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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도 기억하지? 우리 동창,거시기 말이야,키가 제일 크고 늘 웃던 친구.""아따,이 사람아,뭘 그리 꾸물거리나.""아들이 다쳤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식겁했는지 몰라."한글학회에서 선정한 우리말 지킴이이자 재야의 우리말 연구가인 김선덕씨는 몇 해 전 한 기고문을 통해 "거시기,시방,아따 등의 단어가 표준어임에도 불구하고 호남 사투리로 잘못 알려져 일상생활에서 교양 없는 말로 외면당하고 있다"라고 꼬집은 적이 있다.실제로 우리 언어생활을 들여다보면 그릇된 편견에 의해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는 말들이 꽤 있다. '개고생'이 지난 3월 말 TV 전파를 처음 탔을 때만 해도 "이런 비속어를 어떻게 방송에서 공공연히 쓸 수 있느냐"라는 문의가 빗발친 것도 그런 까닭이다. 다행히 신문 등을 통해 '개고생'의 정체가 표준어임이 알려지면서 이런 의문은 곧 풀렸지만….접두사 '개-'는 전 회에서 살폈듯이 '정도가 심한'(개망나니/개잡놈 따위)이란 뜻 외에도 '질이 떨어지는,흡사하지만 다른'(개떡/개살구 따위),'헛된,쓸데없는'(개꿈/개나발/개수작/개죽음 따위)의 뜻을 더하는 말이다. 이 가운데에 개떡/개살구 같은 데 쓰인 '개-'와 비슷한 의미를 더하는 접두사가 또 하나 있는데,그것은 '돌-'이다. '돌배/돌미역/돌조개' 같은 게 그런 것인데,이때의 '돌-' 역시 일부 동식물을 나타내는 말 앞에 붙어 '품질이 떨어지는,야생으로 자라는'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이다.이에 반해 '품질이 우수한'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는 '참-'이다. 참먹(품질이 아주 좋은 먹)/참숯(참나무 따위를 구워서 만든 숯) 등이 있다. 또 '진짜,진실하고 올바른'의 뜻을 더하기도 하는데,'참사랑/참뜻'에
"제작진은 인터넷,IPTV,전화 등 가정에서 이용할 수 있는 각종 IT 서비스를 한데 묶은 통합 서비스의 이름을 고심하다 '집에서 세상을 요리(Cook)한다'는 느낌을 살린 'QOOK'을 만들었고,이어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라는 자극적인 카피를 생각해 냈다. 하지만 과연 이런 '막말'을 광고에 써도 되는지 고민이었다. 마침 회의 멤버 중 한 명이 퀴즈 프로 '스타 골든벨'에 '표준어 아닐 것 같은 표준어'로 '개고생'이 나왔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고,제작진은 일제히 환호를 터뜨렸다."지난 4월3일 한 신문은 올봄 최대의 유행어로 등장한 '개고생'의 탄생 비화를 이렇게 전했다. 3월 하순부터 TV 전파를 타기 시작한 어느 통신사의 '개고생' 카피는 티저 광고라는 심리적 효과를 등에 업고 삽시간에 언중 속으로 파고들었다. 사라져가다시피 하던 우리말 하나를 광고의 힘으로 우리 곁에 살려 낸 셈이다.'개고생'이란 알려졌듯이 '어려운 일이나 고비가 닥쳐 톡톡히 겪는 고생'을 말한다. 이 말은 나오자마자 사람들 사이에서 "아니,이런 말도 있었나?" "어떻게 이런 비속어가 공중파 TV에 버젓이 나올 수 있지?" 하는 등 많은 화제를 낳았다. 처음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말 자체도 생소했을 뿐만 아니라,어감도 자극적이라 비속어일 것으로 여겨졌다. 물론 곧바로 당당히 사전에 올라 있는 표준어인 것이 알려지면서 '개고생'은 위력을 더해 갔다.이 말은 '고생(苦生)'에 접두사 '개-'가 붙어 만들어진 파생어이다. 고생 중에서도 '정도가 심한'의 뜻을 더해 준다. '생(生)'과 결합한 생고생은 '하지 않아도 좋은 공연한 고생'이란 뜻이다. 헛고생은 '아무런 보람도 없이 고생함,또는 그런 고생'을 말한다. 마음고생
지난 3월2일 서울시청 브리핑실에 오세훈 시장이 들어섰다. "오늘 저는 한강 노들섬에 들어설 세계적인 문화예술공연장의 새 이름과 밑그림이 확정됐음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중략) 공연장을 넘어 노들섬 전체를 문화예술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낭만적이고 즐거운 축제가 열리는 공간의 이미지를 담았습니다."그동안 우리 기억 속에서 잊혀져가던 한강의 노들섬이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오게 됐다. 서울시에서 노들섬을 대규모 복합문화예술 공간으로 개발한다는 소식과 함께다. 노들섬은 한강이 품고 있는 여러 섬 가운데 하나이다. 지금은 황량한 갈대숲과 모래더미 위에 테니스장만 덩그러니 남아 있어 사람들의 접근이 어려웠던 곳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그냥 노들섬이라 하면 어디에 있는 섬인지 모르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노들섬뿐만 아니라 우리에겐 '노들강변 봄버들,휘휘 늘어진 가지에다가~'로 시작하는 민요 속의 '노들강변'도 마찬가지다. 노랫말을 통해 너무도 익숙한 말이지만 막상 노들강변이라고 하면 도대체 어디를 가리키는 곳인지, 그런 데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노들섬은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 3가와 동작구 노량진을 연결하는 한강대교 밑에 있는 섬이다. 그 한강대교 남단에서 영등포 쪽으로는 노들길이 이어진다. 한강대교는 일제강점기 때인 1917년 한강에 놓인 1호 다리로 건설됐다. 당시 일제는 이 다리를 놓으면서 북단 쪽의 모래언덕에 흙을 돋워 타원형으로 만들어진 섬에 중지도(中之島)란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이후 1995년 정부에서 추진한 일본식 지명 개선사업에 따라 비로소 지역 연고에 맞는 '노들섬'이란 이름으로 바뀌었다. 지금도 노들섬
"실력이 90%이고 운이 10%란 말은 틀렸습니다. 운이 90%이고 나머지 10%는 실력이 아니라,운이 올 때까지 버티는 능력이지요." 1998년 인터넷 '딴지일보'를 창간해 풍자와 패러디로 돌풍을 일으킨 김어준씨가 오랜만에 공식석상에서 특유의 입담을 과시했다. 지난달 연세대에서 열린 특강자리에서다.그가 말한 것처럼 운에도 때가 있는 것 같다. 운이 좋을 때가 있듯이 운이 나쁠 때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그래서 '운때가 좋다'느니,'운때가 맞는다'란 말을 많이 쓴다. 그런데 이 '운때'는 사전에서 볼 수 없는 말이다. 정식 단어가 아니라는 뜻이다.'물때'라는 단어는 예전부터 써오던 말이다. 이는 '아침저녁으로 밀물과 썰물이 들어오고 나가고 하는 때'를 말하는 것으로 사전에 올라 있다. 그러니 '운을 맞는 때'를 뜻하는 말로 '운때'라고 해도 괜찮을 듯싶다. 하지만 우리 사전들은 '물때'와 달리 아직 이 말을 단어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니 지금 굳이 이 말을 쓴다면 아쉽지만 '운 때' 식으로 띄어 적어야 한다.'운때'라는 말이 나오기 전엔 흔히 '운수'를 썼다. '운수가 좋은 날' '운수가 대통하다/불길하다/나쁘다/사납다' '운수에 맡기다' '운수가 터져서 많은 돈을 벌었다' 식으로 다양하게 쓰인다. '운수' 자리에 '운때'를 넣으면 여전히 자연스러운 게 있는 반면 어색한 표현도 있다. 그것은 '운때'가 '운수'와는 달리 좀더 좁은,특정한 의미로 쓰인다는 뜻이다. '운때'는 '운'에 타이밍(timing), 즉 적기(適期:알맞은 시기)란 개념이 덧씌워진 말이다. 아직은 단어가 아니지만 단어로서의 자격은 충분한 것 같다.'운수'는 줄여서 그냥 '운'이라고도 하고 '수'라고도 한다. 모두 같은 말이다. 이때의 '
# 다음 먹잇감은 미국의 대형 부품회사다. 그는 현재 이들 기업이 무너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GM,포드가 추락하면서 가만히 있어도 호박이 덩쿨째 굴러들어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몇 해 전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은 쓰러져 가는 기업을 사들여 이를 되파는 방식으로 억만장자의 반열에 오른 기업 사냥꾼 윌버 로스의 움직임을 자세히 전했다. 그런데 여기 쓰인 '호박이 덩쿨째 굴러들어오다'는 말은 어딘지 이상하다. 덩쿨? 덩굴? 넝쿨? 덤불? 아쉽게도 우리말에 '덩쿨'이란 말은 없기 때문에 옥에 티가 됐다. 이때는 넝쿨 또는 덩굴이다.'덩굴'은 길게 뻗어 나가면서 다른 물건을 감기도 하고 땅바닥에 퍼지기도 하는 식물의 줄기를 이르는 말이다. '넝쿨'도 같은 말이다. '수박 덩굴/찔레 넝쿨/덩굴을 뻗다/뒤엉킨 넝쿨 더미' 식으로 함께 쓰는 말이다. 물론 덩굴이나 넝쿨은 복수표준어이므로 서로 바꿔 쓸 수 있다. 사람에 따라 덩굴과 넝쿨의 중간 형태인 '덩쿨'을 쓰기도 하는데 이는 이도저도 아닌 틀린 말이다. 우리말 체계에서 넝쿨과 덩굴만 단어로 수용했기 때문이다.그런데 여기에 '-장미'가 붙으면 경우에 따라 말의 격이 달라진다. 장미과의 관목 중에 줄기가 곧게 서지 않고 다른 물건을 감거나 거기에 붙어서 자라는 종류가 있다. 5월께면 학교나 아파트 담 벽을 타고 또는 울타리를 휘감으며 화사한 자태를 뽐내는 모습을 보게 될 이 꽃 이름을 두고 어떤 이는 덩굴장미라 하고 다른 사람들은 넝쿨장미라 부르기도 한다. 덩굴이나 넝쿨이나 같이 쓰는 말이므로 이 역시 어찌 불러도 상관없으리라 여겼다간 오산이다. 우리 규범은 이를 '덩굴장미' 하나만 인정하기 때문이다. 넝쿨
'엿장수의 가위 소리,강냉이 장수의 튀밥 튀기는 대포 같은 소리….' 1950년 6 · 25전쟁 전후를 시간적 배경으로 한 김원일의 장편소설 <불의 제전>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지금도 어쩌다 동네 한 귀퉁이에서 이런 모습을 볼라치면 나이가 제법 든 중장년층 사이에선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한다.여기 나오는 '튀밥'은 쌀이나 옥수수를 튀긴 것을 말한다. 그것을 뻥 하는 소리와 함께 튀겨냈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 '뻥튀기'이다. '튀기다'와 '튀다'의 현대적 쓰임새는 매우 다르다.'튀기다'는 '끓는 기름에 넣어 부풀어 나게 하다' 또는 '마른 낟알 따위에 열을 가해 부풀어 나게 하다(옥수수를 튀기다. 번갯불에 콩 튀겨 먹듯)'란 뜻이다. 이에 비해 '튀다'는 '탄력있는 물체가 솟아오르다/어떤 힘을 받아 작은 물체나 액체 방울이 세차게 흩어져 퍼지다'란 뜻으로 쓰인다. 의미로만 본다면 '뻥튀기'의 '튀'는 '튀기다'에 훨씬 가까운 것 같다.그런데 <우리말 어원사전>(김민수 편,태학사,1997)에서는 '뻥튀기'의 어근 '튀'를 '도(跳)'로 밝히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아쉽게도 '뻥튀기'의 어원 정보가 없다.) '跳'는 '건너다,뛰다,(물체가 탄력에 의해)튀어 오르다'란 뜻이다(<中韓大辭典>,고려대 민족문화연구소,1995). 우리는 도개교(跳開橋),도약(跳躍) 같은 말에서 '跳'의 쓰임새를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뻥튀기'의 '튀'가 '튀다'를 어원으로 하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뻥튀기'의 구조는 '뻥+[튀+기]'로서,'-기'파생어에 의성어 '뻥'이 결합한 합성어로 풀이된다.또 한 가지 눈여겨봐야 할 것은 '뻥튀기'란 말의 동사형이다. 이를 동사로 쓰고 싶을 땐 어떻게 할까. 접미사 '-하다'를
1960년대나 7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엔 먹거리가 그다지 풍족하지 않았다. 그 당시 아이들이 그나마 쉽게 접할 수 있었던 간식거리는 쌀이나 옥수수 따위를 튀겨 만든 과자였다. 큰 호리병같이 생긴 주물기계가 빙빙 돌아가다 어느 순간 '뻥!' 하고 터지면서 흰 연기와 함께 튀긴 강냉이를 쏟아내는 장면은 웬만한 동네에선 다 볼 수 있었다.지금은 오히려 웰빙식으로 다시 각광받기도 하는 이 과자 이름은 '뻥튀기'이다. 사전에선 이를 '쌀,감자,옥수수 따위를 불에 단 틀에 넣어 밀폐하고 가열해 튀겨 낸 막과자'라고 풀고 있다. 튀겨져 나올 때 뻥 하는 소리가 나는 데서 생긴 이름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뻥튀기는 원래 크기에 비해 몇 배로 부풀려지기 때문에 '어떤 사실이나 물건 따위를 과장해 크게 부풀리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도 많이 쓰인다.# 아파트 분양가 뻥튀기가 건설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건설업체들의 분양가 뻥튀기기는 비단 이 업체뿐만 아니다.1998년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가 시행된 이후 한 채에 몇 억 원씩 하는 분양가가 실제 원가에 비해 많이 부풀려져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언론에도 '분양가 뻥튀기'가 자주 등장했다. 그런데 이 말은 자세히 보면 조금 다른 형태로도 많이 쓰인다. 끝에 '-기'자가 하나 더 붙는 것이다. 몇 년 전 인터넷 말글 관련 한 카페에서는 이 '분양가 뻥튀기'와 '분양가 뻥튀기기'를 두고 작은 논쟁이 붙은 적이 있었다. 어떤 게 올바른 쓰임새이냐는 게 논쟁의 요지였다.사전적으로 이 말은 '뻥튀기'로 올라 있는 단어다. '뻥튀기기'란 말은 없다. 물론 그 동사 형태인 '뻥튀다'나 '뻥튀기다'란 말도 없다. 그럼 '뻥튀기'란 말은 어떻게 만
"지금은 글로벌 기업의 숫자가 국가 경제력을 대표하는 시대입니다. 이럴 때 여전히 '경제력 집중' 문제에 집착한다면 이는 고래를 연못에 가두려는 폐쇄적 사고와 다름없어요. "자유주의 시장경제론의 대표적 논객 중 한 사람인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가 좌파 경제학자들이 주축이 된 시민단체 '경제개혁연대'의 경제관을 정면으로 비판한 책을 펴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부터 줄곧 자유시장경제의 이념적 정체성 확립을 주문해 온 조 교수는 《경제개혁연대의 경제관 비판》(자유기업원 간)에서 '경제력 집중이 성장 잠재력을 떨어뜨린다'는 개혁연대 주장의 오류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좌파 경제학자의 단골 메뉴인 경제력 집중 문제를 실증적 분석을 통해 반박한 자료는 찾아 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는 "경제력 집중 문제는 이젠 버려야 할 유산"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지난 20년간 경제력 집중이 지속적으로 심화돼 왔다는 주장은 허구입니다. 2001~2006년 50대,200대 기업의 자산 통계 등을 보면 국민경제적 비중은 오히려 하락했습니다. " 계열 분리된 친족 그룹을 (범)재벌로 묶는 것도 도마 위에 올렸다. 가령 삼성과 한솔,CJ 신세계를 공통의 이해관계에 의한 공동행위가 이루어 지고 있다는 증거 제시 없이 이를 하나의 단위로 취급하는 것은 의도적으로 경제력 집중 문제를 심각한 것처럼 보이려는 '작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대기업 집단의 오너는 무한 팽창을 꾀하고 사익을 추구하는 존재'란 좌파적 인식에 대해서도 "한마디로 말해 예단으로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외환위기 이후 2001~2005년 동안 상장 기업의 소유 · 지배구조와 경영 성과 간의 관계
미국의 금융 위기가 전 세계 실물경제 침체로 확산되고 있는 요즘 한국 경제에도 '기업 구조조정'이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경기흐름의 영향을 크게 받는 건설 · 조선 등의 업종에서부터 우선적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추진된다고 한다. 이럴 때 돈줄을 틀어쥐고 있는 은행들은 우량기업과 부실기업 선별을 통해 회생시킬 기업과 퇴출시킬 기업을 결정한다. 한마디로 자금 지원을 통해 기업을 살리기도 하고 죽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은행 역시 예외가 아니다. 금융회사들은 경제검찰이라 할 수 있는 금융감독원의 감시 · 감독을 받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의 사활을 쥐고 있다고 말한다. 모두 '건전성'을 토대로 사활을 좌지우지하는 것이다.이처럼 어떤 사람이나 사물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등 마음대로 쥐고 흔드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 있다. 사전에서는 그것을 '생살여탈(生殺與奪)'이라 올리고 있다. 그런데 사람에 따라 이 말을 낯설게 느끼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는 '생사여탈(生死與奪)'이란 말이 더 익숙할 것이다.특이한 것은 좀더 많이 쓰일 것 같은 '생사여탈'이 사전에 따라 다뤄지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단어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생살여탈'은 모든 사전이 올림말로 처리하고 있다. 여기에 권리나 자격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권(權)'을 붙여 만든 말 생살여탈권 또는 생사여탈권이란 것도 많이 쓰인다. 이때 두 말은 같이 써도 되는 것일까,아니면 어느 하나는 잘못 알고 쓰는 말일까.우선 금성판 <뉴에이스국어사전>은 '생살여탈'을 풀면서 '생살여탈권' '생살지권(生殺之權)'이란 단어와 함께
'얼키고 설킨 이해관계… 풀리지 않는 재개발 보상 갈등.'지난 1월 6명 사망이란 참사를 불러온 용산 재개발구역 불법시위 진압 당시를 전하는 한 신문의 제목에는 우리말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중요한 열쇠 몇 개가 담겨 있다. '얼키고 설킨'이 문제의 단어인데 전회에서 살폈듯이 이 말의 바른 표기는 '얽히고설킨'이다. 한 단어인 이 말은 우리말 적기의 두 축인 '소리적기'와 '형태밝혀 적기'의 원칙을 동시에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얽히고'에는 형태밝혀 적기의 정신이,'설킨'에는 소리적기의 원칙이 반영돼 있다.'얽히고설키다'에는 또 우리말 적기의 대원칙 중 하나인 띄어쓰기의 원리도 담겨 있다. 모두 3개항으로 구성된 한글맞춤법 총칙은 제2항에서 띄어쓰기에 관해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라고 규정한다. 단어는 문장 안에서 독립적으로 쓰이는 말의 기본 단위이기 때문에,글을 쓸 때 단어별로 띄어 쓴다는 정신을 명시한 것이다. 다만 이때 우리말의 조사는 하나의 단어로 처리되고 있으나,의존 형태소란 점에서 예외적으로 독립해 쓰지 않고 언제나 윗말에 붙여 쓰기로 했다.그런 점에서 '얽히고설키다'도 얼핏 형태적으로 보면 '얽히고 설키다' 식으로 띄어 써야 합리적일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는 우리말에서 '설키다'란 단어가 따로 존재하지 않고 그 쓰임새도 반드시 '얽히고' 뒤에서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얽히고'에 의존하는 말로 보고 한 단어로 처리한 것이다.우리말에는 이처럼 각각의 단어이면서도 오랜 세월 어울려 쓰여 합성어로 굳어진,또는 그에 준하는 말이 꽤 있다. 그런 경우 이들은 한 단어가 된 것이므로 당연히 붙여
# 얼키고설킨 이해(利害) 관계… 풀리지 않는 재개발 보상 갈등# 불황기에 드라마를 통해 얼키고설킨 사건이 빠르게 전개된다는 게…# 이처럼 얼키고설킨 의혹에 노건평씨의 또 다른 역할이 있었는지… 지난해 말부터 최근에 걸쳐 우리 사회에 일어난 몇몇 사건 사고 등을 전달하는 이 보도 문장들을 보면 특이한 단어가 하나 눈에 띈다. '얼키고 설킨'이란 말이 그것인데,어떤 경우에는 이를 붙여 쓰기도 한다. 그런데 사전에는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얼키다'란 단어는 물론이고 '설키다'란 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말의 바른 형태는 '얽히고설키다'이기 때문이다. 이 말을 정확히 모르는 경우 흔히 '얽히고(서+ㄺ)히다,얼키고설키다,얽히고 (서+ㄺ)히다, 얼키고 설키다' 식으로 표기가 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이를 한 단어처럼 붙여 쓰기도 하고 두 단어로 보고 띄어 쓰기도 한다. '얽히고설키다'에는 우리말 적기의 비밀이 담겨 있다. 그러니 이 말이 만들어진 과정을 이해하면 우리말을 적는 방식을 알 수 있을 것이다.우리말에는 소리 나는 대로 적는 게 있는가 하면,소리와 달리 항상 형태를 고정시켜 적는 게 있다. 우리말(정확히는 글자) 쓰기의 헌법이랄 수 있는 한글 맞춤법에서는 총칙에서 이를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소리대로 적는다'는 것은 말 그대로 소리 적기의 원칙을 내세운 것이고 '어법에 맞도록 한다'는 것은 형태 밝혀 적기를 가리키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우리 맞춤법의 큰 줄기를 이루는 두 축이다.형태 밝혀 적기란 발음에 상관 없이 본래 형태를 살려 적는다는 것이다. 가령
"퍼진 코… 넓은 콧망울… 콧망울을 작게 하는 방법은 뭐가 있나요?" "넓은 콧망울을 고치는 것은 수술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주사 처방도 가능하지만 넓은 콧망울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효과는 없고요…."외모가 경쟁력이 된 지도 오래됐다. 특히 얼굴 부위 성형을 하기 위해 이런 질의응답을 하는 경우를 주위에서 흔히 접할 수 있다. 그런데 묻는 사람이나 답하는 전문의나 쓰는 말에 모두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우리 얼굴에서 콧망울이란 부위는 없기 때문이다. 콧망울의 바른 말은 콧방울이다.'코끝 양쪽으로 둥글게 방울처럼 내민 부분'은 그 모양을 본떠 '콧방울'이라고 한다. 글자 그대로 '코+방울'의 합성어이다. '콧방울을 벌름거리다/콧방울이 크고 두둑해야 복이 있다고 한다'처럼 쓰인다.이를 흔히 '콧망울'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잘못 알고 쓰는 것이다. 아마도 눈망울이니,꽃망울이니 하는 말에서 연상해 쓰는 것 같지만 '콧망울'이란 단어는 우리말에 없다.'눈망울'은 눈알(한자어로는 안구<眼球>)을 뜻하는 말이며 또는 눈알 앞쪽의 도톰한,눈동자가 있는 곳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맑은 눈망울/아이의 큰 눈망울에 눈물이 고이다'처럼 쓴다. '꽃망울'은 아직 피지 않은 어린 꽃봉오리를 나타낸다. '꽃망울을 맺다/담 앞의 양지바른 곳에 매화꽃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처럼 쓴다. 이 꽃망울은 '몽우리'라고도 한다. 그러니 "몽우리를 막 터뜨린 매화꽃"도 같은 말이다. 또 눈망울이나 꽃망울이나 모두 그냥 '망울'이라 해도 된다.하지만 '멍울'은 다른 말이니 '망울'과 구별해 써야 한다. '멍울'은 '어떤 충격으로 인해서 생긴 마음의 상처나 고충을 비유적으
2004년 5월 한국 산악계에 비보 한 통이 날아들었다. 에베레스트 원정을 떠났던 계명대 산악팀 박무택,백준호,장민씨 등 세 명이 정상 정복에 성공하고 하산하는 도중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 2005년 3월14일,설산에 잠들어 있는 세 명의 시신을 찾기 위해 서울에서 원정대가 네팔로 출발했다. 산악인 엄홍길씨를 등반대장으로 한 이 팀은 '초모랑마 휴먼원정대'라 이름 붙여졌다. 산에 묻힌 동료들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산 사나이들이 뭉친 이 원정대는 그 자체로 세계적인 화제가 됐었다. 그런데 당시 언중(言衆) 사이에서는 이 원정대 이름을 두고 또 다른 주목거리가 있었다. 에베레스트로 떠나는 원정대 이름 앞에 붙은 '초모랑마'에 관한 것이었다. '초모랑마'는 티베트에서 에베레스트 산을 가리키는 현지 이름이다. 에베레스트는 네팔과 중국의 티베트 자치구에 걸쳐 있는,높이 8848m의 세계 최고봉 산이다. 실종된 세 명의 산사나이들이 묻힌 곳이 티베트 쪽에서 오르는 루트여서 자연스레 원정대 이름도 초모랑마 원정대라 정해졌던 것이다.히말라야 산맥의 에베레스트는 접하고 있는 나라에 따라 현지에서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티베트에서는 예로부터 이 산을 초모랑마('대지의 여신'이란 뜻)로,네팔에서는 사가르마타('세계의 정상'이란 뜻)로 불러왔으며,중국에서는 초모랑마를 음차해 주무랑마(珠穆朗瑪)라고 부른다. 우리가 배우고 알고 있는 에베레스트는 영어식 이름으로 이 산을 가리키는 여러 이름들 중 하나일 뿐이다. 영국은 1852년 식민 지배하고 있던 인도에서 측량국장 앤드루 워의 탐사와 측량을 통해 이 산봉우리가 세계 최고봉임을 확인한 뒤 그의 전임 측량국장
#.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치는 아희놈은 상기 아니 일었느냐// 재 넘어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느니. #. 기상청은 "31일 영서지역은 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들어 맑겠지만 영서 남부지역과 영동지역은 북동기류의 영향으로 비 또는 눈이 내린 뒤 오후부터 갤 것"이라고 예보했다.하나는 숙종 때의 문신으로 영의정까지 오른 약천(藥泉) 남구만(1629~1711)의 유명한 시조 작품이고,다른 하나는 최근 어느 신문에 보도된 일기예보 기사의 한 대목이다. 전혀 성격이 다른 두 개의 예문에는 같은 의미의 말이 하나 들어 있다. '재'와 영동 · 영서지역 할 때의 '영'이 그것이다.농촌의 한가로운 아침 풍경을 운치 있게 표현한 대표적 권농가(勸農歌)로 꼽히는 이 시조는 약천이 말년에 강원도 동해시 망상 부근에서 지내면서 지은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재'는 '길이 나 있어서 넘어 다닐 수 있는,높은 산의 고개'를 가리키는 순우리말이다. 지금은 전국 어느 곳을 가든 도시화가 이뤄져 '재'란 말을 쓸 기회가 그리 많지 않지만 이 '재'는 '재를 넘다/ 재 너머 마을/ 그다지 높지 않은 재를 사이에 두고…'처럼 예전엔 활발히 쓰이던 말이다. 조선시대 한양으로 들어오는 서북쪽 길목인 무악재는 특히 명,청나라 사신들이 지나는 관문 구실을 한 교통 요충지였다. 이를 한자로 하면 '영(嶺)'이다. 그러니 영동이니 영서니 하는 말은 바로 '재의 동쪽' '재의 서쪽'을 뜻하는 말인 것이다. 그러면 그 기준으로 삼은 '재'는 어느 곳일까. 우리가 잘 아는 대관령(강원도 강릉시 성산면과 평창군 도암면 사이에 있는,높이 865m의 고개)이 서울과 영동지역을 잇는 고개다. '영동지역' '영서지역'이란 말은 '대관
용의 수염은 어떻게 생겼을까 독립운동가이자 임시정부를 이끈 백범 김구 선생 하면 두꺼운 뿔테안경에 인자한 미소가 인상적인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1920년대 초에 찍은 것으로 알려진 그의 사진 하나는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다. 사진 속의 얼굴 모습은 다른 것과는 확연히 다른데,그가 코 밑에 멋들어진 수염을 기르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당시에 유행했다고 하는 카이저수염이다. 수염은 돋아나는 부위에 따라 명칭이 다르다. 코 밑에 나는 것은 말 그대로 콧수염,턱 밑에 나는 것은 턱수염,볼을 타고 아래위로 길게 나는 것은 구레나룻이라 부른다.콧수염 중에는 카이저수염,채플린수염이 유명하다. 카이저수염은 양쪽 끝이 위로 굽어 올라간 콧수염을 말한다. 국어사전에도 정식으로 올라있는 이 단어는 독일 황제 빌헬름 2세(재위 1888~1918)의 수염 모양에서 유래했다. 카이저(Kaiser)는 본래 독일 황제의 칭호인데,로마의 장군 카이사르에서 그 명칭이 유래한다. 이 카이저수염은 실은 멀리 고구려 벽화에서도 보일 정도로 역사가 깊은 것이다. 중국 지린성(吉林省) 지안현(輯安縣)에 있는 5~6세기 고구려 벽화고분인 삼실총(三室塚) 입구에는 고구려 무장의 벽화가 새겨져 있는데,이 무장의 얼굴을 자세히 보면 그 수염이 바로 카이저수염인 것이다. 지난해(2008년) 6월에는 신라 원성왕릉으로 추정되는 경북 경주시 외동읍 괘릉(掛陵)의 석상이 무인상(武人像)으로 밝혀져 화제가 됐는데,이 석상의 얼굴 역시 카이저수염을 한 형상이다.채플린수염이라 이름 붙여진 코 밑 수염은 본래 영국의 희극배우 찰리 채플린이 독재자 히틀러의 수염을 풍자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
# 쌀 직불금 문제를 조사하고 있는 국회 국정조사특위 …… 과연 이 '명단' 속에 무엇이 든 걸까요? ○○○의 상자,'쌀 직불금 의혹자 명단'을 두고 벌이는 여야의 공방 현장. #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지난 6일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마친 뒤 개표를 하지 않고 투표함을 컨테이너 박스에 넣고 봉인했다. 컨테이너 박스에는 '○○○의 상자'라는 이름이 붙었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불안감으로 뒤바뀌고 있다. ××××의 날개가 연상된다. …… 여기에 어정쩡하게 덮어뒀던 복수노조와 전임자 문제를 더하면 이명박 정부에 주어진 과제는 어느 것 하나 녹록지 않다.# 성공의 추억은 기업 경영의 가파른 사이클에서 만나는 ××××의 밀랍 날개 같은 것이라고 기업 흥망사는 말해 준다.신문에서 인용한 예문들의 ○○○와 ××××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말은 무얼까.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름'이란 정도의 힌트면 함께 어울려 쓴 말을 통해 각각 '판도라'와 '이카로스'일 것임을 알 수 있을 터이다.신화의 언어는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천체의 별자리 등 학술 용어를 비롯 일상적인 말글살이에까지 다양하게 투영돼 왔다. 특히 그리스 로마신화는 글쓰기에서 풍부한 수사학적 표현을 제공하는 보고이다. 그것은 동시에 신화의 언어를 이해하고 있어야 이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문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판도라'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류 최초의 여성이다. 국어사전에도 올라 있는 단어이다. 프로메테우스가 천상(天上)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주자 제우스가 격노해,인간을 벌하기 위하여 대장간의 신 헤파이스토스를 시켜 흙으로 판도라를 빚어 만들고 온갖 불행을 담은 상
# 1. 한국 경제는 2008년 깊은 불황의 늪에 빠져들었다. 미국발 금융 위기와 함께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는 만큼 덩달아 경기 침체를 겪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그 논란의 중심에는 '미네르바'라는 한 인터넷 논객이 있었다. # 2. 정말 2008년은 투자자에게 수난의 한 해였다.……하지만 판도라의 상자에 담겨 있던 모든 악한 것이 풀려 세상을 헤집어 놓아도 마지막 남은 '희망'을 버리지는 말아야 한다.# 3. '이카루스 패러독스.' 세계적 경영전략 학자인 캐나다의 대니 밀러 교수가 제시한 개념이다. 기업이 성공요인에 안주하다가 그것이 실패요인으로 반전되는 상황을 일컫는 말로……전문가들은 "이런 글로벌 위기 상황에서 기업경쟁력을 가지려면 과거의 성공 경험에 매달리지 말라"고 입을 모은다.연말 연초를 보내면서 언론들은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전망하는 기사를 일제히 내보냈다. 예문에 나오는 미네르바를 비롯 판도라니 이카루스니 하는 말은 그리스 · 로마신화에 나오는 이름들이다. 미네르바는 지혜를,판도라는 호기심을,이카루스는 욕망과 자만을 상징한다. 지혜와 호기심,욕망은 인간이 갖고 있는 동전의 앞 · 뒷면과 같은 속성이다. 그러니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본질적 요소인 이들이 지난해 우리 경제에 극명하게 부각돼 경제 전체를 뒤흔든 셈이다.신화의 언어가 인류 언어문화에 끼친 영향은 매우 크다. 특히 그리스 · 로마신화는 영어권의 어휘를 풍부하게 하고 각종 학술용어를 빌려오는 토대가 되기도 했다. 글쓰기에서도 그리스 · 로마신화는 설득력과 읽는 맛을 더해주는 수사법의 보고(寶庫)로 자주 인용된다.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한 지난해 인터넷
1960년대 박정희 정부의 강력한 산업화 드라이브 속에 일찌감치 개발 바람을 탄 곳은 여의도였다.1963년 김포공항이 문을 열면서 박정희 정부는 우리나라 최초이자 일제 때부터 군사비행장으로 쓰이던,그러나 그밖에 별다른 시설 없이 방치되다시피 하던 여의도 땅을 주목했다.이곳을 대규모 상업지구로 바꾸기로 한 것이다.그러기 위해서는 홍수 때마다 강물에 휩쓸리는 것을 막기 위해 섬 둘레를 따라 제방을 쌓아야만 했다.1968년 드디어 여의도에 물막이 공사가 끝나 둘레 7km에 이르는 둑이 모습을 드러냈다.이제 이 둑을 부르는 말이 있어야 할 차례다.누구에 의해서인지는 몰라도 당시 서울시에서는 그 명칭을 '윤중제(輪中堤)'로 붙였다.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우리말에 '윤중'이란 단어가 없기 때문이었다.윤회(輪廻)니 윤화(輪禍)니 하는 말은 있어도 '윤중'이란 단어는 생소했던 것이다.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 정체불명의 단어는 일본에서 들여온 말이었던 것이다.물이 밀려들어 오는 것을 막기 위해 둑을 쌓고,그 둑으로 둘러싸인 마을을 일본에서 '와주(輪中)'라 하고 그 둑을 '와주테이(輪中堤)'라고 부르는 것을 빌려다 우리 한자음으로 읽어 '윤중제'라 한 것이다.윤중제란 이 고약한 말은 그렇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윤중제와 함께 그 사촌쯤 되는 '윤중로'란 말도 쓰이기 시작했다.윤중로는 지금의 서강대교 남단에서 국회의사당 뒤쪽을 지나 여의2교 북단까지 이어지는 길을 말한다.공식명칭은 여의서로이지만 아직도 윤중로란 말로 많이 불린다.윤중로가 유명해진 것은 해마다 4월이 되면 흐드러지게 피는 벚꽃 때문이다.여의도 신시가지를 개발하던 당시 여의도를 돌아가며 쌓은 둑 위
11년 전 외환위기 때보다 더 깊고 큰 주름이 우리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불황'이란 괴물이 그 정체다. 그 여파로 구조조정의 한파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 구조조정은 외환위기 때와는 다르다. 당시엔 솎아낼 기업이 확실하게 눈에 띄었지만 지금은 부실 여부가 분명치 않아 판정이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채찍과 당근'을 들고 구조조정 지휘관으로 나섰다. 최근 은행장 간담회에서 중소기업 대출을 독려한 데 이어 신용위험평가 태스크포스를 구성,좀더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내년 초 부실한 조선ㆍ건설사 퇴출을 시작으로 본격화될 이번 구조조정이 기업엔 갈등의 씨앗이 아닌,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강자로 거듭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엄동설한을 이겨내고 매화가 꽃을 피우듯이….홍성호 오피니언부 기자 hymt4@hankyung.com
1970년 7월 7일은 경부고속도로가 완공된 날이다. 국토의 한가운데를 남북으로 잇는 길이 428㎞의 대역사였다. 이로 인해 전국이 일일 생활권으로 들어가면서 우리나라는 본격적인 산업화시대의 막을 올렸다. 경제 대동맥이랄 수 있는 이 경부고속도로를 서울에서 빠져 나가면서 처음 만나는 분기점이 판교 나들목이다. 행정관할이 성남시 분당구인 판교는 지금 판교~구리 고속도로,서울외곽순환도로와 만나고 판교신도시 개발이 한창인 교통요충지로 변했지만 당시만 해도 경기도 광주군 낙생면에 속해 있던 이름 없는 작은 마을에 지나지 않았다. 판교IC는 경부고속도로의 탄생과 더불어 그렇게 '판교'를 세상에 알리기 시작했다.그런데 우리말 연구자들 사이에선 이 판교란 이름을 두고 오래 전부터 논란이 있어 왔다. 본래 부르던 마을 이름을 한자로 잘못 바꾼 것이라는 게 요지이다. 이곳은 원래 조상 대대로 '널다리' '너더리'로 부르던 곳이었다. 그러던 것을 일제 때 행정구역 정비를 하면서 '널빤지 판(板),다리 교(橋)'를 취해 우리말 이름을 한자로 옮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널다리' 또는 '너더리'의 '다리'나 '더리'는 다리(橋)와는 전혀 상관없는,'들(野)'이 변형된 말이라는 점이다. 오래 전부터 우리말과 땅이름에 관심을 두고 전국 각지의 지명을 연구해온 배우리 선생은 "널다리나 너더리의 '다리' '더리'는 원래 '들'을 뜻하며 '다리(橋)'는 아니었다. '널다리'에서의 '널'도 널빤지를 뜻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넓음(廣)'의 뜻을 담는 말이다"라고 밝힌 적이 있다. 다만 성남시 분당구는 홈페이지를 통해 이와 다른 관점을 취하고 있는데,판교 지명의 유래를 마을 앞을 지나는 개울(
미국의 다음 대통령으로 당선된 버락 오바마는 1961년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태어났다. 그곳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컬럼비아대학에 진학하기 전까지 그는 어린 시절 대부분을 하와이에서 자랐다. 그러니 그는 하와이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하와이 출신의,하와이 사람이란 뜻을 나타내는 말은 Hawaiian이다. 그런데 이를 우리말로 옮기려면 문제가 생긴다. 어떤 사람은 '하와이언'이라 하고 어떤 이는 '하와이안'이라 해 통일성이 없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인을 영어로 옮긴 말은 한글로 어떻게 적어야 할까. 코리안? 또는 코리언? 미국인은 쓰는 사람에 따라 아메리칸도 되고 아메리컨도 되니 늘 헷갈린다. 이 밖에도 이런 경우는 많다. 캐나디안/캐나디언,이탈리안/이탈리언,멕시칸/멕시컨,유러피안/유러피언,조지안/조지언…….그런데 여기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an'으로 끝나는 말이고 단지 이를 우리말로 옮길 때 '-안'과 '-언'이 뒤섞인다는 것이다. 사실 '-안'으로 하든 '-언'으로 하든 의미 전달에는 지장을 주는 게 아니므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길 수도 있지만,중요한 것은 단어는 하나라는 사실이다. '하와이안'이든 '하와이언'이든 '하와이 사람'을 나타내는 말은 하나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다행히 우리 외래어 표기법은 이런 경우 준용할 만한 지침을 갖고 있다. 1986년 제정된 현행 외래어 표기법은 외래어를 한글로 적을 때 기준으로 삼는 표기원칙들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일본어 중국어 등을 비롯해 베트남어 포르투갈어 체코어 등에 이르기까지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하지만 Hawaiian 같은 경우 이를 '하와이안'으로 쓸지
#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8일 발표될 것이라고 스웨덴 한림원이 6일 밝혔다. 현재 비평가들 사이에는 중국의 시인 베이 다오(北島),포르투갈의 조세 사라마고,알바니아의 이스마일 카다레 등이 수상자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1998년 10월 초.한국의 신문 방송 등 언론사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노벨 문학상 수상자 발표가 다가왔음을 알렸다. 그런데 예상되는 후보들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게 있었다. 포르투갈의 후보자 이름을 조세 사라마고,호세 사라마고,주제 사라마고,주제 사라마구 등으로 신문 방송마다 서로 다르게 전한 것이다.# 그 뒤 10년이 지난 2008년 11월25일. 미국의 다음 대통령에 당선된 버락 오바마는 시카고에서 열린 경제팀 인선 기자회견에서 차기 백악관 예산국장을 맡을 사람을 발표했다. 외신은 그의 이름을 'Peter Orszag'으로 전했다. 그러자 한국 언론에선 또다시 그의 이름 적기를 두고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피터 오스자그,오스재그,오자그,오어스재그,오스작,오르작,오작…. 대충 이 정도가 그동안 신문이나 방송 등에 거론된 그의 이름이다.1998년도 노벨 문학상 수상자는 그해 10월 9일 발표됐다. 그의 이름은 Jose Saramago. 하지만 이번엔 발표 전 보도 때와 달리 언론사들은 그의 이름을 일제히 '주제 사라마구'로 통일해 전달했다. 미리 정부·언론 외래어심의 공동위원회를 통해 사전에 표기 약속이 이뤄진 결과다.Jose Saramago는 올해 칸 영화제 개막작으로 화제를 몰고 온,우리나라에서도 지난달 개봉한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의 원작자다. 그의 이름이 정부·언론 외래어심의 공동위원회를 거치기 전 언론에서 극도로 혼란을 보인 것은 그가 포르투갈
오후에 IMF의 피셔(Stanley Fisher) 수석부총재와 미국 재무부 가이드너(Timothy Geithner) 부차관보가 한국을 찾아왔다. 그들은 11월16일 캉드쉬 총재와의 합의에 따라 한국이 19일 IMF 자금지원 요청을 발표할 것으로 알고 사전준비를 하기 위해 온 것이었다.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2005년 펴낸 회고록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29년>에서 1997년 말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의 긴박했던 상황을 이렇게 전하고 있다. 당시 재정경제원 차관으로 있었던 그는 미국의 Geithner를 '가이드너'라 불렀다.지금 미국 언론의 하마평에 올라 있는 재무장관 후보는 로버트 루빈,로렌스 서머스,티모시 가이너,폴 볼커 등이다. 이들이 누구인가. 루빈,서머스,가이너는 클린턴 시절의 재무장관-부장관-차관보의 라인업을…. 한국에서 Geithner는 일부에선 '가이너'로 알려져 있기도 했다. Geithner의 'th' 부분이 들릴 듯 말듯 한 데서 이를 아예 묵음으로 보고 '가이너'로 읽고 적기도 한 것이다.차기 재무장관에 티모시 가이스너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가운데 최종 발표가 임박했습니다.하지만 Geithner가 지난 11월 초 미국의 유력한 재무장관 후보로 물망에 오르내리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그는 주로 '가이스너'로 통했다.미국의 다음 대통령 당선자인 버락 오바마는 24일 재무장관 내정자에 티모시 가이트너 뉴욕연방준비은행장 등 차기 행정부의 경제팀 명단을 공식 발표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도 예상대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 내정됐다.가이드너,가이너,가이스너,가이트너. 미국 행정부의 차기 경제팀 명단이 공
‘눈꼬리’는 독립투쟁 중"편안하게 눈을 떴을 때 눈동자의 노출 정도,눈의 세로 폭,눈썹과 눈과의 간격,몽고주름의 유무,눈을 떴을 때 검은자와 흰자의 비율,눈꼬리의 각도 등을 고려해야만 조화롭고 매력적인 ○○를 만들 수 있다. "외모가 경쟁력인 시대가 된 지도 오래됐다. 경기침체 속에 취업시장도 얼어붙어 자신의 호감도를 조금이라도 높이려는 방편으로 성형수술이 다시 늘고 있다고 한다. 최근 한 신문에서 성형 전문의의 말을 인용해 전한 이 대목에는 우리가 관심 가질 만한 단어가 몇 개 눈에 띈다. 우선 '몽고주름'은 일상적으로는 잘 쓰지 않는 말로 '눈구석주름'이라고도 한다. 말 그대로 안쪽 눈구석에 있는 주름을 뜻하는 의학용어이다. 두 말 다 사전에 올라 있다. 이때 '몽고'는 중국 본토의 북쪽,시베리아의 남쪽에 있는 나라 몽골(Mongol)을 중국에서 한자로 이름(蒙古) 붙인 것이다. 지금은 지명이나 나라 이름으로 부를 때는 '몽골'이라 하지만 전문용어인 몽고반점(갓난아이의 엉덩이에 멍든 것처럼 퍼렇게 돼 있는 얼룩점. 몽고 인종에게서 흔히 발견되므로 이런 이름이 붙었다)이나 몽고주름,몽고풍(몽골의 풍속이나 양식) 같은 말은 그대로 굳어 예전에 쓰던 우리말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눈꼬리가 처졌다''눈꼬리가 위로 올라갔다'란 말을 많이 쓴다. 이에 비해 '눈초리가 처졌다''눈초리가 위로 올라갔다'란 말도 있다. 이 경우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개는 앞의 '눈꼬리'를 쓴 말이 더 익숙할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 우리 몸에서 '눈꼬리'라는 데는 없다. '눈초리'만이 있을 뿐이다. 적어도 사전적으로는 그렇다는 것이다. 흔히들 '눈꼬리'로 알고 있는 이 단어는 일
섭씨와 셀시우스요즘 미국에서 '오'씨의 시대가 열렸다고 한다. 얼마 전 있었던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가 당선된 뒤 나온 우스갯소리다. 하지만 그게 전혀 생뚱맞은 얘기는 아니다. 이미 미국에선 '오 세대(Generation O : 자신감이 강하고 팀워크와 능력 우선주의를 중시하는 18~29세 사이의 청년층. 오바마의 첫 알파벳인 O를 따서 만들었다)'란 신조어가 나왔다고 한다. 더구나 오바마가 '오'씨가 될 수 있는 것은 우리말의 역사를 살펴보면 충분히 그럴 만한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나파륜(拿破崙) 피택고(皮宅高).지금 이런 이름을 쓰지도,기억하는 이도 없겠지만 엄연히 지난날 우리말에서 쓰였던 이름이다. 지금 같은 외래어 표기법이 없었던 1900년대 초 우리는 나폴레옹,피타고라스를 한자로 취음해 이렇게 옮겨 적었다. 그러니 그 옛날 나폴레옹은 나씨,피타고라스는 피씨로 통했던 셈이다. 최근에도 이런 현상은 종종 볼 수 있다. 스티븐스 미국대사의 한국 이름은 심은경이다. 그는 30여년 전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에 와 충남 예산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친 적이 있는데,이때 적힌 인사기록 카드에는 이름 '심은경' 본관 '아리조나'로 돼 있다. 당시 그의 한국 이름은 본명을 충실히 살리지는 못했어도 적어도 '심'에는 스티븐스의 S를 반영한 흔적이 엿보인다. 전임 미국대사인 알렉산더 버시바우도 한국 이름이 있다. '박보우(朴寶友)'가 그것이다. 2006년 3월 한·미동맹친선회에서 지어준 것인데,본명을 비교적 잘 반영한 절묘한 이름짓기이다. 지금이야 우리가 외래 인명이나 지명을 소리 나는 대로 한글로 적으면 되기 때문에 이들이 굳이 한국 이름을 따로 가진 것은 그만큼 한
'동림백사건'에 담긴 우리말의 역사# 1967년 7월 어느 날,당시 중앙정보부는 대규모 간첩단 사건을 발표한다. 한국에서 유럽으로 건너간 유학생과 교민들이 동베를린의 북한대사관과 평양을 드나들며 간첩교육을 받고 대남 적화활동을 했다는 게 골자였다. 특히 연루된 인물 중엔 재독 작곡가 윤이상 씨를 비롯해 화가 이응로 씨,시인 천상병 씨 등 유명 인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한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놨다. 2006년 국가정보원 과거사위원회에 의해 당시 발표가 확대 과장됐던 것으로 재조명받기도 한 이 사건은 이른바 '동백림 사건'이다. # "여러분,이것이 여러분과의 마지막 수업입니다. 알자스와 로렌 지방의 학교에서는 독일어만 가르치라는 명령이 베를린으로부터 내려왔습니다. (중략) 오늘로 여러분의 프랑스어 수업은 마지막입니다."지금 40~50대에게는 기억에도 새로울 것이다. 예전에 교과서에 실렸던 프랑스 작가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1870년 프로이센과 프랑스 간의 전쟁에서 프랑스가 패해 독일의 지배를 받게 된 어느 시골마을의 마지막 프랑스어 수업시간을 그린 작품이다. 나중에 극우적 민족주의의 산물이란 비판과 함께 논란이 되기도 했던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보불전쟁'이다. 동백림(東伯林)사건이나 보불전쟁(普佛戰爭)이 가리키는 곳을 지금은 동베를린,프로이센,프랑스라고 적는다. '백림'은 베를린의 음역어이다. 사전에도 올라 있는 정식 단어다. 당연히 '동백림'은 동베를린을 취음한 말이다. 그러면 예전엔 왜 베를린을 '백림'이라 했을까. '백림'의 역사는 우리나라가 개화기에 비로소 근대문명을 받아들이면서 외국 지명이나 인명을 한
아메리카가 '미국'이 된 사연2009년도 대입 수능시험이 십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 전에도 이미 수시입학이란 절차를 통해 많은 수험생들이 실질적으로 대학 문을 두드려 왔다. 그 중 인문대 어문계열을 지망하는 학생들이 선택하는 학과에는 영어영문학과를 비롯해 중어중문학과,일어일문학과,불어불문학과,독어독문학과,서어서문학과,노어노문학과 등 다양하다. 그런데 우리가 어려서부터 접해오고,너무나 익숙해져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는 있지만 이런 명칭들이 왜 굳이 영어,불어,독어,서반아어 등으로 불리게 됐을까. 중국이나 일본처럼 우리와 같은 한자어권 나라야 당연히 한자음으로 읽으면 될 터이지만,가령 미국은 영어로는 아메리카인데 왜 하필 '미국'이란 이름으로 불리게 됐을까,프랑스나 도이칠란트,스페인으로 익히 알고 있는 나라들은 또 왜 불란서니 독일이니 서반아 같은 말로도 통용되는 것일까, 우리가 United Kingdom으로 알고 있는 나라 이름 영국은 어디서 온 것일까. 미국(美國)이란 말은 'America'에서 나왔다. 중국에서 이를 음역해 亞美里加로 적던 것('아메리카'란 이름 자체는 15~16세기 초의 이탈리아 피렌체 출신 탐험가 아메리고 베스푸치의 이름에서 유래했다)이다. 이를 줄여서 '아메리카'에서 첫 액센트가 들어가는 '美'를 취하고 나라 국(國)자를 붙여 만든 것이 '미국'이다. 우리나라엔 고종 3년(1866년) 부산항에 들어온 미국 상선에 대해 관리가 보고하면서 '美國'이란 말이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이를 '米國'으로 취음했는데 우리나라도 초기엔 두 말을 혼용해 쓰다 곧 美國으로 통일해 썼다. 나라 이름을 취음할 때 통상적으론 첫 글
'석호필'의 원조들 2005년 8월 미국 폭스TV에서 첫 방송된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는 우리나라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미드(미국 드라마)' 열풍을 이끌었다. 특히 주인공으로 나오는 천재 건축가 '스코필드'의 인기는 압도적이었다. 한국의 극성 팬들은 재빨리 그에게 한국어 이름을 붙여줬는데 '석호필'이 그것이다. 스코필드에서 석호필을 끌어낸 것은 음절 구조와 발음을 고려한 절묘한 취음(取音)이다. 하지만 우리 역사에는 또 다른 석호필이 이미 90여년 전에 있었다. 일제 강점기인 1916년 당시 세브란스 의학전문학교 교수로 들어온 캐나다인 프랭크 윌리엄 스코필드 박사가 그다. 한국에서의 그의 헌신적 활동은 의료,선교,독립운동 지원 등으로 이어졌으며 광복 후에는 서울대에서 후학들을 가르치는 데 힘썼다. 정부는 그의 업적을 기려 1970년 타계한 뒤 그를 국립현충원에 안장했다. 한국어에도 능통했던 그가 스스로 지은 이름이 바로 '석호필'이다. 프리즌 브레이크의 석호필이든 일제시대 때의 석호필이든 본명의 발음을 살려 한국어 이름을 멋지게 만든 것은 기발한 착상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 외래어 표기의 역사를 통해 보면 기실 이런 차음을 통한 음역어는 당시로서는 흔한 일이었다. 오히려 체계적인 한글 맞춤법조차 없던 시절이라 한자음을 이용한 외래 인명이나 지명 표기가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다. 이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등 한자어권 국가에서 보이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1900년대 초 우리 신문을 보면 아라샤니 불란셔,셔반아 같은 단어가 이미 쓰이기 시작했는데 이런 표기들이 모두 '석호필'의 원조인 셈이다. 취음에 의한 전통적인 외
# 지난 10월10일 인천 서해상의 배 위에서는 북녘을 향한 수많은 풍선이 날아올랐다. 풍선들에는 '사랑하는 북녘 동포에게'라는 글이 담긴 전단이 달려 있었다. 서울평화상 수상을 위해 방한한 북한 인권 운동가 수전 솔티 여사가 대북 민간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들과 함께 한 행사였다. 그런데 이날 솔티 여사가 날려 보낸 '전단'을 일부 언론에선 다른 말로 전했다. '삐라'가 그것이다. # '우리 시대의 연인' 최진실씨의 죽음은 많은 이들에게 큰 슬픔을 가져왔지만 그 속에 또 다른 주목거리도 있었다. 이른바 '찌라시'다. 그를 자살로 내몬 인터넷 악성 루머의 진원지로 지목된 게 바로 증권가 등에서 떠돈다는 사설 정보지,속칭 '찌라시'였던 것이다. # "한나라당을 이간시키고 한나라당 의원들을 빼가려는 '삐끼 정치'를 즉각 중단하라." 2007년 말 대통령 선거운동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을 때 소속 당 의원을 빼가려는 상대 당의 시도를 두고 한나라당 대변인이 맹공을 퍼부었다.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삐라'니 '찌라시' '삐끼' 같은 것은 일상적인 언어생활에서도 오르내리는,비교적 익숙한 말이다. 모두 일본에서 넘어왔다는 점,그래서 '일단' 순화 대상에 들어간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공식적인 우리말 체계 안에서의 위치는 각각 다르다. 우선 '삐라'는 '전단(傳單)의 잘못'이다. 사전적으로는 틀린 말,쓰지 못할 말로 대우받고 있는 셈이다. '찌라시'는 '선전지' 또는 '낱장 광고'로 순화됐다. 못쓸 말은 아니지만 가급적이면 순화한 말로 쓰라는 뜻이다. 이에 비해 '삐끼'는 '호객 행위를 하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당당히 사전에 표제어로 올랐다. 굳이 우리말로 다듬
46년 전통 아이섹협회 20일 법인 출범…"경험살려 글로벌인재 양성" "최근 몇 년간 포스코 ING생명 등 극소수 기업만이 국제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일본이나 중국 인도 등에서 매년 200~1000개 기업이 동참하는 데 비해 부끄러운 수준이지요. "재계와 학계 원로들이 참여하는 민간 글로벌 인재양성 단체가 공식 출범한다. 오는 20일 오후 7시 서울 임페리얼팰리스호텔에서 '아이섹협회(AIESEC Association Korea)'가 창립총회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기로 한 것.총회를 준비하고 있는 이재창 아이섹협회 이사장(고려대 통계학과 명예교수)은 15일 "협회가 결성된 지 46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의 활동은 미약했다는 게 자체 평가"라며 "미래를 맡길 차세대 인재양성 사업이 자칫 구호로만 그칠 우려가 있다는 인식이 아이섹 출신 OB들을 자극했다"고 말했다. 이날 발족하는 아이섹협회는 이 이사장이 서울대 경제학과에 재학하던 1962년 학우 2명과 함께 결성한 국제경상학생협회(아이섹협회의 한국어 이름)를 사단법인화하는 것이다. 그는 "당시 해외 잡지에 학생들이 외국 기업 인턴으로 활동하면서 일과 문화를 함께 배우는 아이섹이란 국제 학생단체가 소개된 적이 있었다"며 "친구들끼리 이를 우리나라에 도입해 보자는 데 의기투합한 게 발단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 중심의 대학별 동아리연합 형태로 운영되다 보니 추진력과 결속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에 따라 아이섹협회는 사단법인화를 통해 각계에서 활동 중인 졸업생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고 멘토 역할을 겸한 인재양성 및 국제 학생교류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아이섹협회에는 현재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한국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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