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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형규 한경BP 대표
    오형규 한경BP 대표 한국경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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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ver Story] 사형제도, 사법살인인가 정의로운 형벌인가

    사형 집행 장면을 목격하면 누구나 사형제 폐지론자가 되고, 사형수가 저지른 범행 장면을 목격하면 사형제 존치론자가 된다고 한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같은 영화를 보면 뉘우치는 주인공을 볼 때 사형제가 폐지돼야 할 것 같다가도, 아무런 죄의식 없이 22명을 죽인 유영철의 범죄행각을 보면 사형제가 필수적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만큼 범죄와 형벌은 동전의 양면이자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다.최근 사형제를 둘러싼 뉴스들이 쏟아지고 있다. ① 국제엠네스티(사면위원회)가 작년 말로 10년 동안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한국을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지정했다. ② 노무현 대통령이 연말 특별사면 때 사형수 6명을 무기징역으로 감형했다. ③ 사형제 폐지운동을 벌여온 시민단체들은 아직 남은 사형수들을 상징하는 비둘기 64마리를 날려 보내는 퍼포먼스를 가졌다. ④ 서울중앙지법은 북한 활동에 동조했다는 혐의로 1961년 사형당한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에 대해 47년 만에 무죄를 선고했다. ⑤ 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입시 예시문항에도 사형제 관련 문제가 등장했다. ⑥ 미국 뉴저지주는 사형제를 폐지한 13번째 주가 됐다.이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도 새삼 사형제도 존폐를 둘러싼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선 여전히 국민의 60%가량이 사형제에 대해 찬성하고 있고, 헌법재판소나 대법원도 사형제를 인정하고 있다. 다만 과거보다 사형제를 반대하는 의견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이렇듯 사형제는 미국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도 '뜨거운 감자'이다. 과연 사형제는 사법살인이므로 폐지해야 하는가, 흉악한 범죄에 대해 사회정의

    2008.01.18 18:25
  • [Cover Story] 사형제도, 그 끝없는 논란의 역사

    사형제도 존폐 논란 만큼 세계적으로 뜨거운 이슈가 된 주제도 드물다. 사형이 인류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하는 오랜 형벌제도인 데다 인간의 생명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철학적·윤리적·법적 질문을 던지기 때문일 것이다. 살인과 같은 중대범죄와 이에 대한 처벌, 그리고 개개인의 존엄과 생명권 등이 사형제 존폐 논란에 맞물려 있다.인간의 행동에는 대가가 따르게 마련인데, 살인의 대가를 무엇으로 치를 것인가. 죽은 자는 말을 못하고 죽인 자는 살아남아도 되는 것인가. 살인을 저지른 자의 생명권은 보장되어야 하는가. 꼬리를 무는 사형제도 논란 속으로 들어가보자.⊙ 사형제의 유구한 역사사형제는 기원전 18세기 함무라비 법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동태복수법(同態復讐法:눈에는 눈,이에는 이)을 토대로 사형이 부과되는 범죄만도 30여가지나 규정돼 있다. 구약성서, 코란에서 고조선의 8조금법에 이르기까지 '사람을 죽인 자는 죽음으로 갚는다'는 것이 형벌의 기본원칙이었다. 특히 마녀사냥이 성행했던 중세에는 사형의 전성기라고 할 만큼 빈번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공개 처형이 행해졌다. 1500년부터 50년간 영국에서만 무려 7만명이 사형당했다.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사형제 폐지를 언급한 사람은 조선 7대 임금 세조였다. 피의 보복을 경험한 세조는 "임금의 잘못된 판단으로 억울하게 죽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며 극형을 없앨 것을 지시했지만, 정작 자신은 정적인 사육신과 단종을 죽이는 아이러니를 연출했다.⊙ 계몽사상으로 눈뜬 생명권18세기 들어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하는 계몽사상이 유럽을 휩쓸면서 사형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근대 형법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탈리아의 법

    2008.01.18 17:57
  • [경제를 알면 논술이 술술] 24. 미니스커트가 유행하면 진짜 불황일까?

    경기징후와 속설 흔히 경기가 나쁠 때 미니스커트가 유행하고 립스틱이 잘 팔린다는 속설이 있다. 또 불황 때는 소주가 잘 팔리고 호황 때는 맥주가 잘 팔린다고 한다. 남대문시장 상인들에겐 신사복지수라는 게 있어서 신사복이 잘 팔리면 경기가 좋아지고, 안 팔리면 경기가 나빠지는 신호로 본다.'경제의 날씨'라고 할 경기는 통계청 한국은행 등이 발표하는 공식 통계로만 파악되는 게 아니다. 공식 통계는 몇 달 뒤에나 알 수 있으니, 지금 당장의 경기를 판단하는 데는 생활속의 변화 행태를 파악하는 게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생활지표 중에는 잘못 알려졌거나 상황이 달라진 경우가 많다.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혼동했거나 생활상의 변화로 근거가 바뀐 데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생활속에서 발견되는 경기징후와 속설들을 알아보자.⊙ 헷갈리는 치마길이 이론본래 미니스커트와 경기를 연관짓는 속설은 불황일 때 남성들이 이성을 바라볼 여유가 없어져 여성들이 남성의 눈길을 끌기 위해 짧은 치마를 입는다는 유혹이론에 근거했다. 그럴싸해 보이는 이 속설과 반대로 미국 경제학자 마브리는 1971년 스커트 길이가 짧아지면 주가가 오른다는 '치마길이 이론(skirt-length theory)'을 내놓았다. 1920년대, 1960년대 미국에서 짧은 치마가 유행할 때 주가가 좋았고 1930년대 대공황 때나 1970년대 오일쇼크 때는 되레 치마가 길어졌다는 것.하지만 예전 속설도, 마브리의 이론도 경제 실상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요즘 일반적인 견해다. 호·불황에 관계없이 미니스커트는 청바지와 더불어 언제나 사랑받는 패션의 스테디셀러로 통한다. 각선미가 자신 있는 여성들은 언제든 미니스커트를 입고

    2008.01.18 15:16
  • [Cover Story] 결혼은 미친 짓일까

    2000년 제24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으로 이만규의 소설 '결혼은 미친 짓이다'가 선정됐다. 현대 젊은이들의 결혼관을 다룬 이 소설은 이듬해 유하 감독, 감우성·엄정화 주연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사실 이 작품은 그 내용보다 제목으로 인해 더 화제를 모았다. 이 소설·영화를 계기로 기혼자든, 미혼자든 누구나 한 번쯤 '결혼을 미친 짓일까' 하고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니까.한해 10만쌍이 결혼하는 반면 4만~5만쌍은 이혼한다. 전문직에다 고액연봉을 받으면서도 결혼은 원치 않는 '골드미스'가 늘어나고 있고, 미국 영화배우 조디 포스터처럼 결혼하지 않고 아이만 낳는 생물학적 엄마인 '싱글맘' 또는 '미스맘'까지 새로 등장했다.이와 함께 간통죄는 폐지되어야 할 구시대의 혼인 유지장치라는 논란이 심심찮게 제기된다. 여성들이 더 당당하게 이혼을 요구하고, 거꾸로 남편이 아내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이혼은 안 된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적어도 남녀관계만 놓고 보면 남성에서 여성으로의 권력이동이 뚜렷하다.이런 모습들을 보면 우리 사회에서도 결혼제도에 서서히 균열이 생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젊은 세대의 절반은 결혼을 꼭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고 여기고 있고, 법적 혼인이 아닌 동거에 대해서도 관대하다. 정조를 목숨처럼 지키는 조선시대 열녀는 이제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면 결혼은 미친 짓이 되어가는 것일까?결혼제도는 법적·사회적 공인을 전제로 한 남녀의 결합이다. 그래서 청첩장을 돌리고, 하객들 앞에서 결혼식을 올리며 혼인신고를 함으로써 완성되는 것이다. 결혼으로 가정을 이루고 출산과 양육을 통해 사회를 유지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직이다. 사회를

    2008.01.12 11:25
  • [Cover Story] 결혼제도의 파란만장한 역사

    '탄생,짝짓기,결혼,출산….' 인류 역사에서 형식은 달랐어도 끊임없이 반복되어 온 과정이다. 이 같은 연결고리의 한 축이 느슨해지고 있다. 바로 결혼이다. 젊은 세대에게 결혼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것쯤으로 치부된다. 이혼율 상승은 범지구적 현상이다. 결혼 시장에선 남녀간의 애정보다 조건·금전·지위가 더 중요시되고, 결혼하지 않고 동거만 하는 비혼(非婚)족도 늘고 있다. 골드 미스와 싱글 맘에다 동성애 부부까지 등장했다.결혼 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변화 양태들은 갈수록 형체가 또렷해진다. 전통적 결혼 제도는 존속할 것인가, 아니면 종말을 고할 것인가.일부일처제는 불변일까. 파란만장한 결혼 제도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보자.⊙ 결혼이란 법적·사회적 공인 행위남녀가 부부 관계를 맺고 국가나 종교 기관 등에 의해 법적 사회적 공인을 받는 행위를 결혼 또는 혼인이라고 한다. 이는 단순히 남녀의 성적 결합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법적·경제적·심리적 결합을 의미한다. 그래서 남녀간 미팅, 부킹, 짝짓기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의례이다.부부는 또한 성적으로 배타적 독점권을 갖고, 모은 재산에 대해서도 공동소유 원칙이 적용된다. 이를 통해 사회를 구성하는 기초 단위인 가정을 형성하고 출산, 양육을 통해 종족 보존의 기능도 수행한다. 따라서 모든 사회가 형식은 달라도 혼인을 인정하고 장려하며 이에 대한 법적 규제나 장려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 사회 유지와 존속을 위한 인류 보편의 생존 형태인 셈이다.⊙ 군혼에서 일부일처까지결혼의 형태는 역사 단계와 각 사회의 종교적·경제적·민족적 요소에 따라 차이가 있다.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루이스 헨리 모

    2008.01.12 11:04
  • [경제를 알면 논술이 술술] 23. 왜 백화점에는 창문이 없을까?

    세일즈의 심리학 백화점이나 할인점 매장에 가보면 없는 것이 세 가지 있다. 창문이 없고, 시계가 없고, 1층에 화장실이 없다. 또 백화점에선 엘리베이터를 찾기가 어렵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어느 층에서건 반 바퀴를 돌아야 내려올 수 있다. 백화점의 여성용품은 아래층에, 남성용품은 위층에 배치하고 입구에는 값싼 잡화를 늘어놓고 판다. 할인점에도 창문이나 시계를 찾기 어렵고 쇼핑카트는 갈수록 커진다. 의류 매장에서 새옷을 입고 전신 거울에 비춰보면 대개 다리가 길어보인다.백화점 할인점들은 이렇듯 판촉을 위한 다양한 장치들을 감춰놓고 있다. 경영학에선 이 같은 심리마케팅 장치들이 중요한 연구 대상이기도 하다. 고객의 심리를 이용해 더 오래 매장에 붙잡아 놓고 구매를 부추기려는 것인데, 오늘은 세일즈의 심리학을 들춰보자.⊙ 백화점과 카지노의 공통점백화점에는 창문이 없다. 자연채광은 최대한 피하고 대낮에도 전등을 환하게 밝혀놓는다. 창문을 내지 않아야 조금이라도 더 매장을 확보할 수 있고, 햇볕이 들었을 때 제품이 바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계를 걸어두지 않는 것도 시간을 의식하지 말고 쇼핑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 창문과 시계가 없는 것과 다를 바 없다.1층에 화장실이 있다면 볼일만 보고 나갈 사람이 꽤 많을 것이다. 하지만 백화점 1층엔 화장실이 없어 2층이나 지하 1층으로 가야 한다. 2층까지 가는 길에 충동구매를 유발할 상품들이 대거 전시돼 있고, 지하 1층에는 음식코너가 있어 구미를 당긴다. 에스컬레이터로 올라갔다 내려오려면 빙 돌아가게끔 만든 것이나, 엘리베이터를 찾기 어려운

    2008.01.11 16:07
  • [경제를 알면 논술이 술술] 22. 왜 수박을 낱개가 아니라 쪼개서 포장해 팔까?

    거래비용과 측정비용 할인점·슈퍼마켓 등의 식품매장에선 수박이나 배추를 반으로 쪼개 비닐 랩으로 포장한 뒤 무게를 달아 판다.왜 멀쩡한 채소나 과일을 낱개로 팔지 않고 쪼개서 팔까.이렇게 팔면 무슨 이득이 있을까.또한 출판사는 저자와 인세를 계약할 때 고정액이 아니라 일정 비율로 계약한다.저자의 인지도나 책의 완성도에 따른 인세 차별은 극히 미미하다.심지어 유명 화가의 그림은 예술성에 관계없이 '호(號≒엽서 크기)당 얼마'식으로 가격을 매긴다.농산물이든,문학·예술작품이든 품질이나 가치면에서 차이가 클텐데 왜 이런 식으로 단순하게 사고팔거나 계약을 맺을까.이는 거래비용(특히 측정비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에서 비롯된 것이다.측정비용을 더 들인다고 해서 제품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므로 이런 투자는 낭비이기 때문이다.거래비용과 측정비용에 대해 상세히 알아보자.⊙ 배추를 쪼개 파는 이유배추를 포기 단위로만 판다면 소비자들은 이것저것 들춰보고 눌러보고 나서 크고 좋은 것만 사갈 것이다.손때를 탄 배추는 팔기 어려워진다.수박도 잘 익었는지 알려면 일부를 베어내 보여줘야 하는데,소비자가 마음에 안 들어하면 다시 팔 수 없다.이렇게 못 팔게 된 배추와 수박은 그 자체가 좋은 채소와 과일을 감별하는데 들어가는 측정비용인 셈이다.이런 비용을 없애기 위해 할인점 등에선 배추,수박을 절반으로 쪼개 포장한 뒤 무게에 따라 값을 매겨 판다.그러면 곧바로 잘 익었는지 보여줄 수 있고 작은 것도 가격을 낮춰 팔면 되므로 일석이조다.출판사가 작가와 판권계약을 할 때 대개 인세를 고정 금액(先인세)이 아닌 판매량 대비 일정 비율(책값의 10% 안팎)로

    2008.01.04 15:40
  • [Cover Story]시사이슈는 논술의 보고(寶庫)

    또 한 해가 저물어간다.해마다 이맘 때면 신문마다 국내외 10대 뉴스나 분야별 10대 뉴스가 등장한다.한 해를 정리하는 일은 언론만의 몫인가.고등학생이라면,특히 수험생이라면 올해 10대 뉴스와 그 의미 정도는 한 번쯤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시사이슈 자체가 논술시험 주제는 아닐지라도 논술문제를 내는 교수님들이라면 시사이슈에서 영감을 얻은 문제의식을 논술에 투영하고 싶어하지 않을까.예컨대 최근 수년간 대입 논술의 단골 주제였던 △국가와 자유 △소득격차와 분배,빈곤층 지원 △고령화 저출산 △사회체제 개선 및 갈등 해소 △세계화와 지역화 △지식정보화와 지식격차,지식재산권 △개발과 환경보호 △합리적 의사결정 등은 시사 문제를 떼놓고 생각하기 어렵다.실제로 논술문제는 대개 인간본성과 인식의 문제,사회 갈등의 해소방안,학문·예술에 대한 태도 등의 카테고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어떤 주제라도 지금 이 순간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와 완전히 동떨어진 주제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문제마다 주어지는 각종 통계도 있다.그렇다면 시사이슈를 어떻게 소화할 것인가.단순히 파편적인 사건들을 나열하고 주입식으로 의미를 외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올해 우리 사회에 최대 논란을 몰고온 신정아 사건을 단순히 학력위조와 스캔들로 치부해 버린다면 논술준비를 제대로 하는 게 아니다.이 사건에서 학벌사회의 문제점,학벌·명품과 신호보내기,인식부조화 등으로 생각의 폭과 깊이를 확장해 간다면 어떨까.아프간 인질사태를 보면서 왜 한국정부는 그렇게 대응했는지를 게임이론으로 풀어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버지니아텍 총기난사 사건에서

    2007.12.21 17:20
  • [Cover Story] 신정아 사건이 보여준 신호보내기와 인식부조화

    학력위조와 스캔들로 한국 사회를 뒤흔든 신정아·변양균 사건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이 사건을 계기로 유명 인사들이 줄줄이 학력위조 사실을 고백했고,미술계·관료·대학·기업·은행들이 두루 엮인 터라 황색저널리즘과 '카더라방송'의 도배거리가 됐다.그러나 이 사건은 그저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그칠 문제가 아니다.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들의 종합선물세트이자 대입 논술에서 주문하는 다양한 사고의 재료도 된다.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학벌주의에서부터 경제학의 신호보내기,심리학의 인식부조화,바보의 벽 등에까지 사고를 확장해 볼 수 있다.⊙ 학벌·성형·명품은 닮은 꼴경제학에서 말하는 신호보내기(signalling)은 '남들과 다르다'는 자신의 정보를 다른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는 행위를 말한다.예컨대 자신의 높은 생산성을 보이기 위한 학위따기,미를 자랑하기 위한 성형·하이힐·노출패션,부를 과시하는 명품·고급 승용차 같은 것들이 이에 해당된다.학벌주의 사회일수록 학벌은 신호로서 큰 효용가치가 있다.단지 박사학위를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졸,대졸자들이 얻기 힘든 일자리를 구할 수도 있다.신정아의 가짜 학위는 학벌주의 사회에서 학력이 주는 무거움과 학벌이 갖는 가벼움을 동시에 보여준다.신정아는 학위를 위조했지만 실제 학위를 가진 사람들이 자신보다 실력이 나은 게 없다고 여겼다는 얘기다.성형수술도 영화 '미녀는 괴로워'처럼 한 여자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이 정도면 자신에겐 충분히 투자할 만하다고 여기지 않을까.⊙ 신호는 비쌀수록 잘 먹힌다자신의 정보를 알리는 행위인 '신호'는 반드시 비용과 부담이 수반된다.학위,성형,

    2007.12.21 17:07
  • [Cover Story] 게임이론으로 복기해 보는 아프간 인질사태

    게임이론의 고전인 ‘죄수의 딜레마’ 상황(도표 1)을 보자.죄수 A,B가 강력범죄로 체포돼 각기 분리된 방에서 심문을 받는다.검찰은 증거가 불충분해 죄수들의 자백이 필요하다.죄수 한 명만 자백하고 다른 한 명이 부인하면 전자는 석방,후자는 가중처벌로 징역 10년이다.둘 다 자백하면 징역 5년씩,둘 다 부인하면 확보된 증거로 징역 1년씩만 구형된다.이때 죄수 A,B는 모두 부인하는 게 최선(징역 1년씩)이지만,죄수들은 고민 끝에 각자 자백해 징역 5년씩을 구형받게 된다는 것이다.즉,A는 B가 어떤 선택을 하든 자백이 유리하고 B도 마찬가지다.만약 B가 자백한다면 A는 ‘자백(징역 5년)〉부인(징역 10년)’,B가 부인한다 해도 ‘자백(석방)〉부인(징역 1년)’으로,모두 자백이 낫기 때문이다.B의 입장에서 봐도 결과는 같다.⊙죄수의 딜레마와 인질사태죄수의 딜레마를 아프간 인질사태에 대입해보면 한국정부는 탈레반과 협상해 인질을 석방케 하느냐,요구를 무시하고 강경대응 하느냐의 딜레마(도표 2)이다.‘협상’전략은 몸값 비용과 국제사회의 비난을,‘무시’전략은 인질 처형의 위험이 있다.하지만 인질사태 초기부터 정부는 가진 패를 다 읽혔다.탈레반의 요구에 대통령은 조급하게 아프간 파병부대 철수를 언급했다.‘무조건 살려내라’는 국내 여론에다 인질 몸값 모금운동까지 벌어졌다.한국정부가 ‘무시’ 전략으로 갈 수 없다는 것을 안 탈레반은 협상 와중에 인질 2명을 죽이면서 더욱 압박했다.아직도 인질은 19명이나 남아있으니까.탈레반으로선 협상에 응하되 몸값을 최대한 받아내는 꽃놀이패가 된 것이다.⊙ ‘남한산성의 딜레마’김훈의 소설

    2007.12.21 17:03
  • [경제를 알면 논술이 술술] 21. 왜 상대평가를 하면 더 경쟁이 치열해질까?

    상대평가와 절대평가 수능시험 성적에 수험생의 점수를 그대로 반영할 때는 절대 평가였지만 올해부터 등급제로 매기면서 수능은 상대 평가로 바뀐 셈이다.올해 수능 수리 '가'형에서 3점짜리 한 문제가 틀려 2등급으로 떨어진 수험생이 두 문제 틀린 학생과 동등하게 2등급이 됐다면 억울하지 않을 수 없다.대학생들도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상대평가 시험이다.수강생 중 상위 10%에게만 'A'학점을 줄 경우 아무리 열심히 해도 10% 안에 못 들면 'A'를 받을 수 없다.그렇다면 상대평가 시험은 학생들을 무한 경쟁으로 내모는 매정한 시험 제도인가.상대 평가는 정말 평가받는 사람에게는 가혹하기만 한 제도인가.오늘은 상대 평가와 절대 평가의 원리를 경제학적 사고로 풀어 보자.⊙ 1980년대 상대평가의 기억1980년대 전두환 정부는 각 대학이 입학 정원의 130%를 신입생으로 뽑게 하고 상대 평가를 실시해 이 가운데 30%를 졸업 때까지 탈락시키도록 하는 졸업정원제를 도입했다.상대 평가로 학사 관리를 엄격히 하면 학생들의 반정부 시위를 줄일 수 있다고 기대한 것이다.하지만 이 제도는 학생들이 졸업할 시점이 되자 흐지부지됐다.학부모들이 멀쩡한 자식이 성적이 좀 나쁘다고(그것도 상대 평가로 학점을 제대로 못 따서)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결국 졸업정원제는 대학생 숫자만 잔뜩 늘려놓아 1980년대 학생 운동은 절정에 이르렀고,이른바 386세대를 낳는 토대가 됐다. ⊙ 너의 불행이 나의 행복(?)상대 평가를 하게 되면 시험 성적 자체보다는 학급·학년이나 수강생들의 순위에 의해 성적이 매겨지게 된다.따라서 내가 한 계단 올라가면 필연적으로 한 계단

    2007.12.21 15:37
  • [Cover story] 사람들은 왜 유토피아를 꿈꿀까?

    토머스 모어의 소설 '유토피아'(1516년)에서 유래한 유토피아(utopia)는 그리스어로 없다는 의미의 ou와 장소를 뜻하는 topos의 합성어(영어로는 no place)이다.문자 그대로 지구상에는 없는 곳이다.문화권마다,종교마다 이 같은 유토피아적 개념이 있다.에덴동산이나 젖과 꿀이 흐른다는 가나안,천국,극락에서부터 엘도라도,샹그리라,엘리시움,샴발라,무릉도원,이어도 같은 것들이다.따라서 유토피아는 세상에 없는 곳이지만 유토피아적 사고는 세상 어디에나 있다고 할 수 있다.플라톤,생시몽,푸리에,마르크스,마르쿠제 등 수많은 사상가들이 유토피아를 상상했을 만큼 뿌리가 깊다.철학,종교는 물론 민중들의 일상에서도 삶이 어려울수록 유토피아적 환상은 삶의 고통을 잊게 하는 마취제 역할을 해왔다.유토피아를 꿈꾸는 것이 과연 '헛된 망상'인지,'인간의 본성'인지 선뜻 답하기 어렵다.철학적인 유토피아의 원조는 플라톤의 '이상국가'로부터 출발해 마르크스가 변증법적 역사 법칙의 완성이라고 여겼던 공산사회의 개념에서 절정을 이룬다.많은 사상가들이 그린 완벽한 세상은 강력한 중앙 통제,무오류의 지도자,공동 생산과 분배,무질서해질 수 있는 국민에 대한 끊임없는 교화,일사불란하고 질서정연한 사회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이는 역사의 종착역으로서 유토피아를 설정했을 때 필연적으로 회귀하는 결과이기도 하다.하지만 이런 식의 상상은 문학과 영화의 세계에서 여지없이 조롱거리가 된다.20세기 전반기에 쓰여진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조지 오웰의 '1983',예브게니 자마찐의 '우리들'은 세계 3대 반(反)유토피아(anti-utopia,distopia) 소설로 유명하다.이들

    2007.12.14 17:51
  • [Cover story] 유토피아의 꿈 … '헛된 망상'인가, '인간 본성'인가

    사람들은 현실생활이 어려울수록 종교에서 위안을 찾는다.대다수 종교들은 믿는 자에게 현세의 복락,내세의 구원으로 위안을 준다.기독교·이슬람교의 천국과 영생,불교의 극락과 정토,인도 종교의 윤회와 해탈 같은 것들이 그렇다.종교에서의 천국 개념은 유토피아적 상상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보려는 노력들도 끊임없이 시도된다.이때 '완벽한 세상' 역시 상상 속에 그려지는 유토피아다.차별 없고,빈부격차 없고,계급이 없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어떻게 사회를 바꿔야 할지를 주장한다면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된다.결국 유토피아적 상상이란 종교,철학,사회를 지탱하는 한 축인 셈이다.하지만 유토피아는 세상에 존재하는 곳이 아니다.상상 속의 이상향은 현실에 구현될 수 없는 것인가? 유토피아를 꿈꾸는 것은 '인간 본성'인가,'헛된 망상'인가? 인간은 '완벽한 세상'을 만들 수 있는가? 이런 궁금증에 대해 생각해 보자.⊙ 역사는 진보인가 순환인가인류의 역사를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과정으로 볼 것인가,아니면 흥하고 쇠하는 순환과정으로 볼 것인가는 역사 철학자들의 부단한 논쟁거리였다.다른 말로는 역사 진보론과 순환론,불변의 역사의 법칙이 있다는 역사주의와 모든 역사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상대주의의 대립이기도 하다.진보론은 직선적(linear)인 역사관으로 미래 역사의 종점에 유토피아가 존재할 것임을 암시한다.기독교의 천년왕국,플라톤의 철인이 통치하는 이상국가,마르크스의 역사 최후단계로서의 공산사회 같은 것들이 여기에 해당된다.진보론은 한편으론 역사의 완성을 주장하기 때문에 종말사관의 성격도 갖는다.반면 순환론

    2007.12.14 17:30
  • [Cover story] 문학작품 속의 유토피아 vs 디스토피아

    문학작품은 유토피아를 꿈꾸기 가장 좋은 환경이다.동서고금의 수많은 작가들이 이상적인 세상,사회체제,공동체적 이상을 꿈꿨던 때문이다.이는 현실세계의 모순과 갈등,싸움과 범죄,전쟁과 죽음 같은 것들에 대한 반작용이기도 하다.이런 작품들은 낙원을 꿈꾸는 사람들의 지지를 업고 '유토피아 문학'이란 장르로 자리잡았다.유토피아 문학은 있을 법한 현실을 상정하는 리얼리즘 소설의 대척점에서 오늘날 공상과학 소설로 명맥을 잇고 있다.문학에서의 유토피아적 상상력은 철학,사회학,심리학 저술에도 영향을 미쳤다.유토피아 문학은 공허한 상상력인가,인류의 꿈인가.유토피아 문학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유토피아를 다룬 문학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근대를 연 두 편의 유토피아 소설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Utopia,1516)와 경험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이 쓴 소설 '새로운 아틀란티스'(Nova Atilantis,1627)는 여러모로 대조적인 작품이다.모어의 유토피아는 국왕이 없고 계급이 없으며 소유,차별,화폐를 철폐하고 하루 6시간만 일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교양을 쌓는 사회다.사유재산 불인정,계획적인 생산·소비 등 공산주의적 색채를 풍긴다.그래서 '존재하지 않는 곳'이란 의미의 유토피아를 제목으로 붙였다.모어의 유토피아는 그 이상(理想) 자체보다 당시 영국의 현실에 대한 비판에 의미가 있다.반면 베이컨의 '뉴 아틀란티스'는 새로운 과학문명과 기술로 이룩되는 과학적 유토피아를 그렸다.인간의 지식에 대한 확신과 과학의 통제,문명의 진보에 대한 신뢰와 낙관을 담고 있다.이 두 작품은 중세를 마감하고 근대로 넘어가는 시기에 쓰여 이후 많은 작가와 철학자들에게

    2007.12.14 16:38
  • [경제를 알면 논술이 술술] 20. 지금 1만원과 1년 뒤 1만원은 같을까, 다를까

    이자율 & 할인율 요즘은 대개 교통카드로 지하철을 타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요금을 할인해 주는 지하철 정액권을 주로 이용했다.1만원짜리 정액권을 9000원만 내면 살 수 있었다.그런데 서울지하철공사가 어느 날부터인가 1만1000원어치를 쓸 수 있는 정액권을 1만원에 파는 방식으로 바꿨다.그렇다면 승객 입장에선 어느 쪽이 이득이 될까?지금 손에 1만원이 있다.이 돈을 지금 쓰면 1만원짜리 책이나 피자를 살 수 있다.하지만 은행에 넣어 놓으면 이자가 6%인 경우 이자가 6%라면 1만600원이 된다.시간이 지나면서 돈의 가치가 높아진 것이다.그런데 물가가 1년간 3% 올랐다면 1년 뒤 돈의 가치는 1만300원으로 또 달라진다.왜 이렇게 돈의 가치가 제각각으로 변할까?오늘은 이자율과 할인율에 대해 생각해보자. 이 개념만 알아도 국내외 금융시장 돌아가는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덤으로 사회적 할인율에 관한 지문이 나온 올해 수능시험 언어영역 44~46번 문제가 낯설지 않게 보일 것이다.⊙ 지하철공사의 '꼼수'위 사례는 얼핏 보면 1000원의 에누리니까 똑같아 보이지만 분명히 차이가 있다.지하철공사가 액면가 1만원짜리 정액권을 9000원에 팔면 10%(1000원÷1만원×100)를 에누리한 것이 된다.그러나 1만원을 내고 1만1000원까지 쓸 수 있게 한 정액권의 경우엔 9.09%(1000원÷1만1000원×100)를 깎아준 것이 된다.결국 정액권을 깎아주는 비율이 0.91%포인트만큼 줄어든 것이다.승객 입장에선 그만큼 돈을 더 내고 타는 셈이니까 후자의 할인 방법이 손해다.정액권 1만원당 고작 91원 차이일 뿐이니 각자에게는 무시해도 좋을 미미한 금액이지만,지하철을 한 해에 연인원 1억명이 이용한다면 지하철공사는 91억원을 더

    2007.12.14 15:04
  • [Cover Story] 동물들은 왜 그렇게 진화했을까?

    날지도 못하고 뒤뚱거리는 '숏다리' 펭귄,하루 20시간씩 자는 '잠꾸러기'이면서 편식으로 온갖 질병에 시달리는 '종합병동'인 코알라,움직임이 초 슬로모션인 '느림보 챔피언' 나무늘보,바닷속에서 푸른색을 구분 못하는 '눈 뜬 색맹' 물개,장거리 비행의 대가이면서 이착륙 때 종종 목이 부러지는 '초보비행사' 알바트로스,세계에서 가장 빠른데도 20초 이상을 못 뛰는 '지구력 빵점' 치타,화려하고 웅장한 뿔 때문에 종종 나뭇가지에 걸려 목숨을 잃는 '왕자병' 숫사슴….도대체 동물들은 왜 이 모양으로 진화한 것인가.종(種)이 생존하는 데 오히려 불리한 조건을 갖고도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 남았을까.우리가 "그냥 그렇게 생겼지" 하고 별 생각 없이 봐왔던 동물들의 모습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 참 많다.자연선택,적자생존을 기반으로 한 다윈의 진화론이 틀린 것인가,아니면 그 이상의 이유가 있는 것인가.궁금증은 이 뿐만이 아니다.캥거루만 배에 주머니가 있는 줄 알았더니 호주에 서식하는 대다수 동물들이 한결같이 주머니를 가진 유대류(有袋類)이다.심지어 호주 토종 늑대(멸종된 타즈매니안 울프)까지 주머니에서 새끼를 키웠다.주머니가 없는 동물은 유럽 등지에서 호주로 들어간 외래종뿐이라는데,이건 또 왜 그럴까?이렇듯 진화의 세계는 어처구니 없기도 하면서 신비롭고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 투성이다.생물 교과서에선 진화(evolution)를 "(다음 세대로 전해지는 어버이의)유전 형질이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각기 다른 환경에 적응해 가는 동안 새로운 형질로 변하는 것" 또는 "오랜 세월에 걸쳐 적응(환경변화에 맞춰 구조,기능,행동 등의 변화)을 일으킨 결과 새로운 종이

    2007.12.07 16:09
  • [Cover Story] 생존에 불리한 조건으로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진화는 진보가 아니다. 환경 적응일 뿐이다. 지구상에는 150만종의 생물이 존재한다.이같은 생물의 다양성은 인간이 진화체계의 맨 꼭대기에 있고 '진화=진보'라는 관점으로는 이해하기 힘들다.또한 다윈의 진화론에선 자연선택과 적자생존이 종(種)의 유전자를 보존하는 최선의 전략이지만 이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생물들 또한 수없이 많다.예컨대 코알라는 하루 20시간,나무늘보는 18시간씩 잠을 잔다.천적들에겐 이보다 더 좋은 먹잇감이 없을 것이다.그럼에도 그들은 살아남았다.반면 야생동물인 이리의 일종이었던 개는 인간과 친해짐으로써 먹이와 안전을 해결해 생존할 수 있었다.무엇이 생물을 이토록 다양하게 만들고,살아남게 만들었을까? 진화에 얽힌 수수께끼들을 파고 들어가보자.⊙ 왜 그렇게 진화했지?뒤뚱거리며 걷는 펭귄의 모습은 참 우스꽝스럽다.물속에서는 최고 시속 36km에 달해 그야말로 물 찬 제비지만 땅에선 정말 별 볼일 없는 존재다.하지만 펭귄의 뒤뚱거림은 몸을 시계추처럼 진동시켜 운동에너지를 위치에너지로 변화시키는 에너지 고효율 기능을 한다.펭귄의 숏다리는 두더지의 숏다리나 기린의 롱다리만큼이나 충분히 이유가 있다.더구나 서식지에서 펭귄의 천적이라야 바닷속 범고래 상어뿐이니 여태껏 살아남은 것이 이상할 게 하나도 없다.하루 20시간씩 자는 코알라는 편식으로 질병이 많다.하지만 다른 동물은 먹지 않는 유칼립투스 나무잎만 먹으니 먹이 경쟁자가 없고,게다가 호주의 서식환경에선 천적도 없다.육상동물 중 가장 빠르다는 치타는 순간 가속에선 최고이지만 20초 이내에 사냥하지 못하면 굶어야 한다.사냥감이 지그재그로 뛰면 잘 못따라간다.

    2007.12.07 15:52
  • [경제를 알면 논술이 술술] 19. 왜 한국엔 설립자 이름을 딴 대학이 없을까?

    명예의 경제적 가치 미국의 사립대학들은 대개 설립자나 재정적 후원자의 이름을 붙인다.아이비리그의 하버드대,프린스턴대.코넬대,예일대나 서부 명문 스탠퍼드대 등이 그렇다.하지만 한국에선 국공립대는 물론 사립대에도 설립자 이름을 딴 경우를 찾아볼 수 없다.우리 속담에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고 했는데,이런 명예를 원치 않는다고 보기는 힘들다.설립자의 이름을 대학 이름에 붙이는 것은 '명예(honor)를 구매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왜 미국에만 설립자 이름을 딴 대학이 많고 한국엔 없을까? 그 문화적 차이를 경제원리로 풀어보면 흥미롭다.오늘은 명예의 경제적 가치에 대해 살펴보자.⊙ '인명+대학'은 미국만의 현상한국의 대학들은 주로 도시·지역명(서울대,서강대,한양대 등)이나 나라명(고려대,조선대 등) 또는 추상적 개념(연세대,중앙대,홍익대 등)을 붙인다.중국,일본의 대학들(베이징대·칭화대,도쿄대·게이오대 등)도 마찬가지다.한국인의 이름 석 자가 대학명으로 붙이기에 적합하지 않아서일까,여러 설립 기여자 중 한 사람 이름만 붙일 수 없어서일까,이도저도 아니면 대학명으로 붙일 만한 인물이 없어서일까? 북한에는 김일성대,김책공대가 있지 않은가.설립자의 호(號)를 딴 경우도 중고교에는 간혹 있어도 대학엔 없다.유럽도 옥스퍼드대,베를린대,볼로냐대처럼 대개 도시명을 대학명으로 쓴다.프랑스는 '68혁명' 이후 소르본대 등 기존 대학들을 해체하고 파리1대학,파리2대학 등 멋대가리 없는 숫자이름을 붙였다.오히려 미국 대학들의 '인명+대학'이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악명 높았던 스탠퍼드대 설립자미

    2007.12.07 14:56
  • [스페셜] ‘2012 여수엑스포’ 유치 … 미래 해양강국을 꿈꾼다

    올림픽,월드컵과 함께 인류 3대 축전…경제효과 10조원 넘을 듯 엑스포(Expo)란 전시회를 뜻하는 'exposition'의 줄임말로,본래는 상품 매매와 문화 교류의 장(場)을 뜻했는데 요즘엔 세계 박람회를 지칭하는 말로 통한다.박람회의 유래는 BC 5세기께 페르시아 아하스페로스왕이 제국의 부귀 영화를 과시할 목적으로 페르시아가 지배하고 있던 국가들의 귀족을 초청해 6개월간 금은 보화를 전시하고 잔치를 벌였다는 구약성서 기록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그러나 근대적 의미의 엑스포는 1851년 영국 런던박람회(일명 수정궁박람회)를 꼽는다.산업혁명에 성공한 영국이 국력을 과시하기 위해 개최한 것으로,당시 전시관인 수정궁(Crystal Palace)은 안정성을 갖춘 유리 건축물로 세계 건축사에 한 획을 그었다.6개월간 열린 런던박람회가 기폭제가 돼 프랑스,독일 등 유럽 전역에 산업혁명이 번져 나갔다.하지만 20세기 들어 빈번한 개최,과열 경쟁으로 인해 박람회의 권위가 크게 떨어지자,1928년 31개국 대표가 파리에 모여 '국제박람회에 관한 협약'을 체결하고 세계박람회기구(BIE)를 설치하기에 이르렀다.이후 모든 세계박람회는 BIE의 엄격한 심사와 공인을 거쳐 개최지가 결정되고 있다.런던박람회 이후 총 106차례의 박람회가 열렸는데,국가별로는 미국이 30회,영국 14회,프랑스 12회,벨기에 7회,이탈리아·스페인·일본 각 5회,스웨덴이 3회 열었다.전체의 76%(81회)가 선진국에서 열렸을 만큼 엑스포는 개최국의 산업·기술·문화를 과시하는 행사라고 할 수 있다.엑스포는 또한 신기술 전시장으로도 주목을 끌었다.1876년 필라델피아박람회에서 전화기가 소개됐고,1904년 세인트루이스박람회에선 자동차와

    2007.11.30 16:53
  • [Cover Story] 기업의 사회공헌은 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

    우리는 더 큰 자동차를 타면서도 공기는 좋기를 바라고 더 청결한 생활을 원하면서도 강물이 깨끗하기를 바란다.휴가는 더 오래 즐기고 싶으면서 임금도 높았으면 한다.이런 상충적 희망 사이에서 우리는 갈등한다.농약도 그런 주제다.농약을 금지하자는 '구호'가 요란했지만 실상 대안은 별로 없었다.농약을 없앴다가는 자칫 값싸고 싱싱한-언제나 이것이 문제다-채소가 우리 식탁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이런 딜레마 속에서 한 중소기업이 블루오션을 찾아냈다.최근 코스닥에 신규 상장한 ㈜세실은 천적 곤충을 생산해 농작물과 숲의 해충을 제거하는 무공해 생물방제 업체.이 기업이 주목받는 것은 농업도 첨단산업이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는 점이다.정부나 환경·소비자단체들이 이루지 못한 '농약 해방'을 어쩌면 이 회사가 실현할지도 모른다.이렇듯 혁신하는 기업들이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기업은 이윤 극대화가 목표이지만 기업이 만들어내는 결과는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과 만족을 준다.지난 호에 설명했듯이 이기적 동기가 결과적으로 강력한 이타적 행동이 되는 것이다.기업은 한 푼이라도 더 이익을 내기 위해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고객 만족과 높은 품질,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는 데 노심초사한다.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기업일수록 시장에서 강력한 보상(높은 이윤)을 얻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도태한다.역사적으로 중대한 변혁은 경제적 토대에 의해 결정됐다.노예해방,여성해방도 경제성장과 기술 혁신의 결과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경제적 토대는 인권·자유·민주주의와 같은 정신적 가치까지 충족시키는 필수조건이라 할 수 있다.실제로 가난한

    2007.11.23 21:07
  • [Cover Story] 링컨은 혼자서 노예를 해방시켰을까?

    경제성장과 기술혁신이 역사를 바꾼다 미국인들은 링컨을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꼽는다.미국의 분열을 막고 흑인 노예들을 해방시켰다.하지만 링컨이 처음부터 노예해방론자는 아니었다.오히려 노예제를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그렇다면 무엇이 노예해방을 가능케 한 것일까?'피터 래빗'이란 토끼 그림동화로 친숙한 영국 작가 베아트릭스 포터를 다룬 영화 '미스 포터'를 보면 100년 전만 해도 최고 선진국이던 영국에서조차 여성의 사회활동에 제약이 많았다.하지만 20세기 이후 여성의 지위는 비약적으로 신장됐다.여성들의 자의식이 깨어났기 때문일까?역사 교과서를 보면 흔히 위인의 등장이나,집단의 자각을 가장 큰 역사의 동인(動因)으로 기술하는 경우가 많다.과연 그것만일까? 역사를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지만 근본적인 '경제적 토대'가 뒷받침되지 않고선 대개 실패하게 마련이다.실제로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무수한 왕조가 명멸했다.역사의 변혁도,태평성대도 경제성장과 기술혁신이 전제되지 않고선 불가능하다.무엇이 역사를 움직이는지 살펴보자.⊙ 경제성장 없이 인권 없다노예해방의 직접적인 계기는 스토우 부인의 '톰아저씨 오두막'과 링컨 대통령으로 알려져 있다.하지만 왜 미국 북부는 노예제를 일찌감치 폐지한 반면 남부는 노예제 고수를 주장했을까.흔히 북부는 공업지대였기에 공장 노동력이 필요했던 반면 남부는 대규모 농장 위주여서 노예제를 고수했다고 설명한다.그런데 미국의 영토가 확장되고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노예제와 임금노동 사이에 역전현상이 일어난다.노예는 주인이 먹여주고 재워주고 입혀줘야 하는데,노예의 의식주 비용이 공장노

    2007.11.23 20:49
  • [경제를 알면 논술이 술술] 18. 왜 자장면 곱배기는 있는데 군만두 곱배기는 없을까?

    가격차별 식욕이 왕성한 고등학생이면 중국음식점에서 자장면을 곱배기로 주문할 것이다.곱배기는 '보통'보다 500원 정도 비싸지만 양은 1.5배 이상 된다.곱배기와 보통의 100g당 단위를 따져보면 곱배기가 더 싸다.자장면 보통을 주문하면 손해라는 계산인데,그렇다고 무작정 곱배기를 시켜 남길 수도 없는 노릇이다.반면 군만두는 한 접시에 10개가 나올 뿐 곱배기가 없다.더 먹고 싶으면 한 접시 더 주문해야 한다.중고생들은 극장에서 학생 할인으로 1000~1500원가량 싸게 영화를 볼 수 있다.또한 비행기 이코노미클래스는 똑같은 자리여도 구입 방법에 따라 요금이 몇 배씩 차이가 난다.주변에 보면 이렇듯 무수한 차별이 존재한다.왜 같은 재화·서비스에 대해 다른 가격을 책정하는 것일까? 그런데도 불평하는 소비자는 없다.알수록 재미있는 '가격차별(price discrimination)'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곱배기와 더블버거의 경제원리자장면 곱배기에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가격차별의 원리가 숨어 있다.사람마다 먹는 양이 달라,먹성 좋은 사람은 자장면 한 그릇으로는 양이 모자라고,두 그릇을 사먹기엔 돈이 모자라거나 아까울 것이다.중국집 주인 입장에선 자장면 보통에 면과 자장을 얹어줘도 비용 증가는 미미하고,어차피 한 번만 서빙하면 된다.그렇다면 대식가들이 만족할 곱배기 메뉴를 제공해 수익을 더 늘리는 게 이익이다.하지만 모든 음식 메뉴가 이런 것은 아니다.주로 자장면 냉면 같은 면류나 설렁탕 같은 탕류처럼 둘이 나눠먹기 힘든 음식에서만 곱배기가 존재한다.햄버거 가게에도 일종의 곱배기인 더블버거가 있다.가격은 싱글버거보다 조금 비싼 수준이지만 고기 패티가 두 장 들어간다.

    2007.11.23 18:23
  • [Cover Story] 시장경제, 利己心(이기심)을 利他的(이타적) 행동으로 바꾸는 힘

    2~3살짜리 어린아이들을 보면 흥미로운 모습이 관찰된다."엄마,아빠" 같은 말을 시작한 지 얼마 안돼 대뜸 내뱉는 말이 "내 꺼야!"이다.인간의 이기적,자기중심적이고 자기영역을 중시하는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다.하물며 성인들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20세기 공산주의 계획경제 실험이 실패한 근본원인은 '내 것 중시''이기심' 같은 인간의 본성을 부정하는 사회시스템을 설계한 데 있다.이에 반해 시장경제는 어느 한두 사람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인류 역사와 더불어 서서히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다.채집·수렵,자급자족이나 약탈,전쟁 등으로 필요한 재화를 얻었던 인류가 '자발적 교환'에 나선 것이 바로 시장경제이다.시장경제 아래선 인간의 본성인 이기심을 애써 감출 필요가 없다.그렇다고 시장경제가 개인의 이기심을 무한정 발산하도록 내버려두지도 않는다.인간은 홀로 사는 로빈슨 크루소가 아니며.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고 타인의 행동이 거꾸로 자신의 행동에 준거가 되기 때문이다.이는 게임이론에서 말하는 '되갚기 전략'(tit for tat)과도 통한다.상대방의 호의에 대해 보답해야 할 의무감이 생기고,'눈에는 눈,이에는 이'식의 보복이 두렵기 때문에 행동을 스스로 규율하게 된다.이것이 바로 개개인의 이익 추구가 상호적 이타주의로 진화하는 과정이다.애덤 스미스는 이런 자연스런 섭리를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명명했다.그것의 정체가 무었인지는 잘 몰랐지만 인간사회에 분명히 작용하는 섭리가 있다는 것이다.개개인(미시적)의 이기심이 맞닿는 접점에서 사회적(거시적) 조화가 이뤄지면서 윤리의식도 생겨났다.쉽게 말해,내가 좋으면 남도 좋게 하고 싶고,

    2007.11.16 15:49
  • [Cover Story] 시장경제, 가장 정의롭고 효율적인 시스템

    좋은 상품과 서비스가 곧 이타적 행동'악한 자들이 끼칠 수 있는 해악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시장경제에 대해 노벨 경제학상(1974년) 수상자인 프리드리히 폰 하이에크가 설명한 말이다.하이에크는 "시장이 자연스럽게 탄생해서 그렇지 누가 발명한 것이라면 역사상 최고의 발명품"이라는 찬사도 보냈다.20세기 최대 실험이었던 공산주의(계획경제) 실험이 참담한 실패로 종말을 고하고,잠자던 중국은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면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는 데서 그 효용성이 더욱 두드러진다.시장경제는 유사 이래 가장 정의로운 경제시스템으로 평가받고 있다.우리는 매일 쓰는 제품을 어떤 인종,종교,문화를 가진 사람이 만들었는지 따져서 차별하지 않는다.시장경제 탄생과정과 왜 시장경제가 정의로운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근대의 산물,시장경제의 탄생주경철 서울대 교수는 저서 「테이레시아스의 역사」에서 "지금까지 인류는 평균적으로 계속 굶주려 왔다"고 지적했다.동서양을 막론하고 20세기 초까지도 흉년,재난,전쟁 등으로 식량 부족사태가 벌어지면 인육을 먹는 사례도 드문 일이 아니었다.수만년 동안 지속된 기아에서 인류를 해방시킨 것은 물질적 풍요를 가능케 한 시장경제 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인간은 필요한 욕구(재화)를 충족시키는 방법은 경제의 발전사라고 할 수 있다.선사시대엔 주로 채집 수렵,고대엔 전쟁 약탈이 주된 수단이었다.실크로드,카라반,화폐의 역사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제한적이지만 '교환·교역'이 있었고 중세 들어 더 확대되기 시작했다.초기단계의 시장이 존재했다는 얘기다.근대 들어 지리상의 발견과 항해술이 발전하고 중상주의

    2007.11.16 15:34
  • 공대 선배들이 고교생 ‘진로 도우미’로 나선다

    적성에 맞는 전공·직업 선택 상담 … 12월까지 신청받아 내년 2월중 설명행사 주요 대학 공대생들의 모임인 '전국 공과대학 차세대리더모임'(YEHS)이 이공계 진학을 준비하는 자연계 고등학생들의 진로 도우미로 발벗고 나섰다.공대에 재학 중인 선배들이 모교를 방문해 후배들과 상담하며 적성에 맞는 학과와 직업을 선택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YEHS는 11,12월 중 각 고교 자연계 담당 교사들로부터 신청을 받은 뒤 내년 2월에 신청한 고교를 방문,대입을 준비하는 자연계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공설명 행사를 갖는다.이 행사에 따른 별도 비용은 없고 학교 측에선 장소 제공과 상담 효과를 높이기 위한 최적 인원인 30~40명의 학생들을 선정하면 된다.행사는 공대 전공분야를 △컴퓨터공학 △전기·전자공학 △기계공학(항공·조선) △화학·생명공학 △토목·환경공학 △산업공학 △재료·신소재공학 등 7가지로 분류해 전공별 학부 또는 석사과정 학생들이 파워포인트 자료를 이용해 설명하고 질의응답을 갖는 방식으로 진행된다.신청 고교에는 가급적 그 학교를 졸업한 회원들이 방문할 예정이다.하재욱 YEHS 회장(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은 "고교시절 공대 학과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단지 수능점수에 맞춰 적성에도 안 맞는 전공을 선택했다가 뒤늦게 후회하는 사례가 많아 이를 개선해 보려고 행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그동안 이공계 기피현상을 개탄하는 목소리는 높았지만 미래 기술한국의 주역인 자연계 고교생들에게 실질적인 진로 선택에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이 미흡했던 게 사실이다.YEHS의 이번 행사가 고교 현장에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오형규 한국경제신문 연구위

    2007.11.16 14:54
  • [경제를 알면 논술이 술술] 17. 요즘엔 왜 맞벌이로도 살기 빠듯하게 느껴질까?

    GDP와 생활수준 1970,80년대만 해도 맞벌이는 흔치 않았다.아버지는 일터로 나가고 어머니는 집안살림을 하는 게 보편적인 가정 형태였다. 가장 혼자 벌어도 5~6식구가 먹고 사는 데 큰 지장이 없었다.그런데 요즘은 임금도 높아지고 부부가 맞벌이를 하는데도 살림살이가 빠듯하다.자녀 사교육비,대학 등록금에다 주택 대출까지 받았다면 허리가 휠 지경이다.잘 실감이 안 나면 당장 부모님께 여쭤보라.1인당 국민소득(GNI)이 1000달러 안팎일 때는 가장 혼자 벌어도 살았는데,1인당 소득 2만달러 시대에 맞벌이를 해도 많은 사람들이 왜 더 살기 어려워졌다고 느낄까? 국내총생산(GDP) 규모 세계 12위인데 국민 행복지수는 왜 100위권 밖일까? 이런 괴리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GDP 통계의 패러독스에 대해 생각해보자.⊙30년간 1인당 소득 20배 증가지금 고교생들이 태어나기 훨씬 전인 30년 전(1977년) 1인당 국민소득은 1007달러였다.올해 2만달러를 웃돌 전망이므로 30년 새 20배가 된 것이다.1945년 한국인 평균 수명은 50세였지만 2005년 평균 수명은 78.5세로 높아졌다.집집마다 승용차 한두 대씩 다 있고,더 좋은 집,더 좋은 옷,더 좋은 음식을 즐기며,영양 부족이 아니라 과체중을 신경쓰게 됐다.유사 이래 한국인들이 이만큼 잘 먹고 오래 살게 된 적이 없다고 할 정도다.그만큼 잘 살게 됐으니 행복해져야 할 텐데."행복하십니까?" 하고 물으면 대개 고개를 가로젓는다.영국 신경제학재단이 178개국의 국민행복지수 조사한 결과 한국은 102위에 그쳤다.자살률(인구 10만명당 26.1명)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1위다.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들도 사정은 우리나라보다는 조금 낫지만 크게 다르지 않다.반

    2007.11.16 14:14
  • [Cover Story] 4대 발명으로 앞섰던 옛 중국은 왜 유럽 열강에 먹혔을까

    개인의 경제자유,개방적 사고 억압하는 사상·체제가 발전 가로막아 '종이,인쇄술,나침반,화약'중국이 자랑하는 4대 발명품이다.종이는 AD 2세기,나머지는 10~11세기에 발명한 것으로 전해진다.4대 발명품은 중세 시기까지 탁월한 절대우위 품목들이었다.실제로 중국은 경제력·군사력·문화수준 면에서 유사 이래 대부분 기간 최 선진국이었다.그럼에도 근대에 들어와서 중국은 유럽 열강의 각축장이 되었고,오랜 잠에 빠진 용에 비유됐다.중세 유럽에 견줘 과학적·기술적 우위를 지니고도 정작 근대화에 뒤처진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이 국가경제를 성장시키고 국민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지 옛 중국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중국이 자랑하는 4대 발명중국은 군사적으로는 허약했던 송(宋)나라 때가 기술과 문화로는 전성기였다.영토는 거란의 요(遼),여진의 금(金)에 밀려 중원을 내주고 양쯔강 이남의 남송(南宋)으로 쪼그라들었다.하지만 문화면에선 주자학의 주희와 소동파 등 당송(唐宋) 8대가가 활약하던 황금기였고,과학기술면에서도 활판인쇄술,나침반,화약에다 물레바퀴,물시계까지 모두 이 시기에 발명됐다.4대 발명품 중 종이만 AD 105년 후한(後漢)시대에 발명된 것이다.중국의 발명품들은 뒤늦게 아랍을 거쳐 유럽으로 전해진다.채륜이 완성한 최초의 제지법은 중국과 사라센제국 간의 탈라스강 전투(751년·현재 카즈흐스탄 일대)에서 고구려 후예인 고선지 장군이 패할 때 포로로 잡혀간 제지공들에 의해 비로소 전해졌다.10세기 중국에서 발명된 나침반도 유럽에는 13세기에야 전래된다.유럽의 대항해 시대가 열린 것도 그 덕이다.중국에선 자석이 남북을 가리킨다는 사실을 이

    2007.11.09 16:52
  • [경제를 알면 논술이 술술] 16. 단체회식 때는 왜 음식을 과도하게 시킬까?

    투표와 공공선택 A씨의 가족은 주말 저녁 삼겹살로 외식을 했다.네 식구가 4인분을 시켜 남김없이 알뜰히 먹었다.며칠 뒤 A씨는 고교 동창모임에 나갔다.메뉴는 역시 삼겹살.30명이 모였는데 나중에 불판마다 한결같이 먹다 남은 삼겹살이 수북했다.계산서를 보니 총 50인분을 주문했다는 것이다.가족끼리는 음식을 남기지 않았는데,단체 회식자리에선 다 못 먹고 남길 것을 왜 이리 많이 주문했을까? 이럴 줄 알았으면 뷔페에서 모일 걸….이런 현상은 일군의 공공선택학파 경제학자들에게 좋은 연구 재료가 됐다.공공의 선택(의사결정)은 선출된 정치가들에 의한 투표(정치 과정)를 통해 이뤄지는데,수많은 비효율의 원천이 되는 게 현실이다.현실에서 공공선택이 어떤 문제점을 갖는지 살펴보자.수많은 사회문제를 분석·이해하고 설명하는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나 혼자 낸다면 아꼈을텐데A씨 가족의 외식비는 당연히 A씨가 냈다.너무 많이 주문해 먹고 남기면 그만큼 손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하지만 단체 회식에선 전체 식비를 n(사람수)으로 나눠,각자 1/n씩 부담한다.A씨가 먹성이 좋아 3인분쯤 해치웠더라도 추가되는 비용 역시 A씨가 아니라 '추가비용×1/n' 만큼만 늘어날 뿐이다.그러니 막말로 '먹는 게 남는 장사'가 된다.대부분 이런 생각을 갖고 있으니 30명이 60인분,90인분을 시킬 수도 있다.사람의 머리 속에는 이런 비용과 편익에 대해 '칼 같이' 계산할 수 있는 계산기가 들어 있다.머릿속 계산기에서 자신에게 (+)라고 생각하니 단체 회식에선 과도한 음식 주문,음식 낭비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다수는 항상 옳은가오늘날 대다수 국가는 대의 민주주의 제도를 채택

    2007.11.09 15:31
  • [Cover Story] 이기심과 이타심의 공존, 인간사회의 수수께끼가 풀린다

    '사랑' '자비' '덕',즉 '네 이웃을 사랑하라'로 요약되는 이타심은 종교의 영역에만 존재하는 것인가? 하지만 일상생활에서도 이타적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수없이 볼 수 있다.대가가 없어도 헌혈을 하고,불우이웃을 돕고,자원봉사에 나선다.해마다 연말 구세군 냄비에 거액의 수표를 넣고 사라지는 익명의 독지가도 있다.심지어 타인을 구하려다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들까지 있다.부모님의 20여년에 걸친 헌신적인 자녀 양육은 우리가 매일 보면서 느끼지 못하는 대표적인 이타적 행동이다.이타적 행위란 '자기를 희생하면서 상대방에게 도움을 주는 행동'으로 규정할 수 있다.종교에서 이타심을 강조하는 것은 실증적(왜 그런가)이 아니라 규범적(그래야 한다) 관점이다.단순히 성선설에 따라 인간은 선하기 때문에 이타적 행동을 한다는 설명은 너무 단편적이다.최근 최정규 경북대 교수(경제통상학부)가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지(誌)에 발표한 '자기집단 중심적 이타성과 전쟁의 공동 진화'라는 논문은 바로 이기적 인간의 이타적 행동을 설명하는 이론의 하나로 국내외 학계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인간은 자신의 집단에는 헌신하고 희생하지만 외부인에겐 적대적인 속성을 띠고 있으며,자기집단에 헌신하는 이타성이 가장 많은 자손을 퍼트리는 동시에 다른 집단에는 적대적이어서 결국 이타성과 전쟁이 함께 진화해 왔다는 것이 논문의 요지다.국내 경제학자가 유력 '과학'저널에 논문을 게재했다는 것도 놀랍지만,그의 연구 성과가 그동안 인간의 이타적 행동을 설명하는 가설들을 진일보시킨 것이어서 더욱 놀랍다.그동안 생물학을 비롯한 다방면의 학자들이 연구한 성과에 따르

    2007.11.02 20:39
  • [Cover Story] 인간은 이기적인데 뭘 바라고 남을 도우려 할까?

    인간은 대개 이기적이다.자기 자신,자기 것,자기 몸 등 자기 영역과 타인의 영역 간에 명백한 경계를 긋는다.인류 탄생 이래 그렇게 진화해왔고,오늘날 인간의 행동도 그렇다.가령 자살하는 방법이 다양하겠지만 스스로 숨을 참아 자살한 사람은 없다.인간 의지로 순교,순국을 할 수는 있어도 이에 앞서 본능이 숨참기를 거부하기 때문이다.이기심은 인간의 생물학적인 본성인 동시에 인간 행태를 탐구하는 철학,윤리학,경제학,사회학 등의 기본 전제이기도 하다.그러나 이기적 인간들 사이에서 이타적 인간이 '멸종'되지 않고 살아남아 면면히 맥을 이어왔다는 점 또한 사실이다.상반된 이기심과 이타심의 공존하는 세상은 흥미로운 관찰거리가 아닐 수 없다.이기적인 인간이,아무 대가 없이 남을 도울 수 있을까.아니면 무엇을 바라고 돕는 것일까? 그 기이한 질문에 대해 살펴보자.⊙동물들의 희생과 이타적 행동디즈니 만화영화 '라이언 킹'에는 다람쥐 비슷한 티몬,즉 미어캣(meerkat)이 등장한다.이들은 땅굴에서 집단서식을 하고 돌아가며 보초를 선다.서식지에 포식자가 나타나면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큰 소리로 경계신호를 보내 집단이 위험에 대처할 수 있게 돕는다.이기적이었다면 자신이 먼저 조용히 숨었을 것이다.중남미 일대에 서식하는 흡혈박쥐는 포유류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데,간혹 사냥에 실패해 굶어죽을 지경인 박쥐들이 나온다.그러면 피를 많이 먹은 동료 박쥐들이 위 속의 피를 토해내 굶주린 박쥐를 먹인다.집단 생활을 하는 꿀벌의 삶은 희생 자체다.암컷인 일벌들은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전달할 능력이 없음에도 평생 여왕벌이 낳은 알을 돌보고 외부의 침입이

    2007.11.02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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