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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의 헤리티지 재단이 발행하는 잡지 백그라운더(Backgrounder)에 흥미로운 글이 실렸다. 동 재단의 무역정책전문가인 브라이언 릴리(Bryan Riley)가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자유무역에 대한 10가지 잘못된 주장들(10 Myths)을 반박한 내용이다. 10가지를 보면 한 · 미 FTA를 놓고 "자유무역 확대에 도움이 안 된다" "통상관료들이 주도한 비민주적 협정이다" "협정문이 길고 복잡하다" "통상분쟁이 생기면 미국이 귀찮아질 것이다" "협정이 헌법을 훼손하고 미국 법에 우선한다"는 얘기들이 들어있다. 또 "한국 투자자에 특권을 부여하고 있다" "한국 투자자가 투자이익을 침해받았을 때 제소하면 미 재무부가 곤란해질 것이다" "미국의 해외투자가 늘어 일자리를 잃는다" "한국으로부터 수입이 늘어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의혹들, 그리고 끝으로 "자유무역은 미국에 나쁘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미국과 한국만 바꾸면 우리 내부의 한 · 미 FTA 반대론자들의 얘기와 별반 차이가 없다. 저자는 이것들이 모두 허구이거나 사실이 아니라고 비판하고 있다. 어느 나라든 FTA를 놓고 찬반 양론이 있다. 중요한 것은 논쟁과 설득의 방식이다. 미국이 부러운 것은 이럴 때 이성적인 논의가 가능하고, 그런 논의를 바탕으로 경제단체들과 유권자들이 행동에 나선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단체들은 지역별 기업,고용 등의 통계를 토대로 한 · 미 FTA를 하면 무역수지,일자리 등 지역경제가 얼마나 개선되는지를 지역민들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또 이를 접한 미국 유권자들은 지역 출신 의원들에게 편지를 보내는 등 자신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의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설명이 필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17일(현지시간) 정보기술(IT)기업 최고 경영자(CEO)들과 함께한 만찬의 여진이 가시지 않고 있다. 세간의 관심은 그날의 사진에 등장한 스티브 잡스 애플 CEO에 집중됐다. 일각에서는 미국 IT의 진정한 '실세'가 누구인지를 확인시켜주는 권력지도가 드러났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사진 속 잡스의 병세에 관한 추측도,누가 대통령 옆에 앉았는지도 말초적인 얘기일 뿐이다. 만찬은 벤처 자본가(Venture Capital) 존 도어의 집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잡스 애플 CEO뿐 아니라 에릭 슈밋 구글 회장,존 체임버스 시스코 CEO,래리 엘리슨 오라클 CEO,딕 코스톨로 트위터 CEO,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등 미국 IT를 상징하는 기업인들이 초대됐고,존 헤네시 스탠퍼드대 총장도 포함됐다. 모험금융가,기업가정신을 가진 영웅들,혁신적인 대학,정부(오바마 대통령) 등 미국 IT 생태계의 핵심 참여자들은 다 모였다. 이들이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 궁금증이 더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참석자들은 학교(교육)에 대한 투자 필요성,기술의 중요성,일반인들의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 제고방안,대학과 개인이 협력해 빠른 창업에 나설 수 있도록 하자는 이른바 '신생기업구상(Startup America Initiative)' 등에 대해 열띤 토론을 했다는 후문이다. 미국의 경제회복과 기업가정신이 주제였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만약 같은 날 한국에서 대통령(또는 정부)과 IT 기업인들이 만났다면 어떤 대화가 오갔을지 짐작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형식이 자유롭지 않은 것은 둘째치고 대화의 내용부터 달랐을 게 틀림없다.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제2의 스티브 잡스' '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모든 나라가 벤치마킹하고 싶어하는 곳이다. 그러나 미국 밖에서는 실리콘밸리가 좀처럼 재현되지 않고 있다. 정부(관) 주도에 익숙한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인위적인 밸리 조성에 나서기도 했지만 역시 마찬가지다. 왜 그런지 그 이유는 학자들의 좋은 연구 소재가 됐다. 어떤 학자는 물리적인 시설이 아니라 실리콘밸리를 돌아가게 하는 혁신의 생태계나 문화적 측면에 주목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또 어떤 학자는 영어라는 국제 공용어,이민을 통한 새로운 인력의 수혈,그리고 혁신을 지원할 수 있는 금융환경의 역할이 컸다며,다른 나라들은 이를 따라 할 수 없기 때문에 실리콘밸리에 대한 환상을 접으라고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흥미로운 가설도 등장했다. 미국에서 실리콘밸리가 성공할 수 있었던 진짜 이유는, 정치 중심지인 동부의 워싱턴 DC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그런 범주에 해당한다. 뒤집어 말하면 지원이 됐건,규제가 됐건 정부가 시시콜콜 간섭이나 하고 툭하면 정치적 쟁점이 되는 그런 곳이었다면,과연 오늘의 실리콘밸리가 탄생할 수 있었겠느냐는 얘기다. 과학벨트 때문에 온나라가 시끄럽다. 기초과학을 육성하자는 구상에서 나온 과학벨트가 정치적 의도에서 출발한 세종시 굴레를 결국 못 벗어난 채 정치화되고 만 형국이다. 과학벨트의 본질은 온데간데없이 실종되고 오직 우리 지역으로 오느냐 마느냐에만 지역과 정치인들이 혈안이 돼 있다. 과연 과학벨트가 내 지역으로 들어오면 실리콘밸리가 금방 눈앞에 펼쳐지기라도 하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과학벨트를 매개로 세종시,오송(의료복합단지),그리고 대덕을 묶어
한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이끌었던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은 현재 지식경제 연구개발(R&D) 전략기획단장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교육과학기술부를 제치고 최대 연구개발 부처로 부상한 지식경제부의 최고기술경영자(CTO) 자리다. 그가 최근 구설수에 올랐다. 기자들과의 신년 오찬간담회에서 "삼성의 갤럭시S보다 애플의 아이폰이 좀 더 편한 것 같다"는 말 때문이었다. 결국 황 단장은 별도의 설명자료까지 내야 했다. "갤럭시S의 하드웨어 경쟁력은 (아이폰과) 대등하지만 사용자 환경이나 소프트웨어 등에서 다소 미진한 것은 문화적 토대가 필요(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취지의 발언이었다는 얘기다. 한 명의 소비자로서가 아니라 정부 부처 최고 기술경영자로서 황 단장의 비교는 적절했다고 볼 수 없다. 설사 그가 갤러시S가 아이폰보다 좀 더 낫다고 반대로 얘기했다고 해도 이는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두 스마트폰은 지금 시장에서 경쟁 중이고,궁극적인 승자와 패자는 결국 시장에서 가려질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국내 기업들이 스마트폰을 먼저 치고 나가지 못한 안타까움에서 그 이유를 문화적 토대에서 찾았다고 한다면 그가 해야 할 얘기는 달라야 한다. 그 문화적 토대의 실체라는 게 무엇이고,이를 위해 정부와 기업, 그리고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자신의 소신을 밝혔더라면 훨씬 더 의미가 있고,주목도 받았을 것이다. 물론 기자 간담회에서 황 단장은 한 가지 방향을 제시하기는 했다. "이제는 '기술 주도(technology push)'에서 '시장 중심(market pull)'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 그렇다. 그러나 이런 식의 단순 이분법으로 과연 지금의 문화적 토대가 바뀔 수 있을지는
통행료를 내지 않고 도로에서 주행할 수 있다고 해서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무료 도로인 이상 누구나 들어오겠다면 막을 수 없고(비배제성) 그로 인해 도로가 꽉 막혀버리면 도로 기능은 상실되고 만다. 안 막히는 도로에서는 다른 사람이 진입해도 나의 도로 사용이 방해받지 않지만(비경합성),막히는 도로에서는 진입이 늘어날수록 교통 혼잡이 더해져 나의 도로 사용도 그만큼 방해받을 수밖에 없다(경합성).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이른바 '공유자원의 비극'이다. 통신사들이 경쟁적으로 도입한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로 인해 딜레마에 빠졌다. 무제한 요금제를 시작할 때만 해도 현재의 네트워크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큰 소리를 쳤지만 지금의 사정은 전혀 딴판이다. 월 5만5000원만 내면 요금폭탄에 대한 두려움 없이 마음껏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 상당수 고객들이 이 요금제를 택한 것이다. 결과는 예상 밖의 트래픽 폭증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무제한 요금제가 도입된 이후 스마트폰을 아이패드,갤럭시탭에 연결해 사용하는 등 이동통신 접속기기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트래픽 상황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 때문에 서비스가 갑자기 끊기거나 네트워크 접속이 불안정한 일들이 자주 발생하고 있고,소비자들의 불만도 쌓이고 있다. 무제한 서비스가 모바일 생활의 대변혁을 몰고 왔다고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이미 후유증이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통신사들이 이를 예상하지 못했다면 거짓말이나 다름없다. 지난해 시스코는 스마트폰 이용자의 무선인터넷 소비용량이 일반 휴대폰 이용자보다 30배나 된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우리도 사정이 다를 것이 없다. 최근 KT는 이를 뒷받침하
독일 퓨처매지니먼트그룹 이사이자 미래경영 전문가로 유명한 페로미킥은 미래를 읽는 5개의 안경이 있다고 말했다. 미래의 모습을 가정해 보는 푸른 안경,기회를 읽어내는 초록 안경,비전을 만들어내는 노란 안경,돌발적 상황에 대처하는 붉은 안경,그리고 비전을 실현하는 보라색 안경이다. 지금 이 5개 안경을 통해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확실하게 보이는 흐름이 있다. 융합의 대(大)폭발이다. 미국에서 '기술 융합(Technological Convergence)'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은 1963년이다. 50년 가까이 흐른 지금,어느 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신기술 간,또는 이들과 다른 분야의 상승적 결합을 통한 융합기술이 새로운 기술혁신을 주도할 것이라는 예측은 적중했다. 기술 융합이 산업 융합으로 비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스마트폰발(發) 폭풍은 그 서곡일 뿐이다. ◆융합은 새로운 산업혁명다가오는 융합시대의 정체는 무엇인가. 게리 샤피로는 이를 '뉴 컨버전스'라고 부르고,다니엘 핑크는 융합과 컨셉트의 시대가 시작됐다고 말하지만 이것으로는 뭔가 부족해 보인다. 좀 더 실감있는 표현은 미국의 과학재단(NSF)이 만들어냈다. NSF는 주저없이 산업혁명,IT혁명에 이어 '융합혁명'이 도래했다고 말한다. 세계적인 기술경제학자 리처드 넬슨은 산업혁명을 시작으로 세계 경제의 장기적인 사이클(콘드라티예프)을 이끌어왔던 굵직한 혁명들이 모두 기술적 변화가 사회적,시장적 환경과 맞아떨어졌기에 혁명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산업 융합 확산은 기술 융합과 사회적,시장적 변화 사이의 장벽들이 하나씩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강력한 증거일 수 있다. 산업 융합을
대(大)융합시대가 밀려오면서 주요국 정부는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정부가 융합의 진흥자,조정자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던져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도 고유한 질문 두 가지가 있다. 융합투자가 과연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수준까지 촉발될 수 있을 것인가?(시장 실패) 융합에 걸림돌이 되는 법과 제도적 장벽이 충분히,빠르게 혁파될 수 있을 것인가?(시스템 실패) 선진국은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발 빠른 선진국의 융합 대응 미국 유럽연합(...
올해는 특히 '동반성장''상생''융합''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 System)' 등의 말들이 무성했다. 이 틈을 타 정부 각 부처는 저마다 새로운 법과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나선 한 해이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무슨 특별한 법이나 제도가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동반성장 등이 잘 안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럼 선진국은 왜 잘 되느냐고 하겠지만 아이디어가 제대로 보호되고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진다는 것,그 결과 신뢰가 쌓이고 협력문화가 생겨나 동반성장 등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을 뿐이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아이디어 보호,공정한 경쟁 등과 같은 가장 기본적인 부분에 있다는 얘기다. 이는 달리 말하면 특허청과 공정거래위원회 정도만 남기고 다른 부처들은 다 없애도 선진적인 기업환경 조성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미다. 물론 그 양 부처가 제 역할을 똑바로 한다는 전제하에서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동반성장위원회가 출범했다. 위원으로 참여한 어느 대기업 관계자는 첫날 회의에서 "이 위원회의 법적근거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런 질문이 나올 만하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엄연히 민간기구라면서도 대통령 업무보고를 보면 이 위원회를 통해 지식경제부는 동반성장지수를 내년부터 발표한다고 하고,중소기업청은 중소기업을 보호한다는 취지하에 소위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선정해 고시한다고 한다. 동반성장위원회를 내세운 것은 정부가 직접 나서서 그런 일을 하기에는 뭔가 꺼림칙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런 측면이 있다면 아예 처음부터 무리한 일은 벌이지 않는 게 가장 좋다. 민간자율을 가장해 정부가 뒤에서
지난해 4월8일 일본 NHK 방송은 "특허제도가 위험하다"는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특허침해소송에서 특허 무효판결이 속출하면서 비등했던 일본 내 비판 여론을 다룬 내용이었다. 2007년 60%대에 달했던 일본의 특허 무효율은 최근 50%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얘기가 들린다. 미국은 그 반대의 경우다. 전통적으로 특허권을 강하게 보호해온 미국은 권리자 중심의 특허 사법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특히 특허전담고등법원(CAFC) 설립 이후 1심 법원 판사들이 무리하게 특허를 무효로 판단할 경우 CAFC가 파기할 확률이 높아지자 특허 무효율은 뚝 떨어졌다. 지금은 20%대로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그러나 최근 특허괴물이 횡행하면서 미 대법원이 특허권자의 과도한 권리행사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고,특허법 개정도 추진되고 있다. 특허권의 지나친 보호는 발명의 이용을 저하시키고 때로는 공익에 반할 우려도 있지만,다른 한편으로 특허권의 미흡한 보호는 발명과 혁신의 의욕을 감퇴시켜 지식재산 창출동기 자체를 약화시킬 수 있다. 특허권의 양면성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특허보호 수준이 권리 남용을 우려해야 할 정도인가,아니면 특허를 받아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환경인가. 최근 서울중앙지검 형사 6부 주최로 열린 지식재산권 관련 세미나에서 정차호 성균관대 교수가 눈길을 끄는 통계 몇 가지를 제시했다. 우리나라 특허심판원의 특허 무효심판에서 무효율이 70%를 넘고,특허권자가 특허심판원에 상대방이 자신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것을 확인해 달라는 경우 침해성립률은 25%대에 불과했다. 특허권 침해소송에서 특허권자가 이길 확률도 2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특허권자의 승
결국 국제 특허괴물들의 공세에 한국 기업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지식재산기본법'이 국회에서 잠자는 사이 밖에서는 특허전쟁 때문에 기업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가 국제 특허괴물로 불리는 인텔렉추얼 벤처스(Intellectual Ventures,IV)와 포괄적인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IV는 3만건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펀드까지 조성해 세계 각지에서 유망 특허를 사들이는 세계 최대의 특허전문회사다. 삼성전자는 이번 계약으로 특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특허 리스크(위험요인)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하지만 구체적 계약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앞뒤 정황으로 볼 때 "양사가 손을 잡았다"고 간단히 결론 내리고 끝낼 일이 아니다. 제조 기능이 전혀 없는 특허전문회사가 먼저 삼성전자를 공격했고,이에 삼성전자가 정면 대응하겠다고 밝혀왔던 터이고 보면 더욱 그렇다. IV가 지난해 삼성전자를 공격할 당시 특허 사용 대가로 펀드 투자와 특허료 지불을 삼성에 요구했고 그 금액은 무려 수조원에 이른다는 소문이 돌았다. 삼성전자가 적지 않은 대가를 내주고 계약을 맺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2004년 다른 기업에 지불한 로열티가 1조2813억원이라고 밝힌 이후 구체적 액수를 공개한 적이 없다. 하지만 2004~2008년까지 삼성전자가 특허전문회사의 공격대상 제1호였고,지난해 1월 또다른 특허전문회사 인터디지털과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최근 BTG인터내셔널과 합의한 점 등으로 미뤄보면 로열티 지불액은 훨씬 더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미국 특허전문회사들의 대(大)공습이다.
미국에서 소프트웨어(SW) 산업은 전략산업 중에서도 전략산업이다. SW 경쟁력이 없었다면 미국이 인터넷 혁명은 물론이고 지금의 스마트 혁명도 주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미국은 SW 산업에 보통 공을 들인 게 아니다. '귀족공학' '백인공학'이라고 할 만큼 SW 가치를 알고 가꾸어 왔다. 심지어 외국인들이 SW 분야로 유학을 와도 높은 영어 구사능력 등 까다로운 기준을 내세워 진입을 쉽게 허용하지 않았을 정도였다. 그렇게 60년간 키워서 미국은 SW 산업의 주도권을 장악했다. 뿌린 대로 거둔 것이다. 지금 국내 기업들은 SW 인력부족 때문에 아우성이다.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2009년 말 기준 산업기술인력 실태조사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SW 개발 및 공급업의 부족인원은 4152명.부족률은 6.1%였다. 조사의 한계를 감안하면 현실은 더 어렵다고 봐야 할 것이다. SW 인력 부족이 처음 포착된 건 아니다. 2007년 말, 2008년 말에도 인력은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시적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2010년 말 SW 인력의 부족은 더할지 모른다. 스마트폰 확산으로 대기업들은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SW 인력을 싹쓸이하면서도 모자란다고 안달이고,중소기업들은 신규 채용은 고사하고 기존 인력마저 대기업에 뺏기고 있다는 하소연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점은 인력부족 기업들 중 적정한 기술인력이 없어 충원을 못하고 있다는 곳이 반이나 된다는 것이다. 인력의 질(質) 문제는 더 풀기 어려운 과제다. 발등의 불이 떨어지자 기업들은 대학이 그동안 뭐했냐고 비난하고,대학은 기업들이 그동안 SW 인력을 정당하게 대우해 줬느냐고 맞받아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당장 급한 일부 대
한국 산업의 진로를 놓고 논쟁을 벌이면 대개는 둘로 갈라진다. 한쪽에서는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나라는 제조업을 해야 한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서비스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산업,과학기술 등을 다루는 지식경제부나 교육과학기술부는 전자 쪽에 가깝고,기획재정부는 후자 쪽이다. 국가적 모델로 치면 독일 · 일본식 모델로 갈 것인가,아니면 미국 · 영국식 모델로 갈 것인가의 문제다. 역사적으로 보면 각 모델은 해당 국가의 경제적 부침과 궤를 같이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확산되는 산업 간 융합흐름을 근거로 우리가 제3의 경로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제3의 경로라는 것도 실상은 이것저것 다 하자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의 진로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경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 중앙은행총재 회의 합의문을 놓고 안팎에서 찬사가 들린다. 불투명해 보였던 G20 서울 정상회의 전망이 한층 밝아졌고,의장국 한국의 역할이 빛났다는 얘기다. 그 전의 G20 정상회의나 환율전쟁 같은 회의 직전 상황의 긴박성 등을 생각하면 그런 평가를 충분히 받을 만하다. 의장국으로서 한국의 '국격'은 확실히 올라간 느낌이다. 일각에서는 실행력 없는 선언,선진국과 신흥국 간 갈등 봉합 또는 휴전일 뿐이란 평가절하(?)도 있지만 우리가 여기에 개의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보다는 이를 의식한 나머지 우리 정부가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국제질서에 획기적인 획을 긋는 성과내기에 강박감을 갖지나 않을지 그게 더 걱정스럽다. 의장국으로서의 '역할'과 '국격'을 떠나 여기서 더 나아갈 경우의 득실도 냉정히 생각해 볼 필요가
누가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흔드는 것인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인가. 아니면 우리 내부인가. 정말 어이가 없다. 오바마 행정부가 한 · 미 FTA의 조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그렇다고 치자.야4당 의원들이 재협상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은 도대체 무슨 의도인지 납득이 안된다. 민주당의 경우는 특히 그렇다. 한 · 미 FTA는 자신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 협상을 타결지었다. 그런 정당이 '재협상' '전면 재협상'을 서슴없이 내뱉으면 과연 그들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참여정부는 2007년 4월 한 · 미 FTA 협상을 성사시켰다. 그러나 그 뒤 그들이 국회 비준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보는 국민은 거의 없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선(先)비준' 논리를 들고 나올 게 예상되자 지금의 민주당은 '선(先)대책 후(後)비준' 논리로 대응했다. 야당이 됐다고는 하지만 협상을 성사시킨 당사자의 논리치고는 궁색했다. 민주당은 다른 논리도 개발했다. 우리 국회가 먼저 비준을 했다가 미국이 재협상이라도 요구하면 곤란한 상황에 빠져 한 · 미 FTA가 깨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가 폭발하고 선거기간 중 한 · 미 FTA 협상에 문제를 제기했던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되자, 민주당은 재협상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불을 지핀 것은 한 · 미 FTA 협상의 직접적인 당사자라고 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이었다. 금융위기로 경제환경이 바뀌었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그리고 지금,한 · 미 간 실무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민주당 일부 최고위원들은 기다렸다는 듯 재협상,전면 재협상을 주장하고 있다. 사실상 한 · 미 FTA 자체를 반대하거나, 이 참에 우리에게 불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기관을 대표하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한홍택 원장이 추석 직전에 사표를 냈다. 지난 8월 취임한 뒤 1년을 겨우 넘긴 시점이다. 한 원장 스스로 사표를 냈다기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그를 잘랐다(?)는 게 정설이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이유는 조직관리 측면에서의 문제다. 원장실 여비서 채용,그리고 두 번에 걸친 부원장 교체 등으로 직원들과 갈등을 겪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비서와 관련한 풍문,한 원장의 치매설 등이 들려오기도 했다. 한 원장 자신은 지금은 아무 말도 않겠다고 한다. 문제가 있다면 정부는 국민의 세금을 갖다쓰는 연구기관의 장을 물러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는 그렇게만 생각하고 넘어갈 간단한 사건이 아니다. KIST는 1966년 설립된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상징과도 같은 기관이다. 현 정부는 KIST를 세계적 연구소로 육성하겠다며 좋은 외국인을 데려오라고 했고,그에 따라 서치 커미티(search committee)가 구성됐다. 서치 커미티는 전 세계로 인물들을 찾아다녔고, 우여곡절 끝에 마지막으로 선택된 사람이 미국 UCLA 석좌교수였던 한국계 미국인 한 원장이다. 기존의 틀을 깬 고액의 연봉,연임을 포함한 임기 보장,거액의 특별연구지원금 등 부대조건이 붙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불과 1년 만에 이 모든 게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KIST 내부직원들은 할 말이 많겠지만 밖에서 볼 때는 안타깝기 짝이 없는 일이다. 새 바람을 일으키기는커녕 전혀 딴판이 돼 버린 지금의 상황이 40년도 더 된,한국을 대표하는 KIST의 현실인가를 생각하면 특히 그렇다. KIST가 대내외적으로 받은 상처는 크다. 한 원장 또한 한국 땅에 다시 발을 붙이기 어렵게
특허를 무기로 국내 제조업을 공격하는 외국 기업을 가리켜 우리는 '특허괴물(patent troll)'이라고 부른다 .반면 국내 기업이 특허를 무기로 외국 기업을 공격하면 '특허전문회사'나 '창조적 지식기업'으로 치켜세운다. 고(故) 최종현 SK그룹 회장은 "최고의 기술개발,아니면 인수합병(M&A)을 하라"고 말했다. 두산은 "선진기업 M&A는 연구개발(R&D) 전략"이란 말을 서슴없이 한다. R&D에만 매달렸으면 몇십년 걸렸을 것을 M&A로 단기간에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반대로 외국 기업이 국내 기업을 사들여 기술이 넘어갔다면 거센 '기술유출' 논란 속에 그 외국 기업은 기술을 노린 '도둑놈'쯤으로 매도당했을 게 뻔하다. 이 모두 일종의 '이중성'이다. 지식경제부가 '산업기술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정부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아 개발된 국가 핵심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에 M&A될 때 이를 '사전신고'하라는 것이다. 또 기술 유출이 국가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정부는 M&A 중지,원상회복 조치 등을 취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얼핏보면 당연한 얘기같지만 여기에도 '이중성'이 깔려 있다. 선진국을 향해서는 기술이전,기술협력 등을 원하면서 우리의 기술이 경쟁국,특히 중국 등 신흥국으로 유출돼선 안 된다는 논리다. 그러나 세상 일이 결코 일방적일 수만 없고 보면 우리가 이렇게 나왔을 때 그 '득'과 '실'을 냉정히 따져보지 않으면 안 된다. 자칫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외국인투자를 위축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가만히 있어도 외국인투자가 밀려드
우리나라가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 수주에 성공했을 때다. 일본 언론에서는 한국이 해외에서 강력한 원전 수주경쟁자로 부상했다며 법석을 떨었다. 일본 정부와 기업들이 전열을 재정비하고,새로운 민 · 관협력체제를 구축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우리로서는 이제 겨우 한 건 했을 뿐인데도 일본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원전기술의 완전한 국산화를 앞당길 것을 과학계에 주문한 적이 있다. 아직 국산화를 하지 못한 세 가지 기술 때문이었다. 최근 과학계는 우리나라가 국산화 측면에서는 100%에 가까운,사실상 기술자립을 달성한 것과 마찬가지 수준에 이르렀다고 전하고 있다. 정부는 이 여세를 몰아 2030년까지 원전 80기를 수출,세계 3대 원전 수출강국으로 부상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그렸다. 그렇다면 우리는 온전한 원전강국의 조건을 갖춘 것인가. 밖에서는 원전수주 소식이 들려오지만 우리 내부를 들여다보면 솔직히 아직은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다. 특유의 '엄살''과장''호들갑'이 느껴질 정도로 한국의 원전 수주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일본은 현재 54기의 원전을 운영하는 세계 3위 원전설비 보유국이다. 일본이 특히 부러운 이유는 이른바 핵연료주기(cycle)의 기술자립을 위해 기울이고 있는 그들의 끈질긴 노력 때문이다. 아오모리현 로카쇼무라에 있는 우라늄 농축시설,저준위폐기물 처분시설,고준위폐기물 저장시설,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시설,MOX연료 제조공장 등을 포함하는 핵연료주기 시설은 그 상징적 결과물이다. 또 무쓰시에는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 건설이 진행 중이다. 한때 재처리의 경제성 문제가 국가적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지만
1960년대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개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었을 때다. 당시 미국이 뭘 도와주었으면 좋겠냐고 하자,우리는 당장의 배고픔을 달래기 위한 원조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스스로 배고픔을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을 지원해 달라고 했다. 홍릉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바로 그 상징이었다. 기술혁신으로 선진국처럼 잘 살아보자는 꿈이 우리나라 정부출연연구소의 시작이다. 정부는 오는 20일 출연연 선진화방안을 발표한다. 정권마다 시도됐던 과학기술계 출연연 개혁을 이명박 정부는 제대로 해낼 것인가. 이명박 정부는 대선 당시 과학기술투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과학기술계 현장의 평가는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정권을 인수하면서 단행한 교육부와 과기부 통합,산자부와 정통부 통합 등 정부조직 개편은 '과학기술 홀대론'으로 인식되고 말았다. 정부조직을 개편할 때는 합당한 논리가 있었을 것임에도 이명박 정부는 '소통'에 실패한 느낌이다. 대통령 측근들은 이 대통령이 과학기술에 대해 철학을 갖고 있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그들만의 얘기일 뿐,현장에서는 '과학기술 정책이 사실상 부재(不在)한' 정권이란 비판이 거세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의 출연연 개혁은 새로운 전환점이 될지,아니면 과학기술에 정말 무지한 정권으로 낙인찍히고 말지 마지막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출연연 개혁작업의 출발은 좋았다. 이명박 정부는 민간 주도로 출연연 개혁방안을 내보라고 했다. 기획재정부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는 합동으로 지난해 11월 민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위원회는 '정치적 목적' '부처 이기주의'에 휘둘리지 않고 한국 경제
대기업-중소기업 동반성장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문제를 제기한 배경과 방식을 보면 예측 가능한 정책과는 거리가 있다. 최근 이 대통령의 일련의 발언으로 대-중기 대립구도가 형성되자 청와대는 정치적 목적에 의한 대기업 옥죄기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대기업들은 압박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갑자기 나온 게 아니라 이 대통령의 평소 철학이라고도 했지만,그게 맞다면 왜 대선공약 단계나 정권 초기에 구체화해 제시하지 못했던 것인지 묻고 싶다. 무조건 대기업을 때리던 지난 정부의 포퓰리즘과 달리 이번엔 대-중기 상생을 도모하는 취지라고 말하는 것도, 솔직히 설득력이 떨어진다. 대-중기 상생 법률을 만들고 정례적인 청와대 보고회를 열었던 것이 바로 노무현 정부였다는 점을 상기하면 특히 그렇다. 현실 인식에도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고유영역이 따로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국내기업과 외국기업 영역도 구분되지 않은 글로벌 시대에 그런 주장은 더 이상 통용되기 어렵다. 대기업더러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기 위해 투자를 하고 일자리를 만들라고 다그치는 것도, 대기업 문제 이전에 기업의 존재 이유를 근본적으로 호도할 수 있는 위험스럽기 짝이 없는 얘기다. 또 대기업이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도 투자를 안해 서민들이 힘들다고 하는 것 역시, 너무나 정치적인 진단이 아닐 수 없다. 불확실한 투자환경에서 현금보유 선호는 비단 국내기업만의 현상이 아닌 까닭이다. 청와대는 부인하지만, 어쨌든 정치적으로 곤란할 때 대기업을 때리는 일이 반복되는 듯한 모습이 나타나는 것은 시장경제를 하는 국가로서는 심각한 위
1952년 4월27일 북한에서 과학자대회가 열렸다. 전력과 지하자원 개발,기계공업과 철강공업 육성,비료 육종 등 식량문제 해결,의류문제 해결,그리고 과학원 창설이 과제로 제시됐다. 국내 자원과 국내 기술로 자력갱생,자급자족하자는 것이 요점이었고 김일성은 이것이 바로 주체사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한동안 북한이 우리보다 앞섰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던 우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내걸었던 "전(全)산업의 수출화'로 결정적인 전환점을 맞이한다. 북한과 달리 완제품 수출→중간제품→중간원료→기초원료로 거슬러 올라가는 '피라미드형 개발전략'을 채택했던 것이다. 의류 수출로 시작해 직물 합성섬유 석유화학으로 옮겨가고, 가전을 수출하면서 반도체로 영역을 확장해가는 방식이었다. 북한은 시간이 흐를수록 폐쇄경제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전락했고, 반면 우리는 자원과 기술을 해외에 의존했지만 수출을 바탕으로 확대 재생산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우리의 피라미드형 전략은 내부적으로 자원과 기술이 없던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당시의 세계경제 환경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며 신화적 성공을 가져왔다. 한마디로 개방경제의 승리였고, 지금의 우리 대기업들과 주력산업은 이렇게 창출됐다. 엊그제 녹색성장위원회 제8차 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녹색성장 시대에는 우리의 원천기술과 우리의 소재를 갖고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기술과 소재를 수입,조립해서 수출하면 우리는 녹색성장의 멍석만 깔고 정작 재미는 선진국들이 보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그렇게 표출한 것이지만,거시적으로 보면 경제개발이 시작된 이후 거의 50년간의 성장 패
이방인에 대한 왕따인가, 독선적 개혁의 한계인가. 대학개혁 바람을 몰고 왔던 서남표 KAIST 총장의 연임 문제가 특정 대학의 차원을 넘어 교육계,과학계 전반의 논란거리로 비화되고 있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날지 2일 열리는 KAIST 이사회를 지켜봐야겠지만 이른바 서남표식 개혁이 중대 기로에 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교수정년에 대한 엄격한 심사,성적부진 학생에 대한 등록금 면제 혜택 박탈,100% 영어 강의 도입 등 서 총장의 개혁에 대한 해외에서의 평가는 호의적이다. 그가 취임한 이후 KAIST는 2006년 198위였던 영국 더타임스의 세계대학평가에서 2009년 69위로 급상승했다. 미국의 대학신문 'The Chronicle of Higher Education'은 '한국에 변화의 유산을 남기기 위한 싸움'이란 제목으로 서 총장의 개혁을 다룬 장문의 기사를 실었다. 그러나 안에서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국민들은 지지를 보내며 KAIST에 기부금을 몰아주고 이에 자극받은 서울대 포항공대 등 다른 대학들도 경쟁적으로 개혁에 나섰지만, 학교 내에서는 서 총장이 독선적이고 소통이 안되는 독재자에 가깝다는 반발도 적지 않다. 평가가 엇갈리는 것은 그의 대학개혁만이 아니다. 서 총장은 한국도 혁신적인 연구를 할 때가 됐다며 온라인 전기자동차, 모바일 하버 등 국책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그는 추가경정예산에서 과학기술 예산을 확보하는 새로운 선례도 만들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 프로젝트를 한 면에 걸쳐 특집으로 다뤘다. '한국이 더 이상 선진국을 모방하지 않는 창조적 도전에 나섰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국내의 일부 과학계는 전혀 상반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성공 가능성이 낮은 허황된 연구에 정부예산을 낭비하
한국 제조업이 전성기를 맞은 듯 보이지만 최근 주변에서 전개되는 상황은 심상치 않다. 차이완(차이나+타이완)의 부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도 그렇고,일본의 반격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 또한 그렇다. 국내기업 CEO들 중에는 대만기업들이 무섭다고 하는 이들이 의외로 적지 않다. 미국,일본기업과 달리 대만기업과 경쟁해야 한다면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만과 중국 간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체결이 이르면 이달 말로 임박했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예사롭게 볼 일이 아니다. 중국과 홍콩,마카오 간 협정과는 그 성격이 다른,이른바 '차이완'의 부상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삼성경제연구소,LG경제연구원 등은 기술이 뛰어난 대만과 생산능력이 탁월한 중국의 시너지 효과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양안의 밀월관계가 중국 정부의 '10대 산업진흥계획' '7대 신흥전략산업 추진' 등과 맞물리면 그 파괴력은 예상보다 클 수 있다면서,우리의 주력 수출품목인 LCD,석유화학 등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기업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중국에 LCD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삼성전자,LG전자는 대만의 부상으로 차질이 빚어질까 전전긍긍하고 있고,석유화학업계는 경쟁력 약화를 걱정하고 있다. 차이완은 세계시장에서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한국의 대기업 군단을 부러워하던 대만이 중국을 업고 규모의 경제를 활용하고 나오거나,중국이 대만과의 연구개발 협력을 통해 우리와의 기술격차를 급속히 좁히는 경우가 그렇다. 두 시나리오 모두 우리로서는 상당한 부담이다. 일본의 반격도 걱정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어느 정도 마무리한 일본기업들은 중국 인도 등
한국 일본 중국이 연구동맹을 맺는다면 세계경제에 어떤 파괴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5월29~30일 이틀간 제주에서 열렸던 한 · 일 · 중 정상회의에서 2020년까지 3국 협력의 목표와 미래상을 담은 이른바 '비전 2020'이 채택됐다. 여기에는 자유무역협정(FTA)말고도 3국의 미래를 위한 의미있는 합의가 포함돼 있다. 3국 공동연구협력 프로그램의 추진과 함께 기초연구를 지원할 역내 공동기금 모색 등이 그것이다. 결론부터 말해 이 움직임이 한 · 일 · 중 연구동맹으로 발전한다면 글로벌 경쟁력 판도에 큰 변화가 몰아칠 가능성이 크다. 우선 연구개발(R&D) 투자규모가 그렇다. 구매력지수(PPP)로 산정된 최근 통계를 보면 한국의 총 R&D투자는 457억달러, 일본은 1478억달러, 중국은 1023억달러로 이를 합치면 3000억달러에 육박한다. 미국 R&D투자가 3981억달러,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이 2636억달러이고 보면 상당한 투자규모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정부의 R&D예산으로 국한하면 한국은 139억달러,일본은 310억달러,중국은 240억달러로 한 · 일 · 중을 합치더라도(689억달러) 미국의 1424억달러,EU 27개 회원국의 1057억달러에 비해 아직은 한참 못 미친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R&D예산의 반 이상이 국방분야와 관련있는 데다,한국과 중국의 R&D예산이 미국이나 EU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어 시간이 갈수록 이 격차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기술혁신을 자극하는 총수요 측면에서도 그렇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5조달러,EU는 17조달러 규모다. 이에 비해 한국은 1조달러,중국,일본은 각각 5조 달러 정도로 한 · 일 · 중을 합친 GDP 규모(11조달러)가 지금은 미국,EU에 미치지 못하지만 이 간극이 좁혀지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주요 통신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행정지도 차원의 마케팅비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뒤, 정부와 일부 통신사업자 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통신사업자 간에도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양상이다. 물론 정부는 필요하다면 행정지도가 아니라 그 이상의 규제도 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규제가 과연 정당하고,또 성공할 수 있느냐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최소한 4가지 기준에서 하자가 없어야 한다. 규제의 타당성,규제설계의 합리성,실행가능성,그리고 타이밍이 그것이다. 이번 마케팅비 규제는 과연 이런 기준을 충족하는 것인가. 먼저, 규제의 타당성 측면에서 방통위는 소모적 마케팅비를 절감해 이를 콘텐츠와 기술개발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아가 이번 규제가 통신사 CEO들과의 합의에 따른 후속조치라는 설명이고 보면 규제당국으로서는 명분을 확보한 듯하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논란의 소지가 있다. 콘텐츠와 기술개발은 생산적이고 마케팅은 소모적이라는 이분법이 옳은 것인지,정부가 경쟁을 주문하면서 콘텐츠와 기술개발 경쟁은 환영하지만 마케팅 경쟁은 제한적으로 하라는 게 또 설득력이 있는 것인지, 보다 근본적으로는 어디까지가 정부가 관여할 영역이고 어디서부터 기업의 경쟁전략에 해당하는지 등 제기될 수 있는 의문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취지가 옳다고 해도 규제가 제대로 설계됐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방통위는 통신사업자들이 유 · 무선을 분리해 각각 매출액 대비 22%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마케팅비를 지출하고,1000억원까지는 유 · 무선을 이동해 쓸 수 있도록 했다. 유 · 무선 통합을 촉진하겠다는 정부의 정책과 달리 유 · 무
모두가 애플을 들먹이며 그 성공요인을 말하기에 바쁘고,애플을 따라하지 않는 기업은 금방이라도 도태될 것처럼 주장한다. 마치 '애플의 경제' 시대가 도래한 느낌이다. 그러나 이 세상에 완전한 것이란 없다. 애플의 성장이 눈부실수록 '애플 리스크'도 그만큼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애플의 폐쇄성이 껍질을 벗고 드러나기 시작했다. 기기의 폐쇄성,운영체제의 폐쇄성이 지금까지는 애플의 경쟁력이었지만 애플의 시장점유율이 커지면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애플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두 번째,이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애플과 어도비의 갈등은 애플의 욕심이 커지고 있고, 이에 따라 애플에 도움이 되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는 기업들과 충돌이 일어나기 시작했음을 말해준다. 애플이 소프트웨어 약관을 고치고 애플리케이션 개발환경을 통제할수록 그런 사례는 더욱 빈발할 것이다. 세 번째는 법적 리스크다. 최근 애플이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 요구하는 정책이 반독점법 위반이 아닌지 미 법무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를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다. 애플의 시장점유율이 커지면 그만큼 독점시비도 많아질게 분명하다. 네 번째, 애플의 로드맵은 더 이상 베일에 가려져 있지 않다.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그리고 아이TV로 이어지는 로드맵이 실체를 드러내면서 경쟁자들은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다섯번째, 애플의 적들이 불어나고 있다. 애플의 전략은 시장점유율이 커질수록 적들이 더욱 많아질 수밖에 없는 특징을 갖고 있다. 실제로 애플과 동지적 관계였던 기업들이 하나둘씩 경쟁자로 돌아서고 있다. 여섯번째는 구글이 변수다. 폐쇄든, 개방이든 기업 이익을
우리나라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성과에서 경쟁국들에 한참 뒤처져 있을 때 정부는 이를 만회하려고 소위 '동시다발적 FTA 추진'을 들고 나왔었다. 어떻게든 FTA에 속도를 내자는 이유가 제일 컸다. 그런데 이 동시다발적 FTA 추진에 '전략성'이나 '레버리지(지렛대)' 개념이 추가되면 훨씬 더 많은 경제적, 정치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올 법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런 점에서 비즈니스적인 감각이 확실히 뛰어난 것 같다. 지난 20일 이 대통령이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에게 한 · 중 FTA를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을 보면 특히 그렇다. 이 대통령은 "중국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시장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우리도 능동적,효과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원론적 얘기다. 최근 지식경제부가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중국과 FTA 추진 여건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보고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당시 지경부가 제시한 근거는 이렇다. 중국이 우리의 최대 수출국인 점,중국이 내수 확대로 정책기조를 돌리고 있는 점,중국 · 대만의 경제협력이 긴밀해지고 있는 점,그리고 중국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점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것들이 정부가 한 · 중 FTA 논의에 갑자기 속도를 내게 된 이유를 다 설명해 주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그런 점에서 주목해 볼 것이 이 대통령의 또 다른 발언이다. 최근 미국 워싱턴포스트지와의 회견에서 "한 · 중 FTA는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말한 것이 그 하나고,다른 하나는 이 대통령이 "지금의 한 · 중 관계로 보면 FTA를 하는 게 당연하지만 영향이 큰 몇몇 특수한 분야를 잘 절충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한 · 중
199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 특허청장이 미국 특허청장을 만나기 어려웠다. 미국 특허청장으로선 한국의 특허청장과 할 얘기가 별로 없었던 것이다. 그 때와 비교하면 지금의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전통적 특허 3국인 미국 유럽연합(EU) 일본에 더해 중국,그리고 한국의 특허청장이 5자 회동을 하고 있다. 전 세계 특허출원 5개 가운데 4개는 이들 지역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특허 G5'라고 할 만하다. 중국의 부상은 거대한 시장 하나만으로도 당연해 보이지만 좁은 국내시장 및 개방경제로 특징되는 한국의 변화는 한마디로 극적이다. 생존 차원에서 특허에 매달리다시피한 결과 2008년 특허출원건수와 국제특허출원건수에서 각각 세계 4위로 부상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또 다른 모습도 있다. 여전히 기술무역수지 적자국이고,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대표기업들은 해외 특허괴물의 주된 타깃이 되고 있다. 게다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불리는 녹색분야 등에서는 '추격자'에 불과하다. 최근 한국공학한림원은 지식재산으로 새로운 국부를 창출하자는 이른바 '新국부론'을 들고 나왔다. 공학한림원이 제안한 17가지 전략 가운데 언론에서는 특허침해소송의 특허법원 집중,변리사에게 특허침해소송 대리권 부여 등 주로 사법제도 개혁에 주목했지만,정작 중요한 과제는 따로 있다. 기업과 대학,소위 산 · 학 간 지식재산권에 대한 소유권 배분의 합리화 요구가 그것이다. 2년 전 서남표 KAIST 총장은 기업과의 연구계약 시 기업이 연구결과물인 특허 등을 일방적으로 가져가는 관행을 깨겠다고 선언한 적이 있다. 앞으로는 특허 등을 KAIST가 단독소유하고 기업에는 전용 또는 통상실시권을 주겠다는 얘기였다. 미국
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은 문제이지만, 그렇다고 구글의 중국 철수를 놓고 모든 책임을 중국에 돌리는 것 역시 타당한 비판은 아닌 듯 싶다. 구글이 과연 중국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위해 얼마나 고민했는지도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구글식'이 통하지 않는다고 상대의 잘못으로만 돌리는 사고라면 그 역시 오만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미국과 중국 간 위안화 설전도 같은 양상이다. 위안화 문제가 미국 무역적자와 전혀 상관없다는 중국이나, 모든 게 중국의 위안화 때문인 양 몰고 가는 미국이나 정직성과는 거리가 멀다. 글로벌 불균형에 관한 한 공범관계에 있다고 해야 할 두 나라가 자신은 범인이 아니며 상대방이 진짜 범인이라고 우기는 촌극과 진배없다. 어쨌든 우리로서는 강 건너 불구경할 처지가 아니다. 당장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5년 내 수출목표 두 배 증가를 내걸고, 수출진흥각료회의까지 열겠다고 하는 판이다. 우리에게는 익숙한 방식이지만 미국의 수출 목표치가 던지는 의미는 결코 예사롭지 않다. 그간 미국은 물론 소비에 크게 의존해 왔고 무역수지 적자도 심각하지만, 지금도 엄청난 수출대국이다. 2003년에 독일이 미국을 제치기 전까지는 수출 1위 국가였고, 지난해 중국이 독일을 앞서면서 순위가 3위로 내려앉았을 뿐이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상품수출은 1조달러를 넘었고 서비스수출은 5000억달러를 웃돌았다. 1조5000억달러 수출국인 미국이 5년 내 이를 배가한다는 것은 세계 무역시장에서 독일이나 중국 같은 수출국이 하나 더 출현한다는 얘기다. 세계무역이 회복되고 있다고 하지만 파이 규모가 뻔한 시장에서
연구개발(R&D) 투자를 많이 하는 기업일수록 R&D에 대한 불만도 큰 모양이다. 국내기업 중 R&D 투자를 가장 많이 하고,성과도 높다는 삼성만 해도 R&D에 투자한 돈이 다 어디로 갔느냐고 경영자들이 다그친다는 얘기도 들린다. '수익률''경제성''효율성' 등을 중시하는 기업으로서는 당연한 현상일지 모른다. 정부도 R&D투자를 한다. 국방 등의 분야에서 정부 스스로 R&D 투자가 필요하다. 그것 말고도 정부가 R&D를 하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R&D는 그 특성상 투자한 사람에게 성과가 전부 돌아가지 않고 다른 누군가를 이롭게 할 가능성이 크다. 기업들은 그런 경우를 좋아하지 않는다. 따라서 기업들에만 R&D투자를 맡겨서는 사회적으로 충분한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가 '기초연구' 등에 나서는 것은 그 때문이다. 정부 R&D를 기업의 잣대로만 따질 수 없는 이유는 많다. R&D를 할 때 기업은 '사적(private) 수익률'을 따지지만 정부는 '사회적(social) 수익률'을 고려해야 한다. 기업은 '감내할' 위험수준에서 투자를 하지만 정부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투자도 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들은 현재의 '효율성'에 집착하는 반면 정부는 앞으로 변화를 가져올 '효과성'을 더 중시해야 한다. 또 기업들은 지금 경쟁하고 있는 기업들을 많이 의식하지만 정부는 미래시장에서 '새로운 경쟁자'들을 창출하는 씨앗투자를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정부 R&D를 지금 시점에서,기업의 잣대로만 따지면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밑 빠진 혹은 깨진 독에 물 붓기'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지식경제부가 정부 R&D를 대(大)수술하겠다고 나섰다. 정부 R&D를 제대로 투자해 성과를 높이겠다는 것
오만 가지 제품을 만든다는 3M의 실제 제품 종류는 우연인지 몰라도 거의 '5만 가지'다. 애플의 아이폰 앱스토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5만 가지를 넘어섰다. 사람은 하루에 오만 가지 생각을 다 한다는데 스마트폰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나 콘텐츠가 그렇게 된 것이다. KT가 애플 아이폰을 국내에 출시한 지 3개월 가까이 돼 간다. 아이폰의 구매 대수를 간단히 30만으로만 잡아도 벌써 휴대폰 사용인구 100명 중 한 명꼴로 늘어난 것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날지는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 더구나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폰이 몰고 올 생활이나 모바일 비즈니스의 변화는 더욱 그렇다. 당장 굳건하게만 보이던 기업들이 당황하는 모습이다. 국내 굴지의 IT제조업체 회장은 "전자팀에 속았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정말 그렇다면 앞으로 기업 내부에 큰 쇄신이 몰아칠지도 모를 일이다. 기업들의 관계도 미묘해지고 있다. 삼성과 KT의 관계가 껄끄러워졌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SK텔레콤이 주도하던 이동통신시장의 고착화된 경쟁판도도 달라질 조짐이다. 포털도 강건너 불구경할 처지가 아니게 돼 버렸다. 모바일로 가면 네이버의 지배적 위치도 더 이상 장담하기 어렵다. 3개월 전과는 엄청나게 다른 풍경이다. 당황하는 것은 정부도 마찬가지다.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며 서둘러 대책을 내놨다. 투자도 크게 늘리겠다고 하고, 사람도 양성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20여년이 지나도 판에 박힌 소리만 하는 정부에 사람들은 큰 기대를 걸지 않는 분위기다. 뒷북을 치거나 물타기를 하는 것쯤으로 여기는 것 같다. 그럴 만도 하다. 기피하는 3D업종에 꿈도 없다(Dreamless)고 해서 4D업종이 됐다는 소
G2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국내용이란 느낌을 떨칠 수 없다. 계속되는 무역마찰,구글사태,미국의 대만 무기판매,달라이 라마,그리고 위안화 절상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사태가 확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생각에서다. 중간선거,재선을 생각지 않을 수 없는 오바마 미 대통령은 국내에서의 정치,경제적 위기 극복과 시선 전환에 이보다 더 좋은 소재가 없다. 중국 공산당 또한 최고의 가치로 간주하는 체제강화와 애국심 고취라는 측면에서 정치적 성과가 적지 않아 보인다. 위안화 절상문제도 그렇다. 중국은 대외적 압력이 아니더라도 비정상적으로 높은 외환보유고,인플레 압력 해소,내수진작 등 국내적 이유만으로도 위안화 절상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위안화 절상을 말하는 미국도 위안화 지위 향상이 기축통화로서 흔들리는 달러화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마냥 일방적으로만 갈 수는 없는 일이다. 한마디로 미국과 중국은 국지전을 통해 적절히 상대를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동시에 대외적으로 미국은 아직 살아 있음을 보여주고 있고,중국은 자신들이 얼마나 컸는지를 과시하고 있다. G2 관점에서 보면 일본 도요타의 리콜 사태도 사건 자체로만 볼 수 없는 측면이 있다. 미국 디트로이트의 위기는 곧 오바마의 위기다. 게다가 사태는 도요타가 선도하는 하이브리드카로까지 번졌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도 하이브리드카에서 얻을 게 별로 없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다. 이들이 쇼든 아니든 간에 전기자동차에 매달리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자동차를 규제산업이라고 단정하는 전문가도 있다. 자동차의 진화가 기술로 결정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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