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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도 산업정책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미국하면 시장,자유경쟁이 먼저 생각나서 그런지 정부가 나서서 특정산업을 육성한다는 이미지가 강한 산업정책이 미국에는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린 물음이다.미국이라고 왜 산업정책이 없겠는가.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산업정책은 있다.차이가 있다면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거나(invisible),세련되고(refined),영리한(smart) 정책을 펴고 있을 뿐이다.미국 기업이 해외로 뻗어나가는 데 장애가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미국 정부가 나타난다.미국 정부가 미국 기업에 반독점 문제를 제기하는 건 괜찮지만 다른 나라가 이렇게 나오면 통상 차원에서 걸고 나선다.자국기업에 대한 반독점법 적용 문제도 경제적 이익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는 경우도 본다.어디 그뿐인가.외국기업의 미국기업 인수합병에 대해 제동을 걸 수 있는 엑슨-플로리오법도 있다.이 모두 보이지 않는 산업정책들이다.승자(winner)에 대한 확실한 보상과 존중은 세련된 산업정책이고,인재와 연구개발 지원은 영리한 산업정책이다.부시대통령은 최근 중요한 법에 서명했다.이른바 "America COMPETES Act"다.직역하면 미국이 '경쟁한다'는 뜻이지만 'COMPETES'는 'Creating Opportunities to Meaningfully Promote Excellence in Technology,Education and Science'의 첫 글자를 딴 것이다.미국의 경쟁우위를 위한 연구개발투자,과학·기술·공학·수학교육 등을 위한 법이다.따지고 보면 미국의 이민법 또한 세계의 우수한 과학기술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한 영리한 인력정책이자 산업정책이다.요즘 포스코가 잘나간다.포스코 주가가 삼성전자 주가를 추월한 것은 그 상징적 의미가 작지 않다.그러나 그런 포스코도 고민이 적지
미국에서만 활개치는 것으로 알려졌던 이른바 '특허괴물(patent troll)'의 출현 경보가 내려졌다.개인발명가,폐업한 중소기업,특허 경매시장 등에서 이런저런 특허들을 값싸게 사모아 이를 무기로 특허소송 대상들을 물색,거액을 벌어들이는 꾼들이 국내에서 특허 출원을 늘리고 있다고 특허청 관계자가 밝혔다.국내기업들,특히 그 중에서도 정보기술(IT)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문득 최근 한 세미나에서의 토론이 머리에 떠올랐다.토론주제는 지식재산권과 경제성장,발표자는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였다.좌파로부터도, 또 우파로부터도 공격을 받는 경제학자이기에 더욱 관심을 끌었다.요약하자면 지식재산권의 존재 이유라든지 긍정적 측면을 인정하지만 특허제도의 악용이라든지 그 폐해를 무시해서도 안 된다는 얘기였다.특허괴물은 과연 어느 쪽일까.특허제도가 보호를 강화하는 쪽으로 흘러가고,기술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지고 또 수많은 기술들이 복합화·융합화되고 있는 것은 이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환경이다.특히 IT 분야에 특허괴물들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그러나 특허괴물은 발명가도 아니고,발명을 실용화·상업화하려는 혁신가도 아니다.그렇다고 발명가와 혁신가를 연결시키는 중계적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다.여기에 이르면 당연히 의문이 한 가지 제기된다.특허제도를 만든 동기가 무엇이었던가.특허제도를 통해 발명가에게 인공적인 독점을 보장하는 것은 일종의 인센티브를 부여한 것이다.그리고 그 정당성은 이로 인해 혁신이 촉진되면 그 사회적 이익이 독점 보장으로 인해 초래될 수 있는 사회적 비용보다 크다는 데 있다.
모 대학 행정학 교수가 전화를 걸어 왔다. 지난 8월2일자 본지 사설 '<교육>은 없애고 <인적자원부>로 거듭나야'에 관한 얘기였다.김대중 정부 시절 교육부를 교육인적자원부(부총리 부처로 격상)로 바꿀 당시 논의의 핵심을 잘도 기억했다는 요지였다.그는 그때 이 개편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개발하는 데 참여했다고 했다.그의 주장은 이렇다.인적자원 분야에서 과거 경제기획원 같은 부처를 만들자는 취지였고 이를 위해 앞으로 대학 교육은 대학 자율에 맡기고 초·중등 교육은 자자체로 넘기면서 교육인적자원부 명칭에서 '교육'을 떼기로 했다는 것이다.그렇다면 지금쯤은 '인적자원부'가 돼 있어야 하는데도 여전히 교육에 대한 규제나 간섭을 일삼는 부처로 있으니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는 게 골자였다.차기 정부 조직은 또 어떻게 바뀔까.대선이 아직 몇 개월 남았지만 몇몇 부처는 정보 수집에 들어갔다는 소문이다.개편이 단행될 경우는 아무래도 정권 초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벌써부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정권이 어떻게 바뀌든 부처가 너무 많다는 비판이 줄곧 제기돼 왔던 터라 어떤 형태로든 몇몇 부처는 통합되지 않겠느냐는 전망들이 많다.가장 얘기가 많은 부처는 교육부다.아예 없애자,일본처럼 과학기술부와 통합하자는 주장들이 나온다.그런가 하면 교육부와 과기부가 통합되면 걱정이라는 소리도 들린다.교육부가 일찍이 인적자원부로 환골탈태했다면 또 모르겠지만 지금의 교육부와 통합할 경우 과학기술까지 망치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통합 부처의 명칭을 놓고도 '과학교육부''교육과학부' 등으로 서로 엇갈리고 있다.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의 통합
협력(cooperation)과 경쟁(competition)의 가치에 대해서는 모두가 인정한다.협력과 경쟁이라는 두 용어를 합성한 '코피티션(copetition)'이라는 말까지 등장한 것도 따지고 보면 이 두 가지는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할 수 있다는 얘기다.그러나 경쟁과 담합은 양립할 수 없다.경쟁을 저해하고 소비자의 이익을 해치는 담합은 법적 제재의 대상이다.그렇다면 담합과 협력의 경계선은 얼마나 명확한 것인가.요즘 공정거래위원회의 리니언시(leniency) 제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관용을 의미하는 리니언시는 담합을 자진신고하는 업체에 공정위가 과징금 면제 등의 혜택을 베푸는 제도다.이 덕분에 밀가루업체 세제업체 손해보험사 유화업체 건설사 등에 이어 얼마 전에는 설탕업체들이 담합으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얻어맞았다.지금은 일부 생보사가 공정위의 리니언시를 수용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업계 전체가 뒤숭숭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는 소식이다.관련업계 입장에서 보면 일종의 '배신'을 유도하는 이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공정위의 주장은 한결같다.담합에는 매우 지능적 수법들이 동원되기 때문에 업계 내부의 누군가가 자진신고나 조사협조를 해 주지 않으면 혐의 입증이 아주 어렵다는 얘기다.덧붙여 이렇게 해서 담합이 자꾸 적발되다 보면 누가 신고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모두가 갖게 될 것이고,결국 담합은 더욱 어려워지지 않겠느냐고 말한다.게임에 비유하면 그 누구도 '죄수의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공정위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한 제도가 아닐 수 없다.게다가 이와 똑 같은 것은 아니지만 미국이나 유럽연합에서 유사한 제도들을 운용 중이라는 점을 근거로 이 제도가
우리나라에서도 초고속인터넷 유선전화 인터넷전화 이동전화 방송 등을 다양하게 묶어 파는 이른바 '결합상품'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그동안 후발사업자들만 할 수 있었던 결합상품을 지난 7월1일부터 KT SKT 등 소위 시장지배적 사업자들도 요금할인과 함께 시장에 내놓을 수 있게 된 것이다.사업자들도,소비자들도 규제완화를 환영하고 있다.과연 소비자는 요금인하 효과를,또 사용자는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역사적으로 결합상품만큼 논쟁이 많았던 이슈도 많지 않다.미국에서 몇 십년 전까지만 해도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상품을 묶어 파는 것 자체가 위법이었다.그러나 사회적 후생 측면에서 꼭 그렇게만 단정할 수 없는 결합상품들이 나오면서 반독점법도 변화하기 시작했다.이른바 '합리의 원칙(rule of reason)'이 등장한 것이다.케이스마다 합리적으로 따져 판단하겠다는 의미다.그 유명한 마이크로소프트(MS)에 대한 반독점법 위반소송도 실은 결합상품 때문이었다.당시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던 넷스케이프를 몰아내기 위해 MS가 독점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윈도에 자사의 웹브라우저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부당하게 결합했다는 것이다.과거 같으면 당연히 위법이었겠지만 기술과 시장 환경이 크게 달라진 만큼 논쟁은 치열했고,결국 적당한 타협 선에서 끝났다.이론적으로도 엇갈린다.어떤 경제학자는 결합상품을 허용하면 어느 한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기업이 다른 시장으로 그 지배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소위 지렛대 이론).그러나 또 다른 경제학자(이른바 시카고 학파)는 결합상품이 반드시 독점력을 다른 시장으로 확장할 만한 인센티브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
얼마 전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는 한국에 2012년까지 3억달러 규모의 연구개발비(최근 환율로 계산하면 약 2800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나라 상위 매출 10대 제약사들의 평균 연간 연구개발비가 대략 200억원 내외이고 보면 우리 입장에서는 큰 투자가 아닐 수 없다.화이자의 관점에서 보면 어떨까. 화이자의 지난해 매출액은 48조원에 이른다. 이런 거대 다국적 제약사들이 대개 매출액의 15~20%를 연구개발에 투자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화이자의 한국 투자는 여기저기에 씨앗을 뿌려놓는 그런 수준이다.그러나 규모에 상관 없이 이유 없는 투자는 절대 없는 법이다. 화이자의 제프 킨들러 회장은 이번 투자 결정의 근거가 뭐냐는 질문에 한국의 기술력,인력,정부 정책,과학기술 투자 등을 들었다. 과연 한국 쪽 요인들만으로 화이자는 그런 투자 결정을 했을까.요즘 다국적 거대 제약사들도 고민이 많다. 이른바 '혁신 결핍증'이다. 연구개발비는 매년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만 성공하는 신약 수(예컨대 미국 FDA 승인 신약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현재 잘 팔리고 있는 소위 블록버스터(blockbuster)들의 특허가 계속 만료되고 있는 상황이라 이들의 마음은 더욱 초조하기만 하다.이런 거대 제약사들도 자체 역량만으로 신약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자 밖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공동 연구,아웃소싱,라이선스-인(license-in) 등 전략적 제휴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 이를 말해 준다. 스스로 필요해서 연구개발 분업 구조를 구축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벤처로 출발하여 라이선스 전략으로 단기간에 거대 제약사 반열에 오르는 기업들이 튀어나오는 것은 바로 이런 배경에서다.이제 국내 제약산업 얘기 좀 해 보
지난 4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개최했던 중소기업 관련 국제회의에서 정책자금이나 보증보다 벤처캐피털(VC) 자금이 중소기업에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나왔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리 없는 정부는 그 때 그 자리에서 2008년까지 이른바 혁신형 중소기업 3만개 육성론을 되풀이하고 있었다.1만개가 훨씬 넘는다는 벤처기업들 중 VC로부터 투자를 받은 곳은 얼마나 될까? 20% 내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통계치가 떠오른다. VC가 투자한 기업이 곧 벤처기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 들 것이다.우리나라 VC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건지,투자대상인 벤처기업들이 별로여서 그런 건지,아니면 정부 영향권하에 있는 이런저런 금융기관들이 생존 목적으로 벤처 쪽에서 발을 빼려 하지 않아서 그런 건지는 알 수 없다.미국의 VC가 한국 투자를 확대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실제로 몇 가지 사례들을 들면서 시장규모 측면에서 중국이나 인도보다 주목을 받지 못했던 한국 기업들의 기술적 가능성을 미국 VC들이 인지하기 시작한 때문이란 분석까지 내놨다.꼭 그게 아니어도 미국 VC가 밀려들 가능성은 분명 커지고 있다. 2000년 버블 붕괴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던 미국 VC는 2003년 이후 증가 국면에 있고,지난 1분기 투자액은 5년 만에 최고수준이었다. 또 미국 VC의 해외투자 비중이 증가하면서 중국 인도 유럽 캐나다 멕시코 이스라엘 등으로 투자가 확대되는 중이다. 여기에 한·미 FTA까지 감안하면 여건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미국 VC가 우리에게 득이 될지,해가 될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좋은 쪽으로 생각해 보면 국내 벤처 생태
범죄가 증가할 때 경찰 수를 늘리면 간단히 해결될까. 미국에서 실제로 그렇게 해보니 범죄자 검거가 늘긴 했지만 이들을 수용할 시설이 모자라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결국 형량을 낮추어 범죄자들을 내보내다 보니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이전보다 낮아져 범죄는 오히려 더 늘어나고 말았다는 얘기가 있다.또 마약조직을 대거 검거하면 마약 유통은 당연히 줄어들까. 막상 유통이 줄어들자 마약가격은 치솟았고,그로 인해 밀수가 다시 늘어 유통은 되레 증가하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마약가격이 치솟는 만큼 마약 구입 범죄가 늘어났고,또 다시 검거에 나서는 악순환이 생겼다는 보고도 있다.단선적·일차적 인과관계만 생각해 대응하다 보면 반작용이 일어나 허사가 되거나 상황이 오히려 악화되는가 하면,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희생이 초래되기도 한다.최근 들어 기술유출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다. 사건이 터지기만 하면 실제 유출이 이루어졌을 때를 가정해 발표되는 피해액수는 거의 국가경제를 흔들어 놓을 정도다. 그리고 그 때마다 보안,처벌,감시,정부의 역할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산업스파이는 심각한 문제이고,따라서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는 데는 누구도 이견이 없다. 문제는 이를 해결하는 방식에 있다.누구 말대로 보안투자를 크게 늘리면 다 해결될까. 보안투자도 정도가 있지 다다익선(多多益善)은 결코 아니다. 일정 수준을 넘으면 본말이 전도되고,기술개발 자체의 경제성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다.검찰 주장대로 처벌을 엄청 높이면 어찌될까. 처벌이 강화되면 위험수당은 더 높아지고,산업스파이들이 느끼는 유혹은 더욱 커질지도 모를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는 요즘 에너지·환경기술이 키워드가 되고 있다. 때문에 실리콘밸리가 와트(Watt,전력의 단위)밸리로 진화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들이 나온다. 누가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시한 것도 아닌데 스스로 예측하고,준비하고,적응하는 혁신집적지(cluster)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미래 전문가들은 지금의 자원을 바탕으로 한 연구개발(resource-based R&D)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연구개발(opportunity-based R&D)을 하라고 말한다. 세상의 복잡성에 주목하는 복잡계 경제학자들은 또 이렇게 말한다. 어떤 조직에서든 활용(exploitation)과 탐색(exploration) 사이에 긴장이 존재하지만 탐색을 위한 전략적인 자원할당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변화가 밀려올 때 갑자기 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실리콘 밸리의 진화는 새로운 기회를 찾는 끊임없는 탐색활동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다.한국 경제는 창조경제로,기업경영도 창조경영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는 지금까지 성공적이었던 빠른 추종자 전략이 더 이상 먹히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그러나 모방에서 창조로 전환하는 게 결코 말처럼 쉽지가 않다. 지금과는 다른 자원배분이 요구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연구개발이 좋은 사례다. 우리나라 정부 연구개발 예산과 기업들의 연구개발투자는 자원배분 측면에서 유사하다. 투자분야별 구성이 그렇고,응용·개발에 치중되어 있는 것 또한 크게 다를 게 없다. 정부,기업 모두 단기적 문제 해결 쪽에 지나치게 기울어져 있다. 여전히 추종자 전략에 적합한 구조다.과학기술부가 기초연구를 늘리
외신에 따르면 미국을 방문 중인 아베 일본 총리가 미·일 양국 정상회담에서 원자력 개발,핵 비확산,온난화 대응 등을 담은 '미·일 원자력 공동 행동계획'에 합의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행동계획에는 지난해 2월 미국 에너지부가 발표한 '국제 원자력(핵에너지) 파트너십(Global Nuclear Energy Partnership,GNEP)'구상과 관련해 일본이 연구개발 분야 등에서 미국과 협력한다는 내용이 명기된다는 얘기가 들린다. 원자력에서 미·일의 밀월(蜜月) 관계를 보여주는 것 같다.신에너지 정책으로도 불리는 GNEP 구상은 미국으로선 커다란 정책적 전환이었다. 핵 확산을 우려해 지난 30여년간 중단했던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다시 시작하겠다고 나선 것 자체가 그러했다.GNEP 구상이 발표되자 국제적으로는 큰 논란이 일어났었다.GNEP에는 핵무기 전용이 어려운 재처리 기술을 고안하고, 나아가 원자력 국가들을 핵연료 공급국과 핵연료 이용국으로 분리해 관리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서는 자국의 재처리 재개가 국제사회에 잘못된 메시지로 받아들여지지 않도록 할 장치가 필요했겠지만 핵연료 이용국 입장에서 보면 에너지 안보에 대한 우려가 나올 만했다. 재처리 시설 같은 것은 보유하지 않겠다고 일찍이 선언(한반도 비핵화 선언)해 버렸던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 점은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게 없다.이 얘기는 이 정도에서 일단 접어두자. 우리가 주목해봐야 할 또 한 가지는 미국이 재처리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내부 사정이다. 미국 에너지부는 GNEP를 발표하면서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를 감안할 때 원자력 에너지가 필요하고,그 활용을 늘리려면 폐기물의 양을 감소시켜야 한다고 설명
경제가 발전할수록 상품의 종류는 비약적으로 늘어난다. 어떤 경제학자는 상품의 종류가 많고 적음을 가지고 선진경제와 후진경제로 나누기도 한다. 우유 하나만 해도 특정 성분의 구성비율에 따라 그 종류가 훨씬 많아질 수 있다. 그만큼 소비자들로서는 선택의 기회가 많아진다. 만약 우리나라 대학을 '숫자'가 아닌 '상품의 종류'로 구분하면 과연 몇 가지나 될까.이렇게 말하면 국립대와 사립대 등 태생적 분류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선택할 만한 상품이라는 기준에서 보면 정작 그 가지 수가 얼마나 많을지는 의문이다. 그게 그것 같은 유사 상품들이 너무나 많다.되돌아 보면 대학이라는 상품의 다양성 측면에서 의미있는 실험들이 시도된 적이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는 한국과학원(오늘날 KAIST)이라는 새로운 모델이 도입됐다. 정부 주도의 실험이었다. 또 하나는 포항공대의 설립이다. 이는 포스코가 주도했다. 이런 실험들은 한국 대학사회에 하나의 충격을 던졌다. 특히 당시 안주하던 서울대에는 큰 자극제가 되었다는 평가다. 그러나 언제까지 정부와 기업이 실험을 도맡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그렇다면 대학 주도의 실험은 어떤가. 여기에 이르면 독자들 머리 속에 한동대가 떠오를지 모른다. 대학 주도의 성공적 실험의 하나다. 한동대는 교육에 승부를 걸었다. 교육부가 대학을 연구중심 대학과 교육중심 대학으로 분류할 때 한동대는 기꺼이 교육중심 대학을 택하겠다고 했다. 거의 모든 대학이 연구중심 대학을 하겠다고 나섰던 상황에서였다. 이는 적중했다.연구중심 대학 KAIST도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서남표 총장이 부임하면서 실험에 탄력이 붙은 것 같다. 정년을 보장받을
고령화 사회에 관한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다. 참석자들이 하도 심각하게 고령화 문제를 논의하기에 불쑥 이런 질문을 던져보았다. "고령화를 정의할 때 나이를 대폭 올리면 고령화 인구는 그 순간 크게 줄어들 거고 그러면 문제는 바로 해결되는 것 아닙니까." 그 순간 참석자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웃자고 한 얘기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사고의 전환을 해 보자는 얘기였다. 과거 기준의 고령화 정의부터 바꾸는 데서부터 출발해보자는 의미였다.포항공과대학 수석졸업자가 의대를 간다고 했다는데 도대체 무엇이 잘못됐다는 얘기일까. 차석 이하가 가면 그나마 괜찮은데 수석이라서 문제라는 것일까. 이공계가 이공계 아닌 곳으로 갔다는 게 문제라면 이번 기회에 의대를 이공계의 범주에 포함시켜버리면 시빗거리가 해결되는 것 아닌가라는 엉뚱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렇게 분류한다고 무슨 큰 문제라도 생기는 걸까. 의대를 이공계와 인문계라는 이분법으로 굳이 나누면 이공계에 더 가까운 것 아닌가.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의사들에게 학위를 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여기서 학위를 취득한 의사는 이공계인가,비이공계인가. 또 의사 아닌 의사들,다시 말해 연구하는 의사들의 경우는 이공계로 분류해야 맞나,아니면 비이공계로 분류해야 맞나? 한국에서 법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컴퓨터 사이언스 학부과정에 새로 입학하는 사람을 보았다. 지금 특허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 사람은 이공계인가,비이공계인가.넬슨(Nelson)이라는 진화경제학자는 우리 사회가 혁신을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세 가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물리적 기술','사회적 기술(법,경영,경제제도 등)',그리고 이를
요즘 '샌드위치 위기론'이 화제다. 우리 경제가 가까이는 일본과 중국,크게는 선진국과 후발국 중간에 끼여 있는 형국을 빗댄 것이다. 표현만 다를 뿐 그 전에 나왔던 '호두 까는 기계에 끼여 있는 호두와 같다(nutcracked)'는 비유와 그 의미는 똑같다. 그런데도 왜 지금 그 위기감이 더 느껴지는 것일까.분업구조 측면에서 볼 때 이런 구도가 영원히 지속될 수만 있다면 그렇게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 고급기술의 공급 역할을 하는 일본,넓은 시장을 가진 중국을 생각해 보면 그렇다. 문제는 중간자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고,끼여 있는 호두나 샌드위치 자리마저 뒤쫓아 오는 누군가에게 내어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생존 방법은 위로 치고올라가는 것밖에 없는 셈이다.흔히 선진국 기업들의 수익구조를 '스마일 커브(smile curve)'라고 말한다. 기업 활동을 연구개발,제조,서비스(마케팅 물류 등) 세 가지로 나누면 수익구조가 중간에 있는 제조 중심이 아닌 양쪽 극단에 있는 연구개발과 서비스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 것을 가리킨다. 가야 할 방향은 분명한데 이런 구조 전환이 그렇게 쉽지 않다는게 고민이다.1990년대 전까지만 해도 우리 기업들의 투자패턴을 보면 설비투자가 먼저였고 연구개발투자는 이를 뒤따라갔다. 기술도입을 통해 설비투자를 한 다음 연구개발 측면에서 학습을 해 나간 것이다. 이것은 적중했고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그런 패턴이 통할 수 있는 것은 거기까지였다.그 뒤부터 기업들은 연구개발투자에서 답을 찾지 못하면 새로운 설비투자에 선뜻 나서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기 시작했다. 투자패턴이 과거와는 정반대가 된 것이다. 투자가 과거같지 않은 것은 이런
세상에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단순한 뉴스로 들리면서도 의문이 의문의 꼬리를 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인터넷 포털 조사 방침도 그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공정위는 이르면 다음 달 국내 인터넷 포털업체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조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포털업체의 시장 점유율을 조사하고,콘텐츠 사업자와의 거래조건,거래관행 등을 파악해 불공정 행위가 발견될 경우 이를 시정조치하겠다는 얘기다. 올해 업무계획을 통해 인터넷 포털 등 새로운 독과점 형성 분야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한 발표에 뒤이은 것이다.해당 분야가 인터넷 포털이든 무엇이든 공정위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여부를 조사하겠다는 것 자체는 전혀 이상할 것도 없다. 그건 원래 공정위가 마땅히 할 일이다. 하지만 왠지 그렇게만 생각하고 말 일은 아닌 것 같다.먼저,왜 하필 이 시점인지가 그렇다. 공정위가 일정을 앞당겨 조사에 착수한다는 점에서 시점에 대한 의문은 더해진다. 공정위는 포털과 콘텐츠 사업자 사이의 불공정 거래 문제를 제기했지만 사실 이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공정위가 포털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지 몰라도 이 문제는 방송-콘텐츠,통신-콘텐츠라고 해서 본질적으로 다를 게 없고,문제의 지속기간으로 따지면 오히려 방송,통신이 더 길다.그렇게 말하면 포털의 영향력이 엄청 커지지 않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사실 포털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포털이 인정하든 안하든,콘텐츠를 자신들이 만들든 안만들든 포털의 직·간접적인 미디어 기능이 논란의 대상이 될 정도인 것만 봐도 그렇다. 그렇다면 의문은 더 생긴다. 이번 조사의 또 다른 의도
정부 부처 중에서 '사전 예방적'이라는 단어를 유달리 좋아하는 곳들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환경부가 그렇다. 공정위의 공정거래법, 환경부의 환경 관련법을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이들 양 부처는 공통적으로 과거에 비해 힘이 크게 세졌다. 짐작하겠지만 '사전 예방적'이라는 명분이 '사전적 규제'로 이어진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앞으로도 공정위와 환경부의 힘은 점점 더 세질 게 분명하다. 경쟁과 환경은 선진국으로 갈수록 그 중요성이 더 높아지는 과제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힘이 어떤 방식으로 발휘되느냐에 있다.사실 출자총액제한제가 완화된다고 하지만 공정위 스스로 원해서 그렇게 됐다고 보기 어렵다. 공정위가 끝까지 새로운 대안적인 규제를 찾으려 했던 것만 하더라도 그만큼 사전적 규제가 주는 힘에 미련이 많기 때문으로 보아 크게 틀리지 않을 거란 생각이다.그러나 그런 규제는 결국 폐지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시장 메커니즘에 맞는 것도 아니고 기업의 혁신을 유도하는 것도 아닌, 다시 말해 전혀 '시장친화적'이지도 '혁신친화적'이지도 않은 까닭이다. 오히려 공정위가 시장의 발전에 맞추어, 또 새로운 혁신에 맞추어 스스로 규제 메커니즘을 변화시키는 않으면 안될 판이다. 공정위가 선진화를 원한다면 힘을 발휘하는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환경분야라고 본질적으로 다를 게 없다. 얼마 전 소위 '자원순환경제사회 형성을 위한 기본법' 제정 문제를 놓고 산자부와 환경부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환경부가 맡고 있는 폐기물 관리 등과 연계되지 않은 자원순환경제를 기대하는 것도 물론 어려운 일이겠지만, 환경규제만으로 선진적
경제학은 사실 타학문으로부터 많은 것을 빌려왔다. '탄력성'이라는 개념은 기계공학에서,'균형'이라는 개념은 물리학에서 각각 차용했다. 일부 경제학자들이 사용하는 '진화'라는 용어 역시 생물학에서 따온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경제를 생물세계와 비교하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자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이 이를 비판한 적이 있다. 단순한 은유나 비유를 넘지 못한 채 생물학적 용어들을 마구 원용하고 있는 현상(bio-babble)을 꼬집은 것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이 모두 전통경제학의 한계 때문에 비롯된 일이다. 어쨌든 그후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진화경제학,복잡계 경제학 등 보다 구체적 모델과 방법론을 위한 후속연구들을 계속하고 있다.요즘 경제,산업,기업 차원에서 공통된 키워드를 꼽으라면 단연 '융합(fusion)'이다. 국내외 미래예측에서 융합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은 적어도 앞으로 수십년간은 그것이 기술이건 제품 또는 서비스이건 융합에서 성장동력이 나올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게 맞다면 당연히 산업도,경제도 여기에 따라 좌우될 게 분명하다.문제는 기술 제품 서비스 등 업종을 세세히 구분하는 기존의 경계가 견고히 유지되는 한 융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경계를 무너뜨리는 힘과 이에 저항하는 힘이 어떻게 작용하느냐에 따라 융합의 범위나 속도가 달라진다는 얘기다.우리는 지금 어느 쪽 힘이 더 강한 것인가. 그렇게 긴 세월을 허비하고도 아직 산으로 가는 건지 바다로 가는 건지 알 수 없는 방통융합 갈등을 보면 답이 저절로 나온다. 이뿐이 아니다. 영역을 구분짓고 다투는 건 연구나 교육이라고 하등 다를 게 없다. 여기저기서 융합을
얼마전 일본의 21세기 비전을 읽어봤다. 흥미롭게도 '피해야 할 시나리오'가 먼저 나왔다. 경제가 정체·축소되는 것, 정부가 민간경제 활동에 짐이 되는 것, 글로벌화 등 흐름을 타지 못하고 성장 찬스를 놓치는 것, 그리고 국민들 가운데 희망상실자가 늘어나는 것이 그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1~2년이 갈림길이라고 했다. 이쯤되면 일본의 미래비전이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 안에 무슨 내용이 담겼는지는 짐작하고 남을 것이다.미래에 대한 불안과 대응문제는 미국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CIA의 싱크탱크 국가정보위원회(National Intelligence Council)가 시리즈로 내놓는 글로벌 전망 보고서의 밑바탕엔 '미국의 세계주도권 유지'라는 동기가 깔려 있고, 미국 경쟁력위원회의 'Rethink America' 'Innovate America' 등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방법론을 제안하고 있다.'신(新)리스본 전략'을 들고 나온 유럽연합의 경우는 한마디로 미국을 추월하자는 얘기다. 특히 영국은 지식기반경제 흐름을 어떻게 하면 최대한 활용할 수 있을지, 핀란드는 균형과 형평위주 경제에 어떻게 하면 활력을 불어넣을지에 대한 고민과 대응책을 담았다.부상하는 중국과 인도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이른바 '창신형(혁신형) 국가'를 내걸고 철저히 실리위주의 부국강병을 노리겠다는 의도다. 인도는 글로벌 분업구조의 흐름을 타고 세계 4대 강국을 위한 비전과 전략을 제시했다.이들 미래비전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우선 던지는 메시지가 분명하다. 방향성이 확실하다는 얘기다. 전략도 명쾌하다. 인적자원과 과학기술을 두 축으로 삼고, 여기에 이노베이션, 기업가정신을 불어넣어 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역동성이 키워드인 셈이다. 그리
미국 언론들은 한때 이런 의혹을 제기한 적이 있었다. 미국 정부가 과학기술 예산을 책정한 규모와 실제로 사용했다고 기관들이 보고한 액수가 서로 맞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단순한 통계적 오류로 보기에는 그 차이가 너무나 컸고, 그래서 정부가 외계인 등 공개하기 어려운 특수 임무 성격을 띤 연구에 비밀리에 돈을 투입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게 의혹의 핵심이었다.미국 과학기술의 출발점은 사실 임무지향적(mission-oriented)이었다. 과학기술 예산의 대종을 이루는 국방과 생명분야가 그러하다. 달 착륙을 비롯한 우주와 관련한 과학기술 역시 마찬가지다. 기초과학 투자도 따지고 보면 국가의 임무지향적 투자 성격이 강하다. 임무지향적 과학기술의 경우 경제적 비용 개념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부여된 임무를 해 내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이런 임무지향적 과학기술이 도전을 받게 된 것은 미국의 경제적 패권이 위협받으면서부터다. 특히 80년대 세계시장에서 일본의 급부상, 쌓이는 미국의 재정적자 등은 과학기술정책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 때부터 미국의 과학기술은 확산지향적(diffusion-oriented)으로 돌아선다. 과학기술의 경제적, 상업적 파급효과를 높이자는 의미다. 특히 민주당이 집권했을 때는 이쪽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러나 미국의 과학기술에는 여전히 임무지향적인 성격이 강하게 남아 있다.반면 우리나라 과학기술은 경제개발의 역사나 다름없다. 과학기술은 경제개발 관점에서만 그 유용성을 인정받아 왔다고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니다. 연구개발 프로젝트 평가의 가장 중요한 잣대도 경제적 비용과 이익이다. 이 전략은 우리가 처한 환경에서 필요했고 또 성공적이었다. 그
인천경제자유구역에 갔다. 경제자유구역 만든다고 떠들던 게 벌써 수년 전이다. 얼마나 변했을까. 관계자들의 설명을 듣고나면 엄청 변하겠구나라는 확신이 확 들어온다. 비전과 꿈도 화려하다. 실제로 건물도 올라가고 다리도 짓고 있었다. 그렇다면 여기 있는 사람들은 분명 신명이 나 있어야 옳다. 그런데 왠지 어깨가 좀 늘어진 분위기다. 기대했던 만큼 외국인투자는 들어오지 않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됐을까?이환균 인천경제자유구역 청장은 IBM 아태지역 본부를 한국으로 유치할 생각을 했었다고 털어놨다. IBM은 상징성이 있으니 다른 기업을 끌어오는데 긍정적 영향을 주지 않겠느냐는 계산에서였다고 한다. 그러나 만나러 가는데 북한 변수가 터졌다는 것이다. 유치하려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것부터 안심시켜야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그 사람들이 되물은 건 무슨 인센티브가 있느냐는 것이었다고 한다.당연하다. 싱가포르는 세제혜택을 10년 주는데 3~5년을 제시하는 우리가 경쟁이 될 리 없다. IBM 아태본부의 상하이 이전 얘기가 나왔을 때 싱가포르는 15년까지 제시했다는 얘기도 있었다. 물론 세제가 전부는 아니다. 다른 요소에서 우리가 낫다면 해볼 만도 하다. 그러나 경제자유구역에 그럴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오히려 경제자유구역이 비경제자유구역과 다른 게 무엇인지조차 분명치 않다. 법을 만들 때는 뭔가 차별화를 생각했을 텐데 지금 와서 따져보면 규제가 특별히 달라진 것도, 지원이 더 늘어난 것도 아니란 평가다.경제자유구역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에 끼어있다. 외국인투자를 위한 원-스톱 서비스(one-stop service)도 말뿐이다. 일일이 관계부처를 찾아다녀야
경제학은 물리학같은 '과학(science)'으로 대접받고 싶어했다. 수학이 경제학에 유입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수학으로 현실경제를 설명해 보려고 한 것까진 좋았는데 막상 모델을 만들어 예측을 해보니 성적은 별로였다. 현실을 너무 단순화했거나 무리한 가정들을 도입한 때문이란 분석이 있는가 하면 전혀 예상치 못한 외생변수 탓이란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우리 경우를 보면 꼭 그런 요인들 때문만은 아니란 생각이다.경제전망 시즌이다. 내년 경제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전망은 다음달에 나오겠지만 민간경제연구소들은 올해보다 더 어려운 한해가 될 것으로 보는 것 같다. 성장률을 4.0%에서 4% 초반 정도로 전망하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되돌아보면 참여정부 경제전망은 출발부터 꼬였던 게 아닌가 싶다. 당초 연평균 7% 성장률, 매년 50만개 이상 일자리 창출을 공약했다.원래 공약은 정치적 의지가 앞서 있는 것이긴 하지만 어쨌든 참여정부는 매년 최소한 5% 성장률 전망을 고수했다. 결과는 2003년 3.1%, 2004년 4.7%, 2005년 4.0%였다. 어쩌면 올해 유일하게 5%에 턱걸이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올해 내걸었던 35만개 일자리 달성은 가망이 없어 보인다.내년은 어떨까. 처음엔 곧 죽어도 5% 성장은 가능하다고 보더니 올 후반에 들어서자 4.6%로 낮췄다. 다음달 발표땐 아마 하향조정될 거란 얘기가 많다. 내년 성장률이 4% 초반이면 참여정부 5년간 성장률 평균도 4% 초반에 그치게 된다. 2003~2006년 세계경제 성장률 평균이 4.9% 정도이고 보면 내년에 세계경제가 좀 둔화되더라도 참여정부는 5년간 세계경제 성장률 평균에 못 미친 성적표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전망과 결과가 왜 이렇게 다르냐고 물으면 정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은 제조업체일까,서비스업체일까. 아니면 금융회사일까. 10년 전만 해도 GE는 제품을 만들어 파는 제조업체였다. 그 유명한 발명가 에디슨과 GE의 인연을 떠올리는 사람들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할 게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도 과연 그럴까.GE의 제품판매 자체가 감소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 비중은 10년 전과는 크게 달라졌다. 금융부문(GE Capital Services)이 21세기 들어 전체 매출액 비중에서 제품판매를 따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2004년 기준 GE의 매출액은 금융,제품,서비스 순이다. 그러니 GE를 금융회사로,서비스회사로 불러도 틀린 게 아니다.일본 노무라연구소는 이런 변화를 글로벌 제조업체의 진화(evolution)로 해석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품질(성능)과 가격에서 제품력(연구개발)으로,그리고 제품력에서 서비스업으로 이익확보 방법을 진화시켜 왔다는 얘기다. 노무라연구소는 2000년대 한국 기업은 품질과 가격에서 이익을 확보하고 있고,일본 기업은 1980년대 이전에는 한국과 같았지만 1990년대 이후에는 제품력으로 이익을 확보하는 한편 서비스 사업에도 도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1990년대 이후 미국기업은 서비스업과의 융합으로 이익을 확보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관찰이 아닐 수 없다.외신들이 IBM의 변신을 전하고 있다. 두 가지다. IBM이 리먼브러더스홀딩스와 함께 1억8000만달러의 벤처펀드를 조성해 중국에 투자키로 했다는 게 하나고,씨티그룹 컨소시엄에 참여해 중국 광둥개발은행의 지분 5%를 인수할 계획이라는 게 다른 하나다. 이를 두고 갖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누구는 IBM이 100년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의회가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와 환율 조작을 응징할 것을 부시 행정부에 요구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또 다른 외신은 미국이 중국의 지재권 침해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면 일본 유럽연합(EU) 캐나다 등도 동참할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미국이 중국 위안화 절상과 함께 지재권 보호를 제기하는 이유는 알려진 대로다. 저평가된 위안화를 미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의 주범으로 인식하고 있고,그런 적자 속에서도 지재권 만큼은 미국이 큰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말 그대로 전략산업이기 때문이다.중국의 지재권 침해가 당하는 나라들이 인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얼마 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기업들이 외국 경쟁기업들의 브랜드와 혼동되는 이름을 마구 채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월마트(Wal-Mart)를 흉내낸 우마트(Wumart),일본 혼다(Honda)와 비슷한 홍다(Hongda),영국 MG로버의 로버(Rover)와 유사한 로위(Roewe) 등이 그 대표적 사례다. 이쯤되면 여러 나라들이 집단적으로 들고 일어나는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앞으로의 관심은 중국의 변화 여부다. 그런데 중국 입장에서 보면 지재권 보호문제는 위안화 절상만큼이나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비교를 하면 이렇다. 지금 중국 인민은행은 외환운용 딜레마에 빠져 있다. 그동안 위안화 절상을 인위적으로 막기 위해 달러화를 마구 사들이다 보니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1조달러에 육박했다. 달러화 비중을 줄이긴 해야겠는데 그렇게 하면 달러화 약세가 불가피해지고,외환보유액 가치를 계속 유지하자니 다시 달러화를 사들여야 하는 그런 상황이다. 중국의 지재권 문제도 비슷한 딜레마에 빠져 있다.
'대통령의 경제학'이라는 말이 있다. 이름에다 '노믹스(nomics)'를 붙이는 게 그런 경우다. 그러나 대통령의 경제학이 내세운 멋진 약속과 실현된 성과 사이에는 상당한 격차가 있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경제학에 무슨 경천동지할 기막힌 해법이 있는 게 아닌 까닭이다. 그래선지 대통령의 경제학은 출세욕에 눈먼 경제학자들과 정치인들의 합작품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경제학은 그렇다 치고 과학마저 '대통령의 과학'이 되면 어떻게 될까. 이는 오히려 더 큰 문제인지도 모른다. 정치인들이 과학이 무엇인지 잘 몰라도 미국에서 과학은 사실상 '초당적인(bipartisan)' 영역에 해당된다.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과학 투자에 대한 효율성 논란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과학은 응당 돈이 들어가야 할 분야로 생각해준다. 무엇보다 과학이 국가의 위상, 안위, 존엄 등에 크게 기여해왔다는 점을 국민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희망과 신뢰가 과학에 있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것은 '국민의 과학''국가의 과학'이다.과학 투자를 꼭 경제성장 관점에서만 따질 일은 아니다. 과학은 장기적 성장의 토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국가의 위상, 안위, 존엄의 기반이라는 측면도 갖고 있다. 우리는 그런 점에서 어떤가.국가 정보책임자는 북한의 핵실험 징후가 없다고 국회에서 말했다. 정부연구소는 핵실험에 따른 지진파 강도, 장소를 놓고 오락가락하는 모습도 보였다. 남들은 방사능 물질 탐지에 여념이 없을 때 우리는 방사능 피해가 없다는 얘기나 하고 있었다. 게다가 엊그제까지 그렇게 자랑하던 아리랑 2호는 어디에 쓰려고 했는지 모를 일이다. 보안, 비밀준수 등 무슨 말못할 속사정이 있는지
계량적인 모델을 사용해 뭔가를 보여주려는 경제학자들이 흔히 듣는 핀잔이 있다. 상식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을 구태여 그렇게 어렵게 증명하느라 애쓰느냐는 것이다. 규제와 관련한 각종 가설들은 그 좋은 사례다. '진입을 규제하면 진입률이 떨어진다.''진입이 이루어지면 고용과 생산성이 올라간다.' 생각하면 당연한 주장같다. 그래도 막상 계량적으로 증명이 되고 나면 더욱 설득력 있게 들리는 효과가 있다. 그 맛에 계량경제학자들이 사는지도 모르겠다.한국개발연구원(KDI)의'기업환경 개선을 위한 규제개혁 연구'라는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진입규제, 그 중에서도 강한 규제(정부독점, 지정, 허가, 면허, 인가, 승인 등)가 신규 사업체들의 해당 산업 진입을 억제했고, 그 결과 산업의 성장도 저해됐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더욱 흥미로운 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자료를 활용, 42개국의 법규제지수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보니 상관관계가 존재하더라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42개국 평균수준으로만 법과 규제가 정비돼도 연평균 약 0.5%포인트 정도의 추가성장이 가능했을 것이란 추정도 내놓고 있다. 쉽게 말하면 기존의 진입규제를 절반만 줄여도 잠재성장률을 그 정도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지금 한국경제에서 0.5%포인트 추가성장이 갖는 의미는 대단히 크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수많은 진입규제들이 널려 있다. 그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건 소위 '칸막이식' 규제다. 금융이나 방송·통신 분야가 대표적인 것들이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최근 금융분야에서 칸막이식 규제를 허물어뜨리는 '자본시장통합법'이 등장한 것은 큰 진전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통신과 방
삼성전자가 잇따라 세계적인 연구개발 성과들을 내놓고 있다. 와이브로(휴대인터넷)의 미국 진출에 이어 4세대 통신기술 성과를 발표하더니 이번에는 40나노 32기가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개발에 완전히 탄력이 붙은 느낌이다. 삼성전자의 연구개발 유인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는 '빈곤의 종말(The End of Poverty)'이란 책에서 경제성장에 실패하는 나라의 8가지 유형을 적시해놨다. 가난 그 자체가 함정이 되어버린 나라,지리적 여건에서 불리한 나라,빚의 함정에 빠진 나라,정부 실패가 발목을 잡는 나라,문화적 장벽에 갇혀버린 나라. 지정학적으로 고립된 나라,혁신이 일어나기 어려운 나라,그리고 인구의 함정에 빠진 나라 등이 그것이다. 이게 지금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혁신이 일어나기 어려운 나라에 관한 내용만은 여전히 주목해볼 만하다.제프리 삭스는 부유한 나라는 큰 시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시장의 크기와 혁신을 연결지어 설명한다. 예컨대 기업이 연구개발로 얻는 수익의 정도는 시장의 크기에 달렸으니 시장이 커질수록 그만큼 연구개발을 할 유인도 커진다는 얘기다. 반대로 시장이 작을 경우 아무리 발명에 대한 보호 등 지식재산권 제도가 잘돼 있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그는 이런 혁신의 갭 때문에도 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가 갈린다고 했다.미국 같은 나라를 생각해보면 그의 얘기는 수긍이 가고도 남는다. 인구도 많고 소득도 높은 미국에서 혁신에 성공하면 그야말로 대박이다. 아직 미국에는 못 미치지만 중국 인도 등 이른바 신흥국가들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것
인수합병(M&A)은 단지 기업의 덩치를 키우겠다는 목적만이 아니다.탐나는 인재를 얻기 위해 그가 몸담은 회사를 인수해버리기도 한다. 미국 시스코사가 실제로 그랬다.어떤 기술이 자사에 위협적이다 싶으면 통째로 그 기업을 인수해 기술 자체를 사장(死藏)시켜 버리는 일도 일어난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등 시장에서 지배적 위치를 굳힌 기업들이 곧잘 활용하는 전략의 하나로도 알려져 있다. 이런 판국에 기술획득을 주목적으로 한 M&A는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쌍용자동차 파업배경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말들이 들린다.그 중에는 기술유출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중국 상하이차가 처음부터 투자할 생각은 없이 기술을 빼먹기 위해 쌍용차를 인수했으며, 따라서 그 목적이 달성되면 재매각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여기에 중국이 인수한 LCD분야의 비오이하이디스도 비슷한 의혹에 휘말리면서 중국의 한국기업 인수 의도가 다시한번 주목받고 있다.쌍용차, 비오이하이디스 등이 좋지 않은 선례로 남게 되면 그 여파가 작지않을 지 모른다. 중국 기업에 대한 불신, 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것은 뻔한 일이고, 이는 제대로 매각을 한 것이냐는 비판 분위기와 맞물려 한·중 양국기업 모두에 두고두고 부담이 될 수 있다.그런데 우리 입장에서 냉정히 생각해볼 것이 있다. 우리가 기술을 노리고 선진 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문제 없고 중국이 그러면 문제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모순이다. 그리고 중국이 해외기업 M&A를 통해 기술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사전에 우리가 몰랐던 것도 아니다. 지금 불법이냐 합법이냐, 기술유출이냐 기술이전이냐, 온갖 논란이 빚어지고 있지만 기술의 속성상
정책결정자들은 종종 제조업이냐, 서비스업이냐 하는 선택의 문제를 제기한다. 그런데 제조업도 끊임없이 진화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그런 선택의 문제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다소 생경하게 들릴 수도 있는 '생태산업단지' 국제회의가 지난달 서울에서 열렸다. 곳곳에 널려 있는 산업단지를 오염물을 배출하지 않는 자연생태계 같은 청정(淸淨) 산업단지로 만들자는 얘기다. 말이 좋아 생태계지 그게 과연 가능한지 의심스럽다고 말해도 솔직히 이상할 것은 없다.그런데 캐나다를 비롯해 영국 오스트리아 미국 스위스 등에서 보고하는 성공사례들을 접해보면 그런 의심은 확 달아나고 만다. 청정도 청정이지만 산업단지안에 있는 한 기업의 부산물과 폐기물이 다른 기업의 원료나 에너지로 다시 활용되는 효과도 크다는 게 공통된 자랑이다.흔히들 제조업은 궁극적으로 후발국으로 넘어가고 말 것이라고 말한다. 비용도 싸고,환경규제도 덜 받는 등 후발국 제조업의 이점과,또 그 이점을 노리고 선진국 제조기업들이 후발국으로 이전하면서 줄어드는 기술격차로 인해 결국 제조업의 주도권도 이동한다는 얘기다.그러나 그런 통념을 깨뜨리는 분야가 늘고 있다. 후발국이 발전하면서 비용이 상승하거나 환경규제가 도입되기 시작하고, 또 국제무역의 규범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선진국 제조업이 변화에 적응해 새로운 진화에 성공한 이유도 있다.생태산업단지도 그런 사례의 하나다. 여기서 더 거슬러 올라가면 아예 제품설계에서부터 오염발생 요인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거나 줄이자는 이른바 청정생산체제라는 개념과 맞닿게 된다. 청정생산이 확산되면서 선진국에서
정운찬 한국경제학회장(서울대 교수, 전 서울대 총장)은 9일 이 학회가 주최한 국제학술대회 개회사에서 한·미 FTA와 관련해 "자유무역의 이상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부작용을 가볍게 여겨 협정 타결을 재촉하고, 현실의 어려움에만 친숙한 사람들은 자유무역이 가진 원론적인 장점을 충분히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정책은 이상과 현실을 조화시키고 장기적 이익을 지향하되 단기적인 부작용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중용의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완벽에 가까운 말이다. 그러나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와닿질 않는다. 정부가 부작용을 감안해 한·미 FTA 협상을 제대로 하라는 얘기인지, 아니면 한·미 FTA를 지금 추진해선 안된다는 얘기인지 알 수가 없다.정 교수의 발언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한국에 경제학맥이 있다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이른바 조순·정운찬 학맥이다. 그만큼 국내 대표경제학자로서 이들의 학계 영향력은 크다. 뿐만 아니라 조 교수의 경제학원론을 통해 처음으로 경제학을 접했던 사람들은 물론이고 이들의 지명도나 그간의 위상으로 보아 일반인들에 대한 영향력 또한 지대한 게 사실이다.조 교수와 정 교수는 한·미 FTA의 '졸속 추진'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인들의 의도야 어떻든 이는 한·미 FTA 반대 쪽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가 됐다. 실제로 얼마전 한국사회경제학회 소속 교수 등 경제학자 151명이 한·미 FTA 협상 중단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자리에서 '정운찬 서울대 총장과 조순 전 부총리까지 한·미 FTA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는 것은 의미있는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반면 한·미 FTA를
한국에서는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너무 어렵고, 그래서 중견기업은 설 땅이 없는 걸까. 산업자원부도 허리가 약한 산업구조가 문제라고 말한다.이런 이슈와 관련해 최근 공학한림원 최고경영자(CEO) 조찬모임에서 변대규 휴맥스 사장이 대기업 위주의 독과점 구조 등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지적하자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도전정신을 강조한 일이 있다.이를 두고 일부 언론에선 대기업과 벤처기업으로 대비시켜 서로 네 탓 아니냐는 '설전'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따지고 보면 설전이라고 할 것도 없다. 관점의 차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서로의 주장 자체를 부정한 것도 아니었고 보면 특히 그렇다.대기업과 중소기업만 놓고 보면 별 얘기가 다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시장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만 있는 게 아니다. 대기업·중소기업간 문제라는 것도 마치 우리나라만 그런 것처럼 말하지만 솔직히 다른 나라 역시 크게 다를 것은 없다. 기업 행태만 보고 어떤 결론을 내리기는 성급하다는 얘기다. 자칫 기업성장의 환경이나 제도적 측면에서 우리가 안고 있는 적지 않은 문제점들을 간과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언제부터인가 기업이 커지면 사람들의 이목이 쏠리고 그럴 경우 좋을 게 하나도 없다고 말하는 기업가들이 우리 사회에 부쩍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기업이 커질 성싶으면 고만고만한 몇 개 중소기업으로 쪼개서 경영하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분위기다.그렇다고 분위기를 바꿀 만한 인센티브 시스템도 아니다. 대기업으로 성장하면 갖가지 규제가 기다리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에 대해선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원제도가 늘려
'2015 균형발전(Balanced Development).'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핀란드 정부가 내놓은 미래보고서다. 핀란드 정부는 경제위기를 겪은 직후인 1993년부터 미래보고서를 정기적으로 의회에 제출한다. 흥미롭게도 '2015 균형발전' 보고서의 초점은 지역개발이다. 의회 미래위원회는 이 보고서에 몇 가지 주문을 했는데 그 중에 특히 눈길을 끄는 게 있다. "중앙정부 정책의 일관성은 각 부처의 이해관계 충돌보다 반드시 우선해야 한다." 물론 지역의 자발성은 기본이다.한국개발연구원(KDI)이 중앙정부가 벌여왔던 지역진흥사업에 비판을 가했다. 부산 신발산업, 대구 섬유산업, 광주 광산업, 경남 기계산업 등 4대 지역전략산업과 그외 9개 지역 전략산업들이 말만 '전략'이지 엉망이란 얘기다. 이대로 가다가는 전략산업의 발전은 고사하고 막대한 예산만 낭비하게 생겼다는 게 KDI 결론이다. 따지고 보면 기획예산처는 물론이고 산업자원부 등 지역산업에 발을 걸치고 있는 중앙부처들, 참여정부 들어 등장한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그리고 지방정부 모두가 공범(共犯)들이다.무엇이 그렇게 만들었을까. 선진국을 벤치마킹한다며 성공조건들을 그렇게 강조하더니만 정작 우리는 실패의 조건들만 모조리 닮아가고 있는 느낌이다.우선 정부실패(government failure)가 그렇다. 정책의 일관성은 기대하기도 어렵다. 부처마다 지역 사업을 벌이면서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이로 인해 비효율성이 발생해도 조정능력이 사실상 없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도 또 하나의 옥상옥(屋上屋)에 불과하다는 평가다.지역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소위 정치적 잠금현상(political lock-in)도 빼놓기 어렵다. 전략과는 거리가 먼 정치적 배려가 앞선 경우도 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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