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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개별적으로 인적성 시험을 치르다 보니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구직자 역시 기업별로 준비해야 하므로 문제집 구입, 학원 수강 등에 엄청난 돈을 들입니다. 표준화한 인적성 시험인 코앱을 기업이 활용하면 사회적 비용을 줄이면서 우수 인재를 뽑을 수 있을 것입니다.” 신임 코앱위원회 위원장에 취임한 박소연 숙명여대 교수(중앙심리교육연구소 소장·사진)는 코앱의 장점을 이렇게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한...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이야기다. 투표일인 4월13일까지 시간은 좀 남았다. 하지만 걱정은 벌써부터 쏟아진다. 각 정당과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내놓을 공약 때문이다. 잘 계산된, 잘 조절된, 잘 지켜질 만한 공약이라면 두려울 것이 없다. 불행하게도 우리의 경험은 이런 낙관을 불허한다. 공약(公約) 아닌 공약(空約)이 얼마나 난무할지!선거는 이기는 것이 지상 목표다. 다수와 과반(過半) 점령을 향한 경쟁이 극심한 이유다. 선거는 몇 가지 기본 전술에 의존한다. 정당들은 표가 많이 몰려 있는 여론의 중간지대를 공략한다. 덩컨 블랙은 이런 현상을 ‘중위 투표자 정리’라는 말로 정리해줬다. 정당들은 선거 때만 되면 다수의 유권자가 몰려 있는 중도를 향해 정책과 공약을 집중 투하한다. 정당들의 공약이 비슷비슷한 이유다.앤서니 다운스라는 사람이 제시한 ‘합리적 무지’라는 관점도 작용한다. 투표자 개개인은 정당만 보고 투표하는 경향이 있다. ‘내 표 하나가 선거 결과를 바꿀 것 같지 않고 설사 바꾸는 경우에도 공약이나 정책의 덕을 못 볼 게 뻔하다’는 심리가 작동한다. 정당과 후보자가 내건 정책과 됨됨이를 알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일 가치가 없다며 냉소적이다. 정당들도 은근히 “이왕 모르는 거 정당 보고 찍으라’고 주문한다.이번 총선에서는 3개의 주요 정당이 유권자들의 선택을 기다릴 가능성이 높다. 여론조사를 해보면 A는 B를 이기고, B는 C를 이기는데 정작 투표에선 C가 A를 이기는 기현상이 나타날지 모른다. 만일 이런 결과가 나온다면 선거는 유권자의 뜻을 제대로 반영한 것일까. 1785년 프랑스 수학자 콩도르세 후작(侯爵)은
선거철만 되면 경제민주화 공약이 많이 나온다. 경제민주화 공약을 내걸지 않으면 선거를 치르기 어렵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대통령 선거에서도,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지방자치 단체장 선거에서도 경제민주화 공약은 빠지지 않는다. 다가오는 ‘4·13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경제민주화가 공약을 주도할 것으로 예측된다.경제민주화 공약은 효과를 냈나?경제민주화를 제대로 알기 위해선 이미 시행된 사례의 성과를 평가해보는 것이 좋다. 경제민주화 공약 중 대표적인 것이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이다. 이것은 동네상권과 재래시장을 보호한다는 명분에서 나왔다. 결과는 실패다. 대형마트 영업제한으로 동네상권과 재래시장이 보호됐다는 유의미한 통계분석은 없다. 영업제한에 힘입어 재래시장 매출이 늘었다는 수치도 없다. 오히려 대형마트 납품업체들만 납품감소 피해를 입었다. 마트에서 일하며 생활비와 아르바이트비를 벌던 가정주부와 학생들의 일자리 역시 줄였다. 재래시장과 대형마트는 소비자의 선택이 완전히 다른 별개의 시장이다. 재래시장은 과거, 마트는 오늘날의 서비스다. 소비자들은 마트를 닫아도 재래시장에 안 간다.반값 등록금과 온갖 무상 복지도 재원대책 없이 추진돼 혼란을 만들었다. 특정 대학에 주는 반값 등록금은 매년 거둬들인 세금으로 유지될 수 밖에 없는 경제민주화 공약이다. 반값 등록금이 적용된 서울시립대는 예산지원 논란에 휩싸여 시설투자와 교육투자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방송보도도 있었다. 지속되기 힘든 약속이다. 3~5세 무상교육을 약속한 ‘누리과정’도 예산 확보 문제로 혼란에 빠져있다. 프랜차이즈 빵집을 규
매년 기업들이 제각기 치르는 채용 직무능력시험을 토익처럼 표준화하기 위해 작년 3월 출범한 코앱(KOAP·한국직업능력인증시험)이 오는 3월5일 제3회 시험을 치른다.코앱위원회(위원장 박소연 숙명여대 교수)는 올해 코앱을 네 번 시행하기로 확정하고 일정을 홈페이지(www.koap.or.kr)에 공지했다. 코앱위원회는 지난해 3월과 8월 두 차례 정기시험을 치렀던 것과 달리 올해엔 응시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3~6회 시험을 3월5일, 5월7일, 9월10일, 11월5일에 각각 치르기로 했다.코앱은 언어, 수리, 추리, 공간, 실용 등 5개 영역에 걸쳐 직무기초능력을 검증하는 국내 유일의 직업능력 표준시험이다. 응시생들은 성적표를 보고 총점 기준 8개 등급(S, A, A-, B, B-, C, D, F)은 물론 ‘마케팅과 영업’ ‘생산관리와 기술’ ‘연구개발’ ‘경영지원’ 등 4개 직군에 대한 자신의 적합도를 파악할 수 있다. 자신의 직무능력이 어느 부문에 얼마만큼 맞는지를 미리 알 수 있다.코앱 성적을 활용하는 기업은 샘표식품 등 30개에 달한다. 코앱위원회는 올해도 동국제약, 신라외식개발 등 100개 기업이 새로 코앱을 채택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예산 부담으로 자체 직무시험을 치르지 못하는 중견 기업들이 코앱을 많이 활용할 것으로 예상했다.코앱을 활용해 취업에 성공한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김지윤 씨는 코앱을 서류전형에서 자격증의 차별화된 점으로 제시해 LS전선에 합격했다. 김씨는 코앱 전 부문에서 고르게 A등급이 나와 높은 업무성과를 달성할 수 있는 인재로 평가됐다. KT에 입사한 이강욱 씨는 “나의 단점과 강점을 몰랐는데 코앱을 통해 분명히 알게 됐고 채용 적성검사를 충분히
우리나라 교과서에는 기업과 기업가를 제대로 서술한 내용이 없다. 국부(國富)와 일자리를 창출해내는 주인공이 바로 기업과 기업가이지만 교과서의 홀대는 심하다. 기업인을 영웅처럼 소개하는 미국과 일본 교과서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적절한 교육의 부재(不在)는 기업과 기업가를 질투와 시기의 대상으로 적대시하는 집단 무지로 나타난다. 기업과 기업가가 없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지금 우리가 즐기는 거의 모든 문명의 이기(利器)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기업가가 세상을 어떻게 바꿨는지를 알아보자.정주영…무에서 유를 창조1934년 쌀 배달을 시작한 청년 정주영은 조선소를 짓고 자동차를 만들어냈다. 아무 것도 없는 울산 미포만 백사장에 결국 조선소를 지었고, 자동차 기술이라고는 전혀 없는 나라에서 이것저것 두드려 자동차 산업을 키워냈다. 세계 기업사에도 드문 정주영이지만, 학생들이 읽는 교과서엔 ‘소떼를 몰고 방북한 정치인’ 비슷하게만 그려져 있다.기술력과 자금력도 전혀 없는 가난한 나라에서 ‘대형 선박 조선소를 만드시오’라는 박정희 대통령의 명령(?)을 받은 인물이 정주영이었다. 돈을 빌리기 위해 영국과 그리스를 돌아다닌 일화는 너무도 유명하다. 500원짜리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을 내밀며 ‘우리는 16세기에 이런 철갑선을 만들었다’고 설득했다.“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해내는 법이다. 의심하면 의심하는 만큼 밖에는 못한다.” 조선소를 세우고, 자동차 산업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정주영과 현대그룹이 만들어낸 국부와 일자리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 위에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들은 일했고 임금을 받
2016년 경제 전망이 어둡다. 전망이 좋았던 적은 물론 없었다. 늘 “먹고 살기가 힘들다”였고, “내년이라고 달라지겠느냐”였다. 돌이켜 보면 2015년을 시작할 때도 그랬다. 아마도 그 이전 역시 그랬을 것이다. 이전의 이전도. 필름을 계속 뒤로 돌리다 보면, 모순을 발견한다. 정말로 그 옛날보다 살기가 어려워진 것일까? 30년 전보다, 40년 전보다, 50년 전보다 지금 우리는 못 사는가? 대답은 쉽게 구해진다. “아니다.” 훨씬 잘 산다. 질병은 극복됐고, 평균수명은 길어졌다. 삼시세끼를 굶는 절대빈곤도 없다. 밥만 먹고 사냐지만 문화수준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인간의 인지부조화는 늘 “오늘이 가장 힘들다”에 머문다.내년이 정말 힘든 한 해가 될까? 징후는 그 어느때보다 좋지 않다. 올해를 돌아보자. 경제성장률이 2.6%에 그쳤다. 글로벌 평균보다 낮다. 수출 경쟁력도 급격하게 떨어졌다. 조선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휴대폰 등 수출비중이 높은 산업이 경쟁국인 중국, 일본, 인도 등에 밀리고 있다. 가격에만 밀린다는 중국에 기술력마저 따라잡혔다. 이젠 가격면에서 일본에 밀리는 ‘샌드백’신세다. 그 결과 수출과 수입을 합한 무역액이 1조 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고용 사정도 좋지 않다. 청년실업이 8%를 넘어 취업절벽이 기정사실화 됐다.글로벌 경제도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내년 세계 경제가 3.6% 성장할 것이란 예상(IMF)도 있다. 이럴 경우 한국은 3% 성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3.6% 성장은 장밋빛 예측에 가깝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대로 낮춰 잡은 이유다. 중국 변수도 위협적이다. 중국은 한국 수출의 25% 가량을
생글생글은 1월5일자(455호)로 2015년을 힘차게 열었다. 한 해를 시작하는 신문답게 커버 스토리도 ‘후배들아, 2015년 목표 꼭 이뤄라’였다. 대학에 간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보내는 마음을 담았다. 2015년을 마감하는 이때 생글은 한 해를 달군 주요 이슈를 뽑았다. ‘생글이 뽑은 5大 커버스토리’다. 1면 뉴스를 통해 잠시 뒤돌아 보자.① 광복 70년과 한국 발전올해 우리는 광복 70주년을 맞았다. 지난 70년간 우리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다룬 뉴스가 많았다. 생글은 456호와 480호, 494호를 통해 한국 경제 발전사를 다뤘다. ‘땀과 헌신으로 일군 한국 60년‘을 다룬 456호는 6·25전쟁 이후 거둔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기적을 설명했다. 요즘 세대는 ‘헬조선’ ‘흙수저’ 등으로 자학하지만 한국이 얼마나 잘 사는 나라인지를 여러 수치를 통해 보여줬다. 수출과 수입을 합한 무역액이 1조 달러를 넘긴 나라가 한국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나라,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는 대한민국뿐임을 일깨워 주었다.② 미국 재부상과 국가성장올 해 세계는 미국의 재부상을 지켜봤다. 생글은 458호와 463호, 486호에서 2008년 금융위기로 휘청거렸던 미국이 어떻게 회복했는지를 경제와 산업측면에서 상세히 설명했다. 458호 ‘부활하는 미국…원동력은 창의와 경쟁’은 미국이 달러를 풀어 경제를 살리는 ‘양적 완화’에 매달리긴 했지만, 회복의 밑바탕에는 창의와 경쟁이 작동했음을 보여줬다. 미국은 18세기 건국이래 세계가 즐기는 핵심적인 문명도구를 최초로 발견한 창의의 나라였기 때문에 위기극
한국의 수출 순위는 세계에서 몇 위일까? 놀랄지 모르겠다. 세계 6위다. 프랑스를 제치고 작년 7위에서 6위로 올라섰다. 중국, 미국, 독일, 일본, 네덜란드의 뒤를 이었다. 세계 6위면 정말 대단한 성과다. 대한민국이 ‘헬조선’이라면 결코 이런 결실을 거둘 수 없다. 대한민국은 매우 큰 나라다.잠시 수치로 살펴보자. 1~11월 수출액은 4846억달러에 달했다. 12월 수출분까지 합하면 5000억달러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중국과 미국 시장에서 선전했다. 중국 시장 점유율(1~8월 집계치)이 작년 9.7%에서 10.5%로 늘었다. 미국 시장 점유율도 작년 3.0%에서 3.3%로 증가했다. 무역수지 흑자 규모도 832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우리 경제는 이렇게 수치상으로 보면 문제가 전혀 없는 듯이 보인다. 속사정은 사뭇 다르다. 사실 1~11월 수출은 타격을 입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7.6%나 줄어든 수치다. 수입도 작년보다 16.6% 감소한 4014억달러에 그쳤다. 원자재와 기계류 등의 수입이 크게 위축됐다는 것은 내년 경제전망을 어둡게 한다.한국은 기술과 가격 경쟁력 면에서도 쫓기는 중이다. 중국은 이제 가격뿐 아니라 기술면에서도 한국을 밀어내고 있다. 국내 주요 업종별 단체 및 협회 30곳을 대상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한 ‘한·중·일 경쟁력 설문조사’가 증거다. 중국과 기술 경쟁에서 이미 추월당했거나 3년 이내에 근접할 것이라고 응답한 곳이 79.2%(19곳)에 달했다. 중국과의 가격 격차에 대해선 ‘절대적 열위’ 33%, ‘비교적 열위’ 54.2% 였다.일본과의 가격경쟁력이 비슷하거나 열세에 있다고 한 응답도 70%(14곳)나 됐다. 한국은 중국과 일본에 낀 ‘샌드위치’가
“한국의 경쟁력 우위가 점차 약화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서강대 경제학 박사)은 최근 ‘또다시 넛크래커 상황에 빠졌다’라는 기고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중국의 기술경쟁력이 급상승하고, 엔저(低) 영향으로 일본 기업들이 부활해 한국 기업이 두 나라 사이에 낀 ‘샌드위치’를 넘어 두들겨 맞는 ‘샌드백’ 신세가 됐다는 우려다.2년 내 다 따라잡힌다UN 국제제조업 경쟁력지수를 보면 김 연구위원의 우려를 확인할 수 있다. 2000년 한국과 중국의 경쟁력 순위는 12위와 23위였다. 11단계의 차이가 있었다. 이것이 2010년에는 각각 4위와 7위로 좁혀졌다. 우리의 경쟁력이 급상승했지만 중국도 바짝 쫓아와 차이를 거의 없애버렸다.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 수에서는 중국이 압도적으로 앞선다. 중국은 2007년 1210개에서 2013년 1538개로 늘렸다. 같은 기간 73개에서 65개로 급감한 한국과 비교된다.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최근 낸 보고서에도 경고가 담겨 있다. “한국과 중국의 기술격차는 1년4개월.” “2년 전과 비교해 격차가 6개월가량 더 줄어들었다.”휴대폰·전기전자 위기중국이 정부 주도로 강력하게 지원하고 있는 분야다. ‘타도 삼성’이 정책 목표다. 화웨이, 레노버, 샤오미 등 중국 휴대폰 업체들이 삼성 턱밑까지 추격해 있다.제품의 성능면에서 아직 ‘톱 클래스’는 아니지만 쓸 만하다는 반응이 주류다. 2016년이 되면 중국이 스마트폰 1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중국 제품의 가격이 삼성의 반값인 데다 디자인과 성능이 나날이 좋아져 삼성이 결코 안심할 수
지금 프랑스 파리에 196개국 대표들이 모여 있다. 지구 기후변화 문제를 논의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각국 대통령과 총리, 정부 관료, 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달 말 시작된 이 회의의 정식 명칭은 제21차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개최 도시가 파리여서 간단하게 ‘파리 기후총회’라고 불린다. 일정으로 정해진 2주일 안에 참가국이 한목소리로 지구온난화를 막을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참가국 수가 196개인 이유는 이들 나라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9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회의의 목표는 이렇다.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2도 이내로 억제하자.” 2020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신(新)협약을 체결해야 하는 것도 목표 중 하나다. 문제는 각론에 있다.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목표안을 실제로 이행할지 여부다. ‘잔치는 요란하지만 정작 먹을 것이 없다’는 말이 있듯, 파리회의도 그럴 위험성을 안고 있다. 교토의정서의 전례 탓이다. 1997년 교토의정서를 통해 선진국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강제했지만 간단하게 무시됐다.미국, 일본 등 주요국이 탈퇴해 버렸고,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인 중국은 개발도상국이라는 이유로 제외돼 교토의정서는 유명무실화됐다. 미국 상원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파리에서 어떤 합의를 해오든 부결시킬 예정이다. 일본과 중국도 비슷한 상황이다. 교토의정서에서 빠졌던 당사자들이 지금 회의에 참가하는 흉내만 내고 있다는 비판은 그래서 나온다.한국은 조금 다른 행보를 하고 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37%의 감축 목표안을 내민 상태다. 블룸
지구 온난화는 환경문제의 핵심주제가 됐다. 지구 기후변화를 논의하기 위해 196개 나라가 프랑스 파리에 모인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인류가 지구의 이산화탄소(CO₂) 농도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가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CO₂농도가 장기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유효하다. 지구기온이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CO₂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진단 역시 맞다. 문제는 ‘어느 정도인가’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냐’다. 지구 기온변화 실태, 해수면 상승 정도,이산화탄소 배출규모, 기온에 영향을 주는 요소, 대책을 위한 비용편익 관계를 다각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이야기다.①기온이 얼마나 상승했나지난 1세기 동안 기온은 평균 0.6도 상승했다. 160년 전 세계가 온도계를 사용한 이후 축적된 정보를 기준으로 분석한 수치다. 정확하게 말하면 0.4~0.8도다. 20세기 중 1910~1945년과 1975~현재 사이에 기온이 상대적으로 많이 상승한 것으로 나온다. 이중 산업화 이전인 1910~1945년의 경우, 온실가스 농도를 원인으로 지목하기 어렵다. 태양복사량 증가를 원인으로 본다(유엔 정부간 기후변화패널·IPCC).지구기온은 여덟차례의 빙하기·간빙기를 거치면서 오르락내리락 했다. 1만 년 전에 시작된 마지막 간빙기(현재의 충적기도 해당) 동안 얼음이 녹으면서 해수면이 약 120m 높아졌다. 대체적으로 20세기보다 따뜻했다. 최근 1500년 동안 기온 변화폭은 5~8도다. 지구적 관점에서 보면 현재의 기온 상승폭이 유별난 것은 아니다. IPCC는 2100년 지구 평균기온이 1.5~4.5도 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②이산화탄소는 얼마나 영향주나IPCC는 1996년 “여러 증거를 검토했을 때
지난 25일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1915~2001)이 태어난 지 100년이 되는 날이었다. 때를 맞춰 신문과 방송은 ‘한국 재계의 영웅’ 정주영을 조명하는 기사를 많이 내보냈다. 대한민국을 둘러싼 국내외 경제 여건이 심상치 않은 시점이어서 ‘기업가 정주영 탄생 100년’의 의미는 더 컸다.우리나라 학생들은 정주영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대답은 매우 부정적이다. 미국과 일본 역사교과서는 경제성장을 주도한 기업과 기업인에 대해 구체적으로 가르친다. 미국 교과서는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와 석유혁명가 존 록펠러, 금융인 존 피어폰 모건을 큰 사진과 함께 자세히 소개한다. 최근 인물인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와 생존 인물인 빌 게이츠 전(前) 마이크로소프트 회장도 나온다. 일본 교과서도 미쓰이, 미쓰비시 등 일본 대표기업을 상세히 기술한다.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무에서 유를 일군 영웅들의 이야기를 거의 가르치지 않는다. 근현대사 역사교과서 한 모퉁이에 정주영에 관한 서술이 있긴 하다. 건설, 조선, 자동차 산업을 일으킨 경제인이 아니라, ‘소떼를 몰고 북한을 방문한’ 인물로 그려져 있다. 카네기나 록펠러에 못지않은 ‘영웅’이 많은데도 우리 교과서에는 없다.정주영 할아버지는 현대그룹을 일으킨 창업주 이상으로 기억된다. 그를 ‘1세대 벤처사업가’ ‘불가능에 도전한 기업가’ ‘애국 기업가’로 표현하는 이유다. 그의 인생은 한국 경제발전과 맥을 같이한다. 기술과 자금도 없이 허허벌판에 조선소를 세우고 배를 만들어 수출한 일화는 유명하다. “잠 다 자고 어느 세월에 선진국을 따라 잡나”라는 불굴의 의
아산(峨山) 정주영의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 졸업이다. 그는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란 학문적 용어를 정규교육으로 배운 적도 없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의 일생은 기업가 정신의 전형을 보여준다. 조지프 슘페터(1883~1951)와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인 피터 드러커(1909~2005)가 이론으로 기업가 정신을 세웠다면, 정주영은 몸으로, 행동으로 실천한 인물이다.기업가라는 용어는기업가라는 용어는 프랑스말에서 유래했다. 원래 뜻은 ‘시도하다’ ‘모험하다’의 의미를 담고 있다. 18세기 초 프랑스 경제학자 리샤르 캉티옹을 비롯해 프랑스 정치경제학자들이 처음 사용했다. 캉티옹은 상인이나 제조업자와 구분해서 이 말을 썼다. 위험 부담을 꺼리는 이들과 구분하기 위한 언어였다. 기업가는 위험을 무릅쓰고 시장에서 교환행위를 주도하고 이끄는 사람으로 캉티옹은 해석했다. 수요량과 공급량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이윤 기회를 쉼없이 찾아내는 사람이 기업가다. 여기에는 늘 이익과 손실이 동시에 도사리고 있다. 기업가는 시장을 바라보는 본능적 감각을 가져야 생존할 수 있다.슘페터가 본 기업가 정신슘페터는 기업가 정신을 학문적으로, 체계적으로 접근한 최초의 학자로 평가받는다. 기업가 정신의 핵심은 혁신이다. 숨어있는 이윤을 찾아내기 위해 기업가는 끊임없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한다. 그 바탕은 기술혁신이다. 이 기술은 현 상태를 인정하지 않고 깨뜨린다. 그가 말한 창조적 파괴는 바로 이것이다. 혁신과 창조적 파괴를 가져오는 정신, 그것이 기업가 정신이다.좀 더 학문적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신제품의 발명이나 개발, 새로운 생산방법을 도입하거나 신기
1971년 9월 영국 런던. 56세의 정주영은 영국의 유명한 조선회사 A&P애플도어의 롱바톰 회장을 만나고 있었다. 가난한 나라의 정주영은 영국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위해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그가 도와주지 않으면 영국에서 돈을 빌릴 수 없었다. 그가 돈을 빌려 하려는 사업은 조선소 건설이었다. 롱바톰 회장은 기술력도 없고, 빚을 갚을 능력도 없는 나라에서 온 정주영에게 호의적일 수 없었다.전설①…거북선 기적“한국 정부가 빚보증을 서도 도와드릴 수 없습니다.” 롱바톰 회장은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승부사 정주영은 주머니에서 500원짜리 지폐를 꺼냈다. 거기엔 거북선이 그려져 있었다. “한국은 영국보다 300년이나 앞선 1500년대에 철갑선을 제작했고 전쟁에서 일본을 물리쳤습니다.” 지폐는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을 알고 있던 롱바톰 회장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대단한 역사와 두뇌를 가진 나라입니다. 우리 현대도 자금만 확보되면 조선소와 배를 만들 수 있습니다. 바클레이즈은행을 설득해주십시오.” 정주영의 500짜리 지폐는 그를 움직였고 바클레이즈행 표를 얻어냈다.전설②…봉이 정선달완공된 조선소도 없는데 선박 물량을 수주한 스토리는 재미있다. 바클레이즈은행에 찾아간 정주영은 두 번째 난관을 만났다. 조선소도 없고 물량도 없는데 무엇을 믿고 돈을 빌려주느냐는 게 은행 측 얘기였다. 특히 조선소를 지으면서 동시에 배도 만들 수 있다는 정주영의 말에 혀를 찼다. “조선소를 지으면서 배를 만들 수 있습니다. 도크(선박을 건조할 때 항만에 세우는 시설)를 짓기 전에 다른 작업을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기획 시리즈 ‘원자력은 에너지다’를 끝내면서 느끼는 소회가 아니다. 스티븐 존슨이라는 과학저술가가 쓴 책 제목이다. 이 책은 고도의 현대문명을 가능케 한 6가지 혁신을 역사에서 찾아내 소개한다. 6가지가 무엇인지는 이 시리즈에서 다룰 내용이 아니다. 인류 문명을 발전시킨 원동력을 아이디어와 혁신에서 찾았다는 점이 중요하다.에너지를 둘러싼 인류의 ‘겁’아이디어와 혁신. ‘원자력은 에너지다’를 시작하면서 학생 독자들에게 전해주고자 했던 주제다. 수많은 사람의 아이디어와 혁신이 없었다면 원자력은 에너지가 될 수 있었을까? 아인슈타인도 ‘질량이 에너지가 된다(E=MC 제곱)’는 물리현상에 대해 처음엔 매우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마침내 원자력이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임을 입증해냈다. 그것이 바로 원자력 발전이다.인류는 에너지에 대해 줄곧 회의적이었다. 원시인은 불을 좋아하면서도 무서워했다. 불을 꺼뜨리지 않고 잘 관리하는 것은 리더의 중요한 임무가 됐다. 인류는 첫 동력을 인간의 근육에서 얻었다. 노예의 근육은 피라미드를 쌓아올리게 했다. 노예를 많이 확보하는 일은 제국의 전쟁을 불렀다. 인간의 생각이 훌쩍 진보한 것은 산업혁명 때였다. 증기기관과 석탄은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혁명적인 에너지를 창출했다. 기계의 등장은 생산성을 전례없이 끌어올렸다. 인류는 절대빈곤에서 서서히 벗어나기 시작했다. 인구가 늘었고, 과학과 기술은 급성장했다. 그 바탕이 에너지의 발견이었다.석탄은 인류에게 암울한 미래를 드리웠다. 영국 런던의 하늘은 시꺼멓게 변했고, 강
종교(宗敎)란 무엇인가, 신(神)이란 무엇인가, 문명(文明)이란 무엇인가. 프랑스 테러사건은 우리에게 새삼 이런 질문을 던진다. 종교와 신은 인류문명을 발전시켜온 거대한 동력이었다. 신을 향한 마음은 문학, 회화, 출판, 건축, 음악 등 인류 문화를 풍요롭게 했다. 지금도 그러하다. 다양한 종교가 없었다면 지구에 이처럼 다양한 문명도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프랑스 테러는 종교의 밝은 면보다 어두운 면을 새삼 들여다 보게 한다. 종교 테러는 문명적인가, 신의 뜻인가, 인간 망상의 소산인가. 온건한 종교인들은 종교인이 모두 폭력적인 것은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온건파는 모든 종교에 많이 존재한다. 이교도와 공존하는 것, 다른 종교를 인정하는 것은 신의 뜻에도 맞는다는 수정주의적 해석이다.하지만 종교의 기본 속성은 온건론자들의 입지를 좁게 만든다. ‘신의 이름으로’를 내세운 지배와 피지배, 폭력과 보복은 반복돼 왔다. 십자군 원정, 이교도 화형, 집단학살, 30년 종교전쟁, 이라크 침공, 미국 9·11 테러 같은 증거는 산더미처럼 많다. 특정 종교가 팽창하고 쇠락할 때 비극은 반복돼 왔다.종교 비판자들은 성서와 코란에 이교도를 가만두지 말라는 교리가 있다고 비판한다. 이런 교리는 절대 비판할 수 없는 신성성을 띠기 때문에 폭력을 낳기도 한다. 야훼를 신으로 받드는 유대교의 경전, 구약성서에는 이스라엘 민족의 앞길에 나타나는 이교도들을 집단 살해하라고 돼 있다. 신명기와 레위기는 미디안족과 히타이트족, 아모리족, 브리스족, 여부스족을 ‘살려둬서는 안 된다. 주 하나님이 명하신 대로’라고 쓰여 있다.바로 유일신이다. 이슬람교와 기독교도 유일신
세계에는 많은 종교가 있다. 토속종교, 사이비 종교에서부터 불교, 힌두교,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까지 다양하다. 신자 수로 가장 큰 종교는 기독교다. 세계적으로 약 23억명이 믿는다고 돼 있다. 전체의 33%쯤 된다. 가톨릭 11억5500여만명, 개신교 7억8000여만명, 정교회 2억7000여만명 등 다양한 종파를 포함한 수치다. 한국에선 기독교라고 하면 개신교를 일컫지만, 세계에선 가톨릭이 주다. 기독교는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를 믿으며 경전은 성경이다.이슬람신자 무슬림 16억명…2위그다음으로 신자가 많은 종교는 이슬람교다. 약 16억명이 믿는다. 22.9% 정도 된다. 성장세가 빠른 종교로 알려져 있다. 절대적인 알라를 믿고 그의 마지막 사도인 무함마드를 믿는 게 핵심 교리다. 종파로는 다수인 수니파와 소수인 시아파로 나뉜다. 그 외 다양한 종파가 있다. 경전은 코란이다.3위는 힌두교다. 약 9억명(13.8%)이다. 인도사람들이 주로 믿는다고 해서 인도교라고도 부른다. 시바신 등 수많은 신을 믿는다. 가장 오래된 종교다.4위는 불교다. 4억명(7.1%)이 믿는다. 중국 일본 한국에 신자가 많다. 부처를 믿고 석가모니를 존경한다. 경전은 불경이다. 6~7위는 각종 토속신앙과 아프리카 토속신앙을 믿는 사람이다. 1억명쯤 된다. 8위는 시크교(1억명), 9위는 유대교(2300만명 이스라엘)다. 이 외 기타 신흥종교가 있다.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종교로 보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거의 10위권이다.이슬람교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최근 프랑스 시내에서 일어난 테러가 이슬람 조직에 의해 자행됐다는 분석이 있다. 이 기회에 중동 이슬람 종파 분포를 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이슬람은 원래 기독교, 유대교와 종교적으
영국을 대표했던 음악밴드 ‘비틀즈’의 존 레논은 이렇게 노래했다. “상상해보라. 종교가 없는 세상을…” 존 레논은 종교가 빚어내는 온갖 불행을 없애야 한다고 호소했지만, 희망은 이뤄지지 않았다. 노래는 노래였일 뿐이다. 종교 없는 세상은 없다. 물론 종교가 있다고 해서 세상이 지옥인 것은 아니다. 종교를 믿는 사람 중에도 착한 이, 마음이 따뜻한 이, 가난한 자를 돕는 이, 아픈 자를 치료해주는 이가 많다. 종교의 종류를 불문하고 그렇다.‘이교도를 없애라’는 신하지만 종교가 ‘신(神) vs 신(神)’ ‘이단 vs 이단’의 대립구도로 설정되면 비극은 보다 많아진다. 타협 불가이고, ‘너 죽고 나 살자’로 돌변하기 일쑤다. 불교와 유교에선 덜 하지만 기독교와 이슬람의 충돌은 자주 유혈 사태를 부른다. 십자군 원정과 이슬람 제국의 폭력은 모두 ‘신의 이름으로’ 저질러졌다. 보복은 또 다른 보복을 불렀다. 미국 911 테러와 최근 벌어진 프랑스 파리 테러 역시 역사적으로 종교 충돌의 연장선에 있다.기독교와 이슬람은 왜 충돌할까. 유일신 때문이라는 비평이 많다. 기독교와 이슬람은 각각의 신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스라엘이 믿는 유대교도 마찬가지다. 각자의 유일신은 신도들에게 다른 우상을 섬기지 말라고 경고한다. 야훼(유대교), 알라(이슬람), 예수그리스도(기독교)는 이교도와 다른 종족을 혹독하게 다룬다. 구약성서, 신약성서, 코란은 이것을 숨기지 않는다.예를 들어 보자. 구약성서 레위기와 신명기에 이스라엘 민족을 막는 이교도와 다른 종족들을 구체적으로 거명하면서 제거할 것을 명한다. “숨쉬는 것은 하나도 살려 두어서
원자력 발전소는 핵분열이라는 과학의 세계에 있다. 핵분열을 이해하기 위해선 원자에 대해 알아야 한다. 원자는 영어로 아톰(atom)이라고 한다. 그리스의 아토모스(atomus)에서 유래했다.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다는 뜻을 가졌다. 고대 지식인들은 자주 ‘물질은 무엇으로 이뤄져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풀려고 노력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흙 공기 물 불 4가지 재료로 세상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했다. 데모크리토스는 만물은 물론 영혼까지도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자로 이뤄져 있다고 했다. 당시 과학기술로는 입증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당시엔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이 주류설로 받아들여졌다.아리스토텔레스 4원소설원자가 과학적으로 증명되기 시작한 것은 한참 뒤인 18세기다. 공기는 산소와 질소로 물은 수소와 산소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소설은 소설로 끝났다. 돌턴이라는 이름을 기억하자. 영국 과학자였던 그는 ‘만물을 쪼개면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가장 작은 알갱이인 원자가 남는다’는 이론을 냈고 오늘날 원자론의 바탕이 됐다.돌턴 이후 과학자들은 원자에 꽂혔다. 원자는 전자 양성자 중성자로 사실도 밝혀졌다. 원자를 보면, 중심인 원자핵에 양성자와 중성자가 자석처럼 붙어 있다. 주변에는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빠르게 운동하는 전자가 있다. 전자는 전기적으로 음(-)의 성질을 띤다. 매우 가볍다. 양성자는 양(+)의 성질을 띤다. 원자에는 양성자와 전자는 같은 수로 존재한다. 결국 원자는 중성의 성질을 갖는다. 이것을 발견한 것이 골드스타인이라는 과학자다. 양성자는 원자핵의 존재를 밝힌 러더퍼드가 붙인 이름이다. 러더퍼드는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지난 12일 끝났다. 수험생들은 큰 산 하나를 넘었다. 가야 할 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수능 후 수시와 정시다. 바로 준비해야 할 것은 수시 논술. 수능에 초점을 맞추느라 논술 준비를 충분히 못 하기는 모두 마찬가지다. 수능 최저등급을 맞춘 응시자는 이제부터 논술준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이번 논술전형에선 역전현상이 그 어느 해보다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논술 출제 범위는 교과 범위 내여야 한다’는 교육부의 가이드 라인이 두 번째 적용되는 해다. 예년 논술 전형의 경우 제시문의 난이도와 출제 범위가 대학원 논술 수준에 버금간다는 지적이 많았다.논술에서 역전이 가능해졌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대학에 따라 논술과 학생부 교과 성적 등을 반영하긴 하지만 교과반영 비율은 매우 낮다. 고려대는 내신 1등급과 5등급의 반영점수 차이가 1.2점이다. 이 정도의 차이는 논술에서 쉽게 뒤집을 수 있는 점수다. 고려대 논술은 논술 자체가 당락을 가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앙대는 이보다 더 작은 0.8점이다. 인하대는 2점이다. 자연계는 무조건 수학을 치는데, 각 대학의 입학처가 공개한 논술가이드를 꼭 찾아보는 것이 좋다.논술은 제시문 자체가 나와 있기 때문에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정해진 글자 수 내 쓰도록 돼 있어 출제자의 의도파악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800~1000자를 쓰는 문제의 경우, 문제핵심을 빗겨가면 안된다. 분량은 출제자가 이 정도면 충분히 쓸 수 있다고 판단해서 정하는 만큼, 쓸데없이 중후장대하게 쓸 필요가 없다. 상대적으로 긴 분량을 요구하는 문제는 최선을 다하
대입 수시전형에서 나오는 논술시험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시사 영역에서 출제의 아이디어를 잡는다는 점이다. 출발점이 잡히면 다양한 영역에서 글을 발췌해 제시문으로 내놓는다. 이번처럼 ‘논술 출제범위가 교과서 이내여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이 있는 경우, 시사 영역을 출발점으로 한 문제출제는 기본 패턴이 된다. 지난 1년 사이 정치 경제 문화 사회 과학 분야에서 화제가 됐던 주제들을 논점을 가지고 모아본다.정의론은 무엇인가정의론과 공리주의는 모든 논술의 기본이다. 두 관점에서 파생되는 문제는 무궁무진하다. 개인과 공동체의 갈등, 공정한 사회의 기준, 소득 재분배 갈등, 경제성장론과 불평등 문제, 사회적 약자, 약자는 늘 옳은가, 기회 균등과 결과의 균등, 소수자우대 정책 등.문제가 자주 출제되지만 정의론과 공리주의의 핵심을 정확하게 꿰고 있는 수험생은 드물다. 알아도 어중간하게 알아서 잘못 기술하기도 한다. 모두 감점 원인이 된다. 정의론과 공리주의는 생글생글을 검색하면 쉽게 알 수 있다. 정의론은 존 롤스의 이름과 동의어처럼 쓰인다. 정의론은 두 가지 원칙 위에 서 있다. 평등의 원칙과 차등의 원칙이다. 평등의 원칙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권리와 자유를 말한다. 모든 시민사회의 기본적인 자유다. 이 속에서 모든 지위는 열려있다. 누구가 의사가 될 수도, 식료품 점원이 될 수도 있어야 한다. 특권은 배제된다.차등의 원리는 사회적으로, 천부적으로 가장 혜택을 받지 못한 계층(최소 수혜자)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에게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조건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조건이 충족된 다음에 각자의
원자력 발전(發電)은 핵분열 반응을 통해 생겨난 열에너지로 증기를 만들면서 시작된다. 이 증기는 발전기를 돌리는 동력이 된다. 발전기가 돌면 전기에너지가 생성된다. 과정을 좀더 상세하게 들여다 보자.핵연료가 반응해 핵분열을 하면 열에너지가 1차로 냉각재에 전달된다. 물은 섭씨 100도에서 끓어 증기로 변한다. 하지만 냉각재는 끓지 않는다. 가압기로 압력이 대기압의 약 150배로 유지되기 때문에 냉각재는 330도 정도의 온도에서도 끓지 않고 물의 형태로 유지된다. 고온 고압상태인 냉각재는 자기가 가진 열을 증기발생기에 전달해주는 임무를 맡는다. 증기발생기를 통과한 냉각재는 다시 핵연료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 다시 열을 얻는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열은 끊임없이 생성되고 증기를 만들어낸다. 이 과정을 계속 돌리는 것이 바로 원자로냉각재펌프라는 것이다.증기발생기에서 열에너지를 건네받은 물은 끓어올라 증기를 만든다. 증기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발전기에 연결된 회전날개, 일명 터빈을 돌린다. 터빈이 돌면 전기가 생선된다.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원자로냉각재펌프 가압기 등으로 구성된 주요 기기들은 330도의 고온과 대기압의 150배를 견뎌야 한다. 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설계기술과 제작기술이다. 우리나라는 이런 기술을 확보해 원자력에너지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원자력발전소 연료인 핵연료는 우라늄으로 만들어진다. 광산에서 캔 우라늄 1t을 정재하면 순수 우라늄 1kg정도를 얻는다. 이 1kg을 우라늄 정광이라고 부른다. 노란색이나 연한 갈색을 하고 있어 옐로우 케이크라고도 부른다. 99.3%의 우라늄 238과 0.7%의 우라늄 235로 구성돼 있다. 중
21세기 중후반 세계인구가 100억 명에 달할 것이란 예측이 있다. 1000만 명이었을 때로부터 1만 년 정도가 지난 뒤 목격하는 호모 사피엔스 종(種)의 번창이다. 우리는 인구 증가에 대해 매우 비관적이다. 인류가 오랜 기간 ‘멜서스 함정’에 빠졌던 아픈 기억이 유전자에 새겨져 전해진 탓인지 모른다.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인류는 끼니를 제대로 챙기기 힘든 절대빈곤이라는 함정 속에 있었다. 먹을 것도 없는데 토끼처럼 새끼를 낳아서 무엇하는가라는 비관은 습관화됐다.영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멜서스(1766~1834)는 대표적인 비관론자였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식량은 산술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인류는 빈곤을 피할 수 없다.” 그가 쓴 인구론의 결론은 종말적이었다. 산업혁명이 가져다 준 소득증가로 영국인구가 전례없이 급증했으니당대의 지성 멜서스가 얼마나 걱정했겠는가.멜서스의 비관은 다행히도 빗나갔다. 우리가 지난 200년 간 목격한 것은 전례없는 번영이다. 멜서스의 주장대로라면 지구인구가 70억 명인 지금 인류는 종말을 맞고 있어야 한다. 상황은 정반대다. 행복에 대한 기준이 각자 다른 점을 고려하더라도, 절대 다수의 삶은 과거 어느 시대의 조상보다 훨씬 나아졌다. 식사와 주거, 여가와 질병예방, 기대수명은 가장 높은 단계에 와 있다. 정치적 폭력이 개인과 경제를 질식시키는 곳이 아니라면, 대다수는 ‘멜서스 함정’에서 탈출했다.빈곤이 아니라 불평등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인류가 번영을 이루게 한 핵심 자원은 바로 인간 그 자체다. 인간은 자손만 퍼뜨리는 토끼가 아니다는 점을 멜서스는 간과했다. 인간은 물건과 지식을 교환
방사선이 생활과 산업에도 쓰인다고 말하면 놀라는 학생이 많다. 방사선의 ‘방’자만 나와도 무섭다는 투다. 방사선을 살인광선으로 오해하거나 잘못 알고 있어서다. 방사선은 전구에서 나오는 환한 빛과 같은 에너지를 지닌 보이지 않는 광선이다. 학생들 중 십중팔구는 방사선이 원자력 발전소에서만 나오는 것으로 안다.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땅, 우주, 자연, 먹거리와 인체에서도 미량의 방사선이 나온다. 이것을 자연방사선이라고 한다. 사람은 1년간 평균 3mSv의 자연방사선에 노출된다.방사선이 미생물 죽인다?세계에서 자연방사선이 가장 강한 곳은 브라질의 가라바리시다. 연간 10mSv의 방사선이 나온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원자력발전소 주변에서 나오는 방사선량은 얼마나 될까. 이것보다 많을까 적을까. 놀라지 말자. 훨씬 적다. 실제 측정치는 0.01mSv 미만이다. 목표치인 0.05mSv보다 적게 나온다. 원자력발전소 주변은 방사선 지옥 같지만 정반대다. 자연방사선보다 낮은 수치다. 놀랍지 않은가. 시버트라고 읽는 단위 Sv는 방사선이 인체에 주는 영향을 측정하는 단위다. 우리가 병원에서 찍는 가슴 엑스선은 한번 촬영 때 0.05mSv의 방사선을 인체에 쏜다. 자연방사선보다 훨씬 약하기 때문에 안전하다.방사선이 식품 보관에 쓰인다면 또 한번 놀랄지 모른다. 사실이다. 방사선은 음식물을 썩게 하는 미생물을 죽인다. 즉 오래 보관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음식물 부패를 막기 위해 첨가물을 쓰는 것은 일종의 하수다. 방사선은 상수의 한 수라고 할까. 세계보건기구도 방사선을 쪼여 미생물이나 균을 죽이는 기술을 인정하고 있다. 포장을 한 다음 방사선을 쪼이는 방식이어서 처리과정도 간
음수사원 굴정지인(飮水思源 掘井之人). “물을 마실 때는 그 근원을 생각하고, 우물을 판 사람을 생각하며 감사해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안희정 충남지사가 ‘4대강 물을 쓰게 해달라’고 하자 이 말이 회자했다. 충남지역은 42년만의 가뭄으로 보령댐마저 바닥을 드러내기 직전이다.여덟 글자가 안 지사와 연관된 이유는 안 지사가 대표적인 4대강 개발 반대자였기 때문이다. 4대강 개발을 맨 앞에서 반대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4대강에 모아둔 물을 나눠쓰자고 한다. 그를 향한 비판이 없을 수 없다. 물을 쓰기 전에 4대강을 개발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감사 전화라도 해야 도리가 아니냐는 훈계가 바로 ‘음수사원 굴정지인’이다.4대강 사업은 환경운동단체와 야당, 이익단체들이 극렬하게 반대했던 국책사업이었다. 환경을 손톱만큼도 건드리면 안 된다는 환경근본주의자에게 4대강 사업이 비극으로 비쳐졌을 것은 뻔하다. 사실 4대강은 갈수기엔 물이 없어 마르고, 홍수기엔 물이 넘쳐 매년 막대한 피해를 낳는 후진국형 강이었다. 특히 영산강과 낙동강 하류는 이미 썩을 대로 썩어 손을 봐야 하는 상태였다. 비참한 현실을 잘 알고 있던 현지 주민과 일부 도지사는 반대자들과 달리 두 손을 들고 환영했다.4대강 사업이 끝나자 그 많던 반대가 잦아들었다. 매년 되풀이되던 홍수가 없어지고 갈수기에도 물이 풍성해졌다. 저수량이 1억㎥인 충남 보령댐을 열 차례나 채우고 남을 11억6600만㎥의 물이 지금 4대강에 저장돼 있다. 안 지사는 ‘베짱이’ 신세가 돼버렸다. 남들이 열심히 공사할 때 놀았다가 가뭄이 들자 물을 동냥하는 처지다. 충남 행정을 책임지는 지사로서 그
신문을 읽으면 학업성취도 향상과 취업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진이 2004년 당시 고교 3학년 4000명(일반계+전문계)을 11년간 추적 조사한 끝에 나왔다는 점에 매우 실증적이다. ‘신문·독서 읽기와 학업 성취도 및 취업’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없었다.직능원 채창균 선임연구위원팀 분석에 따르면 신문을 정기적으로 구독하는 가정의 고교생들이 비구독 가구의 학생보다 수능시험에서 과목별로 표준점수가 6~8점 높았다. 모든 과목에서 일관되게 수능성적이 높게 나타났다는 점을 연구팀은 강조한다. 언어과목의 경우 일간지 구독 가구 학생들의 수능 표준점수가 일간지를 구독하지 않은 가구 학생에 비해 7점 정도 높았다. 수리과목의 경우 6점, 외국어 과목은 8점 정도 높았다. 신문을 꾸준히 읽을 경우 어휘력, 분석력, 이해력이 좋아져 뇌가 더욱 활성화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교과목에만 집중하면 지루하고 단순해 뇌 전체가 활성화되지 않는 단점이 있다.신문읽기는 취업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 재학 중 일간지를 구독했던 가구 출신의 자녀가 괜찮은 일자리에 취업하는 비율이 32%로 나타났다. 이는 일간지를 구독하지 않았던 가구 출신의 27%보다 5%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괜찮은 일자리’는 300인 이상 대기업과 공기업, 외국계 기업의 정규직을 말한다. 월평균 임금도 일간지 구독 가구 출신이 223만원으로 미구독 가구 출신의 213만원보다 10만원 정도 더 높게 나타났다.연구팀은 “청소년기에 집에서 신문을 읽는 습성을 키우는 것이 학업성취도를 높이고, 결과적으로 취업 성과를 높이는 긍정
옛날이야기를 해보자. 경부고속도로 얘기다. 지금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한다. 당연히 있어야 할 고속도로가 아니냐는 식이다. 1960년 중반으로 돌아가면 스토리는 완전히 달라진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겠다고 했을 때다. 결론부터 말하면 1967년 시작된 경부고속도로는 3년 만인 1970년 ‘기적적으로’ 완공된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타지 않고 쭉 뻗은 첨단도로(?)가 서울에서 부산까지 이어졌다. 이런 도로를 가진 것은 유사 이래 처음이었다.“논밭으로 왜 고속도로 내나”경부고속도로 계획을 수립할 당시 정치권과 농민, 학계 등은 극렬하게 반대했다. “논과 밭, 산을 가로지르는 도로가 웬말이냐”, “도로건설에 쓸 돈이 있으면 민생에 써라”, “차를 가진 부자들을 위한 도로다.” 청년 김영삼,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도 공사현장에 드러누워 반대시위를 했다. 배웠다는 경제학자들도 “농업이 우선이다”며 반대했다. 지금 들어보면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생각이 달랐다. ‘나라가 잘 살려면 공업이 우선이고 수출이 우선이다. 그렇게 되려면 물류를 책임질 도로를 뚫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경부고속도로는 신의 한 수가 됐다. 반대 목소리는 사라졌고, 수출은 사상 처음으로 1977년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고속도로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수치였다.이후 경부고속도로가 왜 서울~부산이고 서울~목포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정설은 이렇다. 논 사이로 도로가 나는 것을 당시 지주와 해당 지역 정치인들은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한참 뒤에 호남고속도로, 호남
자원이란 무엇인가? 자연에 있는 모든 것은 자원일까? 답은 “아니다”다. 예를 들어 원자력은 자연에 있었지만 처음부터 에너지를 가진 자원이 아니었다. 원자력이 자원이 된 것은 인류가 지력을 통해 원자력이 가진 서비스를 알아챈 뒤부터다. ‘핵물리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어니스트 러더퍼드와 알버트 아인쉬타인 등의 지력이 더해지지 않았다면 원자력은 ‘자연에 있는 어떤 것’에 불과했다. 물론 나중에 또 다른 누군가에 의해 발견되고 말았을 테지만.비는 가둬야 쓴다물도 예외는 아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자원이 아니다. 그냥 비다. 물이다. 이것이 자원이 되려면 독에 채워지든, 솥에 부어지든, 세면기까지 와서야 비로소 자원이 된다. 우리나라의 연간 강수량이 세계 평균보다 많지만(4면 기사 내용 참조) 늘 수자원 부족을 겪는 이유다. 댐이 있고, 보(洑)가 있는 곳에서만 비는 수자원이 된다. 홍수로 흘려보낸 뒤 가뭄으로 샘을 파봐야 역부족이다. 구리는 어떤가. 광케이블이 나온 이후 전화선에 관한한 구리는 자원이 아니다. 물론 다른 곳에선 구리가 자원이 된다. 전화선 분야에선 광케이블에게 자원지위를 빼앗긴 지 오래다. 지금 전화 사업자는 가격과 효율 측면에서 구리가 주는 서비스를 거부하고 있다. 요즘 말로 “구리야 됐거든~”이다.가스는 어떨까? 최근 셰일가스라는 것이 발견됐다. 3000m 깊은 곳에 있는 셰일층에서 추출해내는 가스다. 이것 때문에 석유가격이 툭툭 떨어졌다. 미국이 셰일가스를 캐내 석유 대체재로 쓰기 시작하면서 나타나는 석유의 추락이다. 셰일가스 역시 2008년 이전에는 자원이 아니었다. 그것을 캐낼 기술이 없었기 때문이다.자
문화를 권력의 도구로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 두 가지 현상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첫째는 편향성이다. 문화 공급자가 주제와 관점을 일방적으로 정해 보급하게 된다. 히틀러가 지배했던 독일, 스탈린이 철권통치를 휘둘렀던 소련(현재 러시아), 김일성 일가가 세습왕조화한 북한의 문화 공급자들이 대표적이다. 둘째는 첫째의 결과로 빚어진다. ‘선택의 자유’ 박탈이다. 문화를 소비하는 사람들은 편향성이 없는 다양한 문화를 소비할 수 없게 된다.개인의 창의를 존중하는 우리에게 문화 권력이 존재한다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편향성이 강요되고, ‘선택의 자유’ 가 공공연하게 박탈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문화권력은 국가권력만을 뜻하지 않는다. 민간의 특정세력이 파벌을 형성하고 지배하는 권력도 포함된다. 한국사 교과서 시장의 99.99%를 지배하는 강력한 ‘좌편향 역사 카르텔’은 다른 교과서의 보급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는 점에서 민간 분야의 문화권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문화권력들은 한 가지 점에서 공통점을 보인다. 순치다. 이들은 자신들의 관점과 주장을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주입한다. 소비자들은 부지불식간에 문화권력이 구성한 패턴과 구도에 빠지게 된다. 비판의식이 키워지지 않고, 특정 패턴과 구도에서 벗어난 문화에 대해선 배타적인 자세를 갖게 된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일찌기 이렇게 경고했다. “숨은 의도가 관점을 결정하며 관점이 주장을 결정한다.” 숨은 의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편향성에 물들게 된다는 경고다.우리나라엔 국가권력에 의한 문화권력 행사는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줄
문화평론가 조우석은 최근 ‘한국 문화권력 3인방’을 규정하고 비판해 논란을 빚었다. 한국경제신문 정규재TV ‘돌강(돌직구 강의)’ 시리즈에 출연한 그는 10회에 걸쳐 3인방이 누구인지와 실제 영향력은 얼마나 되는지를 강의했다. 그가 뽑은 3인방은 백낙청, 조정래, 리영희였다. 3인방은 1970~1980년대라는 시대가 만들어낸 인물들이지만, 좌편향 민중사관을 퍼뜨리는 숨은 신(神)이라는 것이 강의 주제였다. 우리 문화계에 팽배한 좌편향 민중사관은 반외세, 민중계급혁명, 민족주의를 근간으로 한다. 문화 영역별로 살펴보자.영화…착한 우리, 나쁜 외세영화 ‘웰컴투동막골’은 영화계에서 좌편향 논란을 일으킨 1호작으로 평가된다. 케이블 TV에서 기회있을 때마다 재방영되는 이 영화는 2005년 개봉됐다. 누적관객 수가 640만명을 넘었을 만큼 인기를 모았다. 영화에서 미국은 민간인을 살상하는 반인간적인 나쁜 나라로 그려진다. 인민군 장교(정재영)는 의젓하고 멋지게 나온다. 국군장교는 폭력을 행사하고 군을 탈영한 인물로 그려진다. 주인공인 인민군과 국군이 힘을 합쳐 미군과 UN군을 공격하고 때려 부순다.영화적 상상력과 표현의 자유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무리한 설정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친북, 반(反)대한민국, 반외세 구도다. 우리 민족끼리 미군을 때려부수는 설정은 당시 국군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우리 민족은 착한데, 미국 등 UN은 나쁘다는 이분법이며 전형적인 친북 성향이다.영화 ‘괴물’은 한강에서 야수가 나온다는 이야기다. 주한 미군이 독극물을 방류해서 괴물이 생기고 한강변에 나들이 나온 시민들이 희생된다. 이 영화에선 미군이 딱 한 명이 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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