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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사회에는 ‘대기업은 악, 중소기업은 선’이라는 이분법이 은연중에 많이 퍼져 있습니다. 대기업은 늘 힘으로 중소기업을 누르고, 모든 영역을 자기 손아귀에 쥐려고 한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대기업은 너무 커서 결코 죽지 않는다는 ‘대마불사’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위 기사의 재계그룹사 시가총액 순위표는 대기업 대마불사론이 틀렸음을 잘 보여줍니다. 필자가 중·고교생일 때 우리나라 재계 순위는 지금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재계 순위 30위 안에 있었던 대기업 중 대부분의 기업들은 사라졌습니다. 그 당시 삼성, 현대, LG, SK도 사실 지금처럼 상위에 있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대기업들도 생존 경쟁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을 일러줍니다. 시장에서 경쟁이 보장되고 시장 진입이 자유로운 한 대기업도 생사를 확신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여러분은 혹시 미도파, 한일합섬, 한양건설, 동양그룹, 대우그룹 이런 이름들을 들어보셨나요? 1980년대, 1990년대 우리나라 재계를 쥐락펴락하던 기업이나 그룹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지금 이름도 없이 사라졌습니다.시장에는 언제라도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재화, 서비스를 들고나오는 개인과 기업들이 나타나서 기존 질서를 흔들어놓습니다. 여러분의 부모님들이 고교생일 때만 해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페이스북, 쿠팡, 카카오 같은 회사는 없었거나, 있었어도 존재감이 미약했습니다. 이들 회사보다 포드자동차, GE, 제록스, 존슨앤드존슨 같은 제조회사들이 훨씬 좋은 회사였습니다. 지금 이들 회사들은 순위 면에서 뒤로 밀려나 있습니다. 기사는 생긴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카카오그룹
서울 도쿄 뉴욕 상하이 멕시코시티 파리 카이로 호찌민 상파울루.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메가시티(mega city)입니다. 1000만 명이 한 곳에 모여 산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어떻게 모여 생활할 수 있을까요? 1000만 명이 먹을 것, 잘 곳을 해결하고 도로, 전기, 보건, 안전 문제가 한꺼번에 처리되기 때문이지요.인류 문명사적으로 도시는 언제나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마법을 부렸지만, 1000만 명 규모의 메가시티는 20세기 들어서야 생겨났습니다. 도시의 대표 격인 미국 뉴욕의 과거는 오늘날 모습과 많이 달랐습니다. 뉴욕은 초창기 네덜란드 서인도회사가 있던 보잘것없는 무역촌이었습니다. 원주민과 무역상들이 모피와 구슬, 먹거리를 교환하던 곳이었지요. 네덜란드 정착민들은 뉴욕시가 쳐준 보호벽(Wall Street의 기원) 안에서 안전하게 장사를 했습니다. 18세기 뉴욕은 보스턴을 제치고 가장 큰 도시가 됐습니다. 사람들이 넘쳐났고, 상업과 무역이 번창했습니다. 6만 명이던 뉴욕 인구는 19세기 초반에 80만 명으로 급증했습니다. 일자리, 소득 기회, 기업할 기회가 풍부해지자 모든 것이 많아졌습니다. 사람도 자본도.18세기 영국 런던 주변으로 가봅시다. 산업혁명이 일어나자 사람들은 시골을 떠나 런던 주변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산업혁명이 필요로 한 노동력이 집중됐습니다. 산업혁명은 영국 도시 곳곳에서 꽃을 피웠습니다. 영국 노동자의 삶과 생활 환경이 지금보다 좋지 않았지만 당시 사람들은 도시의 삶이 시골의 삶보다 낫다고 생각했고, 기회를 잡기 위해 고향을 떠났습니다. 산업혁명 여파로 도시 공기가 나빴는데도 사람들은 삶이 척박했던 시골을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도시의 인구 집중은 1인당
누군가 여러분께 “도시가 좋아요, 시골이 좋아요?”라고 물으면 여러분은 어떻게 대답하시나요? 대답은 분명히 나뉠 겁니다. 도시가 더 좋다는 학생도 있고, 시골이 더 좋다는 학생도 있죠. 물론 ‘반반 치킨’처럼 반반씩 좋아하는 학생도 있을 수 있겠군요. 도시에 사는 학생, 시골에 사는 학생에게 같은 질문을 하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요? 이 대답 역시 개인의 선호에 따라 나뉠 겁니다. 도시 아이는 시골을, 시골 아이는 도시를 좋아하는 ‘교차 대답’이 나올 수 있겠습니다.개인적인 취향을 떠나서 인류 문명사적으로 도시와 시골을 한번 바라볼까요? 어떤 그림이 그려지나요? 여러분은 아마도 도시에 대해 매우 부정적일지도 모릅니다. 어지러울 정도로 건물이 높고, 자동차가 넘치고 경적소리가 시끄럽고, 수많은 사람이 출근하고 퇴근하고, 서로 경쟁하고 비즈니스로 숨 돌릴 틈 없이 바쁘고, 사건 사고가 많이 일어나서 정신이 하나도 없는 모습…. 반면에 시골은 조용합니다. 작은 언덕 위로 달이 뜨고, 나무 위에서 새가 울고, 소가 게으른 울음을 울고, 벌레가 윙윙 날아다니는 목가적인 모습….그런데 이런 소식이 들립니다. 시골에 젊은이들이 없다, 새로 태어나는 아이 울음소리가 끊겼다, 젊은 부부가 없다, 어르신들뿐이다…. 언덕 위로 별이 솟는 시골과 작은 마을을 떠나 왜 저 부정적인 도시로, 도시로 사람들이 올까요? 서울 뉴욕 런던 파리 도쿄 베를린 로마 모스크바 상파울루 홍콩 상하이 멕시코시티 카이로 뭄바이 하노이는 왜, 어떻게 거주 인구가 1000만 명이 넘는 거대도시가 되었을까 하는 질문이죠. 《도시의 승리》(에드워드 굴레이저)와 《최대 도시》(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낯서니까요. 늘 익숙한 환경에 생소한 것이 나타나면 경계부터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죠. 사람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동물들도 그렇죠. 서식지 옆에 새로운 것이 있으면 짐승들은 주위를 빙빙 돌면서 간을 봅니다. 없던 게 생겼다는 거죠. 새로 등장하는 기술도 그런 경계심을 낳습니다. 물론 새로운 것을 즐기는 부류도 있습니다. 얼리 어댑터(early adoptor)들이죠.[1] 새로운 것은 언제나 소수로 시작합니다. 당연하겠지요. 소수가 다수가 되는 것, 그것이 문명화의 메커니즘입니다. 이것은 찰스 다윈이 말한 진화론과 매우 비슷한 궤적을 그립니다. 처음에 변이(소수)가 생깁니다. 이것이 서서히 환경에 적응하죠. 그리고 가장 잘 적응한 것이 선택되어서 다수로 재생산된다는 설명입니다. 플랫폼이라는 사업 영역이 딱 이렇습니다. 신문이라는 플랫폼을 예로 들어 볼까요? 옛날(?) 사람들은 종이신문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뉴스를 접했습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인터넷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플랫폼 형태가 온라인으로 변했습니다. 지하철에서도, 바닷가에서도, 해외에서도 ‘OO닷컴’이라는 언론사 플랫폼에 접속합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컴퓨터와 온·오프라인 네트워크 기술이었습니다. 인터넷이죠. 인터넷도 처음엔 ‘소수’였습니다. 지금은 필수 기술이 됐지만요.[2] 넷플릭스라는 OTT(Over the Top:실시간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이 등장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Over the Top’이라는 뜻은 ‘Top을 넘어서’라는 것인데, 이것은 셋톱박스 없이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콘텐츠를 시청한다는 의미입니
LCC는 ‘low cost carrier’의 약자입니다. 저비용항공사로 번역됩니다. 그럼 FSC는 무엇일까요? full service carrier의 약자입니다. 적당한 한국말이 없는데 대체로 일반항공사라고 합니다. LCC와 FSC 차이점이 떠오르나요? FSC는 기내 식사와 같은 여러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래서 항공료가 비쌉니다. 반면에 LCC는 기내식 같은 ‘기름기’를 빼지요. 저비용항공이라고 불리는 이유죠. 참고로 우리나라엔 2개의 FSC가 있습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죠. LCC 사업자로는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플라이강원,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가 있습니다.이 기사는 ‘코로나19’가 항공업계에 준 타격이 정말 크다는 현실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서울~제주 항공료를 9900원으로 내려서라도 손님을 끌어와야 하는 LCC의 현주소가 잘 표현돼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LCC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째인데, 이렇게 어려웠던 적은 없었다는군요. LCC들의 경쟁은 티켓 가격 하락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내 최대 LCC인 제주항공이 9900원짜리 티켓을 내놓자, 에어부산 등 다른 LCC도 저가로 팔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적자가 심한 상태에서 비행기를 놀리는 것보다 싸게라도 운항해서 현금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입니다.LCC들은 대부분 항공기를 빌려서 쓰기 때문에 꼬박꼬박 빌리는 비용을 내고 있어요. 은행 차입금도 많아서 이자 비용이 늘어갑니다. 손님이 없다고 비행기를 공항에 세워두면 적지않은 ‘주차료’도 꼬박꼬박 내야 합니다. 이런 와중에 항공사들은 승무원을 어쩔 수 없이 많이 해고했습니다.시장이 축소되면서 몇몇 LCC의 주인이 바뀔 모양입니다. 이미 FSC인 아시아나항공이 대한
‘작은 거인’이라는 표현은 참 멋집니다. 몸집이라는 하드웨어는 작지만 그 몸과 정신이 만들어내는 소프트웨어는 위대하다는 의미겠지요. 언어가 뿜어내는 은유와 대비의 아름다움이 ‘작은 거인’ 속에 깃들었습니다. ‘작지만 강한 나라’는 어떤지요? 인구와 면적 중 하나가 다른 나라에 비해 비록 작지만 막강한 경제력과 군사력, 국민성을 가진 나라라는 인식을 줍니다. 우리는 이런 나라들을 ‘강소국(强小國)’이라고 부릅니다.세계 지도를 펴놓고 보면 우리는 대륙별로 강소국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아시아에선 대만, 싱가포르가 가장 눈에 띕니다. 대한민국은 강소국이라기엔 좀 큽니다. 강대국은 아니지만 강중국은 될 듯합니다. 대만은 우리나라의 경상남북도를 합친 크기의 작은 나라지만, 어느 나라에도 지지 않는 강한 중소기업 경제를 구축한 ‘큰 나라’입니다. TSMC라는 반도체 제조회사는 미국이 부러워할 만큼, 그래서 중국으로부터 보호해줄 만큼 높은 경쟁력을 지녔습니다. 싱가포르는 면적과 인구면에서 모두 서울보다도 훨씬 작지만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경제 자유도와 개방성을 앞세워 부자 나라가 됐습니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해양 물류 기지라는 점을 경제자유와 개방성과 엮어서 특화한 결과입니다. 싱가포르의 1인당 국민소득은 이미 한국의 두 배를 넘었습니다.중동 지역에선 이스라엘과 카타르가, 유럽에선 스위스,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핀란드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스라엘은 늘 이슬람 국가들과 분쟁을 겪지만 강소국의 지위를 잃지 않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이스라엘의 강점인 혁신 경제가 있습니다. 생명과학, 바
‘작지만 강한 나라’를 꼽을 때 우리는 몇 가지 기준을 적용해야 합니다. 나라가 작다고 할 때 우리는 첫째 국토 면적, 둘째 인구수를 잣대로 사용합니다. 그렇다면 ‘강한 나라’는 무엇을 기준으로 잴 수 있을까요? 객관적인 지표로 우리는 대개 1인당 국민소득, 국민총생산(GDP), 군사력 규모를 따질 겁니다. 국민의 행복 정도를 잣대로 사용하면 어떠냐는 시각도 있습니다만, 행복은 매우 주관적이어서 국가끼리 비교하기가 어렵습니다. 행복은 개인 사이에서도 천차만별인 게 사실이죠.세계 지도를 펴놓고 국토 면적이 작거나 인구가 적거나, 하지만 잘사는 ‘강소국들’을 한번 뽑아보세요. 어떤 나라가 떠오르나요? 아시아 쪽에서 싱가포르가 먼저 생각나는군요. 이 나라는 어촌에서 출발한 강소국입니다. 싱가포르의 국토 면적은 728.3㎢로 서울 면적인 605.2㎢보다 조금 더 큽니다. 인구수는 587만 명으로 서울 인구 998만 명보다 400만 명가량 적습니다. 그러나 1인당 국민소득은 6만3900여달러 수준으로 세계 톱 10에 듭니다. 우리나라 3만1400여달러보다 2배 더 많습니다. 강소국이라고 할만 합니다.서쪽으로 가볼까요? 이스라엘은 강소국입니다. 이스라엘의 면적은 겨우 2만㎢입니다. 대한민국 면적 10만㎢의 5분의 1 크기입니다. 인구는 830만 명 정도로 서울보다 적습니다. 1인당 소득은 4만2800여달러에 달합니다. 중동에도 강소국은 있습니다.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카타르가 눈에 들어오는군요. 석유가 땅에서 솟는 나라들입니다.유럽으로 건너가면 강소국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스위스, 스웨덴, 핀란드, 벨기에, 아일랜드가 있습니다. 국토 면적과 인구
디젤 차를 사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는 기사입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네요. 먼저 첫 문장에 디젤 차량이라는 말이 나오는군요. 여러분, 디젤이 무엇인지 아세요? 디젤차 디젤차 하지만 디젤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의외로 적습니다. 디젤은 사람 이름입니다. 독일 기계기술자 이름이죠. 이 기술자는 1858년에 태어나서 1913년 타계했습니다. 본명이 루돌프 디젤(Rudolf Diesel)이었죠. 기계를 잘 만졌던 이 사람은 당시 개발 경쟁이 붙었던 자동차 엔진을 만들어 보려 노력했습니다. 1897년에 그가 만든 엔진을 디젤 기관이라고 이름 붙었죠. 참고로 디젤차처럼 사람 이름이 차 이름에 많이 붙어있다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디젤 차는 한때 친환경차로 각광받은 적이 있습니다. 디젤 엔진에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는 저감장치를 장착했다는 마케팅 전략이 통한 결과였죠. 그래서 ‘클린 디젤’이라는 칭호를 얻기도 했습니다. 경유를 쓰는 디젤차가 휘발유를 쓰는 차량보다 연료 효율이 높고,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매우 적다는 이유였죠.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디젤차 생산을 늘리라고 정부가 장려하기도 했죠. 기사 중간에 이런 이유로 디젤 차 판매가 급격하게 늘었다는 수치들이 나와 있습니다. 경유를 쓰는 디젤차를 늘리기 위해 정부가 혼잡통행료를 면제해주고, 공영주차장 이용료를 절반으로 깎아주고, 심지어 환경개선부담금도 덜어줬어요. 그러니 판매가 늘었던 거죠.그러나 경유차도 휘발유차 못지않게 오염물질 배출이 많고,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 대비 90%까지 올라오면서 기름값 절감효과가 감소해 인기도 시들해졌습니다. 국제 석유 가격이 급락하면서 휘발유 가격도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영역이 바로 금리입니다. 금리는 돈을 빌려 쓸 때 지불해야 하는 가격을 말합니다. 이자율이라고도 보통 알려져 있는데요. 금리는 한국은행과 금융기업 간에 주로 쓰이는 상위 개념이고, 이자율은 금융기업과 일반 금융소비자 사이에 쓰이는 하위 개념이라고 보면 됩니다. 금리가 이자율에 영향을 미치죠.첫 문장에 나오는 기준금리는 한국은행의 정책결정 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의장 한국은행 총재)가 정합니다. 돈의 가격에 기준이 된다는 의미에서 기준금리라는 말이 붙었습니다. 기준금리가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각종 금융 이자율이 줄줄이 변합니다. 첫 문장의 주어가 한국은행인 이유를 아시겠죠? 금통위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하는 일이 무엇인지는 독자 여러분이 한 번 찾아보세요.한은이 기준금리를 언제 인상할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그럴 의사는 있는 모양입니다. 한은은 경기 변동, 경제 상황 등 여러 가지를 감안해서 기준금리를 내릴지, 올릴지, 그대로 둘지를 결정합니다.한은이 금리를 인상하는 이유는 금리를 내리는 이유와 반대입니다. 한은은 경제가 어렵고, 기업이 투자를 꺼릴 때, 물가가 지나치게 낮을 때 대체로 금리를 내리는 조치를 취합니다. 돈을 빌려 쓰는 데 따른 비용을 낮춤으로써 차가워진 경제, 위축된 투자심리를 자극하는 것이죠. 시중에 낮은 비용으로 돈이 많이 풀리도록 해서 경제를 데우는 겁니다. 금리 인상은 차가웠던 경제가 살아나고 기업이 과도하게 투자할 때, 물가가 오를 기미가 있을 때(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려 있을 때) 취해진다고 보면 됩니다.코로나 팬데믹으로 경제가 많이 얼어붙자 한은은 기준금리를 연 0.5%까지 내
통계는 숫자로 표현된 과거입니다. 미래에 대한 통계가 있을 수 없는 이유죠. 통계가 중요한 이유는 통계를 통해 과거의 패턴을 살펴보고 모형화해서 미래를 짐작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통계는 있는 그대로 산출돼야 합니다. 예를 들어 당국이 경제성장률이나 실업률 통계를 낼 때 관련된 숫자를 편의에 따라 부풀리거나 줄인다면, 우리는 그 통계를 믿지 못합니다. 잘못된 통계는 잘못된 해결책을 내게 되고 결국, 통계 하나가 국가의 자원을 불필요하게 소모하게 만들고 맙니다.우리가 각종 통계를 정확하게 보기 위해선 기본적인 식견이 있어야 합니다. 통계를 제대로 보는 데 방해를 일으키는 요소는 많습니다. 편견은 대표적인 장애물입니다. 편견을 가지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만 믿는 확증편향에 빠집니다. 잘못된 지식과 정보도 통계를 잘못 읽게 합니다. 퍼센트(%)와 퍼센트포인트(%p)를 구분하지 못하면 오류에 빠집니다. 책 두 권을 소개하겠습니다. 《통계의 함정》이라는 책과 《팩트풀니스》입니다. 여름 방학 때 사서 꼭 읽어보세요.통계를 볼 때 절대치와 상대치를 제대로 구분할 줄 알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5년 전보다 바다 상어 공격 피해가 두 배 증가했다는 통계 기사가 있다고 칩시다. 여러분은 아마 바다에서 수영하기 싫을 겁니다. 두 배는 위험의 상대수치입니다. 실상은 2건에서 4건으로 늘어난 것인데, 과장을 좋아하는 언론은 두 배 늘었다고 표현합니다. 5년간 겨우 2건이 늘었을 뿐이죠.이런 절대치와 상대치 바꿔치기는 의외로 많이 나옵니다. 관심을 끌려 할 때 이런 수법이 동원됩니다. 바다로 놀러 가는 수많은 사람 중 사고가 4건밖에 발생하지 않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지만, 나라는 신용등급순이에요.” 지구촌 경제에서 국가별 신용등급은 중요한 신호등입니다. 신용등급이 높은 나라에는 서로 돈을 빌려주려 하고, 신용등급이 낮은 나라에는 서로 돈을 빌려주려 하지 않죠. 신용등급은 개인들이 중요시하는 의리, 우정, 관계로 평가되지 않고 오로지 ‘돈을 잘 갚느냐 마느냐’로 결정되기 때문이죠. 국가 신용등급 평가에 인간미는 없습니다.나라도 개인이나 기업처럼 돈을 빌릴 때가 있습니다. 돈을 서로 빌려주고 받으려면 공신력 있는 신용평가가 뒤따라야 합니다. 믿을 만한 신용평가 주체와 객관적인 평가 항목, 잣대가 필요하죠. 신용평가는 그 성격상 돈을 많이 빌려주거나, 세계 경제를 이끄는 나라에서 발달했습니다. 미국이죠. 돈을 빌려준 뒤 떼이지 않으려면 국가별 신용등급이 있으면 좋겠지요.국가신용평가와 관련한 신문 기사나 방송 보도가 나올 때 여러분은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000사’라는 표현을 들은 적이 있을 겁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Moody's), 피치(Fitch)를 말합니다. 미국이 번창하던 19세기 중반과 20세기 초기에 설립됐다고 하니 신용등급 평가 노하우가 어마어마할 듯합니다.신용평가사들은 서로 각자 독특한 방식으로 등급을 표현합니다. 영어 알파벳 대문자 A, B, C, D와 소문자 a, b와 1, 2, 3 숫자를 이용합니다. A가 많을수록 좋다고 보면 됩니다.신용등급이 낮은 나라와 기업은 돈을 빌릴 때 높은 이자를 지불해야 합니다. 돈 갚을 능력이 그만큼 낮기 때문에 이자를 많이 내야 하죠. 신용이 높은 사람이 은행에서 낮은 이자율로 돈을 빌리는 것과 같습니다. 돈을 빌려 놓고선
여기 A, B 두 나라가 있다고 합시다. A국가의 신용등급은 매우 높고, B국가의 신용등급은 매우 낮습니다. 세계 경제가 갑자기 어려워지자 A, B 두 나라가 각각 국제 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리려 합니다. 금융시장은 어느 나라에 돈을 더 빌려주려 할까요? A국가입니다. 국가 신용등급은 어느 국가가 더 의리가 있느냐, 어느 국가가 더 양심적인가에 따라 정해지지 않고 오로지 ‘어느 국가가 빚을 더 잘 갚을 능력이 있나’에 따라서 정해집니다.나라별 신용등급은 공신력을 갖춘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정해서 발표한다는 것을 앞면에서 배웠습니다. 그럼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어떤 잣대로 신용등급을 분석하고 결정할까요? 신용등급을 정할 때 어떤 분석 항목을 기준으로 삼는가 하는 겁니다.첫째는 경제성장률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고 계속 추락한다면, 즉 돈을 잘 벌지 못하면 돈을 빌려주려는 시장은 이 나라를 의심할 겁니다. 돈을 빌려줬다가 떼이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드는 거죠. 국가 간 돈 거래 역시 개인 간 돈 거래와 기본적으로 같은 것이죠. 반대로 경제가 꾸준히 견조하게 성장하는 나라, 즉 일을 열심히 하면서 돈을 잘 버는 나라는 돈을 잘 빌릴 수 있습니다. 이런 나라엔 서로 돈을 빌려주려 할 겁니다. 이자와 원금을 잘 받을 수 있을 테니까요. 경제성장률은 ‘한 나라의 펀더멘털(fundamental)’을 따질 때 꼭 들어가는 항목입니다.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면, 회복 기미가 없으면, 신용평가사들은 신용등급을 내리려 합니다.둘째는 외환 보유 상태입니다. 나라끼리 무역 등 국제 거래를 할 때 거래 결제는 기본적으로 미국 달러로 이뤄집니다. 일본 엔화, 유럽연합(
암호화폐 가격이 크게 출렁이고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영원한 안전자산인 금(gold)에 투자하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 기사입니다. 금을 사겠다는 사람이 증가한다는 것은 곧 금 가격이 오른다는 것을 의미하겠지요. 금값이 약세에서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대목이 눈에 들어옵니다.문제는 왜 금을 사겠다는 사람이 늘어나느냐에 있죠. 그 이유가 바로 기사의 첫 문장과 둘째 문장에 들어 있습니다. 분석 기사는 첫째 이유로 인플레이션 우려를 들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통화량 증가를 의미합니다. 시중에 돈이 늘어나면 돈값은 싸지고 돈을 주고 교환해야 하는 모든 것의 가격이 올라갑니다. 전형적인 인플레이션이죠.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등 거의 모든 나라가 코로나 이후 경제를 살리기 위해 돈을 풀었어요. 그 후유증이 바로 인플레이션입니다.시중에 넘쳐나는 돈은 어디로 흐를까요? 집에 현금으로 있거나, 은행에 저축돼 있거나, 어딘가에 투자될 겁니다. 경제가 불안한 상태라면 어떻게 될까요?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가급적 안전한 곳에 투자하거나, 아니면 조금 위험하더라도 수익률이 높은 곳에 투자하려고 할 겁니다.그래서 최근 사람들은 비트코인이라는 암호화폐에 많이 투자했습니다.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많은 암호화폐 가격이 급등했던 이유였습니다. 돈이 몰리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6만달러를 돌파하기도 했지요. 참고로 비트코인이 처음 등장했던 2009년 10월 비트코인 가격은 겨우 0.000994달러였습니다. 12년이 지난 지금 가격은 엄청나게 올랐습니다.그런데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 주말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급락한 것이죠. 변동성이 크다는 표현은 오
은행이라는 말에 왜 중앙이라는 단어가 붙었을까요? 이때 중앙은 은행 중의 은행이라는, 즉 으뜸은행을 의미합니다. 은행들의 왕초라는 뜻이지요. 나라마다 왕초 은행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한국은행, 일본에는 일본은행, 영국에는 영국은행(영란은행), 중국에는 인민은행, 유럽연합(EU)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있습니다. 미국 중앙은행의 이름은 좀 독특합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라고 합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흔히 나오는 Fed(Federal Reserve System)입니다. 옛날에는 FRB(Federal Reserve Board of Governors)라고도 불렀으나 지금은 Fed로 통일됐습니다. 한국이나 일본처럼 국가명을 쓰지 않는 게 특이하죠. 독특한 역사에서 유래한 겁니다.우리가 현재 당연시하는 중앙은행은 17세기 말에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근대적 의미에서 중앙은행의 원조는 1694년 탄생한 영국은행(Bank of England)을 꼽습니다. 이전에 네덜란드와 스웨덴에 일종의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비셀방크(Wisselbank)’와 ‘릭스방크(Riksbank)’가 있었지만, 중앙은행의 핵심 업무인 화폐 정책과 물가 정책을 수립하고 이행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영국은행은 영국 왕 윌리엄 3세가 프랑스와 전쟁을 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왕이 아니라 영국 의회가 주도해서 만들었죠. 당시 의회가 이 은행에 은행특허를 내줬습니다. 영국은행은 150만파운드를 마련했습니다. 영국 금융시장이 자주 크고작은 공황 상태에 빠지자 역할을 늘렸습니다. 설립된 지 150년가량 지나서야 영국은행은 은행 중의 은행이라는 지위를 받았습니다. 영국 의회는 1844년 은행법을 개정해서 (1)화폐를 발행할 수 있는 발권력과 (2)금융 위기 때 은행들을 지
실업급여는 근로자가 실직해서 재취업 활동을 하는 기간에 지급하는 급여입니다. 실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생계 불안을 덜어주면서 생활에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복지 제도입니다. 매달 월급을 받던 사람이 못 받으면 불안을 느끼게 되는데 그 소득 손실을 소정의 실업급여로 메울 수 있으면 좋겠지요. 그러면서 실직자는 다시 일할 자리를 알아본다면 불안이 덜할 겁니다.실업급여는 고용보험제도 아래에서 운용됩니다. 취직한 근로자들은 고용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돼 있습니다. 근로자가 절반, 회사가 절반을 내서 고용보험 기금을 조성하게 되지요. 그러나 실업급여는 실업 위로금이 아닙니다. 적극적으로 재취입하려 한 활동을 인정하고 지급합니다. 실업급여를 받고 그냥 놀라는 게 아니라는 뜻이죠.문제는 실업급여의 본래 목적이 퇴색한다는 데 있습니다. 기사는 그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실업급여가 반복적으로 받으려는 행태를 늘린다는 점입니다. 이것을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라고 합니다.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찾기보다 찾는 흉내만 내고 실업급여를 반복적으로 받아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거죠. 이로 인해 실업급여에 들어가는 돈이 엄청나게 늘어서 고용보험 전반에 부담을 준다는 겁니다. 3회 이상 받아간 사람 수가 기사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그다음 문제는 실업급여액이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받는 최저임금보다 많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누가 일하려 하겠습니까? 하루 8시간, 주 5일 일하면서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은 179만5310원을 받는데, 실업급여 최하한액이 181만원이라는 대목이 기사 중간에 있습니다. 일보다 실업상태를 선택하게
2022년부터 대학이 필요한 입학 정원 학생 수보다 대학에 입학할 학령 인구수가 적어지기 시작한다는 뉴스입니다. 위 그래프 파란색 안의 숫자는 고3 학령 인구수를 표시하고 밖의 누런 색 안에 있는 숫자는 전국 대학들이 뽑으려 하는 정원 총계입니다. 2018년만 해도 대학에 가고자 하는 학령 인구수가 월등하게 많았습니다만, 해가 갈수록 그 차이가 줄어드는 추세가 뚜렷합니다. 2020년과 2021년 거의 같다가 2022학년도부터 학령 인구가 정원보다 적어지기 시작했네요.이런 현상은 아이를 덜 낳는 추세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출산율이 대표적인 지표인데요. 유엔인구기금이 조사한 각국 출산율 보고에 따르면 한국 출산율은 2년 연속 세계 꼴찌를 기록했습니다. 한국 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는 1.1명(통계청 기준으로는 0.98명)이라는 것인데요. 198개국 중 198위였어요. 세계 평균은 2.4명이고요. 가장 높은 출산율을 기록한 니제르(6.6명)보다 6분의 1이나 덜 낳는 것이죠. 결국 한국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인구가 줄어 대학에 갈 수 있는 학령 인구와 입학정원 간 차이는 더 커질 전망이죠. 한국은 인구가 줄어드는 나라 중 가장 위험한 나라에 듭니다. 즉 태어나는 아이 수보다 죽는 사람의 수가 더 많다는 것이죠.이런 추세는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까요? 정부는 ‘인서울’ 입학정원을 줄이면 지방대학으로 신입생이 흘러들어갈 것이라고 판단하는 듯합니다. 이것은 좋은 대책일까요? 일단 인서울 대학이 반대합니다. 인서울 대학들도 입학생을 줄이면 대학을 운영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가뜩이나 학생이 감소해서 고민인데 입학생을 계속해서 줄이
[A 학생] 코로나바이러스 백신(vaccine) 특허권은 인류의 건강을 위해 중지되고 제조 기술은 공유돼야 합니다.[B 학생] 아니죠. 특허가 인정돼야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혁신에 투자하려는 개인과 기업이 생겨나는 것이죠.“백신 특허는 세계인 모두가 이용해야 하는 공공재”라는 A의 의견과 “특허를 인정해주지 않으면 누가 자기의 노력과 자본을 들이려고 하겠는가”라는 B의 의견 중 어느 쪽에 마음이 끌리나요?최근 코로나19 백신 제조기술을 세계가 공유하자(특허 유예)는 목소리가 미국에서 나오면서 논쟁이 일고 있습니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 논란에 불을 붙이자마자 세계 여론은 둘로 나뉘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세계 경제와 삶에 중대한 타격을 주는 질병이므로, 피해 최소화를 위해 백신 제조기술을 공유하자는 의견에 세계 여론은 기우는 듯합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위스, 러시아, 중국이 당장 찬성하고 나섰습니다. 특허 공유에 가장 강하게 반발하는 나라는 독일입니다. “특허를 인정하지 않으면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독일의 주장에 알 만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도 가세했습니다. 화이자의 앨버트 불라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대표적인 인물입니다.지식재산권(특허권, 저작권, 상표권)을 둘러싼 이 같은 논쟁은 매우 오래된 것입니다. ‘특허의 두 얼굴 논쟁’ ‘지식재산권과 정의의 문제’라는 것인데요. 즉 권리 보장은 혁신의 원동력이라는 견해와 독점화로 인한 정의 훼손이라는 견해의 대립이죠.과거 특허권은 왕이 수여하는 특별한 권리였습니다. 왕이 주지 않으면 누구도 특허권을 갖지 못했습니다. 저작권, 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일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특허를 유보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특허를 유보할 수 있다”는 말은 백신을 개발한 제약사의 권리를 일시 정지해서 세계가 제조 기술을 공유하자는 말과 같습니다. 백신을 각국이 만들어 쓰자는 것이지요. 그러자 세계가 둘로 나뉘었습니다. 바이든 의견에 찬성한 라인(프랑스, 이탈리아, 러시아, 중국)과 반대한 라인(독일과 영국, 제약사, 대기업 CEO들)이죠. 어느 쪽이 정의인가요? 이 논쟁은 백신 이슈에만 국한돼 있지 않습니다. 숱한 논쟁들이 ‘정의 문제’에 갇혀서 우리의 생각을 어렵게 만듭니다. 백신은 의료 문제 vs 특허 없으면 누가 만드나‘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지난해, 인류는 백신을 찾느라 아우성이었습니다. 제약사들은 원래 백신을 잘 만들지 않습니다. 투자비는 막대한 반면 성공할 가능성은 적기 때문이죠.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개발에 어느 정도 성공한다고 해도 문제입니다. 바이러스는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변종으로 변이하죠. 방금 만든 백신은 헛고생이 되고 맙니다. 독감 예방주사를 계절에 따라 맞습니다만, 그 주사가 반드시 효과를 낸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바이러스 변이 때문입니다.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인류의 대응은 조금 예외적이었습니다. 갑작스럽고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팬데믹에 제약사들은 기존 노선에서 이탈해서 개발에 나섰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 개발할 수 있으면 ‘대박 찬스’가 있었던 거죠. ‘대박 찬스’가 없었다면? 제약사들은 아마 만들지 않았을 겁니다. 정부가 예산을 댈 터이니 무조건 만들라고 긴급명령을 할 수 있습니다만, 가능성이 없다면
학생들에게 편의점은 작은 천국 같은 곳이죠. 친구들이랑 밖을 바라보며 앉아서 컵라면을 먹어본 적이 있지요? 방과 후 편의점에서 사먹는 라면, 삼각김밥, 소시지, 음료, 아이스크림은 정말 맛있지요.이 기사는 손님 한 명이 편의점에서 한 번에 쓰는 액수가 늘었다고 얘기합니다. 첫 문장을 볼까요? 기사는 ‘점포 수 포화에도 불구하고’라는 문구로 시작합니다. 점포 수가 포화 상태에 있다는 것은 사실일까요? 두 가지 측면에서 봐야 합니다. 첫째, 정부가 기존 점포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점포 출점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포화 상태인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기사 뒤쪽에 가면 ‘GS25와 세븐일레븐은 새 점포 후보지에서 250m 안에 자사 점포가 있으면 기존 점주 전원의 동의가 있을 때만 출점하고 있다’가 있지요. 점포를 더 만들고 싶어도 만들기 어려운 상태이므로 점포 수 포화 여부는 불확실합니다. 그렇다면 출점 제한 조치는 누구에게 유리할까요? 소비자? 기존 점포 기득권자? 맞습니다. 기존 점포자에게 유리하죠. 정부가 신규 점포 거리 제한 조치로 시장 경쟁을 막아주기 때문이죠. 그럼 누구에게 불리할까요? 맞습니다. 소비자에게 불리합니다. 기득권자는 신규 경쟁자가 생기지 않기 때문에 서비스 질을 올린다거나 시설을 좋게 할 필요가 없습니다. 경쟁이 이뤄지면 소비자는 좋은 곳, 보다 나은 곳을 선택할 수 있는데 못하게 됐습니다.시장이 포화됐다고 장사를 망치지 않는다는 점을 기사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점포 주인들은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시장이 포화됐다고 망연자실하게 있지 않습니다. 마케팅 수단을 발휘해서 위기를 돌파하죠. 그 마케팅 전략 중
실업(unemployment) 개념은 제법 복잡해서 한마디로 ‘뭐다’라고 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실업률을 알려면 기본적으로 총인구 수, 생산가능인구 수(15세 이상), 14세 이하 인구 수, 경제활동인구 수, 비경제활동인구 수, 취업자, 실업자를 분류할 줄 알아야 합니다. 실업이 발생하는 이유와 형태도 복잡하죠. 우리는 실업의 종류 중에서 비자발적 실업(일할 능력과 현재의 임금 수준에서 일할 의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수요 부족으로 취업 기회가 없는 것)을 협의의 의미에서 실업으로 많이 부릅니다. 아버지 형 오빠 누나 언니 삼촌이 일할 의사와 능력을 가졌는데도 집에서 쉬고 있는 경우죠. 경제학자 존 매이너드 케인즈는 비자발적 실업이 없는 상태를 ‘완전고용 상태’라고 정의했습니다.모든 나라의 정부는 실업자가 많은 것보다 적은 것을 선호합니다. 일할 능력과 의사를 가진 모든 사람이 직장에서 일하고 소득을 얻을 수 있는 국가가 좋은 나라겠지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일할 능력이 있지만 현재의 임금 수준에 만족하지 못해서 실업 상태를 선택하는 사람도 있고, 현재의 직종을 바꾸기 위해 직장을 떠나는 경우도 있고, 더 나은 직장을 잡기 위해 실업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는 자발적 실업이라고 할 수 있겠죠. 개인의 다양성이 만들어 내는 좋은 실업이라고 해도 될까요?개인 차원을 벗어나 실업을 더 늘리는 요인도 있습니다. 경제학자들은 최저임금제가 실업을 늘린다고 보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최저임금이 크게 인상됐을 때 실업률이 올랐던 것 혹시 기억하세요? 정부가 임금 소득을 늘려주기 위해 최저임금을 올린 결과, 그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무엇이 투자인가, 무엇이 투기인가, 무엇이 도박인가”라고 누가 물으면 우리는 쉽게 대답하지 못합니다. “내가 하면 투자이고, 남이 하면 투기이고, 나쁜 사람들이 하면 도박이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지만, 글쎄요. 묻는 사람에게 이렇게 대답하면 “지금 나를 놀리냐”는 핀잔을 들을 가능성이 높습니다.핀잔을 덜어줄 뚜렷한 구분 방법이 없는 것 또한 현실입니다. 그것에 대한 학문적 정의는 없으니까요. 이 책 저 책, 이런 강의, 저런 강의를 뒤져봐도 어떤 것이 투자이고, 어떤 것이 투기인지를 직관적으로 알기 어렵습니다.투자, 투기, 도박 중 도박은 비교적 쉽게 정의할 수 있을 듯합니다. 도박은 존재하지 않는 위험을 인위적으로 만든 게임입니다. 도박장에 들어가야만 생기는 위험이죠. 이에 반해 투자와 투기는 일상의 경제 활동에 기본적으로 내재돼 있는 위험과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방식입니다. 둘은 사촌 사이인 듯합니다. 내재된 위험과 불확실성을 잘 예측하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려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겁니다.투자와 투기를 어떻게 구분하면 좋을까요? 교과서적 관점으로 보면, 투자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위험을 피하거나 분산하면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다른 말로는 [대상물에서 나오는 배당, 이자, 임대료 같은 수익이 안정적일 때] 투자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보죠. 부동산을 사서 임대 사업을 하는 것은 투자일까요? 1가구 2주택을 사회악으로 보는 요즘 같은 세태라면 부동산 매입을 투자라고 부르기 어려울 겁니다. 만일 부동산 가격이 수년 전처럼 떨어지기만 했을 때 부동산을 사서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말이 많이 나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망가진 경제가 나아진다니 정말 좋군요. 워낙 경제가 나쁜 상태여서 조금만 좋아져도 많이 좋아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것을 ‘기저효과’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지하 10층에 있던 경제가 지하 3층까지만 올라와도 좋게 보인다는 의미입니다. 지상으로 올라오려면 아직 멀었는데도 말입니다.올해 1분기 경제성장 실적이 좋았다고 합니다. 1분기라는 표현은 한 해의 첫 3개월을 말합니다. 1년을 3개월씩 묶은 게 분기입니다. 1년에 네 분기가 있는 거죠. 국내총생산(GDP)이라는 개념은 1년 동안 국내에서 생산된 부가가치 총액을 말합니다. 외국인, 한국인 구분 없이 한국에서 생산된 부가가치 총액입니다. 1분기 GDP는 470조8467억원입니다. 이것은 2020년 4분기보다 1.6%나 늘어난 수치입니다. 경제성장률을 계산하고 발표하는 한국은행은 ‘깜짝 성장’이라고 표현했네요. 이 같은 실적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이전인 2019년 4분기(468조8143억원)보다 많습니다. 좋은 징후입니다.미국의 대표적 금융기업 JP모간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6%로 높게 잡았다는 표현이 있군요. 다른 국제기관들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으로 불리는 IMF(International Moneytary Fund)는 당초 3.1%보다 높은 3.6%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봤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즉 OECD는 2.8%에서 3.3%로 높여 잡았습니다.그러나 경제 전망은 잘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경제 예측이 잘 맞지 않는 이유는 언제 어디서 ‘검은 백조(블랙스완)’가 날아들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 많은 국제금융기관이
커버스토리독자 여러분! 지금 인터넷 뉴스 검색창에 광풍, 투기, 과열을 쳐보세요. 세 가지 뉴스가 뜰 겁니다. 비트코인, 부동산, 주식~. 뉴스를 자세히 읽어보면, 비트코인에는 광풍, 부동산에는 투기, 주식에는 과열이라는 말이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검색창을 통해서 본 세상은 온통 ‘광·투·과’에 물든 듯합니다. 부모님들은 부동산에, 형 누나 삼촌은 비트코인과 주식에 꽂혀서 사는 것처럼 보입니다. 광풍, 투기, 과열 현상이 빈번하게 등장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현재와 미래를 불확실하고 불안하게 느끼기 때문입니다. 불안과 불확실은 탐욕 심리를 부채질합니다. 우리나라에만 ‘광·투·과’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세계가 더 그렇습니다.사람들은 비트코인으로 한몫을 잡으려 합니다.2009년 비트당 0.000994달러였던 비트코인에 돈이 몰리면서 가격이 6만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7000만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사람들은 이것을 ‘탐욕의 광기’라고 부릅니다. 한국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유난히 더 높다고 하니 웬일인지요? 부동산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했습니다. 3억원 하던 변두리집이 두세 배 상승했고, 10억원 하던 서울시내 집이 20억원 이상으로 올랐습니다. 투기라고 야단이고 정부가 때려잡겠다고 또 난리입니다. 주식시장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과 ‘빚투(빚을 내서 투자)’로 달아올랐습니다.광풍, 투기, 과열, 탐욕의 역사는 인류 역사상 자주 나타났습니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있었던 ‘튤립 광풍’ ‘튤립 탐욕’은 유명합니다. 금융투기의 역사를 가르칠
행정소송은 개인이나 기업이 행정당국, 즉 행정청을 상대로 내는 소송입니다. 행정청(정부 또는 국가라고 봐도 무방)이 내린 처분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하고 행정청은 자기가 잘했다고 다툽니다. 이럴 때 가는 곳이 행정법원입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엔 행정법원 이외에도 민사법원, 형사법원, 가정법원, 특허법원 등이 있습니다. 다루는 소송이 각자 특화되어 있다고 보면 됩니다.행정소송이 엄청나게 늘었다는 것은 결코 좋은 뉴스가 아닙니다. “행정소송 홍수시대”라고 부르는 것을 보니 사태가 심각하긴 한가 봅니다. 관청의 처분에 억울함이 많다는 거지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다”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 “법원에서 만나자”는 거지요.기사는 행정소송 급증 이유로 법의 불안정성을 꼽습니다. 개인과 기업의 행위가 법에 저촉되는지가 불분명하고, 규제법이 갑자기 생겨서 어떤 법이 언제 생겼는지조차 알 수 없고, 시대에 맞지 않아 누구든 걸려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기자는 지적합니다.두 가지를 학문적으로 분석해 봅시다. 행정청은 가능한 한 규제하려 합니다. 칼이 있으면 베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인지라, 행정청은 규제권을 휘두르고 싶어 합니다. 법을 교묘하게 어겨가면서 이익을 보는 개인과 기업도 있지만, 규제권을 남발하는 행정당국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공공선택론’이라는 학문은 규제권을 적극 행사하려는 행정당국과 공무원의 기본 속성을 분석합니다. 공무원도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자기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는 겁니다. 규제가 늘어야 자기 일자리가 보전된다고 보는 것이죠. 행정당국은 그래서 늘 규제 법률을 가능한 한 많이
세금과 관련한 명언 하나를 읽어볼까요? “이 세상에 어떤 것도 확실하다고 말할 수 없다. 죽음과 세금을 제외하곤.(In this world nothing can be said to be certain, except death and taxes)” 벤저민 프랭클린(1706~1790)이 한 말입니다. 세금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죠. 많은 종류의 세금 중 하나가 바로 법인세입니다. 여러분이 나중에 창업하면 맞닥뜨리는 세금입니다. 기본 내용을 미리 공부해볼까요?법인세의 정확한 명칭은 법인소득세입니다. 개인소득세와 쌍을 이룹니다. 법인소득세는 이익을 낸 법인이, 개인소득세는 돈을 번 개인이 냅니다. 세금은 인간이 내는 것인데 왜 생명이 없는 법인(法人)이 낼까요? 국가는 언제나 세금을 많이 거두려 하기 때문에 법으로 기업을 사람처럼 인정한 겁니다. 법인은 어떻게 존재하게 되냐고요? 법원(등기소)에 설립 서류를 내면 법인을 세울 수 있습니다. 아기가 태어나면 구청에 출생신고를 하는 것과 같죠.법인세는 직접세이고 국세입니다. 직접세는 납세 의무자(신고 납부자)와 담세자(내는 자)가 같은 세금을 말합니다. 간접세는 둘이 다른 세금(예:부가가치세)입니다. 법인세는 중앙정부가 징수하므로 국세입니다. 지방세는 시도군구청이 거두는 세금입니다.법인은 내국법인과 외국법인으로 구분됩니다. 내국법인은 국내에 본점이 있는 경우입니다. 앞에서 법원 등기소에 가면 법인을 설립할 수 있다고 했는데 정확하게는 본점 소재지 등기소입니다. 경기 수원에 본점이 있으면 수원지방법원 등기소죠. 내국법인은 세금을 본점 소재지 세무서에 냅니다. 외국법인은 지점이 있는 소재지 세무서에 납부합니다. 과세 기간은 1년을 기준으로 합니다. 법인세율은 이익 규모 등에
“엄마, 어디 가세요?”“은행에 돈 찾으러 간다.”“예? 휴대폰 결제하면 되죠. 다 돼요.”“^^;;”은행을 보는 시각과 개념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요즘 학생들은 돈을 찾으러 은행에 간다는 부모님의 말을 즉각 이해하지 못합니다. 책도, 피자도, 모자도 모바일 결제로 사는 시대에 돈을 찾아서 지불한다는 개념이 옅어진 것이죠. 최근 은행 창구에 직접 가본 학생 비율은 얼마나 될까요? 제로(0)에 가깝지 않을까요?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무엇인지도 잘 모를 겁니다. 상황이 이러니까, 은행들이 지점과 ATM을 자꾸 줄입니다. 젊은 세대일수록 은행을 잘 방문하지 않기 때문이죠.은행들은 새로 등장하는 서비스로 무장해야 합니다. 빠르게 변하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하는 모바일 금융서비스가 아침저녁으로 등장하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도태됩니다. 은행들은 테크핀 기업 움직임에 주목하고, 핀테크를 접목해야 합니다. 테크핀은 카카오 같은 정보기술(IT) 기업이 금융업에 뛰어드는 것을 말하고, 핀테크는 기존 금융기업이 IT를 접목하는 형태를 말하죠. 경쟁은 피할 수 없습니다.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금융업의 역사는 고대 바빌로니아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만 은행업의 시초는 13~14세기 유럽에서 나타났습니다. 튼튼한 금고를 가진 환전상이 금을 보관하면서 금 보관증을 발행했죠. 이것이 화폐처럼 거래 수단이 됐습니다. 예금업무였고 지급업무였죠. 환전상들은 금 주인 중에서 10% 정도만 금을 찾으러 오고 나머지 90%는 금 보관증을 화폐처럼 계속 사용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환전상들은 남은 금 90%에 대한 증서를 발행해서 빌려주고 이자를 받았다고 합니다.
은행(銀行·bank)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급속도로 변하는 시대입니다만, 은행처럼 변화의 속도가 빠른 곳도 없는 것 같습니다.금융업의 역사는 고대 바빌로니아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만, 은행의 역사는 대체로 13~14세기 시작된 것으로 봅니다. 은행의 초기 모습은 상업과 무역이 빈번했던 곳에서 출현했습니다. 지중해 무역의 중심국가 이탈리아는 대표적인 곳이었죠. 상거래가 빈번한 곳에는 나라마다 다른 화폐가 오고 가죠. 환전상이 화폐 교환과 거래의 불편을 덜어줬습니다. 환전상이 사용하던 환전대가 뱅크(bank)라고 불렸다고 합니다. 은행의 어원이랍니다.환전상은 초보적 은행 업무로 돈을 많이 벌었습니다. 튼튼한 금고를 가지고 있던 이들은 귀족과 왕족의 금을 보관하게 됐습니다. 금을 보관했다는 증서를 금 주인에게 발행해줬지요. 보관비도 조금 받았다고 합니다. 금 주인은 무겁고 부피가 큰 금을 거래수단으로 사용하는 것보다, 가벼운 금 증서를 화폐처럼 쓸 수 있어서 편리했을 겁니다. 금 증서가 화폐 역할을 했던 것이죠. 그것을 가져가면 금을 내주니까요. 환전상이 예금은행이었던 거죠.환전상은 환전상 나름대로 맡긴 금을 이용했습니다. 환전상들은 금을 맡긴 사람 중 10% 정도만 금을 찾으러 온다는 패턴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이 말인즉, 환전상은 나머지 90%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줄 수 있고, 그 대가로 이자를 받아 챙길 수 있다는 거지요. 화폐를 지급, 결제, 유통한 겁니다. 오늘날 은행들이 예금액의 일정 비율 이상을 중앙은행에 예치해야 하는 지급준비율(예를 들어 10%)이 탄생하게 된 경험적, 이론적 배경입니다.환전 업무를 통해 돈을 크게 번 금융 가
학생들이 주식시장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선 주식 용어를 잘 정리해야 합니다. 코스닥(KOSDAQ)은 ‘Korea Securities Dealers Automated Quotation’을 뜻합니다. 미국의 나스닥(NASDAQ: National Association of Securities Dealers Automated Quotation)의 한국판인 셈이죠. 코스닥시장은 IT 등 벤처기업들이 자본을 조달하는 증권시장입니다. 코스피(KOSPI: Korea Composite Stock Price Index)시장, 코넥스(KONEX: Korea New Exchange)시장과 다릅니다.영국 축구 리그에 비유하자면, 코스피시장이 1부 리그, 코스닥시장이 2부 리그라고나 할까요! 1부 리그에 못 들어가는 기업들을 위한 시장이죠. 그렇게 해서 1996년 7월 1일 생겼습니다. 실제로는 코스피시장을 상위 시장, 코스닥시장을 하위 시장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여기에서 거래되는 종목들은 1부 리그에 속하지 않은 기업의 주식입니다. 성장성을 갖춘 바이오, 2차전지, 미디어콘텐츠, 게임주 등 중소벤처 주식들이 컴퓨터나 통신망을 통해 사고 팔리죠. 더 자세한 내용을 직접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대형주와 소형주는 주식의 크기에 따라 나누는 것이 아니라 발행된 주식의 시가총액(주식 수×현재 가격)이 크냐 작으냐에 따라 나뉩니다. 대형주, 중형주, 소형주로 나뉩니다. 대형주는 시가총액이 큰만큼 안정적일 겁니다. 소형주는 현재 가격이 낮은 주식이므로 불안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소형주는 이미 커버린 대형주보다 더 클 가능성이 있으므로 성장성이 부각될 수 있지요.기사 중에 나오는 ‘닷컴 버블’은 2000년 언저리에 등장한 닷컴 기업에 대한 ‘묻지마 투자’를 의미합니다. 인터넷이 본격화하고 관련 기업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오면서 ‘.com’을 표방
LG전자가 오는 7월 31일부터 휴대폰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 회사가 휴대폰 사업에 뛰어든 때가 1995년이니까, 사업 철수는 26년 만이네요. 26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수명입니다. 여러분은 혹시 팬택이라는 휴대폰 제조회사를 기억하시나요? 한때 삼성, LG와 경쟁했던 회사입니다. 그러나 팬택은 삼성과 LG의 ‘슈퍼파워’를 견디지 못하고 2015년 매각되고 말았습니다. 1991년 설립된 지 24년 만이었지요. LG폰이 지금 그 뒤를 따르고 있으니 LG폰 가족들의 기분이 어떨까요?LG전자의 휴대폰 사업 철수에서 여러분은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위 기사와도 관련돼 있는데요, 우리는 두 가지를 배울 수 있습니다. 첫째는 대기업이라고 다 잘나가는 건 아니라는 점이죠. 중소기업과 마찬가지로 대기업도 시장에선 한가롭게 지낼 수 없습니다. 대기업도 졸면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이지요. LG폰을 퇴출시킨 것은 누구일까요? 바로 소비자인 여러분입니다. 아무리 규모가 큰 대기업이라고 해도 소비자인 여러분이 구매해주지 않으면 생명을 이어갈 방법이 없습니다. LG폰의 퇴출은 여러분이 구매해주지 않은 결과이지요. 삼성과 애플이 건재한 이유는? 맞습니다. 소비자들이 많이 찾기 때문인 것이죠. 삼성과 애플은 가능한 많은 소비자를 만족시킨 대가로 건재하다는 말이죠. 삼성과 애플은 자국 소비자를 넘어 글로벌 소비자들을 만족시킨 결과 초대형 기업이 된 것입니다.위 기사로 돌아가 봅시다. 기사의 주제는 ‘글로벌 500대 기업’ 수에서 중국과 일본 기업이 늘었고, 한국은 줄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곧 다른 대기업이 한국 대기업들을 밀어냈다는 이야기와 같습니다. 글로벌 시장
미국 프로야구에서 뛰던 추신수 선수(40)가 한국 프로야구로 돌아왔습니다. 신세계가 창단한 팀 SSG 랜더스에 입단해 선수로 뛰기 시작했습니다. 신세계는 추 선수에게 연봉 27억원을 주기로 했답니다. 한국 프로야구계에서 마흔 살 선수에게 연봉 27억원을 쏜 전례는 없습니다. 추신수 선수가 2015년 미국 텍사스 레인저스와 맺은 ‘7년간 1억3000만달러(약 1500억원)’보다 턱없이 적은 금액이지만요.신세계가 은퇴할 나이인 추신수 선수를 데려온 이유는 성적보다 그의 스타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일부 야구 분석가는 “추 선수가 이미 몸값을 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추신수 영입 없이 창단했다면 SSG 랜더스의 이름이 지금처럼 광범위하게 알려졌겠냐는 겁니다. ‘추=SSG 랜더스’가 됐다는 것이지요. 추 선수는 구단 대표 모델로 활동하면서 모기업인 신세계를 유통 최강자로 알리는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롯데가 신경쓰는 이유죠. 또 추 선수 경기를 중계하는 방송과 그를 보러 오는 팬들이 많을 것이기 때문에 추신수 영입은 남는 장사라는 겁니다. 스타와 구단 가치는 우상향 관계?SSG 랜더스처럼 스포츠 구단들은 왜 많은 돈을 들이면서 스타 선수를 영입하려 할까요? 그리고 선수들은 왜 기를 쓰고 스타 선수가 되려고 할까요?먼저 구단 입장에서 살펴보죠. 미국 뉴욕 양키스와 LA 다저스 야구팀은 선수들의 연봉 총액이 높기로 유명합니다. 스타 선수를 경쟁적으로 영입하죠. 미국 경제전문 잡지 포브스의 분석에 따르면, 스타 선수를 보유한 구단은 우승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관중 입장권 수익, 유니폼 판매, TV 중계권료, 스폰서 수입, 상표권료, 주차장 수입, 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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