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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열 기자
    신동열 기자 경제교육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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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越俎代庖 (월조대포)

    ▶한자풀이越: 넘을 월    俎: 제기 조    代: 대신할 대  庖: 부엌 포제사를 담당하는 사람이 음식을 만들다직분을 벗어난 주제넘은 참견을 이르는 말 -<장자>태평성대를 누린 요(堯)나라에 허유(許由)라는 덕이 높은 은자가 있었다. 요임금이 허유의 소문을 듣고 그에게 왕위를 물려주고자 했다.“태양이 떴으니 등불은 이제 필요없게 됐소. 부디 나를 대신하여 이 나라를 다스려주시오.”하지만 허유는 임금의 청을 정중히 거절했다.“임금께서 잘 다스리고 계시는데 제가 대신할 필요는 없습니다. 할미새가 제 아무리 양껏 배부르게 먹는다 하더라도 기껏해야 그 작은 배만 채우면 됩니다. 제겐 천하가 아무 쓸모도 없고 흥미도 없습니다. 요리가 서툴다고 제사를 주재하는 사람이 그 직분을 넘어서 부엌일에 뛰어들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폐하의 직무를 제가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설사 대신하더라도 나라가 잘 다스려질 리가 없습니다.”허유는 이렇게 말하고 곧바로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버린 후에 다시는 나오려고 하지 않았다. <장자> 소요유 편에 나오는 이야기다.여기서 유래한 월조대포(越俎代)는 ‘제사를 담당하는 사람이 음식을 만드는 일을 맡다’는 뜻으로, 자신의 직분을 벗어난 주제넘은 참견을 이르는 말이다.요임금과 허유의 이야기는 노자의 사상을 철학으로 완성한 장자 사상의 일면을 잘 나타낸다. 최고 권력은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수단이니 권력을 탐하는 자들이 이를 단박에 거절하기란 쉽지 않다. 허유는 세상에는 다 걸맞은 직분이 있음을 깨우쳐준다.<논어>에도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 공자가 종묘에서 제

    2024.03.03 17:41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功虧一簣(공휴일궤)

    ▶ 한자풀이 功: 공 공 虧: 이지러질 휴 一: 한 일 簣: 삼태기 궤 쌓는 공이 한 삼태기로 이지러지다 거의 성취한 일을 중지해 모든 게 헛됨 - 세상사 시작만큼이나 끝이 중요하다. 곧은 뜻도 끝에서 휘고, 태산만 한 꿈도 끝에서 밤톨만 해지는 일이 허다하다. 십 리 길도 한 걸음이 모자라면 닿지 못하고, 아홉 길 산도 한 삼태기의 흙이 모자라면 완성되지 못한다. 마지막 1% 부족으로 99%가 무용지물이 되는 사례도 수두룩하다. ‘아홉 길 산을 쌓는데 한 삼태기의 흙이 모자라 공이 한꺼번에 무너진다(九功虧一).’ 여포 편에 나오는 말로, 공휴일궤(功虧一)는 쌓는 공이 흙 한 삼태기 부족으로 이지러진다는 뜻이다. 거의 성취한 일을 중지해 기존의 공이 허사가 됨을 이르는 말이다. 주(周)나라 무왕이 은(殷)나라 주왕을 무찌르고 새 왕조를 열자, 여(旅)라는 오랑캐 나라에서 ‘오(獒)’라는 진기한 개를 선물로 보냈다. 오는 키가 넉 자나 되는 큰 개로 사람의 말을 잘 알아들어 무왕이 소중히 여기자 동생인 소공 석(奭)이 왕이 혹여 개에 마음이 끌려 정치를 등한시하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에서 이를 일깨워 말했다. “임금 된 사람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잠시라도 게으름을 피우면 안 된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방심하면 마침내 큰 덕을 해치게 된다. 예를 들어 흙을 가져다가 산을 만드는데, 이제 조금만 더 쌓으면 아홉 길 높이에 이르게 되었을 때, 이제는 다 되었다 하고 한 삼태기의 흙을 쌓는 데 게을리하게 되면 지금까지 해온 일이 모두 허사가 된다.” ‘아홉 길 산을 쌓는데 한 삼태기의 흙이 모자라 공이 한꺼번에 무너진다’는 공휴일궤는 여기에서 나온 말이다. 조금만 마무리를 잘 하면 목

    2023.10.23 10:00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衆口難防 (중구난방_

    ▶한자풀이 衆: 무리 중 口: 입 구 難: 어려울 난 防: 막을 방 여럿이 마구 지껄여댐을 뜻하는 말로 뭇사람의 말은 막기 어렵다는 의미 - 주나라 여왕((周勵王)은 극도의 탄압정책을 펼쳤다. 국정을 비방하는 자가 있으면 적발해 가차없이 죽였다. 밀고제도도 거미줄처럼 촘촘해 백성들은 두려움에 입을 닫고 살았다. “내 정치하는 솜씨가 어떻소? 나를 비방하는 자가 한 사람도 없으니.” 중신 중에 소공(召公)은 왕의 이런 기고만장에 기가 막혀 충언을 했다. “왕께서는 겨우 비방을 막았을 뿐입니다. 백성의 입을 막는 것은 둑으로 개천을 막는 것보다 더 어렵습니다(防民之口 甚於防川).” 하지만 권력에 취한 여왕은 소공의 고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말은 백성들이 아직도 나를 비방한다는 말이오?” “그렇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개천이 막혔다가 터지면 많은 사람들이 상하게 되는데, 백성들 역시 이와 같습니다. 그러므로 개천을 막는 사람은 물이 흘러내리도록 해야 하고, 백성을 다스리는 사람은 그들의 생각을 말로 하게 해야 합니다. 백성들이 마음놓고 말을 할 수 있게 해주시옵소서.” 하지만 끝내 여왕은 소공의 충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참다 못한 백성들은 결국 난을 일으켰고, 여왕은 도망쳐 평생을 갇혀 살았다. 이후 주나라에서는 신하들이 상의해서 정치를 한 공화정이 14년 동안 이어졌다. 에 나오는 이야기다. 뜻이 비슷한 다른 이야기도 전해진다. 춘추시대 송(宋)나라 사마(司馬)가 성을 쌓는 책임자에 임명되었다. 그러자 성을 쌓는 데 동원된 사람들이 그가 적국의 포로가 되었다가 돌아온 사실을 비꼬아 노래를 불렀다. 그러자 사마는 “여러 사람의 입을 막기는 어렵다(

    2023.10.09 10:00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仰不愧於天 (앙불괴어천)

    ▶ 한자풀이 仰: 우러를 앙 不: 아니 불 愧: 부끄러워할 괴 於: 어조사 어 天: 하늘 천 스스로 몸가짐이 도리에 맞아 하늘을 우러러보아 부끄럽지 않음 - ‘군자의 세 가지 즐거움(君子三樂)’이라는 유명한 구절은 진심상(盡心上) 편에 나오는 말이다.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에게 세 가지 즐거움이 있으니, 천하에 왕 노릇 하는 것은 거기에 끼어 있지 않다. 부모가 모두 생존해 계시고 형제가 무고(無故)한 것이 첫 번째 즐거움이요, 위로는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고 아래로 굽어보아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것이 두 번째 즐거움이요, 천하의 영재를 얻어서 교육시키는 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다.’” 유교에서 추구하는 이상적인 군자상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집안에서는 부모와 형제를 잘 봉양해 무탈하게 하는 것, 스스로는 처신을 단정히 하고 예의염치를 아는 것, 밖에서는 훌륭한 인재를 얻어 양성하는 세 가지야말로 군자의 도라는 뜻이다. 바란다고 다 이루는 것은 아니지만 이루고 나면 이보다 더 큰 즐거움이 없다는 뜻에서 ‘군자삼락’이라는 말로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앙불괴어천 부부작어인(仰不愧於天 俯不於人)은 하늘에도 사람에게도 부끄럽지 않도록 자신의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도리에 어긋나지 않도록 항상 조심하는 군자의 자세를 이르며, 흔히 앙불괴어천으로 줄여 쓴다. 에도 “군자는 누가 보지 않을 때에도 경계하고 삼가며 누가 듣지 않을 때에도 두려워한다. 어두운 곳보다 더 드러나는 곳은 없으며 작은 일보다 더 나타나는 일은 없으니, 군자는 그 홀로를 삼가는 것이다”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앙불괴어천과 뜻이 맞닿는다. “죽는 날

    2023.09.25 10:00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過則勿憚改 (과즉물탄개)

    ▶ 한자풀이 過: 허물 과 則: 곧 즉 勿: 말 물 憚: 꺼릴 탄 改: 고칠 개 잘못이나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라는 뜻 - 공자는 잘못을 고치지 않는 것이 더 큰 허물이라고 했다. 누구나 잘못과 허물이 있지만 이를 알고도 고치기를 주저하면 더 큰 잘못, 더 큰 허물이 된다는 것이다. 학이편에는 공자가 군자의 수양에 대해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군자는 중후하지 않으면 위엄이 없어 학문을 해도 견고하지 못하다. 충(忠)과 신(信)을 주장으로 삼으며, 자기보다 못한 자를 벗으로 삼으려 하지 말고,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아야 한다(君子不重則不威 學則不固 主忠信 無友不如己者 過則勿憚改).” 잘못이 있는데 고치기를 주저하면 같은 잘못을 다시 범할 위험이 있고, 잘못은 또 다른 잘못을 낳을 수 있으므로 허물을 고치는 데 꺼리지 말고 즉시 고치도록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다. 공자의 제자 자공(子貢)도 스승의 가르침을 받들어 “군자는 잘못을 범하였을 때 모든 사람이 이를 알 수 있도록 바로 고쳐야 한다”라고 했다. 공자가 가장 아끼던 제자 안회(顔回)에 대해서는 ‘과불이(過不貳, 같은 잘못을 두 번 되풀이 하지 않음)’라 하며 그를 크게 칭찬했다. 위(衛)나라 재상 거백옥은 어진 성품으로 유명했다. 그는 공자와도 친교가 있었는데, 거백옥에게서 어느 날 사자(使者)가 왔다. 공자가 거대인의 안부를 물으니 사자가 답했다. “주인께서는 잘못을 줄이려고 애쓰고 계십니다만, 아직도 잘못을 줄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자는 그 말을 듣고 거백옥과 사자를 높이 평가했다. 공자는 자장편에서 “덕이 없는 자는 잘못을 저지르면 그것을 고칠 생각은 않고 꾸며서 얼버무

    2023.09.11 10:00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松茂柏悅 (송무백열)

    ▶ 한자풀이 松: 소나무 송 茂: 무성할 무 柏: 잣나무 백 悅: 기쁠 열 소나무의 무성함을 잣나무가 기뻐함 남이 잘되는 것을 좋아함을 이름 - 중국 서진의 문인 육기(陸機)가 쓴 에는 이런 글이 나온다. “진실로 소나무가 무성하면 잣나무가 기뻐하고 지초가 불타자 혜란이 탄식하네(信松茂而柏悅 嗟芝焚而蕙歎).” 송무백열(松茂柏悅)은 ‘소나무의 무성함을 잣나무가 기뻐한다’는 뜻으로, 벗이 잘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백(柏)은 원래 측백나무를 가리키지만, 현재는 잣나무로 쓰이는 경우가 더 많다. 소나무와 잣나무는 겨울이 되어도 푸른 빛을 잃지 않아 예부터 선비의 꼿꼿한 지조와 기상을 상징한다. 송백지조(松柏之操, 송백의 푸른 빛처럼 변하지 않는 지조), 송백지무(松柏之茂, 언제나 푸른 송백처럼 오래도록 영화를 누림) 등이 그 예다. 공자는 “날이 추워진 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까지 푸르름을 안다”라고 했다. 소나무와 잣나무를 인간의 지조에 빗댄 것이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도 공자의 이 말에서 제목을 빌려온 듯하다. 소나무와 잣나무는 푸르면서도 서로 모습이 비슷해 흔히 가까운 벗을 비유하는 데 사용한다. 송무백열이 대표적 사례다. 혜분난비(蕙焚蘭悲)는 혜란이 불에 타니 난초가 슬퍼한다는 뜻으로, 이 또한 벗의 깊은 우정을 이르는 말이다. 혜(蕙)는 난초의 한 종류다. 춘추전국시대 초나라의 백아(伯牙)는 자신의 거문고 소리를 알아주던 절친한 벗 종자기(種子期)가 죽자 거문고 줄을 끊어 버리고 다시는 타지 않았다. 백아절현(伯牙絶絃)은 여기에서 유래한 고사성어로, 평생 진정한 벗 한 명 얻는 게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울

    2023.08.21 10:00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堀墓鞭屍 (굴묘편시)

    ▶ 한자풀이 堀: 굴 굴 墓: 무덤 묘 鞭: 채찍 편 屍: 주검 시 묘를 파헤쳐 시체에 매질하다 통쾌한 복수나 지나친 행동을 이름 - 오자서(伍子胥)는 춘추시대 정치가로 초나라 사람이다. 그는 초나라 평왕의 태자 건의 태부(太傅: 왕의 고문 격)요 충신이었던 오사(伍奢)의 아들이었다. 건의 소부(少傅)였던 비무기가 오사를 시기해 평왕에게 참소하자, 평왕은 오사와 그의 큰아들 오상(伍尙)을 죽이고 자서까지 죽이려 했으나 재빨리 몸을 피해 오나라로 망명했다. 오자서는 오나라 왕 합려를 도와 강대국을 이룬 뒤 아버지와 형의 복수를 위해 초나라로 쳐들어갔지만 평왕은 이미 죽은 상태였다. 생전에 오자서의 보복을 예견한 평왕이 자신의 무덤을 깊은 연못 속에 만들고 묘를 조성한 일꾼 500명을 모두 죽여 버린 탓에 무덤을 찾는 일도 쉽지 않았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노인의 도움으로 왕의 무덤을 찾은 오자서는 무덤을 파헤치고 시체에 철장(鐵杖) 300을 쳐 분을 풀었다. 오자서의 친구 신포서는 이 소문을 듣고 “그대의 그러한 복수 방법은 지나친 게 아닌가…”라고 책하였다. 에 나오는 얘기다. 굴묘편시(掘墓鞭屍)는 ‘묘를 파헤쳐 시체에 매질하다’는 뜻으로, 통쾌한 복수나 도를 넘는 지나친 행동을 이르는 말이다. 죽은 뒤에 큰 죄가 드러난 사람에게 극형을 추시하던 부관참시(剖棺斬屍)도 의미가 비슷하다. 무덤을 파고 관을 꺼내 시체를 베거나 목을 잘라 거리에 내걸었다. 우리나라는 특히 연산군 때 성행했으며 김종직(金宗直), 송흠(宋欽), 한명회(韓明澮), 정여창(鄭汝昌), 남효온(南孝溫), 성현(成俔) 등이 이 형을 받았다. 참고로 역사적으로 대역죄를 범한 자에게 과한 극형은 능지처참(陵

    2023.08.14 10:00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燕雀鴻鵠 (연작홍곡)

    ▶ 한자풀이 燕: 제비 연 雀: 참새 작 鴻: 큰기러기 홍 鵠: 고니 곡 제비가 어찌 기러기의 마음을 알랴 소인은 대인의 뜻을 헤아리지 못함 - 진(秦)나라는 수백 년간 지속된 전국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기원전 221년 중국 천하를 통일했지만, 폭정으로 민심을 잃어 15년 만에 멸망했다. 쌓기는 어렵지만 무너지는 건 한순간인 게 권세의 탑이다. 진 멸망의 첫 봉화는 양성(陽城)에서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하는 진승(陳勝)이라는 자가 올렸다. 그가 밭에서 일하다 잠시 쉬고 있는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탄식이 새어 나왔다. “이놈의 세상, 뭔가 뒤집어 놓아야지. 이래서는 어디 살 수가 있겠나!” 주위의 머슴들이 일제히 비웃었다. “여보시게, 머슴 주제에 무엇을 하겠다고?” 진승이 탄식하듯이 말했다. “제비나 참새가 어찌 기러기와 고니의 뜻을 알리오(燕雀安知 鴻鵠之志).” 진시왕이 죽고 아들 이세(二世)가 왕위를 이었지만 포악함과 사치는 아버지보다 더했다. 백성은 삼족을 멸한다는 형벌이 두려워 불만조차 숨겼다. 후에 진승은 오광(吳廣)과 함께 징발되어 일행 900여 명과 함께 장성(長城)을 수비하러 갔다. 한데 대택(大澤)이라는 곳에서 큰비를 만나 기일 내에 목적지까지 도착하는 건 불가능했다. 늦게 도착하면 참형(斬刑)에 처해지니 차라리 반란을 일으키는 게 더 나을 듯했다. 진승·오광은 뜻을 같이하고 인솔자인 징병관을 죽인 뒤 군중을 모아 놓고 말했다. “어차피 늦게 목적지에 도착해도 우리는 죽으니 사내대장부답게 이름이나 날리자. 왕후장상(王侯將相)이 어찌 씨가 있다더냐?” 두 사람은 파죽지세로 주위를 함락시켰고, 진승은 나라 이름을 장초(長楚)라 하고 스스로 왕위에 올

    2023.07.24 10:00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匹夫之勇 (필부지용)

    ▶한자풀이 匹: 짝 필 夫: 사내 부 之: 갈 지 勇: 용감할 용 하찮은 남자의 용기라는 뜻으로 혈기만 믿고 함부로 부리는 만용 - 맹자는 왕도(王道)정치의 실현을 위해 여러 나라를 돌며 유세하기로 하고 먼저 양나라로 갔다. 양혜왕(惠王)이 맹자를 정중히 맞으며 이웃 나라와는 어떻게 국교를 맺는 게 좋은지 물었다. 맹자가 답했다. “대국은 소국을 받드는 마음으로, 겸허한 태도로 사귀지 않으면 아니 되옵니다. 이는 인자(仁者)라야 할 수 있는 어려운 일이지만, 은나라의 탕왕이나 주나라의 문왕은 이미 이것을 행했습니다. 또한 소(小)가 대(大)를 받드는 것은 하늘의 도리이옵니다. 무왕(武王)의 할아버지 대왕이 그것을 행했기 때문에 주나라는 뒤에 대국을 이루게 되었고, 월나라 왕 구천은 숙적 오나라를 이길 수 있었습니다. 하늘을 즐기는 자는 천하를 보존할 수 있고, 하늘을 두려워하는 자는 나라를 보존할 수 있습니다.” 혜왕은 매우 훌륭한 도리라고 탄복했지만 양나라는 어느 나라나 받들기만 해야 할 형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맹자에게 재차 물었다. “나에게는 해가 된다고 하시겠지만, 용(勇)을 즐기는 성품이 있으니 어찌해야 하오?” 맹자가 물끄러미 혜왕을 바라보며 정중히 답했다. “소용(小勇)을 즐겨서는 아니 되옵니다. 칼을 매만지고 눈을 부라리며 너 같은 자는 나의 적수가 아니라고 하는 따위는 필부(匹夫)의 용(勇)으로, 겨우 한 사람이나 상대할 따름이옵니다. 더 큰 용기(勇氣)를 지니십시오.” 필부지용(匹夫之勇)은 하찮은 남자의 용기라는 뜻으로, 소인의 혈기에서 나오는 경솔한 만용을 이른다. 자주 사용하는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도 맹자와 양혜왕

    2023.07.10 10:00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敬而遠之 (경이원지)

    ▶ 한자풀이 敬: 공경할 경 而: 어조사 이 遠: 멀 원 之: 갈 지 존경하되 가까이하지는 않는다 겉으로는 공경하되 속은 멀리하다 - 공자는 평소 귀신이나 죽음, 괴이한 일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제자 자로가 귀신 섬기는 일을 묻자 공자가 답했다. “사람도 제대로 섬기지 못하거늘 어찌 귀신을 섬길 수 있겠느냐?(未能事人 焉能事鬼)” 자로가 다시 공자에게 물었다. “감히 여쭙건대 죽음이란 무엇입니까?” 공자가 다시 답했다. “삶도 아직 이해하지 못하거늘, 어찌 죽음을 알겠느냐?(未知生 焉知死)” 인문주의적 전통을 계승한 공자는 이처럼 귀신에 대해 명확한 한계를 설정했다. 공자의 이런 생각은 다음 말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백성이 의롭게 되는 일에 마음을 쏟고 귀신은 공경하되 멀리하는 것이 지혜다.(務民之義 敬鬼神而遠之 可謂知矣)” 공자는 귀신의 존재를 명확히 부인하지 않았으나 그 존재를 강조하지도 않은 것이다. 한나라 유향(劉向)이 저술한 에 나오는 다음 대화에도 공자의 그런 입장이 잘 나타난다. 자공이 공자에게 ‘죽은 사람에게도 지각이 있습니까?’ 하고 물으니, 공자는 “죽은 자에게 지각이 있다고 말하자니 효성스러운 자손이 생업에 방해되면서까지 장사에 몰두할까 염려되고, 지각이 없다고 말하자니 불효한 자손이 죽은 이를 유기하고 장사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그걸 알고 싶거든 기다리다 죽어도 늦지 않을 것이다”라고 답했다. 가까이하지도 멀리하지도 않는다는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도 함의가 비슷하다. ‘그 사람에 대해서는 불가근불가원을 원칙으로 해라. 너무 가까이해서 좋을 일이 없다’ 식으로 쓰인다. 겉으로 드

    2023.06.26 10:00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騎虎之勢 (기호지세)

    ▶ 한자풀이 騎: 말 탈 기 虎: 범 호 之: 갈 지 勢: 형세 형 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기세 중도에서 그만둘 수 없는 형세 - 독고(獨孤) 씨는 수나라 문제(文帝) 양견의 황후다. 독고 씨 아버지인 신(信)은 북주의 대사마였는데, 양견이 앞으로 크게 될 사람임을 알아보고 열네 살짜리 딸을 양견에게 줘 사위를 삼았다. 독고 씨는 결혼 당초 남편에게 첩의 자식을 낳지 않겠다는 맹세를 받았다고 하는데, 어찌나 질투가 심했던지 후궁에게 감시의 눈을 떼지 않았고, 그녀가 쉰 살로 죽을 때까지 후궁에게서는 한 명의 자식도 태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단 한 번 문제가 후궁의 미녀에게 손을 댄 일이 있었는데, 이것을 안 독고 씨는 문제가 조회에 나간 사이 그 미녀를 죽이고 말았다. 화가 치민 문제는 혼자 말을 타고 궁중을 뛰쳐나가 뒤쫓아온 신하들을 보며 “나는 명색이 천자(天子)인데 내가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없단 말인가?”라고 외치며 울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과거 북주(北周)의 선제(宣帝)가 죽고 양견이 나이 어린 정제(靜帝)를 업고 모든 일을 혼자 처리하고 있을 때, 독고 씨는 환관(宦官)을 시켜 남편 양견에게 이렇게 전하도록 했다. “큰일은 이미 기호지세(騎虎之勢)로 되고 말았소. 이제는 내려올 수도 없으니 최선을 다하시오.” 이 말에 힘을 얻은 양견은 결국 정제를 밀어내고 수나라 황제에 올랐다. 에 전해오는 이야기다. 기호지세(騎虎之勢)는 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기세라는 뜻으로, 중도에 그만둘 수 없는 형세를 이르는 말이다. 우리말 속담 ‘벌인춤’도 뜻이 비슷하다. 잘 추든 못 추든 추기를 시작했으니, 추는 데까지 출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달리는 말에서 뛰어내리면 더 큰

    2023.06.12 10:00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風聲鶴唳 (풍성학려)

    ▶ 한자풀이 風: 바람 풍 聲: 소리 성 鶴: 학 학 唳: 울 려 바람 소리와 학의 울음소리라는 뜻으로 겁먹고 작은 일에도 매우 놀람을 비유 - 진나라 기록을 담은 역사서 사현재기(謝玄載記)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동진 효무제(孝武帝) 때의 일이다. 전진(前秦)의 3대 임금인 부견이 100만 대군을 이끌고 동진을 공격해왔다. 동진에서는 재상 사안(謝安)이 동생 사석과 조카 사현에게 8만의 군사를 주고 나가 싸우게 했다. 양쪽 군대는 강을 마주 보는 수양(壽陽)에서 대치하고 있었는데, 부견은 동진의 진영이 질서정연하고 병사들이 용감한 것을 보고 휘하의 장군들에게 명령했다. “전군을 약간 후퇴시켰다가 적군이 강 한복판에 이르렀을 때 돌아서서 반격하라.” 그러나 이는 부견의 오산이었다. 일단 후퇴 길에 오른 전진군은 반격은커녕 멈춰 설 수조차 없었다. 후퇴를 개시하고 선봉군이 강을 건너 되돌아오기 시작하자, 후미의 전진군은 선봉군이 싸움에 패해 물러나는 것으로 오인하고 앞다퉈 달아나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무사히 강을 건넌 동진군은 사정없이 전진군을 들이쳤고, 대혼란에 빠진 전진군은 아군이 적군으로 보이는 혼란 속에서 서로를 짓밟으며 달아나다 물에 빠져 죽는 자가 부지기수였다. 겨우 목숨을 건진 남은 군사들은 갑옷을 벗어 던지고 밤을 새워 달아났는데, 얼마나 겁에 질렸던지 ‘바람 소리와 학의 울음 소리(風聲鶴)’만 들려도 동진의 군사가 뒤쫓아온 줄 알고 도망가기 바빴다고 한다. 풍성학려(風聲鶴)는 바람 소리와 학의 울음소리라는 뜻으로, 겁을 먹고 아주 작은 일에도 매우 놀라는 것을 비유한다. 풍성학려가 청각적 착각의 두려움이라면, 적을 두려

    2023.06.05 10:00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敗軍之將 (패군지장)

    ▶ 한자풀이 敗: 질 패 軍: 군사 군 之: 갈 지 將: 장수 장 싸움에서 진 장수를 뜻하며 패한 자는 구차한 변명을 하지 않음 - ) 한고조를 도와 천하 통일의 대업을 이룬 한신이 한창 세력을 넓혀갈 무렵의 일이다. 당시 조나라 군대는 세력이 강해 용장이자 지장인 한신에게도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하지만 천하 통일을 위해 조나라 정복은 필수였기에 한신은 위험을 무릅쓰고 조나라로 가는 통로인 정경을 지나가야 했다. 그곳은 폭이 좁은 길이어서 조나라의 기습을 받으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한신은 첩자를 통해 조나라의 복병이 없음을 확인했고, 결국 협곡을 신속히 통과해 조나라와 싸워 대승을 거둘 수 있었다. 당시 조나라에서는 이좌거라는 장수가 정경에서 기습할 것을 주장했으나 대장군 진여가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습은 군자가 할 도리가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진여는 패했고, 이좌거는 한신의 군사에게 사로잡히고 말았다. 이좌거가 뛰어난 명장임을 알고 있던 한신은 군사들에게 그를 사로잡으라고 명했다. 이좌거가 끌려오자 한신이 극진히 대접하며 말했다. “나는 북으로 연나라, 동으로 제나라를 공격하고자 합니다. 좋은 계책을 알려주시오.” 그러자 이좌거가 답했다. “예로부터 ‘패장은 용기를 말할 수 없고(敗軍之將 不可以言勇), 망한 나라의 대부는 국가의 보존을 꾀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어찌 포로가 나라의 계책을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한신이 다시 말했지요. “그건 그렇지 않소이다. 진여가 당신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지금 당신과 나는 자리를 바꾸어 앉았을 것이오. 사양 말고 계책을 말씀해 주십시오.” 결국 이좌

    2023.05.15 10:00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부염기한 (附炎棄寒)

    ▶ 한자풀이附: 붙을 부炎: 불탈 염棄: 버릴 기寒: 찰 한더울 땐 곁에 있다 추울 땐 떠남권세에 빌붙다 권세가 쇠하면 버림  - <송청전(宋淸傳)〉유종원(柳宗元)은 당나라 관리이자 문학가로, 당송팔대가의 한 명으로 꼽힌다. <송청전(宋淸傳)>은 그가 영주 사마(司馬)로 부임했을 때 지은 작품인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송청은 수도 장안에서 좋은 약재를 많이 가지고 있었다. 약재를 가지고 오는 이들은 반드시 송청의 가게를 통해 팔았고, 송청은 그들을 매우 후하게 대했다. 장안의 의사들은 송청의 좋은 약재를 써서 처방약을 만들고 또 쉽게 팔 수 있었기에 모두가 송청을 칭찬했다.송청은 혹 누군가 돈이 없더라도 일단 약을 먼저 줬다. 외상이 쌓여도 약값을 받으러 가지 않았다. 더구나 연말에는 외상 장부를 모두 태워버렸다. 일부 상인은 그를 조롱했지만 많은 사람이 그의 덕을 칭송했다.외상 장부를 태워버린 사람 중에는 나중에 높은 관리가 된 이도 있었다. 많은 녹봉을 받는 그들은 사람을 시켜 송청에게 연이어 선물을 보내니 문지방이 닳을 정도였다. 약값을 못 치르거나 외상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도 송청은 약을 팔아 많은 돈을 벌었다. 송청의 성실함과 신뢰가 세월이 흐르면서 큰 보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는 돈을 벌수록 더 친절하게 더 좋은 약재를 팔았다.유종원이 글에 자기 생각을 덧붙였다. “요즘 사람들은 관계를 맺을 때 권세가를 쫓아다니고, 빈곤하고 보잘것없는 친구는 버린다(炎而附 寒而棄). 송청과 같이 사람을 대하는 경우는 정말 적다. 이걸 세속에서 말하길 ‘장사치(간사한 장사꾼)의 사귐’이라고들 한다. 송청은 장사치류의 사람이 아니다.”부염

    2023.04.24 10:00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南風不競 (남풍불경)

    ▶ 한자풀이南: 남녘 남  風: 바람 풍  不: 아니 불  競: 다툴 경남풍지역 풍악은 미약하고 생기가 없음세력을 크게 떨치지 못함을 이르는 말-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춘추시대 말엽 제후들은 진나라를 중심으로 노나라 위나라 정나라 등이 연합세력을 구축해 제나라를 치려고 포위하고 있었다. 이런 어수선한 틈을 타 정나라의 대부(大夫) 자공(子孔)은 남쪽의 초나라 군대를 끌어들여 다른 대부들을 내쫓고 권력을 장악하려 했다.자공은 초나라로 사자를 보내 지원을 요청했다. 초나라 강왕(康王)은 군대를 파견해 자공을 돕자고 했으나 재상 자경(子庚)은 생각이 달랐다. “나는 즉위한 지 5년이 됐지만 다른 나라에 군대를 파견한 적이 없소. 백성들이 나에게 안일만을 탐해 선군의 유업을 잊고 있다고 할지 모르니 이 점을 헤아려주시오.”“소신은 생각이 다르지만 명을 받들겠습니다. 다만 여의치 않으면 큰 패배로 왕께 불명예가 되지 않도록 군대를 회군시킬 것입니다.”자경은 내키지 않았지만 명을 어길 수 없어 군대를 이끌고 정나라로 공격해 갔다. 정나라는 용장 정백(鄭伯)이 제나라를 정벌하러 가고 없어 자전(子展)과 자서(子西)가 남아서 지키고 있었지만 자경의 계략을 미리 알고 단단히 방비하고 있는 터였다. 자경은 불과 이틀을 싸우다 물러가게 됐는데, 불운하게도 퇴각길에 큰비가 내리고 설상가상(雪上加霜) 한겨울이어서 얼어죽는 말과 병사가 속출해 거의 전멸 상태가 됐다.제나라와의 싸움터에서 초나라 출병 소식을 들은 진나라의 악관(樂官) 사광은 태연했다. “별로 큰일은 없을 것이다. 내가 간혹 남방(南方)의 노래와 북방(北方)의 노래를 부르는데,

    2023.04.10 10:00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窮鼠齧猫 (궁서설묘)

    ▶ 한자풀이窮: 다할 궁鼠: 쥐 서齧: 물 설猫: 고양이 묘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문다위급하면 약자도 강자에게 저항한다- <염철론(鹽鐵論)><염철론(鹽鐵論>은 전한(前漢) 선제(宣帝) 때 환관(桓寬)이 편찬한 책이다. 12권 60장으로 된 이 책은 BC 81년 전한의 조정에서 열렸던 회의의 토론 내용을 재현하는 형태로 정리한 독특한 형식을 취했다. 전국에서 추천을 받아 참석한 자들이 무제(武帝) 때부터 비롯된 소금·철·술 등의 전매(專賣) 및 균수(均輸)·평준(平準) 등 일련의 재정정책을 무제가 죽은 뒤에도 존속시킬 것인가를 주제로 논의한 내용이 수록됐다.전매는 국가가 행정상 목적으로 특정물의 생산 또는 판매를 독점하는 일이고, 균수는 지방 몫이었던 조세와 운송비 부담에 경중의 차이가 있던 것을 균등히 한다는 뜻이다. 평준은 물가 안정책을 이른다.참석자 중 현량(賢良) 문학(文學) 등 약 60명은 유가사상을 근거로 이 제도의 폐지를 주장한 반면 고급 관리인 승상 차천추(車千秋), 어사대부 상홍양(桑弘羊)과 그의 부하 관리들은 법가사상을 내세워 제도의 존속을 주장해 이들 사이에 격론이 벌어졌다.엄한 법으로 통치해야 한다는 상홍양 측에 대항한 학자들은 진시황의 엄격한 법 집행으로 민생이 도탄에 빠졌으며 법을 이기지 못한 백성들이 도처에서 궐기해 진승·오광의 난으로 진나라가 멸망했다고 주장했다.“궁지에 몰린 쥐가 살쾡이(고양이)를 물고, 평범한 사람도 만승의 군대를 칠 수 있으며, 신하도 활을 꺾을 수 있다(窮鼠齧狸 匹夫奔萬乘 舍人折弓).”궁서설묘(窮鼠齧猫)는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는 뜻으로, 퇴로가 없는 절박한 상황에 몰리

    2023.03.27 10:00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季布一諾 (계포일락)

    ▶ 한자풀이季: 계절 계  布: 베 포  一: 한 일  諾: 승낙할 락계포가 한 번 한 약속이란 뜻으로약속을 하면 반드시 지킴을 이름- <사기(史記)>계포(季布)는 초나라 출신의 한나라 장수다. 항우 밑에서 무장으로 있으면서 여러 싸움에서 유방을 괴롭혔다. 그러나 항우가 유방에게 패해 죽자 졸지에 쫓기는 몸이 됐다. 숨어 지내던 계포는 다시 한나라에 등용돼 낭중(郞中) 벼슬을 지내다 하동태수가 됐다. 그는 비록 두 군주를 섬겼지만 의협심이 강하고 약속을 중히 여겨 한 번 한 말은 반드시 지켰기에 모든 사람이 그를 신뢰했다.계포가 조고생이란 자를 공개적으로 비난하자, 그가 계포를 찾아와 물었다. “우리 고향 속담에 황금 백 근보다 ‘계포의 한 번 승낙(季布一諾)’이 더욱 값지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명성을 얻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나는 당신과 같은 초나라 출신입니다. 내가 천하를 다니며 당신의 명성을 널리 알리면 그대 이름은 천하에 떨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도 어찌하여 나를 그리 거절하십니까.”이를 <사기(史記)> 등에는 ‘황금 백 근을 얻음은 계포의 일낙(一諾)을 얻음만 못하다’고 기록하고 있다.계포일락(季布一諾)은 ‘계포가 한 번 한 약속’이란 뜻으로, 약속을 하면 반드시 지키는 것을 이른다.남아일언중천금(男兒一言重千金)은 ‘남자의 한마디 말은 천금같이 값지고 무거워야 한다’는 뜻으로 계포일락과 함의가 서로 맞닿는다.금석맹약(金石盟約)은 ‘쇠와 돌같이 굳게 맺은 약속’을 일컫는다. 이목지신(移木之信)은 ‘위정자가 나무 옮기기로 백성들의 믿음을 얻었다’는 뜻으로, 남을 속이지

    2023.03.13 10:01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楊布之狗 (양포지구)

    ▶ 한자풀이楊: 버들 양布: 베 포之: 갈 지狗: 개 구'양포라는 사람의 집 개'라는 뜻으로 겉이 달라졌다고 속도 바뀐 것으로 여김   -<한비자(韓非子)>전국 시대 중엽의 사상가 양주(楊朱)와 묵자(墨子)는 생각이 극으로 달랐다. 양주는 남을 위하는 부질없는 짓을 버리고 각자가 자신만을 위해 살면 천하가 태평성대를 누린다고 주장한 반면 묵자는 모든 사람을 친부모 친형제처럼 사랑하라는 겸애설을 주창했다. 맹자는 “양자는 나만을 위하니 아비가 없고 묵자는 모두를 똑같이 사랑하니 임금이 없다”며 양자와 묵자 두 사람을 동시에 비판했다. 맹자는 또 “아비가 없고 임금이 없으면 이는 곧 날짐승과 다를 것이 없다”고 했다.법가 사상을 주창한 한비(韓非)는 양주의 생각을 꼬집고 자신의 논리를 펴기 위해 이야기 하나를 지어냈다.양주의 아우 양포(楊布)가 아침에는 흰옷을 입고 나갔는데, 돌아올 때는 비가 오는 바람에 검정 옷으로 갈아입고 왔다. 낯선 사람으로 여긴 집안의 개가 마구 짖어대자 양포가 화가 나 지팡이로 개를 때리려 했다. 양주가 아우를 타일렀다. “개를 탓하지 마라. 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만일 너의 개가 조금 전에 희게 하고 나갔다가 까맣게 해 가지고 들어오면 너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겠느냐?”양포지구(楊布之狗)는 ‘양포라는 사람의 개’라는 뜻으로 겉이 달라진 것을 보고 속까지 바뀐 것으로 여기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한비자는 교언영색 너머에 있는 신하의 진짜 속내를 꿰뚫어보는 게 군주의 덕목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 이 이야기를 지어내지 않았나 싶다. 한비자는 군주가 속내를 숨겨야 신하의 마음을 알

    2023.02.20 10:00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賊反荷杖 (적반하장)

    ▶한자풀이賊: 도둑 적      反: 되돌릴 반      荷: 멜 하      杖: 몽둥이 장'도둑이 되레 매를 든다'는 뜻으로잘못한 사람이 잘한 사람을 나무람     - <순오지(旬五志)>적반하장(賊反荷杖)은 ‘도둑이 되레 매를 든다’는 뜻이다. 잘못한 사람이 도리어 잘한 사람을 나무라는 것을 꼬집는 말이다.조선 인조 때의 학자이자 시평가 홍만종(洪萬宗)의 문학평론집 <순오지(旬五志)>에 적반하장에 대한 풀이가 나온다. “적반하장은 도리를 어긴 사람이 오히려 스스로 성내면서 업신여기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賊反荷杖以比理屈者反自陵轢).”적반하장은 잘못한 사람이 잘못을 빌거나 미안해하기는커녕 오히려 성을 내면서 잘한 사람을 나무라는 것을 이른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 ‘문비(門裨)를 거꾸로 붙이고 환쟁이만 나무란다’ ‘소경이 개천 나무란다’ ‘물에 빠진 놈 건져 놓으니 내 봇짐 내놓으라 한다’ 등 적반하장을 뜻하는 우리 말 속담도 여럿 있다. 문비는 초하룻날 악귀를 쫓는 뜻으로 대문에 붙이는 신장(神將) 그림이다.주인과 손님이 서로 바뀌어 손님이 되레 주인 행세를 한다는 주객전도(主客顚倒)도 적반하장과 뜻이 같다. 객반위주(客反爲主)로도 쓰며, 사물의 대소(大小)나 경중(輕重), 전후(前後)가 뒤바뀐 것을 이르기도 한다. 우리말에 ‘되술래잡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 또한 범인이 순라군을 잡는다는 뜻으로, 잘못을 빌어야 할 사람이 되레 남을 나무라는 것을 비꼬는 말이다. 술래잡기는 ‘순라(巡邏)’가 도둑을 잡는 데서 유래한 우리의 전통놀이다.“적반하장도 유분

    2023.01.09 10:00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上善若水 (상선약수)

    ▶한자풀이上: 윗 상善: 좋을 선若: 같을 약水: 물 수최고의 선(善)은 물과 같다물의 성질을 이상적 경지로 삼음- <도덕경(道德經)>중국 철학의 두 주류는 유가(儒家)와 도가(道家)다.공자 맹자 순자로 대표되는 유가는 인의예지(仁義禮智)가 바탕이고, 노자 장자 열자로 대표되는 도가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이 근간이다. 무위자연은 있는 그대로의 상태로,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는 삶의 태도를 이른다. 무리해서 무엇을 하려 하지 않고, 스스로 그러한 대로 사는 삶이다.“학문을 하면 날로 보태는 것이고, 도(道)를 하면 날로 덜어내는 것이다. 덜고 또 덜어서 함이 없음(無爲)에 이르면 함이 없으면서도 하지 못하는 것이 없다.” 노자의 이 말에는 도가 사상이 온전히 스며 있다. 자연을 거스르는 인위(人爲)를 짓지 않으면 만사가 잘 다스려진다는 뜻이다. “배우고 익히라”는 공자의 말과 결이 다르다. 유가는 인의예지를 쌓아서 세상을 다스리고, 도가는 인위를 덜어서 세상을 넓게 품는다.도가에서 물은 상징성이 크다. “최고의 선(善)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는 데 뛰어나지만 다투지 않고,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곳에 머문다. 그러므로 도에 가깝다(上善若水 水善利萬物而不爭 處衆人之所惡 故幾於道).” <도덕경>에 나오는 구절이다.상선약수(上善若水)는 ‘물은 최고의 선(善)’이라는 뜻으로, 도가는 만물을 이롭게 하는 물의 성질을 이상적인 경지로 삼는다. 물은 만물에 생기를 주는 자양분이다. 순리대로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막히면 돌아가고, 기꺼이 낮은 곳에 머문다. 둥근 그릇에 담으면 둥글고, 네모난 그릇에 담으면 네모나다. 다투지 않고,

    2022.12.26 10:00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浸潤之讒 (침윤지참)

    ▶한자풀이浸: 스며들 침潤: 젖을 윤之: 갈 지讒: 참소할 참물이 차츰 스며드는 것처럼깊이 믿도록 서서히 하는 참소   - <논어(論語)><논어(論語)> 안연편에는 공자와 자장의 대화가 나온다.자장(子張)이 공자에게 묻는다. “스승님, 어떤 것을 가리켜 밝다고 합니까?”공자가 답한다. “물이 스며들듯 하는 참소(浸潤之)와 피부로 직접 느끼는 호소(呼訴)가 행해지지 않으면 마음이 밝고, 또 생각이 멀다고 할 수 있느니라.”침윤지참(浸潤之)은 물이 차츰 배어들어 가듯이 남을 지속적으로 교묘히 헐뜯어서 곧이듣게 하는 참소(讒訴)다. 물이 수건에 스며들듯 점차 의심을 깊어지게 하는 참언으로, 아주 교활한 중상모략을 이른다. 침윤지언(浸潤之言)으로도 쓴다. 부수지소(膚受之)는 듣는 사람의 피부를 송곳으로 찌르듯 강하게 와닿는 참소를 뜻한다. 공자는 은근하게든 노골적이든 참소에 혹하지 않는 것을 ‘밝다’고 한 것이다.참소는 남을 헐뜯어 없는 죄도 있는 것처럼 윗사람에게 고해바치는 것을 이른다. 중국 당대의 최고 시인 두보(杜甫)는 “봄이 지나 망종(芒種) 후에도 백설조가 울면 임금 곁에 참소하는 자가 있다”고 했다. 백설조가 울지 않아도 권력 주변에는 언제나 음모가 기웃댄다. 간신이 충신의 가면을 쓰고 군주의 마음에 의심을 심는다.삼인성호(三人成虎). 세 사람이면 없는 호랑이도 만든다. 거짓도 여러 번 되풀이하면 참인 것처럼 들리고, 참소도 여럿이 입을 모으면 대역죄가 된다. 적훼소골(積毁銷骨). 여럿이 헐뜯어 비방하면 굳은 뼈라도 녹는다. 차츰 스며드는 게 더 혹한다. 조금씩 커지는 의심이 더 무섭다.공자는 “그럴듯하게 꾸민

    2022.11.21 10:00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姑息之計 (고식지계)

    ▶한자풀이姑: 시어미 고息: 아이 식之: 갈 지計: 셈할 계부녀자나 어린아이가 꾸미는 계책근본책이 아닌 임시변통을 이름  -<시자(尸子)> 등고식(姑息)은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잠시 숨을 쉰다’는 의미로, 우선 당장에는 탈이 없고 편안히 지내는 것을 비유한다. 또 하나는 부녀자와 어린아이를 아울러 이르는 말로 쓴다.전국시대 시교(尸校)가 지은 <시자(尸子)>에는 “은나라 주왕은 노련한 사람의 말을 버리고 부녀자나 아이의 말만 사용했다(紂棄老之言 而用故息之語)”는 구절이 있다. 널리 보는 지혜가 아니라 눈앞의 이익만 좇는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화를 가져온다는 뜻이다.주왕은 은나라 마지막 임금으로 술을 좋아하고 음란했으며, 가혹하게 세금을 거둬 백성들의 원망을 산 인물이다. 시교는 진(秦)나라 재상 상앙의 스승으로, 유가(儒家)·묵가(墨家)·법가(法家) 사상을 두루 아울렀다.<예기(禮記)> 단궁편에는 “증자가 말하기를, 군자가 사람을 사랑할 때는 덕으로 하고 소인이 사람을 사랑할 때는 고식으로 한다(君子之愛人也以德 細人之愛人也以姑息)”는 구절이 있다. 군자는 덕으로 사랑하므로 오래가고 소인은 목전의 이익을 두고 사랑하기 때문에 오래가지 못한다는 뜻이다.고식지계(姑息之計)는 ‘부녀자나 어린아이의 계책’이란 뜻으로, 근본적 해결책이 아닌 임시방편이나 당장에 편한 것을 택하는 걸 비유한다. 남존여비(男尊女卑) 사상이 깔린 한자성어다.바늘로 꿰매듯 임시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미봉책(彌縫策),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괸다는 하석상대(下石上臺), 제 귀를 막고 방울을 훔친다는 엄이도령(掩耳盜鈴), 신발을

    2022.11.07 10:00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疑心暗鬼(의심암귀)

    ▶ 한자풀이疑 : 의심할 의心 : 마음 심暗 : 어두울 암鬼 : 귀신 귀의심을 품으면 없던 귀신도 생긴다의혹이 마음을 불안하게 한다는 뜻 - <열자(列子)>어떤 사람이 아끼던 도끼를 잃어버렸다. 도둑맞은 게 틀림없다고 생각되자 이웃집 아이가 수상쩍었다. 그 아이 동태를 유심히 살펴볼수록 의심은 더 커졌다. 길에서 마주치면 슬금슬금 피하는 듯했고, 안색이나 말투 역시 뭔가 미심쩍었다.“아무래도 내 도끼를 훔쳐간 놈은 저놈이 분명해.” 그렇게 믿고 있던 어느 날, 얼마 전 나무하러 갔다가 도끼를 산에 놓고 온 일이 떠올랐다. 급히 달려가 보니 도끼는 산에 그대로 있었다. 도끼를 들고 집으로 와 그 아이를 보니 태도가 예전과 달라보였다. 행동거지 하나하나에 의심을 품을 만한 구석이 없었다. <열자>에 나오는 얘기로, ‘의심을 품으면 귀신도 생긴다’는 뜻의 의심암귀(疑心暗鬼)는 이 고사에서 유래했다. <열자>에는 비슷한 얘기가 또 있다.어떤 사람의 집에 말라죽은 오동나무가 있었다. 이웃 사람이 말했다. “여보게, 집 안에 말라죽은 나무가 있으면 재수가 없다네. 그걸 베어버리지 왜 그냥 놔두나?” 기분이 찜찜해진 오동나무 주인이 그 나무를 베어버렸다. 이웃 사람이 다시 나타나 땔감이 부족하니 좀 빌려달라고 했다. 주인은 속았다는 생각에 버럭 화를 냈다. “자네는 땔감이 필요해서 나를 속였군. 이웃에 살면서 어쩌면 그리 엉큼한 거짓말을 할 수 있나.” 이웃 사람은 아무런 꿍꿍이 없이 죽은 오동나무를 베어내는 게 좋겠다고 했지만, 오동나무 주인이 제풀에 의혹을 품은 것이다.암(暗)은 어둡다는 뜻이지만 ‘어리석음’이란 의미로도 쓰

    2021.01.18 09:00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龍頭蛇尾(용두사미)

    ▶ 한자풀이龍: 용 용頭: 머리 두蛇: 뱀 사尾: 꼬리 미용의 머리와 뱀의 꼬리라는 뜻으로시작은 거창하나 끝이 초라함을 이름-<벽암록(碧巖錄)옛날 중국의 용흥사라는 절에 진존숙이라는 명승이 있었다. 진존숙은 부처님께 기도를 올리고 나면 지푸라기로 짚신을 삼았다. 그는 짚신을 한 켤레씩 짝을 맞춰 산길의 나뭇가지에 매달아 두었다. 지나가던 사람이 궁금해서 물었다. “스님, 왜 짚신을 만들어 매달아두시는지요?” 스님이 답했다. “먼 길을 가다 보면 짚신이 낡아 발이 불편한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그들의 발을 편하게 하고자 함이지요.”어느 날 용흥사에 낯선 스님이 찾아왔다. 진존숙은 그와 선문답을 하게 되었는데, 첫마디를 건네자마자 다짜고짜 소리를 질렀다. 진존숙은 속으로 ‘도가 깊은 스님이신가’하고 다시 말을 건네니, 또다시 버럭 역정을 냈다. 진존숙이 그에게 말했다. “겉보기에는 용의 머리를 닮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뱀의 꼬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스님은 얼굴을 붉히며 슬그머니 자리를 피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용두사미(龍頭蛇尾)라며 그 스님을 비웃었다. 송나라 때 불교 서적 <벽암록(碧巖錄)>에 나오는 얘기다.용두사미(龍頭蛇尾)는 ‘용의 머리와 뱀의 꼬리’라는 뜻으로, 시작은 거창하지만 끝이 보잘것없고 초라함을 일컫는다. 흔히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마무리다. <시경>에는 ‘백 리 길을 가는 자는 구십 리를 절반으로 친다(行百里者半九十)’는 말이 있다. 천하통일을 앞둔 진왕(후에 진시황)이 자만에 빠져 국정을 소홀히 하자 구순의 어느 노인이 찾아와 진언

    2021.01.11 09:00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不惑(불혹)

    ▶ 한자풀이不: 아니 불惑: 미혹할 혹마음이 흐려져 갈팡질팡하지 않음 나이 마흔을 이르는 말-<논어><논어> 위정편에는 공자가 자신의 학문 수양 과정을 회고하는 대목이 나온다. 내용은 이렇다. “나는 15세가 되어 학문에 뜻을 두었고(吾十有五而志于學), 30세에 학문의 기초를 확립했다(三十而立). 40세가 되어서는 미혹하지 않았고(四十而不惑), 50세에는 하늘의 명을 알았다(五十而知天命). 60세에는 남의 말을 순순히 받아들였고(六十而耳順), 70세에 이르러서는 마음 내키는 대로 해도 법도를 어기지 않았다(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세계 4대 성인으로 불리는 공자의 배움이 나이가 들수록 어떻게 익어갔는지를 보여주는 내용이다. 공자가 말하는 배움(學)은 단지 지식의 습득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의 배움에는 그 배움을 몸소 실천하는 행(行)이 함께 담겨 있다. 진정한 학문은 지행합일(知行合一)인 것이다.공자가 나이 마흔에 이르러 몸소 체득했다는 불혹(不惑)은 세상일에 현혹되어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다는 뜻이다.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가게 됐다는 의미다. 공자의 이 말에 따라 15세를 지학(志學), 30세를 이립(而立), 40세를 불혹(不惑), 50세를 지천명(知天命), 60세를 이순(耳順), 70세를 종심(從心)이라고도 부른다. 이 외에 약관(弱冠)은 남자 나이 20세를, 방년(芳年)은 꽃다운 나이로 여자 나이 20세 안팎을 뜻한다. 고희(古稀)는 70세, 산수(傘壽)는 팔순(八旬), 즉 80세를 이르는 말이며 졸수(卒壽)는 구순(九旬), 즉 90세를 이르는 말이다. 망백(望百)은 백세(百歲)를 바라본다는 뜻으로 91세의 별칭이다. 상수(上壽)는 하늘이 내려준 나이, 100세를

    2020.12.28 09:00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殃及池魚(앙급지어)

    ▶ 한자풀이殃: 재앙 앙及: 미칠 급池: 연못 지魚: 물고기 어재앙이 연못 속 물고기에 미친다는 뜻으로관계가 없는 듯해도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음-<여씨춘추>중국 송(宋)나라 사마(司馬) 환(桓)이 귀한 구슬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 그가 죄를 지어 형벌을 받게 되자 도망을 치려고 했다. 왕이 사람을 보내 그를 붙잡아 구슬이 있는 곳을 물으니 사마 환이 말했다. “연못에 던져버렸습니다.” 이에 연못의 물을 다 퍼내 마르게 해서 구슬을 찾았으나 아무것도 찾지 못하고 물고기만 다 죽고 말았다. <여씨춘추>에 전해오는 이야기로, 여기서 유래한 앙급지어(殃及池魚)는 재앙이 연못의 물고기에 미친다는 뜻으로 연관이 없는 뜻하지 않은 화를 일컫는 고사성어다. 지어지앙(池魚之殃)으로도 쓴다. 뜻밖에 닥쳐온 불행을 의미하는 횡래지액(橫來之厄), 횡액(橫厄)도 뜻이 비슷하다.이 이야기는 후대에 내용이 가감되고 재구성되어 전해졌는데, 송나라 때 편집된 역대 설화집 <태평광기>에는 비슷한 얘기가 실려 있다.“성문에 불이 붙으면 그 화가 성 근처 물가의 물고기에게까지 미친다(城門失火, 殃及池魚)는 말이 있다. 옛날 전하는 말에 ‘지중어(池仲魚)라는 이름의 사람이 있었다. 그는 송나라 성문 근처에 살았는데, 성문에 갑자기 불이 나더니 불이 그의 집까지 퍼져 지중어는 불에 타 죽고 말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송나라 성문에 불이 났는데 불을 끄려던 사람이 성 외곽의 물을 길어다 불을 껐다. 결국 성 외곽의 물은 바닥이 났고 그 속에 살던 물고기는 모두 죽었다’고 한다.”민간에 구전되는 이야기로 문헌에 기술된 형태도 다양하지만

    2020.12.21 09:00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西施?目(서시빈목)

    ▶ 한자풀이西: 서녘 서施: 베풀 시, 옮길 이?: 찡그릴 빈目: 눈 목미인 서시가 눈살을 찌푸린다는 뜻으로남의 흉내를 내다 비웃음을 산다는 의미-<장자(莊子)>중국 월나라의 절세미녀인 서시는 가슴앓이병이 있어 언제나 미간을 찌푸리고 다녔다. 그랬더니 그 마을의 추녀가 이것을 보고 그 어여쁨에 감탄해 자기도 가슴에 손을 대고 미간을 찡그리며 마을을 돌아다녔다. 그러자 그 마을 부자들은 대문을 굳게 잠그고 나오지 않았고, 가난한 사람들은 처자를 이끌고 마을에서 도망쳤다. 이 추녀는 미간을 찡그린 모습이 아름답다는 것만 마음에 두었을 뿐, 찡그림이 아름다운 까닭은 알지 못했다. 즉, 서시는 본래 아름다우므로 자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장자(莊子)> ‘천운편(天運篇)’에 나오는 고사다.여기에서 유래한 서시빈목(西施目)은 ‘서시가 눈살을 찌푸린다’는 뜻으로, 자신의 분수를 모르고 함부로 남의 흉내를 내는 것을 빗대는 말로 쓰인다. 효빈(效), 서시봉심(西施捧心)도 같은 뜻이다.장자는 시대의 변천에 따라 제도나 도덕도 변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춘추시대 말엽의 난세에 태어난 공자가 그 옛날 주왕조의 이상정치를 그대로 노나라와 위나라에 재현하려 하는 것은 마치 추녀가 서시를 무작정 흉내 내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꼬았다.<장자> ‘추수편’에 나오는 한단지보(邯鄲之步)도 뜻이 서로 맞닿는다. 수릉의 한 젊은이가 조나라 수도 한단에 가서 그곳의 걸음걸이를 배웠는데 한단 걸음걸이를 제대로 배우기도 전에 본래의 걸음걸이마저 잊어버려 기어서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뜻으로, 이 또한 제 분수를

    2020.12.14 09:00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白眼視(백안시)

    ▶ 한자풀이白: 흰 백眼: 눈 안視: 볼 시흰자위를 보이며 흘겨본다는 뜻으로상대를 무시하는 듯한 눈빛을 이름-<진서(晉書)>완적(阮籍)은 삼국시대 위나라 출신 사상가이자 문학가로 성격이 호탕하고 무엇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했다. 술을 마시고 시를 읊었던 현사(賢士) 죽림칠현(竹林七賢) 중 한 사람으로, 관료 생활을 했지만 권력과의 밀착을 경계했고 은자(隱者)의 삶을 추구했다.그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혜희란 자가 조문을 갔다. 한데 완적이 반기지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흰자위를 보이며 무시(白眼視)’했다. 혜희는 자신을 멸시하는 완적에게 언짢았지만 영정 앞이라 절만 하고 돌아갔다. 혜희가 동생인 혜강에게 완적이 무례하고 오만하다며 있었던 일을 얘기하자 혜강이 말했다. “완적이 원래 그렇습니다. 공명(功名)이나 이익을 중시하는 사람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지요. 그런 사람이다 싶으면 그는 흰자위로 홀대합니다.”그후 혜강이 술 한 동이와 거문고를 들고 완적의 집에 조문하러 갔다. 완적은 아주 다정한 기색, 푸른 눈(靑眼)으로 그를 맞았다. 역시 죽림칠현의 한 사람이었던 혜강은 따뜻하게 환대하였지만 혜희는 세속의 예교에 얽매인 사람이라고 여겨 홀대하였던 것이었다. <진서(晉書)> ‘완적전’에 나오는 이야기다.이 고사에서 유래한 백안시(白眼視)는 어떤 행동이나 사람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을 정도로 미워하는 눈초리를 이른다. 백안(白眼)이라고도 한다. 반대로 청안(靑眼)은 좋은 마음으로 기쁘게 바라본다는 뜻이다.석가모니는 “가진 게 없어 베풀지 못한다”고 하소연하는 제자에게 ‘아무리 없어도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

    2020.12.07 09:00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伯樂一顧(백락일고)

    ▶ 한자풀이伯: 맏 백樂: 즐거울 락一: 한 일顧: 돌아볼 고명마도 백락을 만나야 알려진다는 뜻으로재주도 알아주는 자가 있어야 빛을 본다-<전국책(戰國策)>주(周)나라 때 백락(伯樂)은 당대 최고의 말 감정가였다. 본명은 손양(孫陽)인데, 말에 대한 지식이 워낙 탁월해 전설에 나오는 천마(天馬)를 주관하는 별자리인 백락으로 불렸다.어느 날 말 장수가 백락을 찾아와 자기에게 훌륭한 말 한 필이 있어 이를 팔려고 시장에 내놓았지만 사흘이 지나도 아무도 사려고 하지 않는다며, 사례는 충분히 할 테니 감정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백락은 시장에 가서 말의 주위를 여러 차례 돌면서 요모조모 살펴보았다. 다리, 허리, 엉덩이, 목덜미, 털의 색깔 등을 감탄하는 눈길로 그냥 쳐다보기만 했다. 그러고 나서 아무 말 없이 갔다가는 다시 돌아와서 세상에 이런 명마는 처음 본다는 듯이 또 보곤 했다.당시 최고의 말 감정가가 찬찬히 살피는 것을 보자 이를 지켜본 사람들은 구하기 힘든 준마(駿馬)라고 여겨 앞다퉈 서로 사려고 했고, 말값은 순식간에 껑충 뛰었다.백락의 친구 가운데 역시 말에 대해 안목이 있는 구방고가 있었는데, 진(秦)나라 목공이 그에게 준마 한 필을 구해 오라고 했다. 한데 데리고 온 말을 평범한 말로 여긴 목공이 구방고를 내쫓으려고 하자 백락이 나서 “정말 훌륭한 말입니다”라고 했다. 목공이 다시 자세히 살펴보니 볼수록 명마 중의 명마였다. <전국책(戰國策)>에 나오는 이야기다.‘백락이 한 번 돌아다봤다’는 백락일고(伯樂一顧)는 누군가의 재능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어야 그 재능이 빛을 본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삼국지>에 나오는 적토마(赤兎馬)도

    2020.11.30 09:00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毛遂自薦(모수자천)

    ▶ 한자풀이毛: 털 모遂: 드디어 수自: 스스로 자薦: 천거할 천모수가 스스로를 천거했다는 뜻으로부끄러움 없이 자기를 내세움을 빗댐-<사기(史記)>전국시대 진(秦)나라가 조(趙)나라 수도 한단을 포위하자, 조왕은 평원군을 초나라에 보내 합종을 맺어 진나라 군사를 격퇴시키고자 했다. 평원군은 문하에 출입하는 식객 중 20명을 뽑아 같이 가려고 했는데, 19명을 선발하고 적당한 사람이 없어 한 명을 채우지 못했다. 이때 식객 중에 모수(毛遂)라는 사람이 스스로 자기가 끼기를 청하였다(毛遂自薦).그를 보고 평원군이 물었다. “당신은 내게로 와 몇 년이나 되었소?” “3년쯤 되었습니다.” 평원군이 다시 물었다. “대체로 현인이란 주머니 속의 송곳과 같아서 가만히 있어도 드러나는 법인데, 3년 동안 나는 당신에 관한 말을 들은 적이 없구려.” 모수가 되받았다. “그러니 이제 주머니에 넣어 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결국 평원군은 모수를 데리고 초나라로 갔다.초왕과의 회담에서 식객 19명이 모두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평원군은 마침내 모수에게 방안을 물었다. 그러자 모수는 칼을 빼어든 채 초왕의 면전으로 나아가 말했다. “당신은 수많은 군사를 거느리고 있지만 지금 당신의 목숨은 내 손에 달려 있습니다. 은(殷)의 탕왕이나 주(周)의 문왕이 패업을 이룬 것은 군사가 많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지금 초나라는 땅이 비옥하고 군사도 많지만 진나라 군사에게 종묘를 위협받고 있는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합종은 초나라도 위한 것이지 조나라만 위한 것은 아닙니다.” 초왕은 모수의 말이 일리 있다 싶어 합종에 동의했다. 조나라로 돌아온 평원군은 이후 모

    2020.11.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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