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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국가와 B국가는 수박 한 통과 참외 10개를 맞교환합니다. 수박과 참외는 1대 10의 등가성(等價性)을 가집니다. A국가와 B국가가 서로 교역을 한다면, 모든 것이 교환 비율을 가질 겁니다. 교환 비율은 고정되어 있거나 변할 겁니다. 수박 농사가 잘 안됐거나, 참외밭이 가뭄으로 망한 경우, 수박과 참외 교환 비율은 달라지겠지요.A국가와 B국가의 화폐는 어떨까요? 그것에도 교환 비율은 존재합니다. 그것을 우리는 환율(exchange rate)이라고 부릅니다. 환율이 달라지는 이유는 수박과 참외의 관계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한 가지 점에선 환율은 수박-참외와 같습니다. 환율도 수요와 공급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죠. 가령 H국가의 화폐를 원하는 나라와 기업, 개인이 많으면 즉 수요가 많으면, H국가의 화폐 가치는 올라갈(환율 하락) 겁니다. 반대라면, 화폐 가치는 떨어질(환율 상승) 겁니다.환율은 공급에 따라서도 변합니다. H국가가 필요 이상으로 돈을 많이 찍어 공급했다면 이 돈의 가치는 떨어질 겁니다. 남아메리카에 있는 베네수엘라는 돈을 인쇄기로 마구 찍어낸 결과 화폐 가치가 아예 사라졌습니다. 아무도 베네수엘라 돈을 받으려 하지 않습니다.환율은 한 나라의 경제와 정치 상황에 따라서도 바뀝니다. 예를 들어 C국가의 경제와 정치가 불안해지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갈 겁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가지고 있던 C국가의 화폐를 달러로 바꿔나갈 겁니다. 달러 수요가 급증하면? 맞습니다. C국가 화폐가 싸지고 달러가 비싸집니다. 환율이 폭등한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C국가가 투자하기 좋은 나라라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달러를 많이 가져와서 C국가 화폐로 바꿀 것입니다. C국가의 화폐 가치가 오를
생글 독자들이 시멘트 동향에 관심을 둘 이유는 없습니다만, 이 기사에는 재미난 경제 작동원리가 들어 있습니다. 레미콘 차량이 전국 시멘트 공장 앞에 줄을 서고 있다는 묘사는 경제적 흥미를 자아냅니다. 레미콘 차량들은 시멘트를 달라고 합니다. 시멘트를 보내달라는 전화도 빈번하게 울린다고 합니다.시멘트 파동은 갑작스러운 수급 불균형 때문에 빚어진 듯합니다. 수급 불균형이란 수요와 공급이 어떤 이유로 어긋나 있다는 경제 신호입니다. 이 신호는 가격으로 가장 먼저 나타납니다. 시멘트 수요는 갑작스럽게 폭발했는데 공급이 못 따라가면 가격이 치솟습니다. 가격 인상은 금방 전국으로 퍼집니다. 가격만큼 정확한 신호도 없답니다. 가격은 시멘트 공장으로 하여금 더 많이 생산하라고 경쟁을 부추깁니다.이 기사에 따르면 시멘트 수요가 급증한 원인이 두 가지랍니다. 하나는 지난 겨울 비교적 따뜻한 기온이 유지되면서 공사가 다른 때보다 많아졌다는 것이죠. 원래 1~2월은 공사 비수기인데 올 1~2월은 달랐다는 겁니다. 둘째는 이런 와중에 시멘트 생산업체들이 생산설비를 보수하면서 생산량이 더 줄었다는 겁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할까요? 수요는 늘었는데 공급은 줄었으니 “시멘트 좀 달라”는 아우성이 울려퍼지는 것은 당연하겠습니다.불균형은 시장이 해결할 겁니다. 시장은 정부의 개입 없이도 어긋난 불균형을 바로잡을 겁니다. 가격이 이미 신호를 보냈으니, 시멘트 생산업체들은 높은 가격에 자극받아서 서둘러 생산량을 늘릴 겁니다. 밤샘 작업도 마다하지 않겠지요. 칭찬은 코끼리를 춤추게 한다지만 높은 가격은 기업을 춤추게 합니다. 생산을 늘리면 곧 가격은
환율(換率·exchange rate)은 국가, 기업, 개인들에게 다양한 영향을 줍니다. 경제 주체들에게 환율은 올라도 영향을 주고, 내려도 영향을 주고, 가만히 있어도 영향을 줍니다. 환율이 변하지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국가별 환율이 딱 고정되어 있다면 우리는 경제신문 등에 실리는 환율 변동표를 보고 이렇게 저렇게 계산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환율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볼까요?(1) 환율은 국가 간 분쟁을 일으킵니다. 환율 전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환율 변동에 따라 나라별 이해 관계가 달라지기 때문이죠.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과 중국의 환율 분쟁입니다. 미중 환율 전쟁은 ‘총성없는 전쟁’으로 표현될 정도죠. 미국은 중국이 자국 화폐인 위안화 환율을 조작해 이익을 본다고 째려봅니다. 중국을 아예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거나, 환율조작 의심국가로 분류하기도 했죠. 잘 아시다시피 미국 달러의 가치는 시장에서 정해집니다. 중앙은행이나 정부가 개입하지 않습니다.반면 중국 위안화의 가치는 시장에서 정해지지 않습니다. 중국 공산당 정부의 통제 아래에 있는 중앙은행이 정하죠. 경제 상황에 따라 환율을 조작한다고 미국은 중국을 의심합니다. 미국에 수출을 많이 하기 위해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수출 가격을 낮게 해서 잘 팔리도록)는 거죠. 중국은 미국 주장을 부인합니다.국가 간 분쟁의 대표 사례로 ‘플라자 합의’가 꼽히기도 합니다. 1985년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세계 무역에서 대규모 흑자를 보고 있던 일본을 미국 플라자 호텔로 불렀습니다. 일본이 엔화 가치를 올리도록(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한 것이죠. 1
김봉진, 김범석, 김범수… 이런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그럼 이런 이름은 어떻습니까? 제프 베이조스, 리드 헤이스팅스, 일론 머스크….연대(年代)를 조금 뒤로 돌려볼까요? 이런 이름을 접해본 적이 있나요? 앤드루 카네기, 헨리 포드, 코닐리어스 밴더빌트, 존 록펠러…. 잘 모르시겠다고요? 그럼 이런 이름들은요? 정주영, 이병철, 스티브 잡스….이제 감을 잡으셨습니까? 맞습니다. 위험에 맞서고 불확실한 미래에 도전한 기업가들의 이름입니다. 한 사람씩 살펴볼까요? 사례연구(case study)는 어떤 이론 공부보다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사례를 면밀히 들여다보면 어떤 공통분모랄까, 패턴을 간파할 수 있습니다.김봉진은 ‘배달의민족’(배민)을 선보인 극한의 도전자입니다. 그는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라는 회사의 의장입니다. 옛날부터 배달은 하나의 서비스였죠. 자장면 배달은 오래된 배달 형태였습니다. 여러분은 이런 배달 서비스에서 사업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까? 사람들은 대개 배달을 알바(아르바이트)거리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김봉진 의장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모바일 네트워크와 모바일 앱을 배달 서비스와 묶는다면? 그는 이것에서 어마어마한 시장 잠재력을 간파했습니다. 경영학에서 많이 다루는 기업가의 촉, 감, 이런 거죠.기업가는 경영자와 다릅니다. 기업가는 생산요소를 잘 결합하는 경영자와 다른 기질을 지녔습니다. 경영자는 자본, 노동, 토지를 잘 엮어서 산출량을 늘리는, 즉 ‘Q=f(K,L)’ 함수를 잘 다루면 되지만, 기업가는 그 이상을 잘해야 합니다.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 모험과 불확실성에 도전하는 DNA를
“잘사는 나라에 살래, 못사는 나라에 살래”라고 묻는다면? 대부분은 잘사는 나라를 선택할 겁니다. 잘사는 나라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잘산다’는 개념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만, 우리는 상식적으로 경제력을 기준으로 삼습니다.1인당 국민소득(GNI), 국내총생산(GDP)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경제력 평가 잣대입니다. 행복을 돈으로 살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GNI가 높고 GDP가 큰 나라에 사는 나라 국민들은 긴 평균 수명, 많은 교육 기회, 건강한 삶과 여가를 즐깁니다. 내가 사는 나라가 잘살았으면 하는 건 인지상정(人之常情)일 겁니다. 텔레비전에 자주 나오는 ‘아프리카 돕기. 1만원을 기부해주세요’라는 광고를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다면, 아마도 여러분은 이런 질문을 해봤을 겁니다. “저 나라들은 왜 저렇게 못사나?”인류의 역사에서 ‘잘사는 것은 드문 일’이었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수천년간 절대빈곤 수준이었습니다. 이것을 ‘맬서스 함정’이라고 부릅니다. 인류가 깊은 함정에서 벗어난 때가 소위 ‘산업혁명 직후’부터였습니다. 대한민국은 1960년대를 지나 1970년대부터입니다.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에서 벗어난 직후 한국의 1인당 소득은 아프리카 케냐보다 낮았습니다. 한국은 이후 피나는 노력을 펼친 결과 지난해 GDP 기준으로 세계 10위권에 올랐습니다. 우리가 아는 거의 모든 선진국이 우리보다 앞섰습니다. 미국, 독일, 일본, 영국, 프랑스 같은 나라입니다.그러나 불행하게도 최근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떨어졌습니다. 코로나 감염병이 세계를 강타한 이유도 있습니다만, 경제성장을 뒷받침해
한 나라의 경제는 꾸준히 성장하는 것이 좋습니다. 경제는 나빠지는 것보다 좋아지거나 나빠지지 않는 것이 분명 낫습니다. 왜 그럴까요? 경제가 나빠지면 일자리가 사라집니다. 실업자가 많아지면 개인, 가정, 사회가 불안해집니다. 범죄가 늘어나고 양심, 도덕, 정의감, 질서의식도 옅어집니다. 혹자는 경제가 전부냐고 말하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가 산속에 들어가 기도생활을 하기로 합의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일(경제성장)을 열심히 해야 건강하고 여유있게 살 수 있습니다. 경제가 잘 돌아가게 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애덤 스미스(1723~1790) 이래로 많은 경제학자가 국부(國富)를 늘리는 방법을 두고 논쟁했습니다. 학자마다 이견이 있습니다만, 대체로 ‘다섯 가지 비법’으로 요약되는 것 같습니다. [1] 시장경제학자들은 18세기 산업혁명 이래 잘사는 나라들을 분석해봤습니다. 그랬더니 잘사는 나라들은 애덤 스미스가 지지한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었습니다. 시장경제는 가격(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메커니즘을 통해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는 체제를 말합니다. 시장경제를 가격경제라고 하는 이유죠.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한국은 대표적인 시장경제 국가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추계한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상위 국가를 보면 시장경제의 우수성이 잘 드러납니다. 1위는 미국입니다. 20조8073억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나옵니다. 2위는 중국으로 14조8608억달러(중국은 지금 시장경제를 표방합니다)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3위 일본(4조9106억달러), 4위 독일(3조7806억달러), 5위 영국(2조6382억달러), 6위 인도(2조5926억달러), 7위 프랑스(2조5515억달러), 8위 이탈리아(1조8
몇 개 용어를 먼저 알아볼까요? 뉴욕증권거래소는 미국을 대표하는 증권거래소입니다. 1817년 뉴욕 증권거래위원회로 등장했고 1963년 현재의 명칭을 갖게 됐습니다. 한국거래소와 같다고 보면 됩니다. 거래소는 주식과 채권을 사고파는 곳입니다. 기업들은 주식을 처음 공개할 때 거래소를 이용합니다. 거래소에 기업을 공개해 자본을 유치하는 것을 상장이라고 합니다.공모가는 ‘처음 공개하는 기업의 주당 가격을 얼마로 시작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공모가는 아무렇게나 정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기업 가치, 실적, 미래 가치 등을 감안해 결정됩니다. 쿠팡은 기업 자본을 확보하기 위해 1억3000만 주를 새로 발행했는데, 주당 35달러로 평가받은 겁니다. 쿠팡이 제시한 32~34달러보다 높게 평가된 겁니다. 좋은 기업이라는 뜻이죠.이날 쿠팡은 630억달러(약 72조원)의 가치를 지닌 기업이 됐습니다. 주당 35달러를 총 주식 수(기존 주식+신규 발행 주식)로 곱한 금액입니다. 이것을 시가총액이라고 합니다. 시가총액 순위에서 쿠팡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어 3위로 껑충 뛰어올랐다는 것은 ‘대박 뉴스’입니다. 이날 신규 발행한 주식을 통해 5조1706억원의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기업은 주식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합니다. 투자자는 왜 주식을 살까요? 기업이 성장하고 주가가 오르면 주식투자로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쿠팡은 왜 한국거래소가 아니라 뉴욕증권거래소로 갔을까요? 이것에 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첫째 이유로는 상장 규제가 꼽힙니다. 미국 뉴욕시장은 적자 기업이어도 상장을 받아줍니다. 테슬라가 대표적인 곳이죠. 테슬라는 한국거래소에 상장할 수 없습니다
소나 말 같은 동물이 아니라 자기 힘으로 가는 수레가 지구를 누비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1250년 나타났습니다. 로저 베이컨(Roger Bacon-프란시스 베이컨과 다름)이라는 철학자의 아이디어였죠. 아이디어는 ‘토머스 제퍼슨의 촛불’처럼 사람들을 타고 옮겨가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낳았습니다. 다른 사람이 불을 붙여 가도 내 촛불은 어두워지지 않는 것처럼, 아이디어도 그렇답니다. 자동차는 그렇게 잉태됐고 진화의 길에 들어섰습니다.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태엽으로 움직이는 것을 설계했습니다. 아이작 뉴턴은 물을 끓여 힘을 얻는 증기를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실행하지는 못했습니다. 1769년 자동차의 원본을 제시하고 실행한 사람이 등장했습니다. 그의 이름은 니콜라 조제프 퀴뇨. 프랑스 군인이었죠. 그는 무거운 대포를 옮길 수 있는 무엇인가를 생각하던 중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이라는 아이디어를 가져왔습니다. 커다란 증기 발생기를 실은 수레였죠. 증기의 힘을 바퀴에 전달하는 원시적 시스템도 달았습니다. ‘자동차’ 시현 날 이 물체는 최초의 자동차 교통사고를 내고 맙니다. 브레이크가 없어서 벽을 들이받은 겁니다.헤라클레이토스의 말(오래 지속되는 것은 오직 변화뿐이다)대로 퀴뇨의 자동차는 제법 오랜 기간 변화를 겪어야 했습니다. 100년 정도 뒤인 1883년 ‘혁신은 들불과 같다’는 말을 입증한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자동차 브랜드 ‘벤츠’의 주인공 카를 벤츠입니다. 독일인인 그는 가솔린의 폭발력을 이용한 엔진을 선보였습니다. 바퀴가 세 개인 자전거 같은 물체에 엔진을 달았습니다. 그가 만든 ‘모토바겐’의 속도는
뉴스를 해설하기 전에 퀴즈 하나를 내볼게요. 세계 여러 나라 중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 이상이고, 인구가 5000만 명 이상이며, 무역액(수출+수입)이 1조달러 이상인 나라는 몇 개일까요? 세 개의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나라는 7개뿐입니다. 그럼 대한민국은 여기에 들어갈까요? 네 당당히 들어갑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이탈리아 그다음이 한국입니다. 몇몇 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은 3만달러 이상이지만 인구가 적거나(스위스 싱가포르 네덜란드), 또 몇몇 나라는 무역액이 1조달러 이상이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 이하(중국 등)입니다. 여러분이 사는 대한민국은 ‘헬조선’이 아니라 ‘위대한 나라’입니다. 대한민국은 결코 작은 나라가 아님을 이런 지표를 통해서 객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1인당 국민소득이 개인의 행복을 규정하지는 않습니다. 행복은 각자에 달려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종교생활을 함으로써 행복을 느끼고, 어떤 사람은 세계를 대상으로 장사를 하면서 행복을 느끼고, 어떤 사람은 새로운 기계를 개발하는 데서 행복을 찾기도 합니다. 행복은 주관적인 개념이어서 그것을 잴 수 있는 객관적인 잣대는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국가 단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국가가 행복한 국가냐고 할 때 그 기준은 모호합니다. 모두가 종교인이라면 아마도 하루하루 예배를 하는 것에서 국민 전체가 행복을 느낄 수 있겠지요.우리는 국가 대 국가를 평가할 때 이런 주관적인 기준보다 객관적인 기준을 적용합니다. 그것이 경제학에서 말하는 거시경제 지표입니다. 거시경제 지표가 좋은 나라일수록 어릴 때 죽는 영아 사망률이 낮고, 질병으로 죽는 비율도 낮으며,
우리는 남의 것을 쓸 때 비용을 지불합니다. 세상에 공짜가 없진 않습니다만, 남의 재화와 서비스를 유료로 사용합니다. 돈을 빌릴 때는 어떨까요? 친구끼리 푼돈 거래를 한다면 공짜일 겁니다. 상대가 완전히 남이고 제법 큰 돈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우리는 요즘 다른 사람과 직접 돈거래를 잘 하지 않습니다. 은행이라는 매개를 주로 이용합니다. 은행을 통해 우리는 돈을 저축하기도 하고 빌리기도 합니다. 예금과 대출 때 우리는 이자를 받거나 이자를 냅니다. 우리는 일견 딱딱해 보이는 은행과 이자를 통해 안면이 전혀 없는 사람들과 거래를 합니다.이자도 일종의 물건(돈)값이기 때문에 오르내립니다. 돈을 빌리는 경우, 개인과 기업들의 신용도와 평판에 따라서, 국내외 경제 상황에 따라서, 화폐량에 따라서, 정치 상황에 따라서 이자율이 변한다는 뜻입니다. 신용도(credit)가 높으면 위험 정도가 낮기 때문에 낮은 이자율을 적용받습니다. 반면 낭비가 심한 개인이나 실적이 나쁜 기업은 돈을 빌리기 어렵거나, 높은 이자를 내야 합니다. 이자율을 보면 개인과 기업의 진면목이 보이는 것이지요.돈이 많이 발행되어서 시중에 풀려있다면 돈은 흔해질 것입니다. 흔한 것은 쌉니다. 이자율이 낮아지죠.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경제에서 이자율이 낮으면 개인과 기업들은 돈을 빌려 쓰려 합니다. 개인들은 돈을 빌려서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려고 할 것이고, 기업들은 투자를 늘리려 할 겁니다.반대로 이자율이 높으면 경제 주체들이 돈을 빌려 쓰길 꺼립니다. 이자율은 결국 돈을 원하는 수요와 돈을 내놓으려는 공급 간의 관계에 따라 정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자율은
우리는 해외 주식을 한국에서 사고 팔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두 가지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하나는 매매를 이어줄 수 있는 온라인 결제시스템입니다. 다른 하나는 두 나라 사이의 매매를 가능케 하는 신뢰, 약속, 개방 시스템입니다. 전자는 하드웨어, 후자는 소프트웨어인 셈입니다. 국가 간 거래는 하드와 소프트 웨어 위에서 이뤄지는 것이지요. 재화와 서비스의 거래가 자유롭지 못한 국가들도 있습니다. 우리는 개방적인 국가입니다만 북한과 같은 나라는 문을 닫고 살기 때문에 교환과 거래가 원활하지 않습니다.이 기사는 한국 투자자들이 해외주식을 많이 매매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막대 그래프 높이를 보면 당장 알 수 있습니다. 주식 거래액이 3개월 사이에 크게 늘었습니다. 수치는 윗 기사를 참고하시고요. 우리 투자자들은 테슬라라는 미국 기업의 주식을 좋아하는군요.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향후 성장성이 기대되는 기업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주가가 오를 것으로 보고 매수를 늘린 것이지요. 테슬라는 주식 발행수와 현재 가격을 곱한 시가총액이 삼성전자를 웃돕니다. 일론 머스크라는 이름을 들어보셨는지요. 바로 이 회사 창업자입니다. 우주 여행 사업을 꿈꾸고, 우주선 로켓을 재사용하는 기술을 상용화 하려는 기업가입니다. 운전자 없이 운행하는 자동차를 만드는 데도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초기 자동차 소비자들은 전기차를 우습게 여겼지만 지금 많은 소비자들이 테슬라 차를 찾고 있습니다. 헨리 포드가 자동차를 싼 값에 내놓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믿지 않았던 것처럼, 초기 전기자동차에 대
인류 문명이 사유재산권 개념을 제대로 정립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문화인류학자들은 사유재산권 사례를 여러 원시 문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만, 현대적 의미에서 사유재산권 개념에 논리적 기초가 놓인 때는 17세기이며, 대표적인 이론가는 영국인 존 로크(John Locke: 1632~1704)입니다. 로크 이전과 이후 사유재산권 개념은 분명하게 갈릴 뿐 아니라, 사유재산권 개념이 정립된 이후에야 인류는 빈곤과 진보의 문제들을 해결하게 됐습니다.존 로크는 《통치론》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내 몸과 내 마음은 나의 것이다. 공유물에 나의 노동을 결합하면 그 공유물은 비로소 나의 사유물이 된다.” 그의 개념은 당시 왕권 체제를 부정할 정도로 충격적, 혁명적이었습니다. 로크 이전에 시민의 재산권은 주권자인 왕이 충성스러운 신하에게만 베푸는 시혜였습니다. 왕국 안의 모든 것이 왕국의 것이었기 때문에 신민들은 ‘토지나 건물이 내 재산이다’라고 할 수 없었습니다. 로크가 왕의 권위를 정면으로 부정했으니 그의 목숨은 위태로워졌고 결국 그는 제임스 2세의 탄압을 피해 네덜란드로 도망갔습니다. 하지만 그의 사상은 왕의 재산권 침해를 부정한 영국 명예혁명과 영국의 세금 착취를 거부한 미국 독립혁명의 정신적 기반이 됐습니다. ‘내 것은 내 것이고 네 것은 네 것이다’는 개념은 언뜻 당연해 보이지만, 인류 문명사 측면에선 결코 쉽게 등장한 개념이 아닙니다.“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임무는 시민의 재산권 보호”라고 로크가 선언한 이후, 사유재산권 개념은 더욱 발전해 나갔습니다. 사유재산권을 국가가 보호하지 않으면 서
오늘 저녁 집안에서 식료품 구매를 담당하는 분께 직접 물어봅시다. “요즘 장바구니 물가 어때요?” 이 기사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엄마, 아빠, 누나, 형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이다. 장바구니 물가 조사는 가장 빠르고 가장 정확한 물가 조사다. 품목별로 한 번 물어보자. 달걀은 어때요? 국수는 어때요? 라면은 어때요? 두부는 어때요?여러분이 들을 수 있는 대답은 “많이 내렸어”가 아닐 것이다. 대신 “많이 올랐어. 올라도 너무 올랐어”라는 답을 들을 공산이 크다. 소비자는 식료품 가격이 오르지 않기를 늘 바란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태에서 늘 사먹는 식료품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가정주부는 가능한 한 생활비를 절감하기 위해 노력한다. 취업이 어렵고, 다니던 일자리마저 잃은 가정이 많은 지금의 여건에선 더 하다.두부와 콩나물은 정말 자주 먹는 식료품이다. 통조림도 마찬가지다. 사이다와 콜라도 자주 찾는다. 이런 것들의 가격이 적게는 6%대에서 많게는 16% 올랐다. 이슬비에 옷 젖는다고 100원, 200원 오른 게 모아지면 한 달 생활비가 껑충 뛴다. 소득은 그대로 이거나 오히려 줄었는데 먹는 비용이 늘었다. 혼자 사는 사람이 즐기는 즉석밥의 가격 인상도 부담으로 다가온다.기업은 올릴 수밖에 없다고 하고, 정부는 소비자 물가를 관리하느라 못 올리게 압력을 넣는 중이다. 이 때문에 라면 업체는 올리기로 했다가 철회했고, 누가 먼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까 눈치작전 중이다. 국제 밀가루와 팜유 가격이 오르고 인건비가 상승해서 라면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게 기업의 주장이다. 2017년에 가격을 올
“공장 폐수가 인근 바다로 흘러들면서 가두리 양식장들이 큰 피해를 봤습니다. 남해안에 나가 있는 OOO 기자를 불러보겠습니다.” “벌을 키워서 꿀을 따는 양봉 사업자들이 주변 과수원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벌들이 과수원 수분을 돕기 때문이다.”여러분은 방송 및 신문에서 이런 보도나 기사를 가끔 접했을 것입니다. 언뜻 보면 단순 고발성 혹은 화제성 보도처럼 보이지만,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매우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인 ‘외부 경제’ 이슈를 다루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외부 경제, 즉 경제의 외부성이 중요한 이유는 한 경제 주체의 행동이 제3자에게 영향을 주고, 이것이 자칫 경제 주체 간 갈등, 지역 갈등, 재산권 분쟁, 사회적 후생(복리) 문제로 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경제의 외부성은 두 가지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좋은 얼굴이고, 다른 하나는 나쁜 얼굴입니다. 양봉업자 덕분에 과수원 주인이 이익을 본다는 보도처럼 좋은 외부성을 미치는 경우 갈등의 소지는 적습니다. 그러나 공장과 양식업자 사이처럼 제3자에게 피해를 주는 외부성이 발생하면 두 당사자 간 분쟁을 해결하는 방법이 필요해집니다. 경제학 책에선 좋은 얼굴을 한 외부성을 ‘외부편익’이라고 부르고, 나쁜 얼굴을 한 외부성을 ‘외부비용’ 혹은 ‘외부불경제(外部不經濟)’라고 부른답니다. 외부 편익은 사회적 후생을 높인다고 할 수 있고, 외부불경제는 사회적 후생을 감소시킨다고 해석하기도 합니다.경제학은 이런 문제를 정치적, 환경운동적 관점에서 풀기보다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해 효과적으로 풀라고 권합니다. 여러분이 정책 당국자라면 외부
여러분, 여기 두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두 사람은 물건을 교환하기로 동의한 사이입니다. 두 사람은 교환을 통해서 서로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이익을 얻습니다. 자발적 교환은, 궁극적으로 나에게 덜 필요한 것을 주고 필요한 것을 받는 과정일 테니까요.그런데 우리는 가끔 교환에 참여하기로 동의한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비용을 부과하거나, 이익을 주는 일을 겪게 됩니다. 이렇게 제3자에게 비용을 부과하는 것을 부정적 외부성(negative externality) 혹은 외부비용(external cost)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제3자에게 이익을 주는 경우를 긍정적 외부성(positive externality) 또는 외부편익(external benefit)이라고 부릅니다.부정적 외부성 사례를 봅시다. 환경 오염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인근에 화학 공장이 있다면, 이 공장은 주변을 오염시킬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이 호흡기 피해, 농산물 피해, 집 부식 피해를 당할 수 있습니다. 또 염색 공장에서 버린 폐수로 인해 강이 오염되고 결국 이 물이 바다로 흘러가 양식장 물고기를 폐사시키는 재산권 피해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런 사례도 있습니다. 여러분이 공부하고 있는데 옆집이나 건너편 개업음식점이 음악을 크게 트는 경우, 소음은 공부를 못하게 만드는 피해(비용)를 야기합니다. 이런 외부비용을 ‘시장실패’의 사례로 꼽는 사람도 있습니다.이와 반대인 긍정적 외부성 사례도 많습니다. 여러분의 부모님이 벌을 키워서 꿀을 채집한다고 합시다. 양봉사업자는 본의 아니게 주변 과수원에 이익을 줍니다. 때가 되면 벌들이 과수원으로 날아가서 수분을 도울 테니까요. 요즘 벌이 줄어서 수분을 못하는 과수원이나 작물사업자들이 적지 않다고
유통은 생산과 소비를 연결하는 다리입니다. 다리가 막히면 차가 못 다니듯이, 유통이 막히면 재화와 서비스가 소비자와 생산자 사이를 잘 오가지 못합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도 따지고 보면 로마로 흘러들어가는 물류와 정보의 유통이 ‘끝내준다’는 의미일 겁니다.유통은 여러 단계를 거쳐 그 모습을 바꿔 왔습니다. 농업이 생겨나기 전에 유통은 아마도 당사자끼리 직접 만나서 물물교환하는 방식이었을 겁니다. 물고기 한 마리와 사과 두 개를 서로 맞바꾸는 방식이죠. 유통은 가장 단순한 단계였을 겁니다. 그다음 누군가 등짐에 물건을 제법 넣고 이 마을 저 마을을 다니면서 유통했을 겁니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보부상이라고 불렀습니다. 지금 두산그룹이 보부상(고 박승직 창업자)에서 시작한 그룹이란 거 아세요?시장이 곳곳에 자생적으로 생겼을 겁니다. 재래시장, 5일장이라고 부르는 것이죠.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의 유통은 조금 더 달라졌습니다. 동네에 상회, 상점, 가게들이 생겼고, 종로에 화신백화점이 생겨났습니다.경부고속도로가 1970년 생기면서 유통은 혁명을 맞습니다. 서울과 부산이 연결됐고, 천지 사방으로 도로가 뚫리기 시작했습니다. 유통망 확충은 이곳에서 나는 농산물을 저곳으로, 저곳의 농산물과 제품을 이곳으로 빠르게 옮겼습니다. 생산과 소비가 전국 규모로 이어지면서 생활이 풍족해지기 시작했습니다.유통은 대형 할인점, 대형마트로 진화했습니다. 지금은 온라인, 모바일 유통시대가 됐습니다. 출근 지하철에서 모바일 쇼핑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안방에서도 척척 합니다. 유통 진화와 휴대폰의 진화는 비슷한 듯합니다
박제가, 유통혁명을 부르짖다일찌감치 유통과 물류의 중요성을 알아본 조선시대 학자가 있었어요. 그 사람의 이름은 박제가(朴齊家·1750~1805)입니다. 조선 영조·정조 시대 때 활약했던 실학파(혹은 북학파) 학자 중 한 명입니다. 박제가는 유통이 개선되어야 조선의 나랏살림이 그나마 나아진다고 봤습니다. 그가 정조에게 올린 ‘북학의(北學議)’를 보면, 그가 얼마나 조선의 유통과 물류의 개혁을 갈구했는지를 알 수 있어요. 한 대목을 읽어볼까요?“영동 지방에는 꿀은 생산되나 소금이 없고, 평안도 관서 지방에는 철은 생산되나 감귤이 없다. 산골에는 팥이 흔하고, 해변에는 창명젓과 메기가 흔하다. 영남지방에는 좋은 종이가 나오고, 보은에는 대추가 많고, 한강 입구 강화에는 감이 많은데…백성들은 이런 물자를 서로 풍족하게 교환하여 쓰지 못한다. 우리나라는 동서로 1000리, 남북으로 3000리로 작은데 물가가 고르지 않다…물자를 교환할 도로와 수레가 없기 때문이다.” 도로와 수레가 없으니 물자가 교환되지 않는다오늘날 경제용어로 말하면, 이렇다 할 유통망과 물류망이 없으니까 각 지방에서 나는 농산물과 특화물이 서로 거래되지 않고, 결국 모두가 곤궁하게 산다는 박제가의 절규입니다. 조선시대에 ‘배달의민족’이 있었으면, 각 지방이 도로로 잘 연결돼 있었다면, 물품들을 실은 수레(지금의 자동차)가 쌩쌩 달릴 수만 있었다면…. 박제가는 조선의 도로와 수레 사정이 당대 선진국인 청나라보다 훨씬 못한 것에 절망했습니다. 그래서 개혁방안을 정조에게 간절한 마음으로 올렸던 것입니다. 물론 박제가의 개혁안은 정조의 우유부단함으로
정부가 쓸 돈을 더 마련하려고 세금을 올리면 대부분의 사람은 화를 냅니다. 정부가 세금을 많이 떼갈수록 쓸 돈이 줄어들기 때문이죠. 그래서 정부는 새로운 방법을 씁니다. 이 방법은 세금을 올리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면서도 사람들의 화를 당장 돋구진 않습니다. 정부가 돈을 많이 찍어내 쓰는 방법, 즉 인플레이션 수법입니다. 토머스 소웰이라는 경제학자는 《베이직 이코노믹스》라는 책에서 “인플레이션은 보이지 않는 세금”이라고 썼습니다. 세상의 모든 정부는 늘 쓸 돈이 적다고 말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유사 이래로 그랬습니다. 정치와 권력이 타락한 나라는 멋대로 돈을 찍어내 썼고, 그러다가 망했습니다. 역사에 기록된 인플레이션 사례 속으로 들어가 봅시다. 그리스-로마의 인플레이션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재위 BC 336~BC 323)이 그리스·페르시아·인도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했다는 영웅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진진합니다. 그러나 경제학적 관점 즉, 인플레이션 관점에서 보면 실패한 대왕입니다. 그는 정복 전쟁을 통해 많은 보물을 노획했습니다. 금을 비롯해 값나가는 물건들이 일시에 그리스로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그리스에 돈이 넘쳐난 것이죠. 그러자 그리스 물가가 폭등했습니다. 인플레이션 현상 즉, 생산능력보다 돈의 공급이 많아서 돈의 가치가 폭락한 겁니다. 물가 폭등으로 그리스는 대혼란에 빠졌더랬습니다. 로마가 망한 이유 중 하나로 경제학자들은 ‘화폐 타락(돈을 많이 발행)’을 듭니다. 코모두스 황제는 은화(銀貨)에 철을 섞은 ‘나쁜 돈(惡貨)’을 마구 만들어 썼습니다. 네로 황제는 금 성분이 하나도 없는 도금 화폐를 뿌려
‘학생은 비트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요?’대학입시 수시면접 때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학생들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학교 공부만 열심히 해서 비트코인이라는 말 자체를 들어본 적이 없는 학생이라면? 우물쭈물하다가 시간이 다 지나고 만다. 반면, 학교 경제 동아리에서 친구들과 비트코인과 관련한 한국경제신문 기사를 스크랩하고 토론을 해본 학생이라면? “빙고! 꿀 빠는 질문이 나왔네.”면접위원의 질문은 학생에게 비트코인을 기술적으로 설명해보라는 것이 아니다. 비트코인에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이 쓰였는지 면접위원도 잘 모를 수 있다. 면접위원이 물어보고자 하는 내용은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비트코인이 암호화 화폐라고 하는데 화폐인가? 화폐라면 중앙은행이 발행하도록 돼 있는데 민간이 화폐를 발행할 수 있는가? 비트코인을 내면 피자를 준다는데 어떻게 그렇게 되는가? 화폐가 아니라면 그것은 무엇인가? 왜 비트코인 가격은 급등하고 급락하는가? 이에 대한 생각을 말해보라는 것이다. 이 중 하나만 제대로 대답해도 면접위원은 고개를 끄덕이고 점수를 줄 것이다.비트코인을 만든 사토시 나카모토(누군지 아직도 모른다)는 이런 질문들을 심각하게 생각했던 천재인 듯하다. 그는 새로운 화폐를 구상했다. 화폐를 필요에 따라 마구 찍어내는 중앙은행 대신 총 공급량을 2100만 개로 고정한 비트코인을 발행하겠다는 괴팍한 생각을 했다. 그는 비트코인으로 거래하는 네트워크, 즉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그것이 바로 블록체인이다. 컴퓨터에 운영체제(OS)가 있듯이 비트코인 거래에도 운영체제가 필요했던 것이다.지금 비트코인은 많은 논란에 휩싸여 있다. 발
(1) 암호화 화폐, 디지털 화폐?화폐는 그 시대의 기술과 문화에 따라 변해 왔습니다. 돌과 조개가 화폐가 됐고, 금과 은이 화폐가 됐고, 종이와 쇠가 화폐가 됐습니다. 화폐는 거기에 새겨진 신뢰인 것이죠. 그리고 인터넷 기술 시대인 지금, 천재 중 한 명이 새로운 신뢰를 기반으로 한 화폐를 만들어보겠다고 나섰습니다. 바로 암호화 화폐, 디지털 화폐로 불리는 비트코인입니다. (2) 누가, 언제 비트코인을 만들었나?2008년 11월 1일, 사토시 나카모토라(가명)라는 한 천재가 비트코인을 만들겠다는 논문을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논문의 정식 명칭은 ‘비트코인: 개인 대 개인의 전자화폐 시스템’이었습니다. 그는 비트코인을 거래하고 사용하는 데 필요한 시스템 즉 블록체인 기술을 9쪽짜리 짧은 논문에 실었습니다. 중앙은행이나 정부 같은 제3자의 신용보증이 없이, 오직 이용자들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전자화폐였습니다. 2009년 1월 3일 비트코인은 시장에 등장했습니다. (3)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은 어떤 관계인가?신용카드 거래를 떠올려 보세요. A가 B의 물건을 사면서 100원을 결제하면, 전자적으로 처리됩니다. 우리는 어쨌든 이 거래를 신뢰합니다. 중앙은행이 돈을 보증하고, 거래은행이 거래장부를 만들기 때문이죠. 비트코인도 이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요? 거래가 위조되지 않고, 해킹당하지 않고, 믿을 수 있게 만들면? 이것이 블록체인이라는 장부입니다. 수많은, 복잡한 거래가 정확하게 기재되고 누구나 장부를 볼 수 있도록 프로그램화했습니다.거래자가 거래 때 전자서명을 하고, 거래마다 특정 코드가 붙고, 비트코인을 중복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놨습니다. ‘해시함수(어떤
세계 최고 부자 중 한 명인 워런 버핏(Warren Buffett: 1930~)은 열한 살 때 처음 주식을 샀습니다. 이런저런 일을 해서 모은 돈으로 소년 버핏이 산 주식은 '시티 서비스(Cities Service)' 6주 였어요. 전 재산 38달러를 몽땅 쏟아부었다고 합니다. 소년은 주가가 27달러까지 떨어지자 울었어요. 버핏은 주가가 40달러로 오르자 "또 떨어질지 모른닥"고 생각해 몽땅 팔아버렸어요. 첫 투자에서 2달러를 벌었죠. 소년은 곧 우울해졌습니다. 팔아버린 주식의 가격이 금세 200달러까지 올라버린 것이었죠. 버핏은 훗날 미국 최고의 부자가 된 뒤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투자에는 인내가 필요한 것이구나. 장기 투자의 중요성을 그때 알았어요."독자 여러분은 주변에서 "나, 열한 살 때 처음 직접 주식을 샀어"라고 말하는 친구를 만나본 적이 있습니까? 거의 없을 것입니다.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부모님이 주식을 사서 나에게 선물해주셨다"는 이야기도 한국에선 들어본 적이 많지 않을 것입니다. 주식을 대하는 미국과 한국 청소년들의 자세는 어릴 때부터 이렇게 갈립니다. 미국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주식과 주식시장, 기업, 기업가치 이런 말에 자주 노출되는 경제금융 교육을 받습니다. 주식을 가까이 한 아이들은 커서도 주식을 저축과 투자의 관점에서 바라봅니다. 미국인 중 주식을 보유한 사람이 전체의 55~62%에 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주식 보유자가 10명 중 1명에 불과하고, 그 절반 이상이 50대 이상인 한국과는 주식을 보는 시각 자체가 다릅니다.주식은 기업이 자신의 상태를 표시하는 증명서(유가증권)입니다. 주가는 그 상태를 숫자로 나타내 줍니다. 원칙적으로 기업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에게 돈을 선뜻 맡기기란 쉽지 않습니다. 아껴서 모은 돈이라면 더하겠지요. 그런데 17세기 초 생판 남한테 기꺼이 돈을 맡기려는 사람들이 등장했습니다. 돈을 맡긴 사람이 받은 것이라곤 ‘종이’ 한 장이 전부였습니다. ‘나는 당신을 믿는다’는 거지요. 1602년 네덜란드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일찌감치 묘한 비즈니스에 눈을 떴습니다. ‘내가 인도에 가서 후추, 정향, 육두구 등 향신료를 싼값에 사와서 높은 가격에 판 뒤 몇 배로 돌려주겠으니 지금 나에게 투자하라.’ 듣기에 따라서는 사기 같은 비즈니스였습니다. 향신료는 고기를 덜 부패하게 하고, 오래 저장할 수 있게 하고, 요리할 때 향을 좋게 하기 때문에 금처럼 비쌌습니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발행한 ‘종이’인도로 가는 바닷길은 국가의 힘과 힘이 부딪히는 전쟁터였습니다. 당대 해양 강국인 포르투갈, 스페인은 네덜란드와 영국이 항로에 들어오는 것을 달갑지 않게 여겼습니다. 바다 위에서 향신료를 실은 배를 서로 약탈하기도 했습니다. 인구가 적었고, 국력이 약했던 네덜란드는 인도 비즈니스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대규모 선단을 꾸려야 했습니다. 작은 선단들을 모아서 만든 게 바로바로 동인도회사입니다. 문제는 자본, 즉 자금력이었습니다. 동인도회사는 약탈보다 자유로운 시장기법을 추구했습니다. 동인도회사가 내건 마케팅 포인트는 이랬습니다. ‘계급과 상관없이 투자할 수 있다.’ 귀족집 하인들, 생선가게 아저씨, 인부, 상인 등 수많은 사람이 돈을 투자하고 ‘종이(증서)’를 받았습니다. 사람들의 이기심과 탐욕이 묘한 신뢰
▶선생님: 지금부터 온라인 경제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수업 키워드는 세금입니다. 지난 시간에 세금은 중앙정부(국가)와 지방정부가 걷어서 나라살림에 쓴다는 것을 설명 드렸어요, 기억나나요?▶학생들: 네. 직접세, 간접세가 어떻게 다른지도 설명해주셨어요.▶선생님: 훌륭합니다. 집에서 가끔 부모님들이 “세금이 너무 많이 올랐어!”라고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죠? 예를 들어 집 한 채를 팔면, 판다고 세금을 많이 물리고, 사면 산다고 세금을 많이 물린다고 요즘 야단이죠. 기업들은 기업들대로 법인세를 많이 낸다고 투덜댑니다. 그렇다면 세금을 얼마나 걷는 게 적당할까요?▶학생 A: 세금을 너무 많이 걷으면 사람이든 기업이든 싫어합니다. 제가 열심히 일해 돈을 벌었는데 국가가 세금으로 많이 떼어가면 기분이 나쁠 겁니다. 부모님들도 그런 것 같습니다. 소득세를 많이 떼면 일하고 싶은 마음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선생님: 맞습니다. 지난주 신문 수업에서 여러분은, ‘전기차를 만드는 테슬라의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가 캘리포니아를 떠나 텍사스로 이주했다’는 기사를 스크랩한 적이 있죠? 그때 왜 일론 머스크가 캘리포니아를 버렸다고 했었죠?▶학생 B: 이유 중 하나가 너무 높은 소득세 때문이라고 하셨어요. 캘리포니아의 소득세율은 13.3%로 미국에서 가장 높은 반면 텍사스에는 소득세가 없다, 세금을 줄이려는 목적도 있다고 설명해주셨어요.▶선생님: 잘 기억하고 있군요. 미국에선 각 주가 거의 한 나라여서 주마다 세금 제도가 달라요. 일론 머스크는 소득세를 안 내는 텍사스를 선택한 겁니다. 우리는 일론 머스크를 비난해야 할까요? 이전에도 일론 머
“정부가 돈을 많이 쓰면 경제가 나아질까?” 정부가 1년간 쓰는 예산을 두고 벌어지는 숱한 논쟁의 핵심은 이 질문 속에 있다. 각자가 생각하는 바에 따라 답은 대강 세 가지로 나타날 수 있다. “그렇다.” “전혀 그렇지 않다.” “어느 정도 그렇다.” 정부도 가계(가정), 기업과 함께 3대 경제주체의 하나이기 때문에 돈(지출)을 안 쓸 수는 없다. 세 가지 답 중 어느 것이 더 옳은지는 정부가 가진 태생적 성격을 따져 보면 알 수 있다. 정부가 지닌 태생적 성격정부는 가계, 기업과 매우 다른 성격을 하나 가졌다. 가계와 기업은 직접 돈을 벌지만, 정부는 자기가 돈을 벌지 않는다. 우리는 수업시간에 가계는 노동임금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기업은 생산과 판매를 통해 돈을 번다고 배운다. 그렇다면 정부는? 정부는 세금을 많이 거두거나, 돈을 찍거나, 빚을 내서 돈을 쓴다. 이 말은 즉, 가계와 기업은 자기가 벌어서 쓰기 때문에 돈을 아껴 쓰려 한다. 어려울 때는 소비를 줄이고, 여유로울 때는 저축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정부엔 돈을 아껴 쓰고 저축해야 할 인센티브가 없다. 정부는 관리들의 돈이 아니라 남의 돈, 즉 국민의 돈을 쓴다. 만일 정부가 관리들의 돈으로 운영된다면, 아껴 쓸 것이다. 주인은 자기 것을 아끼지만, 주인을 대신하는 사람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이치와 같다. 이것을 우리는 ‘주인-대리인 문제’라고 부른다. 이것은 정부의 고질적인 한계다. ‘재정승수’라는 어려운 말여기서 좀 더 생각하면 ‘재정승수’라는 전문용어를 만나게 된다. 정부가 100원을 쓰는 게 효율적일까? 민간 기업이 100원을 쓰는 게 효율적일까? 여러
‘번영의 징표는 교환을 늘리는 것이며, 가난의 징표는 자급자족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이 말은 ‘혼자서 쌀농사를 하고, 밭농사를 하고, 모자를 만들고, 옷을 짓는 것보다 자신이 열심히 수확한 쌀을 밭작물, 모자, 옷과 교환하면 더 나은 삶을 살게 된다는 뜻을 지녔다. 그래서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애덤 스미스(1723~1790)는 “인간은 교환하려는 성향을 지녔고, 이것 때문에 분업이 일어나 개인과 국가가 잘살게 된다”고 말했다. 개인 간 교환이 좋은 것이라면, 국가들끼리 교환, 즉 교역하면 어떨까? 국가를 살찌우는 방법인류 역사에서 국가가 성립된 이래로 국가들은 자국이 잘사는 방법을 연구했다.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중농주의, 중상주의, 경공업 우선주의, 중공업 우선주의, 자유무역주의, 보호무역주의, 이런 말도 따지고 보면 나름대로 국가를 잘살게 하는 주장들이다. 중농주의는 말 그대로 “국가의 근본은 농업”이라는 주장이다. 세 끼 다 먹고 사는 것이 쉽지 않았고 굶주림이 늘 존재했던 먼 과거, 농업은 중심 산업일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고 해서 농업을 떠받친 시절이 있었다. 중상주의는 상업, 무역을 중시하는 주장이다. 역사 속 중상주의는 무역로가 개척되던 16세기부터 등장했다. 이때 중상주의는 ‘자기 나라 물건을 남의 나라로 많이 수출하고, 다른 나라 상품을 가능한 한 적게 수입한다’는 주의였다. 모든 나라가 이런 식이라면 중상주의는 오래가지 못할 것은 분명하다. 전쟁도 불사했다.프랑스 루이 14세 때 중상주의가 실제로 문제를 일으켰다. 콜베르라는 프랑스 재상은 중상
“화폐가 타락하고 있다”는 말이 신문 기사나 방송 보도에 자주 등장한다. 실제로 화폐가 타락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화폐를 만들어 공급하는 사람, 정부, 중앙은행이 타락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이때의 ‘타락’은 화폐를 마구 발행해 화폐가치가 형편없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처럼 화폐도 타락하면 믿고 쓸 수가 없다. 화폐를 믿지 못하는 사회와 국가는 망한다.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한 사회의 기초를 무너뜨리는 수단 가운데 화폐의 타락만큼 교묘하고 확실한 방법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로마와 화폐 타락‘화폐의 타락’으로 무너진 나라는 역사상 많았다. 로마제국이 망한 이유 중 하나가 화폐 타락이었다. 코모두스 황제는 은화(銀貨)에 철을 섞은 ‘나쁜 돈(惡貨)’을 퍼뜨렸다. 나라살림을 흥청망청 썼던 이 황제는 더 많은 돈이 필요했다. 그래서 은 함량을 줄여서 은화를 더 많이 발행했다. 네로 황제는 한술 더 떴다. 아예 금 성분이 하나도 없는 도금 화폐를 뿌려댔다. 금 함량을 믿고 거래했던 사람들이 점차 로마 화폐, 즉 로마 경제를 믿지 않았다. 제국은 무너졌다. 얍족이 망한 이유서태평양 ‘얍족 이야기’는 더 극적이다. 얍족은 ‘라이’라는 거대한 돌덩이를 화폐로 믿고 썼다. 얍족 사람들은 현대의 금덩어리처럼 구하기 힘든 이 돌에 가치를 부여했고, 이를 교환 매개로 삼아 거래했다. 1871년 비극이 벌어졌다. 표류해온 한 외국인 선장(데이비드 오키프)은 돌이 화폐로 쓰인다는 것을 알았고, 먼 곳에서 같은 돌을 대량으로 채굴한 뒤 얍족을 상대로 몰래 사용했다. 갑자기 돌(화폐)이 많아지자 돌
“한국이 저출산 때문에 걱정이 많다고? 무슨 농담을 그렇게 심하게 하는가? 인구 과잉이 아니라 저출산이라니. 그럴 리가 없다.”《인구론(An Essay on the Principle of Population)》을 쓴 영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1766~1834)가 되살아나서 한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의 ‘저출산 현상’을 본다면, 아마도 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을까. 맬서스는 사람들이 토끼처럼 아이를 계속 낳아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면 인류는 멸망한다고 무척 걱정했었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데 비해, 식량은 겨우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인류는 빈곤 속에서 허덕이다가 망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지금, 선진국들은 저출산과 인구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인구폭발론과 인구절벽론 중 어느 것이 옳은가?(1) 맬서스의 인구 종말론: 맬서스의 《인구론》이 1789년 출판되자 인류는 미래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가 주장한 ‘인구 종말론’은 당대 유럽 지식계와 정부들을 강타했고, 20세기 중후반까지도 지구촌을 괴롭혔다. 인구가 급증한다고 본 맬서스의 관찰이 전적으로 틀린 것만은 아니다. 인구는 실제로 크게 증가했다. 세계 인구가 10억 명을 넘어선 때는 1804년(가장 가능성이 높은 추정치)이다. 123년 뒤인 1927년 20억 명을 찍었다. 1965년에는 40억 명을 넘었다. 2000년 60억 명을 돌파한 세계 인구는 2020년 78억 명을 기록 중이다. 매트 리들리는 그의 책 《이성적 낙관주의자》에서 10억 명에서 20억 명이 되는 데 123년이 걸렸고, 이후 10억 명이 늘어나는 데 걸린 시간은 33년, 14년, 13년, 12년으로 줄었다고 분석했다. 유엔은 2075년 세계 인구가 92억 명으로 최대치를 보일 것이라고
“말(馬)이 투표했다면 자동차는 없었을 것이다. 만일 택시가 투표했다면 우버는 없었을 것이다(If horses could vote there’d be no cars. If taxis could vote there’d be no Uber).”투표는 가장 민주적인 의사결정 방법 중 하나로 칭송된다. 하지만 이 문장은 그런 투표가 매우 회의적일 때도 있음을 잘 보여준다. 마차가 다니던 시대에 경쟁 수단인 자동차를 허용할 것인지를 투표한다면? 아마도 자동차는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가장 민주적 방식이라는 투표가 지닌 맹점이다.이런 씁쓸함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선거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도 나타난다. 막상 투표를 해서 지역의 대표, 국가의 대표를 선출했지만 훗날 적잖은 유권자가 ‘잘못 뽑았다’며 후회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투표를 안 할 도리도 없다. 근대 민주주의를 최초로 시행한 미국이 요즘 이 투표문제로 시끄럽다. 주요 이슈를 정리해보자. (1) 선거인단 제도미국만의 독특한 선거제도다. 거의 모든 나라는 투표수를 모두 세어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사람을 선출한다. 간단하다. 미국은 전국 득표수에서 가장 앞선 사람이 반드시 선출되지는 않는다. 미국 선거에선 전국 득표수가 아니라 주별로 할당된 선거인단을 많이 확보해 과반수(270명)를 획득한 사람이 선출된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주의 크기에 따라 선거인단을 다르게 할당했다.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에는 올해 선거인단이 55명이나 배정됐다. 텍사스는 38명, 플로리다 29명, 조지아 16명, 콜로라도 9명, 워싱턴DC는 겨우 3명이다. 50개 주의 전체 선거인단은 538명이다. 상원의원 수 100명(주별 2명 동일)과 하원의원 수 438명(인구에 따라 하원의원 수는 다름)을 합한 숫자
철학자 알프레드 화이트헤드는 “우리가 숙고를 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질수록 문명은 발전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정말 컴퓨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마우스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모르지만 사용한다. 한 번의 클릭만으로 엄청난 양의 정보를 엄청난 속도로 처리한다.이런 문명의 중심에 반도체와 컴퓨터는 존재한다. 반도체와 컴퓨터 시장이 이렇게 커질 줄 그 누구도 몰랐다. 1943년 토머스 왓슨이라는 IBM 회장은 “나는 컴퓨터 5대만 팔아보고 죽었으면 좋겠다”고 비관했다. 세계 컴퓨터 시장은 모두 합쳐봐야 5대쯤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I think there is a world market for maybe five computers). 왓슨은 빛의 속도로 진화하는 기술의 속성을 간파하지 못했다. 2020년 지금 인류는 적어도 수십억 대의 컴퓨터를 사용 중이다. 정보처리 속도는 빛보다 빠르지만 크기는 겨우 책 만하다. 왓슨이 살았던 때 컴퓨터 크기가 집채 만했으니, 왓슨의 예측을 ‘바보의 예측’이라고 비난만 할 일은 아니다. 요즘 우리는 각 방에 수십, 수백 기가(giga)급 컴퓨터를 두고 있다.우리의 관심은 컴퓨터 성능이다. 컴퓨터 성능은 곧 정보처리 속도에 달렸다. 정보처리 속도는 바로 반도체 기술력이 좌우한다. 과거에 컴퓨터에 사용됐던 커다란 진공관은 곧 트랜지스터 기술로 바뀌었다. 트랜지스터 안에 소자를 심는 기술은 ‘무어의 법칙’(2년마다 2배로 반도체 집적도가 늘어난다)대로 발전하면서, 인간의 뇌를 닮기 시작했다. 인간의 뇌에는 1000억 개의 뉴런이 있고, 그 사이에 100조 개의 시냅스가 있다. ‘1000억 개 × 100조 개’가 조합해내는 정보처리 통로는 반도체로 보면 소자에 해당한
지구 역사에 다섯 번의 대멸종 사건이 벌어졌다고 한다. 그사이 지구상에 살던 생물의 99%가 멸종하고 1%만 생존했다고 한다. 변하는 환경에 잘 적응하고 변이한 종은 살아남았다. 적응, 변이, 생존. 이것은 생태계에만 적용되는 메커니즘이 아니다. 기업도 그렇다. 한 기업이 생겨나고, 적응하고, 변이하는 과정도 거의 마찬가지다. 환경 변화에 늦고, 적응하지 못하고, 변이하지 않으면 기업 생태계에서 사라졌다. 한 개 기업엔 잔인할지 모르지만, 기업 생태계 전체 관점에선 건강한 과정이다. 삼성은 ‘자연선택론’을 잘 설명할 수 있는 좋은 예다.고(故) 이건희 회장이 취임했던 1987년 삼성은 오늘의 삼성과 너무도 달랐다. 지구적 기업 생태계에서 삼성은 하찮은 존재였다. 먹이사슬의 밑바닥권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달 20일 발표된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서 삼성의 순위는 먹이사슬의 꼭대기로 수직상승했음을 보여준다. 5위다. 삼성보다 앞서 있는 브랜드는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뿐이다. 삼성그룹의 30년 성장 역사를 보여주는 수치를 좀 더 나열해보자. (1)매출: 1987년 9조9000억원, 2018년 387조원 (2)영업이익: 1987년 2000억원, 2018년 72조원 (3)주식시장 시가총액: 1987년 1조원, 2018년 396조원 (4)인력: 1987년 10만 명, 2018년 52만 명. 매출은 39배, 영업이익은 360배, 시가총액은 396배, 인력은 5.2배로 늘었다. 30년, 한 세대 만에 이룬 경이적 성장이며 애플도 경계하는 성장이다.기업 생태계는 자연보다 더 혹독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졸면 죽는 곳이 기업 생태계다. 방심하면 바로 누군가가 추격해 들어와선 시장을 빼앗아 가고 만다. 필름 카메라가 디지털 카메라에 넘어가고,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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