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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급부상하는 美 경기침체 우려와 빅테크 주가 거품론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지난주 금요일 코스피지수가 하루에 100포인트 넘게 폭락했다. 올 들어 한국 증시를 지탱해 온 외국인 투자자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대표 종목을 내다 팔면서 낙폭을 키웠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연내 3000을 넘을 것이라는 예상 속에 한국 주식이 유망하다는 추천이 유난히 많았던 만큼 코스피지수 폭락의 체감적인 충격은 더 컸다.문제의 발단은 미국의 빅테크 기업 주가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 증시를 이끌어 온 빅테크 기업 주가는 지난달 중순 이후 ‘워블링 장세’(wobbling market·갓난 아이가 불안하게 걸어가는 모습에 비유된 증시)를 보여왔다. 빅테크 기업의 변동성 지수 상승폭은 공포지수(VIX)의 2배를 웃돌았다. 빅테크 기업 주가를 주도한 엔비디아 변동성 지수의 오름폭은 VIX의 3배에 달했다.워블링 장세 이후 빅테크 기업 주가의 향방은 두 갈래 중 하나를 택할 전망이다. 하나는 덤핑으로 이어지면서 주가가 순간 폭락하는 경우(flash crash)다. 다른 하나는 저가 매수세가 나타나 주가가 한 단계 더 뛰어오르는 경우(sky rocketing)다. 2차 대전 이후 미국 증시의 궤적을 보면 전자와 후자 간 갈림길에서는 호재보다 악재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시기적으로 빅테크 기업 주가가 폭락한 것은 지난달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시기와 폭이 확정돼 빅테크 기업 주가가 한 단계 더 올라갈 것이란 기대가 컸다. 하지만 9월 FOMC 회의에서 금리 인하 안건을 상정하겠다는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기자회견 발언 외에는 어느 하나 확정된 것이 없었다.불확실성이 증폭된 상황에서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3개월 연속 ‘50’을 밑돈

    2024.08.04 17:18
  • 강세로 돌아선 엔화…엔고 베팅한 투자자 '겨울' 끝났을까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31일 일본은행(BOJ) 회의를 앞두고 엔화 가치가 강세로 돌아서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급부상하고 있다. 2주 전 38년 만에 최고치인 달러당 161엔을 돌파한 엔·달러 환율은 153엔 내외 수준으로 급락했다. 같은 기간 850원대까지 떨어진 원·엔 환율도 900원을 넘어섰다. 엔화 가치가 추세적으로 강세로 돌아서면 엔화 투자자에게는 반가운 일이다.특정국의 통화 가치는 머큐리(mecury·펀더멘털) 요인과 마스(mars·정책)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하지만 엔화 가치는 금리차와 환차익을 노리는 캐리 트레이드 자금 여건도 고려해야 한다. 저금리와 엔저를 바탕으로 경기 회복을 모색하는 아베노믹스가 10년간 추진되는 동안 엔 캐리 트레이드가 엔화 가치 하락의 결정적 요인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작년 11월 초 엔·달러 환율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150엔 선이 뚫린 이후 일본 정부가 엔화 가치를 강세로 돌려놓기 위해 환율시장에 개입했지만 거듭 실패했다. 재무성이 주도해 달러 매도에 나섰지만 엔 캐리 트레이드 환경을 바꾸지 못했다.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 역사상 최대 규모 외화만 낭비했을 뿐이다.가뜩이나 ‘아오키 법칙’(내각과 집권당 지지도가 50% 밑으로 떨어지는 현상)에 걸려 있는 여건에서 시장 개입에 실패했다는 비판까지 거세지자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은 서둘러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에게 금리를 올리라고 압박하고 있다. 캐리 자금 여건상 엔저를 막기 위한 조치로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하지만 종전과는 180도 바뀐 태도라 이번 기회를 통해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려는 수순이 아니냐는 정치적 해석도 만만치 않

    2024.07.28 18:23
  • 트럼프 "금리인하 말라" 요구…과연 파월은 수용할까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전 세계인의 이목을 끈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가 끝났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8년 전 첫 후보 지명 당시보다 노련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예상치 못한 발언과 행동은 여전했다. 자신의 당선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종전처럼 거침없이 밀고 나가는 것도 그렇다. 부통령 후보로 아무도 예상치 못한 JD 밴스를 지명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트럼프 후보가 재집권하면 추진할 경제정책에서도 그런 패턴이 드러난다. 트럼프노믹스 2.0은 조 바이든 정부의 물가 관리 실패에서 출발한다. 공화당 선거공약집인 헤리티지재단의 ‘프로젝트 2025’에 나타난 미국 중앙은행(Fed) 개편안을 보면 양대 책무 중 아예 고용 목표를 빼고 물가 관리에만 주력하겠다는 공약이 포함돼 있다.공화당 전당대회에서도 트럼프 후보는 제롬 파월 Fed 의장에게 이례적으로 금리 인하와 관련해 두 가지 주문을 해 파문을 일으켰다. 하나는 파월 의장에게 금리 인하를 추진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다른 하나는 이 요구를 수용하면 파월 의장의 임기를 보장하겠다고 조건부 인사 방침을 밝혔다.두 가지 주문은 이번 전당대회 직전까지 보인 태도에서 180도 변화한 것이다. 그렇다 보니 트럼프 후보의 숨은 의도가 무엇일까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트럼프 후보는 부동산 재벌이 되기까지 저금리 혜택을 크게 누려왔다. 바이든 정부의 충격요법식 금리 인상으로 자신이 가장 큰 피해를 봤다고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집권 1기 때와 마찬가지로 집권 2기 때도 Fed 의장으로 검토할 정도로 트럼프 후보가 신뢰하는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의 준칙으로 볼 때 현재 기준금리(연 5.25∼5.5%)는 적정선보다 높게

    2024.07.21 18:23
  • 트럼프의 이원적 달러 정책…우리는 얼마나 준비됐나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이번주에는 1년 이상 미뤄진 중국의 3중 전회와 미국의 공화당 전당대회가 동시에 열린다. 세계인의 관심은 단연 후자에 몰려 있다.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MAWA)’ ‘미국을 다시 안전하게(MASA)’ ‘미국을 다시 자랑스럽게(MAP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마치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당선을 확신한 듯 2017년 1월 20일 취임사를 콘셉트로 삼았다.2기 트럼프 정강정책의 핵심인 경제 분야는 조 바이든 정부가 물가 잡기에 실패해 국민이 고통에 빠졌다는 데서 출발한다. 47대 대통령선거 출마를 공식화한 이후 트럼프 후보는 물가 안정 주무 기관인 미국 중앙은행(Fed)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명해 왔다. 제롬 파월 Fed 의장에 대해서도 임기(2026년 2월) 이전에 교체할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더 주목되는 것은 트럼프의 Fed 개편안이다. 트럼프 재집권 시나리오인 헤리티지재단의 ‘프로젝트 2025’에 나타난 Fed 개편안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Fed 자체를 없애버리는 ‘폐지론’이다. 다른 하나는 대통령이 Fed 의장뿐만 아니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임명권까지 장악하는 ‘시녀론’이다. 마지막으로 Fed의 양대 목표 중 ‘고용창출’을 빼고 ‘물가안정’에만 주력하겠다는 ‘축소론’이다.문제는 Fed가 폐지되면 물가안정 책무는 누가 담당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도저히 있을 수 없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이 문제에 트럼프 진영의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중국 등 아시아 국가의 ‘덤핑 수출’(디플레이션 수출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만 잡으면 된다고 보고 있다.중국의 덤핑 수출을 잡기 위해서는 Fed로는 안 되고 대통령

    2024.07.14 17:26
  • 중국판 실리콘밸리은행 사태…금융위기로 악화되나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작년 11월 이후 중국 국채 금리가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연 2% 내외다. 주요국 가운데 일본 다음으로 낮다. 통상 경제가 성숙할수록 국가신인도는 올라가고 그만큼 국채 금리는 떨어진다. 하지만 중국의 신용등급을 고려하면 국채 금리는 상대적으로 낮은 축에 속한다.중국 국채 금리가 하락하는 것은 수급 요인 때문이다. 금리와 채권 가격은 역비례 관계다. 국채 금리가 떨어져 채권 가격이 오르는 것은 국채 공급이 감소하거나 수요가 증가하는 경우다. 하지만 중국은 국채 공급을 줄일 수 있는 재정 여건이 못 된다. 정부 씀씀이가 상당한 만큼 적잖은 국채를 발행한다. 중국 국채를 서방에서 사는 경우는 드물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와 세계국채지수(WGBI) 등이 중국을 평가 대상국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국제 신용등급이 없는 만큼 해외 주요 운용사들은 중국 국채를 담지 않고 있다. 그만큼 수요 공백이 크다.중국의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00%가 넘는다. 이 나라의 경제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조건을 충족한다. 하지만 이 같은 위기를 넘긴 배경으로 중국의 지방은행이 꼽힌다. 이들 지방은행은 최근 7개월 동안 중국 국채를 1조6000억위안어치 사들였다. 전년 동기에 비해 61% 불어난 규모다.4년 전 헝다그룹 사태 이후 부동산 부실과 지방 제조업 경기 위축으로 부도 직전에 놓여 있는 지방은행이 이 많은 국채를 사들인 데 대해 의구심이 남는다. 국채 매입 자금의 원천은 주로 부동산 구제금융 자금이다. 중앙정부에서 지급한 이 같은 자금은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제공돼야 한다. 부동산을 담보로 하는 부실채권을 매입한 뒤 유동화시키는 등 구조조정하는 재원으로 활용

    2024.07.07 18:07
  • 미·중, 초유의 국채 전쟁…원달러환율 영향은

    미국 대통령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경제 이슈 가운데 쌍둥이적자 문제가 대선 결과를 좌우할 정도로 크게 부각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모든 여론조사에서 엎치락뒤치락 경합을 벌이는 조 바이든과 도널드 트럼프 양당 후보는 앞당겨진 TV 토론을 앞두고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최대 적자국인 중국에 대해 연일 고관세 부과 공약을 내놓고 있다.1980년 초부터 거론하기 시작해 이제는 미국 경제의 고질병이 된 쌍둥이적자 메커니즘은 이렇다. 무역적자가 확대되면 그 폭을 메우기 위해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그 결과 한편으로는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늘어나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채금리가 상승해 궁극적으로 경기가 침체된다는 것이 이 이론의 골자다.대(對)중국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선수 친 진영은 피터 나바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같은 중국 강경론자들이 포진한 트럼프 측이다. 집권 1기 반성을 토대로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60%의 고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너무 국수주의지 않느냐는 비판도 있지만, 7개 경합주에서 모두 바이든 후보에게 앞설 정도로 표심을 파고들고 있다.당황한 바이든 후보 측은 한술 더 떠 올 8월부터 중국산 전기차 등에 100% 관세를 때리겠다는 방침을 뒤늦게 내놓았다. 미국 통상법 시리즈 중 안보와 관련한 제232조를 법적 근거로 들었으나 필요하면 의회 승인 없이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발동 가능한 슈퍼 301조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각국에 충격을 주었다.미국 대외경제정책 역사상 유치산업 보호와 자유무역 창달을 위해 중국의 디플레이션 수출과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용인한 것은 대표적 실패 사례로 꼽힌다. 중국의 경제 위상을 미

    2024.07.05 06:01
  • 흔들리는 엔비디아 주가…2000년 '시스코 폭락' 데자뷔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주식분할 이후 엔비디아 주가가 갑자기 흔들리는 ‘워블링 장세(wobbling market)’가 지속되고 있다. 테슬라 등 주식분할 이후 크게 흔들렸던 기업의 주가 향방을 보면 대부분 폭락 사태로 이어졌다. 같은 맥락에서 <버블붐>, <인구절벽>의 저자로 잘 알려진 해리 덴트는 엔비디아 주가가 98% 수준까지 폭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지난 2년 동안 엔비디아 ‘불꽃 장세’가 지속됐다. 텍스트 마이닝 기법으로 각종 언론에 나온 어조 지수를 보면 엔비디아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증시도 엔비디아 주가 움직임에 따라 좌우되는 점에 착안해 ‘킹비디아’ ‘갓비디아’라는 용어가 나왔다. 창업자인 젠슨 황을 무조건 따라 하는 ‘젠새니티(Jensen+insanity)’ 현상까지 유행하고 있다.반도체, 인공지능(AI)과 관련된 개별 기업 주가는 엔비디아와의 관계에 따라 결정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 주가는 엔비디아 고대역폭메모리(HBM)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로이터 보도에 따라 폭락하다가 젠슨 황이 오보임을 확인해주자 곧바로 낙폭을 만회했다. SK하이닉스, 한미반도체 등의 주가도 마찬가지다.투자자도 ‘작위 후회(action regret)’가 ‘부작위 후회(inaction regret)’를 압도하고 있다. 요즘 뜨는 감정 경제학으로 보면 전자는 엔비디아 주식 매입 후 주가가 하락해 후회하는 현상을, 후자는 주가가 오를 때 주식을 사지 않아 후회하는 현상을 말한다. 두 용어는 ‘결혼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한다면 결혼하겠다’는 대화를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다.마치 30년 전 인터넷으로 촉발된 정보기술(IT) 전성시대의 선두 주자였던 시스코시스템즈가 되살아난 듯한 데

    2024.06.30 17:34
  • 제2 대발산 우려와 강달러 재현…신흥국 위기, 어디서 터질까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대내외 외환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유로화 환율은 1.06달러대까지 떨어져 등가선(1유로=1달러) 붕괴에 몰리고 있다. 국내 엔화 투자자로부터 관심이 높은 엔·달러 환율은 100조원이 넘는 안정 조치에도 개입 전 수준인 159엔대로 돌아갔다. 원·달러 환율은 한국은행과 국민연금 간 외환 스와프 긴급 조치에도 1380원대 후반으로 급등했다.세계 모든 통화에 대해 ‘강달러’로 대변되는 외환시장 움직임은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 간 ‘제2 대발산(GD·Great Divergence)’ 우려 때문이다. GD 용어가 처음 나온 1994년 이후 2년간 미국 중앙은행(Fed)은 금리를 연 3.5%에서 연 6%로 대폭 올렸다. 하지만 유로존 출범 이전에 유럽의 맹주 역할을 했던 독일 분데스방크는 연 5%에서 연 4.5%로 내렸다.1990년대 후반 미국의 신경제 신화까지 더해진 GD로 강달러 시대는 오랫동안 지속됐다. 유로화 출범 이전에 초점이 됐던 엔·달러 환율은 역플라자 합의가 나온 1995년 4월 79엔대에서 1990년대 말에는 148엔대로 급등했다. 하지만 엔화 가치는 달러 외 통화에 대해선 강세를 보여 ‘숨은 엔저’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통화가치를 고려한 어빙 피셔의 국가 간 자금 이동 이론에 따라 금리차와 환차익을 겨냥한 캐리 자금이 나타나기 시작했던 당시에 GD와 강달러로 신흥국 자금이 대거 미국으로 몰려갔다. 이 과정에서 중남미 외채위기(1994∼1995년), 아시아 외환위기(1996~1997년), 러시아 모라토리엄 사태(1998년)가 잇달아 발생했다.그로부터 정확하게 30년이 지난 시점에서 GD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드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 Fed는 6월 회의에서 점도표상 기준금리 중간값을 4.6%에서 5.1%로 올렸다. 반면

    2024.06.23 17:51
  • 선제적 아닌 '눈치보기' 통화정책…Fed는 왜 필요한가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서두를 필요가 없다.”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겠다.” ‘선제성(preemptive)’을 생명으로 여기는 통화정책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발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을 비롯해 각국 중앙은행 수장들이 마치 유행처럼 이런 말을 쏟아내고 있다. 일부에서 중앙은행 총재 역할을 포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까지 나올 정도다.Fed는 1913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가장 치욕적으로 여기는 두 가지 실수를 했다. 하나는 ‘에클스 실수’다. 1929년 허버트 후버 대통령 취임 직후 미국 경제가 침체를 보이자 당시 매리너 에클스 Fed 의장은 금리를 내렸다. 하지만 그 후 물가가 곧바로 오르자 급하게 금리를 올렸다가 대공황을 낳았다.다른 하나는 ‘볼커 실수’다. 2차 오일쇼크 이후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폴 볼커 전 Fed 의장은 고심 끝에 금리를 올렸다. 장기간 갈 것으로 봤던 물가가 빨리 잡힐 기미를 보이자 성급하게 금리를 내린 것이 화근이 돼 물가가 다시 올랐다. “볼커의 키가 1센티미터만 작았더라면”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아쉬운 조치로 평가되고 있다.1980년대 이후 Fed의 통화정책을 보면 이 두 가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강박관념에 선제성을 잃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 최근 사례로는 코로나19 사태 후유증으로 물가가 올랐음에도 에클스 실수를 우려해 금리 인상에 주저한 것이다. 초기에는 ‘일시적’으로, 나중에는 ‘평균물가목표제’까지 도입해 방관하다가 2022년 3월에 가서야 첫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이달 들어서는 금리 인하 시기까지 놓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2024.06.16 19:00
  • 한은은 왜 피벗에 동참 못하나…통화정책 흔드는 5가지 문제점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미국 중앙은행(Fed), 유럽중앙은행(ECB)보다 앞서 금리를 올렸던 한국은행이 아직도 금리 인하 행렬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 한은의 1선 목표인 물가가 여전히 불안해서일까. 아니면 다른 곳에 문제가 있어서인가. 이미 선진 7개국(G7) 중 4개국이 금리를 내리는 전환기를 맞아 한은의 몇 가지 과제를 점검해 본다.첫째, 한은의 설립 목표 변경 여부다. 중앙은행의 1선 목표는 ‘물가 안정’이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저물가 시대가 지속되는 과정에서 과연 이 목표를 계속 가져갈 필요가 있는가에 대한 논쟁이 지속돼 왔다. 먼저 칼을 빼든 곳은 금융위기가 물가 안정 목표를 고집한 것이 원인이라는 반성을 토대로 2012년부터 고용 창출 목표를 추가한 Fed다.중앙은행 설립 목표와 관련해서는 Fed처럼 물가 안정, 고용 창출을 양대 책무로 하는 국가와 인플레이션 악몽을 가진 ECB처럼 물가 안정만을 고수하는 국가로 양분화돼 있다. 우리는 저출산 고령화, 강한 노조, 반이민 정서 등을 고려하면 Fed처럼 고용 창출 목표를 추가하는 방안은 충분히 검토해볼 만하다.둘째, 통화정책 추진 방식을 점검해 봐야 한다. 통화정책의 양대 축은 기준금리 변경 방식과 유동성 조절 방식이다. 적용 범위에 따라 일반적·보편적 수단과 질적·선별적 수단으로 나뉜다. 1990년대 이후 정보기술(IT), 디지털, 인공지능(AI)으로 진전되는 과정에서 각종 불균형이 심화하면서 두 수단 간의 조합은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1980년대 초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친 이후 기준금리 변경 방식은 한계를 맞고 있다. 통화정책 전달 경로상 금리와 총수요 간 민감도가 떨어지는 것이 주요인이다. 경기 순환 주기가 짧아지는 과정에서

    2024.06.09 18:08
  • 환율 리스크, 경고등 켜질까

       주가, 금리를 비롯한 대부분 금융 변수는 해당 국가의 ‘머큐리(mercury, 펀더멘털)’와 마스(mars, 정책) 요인을 고려해 예측한다. 하지만 통화 교환 비율인 환율은 상대국의 양대 요인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원달러환율의 경우 우리보다 미국의 머큐리와 마스 요인이 더 크게 영향을 미친다.우려되는 것은 연초 예측 기관이 발표한 환율 자료를 보면 미국의 마스 요인에 치중해 달러 가치가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 점이다. 지난해 12월 점도표와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기자회견을 감안하면 올해 미국의 기준금리는 최대 여섯 차례까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예측 기관은 Fed의 금리인하가 본격화되는 올 하반기에는 달러인덱스 80, 엔달러환율 125엔, 원달러환율 1200원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연초 발표한 환율 자료가 잉크도 마르기 전에 과도한 금리인하 기대에 따른 ‘숙취(hangover)’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Fed의 1선 목표인 물가지표에 헤드 페이크 현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4%로 한 달 전 3.2%보다 높게 나오자 과도한 금리인하 기대가 약화되고 있다.머큐리 요인에서도 과도한 금리인하 기대는 이해되지 않는다.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은 2%대 후반으로 예상돼 달러인덱스를 구성하는 모든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질적으로도 완전고용하에 물가가 통제되고 연착륙이 가능해 달러인덱스 구성 국가에 비해 가장 건전한 것으로 평가된다.마스 요인도 금리를 크게 내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Fed의 통화정책 잣대가 되는 근원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목표치에 비해 높은 여건에서 금리를 과도하게 내리면 ‘

    2024.06.05 06:00
  • 환투기 세력 '원화 약세' 베팅…조급하게 대처하면 진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연초부터 밸류업 기대로 들어오던 외국인 자금이 지난 5월 29일 이후 불과 3일 만에 3조원 정도 이탈했다. 국내 증시의 버팀목인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감에 따라 코스피지수는 90포인트 가깝게 급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25원 이상 급등했다. 관심은 외국인 자금 이탈과 원·달러 환율 상승 간 악순환 고리가 형성될 것인지 여부다.외환위기 당시의 서든 스톱에 비견될 정도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갑작스럽게 매도세로 돌아선 데는 미국, 중국 그리고 한국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미국 요인을 보면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기대가 낮아짐에 따라 국채 수요가 감소하면서 10년 만기 금리가 연 4.5%를 넘어섰다. 외국인 자금과 달러 가치는 기준금리보다 국채 금리에 더 민감하다.일본과 함께 양대 미국 국채 보유국인 중국은 연일 매도 중이다. 한때 1조3000억달러에 달한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는 7500억달러 수준으로 줄었다. 미국이 중국의 디플레이션 수출을 막기 위해 고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지난달부터는 더 빠른 속도로 줄이는 점이 눈에 들어온다.중국의 국채 매각은 직접적으로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 보유분 매각으로 국채 금리가 올라가면 미국은 이자 부담이 급증해 국가부도 확률이 높아진다. 대선을 앞두고 최대 경제 이슈로 떠오르는 쌍둥이 적자를 줄이기 위해 달러 가치를 누그러뜨리는 조 바이든 정부의 노력도 반감된다.중국 처지에서 미국 국채 매각은 미국의 고관세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카드다. 고관세는 가격 할증 정책이기 때문에 위안화 가치가 절하되면 취약점이 그대로 노출된다. 중국이 일대일로 계획이 부진한 상황에서 보유 국채 매각 대금으로 금을 매

    2024.06.02 18:19
  • 美·中 관세·환율 전쟁…韓 경제, '중간자 위기' 닥치나?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미국 대통령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경제 이슈 가운데 쌍둥이 적자 문제가 대선 결과를 좌우할 정도로 크게 부각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모든 여론조사에서 엎치락뒤치락 경합을 벌이고 있는 조 바이든과 도널드 트럼프 양당 후보는 앞당겨진 TV 토론을 앞두고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최대 적자국인 중국에 대해 연일 고관세 부과 공약을 내놓고 있다.1980년 초부터 거론되기 시작해 이제는 미국 경제의 고질병이 된 쌍둥이 적자 메커니즘은 이렇다. 무역적자가 확대되면 그 폭을 메우기 위해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그 결과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늘어나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채금리가 상승해 궁극적으로 경기가 침체한다는 것이 이 이론의 골자다.대중국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선수를 친 진영은 피터 나바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와 같은 중국 강경론자들이 포진한 트럼프 측이다. 집권 1기 반성을 토대로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60%의 고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너무 국수주의적이지 않으냐는 비판에도 7개 경합주에서 모두 바이든 후보에게 앞설 정도로 표심을 파고들고 있다.당황한 바이든 후보 측은 한술 더 떠 올해 8월부터 중국산 전기차 등에 100% 관세를 때리겠다는 방침을 뒤늦게 내놓았다. 법적 근거로 미국 통상법 시리즈 중 안보와 관련된 232조를 들고 있으나 필요하면 의회 승인 없이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발동 가능한 슈퍼 301조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각국에 충격을 주고 있다.직접 타깃 국가인 중국이 내놓은 대책은 더 충격적이다. 대미 통상정책 기조인 ‘팃 포 탯(tit for tat·눈에는 눈 이에는 이)’ 원칙대로 관세로 맞대응할 뿐만 아니라 위안화 절하 카

    2024.05.26 18:07
  • 日 경제 '잃어버린 40년' 우려와 엔·달러 환율 급등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미국의 4월 인플레이션 지표에 묻혔지만 우리 경제와 엔화 투자자에게 더 중요한 일본의 1분기 경제 성장률이 발표됐다. 결과는 예상보다 나쁘다. 작년 4분기 대비 -0.5%, 미국식 성장률 통계 방식인 전 분기 대비 연율로는 -2.0%를 나타냈다. 일본 국민 사이에는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가뜩이나 ‘아오키 법칙’에 걸려 있는 일본 정책당국이 받은 충격은 더하다. 아오키 법칙이란 기시다 후미오 내각과 집권당인 자민당의 국민 지지율 총합이 50%를 밑돌아 경제정책 면에서 좀비와 같은 상황에 처한 것을 뜻한다. 1분기 성장률 발표 이후 기시다 총리 퇴진과 중의원 조기 해산 요구가 거세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2분기 이후 일본 경제 ‘복원력(resilience)’과 관련해 1분기 성장률이 지닌 의미를 세부적으로 뜯어볼 필요가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작년 2분기 이후 분기별 성장률이 전형적인 ‘더블 딥(1.0%→-0.9%→0.0%→-0.5%)’에 빠진 점이다. 경기순환상 특정국 경제가 더블 딥에 빠지면 침체가 장기간 지속된다는 의미다.총수요 항목별 소득 기여도(Y=C+I+G+(X-M), Y:국민소득, C:민간 소비, I:설비투자, G:정부 지출, X-M:순수출)에서는 최대 항목인 민간 소비가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최장기간인 네 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1분기 내내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40엔 이상의 높은 수준이 지속됐음에도 순수출 기여도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점도 눈에 띈다.현재 일본 경제의 성장장애요인을 단순생산함수(Y=f(L, K, A), L=노동, K=자본, A=총요소생산성)로 살펴보면 노동 섹터는 인구절벽과 저출산·고령화로, 자본 섹터는 토빈 q 비율이 1을 밑돌아 생산성이 낮다. 총요소생

    2024.05.19 18:49
  • 선진국 중앙銀 '피벗' 시작됐다…한은은 언제 추진하나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한 나라의 주식시장은 ‘머큐리(mecury·펀더멘털)’ 요인과 ‘마스(mars·정책)’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매크로 면에서는 성장률, 마이크로 면에서는 기업 실적과 같은 머큐리 요인이 주로 주가를 결정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마스 요인, 즉 통화정책에 변화를 주는 피벗(pivot) 추진 여부가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올해 들어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국가를 중심으로 신흥국이 기준금리를 내리고 있지만 세계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역시 선진국 중앙은행이 피벗을 추진하는 것이 의미가 크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주도한 금리 인상 국면이 마무리된 작년 7월 이후 선진국의 피벗 추진 기대가 워낙 높기 때문이다.선진국 피벗 레이스에서 스타트를 끊은 것은 유럽 중앙은행들이다. 지난 3월 이후 스위스 헝가리 체코 스웨덴 등 비유로존 국가의 금리 인하가 이어졌다. 조만간 덴마크 노르웨이 등도 동참할 조짐이다. 오랜만에 회복세를 보이는 펀더멘털 요인과 선순환 작용을 일으키면서 유럽 증시가 국가별로 사상 최고치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관심은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중앙은행(BOE)이 언제 기준금리를 내릴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인플레이션 낙인효과’를 지닌 ECB와 BOE는 어느 중앙은행보다 ‘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 2012년 Fed가 물가 안정과 함께 ‘고용 창출’을 양대 책무로 변경했을 때 따라가지 않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물가 안정 목표를 달성하는 수단도 ‘통화량 조절’보다 ‘기준금리 변경 방식’을 고수한다. 또 이 방식이 효과를 내는 데 최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는 ‘선제성(preemptive)’을 생

    2024.05.12 18:16
  • 영국의 상속세 감면·폐지 논의…한국이 더 시급하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2016년 6월 23일 브렉시트가 우여곡절 끝에 국민투표에서 통과된 이후 영국 경제는 침체 일로를 걸어왔다. 최후의 보루였던 런던도 국제금융중심지의 역할이 크게 퇴색했다. 주식은 프랑스 파리와 베네룩스 3국에, 채권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빼앗겼다.과다한 국가채무와 스태그플레이션 징후에 시달린 영국은 재정지출을 늘리고 금리를 내리는 방식으로 경기를 부양하기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감세는 마거릿 대처 전 총리가 제시한 ‘제3의 길’이었다. 래퍼 곡선에 기반을 둔 공급 중시 경제학의 상징인 감세는 영국이 낳은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총수요 진작책과 대척에 놓인 정책 처방이라는 점에서 최후의 수단이기도 했다.영국이 감세를 추진하자 이목은 ‘어느 세제를 선택할 것인가’에 쏠렸다. 전 세계를 놀라게 한 것은 영국이 감세의 보편적 대상인 소득세, 법인세가 아니라 상속세를 택했다는 점이다. 상속세는 영국 왕실의 존립 기반이자 영연방 국가가 충성의 의무를 다하는 수단이다. 이 때문에 영국 의회에선 그동안 증세 이외 어떤 방안도 논의하지 않는 것을 불문율처럼 여겼다. 브렉시트 이후 테리사 메이, 보리스 존슨, 리즈 트러스로 이어진 옥스퍼드대학 출신 포퓰리스트 총리들이 상속세를 강화하려고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그러나 2022년 10월 취임한 리시 수낵 총리는 기득권층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상속세를 완전히 폐지하는 방안을 밀어붙였다. 그 어떤 세제보다 경기와 증시 부양 효과가 큰 상속세를 폐지하지 않으면 영국 경제를 살릴 수 없다는 절박한 인식이 깔려 있었다.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루커스 미국 시카고대 명예교수의 모형(R-L 모형)으로 상속

    2024.05.06 18:07
  • 격동의 중동, 3차 오일쇼크 가능성은

    [한경ESG] ESG와 경제현재 중동 정세는 1973년 전 4차 중동전쟁 발생 당시와 달리 초승달 벨트(이란·이라크·시리아·레바논·요르단·예맨·러시아)가 많이 느슨해진 상황이다. 오히려 이집트는 이란과의 관계가 소원한 데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빈 살만이 주력 중인 ‘비전 2030 계획’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중동 정세가 안정되기를 바라고 있다.중동 지역 밖으로도 미국은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를 대상으로 동반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도 일대일로 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렵게 쌓아놓은 두 국가와의 등거리 관계가 흐트러지지 않기를 바란다. 러시아는 이란을 지원하는 데 우호적 입장을 보이지만,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따른 국력 소모로 실제 참가 여부는 불투명하다.5차 중동전쟁 발생의 키를 쥔 이란의 행로는 크게 2가지다. 하나는 정부 차원이나 현재 에브라힘 라이시 정부는 전임 정부와 달리 실리외교를 표방해 5차 중동전쟁 발생률은 적다. 지난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충돌 이후 끊임없이 나돌고 있는 하마스 배후 지원설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다른 하나는 프락치 조직을 지원하는 이란 혁명대를 통하는 길이다. 정부와 별도로 이란 혁명대는 가자 지구의 ‘하마스’, 레바논의 ‘헤즈볼라’, 시리아의 친이란 민병대, 이라크의 ‘인민 동원군’, 예맨의 반군을 지원해 중동 지역 내 헤게머니를 꿈꾸는 음모를 갖고 있다. 라이시 정부도 이란 혁명대의 입장을 완전히 무시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앞으로 ‘P5+1'(유엔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과 이란 간 핵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9년 전으로 돌

    2024.05.05 06:00
  • 번번이 빗나간 성장률 예측…중앙은행들은 왜 실패하는가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중국을 시작으로 각국이 올해 1분기 성장률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1분기 성장률의 공통적인 특징은 예상치가 크게 빗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5.3%로 예상치 4.6%를 크게 웃돌았고 미국은 예상치 2.5%를 크게 밑돈 1.6%로 나왔다.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의 1분기 성장률도 마찬가지다.예상치가 경제주체의 안내판 역할을 하기 위해 추세는 맞아야 하고 절대오차율이 최대 30%를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올해 1분기 성장률 예상치는 두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오히려 시장에 혼선을 초래했다. 골디락스, 고원경제와 같은 각종 호황의 명칭이 붙었던 미국 경제는 갑작스럽게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미국 중앙은행(Fed) 역사상 모델을 가장 중시하고 경제지표에 의존하는 통화정책을 도입한 벤 버냉키 전 의장은 참다못해 “Fed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너무 노후화된 모델을 쓰고 있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중앙은행의 1선 목표인 물가 예측을 제대로 못하고 어떻게 통화정책을 추진할 수 있느냐 하는 점에서 몇 가지 모델의 한계를 짚어본다.첫째, 경제변수의 인식 문제다. 최근과 같은 융복합 시대에서 경제 여건에 영향을 미치는 특정 변수가 수요 측 요인인지 공급 측 요인인지 식별하기란 쉽지 않다. 종전에 수요 측 요인으로 인식되던 변수도 공급 측 요인으로 변할 때가 많다. 전제조건인 인식 문제가 흐트러질 때는 각종 모델의 설계부터 어려워진다.둘째, 금융과 실물 간 연계성도 문제다. 금융위기 이후 양 부문이 따로 노는 이분법 경제에서는 성장률과 같은 경제변수를 예측할 때 많이 활용하는 연립방정식 모델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난다. 금융이 실물을

    2024.04.28 18:59
  • 美·中 '반도체 전쟁' 1000일…양국이 얻은 것과 잃은 것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미국과 중국 간 반도체 전쟁이 벌어진 지 1000일째 되던 날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 주가가 급락했다. 그 원인은 반도체 전쟁의 역사로 되돌아가 봐야 한다. 전쟁의 발단은 중국이 먼저 제공했다. 시진핑 주석 취임 이후 팍스 시니카 구상의 일환으로 ‘제조업 2025 계획’을 추진했다. 목표 시한인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도널드 트럼프 정부 때는 반도체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 대중국 정책의 근간인 나바로 패러다임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 구상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책사로 불린 피터 나바로 무역제조업국장은 중국의 반도체 경쟁력이 미국을 따라올 수 없다는 전제하에 산업정책을 추진했다.결과는 대실패였다. 트럼프 정부 4년 내내 역대 어느 정부보다 강경한 대중국 정책을 추진했음에도 경제력 격차는 좁혀졌다. 골드만삭스 등은 2050년이 넘어서야 가능할 것으로 내다본 미·중 간 경제력 역전 현상이 2027년으로 앞당겨질 것이란 예상을 내놓았다. 충격을 받은 미국 국민은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등을 돌렸다.‘미국의 위기’ 속에 조 바이든 정부가 출범했다. 최우선 대선 공약인 기후변화 대책을 뒤로하고 2021년 7월 말부터 제조업 부활 대책을 추진했다.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기술산업 대책은 중국의 전유물인 ‘굴기’라는 명칭을 붙여 맞대응했다. 미·중 간 반도체 전쟁이 본격화한 것은 이때부터다.바이든 정부의 대중국 정책 근간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주도한 ‘설리번 패러다임’이다. 나바로 패러다임과 달리 미국의 기득권을 십분 활용한 대책으로 효과를 봤다.

    2024.04.21 18:02
  • 자본 공동화 수반되는 윔블던 현상…외환위기 때보다 더 위험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지난주 말 원·달러 환율이 1380원대로 급등했다. ‘킹달러’, ‘갓달러’라는 용어가 나왔던 2022년 11월 이후 1년5개월 만에 최고치다. 과연 원·달러 환율이 외국인 자금 이탈과 악순환 고리를 부를 것으로 예상되는 1400원을 넘을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최근 대내외 환율 변수는 1년5개월 전과 너무나 유사하다. 원·달러 환율뿐만 아니라 양대 대외 환율 변수인 달러인덱스와 위안화 환율이 각각 105대, 달러당 7.1위안대로 같다. 코스피지수는 오히려 300포인트 정도 더 올랐다. “국내 금융시장은 문제가 없다”는 일부 경제관료의 자화자찬에 귀가 솔깃할 만큼 외형상으로는 문제없어 보인다.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지난 1년5개월 동안 외국인 자금은 추세적으로 들어온 반면 내국인 자금은 밖으로 나갔다.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의 초안을 내놓은 지난 1월 중순 이후에는 외국인 자금 유입액과 내국인 자금 이탈액이 거의 일치한다. 국내 금융시장에 손님은 들어오고 주인은 나가는 자본 공동화가 발생하면서 국내 자본 시장의 외국인 의존도가 심화하는 윔블던 현상이 재연되고 있다.윔블던 현상이 심했던 외환위기 때와 다른 점이 바로 이 대목이다. 1990년대 후반에는 해외 부동산 투자가 국내 기업과 금융사의 해외 점포 마련 등을 위한 실수요 이외에는 없었다. 개인의 해외주식 투자는 생각지도 못했던 때였다. 최근처럼 자본 공동화가 수반되지 않았고,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는지 여부에 따라 윔블던 현상이 나타났다.윔블던 현상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순기능으로는 △금융서비스 개선 △금융 제도 및 감독 기능 선진화 △대외

    2024.04.14 18:10
  • 파월의 기자회견 값은 390조원…이창용 한은 총재는?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파월의 혼돈(Powell’s chaos)’. 최후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할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오히려 주식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을 더 혼란스럽게 한다는 의미의 신조어다. 남라타 너레인과 쿠날 상가니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파월의 기자회견으로 S&P지수가 상하로 1%, 금액으로는 390조원 이상의 변동을 초래한다고 추정했다.1913년 1차 세계대전 후유증으로 발생한 물가를 잡기 위해 Fed가 설립됐다. 초기에는 ‘비밀의 사원’이라고 불릴 정도로 철저하게 비공개 원칙을 유지했다. 물가안정 목표를 도달하기 위한 양대 수단인 ‘통화량 조절’과 ‘기준금리 변경’ 중 전자를 주수단으로 삼은 1980년대 초까지 이 원칙이 지켜졌다.비밀의 사원이 열리기 시작한 것은 2차 오일쇼크로 미국 경제에 들이닥친 스태그플레이션 이후부터다. 경기 침체 아래 물가가 오르는 사상 초유의 상황을 맞아 직전까지 통화정책의 주수단이던 통화량 조절 방식이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 오랜 고민 끝에 당시 폴 볼커 Fed 의장은 기준금리 변경 방식을 다시 채택했다.문제는 경기순환 진폭이 커지고 주기가 짧아지는 ‘순응성(procyclicality)’과 ‘단축화(shortening)’ 현상이 심화하는데, 기준금리 변경 방식이 효과를 보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통화정책의 시차가 길 때는 기준금리를 변경할 때와 효과가 나타나는 시점에 경제 상황이 달라 Fed가 실수를 저지를 확률이 높아진다.‘선제성(preemptive)’이 통화표준(monetary standard)의 생명으로 여겨지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통화표준이란 로버트 헤철 전 리치먼드연방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가 주장한 통화정책

    2024.04.07 18:59
  • '기업 밸류업' 이상으로 '정책당국 밸류업' 방향도 중요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돈을 벌려고 하는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지만 이를 채워줄 수 있는 투자 대상은 유한하다.’ 투자론의 첫 페이지를 열면 제일 먼저 접하는 ‘투자 대상의 희소성 법칙’이다. 이 법칙을 어떻게 풀 것인가가 모든 금융사의 존립 근거이자 포트폴리오의 알파(α)이자 오메가(Ω)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먼저 시장 신호에 의한 방법이다. 특정 종목에 대한 기대가 높은 투자자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향이 있고, 그 신호대로 해당 종목을 배분하면 된다. 가장 간단하고 이상적인 방법으로 비친다. 이 때문에 정부와 기업, 그리고 투자자는 주식시장에 매력을 느끼게 된다.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간단하기 때문에 복잡하고, 이상적이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 완전경쟁은 아니더라도 주식시장이 잘 작동되기 위해서는 공급자(기업), 수요자(개인투자자) 등 참가자가 충분히 많아야 하고 투자 종목도 이질적이지 않아야 한다. 정보의 비대칭성도 크게 차이가 나서는 안 된다.‘경합성’과 ‘배제성의 원칙’도 잘 적용돼야 한다. 경합성이란 유망한 종목을 차지하기 위한 투자자 간 경쟁을, 배제성이란 돈을 지불한 투자자만이 해당 종목을 소유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돈의 속성상 이런 전제와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주식시장의 다양한 자금조달과 건전한 재산증식 기능은 쉽게 무너진다.주식시장에서 인간의 합리성은 투자하는 종목의 가치와 주가로 나타난다. 가치에 합당한 주가가 형성되면 ‘합리적’(균형 혹은 적정 주가),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비합리적’(불균형 혹은 고평가·저평가)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합리

    2024.03.31 18:47
  • 바이든 vs 트럼프…월가의 '문어 자금'은 어디에 베팅하나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이달 초 슈퍼 화요일을 기해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로 확정된 조 바이든, 도널드 트럼프 전·현직 대통령이 11월 5일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지금까지 여론조사 결과는 트럼프 후보가 다소 앞서는 상황이다. 하지만 여론조사보다 예측력이 높은 월가의 문어 자금(문어로 월드컵 축구 경기 결과를 예측한 데서 유래한 정치 테마 자금)은 어느 후보에게 베팅하는 걸까.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전형적인 ‘금권주의’ 이벤트다. 4년마다 대선을 치를 때 집권당의 성과를 경제고통지수(MI=실업률+소비자물가 상승률)로 평가하는 것도 돈의 흐름을 결정할 때 경제 변수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신경제고통지수(NMI=실업률+소비자물가 상승률-경제성장률)가 더 많이 활용된다.경제고통지수로 평가하면 월가의 문어 자금은 바이든 후보에게 판돈을 걸 확률이 높다. 트럼프 후보는 자신이 이뤄놓은 경제 성과를 바이든 후보가 훼손했다고 평가절하한다. 대선이 치러질 올해는 대공황이 닥칠 것으로 예상했다. 자신이 당선되면 1930년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추진한 뉴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하지만 바이든 후보는 다른 입장이다. 한마디로 미국 경제는 더 이상 좋아질 수 없는 ‘골디락스’ 국면이라고 평가한다. 경기는 고성장과 고물가가 함께 가는 ‘고원 경제(boom flation)’, 증시는 사상 최고치 행진이 이어지는 ‘불꽃 장세(fire market)’라는 신조어까지 나오고 있지 않으냐고 반박한다.예측기관도 바이든 후보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가장 보수적으로 예측해 온 미국 중앙은행(Fed)도 3월 수정 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1.4%(작년 12월 전망)에서 2.1%로 대폭 상향 조

    2024.03.24 17:51
  • 美 '대형은행 위기 재현설'과 韓 '부동산 PF발 4월 위기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조기 파산을 선언한 지 꼭 1년이 지났다. 우려되는 것은 웰스파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대형 은행의 연체율이 급증하면서 대손충당금 부족 현상이 나타남에 따라 오랜만에 ‘바퀴벌레 이론’(cockroach theory)이 나돌고 있다는 점이다. 이 이론은 ‘부엌에 나타난 바퀴벌레 한 마리만 잡으면 될 줄 알았는데 벽장 속에 떼가 있어 잡기를 포기했다’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선제 위기 대책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교훈이다.미국 대형 은행의 위기 가능성이 제기되는 주요인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공실률, 가격 하락률 등이 관리 가능한 선을 넘음에 따라 각종 범죄의 온상이 되는 ‘시카고 공포’가 확산하는 추세다. 홈리스와 마약 환자가 임차인과 고객을 쫓아낸다는 의미의 ‘신(新) 그레셤의 법칙’이란 용어까지 나오고 있다.주목되는 것은 대형 은행의 위기 조짐이 제2 SVB 사태로 악화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디지털 비중이 부쩍 높아진 SVB는 대규모 국채 투자 손실을 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예금을 인출하면서 순식간에 파산했다. 대형 은행도 SVB 이상으로 디지털화가 진행된 상황이다.슈퍼 화요일을 계기로 각각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로 결정된 조 바이든과 도널드 트럼프 전·현직 대통령의 공약이 ‘서로 지우기’로 대립하고 있지만 ‘테크래시’(techlash: technology와 backlash의 합성어로 빅테크 기업 규제를 의미) 차원에서 대형 은행의 디지털화 규제에 유독 한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규제는 크게 세 가지 내용이다. 디지털 비중이

    2024.03.17 18:36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각국 통화정책의 변화 조짐…전환기엔 돈을 많이 잃는다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 물가가 속속 통제권에 들어옴에 따라 우선순위를 경기 회복, 금융시스템 안정 쪽에 둬야 할 신호를 우회적으로 주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도 ‘라스트 마일 부주의’ 우려가 약해지고 ‘피벗’에 대한 기대가 살아나면서 손바뀜 현상이 발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의회 증언에 나선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좀 더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올해 안에 금리 인하를 추진하겠다”는 ‘온건한 비둘기(mild dovish)’ 발언은 의외였다. 증언 직전까지 라스트 마일 부주의를 경계하면서 ‘강한 매파(strong hawkish)’ 발언을 해왔기 때문이다.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양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파월 의장에게 가진 불만을 의식한 것이 아닌가’ 하고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의회 증언의 근거로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이 목표치(2%)에 근접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Fed는 금리 변경과 같은 중요한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소비자물가지수(CPI)보다 PCE 물가를 중시한다. PCE는 특정 품목 가격 변동에 따른 소비자의 반응, 즉 대체효과를 감안하지 못하는 CPI의 한계를 보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CPI 상승률은 3.1%지만 PCE 가격 상승률은 2.4%다. PCE로 본다면 체감물가까지 잡혀가고 있다는 것이 파월 의장의 시각이다.파월 의장 증언 이후 시장에서는 6월 FOMC 회의부터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도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가 남아 있는 만큼 ‘인하(go)→동결(stop)→인하(

    2024.03.10 18:05
  • 바이드노믹스 vs 트럼프노믹스…어느 쪽이 韓 증시에 유리할까?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이란 총선, 러시아 대선, 중국 양회, 미국 슈퍼화요일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등이 이달에 확정된 국제 일정이다. 단연 관심은 3월 5일 슈퍼화요일에 쏠린다. 결과는 나와 있다. 올해 11월 5일 치러질 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는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재대결 구도가 사실상 확정됐다.바이든 후보가 내세우는 대선 공약은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는 기조를 담은 바이드노믹스가 핵심이 되겠지만 집권 1기 때의 반성을 계기로 몇 가지 변화가 감지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생태적 대참사는 인류가 직면한 현안인 만큼 기후변화는 윤리적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바이든 후보의 신념을 담은 공약이다.중국과의 경제패권 다툼은 지속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미국 주도의 팍스 아메리카나 체제 유지는 대통령의 최고 책무이자 지상 과제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후보와 다른 것은 ‘극한 대립·근린궁핍화’에서 ‘공생 대립·내부 역량 강화’로 수정해 나가는 1기 때의 추진 방식을 그대로 밀고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실천계획은 ‘설리번 패러다임’이다. 증강현실 패권 경쟁 여건에서는 독수리가 하늘 높이 올라갈수록 까마귀의 약점이 잘 보이듯 기득권을 십분 활용해 공존을 모색하는 디리스킹 전략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중국을 적(敵)으로 보는 트럼프 후보의 디커플링 전략은 독수리가 까마귀와 같은 위치에서 싸우는 것으로, 효과는 고사하고 소리만 요란해질 뿐이다.경제적으로는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주도하는 예일 거시경제 패러다임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굴기와 인플레이션

    2024.03.03 18:12
  • 거침없이 오르는 美·日 증시…어느 쪽이 먼저 꺾일까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미국과 일본 증시가 거침없이 오르고 있다. 미국 증시는 연일 가보지 않은 길을 걷는 가운데 일본 증시는 영원히 깨지지 않을 것처럼 보이던 종전의 사상 최고치인 ‘38,915’선이 무려 35년 만에 경신됐다. 주가 수준만 놓고 본다면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30년’에서 벗어난 셈이다.‘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증시 격언을 고려하면 최근처럼 말이 뛰는 의미의 ‘갤로핑’ 식으로 단기간에 급하게 올라간 상황에서는 주가가 올라갈수록 비관론이 고개를 드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렇다면 앞으로 미국과 일본 증시가 무너진다면 어느 쪽에서 먼저 시작될 것인가?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으로 미국과 일본 주가 수준의 적정성을 따져보면 증시 붕괴론이 지나친 것이라고만 볼 수 없다. 대표적으로 12개월 후행(PER)의 경우 1987년 블랙먼데이,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수준에 버금가기 때문이다. 오히려 미국과 일본 증시를 끌어올린 주도업종은 당시 주도업종보다 고평가돼 있다.‘주가가 경제 실상을 반영하는 얼굴’이라는 거시적 면에서 보면 미국의 주가 상승이 더 큰 의미가 있다. 경기순환 상으로 ‘노 랜딩’이란 용어가 나올 만큼 2%대의 성장세가 2년 가깝게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하반기에는 성장률이 4% 내외로 미국 중앙은행(Fed)이 추정하는 잠재 수준인 1.7%를 훨씬 웃돌았다.반면 일본 경제는 주가 상승세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부진하다. 경기순환 상으로 일본 경제는 작년 3분기 -3.3%에 이어 4분기에도 -0.4%로 두 분기 연속 역성장했다. 미국경제연구소(NBER)의 경기 판단 기준으로는 침체 국면에 재진입했다. 성장률 수준도 작년 하반기

    2024.02.25 18:03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묻고 더블로 가'식 총선 공약…'악어'의 경고 상기해야

    미국의 3차 임시예산안 시한인 3월 1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작년 10월부터 시작된 2024회계연도(FY 2024) 예산안을 제때 처리하지 못해 지금까지 세 차례 임시예산안으로 버티고 있지만 이번에는 4차 임시예산안을 마련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임시예산안마저 연장하지 못하면 미국 정부는 셧다운된다. 2011년 당시 경험으로 보면 일단 경직성 경비부터 줄여 핵심 분야를 제외한 공무원은 쉰다. 사회보장 대상 6000만 명에게 지급하는 쿠폰도 안 나간다. 안 그래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뒤지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치명상이 될 수 있다.최후의 방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재무부 주관으로 1조달러 기념주화를 발행해 중앙은행(Fed)이 사주는 방안이다. 하지만 ‘부채의 화폐화’ 일종으로 Fed의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어 쉽지 않다. 만기를 정하지 않은 영구채(consol)를 발행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으나 세대 간 갈등 등으로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는 더 어렵다.현재 미국 주가는 종전의 잣대인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으로는 고평가돼 있다. 12개월 후행 PER은 24.18로 지난 10년 평균치 20.36을 웃돌고 PBR도 4.15로 지난 10년 평균치 3.26보다 훨씬 높다. 하지만 주가무형자산비율(PPR), 주가미래잠재가치비율(PDR)은 저평가된 것으로 나온다.문제는 무형자산, 미래잠재가치는 계량적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비재무적 가치’라는 점이다. 요즘 다시 시선을 끌고 있는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의 <이야기 경제학>에 따르면 비재무적 가치는 스토리텔링이 긍정적으로 형성되면 주가가 ‘급등(skyrocketing)’하고 부정적으로 형성되면

    2024.02.18 18:07
  • 美경제와 증시는 왜 강한가…한국 정부에 주는 시사점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미국 경제와 증시가 강해도 너무 강하다. 경기는 ‘노 랜딩’이란 신조어가 나오는 가운데 작년 하반기 성장률이 4%를 넘어 선진국 중에서 가장 높다. 증시는 시가총액이 전 세계의 50%에 근접할 만큼 ‘골디락스’ 장세가 재현되고 있다.3년 전 조 바이든 정부가 출범할 때만 하더라도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남겨놓은 난제로 경기와 증시가 녹록지 않았다. 대외적으로는 중국과의 격차가 줄어들면서 2027년에는 추월당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왔다. 대내적으로는 의회가 트럼프 키즈에게 점령당할 정도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한 나라의 비상 상황과 같은 복잡한 현실을 푸는 일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특정 경제이론에 의존하기보다 당면한 현안을 극복하는 데 기여한 종전의 정책 처방을 참고로 하는 실증적 방법이 활용된다. 바이든 정부의 실질적인 경제 컨트롤타워인 재닛 옐런 장관이 들고나온 것이 ‘예일 거시경제 패러다임’이다.1999년 4월 예일대 동문회에서 언급해 알려지기 시작한 이 패러다임은 1960년대 존 F 케네디와 린든 B 존슨 정부 때 경제정책을 설계하는 데 핵심 역할을 담당한 제임스 토빈, 로버트 솔로, 아서 오쿤 등에서 출발했다. 1970년대 이후에는 윌리엄 노드하우스, 로버트 실러, 그리고 재닛 옐런이 뒤를 잇고 있다.실증적인 경제정책 운용의 틀인 만큼 옐런 장관이 주도하면서 변화를 줬다. 주책임인 재정정책에 대한 시각은 종전보다 더 대담하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비상사태 때는 국가채무 우려와 관계없이 재정지출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평상시에도 성장률이 이자율보다 높으면 감세 등을 통해 기업가정신과 경제 의

    2024.02.12 17:56
  • 이창용 한은 총재의 행보…선진국 중앙은행이 왜 주목하나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인공지능(AI) 시대가 현실로 닥치면서 각국 중앙은행은 ‘어떻게 통화정책을 수행할 것인가’가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분명한 것은 네트워킹 효과와 수확 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AI 시대에서는 중앙은행의 목표를 ‘물가 안정’에만 둘 수 없다. 기준금리 변경 등과 같은 종전의 통화정책 수단이 무력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이다.통화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다른 경제주체도 공유할 수 있게 되면서 ‘정보의 비대칭성’을 전제로 한 중앙은행의 시장 선도 기능은 약화한다. 중앙은행과 시장 참여자 간의 관계가 ‘수직적’이 아니라 ‘동반자적’으로 변한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중앙은행 위상과 총재의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가장 우려되는 것은 각국 국민이 적응할 수 없을 정도로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새로움과 복잡성’에 따른 위험이 증가하고, 화폐개혁 논의가 지속되고 있는 점이다. 유사 금융행위와 금융사고도 늘어난다. 이런 환경에 맞춰 금융감독을 옴니버스 방식 등으로 접근하지 못하면 각국 국민의 화폐 생활에 일대 혼란이 초래될 확률이 높다.한국은행의 고민은 이달 1일 열린 2024 경제학 공동학술회의에 참석한 이창용 총재가 “금리정책을 사용하기가 어려워지는 여건에서는 금융중개지원대출도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다소 생소한 발언을 통해 드러났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이란 한은이 시중은행에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면 이를 은행이 중소기업 등에 대출해주는 수단을 말한다.AI와 같은 뉴노멀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통화정책 수단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기준금리를 변경하

    2024.02.04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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