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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 대지진이 일본에 던진 충격은 그 전과 후의 일본으로 나눌 정도였다고 한다. 지진 전부터 조락을 거듭해오던 일본 경제를 부흥 정도가 아니라 비약적 성장으로 돌려놓지 못하면 10년 후 일본은 더 이상 선진국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엄습했다는 것이다. 메이지유신 때, 또 패전 후 그랬던 것처럼 제도적 대전환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글로벌화도 그중 하나였다. 일본이 아베노믹스를 들고 나오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밀어붙인 데는 그런 절박감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중 한국 입장에서 주목할 만한 건 수출에 대한 일본의 재인식이다.'수출이 기업을 바꾼다'일본 중소기업정책심의회에 등장했던 ‘수출 후 노동생산성 추이’ 그래프는 수출에 대한 선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2000년부터 수출을 시작한 기업과 그 기간 일절 수출을 하지 않은 기업의 노동생산성 평균치가 출발 땐 별 차이가 없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는 내용이다. 수출을 시작하면 기업의 생산성 증가율이 평균 2% 정도 올라간다는 분석도 더해졌다.더 흥미로운 건 그 다음이다. 일본은 생산성이 높은데도 아직 글로벌화되지 않은 기업이 꽤 많다는 사실에 고무된다. 일본 경제산업성의 ‘기업활동조사’ 데이터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과 비(非)글로벌 기업 간 총요소생산성 분포는 그런 시사점을 던져주기에 충분했다. 글로벌 기업의 생산성이 평균적으로 더 높지만 비글로벌 기업 중 평균적 글로벌 기업보다 생산성이 더 높은 기업이 의외로 많더라는 것이다. 도도우 야스유키 일본 도쿄대 교수는 이들을 ‘와룡기업’이라고 불렀다. 중국 삼국시대 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기업가 정신을 구체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분석틀을 제시한다. 기업가 정신 결정 요인으로는 규제, 연구개발(R&D) 등의 변수를 고려하고, 기업가 정신이 경제 성장, 일자리 창출 등에서 어떻게 발현됐는지를 따진다. 주목할 건 OECD의 기업가 정신 정의가 창업, 소규모 기업, 자영업 등에 관련된 배타적 개념이 아니고, 대기업도 기업가적일 수 있음을 명확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불행히 한국에서는 기업가 정신도 이중 잣대다. 기존 기업보다는 창업, 대기업보다는 중소·벤처기업만이 기업가 정신인 것처럼 떠드는 게 그렇다. 대기업 규제는 당연한 게 돼 버렸다. 대기업이란 이유로 정부 R&D에서 배척당하고, 심지어 R&D 세제 혜택까지 축소당한다. 하지만 대기업이 한국 주력 산업에서 차지하는 현실적 역할을 잘 아는 산업통상자원부는 정치권이나 기획재정부의 이런 이중 잣대에 대응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했다.안에서 무너지는 한국 산업이래 놓고 한국 주력 산업이 줄줄이 중국 추격 때문에 위험하다고 한다. 그보다 백배 천배 더 위험한 건 R&D, 인력 등 주력 산업 인프라가 바로 한국 내부에서 무너져 내리는 것인데도 말이다. 반도체산업이 남았다지만 이대로 가면 한국 실책으로 말아먹었다고 자책할 날도 머지않았다.주형환 신임 산업부 장관이 기재부 차관으로 있을 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산업정책의 근간을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에서 ‘메이드 바이 코리아(Made by Korea)’로 전환하자는 주장을 내놨다. 대신 국내에서는 서비스업 등을 육성하자는 논리다. 만약 이것이 기업의 전략이라면 흠잡을 것도 없다.문제는 기업이
‘연속적이지 않은, 틀과 관행의 변경’ ‘외부 충격에 의해서가 아닌, 내부로부터 발생하는 새로운 변화’ ‘구(舊)결합에서 신(新)결합으로의 대체.’ 조지프 슘페터가 경제발전의 이론에서 말한 발전의 본질이란 바로 이런 것들이다. 그는 또 자본주의·사회주의·민주주의에서 ‘산업적 돌연변이’ ‘끊임없이 경제구조를 혁신하며 옛것을 파괴하는 것’ 등의 표현으로 ‘창조적 파괴’의 의미를 전한다.여기저기서 떠드는 구조개혁의 정체가 모호하다. 그러나 슘페터가 말하는 구조개혁은 분명하다. ‘불연속적’ ‘내생적’ ‘동태적’ 개혁이다. 그리고 그런 개혁이라야 새로운 경제발전으로 가는 길이요, 그게 곧 자본주의 경제라는 것이다.잠재성장률은 추락하고…한국은행이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2015~2018년 3.0~3.2%로 추정했다. 이대로 가면 2%대 추락도 시간문제다. 2001~2005년 2.0%포인트이던 기술진보 등 총요소생산성의 기여도도 2015~2018년엔 0.8%포인트로 뚝 떨어진다. 경제가 낡은 성장궤도에서 새로운 성장궤도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구조개혁의 절박성이 드러난다.하지만 정치권은 그렇다 치고 정부의 구조개혁 의지가 얼마나 되는지도 의심스럽다. “체력을 유지하면서 수술을 해야지 체력도 유지가 안 되는 상황에서 구조개혁을 어떻게 하나.” 곧 물러가는 최경환 경제팀이 등장했을 때 한 말이다. 이른바 단기 부양책과 구조개혁 조화론이다. 말이 좋아 조화론이지 경제가 어렵다 싶으면 늘 써먹는 수법이다. 간혹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구조개혁 발언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지만 그 역시 행동은 따로였
‘더 크게 상상하라.’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2016 세계 경제 대전망’에서 올해는 새로운 야망들이 몰려올 것이라며 쓴 표현이다. 세계 최대 항공기 스트래토런치(Stratolaunch), 세계 최대 배터리 공장 기가팩토리(Gigafactory) 등을 예로 들며 ‘테크 슈퍼 사이클’이 무르익을 것으로 내다봤다.주목할 것은 이 거대 기술 프로젝트가 기업가의 아이디어·지원에 힘입었거나 기업가가 직접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주 개발 경쟁만 해도 그렇다. 더 이상 정부 영역이 아님을 보여주는 게 실리콘밸리의 확장성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올해 주목받을 기술이라는 드론, 무선충전기, 무선이어폰, 가상현실 헤드셋, 3차원(3D)카메라, 음성인식 기기 등도 마찬가지다. 상상을 삶의 현장으로 끌고 들어오는 건 기업가들이다.너무 다른 창조경제첨단기업일수록 신경망 같은 조직구조를 실험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미래와 진화의 열쇠라는 이른바 ‘창발성(emergence)’에 걸맞은 분권적, 상향식 지능에 목말라한다. 경직된 계급조직 모델로는 혁신을 추구하기도, 갑작스런 변화가 닥쳤을 때 적응력을 발휘하기도 어렵다고 판단 내린 것이다. 이런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기획·목표 제시가 아니라 변화에 대한 빠른 감지, 창의적인 아이디어 창출을 격려하는 쪽으로 간다.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창조경제가 뭔지 꿰뚫고 있는 것 같다. 영국에서 일어난 산업혁명과 자유방임주의를 연관시키며 새로운 혁명에 맞게 정부가 확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는 말한다. ‘뷰로크라시(bureaucracy)’에서 ‘포스트뷰로크라시(post-bureaucracy)’로 가야 한다고. 탈(脫)관료제다. 규제
2007년 애플의 아이폰 출시는 당시 휴대폰산업의 세계적 지형을 일거에 바꿔놓은 일대 사건의 서막이었다. 애플의 사업재편은 새로운 글로벌 분업을 탄생시켰다. 기획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이 철저하게 애플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쪽으로 짜인 애플 주도 각본이었다. 미국은 맨 앞단의 기획, 디자인과 맨 뒷단의 마케팅을, 한국 일본 독일 등은 부품을, 중국은 조립을 맡는 식이다. 기존 분업 구도에 안주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은 기업에는 큰 충격파였다. 지금은 애플발(發) 사업재편이 미국 전체 기업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경기 침체 속 가속화하는 중국발 사업재편도 큰 변수다.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는 기존 동북아 분업 구도를 뒤흔들고 있다. 한·중·일 간 신산업 전략이 서로 빼닮은 데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넘어온 전통산업의 주도권이 속속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다. 마지막 남은 보루라는 소재·부품산업 분업 구도마저 슬금슬금 무너지는 중이다.세계는 사업재편 경쟁한국이 아직은 괜찮다는 반도체산업만 해도 그렇다. 중국은 미국 일본 등 반도체 관련 기업 인수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국이 국가 안보를 내세워 마이크론을 중국에 넘기지 않을 거라지만 그것도 장담하기 어렵다. 동태적 경쟁 환경에서는 국익도 시시각각 달라진다. 더구나 글로벌 분업을 주도하려는 미국으로서는 생산의 어느 한 과정을 타국이 독점화하는 걸 원할 리 없다. 언제든 대체 가능 상태가 최상이다. 과거 일본 주도 메모리 반도체에 한국이 뛰어든 것처럼 한국과 중국의 경쟁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중국 내 반도체 수요만으로도 반도체산업을 일으키는 데 충분하
글로벌 핀테크(금융+기술) 500대 기업 중 한국은 없다. 미국 374개, 영국 57개, 중국 10개 등이다. 미국, 영국은 그렇다 치고 한국보다 금융 환경이 열악했던 중국은 어찌된 영문인가. 기존 금융의 ‘레거시(legacy·유산) 부재’가 오히려 핀테크의 ‘퀀텀점프’를 가능케 한다는 분석이다. 핀테크 종합판이라는 인터넷전문은행도 그렇다. 1995년 미국에서 최초로 등장한 이후 영국을 비롯한 유럽, 일본 등에서 50여개의 인터넷전문은행이 활발히 영업 중이다. 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인프라를 가진 한국은 이제야 시작한다는 단계다.정치권은 ‘표’에만 관심 있고그러나 시작부터 산 넘어 산이다. 금융위원회는 카카오뱅크, K-뱅크, I-뱅크 등 3개 컨소시엄으로부터 예비인가 신청을 받고 12월 중 결정한다지만 그것으로 될 일이 아니다. ‘은산분리’ 완화를 골자로 하는 은행법 개정이 변수다. 지금은 현행 법 테두리 내에서 곡예를 타는 것이나 다름없다. 만약 법 개정이 제대로 안 되면 무슨 법적 문제가 불거질지 모를 상황이다.하지만 여야 모두 정작 인터넷전문은행을 왜 하는지 정확히 모르는 건 오십보백보다. 금융개혁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하겠다는 새누리당도 특별히 다를 게 없다. 물론 겉으로는 은산분리 예외 신설 등 금년 중 은행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한다. “전통 은행업을 개혁하자는 거다. 주도할 대주주가 필요하다.”(A의원) 이것만 보면 뭔가 할 듯하다. 하지만 그뿐이다.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비(非)금융주력자의 의결권 있는 주식 보유한도를 50%까지 허용하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배제한다는 게 고작이
“신문 등을 집어들 때마다 대학을 공격하는 기사와 맞닥뜨리지 않은 경우가 거의 없다. 가장 공통된 불만은 비싼 수업료, 눈덩이 같은 학생의 빚에 관한 것이다. 하지만 다른 불만도 많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커리큘럼, 학생이 제때 졸업하지 못하는 문제, 행정 등 교직원 급증, 교수진의 좌편향이나 부적절성, 부실한 교육 등 실로 다양하다.”어느 나라 얘기일까. 헌터 롤링스 미국대학협회(AAU) 회장이 한 말이다. AAU는 연구와 교육에 강한 시스템을 유지하는 선도 대학들의 조직으로 유명하다. 어느 나라건 대학에 대한 불만은 다 비슷한 모양이다. 단지 그런 불만이 실제 대학의 변화로 이어지느냐가 다를 뿐이다.변화의 시동은 걸렸지만…한국만 해도 그렇다. 대학에 대한 불만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진다. 특히 기업이 느끼는 불만은 하늘을 찌를 듯하다. 하지만 국내 유수 대학들이 실제로 바뀌고 있다는 얘기는 별로 없다. 그저 정부에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게 전부다.이런 가운데 서울대 공대가 변신을 시작했다. ‘공대백서’를 통해 스스로 반성문을 써내는가 하면, 중소기업을 위한 ‘컨설팅센터’를 설치하고, 기업 재직자를 위한 프로젝트 중심의 ‘공학전문대학원’을 설립하는 등 새로운 실험을 하느라 연일 바쁘다. 아예 공대 캠퍼스를 ‘산학협력 클러스터’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까지 나왔다.서울대 공대가 어떤 곳이던가. 한때 서울대 법대나 서울대 의대는 저리 가라고 할 정도로 전성기를 누렸다는 게 아득한 전설이 된 지 오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국의 의대란 의대가 다 채워지고 나서야 수험생이 눈을 돌릴까 말까 했으니 더 말할 것도 없다.
불륜조장 사이트라는 ‘애슐리 매디슨’이 연일 뉴스에 오르내린다. 다분히 선정적이다. 그러나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지난해 커버스토리(2014년 8월9일자)로 다뤘던 ‘섹스 비즈니스’는 시각이 다르다. 정보기술(IT)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을 어떻게 해방시킨 건지에 주목했다. 모바일 플랫폼 혁명이 공급자와 수요자를 직접 연결시키며 섹스업의 전통적 중개기능을 파괴시켰다는 것이다.잠재된 공급과 수요를 표출시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우버, 에어비앤비 등 파괴적 비즈니스 모델도 실은 섹스업 변화와 다를 게 없다. 그렇다면 지금의 섹스업도 요즘 유행하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라고 부를 수 있을까. ‘공유’라는 말이 ‘섹스’와 결합하는 순간 그 의미가 묘해진다.공유경제가 시장경제 대안?두 기업이 특허를 크로스-라이선싱한 것을 두고 ‘특허 공유’라고 할 때도 그렇다. 각자의 이익이 맞아떨어져 서로의 특허를 사용하자는 것뿐인데도 마치 공동 소유처럼 받아들여지는 까닭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대기업에 중소기업을 위해 특허를 내놓으라고 할 때 들먹인 사례도 도요타가 수소연료전지차 특허를, 테슬라가 전기차 특허를 각각 무상 공개했다는 것이었다. 인용할 걸 인용해야지 이들 기업은 소유권을 엄연히 가진 채 더 큰 이익을 위해 잠시 미끼로 특허를 무상 공개했을 뿐이다. 이걸 두고 ‘착한 기업’은 특허마저 공유한다는 식으로 몰고 가니 황당할 따름이다.공유경제의 ‘공유(sharing)’를 ‘공동 사용’쯤으로만 해석했어도 이런 혼란은 없었을지 모르겠다. 더 위험한 건 아예 ‘이념화’ 조짐까지 보
노벨경제학상 후보로 꼽히던 기술경제학자 폴 로머는 좀 실망했을지도 모르겠다. 고령인 그가 수상 기대감으로 건강에 애쓴다는 소문까지 돌았던 터다(노벨상은 산 사람만 받으니). 하지만 이왕 기다린 김에 헬스클럽 사용권을 내년까지 연장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앵거스 디턴은 “인류에게 최대 위협은 성장 둔화”라며 “저성장은 모든 것을 오염시킨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성장 둔화를 타파할 길이 혁신 말고 뭐가 있겠나. 혁신을 하면 새로운 성장이 가능하다는 ‘신성장론’을 주창한 로머에게 한 번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로머의 ‘혁신 신성장론’에 맞서 ‘혁신 종말론’을 외치는 사람도 물론 있다. 이는 로머 관점에서 보면 곧 ‘성장의 종말론’을 외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이를 한마디로 반박한 사람은 바로 경제사학자 마틴 와이츠만이다. “52개의 아이디어가 있다면 가능한 조합 수는 태양계의 원자 수보다 더 많다”며 혁신은 결코 고갈될 수 없다는 것이다.기술이 일자리 앗아간다고?문제는 혁신의 종말론을 반기며 억지로라도 그렇게 되도록 투쟁하고야 말겠다는 이들이다. 아예 ‘일자리 공포 마케팅’이라는 좌판을 깐 사람들도 있다. 기술발전에 따른 일자리의 암울한 미래를 예언하는 자들이다. ‘일자리의 절반이 곧 로봇 때문에 사라진다’ ‘제3의 실업파도’ 등 겁을 잔뜩 준다. 이게 맞다면 산업혁명 때부터 그렇게 됐어야 했다. 그때도 러다이트들의 기계 파괴 운동이 일지 않았나. 하지만 새로운 일자리는 창출됐다. ‘보상이론’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역사적 경험을 봐
기술 진보가 시장으로 확산되는 과정은 S커브를 따른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디딤돌 역할을 하는 게 바로 ‘얼리어답터(early adopter)’다. 하지만 한국에선 지금 얼리어답터의 기가 팍 죽었다. 시행 1년을 맞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하에서 이들은 ‘비합리적 소비자’일 뿐이다. 고가 단말기로, 고가 요금제를 들었던 번호이동 가입자라는 것이다. 더 이상 신제품, 신서비스 붐이 일어나지 않는 건 당연한 결과다.시장도 죽었다. 아무리 눈치가 없기로서니 경제가 어렵다는 마당에 지출을 줄이라고 강요하는 엇박자 법을 1년이나 끌어온 건 자해행위나 다름없다. 수요 창출이 막히면서 기업은 망하고, 일자리는 날아가고, 급기야 소비자까지 누굴 위한 법이냐고 항변하는 지경이다.‘체리피킹’으로 가득찬 홍보그러나 곧 죽어도 아니라는 쪽은 오직 한 곳. 바로 정부다. “그동안 통신시장은 이통3사 간 가입자 뺏기를 위한 경쟁이 과열돼 사회적 혼란을 일으켰으나, 법 시행 후 시장이 정상화되고 있다.” 경쟁은 곧 과열이요 혼란이며, 시장은 침체된 것이 아니라 정상화됐다는 게 정부 주장이다.규제 논리밖에 모르는 방송통신위원회는 그렇다고 치자. 창조경제를 말하는 미래창조과학부는 뭔가. 미래부의 단통법 1년 설명 자료는 ‘체리피킹(cherry picking)’ 아니면 ‘변명’ 일색이다. 번호이동이 급감했는데도 통신시장은 죽지 않았다고 강변한다. LG유플러스, 알뜰폰 등의 시장 점유율이 찔끔 상승한 걸 갖고는 시장구도의 고착화가 아니라고 우긴다. 지원금 감소로 소비자의 단말기 구입비용이 높아졌다는 주장엔 법 시행 전후의 지원금 수준을 비교하
자본주의의 필연적 붕괴를 말한 카를 마르크스가 세상을 떠난 1883년, 그해 조지프 슘페터와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차례로 태어났다. 애덤 스미스와 함께 ‘빅4’로 불리는 경제학자 중 3명이 같은 해 생(生)과 사(死)가 갈린 것이다. 자본주의 운명이란 관점에서 보면 의미심장하다. 그러나 1929년 시작된 대공황으로 부상한 케인스는 살아서 각광받았지만, 자본주의를 기업가에 의한 창조적 파괴로 파악한 슘페터는 케인스에 가려 그렇지 못했다. 케인스는 슘페터를 의식할 필요성을 못 느꼈던 것 같고, 슘페터는 그런 케인스의 일반이론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주목받지 못했던 게 아닌가 싶다.단기·장기, 수요·공급 이분법이들의 탄생 100주년이던 1983년. 케인스보다 탁월한 경제학의 거성은 슘페터라고 말한 이는 바로 피터 드러커였다. 당시 드러커는 슘페터야말로 다시 평가받고 기억돼야 할 인물이라고 했다. 하지만 세상은 경제가 조금이라도 안 좋다 싶으면 바로 케인스 프레임으로 내달리기 일쑤다. 한국만 봐도 그렇다. 재정지출, 저금리 등으로 경제를 일단 살리고 봐야 한다는 논리가 팽배하다. 이런 상황에선 경제구조 변화, 기술 진보 등을 아무리 외쳐봐야 공허한 메아리일 수밖에 없다.만약 케인스와 슘페터가 생전에 대화를 나눴다면 역사가 달라졌을까. 네이 마사히로 일본 교토대 교수는 ‘현대경제학 이야기’에서 두 사람 간 교류가 없었다는 걸 불행한 일로 꼽는다. 그로 인해 케인스와 슘페터는 그만 도식화로 굳어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케인스의 유효 수요는 ‘단기’, 슘페터의 이노베이션은 ‘장기’로, 다르게 말하면 단기에선 ‘수요 측면&r
미국 국방 및 군사전략의 대부로 불리던 앤드루 마셜이 올해 초 은퇴했다. 그의 나이 93세. 리처드 닉슨 대통령 시절인 1973년부터 미 국방부 장관 직속 내부 싱크탱크인 ‘총괄평가국(ONA)’을 이끌던 전략가다. 그동안 대통령은 8번, 국방부 장관은 13번 바뀌었다. ONA의 임무는 20~30년을 내다본 군사분야 미래 예측. 장관과 백악관에 보내는 보고서는 제출 시한이 없는 질 우선의 원칙이다. 중국의 부상과 군사혁신(RMA) 예측 및 대응책 마련 등이 마셜의 업적으로 꼽힌다. 스타워즈에 나오는 제다이 마스터 ‘요다’라는 별칭에서도 그의 영향력이 엿보인다. 이런 조직, 이런 사람이 한국에서 나올 수 있을까.위기의 본질은 ‘미래 불안’미래 대응에 고심하기론 작은 나라라고 다를 게 없다. 올해로 독립한 지 50년이 되는 싱가포르가 대표적 사례다. 1980년대 국방부에서 셸(Shell)의 도움으로 미래 시나리오 기법에 기반한 전략 수립을 시도했던 국가다. 1995년 총리실 산하 ‘시나리오사무국’이 그냥 나온 게 아니었다. 지금은 ‘전략정책국’이란 이름으로 국가전략 개발을 주도한다. 최근 싱가포르는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다. 그럼에도 잘 헤쳐 나갈 것이란 낙관론의 밑바탕엔 미래 대응 역량에 대한 믿음이 깔려 있다.한국 경제 위기론은 단지 현상적 경제성적 악화 때문만은 아니다. 미래 대응 능력에 대한 우려가 위기감을 더해주는 양상이다. 당장 비상등이 켜진 수출이 그렇다. 이것이 구조적 문제라면 단기적 대응으로 해결될 게 아니다. 한국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한다는 중국 시장도 마찬가지다. 중국 경제의 순조로운 조정만을 고대하고 있을 수는 없다. “중국은 예측하
“그저 그런 ‘벤처’가 아니라 ‘이노베이션 벤처’다. 단순히 창업 수를 늘리는 게 아니라 일본 경제사회와 산업구조에 빅 임팩트를 줄 ‘혁신적 첨단 벤처’다.” 일본 아베 내각이 ‘Japan is BACK’이란 부제를 단 일본부흥전략 2015년 개정판에서 던진 화두다. 이른바 ‘벤처 창조 선순환’. 주목되는 것은 그 방점이 ‘대학’에 찍혔다는 것이다. 벤처 창출을 위한 ‘특정연구대학’ ‘탁월대학원’ 등 전혀 다른 유형의 대학·대학원 도입이 바로 그것이다.특정연구대학은 정부가 쥔 권력을 국립대학에 이양한다는 게 핵심이다. 우수한 국립대학에 경영권과 수익사업권을 과감히 넘기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조준점이 명확하다. 대학이 기업에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돼야 벤처 창조가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대학은 대학대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대학에 베팅하는 일본탁월대학원도 기존 틀을 깨뜨리긴 마찬가지다. 복수의 대학, 연구기관, 기업, 해외 기관이 공동으로 설립한다는 발상이다.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최첨단 융합 분야에 대응하고, 신영역·신산업을 창조하고, 신규 창업을 일으키겠다는 게 그 목적이다.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을 겨냥해 미국 서해안과 같은 글로벌 벤처 거점을 일본에 형성하겠다는 야심도 엿보인다. 아베의 전략은 한마디로 대학을 중심으로 창조경제와 대학 개혁, 두 마리 토끼를 잡아 일본 부흥의 견인차로 삼겠다는 의도다.출범부터 창조경제를 부르짖은 박근혜 정부는 어떤가. 정부가 창조경제를 완비했다고 자화자찬하는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방점이
조선 철강 전자 자동차 등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던 주력산업이 일제히 비상이 걸리면서 산업위기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급기야 일부 언론에서는 ‘산업정책이 안 보인다’는 비판을 쏟아낸다. 산업정책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뭐하고 있느냐는 얘기다. 하지만 산업부는 산업부대로 우리가 뭘 할 수 있느냐며 볼멘소리를 한다. 밖에서는 새로운 산업을 빨리 발굴하라고 재촉하지만 정부는 그럴 능력도 없고, 설사 있다고 해도 과거처럼 밀어붙일 수단도 없다는 하소연이다.정상기업도 생존 담보 못해정부가 답답할 때면 곧잘 들고나오는 게 ‘선택과 집중’이다. 그러나 ‘집중’은 둘째치고 뭘 ‘선택’해야 할지조차 모르는 게 지금의 정부다. 과거 추격형(catch-up)산업 육성 때와는 전혀 다른 환경이다. 정권마다 신성장동력 리스트를 내놓지만 다 겉도는 것도 과거식의 정부 주도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는 증거다. 그렇다고 정부가 할 일이 없다고 하는 것도 무책임한 소리다. 정부가 못하면 기업이라도 위기 돌파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건 다 해 볼 수 있게 멍석은 깔아 줄 수 있다.기업의 사업재편을 지원한다는, 그 이름도 거창한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안(일명 원샷법)’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인수합병(M&A) 등 사업재편시 세제, 금융, 규제 등의 측면에서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혜택은 둘째치고 지원 대상을 과잉공급 업종으로 제한한 것부터가 너무 소극적이다. 과잉공급 분야 기업이 과잉공급 해소나 신성장사업 진출을 위해 사업재편을 추진하는 경우만 그 대상이라면 이는 사업재편이 아니라 부실기업 정리제도에 가깝다.사실 과잉
‘요하네스 구텐베르크의 인쇄기가 등장하면서 유럽 전역에서 독서라는 새로운 습관이 형성돼 많은 사람이 원시(遠視)라는 것을 알게 됐고, 그로 인해 안경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안경 수요가 증가하자 렌즈를 제작하고 실험하려는 사람이 늘어났고, 그 덕분에 현미경이 발명됐다. 또 현미경 덕분에 우리는 우리 몸이 극소한 세포로 구성돼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꽃가루의 진화가 벌새의 날개구조를 바꿔놓을지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듯이, 인쇄술의 발명이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세계를 세포 차원으로까지 확대할 줄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변화는 언제나 이런 식으로 일어난다(스티븐 존슨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중).’미래 투자 줄이겠다는 정부오늘날의 세상을 만든 여섯 가지 혁신의 비밀을 풀어가는 한 대목이다. 존슨이 주목한 것은 인접 가능성, 상호 교잡, 네트워크 등을 통해 혁신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이른바 ‘공진화(共進化)적 상호작용’이다. 이렇게 해서 한 분야의 혁신, 혹은 일련의 혁신이 전혀 다른 영역에 속한 듯한 변화를 결국에는 끌어낸다는 얘기다.일각에서는 저성장을 두고 ‘혁신의 고갈론’을 펴며 비관론적 주장을 내놓기도 하지만 진화론자들은 그 반대다. 브라이언 아서, 폴 로머 등 기술경제학자들은 혁신은 가용한 지식 조각들(building blocks)의 결합만 갖고도 무한히 계속될 거라고 주장한다. 다만 어떤 결합이 혁신을 가져올지 그게 문제다. 국가마다 연구개발(R&D)을 독려하는 건 바로 그래서일 것이다.미국 정부와 기업의 R&D 투자를 합하면 전 세계의 3분의 1에 달한다는 계산이다. 그만큼 혁신을 위한
내수 위축, 수출 부진에 이어 외국인직접투자(FDI)마저 심상치 않다. 상반기 FDI가 전년보다 크게 떨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신고 기준으로는 14.2% 감소한 88억7000만달러, 도착 기준으로는 19.8% 떨어진 60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역별로 보면 중동을 제외한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대부분 지역에서 FDI가 감소했다.그러나 산업부는 하반기에는 FDI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무슨 근거에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적극적 투자 유치에 나서 올해 사상 최초로 200억달러(신고 기준)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어디 의욕만으로 될 일인가. 게다가 요즘 돌아가는 국내 분위기로 보면 더욱 그렇다. 한쪽에서는 외국인 투자 유치를 말하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외국인 투자에 부정적 시그널을 쏟아내는 탓이다.지금 부정적 시그널 보낼 땐가당장 정부 내에서부터 그렇다. 기획재정부 용역으로 조세재정연구원이 감면 기간 단축, 감면 배제대상 강화 등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해 전반적으로 혜택을 축소하는 조세지원제도 개편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내·외국인 간 차별을 완화한다는 취지라지만 이는 그동안 차별적 혜택을 통해서라도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려 했던 정부 정책의 방향 선회를 의미한다.연구원은 그 근거로 실증분석 결과, 세(稅) 부담 변수가 외국인의 투자 규모에 유의적 영향을 주지 못한 점을 들었다. 그러나 그 전에 나온 수많은 국내외 실증분석들이 말해주듯이 세 부담 완화가 외국인 투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단정적으로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오히려 눈길을 끄는 건 설문조사 결과다. 조세감면이 외국인 투자 유치의 결정적 요인은 아닐지 몰라
정부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안을 내놨지만 또다시 갈등 양상이다. 2020년 이후 신(新)기후체제에 대응해 2030년 배출 전망치(BAU·business as usual)를 기준으로 제시한 네 가지 감축목표 시나리오를 두고서다. 당장 부처 간 이견이 적지 않다. 환경부 등은 국제적 약속을 들먹이며 보다 높은 감축목표로 가자고 하고,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경제적 영향 등 국익을 고려해 감축 부담이 덜한 쪽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산업계는 네 가지 시나리오 다 부담스럽다는 하소연이다.문제는 감축목표 논란 이전에 온실가스 통계의 신뢰성이다. 정부는 경제성장률, 유가, 산업구조 등을 토대로 2030년 8억5060만t이라는 새로운 BAU를 내놨다. 과연 이 수치는 믿을 만한가.엉터리 전망에 갈팡질팡이미 정부에 대한 불신은 쌓일 대로 쌓인 터다. 논란은 이명박 정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2020년 BAU 기준 30% 감축목표를 국제사회에 내놨다. 그러나 그 후 배출실적이 감축을 위한 추가적 조치가 없다는 가정 아래 추정된 BAU를 초과하는 모순된 상황이 이어졌다. 산업계가 온실가스 목표제 아래에서 감축목표를 초과 달성했음에도 정부가 2009년 추산한 BAU보다 배출실적이 2010년 1400만t, 2011년 3100만t, 2012년 2000만t 정도 계속 웃돌았다. 뭔가 잘못됐다는 얘기다.급기야 정부는 BAU를 재검토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논란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2030년 BAU만 해도 2010~2012년 배출실적 추세로 보면 1억t 이상 과소 전망됐을 거라는 게 산업계 주장이다. 이는 배출실적이 BAU를 웃도는 모순적 상황이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발표한 2030년 BAU 산정의 근거를 공개하라는 요구가 거센 것도 바로 그래서다.
‘이들은 19세기 남부 독일의 자영농 중심 사회를 배경으로 발흥했다. 이들의 계층적·직업적 자긍심은 다수의 중소 생산자 간 분업시스템의 발달로 이어졌다. 산업화 속에서도 가내 수공업자, 전문 수공인 등은 산업노동자로 전락하지 않고 창업을 일으켜 중산층이라는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려고 했다. 이들은 산업혁명에 앞선 영국의 대량생산 위협에 틈새시장을 개척하는 ‘극단적 집중’으로 맞섰다. 국내 수요로는 뻗어 나가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이들은 바로 밖으로 눈을 돌렸다. 군소국가들로 분열돼 있던 19세기 독일에서 관세동맹 등 경제적 통합이 시작되자 지역 간 경제개발 경쟁이 본격화됐다. 이들은 지역별로 독특한 클러스터를 구축해 다른 기업들과 상호보완 관계를 형성했다. 그리고 개별 기업의 힘만으로는 어려운 숙련기능인력 양성, 기술 표준화 등의 문제는 공동으로 해결해 나갔다(SERI 경제포커스, ‘독일 미텔슈탄트 성공이 주는 교훈’ 중).’또 하나의 5개년 계획전 세계 히든 챔피언의 절반이 나온다는 독일 중소기업, 미텔슈탄트(Mittelstand)의 역사적 배경이다. 모든 나라가 미텔슈탄트를 부러워한다. 하지만 그 성과만 볼 뿐 정작 이런 배경은 도외시하는 것 같다. 높은 마진을 기꺼이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한다는 미텔슈탄트 자체의 끈질긴 생명력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도 없다. 그저 정부 지원이 어떻고 저떻고 떠드는 게 전부다. 오로지 그것 때문이라면 어느 나라든 미텔슈탄트를 뚝딱 만들어 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정부가 ‘중견기업 성장촉진 5개년 계획(2015~2019)’을 내놨다. 2019년까지 중견기업 5000개, 히든 챔피언 100개가 목표라고 한다.
요즘 한국 통신시장이 점입가경이다. 최근 정부와 새누리당이 당정 협의를 통해 특정 통신사업자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발표한 것은 한 편의 코미디였다. 정부가 요금인가제를 쥐고 있다고 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부는 한술 더 떠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덕분인 양 공치사를 늘어놓기 바빴다. 아무리 다급하기로서니 어떻게 단통법 때문에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나왔다고 우길 수 있는지. 이미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채택한 해외 통신사업자들이 웃을 일이다.‘혁신’보다 ‘규제’ 게임정치권은 더 가관이다. 여야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서로 자기네 공이라며 원조 논쟁까지 벌이는 마당이다. 급기야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더 낮은 요금 약속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벌써부터 다가오는 총선에서 양당이 통신비를 또 얼마나 인하하겠다고 공약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민간 통신사업자는 온데간데없이 통신시장이 마치 ‘새누리통신’과 ‘새정치통신’으로 재편된 양상이다. 통신요금을 국민투표로 결정하자는 식이다.통신사업자들은 이런 정치권의 압박이 시장경쟁의 심각한 왜곡이라고 반발한다. ‘무조건 요금만 낮추라면 투자는 하지 말라는 거냐’는 항변도 들린다. 하지만 통신사업자들 스스로 정치권의 간섭을 불러들인 자업자득의 측면도 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이 이른바 유효경쟁이라는 통신정책 틀 속에서 ‘생존’과 ‘성장’을 담보받은 것부터가 그렇다. 보조금 규제가 엎치락뒤치락했던 배경에도 이들의 이해관계가 작용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단통법도 마찬가지다.규제를 놓
일본이 국립연구소 개혁을 단행했다. 독립행정법인으로 운영되던 각 부처 31개 국립연구소를 ‘국립연구개발법인’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조직으로 출범시킨 것이다. 목표는 연구개발(R&D) 특유의 ‘불확실성’과 실용화까지의 ‘장기성’을 고려한 과학기술 강국이다. 이를 위해 독립행정법인일 때 3~5년이던 연구개발 기간부터 5~7년으로 연장했다. 그러자 연구개발 목표 설정이 확 달라졌다고 한다. 연구자들이 더 창조적이고 과감한 고위험(high-risk), 고수익(high-return) 목표를 설정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일본의 전의가 느껴진다.툭하면 정부조직 개편인가기획재정부가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함께 국가 R&D 혁신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뭘 하자는 건지 철학도, 논리도 안 보인다. 모든 게 연구소가 문제요, 평가가 잘못됐다는 식이다. 그러나 연구예산 배분의 최고 책임 부처가 어디였나. 기재부였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예비타당성 제도를 갖고 R&D에 경제성 잣대를 들이댄 것도 바로 기재부였다. 하지만 그들은 일언반구 반성조차 없다. 이리 평가해라, 저리 평가해라 온갖 간섭을 일삼던 부처들도 마찬가지다. 이러니 제대로 된 혁신 방안이 나올 리 없다.툭하면 정부조직 카드를 꺼내 드는 것부터가 그렇다. 미래부에 과학기술전략본부를 만든다는데 아니 정부조직이 무슨 어린애 장난감인가. 정권마다 앞 정권이 만든 조직을 싹 없앴다가 다시 만들기를 반복하는 게 역겨울 정도다. 그래서 달라진 게 뭐가 있나. 또 없어질 게 뻔한데.부처별로 우후죽순 들어선 18개 R&D 관리기관은 어떤가. 칸막이를 친 것은 바로 기재부와 각 부처였다. 잘못됐으면 당장 통폐
역사적으로 선발자는 그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자신에게 유리한 룰(rule)을 보편적 진리로 확산시켜왔다. 후발자가 그런 룰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도록 함으로써 헤게모니를 넘보지 못하도록 하자는 의도에서였다. 그럼에도 끝내 선발자를 추월한 후발자가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고유의 통찰력을 갖고 있었다. 15세기 이후 스페인·포르투갈의 중상주의에 대한 영국의 추월, 19세기 영국의 자유무역주의에 대한 독일·미국의 추월,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부활이 그렇다. 소르본 학파의 이른바 ‘헤게모니 가설’이다. 한·중 간 기술 격차가 1.4년으로 나타났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한국,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5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4년도 기술수준평가’에서다.한·중 간 기술 격차는 2010년 2.5년에서 2012년 1.9년으로 단축된 데 이어 2014년에는 1.4년으로 더욱 좁혀졌다.문제는 1.4년이라는 기술 격차에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미국, 유럽, 일본 간 기술격차는 1.1~1.6년으로 분석됐다. 여기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글로벌 인수합병(M&A)의 대부분은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권 기업들 사이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기술적 수준이 비슷하고 시너지 효과가 예상될 때 인수합병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중국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이 눈부실 정도다. 예상을 뛰어넘는 선진국 기업 인수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한·중 기술 격차도 그런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다. 1.4년이라는 기술 격차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미 한·중 기업 간 인수합병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왜 존 F 케네디 도서관을 방문한 것일까. 아베 총리가 케네디 전 대통령의 리더십을 칭송했다는 전언이다. 케네디 전 대통령이라면 아직도 달에 사람을 보내겠다는 그의 선언을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양국 정부는 우주 공간의 안전 보장 측면을 인식하고 평화적이고 안전한 우주 이용을 위해 연대를 강화한다. 자위대와 미군은 우주 시스템이 위협에 처하면 위험 경감이나 피해 회피를 위해 협력한다.’ 미국과 일본 간 새로운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에 포함된 ‘우주에 관한 협력’이다. 미·일 우주 연대는 새로운 질서 재편을 예고하는 또 하나의 선언이다.아베, 왜 케네디 도서관 갔나이런 흐름은 아베 총리 방미 전부터 예고됐다. 미국과 일본이 우주에서 활동을 급속히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공동의 억지력 향상을 도모할 것이라는 교도통신 보도가 그것이다. 실제로 아베 정권의 ‘우주기본계획’은 일본의 치밀한 준비를 보여준다. 우주의 안전 보장 측면을 한층 강화한 것이다. 중국을 겨냥한 미·일 협력을 염두에 둔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안보를 매개로 우주공간에서의 미·일 일체화가 가속화될 게 분명하다.우주가 과학기술을 넘어 경제와 안보, 국제정치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일본이 미국과 우주 연대를 하고, 중국이 우주 강국으로 급부상하는 것이 우리와 결코 무관할 수 없는 이유다.그렇다면 우주 한국은 어디로 가고 있나. 위성기술이 선진국 수준에 다다랐고, 한국형 발사체도 개발한다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여기에 우주 탐사는 아직도 남의 얘기일 뿐이다. 우주인 배출이다, 나로호 발사다 환
“최근 현지공장 등 해외 진출이 많았던 휴대폰·자동차 업종 등은 국내 공장 생산을 확대해 달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수출입 모두 3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며 한 얘기다. 수출 부진을 타개할 뾰족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 데 따른 압박감이 컸던 모양이다.하지만 정부가 그런다고 어느 대기업이 당장 국내 생산을 늘릴 수 있겠나. 해외 생산시설을 뜯어 오기라도 하라는 건가. 정부는 대기업이 무슨 요술방망이라도 가진 줄 아는 것 같다. 정부가 임금 올리라면 뚝딱 올리고, 국내 생산을 늘리라면 뚝딱 늘리는 그런 방망이 말이다.대기업 국내 생산 늘리라고?휴대폰이든 자동차든 생산의 무게중심이 해외로 옮겨간 지는 이미 오래다. 해외 시장 개척이라는 요인이 크겠지만 그게 아니어도 굳이 국내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 노동, 입지, 환경, 세금 등 규제나 비용 측면에서 무엇 하나 내세울 메리트가 없다. 최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유턴 정책이다 뭐다 파격적 변화라도 도모한다. 하지만 우리의 유턴 정책은 있으나 마나다.더구나 윤 장관이 예로 든 휴대폰, 자동차가 어떤 상황인가. 한눈 팔다간 언제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를 정도로 글로벌 기업 간 사활을 건 생존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만약 대기업이 해외 생산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했으면 지금의 국내 생산도 남아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해외 생산이 국내 수출을 떠받친다’는 역설적 가설에 오히려 고마워해야 할 지경이다.버스 떠난 뒤에 손 흔들면 뭐하나. 더 큰 일은 오는 버스조차 놓치게 생겼다는 거다. 엊그제 새누리당-전국경제인연합회 정책 간담회에서 30대 기업 임원들이 “신사업 추진을 막는 각종 규
‘애플이 경쟁사 스마트폰까지 새 아이폰으로 바꿔주는 보상판매를 시작했다.’ ‘스프린트가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가입 시 2년간 갤럭시S6를 무료로 사용하는 상품을 내놨다.’ 밖에서 들리는 뉴스들이다. 이것이 한국에서도 가능할까.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으로 보면 미국은 불법 소지가 있는 마케팅이 판치는 나라다.마케팅이 惡이라는 정부정부의 보조금 제한으로 단말기값이 비싸지자 자연스럽게 등장한 마케팅이 단말기 할부 프로그램이다. 일정 조건이 되면 기존 단말기를 반납하고 새 단말기로 업그레이드하는 프로그램(중고폰 후보상제), 일정 기간 후 반납을 전제로 단말기 중고가격을 미리 보상받는 프로그램(중고폰 선보상제) 등은 그 진화된 형태다.그러나 이런 교과서적 마케팅조차 단통법에서는 문제가 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통신3사가 시행하던 중고폰 선보상제에 대해 단통법을 위반했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통신3사는 일제히 마케팅을 중단했다. 이리되면 중고폰 후보상제 역시 논란이 불가피하다. 눈치 빠른 일부 통신사는 이것마저 즉각 거둬들였다.그 흔한 포인트제도 단통법 앞에서는 불법이기 십상이다. ‘가족끼리 모이면 최신폰 할인받는 포인트, 가족이 힘이다’라는 광고가 사라졌다. 여기에 일부 금액을 돌려주는 ‘페이백’ 피해사건이 터지면서 그 불똥이 판매장려금(리베이트)으로까지 튈 조짐이다. 지금 한국은 일체의 마케팅이 악이요, 불법인 국가로 치닫고 있다. 그 어떤 마케팅도 이용자 차별금지라는 평등주의 앞에서는 피해 나갈 재간이 없는 까닭이다.단통법이 시행된 지 6개월이다. 방통위도 미래창조과학부도 단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자본주의 경제를 기업가의 혁신에 의한 동태적 발전과정으로 파악했다. 슘페터는 이 혁신을 ‘신(新)결합’이라고 불렀다. 구체적으로는 새로운 재화, 새로운 생산방식, 새로운 판로, 새로운 공급원, 새로운 조직 등이 그것이다. 슘페터는 신결합으로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창조해 경제구조를 내부로부터 혁명화하는 산업상의 돌연변이, 즉 ‘창조적 파괴’의 과정이야말로 자본주의의 본질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창조적 파괴를 담당하는 주체가 바로 기업가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신결합은 누군가로부터 파이낸싱이 일어나지 않으면 가능할 수 없다. 슘페터는 은행의 신용창조에 주목했다. 은행가야말로 진짜 자본가이고, 신결합을 실현하는 데 없어서는 안될 존재라고 생각했다. 사업 실패의 위험을 부담하는 건 기업가가 아니라 오히려 은행가라고 본 것이다. 실제로 20세기 자본주의 발전은 이런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시장 발전과 그 궤를 같이했다.‘新결합’을 위한 자본주의 금융오늘날 은행은 그때의 은행과는 물론 다르다. 금융시장도 진화를 한다. 슘페터가 말한 은행의 역할이 지금은 벤처캐피털의 주된 몫이 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그러나 벤처캐피털도 그 역할을 100% 다하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 온라인 펀딩 사이트에서 소액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크라우드펀딩의 등장은 바로 그런 맥락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창업자금 조달 채널이 은행, 벤처캐피털 등에서 일반(엔젤)투자자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크라우드펀딩은 각종 페이로 불리는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결제기술과 함께 ‘핀테크’의 주
실업과 창업은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가. 높은 실업은 기업가(창업가) 정신을 자극한다는 이른바 ‘난민효과(refugee effect)’가 맞을까, 아니면 높은 기업가 정신이 실업을 떨어뜨린다는 ‘슘페터효과(Schumpeter effect)’가 작동하는 것일까. 지금의 한국 경제 상황은 어느 쪽에 더 가까운가.취업난 속 신설법인 증가지난 1월 신설법인 수가 8070개로 1월 통계치로는 역대 최대라고 한다. 중소기업청은 “정부의 창업 지원 등으로 창업이 용이한 환경이 마련되면서 신설법인이 증가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경기가 나쁘다 보니 자본금 1억원 미만의 소규모 신설법인 수가 늘어났다”는 쪽에 일단 무게중심을 두는 분위기다.사실 경기침체로 인한 심각한 취업난을 생각하면 ‘난민효과’를 의심해 볼만한 대목도 적지 않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1월 고용동향조사만 봐도 그렇다. 취업자 증가폭이 7개월 만에 다시 30만명대로 추락했다. 이른바 구직단념자도 49만2000명으로 통계청 조사 이래 최다였다. 잠재구직자를 포함한 체감실업률은 11.9%로 이 역시 지표 도입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한동안 8% 전후이던 청년실업률(15~29세)도 9%대(9.2%)로 올라섰다. 선진국 기준(15~24세)으로는 이미 11.5%에 달했다는 분석이다.실업이 창업을 자극한다는 가설은 실업의 증가가 창업의 기회비용을 떨어뜨려 창업 활동의 증가를 가져온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한다. 어차피 마땅히 취업할 곳도 없다면 창업이라도 해 보자는 것 아니겠느냐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창업이 과연 얼마나 가겠나. 신설법인 수 증가가 실업률을 낮추는 ‘슘페터효과’로 이어진다면 백번 환영할 일이지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 피터 틸은 ‘제로투원(Zero to One)’에서 ‘통념에 반(反)하는 견해’를 강조한다. 그가 말하는 미래에 대한 도전도 여기서 시작한다. 같은 맥락에서 과거에 관해 우리가 알고 있다는 것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게 틸의 주장이다. 예컨대 1929년 대공황 이후 최대 규모 버블이었다는 1990년대 인터넷 광풍에 대한 그의 생각은 이렇다.“기술에 버블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1990년대는 자만의 시대였다. 사람들은 0에서 1로의 진보를 믿었다. 하지만 1에 도달한 벤처기업은 몇 되지 않았고, 대부분은 그저 떠들기만 하다가 끝이 났다. … 2000년 3월 (나스닥)시장 고점은 분명 무모함이 정점에 달한 시기이기도 했다. 하지만 또 하나 무시할 수 없는, 더 중요한 사실은… 사람들은 먼 미래를 내다보았고, 그 미래에 제대로 안착하려면 훌륭한 신기술이 얼마나 많이 필요할지도 알고 있었다. … 우리에게는 아직도 신기술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신기술을 확보하려면 1999년 식의 자만과 과열도 약간은 필요할지 모른다.”(피터 틸, ‘제로투원’)코스닥 상승, 창조경제 효과?과거에 대한 새로운 해석, 미래에 대한 명확한 낙관주의가 엿보인다. 그 어디에도 정부에 대한 원망이나 요구 따위는 언급조차 없다. 버블 붕괴 후 미국 나스닥이 조정기를 거쳐 원상회복하는 데는 결코 식지 않는 벤처기업가들의 이런 위험 감수가 큰 힘이 됐을 것이다.코스닥이 600선을 왔다 갔다 하면서 또 주목을 받고 있다. 벌써부터 누구는 ‘창조경제’ ‘핀테크(금융+기술)’ ‘180조원 규모의 정책금융’ 등에 힘입은 것이라고 말한다. 또 누구는 2000년 3월 코스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우리 경제 성장률이 4년 만에 세계 성장률을 앞지른 것으로 추정된다며 자랑했다. 언제부터 세계 성장률이 우리가 잘하고 못하고의 기준이 됐는지. 올해 성장률 역시 세계 성장률보다 높을지 낮을지가 관심일 뿐이다. 정부가 눈높이를 평균치로 잡으면 구조개혁도 그 수준을 못 벗어날 공산이 크다.규제도 ‘킹핀’이 있다구조개혁의 ‘킹핀(kingpin)’은 규제개혁이라지만 규제에도 엄연히 킹핀이 있다. 국토교통부가 새해 업무계획에서 비도시지역 공장입지 제한 완화 등 규제개혁의 속도를 높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핵심은 투자도, 일자리도 다 옥죄고 있다는 수도권 규제다. 대통령의 수도권 규제완화 언급에 국토부는 고민 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게 안 되면 정부는 쉬운 규제만 건드렸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은 수도권 규제를 풀어 해외로 떠난 기업을 유치하느라 혈안이다. 우리는 여기서부터 이들 나라에 지고 들어간다. 벌써부터 지방자치단체, 정치권 등에서 수도권 규제완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가 이를 돌파할 의지가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다.농림축산식품부도 농업의 6차산업화니, 첨단화·규모화니 떠들었지만 여기서도 핵심을 비켜갔다. 바로 대기업 등 비농업분야 경영과 자본의 농업 참여문제다.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은 그동안 농민과의 상생을 조건으로 한 번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만 밝혔을 뿐이다. 농민의 눈치를 보며 몸을 사리는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중국, 일본만 해도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농업에 뛰어들고 있다. 우리만 오로지 농민들의 리그를 고집하고 있다.보건
한국은 전 세계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이 가장 높다. 그런 나라가 아예 온갖 평가로 날을 지새우겠다고 작정한 모양이다. 보건복지부가 연구과제 선정 시 연구내용만 놓고 평가하는 ‘암맹평가(블라인드 리뷰)’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연구계획서에 연구책임자의 인적사항 등을 삭제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공정성 제고! 역시 ‘평가공화국’답다.왜 성과가 없냐고?지금도 각 부처들은 공정하게 한답시고 평가위원 풀을 잔뜩 넓힌 다음 랜덤(random) 추출 방식으로 평가를 한다. 진짜 전문가들이 이런저런 제척사유로 배제되면 소위 ‘듣보잡’만 모여 평가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제는 이것마저 성에 안 차는지 ‘암맹평가’까지 등장했다. 선진국들이 신뢰를 바탕으로 전문성 중심 평가로 가는 것과는 정반대다. 이럴 바엔 차라리 제비뽑기로 연구과제를 나눠주지 그러나. 정부가 공정성이라는 미명 하에 ‘경제 민주화’ 굿판을 벌이더니 이제는 ‘R&D 민주화’ 쇼까지 벌일 참인가.기획재정부,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중심이 돼 ‘R&D 대(大)혁신방안’을 내놓는다고 한다. 18조원의 정부 R&D 예산을 투입하는데 왜 성과가 안 나오는지 그 해법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졸지에 관료들은 개혁자, 연구자들은 피개혁자가 됐다. 지금까지 누가 R&D 예산을 배분하고 평가를 좌지우지했는지 일체의 기억이 지워지기라도 한 건가. 가장 먼저 자아비판을 해도 부족할 관료들의 유체이탈식 접근이다.관료들도 정부가 R&D 투자를 하는 이유가 뭔지 모르진 않을 것이다. 기업은 자신이 거둘 수익만 보고 R&D 투자를 하기
미국 스탠퍼드대가 개설한 공개강좌(open courseware) 인기가 폭발적이다. 지난 학기 전기공학과가 학점제로 개설한 5개 강좌 수강료는 과목당 3000달러 이상이었다. 국내 연간 등록금을 훨씬 뛰어넘는 가격이다. 그런데도 전 세계에서 10만명 이상이 몰려 3일 만에 매진됐다. 이 대학이 2011년 3개 강좌를 학점 없이 과목당 1000달러를 받고 시범운영에 들어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존 헤네시 총장은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앞으로 기존 강의실의 역할이 얼마나 더 작아질지 두고 보라는 것이다. 생존을 위한 대학의 온라인 빅뱅이 시작됐다.지금 국내에서는 대기업들이 죽기 살기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지난해 삼성-한화 빅딜은 그 서막이다. 산업계는 외환위기 때보다 더한 위기감이 감돈다. 중소기업도 예외일 수 없다. 대기업 구조조정은 산업 전반의 구조 재편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잘못하면 중소기업이 떼로 도태당할 수도 있다. 문제는 생존을 위한 빅딜이 어디 산업계만 절박하겠냐는 거다.대학도, 연구소도 위기다당장 세상은 확 바뀌고 있는데 자신이 죽어가는지도 모르는 국내 대학이 그렇다. 아무리 구조조정을 외쳐도 요지부동인 대학이다. 그나마 달라진 게 있다면 학령인구 감소를 조금 걱정하기 시작했다는 것뿐이다. 하지만 진짜 위기는 학령인구 감소가 아니다. 세계적 명문대학들이 공개강좌를 무기로 혁명을 주도하기 시작하면 국내에서 자칭 명문대라는 대학들이 그들의 한낱 분소로 전락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특히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공과대학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대, KAIST, 유명 사립대들부터 먼저 빅딜에 나서야 할 판이다.정부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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