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투어’ 하면 으레 포도밭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포도가 생산되는 밭을 거닐며 싱싱하게 자라는 과실을 엿보고, 와인의 맛을 결정하는 토질과 지형을 둘러보며 ‘떼루아(terroir)’의 의미를 실감하는 것. 갓 병입을 마친 와인을 마셔보는 시음은 투어의 꽃일 터이다. 그러니 와인 투어의 목적지를 홍콩이라고 하면 의아하게 생각할 이들이 많은 것도 당연하다. 이 작은 지역에는 포도밭은커녕 와인 생산자조차 없으니. 그렇지만 아시아에서 와인을 마시기 좋은 곳을 이야기할 때 홍콩은 첫손 안에 꼽힌다.아시아의 와인 허브홍콩은 항공과 항만의 요충지라는 지리적 장점으로 오래전부터 미식의 도시라는 명성을 가지고 있었다. 또 서양의 식문화가 자연스럽게 녹아든 덕분에 일찍부터 와인 문화가 발달해 있었다. 그러나 자타공인 ‘아시아의 와인 허브’라는 별칭을 얻게 된 것은 2008년의 주세 개편이 결정적이었다.홍콩 정부가 알코올 도수 30% 미만 주류에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 결정은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때로는 생산지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와인을 구입할 수 있게 된 것. 전 세계 와인업계 종사자와 애호가들이 홍콩으로 향하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아콜레이드 와인, 컨스텔레이션 브랜드 등 세계적인 와인 기업이 앞다투어 홍콩에 아시아 지사를 설립했다. 아시아인 최초로 ‘마스터 오브 와인’이 된 지니 조 리,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제임스 서클링 등 내로라하는 와인 전문가들도 홍콩에 정착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홍콩의 한 해 와인 수입액은 1조7000억 원으로 이는 한국의 수입액을 2배 이상 웃도는 규모다. 특이
이탈리아 북동부의 도시 에밀리아 로마냐의 사절단이 한국을 찾았다.스테파노 보나치니 에밀리아 로마냐 주지사가 이끄는 사절단은 경제, 산업, 대학 등 각계를 대표하는 50여 명으로 구성됐다. 이번 방한은 에밀리아 로마냐의 다양한 면모를 홍보하고, 한국과의 정부간 교류와 교역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사절단은 3월 26일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저에 기자간담회를 열고 에밀리아 로마냐의 강점을 소개했다.에밀리아 로마냐는 전통적인 미식 여행지로 꼽힌다.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 그라나 파다노 치즈, 프로슈토와 같은 살루미, 발사믹 식초, 스파클링 람부르스코 와인 등 이탈리아 대표하는 식품들의 생산지다.에밀리아 로마냐는 '모터 밸리'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다. 페라리, 람보르기니, 마세라티, 파가니, 두카티 등 초고가의 명품 자동차 브랜드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자동차 산업 종사자의 10% 이상을 고용하고 있다. 15곳의 자동차 박물관, 16곳의 개인 컬렉션 전시장, 4개의 레이싱 트랙 등을 갖춰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에밀리아 로마냐는 인공지능(AI), 우주 항공과 같은 미래 기술에도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슈퍼컴퓨터 '레오나르도'를 보유하고 있다. 볼로냐 구 산업지대에는 몇 년 전부터 세계 각국에서 1.500명 이상의 연구자들이 모여 '테크노폴로'를 형성하고 있다.최근에는 유럽 전 지역의 일기를 예측하는 유럽 중기 일기 예보 센터 유치에 성공했다. 또, 지중해 최초로 빅데이터 및 기후 변화 연구를 전담하는 UN 대학의 14번째 분교도 로마냐 에밀리아에 문을 열 예정이다.에밀리아 가토 주한 이탈리
“포르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웰컴 와인 드시겠어요?” 우선 와인부터 권하는 호텔 직원의 인사에 ‘와인의 도시’에 도착했다는 실감이 났다. 직원이 건넨 달콤한 포트와인 한 잔을 마시자, 인천 출발 후 20시간 동안 쌓인 피로가 조금 녹는 듯했다. 당장 ‘와인 투어’를 떠난다면 전 세계 어느 곳을 고르겠는가? 프랑스 부르고뉴, 미국 나파밸리, 이탈리아 토스카나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지만, ‘포트와인’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역사적 와인 성지, 포르투갈 ‘포르투’를 추천한다. 포트와인은 주정강화 와인이다. 일반 와인에 브랜디처럼 도수가 높은 술을 넣고 숙성한, 달콤한 와인이다. 이 때문에 일반 와인의 알코올 함량이 13% 정도인 데 비해 포트와인의 알코올 함량은 19~20%다. 그냥 마셔도 맛있는 와인에 왜 브랜디를 더했을까? 이 답을 알려면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포르투는 ‘항구’라는 뜻의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오래전부터 무역의 중심지였다. 대항해 시대의 중심지로, 아프리카부터 아시아까지 다양한 나라의 상인으로 북적이던 도시였다. 포트와인의 산지 포르투포르투가 와인의 도시로 거듭난 것은 14세기 프랑스와 영국의 백년전쟁 때다. 프랑스 와인을 즐겨 마시던 영국인들이 당장 와인을 구할 길이 없자, 포르투로 이주해 와인을 생산하고 영국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배가 영국까지 닿는 길이 워낙 멀다 보니 와인이 상하는 일이 많았다. 수송하는 동안 와인이 계속 발효되면서 지나치게 익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때 고안한 묘책이 브랜디다. 알코올 함량 40%에 육박하는 높은 도수의 술을 섞으면 발효에 관여하는 와인 속 효모의 활동을 멈출 수 있다.
(1) 레이크 루이스유네스코가 선정한 ‘살면서 꼭 한 번 가봐야 할 세계 10대 절경’, 로키의 여왕,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 레이크 루이스 앞에는 이토록 화려한 수식어가 붙는다. 호수 앞에 서면 더 화려한 수식어가 없을까 고민하게 된다. 여름에는 에메랄드빛 물빛으로, 겨울에는 동화 속 한 장면으로 변신한다.레이크 루이스를 겨울에 꼭 가봐야 할 이유가 있다. 만년설과 빙하 사이에 폭 안겨 있는 호수가 꽁꽁 얼어붙고, 온통 푹신한 눈이 쌓여 겨울왕국 같은 장관이 연출된다.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던 호수 위를 밟으며 설경의 일부가 될 수 있다.이곳을 제대로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은 호수 앞 호텔 샤토 레이크 루이스에 투숙하는 것. 이름처럼 고풍스러운 성(城)을 닮은 호텔에서 느긋하게 호수를 감상할 수 있다. 하루 숙박료는 100만원을 훌쩍 넘지만 성수기·비수기를 가리지 않고 인기가 높아 예약이 어렵다. 그럴 땐 호텔 1층의 라운지에서 애프터눈 티를 즐기는 것도 방법이다. 창밖으로 호수를 바라보며 따뜻한 홍차와 갓 구워낸 스콘, 쿠키를 즐길 수 있다. 호수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의 모습이 마치 스노볼 속을 바라보는 것처럼 아름답다. (2) 밴프인구 5000여 명의 작은 도시지만 로키 여행에서 빠뜨리면 안 될 중요한 곳이다. 1885년 캐나다에서 처음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도시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이곳의 진수를 맛보기 위해서는 우선 인근 설퍼산에 올라가야 한다. 곤돌라를 타고 15분 정도 오르면 산 정상 전망대에 도착한다. 노르퀘이, 캐스캐이드, 인리스말리드 산맥의 대표적인 봉우리와 미네완카 호수, 보우리버 호수 등 캐나다에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雪國)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소설 <설국>을 읽어봤다면, 한 번쯤 눈의 나라를 달리는 기차 여행을 꿈꿨을 것이다.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쓴 이 소설의 첫 구절은 많은 이들에게 새하얀 상상을 하게 한다. 소설뿐만인가. ‘비포 선라이즈’의 우연한 만남, ‘설국열차’ 일등칸의 호화로움, 어쩌면 ‘오리엔트 특급살인’의 미스터리함까지. 이 모든 낭만을 함축한 열차가 있다. 로키산맥을 가로지르는 캐나다 횡단열차 비아레일이다.비아레일의 가장 대표적인 노선은 밴쿠버부터 토론토를 잇는 4466㎞ 구간. 소요되는 시간만 4박5일, 운임은 1000만원(최상급 객실 기준)에 달한다. 이 중 일부인 밴쿠버~재스퍼 구간에 몸을 실었다. 536㎞를 23시간 동안 달리는 여정이다.객실 등급은 의자와 담요 정도만 주는 이코노미 클래스부터 침대 욕실 냉장고 TV까지 갖춘 프레스티지까지 있다. 프레스티지 등급은 ‘달리는 호텔’이라고 하기에도 손색이 없을 정도. 기자는 1인 객실인 ‘슬리퍼 플러스’를 선택했다. 두꺼운 커튼을 열어젖히니, 작은 소파와 화장실로 구성된 1평 남짓한 공간이 등장한다. 벽면의 레버를 잡아당기면 방 안 가득 침대가 깔린다. 세로 2m, 가로 1.1m. 성인 한 명이 눕기에 넉넉한 크기다. 침구는 제법 푹신하고, 다락방에 들어온 것처럼 아늑하다.이 침대에 누우면 이곳의 진가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한쪽 벽면을 통째로 튼 창문으로 겨울왕국의 풍경이 쏟아져내린다. 이 절경을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비아레일은 창문 크기를 최대한 키웠다. 이 기차의 창문을 ‘캐나다 최고의 창문’이라고 부르
(1) 스테이크캐나다의 청정 자연에서 자란 소는 뛰어난 육질을 자랑한다. 특히 너른 대평원에서 소를 풀어놓고 최상의 사육 환경을 제공하는 앨버타주는 스테이크가 맛있기로 소문나 있다. 오죽하면 ‘스테이크는 앨버타 사람들의 자부심’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 그릴에 구워 은은한 육향을 풍기는 두툼한 소고기 스테이크는 캐나다에서 주문해야 할 필수 메뉴. ‘캐나다산 고기’에 매력을 느꼈다면 버팔로 육포도 도전해볼 만한 별미다. 슈퍼마켓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2) 비버테일캐나다의 국민 간식 프랜차이즈.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 순방 중 먹는 장면이 포착돼 ‘오바마 빵’으로 유명해졌다. 주문하면 쫄깃한 반죽을 즉석에서 얇게 밀어 튀겨낸 뒤 각종 토핑을 올린다. 따끈한 빵에 계피 맛 설탕을 듬뿍 뿌린 ‘시나몬 슈가’와 헤이즐넛 초코잼과 바나나를 올린 ‘헤이즐 아무르’가 대표 메뉴다. 바삭하고 차진 빵이 추로스를 얇게 밀어낸 듯한 맛이다. 한화로 약 6000원. (3) 로컬 주류캐나다는 술꾼들에게도 적합한 여행지다. 맥주, 와인, 보드카, 위스키 등 주종을 가리지 않고 새로운 술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의 특성을 고스란히 담아낸 술이라 더욱 매력적이다. 로키산맥 인근에 자리한 밴프의 PARK 증류소, 재스퍼 브루잉 컴퍼니는 각각 빙하수로 만든 진과 보드카, 맥주를 선보인다. 다른 지역에서는 구할 수 없어 선물로도 좋다. 와인도 놓칠 수 없다. 캐나다산 와인은 인지도가 낮은 편인데 수출하지 않고 자국인이 소비하는 비율이 높아서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지역에서 생산하는 와인은 어느 음식과도 잘 어울리고 가격도
‘카페로 시작해 카페로 끝난다.’카페는 요즘 여행자들의 키워드다. 전 세계 어느 도시, 전국 어디를 가도 먼저 검색해 보는 곳은 카페다. 카페는 길을 만든다. 사람들이 몰려드는 길, 사람들이 멈춰 서는 길, 사람들이 생각에 잠기는 길….카페 골목 중 올 들어 새롭게 주목받는 동네가 있다. 경기 수원화성. 낮에는 걷기 좋은 길인 수원화성은 밤이 되면 새 옷을 갈아입는다. 성벽을 밝혀주는 은은한 조명이 빛나고, 여기에 미디어 아트가 더해져 화려한 야경을 만든다. 골목마다 자리 잡은 카페는 수원화성에 사람을 끌어모으는 공간이다. 수원 행궁동 카페거리 ‘행리단길’수원 팔달구 행궁동에는 정조의 실학사상과 애민 정신이 깃들어 있는 수원화성이 있다. 수원 시민에게 수원화성은 교과서 속 유적이 아닌, 일상의 정다운 이웃이다. 평일과 주말 모두 산책을 즐기고 차를 마시는 사람으로 붐빈다. 고즈넉한 성벽을 바라보며 과거의 시간을 만나는 이 거리는 최근 드라마 ‘그해 우리는’의 촬영지로 알려지며 찾는 이가 더 많아졌다. 장안문에서 화서문, 행궁에 이르기까지 약 1.5㎞ 반경 안에 카페가 하나둘씩 들어서며 ‘행리단길’이 만들어졌다. 오래된 집들은 누구나 들러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카페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카페 몇 곳을 가보았다. 길고 긴 역사와 함께 마시는 커피 한 잔카페 ‘킵댓(Keep that)’은 역사와 현재가 공존하는 행궁동의 정체성을 음료와 공간을 통해 풀어낸다. 이름 킵댓은 기존 가치를 소중히 지키면서도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시그니처 음료는 바닐라라테와 초콜릿라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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