중국에 대해 더 강한 압박할 기세다. 반면 중국은 코로나19 봉쇄를 거치면서 4년 전보다 경제적 기반이 더 약해지고 있다. 돌아온 트럼프와 중국의 두 번째 패권 경쟁은 과연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 <차이나 크라이시스>는 미국과 더불어 G2로 위상을 구가하는 중국이 트럼프 2기 정부의 출범과 함께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진단하는 책이다. 방송사의 중국 특파원으로 베이징과 선양에서 일한 저자는 지난 10년간 중국 전역을 다니며 취재한 기록을 담았다. 권력 집중, 부의 불평등, 경기 침체, 신냉전 초래 등 중국이 안고 있는 내·외부 문제가 망라됐다. 글로벌 수요 둔화와 2018년부터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으로 해외 의존도가 높은 중국의 제조업은 이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저자는 제조업과 첨단기술, 금융 중심지인 광저우에서 매년 열리는 ‘캔톤페어’의 모습을 보여준다. 잠실운동장 15개 크기의 대형 전시장들이 꽉꽉 찼던 과거와 달리 미국 바이어들이 줄며 썰렁해졌다.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광저우 옆의 둥관은에는 텅 빈 창고와 불 꺼진 공장 건물이 넘친다. 팬데믹의 영향으로 상당수 중소 제조업체들이 도산하거나 폐업했다. 시진핑 주석은 2021년 고속성장에 따른 부작용인 도농 격차, 소득 불평
캐나다 동부 대서양 연안에 있는 섬 뉴펀들랜드에는 바이킹 거주지의 유적이 있다. 10세기께 바이킹은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떠나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를 거쳐 북아메리카 섬에서 이미 활동하고 있었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도착하기 약 500년 전이다.이들이 항해한 경로는 정확하게 대서양 대구의 서식 범위와 같았다. 이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었다. 그들은 대구 어족을 발견하고 그걸 잡아서 추운 바람에 말려 대구를 오래 보존했다. 이들이 북대서양과 유럽 일대를 주름잡으며 먼 항해를 할 수 있던 것은 대구가 있었기 때문이다.신간 <대구>는 바이킹의 대이동이 있던 8세기부터 최근까지 인류와 함께한 대구의 연대기를 세계사 흐름과 함께 풀어낸다. 어부 집안 출신으로 대구잡이 어선에 승선한 경험이 있는 마크 쿨란스키는 7년간 시카고트리뷴 카리브해 특파원으로 일하면서 방대한 자료를 수집해 이 책을 썼다.한때 요리사로 일한 그는 각 장이 끝날 때마다 다양한 국가의 대구 요리법을 소개한다. 이 책은 1997년 미국에서 초판이 출간되자마자 수많은 찬사를 받으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의 감수를 더해 재출간됐다.다른 생선에 비해 커다랗고 번식이 왕성한 대구는 머리부터 알, 위, 간, 껍질까지 식용으로 사용되기에 유럽인들에게 식재료로 인기를 끌었다. 대구를 둘러싼 유럽 국가의 경쟁이 심해졌고, 대구 어획을 둘러싼 치열한 갈등이 이어졌다.15세기 영국, 한자동맹 등 유럽 국가들은 북대서양 대구 어장을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였다. 하지만 스페인 북부의 바스크인은 이들과 충돌 없이 유유히 대서양 멀리에서 말린 대구를 가져왔다. 콜럼버스 이전에 이미
캐나다 동부 대서양 연안에 있는 섬 뉴펀들랜드에는 바이킹 거주지의 유적이 있다. 10세기경 바이킹은 스칸디나비안 반도를 떠나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를 거쳐 북아메리카의 섬에 이미 활동하고 있었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도착하기 약 500년 전이었다. 이들이 항해한 경로는 정확하게 대서양 대구의 서식 범위와 같았다. 이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었다. 그들은 대구 어족을 발견하고 그걸 잡아서 추운 바람에 말려 대구를 오래 보존했다. 이들이 북대서양과 유럽 일대를 주름잡으며 먼 항해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대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신간 <대구>는 바이킹의 대이동이 있었던 8세기부터 최근까지 인류와 함께한 대구의 연대기를 세계사의 흐름과 함께 풀어낸다. 어부 집안 출신으로 대구잡이 어선에 승선한 경험도 있는 마크 쿨란스키는 7년간 시카고트리뷴 카리브해 특파원으로 일하면서 방대한 자료를 수집해 이 책을 썼다.한때 요리사로서 일했던 그는 각 장이 끝날 때마다 다양한 국가의 대구 요리법을 소개한다. 이 책은 1997년 미국에서 초판이 출간되자마자 수많은 찬사를 받으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의 감수를 더해 재출간됐다. 다른 생선에 비해 커다랗고 번식이 왕성한 대구는 머리부터 알, 위, 간, 껍질까지 식용으로 사용되기에 유럽인들의 식재료로 인기를 끌었다. 대구를 둘러싼 유럽 국가들의 경쟁이 심해졌고, 대구 어획을 둘러싼 치열한 갈등이 이어졌다. 15세기 영국, 한자동맹 등 유럽 국가들은 북대서양 대구 어장을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였다. 하지만 스페인 북부의 바스크인들은 이들과 충돌 없이 유유히 대서양 멀리에서 말린 대
지난해 프랑스 통신사 AFP는 한국의 커피 문화로 ‘얼죽아’를 조명했다. ‘얼어 죽어도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줄인 말로 추운 날에도 차가운 커피만 마시는 사람을 일컫는다.<커피, 이토록 역사적인 음료>는 등단 시인이자 커피 연구자인 진용선이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커피가 어떻게 한국인이 가장 즐기는 음료가 됐는지 보여준다. 구한말까지 가장 대중적인 음료는 숭늉이었다. 일제강점기부터 커피가 한국인의 삶에 스며들었다. 커피는 힙한 문화의 상징이었다. 유행에 민감한 모던 보이와 모던 걸이 커피를 마시는 게 일상이 됐다. 아이스커피는 다방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였다. 한국인의 얼죽아 사랑엔 꽤 깊은 역사가 있다.해방 이후에는 미군 전투식량에 있던 인스턴트커피가 시중에 대량으로 유통돼 많은 사람이 커피를 즐겼다. 저자는 동서식품의 인스턴트커피가 한국 사회를 바꾼 제품이라고 한다. 다방에서 마시던 커피를 집과 회사를 비롯한 모든 곳에서 마실 수 있게 돼서다.커피에 대한 벽이 완전히 사라져 모든 사람이 저렴하고 쉽게 커피를 마시게 됐다. 여기에 커피 자판기가 더해져 커피는 국민 음료 반열에 올라섰다.커피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영화 ‘포레스트 검프’ 주인공처럼 한국 근현대사의 중요 순간엔 늘 커피가 함께 있었음을,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우연이 아님을 깨닫는다.최종석 기자
2023년 2월 프랑스 통신사 AFP가 한국인의 커피 문화 중 하나인 ‘얼죽아’를 ‘Eoljukah’라는 영문으로 집중 조명을 한 적이 있다. ‘얼죽아’는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준말로, 날씨에 개의치 않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만을 마시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한겨울 맹추위에 추워서 얼어 죽을지언정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포기하지 않고, 아침에는 늘 커피와 함께 하루를 시작하는 한국인의 커피 문화는 유별나다. 시장 조사기관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1인당 커피 소비량은 405잔에 이른다. 세계 평균 152잔의 2.6배에 달하는 수치며, 아시아에서는 1위다. 거리에는 한 집 건너 한 집씩 커피 전문점이 성업 중이다.한국은 언제부터 커피의 나라가 됐을까? <커피 이토록 역사적인 음료>는 등단 시인이자 커피 아키비스트인 저자가 구한말부터 현재까지 커피가 한국에 도입되고 국민 생활 속에 자리 잡는 과정을 보여주는 책이다. 그는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커피가 어떻게 한국인이 가장 즐기는 음료가 됐는지 알려준다.구한말까지 가장 대중적인 음료는 따뜻하고 구수한 숭늉이었다. 저자는 숭늉에 익숙했던 한국인들에게 커피가 받아들여지는 과정을 이야기로 풀어낸다. 많은 사람이 커피를 처음 마신 사람이 고종이라고 알고 있지만, 고종은 커피 애호가로 유명할 뿐이다. 커피는 1800년대 서양 선교사들에 의해 들여왔고, 1884년 기록에 의하면 이미 고위 관료들과 궁중 밖에서 낯선 음료가 아니었다.일제 강점기부터 커피는 본격적으로 국민의 삶에 스며들게 됐다. 커피는 가장 힙한 문화의 상징이 됐고, 유행에 민감했던 모던 보이와 모던 걸들은 커피를 마시는 게 일상이
2022년 9월 26일 유럽 발트해에서 두 번의 굉음이 울렸다.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해저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과 노르트스트림2가 폭발한 것이다. 이 가스관은 러시아에 적대적인 폴란드와 우크라이나를 거치지 않고, 천연가스를 곧바로 독일에 수송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노르트스트림의 덫>은 러시아가 어떻게 유럽을 장악하려 했는지 노르트스트림의 역사를 통해 설명한다. 노르트스트림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유럽에 깔아놓은 트로이 목마라고 고발한다.러시아는 20년 동안 체계적으로 가스관을 유럽 전역에 깔기 위해 힘썼다. 가스관은 배로 운송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과 가격 경쟁력으로 유럽을 사로잡았다. 독일이 가스관 건설에 앞장섰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푸틴의 꼭두각시 역할을 했다.러시아 국영 기업 가스프롬에서 공급하는 천연가스 물량이 파이프라인 전체를 채울 수 없는데도 가스관은 계속 이어졌다. 2001년 이후 20년 동안 유럽에 거미줄처럼 깔린 가스관은 잠깐 잠그기만 해도 한 국가를 공포에 빠뜨릴 수 있게 됐다.노르트스트림을 누가 폭발시켰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유럽은 푸틴의 덫에 완전히 갇히기 전에 가까스로 빠져나왔다는 것이다. 책은 정치와 경제, 탐욕과 무지가 얽히고설킨 음모와 반전의 지정학 스릴러처럼 읽힌다. 러시아와 유럽의 관계를 이해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근본 원인을 깨닫는 데 큰 도움이 된다.최종석 기자
2022년 9월26일 발트해의 해저에서 두 번의 굉음이 울렸다.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해저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과 노르트스트림2가 폭발한 것이다. 이 가스관은 러시아에 적대적인 폴란드와 우크라이나를 거치지 않고 발트해를 건너 러시아에서 독일로 곧바로 천연가스를 수송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 가스관들은 왜 만들어졌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에 왜 폭발하게 됐을까?프랑스의 언론인 출신 작가 마리옹 반 렌테르겜은 <노르트스트림의 덫>에서 푸틴의 러시아가 어떻게 유럽을 장악하려 했는지 노르트스트림의 역사를 통해 지정학적 역학관계를 재구성한다. 저자는 노르트스트림은 푸틴이 러시아의 위대함을 되찾기 위해 유럽 한복판에 깔아놓은 트로이 목마라고 고발한다.연간 수송 능력이 1100억㎥에 달하는 긴 파이프라인은 기술상 대단한 업적으로 평가되지만 구상 단계부터 반대 목소리가 컸다.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유럽의 의존도가 심화되어 푸틴이 천연가스를 전략무기로 휘두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스관의 지정학적 위치에서 배제되는 동유럽 및 발트해 국가들이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을 마주할 수도 있었다. 결국 2022년 2월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현실이 됐다.러시아는 20년 동안 체계적으로 가스관을 유럽 전역에 깔기 위해 힘을 썼다. 가스관은 선박으로 운송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지구 온난화 해결에 관심이 많은 유럽을 사로잡았다. 특히 독일은 가스관 건설에 앞장섰고,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푸틴이 보장하는 지위와 임금을 받고 꼭두각시 역할을 했다.러시아의 국영 천연가스 기업 가스프롬은 사실상 푸틴
지난 수십 년 동안 노동 형태는 큰 변화를 겪었다. 플랫폼 경제의 발달로 기존 범주로 설명하기 어려운 새로운 형태의 일이 등장했다. 프리랜서, 배달 노동자, 크리에이터 등 전통적인 고용관계에서 벗어나 자기 능력을 상품화하는 노동자가 많이 등장했다.이들의 노동환경은 여느 직장인보다 더 자율적이고 독립적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불안정하고 위험한 경우가 많다. 불안정한 노동자들의 삶을 연구해 온 이승윤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에서 디지털 전환 시대에 달라진 노동에 관한 연구를 전한다.저자는 일의 형태가 변화하면서 새로운 불안정성이 그 모습을 드러내는지, 모호한 지위의 노동자를 둘러싼 제도적 노력이 어느 부분에서 실패하는지를 밝혀낸다. 불안정한 노동은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일의 방식, 작업장의 범위, 정해진 노동시간, 고용주와 노동자의 명확한 관계가 모두 모호해진 형태다.저자는 청년층을 향한 관심도 환기한다. 2002년의 청년들은 ‘약간 불안정’한 상태로 일하는 집단이 가장 컸다. ‘불안정’하거나 ‘안정적’인 비율은 낮았다. 하지만 2022년에는 양극단을 경험하는 비율이 1.5배 이상 높아지고 약간 불안정한 비율이 60%가량 줄었다.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는 시대에 노동의 변화와 노동자의 생존 조건을 더 깊게 고민하게 하는 책이다.최종석 기자
지난 수십 년 동안 노동의 형태가 큰 변화를 겪어왔다. 플랫폼 경제의 발달로 인해 기존의 범주로 설명하기 어려운 새로운 형태의 일이 등장했다. 프리랜서, 배달 노동자, 크리에이터 등 전통적인 고용관계에서 벗어나 자신의 능력을 상품화하는 노동자들이 많이 등장했다. 이들의 노동환경은 여느 직장인들보다 더 자율적이고 독립적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불안정하고 위험한 경우가 많다. 보이지 않는 통제 속에서 더 위태로운 생존 조건에 처해 있기도 하다. 불안정한 노동자들의 삶을 연구해 온 이승윤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에서 디지털 전환 시대에 달라진 노동에 관한 연구를 전한다. 저자는 단순히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이 여전히 가난하고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익숙한 서사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다. 일의 형태가 변화하면서 새로운 불안정성이 그 모습을 드러내는지, 모호한 지위의 노동자를 둘러싼 제도적 노력이 어느 부분에서 실패하는지를 밝혀낸다. 저자는 먼저 혁신이라는 화려한 수사 뒤에 감춰진 노동의 퇴행 현장을 고찰한다. 새벽 배달 노동자, 산업재해 노동자, 가짜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살펴보며 시간과 돈이 모두 부족한 ‘이중 빈곤’에 내몰린 사람들의 현실을 드러낸다. 회사들은 새벽 배송 노동자들의 시간당 업무량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순위를 매기고, 이를 정규직 전환을 위한 경쟁 도구로 이용한다. 노동자들은 몇 단계 레벨로 분류되고 주어진 배송 물량을 달성하지 못하거나 산재 혹은 병가를 신청하면 레벨 포인트의 감점으로 이어지게 된다. 2022년 안전운임제를 요구하며 대대적인 파업을 벌인
우둔한 사람을 ‘새 대가리’라고 부르는 것은 우둔한 일이다. 새의 두뇌는 전체 몸집에 비해 크다. 수천㎞ 떨어진 곳에서 집으로 찾아갈 수 있는 비둘기처럼 천재적인 길 찾기 능력을 갖췄다. 주변 환경을 기억하는 기억력과 경험에서 얻은 지혜를 활용하는 능력이 탁월하다.예방 의학 권위자인 데이비드 B 아구스 미국 남캘리포니아대(USC) 의과대학 교수는 인간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기 위한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했다. 그는 <코끼리는 암에 걸리지 않는다>에서 동물들에게서 배워야 할 다양한 생존 방식에 관해 이야기한다.거대한 코끼리의 세포는 웬만해서는 변이되지 않으므로 암에 걸릴 확률이 인간과 비교하면 매우 낮다. 인간이 평생 암에 걸릴 확률은 33~50%로 추정되지만 코끼리는 5%에 불과하다. 코끼리는 p53이라고 불리는 단백질에 기초한 튼튼한 항암 시스템을 지녔기 때문이다. 오늘날 이 단백질 유전자는 가장 많이 연구되는 유전자가 됐다.야생 코뿔소는 불임 문제가 없다. 반면 포획 상태의 코뿔소 어미에게서 태어난 코뿔소는 불임 문제를 겪는다. 코뿔소 불임 문제의 원인을 규명하던 연구팀은 장내 미생물이 불임 호르몬을 발생시키는 것을 밝혀냈다. 만성적 수면 부족, 스트레스, 신체활동 부족 등이 이 미생물의 기능에 큰 영향을 미쳤다.저자는 똑똑한 문어와 치매에 걸린 돌고래 사례를 통해 알츠하이머병에 걸리지 않고 영원히 맑은 정신으로 사는 것에 관해서도 얘기한다.최종석 기자
‘새 대가리’라는 말은 지능이 모자란 사람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알려졌다. 지능이 떨어지면 뇌 크기가 새처럼 작으리라 추정해서 나온 말이다. 하지만 새의 두뇌는 전체 몸집에 비해서 크다. 수천 km 떨어진 곳에서 집으로 찾아갈 수 있는 비둘기처럼 천재적인 길 찾기 능력을 갖추고 있다. 주변의 환경을 기억하는 기억력과 경험에서 얻은 지혜를 활용하는 능력이 탁월하다.예방 의학 권위자인 데이비드 B. 아구스 미국 남캘리포니아대(USC) 의과대학 교수는 인간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기 위한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해 왔다. 그는 <코끼리는 암에 걸리지 않는다>에서는 동물들에게서 배워야 할 다양한 생존방식에 관해 이야기한다.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부터 노화, 사랑, 돌봄까지 인류에게 중요하지만 여전히 풀지 못한 문제들의 해답을 동물을 통해 제시한다.기린은 목 길이가 대략 2m이므로 피를 머리까지 공급하고 높은 혈압을 유지하려면 매우 큰 심장이 필요하리라 추정해 왔다. 하지만 기린의 심장은 그리 크지 않고 심혈관 건강에 아무 부담을 주지 않고 높은 혈압을 유지한다. 대부분 이런 특징은 유전적 특성에 기인한다. 잇몸 건강도 심장병 위험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만성 잇몸 질환이 심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염증을 일으킨다. 작은 소등쪼기새는 기린의 이빨 사이에 낀 음식 조각을 먹는다. 스케일링과 치실질을 한꺼번에 하는 효과다. 기린처럼 치아를 깨끗이 관리하는 것이 심장질환의 위험을 낮추는 길이라는 것이다.거대한 코끼리의 세포는 웬만해서는 변이되지 않으므로 암에 걸릴 확률이 인간과 비교하면 매우 낮다. 인간이 평생 암에 걸릴 확률
2015년 미국 대형 은행 웰스파고는 ‘포천’이 선정한 ‘가장 존경받는 기업’ 22위에 꼽혔다. ‘배런스’에서는 7위에 선정돼 두 경제 주간지의 찬사를 동시에 받았다. 하지만 2년 후, 이 회사는 수천 개의 사기성 고객 계좌를 개설했다는 이유로 1억8500만달러의 벌금을 냈다.가장 모범적인 은행으로 알려진 웰스파고는 어쩌다가 고객 모르게 가짜 당좌예금 계좌와 신용카드를 발급하며 수천 명의 직원이 범법 행위에 참여하게 했을까? 스캔들 여파 속에서 진행된 조사는 이 사건의 가장 큰 원인으로 ‘대외적으로 선언된 것과 내부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의 어긋남’과 ‘달성 불가능한 인센티브 구조가 낳은 심한 압력과 치열한 영업 문화’를 들었다.미국 컨설팅기업 네이발렌트의 공동 설립자이자 최고 관리자인 론 카루치는 <정직한 조직>에서 어떤 조직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조건은 정직한 문화가 뿌리내리는 것이라고 전한다.저자가 말하는 정직은 단순히 거짓말을 안 하는 것이 아니다. 책의 원제 ‘To be honest’처럼 ‘솔직해지라’는 주문에 가깝다. 조직원들이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서로 함께 공유하고, 회사의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라고 강조한다.저자는 회사의 행동과 말이 다른 것이 직원들을 사기꾼으로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전한다. 예를 들면 고객 서비스 담당자가 화가 난 고객에게 반복적으로 응대할 암기 스크립트를 받았을 때, 그들은 ‘좋은 서비스’라는 회사의 공식 약속을 개인적으로 위반한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결함이 있는 제품이나 형편없는 서비스에 대해 고객에게 거짓으로 대응하게 할수록 직원들
2015년 미국 대형 은행 웰스 파고는 <포춘>이 선정한 ‘가장 존경 받는 기업’ 22위에 꼽혔다. <배런스>에 의해서는 7위로 선정되며 두 경제 주간지의 찬사를 동시에 받았다. 하지만 2년 후, 이 회사는 수천 개의 사기성 고객 계좌를 개설했다는 이유로 1억8500만달러의 벌금을 내는 데 연방규제기관과 합의한다. 가장 모범적인 은행으로 알려졌던 웰스 파고는 어쩌다가 고객 모르게 가짜 당좌 예금 계좌와 신용카드를 만들며 수천 명의 직원들이 범법 행위에 참여하게 했을까? 스캔들 여파 속에서 진행된 조사는 이 사건의 가장 큰 원인으로 ‘대외적으로 선언된 것과 실제 비전·가치의 어긋남’과 ‘달성 불가능한 인센티브 구조가 낳은 심한 압력과 치열한 영업 문화’를 들었다. 미국 컨설팅기업 네이발렌트의 공동설립자이자 최고 관리자인 론 카루치는 <정직한 조직>에서 어떤 조직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 정직한 문화가 뿌리내리는 것이라고 전한다. 그는 수백 건 이상의 기업 사례와 논문을 토대로 정직한 조직을 만드는 조건과 리더가 실행해야 할 원칙을 소개한다. 저자가 말하는 정직은 단순히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의 원제가 <To be honest>인 것처럼 ‘솔직해지라’는 주문에 가깝다. 조직원 간에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서로 함께 공유하고, 회사의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라고 강조한다. 말과 행동 사이에 차이를 발견했을 때, 그 사실을 인정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저자는 회사의 행동과 말이 다른 것이 직원들을 사기꾼으로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전한다. 예를 들면 고객 서비스 담당자가 화가 난
1957년 10월 미국이 충격에 빠졌다. 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 발사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 위성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실려 우주로 발사됐다. 소련이 ICBM으로 핵폭탄 같은 훨씬 더 무거운 탄두를 지구 반대편에 있는 미국 어느 도시에도 보낼 수 있게 됐다는 뜻이었다.소련의 과학기술 위협이 현실로 다가오자 미국 정부는 이에 대응하는 조직을 꾸렸다. 국방부 내에 고등연구계획국(ARPA)이라는 명칭으로 ‘미래의 거대 무기 시스템’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곳이었다. 이 조직은 이후 베트남전을 거치며 앞에 ‘국방’이라는 글자가 붙었다.<다르파 웨이>는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다르파·DARPA)이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창의적인 군사 연구기관으로 성장했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다르파는 끊임없이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했다. 인터넷, 범지구적 위치측정시스템(GPS), 스텔스 기술, 무인 드론 등 우리 생활에서 흔히 사용되는 기술이 다르파의 혁신적인 프로젝트에서 시작됐다.베트남전쟁은 다르파의 기술력이 미군에 본격적으로 적용되던 시기였다. 다르파는 정글에서 가볍게 들고 다니기 쉬운 ‘M16 돌격 소총’을 개발했다. 이 소총은 아직도 미군 병사들이 사용한다. 낮게 나는 무인기, 적을 추적하는 감청 장비와 땅의 진동을 측정하는 기기 등 전쟁용 기기가 속속 개발됐다. ‘에이전트 오렌지’라고 불리는 고엽제를 개발한 것도 다르파였다. 화학무기 사용은 윤리적 논란을 불러왔다.다르파의 기술력이 발전할수록 과학과 전쟁의 윤리적 딜레마는 더 깊어졌다. 1970~1980년대를 거치며 전쟁 이외의 작전으로 기술은 더욱 확장됐다. 가상공
1957년 10월 미국은 충격에 빠졌다. 소련이 세계 최초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 발사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 위성은 소련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에 실려 우주로 발사됐다. 소련은 ICBM으로 핵폭탄과 같은 훨씬 더 무거운 탄두를 지구 반대편에 있는 미국 내 어느 도시에도 보낼 수 있게 됐다.소련 과학 기술의 위협이 현실로 다가오자 미국 정부는 이에 대응하는 조직을 만들었다. 국방부 내에 고등 연구 계획국(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ARPA)이라는 명칭으로 ‘미래의 거대 무기 시스템’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곳이었다. 이 조직은 이후 베트남전을 거치면서 국방(Defence)라는 이름을 붙는다.<다르파 웨이>는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다르파:DARPA)이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창의적인 군사 연구기관으로 성장했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다르파는 끊임없이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했다. 인터넷, 범지구적 위치 측정 시스템(GPS), 스텔스 기술, 무인 드론과 같은 우리 생활 속에서 흔히 사용되는 기술들이 다르파의 혁신적인 프로젝트에서 시작됐다.베트남전쟁은 다르파의 기술력이 미군에 본격적으로 적용되던 시기였다. 다르파는 정글에서 가볍게 들고 다니기 쉬운 ‘M16 돌격 소총’을 개발했다. 이 소총은 아직도 미군 병사들이 사용한다. 낮게 나는 무인기, 적을 추적하는 감청 장비나 땅의 진동을 측정하는 기기 등 전쟁용 기기들이 속속 개발됐다.‘에이전트 오렌지’라 불리는 고엽제를 개발한 것도 다르파였다. 정글의 반군이라는 극도로 복잡다단한 문제를 한 방에 끝내 버릴 방법을 고안했다. 광대한 밀림에 고엽제 살포해 베트콩들의 주식이었던 뿌리 식물 마니옥(카사바)
‘한국인은 어디서, 어떻게, 왜 이곳 한반도로 왔는가?’<한국인의 기원>은 한국인이 어떻게 형성됐는지 추적한 책이다. 생물지리학, 고기후학, 고생태학을 연구하는 박정재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가 썼다. ‘방랑자’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 대륙을 나와 어떻게 한반도까지 도달했는지 인류 이동의 역사를 살펴본다.그는 세계 각 지역에서 인간 집단이 형성될 때 “기후변화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수만 년 동안 인류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며 끊임없이 움직였다는 것. 이 과정에서 다양한 기원의 사람이 섞였고 한반도 사람도 예외가 아니었다.아프리카에서 출발해 동쪽으로 이동한 호모사피엔스는 약 4만 년 전 동아시아에 도착했다. 농경이 시작되기 전이라 수렵채집민 집단은 어로와 사냥이 쉬운 초원 지대를 선호했다. 한반도는 인기 있는 곳이 아니었다. 하지만 2만5000년 전 기온이 낮아지자 추위를 피해 북방민이 한반도로 들어왔다. 다시 온난해지면서 북방으로 돌아갔고 소빙하기가 올 때마다 남하를 반복했다.한국인은 자신들이 북방계 유전자 영향을 받아 몽골인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여긴다. 하지만 한국인과 몽골인은 유전적으로 꽤 차이가 난다. 저자는 최신 연구를 인용해 한국인은 남방에서 올라와 북방에 정착했다가 다시 한반도로 내려온 남중국인과 비슷하다고 했다. 최근 중국 동북 지역의 ‘랴오허 문명’ 연구가 활발한데, 이 랴오허 문명과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현대인이 한국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일본 최초의 벼 농경 문화는 ‘아요이 문명’이다. 그 기원은 한반도 금강 중하류에 존재하던 송국리 문화에서 찾을 수 있
‘한국인은 어디서, 어떻게, 왜 이곳 한반도로 왔는가?’우리는 누구나 자기 뿌리에 대해 궁금해한다. 한국인은 단일민족이라는 신화에 익숙해져 있지만 그 기원이 유라시아 여러 곳이라는 것이 정설이다.<한국인의 기원>은 생물지리학, 고기후학, 고생태학을 연구하는 박정재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가 한국인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추적하는 책이다. 그는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를 빠져나와 어떻게 한반도까지 도달했는지 인류 이동의 역사를 살펴본다.특히 그는 세계 각 지역에서 인간 집단이 형성될 때 기후변화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전한다. 수만 년 동안 인류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며 끊임없이 움직였다는 것. 이 과정에서 다양한 기원의 사람들이 섞였고 한반도의 사람들도 예외가 아니었다.아프리카에서 출발하여 동쪽으로 이동한 호모 사피엔스가 약 4만 년 전 동아시아에 도착했다. 이때는 농경이 시작되기 전이라 수렵채집민 집단은 어로와 사냥이 쉬운 초원지대 거주지를 선호해 한반도는 인기 있는 곳이 아니었다. 하지만 2만5000년 전 이후 기온이 떨어지면서 추위를 피해 북방민들이 한반도로 들어왔다. 이후 다시 온난해지면서 북방으로 다시 돌아갔고 소빙하기가 올 때마다 남하를 반복했다.과거 한국인들은 자신이 북방계 유전자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몽골인과 유사하게 생겼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한국인과 몽골인은 유전적으로 꽤 차이가 난다. 저자는 한국인은 남방에서 올라와서 북방에서 정착했다가 다시 한반도로 내려온 남중국인들과 유사하다고 밝힌 최신 연구 결과를 전한다.최근 중국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는 고대 황허 문명에 앞서 황허 동북쪽에
<동물의 감정은 왜 중요한가>는 마크 베코프 미국 콜로라도대 생태학 및 진화생물학 명예교수가 동물의 행동과 감정에 관해 쓴 책이다. 2007년에 낸 초판을 전면 개정해 최근 다시 출간했다.일반적으로 감정은 공포, 행복, 슬픔과 같이 의식적 사고가 필요하지 않은 ‘일차적 감정’과 후회, 질투와 같은 좀 더 미묘한 ‘이차적 감정’으로 나뉜다.여러 동물이 공감과 연민 등 이차적 감정을 드러낸다. 굶주린 붉은털원숭이는 자신이 먹이를 먹으면 다른 원숭이가 전기 충격을 받는 것을 보고 먹이를 먹지 않으려고 했다. 어떤 쥐는 또 다른 쥐가 물에 빠져 죽는 모습을 보고 초콜릿을 먹다가 그만뒀다.밧줄에서 풀려난 고래는 자신을 구해준 잠수부에게 다가가 주둥이를 비비대고 퍼덕였다.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코끼리들은 죽은 동료를 발견하면 그 위에 흙을 뿌리며 매장 의식을 벌였다. 그들은 밤을 지새워 무덤을 지켰다.최종석 기자
우리는 인간이 동물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인간이 더 영리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통, 슬픔, 기쁨, 불안, 분노, 애정과 같은 감정은 인간만 느끼는 특별한 감정일까? 동물행동학자들은 동물도 풍부한 감정을 느끼는 존재이며 인간이 유일하지도 독특하지도 않다고 말한다.<동물의 감정은 왜 중요한가>는 마크 베코프 미국 콜로라도대 생태학 및 진화생물학 명예교수가 동물의 행동과 감정에 관해 쓴 책이다. 2007년 초판이 출간되었을 당시에는 그동안 논외의 대상이었던 동물들의 마음을 자세히 분석하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17년이 지난 지금이 그의 주장이 대체로 사실로 입증되면서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동물 복지’라는 개념에 대해 사람들이 많이 관심이 있다. 저자는 그동안 쌓여온 새로운 연구 결과를 추가해서 전면 개정판을 냈다.일반적으로 감정은 공포, 행복, 슬픔과 같은 의식적 사고가 필요하지 않은 ‘일차적 감정’과 후회, 갈망, 질투와 같은 좀 더 미묘한 ‘이차적 감정’으로 나뉜다. 개가 이빨을 드러내거나 으르렁거리는 행동은 서로 다른 상황과 맥락에 따라, 또는 누가 관련됐고 어떤 공간에 있는지에 다른 의미를 지닌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개가 질투심을 느끼는 경우, 인간이 질투심을 느낄 때처럼 뇌의 특정 부위가 활성화된다.저자는 흥미로운 동물들의 실험을 소개하면서 동물들도 이차적인 감정을 느낀다고 전한다. 특히 공감 능력과 연민은 동물들이 보여주는 주요 감정이다. 굶주린 붉은털원숭이는 자신이 먹이를 먹으면 다른 원숭이가 전기 충격을 받게 되는 것을 보고, 먹이를 먹지 않으려고 했다. 쥐가
누구나 글을 쓰는 시대다. 소셜 미디어, 블로그, 메신저 같은 뉴미디어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쓴 엄청난 양의 글이 넘친다. 그만큼 우리말을 쉽게 쓰고 쉽게 읽을 수 있지만 쉽게 틀리기도 한다. ‘심심한 사과’를 ‘지루한 사과’로, ‘사흘’을 ‘4일’로 잘못 이해했다는 일도 벌어진다. <어른을 위한 말 지식>은 우리말을 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을 전하는 책이다. 신문사에서 29년째 교열기자로 일하고 있는 노경아 한국일보 교열팀장은 맞춤법 등 ‘법’ 중심의 딱딱한 글이 아닌, 살아가는 이야기에 우리말을 담아 편안하게 익힐 수 있게 돕는다. ‘애끊다-애끓다’, ‘매다-메다’, ‘난이도-난도’처럼 늘 쓰는 말인데 헷갈리는 단어들의 차이를 생활 속 이야기로 알기 쉽게 정리해 준다. ‘운동화 끈은 매고, 배낭은 메라’, ‘우표 붙은 편지를 부쳐라’, ‘마을 졸인 날에 갈치조림’ 등 발음이 같아 잘못 쓰기 쉬운 말들을 쉽게 구분하는 법도 알 수 있다. 저자는 말에 담긴 마음까지 헤아릴 줄 아는 품위 있는 우리말 사용법도 알려준다. 장애인을 친근하게 표현하기 위해 통용되었던 ‘장애우’가 잘못된 이유는 초등학생이 장애를 가진 80대 어르신에게 “친구야”라고 부르는 예의에 어긋난 말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벙어리장갑’도 언어장애인을 비하하는 말이라 쓰지 말아야 한다. 차장, 부장, 국장 같은 지위는 자체가 호칭이자 존칭이기 때문에 ‘님’을 굳이 붙일 필요가 없다고 덧붙인다.글을 올바르고 편안하게 잘 썼으면 수많은 글 속에서 독자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글쓰기 플
서양의 사과는 서구의 선교사들에 의해 조선 말기에 도입됐다. 일제 강점기에 과수원을 통해 사과가 본격 재배됐다. 양질의 조선 사과는 일본에서 비교적 근거리인 경상도에서 반출되어 바다를 넘어갔다. 경상도 사과는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아오모리산과 경합해 맛과 가격에서 우위를 보이며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다. 일제 식민지 역사가 한국에 남긴 상흔은 여전히 깊다. 일본은 제국의 식료 시스템을 지탱하기 위해 식민지 조선을 이용했다. 임채성 일본 릿쿄대 경제학부 교수는 <음식조선>을 통해 식민지 조선의 음식문화가 일제에 의해 어떻게 바뀌었는지 고찰한다. 쌀, 명란젓, 홍삼, 우유, 소주, 맥주, 담배 등 9가지 품목을 통해 식료의 도입과 발전을 역사적 사료를 통해 전한다. 그는 식민지 수탈론이나 근대화론 같은 역사적 논의가 주로 이뤄지면서 식료의 생산, 유통, 소비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시도는 거의 없었다고 전한다. 그는 식민지 조선에서 일어난 식료산업의 재편이 양국의 음식문화를 어떻게 바꿨는지 조명한다. 조선의 소는 쌀 만큼이나 대한해협을 많이 건넜다. 소고기뿐만 아니라 농업용 소의 공급을 통해 일본 경제의 일부가 됐다. 1930년대 초에 이르러서는 일본 전체의 사육 두수의 15%를 차지했다. 지금은 일본 음식으로 알려진 명란젓은 한국에서 유래했다. 함경도에서 만들어져 일본으로 넘어간 명란젓은 일본인의 기호품이 됨으로써 상품화됐다. 원료 조달부터 가공까지 일본에 의해 시스템화되면서 지금은 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소비량이 많아졌다. 조선에서는 생우유를 마시는 습관이 없었다. 일제가 서양 젖소 품종을 들여오면서 우유는 ‘문명적
고대 그리스신화에서 프로메테우스는 신에게서 불을 훔쳐다 주면서 인간에게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능력을 선사했다. 프로메테우스는 ‘예지력’이란 뜻이다. 과거와 현재 너머 내일에 관해 생각하는 힘은 인간을 지구의 정복자로 만들었다.<시간의 지배자>는 토머스 서든도프 호주 퀸즐랜드대 심리학과 교수와 그의 동료들이 쓴 인간의 예지력에 관한 책이다. 인간과 동물의 근본적인 격차가 예지력, 즉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에서 기인했다는 것을 밝힌다.‘멘털 타임머신’ 능력은 인간 진화의 핵심 동력이었다. 인간은 정신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에 있었던 일을 한 번 더 경험하고,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없어도 미래를 상상한다. 미래를 자신이 계획한 대로 설계하며 기회와 위험을 사전에 대비하는 강력한 능력을 지녔다.그 덕에 인간은 변덕스러운 지구에서 삶의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 달력과 시계의 발명은 언제 어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체계적으로 관찰한 지식을 대물림할 수 있게 했다. 문자와 글의 발명은 사람들 사이의 거래를 강화하고 낯선 이들 간 높은 신뢰와 협력을 가능하게 했다.저자는 인간의 예지력을 예찬만 하지 않는다. 인간 스스로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만한 능력이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 지금 애써야 한다고 말한다. 역설적이지만 앞을 내다보는 능력은 이런 예지력의 한계를 깨는 데서 시작됐다고 설명한다.예지력은 자주 실패한다. 실패한 예지력은 종종 인류에게 재앙을 초래했다. 자동차 엔진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가솔린에 납을 섞은 유연휘발유를 개발한 발명가 토머스 미즐리 주니어는 자신이 세계 최악의 오염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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