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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용섭 한경 E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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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장 레터] 숨, 쉼

    2025년이 왔습니다. 다사다난이라는 표현도 부족한 2024년을 헤집고 말이죠. 국내외 정치와 경제 상황은 혼돈 그 자체인데, 새 달력의 첫 장은 차분하기만 합니다.  살면서 잊게 되는 것이 더러 있습니다. 너무 흔해서 존재조차 까먹는 거죠. 예를 들면 가족, 민주주의, 산소 같은 것들. 너무 편해 소중함을 모르는 가족, 당연한 권리처럼 누려온 민주주의, 우리에게 끊임없이 생명의 에너지를 불어넣는 산소. 미안했습니다. 소중하지만 방치해둔 고마움에게. ‘숨’을 쉬어야 살 수 있지만 ‘숨’을 쉴 수 있게 해준 존재를 까맣게 잊고 살았습니다. 힘이 들 때는 ‘한숨’도 되었다가, 못 참을 정도로 몰아치는 ‘가쁜 숨’도 되었다가, 어느새 기쁨의 ‘벅찬 숨’이 된 일상에게.  ‘숨’이라는 글자 옆에 막대기(?)를 하나 세우면 ‘쉼’(숨+ㅣ)이 됩니다. 사람들에게 버팀목이 되어주는 ‘쉼’은 ‘등받이’와 같은 말일 겁니다. 항상 우리가 앞만 보고 달려갈 수는 없을 테니까요. 모두 한목소리로 걱정하는 위기의 2025년. 어쩌면 숨 가쁘게 달려온 지난 시간에 보상이라도 주듯 잠시 자신만의 ‘쉼’을 가져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 중 재충전을 위한 잠시의 ‘쉼’은 ‘보약’이 되면 됐지 ‘독’이 되진 않을 것입니다. 또 그게 결국 ‘삶’이고요. 2025년 새해는 밝았고, 당장 눈앞을 보자면 비상계엄의 정치 파고와 트럼프 2기의 국제 변수를 이겨내야 합니다. 국내외 악재는 그대로 기업의 시름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ESG(환경·사회·지배

    2025.01.03 06:01
  • [편집장 레터] 추억의 은행, 그리고 미래

    정신없이 달려온 2024년도 이제 12월 한 달 남았습니다. 올해는 코로나19 이후 뜸해진 송년 모임이 여럿 잡혔습니다. 학교 동문, 전 직장 동료, 업무상 인연을 맺은 분 등. 신기할 정도로 20대부터 50대까지 인연을 맺어온 사람들이 어벤저스처럼 모일 예정입니다. 그들에게 예적금처럼 맡겨둔 추억이 하나둘 출금될 예정입니다. 오랫동안 묵혀놨으니 이자도 쏠쏠할 겁니다. 그들은 각자 제가 추억을 맡겨놓은 은행들입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복리이자까지 붙어 추억의 크기가 커졌을 테고, 또 관계가 소원했던 누군가에게는 마이너스 통장으로 바뀌었겠죠. 후회스러움은 아련함이 되어갈 것이고, 행복했던 순간은 동네 사진관에서 찍은 흑백사진처럼 바래졌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마주하게 될 2025년. 벌써부터 많은 사람이 걱정합니다. 경제도 안 좋고, 세계정세도 여전히 불안정하니까요. 특히 트럼프 2기에는 전 세계가 각자도생의 생존 게임으로 돌아갈지 모릅니다. 미래보다는 현재에 포커스가 맞춰지겠죠. 2024년 연말에 옹기종기 모여 코로나19 기간에 강제적으로 지급 정지된 추억을 군밤 까먹듯 나눴는데, 2025년에는 그런 훈훈함이 사치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미래를 모두 현재에 저당 잡힐 수는 없습니다. 트럼프 2기가 오더라도, 글로벌 지형이 요동칠지라도 결국은 다시 미래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게 순리니까요. 2024년, 지구는 엄청난 이상기후로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11월 27일에는 서울에 첫눈이 내려 16cm 넘게 쌓였는데, 이는 근대적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11월 적설 최고치라고 합니다. 무려 117년 만에 최고치 폭설을 기록한 것이죠. 2024년은 가장 뜨거운 해로 기록되

    2024.12.05 06:00
  • [편집장 레터] 플라스틱, 너도 아팠구나

    11월에 종합건강검진을 받습니다. 50년 넘게 달려온 녹슨 몸 상태를 첨단 의료 장비의 힘을 빌려 훑어보는 거죠. 혹여나 건강에 문제가 있다면 원인을 찾을 것이고, 이를 치유하기 위한 날 선 처방도 내려질 것입니다. 갑자기 엉뚱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나이 오십 줄의 인간도 이럴진대 46억 년이라는 인고의 시간을 견뎌온 지구는 괜찮을까? 부질없는 이 생각에 기름을 부은 것은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세계 굴지의 석유화학 기업 엑손모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주정부는 소송에서 엑손모빌 측이 “플라스틱 재활용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거짓 광고로 소비자를 안심시켜 플라스틱을 더 쓰도록 부추겼다”고 주장했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문 앞에 쌓이는 택배 박스에서 플라스틱 제품을 분리해 수거함에 넣으며, ‘어디선가 잘 처리되겠지. 나는 오늘도 지구환경을 위해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인 거야’라고 애써 안도했는데, 그게 다 부질없었다는 겁니다. 지구 환경오염의 공범이 된 기분이었죠.   석유를 원료로 하는 플라스틱은 지구를 병들게 하는 환경오염의 주범입니다. 플라스틱은 전 생애주기 온실가스를 뿜어내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미칩니다. 또 토양, 강, 바다 등에 스며든 미세플라스틱은 인간의 몸속에까지 침투합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플라스틱에 사용되는 1만6000종이 넘는 화학물질 중 약 4분의 1을 인간 건강과 안전에 대한 잠재적 우려 물질로 보고 있죠. 플라스틱 포장재의 평균 사용 기간은 6개월이지만 썩어 없어지려면 50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플라스틱 입장에서 보면 다소 억울할

    2024.11.05 06:00
  • [편집장 레터] 녹색 수혈

    ‘하늘의 명을 알게 된다’는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를 훌쩍 넘긴 후 제 아침 루틴은 약 먹기부터 시작됩니다. 눈을 뜨자마자 고혈압과 고지혈증 약을 입에 털어 넣은 뒤 그제야 하늘을 슬쩍 올려다보는 게 일상이 됐죠.   중년에게 고혈압 같은 심뇌혈관계 질환은 평생 달고 살아야 할 지병이라지만,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사망 위험 요인 1위로 고혈압을 지목했으니 신경을 안 쓸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불규칙한 식생활, 운동 부족, 잦은 음주와 흡연,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직업병이라고 핑계를 대 보지만 몸 전체에 흐르는 탁한 피를 맑게 해줄 뾰족한 묘안은 없습니다. 기업 역시 업력을 쌓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한계에 부딪히고, 조직의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기업의 건강을 지속가능하게 유지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순간이죠. 최근에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조건으로 녹색 전환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후 기업에 탄소중립은 의무가 되고 있고, 기업이 탄소중립을 추진하거나 그린 비즈니스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금조달 문제가 큰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이른바 ‘전환 금융’이라는 개념인데, 우리나라에서도 오는 2030년까지 452조 원 규모의 정책 금융을 투입할 것이라는 정부 당국의 발표가 있었죠. 민간까지 합치면 전환 금융 수요는 1000조 원까지 예상된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기존 녹색 금융이 풍력터빈, 태양광, 탄소포집·저장 같은 녹색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지원되는 자금줄이라면 전환 금융은 순 탄소배출 제로를 달성하려는 기업에 폭넓게 지원되는 ‘녹색 수혈’이

    2024.10.05 06:00
  • [편집장 레터] 브랜드 생존 경주

    노키아, 엠파스, 새한미디어. 한때는 위세가 대단했지만 지금은 기세가 한풀 꺾이거나 흔적을 찾기 힘든 브랜드들입니다. 휴대폰의 대명사였던 노키아는 마이크로소프트(MS)에 휴대폰 사업 부문이 인수된 후 더 이상 일반 대중이 찾기 힘든 통신기기가 되었고, ‘자연어 검색’으로 돌풍을 일으킨 엠파스나 세계 최대 비디오테이프 제국을 꿈꾼 새한미디어도 브랜드의 과거 영광을 지키지 못했습니다.이처럼 기업의 브랜드는 지금 이 순간에도 길고도 처절한 생존 경주를 벌이고 있습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평균수명은 1958년 61년에서 2027년 12년으로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업의 브랜드를 지속가능하게 유지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소리입니다. 기업은 사라져도 브랜드는 남아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살충제의 대명사였던 ‘에프킬라’는 1997년 외환 위기 때 삼성제약이 한국존슨(현 SC존슨코리아)에 넘긴 브랜드입니다. 브랜드 자체 파워가 대단하다 보니 2005년부터 생산 라인을 중국으로 옮겨 수입·판매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국내 살충제 시장점유율 1위를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해태의 경우도 마찬가지죠. 국내 최초 식품 회사였던 모기업 해태가 부도난 뒤 크라운제과에 병합됐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친숙한 해태의 브랜드로 국민 아이스크림 ‘부라보콘’과 ‘맛동산’ 과자를 즐기고 있으니 말이죠.  과연 브랜드의 지속가능성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과거 필름 시대의 영광이 저문 뒤에도 여전히 화장품·의료·전자재료·디지털카메라·방송 시장 등에서 위

    2024.09.05 06:00
  • [편집장 레터] 기업도 아프다

    한여름에 그만 감기에 걸렸습니다. 병원에서 받은 처방전에는 독한 감기를 다스리기 위해 항생제, 궤양 치료제, 만성염증과 알레르기 질환 치료제, 진해거담제 & 기침감기약, 비염 & 콧물약 등이 급히 소집된 모습이 보이네요.사실 사람만 아픈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기업도 몸살을 앓으며, 아픔을 호소하니까요. 최근 티몬·위메프 정산 중단 사태만 봐도 기업이 얼마나 생물처럼 취약한지 알 수 있습니다. 단순히 해당 기업의 아픔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는 물론 소상공인과 내수 위기까지 불거진 상황이니 말이죠.티몬과 위메프의 모회사는 큐텐입니다. 큐텐 대표는 지마켓 신화로 유명한 구영배 대표죠. 구 대표는 큐텐의 싱가포르 기반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를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려는 욕심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기업의 몸집 불리기가 필요했죠. 2022년 9월 주식 교환 형태로 티몬을 인수합병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위메프(2023년 4월), 미국 쇼핑몰 위시(2024년 2월), AK몰(2024년 3월) 등 적자 기업을 줄줄이 인수합병(M&A)합니다.기업의 내재가치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은 뒷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큐텐의 경우 티몬과 위메프를 인수한 다음 개발과 재무 파트를 흡수 통합한 후 영업본부만을 남겨놓고 가혹한 판매 경쟁에 내몰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티몬과 위메프가 조용히 몸살을 앓은 시점도 이때였던 것 같습니다. 곪았던 상처는 금세 대규모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로 터졌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아픔이 단순히 개별 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소비자와 소상공인에게 막대한 피해를 줄 것이고, 이커머스 시장 전체에도 악영향을 끼쳐 내수 위기를 불러올

    2024.08.06 06:00
  • [편집장 레터] 클린스만과 김성근

    보스와 리더의 차이를 되새겨봅니다. 누군가 끌고 있는 수레에 올라타 방향을 지시하면 보스, 맨 앞에서 수레를 함께 끌며 방향을 알려주면 리더라고 합니다. 보스의 대표적 키워드로 ‘권위’를 꼽는다면, 리더는 ‘혁신과 소통’이 아닐까요.  문득 2명의 스포츠 리더가 떠오릅니다. 지난 2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난 위르겐 클린스만과 최근 JTBC 〈최강야구〉라는 프로그램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김성근 감독입니다. 물론 스포츠 리더와 기업의 경영자는 달라도 많이 다릅니다. 하지만 조직을 이끌며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야 하고, 그 책임을 온전히 져야 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할 것입니다. 클린스만 감독은 화려한 선수 시절을 보냈습니다. 독일 올해의 축구 선수상(1994), FIFA 올해의 선수 3위(1995) 등 레전드급 축구선수로 알려져 있죠. 하지만 축구감독의 길을 걸은 뒤에는 예전의 명성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전술 없는 감독’, ‘재택근무 논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임 표명’ 등 이런저런 비난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기간 선수 간 물리적 충돌과 관련해 “그 싸움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우리는 요르단을 이겼을 것”, “한국 문화에선 누군가가 책임지고 비판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등 자신보다는 선수들에게 패배의 책임을 미뤄 큰 실망감을 주었습니다. 김성근 감독의 경우 상대적으로 선수 시절 명성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OB, 태평양, 삼성, 쌍방울, LG, SK, 한화 등 프로구단 7곳의 감독을 맡는 등 지도자로서 더 긴 세월을 보냈습니다. SK 감독 시절에는 ‘야신’(

    2024.07.05 06:04
  • [편집장 레터]전부지만 아무것도 아니다?

    눈치가 빠른 편이신가요? 그렇다면 ‘ESG’라는 단어 조합에서 이상한 점을 못 느끼셨나요? 우리가 알고 있는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거버넌스(지배구조, 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조합한 단어죠. 한데 기업에서 거버넌스는 조직을 통칭하는 개념입니다. 애당초 거버넌스를 환경·사회와 나란히 놓기엔 단어 조합의 밸런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앨릭스 에드먼스 런던 비즈니스 스쿨 재무 담당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ESG’의 단어들이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환경과 사회는 우리 자신의 이해관계를 넘어 더 넓은 사회에 어떻게 기여하는지와 관련된 것”이라며 “거버넌스는 투자에 대한 보상 방법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물과 기름처럼 도통 섞이지 않는 단어 조합이라는 거죠.   거버넌스는 기업가치를 높이는 핵심 개념으로 통합니다. 기업의 경우 거버넌스를 통해 사회적책임을 실현하고 실질적 경영 변화를 이끌어내죠. 한데 기업의 전부와도 같은 거버넌스를 가끔 아무것도 아닌 듯 취급하곤 합니다.  최근 대한민국 정부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밸류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지난 5월 26일에는 ‘밸류업 가이드라인’ 확정안을 공개했죠. 첫 스타트를 끊은 것은 금융사였습니다. 시행 첫날인 5월 27일 KB금융이 4분기 중 발표 계획 안내(예고) 공시를 발표하며 주가를 끌어올렸고, 28일에는 키움증권이 상장사 최초로 본격적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며 밸류업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습니다. 이에 금융당국에서는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 이후 기업 인센티브와

    2024.06.05 06:00
  • [스페셜] ESG, 각성의 시간…무엇을 해야 할까

    [한경ESG] 스페셜 리포트 * 이 리포트는 삼일PwC 거버넌스센터에서 발행한 거버넌스 포커스(2024년 1분기, Vol.24)에 ‘ESG와 지속가능경영: 거버넌스의 전략적 활용’이라는 제목으로 함께 게재되었습니다. ESG에 관한 오해와 진실은 1990년대 전 세계적으로 정착된 개념인 지속가능경영(sustainability management) 성과를 투자 의사결정에 고려하기 시작한 현상이 ‘ESG 투자’다. 이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고 이와 관련한 위험과 기회를 투자에 반영하지 않으면 최적의 의사결정이 될 수 없다는 투자자의 자각에서 2004년에 만들어진 용어다. 따라서 ESG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투자자의 관점과 접근 방법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경영자 관점에서 지속가능경영 또는 전략을 대체하는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인 것처럼 혼용하고 있다.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는 각자 관점에서 지속가능성에 접근하는데, 예를 들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소비활동은 지속가능소비(sustainable consumption)이며, 2000년 이후 미국에서 시작해 한동안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LoHAS(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가 그 예다.기업 경영자는 이러한 소비자의 요구를 고려한 지속가능 마케팅 전략을 펼쳐야 하듯이 투자자의 ESG 투자 동향에 대응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한 지속가능경영 전략을 실행해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이를 ESG 경영이라 부르는 경향이 있었다. 2024년에 이르러 용어와 개념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필자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예언했듯, 2023년 말 잘못된 ESG 라벨의 유통기한은 끝났다.조악한 작명의 ESG, 다시 정의한다면   오해와 혼동은 ESG 용어 자체에서도 찾을 수 있다.

    2024.05.05 06:00
  • [편집장 레터] 요상한 숙제

    [한경ESG] Editor's Letter 기업에 숙제가 예고되었습니다. 지난 4월 30일 우리나라의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공개 초안이 발표된 겁니다. 그런데 참 ‘요상한 숙제’입니다. 숙제 범위는 정해진 것 같은데, 적용 대상자와 시행 시기가 아직 미정입니다. 단지 올 하반기에 국내 기준 확정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을 뿐입니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합니다. 일단 숙제가 예고되었으니 준비는 해야 하는데, ‘누구에게’와 ‘언제부터’가 미정이라 숙제에 대한 ‘의무감’보다는 ‘안도감’이 앞섭니다. 마치 나와는 상관없는 숙제일 것 같은 착각마저 듭니다. 하지만 ESG 공시의무 강화는 글로벌 스탠더드로 굳혀지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미룰 수 있는 숙제가 아니라는 거죠. 이미 글로벌 규제 압력을 강하게 받는 대기업들은 자발적으로 지속가능성 정보를 공개하고 있기도 합니다. 대한상공회의소 공급망ESG지원센터는 국내 공급망 내 협력사 1278곳을 대상으로 ESG 경영 실사를 실시, 지난 4월 그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지원센터는 경영 수준을 고위험·중위험·저위험으로 구분해 진단을 실시했는데, 국내 중소·중견기업은 환경과 지배구조 부문에서 고위험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고 합니다. 글로벌 규제 압력을 직접 체감하는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내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ESG 경영이 사실상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누군가는 “최근 ESG에 대한 주목도가 한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도 예전만 못 하다”고 투덜대기도 합니다. 하지만 ESG의 출발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고, 이와 관련한

    2024.05.05 06:00
  • [한경 미디어 뉴스룸-MONEY] '오너리스크' 평가로 본 대기업

    한경 머니는 은행, 증권, 투자자문사, 기업연구소, 전문기자 등 기업분석 전문가 59명을 대상으로 오너리스크 설문 평가(10월4~7일, 설문분석 글로벌리서치)를 했다. 오너리스크 평가 대상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자산총액 기준(2016년 4월)으로 총수가 있는 기업집단 40곳을 선정했다. 대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기준이 자산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 조정됐지만 대기업집단 지정 여부와 별개로 주요 기업군의 오너리스크를 측정하는 데 주력했다.이번 오너리스크 평가에서 구본무 회장이 이끌고 있는 LG가 무결점 ‘뚝심경영’으로 조사대상 기업군 40곳 중 가장 오너리스크가 없는 그룹에 3년 연속 선정돼 눈길을 끌었다. 총수 일가의 경영 안정성과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평가하기 위한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성’, 준법경영과 사회적 책임 등을 평가하는 ‘윤리경영’ 항목에서 각각 3.81점과 3.77점(5점 만점 환산)을 얻어 1등을 차지했다.수익창출 능력과 위기관리 능력을 평가하는 ‘경영 전문성과 자질 평가’에서는 평점 3.54점으로 7위를 기록하며 다소 처졌지만 전체적인 기업 평가에서는 5점 척도 총점 33.4점(100점 환산 74.2점)으로 3년 연속 1위를 수성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지난해에 이어 근소한 차이로 2위에 머문 삼성(5점 척도 총점 33.3점, 100점 환산 74.0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리더십이 안착하고 있는 분위기다. 삼성은 ‘경영 전문성과 자질 평가’에서 5점 만점 환산 총점에서 4.29점으로 다른 기업집단을 압도했다.최태원 회장이 이끌고 있는 SK그룹은 ‘오너의 귀환’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최 회장이 2014년 3월 형사 사건으로 모든 계열

    2016.10.28 18:07
  • [한경 미디어 뉴스룸-MONEY] 1000억 vs 30억…여야, 중소기업 가업상속공제 놓고 '공방'

    20대 국회에서 여야 간 ‘부자감세’ 논란이 가업상속공제로까지 옮겨붙었다. 가업상속공제는 10년 이상 기업을 경영한 매출 3000억원 이하 중소·중견기업 오너가 자식 등 상속인에게 기업을 물려줄 때 상속재산에 대한 요건을 갖추면 최대 500억원(경영 기간 10년 이상 200억원, 15년 이상 300억원, 20년 이상 500억원)을 공제해주는 제도다. 중소·중견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안정적인 고용 유지를 위한 지원책으로 도입됐는데, 일부 정치권에서 ‘세금 없는 부의 세습’으로 제도가 악용될 수 있다며 공제세액 축소를 주장하고 있다.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주현 국민의당 의원이 지난 8월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현행 500억원에서 30억원(15년 이상 계속 경영한 기업)으로 축소하는 의원입법을 발의했다. 박 의원은 가업상속공제가 당초 취지에서 벗어나 기업 소유를 상속세 부담 없이 세대를 이어 영속할 수 있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상속 이후 기업 운영에 대한 상황 변화가 있을 수 있어 상속 이후 가업 유지 요건은 현행 10년에서 7년으로 완화토록 했다.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가업상속공제 대상 기업을 연 매출 3000억원 이하 기업에서 10년 이상 경영한 중소기업으로 변경해 중견기업 등에 대한 세제 지원에 선을 긋는 법안을 발의했다. 가업 상속자에 대한 부의 집중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것은 가업상속공제 대상 범위를 확대해 중견기업을 포함했기 때문이라는 게 법안 발의의 배경이다. 박 의원은 상속 및 증여신고세액 공제 한도도 현행 10%에서 3%로 낮추는 내용을 개정안에 포함시켰다.반면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의 추경호 새누리당 의

    2016.10.14 18:04
  • [한경미디어 뉴스룸-MONEY] '증여 황금플랜' 짜는 실버세대

    국세청이 지난 7월 발간한 <2016년 1차 국세통계> 자료에 따르면 상속세 신고세액은 2조1896억원(피상속인 5452명), 증여세 신고세액은 2조3628억원(신고 인원 9만8045명)으로 나란히 2조원대를 넘어섰다. 상속세는 피상속인(사망자)이 전년에 비해 13.7% 늘어나 2014년보다 신고세액이 5368억원(32.5%) 증가한 것으로 판단되지만 ‘필수가 아니라 선택’인 증여세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린 대목이 눈길을 끈다.증여세 신고세액은 2011년 1조5774억원(7만9030명), 2012년 1조6392억원(7만7789명), 2013년 1조7026억원(8만993명), 2014년 1조8788억원(8만8972명)으로 완만한 상승을 보이다가 지난해 2조3628억원(9만8045명)으로 25.8% 급상승했다. 최근 5년(2011~2015년)을 보면 49.8% 오른 수치다.최근 상속·증여가 급증한 데는 경기 둔화로 부모 세대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아진 측면이 크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의 지적이다. 한국은 1970년을 전후해 고도성장을 했는데, 당시 창업자들의 나이를 30대로 가정했을 때 현재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의 나이는 60~70대다.일반인들도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가 임박했고, 이들 세대의 자녀에 해당하는 에코 세대(1979~1992년생)가 최근 결혼 적령기에 접어들어 주택 구입 등 증여를 고민할 시기이기도 하다.상당수 금융권의 프라이빗뱅크(PB) 담당자는 “자산가들의 최대 고민은 증여”라고 말했다. 70대 부모가 PB센터를 방문해 빌딩 구입을 문의하고, 부동산 증여를 상담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이상혁 KEB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 세무팀장은 “증여세는 신고만 해도 산출세액에서 10% 증여세액 공제를 받고, 증여 후 10년이 지나면 상속세 계산 시 합산되지 않기

    2016.09.09 18:27
  • [한경 미디어 뉴스룸-MONEY] 착한 기부 vs 재벌 증여…'공익법인 법안' 논쟁

    여야가 20대 국회 들어 상속 관련 입법 경쟁을 펼치며 공익법인의 주식 기부와 관련해 이른바 ‘착한 기부, 나쁜 기부’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공익법인의 주식 기부 비과세 상한선인 ‘5%룰’과 관련해 ‘기부 문화 활성화(착한 기부)’와 ‘재벌의 편법 상속·증여 방지(나쁜 기부)’라는 다소 이질적인 주장이 서로 맞서고 있는 것. 한쪽은 개인 기부가 늘고 있는 가운데 구시대의 규제가 기부 확산을 막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쪽은 재벌의 편법 상속·증여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공익법인에 대한 규제를 좀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상속 관련 법안을 살펴보면 약속이나 한 듯이 공익법인에 대한 주식 출연과 관련된 법안들로 채워져 있다. 법안 전쟁의 포문을 연 것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 지난 6월7일 “재벌들의 편법 상속·증여를 막겠다”며 법률 개정안 4종(상속증여세법 공정거래법 법인세법 상법)을 발의했다.상속증여세법 개정안에는 성실공익법인제도를 폐지하고,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현재는 공익법인에 특정 기업의 주식을 기부(출연)하면 5%까지, 성실공익법인에 지정되면 10%까지 세금을 내지 않는다.같은 당 박용진 의원이 7월5일 대표 발의한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은 상속·증여세 과세가액에 산입되지 않는 한도를 내국법인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 등의 20%로 확대해 기부를 장려하는 한편 출연받은 주식 등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제한, 주식 기부가 편법 상속·증여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했다.새누리당 의원들은 재벌의 편법 증여보다는 공익법인 활성화에 무게중심의 추를

    2016.08.12 17:32
  • [한경미디어 뉴스룸-MONEY] '나만의 재단'을 디자인 하세요

    기부도 은행에서 예·적금에 가입하듯이 손쉽게 하고, 기부자의 마음까지 제대로 전달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을까. 공익신탁은 이 같은 고민에 해법이 될 수 있다.공익신탁은 금전 등의 재산을 은행 등 금융회사나 공익단체에 신탁해 장학, 사회복지, 체육, 학술, 문화, 환경 등 공익 목적에 사용하도록 하는 기부 방법이다. 위탁자(기부자)와 수탁자(은행 등) 간 신탁계약만으로 손쉽게 다양한 기부를 실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공익신탁은 그동안 신탁법 내 몇 개 조문에 머물러 유명무실하게 운영된 공익신탁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가 2014년 3월18일 공익신탁법을 제정하면서 주목받았다. 기존 대상 사업에 따라 주무관청이 달랐던 문제는 법무부로 일원화해 관리 감독을 강화하도록 했다. 기부자가 원하는 곳에 원하는 방식으로 기부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졌다. 다만 세제 혜택 확대 등 정부 부처 간 조율이 필요한 부분은 장기적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공익신탁의 가장 큰 특징은 기부자가 자신이 원하는 기부를 손쉽게 설정해 적은 비용으로도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부자가 기부 의사를 갖고 은행 등에 돈을 맡기면 수탁기관이 이 돈을 운용, 수익금을 조성해 기부자가 지정한 공익사업에 투자한다. 일반적인 공익법인 설립보다 관리비용이 현격히 줄어든다. 재단법인 등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사무실 임대료나 인건비 등 통상 전체 기금의 5~30% 정도의 운영 경비가 필요한데, 이 같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공익신탁은 출연 재산의 규모 및 활용 등도 위탁자가 결정하며, 소규모 자금으로도 공익신탁이 가능하다. 모금형 공익신탁은 불특정 다수의 소규모 출자를

    2016.07.15 17:48
  • [한경미디어 뉴스룸-MONEY] 사후 70년간 보장되는 저작권…불후의 명곡, 불화의 서곡

    지식재산에 대한 개념이 보편화하면서 저작권, 상표권 등 무체재산(無體財産)의 상속 문제가 뜨거운 관심거리로 부각되고 있다. 국내에도 매년 저작권 수익만 수억원을 벌어들이는 사람이 늘고 있어서다.음원의 저작권료 징수 관련 위탁을 맡고 있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따르면 작곡가 수입이 공개된 마지막 해인 2013년 박진영(13억1000만원), 조영수(9억7385만원), 테디(9억467만원), 유영진(8억3648만원), 지드래곤(7억9632만원) 등이 억대의 저작권 수입을 올렸다. 올해 2월부터 음원의 스트리밍과 다운로드에 대한 저작권료가 17~91% 인상된 점을 감안하면 이들을 비롯해 상당수의 창작자가 10억원을 훌쩍 넘어서는 저작권 수입을 거둘 것으로 예측된다.원로 음악인 중에서는 2010년 별세한 작곡가 박춘석이 생전에 ‘비 내리는 호남선’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가슴 아프게’ 등 1100여곡에 대한 저작권을 보유했다. 2012년에 작고한 작사가 반야월이 ‘불효자는 웁니다’ ‘소양강 처녀’ ‘단장의 미아리 고개’ 등 5000여곡의 저작권을 남겨 이들의 상속인이 매년 1억원가량의 저작권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은 피상속인(저작권자)의 사후 70년 동안 보장된다.김수교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저작권의 범위는 아주 광범위해 일반적으로 아는 음악이나 미술, 건축 등을 넘어 창작성이 인정되고 자신의 사상이나 감정이 표현돼 있다면 저작권 요건을 갖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전화번호를 알파벳 순서로 단순히 나열하거나 보험료 청구를 위한 업무상 포맷 등을 놓고도 저작권 소송이 벌어지기도 했다. 블로그 등 인터넷에 올린 글이

    2016.07.01 18:25
  • [한경미디어 뉴스룸-MONEY] 속상한 상속

    ‘소송도 불사하겠다.’자녀 100명 중 17명이 부모님의 상속 배분에 불만이 있을 경우 가족을 상대로 유류분 소송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경머니가 리서치전문업체인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부모(50·60·70대 각각 100명)와 자녀(20·30·40대 각각 100명) 총 600명을 대상으로 5월9일부터 11일까지 3일간에 걸쳐 상속 문제에 대해 설문조사(표본오차 범위 ±5.7%)한 결과다.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상속과 관련한 부모와 자녀의 ‘동상이몽’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설문조사에서 부모는 상속 과정에서의 가족 갈등을 가장 먼저 걱정했다. ‘상속 관련 최대 고민거리’로 부모 중 44.3%가 가족 갈등을 꼽았다. 다음으로 세금(38.3%), 경영권·재산 유지(9.0%), 자녀 교육(6.7%) 등의 순이었다. 자식의 최대 고민은 세금(42.7%)이었다. 가족 갈등(40.3%)이나 경영권·재산 유지(7.7%)보다 많았다.상속·증여에 대한 태도도 달랐다. 설문조사에 응한 부모 61%가 ‘상속·증여의 구체적인 시기’를 묻는 질문에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사전증여 등을 이미 진행했다’(0.3%)거나 ‘사전증여 등을 진행하고 있다’(2.7%)는 답변은 3.0%에 지나지 않았다.부모들이 사전증여를 꺼리는 이유는 ‘증여 이후’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사전증여 시 자녀 홀대를 우려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한 부모가 39.0%였다. ‘그렇지 않다’는 비중은 28.0%에 불과했다. 하지만 자녀들은 부모의 마음과 달리 55.0%가 ‘사전 증여’를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이번 설문조사에 응한 부모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상속 갈등이 일어

    2016.06.03 17:57
  • [한경미디어 뉴스룸-머니] 분쟁의 씨앗…혼외자 상속전쟁

    혼외자를 둘러싼 분쟁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일부일처제를 법으로 정해놓은 한국에서 혼외자는 ‘분쟁의 씨앗’이 될 소지가 크다. 혼외자의 상속 문제를 방치하면 가족 간 상속재산 갈등이 심해지고, 기업은 지배구조의 안정성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가족사의 한 부분인 혼외자 소송을 간단한 수치로 알기란 쉽지 않다. 혼외자와 관련한 인지(혼인 외에 출생한 자녀에 대해 부모가 자신의 자녀라고 인정하는 행위) 청구의 소나 그 반대편인 친생자 관계존부확인 또는 친생부인 청구(친생자 관계인지 확인하거나 부인하는 청구) 소송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2015년 발간된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인지에 관한 소송(제1심 접수 기준)은 2005년 247건에서 10년 뒤인 2014년 두 배 가까운 489건으로 늘었다. 2014년 인지에 관한 소송만 놓고 봤을 때 원고가 이긴 소송은 234건(일부 승소 포함)에 달했으며, 원고가 패하거나 각하된 건수는 8건에 불과했다. 소취하는 102건, 조정이나 화해는 52건이었다.친생자 관계존부확인 또는 친생부인 청구(제1심 접수 기준)도 꾸준히 늘어 2005년 2292건이던 것이 10년 뒤인 2014년에는 5224건으로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혼외자와 관련한 상속문제가 까다로운 것은 특유의 비밀스러움 때문이다. 자신에게 도덕적 타격이 될지도 모를 혼외자 존재를 평생 숨기거나, 혼외자에 대한 생전 증여 역시 자금이체 경로를 파악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본처 소생인 자녀들에게는 혼외자가 불편한 존재일 수밖에 없고, 상속재산분할이나 경영권 지분과 관련해서는 어떻게 해서든 배제하려고 하기 때문에 감정적인 상속 분쟁으로 불거질 소지가 크다.한국

    2016.05.13 18:23
  • [한경미디어 뉴스룸-MONEY] 2016 베스트PB센터는 신한은행·삼성생명·삼성증권

    국내 금융권 프라이빗뱅킹(PB) 최강자는 신한은행, 삼성생명, 삼성증권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한경머니는 리서치 전문 업체 글로벌리서치와 함께 지난 3월 초 은행·보험·증권사 등 27개사 PB센터장 5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상속·증여서비스, 종합자산관리서비스, 부동산서비스, 펀드·증권서비스, 대안투자·파생상품, 전용상품, 고객 서비스 등 PB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분야별로 나눠 경쟁력을 평가했다. 한경머니는 은행과 보험, 증권사의 업무 칸막이가 무너지고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자산가들의 PB센터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해 2013년부터 매년 ‘대한민국 최고 베스트PB센터’를 선정해오고 있다.은행부문에서는 은행권에서 최초로 은행·증권 결합 모델인 PWM(Private Wealth Management)을 선보인 신한은행이 지난해에 이어 KEB하나은행을 제쳤다.보험부문에서는 삼성생명이 선두를 차지했다. 금융자산 30억원 이상 자산가를 위한 패밀리오피스를 통해 자산관리는 물론 자녀교육 등 가문관리 서비스까지 영역을 확대하면서 금융권의 PB서비스를 선도하고 있다.증권부문에서는 서비스 대상을 금융자산 30억원 이상 초고액 자산가로 집중하면서 차별화를 꾀한 삼성증권이 예상대로 1위에 올랐다.한용섭 한경머니 기자 poem1970@hankyung.com 

    2016.04.01 21:25
  • [한경 미디어 뉴스룸-MONEY] 이혼과 재혼…상속 딜레마

    중장년층의 이혼과 재혼이 최근 잦아지면서 상속 매듭도 복잡하게 꼬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법원행정처에서 발간한 ‘2015 사법연감’에 따르면 이혼한 부부 3쌍 중 1쌍은 20년 이상 한이불을 덮고 자던 부부였다. 중장년의 이혼 및 재혼은 가족 해체와 재구성을 겪으며 재산분할과 상속 문제에서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현실에서 이혼은 재산분할과 위자료, 자녀들의 양육비 등이 얽혀 있는 ‘돈의 전쟁’이기도 하다. 우선 이혼하면 재산분할과 위자료 문제로 신경전을 펼친다. 재산분할은 혼인 뒤 부부의 공동 노력으로 취득한 공동재산을 이혼하는 사람이 당초 취득한 시기부터 자기 지분인 재산을 받는 것을 말한다. 결혼 기간이 길수록 금액이 늘어난다. 최근에는 가사노동을 인정해 부부가 공동재산을 절반씩 나눠 갖는 법원 판결이 많아졌다.재산보다 빚이 더 많으면 빚을 분담하는 재산분할이 이뤄진다. 부부 중 어느 일방이 개인적으로 부담한 채무는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 원칙이다.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특유재산이다. 결혼 전 일방의 명의로 돼 있는 재산이나 상대 배우자가 부모에게 상속 또는 증여받은 재산 등은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이 아니기 때문에 재산분할 대상이 되지 않는다.이혼 전 증여와 이혼 후 재산분할 중 어떤 쪽이 세금을 덜 낼까. 전문가들은 이혼 후 재산분할을 하면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아 유리하지만 상속세를 고려하는 경우엔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충고한다. 부부가 10년 이내에 잇따라 사망하면 상속세 산출세액에서 이전에 낸 상속세의 상당액을 공제해주는 단기 재상속 세액공제제도가 있기 때문이다.이혼한 뒤

    2016.01.22 20:17
  • [한경 미디어 뉴스룸-MONEY] 꼭 알아둬야 할 2016년 상속 이슈 7가지

    상속문제는 더 이상 ‘남의 집안 일’이 아니다. 과도한 상속세를 감당하지 못해 가업 승계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기업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상속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3년 사망자 여덟 명에 한 명꼴로 직계가족이 상속과 관련한 분쟁을 겪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상속 관련 소송 건수는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한경 머니’는 주요 로펌(김앤장, 율촌, 태평양, 화우, 충정, 세종, 지평, 바른)과 회계법인(삼일, 딜로이트안진, 삼정KPMG, EY한영) 등의 상속·증여 전문가에게 물어 ‘2016년 우리가 꼭 알아둬야 할 상속 이슈 7가지’를 정리했다.전문가들은 △증여받는 주식이 30억원을 넘으면 50%를 세금으로 내야 하는 깐깐한 가업 승계 규정 △최대주주 또는 특수관계인에게 적용되는 상속 주식 30% 할증 평가 △신탁법이 개정됐는데도 세법이 뒷받침하지 못해 발생하는 이중과세 문제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는 주식명의신탁(증여의제) 문제 등을 현안으로 선정했다. 또 △제3자에게 증여한 재산이 상속인에게 ‘세금폭탄’ 부메랑으로 되돌아오는 상속재산 추정 사례 △상속인에게 보장된 최소한도의 상속 지분인 유류분(遺留分)을 둘러싼 가족 갈등 △이중과세될 위험이 큰 해외 자산 상속문제 등도 꼭 알아둬야 할 이슈로 꼽았다.한용섭 기자 poem1970@hankyung.com 

    2016.01.0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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