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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형규 칼럼] 망치를 들면 모든 게 못으로 보인다

    “망치를 든 사람에게는 모든 게 못으로 보인다.” 마크 트웨인의 명언으로 알려졌지만 그의 말이란 기록은 없다. 최초 언급자는 1964년 ‘도구의 법칙’을 제시한 미국 철학자 에이브러햄 캐플런이다. 캐플런은 “어린아이에게 망치를 주면 두드릴 수 있는 모든 것을 찾아다닐 것이다”고 했다. 현재 버전은 심리학자 매슬로가 《심리학》(1966)에서 언급한 ‘망치의 법칙&rsquo...

    2019.02.14 18:07
  • [천자 칼럼] '프리미엄 택시' 경쟁

    “베트남에서 1주일간 ‘그랩’ 택시를 이용했는데 부르면 바로 오고, 경로를 알 수 있고, 바가지 걱정도 없었어요.”(교수 P씨) “유럽 출장 때 ‘우버’를 자주 타는데 단점을 못 찾겠어요. 싸고, 잘 잡히고, 막혀도 추가요금 없고….”(사업가 C씨) “여섯 명이 광화문에서 강남까지 ‘타다’로 갔는데, 쾌적하고 택시 ...

    2019.02.07 18:21
  • [천자 칼럼] '불복병(不服病)'

    “결승선에 도달하기 전에 무수한 논쟁이 오가지만, 일단 결과가 정해지면 승자와 패자 모두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게 화합의 정신이다. 정당보다 국가를 우선시할 것이다.”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54만 표를 앞서고도 선거인단 숫자에서 아쉽게 진 앨 고어의 ‘승복연설’이다. 존 매케인도 2008년 대선 패배 뒤 격앙된 지지자들에게 “미국이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힘을 합치자”며 통...

    2019.02.01 16:26
  • [오형규 칼럼] '가선 안 될 길', 베네수엘라에 묻는다

    2015년 3월 페루 수도 리마. 자유주의 경제석학들의 ‘몽펠르랭 소사이어티 총회’에 뜻밖의 인물이 기조연설자로 등장했다. 페루의 노벨문학상(2010) 수상자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였다. 팔순 노(老)작가는 거침이 없었다. “남미 발전에 최대 걸림돌은 혁명보다 포퓰리즘이다. 정확히는 현재를 위해 국가 미래를 희생시키는 선동적인 사회·경제 정책들이다.” 남미의 전형적 좌파 지식인이 환상을 품...

    2019.01.31 17:46
  • [천자 칼럼] 스파이 리스트

    영국 상류층에 명문대 출신이면서 1990년 옛 소련의 우표에 등장한 인물이 있다. 명문 케임브리지대를 나와 영국 해외정보국(MI6)에서 일했던 킴 필비(1912~1988)다. 왜 소련은 필비의 ‘영웅적 활약’을 기리며 우표까지 발행했을까. 1930년대 공산주의에 심취한 케임브리지 동창생 다섯 명이 소련에 포섭됐다. 이 중 필비는 MI6 미국과장까지 올라, 미 CIA·FBI와 공유한 2차 세계대전 정보를 소련에...

    2019.01.29 18:09
  • [천자 칼럼] 간병 로봇

    “인간에게 어려운 일은 기계에 쉽지만, 인간에게 쉬운 일은 기계에 어렵다.” 인간과 기계(로봇, 컴퓨터)의 능력 차이를 함축한 ‘모라벡의 역설’이다. 50년이 흐른 지금도 이 말은 유효하다. 이세돌을 격파한 알파고도 바둑판에 돌을 얌전히 놓는 일은 사람에게 의존했다. 사람에겐 별일 아닌 표정 읽기, 느끼기, 의사소통, 계단 내려가기, 수건 개기 등에서 기계는 여전히 헤맨다. 수십만 년간의 진화를 통해...

    2019.01.24 18:23
  • [오형규 칼럼] 입력장치가 고장난 사람들

    늙음은 ‘입력장치는 고장 나고 출력장치만 작동하는 상태’라는 사회학자 이진경의 정의는 설득력 있다. 공부하지 않고 가르치려 들기만 할 때 그게 늙은 것이다.‘입력’의 중요성은 개인뿐 아니라 국가도 하등 다를 게 없다. 조선의 512년 굴곡진 역사에서 지배층 양반의 폐쇄성과 경직된 당파성이 민초들을 얼마나 참담하게 만들었나. 조선통신사의 정반대 보고, 왜란에 호란까지 초래한 둔감함, 백성을 위한 경쟁이 아닌 당쟁 몰입, 세상 변화와 거꾸로 간 쇄국과 망국….500여 년에 걸쳐 형성된 신념과 관습이 한국인의 집단DNA에 또렷이 각인돼 있지 않을 리 없다. 지금도 사농공상, 관존민비는 면면히 이어진다. 정규·비정규직 차별에선 적서(嫡庶) 차별을 연상케 된다. 결혼시장에서 부모 직업, 사는 동네가 판단기준이고, 약간만 우월적 지위여도 갑질이 만연한 것도 마찬가지다. 정치과잉, 도덕과잉에다 타인에게만 엄격하고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내로남불’도 그 뿌리가 동일하다.유감스럽게도 조선 양반의 경직성을 현 집권세력을 구성하는 운동권 범(汎)좌파에서 발견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586 운동권을 도덕 근본주의로 치달은 조광조의 사림파에 비유하거나(조윤민 《두 얼굴의 조선사》), 구한말 위정척사파에서 좌파의 뿌리를 찾기도 한다(함재봉 《한국사람 만들기》). 그만큼 신념윤리가 투철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개화기 선교사 제임스 게일의 관찰에 따르면 “예(禮)만 제대로 지키면 십계명을 다 어겨도 여전히 훌륭한 사람으로 남는 존재”가 양반이었다.강한 신념은 입력장치의 정상 작동을 가로막는다. 그럴수록 확증편향이 강해져 문제 해

    2019.01.17 17:58
  • [천자 칼럼] 21세기 英·日동맹

    “역사는 똑같이 반복되진 않지만, 그 흐름은 되풀이된다”(마크 트웨인)는 말을 실감케 하는 장면이 지난 10일 영국 런던에서 연출됐다. 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와 일본 아베 신조 총리는 활짝 웃으며 손을 맞잡았다. 1만㎞ 떨어진 두 섬나라가 경제뿐 아니라 안보 분야까지 긴밀한 협력을 약속한 게 예사롭지 않다. 자연스레 117년 전 영·일 동맹을 떠올리게 된다. 두 나라는 공통의 적인 러시아를 저지하는 데 의기...

    2019.01.13 17:44
  • [오형규 칼럼] 가보지 못한 길, 가선 안 될 길

    ‘정치는 생물(生物)이다.’ 정치의 본질을 꿰뚫어본 노정객 DJ의 말이다. 하지만 진짜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은 건 정치보다 경제다. 정치는 정권 교체로 확 바뀌지만, 경제는 사람을 바꿔도 관성이 작용해 충격과 변화에 어떤 화학적 반응이 일어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대내외 모든 변수가 시시각각 영향을 미치고, 경제주체들은 수시로 행동을 바꿔 또 변화한다. 자연법칙과 달리 예외 없는 경제법칙은 없다. 정부가 정책을 만들면 개인...

    2019.01.03 18:16
  • [오형규 칼럼] 한국에는 왜 '흑묘백묘론'이 없나

    국가경제는 시계판과 닮았다. 빠르게 도는 초침은 미시경제, 천천히 도는 분침은 거시경제, 매우 느리게 가는 시침은 세계 경제에 각기 비유할 만하다. 초침이 분침·시침과 반대로 돌면 시계는 고장 난다. 미시정책이 거시경제와 세계경제의 큰 흐름에 부합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가 ‘무능인가, 아마추어인가’라는 혹평까지 듣게 된 것은 예정된 귀결이라고 할 만하다. 애초에 주력산업이 무너지는데 고(...

    2018.12.20 17:52
  • [천자 칼럼] 씁쓸한 소득 3만달러 시대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채플린의 경구는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 변천사에도 적용할 수 있다. 1962년 소득 100달러 최빈국이 1977년 1000달러, 1995년 1만달러, 2006년 2만달러를 넘어 올해 3만달러 돌파가 확실시된다. 밖에서는 유례없는 성공사례로 부러워하지만 안에서는 볼멘소리가 커져 간다. 주관적 만족도가 떨어지고, 상대적 박탈감을 표출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럴 만한...

    2018.12.09 19:20
  • [오형규 칼럼] 정권은 경제로 기억된다

    “방향은 맞지만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요즘 정부 여당 핵심 인사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문재인 정부의 각종 정책은 ‘가야 할 방향’인데 속도가 빠르다는 얘기다. 이낙연 총리가 그제 기자단 송년만찬에서 재차 강조했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인사청문회에서 최저임금을 두고 같은 말을 했다. 하지만 ‘방향’의 정의부터 명확히 해둘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 인상은 너...

    2018.12.06 18:19
  • [오형규 칼럼] '심판의 위기'가 경제위기 부른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는 세계 축구팬을 열광시킨다. 최선의 투지(선수), 효율적 전술(감독), 매끄러운 운영(심판)이라는 3요소 덕이다. 잘 준비된 선수들과 그 역량을 극대화하는 감독, 명확하고 일관된 판정이 어우러질 때 축구는 종종 아름다워 보인다. 열광에 비례해 수익도 올라간다. 경제도 다를 게 없다. 개인과 기업이 자유롭게 더 나은 삶, 더 큰 이윤을 추구할 때 경제활력이 살아난다. 이 과정에서 이해상충을 조정하고, 반칙·불법...

    2018.11.22 17:48
  • [천자 칼럼] "이거 짝퉁이에요"

    한국 사회에는 독특한 습성이 있다. 명품을 살 재력이 있건 없건, 몸에 걸친 게 명품이냐고 물으면 당사자는 대개 ‘짝퉁’이라고 손사래부터 친다는 점이다. 유명인일수록 자진 ‘짝퉁 인증’ 사례가 적지 않다. 이번에는 장관급 인사가 진품이면 수천만원에서 1억원에 이르는 명품시계로 뒷말이 무성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주 국회에 나올 때 스위스 명품시계 바쉐론콘스탄틴을 찬 모습이 언론에 포착됐다. 그는...

    2018.11.13 18:37
  • [오형규 칼럼] 후기 조선시대로 회귀하는 건가

    “공적으로 청교도, 사적으로는 변태들.” 요즘 핫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퀸의 기타주자 브라이언 메이가 미국인의 이중성을 꼬집은 말이다. 비슷한 말을 한국을 잘 아는 외국인들로부터 듣는다. “한국은 확실히 도덕지향적인 나라지만 그렇다고 한국인이 언제나 도덕적으로 산다는 의미는 아니다.” 서울대에서 8년간 한국철학을 연구한 오구라 기조 일본 교토대 교수가 《한국은 하나의 철...

    2018.11.08 19:16
  • [천자 칼럼] 슬픈 지리산 반달곰

    야생동물 천국인 옐로스톤, 그랜드티턴 등 미국 서부 국립공원에는 쓰레기통마다 자물쇠가 달려 있다. 잠그지 않으면 밤에 곰이 난장판을 만든다. 통나무집에 묵을 때도 음식물을 밖에 뒀다간 곰을 불러들이기 십상이다. 잡식성인 곰은 사람이 먹는 음식은 거의 다 먹는다. 우리나라에서야 그럴 정도는 아니지만, 지리산에 방사된 반달가슴곰 개체수가 늘면서 곰과 사람의 조우도 점점 늘고 있다. 반달곰이 대피소에 출몰해 잔반통과 배낭을 뒤지고 침낭을 물어뜯은 ...

    2018.11.05 18:50
  • [오형규 칼럼] 청년의 삶을 저당 잡은 나라

    한 장의 사진이 모든 것을 말할 때가 종종 있다. 2년 전 한 인터넷매체가 찍은 한국GM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동조합 사진이 그랬다. 노조 출입문에는 ‘해고는 살인이다’와 ‘신규채용 결사 반대’란 문구가 나란히 붙었다. 한국 노동시장의 불편한 진실이 응축돼 있었다. 이런 의자뺏기식 갈등이 더욱 복잡하고 다원화돼 가고 있다. 점점 분명해진다. ‘일자리 절벽’이 왜 이토록 골이 깊은지...

    2018.10.25 17:42
  • [천자 칼럼] 애증의 브라질 국채

    2000년대 일본에서 최고 금융 히트상품은 월지급식 펀드였다. 예금이자가 연 1%도 안 되는데 월 0.5~1.0%를 월급 받듯 ‘따박따박’ 수령해 고령자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2001년 2조엔이던 펀드 규모는 2010년 16조엔(약 160조원)까지 폭증했다. 그런 고수익을 내기 위해 집중 투자한 게 브라질 국채다. 룰라 대통령 집권 후 브라질이 고성장을 구가하던 시기와도 맞아떨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격주간지 &lsqu...

    2018.10.22 19:01
  • [천자 칼럼] 통계 오독(誤讀)

    ‘대약진운동’ 기간(1958~1962)에 중국 전역에서 쌀 수확량이 급증해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는 보고가 속속 올라왔다. 마오쩌둥은 이에 고무돼 ‘잉여식량을 어떻게 할까’ 고민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 숫자는 각 지역에서 징벌을 모면하려고 당 중앙에 부풀려 보고한 것이었다. 역사가 프랑크 디쾨터는 《마오의 대기근》에서 성과가 처참한데도 통계 부풀리기 탓에 대약진운동이 더 오래 지속됐다고 봤다. 허황한 ...

    2018.10.16 18:59
  • [천자 칼럼] '북한 견문록' 경쟁

    “깔끔한 현대식 신축 빌딩과 40~50층 아파트 도로 위에는 자동차와 무궤도전차(트롤리 버스)가 시내를 누빈다. 스마트폰 화면을 손가락으로 훑으며 거리를 오가는 직장인들까지! 일상의 풍경을 살펴본다.” KBS ‘걸어서 세계 속으로’의 평양편 안내 문구다. 북한은 분명 변하고 있다. 사회주의와 400~500개에 달하는 장마당이 기묘하게 동거한다. 평양이 ‘혁명의 수도’에서 &lsq...

    2018.10.15 18:29
  • [오형규 칼럼] 지식인 사회가 무너지고 있다

    지식인 사회가 위태롭다. 학계는 입증 없는 주장이 난무하고, 싱크탱크들은 논란 있는 이슈에 입을 닫은 지 오래다. 기성 언론이 외면당하고, 법조계도 제 코가 석 자다. 토론장(場)은 직설적 비난이 넘쳐나는 SNS로 대체됐다. 나라 걱정에 한숨이 커지는 한편, 불러주기만 기다리는 ‘공직 예비군’이 즐비한 게 요즘 지식인 사회다. 안팎 상황은 엄중해져만 가는데 지식인의 목소리가 안 들린다. 비상등 켜진 경제, 대안 부재인 탈...

    2018.10.11 18:32
  • [천자 칼럼] 90년째 부끄러운 한글날

    “감기 빨리 낳으세요” “일해라 절해라 마세요” “들은 예기가 있는데요”…. 몇 해 전 한 포털이 조사한, 가장 거슬리는 맞춤법 오류들이다. ‘낳다’와 ‘낫다’를 구분 못 하고, ‘얘기’가 ‘예기’로 둔갑하는 건 지금도 흔하다. ‘이래라저래라’를 ‘일해...

    2018.10.08 18:23
  • [천자 칼럼] 상처받은 젊음, '바나레 신드롬'

    일본 영화 ‘전차남’(2005)은 내성적이고 소심한 ‘오타쿠(オタク)’가 등장해 주목을 끌었다. 연애 경험이 전무한 오타쿠가 전철 안에서 희롱당하는 여성을 얼떨결에 구해주면서 벌어진 이야기다. 1980년대 등장한 오타쿠는 ‘한 분야에 집착적으로 관심을 가지면서 사회생활에 서툰 사람들’을 지칭했다. 영어로 괴짜를 가리키는 ‘geek, nerd’와 비슷하다.오타쿠는 다소 긍정적 뉘앙스가 있지만, ‘히키코모리(引き籠り·은둔형 외톨이)’는 1990년대 사회문제로까지 부각됐다. 젊은이들이 짧게는 3~4년, 길게는 10년이상 집안에 콕 틀어박혀 인터넷·게임에만 빠져 사니 그럴 만도 했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프리터족(freeter族=フリ-タ)’, 누에고치처럼 좁은 공간 속에 안주하는 ‘코쿤족(cocoon族)’ 등도 지난 20여 년간 일본 젊은이들의 특징이다.2010년대 들어 오타쿠의 자식 세대인 ‘사토리(さとり) 세대’가 등장했다. 사토리는 ‘깨달음, 득도, 달관’이란 뜻이다. 1990년대에 태어나 성장기에 본 것이라곤 ‘잃어버린 20년’의 불황뿐이어서 바라는 것도 없고, 별 의욕도 없이, 그저 현실에 만족하는 지금의 20대를 가리킨다. 1985년생인 후루이치 노리토시는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2011)에서 그 특징을 내향적·배타적·비정치적이면서 그럭저럭 행복한 세대로 요약했다.이들의 행동특성은 ‘바나레(離れ) 신드롬’으로 요약된다. ‘멀리하다, 떨어지다’란 뜻의 동사에서 파생된 바나레는 명사 뒤에 붙여 ‘~에서 떠난 상태’를 뜻한다. 자동차도 싫고(구루마 바나레), 술도 싫고(사케 바

    2018.10.01 17:48
  • [오형규 칼럼] 경제위기는 늘 人災다

    그 출발은 1984년이었다. 전두환 정권이 집권 4년차에 자신감이 붙자 소위 ‘학원자율화’ 조치를 단행한 것이다. 그해 6월 해직교수 변형윤이 서울대 경제학과에 복직했다. 1960~1970년대 한국판 종속이론이었던 민족경제론과 식민지 반(半)봉건사회론이 서울대 강단에서 부활했다. 그때 대학원 조교가 홍장표였다. 이듬해 김상조가, 2년 뒤에는 강신욱, 류동민 등이 경제학과 학부를 거쳐 대학원에 들어갔다. 변 교수의 강력한 ...

    2018.09.27 17:51
  • [천자 칼럼] 일본의 초고령화 대처법

    “인생은 고독하고 가난하고 추악하고 야만스럽고 짧다.” 17세기 영국 철학자 토머스 홉스가 쓴 《리바이어던》의 한 구절이다. 홉스가 지금 다시 책을 쓴다면 인생이 짧다는 표현만큼은 빼야 할 것이다. ‘심리적 고령’의 기준점은 대략 70세다. 70세가 넘어야 스스로 노인으로 여긴다는 국내 설문결과도 있다. 71세에 이스라엘 총리가 된 골다 메이어는 “70세가 되는 것은 죄가 아니지만, 그렇다...

    2018.09.18 17:49
  • [오형규 칼럼] 사다리 걷어차는 정부

    “현실을 모르는 한국 좌파는 게으르고 무책임하다.” 보수 정치인의 말이라면 발끈할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이 말의 임자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다. 교수 시절인 2014년 《한국의 자본주의》로 한국출판문화상을 수상한 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다. 당시 장 실장은 “한국 경제가 모순적”이며 “좌우진영의 논리가 전부 파편적”이라고 싸잡아 비판했다. 지금은 그가 더 모순적으로 비...

    2018.09.13 17:49
  • [오형규 칼럼] 2048년 한국, 어떤 나라가 돼 있을까

    1988년 7월 휴대폰이 처음 개통됐을 때 지금 같은 초고속 멀티미디어 시대를 상상한 이는 없었다. 대당 400만원(현재가치 약 1200만원)짜리 ‘벽돌폰’ 자랑과, 여기저기서 “어, 난데!” 소리가 초창기 풍경이었다. 하지만 그때도 남들이 상상도 못한 것을 간파한 이들이 있었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마흔인 1980년 관직에 입문한 오명 전 체신부 장관은 전(全)전자교환기, 정보통신망 등의 기초...

    2018.08.16 18:20
  • [천자 칼럼] 빌리 그레이엄

    그제 소천한 빌리 그레이엄 목사는 100년 삶만큼이나 별칭이 많다. 20세기 복음전도사, 세계의 부흥사, 미국의 목사, 대통령의 영적 조언자…. 70여 년간 185개국 2억1500만 명에게 직접 전도했고, 라디오, TV 등 미디어로 22억 명에게 복음을 알렸고, 저서만도 30권에 이른다. 트루먼부터 오바마까지 12명의 대통령이 그를 영적 멘토로 삼았을 정도다. 1918년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출신인 그는 어릴 적에는 말더듬는 게 ...

    2018.02.22 18:35
  • [천자칼럼] 마오이즘

    13억 중국인에게 마오쩌둥(毛澤東)은 국부이자 은인 같은 존재다. 파란만장한 대장정과 항일투쟁, 국공(國共)내전 끝에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운 ‘붉은 대륙의 아버지’다. 말년에 역사에 결정적 흠집을 남겼음에도 여전히 추앙받고 있다. 마오는 청나라가 급속히 기울던 1893년 후난성에서 농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1917년 소련 볼셰비키혁명을 목도하고 마르크스주의자로 변신해 1920년 공산당 창당을 주도했다. 그가 이끈 홍군이 ...

    2017.05.10 18:17
  • [오형규 칼럼] 386세대는 어쩌다 '밉상'이 됐을까

    제가 ‘82학번이 82학번에게’라는 칼럼(한경 2012년 10월24일자)을 쓴 지 벌써 5년이 흘렀군요. 58년 개띠 이후 가장 주목받는 82학번이지만 80년대 트라우마에 갇혀선 미래를 이끌 수 없다고 썼습니다. 유감스럽게도 별로 달라진 게 없네요. ‘쪽수’가 확 불어난 82학번은 386세대의 핵심이었죠. 386 대부분이 50대이니 ‘586(50대, 60년대생, 80년대 학번)’...

    2017.04.20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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