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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아제 바라아제, 씨받이, 피에타, 밀양, 기생충, 브로커, 헤어질 결심…▷명량, 국제시장, 극한직업,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베테랑, 광해…앞엣것은 국제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한국 영화입니다. 뒤엣것은 10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끈 영화들이죠. 여러분은 이 중 몇 편을 보셨나요?최근 한국 영화계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헤어질 결심’을 연출한 박찬욱 감독이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고, ‘브로커’에서 열연한 배우 송강호 씨가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습니다. 작년엔 영화 ‘미나리’로 윤여정 씨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고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2019년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들어올렸죠. 아이돌 그룹 BTS(방탄소년단),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 다른 장르의 성공과 함께 K콘텐츠의 쾌거로 기록됐습니다.한국 영화는 양적, 질적으로 모두 성장했습니다. 젊은 작가들이 내놓는 시나리오는 탄탄해졌고, 투자는 거대해졌으며, 멀티플렉스관 등 영화 환경도 좋아졌죠. 할리우드 영화는 물론 홍콩 영화에도 뒤졌던 한국 영화의 놀라운 발전입니다. K영화와 K콘텐츠를 잠시 들여다볼까요?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영화 ‘기생충’이 2019년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습니다. 지난 5월에는 영화 ‘헤어질 결심’을 연출한 박찬욱 감독이 같은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습니다. 한국 영화가 국제 영화제에서 상을 받는 일이 다반사(茶飯事)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주춤하긴 했습니다만, 국내 영화 시장에서 1000만 관객을 끈 영화도 많아졌습니다. 배우 마동석이 주연한 ‘범죄도시2’가 지금 1000만 관객을 향해 돌진 중이라고 합니다.영화 전문가들은 ‘이때’를 한국 영화의 현대적 중흥기 시작점으로 평가합니다. 바로 스크린쿼터제(한국 영화 의무상영일)가 축소된 2006년입니다. 이때를 기준으로 한국 영화 시장은 양적, 질적으로 환골탈태(換骨奪胎)했다고 보는 것이죠.스크린쿼터제는 1967년 시행된 한국 영화 보호제도입니다. 영화관들이 의무적으로 1년 중 146일 이상 한국 영화를 틀도록 한 게 스크린쿼터제입니다. 한국 영화를 수입 영화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문화정책이었죠. 보호막 속에 안주한 한국 영화는 변화와 혁신, 투자를 하지 않아도 됐습니다. 작품성과 영상미를 지닌 한국 영화가 나오기도 했습니다만, 늘어나는 국민소득과 높아지는 문화 수요에 대응하긴 미흡했습니다. 홍콩과 미국 영화를 따라잡기에도 역부족이었죠.영화 시장을 바꾼 것은 개방이었습니다. 2006년 우리나라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했습니다. 미국 측은 우리에게 영화 시장 개방을 요구했습니다. 정부는 한국 영화 의무상영일을 지금처럼 73일로 줄이는 방안을 내놨습니다. 미국 영화를 더 틀겠다는 것이었죠.영화계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한 영
좀 더 넓은 시각에서 보면 한국 영화는 K컬처 혹은 K콘텐츠에 속합니다. 아프리카 케냐보다 못살던 한국이 어떻게 세계 영화, 드라마, 음악 시장에서 두각(頭角)을 나타낼 수 있었을까요?가장 큰 이유는 경제 성장일 겁니다. 경제적 번영 없이 문화와 콘텐츠가 글로벌 수준으로 올라가긴 어렵습니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고 1인당 국민소득이 높아져야 문화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늘어납니다.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무역(수출+수입) 1조달러 시대를 동시에 달성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전면 시행된 ‘주 5일 근로제’도 문화 수요와 공급을 자극했습니다.또 하나는 개방과 경쟁을 수용하는 태도입니다. 원래 개방과 경쟁은 한국 고유의 유전자(DNA)는 아니었습니다. 개방을 두려워하는 쇄국과 바깥세상을 모르는 우물 안 개구리 식의 무사안일이 조선~대한제국 말년까지 만연했던 게 사실입니다. 허약한 국가 체질은 외부 충격에 약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나라를 빼앗기는 망국에 이르게 됐죠. 1970년대쯤 개방과 경쟁 DNA가 우리 마음속에 심겼습니다. 해외 무역을 하면서 개방과 경쟁의 눈을 뜬 것이죠.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K팝을 들여다봅시다. K팝은 무한 경쟁 체제 속에 있습니다. 매년 수많은 청소년이 자신의 끼를 발휘하기 위해 경쟁 시장에 뛰어듭니다. 대표적인 게 오디션이죠. 오디션은 겉으론 잔인해 보입니다. 실력만능주의라고 오해받기 십상이죠. 그러나 경쟁을 통하지 않고 끼를 발견할 방법은 없어요. 끼를 공개 시장에 드러내 보이지 않는데 누군가 알아봐주길 바라는 것은 무리죠. 오디션 시장은 그런 끼를 발견할 장소를 제공합니다. 경쟁을 ‘지식과 정보를 발견하는 절차&
A brand is the way a product, company, or individual is perceived by those who experience it. Much more than just a name or a logo, a brand is the recognizable feeling these assets evoke. Think of a brand. Any brand. We’re pretty big fans of Apple around here, so we’ll go with that.What is the Apple brand? It isn’t computers and phones and other cool stuff we can’t live without. Those are the products Apple manufactures. And it isn’t slick TV ads or dramatically staged presentations or chicly minimalist storefronts. That’s all marketing and advertising. It’s admittedly pretty cool marketing and advertising, but still. Even Apple’s name and logo don’t encompass what we mean when we talk about the Apple brand.It turns out the Apple brand isn’t any “thing” in the classical sense of the word. You can’t hold it or hear it or even touch it.That’s because brands live in the mind. They live in the minds of everyone who experiences them: employees, investors, the media, and, perhaps most importantly, customers.출처: Ignyte 홈페이지위 문장이 수능 영어 지문으로 나왔다고 생각해 봅시다. 이 글의 논제는 브랜드입니다. 브랜드의 정의, 브랜드 구성 요소, 브랜드 사례, 소비자와의 관계성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바탕으로 브랜드가 무엇인지 배워봅시다. (1) 브랜드는 고객이 인식하는 가치브랜드는 그것을 경험한 사람들이 갖는 어떤 인식입니다. 고객은 경험을 통해 어떤 제품, 기업, 사람을 인식합니다. 브랜드는 제품명이나 로고 그 이상의 느낌을 줍니다. 이런 느낌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풍기는 겁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브랜드를 하나 생각해 봅시다. 요즘 사람들은 애플을 많이 좋아합니다. 팬이 많죠. (2) 애플은 어떤 브랜드인가?애플 제품은 필수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평소에 브랜드라는 말을 자주 씁니다. 신발 브랜드, 가방 브랜드, 스포츠 브랜드, 명품 브랜드, 국가 브랜드…. 브랜드라는 말은 이렇게 친근한데, 정작 “브랜드는 무엇인가?”라고 누가 물으면 선뜻 답을 못합니다.브랜드는 제품 이름인가요?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럼 로고인가요? 그것만도 아닌 듯합니다. 그럼 디자인이나 광고입니까? 가격인가요? 포장인가요? 알쏭달쏭합니다.브랜드 개념이 확 들어오지 않는 이유는 브랜드 그 자체에 있습니다. 원래 손에 잡히는 용어가 아니니까요. ‘광고계의 아버지’로 통하는 데이비드 오길비는 브랜드를 이렇게 정의했다는군요. “브랜드는 타인의 것과 차별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것은 제품의 이름, 포장, 가격, 역사, 속성, 철학 등의 가치를 묶은 유무형의 집합체다.” 오길비의 정의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또 다른 정의를 찾아보면, ‘고객이 인식할 수 있는 유무형의 가치를 내포하고 있는 어떤 것’으로 나옵니다.브랜드도 삶처럼 생기고 번창하고 소멸합니다. 영원한 것은 없지요. 20년 전 존재감이 없던 애플이 지금 세계 1위 브랜드로 우뚝 서 있고, 과거 1위였던 코카콜라는 밑으로 처져 있답니다. 알 듯 모를 듯한 브랜드 세계를 들여다봅시다.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여러분은 어떤 브랜드를 좋아합니까? 나이키, 아디다스, 삼성, 애플, 아마존, 구글, 코카콜라, 쿠팡, 배달의민족, 포드, 페라리, 현대, 샤넬, 에르메스, 맥도날드, SK, 롯데…. 이 중에는 여러분이 당장 구매할 수 있는 브랜드도 있고,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도전해볼 수 있는 브랜드도 있습니다. 세상에는 작지만 강한 브랜드, 크지만 허접한 브랜드, 감히 범접하지 못할 명품 브랜드 등 다양한 브랜드가 존재합니다.브랜드의 역사를 보면 브랜드도 우리의 삶처럼 생겼다가 번성했다가 소멸합니다. 지금 웹사이트(비주얼 캐피탈리스트 닷컴)에 접속해 보세요. 그럼 ‘2020년 세계 50대 브랜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그래픽을 만나게 됩니다. 이 중에서 상위 10개 브랜드를 한번 보죠.1위는 아이폰을 만드는 애플입니다. 애플 브랜드의 가치는 323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애플이 아이폰, 맥북, 애플뮤직 등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과 애플이라는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유무형의 파워를 모두 더한 가치입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400조원을 넘습니다. 2위는 아마존입니다. 2010억달러로 평가됐습니다. 1994년 인터넷으로 책을 팔던 허름한 벤처기업의 성장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아마존은 이제 단순히 책을 팔던 전자상거래 업체가 아닙니다. 전 세계 기업에 정보처리 환경을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AWS)를 합니다. AWS가 없는 정보망 세계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3위는 MS(마이크로소프트)입니다. 빌 게이츠가 어릴 때 만든 컴퓨터 소프트웨어 기업입니다. 거의 모든 컴퓨터에 들어가는 운영체제(OS)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브랜드 가치는 1660억달러입니다. 애플의 절반 정도입니다만, 우리나라
암호화폐를 문답 형태로 알아봅시다. 길게 설명하는 방식보다 궁금한 것을 질문하고 답하는 형식이 암호화폐를 이해하는 데 더 큰 도움이 됩니다. (1) 암호화폐는 무엇인가요?언론 매체에 따라 쓰는 용어가 다릅니다. 어떤 매체는 암호화폐라고 쓰고, 다른 매체는 가상화폐로 부릅니다. 이보다 짧게 코인이라고 쓰는 언론도 있어요. 암호화폐는 이것을 개발한 사람이 쓴 용어를 번역한 겁니다. 영어로는 크립토커런시(cryptocurrency)예요. 크립토는 암호, 가상을 뜻하는 형용사로 쓰이고, 커런시는 화폐를 뜻하죠. 코인은 첫 암호화폐인 비트코인(Bitcoin)에서 왔는데 원래 코인은 동전을 뜻한답니다. 암호화폐는 동전이나 종이돈처럼 실물로 존재하는 건 아닙니다. (2) 언제, 왜 등장했나요?비트코인의 전설은 어떤 사람이 쓴 논문에서 시작됐어요. 그 사람 이름은 사토시 나카모토예요. 아직도 누군지 모릅니다. 가명인 것은 확실합니다. 그는 2008년 11월 1일 ‘새로운 전자화폐 시스템’이라는 제목의 글을 많은 사람에게 이메일로 뿌렸습니다.그는 기존의 화폐와 결제 시스템에 우호적이지 않았습니다. 정부 권력이 화폐 발행을 끊임없이 늘려서 화폐가치를 떨어뜨린다고 생각했죠. 화폐 발행 독점권을 중앙권력이 갖는 것을 싫어했습니다. 그는 새로운 디지털 화폐를 만들었고, 이것이 통용되도록 하는 디지털 결제 시스템을 프로그램으로 개발했습니다. 은행이나 중앙정부의 통제가 없는 탈중앙화 시스템을 표방했죠.거래와 결제 시스템이 작동하기 위해선 암호화한 프로그램이 필요했습니다. A에서 B, C, D 등으로 돈이 오가는 기록을 보관하는 거래장부 말이죠. 그런 방법을 구현한 것이 블록체인 기
최근 암호화폐 시장에서 ‘테라-루나 사태’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는지요? 이 사건은 암호화폐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테라와 루나 코인을 합쳐 51조원이나 됐던 시가총액(코인 수×시가)이 며칠 만에 거의 ‘0원’이 되는 걸 화폐라고 부를 수 있느냐는 것이죠. 화폐의 세 가지 기본 속성(교환·가치 척도·가치 저장)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이런 탓에 암호화폐를 ‘가상자산’으로 통일해서 불러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1) 테라-루나는 무엇인가?테라, 루나는 블록체인 핀테크 기업 테라폼랩스가 2018년께 만든 암호화폐입니다. 한국인 권도형 대표가 만들었다고 해서 ‘김치코인’으로 불리기도 했어요. 테라(UST)와 루나(LUNA)는 스테이블 코인으로 불립니다. 원래 스테이블 코인은 1코인의 가치가 1달러와 같도록 설계한 코인을 말합니다. 1코인을 발행할 때마다 1달러를 사서 담보로 보유(pegging)하는 것이죠. 코인 보유자가 환불을 요구하면 ‘1코인=1달러’로 계산해 줍니다. 암호화폐가 지닌 무가치성과 변동성을 줄여 안정적인(stable) 디지털 화폐가 되도록 한 거죠.권 대표가 만든 테라는 이와 조금 다릅니다. ‘1테라=1달러’를 표방하긴 했지만, 실제로 달러나 채권을 사서 담보로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제3의 방법을 썼습니다. 이것을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이라고 하는데요. 달러 대신 다른 암호화폐를 사고팔면서 테라의 통화량을 조절하고 궁극적으로 ‘1테라=1달러’가 유지되도록 했죠. 이런 용도로 만들어진 코인이 바로 루나입니다. 테라 가격이 1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루나로 테라를
암호화폐는 말 그대로 화폐인가, 아니면 잘 설계된 금융상품인가? 2009년 비트코인이 새로운 화폐 종(種)으로 지구에 출현한 이후 이 질문은 답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것을 한사코 화폐라고 부르지만, 다른 이들은 한낱 금융투기 상품일 뿐이라고 말합니다.‘암호화폐의 조상’ 격인 비트코인의 성격이 무엇이든 그것의 번식력은 왕성했습니다. 많은 변종을 낳았으니까요. 이더리움, 리플, 퀀텀, 아이오타, 라이트코인, 도지, 테라, 루나, 테더…. 세계 암호화폐 생태계에 등장한 코인이 1200만 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모든 것이 컴퓨터망으로 연결되는 디지털 세상에서 암호화폐는 ‘변이-확산-선택’이라는 진화 과정을 거쳐 현재의 지배종인 법정화폐를 밀어낼 수 있을까요?최근 발생한 ‘테라·루나 사태’는 암호화폐 생태계에 충격파를 던졌습니다. 1주일 사이에 테러와 루나 코인 가격이 99.99% 떨어졌고 결국 멸종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테-루 멸종기’에 국내외 투자자의 재산 51조원이 사라졌다는군요. 한국의 암호화폐 시장은 부풀 대로 부풀어 있습니다. 투자 인구가 550만 명에 달하고 이 중 300만 명이 2030 젊은 층이라고 합니다. 암호같이 복잡한 그 생태계로 한번 들어가 봅시다.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여기 투자자 2명이 있습니다. 한 사람은 위험한 자산에 올인하는 스타일입니다. ‘한 방’이 터진다면, 그는 큰돈을 법니다. 다른 한 사람은 안전자산을 선호합니다. 현금을 은행에 넣어 놓고 이자만 또박또박 받는 타입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투자자인가요? 물론 세상에는 이런 타입의 투자자만 있는 건 아닙니다. 두 사람 사이에 정말 다양한 성향을 가진 투자자가 많지요.어떤 것이 위험자산, 안전자산일까요? 현금, 주식, 부동산, 채권, 금, 달러, 유로화, 엔화, 코인…. 참고로 자산은 경제적 가치가 있는, 화폐로 바꿀 수 있는 것들을 말합니다. 현금은 정말 안전자산일까요? 주식과 부동산은 어떻습니까? 금, 달러, 유로화, 엔화는 어디에 속할까요? 어떤 학생은 이렇게 말할지 모릅니다. “절대적인 안전자산은 없다.” 경제를 공부한 학생이라면 “블랙 스완은 언제든지 날아들기 때문에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을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멋지게 표현할 겁니다.모두 일리 있는 지적입니다. 경제가 어떤 상황에 처하느냐에 따라 위험과 안전의 기준과 정도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투자할 때 주의 깊게 봐야 할 지표들, 경제 환경, 위험·안전자산의 종류 등에 대해 알아봅시다.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여러분은 어떤 투자 성향을 지녔나요? 위험자산 투자형인가요, 아니면 안전자산 투자형인가요? ‘투자의 귀재’ ‘오마하의 현인’이라고 불리는 워런 버핏은 자신의 투자원칙이 두 개라고 했어요. 제1원칙은 돈을 잃지 않는 것이고 제2원칙은 제1원칙을 잊지 않는 것이라고 합니다. 돈을 잃지 않는다? 그 뜻은 아마도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는 말일 겁니다. 그러나 투자의 세계에서 돈을 벌기만 하지는 못합니다. 변동성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죠.현금은 안전자산일까요? 자산은 경제적으로 가치가 있는, 화폐로 교환할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현금은 변동성이 작은 안전자산에 속하긴 하지만, 완전한 안전자산은 아닙니다. 물가가 급하게 오르면 현금은 안전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A는 5억원의 현금을 은행에 넣어 두었고, B씨는 5억원으로 아파트를 샀습니다. 2년간 인플레이션이 극심해 5억원 하던 아파트 가격이 10억원으로 올랐습니다. A씨는 이자를 조금 받았겠지만 이제 5억원을 주고 아파트를 살 수 없습니다. 베네수엘라 화폐처럼 돈이 휴지조각이 될 때도 있죠.반대로 현금을 쥐고 있는 게 유리할 때도 있습니다. 돈을 빌려 집을 샀는데, 대출금 이자율이 급등하고 집 거래가 뚝 끊겨 집값이 폭락한다면요. 매월 이자 내느라 허덕이는 ‘하우스 푸어(house poor)’가 되는 거죠. 경제 상황에 따라 현금과 부동산의 얼굴이 바뀐다고 보면 맞습니다. 일반적으로 오르내리는 가격 변동폭이 크다는 점에서 부동산은 현금보다 위험한 자산입니다.금(gold)은 어떨까요? 금은 인류의 영원한 안전자산으로 통합니다.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세계에 있는 채굴된 금(매장분 제외)은
경제는 복잡합니다. 완전한 질서나 무질서 상태가 아닌 묘한 세계죠. 확실성, 위험, 불확실성이 마구 섞여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 수많은 기업, 수많은 나라, 수많은 생산요소, 수많은 욕망, 수많은 필요가 엮여 있으니 말이죠.이런 복잡계에서 투자한다? 쉽지 않을 겁니다. 생각하고 이해하고 분석하고 결정하려면 머리가 제법 아프죠. 수많은 변수를 알아내는 휴리스틱(heuristic), 즉 ‘발견법’은 우리 눈앞에 쉽게 나타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때론 어림짐작 혹은 직관으로, 때론 패턴 이해와 분석과 확률로, 때론 칠면조(추수감사절에 요리되는 걸 모르고 먹이를 기다리는)처럼 투자합니다.지식과 지능이 높은 사람이라고 투자를 잘하는 것도 아닙니다. 투자 성공이 지능순이라면, 중력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이 주식 투자로 거의 전 재산을 날리진 않았겠지요? 투자할 때 잘 들여다봐야 할 거시 변수들을 정리해보죠.인플레이션, 경제 성장률, 금리, 실업률, 무역, 통화정책, 정부 성향을 핵심 변수로 살펴야 합니다. 이런 지표들은 1주일이나 한 달 만에 훅훅 바뀌는 게 아니어서 이해하는 게 어렵지 않습니다. 정부 발표, 신문·방송의 보도, 유튜브 전문가의 해설을 통해서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인플레이션은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경제 현상을 말합니다. 물가가 계속 상승한다는 말은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의미죠.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요. 가장 큰 원인은 정부와 중앙은행이 돈을 많이 푸는 데 있습니다. 돈이 많이 풀려 흔해지면,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죠. 갑자기 공급 물량이 부족할 때도 물가는 오르지만, 이것은 곧 해소될 겁니다. 마스크 공급이 부족했을 때 가격이 올랐지만,
세계는 지금 반도체 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반도체를 구하지 못하면, 돈 되는 제품을 만들어 팔기 어려운 게 요즘 글로벌 시장입니다. 화석연료를 동력원으로 쓰는 자동차는 물론이고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차, 기업·개인용 컴퓨터, 모바일 휴대폰, 인공지능, 빅데이터, 센서, 로봇, 태양광, 자동화 생산라인, 드론, 첨단 무기, 우주산업 등 반도체가 들어가지 않는 영역이 없습니다. 이런 4차 산업혁명 구조에서 반도체를 제때 확보하지 못한다? 그런 나라는 성장을 포기하고 도태할 겁니다.미국은 비상이 걸렸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반도체 공급 차질과 물량 확보 실패로 자동차 생산이 제대로 안 됐습니다. 정계와 산업계에 난리가 난 거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반도체를 확보하기 위해 반도체 강국인 한국과 대만 기업 담당자를 워싱턴으로 불러들였습니다. 미국에 먼저 반도체를 공급하고,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지어달라는 거였죠. 바이든 대통령은 집무실인 백악관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흔들면서 반도체 공급망 확보를 강조했습니다. 그는 일전에 반도체를 못에 비유했어요. “For want of a nail, the shoe was lost. For want of a shoe, the horse was lost. And it goes on and on until the kingdom was lost.” 해석해봅시다. “못이 부족하면 편자가 사라지고, 편자가 사라지면 말이 사라지고, 결국 왕국까지 소멸된다.” 반도체가 없으면 국가가 흔들린다는 의미입니다.미국은 반도체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520억달러(약 62조원) 지원법을 의회에 올려놓은 상태입니다. 미국은 세계 반도체 공급 물량의 75~78%를 생산하는 한국과 대만에만 의존하지 않고 궁극적으로 60%를 자체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
삼성전자가 서울대에 반도체 계약학과를 만들자고 제안했다고 합니다. 조건이 파격적입니다. 입학생에게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하고, 졸업 후 삼성전자 취업을 보장한다는 겁니다. 계약학과는 대학과 기업이 1 대 1로 합의해 5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건데요. 삼성전자만 의견을 낸 건 아니군요. SK하이닉스도 비슷한 제안을 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습니다.기업들이 이런 제안을 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반도체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반도체 기업과 연구소들은 매년 1500명가량의 전문인력을 필요로 한다고 합니다. 이에 비해 배출되는 반도체 관련 졸업생은 연간 650명에 불과하답니다.반도체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선진 국가들이 사활을 걸고 기술 경쟁을 벌이는 영역입니다. 최첨단 기술과 반도체 물량을 제때 확보하지 못한 국가의 경제, 안보, 미래는 어두워집니다. 중국이 170조원, 미국이 62조원을 반도체산업에 쏟아붓기로 한 이유죠. 반도체는 컴퓨터, 휴대폰, 자율주행차, 메타버스는 물론 우주와 국방산업을 좌우합니다. 2등 기술이 살아남기 어려운 곳 또한 반도체입니다. 우리나라는 어떻게 반도체 강국이 되었는지, 인력 부족은 얼마나 심각한지 알아봅시다.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줄리언 사이먼 교수는 그의 저서 《근본 자원(The Ultimate Resource)》에서 ‘사람이 근본 자원’이라고 했습니다. “세상의 발전을 가속시키는 기본 연료는 사람의 축적된 지적 능력이다. 반대로 발전을 가로막는 것 역시 사람의 상상력 부족이다. 어느 것이든 근본 자원은 사람이다. 기술이 있고, 활기가 넘치며, 희망에 찬 사람이 근본 자원이다.” 교육된 인력, 기술력을 갖춘 인력이 없는 나라는 천연자원을 많이 가졌더라도 발전할 수 없다는 말일 겁니다. 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는 천연자원이 아니라 바로 ‘근본 자원’의 차이로 갈린다는 것이죠.근본 자원론이 가장 잘 들어맞는 곳 중 하나가 반도체 영역입니다. 최고급 인력과 최첨단 기술이 집약되는 분야가 바로 반도체입니다. 반도체 시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요즘 반도체 인력은 태부족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중국, 대만, 유럽연합(EU) 등 세계 주요 국가가 반도체 인력을 키우는 데 총력전을 펼치는 이유죠.우리나라의 반도체 인력 부족은 심각합니다. 향후 10년간 모자랄 것으로 예측되는 인력 규모가 3만 명입니다. 특히 석·박사급 고급 인력의 부족은 우려할 만합니다.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급 인력을 우선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반도체 계약학과를 대학과 합의해 설치했습니다. 계약학과는 5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학과인데요. 이곳에 입학하는 학생에게 기업들은 생활비와 학비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졸업생에게 채용을 보장합니다.우리나라에는 현재 7개 대학에 계약학과가 설치돼 있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세대와 성균관대에 50명과 70명 규모의 계약학과를
우리는 10일 새로운 정부를 가집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정부’로 바뀌는 것이죠. 정부가 바뀐다? 이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우리나라 정부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5년마다 바뀝니다. 대통령 임기가 5년이기 때문이죠. 선거를 통해 대통령으로 선출된 자는 정부를 구성합니다. 그래야 국가를 통치할 수 있죠.궁금증이 또 생깁니다. 정부와 국가는 다른 것인가? 네, 다릅니다. 정부는 국가의 일을 하는 조직입니다. 국가는 개별 국민 주권의 집합체일 뿐 직접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정부라는 인적(人的) 조직이 일을 대신하죠. 정부는 정기적으로 바뀌지만, 국가는 그렇지 않습니다. 고려에서 조선, 대한민국으로 정체(政體)가 바뀌지 않는 한, 국가는 단일한 주권으로 지속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정부에 반대할 수 있지만 국가를 부정하진 못합니다. 반(反)정부 시위와 반(反)국가 시위가 완전히 다른 이유죠.인류는 왜 정부를, 국가를 만들었을까요?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는 말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홉스, 로크, 루소는 개인과 사회의 안전을 위해 사회계약으로 국가를 세우고 정부를 만들었다고 했어요. 정부와 국가를 공부해 봅시다.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국가는 혼자서 아무것도 못합니다. 국가는 개별 주권의 총합이긴 하지만 일을 할 수 있는 손발과 머리가 없습니다. 인간과 인간의 조직이 없으면 국방 문제, 질서 문제, 복지 문제 등을 해결하지 못합니다. 어떤 정부인가정치철학자와 사상가들은 정부를 만들면서 개인의 권리와 정부 권력 간 관계를 고민해야 했습니다. “개인이 우선이냐, 국가가 우선이냐?” 하는 것이었죠.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 같은 그리스 철학자들은 폴리스(polis), 즉 국가 우선주의를 주장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의 《정치학》, 플라톤의 《국가론》이 보이는 공통점이죠. 정치는 공공선(public good)을 실현하는 공공 영역이기 때문에 개인들은 그것에 복종해야 한다는 겁니다.이런 주장을 근대적 민주주의로 극복하려는 시도가 미국에서 벌어졌습니다. 미국 독립과 미국이 만든 최초의 성문헌법이 그 증거입니다. 미국 민주주의와 헌법은 이후 모든 민주주의 국가의 표준이 되었고, 거의 모든 지구촌 국가는 비록 선언적 의미에 그칠지라도 개인을 국가에 우선시합니다. 가장 먼저 나타난 건 권력을 나누는 것이었습니다. ‘미국 헌법의 아버지’ 제임스 매디슨, 의회 권력의 독재를 우려한 알렉시스 드 토크빌, 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걱정한 몽테스키외 등은 모두 국가 우선주의의 위험성을 경계했습니다. 정부와 국가가 권력을 남용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죠. 국가를 앞세운 절대 권력의 부패는 자주 있었죠. 삼권분립과 권력제한매디슨을 비롯한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권력을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로 먼저 나눴습니다. 입법부에 법률제정권과 탄핵소추 및 심사권을, 사법부엔 법
우리는 정부를 왜 세울까요? 이 질문에 답하려면 우리는 먼저 ‘국가가 왜 생겨났는지’를 배워야 합니다. 정부는 국가의 일을 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국가를 먼저 알아야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합니다. 국가의 탄생을 설명하는 생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정치 철학적이고, 다른 하나는 종교 신학적입니다. 홉스·로크·루소사회계약설은 대표적인 정치 철학적 시각입니다. 인간은 자신의 안전을 위해 각자의 자유를 공동체에 양도하기로 암묵적으로 합의 또는 계약했고 그 결과 국가가 생겼다는 겁니다. 개인의 개별 주권이 단일한 전체 주권체로 뭉쳐진 것이 국가라는 거죠. 이때 국가는 개별 주권의 단순한 합보다 크답니다. 서양 철학은 이것을 ‘전체가 부분의 합보다 크다’고 정의합니다. 국가는 개인의 합보다 큰 그 무엇이죠.사회계약설은 세 갈래로 나뉩니다. 토머스 홉스(1588~1679)의 사회계약설, 존 로크(1632~1704)의 사회계약설, 장 자크 루소(1712~1778)의 사회계약설이 그것입니다. 셋 다 모두 계약설이라는 점에선 동일하지만, 계약의 이유를 조금씩 다르게 설명합니다.홉스는 ‘폭력적인 자연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계약했다고 설명합니다. 그가 본 자연 상태는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 상태입니다. 이런 환경에선 가장 중요한 자연권, 즉 생명 존중과 보존은 운에 달렸습니다. 내가 먼저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야만의 상태가 되죠. ‘죄수의 딜레마’ 상태라고도 표현합니다.홉스는 저서 《리바이어던》에서 투쟁 상태가 없는, 평화로운 사회를 구현할 필요성을 이렇게 제시했습니다. “모든 사람을 복종시킬 만한 공
이창용 신임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1일 취임사에서 ‘민간이 주도하는 경제 성장’을 강조했습니다. 한국은행은 통화량을 조절해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을 제1 목표로 삼는 중앙은행인데요. 이곳의 새 수장이 ‘민간 주도 경제 성장론’을 강조했다고 해서 화제가 됐답니다. 이 총재는 “과거와 같이 정부가 산업 정책을 짜고 모두가 밤새워 일한다고 경제 성장을 기대할 순 없다. 민간 주도로 보다 창의적이고 질적인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어요.민간 주도 경제 성장? 경제 성장 앞에 굳이 ‘민간 주도’를 붙인 까닭이 문득 궁금해지네요. 역사적으로 경제 영역에는 두 개의 ‘충돌하는 비전’이 존재했습니다. 하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고, 다른 하나는 사회주의 계획경제입니다. 경제학자들은 앞엣것을 민간 주도 경제, 뒤엣것을 정부 주도 경제로 구분해서 사용했던 것이죠. 여러분도 잘 알고 있듯이 지구촌에서 부자 나라는 시장경제를 계획경제보다 앞세우는 나라들입니다. 민간이 주도하지 않고 정부가 주도하는 나라는 성장보다 후퇴를 경험했어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민간이, 시장이 정부보다 희소한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해 생산성을 높이기 때문이지요. 4, 5면에서 더 공부해볼까요?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이창용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어제 취임사에서 ‘민간 주도 경제 성장’을 특별히 강조했다. 이 총재는 “디지털 경제 전환, 지정학적 경제 블록화 등으로 한국 경제는 대전환의 갈림길에 섰다”며 “우리 경제가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 경제정책의 프레임을 과감히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과거와 같이 정부가 산업정책을 짜고 모두가 밤새워 일한다고 경제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며 “민간 주도로 보다 창의적이고 질적인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고 했다. 이해하기 쉬운 비유도 들었다. “과거 잘 달리던 경주마가 지쳐 예전같지 않은데도 새 말로 갈아타기를 주저하는 누를 범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중략)기업들이 이끄는 민간 주도 경제는 공공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창의적이다. 세상은 ‘모든 것이 빛의 속도로 변해간다’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하루하루가 달라지고 있다. 한순간이라도 글로벌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혁신을 놓치면 바로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클라우드만 해도 그 중요성이 강조된 것은 10년이 넘었지만, 이것을 혁신적 서비스로 바꾼 것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정도다. 테슬라가 오래전 열어젖힌 전기자동차 시대를 이제 후발 주자들이 숨 가쁘게 쫓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변화를 발 빠르게 따라잡는 일은 절대로 정부가 해줄 수 없다. 오로지 민간의 도전과 열정만이 변화를 수용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갈 수 있다.민간 주도 경제는 필연적으로 ‘작은 정부’를 요구한다. 이것은 코로나 대응을 위해 지나치게 비대해진 공공부문을 원래 자리로 돌려놓는 것이기도 하다. 모든 나라가 복
《세계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비전의 충돌》을 쓴 미국 경제학자 토머스 소웰은 민간이 주도하는 경제와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경제를 ‘비전 충돌’ 사례로 들었습니다. 그는 민간 주도 경제를 시장경제로, 정부 주도 경제를 계획경제로 구분했습니다. 그는 민간이 정부보다, 시장경제가 계획경제보다 나은 이유를 다양한 시각에서 살폈습니다. 시장경제는 ‘무지’를 전제한다우리는 누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이것을 알려면 사람들을 전부 만나서 일일이 물어봐야 할 겁니다. 오늘 어떤 음료를 원하는지, 내일 어떤 디자인의 옷과 가방을 사려는지를 아는 것은 신(神)뿐일 겁니다. 민간이 주도하는 경제, 즉 시장경제는 ‘모든 것을 모른다는 전제(unknown unknown)’에서 작동하는 시스템입니다.경제철학에서 이것은 지식의 한계, 이성의 한계로 불립니다. 시장경제론자들은 인간의 이런 한계 때문에 시장이 생겨났고, 시장이 이런 한계를 정부보다 더 잘 메워준다고 봅니다. 시장에선 누가 지시하거나 명령하지 않아도, 누가 통제하지 않아도, 재화와 서비스가 신기할 정도로 잘 생산되고, 잘 교환되고, 잘 소비됩니다. 얼마에 팔아야 하는지, 얼마나 만들어야 하는지를 개인과 기업들이 감지하고 결정합니다. 소비자와 생산자는 ‘어떤 힘’에 이끌려 재화와 서비스를 사고파는 거죠. 애덤 스미스는 이것을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불렀습니다. 정부는 전지전능한가무엇을 생산하고 팔지를 중앙정부가 할 수 있다고 외친 ‘비전’이 있습니다. 생산수단의 사유화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주의 계획경제입니다. 생산수단을 독점한 중앙정부가 무엇을,
4월 25일은 제59회 법의 날입니다. 법의 날은 1964년 5월 1일 처음 생겼습니다. 한 해 전인 1963년 7월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법의 지배를 통한 세계평화대회(World Peace Through Law Conference)’가 세계 각국에 ‘법의 날’ 제정을 권고한 데 따른 것이었습니다. “권력의 횡포와 폭력의 지배를 배제하고, 기본인권을 옹호하며, 법의 지배가 확립된 사회를 건설하고, 일반 국민에게 법의 존엄성을 계몽하기 위해 법의 날을 제정한다.” 2003년부터 기념일이 지금처럼 4월 25일로 바뀌었고, 기념식도 정부 행사 간소화 방침에 따라 격년제로 해왔답니다. 4월 25일은 1895년 우리나라에 근대적 사법제도를 최초로 도입한 재판소구성법이 시행된 날입니다.우리가 어버이날에 부모님의 안녕을 살피듯, 법의 날에 법의 안녕을 새삼 묻게 됩니다. 법은 안녕하십니까? “법이 많으면 범죄도 잦으므로 좋은 국가는 가능한 법을 적게 만드는 나라”라고 가르친 노자에 따르면, 우리나라 법은 안녕하지 못합니다. 너무 많은 법이 너무 쉽게 만들어지고 너무 자주 바뀌니까요. 20대 국회에서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이 2만 건을 넘었을 정도입니다. 어떤 법이 만들어졌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법이란 무엇인지, 법다운 법은 어떤 법인지를 알아봅시다.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법의 날’을 맞아 우리는 두 가지 질문을 해봐야 합니다. (1) 법이란 무엇인가 (2) 법다운 법은 어떤 법인가. 답을 찾다 보면, 우리는 법을 매우 신중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법과 도덕을 구분하자(1)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법과 도덕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합니다. 법과 도덕을 혼동하는 사람이 많으니까요. 둘은 사회를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행동 준칙입니다. 사회 구성원들이 법과 도덕을 스스로 지키지 않으면 공동체는 정글화합니다. 17세기 영국 정치사상가 토머스 홉스가 말한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the war of all against all)’ 상태에 빠지는 거죠.문제는 도덕을 법으로 만들려 할 때 발생합니다. 도덕은 각자가 선(善)을 실현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부과하는 윤리적, 자율적 규범입니다. 개인의 양심 차원에서 발현되는 것이죠. 반면 법은 국가라는 권력이 타율적으로, 강제적으로 만들고 적용하는 규범입니다. 쉽게 말하면, 도덕은 ‘그랬으면 좋겠다’고 법은 ‘그래야만 한다’입니다. 도덕은 장려와 권유가 버무려진 희망사항의 영역이고, 법은 누구에게나 강제를 행사하고 처벌을 규정하는 영역입니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다’란 말은 법과 도덕을 동일시해선 안 되며 도덕을 모두 법으로 만들어 강제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술을 마시고 취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금주법을 함부로 만들진 말라는 겁니다. 지상 천국을 만들자는 ‘좋은’ 뜻이 있다고 해서 도덕률을 법률로 만들면 천국은커녕 사람들이 숨도 쉬기 어려운 지상 지옥을 만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 몽테스키외의 자연법모든 것을 법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는 것은 자연
“쓸데없는 법안이 너무 많이 제출돼요. 법 같지도 않은 법들이 2만몇 건이나 되고. 새 법률안을 처리하기 버겁습니다.” 20대 국회(2016~2020년) 사무총장을 지낸 유인태 씨는 2019년 국회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법률안 건수가 너무 많아 사무처 직원들이 진땀을 흘린다고 하소연한 겁니다. 너무 많이 만들어지는 법통계를 들여다봅시다. 15대 국회 806건, 16대 국회 1651건, 17대 국회 5728건, 18대 국회 1만1191건, 19대국회 1만5444건, 20대 국회 2만1384건입니다. 2020년 5월 30일 임기가 시작된 21대 국회는 다를까요? 2021년 말 현재 1만3863건이 제안됐습니다. 의원 임기가 4년인 점을 감안하면 21대 국회에선 의원입법안이 5만 건에 달할 것이라고 합니다. 통계 추세는 분명합니다. 신기록 행진. 법률 제정권은 의회, 즉 입법부만 갖도록 돼 있지만 법을 만들어도 너무 만드는 듯합니다. ‘국회=입법 공장’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죠.제안된 법률안이 모두 법으로 공포되는 것은 아닙니다. 국회 소위원회, 상임위원회, 본회의를 거치는 심의 과정에서 적잖은 법률안이 개정되거나 삭제되거나 부결되기도 합니다. 21대 국회에서 가결된 법률안이 전체의 약 10%입니다. 1300여 개의 법이 새로 탄생한 겁니다. 단순하게 따져도 매년 수백 개의 법이 생기는 셈입니다. 노자가 한국을 본다면법이 너무 많이 생기고 바뀌면, 개인과 기업들은 평온하게 생활하고 사업하기 어렵습니다. 누가 어느 법에 어떻게 걸리는지도 모른 채 결과적으로 범법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죠. 그래서 중국 춘추시대 현자(賢者)인 노자는 《도덕경》에서 법을 함부로 만들지 말 것을 당부했습니다. “법이 많으면 범죄
햄버거, 빵, 치킨, 라면, 김밥, 휘발유, LPG, 등유, 식용유, 전기…. 가격이 치솟고 있는 것들의 목록입니다. 모든 품목을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어서 10개만 앞세웠습니다. 우리가 먹고 입고 쓰는 거의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 즉 물가(物價)가 무섭게 올랐다고 보면 맞습니다. 밖에서 먹는 외식(外食) 물가는 24년 만에 가장 많이 상승했습니다. 생선회, 갈비탕, 짜장면, 짬뽕, 김밥, 치킨, 라면, 떡볶이 가격은 최소 8% 이상 급등했습니다. 월별 물가 상승률이 작년 10월부터 3%대를 이어왔고 지난 3월 4%대를 뚫은 추세를 감안하면 우리 경제는 물가 상승이 지속되는 ‘나쁜 인플레이션’ 국면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어요. 지속적인 물가 폭등은 사회적 불만을 높입니다. 임금은 오르지 않는데 모든 것의 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생활이 팍팍해지죠. 물가 오름세가 꺾이지 않으면 불만 압력은 높아집니다.전문가들은 두 가지 원인 때문이라고 합니다. 국내적으로는 돈이 너무 많이 풀려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는 것이고, 대외적으로는 러시아-우크라니아 전쟁이 모든 물가의 근원인 원유(原油) 가격을 폭등시켰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용돈의 구매력을 떨어뜨리는 물가를 공부해봅시다.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물가가 많이 올랐어요?”지금 당장 부모님께 물어보세요.그럼 부모님은 이렇게 대답해줄 겁니다.“신문, 방송도 안 보니? 다 올랐다 얘! 10만원 들고 나가도 살 게 없다.”물가 오름세가 심각합니다. “물가에 내놓은 애 같다”는 말이 있다지만 지금 물가가 딱 그런 상황입니다. 물가에 내놓은 애처럼 물가가 위험 수위에 다다르고 있다는 경고음이 울립니다. 안 오른 게 없고, 올라도 너무 올랐다는 것이지요. 문제는 아직 정점에 이르지 않았다는 분석이 많다는 것입니다.지난 3월 소비자물가를 살펴볼까요? 작년 3월보다 4.1%나 올랐습니다. 통계청은 10년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고 했습니다. 작년 10월 3.2%, 11월 3.8%, 12월 3.7%, 올 1월 3.6%, 2월 3.7%, 이렇게 5개월 연속 3%대 상승을 넘어 4%대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합니다.밖에 나가서 사 먹는 외식 물가는 24년 만에 가장 많이 올랐습니다. 작년 3월보다 6.6% 올랐다는 겁니다. 6.6%가 작아 보이나요? 한 품목이 아닙니다. 통계청이 외식 품목으로 꼽는 39개의 가격이 전부 올랐고, 오른 가격의 가중치 계산값이 6.6%라는 겁니다. 품목에 따라 조금 오른 것도, 큰 폭으로 오른 것도 있다는 뜻입니다.품목별 오름폭을 한 번 더 봅시다. 수입 소고기 27.7%, 돼지고기 9.4%, 갈비탕 11.7%, 설렁탕 8.1%, 햄버거 10.4%, 짜장면 9.1%, 짬뽕 8.3%, 생선회 10.0%, 김밥 8.7%, 치킨 8.3%, 라면 8.2%, 떡볶이 8.0%입니다. 여러분도 햄버거, 짜장면, 김밥, 치킨을 사 먹을 때 느꼈을 겁니다. 500원, 1000원, 1500원씩 올랐다는 것을요.다른 품목도 마찬가지입니다. 밀가루가 14% 올랐고, 밀가루를 쓰는 빵도 9.0%나 뛰었습니다. 식용유값은 무려 21%나 튀었습니다. 파, 양파 가격이
Inflation is now, incontestably, the leading issue for the electorate, and voters are giving the Biden administration low marks for handling it. This is a political crisis for Democrats, who are battling to retain their House and Senate majorities in highly unfavorable circumstances.위 영문은 최근 미국 경제신문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칼럼의 한 대목입니다. 이 글을 읽어보면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현상, 즉 인플레이션이 미국 정치에서 가장 핫한 이슈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에 잘못 대처할 경우 집권당이 의회 다수 석을 잃을 수 있고, 바이든 대통령에게도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겁니다.그렇습니다. 인플레이션은 집권당에 매우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제 현상입니다. 인플레이션은 자동차에 기름을 넣을 때, 각 가정이 장을 볼 때 금세 느껴지는 것이어서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지 못하는 정권은 큰 타격을 받게 되죠.우리나라 물가, 인플레이션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모든 것의 가격이 오르면 노동계가 침착하기 힘듭니다. 월급은 동일한데 물가만 상승하면 앉아서 월급을 깎인 듯한 느낌이 생깁니다. 월 500만원을 받는 사람이 생활비로 300만원을 썼는데 380만원을 써야 한다면 80만원이나 손해 보는 셈인 거죠. 그럼 노동계는 월 80만원, 연간 960만원을 올려달라고 요구하게 됩니다. 임금 투쟁은 사회적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답니다.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를 들어주면, 기업들은 비용 증가를 감내해야 합니다. 비용 상승은 가격 인상을 연쇄적으로 부를 겁니다. 인상분을 생산성 향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생산성 향상이 단기적으로 이뤄지긴 어렵죠. 기업들은 그렇다고 물건 가격을 단번에 올리진 못합니다. 상대는 소비자니까요. 시장에
《선택할 자유(free to choose)》라는 책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경제 서적을 잘 읽지 않는 한국 독서계에서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죠. 《선택할 자유》는 1976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1912~2006)이 펴낸 책이랍니다. 40년도 더 된 책이죠.《선택할 자유》가 왜 뒤늦게 필독서 목록에 오른 걸까요? 윤석열 당선인이 지난 대통령선거 때 이 책을 읽고 자유시장경제 신봉자가 됐다고 말한 게 결정적 이유입니다. 책이 언론에 보도되자 정부 부처 공무원과 기업인들이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취할 경제정책의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거지요.프리드먼은 이 책에서 자유시장경제가 비록 완벽하지 않지만 다른 어떤 경제 시스템보다 낫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정부의 개입·규제보다 개인·기업·시장의 ‘선택할 자유’를 충분히 보장해주는 나라일수록 잘산다고 설명합니다. 1장부터 10장까지 재미있는 사례가 많이 제시돼 있습니다. 상경계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은 물론 앞으로 사회생활을 해나갈 누구나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경제를 읽는 여러분의 시각을 넓혀줄 겁니다.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만약에 어떤 상점 주인이 고객에게 다른 상점보다 질이 좋지 않고 값이 비싼 상품을 판매한다면 고객들은 그 상점을 이용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동시에 그 상점 주인이 고객의 욕구를 충족지 못하는 상품을 판매한다면 고객은 그 상품들을 구입할 리 없을 것이다. 따라서 상인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소비자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고 그들에게 환심을 살 수 있는 상품을 준비해서 거래하기 마련이다. 소비자가 어떤 상점에 들어갔을 때, 물건을 사야 한다고 강요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소비자는 자유롭게 사고 싶으면 사고 그렇지 않으면 다른 상점으로 갈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시장과 정부 관청의 차이점이다. 소비자는 선택할 자유가 있다. 경찰이라도 여러분의 지갑에서 돈을 꺼내어 여러분이 원하지도 않는 물건값을 치르게 하거나 원하지도 않는 일을 하게 할 수도 없다.《선택할 자유》 중 한 대목“학생은 밀턴 프리드먼의 저서 《선택할 자유》를 읽어본 적이 있나요?”“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선거에서 읽었다고 해서 주목받은 책입니다. 중고 책방에서 구해 읽어봤습니다.”2023학년도 대학입시 인터뷰에서 나올 수 있는 상황 설정입니다. 주요 대학은 수시 원서에 수험생들이 재미있게 읽은 책 목록을 써넣도록 하는데요. 올해 상경계열 입시에서 이 책이 많이 거론될 듯합니다.이 책은 1970년대 미국에서 방영된 TV 다큐멘터리 시리즈 10편을 엮어낸 기획 출판물입니다. 시리즈 사회자는 물론 저자인 밀턴 프리드먼(1912~2006)이었죠. TV 시리즈 제목 역시 ‘선택할 자유(Free to Choose)’였습니다. 한때 우리말로 ‘선택의 자유’라고 번역됐으나 최근 자유기업원이
‘선택할 자유’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오한 경제사상과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단어 수는 ‘선택할’과 ‘자유’ 두 개뿐이지만 그것이 합해진 ‘선택할 자유’는 인류 문명 진보의 한 역사를 압축합니다.‘선택할 자유’에 등장하는 선택과 자유는 비교적 최근에 확립된 개념입니다. 이것을 알기 전 우리는 개인의 탄생을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선택과 자유의 주체가 바로 개인이기 때문인데요. 여러분도 잘 알겠지만 사람들은 오랫동안 왕, 황제, 교황이라는 권력 아래에서 신음했습니다. 권력이 시키는 대로 밭을 갈아야 했고, 전쟁에 나가야 했고, 세금을 내야 했습니다. 대다수가 노비, 노예, 농노, 신민이었을 뿐,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하고 책임지는 개인이 아니었습니다. 왕족, 귀족, 성직자라는 신분 제도는 근대인의 등장을 막았더랍니다.가장 억울했던 점은 무엇을 생산하든 생산물은 개인이 아니라 ‘주인’ 소유였다는 것입니다. 만민을 위한 ‘사유재산권(self-ownership)’ 개념이 없었다는 뜻입니다. 생산물은 물론이고 자기 몸도 자신의 것이 아니었습니다.17세기에 이르러 중대 변화가 나타납니다. 영국 명예혁명은 근대인인 개인의 성립을 알렸습니다. 왕권과 의회가 맞붙어 싸운 권력 투쟁의 결과물이었습니다. 왕은 의회의 동의 없이 재산권(세금)을 침해하지 못하며, 왕과 종교재판소의 변덕이 아니라 독립된 재판관이 인신 구속권을 갖도록 했습니다. 영국 왕 제임스 1세와 찰스 1세는 개인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희생돼야 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존 로크(1632~1704)는 이렇게 선언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모든 사람은 자기 몸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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