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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5일 부산에서 열렸던 G20(주요 20개국)재무장관 · 중앙은행 총재 회의는 한국으로선 글로벌 리더십을 테스트받는 중요한 시험무대였다. 우리가 신흥국가로서는 처음으로 G20 정상회의 의장국을 맡기로 결정된 때부터 국제사회는 과연 한국이 민감한 세계의 핫 이슈들을 조율하고 처리할 역량이 있는지 의구심을 갖고 봐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만큼 부산 회의에서 선진국과 신흥국, 미국과 유럽 간 의견 차이가 큰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과 은행세 등 주요 의제에 대해 의견 접근을 이끌어낸 것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우리가 적극적으로 논리를 개발해 회원국들을 설득,합의를 도출했다는 것은 한국의 리더십을 인정받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의장국으로서 할 일을 하면서도 외환시장 안전장치에 대한 공감대를 넓혀 명분과 실리를 함께 챙겼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회의를 주재하는 만큼 자칫 체면지키기에만 연연하기 쉬운데도 단기 해외자금의 유출입으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 해소가 시급한 우리 입장을 당당하게 관철한 것은 그만큼 자신감을 보여주는 결과다. 지난 4월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을 절감한다"고 한탄했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회의가 끝난 후 "모든 것이 완벽했다"고 자부심을 피력한 것은 비로소 국제사회의 인증을 받았다는 안도감과 해냈다는 성취감을 반영한 표현에 다름아니다. 국제사회의 흐름을 따라잡고 여론을 리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처럼 소규모 개방경제인 데다 금융선진국도 아니어서 핵심에서 비켜서 있는 처지에선 더 말할 것도 없다. 더욱이 문제는 글로벌 룰과 그 조건, 영향 등을 숙고하지 않고 막연히 트렌드만
한 · 중 · 일 자유무역협정(FTA)을 논의할 정부 · 재계 · 학계 공동연구가 다음 달 초 서울에서 첫 회의를 연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3국 정상회담 합의의 후속조치로, 준비작업이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 최근 중국과 일본은 한국과의 FTA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중국의 차기 국가 주석으로 유력한 시진핑 국가 부주석은 이미 지난해 말 방한 때 조기 체결을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다. 일본도 장기 경기침체 돌파구로 우리와의 FTA 논의 재개를 서두르려는 분위기다. 현재 두 나라와의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일본과는 여섯 차례 협의를 가졌지만 2004년 11월 이후 5년 넘게 중단된 상태이고,중국과는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일본과는 무엇보다 무역통계를 잡기 시작한 1965년부터 45년간 지속되고 있는 대일 무역수지 적자에 대해 일본 측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기계 · 부품류의 수입 확대가 우려되는 우리로선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중국과도 난관이 적지 않다. 중국에 대한 고부가가치 제품 수출이 늘어 무역수지 흑자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지만 국내 농업부문의 타격이 우려되는 점은 큰 부담이다. 지식재산권 침해 가능성 등도 부정적이다. 국내 산업계가 미국 FTA와는 달리 중 · 일과의 FTA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 · 중 · 일 경제는 이미 떼려야 뗄 수 없는 긴밀한 구조로 맞물려 있다. 중국은 한 · 일에 모두 최대 수출 · 수입국이다. 또 일본은 중국의 최대 수입대상국이며 한국에도 수출 3위 · 수입 2위인 교역국이다. 무역수지를 보면 한국은 대중 흑자이고 중국은 일본에, 일본은 한국에 대해 각각 흑자다. 이런 상황인 만큼 중 ·
일본 기업은 그래도 강하다. 무엇보다 기술이 세계 톱 수준이고 자금도 넉넉하다. 개인보다 팀을 중시하는 경영 방식에다 오랜 경기 침체로 자신감과 도전정신이 시들해졌을 뿐이다. 재무장을 통해 언제든 다시 힘을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잃어버린 20년' 동안 일본 기업이 놀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이들은 1990년대 자산가격 거품 붕괴 이후 제로금리에서도 부채를 줄이는 '디레버리징'으로 체질을 강화했다. 일본 3대 은행인 미쓰이스미토모의 오쿠 ...
일본의 또 다른 고민은 중국의 부상이다. 일본은 경제가 어려운 틈에 중국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자신을 밀어내고 사실상 미국 다음의 두 번째 세계 경제대국으로 올라서자 장차 중국경제권에 흡수될지 모른다며 긴장하는 분위기다. 동아시아 국제정치 전문가로 한국 사정에도 밝은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慶應)대 교수는 "일본은 중국이 더 커져 제국이 되는 것을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아시아의 일원이 아니라 자신이 곧 아시아라는 생각을 ...
"일본 국민들이 지갑을 열지 않아 상점들의 가격전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한 벌에 5000~8000엔 하던 청바지가 880엔까지 떨어졌을 정도예요. " 일본 도쿄에서 만난 한 이코노미스트는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고가 제품을 파는 백화점들은 속속 문을 닫는 반면 '100엔 숍'에는 손님과 물건이 넘친다"며 "디플레이션이 엔고보다 무섭다"고 고개를 저었다. 실제 일본은 소비 위축으로 활기를 잃고 있...
중국 위안화 절상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미국과 중국 간 '환율전쟁'이 흐지부지돼버렸다. 오바마 미 대통령의 방중으로 모종의 조치가 나올 법 했지만 정작 두 나라 정상회담에선 언급조차 없었다. 오히려 공동책임을 바라는 미국의 기대에 "중국은 G2가 아니다"라며 '노(NO)'라고 분명히 선을 그은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발언에서 보듯, 중국의 높아진 위상을 재확인한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위안화 절상이 완전히 물건너간 것은 아니지만, 이번 일은 환율전쟁이란 역시 '파워게임'이라는 점을 보여줬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우리 증시에서는 원 · 달러 환율이 큰 변수다. 수출비중이 높은 대형 블루칩들이 환율 하락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란 전망에 상승세가 주춤해지고 있어서다. 특히 외국인들이 이런 우려를 들어 주식매수를 꺼리고 있다. 환율이 지금처럼 달러당 1150원 안팎이 적정한지, 더 내려야 하는 것이 좋은지는 각각 장단점이 있는 만큼 한마디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 시점에서 필요한 일은 우리 외환시장의 규모를 늘려 힘을 키워야하는 것이라고 본다. 환율이 파워게임의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장차 있을 지 모를 해외 핫머니 등의 준동에 미리 대비하자는 뜻이다. 최근 정부가 은행 등의 외화 건전성 강화에 나선 것은 적절한 조치다.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은행들의 취약한 외환 수급이 외부세력의 공격을 부른 빌미가 됐던 점에 비춰볼 때 자금의 미스매칭(수급 불균형) 여지를 미리 없애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여기에 국내 증권사 등 금융회사를 우리 외환시장의 건전한 '플레이어'로 참여시켜 방어력을 키우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우리 경제는 확연히 회복되고 있다. 올 2분기에 전분기 대비 2.3%라는 '깜짝성장'을 보인 데 이어 3분기 성장률도 1%를 넘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실물경제보다 선행하는 증시는 이미 1년여 만에 1600선을 되찾았다. 미국에서도 경기침체의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다는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월가에선 이미 지난 2분기가 경기바닥이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 들어 주가가 100% 가까이 급등한 중국에선 원자바오 총리와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총재 등이 잇따라 증시 과열을 경고할 정도다. 이 같은 흐름은 뒤집어 말하면 글로벌경제가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메시지에 다름 아니다. 사실 올해 초만 해도 국내 증시가 이렇게 빨리 회복될 줄은 누구도 예상치못했다. 증시가 일시적으로 오르더라도 곧 떨어질 것이라며 '다중 바닥'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코스피지수는 지난 3월 이후 거의 수직상승해 40% 넘게 올랐다. 다른 이머징마켓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외국인들이 올 들어 주식을 22조원 가까이 사들인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를 이끌어낸 것은 위기를 기회로 만든 우리 기업들이다. 기업들은 작년 상반기 전국에서 연일 촛불시위가 벌어져 온나라가 뒤숭숭했을 때도,하반기 금융위기가 터져 모두들 갈팡질팡했을 때도 꿋꿋하게 공장을 돌려 고용을 유지하고 외화를 벌어들여 외환시장을 지켰다. 해외에서도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영역을 넓혔다. 그 결과 지금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등 간판 기업들은 글로벌시장에서 점유율을 올리며 질주하고 있다. 세계 금융업체들은 이들이 위기 이후 '승자독식' 프리미엄을 안고 승승장구할 것이라며 높게 평가하고 있다. 문제는
얼마 전 홍콩의 한 은행은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예금이 대거 인출되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고 한다. 비가 온 것이 원인이었다. 갑자기 내린 비를 피하려고 행인들이 이 은행의 한 지점 차양밑으로 몰렸는데 차를 타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은행에 무슨 변고가 생겨 예금자들이 줄을 선 것으로 오해해 인근 지점들로 달려가 예금을 돌려달라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다는 것이다. 국내 은행의 한 인사는 외국인 고객이 요즘 홍콩에서 화제라며 이런 내용의 '레인 런(rain run) 해프닝'을 전해줬다면서 "세계적으로 금융시장이 하도 뒤숭숭해서인지 평상시처럼 그냥 우스갯소리로 흘려듣지 못하겠더라"고 씁쓰레했다. 일반투자자들에게도 요즘같이 답답한 때가 없다. 주식과 펀드는 지난해 10월 고점에 비해 1년 만에 반토막이 됐고 안정적이라고 믿었던 금융상품도 정말 원금이 보장되는 것인지조차 불안하기만 하다. 주식과 펀드를 정리하려 해도 주가가 너무 떨어져버려 팔 엄두조차 나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은 이성이 통하지 않는 시기라고 걱정하고 있다. 어려움을 겪는 것은 우리만이 아니지만,'과거의 외환위기가 다시 온 것 같다'는 낙담과 비관만 부각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얼마 전 뉴욕타임스는 "투자자들에게 '지금은 전과 다르다'는 생각이 가장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몇 달은 아닐지 모르지만 수년 후엔 지금이 가장 투자의 적기라는 인식을 갖게 될 것이며 2~3년 후엔 참 똑똑했다고 말하는 날이 올 것"이라는 월가 애널리스트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사실 지난번 외환위기로 1998년 6월에 300 밑으로까지 떨어졌던 코스피지수가 1년 뒤인 1999년 7
증시가 활기차다.미국 신용위기가 진정되면서 증시로 많은 자금이 몰려 주가가 2000포인트 탈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사실 한국증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한 이후 지나치게 푸대접을 받아왔다.피해가 훨씬 큰 미국보다도 주가가 더 떨어졌을 정도다.글로벌 금융위기가 터널을 빠져나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 지난 3월 이후 코스피가 20% 가까이 급반등한 것은 오히려 당연한 귀결일 수도 있다.그렇지만 국내에 세계시장 영향력이 큰 글로벌기업들이 없었다면 증시의 '제 자리 찾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생각이다.주가가 아무리 싸더라도 주식을 살 만한 기업들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실제 IT(정보기술) 자동차 조선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원유를 포함한 국제 원자재값 급등 등 대외여건이 악화되는 속에서도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좋은 실적을 내 증시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다.코스피가 다시 2000선에 올라서고 그 이후로도 더 오를 것인지 여부는 우리 기업들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많다.주가가 2000포인트가 되면 주가수익비율(PER) 등으로 따져볼 때 일본 유럽 등에 비해 결코 싸지 않은 수준이 된다.그동안 한국 증시의 가장 큰 메리트로 꼽혔던 저평가란 요인이 소멸되면 당장 외국인은 과거처럼 대거 시장에 들어와 주가를 살리는 '구원투수'로 나설 것으로 기대하기 힘들어진다.오히려 현물.선물을 연계한 복잡한 매매 등을 통해 차익을 얻는 데 더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외국인이 대규모 대차거래에 나서고 있는 것은 이를 예고하는 것이란 관측도 있다.주식을 빌려 판 뒤에 시장에서 해당 주식을 다시 사서 갚는 대차거래는 주가 하락을
무주택 서민들에겐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이 가장 좋은 내집마련 전략이다.분양가가 아무리 높아도 통상 기존 주택의 집값보다는 낮기 때문이다.이달 들어 서민들에겐 큰 변수들이 생겼다.먼저 무주택자 가운데 청약점수가 높은 순서대로 분양아파트의 상당량을 우선 공급하는 청약가점제를 고려해야 한다.부양가족이 많고,무주택기간이 긴 세대주가 높은 가점을 받기 때문에 기존 무작위 추첨제에 비해 당첨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그런데 가점제의 내용이 복잡해 실수요자들 사이에 혼선이 적지 않다.가점 계산도 쉽지 않지만,청약 때 자칫 가점을 잘못 적거나 하면 설사 당첨이 됐어도 취소되는 것은 물론 앞으로 10년 동안 다른 주택에도 신청할 수 없게 돼있어서다.또 가점제는 무주택자에게만 적용되는데,유주택자도 가능한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소비자도 없지 않다고 한다.건설업체 모델하우스에 배치된 가점제 상담직원들조차 미리 교육을 받았는데도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고 할 정도니 무리도 아니다.가뜩이나 주택분양공고(입주자모집공고)가 암호문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가점제라는 숙제까지 풀어야하니 일반서민들에겐 주택청약이 그야말로 복잡한 퍼즐풀이같이 돼버렸다.분양가 상한제 역시 중요한 변수다.상한제가 적용되는 아파트는 분양가가 종전보다 15% 정도는 떨어질 전망이다.특히 가점이 높은 무주택 세대주라면 상한제 아파트가 나올 때를 기다려 청약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그렇지만 서민들이 이런 복잡한 변수들을 모두 감안해 청약전략을 짜더라도 내집마련에 이르는 길은 결코 쉽지 않다.당장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아파트는 최소한 연말까지 나올 수 있는 물량
올해는 한국 건설업이 60주년을 맞는 해다.1947년 건설업법이 제정돼 '건설업'이란 용어를 정식으로 쓰기 시작한 것이 기점이다.건설산업은 두 세대에 걸쳐 경제의 성장엔진 역할을 했으며 한국 대표산업의 하나로 꼽힐 정도로 성장했다. 대한건설협회가 축인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60주년을 기념해 이번 주를 '건설 주간'으로 지정하고,20일에는 유공자 163명에게 정부 포상과 표창을 수여하는 등 많은 축하행사를 준비하고 있다.하지만 주인공인 건설업체들 가운데 '환갑'을 기쁘게 맞을 업체가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최근 우량업체로 꼽히던 한 중견 주택업체의 흑자도산이 말해주듯 작금의 건설업계 상황이 극히 우울하기 때문이다.특히 해외건설이나 국내 토목사업을 겸하지 않고 주택사업만 하는 업체들은 사태가 심각하다고 하소연한다. 이들 업체의 CEO들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위기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정부는 절박한 지방업체들의 상황을 감안해서 일부 지방에 대해 투기과열지구 해제 등 규제를 풀어주겠다고 하지만 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집값 잡기를 국정의 최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현 정부가 건설업계가 허리를 펼 정도의 회생대책을 내놓을리는 만무하다는 반응이다.업계뿐만 아니라 언론이나 전문가들도 지방 주택시장의 이상 징후를 경고했었지만 정부는 "집값 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논리로 외면해왔다.더욱이 얼마 전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성공했다고 본다"는 대통령의 코멘트가 나온 이후부터는 정책 당국의 경직성이 배가되는 분위기다.이에 따라 건설업계 일각에선 피해의식마저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정부가 건설업계를 '주택분양을 통해 시장을 안정시
요즘 아파트 분양시장은 썰렁하다.미달이 속출하고 있다.수도권조차 1 대 1만 돼도 다행이다.종부세(종합부동산세) 등의 영향으로 집값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전반에서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에서 "가을에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아파트분양가 인하효과가 '20%+α'에 달할 것"이라고 선전을 해대니 분양이 될리가 만무하다.시장에 매수세력이 끊긴 것은 앞으로 집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만약 집값 하락이 대세라면 매도자도 줄을 서야할 터인데 그렇지도 않다. 매수자도 매도자도 거의 없다는 얘기는 지금의 집값이 수요(매수)와 공급(매도)을 일치시키는 교과서적인 의미의 시장가격이 아니라는 것을 뜻한다.문제는 이렇게 시장이 경색되다보니 공급이 반토막 나 버렸다는 사실이다. 주택업체들마다 당초 계획을 계속 미루다보니 주택시장의 장기 흐름을 주도하는 서울시 내 아파트 신규 공급은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다. 현재 부동산시장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시장의 실패(market failure)'에 처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가격이 자원을 적절하게 분배하지 못해 수요자나 공급자 모두 만족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라는 얘기다.이렇게 된 데는 '참여정부집권이 끝나기 전에 집값은 반드시 잡는다'는 강박에 빠진 정부가 주택시장의 수요와 공급 양쪽의 시시콜콜한 것까지 만기친람식으로 통제하면서 시장의 정상적인 수급기능이 완전히 뒤틀려 버렸기 때문이다. 우선 수요 쪽이 종부세와 2주택 이상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강화,대출규제 강화 등으로 거의 실종되면서 그 여파로 공급 쪽도 사실상 개점휴업상태다.정부는 올해 계획물량을 차질없이 공급하겠다지
부동산 문제는 새해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 건'이다.치솟는 집값 때문에 서민들의 내집 마련 꿈은 갈수록 멀어져 가고,경제를 견인하는 중요한 축인 기업가 정신은 맥이 풀려 흔들리고 있다.참여정부 들어 경제가 5%를 밑도는 저성장 덫에 빠진 것도 따지고 보면 부동산 광풍의 탓이 크다.13개 민·관 경제연구원장들이 올해 정부에 한결같이 부동산 시장 안정과 가계 부채 축소를 주문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집값 안정을 최우선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문제는 집값을 잡되 그 속도와 폭의 수위를 조절해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집값의 연착륙이 필요하다는 얘기다.일본 경제가 1990년대 '잃어버린 10년'이라는 긴 고난의 길에 들어선 것은 부동산 가격의 '경착륙'에서 비롯됐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금융회사 부실화→내수 위축→경기 침체→부동산 가격 추가 하락으로 이어졌던 것이 일본의 경험이다.여기에 일본 정부가 금리 인상과 부동산대출 총량제 등 부동산 억제 대책을 단기간에 집중 시행했던 것이 상황을 결정적으로 악화시켰다.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 과정을 새삼 거론하는 것은 현재 우리의 상황과 흡사하기 때문이다.실제 집값은 수도권의 경우 참여정부 4년 동안 39%,서울 강남구는 81%나 올랐다.특히 가계의 주택담보대출은 무려 275조원을 넘는다.이런 상황에서 집값이 급락하면 가계 부채는 급증할 수밖에 없다.외환위기가 발생한 지 10년인 올해 '가계발(發) 경제위기'를 경고하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정부가 금리를 올려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는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
1년 전쯤의 일이다. 서울 강북에 살던 50대 중반의 A씨는 30년 가까이 정들었던 아파트를 팔고 강남으로 이사갔다. 결혼적령기에 접어든 큰 딸이 "시집을 잘 가려면 강남에서 살아야 한다"며 등을 떠밀었기 때문이다. 작년 7월 일산에 살던 30대 후반의 한 금융회사 직원 B씨는 7억원짜리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두 채 샀다. 노후대책을 고심한 끝에 내린 결정이다. B씨는 아파트를 판 돈 4억원과 회사에서 무이자로 대출을 받은 1억원에다 주택담보대출을 얹어 전세를 끼고 집을 샀다. 그는 지금 전세에 살지만,아파트값이 11억원으로 올라 성과는 톡톡히 거둔 셈이 됐다. 또 얼마전에는 한 독자가 이색적인 이메일을 보내왔다. "수년 동안 몇 번이나 집을 옮겨 다닌 끝에 드디어 강남에 입성했다"며 자랑하는 내용이었다. 이렇게 보통사람들의 '강남가는 길'에는 각기 특별한 사연이 담겨 있다. 정부는 강남 집값을 잡겠다며 8·31 대책 후속으로 '3·30 대책'을 발표했다. 집값 상승의 진원인 재건축 사업을 사실상 봉쇄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필요하면 4차,5차 대책도 내놓겠다고 한다. 문제는 부동산시장이 정부 기대와는 딴판으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규제가 나올 때마다 집값은 일시적으로 떨어지는 듯하다가 이내 되오른다. 이번에도 강남 재건축 집값은 당장은 소폭 내리고 있지만,시장 저변에는 "기다리면 규제가 풀리고 기회가 온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정부가 누르면 누를수록 규제완화 기대도 비례해서 커지는 양상이다. 이렇게 된 것은 근본적으로 수요가 공급을 압도적으로 초과하는 부동산시장의 수급 불균형에 원인이 있다. 특히 강남권에서는 정부 규제는 곧 주택이 더 늘어나기 힘들어진
'신화의 나라'인 그리스에서도 델피는 '신탁의 도시'로 불린다. 일찍이 기원전 13세기 때부터 아폴론 신의 신탁을 받아 국가의 운명을 결정지었던 성역이다.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에 나오는 유명한 트로이전쟁 때도 총사령관이었던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이 트로이로 떠나기 전에 이곳에서 아폴론 신의 계시를 얻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델피는 아테네에서 북서쪽으로 170km 떨어져 있어 자동차로 4시간 정도 가야 한다. 그래도 아테네에서 하루 만에 다녀올 수 있는 곳이어서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리스는 높은 산이 거의 없는 평지지만,델피로 가는 길은 여러번 작은 산을 넘어야 한다. 특히 아폴론 신전 터가 있는 파르나소스 산 정상까지는 길이 비좁고 가파르며 꽤 많이 걸어 올라가게 돼있다. 현지인은 아마도 신에 대한 경외감을 갖게 하려고 일부러 길을 어렵게 만든 것 같다고 설명한다. 구불구불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 바닥에 깔린 조약돌들은 반질반질 윤이 나고 미끄러워 얼마나 많은 방문객들이 다녀갔는지 짐작하게 한다. 신전 터로 향하는 '참배의 길' 도중에는 '옴파로스'(배꼽이라는 뜻)라는 이름을 가진 위쪽이 뾰족한 고깔 형태의 돌멩이 한개가 시선을 끈다. 이 돌은 당초 아폴론 신전 내실에 놓여 있었으며 신탁이 이뤄졌던 장소였다. 그런 만큼 이 돌에는 아폴론의 아버지로 '신들의 신'으로 불리는 제우스와 그의 아버지 크로노스가 등장하는 섬뜩한 신화가 전해 진다. 크로노스는 자기보다 강한 아들이 태어나 자신을 물리칠 것이란 예언을 듣고 아들이 태어나는 족족 모두 잡아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제우스만은 어머니 레아가 몰래 감춰두고
이집트는 기원전 고대에는 세계의 중심이었다. 전성기에는 북쪽으로 지중해 연안과 남쪽의 수단,서쪽으로는 나일강 건너 지금의 리비아,동쪽으로는 유프라테스 강에 이르는 영토를 거느렸던 대제국이었다. 파라오의 피라미드와 웅장한 신전이 화려했던 이집트 문화를 대변하고 있지만,당시 경제상의 흔적은 '칸 엘 칼릴리(Kahn el Khalili)'시장에서 찾아볼 수 있다. 수도 카이로 시내 동쪽 이슬람 지구에 있는 이 옥외시장은 지금으로부터 600여년 ...
이집트의 수도는 카이로지만 역사로 따지자면 룩소르(옛 이름은 테베)에 미치지 못한다. 지금은 시골이 돼버렸지만 알렉산더 대왕에게 정복되기 이전인 고대 이집트 역사에서 중(中)왕조와 신(新)왕조에 걸쳐 거의 1700년 가까이 수도로 번성했던 곳이다. 전성기에는 인구가 1000만명이 넘는 대도시였다고 한다. 카이로에서 나일강을 따라 남쪽으로 700km 정도 떨어져 있어 비행기로는 1시간,열차로는 10시간 이상 타고 가야 하는 곳이다. 나일강 동쪽 연안에 자리잡고 있는 카르낙 대신전은 룩소르에서도 압권인 세계 최대 신전이다. 세계문화 유산을 관리하는 유네스코 관계자들이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을 세계문화재 1호로 지정한 후 이곳을 방문하고는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실수했다"고 한탄했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로 그 웅장한 규모와 예술적 가치가 뛰어난 곳이다. 이 신전은 고대 이집트에서 최고의 신(神)이었던 '아문신'을 받들기 위해 지어졌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을 영화화한 '나일강 살인사건'의 배경이 됐던 곳이기도 하다. 중왕조 시대인 BC 2000년부터 건립되기 시작해 알렉산더 대왕이 대리 통치하던 BC 330년대 프톨레마이오스 왕조까지 1700여년에 걸쳐 역대 왕들이 증·개축해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부지는 동서남북으로 각각 약 500m에 이른다. 남쪽에 있는 아문신의 아내 무크신전과 북쪽의 멘투 신전을 합치면 남북 방향으로 거리가 1.5km나 된다. 신전에 들어서면 맨 먼저 길 양쪽에 수십개의 스핑크스를 만나고 이어 10개의 탑문을 지나게 된다. 탑문을 지나는 사이 '장군 왕조(마지막 왕손 출신의 파라오가 투탕카멘 왕이다)' 시대를 연 람세스 1세부터
미국에선 요즘 중국 국영기업이 석유회사 유노칼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일로 시끌벅적하다. 의회는 물론 백악관까지 나서서 국가안보를 해칠 수 있는 중대사안으로 문제삼는 분위기다. 유노칼이 미국 내 9위업체라는 점에서 '오버 액션'이라는 관측도 있지만,미국쪽 시각은 사뭇 진지하다. 최대 경쟁자인 중국과의 에너지 전쟁이 안방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인식에서다. 실제 주요 국가들의 에너지자원 경쟁은 전쟁을 방불케할 정도로 치열하다. 에너지를 조금이라도 더 가져다 쓸 수 있는 조달원을 확보하려는 자리다툼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특히 세계 2위 석유소비국인 중국이 에너지전쟁에 불을 당기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미국이 독재와 부패를 문제삼아 거리를 둬왔던 일부 국가들을 엄호하는 외교전을 불사하며 틈새를 파고 들고,마오쩌둥-스탈린 시대 이후 40여년간 앙숙 관계였던 러시아와도 손을 잡았다. 중국은 이 과정에서 후진타오 국가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가 직접 나서는 정상외교로 물꼬를 트고 있다. 이에 더해 자원보유국들도 보호주의로 흐르고 있다. 이런저런 합종연횡을 통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유사한 생산자 카르텔과 지역기구를 잇따라 만드는 추세다. 세계 제5위의 석유수출국인 베네수엘라 차베스 대통령과 쿠바 카스트로 대통령은 지난주 13개국으로 구성된 '카리브 석유동맹'을 출범시켰다. 또 이슬람권은 석유등 세계천연자원의 60%를 차지하는 국제이슬람기구(OIC)를 중심으로 힘을 합치며 세계시장에서 목소리를 높일 태세다. 천연가스 생산국 역시 러시아 주도로 OPEC과 유사한 천연가스수출국기구(ONGEC)를 만들려 하고 있다. 개별국가들의 '문단속'도
한 대형 증권사 사장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화두 하나를 꺼냈다. "은행들이 저마다 증권업을 하겠다는데 어떤 효과가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은행들이 '증권업 겸업'으로 시너지효과를 낸다지만 과연 효과가 있을지 아리송하다는 얘기였다. 혹여 B가 옳다고 생각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A가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실제 행동은 생각과 달리 A를 택하고 만다는 '밴드웨건(bandwagon)이펙트'는 아닌지 의문이 간다는 얘기도 했다. 은행 대부분이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돼있는 만큼 지주회사가 금융 전부문에 계열사를 두는 것이 모양에 맞고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더 이상의 부실을 막기 위해 41개나 되는 증권사를 줄이겠다는 정책적 고려도 물론 필요하다. 그렇더라도 은행을 축으로 한 금융산업의 틀은 이제 재고돼야 할 때다. 무엇보다 '증권화'와 '금융회사의 투자기관화'로 압축되는 세계금융시장 흐름과 맞지 않는다. 세계금융시장은 은행이 아니라 골드만삭스 JP모건같은 증권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이라는 공격적인 투자성향을 갖고 있다. 반면 은행은 자산운용의 안정성이 최우선이다. 은행이 덩치를 아무리 키워도 기업금융(IB)같은 리스크가 따르는 투자를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90년대 초 산업은행이 만든 산업증권의 실패는 은행과 증권의 물리적 결합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보여주는 본보기다. 이제까지 금융산업 정책의 초점은 은행의 일방적인 영역 확대를 통한 '몸집불리기'에 맞춰져왔다. 그 결과 2금융권은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 증권시장에서 은행은 증권사 상품과 다를 게 없는 금융상품과 수익증권을 판
한투ㆍ대투증권은 물론 대우 등 10여개 증권사가 M&A(기업 인수ㆍ합병) 시장에 나와 있는 등 국내 증권산업의 구조조정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증권사의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영업이익률은 지난 2000년 3월 16.1%와 10.7%에서 올 3월 말 각각 마이너스 0.1%로 추락했다. 외국계 증권사의 시장점유율이 지난 3월 말 현재 10%를 웃도는 등 이들 증권사의 위상이 높아지고, 국내 증권사간 수...
대신증권은 지난해 9월 A사가 발행한 2천4백억원짜리 무보증 CB(전환사채) 주간사자리를 치열한 경쟁끝에 따냈다. 외국계 증권사가 판치는 요즘 국내 증권사가 주간사를 맡기란 '가뭄에 콩난 격'처럼 드문 일이다. 더욱이 삼성 LG 현대 같은 대형사를 제치고 따낸 것이어서 적지 않은 성과였다. 그러나 정작 '대차대조표'는 초라하다. 인수수수료가 불과 5백만원이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입찰준비과정에서 들어간 서류비 등을 제외하면 손에 쥔 순수입은 2백만원 정도밖에 안된다. 경쟁도 심했지만 발행사에서 "우리 CB 물량을 소화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며 수수료 인하를 요구한 탓이다. 국내 증권사들이 기업금융 부문에서 겪는 고초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국내 대기업들조차 해외증권 주간사 선정시 입찰대상에서조차 제외한다. 한 대형증권사 IB(투자은행업무)담당 임원은 "기업 재무팀에서 삼성 LG 등 국내증권사들을 외국사와 함께 입찰대상에 끼워 기안서류를 만들어 올려도 윗선에서 '돈 받고 했느냐'며 반려하기 일쑤"라고 말한다. 정부 차원에서 배려가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부터는 해외투자펀드를 만들려면 한국은행에 신고토록 돼있다. 무분별한 해외투자를 억제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한은은 이 제도 도입 이후 단 한번도 도장을 찍어준 적이 없다. 말이 신고제이지 '허가제'이고, 그것도 실제 허가를 안 내주는 허울뿐인 허가제다. 과거 정부가 지난 92년 증시개방 전후로 국내 금융사의 국제 경쟁력을 키워주기 위해 국내 기업들이 해외증권을 발행할 때 인수단에 국내증권사를 반드시 끼워넣도록 창구지도했던 것은 말 그대로 추억거
이번 주는 한국경제의 오랜 갈증을 시원하게 해갈시켜줄 희소식이 쏟아지는 한주가 될 것 같다. 우선 4월 수출이 1년여만에 월간기준으로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란 소식이다. 수출이 되살아난다는 것은 그동안 막연한 느낌이 강했던 경기회복 기대감을 구체화시켜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수출 회복은 한국경제가 정상궤도에 진입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반가운 뉴스다. 활력을 되찾기 시작한 한국경제는 그동안 사실 어느정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내수부문에 의존해왔다. 이 때문에 성장기조가 이어질 지에 대해 불안한 측면이 없지 않았고 물가상승 압박이나 소비성향을 과다하게 높이는 등의 부작용도 우려돼왔다. 수출부문에서의 청신호는 이같은 우려감을 해소함으로써 정부·기업·소비자 등 모든 경제주체들이 앞으로의 경제성장에 자신감을 갖게 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이번 주에는 한국경제의 해묵은 짐이었던 대우자동차 해외매각문제도 매듭이 지어질 예정이다. 잭 스미스 GM 회장이 주초 방한,정건용 산업은행 총재와 정식으로 본계약을 체결하기로 돼 있다. 당초 산업은행이 발표한 23일보다 하루 이틀 늦어질 수는 있지만 잭 스미스 회장이 방한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으로 알려져 이번 주를 넘기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2년5개월동안 해외매각이냐 아니면 독자생존이냐 하는 처리방식에서부터 헐값매각 논란까지 소모전을 불러 일으켰던 대우차 문제는 이번에 일단락될 것이 확실시된다. 여기에 한국경제 대외신인도를 '업그레이드'하는 문제와 관련,해외에서 주시하고 있는 하이닉스반도체 역시 이르면 이번주중에 인수자인 마이크론과 채권
주요 상장(등록)기업들의 경영실적 호전이 가시화되고 있다. 매출증가와 함께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이는 영업이익도 확대되는 추세다. 삼성전자 국민은행 현대자동차 LG화학 등 각 업종을 대표하는 상장기업과 모아텍 엔씨소프트 케이비테크놀러지 같은 코스닥 유망기업들의 실적호전이 두드러지고 있다. 경기회복 기대감이 실질적인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면서 올 증시에선 우량실적 기업의 주가가 한 단계 레벨업(level up)하는 실적장세가 전개될 전망이다. 18일 LG투자증권에 따르면 통합에 따른 시너지효과가 본격화될 올해 국민은행은 10.3%의 매출증가와 함께 영업이익이 2백84.5%나 신장될 것으로 추정됐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부문 경기회복에 힘입어 매출액이 7% 증가하면서 영업이익은 46.3%나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SK텔레콤도 35.7%의 매출증가와 28.7%의 영업이익 증가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LG화학은 매출이 7.7% 늘면서 영업이익이 47.9%나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코스닥기업들의 실적호전추세는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영업이익이 무려 3백70%나 신장될 것으로 추정됐으며 모아텍은 매출 42.2%,영업이익 58.3%의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추정돼 올해 투자유망종목중 하나로 꼽혔다. LG투자증권 김주형 상무는 "저금리기조에다 기업 구조조정효과가 올해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돼 올해 영업이익 등 실적이 크게 개선되는 '턴어라운드(실적전환)형' 기업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은 매출액 영업이익 등의 증가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50개사를 LG투자증권과 공동 선정했다. 문희수 기자 mhs@hankyung.com
여러 국가에 중복 상장돼 있는 기업의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한 국제적인 시장관리시스템이 마련된다. 국제증권거래소연맹(FIBV)은 15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막된 제41차 총회에서 금융의 세계화에 따라 원주 또는 주식예탁증서(DR) 발행을 통한 기업의 중복상장이 늘고 있음을 감안,회원 거래소들이 모두 참여하는 시장관리시스템을 구축키로 했다. 연맹은 이를 위해 우선 연맹 홈페이지(www.fibv.com)에 각 거래소별로 주가감시·매매...
법정관리 기업인 대한통운의 해외 M&A(기업인수합병)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대한통운은 12일 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해외 M&A를 위한 주간사로 줄리어스캐피털을 선정,법원으로부터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줄리어스캐피털은 세계적 회계법인인 PwC 및 삼일회계법인과 업무를 제휴,외국업체를 대상으로 M&A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대한통운은 다음주 중 줄리어스측과 주간사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외국기업과 협상을 진행 중이...
코스닥위원회는 27일 동화산업 등 7개사로부터 지난주 코스닥 등록을 위한 예비심사청구서를 접수했다고 밝혔다.이번에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한 업체들은 오는 11월말~12월초로 예상되는 예비심사를 통과할 경우 12월말 또는 내년 1월중 지분분산을 위한 공모를 거쳐 코스닥시장에 등록될 전망이다.이들중 인젠과 코디콤은 이미 지분분산 요건을 갖추고 있어 예비심사를 통과하면 바로 직등록이 가능하다.이들중 매출규모가 가장 큰 곳은 엔에이씨정보시스템으로 올 상반기에 1백28억8천만원의 실적을 올렸다.자본금은 18억원으로 가장 적다.1993년 인천에 설립된 컴퓨터시스템 설계 및 자문업체로 공모규모는 41억6천만~54억4천만원(액면가 5백원)을 희망하고 있다.이수영 대표를 포함한 6인이 59.7%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계획한 공모규모가 가장 큰 업체는 동화산업으로 55억~62억8천만원(액면가 5백원)에 달한다.1988년에 설립된 건축자재 도매업체로 박춘경 사장의 형이자 고문인 박철웅씨 등 5명이 62.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순익이 가장 많은 곳은 코디콤으로 상반기중 10억7천만원을 기록했다.안종균 대표 등 4명이 21.6%,국민기술금융 등 6개사가 19.7%의 지분을 각각 가지고 있다.문희수 기자 mhs@hankyung.com
"가치투자시대"가 열리고 있다. 저금리로 예금상품의 투자메리트가 떨어지면서 주식이 자산운용의 대체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제 높은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주식밖에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연 6% 안팎에 머물고 있다. 물가상승률(5월말현재 4.7%)을 감안하면 실세금리는 1-2%대에 불과하다. 금리를 겨냥해 자산을 굴리던 시대는 막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단기부동화된 시중 여유자금은 언제든 고수익 상품으로 뛰어들 태세다. 발빠른 자금 일부는 벌써 주식시장으로 옮겨와 내재가치 우량주의 시세를 한껏 띄어올리고 있다. 일부 증권사와 투신사 연기금 등도 가치주에 장기투자하는 펀드를 속속 선뵈고 있어 가치투자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이에따라 한국 가계의 금융자산 운용패턴도 급속히 미국식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가 안정적인 저성장 구조로 전환되고 저금리로 인한 예금상품의 투자메리트 감소, 부동산가격의 장기 정체 등 경제환경이 비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30년 만기 국채 금리가 8% 밑으로 떨어진 1991년 이후 개인의 금융자산이 주식쪽으로 급격히 이동했다. 한국의 개인 금융자산에서 차지하는 예금비중이 59.2%에 이르고 있으나 가치투자가 성가를 올릴수록 이들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대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홍성국 대우증권 부장은 "앞으로 주된 자산운용은 주식에 대한 장기투자가 될 것"이라며 "한국의 주가수준이 워낙 낮은데다 IMF 관리체제 이후 잇따른 구조조정에 힘입어 기업의 내재가치도 크게 좋아지는 등 투자환경이 한결 개선됐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공시강화, 적극적인 IR활동, 고배당 실시
저금리구조가 정착돼 있는 미국에서는 주식투자가 가장 유력한 자산운용수단으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 90년 이전까지 전체자산에 대한 주식의 비중은 11~12%에 그쳤다. 그러나 91년 장기채권 금리가 떨어지면서 주식투자 비중이 크게 늘어 작년 3월말에는 두배인 23%선으로 증가했다. 간접 주식투자인 뮤추얼펀드까지 합치면 그 비중은 32%대나 된다. 반면 예금비중은 20%를 웃돌았던 것이 같은 기간 12%대로 급감했다. 채권도 8~9%였던 것이 5%대로 줄었다. 저금리로 예금이나 채권의 투자메리트가 줄어든 것이 주력 투자대상을 완전히 바꿔 놓은 것이다. 금을 비롯한 실물자산도 가격이 하락추세를 보여 장기적으로 금융자산에 비해 투자매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미국에서 확인되는 이같은 자산운영구조의 변화는 우리에게도 자산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꿔야할 때가 왔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저금리시대에서는 주식투자에 대한 기존의 인식틀을 확 바꿔야 한다는 메시지에 다름 아니다. 당장 주가수준을 봐도 한국은 세계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상태다. PER(주가수익비율)의 경우 한국은 작년말 현재 15.4배에 그쳐 미국 나스닥시장의 1백26.9배에 비해 12%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일본(85.5배)과 비교해서도 18%밖에 안된다. 이 때문에 거래소 상장업체 7백2개사의 시가총액은 1천4백83억달러로 미국 나스닥시장의 4.1%, 일본증시의 4.6%에 불과하다. 상장업체수가 비슷한 홍콩(7백90개사)에 비해서도 23.8%밖에 안된다. 그렇지만 기업의 내재가치는 IMF 관리체제 이후의 강도높은 구조조정과 내실경영으로 크게 높아진 상태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IMF가 가져다준 유일한 선물''이라고 평가한다. 혹독한 환
''가치주''란 개념은 과거엔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성장주''와 대비되는 자산가치 우량주 정도로 해석돼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고성장은 아니지만 안정적 성장세를 지닌 우량주에다 주가가 저평가돼 있고 고배당을 실시해 주주를 중시하는 기업을 가치주라고 부른다. 저금리상황을 대체할 수 있는 주식으로 개념이 확대 해석되는 분위기다. 과거의 가치주는 단순히 PER가 낮고 장부가치 등 자산가치가 높지만 고가여서 유동성이 낮아 기관들이 선호하는 종목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데이트레이딩이 일반화되면서 가치주중 상당수는 기업의 내재가치와는 관계없이 주식거래과정에서 소외돼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증권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구조조정에 성공했거나 고배당을 실시하는 등 내용면에서 실속있는 기업이 많다. 태평양을 비롯 삼성화재 S-Oil 등 우량기업이면서 고배당을 실시하는 기업, 두산처럼 구조조정에 성공한 기업들이 최근 주식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이들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대세상승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만큼 현재의 증시국면을 적극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아직 해외나 국내경기의 회복이 뚜렷하지 않아 기대감만 클 뿐 단기적으로는 제한적인 상승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강하다. 증권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인식을 바탕으로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들어서기 이전까지는 가치주가 주식시장의 주류를 형성할 것이며 장기적으로 주식투자 활성화의 길을 여는 초석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희수 기자 mhs@hankyung.com
저금리시대가 왔다. 3년짜리 국고채 금리가 연6%선으로 떨어지고 기업대출금리도 사상 처음으로 연7%대로 하락했다. 물가상승률(5월말 현재 4.7%)을 감안하면 실세금리는 1~2%대에 불과하다. 대우증권은 국고채 금리가 오는 2004년 연6%,2010년 연4.5% 등 장기적으로 하락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리를 겨냥해 자산을 굴릴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는 얘기다. 이같은 징후는 이미 표면화되고 있다. 시중자금이 6개월짜리 은행 정기예금과 투신사의 MMF같은 단기상품에 몰리고 아파트 전세가 부분적이지만 월세로 전환되고 있다. 저금리라는 환경 변화에 맞춰 자산관리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90년대초부터 자산운용의 변화가 시작됐다. 30년 만기 국채 금리가 8% 밑으로 떨어진 지난 91년 이후 개인의 금융자산은 주식쪽으로 급격히 이동했다. 은퇴를 앞둔 50세 전후 연령층(45~54세)의 경우 간접주식투자인 뮤추얼펀드 가입률이 59%나 된다. 한국은 아직 개인의 금융자산에서 예금비중이 59.2%로 압도적으로 높다. 미국은 주식비중이 34.9%로 가장 많다. 그렇지만 한국도 장기적으로 미국의 패턴을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가 안정적인 저성장 구조로 전환되고 저금리로 인한 예금상품의 투자메리트 감소,부동산가격의 장기 정체,고갈 위기에 놓인 연금의 한계 등 경제환경이 비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산운용수단의 대안은 주식에 대한 장기투자쪽에서 찾아야 한다(대우증권 홍성국 부장)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주가가 워낙 낮은데다 IMF 관리 이후 잇따른 구조조정에 힘입어 기업의 내재가치도 크게 높아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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