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정책을 바꿀 때마다 글로벌 증시가 요동치고 있다. 외환, 채권, 코인, 심지어는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시장도 마찬가지다. 텍스트 마이닝 기법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어조 지수와 주가의 상관계수를 추정해 보면 ‘+0.9’에 달할 정도로 높게 나온다.관세는 양면성이 가장 큰 정책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의도한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관세를 결정하기 전에 충분한 협의를 거쳐 행정(내부) 시차를 줄여야 한다. 관세를 결정한 이후에도 정책 수용층(관계국과 자국 국민)을 대상으로 숙지 과정을 거쳐 집행(외부) 시차를 줄여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집권 2기 관세정책은 두 가지 전제조건을 갖추지 못했다. 관세정책 주무 부서인 미국무역대표부(USTR)의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조차 트럼프 대통령의 9일 상호관세 유예 조치를 모르다가, 의회 청문회 도중 뉴스로 알 정도로 사전 교감이 부족하다. 너무 즉흥적으로 자주 바뀌다 보니 피해국은 물론이고 미국 국민조차 정확한 실체를 모르고 있다.정책의 정체성 면에서 관세는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대선 과정부터 관세로 재정 수입을 늘려 국가 채무를 해결하는 ‘부채 디톡스’의 수단임을 명확히 해왔다. 관세 부과로 ‘국채 발작’(bond tantrum)이 발생하거나 국채 금리가 상승해 국가 채무가 늘어나면 곧바로 유예 혹은 철회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무역 상대국과의 관계에서도 관세는 대표적인 가격할증 정책이다. 피해국이 자국 통화 약세로 맞대응하면 무력해지는 한계를 갖고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근린궁핍화 수단이기 때문에 관세율이 높을수록 환율 등과 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 반이 지났다. 어느 역대 대통령보다 화려한 취임식을 열었지만 지금 모습은 ‘총체적 위기’다. 과연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구상을 실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첫째 트럼프 정책이 가장 빨리 반영되는 증시에선 취임 초기인데도 허니문 랠리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과거 대통령 취임 후 두 달 반 동안 S&P500지수는 평균 4% 이상 올랐다. 트럼프 2기에선 16% 급락했다. 테슬라 등 친트럼프 성향 기업이 몰려 있는 나스닥지수는 21%나 떨어졌다. 허니문 헬(hell·지옥)이다.둘째 달러 가치도 급락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전 110대였던 달러인덱스는 102대로 떨어졌다. MAGA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달러 가치가 바탕이 돼야 한다. 지금은 오히려 아시아 통화가 강세다. 주력해온 관세 정책이 무력해지고 무역 적자까지 커질 확률이 높다.셋째 국민 지지도마저 추락하고 있다. 여론기관이 취임 2개월 후 시행하는 첫 조사에서 두 번 이상 재임한 대통령 중 가장 낮게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43%로, 린든 존슨(69%), 로널드 레이건(56%), 빌 클린턴(59%)에게 크게 못 미친다. 자신이 무능하다고 경멸한 버락 오바마의 48%에 비해서도 낮다. 이달 들어서는 40%마저 내준 여론조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넷째 핵심 지지층 이반 조짐이 뚜렷하다. 최근 치러진 위스콘신주 대법관 선거에서 보수 성향의 브래드 시멀이 진보 성향의 수전 크로퍼드에게 패배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2000만달러 이상 대규모 지원에 나섰는데도 소용이 없었다. 선거 결과를 접한 트럼프 대통령이 충격을 받았다는 뒷얘기까지 들린다.다섯째 트럼프 진
일정대로라면 다음달 2일에는 상호관세, 15일 전후에는 미국 재무부의 환율 보고서가 발표된다. 미국의 8대 무역적자국이자 비관세 장벽이 높아 ‘더티 15국’에 들어간 한국은 얼마나 높은 상호관세율이 적용될지, 과연 환율조작국에 지정될지 동시에 우려되는 상황이다.전통적으로 공화당은 ‘강한 미국과 강한 달러’ 기조를 표방해왔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공화당이 집권할 때마다 달러 위주의 브레턴우즈 체제는 비교적 잘 유지됐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구상하는 것도 조 바이든 정부 들어 국제통화체제가 ‘시스템이 없다(no system)’는 평가가 나올 만큼 미국과 달러 위상이 약화됐기 때문이다.공화당의 또 다른 전통인 친기업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달러 약세를 통해 수출이 잘되도록 밀어줘야 한다. 기업가 출신이 많은 집권 2기에는 강달러를 아예 포기하고 약달러를 추진해야 한다는 시각까지 나오고 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달러 정책에 혼선을 빚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강달러와 약달러 필요성을 동시에 느낄 때 미국이 추진한 환율 정책은 틴베르헌 정리(Tinbergen’s theorem)에 따른 ‘이원적 전략’이다. 틴베르헌 정리는 1980년대 초 스태그플레이션 당시 한 수단으로 경기 부양과 물가 안정을 잡기 어려워지자 목적별로 수단을 달리 가져가자는 정책조합을 말한다. 환율 정책 면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적용해왔다.이원적 환율 정책 관점에서 공화당의 전통인 강달러 기조를 유지하면서 현안인 무역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최적경로를 추진해 보면 교역국 입장에서는 상호관세보다 환율 보고서가 더 어렵게 나올 확률
유럽 증시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올 들어 유럽 증시 대표 지수인 유로스톡스는 13% 넘게 급등했다. 같은 기간 5% 넘게 떨어진 미국 S&P500과 대조적이다. 최근처럼 유럽 주가가 올라 글로벌 증시에서 주목받은 것은 1999년 유로랜드 출범 후 2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유럽 증시 부활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 이른바 ‘PIGS’다. 유로랜드에서 영원히 탈락할 위기에 몰렸던 PIGS의 성장률은 재정 위기 이전 수준보다 1% 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문제가 되던 재정 여건은 양대 핵심국인 독일과 프랑스보다 더 건전한 수준으로 탈바꿈했다.가장 취약하던 그리스의 도약은 눈이 부실 정도다. 정부 조직 대폭 축소, 공무원 50% 이상 감축, 국영기업 민영화 등으로 민간과 시장경제가 활기를 찾으면서 이제는 제2의 유로 핵심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공공 개혁 정책은 아르헨티나 하비에르 밀레이 정부의 전기톱 공약, 일론 머스크가 주도하는 미국 정부효율부(DOGE) 정책의 핵심이 되고 있다.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 이후 단절 효과로 마이너스 성장 국면으로 추락한 독일 경제도 올해부터 제 자리를 찾아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 취임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가 오랫동안 재정 정책의 족쇄가 된 부채 브레이크를 완화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독일은 연방 부채를 국내총생산(GDP)의 0.35% 이내로 엄격하게 관리해 왔다.프랑스 경제도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작년 5월 치러진 총선에서 집권당의 패배로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는 잔여 임기만 채우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치권의 부도덕한 행위와 갈등으로 고통받던 프랑스 국민이 “유로랜드의 낙오자가 될 수는 없다”는
한동안 잘나가던 미국 경기와 증시가 갑작스럽게 전환점을 맞고 있다. 애써 외면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과도기 불가피한 현상이긴 하지만 경기 침체가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도 “변동성이 심한 주가가 아직은 우려되지 않는다”며 증시 부진을 간접 시인했다.미국 경기와 증시 활황세가 꺾인 건 주로 정책 요인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집중적으로 부과한 관세에 따른 ‘부메랑 효과’가 미국에서 더 빨리 나타나고 있다. 정책 일관성 면에서 바이드노믹스 지우기에 따른 ‘금단 효과’(withdrawal effect)도 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원인이다.더욱 우려되는 것은 경기와 증시를 안정시킬 수 있는 여지가 적다는 점이다. 국가 부도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재정지출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무리하게 국채를 발행해 증시 부양을 도모하다간 국가 부도 위험을 키울 수 있다. 이른바 구축(驅逐) 효과다.통화 정책도 여의치 못하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관세에 따른 불확실성이 확실해질 때까지 금리 변경 등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Fed의 전통인 명료성(clarity)을 어기고 성급하게 금리를 올리거나 내리면 ‘에클스의 실수’와 ‘볼커의 실수’를 동시에 저지를 확률이 높아진다.지난달 물가가 안정된 것도 ‘헤드 페이크’(head fake·일시적인 추세 이탈)가 될 수 있어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작년 9월 이후 물가가 상승하는 추세 속에서 2월 들어 갑자기 떨어졌기 때문이다. 3개월 이동평균으로, 전월 대비 방식의 기저 효과를 제거하면 여전히 상승 국면이다.경기와 증시를 안정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출범 이후 100건 넘는 행정조치를 발동했다. 이들 조치를 요약하면 ‘관세 부과’와 ‘유예’다. 중국·캐나다·멕시코가 보복관세로 맞대응하면서 불붙은 지금의 관세 전쟁은 1929년 ‘스무트 홀리 관세법’ 제정 당시를 방불케 한다.트럼프 집권 1기와 비교해 2기 관세정책은 두 가지 큰 특징을 지닌다. 하나는 철저하게 ‘목표 달성 지향적(MBO)’이다. 관세 부과 또는 유예를 불법 이민 색출, 펜타닐 유입 억제 등 해당 국가와의 현안 해결에 따라 달리 결정하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다른 하나는 관세 부과 대상이 ‘특정 국가(national)’가 아니라 ‘세계(global)’를 향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무역적자에서 중국 비중이 줄고 멕시코·캐나다·한국 같은 자유무역협정 체결 국가, 아일랜드·독일 등 전통적인 동맹국 비중이 높아진 상황을 반영한다.트럼프 정부가 예고한 대로 다음달 2일 주요 무역 상대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하면 1단계 관세 조치는 마무리된다. 문제는 그 이후다. 국제무역 이론상 관세는 대표적인 수입품 ‘가격 할증’ 정책이다. 이 같은 정책은 대미 수출에 타격을 입은 상대국이 자국 통화 평가절하라는 ‘가격 할인’ 정책으로 무력화할 수 있다는 한계를 지닌다.트럼프는 집권 1기 때도 ‘나바로 패러다임’으로 불리는 대중국 강공 일변도 관세정책을 펼쳤다. 당시 중국은 보복관세 대신 위안화 가치를 15% 넘게 평가절하하는 방식으로 맞섰다. 그 결과 관세 충격의 70% 이상을 상쇄할 수 있었고, 위안화 평가절하는 미국과의 경제력 격차를 10년 이내로 좁히는 원동력을 제공했다.트럼
글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한국경제TV 해설위원 지구온난화가 불러온 변화…‘북극 항로’ 열리나가장 눈에 띄는 메가트렌드는 뉴 프런티어 영토 전쟁이다. 갈수록 지구 온도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파리협약에서 목표로 제시한 ‘기온 상승 1.5℃이하 유지’ 목표도 깨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슈퍼 엘니뇨 현상이 2년째 발생하며, 2040년에나 예상했던 수치를 16년이나 앞당겨 도달한 것이다.지구 온난화가 더 빨리 진행될 올해는 지구 생태계뿐만 아니라 세계경제, 국민의 생활에 이르기까지 커다란 변화가 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극 얼음이 예상보다 빠르게 녹으면서 상업적 목적으로 북극 항로를 선점하기 위해 각국 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종전에는 약 1만km 차이가 나며 거래비용이 높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야만 했다. 두꺼운 얼음층과 빙산 충돌 위험 때문이다. 하지만 북극의 빠른 해빙으로 북극해 항로 통과 수송과 더불어 자원개발 가능성이 증대됐다.북극 항로의 상업적 개설이 앞당겨질 확률이 높다. 이르면 올해도 가능해 보인다. 현재 자원개발 프로젝트가 활발히 추진되고 있어 2020년대 들어서는 북극해 자원개발로 생산될 자원의 해상수송 수요가 급격히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극 관광도 마찬가지다.북극 항로가 상업화되면 컨테이너 화물 해상 운송 체계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 지금까지 세계경제의 공산품 이동을 주도해 왔던 컨테이너 화물의 생산지와 소비지가 모두 북반구 지역이었다. 그러나 이들 컨테이너 화물을 운송하는 선박이 북극해를 항해할 수 없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지구 남반구의 수에즈 운하를
지칠 줄 모르고 오르던 미국 증시가 갑작스럽게 변동성이 극에 달하는 ‘워블링 장세’(wobbling market)로 바뀌고 있다. 과거 흐름을 추적해 보면 미국 증시는 크게 두 가지 방향 중 하나를 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정을 거친 뒤 재차 뛰어오르는 급등장(skyrocketing)과 다시 한번 추락하는 폭락장(flash crash)이다.두 흐름 중 어느 쪽으로 갈 것인가를 가늠하려면 주가가 흔들리는 원인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 주요 기업의 주가가 고평가돼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시간문제일 뿐 언젠가는 조정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계속 제기돼 왔다.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비롯해 어떤 평가 잣대를 적용해도 미국 증시는 거품이 낀 것으로 나온다.트럼프노믹스도 주가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불과 40여 일 만에 관세에 초점을 맞춘 행정명령이 70건 이상 발동됐다. 포고령, 메모랜덤까지 포함하면 행정조치가 100건에 이른다. 국제법에 의존하지 않고 ‘광인과 홍수 전략’으로 쏟아내는 관세 정책은 주식 투자자가 가장 싫어하는 롱테일 리스크다.통화정책도 그렇다. 작년 9월 뒤늦게 추진한 피벗(통화정책 전환)의 부작용으로 인플레이션 재발 조짐이 뚜렷하다. 1980년대 초 ‘볼커의 실수’(Volker’s failure)가 우려될 정도다. 이달 미국 중앙은행(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피벗을 지속할 것인지, 속도를 늦출지 아니면 종료할지를 놓고 논쟁이 심하다. 어느 시각이 부상하느냐에 따라 주가는 출렁일 수밖에 없다.펀더멘털 요인도 전환점을 맞고 있다. 작년 말까지 대부분 예측기관은 올해 미국 경제가 물가
국제 금값이 무서운 속도로 오르고 있다. 조만간 ‘마(魔)의 벽’으로 불리는 트로이온스당 3000달러 선도 뚫을 기세다.금값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많으나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인플레이션이 불거질 때다. 실물 가치가 변하지 않는 금은 헤지(위험 회피) 목적으로 선호된다. 다른 하나는 전쟁, 이상 기온, 국가 부도와 같은 불확실성 변수가 많아질 때다. 안전자산인 금 수요가 증가한다.2차 세계대전 이후 1971년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이 금 태환 정지를 선언하기 전까지는 인플레 헤지든 안전자산이든 금 기능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보관 비용 등을 고려하면 가치가 보장된 달러화가 선호됐기 때문이다. 금 태환 정지 이후 스미스소니언 체제, 자유변동환율제를 거치는 기간에도 금값은 크게 변동하지 않았다.금값이 처음으로 불안해지기 시작한 때는 2차 오일 쇼크 이후다. 경기 침체 속에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을 맞아 인플레 헤지 목적으로 금 수요가 늘어났다. 다만 미국의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통제권에 놓임에 따라 여전히 달러화가 안전자산 역할을 하며 금값 상승폭이 크지는 않았다.금값이 한 단계 뛴 것은 금융위기 이후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 2011년 트로이온스당 1800달러대까지 급등했다. 3000달러가 넘을 것이란 ‘골드 유포리아’ 기대까지 확산했다.문제는 트럼프 당선 이후다. 과거와 다른 이유로 금값이 오르고 있어서다. 바로 ‘다중 복합 공선형’이다. 금값 상승의 최대 원인은 인플레 헤지 수요다. 작년 9월 2.4%(전년 동기 대비)까지 떨어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3.0%로 뛰었다. 관세 부
최근 들어 정치권이 통화정책을 비롯해 금융에 미치는 영향, 즉 ‘폴리티파이’(politifi·politics와 finance의 합성어로 밈 코인에서 유래) 현상이 뚜렷하다. 더 우려되는 것은 경기 진단과 정책 처방을 놓고 각국 통수권자와 중앙은행 총재 간 충돌이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미국 경제를 보면 작년 4분기 성장률이 2.3%로 직전 분기 3.1%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9월 2.4%에서 올해 1월 3%대로 상승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볼 수 없으나 이에 준하는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정도 차가 있지만 유럽, 일본, 한국 경제 등도 마찬가지다.준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서는 성장과 물가 중 어느 쪽에 우선순위를 두느냐에 따라 경기 진단부터 달라진다. 전자를 중시하는 통수권자는 “경기가 침체 혹은 디플레이션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물가 안정이 최우선 목표인 중앙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 국면”이라고 반박한다.경기 진단이 다르면 정책 처방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통수권자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에 대해 중앙은행 총재는 작년부터 추진해 온 ‘피벗’(통화정책 전환)의 속도를 조절하거나 마무리해야 한다고 거부한다. 성장률 둔화와 물가 상승으로 경제 고통이 날로 심해지는 국민은 “이 상황에서 충돌을 벌일 때냐”고 불만을 터트린다.가장 심한 미국을 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포럼 연설에서 금리를 즉각 대폭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시점에 열린 올해 첫 중앙은행(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제롬 파월 Fed 의장은 금리를 동결했다. 지난 1월 소비자
관세, 안보에 이어 금융 분야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발동되기 시작됐다. 첫 명령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보다 큰 국부펀드를 만들라는 것이다. 사모펀드가 활성화된 미국 금융시장에서 이른바 ‘트럼프 국부펀드’가 조성되면 앞으로 상전벽해와 같은 대변혁(sea change)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국부펀드연구소(SWFI)에 따르면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가 현재 1조7338억달러 규모로, 세계 국부펀드 중 가장 크다. 총 9250억달러인 PIF는 여섯 번째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부펀드 행정명령에 한술 더 뜬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의 화답대로 미국이 2조달러 규모의 국부펀드를 조성하면 단숨에 세계 1위로 등극하게 된다.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떨어지면 주무 부서는 90일 내 실천 계획을 마련하고 1년 내 마무리해야 한다. 집권 1기 반성을 토대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초기 1년의 성과가 가장 중요하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이다. 벌써부터 취임 1주년 기념식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나오자 시장에서 국부펀드 조성에 대한 기대보다 ‘의문’을 제기하는 점도 색다르다.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하나는 가뜩이나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누적된 여건에서 그 많은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다. 또 다른 하나는 조성된 재원을 어디에다 쓸 것이냐다.첫 번째 의문에 대한 해결책으로 관세 수입이 많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 방안은 국부펀드의 가장 중요한 요건인 재원 안정성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 관세는 기본적으로 가격할증 수
2025년 새해 벽두부터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가 동시다발적으로 ‘폴리티컬 디스카운드(Political Discount, PD)’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배리 아이켄그린 미국 버클리대 교수가 처음 언급한 PD란 통수권자를 비롯한 정치권이 해당국 경제를 훼손하는 현상을 말한다. 모든 선출직은 경제성장을 도모해 국민의 생활을 안정시키는 것이 기본 책무다.이런 가운데 PD의 상징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했다. 최근처럼 미국 중심의 세계경제질서가 재현되는 ‘네오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에 특정국 최고 통수권자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은 경제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중요한 문제다. 집권 1기 때 베네수엘라, 이란, 튀르키예 같은 국가에서 겪었듯이 국제적 마찰을 빚으면 금융시장이 불안하고 실물경기는 침체된다. 이미 세계경제 질서는 트럼프 정부 출범 이전부터 크게 흔들리고 있다. 현재 세계경제는 ▲미국과 중국이 공존하는 ‘차이메리카’ ▲미국과 중국이 패권을 놓고 대립하는 ‘신냉전 2.0’ ▲지역 혹은 국가별로 분화하는 ‘분권화’ ▲모두 조화하는 ’다자주의’ ▲무정부 상태인 ‘서브 제로(sub zero)’ 등 어느 하나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가장 확률이 높은 것은 미국과 중국 간 이해관계에 따라 ‘차이메리카’와 ‘신냉전 2.0’이 반복되는 커다란 줄기 속에 다른 국가는 자국 문제 해결에 우선순위를 두는 중층적 ‘분권화’ 시나리오다. 이 경우 세계경제 질서는 선진 7개국(G7)이 주도해 구축한 글로벌 스탠더드가 통하지 않으면서 미래 예측까지 어려운 ‘뉴 앱노멀 젤리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세계
세계 금괴가 영국 런던시장에서 미국 뉴욕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최근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 보관 중인 실물 금괴 재고량이 3000만 트로이온스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 확정 이후 3개월도 안 되는 기간에 무려 1220만 트로이온스가 들어왔다. 19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금태환 정지’ 선언 이후 가장 빠른 유입 속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개인 금 보유분까지 포함하면 뉴욕시장에 쌓인 금괴는 사상 최대 규모로 추정된다.세계 금괴 대이동에 따라 런던시장은 금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영국은행(BOE)에서 금을 찾으려면 평소 1주일이면 가능했는데, 이제 두 달을 기다려야 할 정도다. 미국 중앙은행(Fed), 유럽중앙은행(ECB)과 함께 세계 3대 중앙은행인 영국은행에서 좀처럼 볼 수 없던 마진콜(증거금 부족) 현상이다. 그동안 달러화의 힘을 빼려고 금 보유량을 크게 늘려온 중국 등 다른 국가가 금괴 옮기기에 동참할지에도 큰 관심이 쏠린다.무려 50년 만에 벌어지는 금괴 대이동의 직접적 원인은 금 현물과 선물 간 가격 차이 확대다. 국제 금시장에서 런던은 현물 거래가 중심인 반면 뉴욕은 선물 거래가 많이 이뤄진다. 지난달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뉴욕 금 선물 시세는 런던 현물 시세보다 하루 평균 1.5% 정도 높은 콘탱고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올 정도로 활발한 런던과 뉴욕시장 간 차익거래(arbitrage)의 촉매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다.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 이행에 대비해 금괴를 미리 미국으로 옮기려는 움직임이 가격에 영향을 주고 있다.주목해야 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20일(현지시간) 출범한다. 개인 야망까지 더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는 미국을 넘어 세계를 지배하려는 트럼프 집권 2기의 국정 목표다. MAGA 달성 여부는 대외적으로 무역적자, 대내적으로 재정적자를 얼마나 줄이느냐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미국의 경제 위상은 무역수지와 재정수지가 흔들릴 때마다 크게 약해졌다. 2차 대전 이후 팍스 아메리카나 체제가 첫 고비를 맞은 것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 시절이었다. 금과의 태환이 보장되는 브레턴우즈 체제가 지속되는 과정에서 세계 교역량이 급증하자 달러 가치가 크게 높아졌다.1970년대 초반 미국의 최대 무역적자국은 유럽 국가들이었다. 마셜 플랜까지 겹쳐 급증하기 시작한 무역적자가 재정적자로 전이될 위험에 놓이자 닉슨 정부는 한편으로는 금 태환 정지를 선언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유럽 국가에 보편 관세를 부과했다.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통화 가치를 올리면 보편 관세를 면제해 주겠다는 조건도 달았다.닉슨 정부는 1973년 달러인덱스까지 만들어 유럽 국가가 절상 요구를 얼마나 수용했는지를 평가할 정도로 강하게 밀어붙였다. 결과는 유럽 국가 사이에 ‘닉슨 쇼크’라는 용어가 나돌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통화 가치가 급등한 유럽 국가들은 미국 수출이 급감했고 지금까지도 경제 위상을 찾지 못하고 있다.유럽이 쇠퇴의 길로 접어들고 미국은 2차 오일 쇼크로 사상 초유의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자 그 틈을 빠르게 파고든 국가가 일본이다. 엔화 약세를 타고 일본의 제조 수출업체가 몰려오자 미국 경제는 쌍둥이 적자이론이 공식 태동할 정도로 위기를 맞았다.
한국은행은 이달 16일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연다. 매년 첫 회의는 그해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지만 올해는 유난히 더 주목받고 있다. 국회의 여소야대 입법 구조와 예산 감축 등으로 경제정책의 또 다른 축인 재정정책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정치권을 중심으로 올해만큼은 통화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게 한은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 통화당국에 대한 신뢰와 통화정책 전달 경로가 동시에 약화하는 여건에서 정책 수용층이 잘 따라줘야 하는 것도 또 다른 과제다. 양대 주문이 관철되기 위해서는 한은과 금융통화위원도 몇 가지 민감 사안을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첫째, 올해 첫 회의에 나서는 금융통화위원은 금리를 종속변수로, 금리 결정에 필요한 검토 사안을 설명변수로 하는 고차 다항식을 풀어야 한다. 대외적으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방향, 대내적으로는 경기 침체와 원·달러 환율 등 챙겨야 할 변수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하지만 설명변수가 많을수록 다중 공선성과 같은 통계상 문제를 떠나 한은의 확실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통화정책이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키를 쥔 정치권과 정책 수용층의 양대 주문을 관철하기 위해서라도 더 그렇게 해야 한다. 1선 목표인 물가 안정에다 성장을 도모하는 쪽으로 설명변수를 압축해야 하는 것도 이 근거에서다.둘째, 물가 안정과 성장 도모 중 어느 쪽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과제는 경기와 물가, 그리고 금리 간 트릴레마에 봉착한 미국 중앙은행(Fed)보다 쉽게 풀어갈 수 있을 것으로
새해 벽두부터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가 동시다발적으로 ‘폴리티컬 디스카운트(PD·Political Discount)’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배리 아이컨그린 미국 버클리대 교수가 처음 언급한 PD란 통수권자를 비롯한 정치권이 해당국 경제를 훼손하는 현상을 말한다. 모든 선출직은 경제 성장을 도모해 국민의 생활을 안정시키는 것이 기본 책무다. 정치권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는 폴리코미 시대에는 특정국이 PD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금융위기가 발생한다. 프랑스, 독일, 캐나다 등 PD 문제에 시달리는 국가는 증시를 중심으로 외국인 자금 이탈세가 뚜렷하다. 가장 심한 한국은 증시뿐만 아니라 국채 시장에서도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는 ‘한국 대탈출(GKE·Great Korea Exodus)’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작년 7월부터 11월까지 한국 증시에 들어온 외국인 자금은 27조원이 넘었다. 하지만 2025년 예산안을 놓고 야권과 정부의 갈등이 본격화하자 이 자금은 연말까지 다 빠져나갔다. 국채 시장에서도 피벗에 대한 기대로 작년 11월 말까지 15조원이 들어왔지만 계엄 조치 이후 18조원이 이탈했다. 전형적인 ‘서든 스톱(sudden stop)’ 현상이다.주목해야 할 것은 계엄 조치를 계기로 GKE와 원·달러 환율 상승 간에 악순환 고리가 형성되고 있는 점이다.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에도 원·달러 환율은 1차 방어선인 1400원, 2차 방어선인 1450원이 연속해 뚫리면서 1500원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2009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더 우려되는 것은 GKE와 원·달러 환율 상승 간의 악순환 고리를 차단할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세계 3대 신
AI 비즈니스는 2025년도 뜨겁다 2016년 구글의 사업 부문 중 하나인 딥 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한국의 이세돌 9단을 이기면서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한 AI는 이후 예상과 달리 그 쓰임새가 빠르게 퍼지지는 못했다. 하지만 2022년 11월 미국의 스타트업인 오픈AI사가 챗GPT를 처음 선보인 후 세계는 AI가 일상에서도 쓰인다는 걸 알고 놀랐다. 본격적인 AI 2.0 시대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생성형(generative) AI 기술은 기업을 상대로 하는 소프트웨어에도 빠르게 접목되어 그 쓰임을 늘려가기 시작했다.가장 보편적인 AI를 사용한 인터넷 서비스는 B2C는 흔히 언론에서 많이 다뤄져 소비자에게 친숙한 생성형 AI 프로그램이다. OpenAI, Anthropic, x.AI, Perplexity 등의 미국 스타트업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B2B) 한 서비스는 기존 소프트웨어업체가 제품에 AI 기능을 추가해 제공하면서 시작됐다.AI 학습과 추론을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반도체 설계와 생산이 추가적으로 필요했다. 그 결과 미국의 엔비디아, AMD, ARM, 대만의 TSMC, 한국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주목을 받았다. 비상장업체 중에는 미국의 텐스토렌트, 세레브라스, 그록 및 한국의 리벨리온, 퓨리오사 등이 급성장하고 있다.가장 주목받은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AI 연산을 실제로 수행하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추가적으로 세계 각지에서 건설 중이다. 미국의 구글, 아마존, 애플, 메타(페이스북) 등이 데이터센터 사업을 활발하게 운용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네이버도 데이터센터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AI 산업의 인프라에 해당하는 전력은 AI 연산이 증가하면서 수요도 급증했다. 데이터센터에서는 AI 연산
선거, 전쟁, 이상기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62년 만에 프랑스 정부 붕괴, 탄핵 등. 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던 2024년이 마무리된다. 세계 증시 관점에서 올해는 미국과 한국으로 요약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주요 20개국(G20) 중에서 달러화로 환산된 대표 지수 상승률을 보면 미국이 1위, 한국은 최하위를 기록했다.올해 미국 증시는 고성장·저물가의 신경제 신화로 주가가 크게 오른 1990년대 후반의 골디락스 장세를 뛰어넘어 ‘불꽃 장세(fire market)’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트럼프가 당선된 지난 11월 초 이후에는 테슬라, 팰런티어 같은 관련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한 단계 더 뛰어오르는 ‘폭등 장세(sky-rocketing market)’까지 나타났다.성장률과 정책(기준)금리가 각각 5%대, 6%대이던 1990년대 후반에 훨씬 못 미치는 2%대, 4%대인데도 미국 주가가 당시에 비해 더 큰 폭으로 오른 것은 글로벌 자금이 미국 증시에 집중적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10월 말까지 글로벌 자금의 60% 정도가 미국으로 유입됐다. 트럼프 당선 이후에는 그 비중이 70%까지 높아졌다.2차 대전 이후 글로벌 자금이 미국으로 집중적으로 유입된 때는 국제금리 간 ‘대발산(GD·Great Divergence)’이 나타났던 시기와 맞물린다. GD가 처음 발생한 1990년대 후반 이후 상황을 보면 미국 중앙은행(Fed)은 1995년 이후 불과 1년 만에 정책금리를 3.75%에서 6%까지 올렸다. 같은 기간 독일의 분데스방크는 5%에서 4.5%로 내렸다.정책금리 간 GD로 ‘루빈 독트린 시대’라 불릴 만큼 강달러 시대가 전개됐다. 1995년 4월 달러 가치 부양을 위한 역플라자 합의 이후 엔·달러 환율은 79엔에서 148
미국 중심의 세계 경제질서가 재현되는 ‘네오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에 특정국 최고 통수권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어떤 관계를 설정하는지는 경제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중요한 문제다. 집권 1기 때 베네수엘라, 이란, 터키 등이 겪었듯이 트럼프와 마찰을 빚으면 금융시장이 불안하고 실물경기는 침체한다. 집권 2기에는 우리가 그렇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내년 1월 20일 트럼프 정부가 공식 출범한 이후 미·중 관계에 대한 전망은 낙관론과 비관론이 공존한다. 전자는 ‘트럼프 압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굴복’이라는 전망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일단 승기를 잡으면 그대로 밀어붙이는 트럼프의 협상 방식을 고려하면 중국과의 경제패권 다툼을 미국이 의도대로 주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후자는 현 상황에서 크게 변할 게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세계 경제패권 다툼은 그 자체가 ‘타결’ 혹은 ‘합의’와는 거리가 먼 디커플링 문제이기 때문이다.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축소)도 한계가 있다. 양국 간 경제 발전 단계와 수출입 구조가 워낙 달라 어떤 방식을 동원하더라도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가 줄어들기는 쉽지 않다.양극단론 속에 절충점은 없을까. 집권 1기 때 경험했듯이 ‘트럼프 리스크’가 장기간 지속되면 피로 증후가 쌓여 트럼프가 같은 실수를 저지를 확률이 높다. 미국과의 갈등이 커지면 안 그래도 가뜩이나 약해진 시진핑의 리더십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한동안 잠복한 ‘제2 플라자 합의’ 논쟁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플라자 합의란 1980년대 초 국제수지 불균형의 주범인 미국과 일본 간에
지난 주말 뉴욕증권거래소 개장을 알리는 오프닝 벨 행사에 초청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이례적으로 주식보다 암호화폐를 강조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대선 자금 보답 차원에서 언급한 지난번과 달리 이번에는 중국 견제 수단으로 암호화폐의 중요성을 꼽았다.집권 1기 반성을 토대로 트럼프는 당선이 확정되자마자 고관세를 통한 중국 견제를 주도면밀하게 추진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느냐는 점이다. 지금까지 내놓은 중국의 대응 방식을 보면 함무라비 탈레오 법칙(lex talionis) 식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원칙에 맞춰 ‘가격은 가격 조치’로, ‘물량은 물량 조치’로 맞대응하고 있다.공식 출범 전 트럼프 정부가 중국 견제 수단으로 가장 먼저 부과하려는 고관세는 전형적인 가격 할증 정책이다. 하지만 중국이 근린궁핍화 가격 할인 정책인 위안화 약세로 대응하면 고관세 피해액이 고스란히 미국에 전가되는 맹점을 안고 있다. 집권 1기 때도 중국은 위안화 가치를 11% 이상 절하해 트럼프 정부의 고관세 부담을 70% 이상 상쇄했다.중국은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자 미국 국채를 더 빠른 속도로 매각해왔다. 미국 국채 매각 대금으로 중국 국채를 매입하면 한편으로 위안화 약세를 유도하고 다른 한편으로 국가부채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에 미국 금융위기 수준에 준하는 양적완화(QE)를 추진하기로 확정한 점을 고려하면 위안화 절하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주목해야 할 것은 2022년 10월 제20차 공산당대회 이후 20차례가 넘는 금융완화 조치에도 경기부양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이번
올해는 각국 통수권자와 관련된 정치 이슈가 유난히 많은 한 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영국 리시 수낵 총리 조기 퇴진, 프랑스 미셸 바르니에 정부 붕괴,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 퇴진,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조치 등 이루 거론할 수 없을 정도다. 경제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컸던 만큼 ‘폴리코노미(policonomy)’ ‘폴리큐리티(policurity)’라는 용어까지 생겼다.각국 통수권자와 관련된 정치 이슈가 경제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세 가지 요건 충족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합법성, 높은 국민 지지도, 건전한 펀더멘털 요건이다. 이를 충족했을 때는 긍정적(+) 영향을, 미충족했을 때는 부정적(-) 영향이 나타난다. ‘+’ 혹은 ‘-’ 영향의 지속 여부는 해당 정치 이슈의 팬 차트상 편향성에 좌우된다.리스크 이론상 통수권자와 관련된 정치 이슈는 어쩌다 한 번 발생하는 롱테일 리스크가 대부분이다. 이 단계에서 차단할 수 있다면 경제와 증시에 미치는 영향도 단기에 그친다. 하지만 빈도가 잦아지는 테일 리스크, 팻테일 리스크로 진전해 정규분포상 평균치에 도달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빠지면서 다중 공선형 복합위기가 발생한다.올해 폴리코노미, 폴리큐리티의 대표적 사례는 트럼프 당선 이후 나타나고 있는 트럼프 트레이드다. 3대 충족 요건을 충족했을 뿐 아니라 ‘레드 스윕’까지 받쳐줘 의외로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 미국 대선이 끝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트럼프 트레이드의 양대 상징인 테슬라 주가와 비트코인 가격은 각각 40% 넘게 올랐다.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은 내년 1월 20일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트럼프 트레이
세계경제가 흔들릴 때마다 질서를 잡아줘야 할 주요 국가의 통수권자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선진 7개국(G7) 중 영국의 리시 수낙 총리와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교체됐다. 조만간 조 바이든 대통령도 물러난다. 사회주의국가의 양대 축(S2)인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각국 경기 부진과 장기간 전쟁에 따른 국력 소모로 흔들리고 있다.G7과 S2 통수권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함에 따라 세계경제 질서가 ‘그룹 제로(G0)’로 가는 시대에는 국제 공동 이익보다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 G7과 S2 통수권자의 역할이 가장 절실한 각국의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다. 내년 3월이면 러·우전쟁이 3년이 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전쟁도 1년이 넘었다.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 세계은행(WB) 등 국제 다자 기구의 위상과 합의 사항에 대한 이행력이 떨어지고, 합의 사항 위반 때 제재하더라도 이를 지키려는 회원국이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재원 조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국제기구 축소론’과 ‘역할 재조정론’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미국의 47대 정부가 새롭게 들어설 2025년에 예상되는 세계경제 질서는 ▲미국과 중국이 경제 패권을 놓고 대립하는 ‘신냉전(new cold war)’ 2.0 ▲미국과 중국이 상호 공존하는 ‘차이메리카(chimerica)’ ▲지역 혹은 국가별로 분화하는 ‘분권화(decentralization)’ ▲모두 조화하는 ’다자주의(multilateralism)’ ▲무정부 상태인 ‘서브 제로(sub zero)’ 등 5가지 시나리오로 상정할 수 있다.가장 확률이 높은 것은 미국과 중국 간 이해관계에 따라 ‘차이메리카&r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집권 2기 목표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실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백악관, 의회, 연방법원까지 공화당이 장악한 레드 스윕을 바탕으로 내각 구성이 순식간에 마무리됐다. 멕시코, 캐나다, 중국을 대상으로 고관세를 부과하는 경제정책도 발표되면서 해당국뿐만 아니라 세계를 긴장 속에 몰아넣고 있다.미국의 인사 원칙은 ‘엽관제(spoil system)’다. 고위 공무원과 주요 기관 수장 자리에 여당 측 인사와 지지자들을 채용하는 방식이다. 내년 1월 20일 취임 이전까지 모든 공직은 친트럼프 성향의 인물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임기 절반이 지나도록 60%밖에 못 채운 우리와는 구별된다.MAGA는 개인적인 야망까지 포함된 목표다. 트럼프는 극심하게 분열됐던 남북을 통일시켜 정치적 영웅으로 추앙받는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을 꿈꿔왔다. MAGA도 링컨 대통령의 MAG(Make America Great·미국을 위대하게)에서 따온 것이다.경제적으로는 1930년 대공황을 극복한 또 다른 영웅인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을 재추진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트럼프가 집권 1기 때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에게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은 숨겨진 일화다.MAGA의 청사진이자 실천 계획인 ‘프로젝트 2025’도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첫 작품인 정부효율부(DOGE)를 창설했다. 수장을 맡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각종 기득권을 축소해 비대해진 정부의 몸집을 줄인 후 기업과 국민에게 되돌려주겠다는 의욕을 나타내고 있다. 마약, 동성애 등을 금지해 잃어버린 청교도 기업가 정신을 부활시키겠다는 것도 눈에 들
지난 7월 피습 사건 이후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통령선거 후보의 지지도와 당선 확률이 높아질 때마다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움직임이 ‘고금리·강달러’ 현상이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에도 0.8%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알 수 있는 달러인덱스도 107대에 진입하고 있다.어빙 피셔의 국제자금이동 이론에 따라 달러 가치를 고려한 미국과 다른 국가 간 금리차가 1990년대 대발산(GD·Great Divergence)에 비유될 만큼 벌어지고 있다. GD란 1995년 4월 역플라자 합의 이후 고금리·강달러 시대가 전개돼 글로벌 자금이 미국으로 쏠려 들어간 때를 말한다. 이 과정에서 중남미 외채 위기, 아시아 외환위기, 러시아 모라토리엄이 순차적으로 발생했다.과다한 글로벌 자금 유입으로 미국도 어려워지기는 마찬가지였다. 앨런 그린스펀 당시 Fed 의장이 ‘비이성적 과열’이라고 경고할 만큼 거품이 낀 증시는 9·11 테러 사태를 계기로 붕괴했다. Fed의 금리 인상 선제 조치에도 중국의 국채 매입으로 금리가 내려가는 과정에서 더 심해진 부동산시장 거품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계기로 꺼지자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발생했다.최근에 재연되고 있는 GD는 40년 전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 미국 쪽으로 들어가는 글로벌 자금이 증시에 집중하는 반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오히려 국채 시장은 내년 1월 20일 트럼프 정부 출범을 앞두고 중국이 미국 국채 매각에 속도를 내는 등 이탈하는 현상도 눈에 띈다.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심각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세계 상업용
차이나 펀드, 독일 국채 파생결합증권(DLS), 해외 상업용 부동산,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등은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투자에서 대형 손실이 난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최근에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승리한 이후 고금리·강달러 쇼크가 겹치면서 일본 엔화로 미국 국채를 사들인 투자자의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작년 4월 이후 ‘엔화로 미국 국채 투자하기’ 열풍이 뜨거웠다. 일본은행(BOJ) 총재가 구로다 하루히코에서 우에다 가즈오로 바뀌면서 아베노믹스가 종식되고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상을 끝낼 것이라는 양대 피벗(통화정책 전환)이 기대됐기 때문이다. 엔저가 엔고로, 미국 금리가 인상에서 인하로 바뀐다면 엔화로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것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하지만 정반대 현상이 벌어졌다. 작년 4월 이후 지난 7월 말까지 엔·달러 환율은 123엔대에서 161엔대로 급등했다. 같은 기간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연 3.4%대에서 연 4.2%대로 상승했다. 당초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엔·달러 환율과 미국 국채 금리가 흘러갔다. 증권사 권유에 따라 엔화로 미국 국채를 사들인 투자자의 손실 규모는 홍콩 ELS 손실액만큼 늘어났다. 법정 다툼으로 가기 일보 직전의 상황에 놓일 정도다.한때 이 손실 규모가 줄어들면서 투자자들이 희망을 품기도 했다. 7월 말 BOJ의 금리 인상 조치 이후다. 때맞춰 일본 재무성의 달러 매도 개입까지 겹쳐 엔·달러 환율은 140엔 내외까지 하락했다. 일부 증권사는 엔·달러 환율이 125엔 선까지 하락해 엔캐리 자금이 본격 청산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또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
“여론조사, 예측기관, 정치학자, 정치평론가 모두 틀렸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초박빙 승부가 될 것으로 보였던 47대 미국 대통령 선거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압승으로 끝났다. 백악관뿐만 아니라 상·하원을 공화당이 장악하는 레드 스윕을 달성해 집권 2기 국정 운영이 탄력받을 것으로 예상된다.일단 시장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후보 당선이 확정된 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500포인트 넘게 치솟았다. 금융위기 당시 헬리콥터 벤식 유동성 공급책에 비유될 만큼 대선 과정에서 돈을 뿌려 트럼프 후보를 구한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주가는 연일 급등세다. 비트코인과 같은 트럼프 트레이드 대상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앞으로 주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인가. 이 문제를 풀어보기 위해서는 8년 전 상황으로 되돌아가 볼 필요가 있다. ‘힐러리 클린턴’이란 거물을 물리친 정치 신출내기의 흥분을 가라앉게 한 것은 ‘트럼프 탠트럼’(tantrum·발작)이다. 당시 트럼프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직후 연 1.8%대였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1년 만에 연 2.6%대로 급등하면서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기 전부터 국채 금리가 급등한 것은 재정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대선 공약 때문이었다.그로부터 8년이 지난 미국의 재정 여건은 더 악화했다.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첫해부터 연방 부채 상한선 상향 조정 문제를 놓고 지루한 싸움을 지속했다. 집권 후반기에 들어서는 임시예산안으로 연명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유럽의 피치와 미국의 무디스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하거나 전망을 ‘부정적(negative)’으로 조정했다.이번에도 트
중국의 부동산 위기가 장기화되는 주요인은 시진핑 정부의 정책 실수 때문이다. 요즘 많이 거론되는 중립 금리를 적용해보면 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r*(경제성장을 자극·위축시키지 않는 중립 금리)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춰야 했다. 하지만 r**(금융 안정 달성을 위한 중립 금리)를 낮춘 것이 결정적 실수다. 실물경제 침체 혹은 과열시키지 않는 r*가 금융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r**보다 높을수록 부동산 위기는 악화되기 때문이다. 모든 정책은 양면성을 지녔다. 정책 실패로 부동산 위기가 장기화됨에 따라 이제는 본격적으로 다른 시장으로 전이될 조짐이 뚜렷하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증시는 상해종합지수가 금융위기 직전 최고치인 6300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중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1만 선에서 4만 선을 돌파해 대조적이다.r**에 맞춘 정책금리 인하로 10년물 국채금리가 2%대까지 떨어졌다. 절대 수준으로는 1% 내외인 일본의 10년물 국채금리 다음으로 낮고, 지난해 11월 이후 하락 속도도 가장 빠르다. 1인당 국민소득이 이제 막 1만 달러를 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300% 넘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 현상이다. 국채금리와 국채 가격은 역비례 관계다. 국채금리가 2% 내외까지 떨어졌다는 것은 국채 시장에 낀 거품이 붕괴 일보 직전까지 왔다는 의미다. ‘경제패권 다툼의 일환’이라는 명목을 걸고 있지만 미국의 국채금리가 낮아져 투자 매력도가 더 높아지는 여건 속에서도 미국 국채를 처분하는 것은 국채 거품 붕괴를 방지하는 목적이 더 강하다. 통화가치를 고려한 어빙 피셔의 국제 간 자금 이동 이론에 따르면 중국의 국채금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을 추진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한국은행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리 수수께끼’ 현상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금리 수수께끼란 기준금리는 내렸는데 국채 금리는 거꾸로 올라가는 것을 말한다. 벌써 통화정책 무력화 논쟁이 일고 있다.재테크 생활자를 비롯한 경제 주체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기준금리가 내리면 주식, 채권 등 자산 가격은 올라가고 달러 가치는 약세가 될 것이란 예상에 따라 포트폴리오와 각종 계획을 짠다. 하지만 현실은 국채 금리가 올라감에 따라 정반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는 것을 토대로 포트폴리오와 계획을 짰다면 이미 큰 손실이 났을 것으로 추정된다.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나. 그 답을 구하기 위해선 코로나19 사태 직후 물가가 급등하기 시작한 원인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당시 각국 경기는 성장률이 잠재 수준을 밑돌 정도로 부진했지만 공급망 부족, 역아마존 효과 등에 따라 물가가 급등했다. 역아마존 효과란 아마존과 같은 빅테크가 초기에는 물가를 안정시키지만 독과점 지위에 오르면 각종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과정에서 물가가 올라가는 현상을 말한다.물가 상승 요인은 총수요와 총공급 측면에 따라 대응 수단이 달라져야 한다. 전자에 기인할 때는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이 효과적이다. 전제는 기준금리와 시장금리 간 체계(interest system)가 잘 잡혀 있어야 한다. 2004년 당시엔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중국의 국채 매입으로 시장금리가 떨어지는 앨런 수수께끼 현상이 나타났고, 결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초래하는 자충수를 뒀다.문제는 코로나19 사태 직후 물가 상승이 주로 총공급
올해 3분기 성장률이 낮게 나온 것을 두고 우리 내부보다 밖에서 보는 시각이 더 부정적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전망치인 0.5%는 고사하고 한국경제신문이 내놓은 전망치 ‘제로(0)’ 수준에 가까운 0.1%로 나왔다. 한은의 예측 모델이 노후화했다는 비판보다 일본 경제처럼 ‘선진국 함정’(HIT·high income trap)에 빠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더 눈에 들어온다.한은은 앞으로 성장률이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지만 결론부터 말한다면 쉽지 않아 보인다. 경기 순환상으로 작년 3분기 이후 분기별 성장률을 보면 ‘불황의 늪’(0.8%→0.5%→1.3%→-0.2%→0.1%)에 빠져 경기 저점이 더 깊어지고 있다. 늪에서 허우적거리면 더 깊은 곳으로 빠지듯 복원력(resilience)과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총수요 항목별 소득 기여도(Y=C+I+G+(X-M), Y: 국민소득, C: 민간 소비, I: 설비투자, G: 정부 지출, X-M: 순수출)에서 최대 항목인 민간 소비의 부진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 2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3분기 내내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이상 높은 수준을 지속했음에도 순수출 기여도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점도 우려된다.현재 우리 경제가 맞닥뜨린 성장 장애 요인을 단순생산함수(Y=f(L, K, A), L=노동, K=자본, A=총요소생산성)로 살펴보면 노동 섹터는 인구절벽과 저출생·고령화로, 자본 섹터는 토빈 q 비율이 ‘1’ 밑으로 떨어져 자본생산성이 낮다. 총요소생산성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각종 갈등과 부패 등으로 좀처럼 제고되지 못하고 있다.국민경제 3면 등가 법칙(생산=분배=지출)상 곳곳에 내재한 ‘병목 현상’도 심각하다. 생산과 분배는 앨버트 허시먼 교수의 전후방 연관효과가 떨
올해 국제 금융시장에선 주요국 중앙은행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움직임이 최대 이슈다. 하지만 피벗을 추진하자마자 ‘실수론’과 ‘실기론’이 동시에 거론되며 중앙은행 무용론까지 일고 있다. 전자는 피벗을 추진하지 말아야 할 것을 했다는 의미로, 후자는 추진 방향은 맞았지만 ‘선제성’을 잃었다는 의미로 사용된다.미국 중앙은행(Fed)은 빅컷을 단행한 지 한 달도 채 못 돼 ‘파월의 실수(Powell’s failure)’에 시달리고 있다. 빅컷 추진 이후 발표된 경제지표가 워낙 좋기 때문이다. 이달 말 나올 3분기 성장률도 3.4%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오쿤의 법칙상 국내총생산(GDP) 갭을 구해 보면 1.5%포인트 이상 인플레이션 갭이 발생하는 수준이다.하지만 각종 물가지표는 여전히 목표치를 웃돌고 있다. 오히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로 8월의 2.3%보다 높게 나왔다. ‘노랜딩’이란 용어가 나올 만큼 펀더멘털이 강한 여건에서 빅컷을 단행하면 1980년대 초 당시 Fed 의장이 저지른 ‘볼커의 실수(Volker’s failure)’를 저지르지 않겠느냐는 비판이 통화론자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2022년 3월 금리 인상 때도 Fed는 거센 실기론에 시달렸다. 2021년 4월 이후 모든 물가지표가 급등하자 ‘일시적’이라고 판단하고 오히려 평균물가목표제를 도입해 방관했다. 그 후 말이 뛰는 식으로 물가가 오르는 켈로핑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자 빅스텝(0.50%포인트),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으로 금리를 올리는 과정에서 경제 주체에게 충격과 부담을 줬다.지난 6월 이후 세 차례 금리를 내린 유럽중앙은행(ECB)에도 실기론이 핵심 유로국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9월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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