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의 기원에 대해선 설이 분분하다. 백과사전들은 1268년 영국 수도사 겸 과학자 로저 베이컨이 발명한 루페(돋보기)가 최초였다고 적고 있다. 그러나 시력교정용 안경은 13세기 후반 베네치아 유리공들이 발명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토모소 다 모데나가 그린 ‘위고 대주교의 초상화’(1352년)에는 안경 쓴 대주교가 등장한다.안경이 일반에 널리 퍼진 계기는 1445년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명이다. 이후 50년간 성경 2000여만권이 보급되면서 이전과 달리 시력이 나쁘면 깨알 같은 글자를 읽을 수 없었던 것이다. 중국 유래설도 있다. 예부터 확대렌즈로 책을 읽었고, 판관들이 연수정 안경을 썼다는 기록이 있다.안경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임진왜란(1592년) 전후다. 조선 선조 때 이수광의 ‘지봉유설’에선 임진왜란 휴전협상에 나선 명나라 심유경과 일본 승려 현소가 고령인데도 안경을 끼고 작은 글자도 잘 읽었다고 한다. 최초의 안경 착용자는 임진왜란 직전 일본에 통신부사로 다녀온 김성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안경은 ‘애체’라고 불렀다. 중국에 안경을 전한 네덜란드인의 이름을 딴 용어다. TV 드라마 ‘바람의 화원’에서 김홍도(박신양 분)가 쓴 게 애체다.임금 가운데 정조는 근시가 심해 서책을 볼 때 꼭 안경을 썼고, 그의 아들 순조와 마지막 임금 순종도 안경 없이는 생활이 힘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안경은 불경한 것으로 여겨져, 임금도 공식석상에선 쓰지 못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신체는 훼손하거나 덧붙일 수 없다는 유교 윤리 탓이다.이런 안경이 요즘엔 한국인의 필수품이다. 전 국민 안경착용률이 53.6%(2011년)에 이르고 심지어 초등학생 10명 중 4명이 안경을 쓸 정도다. ‘몸이 10
AD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멸망한 폼페이에는 길에 희한한 표지가 있다. 넓적한 돌에 남성 성기모양의 화살표가 새겨져 있다. 화살표를 따라 뒷골목으로 들어가면 유곽이 나타난다. 유곽에는 온통 음란한 벽화로 도배돼 있을 만큼 성적 방종이 심했다. 실제로 폼페이에는 인구 100명당 1명꼴로 매춘여성이 있었다고 한다.인류 역사상 여성의 가장 오래된 직업 중 하나가 매춘이라는 게 정설이다. 번 벌로 미국 뉴욕주립대 교수는 저서 ‘매춘의 역사’에서 매춘을 남성이 사회지배권을 획득하면서 생겨난 필연적 결과로 봤다. 모든 민족의 역사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일종의 필요악인 셈이다. 순결과 정절을 중시하는 성서에도 창녀가 심심찮게 등장하지만 타락한 여인에 대해 온정적 시각을 견지한다.고대 그리스는 매춘부에도 등급이 있어 최상층은 ‘동료, 상대역’을 뜻하는 헤타이라(hetaira), 최하층은 모멸적 의미의 포르노이(pornoi)라고 불렀다. 포르노그라피(pornography)는 그리스어로 ‘매춘부에 관한 기록’이란 뜻이다. 칼리굴라 황제 때 매춘세를 공식 과세한 로마에선 매춘부를 ‘돈 버는 여자’라는 뜻의 메레트릭스(meretrix)라고 했다. 그만큼 여성이 할 수 있는 경제활동이 없었다는 반증이다.현대에도 매춘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2010년 프랑스의 브루넬이라는 여성 의원은 성매매 여성 보호와 범죄집단 억제를 위해 차라리 성매매를 합법화하자는 입법에 나서기도 했다. 독일 도르트문트에서는 매춘부가 하루 8시간 소위 ‘일’을 하려면 자동발매기에서 6유로짜리 티켓을 사게 하는 매춘세를 도입해 이목을 끌었다. 성매매 금지여부는 나라마다 제각각이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스웨덴 등
서양 속담에 죽음과 세금은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세금 걷는 기술은 흔히 거위털 뽑기에 비유된다. 거위의 고통을 최소화하면서 털을 최대한 뽑아내는 것이다. 프랑스 루이 14세 때 재상 콜베르의 말이다. 거위털 뽑기가 요즘 한국에서 한창이다. 돈 쓸 곳은 태산인데 들어올 돈은 빤한 탓이다. 경기침체로 작년 세수가 목표에 미달했고 올해도 2%대 저성장에 세수 전망이 밝을 리 없다. 더구나 새 정부는 공약이행을 위해 기존 예산에다 연평균 27조원씩 5년간 135조원을 더 확보해야 한다. 복지재원 조달이 세출조정 60%, 세수확대 40%로 충분하다는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는 없다.월급쟁이 세금도 16.9% 증액새 정부 출범도 전에 복지공약(세출)을 줄이자니 입이 안 떨어진다. 다급해진 여당은 손쉬운 적자 국채로 때우려다 야당 태클에 막혔다. 야당은 한번 당해보라는 식으로 ‘증세 커밍아웃’부터 하라고 공세다. 국채 발행은 ‘후세대 증세’, 부가세 등 간접세 인상은 ‘서민 증세’다. 당장 ‘현 세대 증세’(세율 인상)도 쉽지 않다. 누군들 세금 내기 즐겁겠는가. 사정이 이렇기에 과세당국은 사뭇 비장하다. 세수 목표를 한껏 늘려잡고 증세 없이 세수를 늘릴 묘수찾기에 골몰해 있다. 국세청은 탈세 안 했다는 것을 납세자 스스로 입증하게 하겠다고 벼른다. 세금에 불만 있으면 나와보라는 얘기로 들린다. 세파라치 포상금 한도는 1억원에서 10억원으로 올랐다. 세무사들이 대목을 만났다. 기획재정부가 짠 올해 세입예산을 보면 월급쟁이의 유리알 지갑도 쥐어짜면 나온다는 식이다. 총국세 증가율이 작년 대비 6.4%인데 근로소득세를 16.9%(3조2000억원), 종합소득세는 16.4%(1조6000억원)를 더 걷겠다고 한다.
“단테가 시로 지옥을 그려냈다면 나는 현실로 지옥을 만들어내려 했다.”빅토르 위고(1802~1885)가 자신의 대표작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을 설명한 말이다. 1862년 첫 출간돼 20년간 500만부나 팔려 프랑스에선 성경보다 더 많이 읽힌 소설이 됐다. 시인 테오필 고티에는 “한 사람의 작품이라기보다는 시대상황과 자연이 창조해낸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레 미제라블은 우리말로 ‘불쌍한 사람들’이란 뜻이다. 집필 당시 제목은 ‘레 미제레(Les Miseres, 비참함)’였다고 한다. 프랑스의 대혁명과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역사 수레바퀴에 깔린 인간 군상들을 세세히 그려낸 대서사시다. 선과 악, 생과 사, 죄와 벌의 경계도 모호하다. 영국의 디킨스, 러시아의 톨스토이와 일맥상통한다.시대 배경은 1789년 대혁명부터 1830년대까지 공화정, 제정, 왕정이 숨가쁘게 이어지던 시기다. 1815년 나폴레옹 몰락 후 샤를 10세가 왕이 된다. 그러나 왕정 복귀에 반발해 1830년 7월 혁명이 일어나고 루이 필립이 왕으로 옹립된다. 소설 속 바리케이드 싸움은 1832년 6월 일어난 공화파의 무장봉기였다. 루이 필립은 ‘시민왕’ ‘바리케이드왕’으로 불린 마지막 왕이다.흥미로운 점은 장발장의 양녀 코제트의 연인이자 과격 혁명주의자인 마리우스다. 그의 조부는 왕당파, 부친은 황제파로 그려진다. 이는 작가 위고가 걸어온 사상편력과도 무관하지 않다. 위고의 부친은 나폴레옹 군대의 장군까지 지낸 반면 어머니는 왕당파여서 어릴 적 영향을 많이 줬다고 한다. 역사적, 정치적, 사상적 함의를 가진 ‘레 미제라블’에 대해 비평가 랑송은 “하나의 세계이자 하나의 혼돈”이라고 평했다. 노도와 같은 역사 속에 개인의 삶
술래잡기 말뚝박기 하던 어린 시절에 먹던 뽑기 라면땅 번데기 쫀득이…. 이름만 들어도 아련한 추억의 군것질거리다. 장년층이라면 여름철 ‘아이스케키’를 먹고 배탈난 적이 한두번은 있을 것이다. 산업화시대 아이들은 그렇게 자랐다.군것질은 끼니 외에 먹는 군음식이다. 주전부리, 입치레라고도 한다. 조선시대 양반들은 군것질을 채신머리 없다고 봤다. 그러나 영조의 모후 인원왕후는 절편 병자(餠炙) 등 떡을 좋아했고 숙종 영조는 타락죽(우유죽)을 즐겨 먹었다. 영화 ‘광해’에도 다양한 왕실 주전부리가 등장한다.하지만 옛날 아이들은 늘 배고팠다. 산과 들로 오디 산딸기 깜부기를 찾아다녔다. 깜부기는 쌀·보리 이삭이 깜부기균에 감염돼 까맣게 변한 것인 줄도 모르고 입주위가 까매지도록 따먹었다. 집안 물건을 들고나가 엿 강냉이와 바꿔 먹다 야단맞기 일쑤였다.군것질 하면 1950년대 등장한 뽑기를 먼저 떠올리게 마련이다. 연탄불로 누런 설탕을 녹여 소다로 부풀린 뒤 철판으로 눌러 납작하게 만들었다. 경상도에선 달고나라고 하는데 설탕 대신 흰 포도당 덩어리를 썼다.‘3000만의 영양식’ 번데기는 1960년대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는 견직산업 번창기의 산물이다. 당시엔 서울대 잠사학과가 인기였고 권영길 김창완이 잠사학과 출신이다. 하지만 식중독 사고도 잦았다. 1978년 구멍가게에서 번데기를 사먹은 어린이 10명이 사망했다. 번데기 재료를 맹독성 농약이 묻은 마대에 담았던 탓이다.1970년대 중반엔 일본 센베이 기계를 개조해 만든 뻥튀기가 나왔다. 쌀 몇십알을 압착시키면 접시만한 과자로 변해 마술 같았다. 요즘에 뻥튀기는 침소봉대란 의미로 더 익숙하다. 번데기 다이어
‘다수결의 문제점을 지적하라.’ 200자로 답하는 한경 수습기자 시험문제의 하나다. 답안을 보니 “소수 의견이 무시된다. 다수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히틀러도 절대 다수의 지지로 집권했다. 대중은 휩쓸리기 쉬워 포퓰리즘이 득세한다. 민주주의의 유일한 의사결정 방법이지만 하자가 많다’ 등의 답이 나왔다. 옳은 지적들이다.하지만 사람들이 정치에 함몰되면 생각의 틀이 확 바뀌는 것 같다. ‘내가 하면 로맨스, 네가 하면 불륜’이란 간편 이분법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 다수의 횡포조차 집단 내에선 상식이자 집단지성으로 합리화된다. 여기에다 우리 편은 늘 옳다는 진영논리까지 더해지면 외골수 고집불통이 되고 만다. 상대방에 '과거세력·짝퉁' 낙인 대선을 3주 앞둔 지금 그런 이분법이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다.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을 과거세력, 자신을 미래세력으로 규정한다. 반면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과거타령 세력이고 자신은 미래준비 세력이란다. 똑같이 미래·과거를 들먹이면서 ‘나만 진짜’라고 우긴다. 사실 유권자들도 지지후보에 따라 강 건너편에서 평행선을 달린 지 오래다.여야의 경제민주화 싸움은 서로 원조라고 우기는 설렁탕집 주인들 같다. 나는 원조, 너는 짝퉁이다. 그런데 누구도 경제민주화가 뭔지 정확히 설명하지 못한다. 당연한 일이다. 정치 구호를 시대정신이라고 내걸었으니….최근 트위터를 달군 유아인과 배슬기의 경우도 비슷하다. 트위트 글에 안철수 사퇴 유감을 썼는데 유아인은 졸지에 개념, 성숙 배우로 떴고 배슬기는 무개념, 미숙의 훈장을 달았다. 민주당은 유아인의 발언을 겸허히 수용한다는 논평까지 냈다. 반면 배슬기는 ‘종북자 무리
지난 7월 말 런던올림픽 개막식 막간공연. 사이먼 래틀 경이 지휘하는 런던필하모닉이 장엄하게 영화 ‘불의 전차’의 OST를 연주한다. 카메라가 키보드 주자를 비추는데 모두 박장대소다. 미스터 빈이 앉아 한 음만 계속 눌러댄다. 스크린에는 미스터 빈이 ‘불의 전차’의 도입부에 등장해 달리는 장면이 나오며 세계인의 배꼽을 빼놓는다. 코미디 시리즈 ‘미스터 빈(Mr. Bean)’의 주인공 본명은 로완 앳킨슨(57)이다. 1978년 데뷔했고 출세작은 1982년 시트콤 사극 ‘블랙 애더’다. 중세 배경의 ‘블랙 애더’에서 앳킨슨은 에든버러 공작으로 등장해 이듬해 국제에이미상 등 각종 코미디상을 휩쓸었다. 영국에선 ‘국민 코미디언’ 대접을 받는다. 진짜 VIP만 초청하는 찰스 왕세자와 카밀라의 결혼식,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의 결혼식에도 정식 초청을 받았을 정도다. 앳킨슨의 페이스북 팬클럽 회원은 3000만명이 넘는다. 사람들은 앳킨슨을 보고 세 번 놀란다고 한다. 첫째 키가 작아 보이는데 실제로는 180㎝다. 껑충한 바지에 천의 얼굴을 지녀 제2의 찰리 채플린으로도 불린다. 둘째 진짜 바보인 줄 아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바보연기의 달인이지만 명문 옥스퍼드대 전기공학과를 나왔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와는 어릴 때부터 친구다. 셋째 행동이 굼뜰 것 같은데 실은 스피드광이다. 경주용차 아스톤마틴 시리즈를 갖고 있고 레이스에 참가하기도 했다. 영국 자동차 전문지 ‘CAR’에 기고도 한다. 작년에 그는 100만달러짜리 맥라렌 F1(포퓰러원) 슈퍼카로 600달러짜리 경차 꽁무니를 들이받아 입원한 적도 있다. 영화 ‘자니 잉글리시2’에선 시속 72㎞까지 달리도록 특수제작된 횔체어를 타고 대역 없
미국 메이저리그(MLB) 사상 최고의 왼손투수라면 단연 샌디 쿠팩스를 꼽는다. 그는 1955~66년 LA다저스에서 뛰며 전무후무한 4년 연속 노히트노런(퍼펙트 1회 포함)에다 투수 최고의 영예인 사이영상을 세 번이나 수상했다. 쿠팩스가 있는 동안 다저스는 네 차례(통산 6차례) 월드시리즈를 제패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의 통산 성적은 165승 87패, 방어율 2.76, 탈삼진 2396개. 월드시리즈 방어율은 0.95에 불과했다. 쿠팩스에 밀려 다저스의 스타였던 토미 라소다가 팀을 옮겨야 했다. 양키스의 강타자 요기 베라는 쿠팩스가 25승5패를 거둔 1963년 이렇게 칭찬했다. “저 친구가 25승을 올린 것은 이해되는데 어떻게 5패씩이나 당했는지 모르겠다.” 다저스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MLB 최초 흑인선수 재키 로빈슨이다. 1947년 데뷔한 로빈슨은 스포츠계의 인종차별을 허문 상징적 인물이다. 데뷔 50주년인 1997년 MLB 사무국은 4월15일을 ‘재키 로빈슨 데이’로 지정했고, 그의 등번호 42번은 모든 구단의 영구결번이 됐다. 로빈슨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42’가 내년 봄 개봉된다. 1884년 창단한 다저스는 ‘서부의 양키스’로 불리는 명문팀이다. 하지만 1988년 이래 우승이 없다. 다저스(Dodgers)는 날쌘돌이, 피하는 사람이란 의미다. 1958년 LA로 연고지를 옮기기 전 본래 연고지는 뉴욕 브루클린이다. 브루클린에서 사람들이 거리 전차를 피해다니거나 무임승차자가 많았던 데서 다저스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다저스는 박찬호 덕에 우리에게도 친숙하다. 외환위기 직후 풀죽은 국민들은 박찬호가 강타자들을 삼진으로 잡아낼 때마다 환호했고 다저스를 한국대표팀인 양 응원했다. 올 들어선 미국 농구스타 매직 존슨이 참
인류와 가장 친근한 동물은 단연 개(犬)다. 인간이 개를 사육한 시기는 석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개 사육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이 BC 9500년 페르시아의 동굴에 남아 있다. 본래 야생인 개가 세계 몇몇 지역에서 가축화된 뒤 복잡한 교배를 통해 지금처럼 200여 품종으로 다양화된 것이다. 격리된 대륙인 호주에는 딩고라는 들개가 있다. 딩고도 약 4000년 전 동남아 등지에서 사람과 함께 건너간 가축견이 거꾸로 야생견이 된 것이다. 인간과 가까운 만큼 개에 얽힌 스토리도 무궁무진하다. ‘플란더스의 개’ ‘명견 바리’ ‘화이트 팽(늑대개)’ 등처럼 개와 인간의 교감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소설들이 많다. 바리와 같은 알프스 구조견이 눈속에서 조난당한 사람을 구할 때는 먼저 혀로 얼굴을 핥아줘 근육을 이완시키고 목에 감은 포도주통을 들이밀어 마시게 한다. 공포의 대상인 개도 있다. 코넌 도일의 ‘바스커빌의 개’에 등장하는 개는 괴물에 가깝다. 조앤 K 롤링의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에는 머리 셋 달린 개가 나온다. 이는 그리스신화에서 땅속 저승문을 지키는 케르베로스의 모티브를 가져온 것이다. 바둑무늬가 멋진 달마티안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101마리 강아지’로 유명해졌지만 고대 그리스의 조각에까지 그려졌을 정도로 유서 깊다. 집시의 반려견이자 사냥개로 활용됐고, 영국에선 여행 안전을 위해 동반하는 마차견(coach dog)으로 불렸다. 개 품종이 워낙 다양하다보니 희귀종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일명 사자개(티베탄 마스티프)로 불리는 중국 짱아오(藏獒)다. 최상류층이 선호해 짱아오 순종은 10억원을 웃돈다. 국내에선 삽살개 순종인 뿡이가 2억원에 팔린 게 최고 기
저도 82학번입니다. 올해로 대학 입학 30주년입니다. 홈커밍데이 행사들이 한창입니다. 30년 만에 상봉한 친구들은 정지용의 시구처럼 ‘함부로 쏜 화살’ 같습니다. 주름도, 뱃살도, 흰머리도, 사는 모습도, 생각도. 82학번은 대개 1963년생입니다. 베이비붐 세대의 막내이자 386세대의 실질적인 맏형입니다. 정년을 걱정하면서 세상 변혁의 꿈도 채 못 버렸습니다. 초등 3학년 때 유신을, 고1 때 10·26을 겪었고 국민교육헌장은 지금도 외울 정도입니다. 초중고 모두 콩나물 시루였고 대학도 졸정제 탓에 부대끼며 다녔습니다. ‘똥파리’라는 별칭을 얻은 이유입니다.왜 갑자기 82학번이냐고요? 어느덧 우리 사회의 중심에 다가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근래 뉴스 인물 중 유독 82학번이 도드라집니다. 나경원 원희룡 조국 등 서울대 법대 82학번은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습니다. 원조 주사파 김영환과 진보당 사태의 몸통 이석기도 있습니다. 장하준 김난도 진중권은 두루 유명인사가 됐죠. 박근혜 캠프의 이혜훈 강석훈, 안철수 캠프의 홍종호도 그렇습니다. 58년 개띠 이후 가장 주목 정계 관계 재계 법조계 언론계 모두 발에 채이는 게 82학번입니다. 대중문화와 스포츠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박찬욱 정보석 최민식 강산에 박해미 고(故)김광석과 류중일 전창진 유재학 등이 동년배입니다. 58년 개띠 이후 가장 눈에 띄는 집단입니다. 언젠가 82학번에서 대통령도, 노벨상도 나오리라 기대합니다. 헛된 꿈일까요?82학번이 주목받는 것은 일단 선배들보다 ‘쪽수’가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올해 오십이니 각 분야에서 한창 일할 나이입니다. 그보다는 저항의식이 유달랐던 데 있다고 봅니다. 전두환이라는 절대악에 맞서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스페인의 8강전. 승부차기 끝에 한국이 승리하자 스페인에서 환호성을 지른 사람들이 있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도 이들은 스페인 선수가 아닌 상대국 선수를 응원하기 일쑤였다. 바로 카탈루냐(Cataluna, 영어로 Catalonia) 사람들이다.카탈루냐는 스페인 동북부의 4개 주(州)로 구성된 자치지방이다. 인구는 750만명이며 스페인어와 함께 카탈루냐어를 공용어로 쓴다. ‘건축의 성자’라는 안토니 가우디의 걸작 건축물이 즐비한 바르셀로나가 대표도시다. 전설적인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도 이곳 출신이다. 카탈루냐는 수도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한 카스티야와는 역사 민족 언어 문화적으로 확연히 구분된다. 소수민족인 바스크족과 마찬가지로 독립의지도 강하다. 스페인 속에 비(非)스페인인 셈이다. 그래서 카탈루냐인(Catalan)에게 스페인 사람이냐고 묻는 것은 스코틀랜드인에게 영국인(English)이냐는 질문만큼이나 실례다.카탈루냐와 카스티야 간 갈등은 한·일 간 감정보다 절대 덜하지 않다. 역사를 보면 납득이 간다. 지중해 무역으로 부를 축적한 카탈루냐는 15세기 카스티야와 아라곤의 통일왕국에 편입되지만 과도한 세금과 자치 규제로 갈등을 빚었다. 1640년과 1705년 두 번의 독립전쟁을 벌였으나 실패했다. 1936년 스페인 내전은 씻을 수 없는 앙금을 남겼다. 카스티야의 독재자 프랑코에 맞선 공화파들이 카탈루냐로 집결했지만 소련의 배신으로 또 패배를 맛봤다. 내전 당시 상황은 조지 오웰의《카탈로니아 찬가》헤밍웨이의《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 잘 묘사돼 있다. 그래서인지 프로축구 라 리가의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간 대결은 전쟁을 방
참혹한 범죄를 접하면 사형제 찬성론자가 되고 사형집행을 목격하면 폐지론자가 된다. 사형수를 다룬 영화 ‘데드 맨 워킹’을 보고나면 누구나 마음이 무겁다. 사형수로 나온 숀 펜의 신들린 연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형수의 회한과 뉘우침을 마냥 외면하기 힘들다. 영화의 실제 주인공인 헬렌 프리진 수녀의 말처럼 사형(死刑)은 정말 사법살인인가.하지만 유영철 오원춘 고종석 등 흉악범이 등장하면 여론은 들끓는다. 최근 설문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7명(69.6%)이 사형제 존치에 찬성했다. 2000년 형사정책연구원 조사(54.3%)보다 되레 더 높아졌다. 필요악이라는 시각이다. 헌법재판소가 2008년 사형제를 합헌으로 본 이유도 필요악이었다. 10년간 사형집행을 중단해 2007년 ‘사실상 사형제 폐지국(abolitionist in practice)’ 공인을 받은 게 무색하다. 가슴은 사형유지, 머리는 폐지 공분(公憤)이 워낙 컸던 탓이다. 온·오프라인 구분없이 논란이 뜨겁다. 한쪽은 사형제 찬성 서명을 받고, 다른 쪽에선 폐지운동이 벌어진다. 대선주자들도 한 마디씩 내놨다. 박근혜 후보는 경고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쪽이고, 민주당 후보들은 폐지 쪽이다. 하지만 미국과 달리 사형제가 이념의 좌우를 가르는 기준은 못 된다. 사형제 폐지법은 17대 국회 땐 정치사형수 출신인 유인태 민주당 의원이, 18대 땐 가장 오른쪽이라는 자유선진당의 박선영 의원이 냈다. 물론 표결도 못해보고 자동폐기됐다. 15대 국회부터 되풀이돼 온 일이다. 대중은 사형제를 놓고 가슴으론 유지, 머리로는 폐지 사이에서 왔다갔다 한다. 대입논술 주제로 안성맞춤이다. 타인을 죽여도 그에 상응하는 징벌이 없다면 더 크고 많은 범죄를 낳지 않을까. 흉악범
천명관 장편소설 《나의 삼촌 부르스 리》에선 70년대 외화 쿼터로 먹고 살던 영화계 실상을 잘 보여준다. 영화계 거물인 유 회장은 3류영화 여러 편을 만들어 따낸 외화 수입권으로 떼돈을 번 인물이다. 그가 만든 용팔이류의 영화는 변두리극장 동시상영용이거나 아예 창고로 직행했지만 돈 되는 외화 한두 편으로 대박나던 시절이었다.그러던 영화계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할리우드 공동배급사인 UIP가 1988년 9월 직배에 나선 것이다. 첫 직배영화 ‘위험한 정사’가 코리아극장 신영극장에 걸린 날 객석에 뱀을 풀어놓는 희대의 사건이 벌어졌다. ‘결사(巳)항쟁’의 주역은 영화 ‘부러진 화살’을 만든 정지영 감독이었다. 이듬해 강남 씨네하우스에선 방화사건까지 터졌다.70년대 이래 한국영화가 위기가 아니었던 적은 별로 없었다. 80년대 초 컬러TV가 등장할 때도, 90년대 PC 보급으로 불법 다운로드가 판을 칠 때도 그랬다. 컬러TV와 PC를 상대로 투쟁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스크린쿼터 축소는 눈에 보이는 공공의 적이었다. 정부는 극장의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스크린쿼터)를 연간 146일에서 1998년 106일, 2006년 다시 73일로 줄였다. 삭발 단식 시위가 난무했다. 한국영화는 다 죽었다는 비관론이 팽배했다.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한국영화는 역설적으로 제2전성기를 맞았다. 상반기에만 4418만명이 한국영화를 관람해 점유율이 53.4%에 이른다. 8월 점유율은 70%에 육박해 비교할 나라가 없을 정도다. 올 들어 관객 400만명을 넘긴 영화만도 벌써 7편이다. 오죽하면 할리우드 영화들이 한국영화를 피해 개봉날짜를 정한다는 판이다. 스크린쿼터가 무의미해진 상전벽해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한마디
다음 중 도시 이름에서 유래한 커피는? ①아메리카노 ②마키아토 ③모카 ④카푸치노아메리카노는 ‘미국인, 미국식’, 마키아토는 ‘점찍다(영어로 mark)’는 뜻의 이탈리아어다. 카푸치노는 17세기 오스만투르크 치하였던 빈을 수복하는 데 큰 공을 세운 프란치스코수도회의 카푸친파 소속 사제의 복장 색깔에서 유래했다. 정답은 ③. 모카는 중세 커피수출항인 예멘의 도시다. 커피는 하루 25억잔이 소비되는 세계인의 음료다. 그 기원은 설이 분분하다. 가장 유명한 전설은 에티오피아에서 염소들이 이상한 빨간 열매를 먹고나면 기운이 넘치는 것을 발견했는데 이게 커피라는 것이다. 9세기 아라비아 의학자 라제스는 ‘분춤(bounchum)’이란 커피원두를 소개한 첫 기록을 남겼다. 지금처럼 커피를 마신 원조도 예멘이다. 술이 금지된 무슬림이 카페인에 빠져든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예멘의 커피는 오스만제국으로 전파돼 1575년 이스탄불에 세계 최초의 커피가게 ‘키브 한’이 들어섰다. 오스만과의 충돌 과정에서 유럽에도 커피가 퍼져 18~19세기 카페문화를 꽃피웠다. 계몽사상가 볼테르는 노년에도 하루 50잔씩 마셨다고 한다. ‘걸리버 여행기’의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는 “인생의 열 가지 복 중 부(富)가 아홉 번째, 건강이 열 번째라면 커피 마시는 즐거움은 그 이후의 것”이라고 썼다.바흐의 세속 칸타타 211번의 타이틀이 아예 ‘커피 칸타타’다. 당시 독일에서 불임 유발을 이유로 커피를 금지하려 하자 여성들이 저항하는 내용이다. 아리아 중에 “오 커피, 수천번의 키스보다 매혹적이고 백포도주보다 더 달콤하다”는 가사도 있을 정도다.한국에 커피가 들어온 것은 1880년대 선교사들을 통해서다
스티븐 소더버그가 2003년 리메이크해 유명해진 ‘오션스 일레븐’의 원작은 1960년 루이스 마일스톤 감독 작품이다. 절묘한 팀워크의 친구 11명이 하룻밤 새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5곳을 턴다는 내용이다. 라스베이거스를 배경 삼은 것은 카지노에 빠져 안 떠나려는 톱스타들을 한꺼번에 출연시키기 위한 기획이었다고 한다.이 영화에는 ‘랫 팩(rat pack)’으로 불린 프랭크 시내트라, 딘 마틴,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 등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랫팩은 ‘패거리, 범죄집단’이란 뜻의 속어인데, 원조는 1940~50년대 전설적 배우이자 술꾼인 험프리 보가트다. 보가트와 친구들이 밤새 술 마시고 들어오자 그의 아내 로런 바콜이 ‘갓뎀 랫팩’이라고 소리친 데서 유래했다. 나중엔 랫팩이 아예 보가트의 술친구모임 이름이 됐다.‘오션스 일레븐’처럼 범죄의 치밀한 준비와 실행과정에 초점을 맞춘 범죄영화를 케이퍼 무비(caper movie) 또는 하이스트 무비(heist movie)로 분류한다. 케이퍼는 속어로 ‘범죄, 못된 장난’을 가리키고, 하이스트는 ‘강도, 강탈’이란 뜻인데 ‘hoist’(속어로 훔치다)가 어원이다.케이퍼 무비의 전성기는 1960년대다. 스티브 매퀸, 페이 더너웨이 주연의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1968년), 마이클 케인의 묵직한 연기가 돋보이는 ‘이탈리안 잡’(1969년) 등 걸작이 쏟아졌다. 2000년대 들어 모두 리메이크됐다. 1973년작 ‘스팅’은 사기의 고수와 신참이 치밀한 계획으로 비열한 상대조직에 복수하는 장르의 정석을 보여준다. 케이퍼 무비에는 나름의 공식이 있다. 첫째 계획단계에서 최고의 꾼들이 모이지만 타깃은 접근이 불가능할 정도다. 둘째 실행단계에선 온갖 우여곡절을 겪지
2010년 미 항공우주국(NASA) 소속 과학자들은 화성 탐사로봇 오퍼튜니티와 스피릿이 보내온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녹색을 띤 물체가 해캄(민물 녹조류)과 유사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화성에 해캄 형태의 기초적인 생명체가 있을 수 있다”고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최근 화성에 착륙한 탐사선 큐리아서티가 해캄 이상의 진짜 생명체를 찾아낼지 주목되는 이유다.조류(藻類·algae)는 플랑크톤과 물속 식물을 총칭하는 개념이다. 몇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인 플랑크톤부터 수십m짜리 다시마까지 다양하다. 플랑크톤은 ‘방랑하다’는 뜻의 그리스어 ‘planktos’에서 유래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부유성 미세조류(microalgae)를 가리킨다.조류는 엽록소(클로로필)를 갖고 있어 광합성을 하며, 보조 색소에 따라 녹조류 갈조류 홍조류 등으로 분류된다. 특히 녹조류는 바다 민물 공기 토양 등 서식지가 광범위하다. 집안 어항이 햇볕을 오래 쬐면 녹색 물이끼가 끼는 것도 녹조류 탓이다.조류는 그 종류만큼이나 다양하고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현미경으로 보면 보석처럼 아름다워 ‘바다의 보석’으로도 불린다. 무엇보다 광합성을 통해 지구 산소의 70%를 공급하니 조류가 없으면 지구는 죽은 별이 될 것이다. 조류 추출물은 약품 화장품의 필수 원료다. 미세조류 중 클로렐라와 스피룰리나는 건강식품이자 우주인의 식량으로도 개발됐다. 더구나 플랑크톤에서 바이오연료를 추출하는 기술까지 개발돼 석유를 대신할 잠재 에너지원이기도 하다.이렇게 유용한 조류가 가끔 과하게 늘어나 문제를 일으킨다. 강 호수의 녹조(綠藻)나 바다의 적조(赤藻)가 그것이다. 수온이 올라가면 오염물질에 의해 물
1997년 36세 젊은 나이에 파리에서 자동차 사고로 사망한 고(故) 다이애나빈의 공식 직함은 ‘웨일스 공주(Princess of Wales)’다. 웨일스 출신도 아닌 다이애나에게 왜 이런 호칭이 붙었을까. ‘웨일스 왕자’인 찰스 왕세자와 결혼했기 때문이다. 여기엔 웨일스의 역사가 숨어 있다.웨일스는 켈트족의 한 갈래인 브리튼족이 그 뿌리다. 로마의 지배에 이어 5세기 게르만족 침입을 받았지만 독립 왕국을 유지했다. 그러나 13세기 에드워드 1세에게 정복돼 잉글랜드에 복속됐다. 에드워드 1세가 원정 중에 낳은 아들 에드워드 2세에게 웨일스 왕자라는 호칭을 부여해 왕위계승자를 이같이 부르는 전통이 생겼다.웨일스의 법적인 지위는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와 더불어 대영제국(UK)을 구성하는 자치국이다. 일찌감치 복속된 탓에 영국 국기(유니언잭)에는 웨일스의 상징이 없다. 스코틀랜드와 달리 독립 의지가 강하지도 않다. 그럼에도 잉글랜드와는 다른 민족·문화·역사·언어적 전통을 유지한 ‘나라 속의 나라’다. 지금도 어순 철자 발음이 영어와 판이한 웨일스어를 함께 쓴다. 예컨대 학교 표지판은 영어 ‘School’과 웨일스어 ‘Ysgol’을 병기하는 식이다.면적은 전라도 크기인 2만798㎢(영국의 8%), 인구는 300만명(5%)에 불과하다. 그나마 산업혁명기 석탄 수출항이던 수도 카디프와 뉴포트 스완지에 3분의 2가 모여 산다. 주로 해발 200m 이상 고지대이지만 가장 높은 스노든산이 1085m로 속리산(1058m)과 비슷하다. 스노든산이 ‘눈의 언덕’이란 뜻일 만큼 눈이 많았지만 요즘은 눈 대신 비가 잦아 연간 강우량이 4500㎜에 이른다. 석기시대, 로마시대 유적과 화려하진 않아도 정갈한 해안과 산지를 두루 갖
미국 중서부 소도시에 가면 놀라운 광경을 볼 수 있다. 바로 월마트의 총기 진열장이다. 호신용 권총부터 사냥용 라이플까지 구비했다. 운전면허 따기보다 총기 구입이 쉽다는 게 과장이 아니다.한국인은 좀체 이해 못할 게 미국의 총기문화다. 최근 5년만 해도 버지니아공대, 투손 쇼핑센터, 이번 콜로라도 극장 난사까지 대형 총기사건이 즐비하다. 난사범들은 인터넷에서 야동 구매하듯 무기와 탄약을 샀다. 국내에서 그랬다면 총리가 쫓겨나도 모자랐을 것이다.하지만 미국 내 여론은 총기규제 쪽으로 기운 것도 아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조차 사건 닷새가 지나서야 “총기로 인한 폭력을 줄이는 데 노력하겠다”고 마지못해 한마디 했다. 오히려 “수정헌법 2조는 보호돼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토를 달았다. 수정헌법 2조는 총기소유권(right to bear arms)을 규정한 조항이다. 월마트에서도 살 수 있는 총기 언론들은 총기규제가 겉도는 이유로 회원 430만명에 연간 2억달러의 활동비를 쓰는 전미총기협회(NRA)의 로비력을 꼽는다. 하지만 아무리 로비가 강력해도 대다수 국민이 규제에 찬성한다면 정치권이 외면할 수 없다.지난해 여론조사를 보면 총기규제 반대(53%)가 오히려 찬성(43%)보다 더 많다. 미국 역사는 ‘강력한 인민으로부터 국가가 권력을 빼앗아오는 과정’이라는 역사가 앙드레 모로아의 탁견에 고개가 끄덕여진다.총기 딜레마는 뿌리가 깊다. 광활한 영토에서 이주민들은 오랫동안 스스로 자신을 지켜야 했다. 민병대로 독립전쟁을 치렀고, 치안은 지평선 너머에 있는 반면 무법자나 인디언의 위협은 코앞 현실이었다. 1791년 수정헌법 2조가 만들어진 배경이다. 2008년 수도 워싱턴
불세출의 바람둥이 카사노바는 40여권의 저서를 남길 만큼 명석했다. 뛰어난 언변으로 프랑스 사교계에 진출한 그는 1757년 재정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던 루이 15세에게 로또(복권)사업을 타개책으로 제안했다. 첫해 60만프랑의 수익을 올려줬고 자신도 복권사업소 5곳에 투자해 큰 돈을 벌었다. 그 뒤 일생은 122명에 달하는 여성 편력이다.카사노바가 프랑스에 들여온 로또(Lotto: 행운이란 뜻)의 원조는 이탈리아다. 1530년 피렌체공국에서 처음 발행했다. 물론 고대에도 복권이 있었다. 진시황은 키노(Keno)라는 복권게임으로 만리장성 축조비용을 조달했고, 로마 황제들은복권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복권만큼 손쉬운 재원조달 수단도 없다. 토머스 제퍼슨은 복권을 ‘고통(저항) 없는 세금’이라고 했다. 미국에서 복권기금이 없었다면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등 명문대들이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서슬 퍼런 프랑스 혁명정부조차 1793년 로또가 빈민을 착취한다며 전면 금지했다가 불과 6년 만에 발행을 재개했을 정도다.국내 최초의 복권은 1948년 올림픽복권이다. 14회 런던올림픽 선수단 파견비용 조달용이었다. 매주 발행하는 주택복권은 1969년 선보였다. 1990년대 즉석복권이 나오며 18종의 복권이 난립하자 정부는 2002년 12월 각 부처의 복권을 로또로 통합했다. 로또의 등장으로 2002년 9796억원이던 복권 판매액이 2003년 4배인 4조2341억원으로 불어날 만큼 광풍이 불었다. 지금도 연간 3조원의 복권 판매액 중 95%가 로또다. 7년 전 로또 1등에 당첨된 40대가 지난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졌다. 돈 때문에 아내를 구타해 입건되거나, 당첨금을 8개월 만에 탕진하고 금은방을 털다 감옥 신세를 진 당첨자들
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대였던 이탈리아 베로나에는 세계 여성들이 사랑고백 쪽지를 붙여놓는 줄리엣의 발코니가 있다. 여기서 우연히 50년 전 러브레터를 발견한 주인공 소피가 안타까운 사연에 답장을 보낸다. 며칠 후 편지 속 주인공 클레어와 그의 손자가 기적처럼 나타나 함께 클레어의 옛사랑을 찾아나선다.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2010년)의 줄거리다.누구나 연인의 답장을 기다리며 수시로 우편함을 들춰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 편지의 애잔함 덕에 편지를 소재로 한 영화가 많다. 박신양 최진실의 ‘편지’(1997)에서 불치병 환자에게 삶의 의욕을 불어넣는 게 편지였다. 이정재 전지현의 ‘시월애’(2000년)에선 우편함에 넣으면 2년을 뛰어넘어 전달되는 편지도 있다. 일본영화 ‘러브 레터’(1995년)도 빼놓을 수 없다. 2년 전 겨울산 조난사고로 약혼자를 잃은 히로코가 약혼자의 옛 시골 주소로 편지를 부치는데 놀랍게도 답장이 온다. 편지를 계기로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히로코가 눈 덮인 산에서 외치는 “오겡키데스카(잘 지내세요?)”는 긴 여운을 남긴다.모든 것이 빛의 속도인 요즘이다. 손글씨의 정겨운 편지는 온라인 이메일로 대체됐다. 이제는 이메일도 느리다 해서 메신저 문자메시지 카카오톡의 세상이다. 속도만능 시대이기에 정작 느림이 주는 따뜻한 감성은 비온 뒤 풍광처럼 더욱 또렷히 각인된다. 이달 초 서울 자양동 신양초등학교에선 15년 전 교정 화단에 묻은 타임캡슐을 성인이 된 당시 학생 500여명이 모여 함께 개봉했다. 어린 시절 장래희망을 적은 일기장 등을 꺼내본 이들에겐 더할 나위없는 추억여행이 됐을 것이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촬영지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에는 프랑스 파리의 미로와 같은 골목과 하수구에 대한 묘사가 생생하다. 혁명의 시대였던 당시 좁은 골목에는 수시로 바리케이드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고 악취 나는 하수구는 전염병의 온상이었다. 주인공 장발장이 딸 코제트의 연인 마리우스를 구하고, 마리우스를 짝사랑하던 예포닌이 죽음을 맞은 배경은 1848년 프랑스의 2월 혁명 때였다.2월 혁명을 계기로 제2공화정이 열리면서 프랑스 최초의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다. 영웅을 갈망하던 대중의 75% 지지를 얻어 당선된 인물은 나폴레옹 1세의 조카인 루이 나폴레옹(1808~1873년)이었다. 그는 4년 단임인 대통령에 만족하지 못해 1851년 쿠데타를 일으키고 이듬해 국민투표를 거쳐 황제로 즉위한다. 프랑스 최초의 대통령이자 마지막 군주라는 나폴레옹 3세다.재위기간(1852~1871년) 중 나폴레옹 3세만큼 명암이 엇갈리는 군주도 드물다. 크림전쟁(1854년)에서 러시아를 밀어냈고 서아프리카를 장악했다. 아시아로 눈을 돌려 1858년 인도차이나반도를 식민지로 만들고 1860년 2차 아편전쟁으로 중국에도 진출했다. 하지만 멕시코 원정(1861~67년)에 실패하고 프로이센과의 보불전쟁(1870년)에서 포로로 잡히는 치욕도 겪었다. 한국과도 악연이 있다. 1866년 프랑스 함대가 강화도를 침입한 병인양요다. 이때 외규장각 도서 등이 대거 약탈됐다. 나폴레옹 3세의 업적은 군사적 성과보다 파리 도시정비, 철도망 건설 등 근대화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황제의 명을 받은 오스망 남작(당시 파리시장)은 폭 1m 남짓한 좁은 골목과 어지러운 주택을 방사형 간선도로와 정연하게 늘어선 건물로 정비했다. 샹젤리제 거리, 파리오페라극장 등이 이때 작
“푸른 바다에 고래가 없으면/ 푸른 바다가 아니지/ 마음속에 푸른 바다의/ 고래 한 마리 키우지 않으면/ 청년이 아니지.”(정호승 ‘고래를 위하여’)미지의 망망대해를 헤쳐 가는 고래의 장대한 모습은 젊음의 고뇌에 대한 표상이었다. 최인호 소설 ‘고래사냥’에 고래 한 마리 등장하지 않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이유다.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를 7080세대는 그야말로 고래고래 불렀다. 반면 허먼 멜빌이 쓴 ‘모비딕(백경)’에선 인간의 집념과 복수의지의 대상이자 두려움의 상징이다. 토머스 홉스의 ‘리바이어던’은 고래의 형상을 한 야훼의 적이다. 신화나 설화에도 종종 고래가 등장한다. 구약성서 요나서에서 야훼의 분노로 바다에 던져진 요나는 고래 뱃속에서 사흘을 살았다. 삼국유사의 ‘연오랑 세오녀’에선 미역을 따러 바위에 오른 연오랑이 바위가 움직여 일본으로 가게 됐는데, 이 바위가 실은 귀신고래라는 해석이 있다. 고래는 대략 3000만~5000만년 전 등장한 지구상 최대의 포유류다. 80여종이 있고 가장 큰 대왕고래는 무게 200t, 길이 33m에 이른다. 국내 연안에도 상괭이(토종 돌고래) 밍크고래 등 8종이 서식한다. 인류 최초의 포경인은 스페인 북부 바스크족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2004년 영국 BBC가 인류 최초로 고래잡이를 한 곳이 한반도라고 보도해 큰 관심을 모았다. BBC가 제시한 근거는 울산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 이 암각화는 BC 6000년께부터 고래를 잡았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고래 관련 그림이 전체의 5분의 1인 58점이나 된다. 우리말에 고래등 같은 집, 술고래, 고래힘줄 같은 고집 등의 언어습관을 봐도 고래는 조상들과 관계가 밀접했음을 알 수 있다. 정부가 최근
이탈리아의 오페라 작곡가 로시니는 미식가로도 유명하다. 로시니는 태어나 세 번 울었다고 말하곤 했다. 첫째 ‘세비야의 이발사’ 초연이 실패했을 때, 둘째 파가니니의 연주를 들었을 때, 셋째 송로버섯을 가득 채운 칠면조요리를 물에 빠뜨렸을 때다. 지금도 송로버섯이나 푸아그라(거위간), 칠면조, 삶은 달걀 등의 요리법에 그의 이름을 붙였을 정도다. 특히 푸아그라와 안심을 함께 즐기는 요리스타일을 ‘로시니’라고 부른다. 일본에선 푸아그라로 속을 만든 ‘푸아그라 로시니’라는 햄버거도 등장했다.푸아그라(foie gras)는 캐비어(철갑상어알) 트뤼프(송로버섯)와 함께 세계 3대 진미(眞味)로 꼽힌다. 로시니 같은 미식가라면 이름만 들어도 군침을 흘릴 법하다. 프랑스어로 ‘살찐 간, 지방질 간’을 가리킨다. 프랑스 북동부 알자스와 남부 페리고르의 특산품이며 스트라스부르산(産)을 최고로 친다. 가격이 비싸 고급 전채 요리에 쓰거나 명절에 먹는다. 푸아그라의 유래는 고대 이집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집트인들이 철새인 기러기들이 장거리 비행 전에 먹이를 목구멍까지 차도록 잔뜩 먹은 채 떠나는 것을 보고, 집에서 기르는 닭 등 가금류에도 이 방법을 시도했다. 결국 사육이 쉬운 거위 오리를 주로 이용하게 됐다. 알자스로 이주한 유대인들이 푸아그라 요리법을 개발했고, 근대 이후 프랑스 요리가 세계적인 각광을 받으며 오늘의 명성을 얻게 된 것이다.하지만 푸아그라 생산과정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석 달 된 거위를 잡아 목만 내놓는 틀에 가둔 뒤 한 달 동안 억지로 사료만 먹이는 식이다. 거위 위까지 튜브를 꽂아넣고 살찌기 쉬운 옥수수 등을 강제로 주입하는 가바쉬(gavage)
이쯤되면 뭐가 맞는지 헷갈린다. 경실련 설문조사는 반대가 61.0%인데, 국토해양부 설문은 찬성이 64.5%다. KTX 경쟁도입 얘기다. 설문 결과가 의도에 따라 고무줄이긴 해도 좀 심했다. 경실련은 KTX 민영화로 요금 인상 가능성을 부각시켰고, 국토부는 경쟁이 도입되면 코레일보다 싸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어떤 프레임(생각의 틀)으로 설문을 만들었느냐에 따라 정반대 결과다.초기 판세는 국토부의 열세였다. 서울지하철 9호선 파문이 민영화 트라우마를 유발한 것이다. 코레일 노조(철도노조)가 내건 ‘민영화는 곧 요금폭탄’이란 프레임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민주통합당 민주노총까지 가세해 진영싸움으로 번졌고, 여당인 새누리당조차 유보를 요구하는 뉘앙스를 풍겼다. 요금 · 연착·불안…불만투성이하지만 경쟁도입이 민영화가 아님은 코레일도 모르지 않는다. 코레일 지분을 파는 것도, 국가소유인 선로를 파는 것도 아니다. 9호선처럼 최소수익보장도 없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철도산업 구조개편 기본계획에 따라 추진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MB정부가 하는 건 다 싫다”는 식이다. KTX를 이대로 둬도 괜찮다는 말인가. 코레일만 왜 독점특혜를 유지하나. 14조원의 고속철도 부채는 무슨 돈으로 갚나. KTX를 자주 타는 지인들에게 이용소감을 들어봤다. △요금은 비싼데 서비스 부재 △좌석 불편, 화장실 불결 △할인없이 경유지 늘려 △잦은 고장과 연착 △인터넷선 불량, 전원공급 불가 △품질대비 비싼 도시락… 등등.KTX 요금은 2005년 개통 이래 연평균 3.55% 올랐다.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3.14%)을 웃돈다. 주말 서울~부산 간 요금은 5만7700원으로 저가항공인 에어부산(6만4000원)과 고작 6300원 차
“하늘은 무심했다. 매일 아침 불덩이 같은 해가 동쪽에서 떠올라 괴롭고 힘겨워하는 땅에 온종일 뜨거운 볕을 쏟아부었다. 일을 할 때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사람들은 낮에는 말없이 김을 매고, 밤이 되면 잔뜩 절망한 얼굴로 하늘에 구름이 한 점이라도 있는지 눈이 빠지게 쳐다보았다.”(이미륵《압록강은 흐른다》)농경사회에서 가뭄은 그토록 치명적이다. 논바닥이 거북등처럼 쩍쩍 갈라지고 농작물이 타들어가는 것은 어린 자식이 열병 앓는 것만큼이나 못 견딜 일이었다. 유목사회에서도 가뭄은 곧 생존의 문제지만 자연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몽골에서 산발적인 가뭄을 ‘강(Gan)’, 가뭄에 추위가 겹친 겨울 재앙은 ‘조드(Dzud)’라고 부른다. 작가 김형수는 칭기즈칸 시대 몽골을 그린 《조드-가난한 성자들》의 후기에 이렇게 썼다. “지구가 힘들면 물만 화를 내는 게 아니라 가뭄과 추위도 화를 낸다. 그것이 대지를 정화하고 사막화를 막으며 지상의 생명체들로 하여금 새로운 내성을 갖도록 촉구한다. 인간은 문명을 강화해 그런 시련과 대면하지 않으려 애쓰지만 자연을 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가뭄이 들 때 신기한 것은 호수나 연못이 바닥을 드러내더라도 다시 물이 차면 물고기가 되살아난다는 점이다. 바닥 진흙 속으로 파고들어가 곰이 겨울잠 자듯, 가뭄잠을 자며 연명하는 물고기들이 있다고 한다. 생명이란 게 이렇듯 질긴가 보다.물이 넘쳐도 걱정이지만 앞으론 모자라거나 강우량의 계절 편차가 커지는 게 문제다. 2004년 공개된 미국 국방부의 비밀보고서에선 2010~2020년 최악의 기후변화를 예고했다. 따라서 앞으로 인간의 갈등과 전쟁이 종교, 이념, 민족적
미국 메이저리그 LA다저스의 첫 일본인 투수 노모 히데오(44)는 몸을 비트는 투구폼으로 토네이도란 별명을 얻었다. 노히트노런을 두 차례나 기록했고 팀 동료였던 박찬호가 기록을 깨기 전까지 아시아 출신 최다승(123승) 보유자였다. 그런 노모도 일본에선 한때 조국을 배반한 ‘변절자’로 불렸다. 욕설이 발달하지 않은 일본에서 변절자라는 낙인은 치명적인 모독이다. 하지만 노모가 그해 신인왕, 올스타, 탈삼진 1위를 기록하자 비난이 찬사로 바뀌었고, 은퇴한 지금은 메이저리그 개척자로 불린다.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이외수 진중권도 종종 변절자란 비난을 듣는다. 이외수에 대해선 4·11 총선 때 한 여당 후보를 지지한 것이 여전히 앙금으로 남은 모양이다. 진중권은 통합진보당 사태에 관해 보수언론이 좋아할 소리만 한다는 이유다. 변절(變節)의 사전적 의미는 ‘절개나 지조를 지키지 않고 바꿈’이다. 배신 배반과 비슷하지만, 뉘앙스는 다르다. 그동안 가졌던 신념 생각을 바꾸는 게 변절이라면, 배신 배반은 사람에 대한 믿음이나 의리를 저버리는 것이다. 변절의 반대편에 지조(志操)가 있다. 청록파 시인 조지훈은 자유당 말기에 발표한 ‘지조론-변절자를 위하여’에서 변절을 “이미 신념하고 표방했던 자리에서 방향을 바꾸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단, “사람들이 욕하는 변절은 개과천선의 변절이 아니고, 좋고 바른 데서 나쁜 방향으로 바꾸는 변절”이라고 부연했다. 조지훈의 관점으로 보면 나라를 팔아먹은 이완용은 변절자가 아닌 민족반역자로 봐야 한다. 시종일관 황국의 신민이 되길 원했으니까. 원조 주사파에서 북한 인권운동가로 변신한 김영환이나 하태경이 눈엣가시
“여기는 정상, 더 이상 오를 데가 없다.” 1977년 9월15일 고상돈 대원이 에베레스트의 정상 8848m에 태극기를 꽂으며 무전기로 알려왔다. 온 나라가 감동으로 들썩였다. 이로써 한국은 여덟 번째 에베레스트 등정국, 고상돈은 55번째로 정상을 밟은 산악인이 됐다. 이렇듯 에베레스트는 특별했다.에베레스트는 본래 티베트에서 초모룽마(Chomo Lungma, 대지의 어머니), 네팔에선 사가르마타(Sagarmatha, 하늘의 이마)로 불리며 신성시됐다. 미국 산악인 리지웨이는 “에베레스트는 상징이요 비유이며 궁극의 목표”라고 했다. 세계 최고봉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19세기 중반이다. 식민지 인도의 측량국장이던 영국인 앤드루 워가 1846~1855년 히말라야 산맥의 79개 고봉을 정밀 측량한 결과 ‘피크 15’가 가장 높음을 확인했다. 측량을 주도했던 전임자 조지 에베레스트의 공적을 기려 이 산을 에베레스트라고 명명했다. 에베레스트 도전은 1921년부터 시작됐다. 1924년 영국의 조지 말로리는 정상을 200m 남긴 곳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됐으나 실종됐다. 75년이 흐른 1999년 BBC 다큐멘터리팀이 8160m 지점에서 추락사한 말로리를 발견했다. 결국 1953년 5월29일 뉴질랜드 출신 에드먼드 힐러리와 세르파(전문안내인) 텐징 노르가이가 에베레스트를 정복했다. 힐러리는 훗날 “텐징이 먼저 오를 수도 있었는데 정상 부근에서 뒤처진 자신을 30분이나 기다려줬다”고 회고했다.최초 등정 이후 무려 3000명 이상이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았다. 한국인 등정자도 90여명에 이른다. 1978년 이탈리아의 라인홀트 메스너는 최초로 무산소 등정에 성공했다. 8000m 이상 고도에선 산소가 평지의 30%도 안 된다. 메스너는 히말라야 8000m 이상 14좌의
가계부채가 1000조원인데 은행 대출금의 이자계산서는 본 적이 없다. 매달 이자가 빠져 나간 금액만 통장에 선명히 찍힐 뿐이다. 금리가 몇 %인지, 올랐는지 내렸는지도 알 수 없다. 설마 은행이 사기야 치겠나 싶어 그냥 넘어간다.연간 10조원을 거둬가는 변액연금보험 수익률이 물가 상승률만도 못하다느니, 계산이 잘못됐다느니 해서 큰 논란을 빚었다. 그래도 한 가지 소득은 있다. 고객이 낸 원금의 11~12%를 보험사가 사업비로 먼저 떼간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게 됐다. 퇴직연금, 개인연금이 고객돈을 고작 정기예금에 묻어두고 소득공제로 수익률을 메운다는 정보는 덤이다.금융회사 프라이빗뱅커(PB)들이 한결같이 권하는 게 즉시연금보험이다. 노후대비에 적합하다지만, PB에게 떨어지는 수수료가 3%대로 가장 짭짤한 게 숨은 이유다. 이해상충이 아닐 수 없다. 은행들은 보험상품 판매에 혈안이다. 판매수수료가 펀드는 1%인데 보험은 4~7%나 된다. 은행권의 작년 수수료 수입은 4조9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다. 고객 불만을 야기하는 ATM, 송금 등의 수수료는 소폭 줄이는 시늉을 한 대신 보험 판매수수료로 대박을 냈다. 너도나도 수수료 따먹기 혈안증권사들이 주가연계증권(ELS)에 열을 올리는 이유도 똑같다. 펀드는 1년에 한번 떼는 수수료를 ELS는 수시로 조기상환하고 수수료를 새로 뗄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돌리면 돌릴수록 수익이 올라가는 옵션 주식워런트증권(ELW) 이종통화거래(FX마진거래)도 있다. 물론 거래소 등 유관기관들은 거래액에 비례해 고리도 늘어나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국민 혈세로 168조원의 공적자금을 쏟아부어 살려낸 한국 금융의 불편한 진실들이다. 10여년이 흐르도록 달라
영화나 드라마도 그렇게는 못 만들 것이다. 14일 새벽(한국시간) 막을 내린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011~2012 시즌 얘기다. 최종 38라운드 직전까지 ‘시끄러운 이웃(noisy neighbor)’인 맨체스터시티(맨시티)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는 승점이 같고 골득실 차로 1,2위였다. 맨유는 선덜랜드와의 최종전을 1 대 0으로 이기고 맨시티의 경기 결과를 기다렸다.종료 3분 전까지 맨시티는 하위팀인 퀸즈파크레인저스에 1 대 2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그때 믿기 힘든 기적이 일어났다. 맨시티가 2분 사이 두 골을 몰아쳐 3 대 2로 뒤집은 것이다. 1968년 풋볼리그(EPL의 전신) 우승 이래 44년 만이다. 그 덕에 무수한 국내 EPL 팬들도 밤잠을 설쳤다.‘지구상 최고의 쇼’라는 EPL은 세계 200여개국 6억명이 시청한다. 이번 시즌 1315만명의 관중(경기당 3만4600명)이 찾았다. 20개 팀이 홈·원정으로 총 380경기를 치른다. 매년 하위 3개 팀이 2부(챔피언십) 리그로 강등되고, 2부에서 3개 팀이 올라오는 진입·퇴출 시스템이 긴장감을 불어넣는다.풋볼리그 시절 훌리건 난동으로 침체일로였으나 1992년 EPL로 변신해 단기간 급성장했다. 그 이면에는 연간 18억파운드(3조2000여억원)에 달하는 TV 중계권료 배분방식이 있다. 스페인 이탈리아에선 각 클럽이 중계권을 개별 협상하는 반면, EPL은 사무국이 공동판매한다. 중계권 수입은 50%(균등 배분)-25%(순위로 차등)-25%(중계 횟수로 차등)로 나눈다. 1위팀과 꼴찌팀의 수입 차이가 두 배 정도다. 반면 스페인에선 그 격차가 15배에 이른다. 수입 차이가 적을수록 경기력 차이도 줄어든다. EPL의 매력은 빠른 속도감이다. 쉴 새 없이 뛰는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를 코앞에서 볼 수 있다. 축구 전용구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2002년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는 홍채인식(iris scan)에 관한 흥미로운 장면이 나온다. 2054년 범죄예방시스템인 프리크라임의 존 앤더튼 팀장(톰 크루즈)은 살인용의자로 누명을 쓰게 되자 타인의 안구를 이식하고, 추출한 자신의 안구를 들고 프리크라임의 보안검색을 통과한다.하지만 이 장면은 영화의 옥의 티로 지목됐다. 추출된 안구는 시신경이 끊어지고 동공이 확대돼 본인 인증수단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개봉된 ‘어벤저스’에서 우주악당이 지구 과학자의 눈을 스캔한 영상으로 보안장치를 통과한다. 안구 추출의 과학적 오류를 알았나보다.생체인식(biometrics)은 개개인의 평생불변, 만인부동의 특징을 자동화된 수단으로 등록해 비교·판단하는 것이다. 개발된 인식기술만도 지문 홍채 망막 얼굴 얼굴영상 음성 손모양 손등정맥 귀모양 서명 DNA 등 10여가지에 이른다. 수사극 ‘CSI’를 보면 DNA 감식은 기본이고 범인의 얼굴 윤곽, 성문(聲紋)으로 용의자를 걸러낸다.영화 드라마 속 생체인식 기술이 이제는 일상이 되고 있다. 1971년 007시리즈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에서 첫선을 보인 지문인식 시스템으로 이제는 일반인도 은행 거래를 한다. 지문인식 시스템이 탑재된 노트북PC가 나왔고, 손의 정맥을 인식수단으로 이용한 복합기도 선보였다.물론 생체인식에도 맹점은 있다. 지문이 닳거나 실리콘으로 조작하면 인식이 안 된다. 얼굴은 성형으로 얼마든 바뀔 수 있다. 서명도 영화 ‘리플리’에서 보듯 부단한 연습으로 흉내낼 수 있다. 망막인식은 안경을 벗고 눈을 갖다대야만 하는 불편이 있다.지금까지 가장 정확한 생체인식 기술로는 홍채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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