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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 알파고, 우리말에 '略語 숙제'를 남기다인류를 대표한 이세돌 프로바둑 9단과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 간 5번기가 숱한 화제를 뿌린 채 15일 막을 내렸다. 알파고의 4 대 1 승리로 끝난 ‘세기의 대결’은 우리말과 관련해서도 여러 생각거리를 남겼다. 그중 하나가 우리말 속에 넘쳐나는 영문약어(略語) 현상이다.반상 대결이 벌어지는 동안 화제의 핵심은 단연 ‘인공지능’이었다. 하지만 그 옆에는 늘 ‘AI’라는 영문약어가 등장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AI는 ‘인간의 지능이 가지는 학습, 추리, 논증 따위의 기능을 갖춘 컴퓨터 시스템’을 가리키는 ‘artificial intelligence’의 머리글자를 딴 말이다. 2001년 미국의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한 영화 제목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개봉돼 화제가 된 이 영화는 우리말 속에 AI가 널리 퍼지고 뿌리 내리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AI의 우리말 대체어가 ‘인공지능’이다. 두 말은 언어세력 면에서 경쟁 관계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인공지능’과 ‘에이아이(AI)’를 모두 표제어로 올리고 있다. 이는 ‘인공지능’과 ‘AI’가 전문용어의 단계를 넘어 둘 다 일반적인 쓰임새를 보인다는 것으로, 우리말 체계 안에서 동등하게 단어의 지위를 얻었다는 뜻이다.AI는 또 다른 의미에서 우리에게 낯익다. ‘조류인플루엔자’로 알려진 AI(avian influenza)가 그것이다. 이때의 AI는 닭, 오리 등 조류에서 발생하는 전염성 독감을 말한다. 초기에는 ‘조류독감’으로 불렸는데 이 말이 본격적으로 언론에 등장한 것은 1997년께다.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 '나파륜'은 살아있다2008년 미국발(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이른바 ‘금융위기’였다. 한국 역시 주가와 원화 가치가 곤두박질치면서 경제 한파에 떨어야만 했다. ‘서부포람(西富泡濫).’ 서브프라임 사태가 맹위를 떨치던 당시 한 신문에 소개되면서 알려진 이 용어는 한자를 이용한 조어다. ‘서양의 부(富)가 거품으로 넘쳐난다’쯤으로 풀이되는 이 말은 서브프라임과 발음도 비슷하면서 의미에서도 사태의 본질을 꿰뚫은, 절묘한 음역어였다.우리 외래어표기법은 외국어를 현지 발음에 가깝게 한글로 적는다는 게 기본 정신이다. 하지만 1986년 나온 현행 외래어표기법이 자리 잡기 전, 우리는 오랫동안 한자를 빌려 비슷한 소리로 음역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음역어는 소중한 가치를 안고 있는, 우리말 역사를 보여주는 거울인 셈이다. ‘서부포람’같이 일반명사에도 쓰였지만, 지난 호에서 살폈듯이 국명 등 지명과 인명을 옮기는 데 주로 사용됐다.‘나파륜(拿破崙), 피택고(皮宅高), 색사비아(索士比亞), 야소(耶蘇), 석호필(石虎弼)….’암호처럼 보이는 이 말들의 정체 역시 음역어이다. 모두 외국 인명을 한자로 옮기고 우리 한자음으로 읽은 것이다. 나파륜은 나폴레옹, 피택고는 피타고라스, 색사비아는 셰익스피어다. 지금은 이런 이름을 쓰지도 않고, 기억하는 이도 없겠지만 지난날 우리말에서 쓰이던 이름이다. 이 중 나파륜과 피택고, 야소는 당당히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 있다. 야소는 예수(Jesus)를 음역한 말이다. 예전에 개신교를 ‘야소교’라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 '아라사'와 '독일', 닮은 듯 다른 음역어지난 회에서 살폈듯이 ‘러시아’는 우리말 진화 과정에서 조금씩 다른 표기로 등장한다. 중국에서 음역한 아라사(俄羅斯)나 일본의 로서아(露西亞) 이전엔 ‘나선(羅禪)’으로도 불렸다. 우리가 역사에서 배우는 ‘나선정벌(羅禪征伐)’의 ‘나선’이 러시아를 뜻한다. <표준국어대사전>은 나선정벌을 ‘조선 효종 5년(1654)과 9년(1658) 두 차례에 걸쳐 청나라의 요청으로 러시아를 친 싸움’으로 풀이한다. ‘羅禪’은 중세 러시아를 가리키는 말 ‘루스(Rus)’를 음역한 것이다. 중국어사전에는 羅禪이 ‘러시안(Russian)의 한자음’으로 올라 있는데 발음은 [뤄산]쯤 된다. 그것을 한국 한자음으로 읽은 게 ‘나선’이다.과거 러시아가 중심이 됐던 ‘소비에트 연방’을 줄여 ‘소련(蘇聯)’이라 부른 적도 있다. 이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소비에트(Soviet)란 민주주의 국가의 ‘의회’에 해당하는 개념이다. 이 소비에트의 머리글자를 취음한 한자 ‘소(蘇)’와 연방의 ‘련(聯)’을 합성해 만든 게 ‘소련’이었다. 지금은 말의 대상이 해체돼 없어지면서 단어의 세력도 점차 약해져 가는 중이라 하겠다.아라사를 비롯해 노서아, 나선, 소련 따위의 말은 지금은 효용성을 거의 잃었지만 우리말 한 귀퉁이엔 그 흔적이 지금도 화석처럼 남아 있다. 잘 쓰이는 말은 아니지만 우리 국어사전에 올라 있는 ‘아라사버들’도 그런 예 가운데 하나다. 이는 아주 곧고 뻣뻣한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 '아관파천'에 담긴 우리말 역사‘대군주 폐하께서 1년 동안을 아라샤 국기 밑에 아라샤 병정의 호위를 받으시고 지내신 것은 (중략) 지금은 대군주 폐하께서 다시 조선 대궐로 환어하셔서 조선 국기가 다시 한 번 대군주 폐하 앞에 서게 되었으니 (하략)’열강의 각축 속에 조선의 운명이 풍전등화와 같던 구한말.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신문인 독립신문은 1897년 3월 1일자 ‘론셜(지금의 사설)’에서 고종의 환궁 소식을 이렇게 전했다. 1895년 일제에 의해 ‘국모 시해’라는 만행을 당한 고종은 신변의 위협을 느껴 이듬해인 1896년 2월 극비리에 경복궁을 나와 러시아 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겼다. 우리 역사는 그것을 가리켜 ‘아관파천(俄館播遷)’이라고 한다. 한 나라의 국왕이 자국 땅 안에서 외국 공관에 피신해 나랏일을 본 이 사건은 역사의 치욕으로 남아 있다. 지금으로부터 꼭 120년 전 이맘때 일이다.‘아관’은 러시아 공관을 이른다. ‘아’는 ‘아라사(俄羅斯)’의 첫 글자를 딴 것이다. 독립신문 기사에 보이는 ‘아라샤’가 당시 러시아를 가리키던 우리말 표기였다. 줄여서 ‘아국(俄國)’이라고도 했다. ‘파천(播遷)’이란 임금이 도성을 떠나 다른 곳으로 피란하는 일을 말한다. 그러니 ‘아관파천’이란 말은 ‘임금이 러시아 공관으로 피신함’이란 뜻이다. 조선왕조실록에는 1864년 고종 1년 이후 러시아를 한자로 ‘俄羅斯’로 기록했다고 한다(위키백과). 동아일보가 1922년 1월 22일자에서 당대의 문장가인 김윤식 선생의 부고를 전하면서 ‘아관파천’을 언급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 오랑캐가 전해준 ‘호주머니’“뷔페식당은 특성상 ‘한복 소매’에 음식이 묻어 위생 문제가 제기되는 등 한복과 관련된 고객불만 사례가 있었다. 그런 점에서 고객 편의를 위해 안내한다는 것이 미숙한 대응으로 엉뚱한 오해를 받은 것 같다.”몇 해 전 국내 한 유명호텔 뷔페식당에서 손님이 한복을 입었다는 이유로 입장을 거부한 일이 벌어져 논란을 빚었다. 호텔 측에서 당사자에게 서둘러 사과하면서 파문은 가라앉았지만 이를 계기로 한복에 대한 갑론을박이 무성했다.한복에서 소매는 양복 소매에 비해 훨씬 넓으면서도 아름다운 곡선을 지녀 눈에 특히 잘 띄는 부분이다. 그뿐만 아니라 한복 소매는 실용적인 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하던 곳이다. 주머니를 대신했기 때문이다. 본래 우리 전통 한복에는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소지품을 넣는 주머니가 없었다. 대신에 간단한 소지품들을 윗저고리 소매에다 넣었다. 이곳을 넓게 만들어 손을 감추기도 하고 물건을 넣어 간수하기도 했다. 그래서 예로부터 한복에서 주머니 역할을 대신한 이 소매를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우리말에서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요즘은 권위주의적 표현이라 해서 잘 쓰지 않지만 언론에서 간혹 여야 정당 대표 간의 회담을 ‘영수회담’이라 할 때가 있다. 이때 ‘영수(領袖)’가 옷깃과 소매를 가리키는 말이다. 전통의상에서 옷깃과 소매가 가장 두드러지고 중요했는데, 그로부터 ‘여러 사람 가운데 우두머리’란 뜻이 생겼다. 어떤 일에 간섭하지 않고 내버려둔다는 ‘수수방관’에도 ‘소매 수’자가 쓰였다. ‘수수(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 아랫사람은 ‘세배’하고 어른은 ‘덕담’한다‘남녀 어린이들은 모두 새 옷으로 단장하는데 이것을 세장(歲粧)이라고 하고 우리말로는 설빔이라고 한다. 집안 친척 어른들을 찾아뵙고 인사드리는 것을 세배(歲拜)라고 한다. 이날 찾아온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만든 시절 음식을 세찬(歲饌)이라 하고, 대접하는 술을 세주(歲酒)라고 한다.’조선 순조 때의 학자 홍석모가 지은 민속 해설서 ‘동국세시기’(정승모 풀어씀, 도서출판 풀빛)는 예로부터 전해 오는 연중행사 및 풍속에 관한 얘기를 담은 책이다. 새해 첫날 관련한 여러 일 중 ‘세(歲)’자가 붙은 우리말 자료도 엿볼 수 있다.설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금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지만, 예전에 우리네 어머니들은 새해를 앞두고 아이들에게 입힐 새 옷을 정성껏 마련했다. 그것이 ‘설빔’이다. 한자어로는 ‘세장’이라 하는데, ‘설에 옷을 차려입는 일 또는 그 옷’을 가리킨다. ‘빔’은 명절이나 잔치 때 차려입는 옷을 가리키는 우리 고유어다. 명절에 따로 입는 새 옷을 ‘명절빔’이라 하고, 때에 따라 설빔 까치설빔 추석빔 단오빔 생일빔 등으로 불렀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하는 동요에 나오는 설이 까치설날이다. 이는 설날의 전날, 곧 섣달그믐을 이르는 말이다. ‘섣달’이란 음력 12월을 뜻한다. ‘그믐’은 그달의 마지막 날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날 아이들은 까치설빔으로 색동저고리를 입는데 이를 ‘까치저고리’라 부른다.설에는 웃어른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는데, 그때 하는 절이 세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 ‘구정’ 말고 ‘설’을 준비하자“설날에는 차례 상에 술 대신 차(茶)를 올립시다.”2010년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 부설 불교생활의례문화원은 연중행사로 이색적인 캠페인을 펼쳤다. 예로부터 차례를 지낼 때 본래 술보다 차를 올렸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제사문화를 되살리자는 취지에서였다.새해를 맞은 지 한 달여가 돼 가지만 사람들 마음은 다시 2월 초순에 있는 ‘설’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설날 떡국을 먹어야 비로소 한 살 더 먹고, 한 해를 시작하는 기분이 드는 것은 뿌리 깊은 민속의식 때문일 것이다.설은 예전에 음력을 쓰던 시절 한 해가 시작하는 첫날, 즉 정월초하루를 명절로 이르는 말이다. 우리나라에 양력이 도입된 것은 1894년부터 1896년까지 추진된 갑오개혁 때다. 이때부터 ‘양력설’이란 게 시작된 셈이다. 이후 일제 강점기를 거쳐 광복 이후에도 줄곧 정부에서는 양력설을 유도했다. 민간에서도 일부 양력설을 쇠는 사람이 있었으나 뿌리 깊은 음력설을 대체하지는 못했다. 여기서 나온 말이 ‘신정(新正·양력 1월1일)’과 ‘구정(舊正·음력 1월 1일)’이다. 설을 두 차례에 걸쳐 쇤다는 뜻에서 ‘이중과세(二重過歲)’란 말도 생겼다.이중과세는 경제활동은 물론이고 일상생활에서도 득보다 실이 컸다. 청마 유치환은 1963년 내놓은 수필집 《나는 고독하지 않다》에서 ‘설 기분이 흐리멍덩한 이유는, 어쩌면 음력 과세와 양력 과세의 설날이 우리에게는 둘이나 있어 오히려 이것도 저것도 설 같지 않은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꼬집었다. 결국 정부는 1985년 ‘민속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 ‘냄비’에 담긴 우리말 열쇠 두 개지난해 우리는 어려운 경기 속에서도 ‘구세군 자선냄비’ 등 기부문화 확산으로 훈훈한 세밑을 보냈다. 대한구세군자선냄비본부는 며칠 전 2015년 12월 한 달간 거둔 성금액이 71억원을 넘겨 역대 최고 모금액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미국에서 시작한 구세군 자선냄비는 우리나라에 1928년 처음 등장했다. 당시에는 나무 막대기로 만든 지지대에 가마솥을 매단 형태였다고 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자선냄비도 진화했다. 2004년 독일 프리미엄 주방용품회사인 휘슬러코리아에서 기증한 철제 자선냄비로 교체되더니, 2006년엔 신용카드로 기부할 수 있는 ‘디지털 자선냄비’가 등장했다. 최첨단 정보기술(IT)로 무장한 냄비인 셈이다. 2015년엔 한 번 더 발전해 터치스크린 방식의 ‘스마트 자선냄비’,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 ‘자선냄비 따끈이’ 등이 선보였다.일상에서 흔히 보는 ‘냄비’에도 우리말의 진화 모습이 담겨 있다. 하나는 ‘이’모음 역행동화 현상이고, 다른 하나는 ‘귀화어’ 흔적이다. 냄비는 순우리말인 것처럼 보이지만 일본말 ‘나베(なべ·鍋)’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과거에 오랫동안 ‘남비’가 표준어였던 까닭도 이 말이 ‘나베’에서 형태를 바꾼 것이기 때문이다. 1989년 새로운 표준어사정 원칙이 나오면서 ‘냄비’를 표준으로 했다.‘남비’가 ‘냄비’로 바뀐 것은 ‘이’모음 역행동화 때문이다. 이는 쉽게 말하면 뒤에 있는 ‘이’모음의 영향을 받아 앞 음절 발음에 ‘이’음이 첨가돼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 ‘X마스’에 얽힌 비밀“스타벅스가 크리스마스를 지내지 않기로 한 것 아니냐. 내가 대통령이 되면 크리스마스를 확실히 복원시키겠다.”미국의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전이 성탄절을 앞두고 ‘크리스마스 컵 논란’으로 불똥이 튀었다. 유명 커피 체인점인 스타벅스는 연말이 되면 눈사람, 별, 썰매 등 무늬가 새겨진 컵으로 성탄절 분위기를 띄웠다. 그런데 올해는 이들 문양을 모두 빼고 컵 색깔만 빨갛게 하기로 한 게 발단이 됐다.‘막말 공세’로 비난과 지지를 동시에 받고 있는 공화당 경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이를 놓치지 않고 스타벅스에 시비를 걸고 나섰다. 그 배경에는 프로테스탄트 국가인 미국에서 기독교인들의 ‘표심(票心)’을 결집하려는 노림수가 있었을 것이다. 얼마 전 국내 통신사 연합뉴스는 미국에서 최근 몇 년 사이 종교색 등을 이유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예전보다 많이 가라앉았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보수 성향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반발이 일자 트럼프가 그 틈새를 파고든 것이라는 설명이다.언어는 사용하는 사람의 이해관계에 따라 은폐와 왜곡이 담길 때 이데올로기가 된다. 트럼프의 발언에서도 크리스마스를 둘러싼 ‘언어 이데올로기’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다. 크리스마스를 뜻하는 또 하나의 말인 ‘X마스’에는 그런 역사의 흔적이 오래됐다. 그 이면을 보려면 ‘X마스’의 정체부터 살펴야 한다.‘크리스마스(Christmas)’는 누구나 알고 있듯이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일, 즉 성탄절이다. 영어로 ‘그리스도(Christ)의 미사(mas)’란 의미를 담은 합성어다. ‘X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 ‘KS 인증’ 받은 장례용어들“망자, 망인, 사자, 고인 등이 함께 쓰이고 있는데, 이 가운데 ‘고인’을 표준용어로 삼는다.”“조문은 쓰지 말고 ‘문상’을 표준으로 한다.”“상제나 주상은 버리고 ‘상주’를 표준용어로 한다.”2003년 1월 정부에서 장례식장 표준용어 제정에 나섰다. 국어정책을 책임지는 문화체육관광부도, 우리말 실태를 조사하고 표준을 정하는 국립국어원도 아니었다. 표준 장례용어를 발표한 곳은 국가기술표준원이었다.기술표준원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으로 국가 산업규격을 관장하는 곳이다. 2000년대 들어 장례산업 규모가 급속히 커지자 이용자 편의와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장례용어의 KS(Korean Standard)를 정한 것이었다. 일제 이후 왜곡된 의례(儀禮)의 본래 의미를 되찾는다는 명분도 더해졌다. 부음을 ‘부고’로 바꾸고 방명록을 ‘부의록’으로, 영안실을 ‘안치실’로 쓰도록 한 게 그런 사례들이다.하지만 ‘말글 시장’에선 정부가 표준을 정한다고 해서 곧바로 실생활에 뿌리내리는 것은 아니다. 언어에는 강제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언중이 망자나 망인, 사자 같은 말보다 ‘고인’을 더 많이 쓰는 것은 그 말이 돌아가신 이를 높여 부르는 표현으로 적합하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언중에 의해 쓰임새가 커졌다.그러나 조문과 문상의 관계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정부에서 KS를 정할 당시 조문(弔問)은 ‘일본식 표기며 문의를 애도한다는 뜻이 돼 엉뚱한 의미’란 점을 들어 ‘문상(問喪)’을 쓰도록 권장했다. 하지만 언중은 문상보다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 쓰고 또 쓰고, 고치고 또 고쳐라“훌륭한 글을 지으려면 먼저 뜻을 얽고, 말을 다듬고, 말과 뜻이 서로 넘치지 않게 해야 한다. 글은 소리가 울려 아름다운 리듬이 있어야 한다. 또 많이 짓는 것은 많이 고치는 것만 못하고 많이 고치는 것은 많이 지워버리는 것만 못하다.”창강 김택영, 매천 황현과 함께 구한말의 3대 문장가로 꼽히던 이건창(1852~1898)이 전하는 문장론이다. 그는 김택영이 고려, 조선시대를 걸쳐 꼽은 문장가 9인(麗韓九家·여한구가) 가운데 한 명으로, 당대의 대문장가였다.(이건창, 《조선의 마지막 문장》, 송희준 역, 글항아리)예나 지금이나 글쓰기에 왕도는 없는 것 같다. 있다면 오로지 쓰고 또 쓰고, 고치고 또 고치는 것이다. 처음엔 대개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일 것이다.그렇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글쓰기 능력은 후천적 노력에 따라 얻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1%의 타고난 문재(文才)를 예외로 치면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좋은 글을 쓸 수 있다.우선 남의 글을 읽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이때 남의 글을 읽되 어색하거나 잘못된 부분을 찾아내면서 읽는 게 요령이다. ‘나라면 이렇게 쓸 텐데’ 하고 바꿔보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글쓰기의 오류들이 눈에 들어오고 그것이 체계적으로 몸에 익으면 그게 곧 자신의 글쓰기 능력이 된다.모든 글은 ‘내용물’과 ‘형식’의 결합으로 이뤄진다. 내용물이란 글에 담길 정보(아이디어)를 말한다. 형식은 이 내용물을 담는 틀이다. 글쓰기에 앞서 ‘무엇을 담을까’를 궁리한다면 그것은 글의 내용
한국의 내년 경제 성과는 부분적으로는 세계의 두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성장 여하에 달려 있다. 다행히 미국의 재정절벽에 대해선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중국 경제도 연착륙 과정에 있다. 미국은 오바마 정부와 의회가 재정절벽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내년 경제가 추스러질 수도 있고 파탄날 수도 있다. 재정절벽을 피할 수 있으면 미 경제는 내년 2% 이내의 성장이 예상된다. 하지만 재정절벽에 직면한다면 경기침체 가능성은 100%다. 당장 실업률이 뛸 것이고 세수가 감소하는 동시에 실업해소를 위한 각종 프로그램들의 비용이 늘어남에 따라 재정적자도 더 커질 것이다.다행히 오바마 대통령과 하원 공화당 의원들은 상황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몇 가지 유연한 태도를 보여 주었다. 세입 측면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처음에 현재 35%인 소득세율을 부시 대통령 시절의 39.6%로 되돌리자는 주장을 했다. 그러나 최근 그는 세금 증가율을 좀더 낮출 필요가 있다고 시사했다.공화당에서는 세수를 늘리기 위해 조세의 허점을 줄이고 세금 공제를 제한하려고 한다. 또 주요 공화당 의원들은 연수입 50만달러 이상의 고소득층에 대한 다소간의 세율 인상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재정절벽 시나리오에서 구상 중인 1100억달러의 지출삭감은 추가적인 세금 수입에 따라 연기되거나 감소될 수 있다. 이런 일이 실현된다면 미국 경제가 절벽에서 추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나 공화당 의원들 모두 재정절벽을 피하고 싶어 한다. 그런 점에서 미국 경제는 재정절벽을 피하고 내년 2% 이내의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해볼 만하다. 세계 경제의 유일한 기관차인 중국 경제
“환경문제와 관련해 국내에 만연해 있는 잘못된 인식이 하나 있습니다. ‘경제개발은 곧 환경파괴’라는 것이죠. 이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저소득층까지 쾌적한 환경을 누릴 수 있는 환경평등권 실현은 어려워집니다.” 국내 유일의 종합환경연구소인 국립환경과학원의 첫 민간인 출신 수장인 박석순 원장(55·사진). 취임 1년을 맞아 정부 연구소에서 일하면서 느낀 국내 환경정책의 문제점을 묻는 질문에 “먼저 인식의 틀부터 깨야 한다”며 “진정한 의미의 환경권을 바로 알리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국인 첫 환경과학 박사이기도 한 그는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해 환경과학원장을 맡았다. 4대강 사업 등 ‘이명박 정부’의 환경철학을 제공한 핵심 인물이다.그는 18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지난 1년간 정부 일을 하면서 국민 사이에 환경에 대해 잘못 알려진 부분이 많다는 걸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진다’는 환경권은 이미 1980년 헌법에 명문화됐습니다. 하지만 정부도 환경권 보장에 소홀했고 국민들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30여년간 사장되다시피 했어요.” 박 원장은 “국내 환경운동이 환경의 소중함을 알리는 데 기여했지만 너무 극단적 환경이념에 빠져 국가발전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은 상당 부분이 이상적 환경주의에 근거하고 있어요. 우리가 추구해야 할 길은 모든 국민이 ‘동등하게’ 환경으로 인해 불편을 느끼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가령 주변에서 정체 모를 악취가 난다거나, 소음이 발생했을 때 즉각 이를 평가하고 개선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시장경제를 옹호하고 활성화하는 데 앞장서온 자유주의 학자들이 모여 정책제안 한마당을 펼친다.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회장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19일 오후 3시부터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에서 '자유주의 정책제안'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연다. 조 회장은 “최근의 경제민주화 드라이브는 대선을 의식한 정치권의 이념 공세”라며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자유시장경제를 지켜야 한다”고 행사 취지를 말했다.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에서 경제개혁과 정치혁신 방...
“바둑은 프로기사라기보다 ‘애기가(愛碁家)’ 수준에서 두고 있습니다. 갬블러로서의 차민수도 은퇴했고요, 지금은 카지노 컨설팅에 힘을 쏟고 있어요.”2003년 방영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올인’의 실제 주인공으로 유명한 차민수 카지노인터내셔널그룹 회장(61·프로기사 4단·사진). 그가 지난달 한게임팀 감독을 맡아 ‘KB국민은행 한국바둑리그’에서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었다. 서울 영등포구 카지노인터내셔널그룹 사무실에서 최근 차 회장을 만났다.미국 카지노계 ‘지존’에 올랐다가 ‘올인’ 방영 이후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 배경부터 물었다. 그는 “고국의 부름이 있었다”고 말했다. “2005년께 한국관광공사가 외국인 전용 카지노 ‘세븐럭’(GKL에서 운영하는 코엑스점, 힐튼호텔점, 부산 롯데호텔점)을 설립하면서 도움을 청했어요. 영업이사를 맡아 카지노 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노하우를 전했죠.”이어 2007년엔 카지노인터내셔널그룹을 설립, 카지노 관련 컨설팅 및 교육, 투자사업에 나섰다. “한국에서 카지노 컨설턴트는 제가 유일할 겁니다. 컨설팅은 주로 해외 카지노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요. 한국에선 카지노산업이 규제 대상이어서 활발하지 않습니다. 동남아 쪽에서 특히 카지노 수요가 많아요. 화교나 일본 자본이 많이 움직이고 있어요.” 국내 제주오리엔탈호텔 카지노, 미얀마 경제자유구역에 있는 카지노 등이 그의 손을 거쳤다. 지금은 인천국제공항 인근에 들어설 외국인전용 카지노 설립의 자문을 맡고 있다고 전했다. 차 회장이 들려준 ‘젊은 시절 카지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 사연’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그는 한때 바둑계의 절대 강자였다. “1974년
제주관광 홍보대사인 김태욱·채시라 부부가 중국 베이징에서 제주관광 알리미로 나섰다. IT웨딩서비스 기업 아이웨딩네트웍스의 김태욱 대표는 8일 아이웨딩네트웍스의 중국 상하이법인 오픈식을 앞두고 제주웨딩&패밀리 관광설명회에서 제주관광을 홍보하기 위해 7일 베이징을 찾았다. 제주관광공사와 중국 최대의 국영 여행그룹 중국국제여행사(CITS) 주관으로 베이징 왕푸징의 리징호텔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는 김태욱·채시라 부부 외에 천웨량 CITS 부...
“일본의 웨스틴도쿄호텔이 80점 정도라면 한국의 웨스틴조선호텔은 90점을 주고 싶습니다. ‘한국적 정서’에서 나오는 서비스 차이죠.”서울 웨스틴조선호텔(대표 성영목)은 이달 초 새 총지배인으로 재미교포 백경태 씨(영문명 브라이언 백·46·사진)를 임명했다. 1970년 4층이던 조선호텔을 20층으로 증축하면서 글로벌 호텔 브랜드와 손잡은 이후 42년 동안 한국계 총지배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웨스틴조선호텔은 신세계가 100% 소유하고 있지만 총지배인은 호텔 운영 노하우를 가진 웨스틴 계열 호텔 운영사인 스타우드에서 파견하고 있다.지난 7일 서울 소공동 호텔 접견실에서 만난 백 총지배인은 “한국에 10점을 더 준 이유는 한국이 매뉴얼만으로 움직이지 않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호텔 직원은 로봇처럼 행동해서는 안 되며 ‘제6의 감각(직관에 의한 판단)’으로 움직여야 고객들이 편안함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그는 “웨스틴조선호텔이 100주년을 맞는 2014년까지 이를 100점 수준으로 올리는 게 임무”라고 전했다.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그는 리조트 시설 등의 개발 컨설턴트로 활동하다 호텔업계에 들어섰다. 열 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간 그는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캠퍼스를 나와 일본의 세계적 부동산 개발회사인 PCKK에서 컨설턴트로 일을 시작했다. 일을 배운 뒤 미국에서 부동산 개발회사인 인터컨티넨털 매니지먼트 컨설턴트를 설립해 경영자로 나섰다.백 총지배인이 호텔리어로 변신한 것은 가정의 중요성에 새삼 눈뜨면서부터였다. “회사를 7~8년 경영했을 때였죠. 어느 날 아내가 심각한 표정으로 앨범을 꺼내 보이는데 그동안 찍은 가족사
이혼소송을 당한 미국 배우 톰 크루즈(50·사진)가 지난 1년간 돈을 가장 많이 번 남자배우로 꼽혔다. 이번 조사는 이혼소송을 제기한 여배우인 부인 케이티 홈스(34)가 위자료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3일(현지시간)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크루즈는 작년 5월부터 올 4월까지 1년간 7500만달러(약 852억원)를 벌어 ‘1년간 수입이 가장 많은 할리우드 남자배우’ 1위에 올랐다. 이는 그가 주연한 영화 ‘미션 임파서블:고스트 프로토콜’의 흥행 덕분으로, 지난해 12월 개봉한 이 영화는 전 세계에서 7억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렸다.포브스 조사에 대해 dpa통신은 크루즈의 수입 1위 소식이 이혼 절차를 밟고 있는 홈스에게 ‘좋은 뉴스’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기존 미국 언론들은 “크루즈 수입이 홈스에겐 그림의 떡”이라고 분석했다. 두 사람의 혼전계약서에 따라 크루즈의 재산분할 권리자 명단에 홈스가 제외돼 있어 그녀가 위자료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견해가 많았다. 그러나 딸 수리의 양육권을 홈스가 갖게 된다면 거액의 위자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크루즈의 수입 1위 소식은 홈스에게 희소식이라는 설명이다.리어나도 디캐프리오(37)는 올해 애덤 샌들러(45)와 함께 공동 2위를 기록했다. 두 배우가 지난 1년간 벌어들인 돈은 3700만달러. 디캐프리오는 ‘인셉션’이 8억달러 이상의 흥행수익을 거둬 지난해 1위로 등극했으나, 이후 ‘J.에드거’가 흥행에 실패하면서 한 계단 뒤로 밀렸다.홍성호 기자 hymt4@hankyung.com
1982년 한국 프로야구 원년인 그 해 4할대 타율(4할1푼2리)이 나왔다. 이 타율은 프로야구 31년째를 맞은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은 ‘전설의 기록’으로 남아 있다. 19년간 선수로 뛴 일본 프로야구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수 위’ 실력을 선보였던 백인천 선수 얘기다. 당시 국내 팬들은 그에게 열광했다. 환호는 오래 가지 않았다. 이혼, 슬럼프, 병마와의 오랜 싸움 등이 이어지며 그는 15년 이상 구장을 떠나 있어야 했다. 1996년 삼성 라이온즈 감독을 끝으로 야구 배트를 손에서 놨던 ‘영원한 4할 타자’가 다시 돌아왔다. 어린이 야구 육성 사업을 통해서다. 병마를 이겨내고 다시 활동에 나선 백인천 한일유소년야구육성기금 이사장(69)을 지난 22일 고양시 풍동 그의 자택에서 만났다. 하얀 수염이 턱을 덮었지만 배트를 쥐고 웃음짓는 얼굴은 1980년대 그라운드를 달리던 그때 그대로였다. 백 이사장은 오는 8월10~12일 경기도 양평 VIP레저타운에서 (재)바보의나눔(이사장 염수정 주교)과 함께 여는 소년소녀가장 야구캠프 얘기부터 꺼냈다. “요즘 프로야구가 인기지만, 야구를 하고 싶어도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못하는 어린이가 의외로 많습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어요.” 그는 대뜸 ‘중독론’으로 말을 이어갔다. “살아가면서 흔히 ‘중독’이란 말을 하는데, 나는 야구 중독자였습니다. 지금은 건강 중독자예요. 이 단계에 가면 무엇을 하든 자기가 하는 일에 성공합니다. 아이들에게 이런 걸 가르치고 싶어요.” 프로야구 선수와 감독으로서 화려한 시절을 보낸 백 이사장은 1996년 삼성 라이온즈 감독때 찾아온 뇌경색으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처음엔 왼쪽 팔다리가 모두 마
경기침체가 심해지고 있는 유로존은 앞으로도 더 심한 난기류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 큰 관심사는 중국 경제가 과연 연착륙할 수 있을지 여부다. 중국이 세계 2위의 경제 및 무역 규모임을 감안할 때 그 전망이 국제 관심사인 것은 당연하다. 중국 경제는 최근 몇 년간 세계경제에서 몇 안되는 꾸준한 성장엔진이었다. 따라서 중국 경제의 눈에 띄는 침체는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다행히 중국에서 물가인상 압력은 완화되고 있고 인플레이션 우려도 줄어들고 있다. 최근 중앙은행은 2008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낮췄다. 인하 폭이 비록 0.25%포인트에 불과하지만 그것은 투자와 경제성장 촉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는 또 유동성과 대출을 늘리기 위해 2011년 말부터 지급준비율을 두 차례 낮췄다.중국의 소비 지출은 매우 낮다. 선진국 대부분이 국내총생산(GDP)의 65% 정도인 것에 비해 35%에 불과하다. 평균적으로 중국 가정은 소득의 30% 이상을 저축한다. 저축의 대부분은 노후 대비 및 의료비 지출을 위한 것이다. 중국 정부가 건강관리 및 연금 혜택에 더 많은 재정지출을 투입하기로 함에 따라 소비가 늘어나겠지만,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중국 내수 증가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중국으로선 성장을 위해 수출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세계경제가 안 좋을 때는 중국 경제가 매우 취약해진다. 중국의 수출 기여도가 GDP의 약 40%나 된다. 수출이 지속적으로 확대돼야 중국 경제가 지탱될 수 있는 체계다. 유럽은 중국의 가장 큰 시장이기 때문에 유로존의 장기 불황은 중국 수출에 큰 위협이 될 것이다. 중국의 두 번째로 큰 시장인 미국의 경제 침체
“현충원은 이제 국민 머릿속에 관념적으로만 남아 있는 곳이 아닙니다. 시민들이 가슴으로 느끼는, 일상생활의 한 공간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어요.”제57회 현충일을 하루 앞둔 5일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은 하루 종일 밀려드는 참배객들로 붐볐다. 현충원에서 만난 정진태 원장(59·사진)은 “지난 주말 8만여명이 다녀간 데 이어 평일인 어제도 3만여명이 방문했으며 오늘도 3만명 이상이 찾은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그는 “현충원이 유가족 등 관계자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과 함께할 때 비로소 호국영령을 기리는 보훈의 의미도 더 살아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현충원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한 해 방문객이 200만여명에 달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점차 줄어 정 원장이 취임하기 직전인 2008년엔 방문객이 98만명으로 감소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현충원이 경건하고 엄숙한 곳으로만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후손들에게 호국영령을 기리는 의미가 피부에 와 닿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원장은 2009년 취임과 함께 ‘대중과 함께하는 현충원’을 모토로 내걸고 현충원의 폐쇄성을 깨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현충원 담장부터 바꿨다. “현충원을 둘러싼 콘크리트 담장이 5.1㎞였습니다. 이걸 투시형 담장으로 바꿔 시민들이 어느 곳에서나 현충원 안을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들었어요.” 현충원 안팎으로 내부에 4㎞, 담장을 따라 도는 5.1㎞의 산책길도 만들어 수목원 분위기를 조성했다. 2006년부터 시작한 납골당(충혼당) 사업도 현충원을 ‘경건함과 안식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는 “2만1000위를 모실 수 있는 충혼당에 5000위 정도가 안치돼 있다”
“우리는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저축은행 사태 등 수차례 혹독한 시련을 겪었지만 이렇다 할 교훈을 남기지 못했어요. 종합백서조차 없습니다. 국내 금융시장 발전을 위해 제도개혁 문제에 대해 정리할 필요를 느꼈습니다.” 지난 20여년간 금융제도 연구에 매달려온 남주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52·사진)가 《금융위기와 한국의 금융제도 개혁》이란 책을 펴냈다. 김정렬 한성대 교수와 이규복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함께 참여했다. 오정근 한국국제금...
“지난해 우리나라 영어 사교육비가 7조원 가까이 됩니다. 하지만 교육 여건이 열악한 지방 중소도시만 가도 여전히 효과적인 영어교육에 목말라하고 있습니다.”최인태 뉴로사이언스러닝 사장(46·사진)은 ‘영어학원에 영어교육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사람’으로 통한다. 목동 정이조영어학원, YBM ECC, 파고다주니어학원 등을 비롯해 한국교원대, 경기과학기술대, 청주교대 등 대학 및 초·중학교 200여곳이 주요 회원이다. 지난 12일부터는 ‘전국 영어학습동아리 대회’를 열고 있다. 학생 회사원 등이 만든 인원 5~8명의 영어학습동아리 총54팀이 참가해 활동 모습을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제출하는 등 ‘최고의 동아리’가 누군지 겨루는 대회다.그는 대학을 졸업한 뒤 종금사에서 잠시 근무한 것을 빼곤 한국리더십센터에서 10여년간 교육컨설턴트로 경험을 쌓았다. 그 시절 그의 최대 고민은 ‘단기간에 실질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영어교육 방법’이었다. 2008년 초 교육 콘텐츠를 다룬 한 학회세미나에 참석했을 때 그 방안이 눈에 들어왔다. “미국에서도 이민자 등 소수민족 계층에 대한 자국어 교육 강화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 의회 산하에 있는 국립읽기위원회에서 10여년 전부터 이들을 위한 효과적인 교육 방안을 찾기 시작했어요. 그 결과로 나온 게 뇌과학을 기반으로 한 영어읽기 프로그램입니다.” 나스닥 상장사인 사이언티픽러닝사에서 개발한 이 프로그램(리딩어시스턴트)은 현재 미국 공교육 과정의 학교 6000여곳에서 채택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농어촌 등 소외지역에 무료 보급하고 있다. “시골에는 아직 영어교육 인프라가 부족합니다. 지난해 충북과 전북지역 초등학교 8
온라인 악플에 시달렸던 실력파 가수 알리(본명 조용진·28·왼쪽)가 선플(善한 리플·칭찬이나 격려 댓글로 악플의 반대말) 홍보대사로 나섰다. 악플 피해자인 알리는 지난 18일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 30층 쥬피터홀에서 열린 글로벌선플운동연합(이사장 한동권 미래그룹 회장) 신년하례회에서 홍보대사 위촉장을 받았다. 글로벌선플운동연합은 민병철 건국대 교수(오른쪽)가 이사장으로 있는 선플달기국민운동본부 후원 단체다. 이 자리에는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한영실 숙명여대 총장, 최종태 포스코 사장 등을 비롯해 관련 인사 50여명이 참석했다. 알리는 지난해 12월 중순 ‘나영이 사건’의 아픔과 아동 성추행 문제에 대해 사회적 경종을 울리기 위해 자작곡 ‘나영이’를 발표한 뒤 인터넷에서 거센 비판과 논란에 휩싸이는 고통을 겪었다. 결국 가족이 함께 나선 눈물의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아픈 과거사까지 고백하며 사태를 무마했지만 당시의 무차별적인 악플 테러는 그에게 또 다른 상처로 남았다. 노래가 수록된 앨범 전량을 수거해 폐기 처분한 것은 오히려 사소한 일이었다.알리의 아버지 조명식 씨(56·디지털타임스 사장)는 “이성적·논리적 설명의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마녀사냥식으로 몰아치는 악성 댓글의 괴로움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며 “그렇다고 그 고통을 가슴에 안은 채 언제까지나 주저앉아 있어서는 더욱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총선과 대선이 있어 자칫 무책임하고 선동적인 언어 폭력이 난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선플 운동은 결국 고운 말 쓰기 운동이라 악플에 시달려본 사람들이 직접 나설 때 더 효과적일 것이라 판
서울 남산자락 하얏트호텔의 맞은편 한 레스토랑 앞. 지난 19일 저녁 7시께 젊은 직장인 10여명이 이 곳에 모여들었다. 이들은 곧 어깨동무로 스크럼을 짠 채 파이팅을 외치더니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다. 이어 일체의 격식을 배제한 난상토론이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회의장 한쪽에는 방태원 코레일관광개발 대표(54·사진)가 앉아있다가 간간이 끼어들었다. 이 자리는 취임 3개월을 맞은 방 대표가 코레일관광개발을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해 발족한 ‘상상플러스’ 팀의 첫 모임이었다. 방 대표는 “상상플러스 팀은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성을 갖춘 젊은 직원들로 구성된 조직”이라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게 해 ‘발칙한 상상’을 맘껏 펼치게 할 계획”이라고 27일 말했다. 그는 “모든 경영자가 소통과 열린 사고를 말하지만 이를 실현하기는 쉽지 않다”며 “조직에 이런 분위기를 불어넣기 위해 지난 연말 직책 직급 없이 올라운드 플레이를 원하는 직원을 자원받았다”고 말했다. 대리 과장급 15명으로 구성된 상상플러스 팀은 각자 소속 부서는 있지만 이에 구속받지 않고 활동한다. 이들은 평일 업무 시간에 불현듯 뮤지컬이나 영화를 보거나 미술 전람회를 다녀올 수 있다. 때로는 한강 유람선을 타고 유유히 승객들의 반응을 살피기도 하고 무작정 남산 타워에 올라 서울 시내를 굽어보면서 상념에 젖을 수도 있다. 필요하면 언제든지 대표를 불러낼 수도 있다. 업무와 관련해 거의 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셈이다.모두 ‘발칙한 상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편이다. 팀장은 따로 임명하지 않고 구성원끼리 호선으로 뽑는다. 이날 첫 모임에
이길여 가천대 총장(가천길재단 회장·사진)은 스스로를 '바람개비'라고 부른다. 바람이 강하면 강할수록 더 빨리 도는 바람개비처럼 그의 인생에서도 고난과 시련이 닥칠수록 도전정신과 추진력은 더 큰 힘을 발휘했다는 뜻에서다. 그가 50여년의 공익경영 철학과 사연을 담은 《아름다운 바람개비》(메디치미디어간)를 최근 출간했다. 이 책에서 그는 자신이 일궈낸 '작은 성공'에 대한 회상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이 총장의 이름 앞에는 늘 '최초'와 '최고'...
"우승 상금요? 세금 떼고 전부 달러통장에 넣었습니다.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니 아무래도 재테크에도 관심을 갖게 되네요. "지난달 13일 중국 쑤저우에서 열린 궁륭산 병성배 세계여자바둑대회를 2연패한 박지은 9단(28 · 사진)을 11일 서울 홍익대 앞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요즘 절정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박 9단은 자타가 공인하는 최강의 여자 프로기사다. 올 들어 33승15패로 다승부문 1위,승률(68.75%) 1위를 달리고 있다. 다음달에는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하고 동아제약이 후원하는 제17기 가그린배 프로여류국수전 4강전에 나선다. 14세에 프로에 입단한 박 9단을 가리키는 수식어는 화려하다. 25세에 여류 최초로 입신의 경지인 9단 승단,세계대회 우승 5회,첫 여류 국가대표,반상의 여왕 등이 그에게 따라다니는 말이다. 여류 최고의 싸움바둑으로 '여전사'로도 통한다. 그의 바둑여정을 관통하는 말은 한마디로 '호기심과 과감한 도전'이다. "제 나이가 바둑 나이로 치면 한 50대쯤 됩니다. 그만큼 체력소모가 많다는 뜻이죠.그러니 자연 노후준비에도 신경이 쓰입니다. " 그가 최근 재테크에 재미를 붙인 배경이기도 하다. "이번 대회 우승상금(20만위안 · 3600만원)을 달러로 받았습니다. 요즘 환율이 불안정한 거 같아 달러통장을 처음으로 만들었어요. "옆에서 특별히 '돈 관리'를 도와주는 사람은 없다. 필요하다고 느낀 순간 관련 책부터 사서 봤다. "미국의 전설적 펀드매니저인 피터 린치가 쓴 《월가의 영웅》 같은 투자지침서를 여러 권 사서 읽었어요. 제일 먼저 배운 게 분산투자예요. 수입의 대부분은 현금통장 3개와 자산관리계좌(CMA),펀드,변액보험에 넣어둡니다. 요즘엔 주식에도 투자합
"무상급식에서 시작된 복지 포퓰리즘은 좌파 지식인이 뿌려대는 일종의 '사회적 뇌물'이자 '마약'입니다. 표를 위해 국민에게 영합하고 국민으로 하여금 국가 의존을 타성화시킨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국내 자유주의 시장경제론의 대표적 논객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부 교수(58 ·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 · 사진)가 최근 '포퓰리즘의 덫'(나남)을 펴냈다. 대표집필을 맡은 조 교수 외에도 현진권 아주대,김상겸 단국대,우석진 · 최창규 명지대 교수와 권혁철 자유기업원 시장경제연구실장,최승노 자유기업원 대외협력실장 등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참여해 '포퓰리즘'이란 용어를 다방면으로 조명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란 부제를 단 이 책은 올 들어 유행어가 되다시피한 '포퓰리즘'의 정체를 깊이있으면서도 평이한 문체로 담아냈다. 무상시리즈를 비롯 반값등록금 등 정치권에서 시작된 각종 포퓰리즘 정책과 이로 인해 기업마저 포퓰리즘의 덫에 걸릴 수밖에 없는 구조를 조망했다. 칠레 남유럽 스웨덴 등 앞서거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해외 사례를 함께 분석해 그 폐해를 알기 쉽게 풀어낸 것도 돋보인다. 조 교수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우리 사회는 포퓰리즘의 함정에 빠져 있다"며 "지금이라도 보수의 가치와 이념을 '시대정신'으로 다시 한번 확고히 다져야 한다는 생각에 책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게 있다"며 "오늘의 한국을 이룬 기적의 정신적 토대는 바로 수십년간 이어온 '자유와 시장'의 가치라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저자들은 철학 없는 정부가 필연적으로 빠지게 되는 함정이 포퓰리즘이라고 진단한다. "그리스 재정
"나이지리아로 날아가 회사의 시멘트공장 입지 타당성을 조사해 보고하라."서울대 건축학과를 나와 현대양행(현 두산중공업)에 입사한 청년 김종훈에게 이듬해인 1978년 6월 첫 해외 출장 명령이 떨어졌다. 나이지리아는 한국과 외교관계도 없던 시절이었다. 우선 비자 받는 게 급선무였다. 고심 끝에 영국을 거쳐 입국하기로 했다. 런던에서 1주일을 머물면서 고생한 끝에 나이지리아에 들어간 그는 당시 일본항공(JAL)에서 발급받은 런던행 탑승권(보딩패스)을 소중히 가슴에 갈무리했다. 1996년 국내 최초의 건설사업관리(CM) 전문회사 한미글로벌(옛 한미파슨스)을 세운 김종훈 회장(62)이 아끼는 소장품 1호는 보딩패스다. 현대양행과 ㈜한양 등을 거치며 지금까지 50개국을 다니면서 모은 407장의 탑승권(국내 탑승권까지 합쳐 487장)이 두 권의 스크랩북에 빼곡히 꽂혀 있다. 그가 보딩패스를 모으는 까닭은 건설사업의 기획부터 설계 발주 시공 감리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관리 감독하는 CM에 눈을 뜨고 사업을 일군 자신의 인생궤적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스물아홉에 업무차 떠난 첫 여행이 지금 500회 가까이 이르고 있어요. 휴식을 취할 때 탑승권을 뒤적이다 보면 젊은 시절 추억도 생각나고,도전정신도 다지고,새로운 아이디어도 떠오릅니다. "김 회장에게는 '타지 않은 탑승권'이 한 장 있다. 1995년 삼성물산 건설부문에 몸담고 있을 때다. 당시 삼성물산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98층짜리 쌍둥이 빌딩을 짓고 있었다. 뉴욕을 거쳐 말레이시아로 출장 갈 일이 생겼다. "뉴욕 JFK공항에서 말레이시아행 비행기를 탔는데 예정보다 30분이 지나도 출발을 하지 않는 거예요. 한참 뒤에 '항공편이 취소됐
"스무 살을 넘기면 바둑 이외에도 하고 싶은 게 많을 것 같아요. 그 안에 내 힘을 모두 쏟아부어 바둑에서 뭔가 일을 저지르고 싶어요. "지난해 5월 프로기사에 입문한 최정 초단(15 · 충암중 3 · 사진)이 올 들어 내로라하는 남자 고수들을 잇따라 격파하자 바둑계가 화들짝 놀랐다. 바둑계에서는 "'여자 쎈돌(프로바둑 랭킹1위 이세돌 9단의 별명)'이 나왔다" "열다섯 살 소녀기사의 반상 반란이 시작됐다"는 등 수식어를 붙이면서 그를 주목하고 있다. 최 초단은 지난 6~7월에 지지옥션배 연승대항전에서 서능욱 9단을 침몰시킨 데 이어 장수영 9단,서봉수 9단,오규철 9단 등 이름만으로도 한몫하는 시니어 기사들을 맞아 파죽지세로 8연승을 올려'9단 킬러'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어 지난달엔 국내 정상급 조한승 9단을 꺾고 여류 최초로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본선 진출권을 따내면서 한껏 이름을 날렸다. 루이나이웨이 9단이나 박지은 9단 등 여류 최강자들도 못 이룬 성과다. 현재 진행 중인 여류명인전에서는 승자조 결승에 올라 있는 등 올 들어 박 9단에 이어 여자 다승부문 2위(27승15패),승률 2위(64.29%)를 기록 중이다. 그런데 너무 빠르다. 프로에 갓 입문한 지난해 성적은 1승5패(승률 16.6%)에 불과했다. 누가 봐도 부진한 전적이었다는 점에 비춰보면 놀라운 반전이다. 입단한 지 1년 만에 이런 괴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아직 어리기 때문에 특별히 잃을 것도 없다는 생각이라 대국에 임해서도 승부에 그리 집착하지 않아요. 그냥 마음 편히 즐기면서 두다보니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천재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에 그는 스스로 보기에도 기력이 올 들어 급상승하는 것 같다며 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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