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은 다 아는데 남자들은 잘 모르는 게 있다. 44, 55, 66이라는 여성복 사이즈다. 여성들에게 ‘66은 현실, 55는 노력, 44는 로망’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숫자가 뭘 가리키는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인터넷에 검색하고 여자 후배들에게도 물어봤다. 44, 55, 66이 ‘스몰-미디엄-라지’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55가 보통 체격이고, 이보다 말랐으면 44, 통통하면 66이라는 것이다. 인치(1인치=2.54㎝)를 ㎝로 환산한 수치라는 답변도 나왔다. 66은 허리 26인치이고 55는 25인치, 44는 24인치 이하라는 것. 심지어 44가 체중 44㎏라는 사람도 있었다. 한 인터넷몰에선 키(㎝)-몸무게(㎏)가 100이면 55, 110이면 44, 120이면 33이라고 적어놨다.유감스럽게도 모두 틀린 설명이다. 44~66사이즈는 공업진흥청(현 기술표준원)이 1979년 1차 국민표준체위조사를 벌여 남녀 1만6977명을 측정한 결과물이다. 당시 20~24세 여성의 평균키는 155.5㎝, 가슴둘레는 85.6㎝였다. 소수점 아래를 떼고 끝자리 숫자만 조합한 게 평균 체형인 55사이즈다. 이보다 키가 5㎝, 가슴둘레가 3㎝ 크면(160㎝, 88㎝ 이상) 66이고, 그만큼 작으면(150㎝, 82㎝이하) 44가 된다.세월이 흘러 체형도 많이 변했다. 2004년 5차 측정에서 여성의 평균 키는 160.7㎝, 가슴둘레는 81.9㎝였다. 키가 5㎝나 컸고 통통하던 몸매는 늘씬해졌다. 기술표준원은 “체형변화로 44, 55식 치수가 맞지 않아 1999년 폐지하고 대신 여성복에 가슴둘레-엉덩이둘레-키를 표시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여전히 44~66 사이즈를 찾는다. 의류업체들은 단 세 가지 치수만 만들면 되니 생산비를 절감하고 재고관리도 편해 마다할 이유가 없다.최근 모델 이소라가 TV 토크쇼에 나와 다리가 굵어
역사적으로 금녀(禁女)의 벽이 가장 높았던 분야는 스포츠다. 여성은 겁이 많고 나약하며, 남성의 부속물쯤으로 여긴 탓이다. BC 776년~AD 393년 열렸던 고대 올림픽은 철저히 남성만의 행사였다. 맨발에 벌거벗고 힘을 겨뤘다. 여성의 참가 금지는 물론 몰래 관람하다 적발되면 중형에 처했다.1896년 근대 아테네 올림픽에서도 금녀 원칙은 유지됐다. 그러나 1900년 파리 올림픽부터 테니스와 골프에 여성 참가가 허용됐다. 최근에는 유도(1992년) 축구(1996년) 수구(2000년) 레슬링(2004년) 등 격한 종목에도 문호가 열렸다. 여성에게 참정권이 주어진 것도 100년이 채 안 된다. 미국이 1920년, 영국은 1928년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부여했다. 중동 국가들은 2000년대 들어서야 이를 인정했다. 마지막 남은 사우디아라비아도 2015년부터 여성의 투표를 허용한다고 한다.여성에 관한 터부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뿌리가 깊다. 여성에게만 있는 월경이 달의 주기와 비슷해, 부정(不淨)하다고 여긴 것이다. 월경을 이브가 타락한 결과로 본 기독교는 물론, 유대교 이슬람교도 마찬가지였다. 로마시대 플리니우스는 《박물지》에서 월경의 피가 스치기만 해도 나무나 곡물이 고사된다고 썼다. 로마교황청은 지금도 예수의 열두 제자가 모두 남성이란 이유로 여성 사제를 불허해 종종 비난을 산다. 국내에선 여성이 이른 아침이나 정초에 남의 집에 가거나 상점의 첫 손님으로 오면 부정탄다고 꺼렸다. 일본에서도 여인금제(女人禁制)라 해서 사찰 주변에 경계를 설치하고 여성의 출입을 막았다.요즘엔 이런 여성 금기 자체가 웃음거리다. 근거 없는 편견일 뿐이다. 여성이 더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도 수두룩하다. 남성 전유물이던 영국 근
전염병의 사망자 수는 의외로 치사율과 반비례한다. 몸의 9혈(穴)에서 피를 쏟고 죽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대표적이다. 치사율이 90%에 달하지만 연간 사망자수는 수백명에 그친다. 이유는 간단하다. 바이러스의 숙주(환자)가 바로 격리되고, 발병 1~2주 만에 죽기 때문이다. 대유행(pandemic) 가능성도 낮다.반면 치명적이진 않으면서 사망자는 많은 전염병이 있다. 결핵이 그렇다. 법정전염병 79종 중 사망자가 제일 많다. 황순원의 ‘소나기’에서 잔망스런 소녀도 결핵으로 죽었다. 증상이 감기 몸살과 비슷해 경계심이 느슨한 탓이다. 환자가 걸린 줄도 모르고 돌아다녀 전파 확률은 훨씬 높아진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0년 세계적으로 880만명의 결핵 환자가 발생해 11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국내에서도 3만6305명의 환자 중 2365명이 사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발병·사망률 1위다.경계 안 해 퍼진 정신의 전염병국내에만 존재하는 정신의 전염병이 있다. 바로 종북(從北)이다. 남파간첩이 에볼라라면, 자생적 종북은 결핵과 여러모로 닮은 꼴이다. 후진국병인 결핵처럼 종북도 한때 유행하다 절로 사라질 것으로 봤다. 남북한 경제격차는 30배나 되는 판이다. 하지만 종북 세력은 북한에 대해 듣기 싫은 정보는 철저히 차단하는 ‘바보의 벽’을 쌓았다. 여전히 광신도처럼 북한을 맹종한다.종북은 단순히 북한을 돕자는 수준의 온정적 태도를 가리키는 게 아니다. 김일성·김정일 부자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북한의 전략대로 남한을 해방시키겠다는 목표를 가진 주사파, 민족해방(NL)파다. 민혁당과 일심회, 왕재산 사건은 종북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새삼 확인시켰다. 북한 직파간첩과 만
“썰은 풀고, 쌩은 깐다. 뻥과 구라는 치기도 하고 까기도 하지만 대개는 치는 쪽이다.” 소설가 성석제가 《이야기 박물지》에서 풀어낸 거짓말에 대한 ‘구라’다. 그는 구라를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 또는 말을 그럴싸하게 잘 늘어놓는 사람을 통칭하는 말”이라고 정의했다.구라는 속인다는 뜻의 일본말 ‘구라마스’에서 왔다는 게 정설이다. 일제 때 도박판에서 주로 쓰이다 널리 퍼졌다는 것이다. 혹자는 어둡다는 의미의 ‘구라이’를 어원이라고 본다. 일본에선 거짓말하는 것을 지저분하고 더럽다고 여겨 이렇게 불렀다는 주장이다. 반면 시인 우재욱은 구라는 에누리처럼 받침이 없어 일본말로 보이지만 순우리말이란 색다른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세상에 거짓말이 많아서인지 거짓을 뜻하는 비속어는 구라 외에도 수두룩하다. 공갈, 썰, 뻥, 노가리, 이빨, 쌩, 뼁끼, 후라이…. 반면 진실의 비속어는 없다. 진실을 비꼬거나 능멸하면 자신이 거짓 편에 선 느낌이 들기 때문인가 보다. 우선 공갈(恐喝)은 본래 협박을 뜻하는데, 6·25 전쟁 이후 남을 해코지하는 거짓이란 의미로 널리 쓰였다. 썰은 말(說) 또는 혀(舌)에서 나온 속어다. 뻥튀기에서 유래한 뻥은 거짓말보다는 허풍의 뉘앙스가 강하다. 노가리(명태 새끼)는 명태가 한번에 수많은 알을 낳듯이, 말이 많으면 진실성이 없음을 빗댄 것이다.이빨과 쌩의 유래는 불분명하다. 거짓말을 할 때면 말이 많아져 이빨을 드러내는 모양이 연상된다. 쌩은 ‘바람이 세차게 스쳐 지나가는 소리 또는 모양’을 가리키는데 거짓말에 그런 느낌이 들긴 한다.뼁끼와 후라이는 스포츠에서 나왔다. 배구 권투에서 속임 동작인 페인트(feint)가 한글표기상
‘목련이 일찍 피는 까닭은/세상을 몰랐기에/때묻지 않은 청순한 얼굴 드러내 보임이요/목련이 쉬 지는 까닭은/세상 절망했기 때문이요/봄에 다시 피는 까닭은 혹시나 하는 소망 때문입니다.’(김상현 ‘개화의 의미’)목련이 활짝 핀 4월의 한복판이다. 봄꽃 중 가장 크고 순백인지라, 목련만한 시재(詩材)도 없나 보다. 시인들은 목련을 “아이스크림처럼 하얀 봄을 한입 가득 물고 있는 아이들의 예쁜 입”(제해만), “갑자기 바람난 4월 봄비에 후두둑 날아오른 하얀 새떼의 비상”(김지나), “어두움을 밀어내려고 전생애로 쓰는 유서”(박주택) 같다고 했다.목련이 핀 모습을 두고 “흰 붕대를 풀고 있다”(손동연), “하늘궁전을 지어놓았다”(문태준), “내 어릴 적 어머니 분냄새가 난다”(홍수희)거나, “빤스만 주렁주렁 널어놓고 흔적도 없네”(정병근)라는 시인도 있다. “아픈 가슴 빈 자리에 하얀 목련이 진다”는 양희은의 ‘하얀 목련’은 불후의 명곡이 됐다.목련(木蓮)이란 이름은 불교에서 유래했다. 나무에 핀 연꽃이란 의미다. 사찰의 문살 문양에 6장 꽃잎도 목련을 형상화한 것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뮬란’은 중국말로 목련이다. 꽃봉우리는 약간 매운 맛이 나, 한방에서는 신이화(辛夷花)라고 부른다.목련은 늘 북쪽을 향해 피어 북향화(北向花)라고도 한다. 임금이 계신 북쪽을 향하기에 충절을 상징했다. 이는 햇볕을 잘 받는 남쪽 화피편(花被片)이 북쪽 화피편보다 빨리 자라, 꽃이 북쪽으로 기울기 때문이다.흔히 보는 목련은 유감스럽게도 국내 원산인 ‘Magnolia kobus’(목련)가 아닌 중국 원산의 ‘Magnolia denudata’(백목련)이다. 목련은 꽃잎 안쪽이 붉은색인데, 백목련은 모두 흰색
코난 도일의 첫 추리소설 ‘주홍색 연구’의 2부 첫장 ‘알칼리 대평원에서’에는 이런 표현이 나온다. “끝난 데를 알 수 없는 모래 바다는 겨울에는 흰 눈으로 빛나고, 여름에는 소금기를 머금은 모래먼지에 뒤덮여 잿빛이 된다.”미국 서부 시에라네바다 산맥에서 네브래스카주 사이 사막지대를 묘사한 것이다. 염호(鹽湖)인 유타주 솔트레이크 주변 지역은 멀리서 보면 눈이 쌓인 듯하지만 가까이 가보면 소금가루 천지다. 알칼리 대평원이란 이름이 소금과 연관이 있는 셈이다. 알칼리(alkali)는 아랍어로 관사인 알(al)과 재를 뜻하는 칼리(kali)가 합쳐진 말이다. 나트륨 칼륨 등이 함유된 식물을 태운 재를 가리켰다. 이것이 일반화돼 재 추출물처럼 염기성을 띤 물질을 총칭하게 됐다. 알칼리 물질은 물에 잘 녹아 수산화물 형식을 띤다. 흔히 양잿물로 불리는 수산화나트륨이 대표적이다.흥미로운 사실은 수산화나트륨(NaOH)에 강한 산성인 염산(염화수소·HCl) 용액을 섞었을 때 나타나는 중화 반응이다. 수산화나트륨의 OH-가 염화수소의 H+와 결합해 물(⑪)이 되고, 나머지 Na+와 Cl-가 합쳐져 소금(NaCl)이 된다. 염기와 산의 대표격인 두 독성물질이 섞여 인체에 필수적인 물과 소금으로 바뀌니 신기할 따름이다.우리 인체도 이런 화학적 신비를 내포하고 있다. 사람은 인종, 피부색, 나이에 관계없이 몸속 수소이온 농도(pH)가 7.4 안팎으로 균일하다. 중성(pH 7.0)에 가까운 약(弱)알칼리성이다. 혈액의 pH가 0.2 이상만 달라져도 생명에 지장을 줄 정도라고 한다. 건강은 곧 ‘산-염기 평형’을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음식을 고루 먹는 것이야말로 산-염기 평형을 도모하는 길이다.국내에선 몇 해 전 알칼리수의
이청준의 소설 ‘이어도’(1974년)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긴긴 세월 동안 섬은 늘 거기 있어왔다. 그러나 섬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섬을 본 사람은 모두가 섬으로 가버렸기 때문이었다.”제주 사람들에게 이어도(離於島)는 환상의 섬, 피안의 섬이다. 이여도 또는 파랑도로도 불린다. 예부터 남편이나 아들이 바다에 나가 돌아오지 않으면 이어도에 산다고 믿었다. 고은의 시 ‘이어도’에서도 “아무도 이어도에 간 일이 없다/그러나 누구인가 갔다 한다/가서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한다”고 썼다.해녀들이 바다에 나갈 때 부른 ‘이어도 타령’이 구전돼 내려온다. “이엿사나 이여도사나”라는 도입부는 노 저을 때의 여음인데 ‘이어도로 가자’ 또는 ‘이어도에 사느냐’는 뜻이라고 한다. 이어도는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상징하기에 수많은 문화예술 작품의 소재가 됐다. 김기영 감독의 영화 ‘이어도’(1977년)가 유명하고, 최근 가수 이상은이 같은 타이틀의 노래도 발표했다.전설 속 이어도의 실체가 확인된 것은 1900년 영국 상선 소코트라호가 제주 남쪽 바다에서 암초에 걸려 좌초하면서다. 영국 해군은 1910년 수심 5.4m 아래 암초를 측량했다. 이어도의 국제 명칭이 ‘소코트라 암초(Socotra Rock)’가 된 이유다. 이어도의 위치는 제주 마라도 서남쪽 149km 떨어진 곳이다. 이름은 섬이지만 실제론 4개 봉우리로 구성된 거대 수중 암초다. 1984년 제주대 탐사팀이 정상부가 해수면 4.6m 밑에 있음을 확인했다. 평상시엔 보이지 않다가 파고가 10m 이상 돼야 모습을 드러낸다. 그 옛날 누군가 이어도를 봤다면 격랑 속에 무사히 귀환하기 어려웠기에 그런 전설이 생겼을 것이다.정부는 1995년부터
미국 대선과정을 보면 무척 복잡하게 느껴진다. 우선 1단계로 대선 예비후보들이 50개주에서 당원대회인 코커스(caucus)나 일반인도 참여하는 프라이머리(primary)로 경선을 벌인다. 지난 1월3일 아이오와주 코커스를 필두로 23개주가 코커스를, 27개주는 프라이머리를 실시한다. 오는 6월26일 유타주까지 경선이 종료된다. 2단계는 후보를 확정하는 전당대회다. 공화당이 8월27일, 민주당은 9월3일이다. 공화당이 1주일 먼저 전당대회를 여는 것은 약자(야당)에 대한 배려다. 민주당은 오바마 대통령이 연임에 나서기에 경선이 없다. 3단계는 대통령 선거다. 선거일은 11월 첫 월요일 다음 화요일(11월6일)이다. 엄밀히 따지면 대통령 선거인단을 뽑는 날이다. 선거인단은 상원(100명)·하원의원 수(435명)에다 워싱턴DC에 배정된 3명을 합친 538명이다. 과반수인 270명 이상 얻으면 당선이 확정된다.선거일이 11월 초인 것은 농업국가의 유산이다. 농번기와 혹한을 피하기 위해서다. 여름방학이 3개월이나 되는 것도 농사일로 바쁜 부모를 도우라는 취지였다고 한다. 미국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은 주별 선거에서 단 한 표라도 많으면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가는 ‘승자독식’에 있다. 2000년 대선에서 조지 W 부시는 앨 고어보다 총득표 수에서 50여만표 적었지만 선거인단 수에서 271 대 266으로 앞서 당선됐다. 이런 소수파 대통령은 43대 부시 외에도 6대 존 퀸시 애덤스, 19대 러더퍼드 헤이스, 23대 벤저민 해리슨 등 4명이다. 승자독식을 채택한 것은 미국은 유럽처럼 나라가 먼저 있고 나중에 투표권이 주어진 게 아니라, 먼저 주민이 있고 주(州)가 생긴 뒤 연방국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다수결 원칙과 배치되지만 각 주의 대표권을
링컨의 평생 라이벌인 스티븐 더글러스가 링컨을 두 얼굴의 사나이라고 공격했다. 링컨이 청중들에게 물었다. “내가 만일 다른 얼굴이 있다면 지금 이 (못 생긴) 얼굴을 하고 있겠습니까?”레이건은 73세 때 재선에 도전했다. 대선 경쟁자 월터 먼데일이 TV토론에서 “나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고령을 걸고 넘어졌다. 레이건은 “나는 선거에서 나이를 문제삼지 않겠다. 당신이 너무 젊고 경험이 없다는 사실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고 되받았다. 먼데일조차 웃지 않을 수 없었다.링컨·레이건이 존경받는 이유링컨과 레이건이 미국인의 존경을 받는 이유로 담대한 낙관주의와 여유로운 유머를 빼놓을 수 없다. 레이건은 저격당하고도 간호사들이 지혈을 위해 몸에 손을 대자 대뜸 “낸시(부인)에게 허락받았냐”고 물었다. 이런 위트는 국민을 안심시키는 묘약이 됐다. 링컨은 남북전쟁 와중에도 “나는 울면 안 되기 때문에 웃는다”고 했다. 웃음에 고통을 치유하는 힘이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안 것이다.믿기 힘들겠지만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본 사람들은 그의 유머감각에 한결같이 놀란다. 영어 실력을 묻는 질문에 “영어가 잘 되면 큰소리로 고함을 지를 텐데 안 되니까 (정상들과) 껴안고 소곤소곤한다”는 MB다. 기자들에겐 “언론인을 만나보면 다들 멀쩡한데 신문을 보면 영 아니다”고 농담도 건넨다. 수시로 좌중의 폭소가 터진다. 단, 비공개 자리에서다. 그런 MB가 공식석상에만 나서면 영 딴사람이 된다. 잔뜩 굳은 표정에 감동도 유머도 없다. 대신 “내가 해봐서 아는데”를 입에 달고 산다. 장사를 해봐서 서민 고충을 알고, 경영을 해봐서 기업인의 애로를 안다는 식이
일제 식민치하이던 1918년 매일신보의 기사다. “경성에서 독감(毒感)으로 사망한 사람이 268명인데 그중에서 조선 사람이 119명이다.”(11월12일자) “서산 1군에만 8만명의 독감 환자가 있고, 예산·홍성서도 야단이다. 감기로 사망한 사람이 2000명이나 된다.”(12월3일자)당시 인구의 38%인 758만명의 독감 환자가 발생해 14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무오년 독감’이다. 이는 역사상 가장 치명적이었던 스페인 독감에서 비롯됐다. 불과 2년 새 2500만~5000만명(일부 추정은 1억명)이 사망해 사상 최대의 의학적 홀로코스트로 불린다.스페인 독감은 1차 대전 막바지에 미국 유럽을 비롯 아시아 아프리카, 심지어 북극과 태평양 섬들까지 퍼졌다. 1차 대전 사망자(900만명)의 3~5배가 독감으로 죽은 것이다. 스페인 독감이란 이름은 비참전국인 스페인에서 전시 보도통제가 없어 자주 보도된 때문이며 발원지와는 무관하다고 한다.독감을 뜻하는 인플루엔자(influenza)는 이탈리아어 ‘인플루엔자 델 프레도(감기의 영향)’란 말에서 유래했다. 2400년 전 히포크라테스가 인간의 독감 증상을 명확히 기록했을 정도로 뿌리가 깊다. 근래 들어 1957년 아시아 플루, 1968년 홍콩 플루에다 최근엔 신종 플루(SI) 조류 독감(AI)이 수시로 유행한다. 치명성은 예전보다 많이 낮아졌다지만 미국에서조차 연간 5만6000명이 독감과 폐렴으로 사망하는 실정이다.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독감을 흔히 ‘독한 감기’ 정도로 여기지만 감기와는 원인 바이러스가 전혀 다른 질병이다. 독감 바이러스는 A형(고병원성), B형(약병원성), C형(비병원성)으로 나뉜다. 주로 문제가 되는 게 A형이다. 단백질 결정체인 바이러스
“일본의 진짜 위기는 초(超)저금리 상태에 안주해 있다는 점이다. 국채를 늘려도 금리가 안 오르니 재정은 방만해지고, 기업은 낮은 수익에도 생존이 가능하니 국제경쟁력을 잃고 있다.”1980년대 미국마저 넘보던 일본이 추락하는 이유에 대해 도이 다케로 게이오대 교수는 ‘초저금리 원죄론’을 꼽았다. 비정상적으로 낮은 금리가 경제 활력은커녕 악착같이 노력하려는 의욕마저 잃게 만들었다는 얘기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일본은 한국이 따라잡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거대한 산이었다. 히지만 현재의 일본은 무력감과 꽉 막혔다는 의미인 ‘폐색감(閉塞感)’에 휩싸여 있었다. 작년 3·11 대지진은 이런 분위기를 가속화, 고착화시킨 계기가 됐다.지난 7일 오후 10시30분, 도쿄 호텔방의 침대가 좌우로 흔들리며 다소 울렁증이 느껴졌다. 진도 3.0의 지진이었다. 이튿날 만난 일본인들에게 물어봤더니 한결같이 그게 뭐 대수롭냐는 반응이었다. 재난이 일상화된 터라 그저 순응하고 사는 것이다.문제는 이런 ‘숙명론’이 대지진 이후 경제·사회 전반에도 똑같이 퍼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돈을 풀어 소비를 늘리고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한 ‘제로(0)금리’ 정책은 벌써 만 10년이 흘렀다. 한 해 나라 예산의 48%를 빚을 얻어(국채를 발행해) 조달하는데도 연 1% 안팎인 낮은 국채 금리가 안 올라가니 괜찮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고 도이 교수는 진단했다. 세계가 보는 일본은 ‘만성 중증환자’다. 국가 채무는 국내총생산(GDP)의 200%가 넘고, 신용등급(AA-) 추가 강등 가능성도 예고됐다. 지난해 31년 만에 무역적자를 냈고, 소니 파나소닉 등 간판 전자기업들은 수천억엔대 적자 늪에 빠졌다. 국제금융시장에선
희망 잃은 일본의 젊은이 2009년 니혼게이자이신문에 흥미로운 사진 두 장이 나란히 실렸다. 20년 사이 확연히 달라진 일본항공(JAL)의 입사식 모습이었다. 일본항공은 항공사답게 아리따운 스튜어디스들이 많아 연초 입사식 모습이 언론에 단골로 보도되는 기업이다. 1980년대 말에는 형형색색 화려했던 신입사원들의 복장이 2009년엔 스튜어디스조차 모두 어두운 단색으로 바뀐 것이다. 이 일화를 들려준 모리 지하루 요미우리신문 논설위원은 ‘잃어버린 20년’을 거치며 일본은 젊은 세대의 개성이 사라진 사회가 됐다고 진단했다. 지금 일본의 20대가 겪고 경험한 것이라고는 1990년대 거품경제 붕괴,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1년 9·11 테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대지진 등 혼란과 공포뿐이다. 젊은 세대가 누에고치(코쿤) 속에 안주하는 ‘코쿤족’이 돼가는 이유다.일본의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를 보는 시각은 한마디로 실망과 우려 일색이다. 구보타 마사카즈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전무는 그런 심정을 잘 요약했다. “우리가 젊었을 때는 해외로 나가는 게 즐거웠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일본 안에서 만족하고 바깥 세상에 대한 호기심도 없다. 심지어 게이단렌 직원들조차 해외 근무를 권하면 인터넷으로 다 알 수 있으니 나갈 필요가 없다며 꺼린다.”이런 코쿤족 현상은 유학 기피에서 두드러진다. 일본 대학생들은 보통 3학년 말부터 취업에 나서는데, 비싼 돈 들여 고생하며 유학해봐야 취업 기회만 놓친다는 것이다. 미국 국제교육연구소(IIE)의 2010년 통계를 보면 일본의 미국 대학 유학생 수는 2만1290명으로 전년보다 14.3% 줄어 세계 7위에 그쳤다. 반면 한국은 1.7% 늘어난 7만3351명으
나침반도 내비게이션(차량용 자동항법장치)도 없던 고대에 사람들은 어떻게 광활한 사막이나 바다에서 길을 찾았을까. 성서에서 동방박사들은 동방(페르시아로 추정)에서 베들레헴까지 별을 따라갔다. 하늘의 해와 별은 고대의 나침반이었지만 그나마 흐린 날에는 소용이 없었다.인류의 이동거리가 비약적으로 확대된 것은 나침반 덕이다. 불과 100년 전만 해도 항해는 나침반과 지도에만 의존했다. 빅토르 위고가 나침반을 ‘배의 영혼’이라고 부른 이유다. 나침반은 12세기 십자군 전쟁 때 아랍을 거쳐 서양에 전해졌지만 그 효시는 중국이다.종이 화약과 함께 중국의 3대 발명품인 나침반의 최초 기록은 BC 4세기 춘추전국시대까지 올라간다. 당시 저술인 ‘귀곡자(鬼谷子)’는 “정(鄭)나라 사람들이 옥을 구하러 갈 때 길을 잃지 않도록 지남기(指南器)를 가져갔다”고 기록했다. 지구 자기장에 의해 남극이 N극이 돼 자석의 S극은 항상 남쪽을 가리키는 원리를 중국인들은 2300년 전에 알고 있었던 셈이다.이슬람권에선 최대 성지인 메카의 방향을 알려주는 키블라(qiblah) 나침반을 고안했다. 어디서나 하루 다섯 번 메카를 향해 경배하기 위해서다. 나침반에 남북 표시 자침 외에 메카를 가리키는 초록색 화살표를 그려 넣었다. LG전자는 2003년 메카 방향과 기도시간을 알려주는 ‘메카 인디케이터 폰’을 출시해 무슬림의 인기를 모았다.세계적으로 내비게이션이 안 달린 차가 드물 정도지만 그 역사는 일천하다. 일본 혼다가 1983년 지자기와 필름지도를 이용한 아날로그식 내비게이션을 처음으로 개발했다. 하지만 고속 주행이나 고압선 밑에선 오차가 너무 커 별 쓸모가 없었다.요즘과 같은 내비게이션이
미국 아이오와(Iowa)주는 중서부에 있지만 서부영화의 풍광과는 전혀 딴판이다. 사방이 지평선일 만큼 평평하다. 아이오와 출신 저술가 빌 브라이슨은 ‘발칙한 미국횡단기’에서 “전화번호부 두 권을 놓고 올라서면 다 보인다”고 익살을 떨었다. 콘(옥수수)벨트, 비프(소고기)벨트에 속하는 아이오와는 브라이슨의 말처럼 정말 볼 게 없다. 면적은 우리나라의 1.4배인데 인구는 304만명에 불과하다. 주민 92%가 백인이고 농장은 9만여개에 이른다. 사람보다 소 돼지가 더 많다.아이오와주는 영화 덕에 종종 유명세를 탔다. 케빈 코스트너의 1989년작 ‘꿈의 구장’은 아이오와주 시골마을 다이어스빌이 배경이다. 영화 속 야구광인 농부가 옥수수밭을 밀어 만든 야구장은 실제 관광명소가 됐다.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1995년)는 아이오와주 매디슨 카운티(郡) 윈터셋에 있는 로즈맨 다리에서 촬영했다. 이 나무 다리의 지붕은 비 맞아 썩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4대 대통령 제임스 매디슨의 이름을 딴 매디슨 카운티는 아이오와 말고도 다른 18개주에도 있다. 역사는 짧고 국토는 드넓으니 붙일 이름이 별로 없었나 보다. 미국 동부 깍쟁이들은 아이오와를 그야말로 깡촌으로 여기지만, 이곳 출신 유명 배우가 꽤 많다. 윈터셋에서 태어난 존 웨인을 비롯해 ‘반지의 제왕’ 프로도 역의 일라이저 우드, 데미 무어의 16살 연하 전(前) 남편 애쉬튼 커처 등이 있다.미국 대선의 서막인 코커스(당원대회)가 가장 먼저 열려 세계의 이목이 쏠리기도 한다. 연초 공화당의 아이오와 코커스에선 미트 롬니와 릭 샌토럼이 초접전을 벌였다. 아이오와 코커스는 1972년 시작됐다. 1996년 대선에서 루이지애나주가 먼저
2009년 니혼게이자이신문에 흥미로운 사진이 나란히 실렸다. 일본항공(JAL)의 20년 사이 달라진 입사식 모습이다.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화려했던 신입사원들의 복장이 2009년엔 스튜어디스조차 모두 어두운 단색으로 바뀐 것이다.이 일화를 들려준 모리 지하루 요미우리신문 논설위원은 ‘잃어버린 20년’을 거치며 젊은 세대의 개성이 사라진 사회가 됐다고 진단했다. 지금 20대가 겪고 경험한 것이라고는 1990년대 거품 붕괴,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1년 9·11 테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작년 대지진 등 혼란과 공포뿐이다. 젊은 세대가 누에고치(코쿤) 속에 안주하는 ‘코쿤족’이 돼가는 이유다.◆미 대학 유학생, 한국의 3분의1일본의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를 보는 시각은 한마디로 실망과 우려 일색이다. 구보타 마사카즈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전무는 그런 심정을 잘 요약했다. “우리가 젊었을 때는 해외로 나가는 게 즐거웠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일본 안에서 만족하고 바깥 세상에 대한 호기심도 없다. 심지어 게이단렌 직원들조차 해외 근무를 권하면 인터넷으로 다 알 수 있다며 꺼린다.”이런 기류는 유학 기피에서 두드러진다. 보통 대학 3학년 말~4학년 초에 취업에 나서는데, 비싼 돈 들여 고생하며 유학해봐야 취업 기회만 놓친다는 것이다. 미국 국제교육연구소(IIE)의 작년 통계를 보면 일본의 미국 대학 유학생 수는 2만1290명으로 전년보다 14.3% 줄어 세계 7위에 그쳤다. 사우디아라비아보다도 적다. 한국이 1.7% 늘어난 7만3351명으로 중국 인도에 이어 3위인 것과 대조적이다. 다케모리 ?페이 게이오대 교수는 “명문인 게이오대 경제학부조차 하버드 프린스턴에는 유학생이 전혀 없고 컬
경기가 나빠지면 남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관심이 커진다. 섣불리 판단하고 행동하기보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다. 그래서 일상 행동패턴으로 경기 호·불황을 유추하는 경제 속설이 유행한다. 속설이란 ‘입증되지 않은 그럴싸한 이야기’쯤으로 정의된다.대표적인 속설이 ‘치마길이 이론’이다. 경제학자 폴 나이스트롬이 1928년 ‘패션의 경제학’이란 저서에서 호황기에 치마가 길어지고 불황기엔 짧아진다고 주장했다. 2차대전 때 영국은 물자절약을 위해 짧은 치마를 권장했다. 1971년 M 마브리란 학자는 미니스커트가 유행한 60년대에 주가가 되레 올랐다며 정반대 논리를 폈다.두 학자는 ‘보그’ ‘하퍼스바자’ 같은 유명 패션잡지에 실린 최신 여성복의 길이를 경제지표나 주가지수와 비교했다고 한다. 그런데 결론은 왜 거꾸로일까. 각자 우연히 맞아떨어졌거나 단순한 상관관계를 진짜 인과관계로 부풀려 해석한 탓이다. 60년대 등장한 미니스커트는 여성의 자기표현 수단으로, 청바지와 더불어 꾸준히 잘나가는 스테디셀러일 뿐이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립스틱보다 파운데이션(기초화장품)이 잘 팔려 이제는 ‘립스틱 효과’ 대신 ‘파운데이션 효과’라고 보도했다. 이 역시 견강부회다. 여성들이 색조화장보다 기초화장에 치중하는 게 세계적 유행이 된 때문이지 불황과는 무관하다. 더구나 파운데이션은 립스틱보다 훨씬 비싸다.국내에선 불황에 소주가, 호황엔 맥주가 잘 팔린다고 하지만 이것도 엉터리다. 소주와 맥주는 대체재가 아니며 어떤 술이든 불황기엔 가정용이, 호황기엔 업소용이 잘 나간다. 막걸리 붐도 싼 가격이 아니라 웰빙바람 덕이다. 이
“일본은 지금 현역(15~64세) 3명이 고령자(65세 이상) 1명을 부양하지만, 두살배기가 서른이 되는 2040년엔 현역 1.2명이 고령자 1명을 부양해야 한다.”(다케이시 에미코 호세이대 교수) 일본 복지시스템이 흔들리는 근본 원인이다. 고령화로 사회의 노년층 부양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반면, 인구가 줄고 경제는 위축돼 미래는 더욱 암담하다. 이는 한국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정치권이 복지 개혁은커녕 눈앞의 표에 급급해 재원대책 없이 포퓰리즘 공약을 쏟아내는 것도 두 나라가 닮은 꼴이다.◆‘사상누각’ 연금제도가장 큰 문제가 연금이다. 일본 공적연금은 의무가입이고, 그해 걷어 그해에 지급하는 부과방식이다. 한국 국민연금이 이 제도를 벤치마킹했다. 2004년 연금 개혁 당시 ‘100년은 안전하다’고 장담했던 공적연금이 10년도 안 돼 파탄 지경이다. 고령층에 대한 과도한 혜택과 젊은층의 납부 거부 때문이다.연금 구조상 57세(1955년생) 이하는 납부액보다 수령액이 적어지는 역전현상이 발생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1985년생(27세)은 낸 돈보다 713만엔(약 1억700만원)을 덜 받게 된다. 65세가 돼 20년간 연금을 받을 경우 월 3만엔(약 45만원)씩 손해보는 셈이다. 실상이 이러니 연금 납부율은 60% 안팎에 그친다. 국회의원과 관료 중에도 미납자가 수두룩하다. 한국과 달리 미납 시 강제 구상권이 없는 탓이다. 특히 20대는 제대로 내는 사람이 4명 중 1명에 불과하다. 도이 다케로 게이오대 교수는 “5년마다 재추계한 연금 수지가 4~5차례나 빗나갔고, 연금 납부기록 누락자까지 생기자 젊은층의 연금 불신이 더욱 커졌다”고 설명했다.◆빚내서 퍼주는 복지‘단카이 세대’를 포함한 일
“일본의 진짜 위기는 초(超)저금리 상태에 안주해 있다는 점이다. 국채를 늘려도 금리가 안 오르니 재정은 방만해지고, 기업은 저수익에도 생존 가능하니 국제경쟁력을 잃고 있다.” 일본의 추락 이유로 도이 다케로 게이오대 교수는 '초저금리 원죄론'을 꼽았다. 비정상적으로 낮은 금리로 인해 활력은커녕 의욕마저 잃고 있다는 얘기다. 작년 3·11 대지진 이후 1년 만에 둘러본 일본은 무력감과 꽉 막혔다는 의미인 '폐색감(閉塞感)'에 휩싸여 있었다. ...
시부야는 신주쿠, 하라주쿠와 함께 일본 도쿄의 3대 번화가로 꼽힌다. 약 10개 노선이 교차하는 시부야역은 하루 유동인구가 서울 명동의 두 배인 250만명에 이른다. 얼마 전 아이돌그룹 샤이니가 시부야에서 게릴라 이벤트를 계획했다가 대혼잡을 우려한 일본 경찰의 요청으로 시작 30분 전 급히 취소하기도 했다. 시부야의 가장 유명한 볼거리는 ‘시부야 스크램블’이라는 횡단보도다. 스크램블(scramble)이란 차량을 모두 정지시키고 보행자가 어느 방향으로든 횡단할 수 있게 만든 교차로다. 1분30초마다 길을 건너는 인파의 홍수 속에서 보이지 않는 질서정연함이 눈길을 끄는 것이다. 독일 기자가 이를 보고 ‘미라클 크로싱(miracle crossing·기적의 횡단)’이라고 이름 붙여 일본에서 화제가 됐다. 녹색신호가 들어오자마자 수백명이 동시에 여러 방향으로 교차로를 가로지르는데, 신기하게도 사람들은 어깨를 안 부딪힌다. 간혹 부딪히는 사람들도 있지만 십중팔구는 외국인이다. 중국인들은 “절대 불가능한 보행”이라며 경악한다고 한다. 일본인 특유의 ‘메이와쿠(迷惑·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를 피하는 문화가 만들어낸 장관인 셈이다. 이 광경을 내려다 보는 시부야 Q프론트빌딩 2층의 스타벅스는 일본에서 장사가 제일 잘되는 매장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 시부야 스크램블의 질서는 요즘 각광받는 복잡계 이론에서도 주목할 만한 사례다. 무수한 개체(길을 건너는 개개인)는 각자의 행동을 지배하는 법칙을 알지 못하지만, 서로 다양한 영향을 주고받으며 적응해 나간다. 상호 피드백을 통해 무질서 속에 질서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국내에서 우측보행을 시행한 지 벌써 1년 반이 지났다. 정부
환태평양 지진대는 화산활동이 활발해 ‘불의 고리(Ring of Fire)’로 불린다. 특히 인도네시아에는 세계 화산의 6분의 1이 몰려 있다. 500여개 화산 중 128개가 활화산이고, 65개는 분출·폭발 위험이 있다고 한다. 19세기 두 차례 초대형 화산폭발 역시 인도네시아에서 일어났다. 1815년 화산폭발지수(VEI) 7에 달하는 탐보라화산이 분출했다. VEI는 1~8로 분류되는데, 1씩 높아질 때마다 폭발강도는 10배가 된다. 이 폭발로 7만명이 사망했고 북반구 여름기온은 평균 0.5도 떨어졌다.1883년 자바와 수마트라 사이의 크라카타우섬이 폭발(VEI 6)했다. 46m짜리 쓰나미가 덮쳐 3만5000명이 숨졌고, 화산재와 가스가 대기층에 갇혀 유럽과 북미의 하늘까지 붉게 물들였다. 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트 뭉크의 걸작 ‘절규’(1893년)에서 하늘이 핏빛인 것도 이 때문이었다고 미국 텍사스주립대 연구팀은 분석했다.화산은 신화와 전설의 중요한 모티브다. 화산(volcano)의 어원은 로마신화의 ‘불의 신’ 불카누스(Vulcanus·그리스신화의 헤파이스토스)다. 플라톤은 《대화편》의 ‘티마이오스’에서 지진과 화산으로 하루 새 아틀란티스 섬이 사라졌다고 썼다. BC 15세기께 에게해 테라섬(산토리니섬)에서 화산이 폭발해 미노아 문명을 파괴했다. 1965년 테라섬 인근 바닷속에서 고대도시 성곽이 발견되자 이 섬을 전설 속 아틀란티스 문명으로 보는 학자들도 있다.근래 들어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와 2010년 아이슬란드에서 화산이 터졌다. 피나투보처럼 휴화산이 되면 이색관광지로 각광받기도 한다. 반면 아이슬란드에선 ‘앵그리 시스터’로 불리는 카틀라화산과 헤클라화산 폭발 우려가 높다. 헤클라화산은 중세 이래 20번 이상 분출해 ‘
영국 프리미어리그(EPL)에는 선수, 감독, 구단주의 국적에 제한이 없다. 주전 모두를 외국 선수로 짤 수도 있다. 이번 시즌 20개 팀에서 그라운드를 밟아본 선수가 488명인데, 국적은 무려 66개국에 이른다. 강등권(하위 3팀) 탈출 싸움은 선두경쟁보다 더 흥미진진하다. 이런 개방과 경쟁 시스템이 EPL을 212개국, 6억가구가 시청하는 세계 최고 리그로 만들었다.66개국 선수가 뛰는 최고리그일본에는 기성(碁聖) 명인(名人) 본인방(本因坊)이란 3대 기전이 있다. 조치훈이 90년대 본인방을 10연패했고, 대삼관(3대 기전 그랜드슬램)을 네 번이나 이뤄 국내 바둑팬에게도 친숙하다. 3위 기전인 본인방도 우승상금이 약 5억원에 달해 웬만한 세계기전의 두 배다. 하지만 일본 바깥에선 잊혀진 그들만의 리그가 됐다. 일본기원 소속기사들만 참가를 허용하는 폐쇄성 탓이다. 우물안 일본 기사들은 세계랭킹 50위 안에 단 한 명(32위)만 남았다.영국과 일본은 대륙에 면한 섬나라여서 공통점이 많지만 국기(國技)를 세계화하는 데에는 정반대 길을 걸었다. 80년대 몰락하던 노(老)제국 영국은 경쟁을 수용해 부활한 반면, 80년대 욱일승천했던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에 신음하는 처지임을 EPL과 본인방이 극명하게 상징한다. 평평해진 세상에서 경쟁은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머리만 처박으면 숨었다고 믿는 타조들을 위한 무대는 어디에도 없다.하지만 한국 사회는 점점 타조들이 판친다. 정치인들은 국민에게 피곤한 경쟁을 안 하게 해주겠다고 경쟁들이다. 남 탓, 사회 탓으로 돌리면 표가 온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MB정부와 한나라당은 공생·공정이란 미명 아래 경쟁을 천하고 탐욕스런 것으로 몰아가고, 민주통합당
1812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주지사 엘브리지 게리는 주(州) 상원 선거에서 소속 정당이 유리하게끔 멋대로 선거구를 조정했다. 선거에서 야당보다 적은 표를 얻고도 의석수는 29 대 11로 압승했다. 그가 미 독립선언문 서명자였고 4대 대통령 매디슨 밑에서 부통령을 지낸 걸 보면 미국 민주주의도 초기엔 문제가 많았던 모양이다.특정 정당이나 후보에게 유리하게 선거구를 자의적으로 나누는 것이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이다. 게리가 그린 선거구의 모양새가 그리스 신화의 괴물 샐러맨더(salamander·불도마뱀)와 닮았다 하여 지역 신문이 붙인 이름이다. 게리맨더링은 원칙적으로 위헌이지만 예외는 있다. 1986년 투표권리법 제정 이후 흑인의 연방하원 진출이 용이하도록 소수계 인구가 과반수를 넘는 선거구를 용인한다. 이른바 ‘블랙 게리맨더링’이다.일본판 게리맨더링도 있다. 1954년 하토야마 이치로 당시 총리는 개헌(자위대 창설 목적) 정족선인 의석수 3분의 2를 확보하기 위해 소선거구제로 바꾸고 선거구를 이리저리 칼질했다. 그러나 ‘하토만다(하토야마의 게리맨더링)’라는 비난 여론이 들끓어 소선거구 법안은 2년 뒤 폐지됐다. 그가 2009년 총리를 지낸 하토야마 유키오의 조부다.아일랜드에선 1973년 당시 지방행정장관이던 제임스 털리의 이름을 따 ‘털리맨더링(tullymandering)’으로 통용된다. 털리가 수도 더블린과 주변지역 선거구를 멋대로 쪼갰다 실패한 데서 유래했다. 아일랜드는 이듬해 선거법을 고쳐 행정구역을 가르는 선거구 획정을 금지했다.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 대다수 국가들이 선거구 법정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선거구를 인구밀도, 지리적 근접성, 행정구역에 맞추도록 한
풍산개 원산지인 함경남도 풍산군은 1914년 ‘북청물장수’의 북청군과 ‘삼수갑산’의 갑산군 일부가 합쳐져 생긴 지명이다. 개마고원 중심부에 위치해 해발 2000가 넘는 고봉준령이 즐비하다. 1954년 북한 행정구역 개편 때 김일성의 숙부 이름을 따 량강도 김형권군(郡)이 됐다. 북한측 자료에 의하면 풍산개의 유래엔 두 갈래 설이 있다. 첫째 토착견이 늑대와 교잡으로 산악지대에 잘 적응하게끔 진화했다는 설이다. 풍산개는 털이 촘촘해 영하 30도에도 밖에서 잘 수 있다. 둘째 시베리안 라이카가 이 지역으로 흘러들어왔다는 설이다. 맹수를 사냥할 만큼 대담한 개는 시베리아 라이카와 풍산개밖에 없기에 설득력이 있다. 풍산개는 일제 때인 1942년 모리 다메조 경성제대 교수의 조사를 토대로 진돗개와 함께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북한은 1964년부터 민간 사육을 금하고 순혈 유지에 공을 들여왔다. 북한 잡지 ‘천리마’에 따르면 성견은 키 55~60, 몸길이 60~65, 몸무게 20~30으로 진돗개보다 약간 크다. 평소엔 온순해도 맹수를 만나면 절대 물러서지 않고 후각 청각은 개 중에서도 월등해 사냥견 경비견 군견으로 두루 쓰인다.풍산개 두 마리가 호랑이를 물리쳤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생후 45일이면 닭을 사냥할 정도로 야성이 강하다. 다른 맹견들과 겨룬 얘기도 많다. 1998년 풍산개와 진돗개가 3 대 3으로 맞붙은 결과 1승1무1패의 호각세였다. 1980년대엔 일본 대표 견종인 아키다와 싸웠는데 풍산개의 완승으로 끝났다. 북한에선 풍산개가 덩치 큰 셰퍼드(미국을 상징)를 이겼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국내에선 1993년 중국 옌볜에서 풍산개 15마리가 처음 반입돼 붐이 일었다. 신세계백화점이 강아지
주관적인 행복을 수치로 잴 수야 없겠지만 그런 시도는 적지 않았다. 미국 경제학자 새뮤얼슨은 ‘행복=소유÷욕망’으로 정의했다. 소유가 일정하다면 욕망을 줄여야 행복해질 테니 불교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와도 통한다. 영국 심리학자 로스웰은 ‘행복=P+(5×E)+(3×H)’이란 행복공식을 제시했다. 인생관 적응력 등 개인적 특성인 P(personal)보다 건강 돈 등 생존조건인 E(existence)가 5배, 개인의 자존심 야망 등 상위욕구를 뜻하는 H(higher order)가 3배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국가 간 비교 잣대로 영국 민간 싱크탱크인 신경제재단(NEF)의 행복지수(HPI)가 흔히 인용된다. 2009년 143개국을 조사해보니 10위권이 베트남(5위)을 빼곤 코스타리카 도미니카 등 중남미 국가 일색이었다. 천혜의 환경, 낙천적 국민성에 행복인자가 있는 것 같다. 한국은 68위였다. 2006년(102위)보다 엄청 높아졌지만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은 없다.행복지수 1위로 알려진 히말라야 밑의 작은 나라 부탄은 순위가 2006년 8위, 2009년 17위로 떨어졌다. 소득이 오르면서 집집마다 TV가 보급돼 바깥 세상 소식을 접하면서 불만이 늘어난 탓이라고 한다. 그만큼 행복은 상대적이다. 하지만 부탄은 1970년대 국내총생산(GDP)이 아닌 국민총행복(GNH)을 내세워 최초의 행복지수 개발국가로 꼽힌다. 일정수준 이상에선 소득이 높아진다고 국민이 더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이스털린의 역설도 있다. GNH 개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새롭게 부각됐다. OECD는 주거 환경 안전 등 11개 항목을 토대로 회원국 GNH 순위를 매긴다. 호주가 1위, 한국은 26위다.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은 2008년 스티글리츠에게 행복GDP 개발을 의뢰하기도 했다.국내에서도 청와대가 2009년 국
1년도 채 안 남았다. 마야력(曆)이 예언했다는 지구 종말이. 마야력은 2012년 동짓날(12월21일)에서 멈춰 있다. 주역에서도 2012년 종말을 암시했다고 한다. 영화 ‘2012’의 장면도 눈에 선하다. 지레 쫄지는 마시라. 1990년대 휴거 소동도, 노스트라다무스의 1999년 종말 예언도 해프닝이었을 뿐이니까. 최초의 종말 신앙은 조로아스터교다. 신(神) 아후라 마즈다가 예정한 심판일이 오면 구세주가 나타나 모든 영혼이 부활하고 악은 소멸된다고 봤다. 이는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와 미륵신앙에서 말하는 종말론의 원천이 됐다. 역사상 셀 수도 없는 사이비 종교와 예언가들이 성서를 멋대로 해석해 종말을 외쳐왔다. 심지어 아이작 뉴턴조차 구약 다니엘서를 토대로 지구 종말이 2060년 온다고 계산했을 정도다.뉴턴도 예언한 종말론은 허구현대의 종말론은 과학의 외피를 쓰고 다가왔다. 60년대 인구폭발과 세계 대기근론, 70년대 자원고갈론, 80년대 산성비, 90년대 세계적인 유행병 등이 그렇다. 예언이 실현된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인류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었다. 물론 반성하는 사람도 없다. 2000년대 들어선 인간에 의한 지구온난화를 새로운 종말 신앙으로 대체했다. 지구를 구할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과장된 설교 덕에 늘어난 것은 각국의 신재생에너지 보조금이요, 태양광 공급과잉이다.사람들이 종말론에 매료되는 이유는 인간 의식이 영생이란 개념보다는 세속의 기승전결 구조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란 게 미국 예언가 실비아 브라운의 지적이다. 시작과 끝을 궁금해 하듯 인과관계가 부정확하거나 치우친 정보만 입력될 때 사람은 쉽게 의심한다. 종말론과 음모론은 그렇게 단짝을 이룬다. 영국 이
TV 인기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에 휴대용 거짓말탐지기가 등장한 적이 있다. 가상의 부부로 나온 가인이 “결혼 전에 사귄 여자친구 없었어?”라는 물음에 조권이 완강히 고개를 젓자 탐지기에 손을 넣게 했다. 잠시 후 조권은 화들짝 놀랐다. 거짓으로 탐지돼 손가락에 전기자극이 가해진 것이다.영화 ‘로마의 휴일‘에 소개돼 세계적 명소가 된 ‘진실의 입’은 거짓말을 한 사람이 손을 넣으면 손목이 잘린다는 전설이 있다. 영화에서 그레고리 펙이 손을 넣었다 진짜 잘린 척하는 장면을 찍을 때 오드리 헵번에겐 미리 알려주지 않아 놀란 표정이 더욱 실감났다고 한다. 사람들은 거짓말을 자주 한다. 8분마다 한 번꼴, 심지어 하루 200번쯤이란 연구 결과도 있다. 올해 직장인이 꼽은 최고의 거짓말 1,2위가 “회사를 그만두고 말지“와 “언제 밥 한번 먹자”였다. 개그콘서트의 ‘불편한 진실’처럼 악의없는 하얀 거짓말은 삶의 윤활유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범죄자의 오리발이나 정치인의 새빨간 거짓말이면 얘기가 전혀 달라진다. 거짓말이 빈번한 만큼 탐지기법도 유서가 깊다. 조선시대에는 용의자에게 생쌀을 씹게 했다. 거짓말을 하면 입에 침이 마르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최초의 거짓말탐지기는 1895년 이탈리아 범죄심리학자 체자레 롬브로소가 개발했다. 거짓말할 때 무의식 중에 심장박동 호흡 혈압 등의 변화를 감지하는 원리다. 국내에는 1960년대에 도입돼 1980년 이윤상군 유괴살해범을 잡는 데 공헌하기도 했다.거짓말탐지기의 정확도는 90%가 넘지만 완벽한 건 아니다. 정서 반응에 의존하기에 잘 훈련된 사람이나 사이코패스, 정신이상자 등에겐 소용이 없다. 법정에서도 직접 증
“기자 채용까지 흥행 방식으로 하나.” “진짜로 스펙을 안 볼까?” 한경미디어그룹이 수습기자 채용 서바이벌인 '나는 기자다 2011'을 지난 8월 말 처음 공고했을 때만 해도 언론고시 준비생들의 반응은 9 대 1 정도로 부정적이었다. 취업이 절실한 대학(졸업)생들에게 또 다른 부담이란 의견부터 식상해진 TV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답습한다는 비난도 나왔다. 심지어 기자협회보는 '한경 기자채용 서바이벌, 혁신인가 상업성인가'라는 타이틀로 비판하기도...
1년간 512쇄,판매량 130만부.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저서 《아프니까 청춘이다》 얘기다. 타깃인 20대는 물론 고교생부터 30대까지 필독서다. 중국 일본 등 7개국에 판권이 팔렸다. '란도샘'(김 교수의 애칭)은 멘토의 대명사가 됐다. 비결은 훈계나 당위론이 아니라는 데 있다. 저자는 자신이 겪은 청춘의 좌절과 실패,방황부터 털어놨다. 기성세대의 경험 · 경륜이란 것도 사실은 무수한 실수와 오류를 듣기 좋은 말로 포장한 것이다. 그래서 란도샘은 조언한다. 인생 80년을 24시간으로 환산해 보라.스물넷은 고작 아침 7시12분,막 집을 나서려는 순간이다. 청춘은 아프다. 정말 아프다. 원하는 대학만 가면 다 될 줄 알았다. 부모 등골 빼가며 공부하고,열심히 스펙도 쌓았다. 결과는 입시보다 몇 배 더 치열한 취업전쟁이다. 이룬 것도,가진 것도 없다. 젊기에 당연하지만 꿈마저 잃는 것은 참기 힘들다. 안 아프면 청춘이 아닌가 보다. 고통의 뿌리는 무엇보다 일자리다. 20대 태반이 백수인 이태백 시대다.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럽 PIGS 국가들이 모조리 정권이 갈린 원인도 청년 일자리다. 월가 점령시위도 마찬가지다. '못 살겠다 갈아보자'의 21세기판이다. 일자리를 주지 못하는 정권은 좌파든 우파든 존립이 어렵다. 위로가 절실한 청춘들에게 안철수 · 박경철의 '청춘콘서트(청콘)'는 빅히트 상품이 됐다. 아픈 곳,저린 곳을 정확히 짚어냈다. 김제동의 '청콘 2.0'도 히트 조짐이다. 정치개그 '나꼼수'까지 더했으니 선거는 보나마나다. 청춘이 아픈 줄 모르는 한나라당이,아프냐고 물어봐주는 야권을 이길 턱이 없다. 뒤늦게 '드림토크'라는 짝퉁을 내놔 또 한번 큰 웃음을 줬다. 청춘은 지금 세상을 욕하고,난장
한경미디어그룹의 기자 채용 서바이벌인 '나는 기자다 2011'의 본선 3차 출품작 29편(신문 23편,방송 6편)이 7일 마감돼 일괄 공개됐다. 지난 9월 시작한 '나는 기자다'도 어느덧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독자와 한경 기자들의 추천을 토대로 최종 결선진출자 20명(신문 16명,방송 4명)을 오는 11일 가린다. 본선 3차 경연 주제는 '직업'이었다. 특히 전쟁과도 같은 취업난을 겪고 있는 참가자들은 예리한 시각으로 직업시장의 문제점을 짚어...
'나는 기자다 2011' 본선 2차 평가가 오는 28일 오전 10시까지 진행된다. 총 30편의 기사와 7건의 동영상이 독자와 한경 기자들의 추천을 기다리고 있다. 경연 주제인 '외국인'에 대해 참가자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해 읽고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특히 140만 외국인을 보는 한국인의 이중 잣대와 제도적 허점을 꼬집는 기사들은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담아냈다. 한국으로 망명온 사람들의 현실을 다룬 기사(서성훈)는 우리가 망명객들을 ...
기자를 구독하려면
로그인하세요.
오형규 기자를 더 이상
구독하지 않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