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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와 중국이 경쟁하면 승자는 누가 될까. 인구로만 보면 인도는 11억4800만명,중국은 13억명이다. 하지만 2030년이면 인도 인구가 중국을 추월할 것이란 전망이다. 인구만 보면 선뜻 한쪽 손을 들어주기 어렵다. 경제학자들은 한 국가가 성장곡선을 타려면 시장개혁,과학,그리고 민주주의, 이 세 가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중국과 인도 중 어느 쪽인가. 과학은 중국 인도 둘 다 잠재력이 뛰어나다. 시장개혁에서는 중국이 인도보다 훨씬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득이 된다면 규제고 뭐고 일거에 해결할 정도다. 그에 비해 인도는 규제나 독특한 문화적 요인 등이 걸림돌이다. 민주주의는 인도가 더 많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인도는 지상 최대 민주주의 국가(?)로 불리기도 한다. 수많은 NGO,지방정부,이해관계자들 때문에 되는 일이 없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니까. 아마도 인도와 중국은 종합점수가 비슷할 것 같다. 경제학자들이 인도에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독특한 추격모델 때문이다. 중국은 제조업 아웃소싱 수요를 바탕으로 제조업 강국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에 반해 인도는 서비스업(특히 IT서비스업) 아웃소싱 수요를 토대로 IT서비스업 강국으로 도약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인도 IT서비스업은 다국적 기업의 단순 하청에서 핵심 하청으로,그리고 지금은 다국적 기업으로부터 독립해 스스로 고객 마케팅을 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중국도 그렇지만)이 제조업을 중심으로 선진국을 따라잡는 과정과 매우 흡사하다. 경제학자들은 서비스업에서 어떻게 이게 가능했는지에 주목했다. 어떤 학자는 인도를 보고 IT와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기술적 비약론'을 찾아냈
고용 없는 성장으로 고민하는 국가들이 그 돌파구로 강조하는 것을 보면 과학기술이 빠지지 않는다. 과학기술로 새 산업이 탄생하면 일자리가 생길 것이란 논리에서다. 물론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과학기술에 무지한 정치인들도 단기간 내 그렇게 되기 어렵다는 것쯤은 다 안다. 솔직히 말하면 현실적으로 뾰족한 해결책도 없는 상황에서 과학기술로 시간을 좀 벌어보자는 정치적 계산도 있다. 그렇더라도 과학계로서는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고용 없는 성장이 심각했던 노무현 정부가 과학기술부를 부총리 부처로 격상시켰고,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과학기술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정치는 과학기술을 망치기도 하지만 반대로 동력이 되기도 한다. 우주도전의 역사에서 미국과 소련의 체제경쟁과 내부에서의 정치경쟁이 중요하게 작용했던 것이 단적인 사례다. 세종시 수정안의 핵심과제인 과학비즈니스벨트는 과연 어느 쪽이 될 것인가. 혹자는 과학비즈니스벨트가 세종시 수정을 염두에 둔 이명박 정부의 비책이었다는 말도 한다. 그러나 그건 과장됐거나 결과론적 해석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당초 중이온 가속기 건설,기초과학연구원 설립 등 과학비즈니스벨트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하지만 처음에는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래도 대선공약이었던 만큼 지난해 과학비즈니스벨트 종합계획안이 나오고,특별법이 국회에 제출됐다. 문제는 예산확보나 입지선정 문제가 간단치 않았고,예산을 나눠가져야 하는 과학계 내부의 이견도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뭔가 새로운 동력이 필요하던 차에 세종시 수정이 본격적으로 불거졌고,과학
대학 연구비는 늘었는데 발표 논문은 줄었다면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2008년도 대학연구활동조사를 보면 지난해 전국 238개 4년제 대학에 지원된 연구비는 3조5346억원으로 전년보다 7.6% 증가했다. 그런데 대학 전임교수들의 논문 발표 수는 총 5만292편으로 3.4% 감소한 것이다. 언론과 당국 간 해석이 완전 딴판이다. 대부분 언론들은 대학연구활동의 부진을 탓하는 논조인 반면, 대학에 연구비를 지원하는 연구재단은 대학들이 연구의 양보다 질 쪽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만약 논문 수가 증가했다면 아마도 언론에선 연구비 증가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해 별다른 뉴스로 취급하지 않았을 게 뻔하다. 또 당국은 논문 수가 늘어난 것에 의미를 부여했으면 했지 논문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식의 분석을 내놨을 리 만무하다. 논문의 수냐, 질이냐는 정말 논쟁거리다. 제일 좋은 것은 우수한 논문들이 많이 나오는 것이겠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대학 교수들도 시장경제 행위자와 똑 같이 인센티브에 반응한다. 논문 수에 인센티브가 있다면 그 방향으로 움직이는 건 당연하다. 지금이 그렇다. 논문 수는 과거에 비해 비약적으로 늘었고, 국제적 비교기준으로 통용되는 이른바 SCI(과학기술인용색인) 저널에 실리는 논문들도 괄목할 정도로 증가했다. 하지만 논문 수 중시는 '논문 쪼개기' 유혹을 키운다. 국내 대학들 중엔 미국 명문대보다 SCI 논문 수가 더 많다고 자랑하는 곳도 적지 않다. SCI 논문 수를 늘리기 쉬운 분야가 있는가 하면,그렇지 않은 영역도 있다. 이런 특성을 무시하면 자칫 자원배분의 왜곡이 빚어질 수도 있다. 논문이 많이 나온다고 그
다음 달에는 나올 것이란 얘기들이 들리면서도 번번이 연기되는 바람에 국내에서 이른바 '다음달 폰'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게 애플의 아이폰이다. 그 아이폰이 드디어 국내시장에 발매되자 소비자, 통신서비스회사, 그리고 제조업체 등에서 이런저런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정보기술(IT) 강국이라고 자랑하던 나라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이런 우리의 모습이 밖에서는 어떻게 비치고 있는지 궁금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은 '아이폰이 한국을 뒤흔들다'는 제목으로 이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한국 정부가 수년간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들과 통신서비스회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아이폰 같은 스마트폰에 대한 무역장벽을 높여 왔다는 것으로 얘기는 시작되고 있었다. 이 외신은 지하철에서 외진 산꼭대기에 이르기까지 빠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서비스회사들, 삼성전자 LG전자 등 세계 2,3위의 휴대폰 업체를 보유한 한국과, 비싼 휴대폰 요금, 특히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무선인터넷 요금과 단말기의 국내외 가격차가 큰 한국을 대비시킨다. 그러면서 아이폰 진입이 한국에서 가격경쟁을 촉발한 데 이어, 통신서비스회사들과 휴대폰 제조업체들의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에 대한 지배력도 감소시킬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마디로 아이폰 때문에 한국에서 벌어지는 소동은 '폐쇄'에서 '개방'으로 가면서 나타나는 당연한 현상 아니냐는 뉘앙스가 짙게 배어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삼성전자가 아이폰 진입을 실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아이폰의 한국진입은 삼성과 LG를 시험할 것'이라고 한 것과 맥락이 같다. 단적으로 말해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20% 이상을 점유하며
경제자유구역이 겉돌고 있다. 총리실의 진단이다. 외국인투자 유치를 위한 경제자유구역이 제 역할을 못한다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어느 한 곳도 제대로 된 경제자유구역이 없다는 것이고 보면 정부가 왜 6개나 지정했는지 모를 일이다. 어디 경제자유구역뿐인가. 혁신도시,기업도시,각종 특구 등 일일이 기억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현란한 용어의 사업들로 넘친다. 앞으로는 새로운 이름을 찾는 것조차 어려울 지경이다. 그러나 이 역시 제대로 된 곳을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는 세종시가 이대로 가면 유령도시가 될 것이라며 온갖 아이디어를 동원하고 있다. 경제허브,과학메카 등 지금까지 나온 용어들은 다 써먹는 분위기다. 그러자 이번엔 다른 지자체들이 들고 일어나고 있다. 우리는 뭐냐는 얘기다. 세종시가 기업이고,과학이고 다 가져가면 우리 쪽엔 올 것이 없다는 논리에서다. 제로섬 게임의 전형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없다. 흔히 보수는 경쟁을,진보는 협력을 말한다. 이들이 무엇 하나라도 제대로 했다면 지금쯤 뭔가 달라져도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지역발전정책은 경쟁도,협력도 아닌 오로지 선거에 의해 좌우되고,표 계산 속에서 나오고 있다. 전 정권은 균형정책을 들고 나왔지만 자원배분은 한마디로 나눠먹기식 경쟁,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저마다 조금씩 나눠갖다보니 어느 한 곳도 규모의 경제를 기대할 수없는 상황이 됐고,지자체 간 관계도 적대적으로 변하고 말았다. 크리스 그린 전 영국 케임브리지 사이언스 파크 국장은 지역발전정책과 관련해 선택과 집중,그리고 지역적 경계를 넘어 기능적으로 다른 (도시)지역들과의 긴밀한 연결을 강조한다. 박봉규 한국산
무역과 해외투자가 존재하는 한 기술이 국제적으로 확산돼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특정 시점에서 첨단기술도 이런 과정을 거쳐 범용적인 것으로 변해 가고,후발국들이 그 기술들을 획득하면서 선발국과의 기술격차는 줄어든다. 이는 국제경제학 이론으로도 그렇고,실증적으로도 증명된 바다. LG디스플레이에 이어 삼성전자도 중국에 LCD(액정표시장치 · Liquid Crystal Display) 패널공장을 짓겠다고 나섰다. 기업들은 정부보다 더 변화에 민감하고 계산도 빠르다. 중국 LCD TV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데다 중국과 경제협력을 가속화하고 있는 대만,그리고 일본 경쟁업체들이 중국으로 가고 있다. 게다가 앞으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 통상마찰 가능성도 기업으로서는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국내 LCD업체들이 투자패턴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른 것만은 틀림없다. 그러나 기업들 맘대로 중국에 갈 수가 없다. LCD 등은 국가핵심기술로 분류돼 '산업기술유출방지법'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승인권을 가진 정부는 중국 진출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도 국내투자 저하,핵심기술 해외이전 등을 우려하며 기업에 보완책을 요구했다. 핵심기술보호방안,장비 · 재료업체 진출기회 제공,국내 고도화투자 확대 등을 제시하라는 것이다. 정부는 그런 요구가 당연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전혀 다를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이 경우 기술유출이라는 용어가 합당한지 그것부터 솔직히 의문이다. 중국에 짓겠다는 LCD공장이 LG는 8세대,삼성은 7.5세대로 우리가 아니어도 대만 일본 등이 짓겠다는 공장과 다를 게 없고 보면 특히 그렇다. 만에 하나 보호해야 할 기술
이명박 정부가 단행한 정부조직 개편에서 화려하게 부상한 부처 중 하나는 지식경제부다. 과거 정통부의 정보산업(IT) 영역이 이쪽으로 넘어왔고,연구개발예산도 교육과학기술부를 능가할 정도다. 부처 명칭도 '지식경제'여서 미래지향적 이미지까지 덤으로 얹혀졌다. 그런 지경부는 지금 얼마나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 최경환 장관이 취임하자 지경부에 긴장감이 감도는 눈치다. 그는 밖으로는 지경부가 자기 목소리를 내도록 하겠다고 말하고,안으로는 연구개발투자가 제대로 쓰이고 있느냐며 연일 질타한다. 뒤집어 말하면 지경부가 지금까지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해 왔다는 것이고,연구개발예산이나 나눠주는 재미에 빠진 게 아닌가 하는 비판이다. 지경부를 보는 외부 시각이 최 장관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문제는 가볍지 않다. 혹자는 벌써부터 다음 번 정부조직 개편에서는 그 첫째 대상이 지경부가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그런 조짐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지경부는 이명박 정부 들어 IT산업계의 비전 상실 우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미래기획위원회가 IT산업 총괄부처인 양 나서고,대통령 IT특보가 만들어진 것이 이를 말해준다. 지경부는 신성장동력을 들고 나왔지만 이를 주도하는 데도 한계에 부딪친 양상이다. 기획재정부가 신성장동력 산업 발굴을 총괄할 '신성장정책국'을 만들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 그렇다. 녹색성장도 마찬가지다. 청와대가 던진 '저탄소,녹색성장'과 산업계 현실 사이에서 돌파구를 찾아내야 할 부처는 지경부다. 그러나 전면에 나선 청와대 녹색성장위원회나 환경부와 달리 지경부는 이도저도 아닌,어
정권마다 새로운 비전을 내놓지만 정책수단은 별다른 진화가 없다. 아무리 그렇게 하지 않으려 해도 '녹색'과 '벤처'가 자꾸 중첩돼 떠오른다. 시기적으로 볼 때 10여년 전에는 '외환위기'와 '벤처',그리고 지금은 '금융위기'와 '녹색'이 등장했다. 여기에다 과거 벤처육성을 위해 나왔던 정책수단들이 '벤처'에서 '녹색'으로 이름만 바꾼 채 재연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해서다. 그렇다고 미리부터 이것이 잘못될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과거 정부주도의 벤처가 버블로 이어지면서 초래되었던 후유증이 다시 반복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는 생각이 좀체 머리를 떠나질 않을 뿐이다. 정부가 어떤 기술과 사업이 유망한 녹색분야인지 확인해 주는 이른바 '녹색인증제'를 도입하겠다고 나섰다. 녹색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정부가 녹색성장을 내걸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됐던 수순이다. 과거 벤처육성 과정에서도 정부는 벤처를 인증하고,벤처캐피털을 통해 투자를 유도했다. 물론 인증제 자체는 필요할 수도 있다. 정보의 비대칭성 등 시장에 구조적,시스템적 실패요인이 있으면 특히 그렇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정부가 그 이유를 금융권에서 빌려왔다. 그동안 금융권이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녹색기술,녹색사업을 명확히 해 줄 것을 요청해 왔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금융권에서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모르니 불확실성을 정부가 앞장서 해소해 달라고 했다는 얘기다. 이 대목에 이르면 솔직히 착잡한 느낌부터 든다. 금융권의 핵심능력이 스스로 투자대상을 가려내는 것인데 그걸 정부더러 해 달라고 할 정도면 이미 경쟁력 없는 금융아닌가. 뿐만 아니라 정부는 여전히 금융권을
IMD(국제경영개발원),WEF(세계경제포럼),CATO,TI(국제투명성위원회),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A.T.Kearney 등 국가경쟁력 평가기관은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 이들이 발표만 하면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라가 있다. 바로 우리다. 이를 본 존 반 리넨 런던정경대 교수는 국가경쟁력 순위를 스포츠 경기처럼 인식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꼬집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외국인투자를 유치하려는 우리 입장에서 국가경쟁력에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그렇더라도 해석만은 정확히 해야 한다.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EIU가 국가별 정보기술(IT) 경쟁력을 발표했다. 2009년도 한국의 IT 경쟁력은 66개국 중 16위로 평가됐다. 경제잡지 이코노미스트의 부설기관 EIU가 이런 조사를 발표한 지는 올해로 세 번째다. 2007년 첫해 우리나라는 3위였고,지난해에는 8위였다. 국내에서는 'IT강국의 자존심이 무너졌다' '한국의 IT 경쟁력이 추락했다'는 반응이 튀어나왔다. 그러나 그 훨씬 전부터 알 만한 사람은 이미 다 알고 있던 사실이다. 문제는 원인에 대한 해석이다. 저마다 "정통부 폐지로 IT 경쟁력이 저하됐다" "IT정책이 분산돼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얘기들을 하고 있다. 정말 그런가. EIU 분석 중 그 어디에도 정부조직 때문에 한국의 IT 경쟁력이 추락했다는 설명은 없다. 진실은 따로 있다. EIU가 처음 IT 경쟁력을 발표했던 2007년 우리나라는 3위를 했지만 이미 그때부터 IT강국이 아니었다. 우리 앞에 일본이 있었다는 사실도 그렇지만,70점대를 넘어선 1위 미국과 2위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60점대로 평가받은 11개국 중 하나였을 뿐이다. 그나마 3위를 했던 것은 가중치가 높았
정부가 통신비 20% 인하를 내걸 때 이미 알아봤다. 요금인하를 싫어할 소비자는 아무도 없다. 당연히 정치적으로는 분명 환영받을 만한 약속이다. 정부가 무슨 근거로 20%란 수치를 꼭 찍어 내세웠는지는 알 길이 없다. 솔직히 소비자들은 이에 대해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다만, 정부가 그런 약속을 내세운 것은 통신업체들이 요금을 그만큼 내릴 여력이 있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소비자들은 추측했을 것이다. 이 약속은 당시 '포퓰리즘'이란 비판에 직면했다. 그래서 대통령직 인수위는 경쟁촉진으로 요금이 인하되도록 하겠다고 물러섰다. 그후 잊혀지는 듯하더니 공정위의 한국소비자원이 불을 지폈다. 메릴린치 자료를 인용한 국가 간 요금비교가 그것이다. 그것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우리나라 요금이 비싸다는 생각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곧이어 OECD의 통신요금 비교자료가 공개됐다. 소비자들의 심증은 더욱 굳어져갔다. 방통위는 국가 간 비교분석에 문제가 적지않다고 지적했다. 상당 부분 맞는 말이다. 그러나 먹혀들 리 없었다. 이미 20% 통신비 인하 약속을 했던 정부아니었던가. 소비자 눈엔 정부의 그런 지적이 자기모순이거나 업계를 대변하는 궁색한 변명으로 들렸을 것이다. 한마디로 자승자박(自繩自縛)이다. 이런 판에 청와대 미래기획위원회는 한 술 더 떴다. 위기상황이니만큼 서민과 중산층의 부담을 덜어주는 요금인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요금정책 위에 복지정책이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방통위에 던졌다. 사공들이 이렇게 많다. 국가 간 요금비교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게 아니어도 정보의 비대칭 상황에 놓여 있는 소비자와 업계 간 요금논란은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 비싸
항공기산업과 자동차산업 중 기술적 파급효과(spill-over effect)로 치면 어느 쪽이 더 클까. 산업적 파급효과는 자동차산업이 훨씬 앞서지만 기술적 파급효과로는 항공기가 자동차의 3배 가깝다는 연구가 있다. 우주개발 투자에 대한 논쟁이 가열될 때마다 그 당위성으로 등장하는 것은 바로 이 기술적 파급효과가 막대하다는 논리다. 우리나라가 지난 20여년간 우주개발에 투자한 돈은 대략 2조9000억원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우주개발예산이 연간 3000억원 규모로 늘었다. 물론 이 투자규모는 미국 유럽 일본 등에 비할 바가 안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우주개발 투자로부터 얻은 기술적 파급효과는 별로 없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그럴 만도 하다. 우주개발 예산의 대부분은 시스템 제작과 시설 구축에 쓰였고 핵심적인 부분은 외국에 의존했다. 그나마 우리가 우주분야의 원천기술개발에 눈을 돌린 것은 지난해부터였고,이것이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도 안된다. 그러다 보니 선진국에서처럼 정부주도로 개발된 우주기술이 민간산업으로 이전되는,이른바 '스핀 오프(spin-off)' 같은 효과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일본의 경제산업성이 지난해 세계 10대 우주기업 리스트를 제시했다. 위성제조,영상판매,로켓제조,지상시스템 등을 포함한 2006년 매출액 기준으로 미국 기업이 상위 1,2,3위를 달리는 등 8개였고,나머지 2개 기업은 유럽이 차지했다. 연간 1000억달러에 이르고 20% 안팎의 성장률을 보여주는 우주산업시장을 이들 기업이 주도하고 있고 그 뒤를 일본 기업들이 쫓고 있다는 내용이다. 2008년 미국 푸트론(Futron)사가 분석한 '세계 주요국 우주개발 경쟁력'을 보면 미
첨단의료복합단지 아이디어가 황우석 박사와 관련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별로 없다. 당시 줄기세포,이종장기 연구가 한창 뜨면서 의약,의료기기,임상 등이 모인 집적지 필요성이 부각됐다. 그때 황 박사가 후보지를 물색하고 다닌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참여정부는 의료도 산업이라며 위원회를 만들었고,대규모 사업계획이 수립됐다. 그 후 논의 과정에서 일부 수정이 됐지만 참여정부 말 이를 위한 특별법이 만들어졌다. 집적지에 유달리 집착했던 참여정부와 잘하면 거창한 지역사업을 챙길 수 있다는 여야 정치인들의 계산이 맞아떨어졌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사활을 걸다시피 했던 의료복합단지 입지가 대구와 충북 오송,두 곳으로 쪼개졌다. 가용자원의 한계 때문에 집적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한 곳만 선정하겠다던 정부는 순간 말을 뒤집었다. '경쟁'과 '특화'를 위해 복수로 선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정부 신뢰성도 함께 깨고 만 것이다. '경쟁'과 '특화'는 '나눠먹기'를 위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말이 아니다. 정부가 경쟁과 특화를 원했다면 처음부터 그 점을 확실히 하고 복수로 선정하겠다고 했어야 옳다. 정부는 위원회에서 복수단지 필요성이 제기돼 논의 끝에 그렇게 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것은 책임을 떠넘기는 것에 불과하다. 한때 지자체들이 너도나도 신청하고 나서자 의료복합단지의 핵심적 두 기둥인 신약과 의료기기 분야를 분리하는 방안이 제기됐던 적은 있었다. 이른바 사업내용의 분리론이다. 그러나 그래선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결론이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동일 사업내용을 갖는 집적지를 두 곳으로 한다는 것은 아예 고려대상도 아니었음이 분명하다. 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서남표 총장이 임명되자 과거에 볼 수 없었던 변화가 몰려왔다. 교수승진 제도가 수술대에 올랐고,입학사정관제 등 입시에도 개혁 바람이 불었다. 그는 과학기술 이슈를 선도하는 데도 빨랐다. 신성장동력 프로젝트를 민간부문에서 주도적으로 기획한 것도 그다. 외부에서는 KAIST 개혁을 일제히 환영하고 나섰다. 그러나 내부평가는 엇갈리는 모양이다. 일각에서는 서 총장의 리더십이 독선적일 정도로 톱-다운(top-down)형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어쩌면 그에 대한 평가는 몇 년 후에나 더 정확히 나올지 모르겠다. 하지만 서 총장이 교육과 과학기술 분야에서 국민들의 이목을 끌 만한 이슈들을 주도하는 과학자인 것만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번에는 연구소에서 변화가 일고 있다. 대표적 정부출연연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세계적인 연구소를 목표로 원장 서치 커미티(search committee)를 구성, 몇 개월 동안 미국 유럽 등 전 세계로 기관장을 찾아 나섰다. 그 결과 한홍택 미국 UCLA 석좌교수가 새 원장으로 선임됐다. 전례가 없던 일이다. 한홍택 원장과 서남표 총장은 둘 다 미국 국적을 가진 한국계 미국인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들은 다 외국인이다. 이걸 보면 정부는 내심 출연연에서도 서남표식 변화를 기대하는 게 분명하다. 흥미롭게도 한 원장은 서 총장과는 다른 리더십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서치 커미티에 따르면 한 원장은 구성원 합의를 바탕으로 한 '컨센서스'형 리더에 가깝다고 한다. 과학자들의 다양한 리더십 경쟁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또 한 원장은 미국에서 여러 대학을 옮겨다녔고,가는 곳마다 다른 연구분야를 개척하고 성공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의 대표적인 회계학 교수가 바라본 위기 극복 시기는 언제쯤일까. 여기저기서 금융위기가 끝났다는 얘기가 들려오지만 최종학 서울대 교수의 견해는 사뭇 다르다. 안타깝지만 경제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그는 단언한다. 그는 《숫자로 경영하라》에서 올 들어 일부 투자은행들이 흑자로 전환했다고 말하지만 이것이 위기가 끝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굿(good) 뉴스라 할 수 있느냐고 되묻는다. 한마디로 투자은행의 흑자전환은 회계처리 방식의 변경이 가져온 결과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투자은행들이 적극적인 로비를 통해 지금 시점에서 불리한 이른바 시가평가제도의 적용을 중지한 데 따른 착시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세계 주식시장이 상승할 때는 주식과 파생상품들을 단기투자 목적으로 분류해 이에 따른 평가이익을 당기순이익에 포함시켜 실컷 재미를 보던 투자은행들이 금융위기로 주가가 하락한 후에는 이들 주식과 파생상품을 장기투자 목적으로 분류해 평가손실을 당기순이익 계산서에서 빼버렸다는 게 그것이다. 그렇다면 투자은행들은 회계처리방식 변경으로 잠시 부실을 숨기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는 또 세계금융을 위기에 빠뜨린 이유가 저금리 때문이라고만 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 그는 미시적인 사안으로 치부할 수도 있는 성과평가와 적정 보상의 문제로 과감히 시선을 돌려 경제위기의 진짜 원인은 미국 금융기관들의 지나친 성과급과 단기 성과평가제에 있다고 말한다. 파산한 투자은행 중 부채가 자기자본의 30배,50배를 초과하는 경우도 있고 보면 그 원인을 저금리 하나로 돌릴 수는 없으며,결국 금리 수준에 상관없이 무모한 행동을 할 만
나라 안팎에서 두 가지 뉴스가 거의 동시에 터졌다. 국내에서는 티맥스라는 소프트웨어회사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보다 가격이 더 싼 운영체제(OS)를 내놓겠다고 발표했고,나라 밖에선 구글이 MS 윈도에 바로 경쟁할 크롬(Chrome) OS를 출시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두 뉴스에 대한 반응은 복잡하다. 한편에서는 기대가,다른 한편에서는 얼마나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교차하고 있다. 특히 티맥스의 경우 토종 OS의 등장이라고 환영하는 의견들이 있는가 하면,설익고 과장된 쇼에 불과하다는,전혀 다른 극단적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시장에서 도전이 일어나는 것 자체를 폄하할 이유는 전혀 없다. 정부가 나서서 윈도 대체안을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해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지만 바람직한 일도 아니다. 또 경쟁을 담당하는 규제당국이 불공정행위는 엄격히 다뤄야 하겠지만 기술혁신으로 나타난 독점적 이익을 이유없이 깰 수도 없다. 잘못하면 혁신의 유인만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변화는 시장에서 일어나는 게 제일 좋다. 구글의 도전은 더 큰 의미를 담고 있다. 단순히 MS윈도를 겨냥한다는 것을 넘어 속도나 기능성 측면에서 새로운 OS를 토대로 경쟁의 룰(rule) 자체를 바꾸겠다는 의도가 역력해 보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위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인터넷 접속을 위한 크롬 브라우저에 이어 구글이 크롬 OS를 계획한다는 것은 사실상 MS와의 전면전을 하겠다는 뜻이다. 구글은 오픈소스(open-source)시스템인 크롬 OS로 돈을 벌겠다는게 아니다. 자신들의 웹 서비스에 더 많은 고객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이 서비스를 공짜로 제공하고, 대신 검색광고사
오는 8일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G8 정상회담에서는 2050년까지 전 세계가 온실가스를 50% 줄인다는 점을 재차 확인하고, 나아가 선진국은 80%까지 삭감한다는 데 합의할 것이란 소식이다. 그러나 머나 먼 시한에 대한 선언보다 더 관심이 쏠리는 건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기후변화회의다. 여기서 2012년 끝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 국제협약(포스트 교토협정, 2013~2020년)이 과연 타결될 수 있을 것인가. 현재는 어두운 소식과 밝은 소식이 함께 들린다. 어두운 소식은 주요국들 간 이견차가 여전한 것이다. 지난 10일 일본의 아소 다로 총리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2005년 대비 15%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은 기다렸다는 듯 비판을 가하고 나섰다. 일본의 목표치는 1990년에 비해 8% 감축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중국은 선진국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말하기 전에 2020년까지 1990년 기준으로 최소 40%를 감축하라고 강공책을 펴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일본 간 입장차도 감지된다. 일본은 2005년 대비 15% 감축이면 EU의 13%보다 많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EU 시각은 다르다. 1990년 기준으로 보면 EU의 20% 감축과는 비교도 안되는 수치라는 얘기이고, 이에 일본은 자신들의 경우 해외배출권 거래 및 산림 흡수량을 제외한 순수 국내 감축량만을 대상으로 했다고 반박한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0%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이 베이징에서 온실가스 감축 실무협상을 벌였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는 것도 현재로서는 어두운 소식이다. 중국이 온실가스 한계치 규제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밝은 소식도 있다. 미국의 움직임이 그렇다. 미 하원에서 기후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불법 다운로드 등 디지털 저작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내놨던 이른바 '삼진아웃제'가 프랑스 헌법위원회의 위헌 판결로 장벽에 부딪쳤다. 당초 사르코지는 창조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삼진아웃제를 제안했었다. 인터넷에서 불법 다운로드가 한 번 적발되면 이메일로, 두 번 적발 시에는 서면으로 각각 경고한 뒤, 3번째가 되면 일정 기간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이 삼진아웃제는 프랑스 의회에서 상당한 논란 끝에 통과됐었다. 하지만 사회당 등 진보세력이 이에 반대해 위헌소송을 제기했고,지난 10일 프랑스 헌법위원회가 이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판결은 이렇다. "인터넷 서비스에 자유롭게 접근하는 것은 인권에 관한 문제이며,법관만이 판결을 통해 개인의 인터넷 접근을 막을 권한을 갖는다. " 삼진아웃제 반대론자들은 표현의 자유가 저작권 보호에 앞선다며 일제히 환영하고 나섰다. 그렇다면 문제는 다 끝난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인권으로 결코 가려져서는 안될 핵심적 이슈는 그대로 남아 있다. 이번 판결로 인터넷 상에서 창조산업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점 자체가 부인된 것은 아닌 까닭이다. 영국을 한번 보자.스티븐 카터 영국 통신장관이 프랑스식 삼진아웃제가 과연 실효성이 있겠냐며 의문을 표한 적도 있었지만 디지털 저작권 침해로 위기에 놓인 창조산업에 대한 고민은 사실 영국이 프랑스보다 더하다. 국제 금융위기로 큰 타격을 받고 있고,그 때문에 금융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영국산업의 취약성이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보다 다양한 산업기반의 필요성을 절감하자 영국이 다시 눈을 돌리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디지털 콘
안현실 논설위원ㆍ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전 세계적으로 1980년대는 여러모로 중대한 전환기였다. 미국 영국 등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금융자본주의 시대가 막을 올렸는가 하면, 실물부문에서는 선진국들이 게임의 룰(Rule)을 바꿔놓는 시기이기도 했다. 특히 후자와 관련한 대표적인 움직임은 선진국들이 들고 나온 소위 '특허 중시정책(Pro-patent Policy)'이었다. 1980년대 들어 일본을 위시한 신흥 제조업 강국들이 위세를 떨치고 미국 등 기존 경제대국들은 무역역조가 심화되는 등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었다. 제조업 대(對) 제조업으로는 경쟁이 안 된다고 판단한 미국 등은 제조업 강국들을 견제할 무기로 특허에 눈을 돌렸다. 80년대 이전만 해도 반독점법(Anti-trust)의 연장선상에서 특허에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았던 분위기(Anti-patent)와는 완전 딴판이 된 것이다. 요즘 제조업체들이 경계하는 대상은 특허괴물(Patent Troll)이다. 공장도 없이 단지 몇 개의 특허를 사들인 다음 제조업체에 소송을 걸어 거액을 챙기는 것을 업(業)으로 하는 회사들이다. 특허괴물은 좋게 보면 특허중시 정책을 활용하는 것이지만, 나쁘게 보면 기가 막히게 이를 악용하는 회사들이기도 하다. 혹자는 이들이야말로 지식기반 경제에 딱 맞는 기업 아니냐고도 하지만 반드시 그런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선진국에서조차 이 특허괴물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그렇다. 미국에서 블랙베리로 잘 알려진 림(RIM)이라는 제조업체는 이름도 없는 특허괴물에 보기 좋게 당한 경우다. 보상액만 무려 6억달러가 넘었다. 직원 수도 몇 명 안 되는 조그만 회사가 한,두 개 특허로 공격을 해도 수십만명을 고용한 제조
경제사는 언제나 흥미롭다. 역사적 대사건이었음에도 우리가 잘못 알고 있거나 미처 몰랐던 사실들을 종종 발견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모두가 정신 차리기 어려울 만큼 대사건의 와중에 빠졌을 때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그 인과관계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대공황과 비견되는 지금의 금융 위기도 마찬가지다. 이 위기는 왜 일어났고,지금 우리는 어디쯤 왔는지,위기 이후의 위기는 과연 없는 것인지….또 금융 위기를 통해 급격히 일어나고 있는 부의 이동,빈부 격차,양극화,이에 대응하느라 부심하는 각국의 경제 정책들은 과연 어떻게 봐야 하는가. 이 모든 것을 지금의 경제학자들이 곧바로 답할 수 있는가. 경제학의 한계다. 아마도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만 '아,그때 그게 그랬구나'라는 얘기들이 쏟아지고,무엇이 표피적 원인이었으며 무엇이 정말 구조적이고 근원적인 원인이었는지도 밝혀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경제사야말로 진정한 경제학'인지 모르겠다. 《맬서스,산업혁명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신세계》는 한마디로 흥분을 불러일으키는 경제사다. 그것도 '부의 탄생' '빈부 격차'와 같은 경제학의 핵심 과제를 건드리고 있다. 저자는 죽은 경제학자 맬서스를 무덤에서 끌어 내고,철이 지나도 한참 지난 산업혁명을 끄집어 낸다. 그리고 그 이유를 인류가 지나온 역사와 1인당 국민소득을 대변하는 그래프 하나로 간단히 설명해 버린다. 인류는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이른바 '맬서스의 덫'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1800년 이전만 해도 인류의 소득 증가는 인구 증가에 번번이 가로막혀 사실상 석기 시대나 크게 다를 바 없었던 것이
안현실 <논설위원ㆍ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여기서 네가 머물기를 원한다면 있는 힘을 다해 달려야만 한다. " 루이스 캐럴의 '거울나라 앨리스'에 등장하는 이른바 레드 퀸(Red Queen)이 말하는 경주, 바로 진화의 경주는 이런 것이다. 빠르게 달리지 않으면 그 순간 도태당하고 만다. 다윈이 탄생한 지 200주년, '종의 기원'이 출간된 지 150주년이 되는 올해 모두가 '위기'와 '생존'을 말한다. 숱한 논쟁과 도전을 거치면서도 살아남은 진화론을 다시 펼쳐보게 하는 시대다. 생물계에서 진화 경쟁은 끝도 없다. 포식동물들이 더 빨리 달리면 그 먹잇감들은 더 나은 위장술로 대응하고, 이에 포식동물들은 후각이 더 예민해지는 방향으로 발전하면서 진화 경쟁은 피곤할 정도로 무한히 계속된다. 세상에 안전하고 안정적인 산업은 어디에도 없다. 변화 속도에 차이가 있을진 몰라도 변화는 산업전반의 공통된 현상이다. 소위 경쟁우위라는 것이 생각만큼 오래가지 못하고 기업들의 수명이 짧아지는 것도 생물학자들 눈으로 보면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진화론으로 보면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일시적 경쟁우위를 계속 만들어가려는 끝없는 경주만 있을 뿐이다. 레드 퀸의 경주에서 강한 주자는 이런 기업들이다. 진화론과 결합되면서 슘페터의 혼령은 더욱 강해졌다. '창조적 파괴'의 광풍이 몰아치는 상황에서 과연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 기업에 대한 경영학자들의 책들은 크게 나누면 둘 중 하나다. 이른바 탁월한 기업들에 관한 것,아니면 실패한 기업들 이야기다. 한때 탁월한 기업으로 각광받다가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거나 실패한 기업들의 리스트에 올라가 있는
안현실 <논설위원ㆍ경영과학 博 ahs@hankyung.com> 미 대선이 끝나기 전의 일이다. 리먼 브러더스 파산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긴급 인터뷰에서 오바마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 사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얘기다. 재빨리 대응하지 않으면 또 다른 사태가 일어날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그러나 분명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만큼 월가는 상응하는 개혁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이익은 월가 밖으로 퍼져 나가야 한다. " 월가도 수긍할 수밖에 없는 분명한 논리가 있었다. 당시 모호한 답변을 한 매케인에 비해 오바마가 돋보였던 이유다. 대선이 끝난 지금 이번에는 실물부문 침체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오바마의 민주당은 공화당 때문에 자동차산업 구제법안이 무산됐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대선 패배 후 오랜 만에 입을 연 매케인은 이 법안에 대해 "2~3개의 자동차 회사를 2~4개월 정도 버티게 할 뿐이지 결국 140억달러만 날리고 원점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자동차 업계가 높은 생산비용은 물론 노동자들의 임금과 혜택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그의 말이 돋보인다. 이들이 지지기반의 차이 때문에 그렇게 말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지만 오바마와 매케인의 발언에서 구조조정의 중요한 원칙들을 읽어낼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신속성이다. 신속하게 움직인다고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물론 없지만 시간을 끌면 끌수록 비용이 훨씬 늘어날 것만은 확실하기 때문이다. 과거 대공황 때와 달리 신속히 움직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돼 있는 점, 그리고 버블붕괴 4년 후에야 부실기업 처리지침을 내놨던 일본의 장기불황이 던지는 교훈을
안현실 <논설ㆍ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인터넷에서 '미네르바'가 뜬다고 하자 제도권의 한 경제학자는 "나름대로는 같은 맥락에서 경고를 했다"며 씁쓸한 기분을 숨기지 않았다. "경제는 심리라는 걸 뻔히 아는데 극단적 비관론을 펴기는 어렵다"는 것이 그 하나이고 "지나친 비관론을 펴면 정보기관이 전화를 걸어와 그 근거가 무엇인지 꼬치꼬치 물어 부담이 된다"는 게 또 다른 하나다. 변명 같지만 선의로 해석하면 첫 번째는 책임의식이고,두 번째는 실명(實名)의 한계를 각각 얘기한 것이다. 흔히 경제예측을 기상예측에 비유한다. 그러나 기상예측은 틀리면 난리지만 경제예측은 맞으면 오히려 난리다. 기상예측이 훨씬 더 어렵지만 우리 사회가 경제예측의 오류에 더 관대한(?) 덕분에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틀려도 별 문제없이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모든 예측이 그렇듯이 경제예측도 어렵다. 그래서 더 관심을 갖겠지만 그럴수록 경제학자들도 답답한 모양이다. 오죽하면 한국은행 총재를 지낸 한 경제학자는 기자들에게 "차라리 점쟁이에게 물어보라"고까지 했겠는가. 그런 경제예측도 이제는 하나의 시장, 산업으로 변했다. 예측을 하는 사람이나 기관의 이해관계가 예측결과와 무슨 상관은 없는지 살펴보지 않으면 이용당할 수도 있는 세상이 됐다. 극단적 예측일 경우는 더욱 그렇다. 게다가 전문가들이란 사람들 중에는 예측에 대한 투기심리를 가진 이들도 출현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과 달리 극단적 비관론,극단적 낙관론을 펴다 맞히기만 하면 그야말로 '나홀로 대박'이다. 일단 한번 성공하면 바로 대가(大家)로 대접받는다. 대가 반열에 올라서기만 하
통신산업은 과거 독점산업이었다. 경제학 교과서대로라면 거대 네트워크 산업이고, 그 진입장벽 때문에 자연독점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통신기술 발전은 통신산업을 더 이상 자연독점이 아닌 경쟁가능한 산업으로 만들어놨다. 우리나라 최고 통신기업으로 불리는 KT는 2002년 민영화됐다. 지금 정부 주식은 단 한 주도 없다. 그렇다면 KT는 완벽한 민간기업인가. KT의 최고경영자(CEO) 구속사건을 보면 아직도 여기에 의문부호를 찍지 않을 수 없다. KT 직원들은 해외에 나가면 밖에서 자신들을 그렇게 부러워한다는 말을 한다. 사명(社名) 자체가 한국을 대표하는 통신기업인 데다 외국인 눈엔 IT 강국 한국의 이미지가 그대로 연상되는 까닭이다. KT는 외국인지분이 40%대에 달하고,SK LG 등과 경쟁하는 대기업이다. 유선전화 쇠퇴로 정체를 겪고 있지만 와이브로 IPTV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면서 글로벌 미디어그룹을 꿈꾸고 있기도 하다. 그 와중에 CEO 구속은 KT에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납품비리 사건이 터지자 밖에선 KT가 공기업 구태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들이 쏟아졌다. KT 내부에서는 사장의 구속 배경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고 불만이 터져나왔지만 그렇다고 KT가 민영화된 뒤 얼마나 뼈를 깎는 변신노력을 했느냐는 질책을 피해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KT를 상대한 기업들은 KT가 아직도 '관료적'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고 찾아가면 KT는 100일이 지나도 연락이 없지만 경쟁회사를 찾아가면 10일 내엔 소식이 온다는 비유도 있다. 좋게 말해 관료적이란 것이지 옛날 공기업 때와 다를 게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KT 탓이라고만 할 수 없는 이유 또한 우리 사회에는 분
지금은 교수로 변신한 안철수연구소의 창업자 안철수씨가 지난 10월 서울대의 '기술경영의사결정론' 강의에서 학생들에게 워런 버핏은 어떤 사람이기에 성공했느냐고 대뜸 물었다. 버핏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학생들이지만 선뜻 대답을 못했다. 그러자 안철수씨는 "느려 빠지고, 남을 잘 믿고, 착한 사람이라면 기업가로서 성공할 수 있을까요?" 라고 재차 물었다. 학생들이 그렇지 않을 거라는 표정을 짓자 그는 '버핏은 느리기에 장기투자를 했고, 남을 잘 믿기에 아랫사람을 신뢰했으며, 착하기에 기부에 앞장섰다'고 말했다. 고정관념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최근 한국경영과학회 주최 강연에서도 안철수씨는 경제 전체의 포트폴리오 차원에서도 그렇고,고용창출,그리고 대기업을 위해서도 중소기업은 중요한데 왜 한국에선 기업가정신이 쇠퇴하는지 물었다. 그는 남들이 흔히 말하는 '사업기회가 적다''수익이 낮다'는 요인보다 우리 사회에서 '성공 확률이 낮다''위험이 높다'는 요인에 더 주목했다. 열악한 인프라,실패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더 큰 문제란 얘기였다. 정부가 기업인의 기(氣)를 살려보자고 기업가정신 주간을 선포하고 국제 컨퍼런스를 열었다. 그 자리에서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오늘의 한국경제를 있게 한 이병철, 정주영 등 창업세대를 회고하며 지금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선 '다시 기업가정신'이라고 역설해 참석자들에게 큰 감동을 줬다. 문제는 과거가 아닌 오늘의 시점에서는 이 대목을 과연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다. 그날 참석한 해외 석학들이 던진 말들에서 답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위키피디아의 창시자 지미 웨일스는 한국경제에 차별화된 기업가정신,창조적
말 그대로 혼돈의 시대다. 금융위기가 이념적 논쟁으로까지 비화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무엇보다 자본주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였던 미국이 '사회주의 미국'으로 급변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 그렇다. 정부 개입을 반대하는,밀턴 프리드먼을 대부로 하는 이른바 시카고학파 경제학자들이 국유화 등 정부조치들을 비판하고 나선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미국에서 자본주의냐,사회주의냐 하는 논쟁은 사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20세기 대공황 당시 뉴딜(New Deal) 정책은 어떻게 보면 사회주의와의 새로운 거래(계약)였다는 평가도 있다. 그렇다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는 서로를 벤치마킹해 왔다는 설명도 가능하다. 그러나 냉전이 붕괴되면서 경쟁상대가 없어졌다는 그 자체에서 자본주의의 위기를 걱정하고,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한 '슈퍼 캐피털리즘(Super Capitalism)'에 불안감을 느끼는 경제학자들도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경제학계도 요동을 치고 있다. 프리드먼은 매도당하고 있고,케인스는 무덤을 박차고 나왔다. 그린스펀은 비난의 표적이고,이에 앞장섰던 폴 크루그먼은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그러나 위기의 원인과 처방을 정부의 개입이냐 아니냐,규제냐 아니냐의 그런 차원의 문제로만 봐야 하는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만약 이것이 자본주의의 위기라면 주목받아야 할 경제학자는 따로 있다는 생각이다. 바로 슘페터다. 그는 자본주의가 동력을 상실하면 사회주의로 넘어갈 것이라고 봤다. 이 예언은 지금까지 그의 오류라고 생각돼 왔다(좀 더 두고 볼 일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그러나 이것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자본주의의 동력을 망각하지 말 것을 강조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슘
'발칙한 경제학' 스티븐 랜즈버그 지음/ 이무열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99쪽/ 1만3800원 경제학자들은 미국 식품의약청(FDA)이 지나칠 정도로 조심스럽게 신약을 승인하는 것이 잘못된 인센티브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는 점을 관찰해왔다. 혹시라도 승인된 처방약이 치명적인 것으로 밝혀질 경우 모든 비난을 뒤집어 써야 하는 반면 안전한 신약임에도 착오로 승인하지 않아 사람들이 죽었을 때는 유유히 궁지를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FDA로서는 잘못된 인센티브에 대해 당연한 반응을 하고 있는 셈이다. <<발칙한 경제학>>에서 경제학자 랜즈버그가 이런 경우에 내놓은 처방은 한마디로 상식을 뒤엎는다. 부분적인 해결책이라고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FDA 위원들에게 제약회사의 주식을 보수로 지불하라고 말한다. 도대체 말이 되느냐는 반응이 나오겠지만 그렇게 하면 약을 시장에 빨리 내놓는 것에 대해 비용과 편익을 두루 생각하지 않겠느냐는게 저자의 논리다. 그는 또 대통령에게는 여러 지역에 분산된 땅을 급료로 주는 게 어떠냐고 말한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하겠지만 나라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 대통령의 임무라는 점을 떠올려 보라는 얘기다. 대통령이 일을 잘하면 더 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살고,또 미래를 설계하고 싶어할 것이니 최고의 척도는 땅값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그리 되면 더 살기좋은 곳으로 만드는 일이 곧 대통령의 인센티브가 된다는 얘기다. 심지어 60세 노인들에게 사회보장정책에 대한 투표권을 주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주장도 서슴지 않는다. 그들은 오로지 편익밖에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비용과 편익을 모두 생각하는 18세짜리가 정책결
< 위기의 한국경제 > 김광수경제연구소 지음 휴먼앤북스 292쪽 1만3000원 < 세계 대공황 > 진 스마일리 지음 유왕진 옮김 지상사 228쪽 1만1000원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세계 경제는 그야말로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유동성의 위기'가 아무도 믿지 못하는 '신뢰의 위기'로 급속히 번지고 있다. 밖에서는 20세기의 대공황 얘기가 들려오는가 하면 안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를 떠올릴 정도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불안감이 이렇게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는 상황에서는 사람들의 관심도 위기를 말하는 책으로 쏠리게 마련이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 위기를 말하는 책은 두 가지 중 하나다. 별 근거도 없이 잔뜩 겁만 주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위기를 차분히 분석하고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부류가 있다. 약속이나 한 듯 거의 같은 시기에 출간된 '세계 대공황'과 '위기의 한국경제'는 제목만으로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과연 세계경제는 대공황으로 치닫고,한국경제는 정말 위기에 빠진 것인가. 세계 금융의 대부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오랜 기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 등은 지금의 상황을 세계 대공황 이후 최대 위기국면이라고 말한다. 세계 대공황이 무엇인가. 20세기에 일어난 가장 중요한 역사적,경제적 사건으로 그처럼 혹독하고 고통스러운 불황은 없었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러나 책 제목처럼 80년 전 대공황도 이렇게 시작됐다고 해서 지레 겁 먹을 필요는 없다. 경제학자 진 스마일리는 당시 대공황이 시작된 배경과 원인,각 산업에 미친 영향,대공황에서 탈출하는 과정을 일반인들도 쉽게 이
인터넷 규제를 둘러싸고 논쟁을 벌이는 정치권의 행태가 정말 가관이다. 좌,우가 뒤바뀐 게 아니라면 아무리 철학이 없다고 해도 저럴 수는 없다. 인터넷 규제를 반대한다는 민주당은 오프라인에서는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고 규제를 주장하던 정당이다. 그런 정당이 인터넷으로 오면 극단적인 자유주의자들로 변해버린다. 되돌아 보면 인터넷 실명제가 제기됐던 것은 다름아닌 참여정부에서였다. 그런데도 너무나 쉽게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은 참으로 씁쓸한 일이다. 인터넷 규제를 촛불시위 반작용쯤으로 여기는 것은 정치적으로 그럴 수 있다고 해도 광우병으로 목숨잃는 것과 사이버 테러로 목숨잃는 것을 애써 구분지으려는 일부 극단적인 좌파들의 태도는 너무나 허구적이고,이중적이다. 어쩌면 그들은 오프라인에서 당하는 것은 약자이고,온라인에서 당하는 것은 강자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한나라당도 문제있다. 규제개혁을 외치는 사람들이 왜 인터넷에서는 새로운 규제를 도입해야 하는지를 논리적으로,또 설득력있게 설명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그들도 철학이 없긴 매한가지다. 이 때문에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은 인터넷 규제 논란을 벌이기 전에 자신들부터 되돌아 보라는 얘기들도 터져 나온다. 정치권은 그렇다 치고 포털을 주도한다는 업체들은 더 답답하다. 그들은 인터넷 규제가 매우 위험하다는 논리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외국의 유명 법학자나 경영·경제학자들이 인터넷을 찬양하는 발언을 하면 이를 신주단지처럼 받든다. 그러나 인터넷을 해방구쯤으로 묘사한 그 어록의 주인공들이 인터넷이나 IT(정보기술)를 얼마나 깊이있게 알고 그런 말을 했는지는 솔직히 의심스럽다. 그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국제 금융위기로 우울한 요즘 영국 언론에서는 제조업에 관한 글들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금융서비스 등에 대한 맹신이 초래한 위험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영국은 지금이라도 고부가가치 제조업 등 새로운 산업지도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얘기다. 어떻게 보면 미국발 금융위기는 2000년 하이테크주 버블 붕괴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당시 경제의 연착륙을 유도한다면서 13번의 금리인하가 있었고,이 돈이 미국 주택부문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스토리가 가능하다. IT(정보기술)를 기치로 내건 신경제의 거품이 꺼진 이후 실물부문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이 뒷받침되지 못한 채 금융의 논리로 무리한 성장을 추구한 결과 지금의 금융위기가 초래됐다는 얘기다. 이번 금융위기에서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게 있다면 21세기에 무엇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떠올리게 한 것인지 모른다. 영국이 탈산업사회 방향으로 다른 선진국들을 리드할 수 있다는 믿음은 과연 옳은 것이었던가. 남들이 제조업과 씨름할 때 영국은 무형적인 아이디어만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다는 개념은 제대로 설정된 것이었나. 영국은 지금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다. 영국에서 지난 10년 동안 약 100만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졌다. 이것은 영국 제조업 기반의 상실 속도를 그대로 보여준다. 다행히 금융 쪽에서 거의 1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면서 이를 대체하는 듯 했지만 제조업 쇠락에 따른 빈 공간을 채우기엔 역부족이었다. 더구나 지금은 금융 일자리마저 허망하게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 제조업을 더 이상 산업혁명의 유물쯤으로 취급할 게 아
영국의 역사학자이자 경영학자인 파킨슨에 따르면 공무원 수는 해야 할 일의 비중,극단적으로는 일의 유무와 전혀 상관없이 단지 늘려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일정 비율로 증가한다. 1955년 이런 파킨슨 법칙은 이코노미스트지에 소개되면서 '큰 정부'의 비효율을 비판하는 유용한 논거로 활용돼 왔다. 만약 파킨슨이 우리나라 방송통신위원회를 지금 와서 봤다면 뭐라고 했을까. 미처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사례를 보고는 매우 흥분했을지 모른다. 방통위가 이명박 대통령에 보고한 업무내용을 보면 방송통신분야 전문규제기관인지,아니면 산업진흥 부처인지 도무지 분간하기 어렵다. 신성장동력으로 방송통신산업 육성, 5년간 일자리 29만개 창출,투자활성화로 2012년까지 생산액 116조원 증가 견인 등 내세운 제목들을 보면 영락없는 과거 정보통신부 업무보고다. 이명박 정부 들어 정부조직이 개편되면서 정통부 주요 업무는 지식경제부와 방통위로 흡수됐다. 지식경제부는 정보통신을 과거 산자부가 다루던 산업과 함께 놓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설계하고,방통위는 방통융합에 걸맞게 법과 제도를 제대로 정비하라는 게 그 취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방통위가 하겠다는 일들을 보면 그 정체성이 뭔지 알 수가 없다. 업무보고에는 물론 방통위만이 할 수 있는 일들도 있다. 방송서비스 시장의 선진화를 위해 대기업 진입제한,겸영제한,지분제한 등 각종 규제를 정비하고,디지털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 그렇다. 또 통신서비스 투자활성화를 위해 와이브로 인터넷전화 등 신규 서비스를 활성화하고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것과,주파수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것 등도 여기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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