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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형규 한경BP 대표 한국경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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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채용 서바이벌 나는 기자다 2011] 대학 총장들이 보면 뜨끔할 것

    '나는 기자다 2011' 본선 1차 경연이 10일 마감됐다. 총 40편의 기사와 9편의 동영상이 오는 14일 오전 10시까지 독자와 한경 기자들의 평가를 받게 된다. 본선 경연답게 참가자들이 제출한 기사와 동영상은 예선 때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다. 1차 경연 주제는 대학가 풍속도였다. 대학가의 트렌드,대학생들의 고민,대학사회의 문제점 등에 관한 다양한 시각의 기사를 요구했다. 참가자들은 대체로 취업을 비롯해 대학 교육의 질,지방학생들...

    2011.10.10 00:00
  • [나는 기자다 2011] 스펙 아닌 '땀냄새 나는 기사'로 겨뤘다

    "학벌 외국어점수 자격증 나이 등 사회가 그어 놓은 스펙이 아닌,오롯이 손과 발로 만들어낸 땀냄새 나는 스펙을 공정하게 평가받고 싶습니다. "한경미디어그룹이 주최한 기자 채용 서바이벌 '나는 기자다 2011' 예선 참가자가 당당하게 밝힌 지원 동기다. 처음에는 화려한 학벌과 스펙 대신 기자로서의 도전의식과 열정만 보겠다는 대회 취지에 대해 반신반의한 지원자들의 문의가 많았다. 하지만 지원서에 간단한 신상정보 말고는 스펙을 적는 난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에는 '땀냄새 나는 스펙'으로 실력을 겨뤄보겠다는 지원자들이 쇄도했다. ◆신문 347명 · 방송 35명 참가지난 14~23일 진행한 예선에는 총 382명(신문 347명,방송 35명)이 참가했다. 참가자의 나이는 20세부터 39세까지 다양했고,남녀 비율은 193명과 189명으로 엇비슷했다. 이른바 SKY대 출신이 34명에 그친 반면,비수도권 지방대 출신이 76명으로 두 배를 넘었다. 전문대 출신도 10여명이 지원했다. 학벌과 스펙이란 장애물을 제거한 것이 기자를 꿈꾸는 지방대,전문대 출신들에게 크게 환영받은 것이다. 지방대에 재학 중인 한 지원자는 "기자가 되고 싶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저질 스펙에 나이가 많은 내겐 기회가 잘 오지 않았다"고 지원 동기를 적었다. 또 다른 지원자는 자기소개서에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소개하고 "빈곤은 내 인생 최고의 선물이며,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적어 심사위원들을 숙연케 했다. 본선 진출자는 신문 40명과 방송 10명이다. 신문부문 참가자 수가 월등히 많았다. 유효 경쟁을 고려한 것이다. ◆발로 뛴 수작 많아심사위원들을 고무시킨 것은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뛴 흔적이 역력한 기사가 많고

    2011.09.28 00:00
  • [한경포럼] 뉴스가 흘러넘치는 나라

    한 석 달은 지난 줄 알았다. 8월24일 서울시 주민투표가 끝난 게.서울시장이 물러나고 서울시교육감은 피의자 신분이 됐다. 국회가 인정 넘치는 곳임을 보여준 강용석 구하기는 먼 옛날 일 같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일이 정해지기 무섭게 이른바 명망가들은 줄줄이 출사표를 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졌다. 무(無)당파를 내건 안철수 원장은 조사 때마다 40~50% 지지율로 기성 정당들을 발칵 뒤집었다. 신드롬을 넘어 가히 안철수 쓰나미다. 그런데 닷새 만에 느닷없이 후보 단일화란다. 안 원장이 5년 같다던 닷새 동안 여야는 바보가 돼 버렸다. 최대 피해자는 시장 출마하겠다며 의원직 사퇴서 내고 서울로 이사온 의원이 아닐까 싶다. 성급한 조사기관은 안 원장과 박근혜 의원 간 대선 양자 대결구도로 여론조사까지 벌였다. 42 대 40이다. 이 모든 게 한국 정치판에선 불과 보름이면 충분하다. 뉴스가 흘러넘쳐 강을 이룬다. 적어도 뉴스가 없어 신문을 못 만들 일은 절대로 없다. 호주 뉴질랜드 같은 '지루한 천국'에선 3년이 지나도 다 못 볼 뉴스들이다. 한국에서 7년을 근무한 프랑스 외교관은 한국 사회가 끊임없이 역동적이고 혁신적이라고 평했다. 활력 호기심 적응력 면에선 세계 최고 수준이란 얘기다. 뭐든지 눈이 휙휙 돌아갈 만큼 빠르다. 산업화 민주화가 그렇고 요즘 복지포퓰리즘이나 반(反)기업 조장도 마찬가지다. 하다못해 휴대폰 교체주기도 27개월(해지는 19개월)로 일본(46개월)의 절반으로 짧다. 자동차도 빠르면 3년,길어야 5~7년이면 바꾼다. 좋게 말해 역동적이지 실상은 다이내믹 코리아가 아닌 다이너마이트 코리아다. 뉴스 과잉은 정치 과잉에서 비롯됐고,그 기저엔 한국인의 심리코

    2011.09.07 00:00
  • [천자 칼럼] 성비(性比)

    1954년 작 뮤지컬 영화 '7인의 신부'를 보면 이른바 약탈혼이 등장한다. 산골에 사는 7형제 중 장남이 결혼한 뒤 동생들의 짝을 찾아주러 마을에 내려갔는데,동생들이 각자 신부를 납치해와 결혼한다는 이야기다. 여자가 귀하던 서부 개척시절에 있었을 법한 에피소드다. 성비(性比 · sex ratio)는 역사적으로 혼인풍습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원시시대엔 족내혼과 난혼이 보편적이었으나 기근 질병 전쟁 등으로 성비가 깨지면서 부족 간 다툼과 약탈혼이 만연하게 된다. 고대 로마의 청년들은 이웃 사비니족의 여인들을 강탈했다. 서양 결혼식에서 들러리를 세우는 것은 신부를 되찾으려는 적들을 헷갈리게 만들려는 목적이었다. 고구려 건국신화나 조선시대 보쌈 풍습에서도 약탈혼의 흔적이 엿보인다. 약탈혼이 평화적으로 진화하고,족내혼의 우생학적 폐해를 인식해 인류가 발전시킨 것이 오늘날 족외혼이다. 성비는 여성 100명당 남성 비율로 표시된다. 정상적인 상태라면 1차 성비(출생 성비)는 100을 웃돌고,50세 이상 2차 성비(남녀 성비)는 여성이 장수하므로 100을 밑돌게 마련이다. 우리나라는 2005년(99.5) 처음으로 전체 남녀 성비가 100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나 남성중심 사회인 중동국가들의 성비는 상상을 초월한다. 2005년 통계를 보면 카타르는 성비가 187.8에 달했고 쿠웨이트 152.2,아랍에미리트 144.2 등이다. 자연상태의 출생 성비는 여야 100명당 남아 103~106명이라고 한다. 이 비율을 넘어가면 태아 성감별,낙태,영아 살해 등 인위적인 개입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중국은 지난해 출생 성비가 118.08을 기록했다. 그나마 2004년 124에 비해선 낮아졌지만,19세 이하에서 남성이 2377만명이나 많다고 한다. 다자녀

    2011.08.18 00:00
  • [한경포럼] 그많던 고스톱판 어디로 갔나

    고스톱은 한때 국민오락이었다. 1990년대만 해도 상갓집 돌잔치 집들이는 물론,음식점에서 밥상을 밀어놓고 담요를 펴는 게 흔한 풍속도였다. 시간 · 장소를 불문하고 셋만 모이면 판을 벌여 고스톱 망국론까지 거론됐다. 전두환 싹쓸이,오공비리,03고스톱,DJ고스톱 등 신종 룰이 수시로 등장해 학자들의 연구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 직장인들은 대개 고스톱을 쳐본 기억이 까마득하다고 한다. 고스톱 광풍은 왜 수그러들었을까.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첫 번째 이유다. 집에서 치르던 경조사가 뷔페나 장례식장으로 옮겨졌다. 사내 경쟁이 치열해져 직장 동료들과 어울릴 여유가 없고,다른 즐길거리가 늘어난 이유도 있다. 또 다른 요인은 고스톱이 인터넷에 둥지를 튼 것이다. 포털 검색창에 고스톱이라고 치면 도박사이트가 수십개씩 뜬다. 그 많던 고스톱판은 사라진 게 아니라 PC와 휴대폰 속으로 들어갔다. 언제 어디서나 혼자서 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도박이 된 것이다. 승부에 치열한 국민성과 개인의 원자화(原子化) 추세 속에 혼자 하는 인터넷 불법도박은 비약적인 신장세다. 국세청은 인터넷 불법도박 판돈이 연간 3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도박업자들이 이 중 10%만 챙겨도 3조2000억원을 번다는 계산이 나온다. 최근 황당 뉴스로 등장한 김제 마늘밭 110억원,여의도 물류창고 10억원 상자,축구 승부조작 등이 다 도박사이트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이른바 하우스,카지노바와 바다이야기 같은 머신게임 등은 실태 파악조차 안 된다. 합법적인 도박게임도 즐비하다. 정부는 기존 경마에 이어 경륜(1994년) 정선카지노(1998년) 경정(2002년) 등을 무더기로 허용했다. 작년 이용객은 3954만명,총매

    2011.06.28 00:00
  • [객원 논설위원들의 수다] "지금은 고령화 大전환기…죽음이 위험인가, 삶이 위험인가"

    한경이 형식 파괴, 경계 넘기의 새로운 집담회(集談會)를 선보인다. 집담 주인공은 한경 객원논설위원들이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술잔을 부딪치며 격의 없는 지성의 대화를 시작한다. 첫 집담회는 지난 16일 저녁이었다. 이날의 주제는 리스크(Risk)였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리스크에서부터 저축은행 사태에 이르기까지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과 기업,사회가 직면한 위험은 무엇인지를 놓고 벌인 갈팡질팡의,그러나 수심(水深) 깊은 잡담들이었다. 첫 집담회는 황영기 차병원그룹 부회장의 초청 형식으로 서울 청담동 '차움'에서 있었다. 심각한 대화와 가벼운 농담들이 교차했다. 자,수다 속으로 들어가 보자.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오늘은 황 부회장께서 이렇게 좋은 식당에 초대하셨는데 '차바이오'는 우리 삶이 직면한 건강 리스크를 잘 관리하고 계신지.▼황영기 위원(차병원그룹 부회장)=오늘 식단도 최고의 건강식이다. 적절한 염분,좋은 식재료들이다. 자, 건배! (그렇게 대화가 시작되었다)▼정 실장=오래 사는 것도 요즘은 리스크 아닌가. ▼황 위원=우리 시대가 직면한 최대 리스크는 고령화겠지.역사적 전환기다. 지금의 사회비용,의료비,국민연금 체제가 지속가능한가? 애써 눈 감고 있다. 이게 진짜 리스크다. 거대한 변화가 진행 중인데.▼정 실장=사는 것이 위험인가,죽는 것이 위험인가. ▼복거일 위원(소설가)=오래사는 것도 위험이지.럼스펠드는 지식을 세 가지로 분류했다. 알고 있는 것을 아는 것(known knowns),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known unknowns),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것(unknown unknowns)으로.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은 언제 닥칠지 모를 쓰나미에 대비해 방제시설을 갖추는

    2011.05.18 00:00
  • [한경포럼] '맨살 소통' 트위터 리스크

    지난 12일 신라호텔 뷔페에서의 한복 출입금지 소동이 트위터로 전파된 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아직도 트위터에는 호텔 측을 비난하는 트위트(트위터에 올리는 140자 이내 글)의 홍수다. 72만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작가 이외수 씨,한복을 입고 공중부양했던 강기갑 의원 등이 앞다퉈 논란에 가세했다. 외신에도 기이한 뉴스로 소개됐다. 한복 차림의 대통령 부부가 눈물 흘리는 사진을 신라호텔 전경과 합성한 '한복 논란의 종결자'란 패러디 사진까지 등장했다. 사안이 화급하다고 느낀 호텔 측은 곧바로 진화에 나섰다. 이부진 사장은 사건 당일 당사자를 직접 찾아가 사과했다. 이번 주부턴 트위터 공식계정(@TheShillain)을 열어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이틀 새 270여개 트위트를 올렸지만 아직은 반응이 신통치 않다. 트위트 하나가 특1급 호텔을 철저히 굴복시킨 것이다. 한복 소동이 커진 것은 전염의 3요소를 두루 갖춘 탓이다. 삼성 계열 특급호텔이라는 장소의 특별함,한복을 입고 문전박대 당했다는 소재의 특이함,그리고 트위터라는 전파수단의 특수함이다. 트위터는 전파속도 면에서 블로그나 인터넷 댓글과는 비교가 안 된다. 6억명이 이용하는 페이스북보다 파괴력이 있다는 평가다. 최근 최고경영자(CEO)들 사이에 트위터링이 유행하면서 트위터가 양날의 칼로 떠올랐다. 트위터에 무심코 올린 글이 기업과 CEO의 평판을 순식간에 추락시킬 수 있게 됐다. 중간에 걸러줄 여과기능도 없이 맨살로 소통하는 것이 트위터다. 기업에 '트위터 리스크'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트위터 리스크는 사안 자체의 위험성(hazard)에다 외부 노출도(exposure)를 곱한 만큼 증폭되는 특징이 있다. 그 파괴력은

    2011.04.19 00:00
  • [한경데스크] 자문형 랩의 2년차 징크스

    프로야구에는 '2년차 징크스(sophomore jinx)'가 있다. 루키 때 펄펄 날던 선수가 2년차에 죽 쑤는 현상이다. 선수 본인의 자만심,상대팀의 철저한 대비,팬들의 높아진 기대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통계학자들은 2년차의 부진을 징크스로 여기지 않는다. 타석에 들어서는 횟수가 늘수록 진짜 실력(평균)에 수렴하는 '평균으로의 회귀'로 본다. 한 해 잘했다고 계속 잘할 것이란 기대는 오류라는 얘기다. 자문형 랩어카운트가 본격 성장세를 탄 지 2년차를 맞았다. 증권회사가 투자자문회사의 자문을 받아 운용하는 자문형 랩은 작년 초만 해도 5000억원 미만이던 시장규모가 1년 새 10배가 넘는 5조원대로 불어났다. 작년 상반기 '자문사 7공주'로 빅히트를 치며 가속도가 붙었다. 데뷔하자마자 홈런을 펑펑 때려낸 것처럼 투자자들의 기대를 한껏 부풀린 것이다. 때문에 펀드가 기성복이라면 자문형 랩은 맞춤복에 비유되기도 했다. 자문형 랩이 2년차에도 그런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초창기에는 '한땀한땀 정성을 들인' 맞춤복일 수 있었다. 덩치가 작아 회전(종목 교체)이 수월했다. 수익률 끌어올리기도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과도한 쏠림에 의한 부작용을 염려해야 할 상황이다. 지난달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돌파하는 과정에서 일임형 자산 운용수익률이 코스피지수 상승률보다 높은 곳은 단 한 곳뿐이었다. 자문사도 용빼는 재주는 없었다는 얘기다. 한 자문사는 19개 증권사를 통해 19가지 자문형 랩을 출시했다. 19개 상품의 포트폴리오에 얼마나 차이가 있겠는가. 이쯤 되면 맞춤복이 아니라 대량생산 기성복과 다를 바 없다. 당초 최소 1억원 이상의 고액 자산가를 겨냥했던 자문형 랩이 최하 1500만~30

    2011.01.23 00:00
  • [한경데스크] 한국 증시의 덩치 콤플렉스

    월드컵 참가국 성적은 선수들의 테크닉을 보면 대강 짐작할 수 있다. 드리블한 공이 발에서 3m 이내이면 16강 실력이다. 2m 안쪽이면 8강,1m이면 4강에 들 수 있다. 리오넬 메시가 대단한 것은 공이 발에서 50㎝를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공을 잡아 두세 번 몰다 패스하면 16강이 한계다. 공을 받고 나서 패스하면 8강,원 터치 패스면 4강에 든다. 작은 차이가 좀체 오르기 힘든 벽을 만든다. 한국 증시의 시가총액(9월 말 9876억달러)은 세계 17위다. 아직 16강에 못 들었다. 그럼에도 세계 1등인 종목이 있다. 작년 31억 계약이 거래된 파생상품시장이다. 특히 지수옵션은 한국거래소가 대놓고 자랑하는 상품이다. 옵션 원조인 유럽파생상품거래소(Eurex),시카고상업거래소(CME)도 거래소의 발 밑이다. 반에서 17등 하는 학생이 가장 어려운 과목에서 유독 1등인 셈이다. 여기에서 사단이 났다.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건배하던 날 2조원이 넘는 차익거래 매물 폭탄이 쏟아졌다. 코스피지수가 10분 사이 50포인트나 빠졌다. 충격은 북한의 기습 포격 못지않았다. 매물 폭탄에 부상자가 속출했다. 개중에는 목숨이 위태로운 중상자도 있다. 확인된 피해액만 1500억원이 넘는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와 급히 합동조사단을 구성했다. 범인이 들어온 경로(도이체방크 런던법인)는 파악했다. 하지만 누가 했는지조차 아리송하다. 범행 동기,수법,장물 규모 모두 오리무중이다. 조사에 최소 석 달이 걸린다. 그것도 대부분 해외에 나가 들여다봐야 한다. '11 · 11 옵션테러' 수사는 여기서 막혀 있다. 금융당국이 범행 전모를 밝혀낼 것으로 믿는 전문가는 별로 없다. 통합계좌로 뒤섞고 스와프거래로 꼬아놓았기 때문이

    2010.11.28 00:00
  • [한경데스크] 하늘은 다 주지 않는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은 없다. 늘 한두 가지는 부족하게 마련이다. 최고 미인이란 소리를 듣는 여배우들 치고 연기력이 뛰어난 경우를 못 봤다. 천재작가 중에 장수하는 사람이 드물고,유산이 많은 집안에 형제간 우의가 돈독한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타이거 우즈는 골프실력은 세계 최고이지만 자제심은 못 갖췄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고,다 가질 수도 없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는 스스로 대가를 치르지 않고,공짜 점심만 찾고,다 갖겠다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다. 다 가지려 할 때 말썽이 난다. 청문회에 나온 고위공직 후보자들은 한결 같았다. 위장전입,세금탈루,부동산 투기의혹,재산 축소신고,논문 중복게재,군대 면제 등에서 하나라도 안 걸린 사람이 없다. 평범한 국민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는 것들이다. 이게 '장관 스펙'인가 싶을 정도다. 물론 그들도 권력과 부(富)를 동시에 누릴 순 없다는 생각이 없진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하면 로맨스,남이 하면 스캔들' 식으로 자신에게는 관대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40대 총리 후보자는 한 가지가 모자라 끝내 낙마했다. 훤칠한 외모와 자수성가 스토리에 이른 총리 발탁으로 차기 대권 후보로까지 거론됐다. 하지만 문제의 기업인을 만난 시기를 오락가락하는 기억력 부족에 더이상 보호막은 남지 않았다. 금융시장에선 마치 공짜점심이 있는 양,'고수익 저위험' 금융상품이 있다고 선전한다. 수익률이 높을수록 위험이 커진다는 것은 상식인데,금융회사들은 이를 은폐하고 투자자들은 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대표적인 것이 ELS(주가연계증권)다. 현재 원금 비보장형 ELS 중에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사태가 재발할 때 원금이 무

    2010.08.29 00:00
  • [한경데스크] 주식시장 vs 정치시장

    공원에 산책 나온 주인이 1㎞를 걸을 때 강아지는 4㎞를 오간다. 경기(주인)와 주가(강아지)의 연관성을 설명할 때 흔히 드는 비유다. 너무 앞서 간 강아지는 주인이 안 보이면 되돌아온다. 반대로 주인에게 뒤처졌다 싶으면 강아지는 곧 따라온다. 경제의 펀더멘털에 견줘 지수는 수시로 강약과 고저를 거듭한다. 매일 급변하는 주식시장을 지켜보노라면 시장의 이 같은 복원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증권부장을 맡은 석 달 전(3월12일) 1662포인트이던 코스피지수는 전 주말(4일) 1664포인트로 마감됐다. 지수만 보면 아무 일 없던 듯하지만 그 사이 변동폭이 200포인트가 넘는다. 그리스 사태,북한 리스크 등 각종 악재에도 시장은 결국 되돌아왔다. 바닥이 꺼진 듯한 폭락 이후 복원력은 더욱 놀랍다. 지난달 25일 지수가 장중 1532포인트까지 추락하며 '경기선'으로 불리는 200일 이동평균선을 7%나 밑돌았다. 하지만 불과 5거래일 만에 200일 이평선을 회복했다. 강아지가 주인을 찾아 뛰어오듯 펀더멘털에 다시 따라붙은 셈이다. 정치시장에서 정당들의 흥망성쇠도 주식시장과 닮은 꼴이다. 시장은 쏠림이 강할수록 '추세'로 복귀하려는 에너지가 강해진다. 한 때 잘 나갈 순 있어도 정당의 본질(펀더멘털)이 바뀌지 않는 한 언제든 추락을 경험할 수 있다. 실제로 탄핵 역풍 덕에 다수당이 된 열린우리당은 '백년 정당' 운운하며 의기양양했다. 올 들어 대통령 지지율이 50%에 육박하자 한나라당은 여자 양궁대표팀처럼 본선(선거)보다 예선(공천)이 더 어려운 양 행세했다. 그러나 중간평가 격인 2006년과 올해 지방선거에서 여당은 여지없이 참패했다. 열린우리당은 아예 간판을 내렸고,한나라당은 후유증 수습에 정

    2010.06.06 00:00
  • [한경데스크] 판데노믹스 시대의 증시

    600억원 규모의 주가 조작을 소재로 한 영화 '작전'에선 증권시장의 정보 전염속도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주인공이 주식 투자로 번번이 깨지는 친구에게 귀띔해 준 작전 종목이 불과 몇 분 만에 수백명에게 전파된 것이다. "너만 알고 있어" 식의 은밀한 정보와 루머도 실은 2의 제곱으로 전파된다. 한 사람에게 알려준 정보가 2,4,…,64,128명으로 확산된다는 얘기다. 영화에선 전화만으로도 놀라운 전파력을 보였지만 인터넷 메신저에다 스마트폰,트위터 등 네트워크의 진화가 가속화한 요즘의 정보 전염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단 한 명이 수천,수만명에게 정보를 옮길 수 있고 그 범위는 국경을 넘어 전 지구로까지 확산될 수도 있다. 얼마 전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선정한 노벨 평화상 후보 237명 가운데 '인터넷'이 포함된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작년 이란,티베트의 시위사태가 실시간으로 전해지면서 인터넷 미디어의 위력과 평화적 활용 가능성을 확인케 했기 때문이다. 트위터 같은 소셜 미디어는 산업화 과정에서 단절된 사람들 간의 '관계'를 복원해 주지 않을까 하는 환상마저 갖게 한다. 65억 인류의 절반이 네트워크에 접속하면서 세상이 바뀌는 '티핑 포인트'가 임박했다는 얘기다. 네트워크의 세계화로 인해 과거 철석같던 진리마저 수정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20세기까지의 경제학이 '선택'과 '한계'란 프레임 아래 성립됐다면,지금은 '한계'를 뛰어넘는 '네트워크 효과'에서 더 큰 인사이트를 얻는다. 네트워크를 통해 전염병(pandemic)처럼 번지는 경제효과를 지칭하는 '판데노믹스(Pandenomics · 전염경제학)'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네트워크의 세계에선 물리적 제약이 없다. 기발한 아

    2010.04.04 00:00
  • [한경데스크] 대형마트의 권불십년

    "전국에서 단 한 명만 임용됐어요. "얼마 전 A대학 불어교육과 학생의 얘기를 듣고 적잖이 놀랐다. 국내 6개 대학 불어교육과에서 해마다 수백명이 졸업하지만 불어 교사 임용은 충북 제천에서 한 명뿐이었다. 그것도 지난 1년이 아니라 10년 동안….또한 교육대학은 입학만 하면 교사가 되고 정년이 저절로 보장되는 줄 알았지만 저출산 여파로 교대 졸업생 2명 중 1명은 임용이 안 된다. 급기야 교대생들이 동맹파업을 외치고,초등학교 간 통폐합 이야기까지 나오는 판이다. 조훈현,이창호,이세돌로 이어진 한국 바둑은 영원히 세계 최강일 줄 알았다. 하지만 요즘 중국 기사와 맞붙어 한 번 이기면 두 번 지는 처지다. 하긴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을 모르면 '불출' 소리 듣던 게 불과 몇 해 전인데 이제 와인은 막걸리의 인기에 밀리는 형국이다. 이렇듯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꽃이 열흘 못 가고,권력이 10년 못 가듯이.'권불십년(權不十年)'의 덫에서 대형마트도 예외가 아니다. 값 싸고,품질을 믿을 수 있고,쾌적하고,군말 없이 환불 · 교환해주는 대형마트는 외환위기 이후 10여년간 한국인의 소비 패턴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이보다 더 경쟁력 있는 유통 업태는 없었고,앞으로도 변함없이 잘 나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올 들어 백화점 기업형슈퍼(SSM) 편의점 온라인몰 등 대부분의 유통 업태가 호조인 반면 대형마트만 매출이 정체 또는 뒷걸음질이다. 군소 대형마트들은 매각설이 끊이지 않고 해마다 30~40개씩 늘던 신규 점포는 올 들어 한 자릿수로 뚝 떨어졌다. 점포 수가 400개를 넘어서 비집고 들어갈 곳이 거의 없다. 신규 점포를 내면 기존 점포와 상권이 겹쳐 '제닭잡기' 싸움이 된다. '상시 최저가(Every

    2009.11.01 00:00
  • [한경데스크] 골목상권, 답은 소비자에 있다

    국내 최초의 근대적인 시장으로 1905년 어제(7월5일) 문을 연 서울 종로구 예지동 광장시장을 꼽는다. 일제의 경제침탈에 맞서 김종한 등 4인의 발기인이 토지 · 현금 10만원을 갹출,주식회사 형태로 출범했다. 당시로선 조선시대 3일장,5일장을 대신해 언제든지 물건을 살 수 있는 유통 근대화의 상징이었다. 100년 재래시장도 90년대 들어 '마이 카' 붐과 라이프스타일 변화로 위기에 빠졌다. 편리한 주차,쾌적한 쇼핑환경,저렴한 정찰가격을 무기로 내세운 대형마트가 벌써 400개에 육박한다. 정부가 재래시장 환경 개선을 지원하곤 있지만 지난 4년간 대형마트 매출이 9조원 늘어난 대신 재래시장은 같은 금액만큼 줄어든 게 현실이다. 지자체마다 대형마트 출점을 놓고 지역 상인들과 유통업체 간의 마찰,소송이 비일비재하다. 여기엔 재래시장의 취약한 이미지도 한몫했다. 호객,강매,바가지,고무줄 가격,정체 모를 원산지에다 안 사고 나오면 뒤통수가 따갑고 반품 · 교환 · 환불 · AS도 잘 안 된다. '제왕' 대접을 받는 소비자들이 이런 불편과 불쾌감을 감수할까. 도대체 가격을 얼마로 불러야 할지,믿을 만한 제품인지,하자가 있으면 바꿀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이것저것 따지고 가격 협상을 해야 하는 것 자체가 골치 아프다. 소비자 선호는 점점 까다로워지는데 재래시장은 별로 변하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고유가 여파로 '기업형 슈퍼'로 불리는 대형 슈퍼마켓(SSM)이 부쩍 늘면서 사정이 더 복잡해졌다. 이미 전국에 600개에 육박하는 SSM이 아파트단지,골목상권에 파고들었다. 대형마트가 포화상태이고 부지 확보나 신설허가가 어려워지자 유통업체들은 앞다퉈 SSM에 주력하고 있다. 이는 영세상인들의 먹고

    2009.07.05 00:00
  • [한경데스크] 소주의 경제학

    올 들어 물가가 천정부지인 와중에도 안 오른 것이 두 가지 있었다. 바로 소주와 담배다. 즐거워도 한잔,슬퍼도 한잔,괴로워도 한잔,할 일 없어도 한잔….소주는 단돈 1000원과 동전 몇 개로 취할 수 있는,세상에서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높은 술이다. 그래서 소주에는 '서민주'나 '국민주'란 수식어가 늘 따라다닌다. 소주값이 출고가 기준으로 50원 올랐다. 소매점에선 이 틈을 타고 100~200원이나 올려 받는다. 소주는 투명한 병에 담겼으니 과자처럼 용량을 줄이는 편법 가격 인상이 어렵다. 그렇다고 주원료인 주정을 덜 넣을 수도 없는 일이다. 사실 모든 물가가 뛰는데 작년 5월 이후 안 올리고 참아온 게 신기할 정도다. 하지만 주당들은 예리(?)하다. 그들의 분석에 의하면 소주는 지난 수년간 여러 경로로 간접 가격 인상 효과를 봤다는 것이다. 첫째 알코올 도수 낮추기.25도였던 소주가 어느덧 19.5도까지 20% 이상 떨어졌다. 도수를 낮춰 4병 만들 주정으로 5병을 만드니 '원가 절감'이요,예전만큼 취하려면 20%를 더 마셔야 하니 '매출 증대' 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소비자들이 '순한 소주'를 선호해서 그렇다고 소주업체들은 항변하지만 이런 '마술'을 마다할 리 없다. 소비자들이야 만들어 파는 대로 사 마실 수밖에….둘째 한 소주업체 직원의 아이디어라는 소주잔 키우기다. 360㎖(2홉)짜리 소주 한 병을 판촉용 소주잔에 따라보면 과거 8잔이던 것이 요즘에는 7잔 남짓 나온다. 소주 용량은 그대로인데 잔이 약간 커졌다고 한다. 여기엔 판매량을 극대화하는 수학적 원리가 숨어 있다. 7은 10 이하 자연수 중 가장 큰 소수(素數)다. 즉 1과 자신 이외의 숫자로 나누면 반드시 나머지가 생긴다. 따라서 둘 또는 넷이

    2008.12.28 00:00
  • [한경데스크] 美금융위기 vs 멜라민 공포

    요즘 매일 두 편의 공포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미국 월가 금융위기와 중국발 멜라민 공포가 지구촌을 경악케 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사건은 전혀 다르면서도 묘하게도 닮은 꼴이다. 우선, '파장의 세계화'다. 세계의 금융중심(월가)과 '세계의 공장'(중국)에서 터져 이에 자유로운 나라가 없다. 둘째,'예측 불확실성'이다. 월가 손실 규모는 원화로 환산하면 조(兆)단위를 넘어 영(0)이 16개나 붙는 경(京) 단위로 추산되지만 이게 끝이란 보장은 아직 없다. 멜라민이 들어간 가공식품도 앞으로 얼마나 더 나올지 모른다. 셋째,'회피 불가능성'이다. 월가 위기로 주식ㆍ펀드 투자자들은 주가 폭락으로 고통받고 서민들은 경기위축으로 삶이 팍팍해지고 있듯이,우유성분이 든 가공식품이 워낙 광범위해 만드는 업체나 소비자들이나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넷째,진작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공포의 자기복제성'을 지닌다. 전설적인 IB(투자은행)인 메릴린치,리먼브러더스가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듣도보도 못한 금융상품들이 등장해 몰라서 더 두려움을 느낀다. 멜라민도 TV 앵커가 '멜라닌'(피부 색소)이라고 잘못 발음할 정도다. 낯설기에 알면 알수록 더 무섭다. 주부들은 "전자레인지에서도 사용가능하다고 광고했던 멜라민 식기가 347℃에서 녹는다는 사실을 이참에 알게 됐다"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월가 위기도 두렵지만 멜라민 공포는 훨씬 소름 돋게 만든다. 당장이 아니라 두고두고 '나'에게 영향을 미칠 월가 위기와 달리 멜라민 파동은 늘 먹고 마시는 '일상' 자체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어서다. 멜라민은 플라스틱 원료인 공업용 화학물질 중 그마나 독성이 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단하고 광택이 오래가 식

    2008.09.28 00:00
  • [한경데스크] 삼양식품이 국민주라고?

    교사들이 학부모들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두 가지 있다고 한다.하나는 "우리 애가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 해요." 대입 직전까지 성적이 나빠 갈 만한 대학이 없음을 확인하기 전에는 요지부동이다.또 하나는 "원래 착한 애인데 친구 잘 못 사귀어서…." 자식이 말썽을 피워 교무실에 불려온 학부모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다.그래서 세상에서 자기 자식을 가장 모르는 게 부모이고,모든 부모는 절대 이길 수 없는 게임에 어쩔 수 없이 뛰어든 선수다.이런 착각을 심리학에선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라고 부른다.전군표 전 국세청장의 뇌물수수 선고공판 때 판사가 인용해 유명해진 인지 부조화는,왜곡된 기억이 확신이 되어 이와 모순된 사실이나 행동을 인식하지 못하고 자기합리화를 꾀하는 인간 본성을 가리킨다.부모 입장에선 아이가 성적이 나쁘거나 사고를 친 것이 자신의 유전자나 그릇된 가정교육 탓이란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기에 다른 데(노력을 안 한 탓,못된 친구 탓)서 원인을 찾으려고 하는 심리다.보고 싶은 것만 보이고,듣고 싶은 것만 들린다는 얘기다.요즘 연일 계속되는 촛불시위와 광고주 압박운동을 보면 '인지 부조화'의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난다.대표적인 사례가 삼양식품이다.조중동에 광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일부 네티즌들은 '국민기업','국민주'라고까지 부른다.주식 10주 사주기,라면 먹어주기와 농심 불매운동 덕에 최근 2주 새 삼양식품 주가는 약 3배로 뛰었다.라면에서 너트가 나와 식약청의 회수명령을 받은 사실도,삼양식품 측의 "원래 신문 광고를 하지 않았다"는 해명도 안 보이고 안 들리는 것 같다.반면 조중동이든,경향ㆍ한겨레든 신문에 광고를 안 하

    2008.06.29 00:00
  • [한경데스크] 발가락 얹기

    한 패션업체에서 브랜드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총괄하는 브랜드 매니저의 이야기가 흥미로워 소개한다."새로 출시한 브랜드가 잘 나가면 사내에서 100~200명쯤은 서로 자기가 했다고 우긴다.반면 지지부진할 때는 그 많던 사람들이 홍해 갈라지듯 사라지고 황량한 벌판에 단 둘만 남는다.(브랜드를 책임져야 할) 매니저와 (그의 생사여탈권을 쥔) CEO이다."신기술이 쏟아지고 시장에서 성패가 극명하게 갈리는 전자ㆍIT(정보기술) 업계는 한 술 더 뜬다.새 브랜드나 프로젝트 시작 단계에는 다들 발가락 하나씩 걸쳐 놓는다.실패할 것 같으면 발가락을 바로 떼고,성공하겠다 싶으면 발을 통째로 쑥 들이밀기 위해서다.이를 '발가락 전략'이라고 부른다.놀다가 밥 때만 되면 숟가락 들고 덤비는 꼴이다.권한만 있고 책임은 모호한 관료조직이야 두 말 할 나위가 없다.벤처 광풍이 불었을 때,김대중 정부에는 벤처활성화대책을 "내가 만들었다"는 사람만 수십명에 달했다.이윽고 거품이 꺼지자 다들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남은 것은 이름이 '게이트' 앞에 수식어가 된 사이비 벤처인들과 쪽박 찬 투자자들뿐이었다.지역 숙원사업이라는 지방공항ㆍ공단ㆍ도로를 건설할 때도 해당 지역 의원,지자체장 할 것 없이 '내 덕'을 자랑했지만,나중에 파리 날릴 때 '내 탓'을 고백한 이는 없었다.정책실명제가 아직도 지지부진인 걸 보면 '잘 되면 내 탓,못 되면 조상 탓'이란 속담이 하나 틀린 게 없다.정책실패가 누구 탓인지를 포상자 명단으로 드러낸 아이러니도 있다.노무현 정부에선 집값이 뛰는 와중에 부동산대책 입안자들에게 무더기로 훈ㆍ포장을 줬다.최근 총선 당선자들의 뉴타운 공약(空約) 논란은 아무 결

    2008.04.20 00:00
  • [경제를 알면 논술이 술술] 28. 왜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는 할인판매를 안 할까?

    전략적 선택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는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다. 그의 작품들은 비록 만화영화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담은 대서사시여서 어른들에게도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화면 자체도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깔끔하고 세련됐다. '모노노케 히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이르기까지 인문학적 담론과 철학적 깊이를 갖는다.하지만 그의 영화 DVD는 할인판매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일반 매장에선 개당 2만7000원을 웃돌고, 싸게 판다는 인터넷 쇼핑몰조차 2만3000원을 넘는다. 나온 지 10년을 넘긴 작품도 가격이 떨어지는 법이 없고 절판되기 일쑤여서 구하기도 어렵다. 왜 마야자키의 작품들은 싸게 안 팔까. 조금 가격을 낮추면 훨씬 잘 팔릴 텐데. 경제학에서 얘기하는 전략적 선택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기다려 봐야 소용 없다미야자키 작품의 판매 방식은 소비자들에겐 불만이지만 매우 전략적인 행동으로 평가된다. 싸게 안 판다고 공언하고 실제로 단 한 번도 할인판매를 하지 않았다. 이를 통해 마야자키의 만화 DVD를 사고 싶은 소비자들에게 아무리 기다려도 소용 없다는 점을 각인시켰다.'보고 싶으면 당장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 것. 이는 재고를 쌓아두느니 아예 태워버림으로써 명성을 유지하는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의 판매전략을 연상시킨다.과거 월트디즈니도 이런 판매 방식을 고수했다. 디즈니의 만화는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지만 수십년 동안 제한된 수량의 일부 만화영화 비디오테이프만 출시했다. 또 새로나온 작품을 한 번 팔고 나면 적어도 10년 내

    2008.02.29 15:53
  • [Cover Story] 안락사, 품위있는 죽음인가 의학적 살인인가

    [#1] 1975년 카렌 앤 퀸란은 다이어트 중 음주로 뇌 손상을 입어 식물인간이 됐다. 카렌의 부모는 딸이 품위 있게 죽을 수 있도록 인공호흡기 제거를 요청했으나 담당의사와 병원은 이를 거부했다. 결국 뉴저지주 대법원은 가망 없는 카렌에게 인공호흡기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판결했다. 카렌은 정작 호흡기를 떼고도 식물인간 상태에서 9년을 더 살다가 1985년 폐렴으로 사망했다.[#2] 테리 윌리스는 1984년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쳐 식물인간이 됐지만 테리의 부모는 아들의 생명을 포기할 수 없었다. 무려 19년이 지난 2003년 테리는 갑자기 눈을 떴고,간호하던 어머니에게 "Mom!"이라고 부르며 기적같이 회생했다.[#3] '죽음의 의사'(Dr. Death)로 불리는 의사 잭 케보키언은 1990년 미시건주에서 자살기계인 '머시트론'(Mercitron, 자비기계)을 고안, 지역신문에 광고를 내고 희망자를 모집해 9년간 130여명의 자살을 도왔다. 이로 인해 케보키언은 네 차례 기소됐지만 무죄나 재판 무효로 석방됐다. 그러다 케보키언은 1998년 루게릭병 말기환자의 자살을 돕는 장면을 비디오테이프로 녹화한 뒤 CBS방송의 '60 Minites'에 제공해 방영케 했다. 마침내 2급 살인죄로 기소돼 10~25년의 징역형을 받아 수감 중이다.[#4] 지난해 7월 서울중앙지검은 말기 간암 환자(당시 68세)의 산소호흡기를 떼 안락사시킨 의사 박 모씨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박씨는 환자가 호흡기로도 하루를 못 넘길 상태였고, 평소 품위 있는 죽음을 자주 언급한 터라 환자 딸의 동의를 얻어 안락사시켰으나 아들에 의해 살인혐의로 고소당했다.[#5] 프랑스 철학자 앙드레 고르는 불치병으로 고통받던 아내 도린과 함께 84세이던 지난해 부부 안락사로 생을 마

    2008.02.22 21:07
  • [Cover Story] 인간은 편안한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갖고 있는가

    안락사 찬성론자든, 반대론자든 논거로 드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이다. 반대론자들은 기독교와 칸트 철학의 전통 아래 인간의 존엄성은 인간이란 사실 자체에서 생기며, 인간이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주장한다. 윤리적으론 타당해 보이지만 비용 등 현실적 문제에는 해답이 없다. 반면 찬성론자들은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것이 존엄한 것이며, 인생의 질은 고려하지 않고 양(시간)만 연장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맞선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윤리적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이는 철학적·종교적 질문과 맞닿아 있다. 삶과 죽음은 누가 결정하는가. 인간의 존엄성은 무엇이며, 그 조건은 또한 무엇인가. 누구도 쉽게 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안락사의 대안으로서 '호스피스'안락사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호스피스(hospice)와 완화의료이고 이를 통한 품위 있는 죽음, 즉 존엄사이다. 호스피스란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무의미한 연명(延命)의술 대신 평안한 임종을 맞도록 위안과 안락을 최대한 베푸는 봉사활동 또는 안식처를 의미한다. 환자는 물론 환자 사망 후 충격을 받을 가족까지 보살피는 것이다. 때문에 안락사에 반대하는 가톨릭 등 종교단체들도 호스피스를 찬성하고 있다.생명을 인위적으로 단축시켜 살인 논란을 빚는 것도 문제이지만 무조건 연장하자는 집착적인 의료 행위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현대 의학은 생명 연장에는 기여했어도 환자가 감내할 고통 문제는 도외시했다. 윤리적 의협심만으로 환자와 가족에게 고통을 감내하도록 강요하는 것도 곤란하다.어느 쪽이든 안락사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세우려면 자신이나 가장 가까운 사람도 그런

    2008.02.22 20:47
  • [경제를 알면 논술이 술술] 27. 왜 성형수술이 그토록 유행할까

    경제학 & 심리학 2006년 최대 히트작은 '미녀는 괴로워'였다. 169㎝, 95㎏의 헤비급 주인공 한나(김아중 분)가 전신 성형을 통해 8등신 미녀인 제니로 거듭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영화다. 성형수술 전후의 '비포-애프터' 변화상은 단순히 한나의 외모가 바뀐 것만이 아니다. 그를 대하는 모든 이들의 태도까지 달라졌다.얼마 전 국내에선 성형미인 콘테스트까지 열렸다. 방학을 맞아 여학생들의 성형수술은 흔한 일이고, 심지어 남학생들까지 성형을 생각한다. 왜 성형수술이 이렇게 성행할까. 오죽하면 한류 스타들은 모두 얼굴에 칼을 댔다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일까. 오늘은 경제학과 심리학이 만나는 접점을 두루 살펴보자. 둘 다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는 학문이어서인지, 궁합이 잘 맞는다.⊙ 성형의 비용은 수술비뿐?성형수술의 비용-편익 분석을 해보자. 한나는 제니로 변신하면서 달라진 세상을 만끽한다. 앞 차를 받았는데 피해 택시기사가 그냥 가라고 할 정도이고, 스타가 되고 사랑도 얻는다. 외모 중시 사회에서 한나는 가장 수익률 높은 투자를 한 셈이다. 전신 성형 수술비가 비용으로 들었지만 한나에게 성형의 편익은 거의 모든 것이었다. 여성들의 성형수술 열풍을 비난만 할 수 없는 것은 바로 남성들이 그런 편익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영화에서처럼 여성에게 성형이 속된 말로 팔자를 고칠 정도, 즉 대박이 난다면 뭘 못할까.하지만 성형의 비용이 단지 수술비로 끝날까? 수술비 말고도 자칫 얼굴의 조화가 무너져 오히려 외면을 당하거나, 마이클 잭슨처럼 끊임없이 '보수공사'를 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극단적으론 '선풍기 아줌마'처럼 될 수도 있다. 또 성형수술

    2008.02.22 16:54
  • 이효리는 혼자인데 슈퍼주니어는 왜 13명이나 될까?

    지난 10년간 가요계에선 그룹의 멤버 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SES가 3명,핑클이 4명이었지만 동방신기·원더걸스처럼 5명은 기본이다. 소녀시대에서 9명으로 불어났고,슈퍼주니어(약칭 슈주)에 이르러선 멤버 수가 무려 13명에 달한다. 그런데 슈주는 참 이상하다. 솔로가수인 이효리나 보아는 혼자 뛰면서 돈도 잘 번다. 이효리는 지난 10년간 벌어들인 매출이 400억원에 달한다고 소속사는 밝혔다. 슈주는 넉넉지 않은 방송 출연료를 13명이...

    2008.02.20 00:00
  • [Cover Story] 양심적 병역거부 어떻게 볼 것인가

    우리는 종교 신자(또는 무신론자)인 동시에 국민이다. 반전 사상에 기울 수도 있고 애국주의 신봉자가 될 수도 있다. 신체 조건에 따라 군대에 갈 수도,안 갈 수도 있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주인이기도 하고 구성원이기도 하다.여기서 한번 생각해 보자. 국가가 부여한 의무와 내 신념이 서로 상충할 때 어느 쪽을 우선해야 하는가. 내 신념과 타인의 신념이 충돌한다면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국가가 주는 혜택(국방, 치안, 안전 등)과 국가가 부여한 의무를 따로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있는가….양심적 병역 거부는 이 같은 질문에 가장 부합하는 쟁점 가운데 하나다. 1,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퀘이커 교도처럼 우리나라에서도 특정 종교(여호와의 증인) 신자들이 입영과 집총을 거부했고 이 때문에 이들은 '징집영장=전과자'라는 굴레에서 살아왔다. 이처럼 종교적·사상적 이유 때문에 병역을 거부한 사람이 2002년 이후 5년간 3761명, 연 평균 752명에 달했다.물론 이들은 병역 기피자들과는 구분된다.지난해 9월 정부는 종교적 병역 거부자에 대해 이르면 2009년부터 대체복무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대체복무 분야는 가장 난이도가 높은 부문으로 선정하기로 했다. 예컨대 전남 소록도 한센병원, 경남 마산 결핵병원 등 국립 특수병원과 전국 200여개 노인전문 요양시설 등이 대체복무 대상지로 검토되고 있다. 또한 대체복무 기간은 현역병보다 12개월, 공익근무요원보다 10개월 긴 36개월이다. (한국경제신문 2007년 9월19일자)하지만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올해 관련 법률 개정 과정에서 다시금 첨예한 찬반 대립이 예상된다. 지난해 대체복무제 도입 방침이 발표된 직후 여론조사에서

    2008.02.16 11:20
  • [Cover Story] 개인의 자유가 중요한가, 국민 의무가 우선인가

    모두가 군대에 가야 하는 국민개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선 양심적 병역거부가 뜨거운 감자가 아닐 수 없다. 헌법에 명시된 '양심의 자유'(19조)와 '국방의 의무'(39조)가 충돌하는 접점이기 때문이다.종교적 신념 등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해 평생 전과자로 살아야 하는 현실이나, 국방의 의무를 신성하다면서 실제론 군대 가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희생'을 강요하는 현실 모두 문제가 있다. 그렇기에 이에 대한 견해는 우리 사회에서 복잡하고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질 수밖에 없다.현대 민주국가에서 국민은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할 권리를 갖는 동시에 국가라는 질서의 테두리(국방, 치안, 안전 등) 내에서 편안한 삶을 영위하는 혜택도 누린다. 권리와 혜택의 이면에는 국민으로서 의무가 필연적으로 부과된다.양심의 자유와 병역 의무는 양립할 수 없는 것인가. 이 문제에 관한 쟁점들을 함께 생각하고 토론해보자.⊙ 무엇이 양심적 병역거부인가양심적 병역거부란 '개인의 양심에 반하는 행위의 강제'를 거부하는 것을 말한다. 종교의 평화주의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16세기 종교개혁 이후 유럽에서 비롯돼 1, 2차 세계대전을 전후해 퀘이커, 여호와의 증인 등의 신자들이 병역을 거부하면서 논란을 빚게 된 것이다. 1960, 70년부터는 반전운동, 평화주의 등 정치·사상적 동기나 개인적 동기에 의해서도 나타나고 있다.한인섭 서울대 교수의 분류에 따르면 양심적 병역거부는 거부 정도에 따라 △모든 전쟁에 반대하는 '보편적 거부' △특정 전쟁만 반대하는 '선택적 거부'(예컨대 월남전·이라크전 반대) △전쟁 자체는 반대하지 않지만 대량살상무기(특히 핵무기) 사용을 거부하는 '재량

    2008.02.16 10:54
  • [Cover Story] 여성의 선택권인가 태아 살해인가

    정작 이슈가 되어야 할 것이 잠잠하고 이슈거리도 아닌 것이 뜨거운 논란을 낳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낙태다. 빈번하게 불법·음성적으로 낙태가 이뤄지고 있는 현실인데도, 정확한 실태 파악이나 이를 개선하려는 시도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간혹 대입 논술고사 문제로 출제되니 그저 학생들만 열심히 생각하고 토론하는 수준이다. 미국에선 낙태가 진보·보수를 가르는 잣대가 되고 대통령 후보가 낙태에 대해 말 한마디 잘못했다간 사퇴할 수도 있는 중대 사안이다.세계적으로 한 해 4500만건의 낙태가 이뤄지고, 이 중 합법적인 낙태는 2500만건, 나머지는 불법인데 실상은 그보다 숫자가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이 '낙태 천국'이란 오명을 쓴 것은 기혼 여성의 40%가 낙태 경험이 있을 만큼 인구에 비해 낙태건수가 많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태아 성 감별이 금지되기 이전인 1990년대 초에는 한 해 낙태건수가 100만~150만건(200만건이 넘는다는 추정도 있음)으로 추정됐다. 최근 고려대 의대 김해중 교수가 보건복지부 의뢰로 조사한 낙태건수는 2005년 35만590건(미혼여성 42%)으로 추산돼, 신생아 수의 73%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낙태건수 추정이 35만건에서 200만건까지 편차가 크지만 낙태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풍조가 만연해 있고 의사들도 이를 방조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산부인과 병·의원들은 출산시 건강보험 수가가 너무 낮아 불법 낙태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현실이라고 한다.낙태의 주 요인으론 우선 뿌리 깊은 남아선호를 꼽을 수 있다. 한국의 남녀 성비는 아직 107.7(2005년)로 자연적인 성비(104 대 100)보다 높다. 1995년부터 태아 성 감

    2008.02.02 11:25
  • [Cover Story] 태아의 생명권이냐, 여성의 선택권이냐 … 낙태의 논쟁사

    낙태만큼 세계적으로 뜨거운 논쟁을 몰고온 사회 이슈도 드물 것이다. 태아 생명을 존중할 것인가, 여성의 선택권을 존중할 것인가는 선뜻 답하기 어렵다. 생명론과 선택론으로 단순화시켜 어느 한 쪽 입장을 취한다고 끝날 문제가 아니다. 낙태 논란은 사회관습, 남아선호, 인구문제, 의료윤리 등 다양한 문제들과 얽히고설킨 딜레마이기 때문이다.낙태 논란의 뿌리는 의외로 깊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현대에 들어와서 낙태 문제가 본격 제기된 게 아니다. 고대 사회에서도 낙태는 공공연히 행해졌고 당시로선 유일한 피임수단이기도 했다. 낙태 논쟁사를 들여다보자.⊙ 낙태 논쟁의 철학적 뿌리낙태란 법률상 '의도된 임신중절', 의학적으론 '인공유산'을 뜻한다. 종교적으론 '인간의 의지가 개입된 생명 제거의 기술적 죄악'이라고 규정한다. 낙태 논란의 시초는 낙태와 영아 살해가 상당 부분 허용됐던 고대 그리스·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플라톤은 저서 '국가'에서 태아가 출생 이전부터 생명을 갖는다고 믿었지만 사회와 가족의 복지가 태아의 생명권보다 중요하다고 봤다. 따라서 국가 경영을 위해 낙태를 보다 큰 선을 위한 합당한 희생쯤으로 간주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상적인 사회에선 인구가 과도할 경우 낙태를 인구조절 수단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전통 아래 로마법에선 태아를 인간으로 간주하지 않았던 것이다.그러나 초대 기독교에서 태아 생명의 가치를 중시하면서 낙태를 살인으로 간주하기 시작했고, 로마에서 기독교가 공인된 이후엔 낙태금지가 사회관습으로 자리잡았다. 아우구스티누스, 토머스 아퀴나스, 루터, 칼뱅 등 신학자들은 낙태를 죄악으

    2008.02.02 10:59
  • [경제를 알면 논술이 술술] 26. 하기 싫은 공부를 왜 남는 장사라고 할까?

    연예인과 공부의 경제학 탤런트 지망생인 고교생 K군은 '미래의 배용준'이 꿈이다. 연기학원과 기획사를 자주 드나들다 모처럼 TV 사극에 출연하게 됐다. K군은 친구들에게 자랑했지만 아무도 TV에서 그의 얼굴을 찾지 못했다. 그의 배역이 챙 넓은 모자를 쓴 '퇴각하는 왜군3'이었기 때문. K군은 조선군 엑스트라를 맡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조선군은 모자가 작아 얼굴이 화면에 잘 나오는데…. 이처럼 고된 엑스트라 일도 감내할 만큼 연예인은 청소년들이 선망하는 직업이다.반면 대부분 학생들은 공부를 한다. 좋아서 하고, 그냥 하고, 억지로도 한다. 아무리 싫어도 내 장래를 위해 꼭 공부를 해야만 할까? 연예인, 만화가, 운동선수가 되고 싶은데 왜 공부를 해야 할까? 과연 공부가 가장 쉽고 남는 장사일까? 오늘은 경제학적 관점에서 연예인과 공부의 가치를 풀어보자.⊙ 연예인,화려함 뒤의 그림자과연 K군은 탤런트로 성공할 수 있을까. 무수한 연기·노래·안무학원에는 연예인을 꿈꾸는 청소년들이 몰려든다. 연예인이 되려고 몸을 만들고 심지어 성형수술도 한다.'잘 나가는' 연예인들은 정말 부럽다. 대중들의 환호와 선망을 한몸에 받는 것은 물론 수입도 엄청나다. 배용준은 2005년 수입이 300억원이 넘어 세금으로 무려 97억원을 냈다. 유재석은 주간 방송 출연료로만 웬만한 직장인 연봉인 4000만원(연간 20억원)을 번다. 김태희는 지난해 CF 출연으로 50억원, 이효리는 30억원을 벌었다. 그러니 끼가 있고 외모에 자신 있다면 연예인을 꿈꾸는 게 이상할 것도 없다. '성공만 한다면!' 대박이고,수익률이 높은 직업일 테니까.하지만 청소년들은 연예인들이 정상에 서기까지 들인 땀

    2008.02.01 17:11
  • [Cover Story] 시장이냐 정부냐…개인이냐 집단이냐

    1970년대는 두 차례 오일쇼크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극심한 불황에 처한 시기다.케인스식 처방도,사회주의 경제체제도 더 이상 효용을 상실하기에 이르렀다.세계경제 침체는 케인스주의적 복지국가 모형이 높은 임금비용,조세부담,과도한 규제로 기업들의 생산활동을 위축시킨 결과로 평가되기에 이르렀다.특히 오스트리아학파의 프리드리히 폰 하이예크는 "정부 개입 없이도 시장에 의한 자생적인 질서 형성이 가능하다"고 주장해 신자유주의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다.신자유주의는 1980년대 영국의 대처 정부와 미국의 레이건 정부를 통해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정부혁신,민영화,규제 완화 등으로 구현됐다.이는 '영국병(British disease)'과 '미국의 불안(American malaise)'을 해소하는 데 기여했고,복지국가를 지향한 유럽 대륙 간의 경제 격차로도 나타났다.극단적인 큰 정부였던 공산주의의 몰락도 전혀 무관하진 않다.한마디로 작은 정부가 더 효율적이었다는 이야기다.그래서 퓰리처상을 수상한 다니엘 예르긴은 저서 「시장 대 정부」에서 20세기 현대사를 "시장과 정부가 서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싸웠던 시기이며,국가 주도 경제가 쇠퇴하고 시장경제가 승리한 시기"라고 규정지었다.⊙ 큰정부론 vs 작은정부론정부 개입주의 시각에서 정부는 '정의의 사도'이므로 큰 정부여야 한다고 본다.케인스는 경기 조절자로서의 정부를 구상했고,'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모토로 유명한 영국의 베버리지보고서(1942)는 복지국가 건설자로서의 정부를 상정했다.이 같은 정부 개입주의의 극단적인 모습이 공산국가들의 국가만능주의다.정부가 아예 시장을 대체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하지만 시장실패 못

    2008.01.25 18:20
  • [경제를 알면 논술이 술술] 25. 이효리는 혼자인데 슈퍼주니어는 왜 13명이나 될까?

    규모의 경제, 범위의 경제지난 10년간 가요계에선 그룹의 멤버 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SES가 3명,핑클이 4명이었지만 동방신기·원더걸스처럼 5명은 기본이다.소녀시대에서 9명으로 불어났고,슈퍼주니어(약칭 슈주)에 이르러선 멤버 수가 무려 13명에 달한다.그런데 슈주는 참 이상하다.솔로가수인 이효리나 보아는 혼자 뛰면서 돈도 잘 벌지만,슈주는 넉넉지 않은 방송 출연료를 13명이 나눠야 한다(한 사람 몫은 얼마나 될까?). 슈주를 유지하려면 비용도 많이 든다.13명을 다 모으기도 쉽지 않고(혹 누가 아프기라도 하면…),이동할 때 매니저 코디들까지 합치면 거의 소대 병력인지라 중형버스는 되어야 할 테고.매끼 식사비만도 장난이 아닐 텐데….그렇다면 기획사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13명짜리 대그룹을 만들었을까? 오늘은 '슈퍼주니어의 경제학'을 통해 많거나 클수록 이익인 경우(규모의 경제)와 적더라도 폭이 넓으면 이익이 되는 경우(범위의 경제)를 알아보자.⊙ 규모의 경제 vs 범위의 경제'경제' 수업을 듣는 고교생이면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와 범위의 경제(economy of scope) 정도는 다 알 테지만 안 듣는 친구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해 보자.쉽게 말해,설렁탕 한 가지만 파는 식당이 대형 건물에 주차장까지 갖추었다면 규모의 경제를 노린 것이고,라면과 만두만 팔던 분식점이 메뉴로 만두라면,떡만두국을 추가했다면 범위의 경제를 겨냥한 것이다.규모의 경제는 많이 생산할수록 평균 생산비(제품 한 개당 원가)가 낮아지는 경우이고,범위의 경제는 한 제품으론 비용을 못 뽑지만 시장이나 사용 범위 등을 널리 확장해 생산비를 낮출 수 있는 경우를 뜻한다.이때 '경

    2008.01.25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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