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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현실 전문위원
    안현실 전문위원(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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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지역혁신 패러독스

    지방의 입장에서 보면 중앙정부의 산업정책은 자칫 약자를 더욱 약자로 만들고,소위 혁신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되는 것은 강자를 더욱 강자로 만드는 것에 불과한 것일까. 최근 일단의 유럽학자들이 이른바 '지역혁신 패러독스(Regional Innovation Paradox)'를 제기하고 나섰다. 뒤떨어지는 지역일수록 새로운 혁신에 대한 필요성이 크지만 혁신촉진을 위한 중앙정부 지원자금의 흡수력에서나,또 스스로 투자할 능력 측면에서 크게 부족한 현실적 모순을 지적한 것이다. 이런 '지역혁신 패러독스'가 우리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걸까. 산업자원부가 정보 생명 나노 등 소위 6대 신기술 산업을 수도권 공장설립 규제대상에서 제외하고,산업구조가 낙후된 지역의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지역개발보조금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산업집적활성화법(공업배치법의 개정)을 들고 나왔다. 건교부의 반발 등이 예상돼 추후 협의과정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규제를 완화한다는 차원에서,또 신기술 산업에 유리한 입지조건을 갖춘 수도권을 무조건 배제하는 게 과연 타당한 것인지의 측면에서 보면 산자부의 추진전략은 정공법이라 할 만하다. 이것은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국제거점으로 발전시키고,지방은 지방대로 혁신능력을 확충해 자생력을 갖추도록 하자는 KDI(한국개발연구원)의 '2011 장기비전'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론상으로 서로 윈-윈(win-win)하자는 일들이 자칫 잘못하면 종종 제로섬 게임적인 약탈양상으로 나타나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특히 지역혁신 패러독스가 무시못할 수준이라면 그럴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불행히도 우리는 여기서 예외가 아니다. 구조

    2002.06.02 00:00
  • [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정부 정책에 대한 도전?

    "SK텔레콤이 KT지분을 조속히 처분하지 않을 경우 정부 정책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할 것이다." 양승택 정통부 장관은 KT지분 11.34%를 매입한 SK의 행위가 정부의 KT민영화 취지를 퇴색시켰다면서 이렇게 경고했다. SK가 말을 듣지 않으면 모든 수단을 동원,직ㆍ간접적인 '벌'이라도 가하겠다는 것일까. 일본이 잘 나갈 때의 얘기다. '넘버 1 일본'이란 책에서 보겔(E Vogel)은 일본 통산성이 어떻게 업계의 자발적 협조를 얻을 수 있었는지를 밝히고 있다. 통산성의 정보력과 분석력,정부와 기업 상호간 높은 이해도와 함께 보겔은 마지막으로 '숨은 벌(罰)'의 논리를 지적한다. 숨은 벌의 논리란 협조적인 기업에는 상응하는 보답을,비협조적인 기업에는 '숨은 벌'이 도사리는 것을 말한다. 이 때문에 정부가 비공식적으로 권고 지침 조정 등의 용어로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것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건 아니지만 실제적으로는 구속력이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전형적인 '관료주의'의 압축이다. 이런 관료주의가 차라리 업계도 인정할 만한 '유능한' 정부의 것이라면 그래도 봐줄 구석이 있는지 모르겠다. KT지분 매각 결과와 관련,정부가 SK에 경고하고 나섰지만 정작 탓해야 할 것이 바로 정부 자신의 '무능함'이라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정부와 업계간 묵시적 교섭으로 이뤄질 공감대를 말하는 이른 바 '사전(事前)정책조작이 가능한 범위'부터 정통부는 잘못 생각했다. 무슨 연막을 폈건 말을 어떻게 바꿨건 그것은 SK 스스로 비용을 치를 일일 뿐 SK 입장에서는 주어진 룰을 최대한 활용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경쟁이 치열하기도 하거니와 KT 민영화의 결과가 어떻게 되느냐가 향후 통신시

    2002.05.26 18:11
  • [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空洞化 논쟁, 과거와 현재'

    국내기업 세 곳중 2개사가 생산거점을 해외로 이전할 계획이고 그 가운데 절반 이상은 중국을 대상지로 생각한다는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결과로 제조업 공동화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절반 정도는 해외이전 추세가 앞으로 4∼5년 이내에 제조업 공동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얼마전 LG경제연구원은 선진국의 경험으로 미뤄 구매력평가 환율기준 1인당 GDP가 2만달러 정도에서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본격화된다고 보면 우리의 경우 그 시점이 2007년께로 예상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접근방법이 서로 달라도 대한상의의 조사결과가 이와 일치하는 것은 설득력을 더해주고 있다. 이어 나온 한국과 중국간 기업 요소비용을 비교한 전경련 조사결과도 마찬가지다. 금융·세제·노동비용은 물론 공단분양가 등 입지,매출액 대비 물류비용,공장설립과 관련한 각종 허가서류 등 제반 측면에서 중국보다 크게 불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말해 제조업 경쟁력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이다. 여기에 기존 산업기술분야에서 중국이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고,신기술에서는 선진국과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산자부의 국내 산업기술 수준조사 결과는 아예 위기감까지 들게 만든다. 심지어 우리가 조금 앞섰다는 신기술도 중국에 추격을 받고 있다니 더욱 그러하다. 제조업 공동화 문제는 어제 오늘 제기된 것이 아니다. 그 유명한 '脫산업화(Deindustrialization)논쟁'을 상기해 보면 알 일이다. 2차 산업 비중이 줄고 3차 서비스산업이 늘어나는 탈산업화는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경제의 서비스화' '경제의 소프트화' '산업공동화'라고도 불렸다. 벨(D Bell)은 80년대

    2002.05.19 17:05
  • [한경 '기술평가원 보고서' 단독입수] '中 산업기술정책 어떤가'

    한국의 산업기술 수준은 전체적으로 보면 중국에 비해 평균 10∼30%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기술격차로 환산하면 4.5년 정도 우월하다. 하지만 중국은 비철금속 광응용기기 세라믹재료 등의 분야에서 한국에 근접한 기술수준을 갖춘 것으로 분석됐다. 항공우주 분야에서는 오히려 한국을 크게 앞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이 중국보다 20% 이상 기술수준이 앞선 산업은 반도체 컴퓨터.주변기기 소프트웨어 영상.게임 광네트워크통신 이동통신단말기 등으로 정보기술(IT) 분야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IT 분야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육성계획에서 알수 있듯 이들 분야에서도 기술 추격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한국이 지금까지 걸어온 기술궤적과 속도를 뛰어 넘어 급성장할 가능성도 높다. ◆ 주목해야 할 기술흡수 전략 =중국은 이런 추격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한국산업기술평가원도 지적하고 있듯이 가장 두려운 것은 중국의 강력한 '기술흡수 전략'이다. 외국 기업의 기술이전을 전제로 투자를 받아들이는 중국 정부의 정책을 보면 그들의 속셈이 한눈에 들여다 보인다. 한국이 앞서 있다는 IT분야만 봐도 그렇다. 미국과 유럽이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는 기술표준 게임에서 중국은 자국 시장을 지렛대 삼아 최대한 기술을 흡수하고 있다. ◆ 해외 기술자 유치에도 적극적 =외국의 우수 기술자에 대한 적극적인 유치활동과 대대적인 해외기술 연수전략도 눈여겨 봐야 한다. 중국은 매년 10만여명에 이르는 외국인 기술자를 자국으로 데려와 기술을 전수받고 있다. 동시에 자국 기술자를 매년 2만3천명씩 외국에

    2002.05.16 18:06
  • [한경 '기술평가원 보고서' 단독입수] '업종별 기술개발 방향'

    산업기술평가원의 조사 결과는 정부의 기술정책에 대해 크게 세가지 과제를 던진다. 우선 신산업 및 신기술 분야에 대해 보다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범부처적으로 추진하라는 것이다. 또 'one-size-fit-all'식의 일괄적인 기술정책에서 벗어나 산업별로 차별화된 기술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산업별 특성을 분석한 뒤 중.장기 및 단기 기술개발 프로그램을 짜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이 앞서나가는 분야에 대해선 경쟁촉진 환경...

    2002.05.16 18:05
  • 新기술 중국에도 추월위기 .. 기술평가원 보고서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중인 정보기술(IT) 생명기술(BT) 등 5대 신기술(5T) 분야의 평균 기술수준이 선진국의 66%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세라믹재료 환경설비 생명공학 등 첨단 신기술 분야는 핵심 기초기술과 연구인력 부족 탓에 선진국들과의 격차가 오히려 벌어진 것으로 평가됐다. 또 항공우주기술(ST) 등 일부 첨단 기술 분야에선 중국에 비해서도 4∼5년 이상 뒤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16일 한국경제신문이 단독 입수한 ...

    2002.05.16 17:49
  • [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美-EU, 新경제 신경전

    대표적 오프라인 산업인 철강에서 밀리던 미국이 세이프가드 조치를 통해 공세적으로 나온 것은 불과 얼마전의 일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온라인 신경제 분야에서 밀리던 EU(유럽연합)가 미국을 공격하고 나섬으로써 마치 '온앤오프(On & Off)' 신경전이 벌어지는 듯한 양상이 전개되고 있어 주목된다. EU가 전자상거래 과세를 사실상 확정한 것이라든지,EU차원에서 MS(마이크로소프트)사에 대해 뭔가 강경조치를 취하려는 조짐을 보이는 것 등이 바로 그런 사례들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EU 15개국 재무장관들은 내년 7월부터 역외기업들이 역내 소비자들에게 전송하는 각종 디지털 콘텐츠(게임 음악 소프트웨어 등)판매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부과한다는 데 합의했다는 소식이다. EU의 이런 조치는 그동안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논의돼 왔던 '소비지 과세원칙'을 상기해 보면 사실 별다른 것도 아니다. 아마도 EU로서는 디지털 콘텐츠 분야에서 빚어지고 있는 심각한 무역역조라든지 조세적 측면에서의 원칙과 수입을 고려했음직하다. 하지만 디지털 콘텐츠 생산과 수출에서 절대적 우위를 보이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가급적 시간을 끌고 싶은데 EU가 이렇게 미리 나서고 있으니 심기가 편할리 없다. 미국 정부가 EU 조치의 적용에 대해 WTO에 제소하겠다고 들먹이면서 강한 경고를 보내고 있고,또 미국 기업들이 무역장벽이라면서 일제히 비난하고 나선 것은 모두 이를 반영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관심을 끄는 것은 MS사를 향한 EU의 공격 움직임이다. MS와 미 법무부간의 합의안(반독점법 위반 시정안)을 거부하며 소송을 고집하는 9개 주(州)정부들로 인해 신경이 곤두서 있는 MS로서는 설상가상(雪上加霜)

    2002.05.12 17:22
  • [전문위원코너] "아예 임명하고 말지"

    "반은 포기하고 시작하는 도전." 언제부턴가 정부출연연구소 원장자리에 대한 도전을 연구원들은 이렇게 표현한다. 정부에서 특정 공무원을 점찍으면 내부에서 아무리 잘해도 표결에서 동수(同數)밖에 못되는 원장선임제도를 빗댄 것이다. 원장인사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이사 수는 12명.해당 출연연구소가 소속된 이사회 이사장(국무총리 임명) 1명과 국무조정실장을 비롯한 관련부처 차관급 5명,그리고 민간인 이사 6명 등이다. 이런 구도에서 내부승진이 과연 가능할까. 여기서 '이사장'은 정부몫으로 여긴다고 하니 일단 고려하지 말기로 하자.그러면 정부가 밀기로 한 공무원이 가만히 있는다 치더라도 민간이사 6명 전원의 지지에다 정부차관들 중 적어도 1명의 반란을 끌어내야만 한다. 그러나 정부에서도 그냥 있을 리 없겠지만,민간이사 6명 전원의 지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정설.여기에다 정부 차관들의 반란은 더더욱 기대난망이다. '혹시라도'라는 실낱 같은 희망마저도 없애는 장치가 있다. 기막힌 '단기등재 이사제도'가 바로 그것이다. 원장 선임기간인 2∼3주 동안 기존 정부측 이사들 중의 한명을 해당 출연연구소에 연고권이 많은 부처의 차관으로 임시 교체하는 것.얼핏 생각하면 합리적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소위 '반란의 부메랑'을 경고하는 강한 의미도 있고 보면 애초부터 정부측 반란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오는 10일을 전후로 이 정권에서는 마지막이 될,다수의 정부출연연구소 원장선출이 예정돼 있다. 여기에는 연구개발을 전담하는 이공계 출연연구소도 있고,용감하게도 '15년만의 내부승진'에 도전하는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등 정책전문 출

    2002.05.06 17:31
  • [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IMD해석의 4대함정

    매년 이맘 때면 스위스 IMD(국제경영개발원)의 주요국에 대한 경쟁력평가 보고서가 화젯거리로 등장한다. 이번에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전체적으로 지난해보다 1단계 올라간 27위로 나타났지만 부문별로는 많이 오른 곳도 있는 만큼 관계부처는 홍보에 열심이다. 기획예산처는 '정부행정의 효율성'에서 작년보다 6단계나 올랐다며 자랑하기에 바빴고 과학기술부는 더 흥분했다. '과학인프라'평가가 작년에 비해 무려 11단계나 상승한 10위로 나타났다며 한국의 과학경쟁력이 세계 '톱 10'에 랭크됐다고 힘을 주고 있다. 도대체 흥분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설명의 편의상 과학경쟁력 평가를 보자.결과에 대한 반응부터가 재미있다. 현장에서는 단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다. 마치 통계적 물가지수와 체감적 물가지수간의 괴리같다는 표정이다. 작금의 과학기술 위기론과는 너무 차이가 있는데다,다른 것도 아닌 과학인프라가 하루아침에 11 단계나 뛰었다니 이런 반응도 무리가 아니다. 정부도 그렇다. 자랑한 것까진 좋았는데 시간이 지나자 말못할 고민에 빠졌다. 엊그제만 해도 10대 과학선진국 진입이 목표였는데 이게 달성됐으니 계획과 정책을 깡그리 수정해야 할 판이다. 현실은 그렇지 않은 데도 말이다. IMD 평가는 정말이지 '평가의 한계'를 알지 못하면 '해석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과학인프라 평가만 봐도 적어도 4가지 함정이 있다. 무엇보다 IMD의 평가는 대개 '과거에 대한 그림'이다. '2002년 경쟁력 평가'라고 하지만 통계치가 2000년 기준이거나 심하면 97년 혹은 99년 기준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다음으로 스톡(stock)과 플로(flow)의 차이다. 스톡의 성질이 있는 과학인프라에는 누적적(累

    2002.05.05 17:07
  • [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산업관련 부처들의 침묵

    하이닉스 매각방안(마이크론과의 조건부 MOU)에 대한 채권단의 결정과 이사회 통과여부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매각을 둘러싼 찬반논쟁이 뜨겁다. 특히 헐값시비까지 일어나고 있어 앞으로의 상황전개에 따라서는 이 논쟁이 더욱 가열될 조짐도 보인다. 혹자는 이런 논쟁을 두고 '금융논리'와 '산업논리'간의 대립이라고 한다. 불확실성 제거와 국가신용도를 말하며 매각을 주장하는 쪽은 '금융논리'라는 것이고,반도체산업의 미래와 연관산업 측면을 주장하며 대안도 생각해야 한다는 쪽은 '산업논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제대로 된 금융논리와 산업논리가 작동하는지 의문이다. 우선 금융논리라고 하지만 채권단의 자율적 금융논리라고 보는 이는 없다. 채권단에 대한 정부의 지분이나 영향력은 금융논리가 곧 재경부와 금융감독원의 논리임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산업논리는 어떨까. 하이닉스,장비ㆍ재료 등 협력업체,과학기술자,시민단체,그리고 노조의 경우는 독자생존론이라는 산업논리가 물론 있다. 하지만 정작 정부의 산업논리는 어디에도 없다. 한때 산자부장관이 여러가지 대안을 생각할 수 있다고 한마디 한 것이 고작이었을 뿐 MOU의 내용이 밝혀진 지금은 아무런 말이 없다. 현재의 이런 모습은 어떻게 보면 거꾸로 됐어야 하는 건지도 모른다. 단기적이면서 위험을 기피할 수밖에 없는 민간의 냉정한 금융논리가 있고,여기서 혹시라도 국가 산업적으로 미처 생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면 정부의 산업논리가 더해져 해결책을 찾아가는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어쨌든 지금의 모양새는 불행히도 그렇지가 못하다. 하지만 이를 십분 감안하더라도 산자부 정통

    2002.04.28 17:12
  • [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한국판 '디아스포라'

    전세계 교포 벤처인들의 연계망인 한국판 벤처비즈니스 '디아스포라'가 출현할 수 있을까. 벤처기업협회와 한국경제신문사가 재작년 출범시킨 INKE(한민족글로벌벤처네트워크)가 최근 베이징에서 이사회를 열고 미국 워싱턴을 비롯한 호주?뉴질랜드,인도,베이징,홍콩,말레이시아 등 6개 해외지부 설립을 승인했다. 이로써 INKE 해외지부는 뉴욕,독일,영국,중국 옌지 등과 함께 10개로 늘어났다. 여기에다 올 연말까지 10개 지부를 더 설립하고 향후 3년내에 해외지부를 50개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니 뭔가 가능성이 엿보이는 것 같다.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유태인에 비유,모국을 떠나서 활동하고 있는 과학기술자를 의미하는 디아스포라.유네스코가 '디아스포라-두뇌유출에 대응하는 새로운 접근'이라는 보고서를 낸 적도 있듯이 이제는 '현지에 있는 두뇌 활용'의 상징어가 됐다. 물론 디아스포라가 어느날 갑자기 나온 것은 아니다. 인적자본이론의 변화과정과도 그 맥을 같이 한다. 단순히 두뇌의 유출측면만을 주목하는 데서 탈피,유출된 인력을 하나의 '자산개념'으로 접근하면서부터다. 이런 변화를 전제로 출발한 정책이라면 결국 두가지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이 해외두뇌의 복귀를 위한 유인책일 테고,또 다른 하나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현지에 진출해 있는 인력과의 연계망을 구축,이를 활용하려는 디아스포라적 접근인 것이다. 우리도 그렇지만 중국이 해외교포들중 과학기술자나 첨단기술 창업 희망자를 적극 유치하려는 것은 전자(前者)의 사례에 속할 것이고,실리콘밸리 등 선진국 해외 첨단기술거점이나 유망한 시장에서 곧잘 발견되는 유태인 일본인 중국인 그리고 인도인들의 연계망

    2002.04.21 19:05
  • [전문위원코너] 통합론과 守城論

    산자부 정통부 문광부 간의 IT(정보기술)관련 영역다툼이 지칠 때도 됐건만 왜 끊임없이 일어나는 걸까. 산자부와 정통부는 열거하기도 귀찮을 만큼 다투고 있고,정통부와 문광부의 영역싸움도 갈수록 치열하다. 비판이 거세지자 한때 영역을 정했다고 하더니만 지금의 형편을 보면 그렇지도 않다. 과거 산자부와 과기부가 다툴 때 나름대로 경계를 구분했지만 소용없었던 것과 비슷하다. 생명기술 나노기술 등에서 이들의 신경전은 지금도 여전하다. 이런 부처간 싸움에 대해서 동일사업의 중복,인력과 비용의 낭비 혹은 눈치를 살피는 업계의 비애 등을 지적하는 것도 지겨울 정도다. 그래서인지 "영역을 놓고 싸우는 부처는 무조건 합쳐버리라"는 주장이 자꾸 거세진다. 싸움의 당사자 모두가 이런 주장을 두렵게 생각하면 어느 정도 자제할 법도 한데,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산업과 기술의 융합추세 때문이기도 하겠지만,아무래도 싸움 자체에 대한 계산법이 서로 다른 탓도 있는 것 같다. 세상에는 싸움을 하려는 쪽과 피하려는 쪽간의 어쩔 수 없는 싸움도 많다. 가만히 보면 싸움에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부처일수록 통합을 선호하는 쪽이다. 싸움이 통합불가피론을 환기시켜 준다는 점에서 전혀 손해볼 것이 없다. 이에 반해 싸움을 피하려는 쪽은 독자생존론이다. 수성(守城) 차원에서 통합불가피론을 원치 않는다. 하지만 독자생존이 위협받을 정도의 공격이라면 참지 못한다. 산자부와 정통부,산자부와 과기부의 싸움은 이런 측면에서 쉽게 끝날 일이 아니다. 정통부와 문광부의 싸움은 좀 다르다. 서로 통합을 원치도 않지만,아무리 싸운들 밖에서 통합을 요구할 리도

    2002.04.15 17:21
  • [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포스트 9.11' 패러다임

    매년 이맘 때쯤이면 전세계 과학계의 눈길은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연례회의로 쏠린다. 무엇보다 미국 과학기술정책은 물론이고 세계적인 조류 변화를 예고하기 때문이다. 지난 11-12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제27차 AAAS 연례회의도 마찬가지다. 이번 회의에서는 부시행정부의 연구개발정책 우선순위는 보다 분명히 드러났다. 부시행정부의 정책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미사일과 바이오메디컬'이다. 다른 부문은 상대적으로 정체내지 하락하는데 비해 바이오와 국방연구예산의 증가가 눈부시다. AAAS가 분석한 내년도 미 행정부의 예산제안서를 보면 바이오 연구의 본산지인 국립보건연구원(NIH) 예산규모는 2백65억달러다. 다른 어떤 부문보다 가장 높은 전년대비 16%의 증가율이다. 이에 따라 비(非)국방부문 연구예산에서 바이오의 비중이 50%를 차지하게 됐다. 98년부터 향후 5년간 바이오예산을 배증한다는 계획의 달성이라는 의미가 있지만 바이오 테러리즘 대응요구도 큰 몫을 했다. 다음으로는 국방부문의 연구예산이다. 부시행정부는 내년도에도 9.9% 예산증액을 요구했다. 국방부문 연구예산 증가는 사실 예고돼 왔던 터다. 9.11 테러 여파로 금년도 정부 전체 연구개발 예산은 이미 1천억달러를 넘어서는 기록을 낳았다. 이중 50%가 넘는 국방연구예산의 지속적 증가에는 테러여파로 힘을 얻게 된 미사일 방어체제 연구예산 증액이 큰 기여를 했다. 이와 관련하여 국방과 바이오에 대한 예산의 불균형적 배분이 미국의 장기적인 경제성장에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도 물론 제기됐다. 하지만 적어도 부시행정부하에서 이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테러전쟁과 관련한 과학기술의

    2002.04.14 17:16
  • [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정보통신부 해체론'

    벤처기업과 관련한 비리에 이어 이번에는 2조7천억원에 달하는 정보화촉진기금이 비리 의혹에 휩싸일 조짐이 나타나면서 정보통신부가 긴장하고 있다. 기금에 대한 조사확대 문제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이로 인해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정통부 해체론'이 힘을 받지나 않을 지에 더 신경이 쓰인다고 한다. 정통부 해체론은 그 자체로 다시금 정권 말기가 도래했음을 실감나게 해준다. 언제부터인가 정권 말기에 이르면 거의 예외없이 정부의 조직개편이 단골메뉴로 등장하기 시작한다. 통합대상으로 거론됐던 부처들에는 '원하는 구도'관철이 최우선 '정책 아젠다'가 된다. 그러니 정통부가 이런 우려를 갖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산업자원부와의 통합,그리고 경쟁정책을 담당하는 통신위원회의 독립을 말하는 정통부 해체론.통신위원회의 독립은 그렇다 치더라도 정통부로서는 생각하기도 싫을 것이다. 그런데도 해체론이 등장한다면 그 반대쪽 힘이 어디엔가 분명히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유달리 IT영역을 둘러싼 부처간 다툼이 심하다. 비판이 거세지자 한 때는 서로 모여 경계를 정했다고 하더니만 지금의 형편을 보면 아무 소용도 없다. 지칠 때도 됐건만 이토록 싸움이 끈질긴 것을 보면 뭔가 다른 본질적인 이유가 있음에 틀림없다. 그렇다. 서로 다른 생존논리에서 출발하는 힘의 충돌이 있다. 산자부로서는 기존의 벽을 뛰어넘어야 생존이 가능하다고 본다. '산업의 IT화'는 물론이고 'IT의 산업화'에서도 지분을 늘려 정책영역의 한계를,연구개발과 혁신을 도모할 자금규모를 늘려 정책수단의 한계를 각각 깨려한다. 여기서는 통합론이 곧 생존의 길인 것이다. 반면 정통부는 독자

    2002.04.07 17:03
  • [전문위원코너] 도대체 누구 말이 맞나

    지난 3월 20일. 과기부는 작년도 우리나라 과학기술 논문 발표수가 '세계 14위'로 상승했다는 것을 포함,국가별 순위를 발표했다. 미국 과학정보분석회사(ISI)가 제공한 과학논문색인(SCI)을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함께 분석한 결과,국가별 순위는 미국 일본 영국 등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서 4월 1일. 과기부는 서울대가 과학 논문 발표수 '세계 40위'를 했다면서 국내 대학별 분석결과도 내놓았다. 총 논문수로는 서울대 KAIST 연대 고대 포항공대 성균관대 순이었다. 일부 언론들은 이 결과를 비중있게 보도했다. 4월 5일 교육부도 보도자료를 냈다. ISI의 동일한 SCI자료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였다. 교육부는 우선 포항공대와 공동으로 분석했다는 것이 과기부와 달랐다. 이것만 다르면 그래도 괜찮으련만 차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수치가 서로 다른 것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귀찮을 정도이니 제쳐두자. 과기부의 분석결과와는 국가별 순위부터가 다르다. 교육부 자료에서는 미국 영국 일본 순이다. 국내대학들의 순위도 어찌 된 영문인지 서로 다르다. 교육부의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 KAIST 연대 성균관대 포항공대 고대 순이다. 또 교육부는 우리나라 논문증가율이 '세계 1위'를 기록했다고 했다. 스스로의 자료를 봐도 이란이 1위로 나타나건만 이런 국가쯤은 무시해도 상관없는 모양이다. 어쨌든 이것도 주요 국가중에서 증가율 1위라는 과기부의 분석과는 차이가 있다. 교육부의 이 자료는 언론에 비중있게(?) 보도됐다. 도대체 누가 맞는 걸까. 교육부는 BK 21사업 등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고 했다. 특히 '국민의 정부'의 대학 연구비증액이 주효한 탓이라는 설명도 아

    2002.04.05 18:12
  • [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이공系 위기' 해소비용

    요즘 정부의 산업정책 정보통신정책 과학기술정책의 공통된 화두를 꼽으라면 '인력'이다. 특히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자 그 해소책을 둘러싸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 이런 와중에 기업들의 위기의식을 반영하듯 삼성경제연구소가 '이공계 인력공급의 위기와 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또 다시 불을 지피고 나섰다. 우리나라가 이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할까. 이런 관점에서 생각하면 대응책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던져볼 만한 질문이다. 우선 이공계를 기피하는 원인을 찾아 이를 해결해야 한다. 정부에서 제시하는 각종 대책들이 그렇듯이 결국은 이공계가 감수해야 하는 어려움에 대응하여 돌아올 보상이 핵심이다. 한마디로 우대책을 취하자는 것인데 이는 달리 표현하면 새로운 '렌트(rent)'를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 그냥 내버려 둘 경우 경제성장의 기반이 무너질 일이라면 사회적 명분은 충분한 셈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렌트면 될까. 이는 상대적이다. 각 부문이 정상적 이윤만 기대할 정도로 경쟁이 충분한 사회라면 약간의 렌트만으로도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반대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법대 의대 공무원 등에 우수한 인재들이 과도하게 몰리는 이유를 생각하면 우리가 지불해야 할 비용은 생각보다 훨씬 클 수 있다. 국내적인 차원에서만 상대적인 것이 아니다. 이공계 위기는 우리만이 아니라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외부적으로는 국가간 인력쟁탈전의 가장 큰 요인이다. 사실 소련 동유럽 등 구(舊)공산권 국가들의 체제붕괴와 더불어 발생한 심각한 과학두뇌 유출은 서방의 이런

    2002.03.31 17:14
  • [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중국의 통계조작說

    중국의 두얼굴을 고발한 '중국은 가짜다'라는 책이 한때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중국이 한국보다 더 자본주의적'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중국의 놀라운 변화와 잠재력 뒤에 숨어있는 태생적 문제점들을 예리하게 지적했다. 그리고 그런 문제점 중에는 국가에 의해 관리되고 조작되는 각종 경제통계 수치도 포함됐다. 최근 이코노미스트지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통계조작에 의한 뻥튀기일 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서 제시한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수치를 부풀린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얼마전 파이낸셜타임스(FT)도 중국정부가 90년대 후반 경제성장률을 실제보다 과대포장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중국의 통계당국이 최근 내부감사에서 6만건의 통계조작을 밝혀냈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중국정부도 이 문제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지난 97년 당시 쩌우자화(鄒家華)중국부총리는 엉터리 통계로 인한 피해를 지적하면서 엄중처벌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또 98년 당시 주룽지 중국부총리 역시 중국통계가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서 통계조작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일갈한 적이 있다. 그리고 재작년에는 아예 '엉터리 통계와의 전쟁'을 선포하기까지 했다. 사회주의 정치체제의 숙명일까. 하기야 이런 통계조작은 구소련이라든지 북한에서도 심심찮게 발생했고,그래서 이들의 통계가 대외적으로 공식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음을 생각하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동기와 정도의 차이일 뿐 통계조작이 비단 이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이나 일본 그리고 우리 역시도 이런 문제로 논란이 일어나곤

    2002.03.24 17:20
  • [전문위원코너] 정보통신 인프라의 함정

    세계 최대의 정보통신전시회라는 '세빗'의 기조연설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발머는 독일의 정보통신망 건설을 언급하면서 "독일은 한국 다음으로 최고"라고 했다. 비단 이것 만이 아니라,여기저기서 한국의 정보통신 인프라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미국의 한 시장조사기관은 한국정부 주도의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이 민간주도의 미국보다 성공적이었다고 치켜세웠다. 정부주도의 경쟁이 시장의 자율경쟁보다 나았다는 것이다. 이런 유사한 평가는 얼마전 영국의 정부관계자도 내린 바 있다. 칭찬을 듣는다는 것은 어쨌든 기분 좋은 일이다. 특히 정부로서도 듣기 좋은 표현일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이렇게만 분석하고 끝날 일은 아닌 것 같다. 산업정책적 측면에서 정부가 인프라의 독점적 소유와 이익을 보장하면 사업자는 누구든 투자 유인을 느낄 게 뻔하다. 이 경우 인프라를 빠른 기간내 확장하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자칫하면 어느 시점에 가서 인프라투자의 효율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반면 인프라망의 개방 등 경쟁정책적 측면이 강조되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신규 투자의 매력은 떨어지겠지만 이미 구축된 인프라의 효율성은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도 어느 시점에 가면 과소투자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인프라의 효율성을 생각하면 이렇게 타이밍과 정책변화가 중요하다. 단순히 인프라 자체 만을 놓고 정부주도의 경쟁이니,시장주도의 경쟁이니 단정해서 말할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인프라만 생각하다가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것도 유의할 점이다. 인프라 사업자의 영향력이 너무 커지면 자칫 콘텐츠를 비롯한 다른 관련 업체들이

    2002.03.20 17:39
  • [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HP-컴팩의 갈림길

    휴렛패커드(HP)와 컴팩간 합병에 대한 주주들의 찬반투표가 임박했다. 창업자 가족과 회사 경영진간의 동조세력 지분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전세계의 이목은 이제 19일과 20일 이틀동안 이뤄질 투표에 쏠리고 있다. 합병을 주도하고 나선 쪽은 HP를 PC사업과 그 주변제품 및 서비스 분야에서 모두 세계 1위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하며 호소한다. 하지만 반대쪽은 HP의 수익성 높은 이미징 및 프린팅 사업을 수익성 낮은 PC사업과 바꿔먹는 일이라고 폄하한다. 반면 규제당국과 경쟁기업의 움직임은 너무나 대조적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등 규제당국은 별 논란 없이 신속한(?) 합병승인을 해줬다. 이와 함께 경쟁기업들도 너무나 조용하다. 이런 움직임은 일단 양사간 합병 가능성을 높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합병을 둘러싼 '외부적 불확실성'을 상당부분 해소시켰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작 주주들이 이를 어떻게 인식하고 평가할지 모른다는 점이다. 지난 1월말 EU집행위원회는 합병이 돼도 IBM 델컴퓨터 후지쯔-지멘스 등과의 치열한 경쟁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서버 및 프린터 시장에서 경쟁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또 지난 6일 FTC도 양사간 합병이 PC 서버 반도체 등 관련시장에서 경쟁을 해친다고 볼 만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것은 규제당국 입장에서는 당연한 합병승인의 근거였을 것이다. 하지만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달리 받아들일 수 있다. 합병기업이 시장에서 '위압적인 거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주들은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경쟁기업들이 조용하다는 것도 그렇다. 한때 지멘스

    2002.03.17 17:18
  • [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유럽의 역설' 처방전

    요즘 유럽에서는 이른바 '유럽의 역설(European Paradox)'이 화제다. 높은 수준의 과학지식과 연구기반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산업혁신 측면에서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는 현상을 빗댄 말로 널리 알려진 이 용어가 왜 다시 등장한 걸까. 지난 2월 유럽연합(EU)의 버스퀸(Busquin)연구집행위원은 한 국제포럼에서 '어떤 역설이 있다면 그 역설은 지금 반전되고 있다'는 표현으로 새로운 주장을 폈다. 유럽이 이제 혁신은 그런대로 잘하기 시작한 것 같은데 정작 지식생산(연구개발) 측면을 보니 미국 등 경쟁국에 비해 투자가 훨씬 적다는 이른바 '역설의 반전'이다. GDP 대비 연구개발투자에서 EU와 미국은 1.9% 대 2.6%.민간산업계만 따질 때도 1.1% 대 1.8%.게다가 증가율마저 미국에 뒤처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대로 가면 EU의 혁신시스템은 막대한 지식생산에 기초한 미국과 달리 곧 연료 부족에 봉착할 위험이 높다는 것이 버스퀸 위원의 경고다. 며칠 뒤 '유럽의 역설'은 블레어 영국 총리와 콕 네덜란드 총리가 공동으로 스페인 총리에 보낸 서한에서 다시 제기됐다. 이번 주(3월 15~16일) 바르셀로나 EU 정상회의 안건과 관련된 이 편지에 '유럽의 역설,그 처방전'이 첨부됐던 것이다. 유럽단일 연구ㆍ혁신지대망(ERIA)창설,민간 R&D투자 촉진,지식재산권 활용 제고,유럽연합 R&D 프로그램 개혁,산·학·연 네트워크 강화 등이 들어있다. 이와 함께 서비스산업의 혁신과 무형자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여기서는 '유럽의 역설'이 아직까지도 심각한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버스퀸 위원의 '역설의 반전'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둘 모두 균형잡힌 지식기반경제를 지향한다는 점은 물론 같지만. '

    2002.03.10 17:22
  • [전문위원코너] MS의 '벼랑끝 전술'

    "순수한 윈도버전 만을 출시하라" "그럴바에는 아예 윈도제품을 시장에서 철수하고,새로운 개발도 중단하겠다" 미국 법무부 및 9개 주정부와 달리 마이크로소프트(MS)사와의 화해를 거부한 캘리포니아주 등 다른 9개 주정부의 요구에 MS는 이렇게 반발했다. MS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발머의 이런 극단적 발언이 공개되자 향후 소송추이에 대해 언론이나 관련업계의 관심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MS가 왜 이렇게까지 나올까. 화해를 거부하는 주정부는 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비롯해 핵심적인 미들웨어성 프로그램을 '번들링'하지 않은 순수한 윈도버전을 요구했다. MS의 윈도 위에서 어느 회사의 미들웨어이든 공정한 경쟁이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미들웨어 경쟁업체들로서는 당연히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MS의 생각은 그게 아니다. 단순한 미들웨어 시장에서의 경쟁차원이 아니라 근원적으로 윈도 그 자체에 대한 위협과 공격으로 본다. 미들웨어가 뭐길래 그럴까. 미들웨어는 그 자체로 응용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이 때문에 MS는 다른 회사의 특정 미들웨어가 우위를 차지하면 그러한 용도에 관한 한 윈도의 지위는 흔들린다고 생각한다. 윈도는 물론 다른 운용체제에서 기능하는 미들웨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러한 점에서 보면 소송의 단초가 됐던 웹브라우저 전쟁부터 MS는 다르게 인식할 수 있다. 윈도의 독점을 이용,인터넷 익스플로러를 확장할 목적으로 넷스케이프사의 내비게이터를 몰아낸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내비게이터는 윈도 자체를 위협하는 미들웨어였고 그래서 제거가 불가피했다고 보는 것이다. 순수한 윈도버전 요구에 대한 MS의 자해성 협박은 윈도에 대한 MS의 집착이

    2002.03.07 17:14
  • [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경제스파이법의 함정

    '코리아 바이오 밸리'.이는 미국 현지에서 한국 바이오기업들의 공동연구 수행,마케팅 등을 지원할 거점의 명칭이다. 샌디에이고에 위치할 예정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처음 제안했고 아직은 계획단계에 있다. 최근 배포된 미국 방첩국 보고서는 이 계획에 대한 평가를 내놓았다. "한국이 미국의 바이오 하이테크 기술을 노린다" "뒤에는 한국정부가 있다" "한국정부가 실리콘밸리에 세웠던 정보기술 거점과 유사해 보인다"….한마디로 산업스파이 가능성을 경고한 것이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 의회보고용 연례 방첩보고서에서 미국의 기술을 노리는 것으로 의심되는 국가들을 구체적으로 거명한 바 있다. 대만 일본 한국 중국 인도 이스라엘 프랑스 등이다. 외국인 투자는 환영하면서도 기술 유출을 막는다는 것은 미국의 기본원칙이다. 기술혁신의 과실은 어떻게든 미국 내에 최대한 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부정한 기술 유출은 그 자체로 법적 제재가 가능한 데도 외국정부에 겁을 주는 '경제스파이법'까지 만든 속내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경제스파이법의 첫 적용대상은 재작년 대만 기업인이었다. 작년에는 일본의 정부연구소 관계자들이 그 대상이 됐다. 그렇다면 다음 차례는 어디일까. 미국이 내린 산업스파이 개념상 외국정부나 이의 지원을 업은 외국기업의 활동은 일단 요주의 대상이다. 정부의 산업정책적 개입 정도라든지 정부와 기업간 유대관계가 강하다고 여겨지는 국가는 무조건 오해받기 십상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대만 일본이 차례로 걸려든 것이 우연이라고만 보기 어렵다. 이번 바이오 밸리건의 경우 미국의 시각이 황당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정부도 아니고

    2002.03.03 18:37
  • [전문위원코너] 과기부의 성과계산법

    '국민의 정부 출범 4년간 과학기술 주요 성과'.그래도 정치중립적(?)인 과학기술부가 내놓은 보도자료 제목이다. 왜 지금 이것을 발표했는지는 차치하자.내용을 보면 참으로 화려한 성과다. 이 나라 과학기술은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야 반석위에 올려진 것 같다. 과기부가 수치적으로 강조한 것은 정부의 직접적 의지가 반영된 예산이다. 현 정부가 출범한 1998년 2조7천억원 정도였던 R&D 예산이 금년에 5조원 가깝게 거의 2배 가량(정확하게는 85.2%) 증가했다는 것이다. 대단한 일이다. 과기부가 의도했건 안했건,이런 예산 수치만으로도 현 정부가 역대 어느 정권보다 과학기술에 애착을 가졌다고 판단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그런데 기억을 조금만 더 과거로 돌려보자.문민정부가 출범한 1993년 연구개발 예산은 1조원이 조금 넘었고,정권 마지막 해인 97년에는 2조8천억원에 이르렀다. 3배 가까운 증가다. 더구나 정권내내 매년 20%가 넘는 증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좀더 거슬러 올라가 노태우 정권 때는 정확히 2배가 넘는 예산증가였다. 시간이 갈수록 증액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도 예산측면에서 국민의 정부가 상대적으로 부각돼야 할 이유는 별로 없어 보인다. 수치 말고 나머지는 온전한 자랑일까. 정책의 일관성을 언급했는데 전혀 다른 평가도 가능하다. 정권이 바뀌자 '과학기술혁신을 위한 특별법'은 기본법으로 대체됐으며,'과학기술혁신 5개년 계획'은 사라지고 과학기술기본계획이 튀어나오지 않았던가. 정부출연연구소의 경영혁신도 그렇다. 이 점에 관한 한 '역대 최악의 정권'이라는 평가도 있다는 것을 알고나 있는지.옥상옥 구조를 제쳐두고 경영혁신을 말할 수 있을까.

    2002.02.25 17:24
  • [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표준의 정치경제학

    IMT-2000(차세대 영상이동통신)의 동기·비동기 서비스 방식을 놓고 한바탕 해프닝이 있었다. 양승택 정보통신부장관이 국회에서 서비스 표준에 선을 긋지 않겠다는 요지의 발언을 하고 이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지난 한주동안 정통부는 이를 수습하느라고 바빴다. 양 장관이나 정통부는 사전에 이런 반응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을까. 양 장관이 동기식에 애착을 가졌다는 혐의(?)는 접어두고 어찌됐건 IMT-2000 관련 기존정책의 잘잘못을 일단 유보해 보자.이런 순수한 조건에서 양 장관의 발언을 음미해 보면 주목할 만한 대목이 하나 있다. "기업이 알아서 할 일이다." 지금까지의 정부논리로 보면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발언이지만 그 자체로는 신선하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모든 문제의 발단은 시장환경이 갈수록 복잡하게 변하는데도 모든 것을 '정부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데서 시작됐다. 지금와서 보면 이번 일도 당초 표준의 구도를 정부가 결정하려는 데서부터 일이 꼬인 측면이 분명히 있다. 그러지 않았던들 정부가 이렇게 운신하기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다. 표준은 정치경제학적인 복잡한 게임이다. 정부가 밀면 유리하겠지만 시장이 외면하면 무용지물이다. 정부가 안 밀어도 시장이 수용하면 또 그만이다. 그렇다고 기술적으로 가장 뛰어난 것이 시장에서 표준이 된다는 법도 없다. 정작 중요한 것은 표준자체가 아니라 이익창출이라면 계산은 더욱 복잡해진다. 성공과 실패,협력과 배신,양다리 걸치기는 늘 있게 마련이다. 우리가 개방경제를 지향한다면 표준결정의 환경이 달라진 것이다. 또 이제 표준은 그 자체를 뛰어넘는 기업의 고도의 전략적 카드다. 또 언제든 잘못 판단할 수 있

    2002.02.24 17:28
  • [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세계는 지금 교육전쟁중

    지난 1월16일 일본 경제산업성 특별회의실.장ㆍ차관과 주요기업 사장들이 집결했다. 이른바 '산업경쟁력 전략회의' 2차 모임으로 이날 발표와 토론 내용은 모두 '대학개혁' 일색이었다. "규제를 혁파하고 국립대 독립법인화를 조속히 시행하라" "순혈주의적 폐쇄성을 깨야 한다" "외국 유학생마저 활용 못하나" "산학제휴는 경제회생의 전제조건이지만 대학이 산업계에 도움이 안된다" 등등. 몇몇 분야에서 세계 최고라는 도쿄대나 교토대가 있는 일본이 지금 대학개혁 열풍에 휩싸였다. 국립대는 통합바람이 거세고 독립법인화 준비가 급진전되고 있다. 엄격한 평가에 의한 첨단기술 학과의 육성도 강조된다. 금융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이 엉뚱하게 대학개혁이라니.지난 10여년에 걸친 장기침체는 대학의 위기와 중·고교의 하향평준화로 인한 학력저하가 한몫 했다고 여기는 듯했다. 전략회의에서의 경제산업성장관의 말은 차라리 처절하기까지 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지난 10년간 산업기술전략조차 없었군요" 지금 국내에선 재경부장관이 고교평준화를 문제삼고 기여입학제를 주장하지만 교육부장관은 이를 반박한다. 또 대학은 이제야 위기를 느끼는 모양이다. 고교 대학 대학원 모두 이공계 기피에 휩싸여도 뾰족한 대책이 안나온다. 같은 시간 중국은 어떨까. 베이징대 칭화대 등은 미국 명문대 교재를 그대로 사용하겠다고 나섰다. 아예 영어로 강의하겠다고도 한다. 대학의 국제화 바람이 거세다. 멀리 가보자.기업마인드를 가진 미국대학에는 자구책 바람이 거세다. '탈(脫)하버드' 열풍으로 전문화ㆍ차별화 경쟁이 치열하다. 하버드대마저 래리 서머스(클린턴 행정부의 재무장

    2002.02.17 17:21
  • [전문위원코너] '3化'정책 그리고 MOU

    "중국은 3화(化)에 주목하고 있으며 이것이 우리 정책의 핵심기조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다름아닌 '상품화 산업화 국제화'를 칭한 것이다. 3화는 어느 특정기관의 조어나 전용용어가 아니다. 중국의 대외적 경제ㆍ기술 협력활동 강화로 무역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는 물론,회원수 4백30만명의 중국과학기술협회(CAST),그리고 중국정부의 첨단기술 발전계획의 산실인 火炬(횃불)고기술산업개발센터 등은 공통적으로 이 용어를 사용했다. 북한 역시도 이와 유사한 용어를 곧잘 사용하고 있음을 고려하면,처음엔 무슨 국가적 구호쯤으로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하고는 전혀 다른,분명히 시장경제에서의 상품화 산업화 국제화를 뜻했다. 전통적으로 사회주의권에서 우대받았던 과학기술자와 기초과학.구소련에서 보듯 체제전환 와중에서는 대개 미처 적응할 겨를도 없이 허무하게 무너지거나 전세계로 흩어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전환'이 아니라 무슨 '진화'인 것 같이 자연스럽게 새로운 혁신모델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 첨단기술 상품화,상품기술 산업화,그리고 국제시장 진출을 축으로 짜여진 정책연구 연구개발 창업보육 벤처캐피털 테크노파크 국제협력 등은 우리의 산자부 과기부 중기청 등의 그것과 하등의 '정책적 시차'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해외기관과의 양해각서(MOU)에 대한 입장도 분명했다. 선전적(?)차원의 MOU는 더 이상 필요없다는 것이다. 그 동안 아무런 후속 조치도 없이 우리가 남발한 각종 MOU가 이제는 정작 이를 필요로 하는 기관에 '진입장벽'이 되고 있었다. 지난 1일 베이징에서 체결된 한국산업기술재단과 중국과학

    2002.02.04 17:30
  • 韓中 민간 과학교류 협약 체결

    우리나라와 중국간에 민간부문 과학기술 교류가 활성화될 전망이다. 한국산업기술재단은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과학기술협회(CAST)와 공동 업무 개발 및 상호 협력체제를 뼈대로 하는 업무제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3일 밝혔다. 수샨얀(徐善衍) 중국 과기협 부주석, 조환익 한국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 남인석 산업자원부 산업기술정책과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번 조인식에서 양측은 △인적.물적 자원 교류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기술경영 컨설팅 ...

    2002.02.03 17:29
  • [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위험한 '규칙의 게임'

    '게임의 규칙(Rules of the Game)'이라는 말이 있다. 룰을 분명하게 정해서 경쟁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룰이 불분명한채 '규칙의 게임(Game of the rules)'이 난무하면 어떻게 될까. 가령 100? 달리기를 한다고 하자.일단 규칙이 분명히 정해진 후에는 달리기만 열심히 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달리는 도중 자꾸 규칙이 바뀌거나 바뀔 가능성이 높다면 어떻게 될까. 주자들은 잘 달리기보다 어떻게 하면 자신에게 유리한 규칙을 관철시킬까에 골몰할 수밖에 없다. 최근 이동통신 시장에서 벌어지는 경쟁의 양상이 꼭 이와 같다. 기업간이나 정부와 기업 사이의 공방을 보면 하나같이 규칙을 둘러싸고 싸우는 꼴이다. 비대칭규제 도입이나 합병조건을 놓고 업계에서 일어나는 다툼이 그렇고 상호접속 문제 및 망의 개방과 관련해 아예 정부와 특정기업이 벌이는 공방 역시 마찬가지다. 경쟁력의 본질보다 경쟁의 조건을 바꾸거나 지키는 데 안간힘을 쏟는 이유가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근원적으로 보면 정부가 신뢰성과 일관성을 잃어버리고 경쟁정책의 중심을 잡지 못한 탓일 것이다. 혹은 정부가 은연중 이미 특정집단에 포획돼(captured) 있거나 포획될 수 있다고 기업들이 판단하기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이동통신 시장에서만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규제에 강하게 집착한다든지 억지로 영향력을 유지하려고 하는 경우에도 그렇다. 얼마 전에 정부는 대기업에 대한 출자총액제한 예외대상 확대 등 규제완화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이 역시 따지고 보면 끊임없는 규칙의 공방끝에 나온 것에 다름아니다. 정부가 언제까지나 예외조항이라는 것으로 접근하려고 하는 한 이런 '규칙의 게임'은 앞으로도

    2002.02.03 17:17
  • [전문위원코너] 기발한(?) 리콜제

    기술인력 리콜제 도입.청와대에서 열린 ''R&D 전략회의''에 보고된 산업자원부 전문인력 대책의 하나다. "졸업생을 보증하며,문제가 있으면 리콜하겠다"고 홍보(?)하는 대학들이 있긴 하지만 정부가 이런 발상을 했다는 것이 놀랍다. 몇년 전 작고한 모 대기업 회장이 진담반 농담반으로 "제품은 반품이 되는데 왜 사람은 반품이 안되는가"라고 일갈한 적이 있다. 기업의 대학교육에 대한 불신의 수위를 말해 주는 대목이다. 산자부가 취업한 졸업생의 질에 문제가 생기면 대학이 무상으로 이들을 재교육하는 것을 리콜제로 정의,이를 도입하는 대학을 각종 사업에서 우대하겠다고 나선 모양이다. 오죽하면 이럴까 싶지만 말(?)이 되는 건지는 다른 문제다. 우리 기업들은 대학인력에 대한 재교육비가 엄청나다고 불평한다. 물론 여기에는 상당한 근거가 있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인력에 대한 기업의 불만족이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기업과 대학을 이어주는 또 다른 당사자가 있고 보면 특히 그렇다. 대학이 모든 투자를 부담해서 생산한 사람을 상품처럼 소비자(기업)에 파는 것은 분명 아니다. 선진기업의 교육 및 훈련투자에서 보듯 스스로 뽑은 인력을 자기의 요구조건에 맞도록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기업의 몫이다. 리콜제를 도입하면,기업은 마음먹기에 따라선 인적투자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다른 이유로 리콜을 요구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난무할 수 있다. 애당초 인력을 잘못 선발한 건 따질 필요조차 없다. 전혀 다른 측면에서는 기업이 실제로 리콜을 요구할지도 회의적이다. 게다가 교육시장이나 취업시장에서 한쪽 당사자인 학생이 일방적 리콜명령을 과연 따라

    2002.01.29 17:36
  • [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벤처논쟁 '궤도 이탈'

    이곳 저곳에서 터지는 벤처게이트로 인해 정부의 벤처정책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논쟁의 방향은 왠지 정상궤도를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 비리는 비리자체로 떼어내 엄격히 따질 일이지 이것을 가지고 아예 본질적인 부분까지 흔드는 것을 보면 특히 그렇다. 정부는 환경만 조성하고 모두 시장에 맡겨버리자는 주장은 맞는 것인가. 이미 정치ㆍ경제ㆍ사회적으로 얼룩진 벤처라는 용어대신 ''기술집약형'' 내지 ''신기술(창업)''등 중립적 용어로 대체해서 생각하면,현재 벤처관련 지원제도가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님을 알 수가 있다. 환경조성이라는 말이 어디까지를 의미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정부가 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이나 창업기업을 다방면에서 지원해야 하는지 근원적 물음부터 던져 볼 일이다. 시장에 맡기면 이들이 성장과정에서 원활히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정보ㆍ인력ㆍ경영상 어떠한 장애요인도 없으며,또 언제나 자유로운 시장진입이 보장될 만큼 시장실패가 없는가. 한시법인 벤처기업육성 특별조치법을 둘러싼 시비도 생각해 볼 점은 분명히 있다. 오죽이나 관련법들이 복잡하고,그래서 기업들이 여기저기 뛰어다녀야 할 수밖에 없었으면 이런 특별법이 나왔을까. 분명히 규제혁파의 목적도 동시에 있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벤처기업 확인?도 그렇다. 확인요건은 특별법상 세제나 자금 등의 수혜자격 규정에 불과한 것이다. 이런 규정에 해당하는 기업들을 총칭해 부를만한 마땅한 이름을 찾다가 편의상 ''벤처''라고 명명했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무슨 품질을 인증하듯 벤처를 인증한 것은 아니며,투자하면

    2002.01.27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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