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실 때마다 궁금한 게 있다. 주세(酒稅)의 목적이 무엇인지. 국민 건강인가, 세수 확보인가. 술로 인한 질병과 청소년 음주는 위험수위다. 술김에 저지르는 주폭(酒暴), 음주운전 사고는 또 어떤가. 작취미성(昨醉未醒)의 생산성 저하는 계산도 어렵다.주세를 대폭 올려서라도 술 소비를 줄일 필요가 있다. 외부효과를 교정하는 죄악세(sin tax)로서 공감대도 있다. 국민 건강이 걱정돼 담뱃세를 단숨에 80%나 올린 정부가 아닌가. 그런데 유일호 부총리는 인사청문회에서 “주세 인상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새누리당도 펄쩍 뛴다. 음주의 직·간접 손실이 연간 20조원이 넘는데 괜찮다는 말인가.한국 술 50년 하향평준화 주범1909년 처음 도입된 주세는 100년 넘는 ‘세수 효자’였다. 국세 중 주세 비중이 6.5%(1965년)에 달한 적도 있다. 지금은 1.6%다. 담뱃세 인상으로 지난해 3조5608억원이 더 걷혔지만 소주값 인상(출고가 5.61%)에 따른 추가 세수는 1000억원도 안 된다.그럼에도 정부가 현행 주세법을 고집하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 우선 정치적 부담이 크다. 노무현·이명박 정부도 주세 인상을 추진했다 접었다. ‘값싼 서민주’를 건드릴 배짱이 없어서다. 더구나 세금을 걷기 편해 굳이 바꿀 필요를 못 느낀다. 정부는 1968년부터 알코올 도수(종량세)가 아니라 술값(종가세)에 주세를 매겼다. 출고가가 오르면 주세 수입도 덩달아 늘어난다. 주류업계와 국세청으로선 누이 좋고 매부 좋다. 대법원이 소주값 담합을 인정하지 않은 이유도 국세청이 관여했다고 봤기 때문이다.혹자는 서민들이 시름을 달래는 값싼 ‘쐬주’가 무슨 문제냐고 반문할 것이다. 단돈 1달러로 취할
파리 스티커가 붙은 남자 소변기, 피아노 건반이 그려진 계단, 빨간 선으로 진행방향이 표시된 도로…. 2009년 국내에서 출간된 《넛지(Nudge)》가 바꿔놓은 주위 풍경이다. 강제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소변기에 한발 다가서고,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오르며, 굽은 도로에서도 차선을 잘 유지한다. 요즘처럼 다원화된 세상에선 억지로 잡아끄는 강요나 지시보다 팔꿈치로 슬쩍 건드리는 넛지가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넛지》가 출간되자 당장 버락 오바마, 데이비드 캐머런 등 정치지도자들이 이 책에 꽂혔다. 미국 규제정보국, 영국 행동연구팀 등 넛지의 정책화를 위한 조직이 50여개국에 신설됐을 정도다. 브라질에서 택시 승객이 안전벨트를 매면 와이파이가 터지게 해 벨트 착용률을 높인 것도 그런 결과물이다.세계에서 《넛지》가 가장 많이 팔린 나라는 한국(40만부)이다. 저자인 리처드 탈러도 깜짝 놀란 사실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휴가 때 읽었다 해서 공직사회에 선풍을 일으켰다. 넛지를 한국인의 일상어로 바꿔놓은 리처드 탈러가 7년 만에 신작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으로 돌아왔다. 원제는 ‘Misbehaving’이다.이 책은 구성부터 독특하다. 행동경제학의 선구자인 저자가 40여년간 걸어온 학문 여정과 이론 형성과정을 자서전 형식으로 녹여냈다. 허버트 사이먼의 제한된 합리성으로 출발해 대니얼 카너먼의 전망이론 세례를 받고, 경제학자들의 공격에 신랄하게 반격해온 과정이다. 행동경제학 40년사(史) 겸 종합개론서쯤 된다. 특유의 위트 넘치는 문장과 에피소드가 가득해 570쪽이 지루하지 않다. 역시 ‘믿고 보는 탈러’다.탈러는 1970년 대학원생 시절부터 경제학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 할리우드 영화들이 세계적인 인기다. 여성은 더 이상 눈요깃거리가 아니다. ‘어벤져스’의 블랙 위도우(스칼렛 조핸슨) 같은 감초 수준도 훌쩍 뛰어넘는다. 전사, 사령관, CEO, 심지어 구원자로까지 격상되고 있다.과거 모든 흥행기록을 다 깼다는 ‘스타워스: 깨어난 포스’부터 그렇다. 여주인공 레이(제이미 리들리)는 시종일관 뛰고 맞서고 싸운다. 다음 속편에선 여성 제다이 기사가 등장할 판이다. 4편에서 연약하기만 했던 레이아 공주(캐리 피셔)도 저항군 사령관으로 되돌아왔다.앞서 4주간 북미 박스오피스 1위였던 ‘헝거게임: 더 파이널’에서 최후의 1인은 여전사 캣니스(제니퍼 로렌스)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맥스(톰 하디)보다 삭발한 퓨리오사(샤를리즈 테론)가 더 비중이 커 보인다. ‘미션임파서블: 로그네이션’에서도 강력한 미션걸 일사(레베카 퍼거슨)가 시선을 사로잡았다.‘인턴’에서 직원 200명을 거느린 CEO는 30세 여성 줄스(앤 해서웨이)다. 반면 남성은 대개 찌질하거나 여자에게 꼬리친다. 70세 인턴 벤(로버트 드 니로)처럼 늙은 ‘키다리 아저씨’만 있으면 만사 오케이란 뉘앙스다.할리우드 영화에 새삼 페미니즘 바람이 거세다. 페미니즘은 성 차별과 남성중심 사회에 저항하는 여성 해방의 이데올로기다. 여성에게 문제는 생물학적 성(sex)이 아닌 사회적 성(gender)이란 주장이다. 과거 ‘델마와 루이스’에서 남성의 억압에서 해방되는 방법은 차를 달려 그랜드캐니언을 비행(동반 자살)하는 데 머물렀다. 반면 요즘 영화들에서 여성은 결코 무기력하지 않다. 특유의 공감과 배려 능력에다 힘과 근육
세상에 줬다 빼앗는 것만큼 화나는 일도 드물 것 같다. 최근 미스 유니버스 시상식에서 미스 콜롬비아인 아리아드나 구티에레스가 1위로 호명됐다가 2분 만에 2위로 뒤바뀌는 보기 드문 ‘대형 사고(?)’가 벌어졌다. 여성들이 예쁜 것으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콜롬비아인들은 ‘왕관을 도둑 맞았다’며 발끈하고 나섰다.콜럼버스의 이름을 딴 콜롬비아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나라다. 소프트와 하드 코어를 동시에 갖고 있다. 콜롬비아는 코스타리카, 쿠바와 더불어 미녀가 많은 ‘3C’ 국가로 꼽힌다. 세계 3위 커피산지이며 노벨상 작가인 마르케스 등 남미 유명 작가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세계 마약의 80%를 공급하는 최대 마약산지다. 고산지대의 기후가 커피와 코카인 재배에 최적인 탓이다. 마약 밀수출은 이 나라 GDP의 1~3%로 추정되고 있다.특히 안데스산맥의 북쪽 끝자락 해발 1500m의 제2도시 메데인은 미녀와 패션의 도시로 유명하다. 인물을 후덕하게 그린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도 이곳 출신이다. 그러나 동시에 전설의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이끈 메데인 카르텔의 본거지다. 미인과 범죄는 콜롬비아의 빛과 그늘인 셈이다.콜롬비아에 미녀가 많은 것은 민족 다양성에 기인한다. 원주민과 스페인 이주자, 흑인 노예에다 20세기 들어 유럽 중동 일본 중국 등의 이민자까지 들어왔다. 미인대회 강국인 베네수엘라, 필리핀처럼 혼혈이 많은 나라다. 남자 중에도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 득점왕 하메스 로드리게스를 보면 호날두 뺨치는 미남이다.이 나라 출신 월드스타로는 미국 영화 ‘아메리칸 셰프’, 드라마 ‘모던 패밀리’에 출연한 소피아 베르가라, 세계적으로
정치가 경제를 망친 경우는 무수히 많지만 5년짜리 시한부 면세점만한 것도 드물 것 같다. 시내면세점 입찰이 한 달 지났지만 후유증은 여전하다. 20여년 공들여 키운 면세점을 빼앗긴 롯데와 SK는 망연자실이다. 이전·확장에 쓴 수천억원을 날리게 됐고 재고 처리도 걱정이다. 연말 문책인사 소문도 흉흉하다. 그런데도 밉보일까 봐 대놓고 반발도 못한다.승자가 된 두산과 신세계도 샴페인을 터뜨릴 처지가 아니다. 5년 뒤 재심사 때 똑같은 전철을 밟지 말란 법이 없다. 지난 7월 신규 허가를 딴 신라(용산)와 한화(여의도) 면세점이 매장을 다 못 채운 것도 남의 일이 아니다. 명품들은 콧대가 더욱 높아졌다.모두 루저 된 5년짜리 면세점관세청도 ‘정부가 제 발등에 총을 쐈다’(무디리포트)는 비판에 당혹스런 표정이다. 뒤늦게 제도를 손보겠다지만 사후약방문이다. 최대 피해자는 졸지에 직장을 잃게 된 2200여 면세점 직원들이다. 일자리 창출에 목을 맨 박근혜 정부가 무색해진다.모두를 루저로 만든 면세점 습격사건이다. 발단은 2012년 홍종학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발의해 신설한 관세법 176조2항이었다. 결격사유가 없으면 10년마다 갱신되던 면세점 특허가 5년짜리 경쟁입찰로 바뀌었다.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 광풍이 불던 차에 갑자기 커진 면세점이 딱 걸렸다. 당시 조세소위 속기록을 보면 경제통이라는 홍 의원이나 새누리당 나성린, 이만우 의원이나 면세점의 글로벌 경쟁력을 고려한 흔적이 없다.이들은 급성장한 면세점의 현재만 봤지, 왜 대기업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됐는지는 보지 못했다. 겉보기에 면세점은 백화점처럼 수수료 장사하고 카지노처럼 진입장벽
신약성서(디도서 1장12절)에서 고대 크레타인들은 거짓말을 잘하고 게으른 것으로 묘사됐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피메니데스는 “모든 크레타 사람들은 거짓말쟁이다”고 썼다. 그런데 그 역시 크레타 사람이었다. 이 말은 참인가, 거짓인가. 이른바 ‘에피메니데스의 역설’이다. 아리스토텔레스와 동시대인인 에우불리데스는 더 간략히 정리했다. “내 말은 거짓말이다.” 그가 사실을 말했으면 거짓이 되고, 거짓을 말했으면 거꾸로 참이 된다. 무한반복의 모순이다.거짓말과 속임수는 정치, 전쟁, 스포츠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나타난다. 그리스 신화도 속임수를 빼면 남는 게 별로 없다. 자연계의 속임수는 오히려 규칙에 가깝다. 영국 유전학자 로버트 미첼은 자연의 속임수를 네 단계로 구분했다. 첫째 속이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때, 둘째 속일 대상이 가까이 있을 때, 셋째 시행착오를 거쳐 습득될 때다. 넷째 단계인 의도적인 거짓말은 인간만이 능통하다.통상 남자는 하루 6회, 여자는 3회 거짓말을 한다는 조사도 있다. 별일 아니야, 차가 막혀서, 가는 길이야, 예뻐 보여…. 실제론 훨씬 자주 할 듯싶다. 하얀 거짓말이면 해 될 것도 없다. 플라세보 효과(위약효과)는 치료에 도움이 된다.하지만 거짓말이 습관이 돼 기억까지 조작하는 공상허언증으로 발전하면 종종 사달이 난다. ‘신정아 사건’이 그랬다. 이목을 끌려고 꾀병을 일삼는 뮌하우젠 증후군도 있다. 진짜 문제는 거짓말이 공적 영역에서 표출될 때다. 가장 억압적인 세습왕조 북한의 국명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민주체제에서도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는 일이 다반사다.미국 대
설악산 10대 명승이자 3대 폭포의 하나인 토왕성폭포가 45년 만에 공개된다는 소식에 설레는 사람이 많다. 겨울철 빙벽 등반객이 아니면 2㎞ 이상 멀찍이 떨어져 봐야 했던 장관을 바로 눈앞에서 보게 됐으니 그럴 만도 하다. 조선 숙종 때 문인 김창흡이 《설악일기》에서 중국이 천하명산이라고 자랑하는 여산(廬山)보다 낫다고 평한 곳이라니 더 궁금해진다.토왕성(土旺城)폭포는 토왕폭 또는 선광(禪光)폭포로도 부른다. 멀리서 보면 마치 선녀가 흰 비단을 바위 위에 널어 놓은 듯한 풍광이다. 외설악 화채봉(1320m)에서 흘러내린 물이 칠성봉(1077m)을 끼고 돌아 암벽에 긴 폭포를 만들었다. 상단 150m, 중단 80m, 하단 90m 등 장장 320m의 연폭(連瀑)으로 국내 최대다. 이 물은 토왕골을 지나 비룡폭포, 육담폭포를 거쳐 쌍천(雙川), 동해로 흘러간다.본래 명칭은 ‘성할 왕(旺)’이 아닌 ‘임금 왕(王)’을 써서 ‘土王城’이었다. 영조 때 《여지도서(輿地圖書)》 ‘양양도호부’편이나 《양양부읍지》에 기록돼 있다. 토왕성폭포에 대해 “세상에 전해오기를 옛날에 토성왕(土城王)이 돌로 성을 쌓은 흔적이 남아 있다. 폭포가 있어 석벽 사이로 천길이나 날아 떨어진다”고 묘사했다. 고려때 산성인 권금성(權金城)처럼 성의 흔적이란 얘기다.그러나 일설에는 “토기(땅의 기운)가 왕성하지 않으면 기암절벽이 생기지 않는다”는 오행설에서 이름이 유래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토왕성폭포는 석가봉, 문주봉, 보현봉, 문필봉, 노적봉 등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한국지명유래집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때 한자 표기가 ‘土旺城’으로 바뀌었다고 한다.산악인들은 토왕성폭
‘헬조선(지옥 같은 한국)’ ‘불반도(불지옥 한반도)’ 같은 신조어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금수저’ ‘흙수저’에 ‘똥수저’까지 더해졌다. 태어날 때 물고 나온 수저가 인생을 결정한다 해서 ‘성수저설’이다. 그래서 ‘다태호(다시 태어나면 호날두)’가 되고 싶단다.‘헬조선 10계명’도 있다. 빚 만들지 말고, 결혼해도 애 낳지 말고, 빠질 수만 있으면 군대는 가지 말라는 식이다. 흙수저에게 대한민국이 헬조선인 이유는 74가지나 될 정도다. 헬조선 관련 사이트만 10개가 넘는다. 재앙의 한국을 탈출한다는 앱게임까지 등장했다.좌절이 극에 달하면 자조(自嘲)로 바뀐다. 헬조선 시리즈는 청년백수 100만명 시대의 우울한 자화상이다. 성수저설은 기회 균등에 대한 의구심이다. 각자도생만이 살 길이라는 안전 불신, 알바를 경험해 보니 갑질에는 재벌은 물론 중산층·서민도 예외가 없다는 분노까지 버무려졌다.이런 청년들에게 더 노력하고 눈높이를 낮추라고한들 ‘꼰대’의 잠꼬대로 듣는다. 북한, 시리아 난민을 거론하며 배부른 소리라고 훈계하는 어른들은 번지수를 한참 잘못 짚었다. 청년들에겐 비교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일베’나 ‘오유’처럼 정치성향이 뚜렷하지도 않다. 극과 극이 상통해 좌우 구분이 어려운데 상하 구분은 확실한 게 헬조선이라는 청년들이다.물론 헬조선은 취업전쟁의 산물이다. 70%가 대학을 나와 괜찮은 일자리 10%를 놓고 의자 뺏기 게임을 벌이는 중이다. 하지만 그 이면엔 뭐든지 비교하고 등수를 매겨야만 직성이 풀리는 한국인의 심리코드가 숨어 있다. 늘 다른 사람, 다른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소시지 햄 등 가공육을 담배 석면 같은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해 충격이 일파만파다. 세계 곳곳에서 가공육 판매가 뚝 떨어졌다. 독일 호주 미국 등 가공육 생산국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그럼 뭘 먹이냐”며 불안해한다. 정말 소시지나 햄은 위험한가.소시지(sausage)의 어원은 소금에 절인다는 뜻의 라틴어 ‘salsus’다. 소시지의 역사는 인류 문명사만큼 오래다. 기원전 3000년께 수메르인들이 부패하기 쉬운 고기 보관법으로 개발했다고 한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에도 “창자에 고기와 피를 채운 후 사람들이 큰 불 앞에서 열심히 굽고 있다”는 구절이 있다. 중국에선 기원전 589년 소시지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윤덕노, ‘음식잡학사전’)소시지는 햄을 만들 때 나오는 고기 부스러기로 만든다. 고기가 귀한 시절엔 소시지도 귀했다. 중장년층은 학창시절 소풍갈 때 어머니가 싸준 김밥에서나 소시지를 구경했다. 고기 함량이 희박한 연분홍빛 소시지도 감지덕지였다. 하지만 요즘 소시지는 고기가 70%(햄은 90%) 이상 들어가도록 규정돼 있다.가공육의 위험성은 붉은색을 내는 발색제(아질산염) 탓이다. 아질산염은 과다 섭취하면 혈관 확장, 효소 운반능력 저하 등 부작용이 생기고 발암물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WHO는 하루 허용량을 체중 1㎏당 0.06㎎으로 규정했다. 성인도 가공육을 하루 100g 이상 먹으면 안 좋다.하지만 서민들에게 소시지 햄은 포기하기 힘든 단백질 공급원이다. 본래 채식에서 육식 위주로 진화한 인류는 이젠 고기를 안 먹으면 건강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긴다. 극
두부(豆腐)는 한·중·일 공통 음식이다. 요즘엔 미국 마트에서도 ‘토푸(tofu)’란 일본식 이름의 두부가 흔하다. 힐러리는 영부인 시절 두부를 백악관 식탁에 자주 올렸다. 영화 ‘투 윅스 노티스(Two Weeks Notice, 2002년)’에선 두부를 스펀지케이크인 줄 알고 먹는 장면이 나온다.두부는 음식의 5미(五味)를 갖춘 식품으로 꼽힌다. 맛과 향이 좋고, 광택이 나며, 반듯하고, 먹기 간편하다. 한의학에선 두부가 원기를 북돋우고 비위(脾胃)를 고르게 하며 체액 분비를 촉진하고 열을 내리며 독을 제거해 숙취 해소에도 좋다고 한다. ‘밭의 고기’라 할 만하다.전통 제조법은 물에 불린 콩을 맷돌로 갈아 끓인 뒤 베주머니에 넣고 짜서 나온 콩물에 간수를 넣어 굳히는 것이다. 콩 1㎏으로 두부 4~5㎏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는 비지가 된다. 지금은 간수 대신 고순도 마그네슘이나 칼슘 응고제를 쓴다. 강릉 초당두부는 바닷물을 간수로 썼다.판두부 외에 처녀의 고운 손이 아니면 문드러진다는 연두부, 덩어리를 막 건져낸 순두부도 있다. 두부를 얇게 저며 두 번 튀기면 유부(油腐)가 된다. 두부는 한자로 ‘썩을 부(腐)’를 쓰지만 여기선 연하다는 의미다. 중국 취(臭)두부는 소금에 절여 오래 삭힌 일명 ‘썩은 두부’다.두부의 기원은 중국이다. 한데 기원전 2세기 한고조 유방의 손자인 회남왕 유안(劉安)이 신선들에게서 배운 불로장생의 비법이라고 한다. 지금도 안휘성 회남에선 유안의 생일(9월15일)에 두부문화제가 열린다. 하지만 다른 기원설도 많아 정확한 유래를 알 수 없다.우리나라의 두부에 관한 첫 기록은 이색의 ‘목은집(牧隱集)’(1404년)에서다. 그러나 맷돌
육군에 열병식이 있다면 해군엔 관함식(觀艦式)이 있다. 관함식은 통치권자가 직접 바다에 나가 군함의 전투태세를 검열하는 해상 사열의식이다. 열병식이 주로 제식과 행진에 중점을 둔 대외 과시용이어서 영어로도 ‘millitary parade(군사행진)’다. 반면 관함식은 전력 과시는 물론 실전 태세를 점검한다는 의미를 더해 ‘fleet review(함대사열)’라고 한다.중세 이래 유럽에선 해군 전력이 국가의 흥망을 가를 만큼 중요했다. 관함식은 백년전쟁 와중이던 1346년 영국 에드워드 3세가 도버해협에서 직접 함대를 점검하고 수병들 사기를 진작한 데서 유래했다. 1588년 엘리자베스 1세는 스페인 무적함대를 격파하자 성대한 관함식을 열어 승전을 치하했다. 빅토리아 여왕(재위 1837~1901) 때는 관함식이 17번이나 열릴 만큼 대영제국이 위세를 떨쳤다.미국에선 관함식을 ‘naval review(해군사열)’라고 한다. 영국의 관함식이 부정기적인 함대 점검의 의미라면, 미국은 19세기 말 클리블랜드 대통령 이래 정기적으로 ‘해군의 날’(10월27일) 대통령이 해군을 사열하기 때문이다.우리나라 해군의 최초 관함식은 1962년에 열렸다. 박정희 의장 등 정부 요인들이 탄 기함(경남호)이 부산 오륙도 앞바다에 1000야드 간격으로 2열로 도열한 함정 39척 사이를 지나는 동안 백색 정복을 입은 모든 함승원이 일제히 경례했다고 당시 신문들은 전했다.관함식은 외국 함대들을 초청하는 국제행사도 많다. 17세기 이래 우방국 해군 간에 망망대해에서 해상정보를 교환하던 관행에서 유래한 것이다. 2005년 영국은 트라팔가 해전 및 넬슨 제독 순국 200주년을 기념해 사상 최대 규모 국제관함식을 열었다. 한국에서 4000t
1989년 빈폴이 처음 선보였을 때 별명이 ‘빈티 나는 폴로’였다. 미국 브랜드 폴로(Polo)와 비슷하다는, 일종의 야유였다. 하지만 빈폴은 지난해 매출 7000억원대로 성장해 국내에선 폴로를 저만치 따돌렸다. 쿠쿠가 일본 코끼리밥솥을 밀어낸 것처럼, 빈폴은 난공불락이던 폴로와 경쟁하며 급성장한 것이다.한국 올림픽 대표 선수단복을 빈폴이 만들듯이, 미국에선 폴로가 그런 역할을 하는 ‘국민 캐주얼’이다. 말 탄 폴로선수 로고로 유명한 폴로는 1967년 랄프 로렌(76)이 창시했다. 캘빈 클라인(73), 페리 엘리스(1940~1986)와 함께 아메리칸 캐주얼 전성시대를 연 미국 패션계 대부다.랄프 로렌은 1939년 뉴욕 브롱크스에서 벨라루스 유대인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본래 성(姓)이 유대식 립쉬츠(Lifshitz)인데, 그는 성공을 위해 미국 주류인 WASP(백인·앵글로색슨·기독교도)식으로 개명했다.그는 정식 디자인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하지만 항상 단정한 프레피룩(명문 사립고 학생복 스타일) 차림이었고, 뉴욕시립대 경영학과를 다니면서도 의류 판매원으로 일할 정도였다. 그가 디자인한 넥타이를 니먼마커스 백화점이 한목에 1200개를 사준 것이 패션사업에 뛰어든 계기였다. 1967년 폴로 상표를 달기 시작했고 이듬해 의류에도 진출했다.당시 피케(면직물) 셔츠는 테니스스타 르네 라코스테의 셔츠를 변형한 ‘라코스테’가 인기였지만 색상이 세 가지뿐이었다. 이를 의식해 랄프 로렌은 24가지 색상의 폴로 셔츠를 선보여 선풍을 일으켰다. 화가인 부친의 색감을 물려받은 덕이다.폴로가 인지도를 넓히는 데는 영화의 힘이 컸다. ‘위대한 개츠비’(1974)에서 로버트 레드퍼드가
‘붉은 별’ 화성은 SF소설·영화의 단골 소재다. 그 단초를 연 것이 H G 웰스의 ‘우주전쟁’(1897)이다. 이 소설을 각색한 톰 크루즈 주연의 ‘우주전쟁’(2005)은 화성에서 온 다리 셋 달린 괴물에 의한 인류 절멸의 위기를 그렸다. 1938년 배우 겸 감독 오슨 웰스가 이 소설을 핼러윈데이 CBS 라디오극으로 연출해 대혼란을 빚었다. 실제 상황인 줄 알고 100만명이 피난 가고 60명 넘게 자살했다. 이 일로 웰스는 법정에까지 섰다.이외에도 팀 버튼의 ‘화성침공’(1996),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연 ‘토탈리콜’(1990)을 비롯해 ‘레드 플래닛’, ‘미션 투 마스’(이상 2000), ‘화성의 유령들’(2002)도 있다. 이들 영화는 화성인의 지구 침략, 화성에 식민지 건설, 미지 생명체의 공격 등을 다뤘다. 즉, 화성에 뭔가 살고 있다는 전제다. 그 덕에 화성인을 뜻하는 ‘마션(martian)’은 사전에도 올랐다.화성의 고등 생명체 가설은 19세기 말 제기됐다. 이탈리아 천문학자 스키아파렐리가 망원경으로 화성에서 수로(카날리)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SF소설이 인기를 끌면서 운하를 건설할 정도의 화성인이 존재한다는 믿음이 널리 퍼졌다. 물론 입증된 것은 전혀 없다.화성은 지름이 지구의 절반, 중력은 3분의 1 정도다. 하루가 24시간37분으로 지구와 비슷하고 지축이 25.19도 기울어 사계절도 있다. 다만 1년이 687일이고 대기가 희박(지구의 0.75%)하며 그나마 96%가 이산화탄소다. 기온이 영하 143도~영상 35도, 평균 영하 63도여서 고등 생명체가 살 만한 조건은 못 된다.그럼에도 화성 생명체 가설이 끊이지 않는 것은 극지방에 엄연히 빙하가 존재하고 오래전 강과 바다가 있었
단위면적당 바보가 가장 많은 곳이 증시라지만 주가는 바보가 아니다. 다수의 미래 기대이기 때문이다. 포스코와 LG생활건강의 5년치 주가 그래프를 위아래로 놓고 보면 데칼코마니 같다. 전자는 3분의 1 토막인 반면 후자는 3배로 뛰었다. 현대중공업과 아모레퍼시픽은 5분의 1 토막 대 5배 급등이다. LG전자와 영원무역, 에쓰오일과 매일유업 등 어떤 조합을 짜도 비슷하다.저성장 늪에 빠진 우리 경제는 ‘중후장대(重厚長大) 몰락, 경박단소(輕薄短小) 부상’으로 요약된다. 엇갈린 운명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게 중후장대 제조업이다. 문제는 성장의 네 바퀴(자동차, 조선, 철강, 정유·유화)가 모두 삐걱거린다는 점이다.공급과잉에 양산시스템 한계그런 점에서 최근 한국 기업이 사면초가라는 S&P의 경고는 뼈아프다. S&P는 저성장, 저수익, 지배구조 저투명성에다 한국 제품의 매력도 저하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선진국엔 질에서 밀리고, 중국엔 양과 가격에서 밀리는 샌드위치다. 안 팔리는 데야 뾰족한 수가 없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를 제외한 국내 150대 기업의 영업이익률이 2010년 8%에서 지난해 3.5%로 추락했고, 생산성은 답보상태이며, 순차입금은 40%나 늘어난 게 그 결과다. 게다가 삼성전자 현대차도 고전 중이니 반박할 여지가 없다.물론 핑곗거리가 없진 않다. 세계 경기 둔화, 엔저, 중국 쇼크가 겹쳤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동반 몰락을 설명하기엔 미흡하다. 근본 원인은 세계적인 공급 과잉에 있다. 산업혁명이 지구를 한 바퀴 돌아 중국에서 완성됐다. 중국이 뛰어든 분야마다 재고가 쌓여 간다. 90년대 미미했던 중국이 세계
1905년 5월27일 새벽. 경남 진해만에 은거한 도고 헤이하치로 제독의 일본 연합함대에 전문이 전해졌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러시아 최강 발트함대가 동해에 나타났다는 것이었다. 쓰시마해전에서 발트함대는 불과 24시간 만에 궤멸했다. 사령관조차 포로가 됐고 38척 중 절반이 수장됐다. 결국 러시아는 9월5일 포츠머스강화조약을 맺고 조선과 만주에서 손을 떼야 했다.일본의 승리는 예상외였다. 당시 러시아 전력은 패권국인 영국조차 두려워 할 정도였다. 1904년 2월 러일전쟁 발발 후 일본은 뤼순(旅順)전투, 펑톈(奉天·현재의 선양) 회전에서 이겨 승기를 잡았다. 그 과정에서 사망자만도 8만명에 달했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일본도 버티기 힘들었다. 러시아는 러시아대로 1905년 초 ‘피의 일요일’, ‘포템킨 학살’ 등 반란과 혁명에 휘말려 전력을 집중하기 어려웠다.러시아는 발트함대에 마지막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함대는 희망봉을 거쳐 8개월간 지구 반바퀴(2만8000㎞)를 돌아야 했다. 영국이 수에즈운하를 막은 탓이었다. 마라톤 풀코스를 뛴 지친 선수와 홈링의 쌩쌩한 선수가 벌인 격투기였으니 승부는 이미 난 셈이었다.이순신 장군을 흠모하고 연구했던 도고 제독은 쓰시마해전에서 ‘정(丁)’자형 포진을 폈다. 학익진을 모방한 것이다. 나중에 도고는 넬슨에 버금가는 군신(軍神)으로 추앙받자 “해군 역사상 군신은 오직 이순신 장군뿐이다. 나를 이순신과 비교하는 것은 그에 대한 모독이다”며 겸손해했다.러일전쟁은 부동항을 찾아 남하하던 러시아와 북진하던 일본의 필연적인 충돌이었다. 동양의 신흥 일본이 북극곰 러시아를 이겨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일
초저출산 시대의 반작용인가. TV채널마다 ‘다둥이’ 스토리가 넘쳐난다. 배우 송일국의 세 쌍둥이 대한, 민국, 만세는 이미 전국구 스타다. 축구선수 이동국은 10만분의 1 확률이라는 겹쌍둥이 딸 등 다섯 자녀를 뒀다. 이휘재, 이영애, 박은혜, 황혜영 등 연예인들의 쌍둥이 자녀도 나올 때마다 눈길을 끈다.해외에서도 다둥이 풍년이다. 이미 하나를 낳고 셋을 입양한 배우 앤젤리나 졸리는 쌍둥이 남매를 또 낳았다. 사라 제시카 파커는 대리모를 통해 쌍둥이를 얻었다. 모나코에선 사상 처음 쌍둥이 왕자와 공주가 지난해 태어났다. 이 밖에 미국에선 최근 100만분의 1 확률인 흑백 쌍둥이, 딸만 다섯 쌍둥이가 태어났다. 도미니카에선 아들 딸 셋씩 여섯 쌍둥이가 나왔고, 영국에는 4대째 쌍둥이 집안도 있다.신조어 다둥이는 둘 이상의 다태아(多胎兒)를 가리킨다. 아울러 한 집에 자녀가 둘 이상인 경우에도 다둥이라고 부른다. 합계출산율이 1.2명에 불과한 요즘 자녀가 바글대는 가정은 대중의 흥미를 끌 만하다. 평택 주한미군 회계사 부부와 11명의 아이들, 배우 남보라 가족의 13남매가 그런 경우다.과거 다둥이가 흔치 않던 시절 쌍둥이는 구경거리, 네 쌍둥이 이상은 뉴스거리였다. 1977년 강원 정선에서 태어난 네 쌍둥이 자매 매, 란, 국, 죽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근 다둥이 증가세는 통계로도 뚜렷이 확인된다. 지난해 신생아 43만5193명 중 다태아가 1만5180명(3.49%)이었다. 100명 중 3~4명은 다태아란 얘기다. 10년 전 9880명(2.11%)에 비해 53.6%나 급증한 것이다.이런 현상은 결혼이 늦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난임(難妊) 여성이 늘어난 것과 연관이 깊다. 난임치료법으로 시술하는 과배란(한 번에 난자 여러
케이블카는 한자말로 ‘가공삭도(架空索道)’다. 공중에 매단 밧줄을 뜻하는데 좀 낯설다. 줄여서 ‘삭도’여서 국내 케이블카 업체들 단체가 한국삭도협회다. 케이블카는 ‘공중에 건너지른 강철밧줄에 운반기를 매달아 사람이나 짐을 나르는 교통수단’이다. 곤돌라(소형 케이블카)나 스키장 리프트도 이에 포함된다.하지만 영어 ‘cable car’는 흔히 보는 케이블카와는 차이가 있다. 1870년대 언덕이 많은 샌프란시스코에 설치된 강철로프로 견인하는 교통수단을 가리킨다. 공중에 매달려 가는 케이블카는 ‘rope way’로 구분한다.오늘날 케이블카의 천국은 단연 스위스다. 스위스는 산지면적이 강원도보다 작지만 약 2500개의 케이블카가 설치돼 있다. 그 덕에 3000m대 알프스 고봉들을 노약자 장애인 어린이도 누구나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다. 스위스를 해마다 수백만명이 찾는 산악관광의 메카로 만든 효자가 케이블카인 셈이다.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호주 블루마운틴은 끝없이 펼쳐진 유칼립투스 숲, 기암절벽, 폭포 등을 갖춘 ‘호주의 보물’이다. 한데 이곳은 케이블카 없이는 접근조차 어렵다. 재미슨협곡의 270m 상공에 매달려가는 ‘스카이웨이’를 타고 감상하는 열대우림이 일품이다.밴쿠버 동계올림픽이 열린 캐나다 휘슬러리조트에는 새 명물이 된 곤돌라 ‘피크투피크(Peak 2 peak)’가 있다. 이름처럼 2000m가 넘는 휘슬러산과 블랙콤산의 두 정상 사이 4.4㎞를 잇는 가장 높은 고도의 케이블카다. 눈부신 설원과 고공의 아찔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세계에서 가장 긴 케이블카는 역시 뭐든 큰 것을 좋아하는 중국에 있다. 영화 ‘아
‘개혁’을 외치지 않은 정권이 없지만 박근혜 정부만큼은 아닌 듯하다. 기사통합검색 사이트 카인즈에서 ‘박근혜+개혁’을 키워드로 검색해 보니 3만4953건의 기사가 뜬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에서 각 5년 임기 중 개혁 언급 횟수가 3만~4만건이었는데 이를 2년 반 만에 넘어설 기세다. 매체 수가 늘어난 이유도 있겠지만 개혁이 일상 언어가 된 결과다.너나없이 개혁을 말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노동개혁이 표를 잃는 일이지만 애국하는 마음으로 하겠단다. 황교안 총리는 반부패 개혁을 강조하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구조개혁만이 살 길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심지어 ‘국해(國害)의원’들도 여야 가리지 않고 개혁을 외친다.기본으로 돌아가 할일 하는 것그럴수록 개혁이 뭘 의미하는지 점점 모호하고 아리송해진다. 정치권, 관료, 이익집단마다 속에 담은 뉘앙스가 제각각인 탓이다. 개혁 대상이 돼야 할 사람들까지 개혁을 외친다.취재원을 만날 때마다 개혁 또는 구조개혁의 의미를 물어봤다. 김인호 한국무역협회장은 “시장경제 원리에서 멀어진 것을 되돌리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영원한 대책반장’으로 불리는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도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요약했다. 쉽게 말해 “하지 말 것은 안 하고 해야 할 것은 하는 것”(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이란 설명이다. 반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사전에 범위와 맥락을 정해놓지 않으면 공허한 얘기가 되기 쉽다”(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지적도 있었다.하지만 기본으로 돌아가고, 할 일과 안 할 일 구분하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랬다면 2
인생 역전을 꿈꾸는 이들에게 로또 명당은 솔깃한 뉴스다. 그래선지 이노근 의원(새누리당)이 기획재정부 자료를 받아 엊그제 발표한 보도자료는 20여개 매체가 기사화했다. 단순히 로또 판매액이 많은 곳이 명당이 아니라 판매액 대비 1등 당첨횟수가 많은 곳이 명당이란 게 요지다.보도자료를 보면 2008년부터 작년까지 7년간 1등 당첨횟수로는 부산 부일카서비스(26회), 서울 상계동 스파(21회)가 발군이다. 평일에도 장사진을 이룬다. 3위는 8회로 뚝 떨어진다. 그러나 7년간 로또 판매액은 부일이 663억원, 스파는 1126억원이니 각각 25억원, 53억원당 1등이 한 번 나온 셈이다.반면 서울 녹번동 바이더웨이(현재 세븐일레븐) 녹번중앙점은 7년간 24억원어치를 팔고도 1등이 5회 나왔다. 4억8000여만원당 한 번이다. 2위인 용인 로또복권방도 40억원어치를 팔고 1등이 다섯번 나와 8억원당 한 번이다. 숨은 로또 명당이란 게 보도내용이다.이는 여태껏 공개된 적이 없는 통계다. 확률의 분모가 되는 모수(母數)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운다. 부일이나 스파의 줄이 조금은 줄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이 의원실과 언론들이 간과한 게 있다. 녹번동 편의점은 474회, 용인 복권방은 600회 추첨 때 누군가 같은 번호로 5장을 사간 게 1등에 당첨됐다. 이 경우 1등 당첨횟수는 사실상 1회나 마찬가지다. 부일카서비스의 1등 26회에는 546회 때 한 사람이 같은 번호로 산 10장이 당첨된 것도 포함돼 있다. 당시 1등이 30명에 달해 당첨금은 고작(?) 4억539만원이었다.2년 전 천자칼럼에서 로또 명당은 확률에 대한 착시와 착각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확률은 인간의 직관과 배치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02년 말부터 지난주까지 총 660번 추첨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는 소행성 B612에서 왔다. 소설 속 B612는 1909년 발견돼 1920년 공인된 걸로 나온다. 그러나 실제 소행성 ‘612 베로니카’는 1906년 발견됐다. 소설처럼 1909년에 발견된 소행성은 676~695번뿐이다. 어린 왕자의 별은 상상 속 별이다.소행성은 태양계 형성 때 미처 행성이 되지 못한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미(微)행성 또는 충돌 파편을 가리킨다. 띠를 이뤄 태양을 공전하며 주로 화성과 목성 사이에 포진해 있다. 1801년 1번 소행성 세레스가 발견된 이래 2010년까지 23만여개가 등재됐다. 한국 이름의 소행성도 11개 있다. 세종(7365번), 최무선(63145번), 허준(72059번), 홍대용(94400번) 등이다. 매년 수천개씩 발견되니 전체가 몇 개인지는 아무도 모른다.태양계 소행성은 여러 곳에 분포한다.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대(帶) ‘아스테로이드 벨트(Asteroid belt)’엔 지름 1㎞ 이상만도 약 100만개로 추정된다. 가끔 궤도를 이탈한 소행성이 별똥별이 된다. 목성 바깥의 트로이 소행성대, 토성과 천왕성 사이를 도는 키론도 있다.더 먼 해왕성 바깥에 소행성대 ‘카이퍼(Kuiper) 벨트’가 있다. 1951년 해왕성 너머에 원반 모양으로 수많은 소행성이 있다는 가설을 세운 제러드 카이퍼의 이름을 땄다. 그의 가설은 1992년 지름 320㎞짜리 천체 ‘1992 QB1’이 발견돼 입증됐다.카이퍼 벨트에선 약 670개의 천체가 발견됐다. 공전주기 200년 미만인 단주기 혜성의 고향이며 명왕성도 그 언저리에 있다. 명왕성이 왜소행성(dwarf planet)으로 격하된 것은 카이퍼 벨트의 천체들을 끌어들일 만한 중력을 갖지 못한 탓이다. 명왕성보다 크고 위성도 있는 왜소행성 에리스, 1호 소행성 세레스도 행성
서울의 무수한 도로 중 유일하게 외국 수도이름을 딴 도로가 있다. 바로 테헤란로다. 강남역에서 삼성역까지 고작 4㎞ 도로지만 한국 경제의 중핵과도 같은 지역이다. 주변 삼성동 역삼동 대치동은 이른바 강남의 대명사다. 70년대 초만 해도 자갈밭이던 곳이 상전벽해한 것이다.테헤란로의 역사는 채 50년이 안 된다. 조선시대엔 길이 있으되 이름은 없던 곳이다. 1972년에야 서울시가 삼릉로(三陵路)라고 명명했다. 인근 선릉(성종과 정현왕후 묘)과 정릉(중종의 묘)의 봉분이 셋이어서 생긴 삼릉공원에서 유래했다.테헤란로라는 이름은 1977년 6월 서울과 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자매결연 때 서로 가로명을 교환키로 합의한 결과다. 테헤란 도심엔 서울로가 있다. 하지만 1979년 이란 혁명으로 양국 관계가 멀어지면서 80년대 초 신문 독자투고란엔 도로명 변경 요구가 이어졌다. 1992년 강남구 의회에선 강남 중심도로에 외국 수도이름이 웬 말이냐는 공개 질의까지 나왔다. 급기야 주한 이란대사관은 양국 우호의 상징이라며 개명 반대의견을 내기도 했다.테헤란로의 성장은 1970년대 후반 영동 개발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시는 테헤란로 일대를 영등포 잠실과 함께 3대 부도심으로 삼고 경제금융의 중심지로 육성한 것이다. 왕복 10차로의 탁 트인 도로 양편에 고층빌딩이 즐비해 영화 촬영의 단골무대다. 영화 ‘어벤저스’나 ‘감시자들’의 차량 추격신도 여기서 찍었다.90년대 후반엔 ‘테헤란밸리’로도 각광받았다. 벤처의 메카로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고 할 정도였다. 인텔리전트 빌딩에다 초고속 광통신망이 깔렸고 주변에 오피스텔이 대거 들어서 최적의 입지를 이룬 덕이다. 통신
요즘 정치판을 보면서 조선시대 ‘사색당쟁’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당쟁(黨爭)이란 당파를 이뤄 싸우는 것이다. 여당은 친박·비박으로, 야당은 친노·비노로 쪼개져 싸우는 모양새가 영락없다. 양반들의 200년 당쟁은 끝내 망국으로 귀착됐다.물론 동서고금에 정치세력 간 갈등은 어디나 있다. 신라 고려 때도 있었고 조선 전기엔 훈구파와 사림파 간 혈투도 벌어졌다. 중국에는 당나라 ‘우이(牛李)당쟁’, 송나라 신법당과 구법당, 명나라 동림파(유림)와 비동림파(환관) 등이 있다.그럼에도 조선후기 당쟁이 유독 비판받는 것은 왜란 호란을 겪고도 백성은 안중에도 없이 권력다툼으로 날을 지샜던 탓이다. 오죽하면 TV 사극에도 당쟁과 권력암투를 빼면 남는 게 없다. 당쟁의 폐단은 무신 이덕일의 시조 ‘당쟁상심가’에 잘 묘사돼 있다. “힘써 하는 싸움이 나라 위한 싸움인가/옷밥에 묻혀 있어 할 일 없어 싸우누나/아마도 그치지 아니하니 다시 어이하리오.”사색당쟁은 선조 8년(1575년) 사림 양반들이 이조전랑(인사담당) 자리를 놓고 서인과 동인으로 갈라진 것이 시초다. 동서 구분은 서인의 중심인물 심의겸의 집이 도성 서쪽에, 동인 김효원은 동쪽에 있던 연유다. 이들의 갈등은 왜란 대비책을 놓고도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았을 정도니 나라 망치는 당쟁이라 할 만하다.동인은 정철의 처벌수위를 놓고 이산해 등 북인(강경파)과 류성룡 등 남인(온건파)으로 갈렸다. 이산해의 집이 북쪽, 류성룡은 남산 부근이어서 북인과 남인으로 불리게 됐다. 북인은 다시 대북(광해군파)과 소북(영창대군파)로 쪼개졌다. 서인은 숙종 때 경신대출척(1680년)으로 남인을 축출
프랑스에선 “8월에는 시엥과 시누아밖에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프랑스어로 시엥(chien)은 강아지, 시누아(chinois)는 중국인을 가리킨다. 모두가 바캉스를 떠난 거리에 애완견과 중국 관광객만 북적댄다는 얘기다.프랑스어 바캉스(vacance)는 ‘면제, 해제, 해방’이란 라틴어 vacatio에서 유래했다. 본래 학생 교사 법관 등에게 주어진 긴 휴가였다. 영어로 ‘방학, 휴가’를 가리키는 vacation도 같은 어원이다. 역시 휴가를 가리키는 영어 leave와 스페인어 permiso는 ‘허가’란 뜻도 있어 어감이 다르다. 한자 ‘휴(休)’는 사람이 나무에 기댄 형상이어서 흥미롭다.휴가의 원조는 정복왕 윌리엄이다. 노르망디 포도 수확을 돕기 위해 군인들에게 긴 휴가를 주던 관습에서 비롯됐다. 근로자 휴가는 1936년 프랑스가 주당 40시간 노동, 연간 15일 휴가를 법제화한 것이 시초다. 이후 기간이 1969년 4주, 1985년 5주로 늘어 프랑스인들은 한 달 놀기 위해 1년 일한다고 할 정도다.우리나라는 1965년께 신문 표제에 바캉스란 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당시 휴가라야 하루이틀 강가 물놀이 수준이어서 바캉스족을 보는 시선은 따가웠다. 1970년대 초 신문 사설은 ‘한량들의 천박무쌍한 노출증, 치기에 찬 허영, 반사회적 행락’이라고 비난했을 정도다. 1970~80년대 경제발전, 근로기준법 강화 등으로 여름휴가가 보편화됐다. 그러나 ‘7말8초’에 집중돼 교통체증, 바가지요금 등 가장에겐 고생길이기도 하다. 요즘엔 공항 체증도 낯익은 풍경이다.최근 통계청 ‘생활시간 조사결과’를 보면 30~40대 직장인의 90%가 평소 피곤함을 느낀다고 한다. 그렇다면 얼마나 쉬어야 편해질까.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이 진행하는 ‘정규재 뉴스’가 1일 출범한다. 누적 시청자가 2300여만명에 달하는 인터넷 방송 정규재TV를 확대 개편한 것이다. 매일(월~금요일) 오후 7시부터 생방송으로 진행한다. 끝나는 시간은 뉴스에 따라 다르다. 꼭 알아야 할 시사이슈에 대해 심층 해설과 깊이 있는 논평을 더욱 신속히 전달할 것이다. 정 주필은 “올바른 논평과 지식이 담긴 교양뉴스를 통해 기존 방송들의 앵무새 뉴스가...
‘정규재 뉴스’는 인터넷 1인 미디어의 신기원을 연 정규재TV가 모태다. 정규재TV는 정통 시사·경제논평 방송을 모토로 2012년 2월13일 출범했다. 3년2개월 만인 지난 4월 초 누적 시청자 2000만명을 돌파했다. 6월 말까지 누적 시청자는 총 2308만여명을 기록 중이다. 한 달에 100만명씩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대중적인 연예·오락 프로그램이 아닌데도 정규재TV는 하루 4만~4만5000...
회사 앞 김밥천국이 얼마 전 문을 닫았다. 그 옆 편의점에 물어보니 주인이 장사하기 싫어 그만뒀단다. 장사가 잘되는데 문을 닫았을까. 아무리 경기가 나빠도 고작 3000~5000원짜리 밥집마저 폐업할 정도는 아닐 텐데.답은 맞은편 식당에서 들을 수 있었다. 인근 입시학원 학원생 감소로 주변 상권의 타격이 크다는 것이다. 상인들 말로는 한때 2000명에 달했던 학생 수가 지금은 절반도 안 된다고 한다. 재수생 감소, 쉬운 수능, 대졸 취업난 등의 결과다. 듣고 보니 식당마다 북적이던 학생들이 요즘 눈에 띄게 줄었다.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도 줄어 재수생 고시원은 직장인용 원룸으로 간판을 바꿔 달아야 했다.경기침체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까지 겹쳐 자영업자들이 죽을 맛이다. 하지만 진짜 위기는 이제부터다. 말로만 걱정하던 저출산 쇼크가 눈앞의 현실이 되고 있어서다. 메르스야 곧 지나가겠지만 저출산은 두고두고 견뎌야 할 만성질환이다.만18세 20년새 32만명 줄어통계청 인구추계를 보면 만 18세 인구는 2000년 82만명, 올해 65만명에서 5년 뒤인 2020년엔 50만명에 겨우 턱걸이다. 20년 새 32만명 급감하는 것이다. 현재 대입 정원이 56만명인데 대학 진학률이 70%면 지원자가 40만명도 안 된다. 더 심각한 게 군대다. 병역자원(만 18세 남자)은 2010년 37만명에서 2020년 25만명으로 쪼그라든다. 이들이 전원 입대해도 60만 병력은 불가능하다.취학아동(만 6세) 감소는 이미 현실이다. 2000년 71만명에서 2011년 사상 최저인 44만3000명에 그쳤다. 합계출산율 사상 최저인 ‘1.08명 쇼크’ 때 태어난 2005년생이다. 그 뒤에도 출산율이 1.1~1.3명을 맴돌고 있어 학교가 남아돌 판이다.불과 5년 뒤면 여태껏
2013년 말 철도노조 파업 때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릴레이가 벌어졌다. 하지만 매표원도 연봉 6300만원인 귀족노조의 ‘이대로 살자’식 불법 파업을 88만원 세대가 옹호한 셈이 됐다. 이를 본 어떤 네티즌의 촌평이 걸작이다. “흑인이 백인 인권을 걱정해 주네.”그때보다 청년들 처지는 전혀 나아진 게 없다. 최악의 취업난에 3포(연애·결혼·출산 포기), 5포(3포+내 집 마련·인간관계 포기)를 넘어 꿈과 희망도 포기한 7포 세대까지 등장했다. 청년층 체감 실업률은 20%를 웃돈다. 스펙은 고급인데 급여는 저렴한 ‘이케아족’, 서른 넘어서도 부모 신세 지는 ‘빨대족’ 등 신조어만 늘고 있다.‘7포 세대’에 연금 바가지까지취업난의 근본 원인은 저성장에 있다. 경제가 크지 못하는데 일자리 묘책이 있을 리 없다. 20대 설문조사에선 절반 이상이 경쟁적 사회구조를 꼽았다. 누가 청년 일자리를 병목으로 만들고 있을까. 바로 ‘청년 일자리 5적(敵)’들이다. 국회의원, 이익집단, 노동귀족, 얼치기 멘토, 그리고 정부.일자리 66만개를 만들 것이란 법안들은 국회에서 2년 넘게 썩고 있다. 반면에 의원들이 만든 법은 누군가의 특권을 보장하거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막아 일자리를 좀먹는 것들 투성이다. 특정 의원과 OO협회 간 유착이 의심스러운 사례도 부지기수다. 법과 소시지 만드는 과정은 안 보는 게 낫다는 서양 격언이 무릎을 치게 한다.‘표(票)벌레’에게 20대는 계륵과 같다. 숫자가 적고 투표율도 낮아서다. 반면 공무원과 가족 400만표는 절대 무시 못한다. 그러니 공무원연금은 개혁하는 척하며 애꿎은 국민연금을 끌고 들어간 것
최근 서울시의 서울역 역세권 개발계획으로 주목받는 서소문 밖 중림동 봉래동 일대는 역사적으로 유서 깊은 곳이다. 조선후기 상업 발달사와 천주교 박해의 현장이다. 하지만 지금은 한 귀퉁이에 ‘칠패시장터’라는 표지석만 덩그러니 남았을 뿐이다. 너무 쉽게 잊는 한국인의 속성을 보는 듯하다.서소문 밖 칠패(七牌)시장은 종로의 종루(鐘樓), 동대문의 이현(梨峴·배오개)과 더불어 한양의 3대 시장이었다. 칠패는 어영청의 7번째 순찰구역이자 경찰 기능의 순청(巡廳)이 있어 붙은 이름이다. 사람들 왕래가 많은 숭례문과 가깝고, 마포 서강 등지로 들어온 어물 곡물 등 생필품 집결지로 최적의 입지였다. 주한 프랑스대사관이 있는 합동(蛤洞·조개 집산지), 포동(布洞·베 집산지) 같은 지명에서도 그 흔적이 발견된다.18세기 후반 칠패시장은 이현시장과 더불어 어물 판매량이 시전(市廛)의 내·외어물전보다 10배나 많았다고 한다. 칠패시장의 노점상인 난전(亂廛)을 관의 허가를 받은 특권상인인 시전(市廛)이 단속하는 등 마찰도 잦았다. 그러나 1791년(정조 15년) 시전의 금난전권(禁亂廛權)이 폐지된 이후 종루의 시전마저 능가하는 거대 시장으로 컸다. 당시 조선이 천주교 신자를 이곳에서 처형한 것도 인파가 많은 저잣거리에 효수해 공포심을 극대화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일제강점기인 1927년 이곳은 경성수산시장으로 바뀌었고 광복 뒤 중림시장으로 자리잡았다. 1970~80년대 상인들이 노량진과 가락시장으로 대거 옮겨갔고, 인근 지역 재개발로 지금은 어시장으로서 명맥만 잇고 있다. 중림동에는 한양의 5대 싸전(쌀시장)도 있었다. 중림동(中林洞)은 1914년 일제 경성부가
올해는 윤초(閏秒) 덕에 7월1일 오전 9시를 기해 1초가 덤으로 생겨 화제다. 사소한 1초라도 우주항공 정보통신 금융결제 등 고도의 정밀성이 요구되는 분야에선 여간 중요한 게 아니다. 보통 시계는 1초를 뒤로 돌려야 하지만 휴대폰 시계는 자동으로 조정된다니 다행이다.윤년 윤달 윤초는 막상 그 원리를 설명하려면 쉽지 않다. 이참에 알아두자. 여기서 ‘윤달 윤(閏)’은 덤 또는 공짜로 얻은 달이란 뜻이다. 천자문에 ‘윤달이 남아 해를 이룬다’는 윤여성세(閏餘成歲)란 구절도 있다. 영어로는 건너뛴다는 의미로 ‘leap year(윤년)’, ‘leap second(윤초)’라고 부른다.먼저 윤년은 1년이 약 365.2422일인 까닭에 5시간48분45.2초가 남는 데서 생겨났다. 로마 율리우스력은 4년마다 윤일(2월29일)을 두어 맞췄다. 이 역시 1년에 11분의 오차가 있어 16세기 그레고리우스력에선 400년 동안 97일의 윤일을 넣어 보정토록 했다. 4의 배수(2016년)와 400의 배수(2000년)는 윤년이고, 100의 배수(2100년)는 평년으로 삼는다.윤달은 태음력(354일)이 태양력보다 11일이나 짧아 한 달을 끼워 넣은 것이다. 윤달이 없으면 5, 6월에 폭설이라는 황당한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BC 433년 그리스 천문학자 메톤이 19년 주기로 7번의 윤달을 넣어 태양력과 일치시키는 ‘메톤 주기’를 고안했다. 중국에선 기원전 600년께 이미 19년 순환주기(章法)를 발견했다고 한다.윤달을 넣을 때는 ‘무중치윤법(無中置閏法)’을 쓴다. 24절기 중 우수 춘분 곡우 등 12개 중기(中氣)가 들어 있지 않은 첫 달을 윤달로 삼는다. 윤달은 음력 5월 전후에 많고 11, 12, 1월에는 없다. 속담에 ‘윤(閏)동짓달 초하루에 빚을 갚겠다&rs
이스라엘의 한 학자가 축구 페널티킥(PK)을 관찰했다. 차는 방향이 대략 왼쪽, 오른쪽, 중앙 3분의 1씩이었다. 하지만 골키퍼는 절반은 왼쪽, 절반은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다. 가운데로 오는 공을 막을 확률이 3분의 1인데도. 가만히 서서 골을 먹었을 때 멍청하다는 비난이 더 괴롭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행동편향(action bias)이다. 골키퍼 바이어스라고 부를 만하다.요즘 정부가 쏟아내는 정책과 제도들이 PK를 막겠다고 넘어지는 골키퍼처럼 시행착오의 종합백화점이다. 사회 이슈는 곧바로 정책과 입법안으로 쏟아진다. 정치권과 언론, 대중은 ‘정부는 뭐하냐’고 독촉한다. 급조된 법과 제도에 어떤 폐해가 숨어있는지 알 리 없다. 정치인과 관료들은 대개 ‘할 일’과 ‘못할 일’을 잘 구분 못한다. ‘해서는 안 될 일’도 서슴지 않는다. 가만 있으면 중간이라도 갈 텐데.개입해 망치는 억지정책 쏟아내명분이 그럴싸할수록 행동편향은 심각해진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밀어붙인 제7홈쇼핑이 그렇다. 공영성을 강화해 중소기업의 창의·혁신상품 판로를 넓혀주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2001년 제4(우리홈쇼핑), 제5(NS홈쇼핑), 2011년 제6홈쇼핑(홈앤쇼핑) 허가 사유도 중소기업 제품 및 농수산물 판로 확대였다. 이들이 민간 홈쇼핑과 다를 바 없다고 새 홈쇼핑을 만들겠단다. 그렇다면 감독을 잘할 일이지 새로 허가할 이유가 될까.더구나 제7홈쇼핑 운영주체는 정부가 실패로 규정한 제6홈쇼핑 주주들(중소기업유통센터, 농협)이다. 이들이 갑자기 개과천선이라도 했다는 말인가. 중소기업 전용을 표방한 중기유통센터의 행복한백화점, 정부가 무역협회 등 떠밀어 만든 K몰24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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