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에서 산업과 ESG를 담당하는 송형석 기자입니다.
‘IT(정보기술) 강국’은 한국을 따라다니는 수식어 중 하나다. 빅테크가 글로벌 인터넷 서비스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한국 시장만은 예외여서 생긴 말이다. ‘검색’의 네이버와 ‘메신저’의 카카오가 ‘좌청룡 우백호’ 역할을 해왔다. 점유율에 부침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두 서비스는 10년 넘게 국내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저물어 가는 K플랫폼 전성시대하지만 최근 2~3년 새 네카오 철옹성 곳곳에서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국내 사용자가 플랫폼에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를 보여주는 체류시간 지표가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사용자가 지난 9월 한 달간 네이버에 머문 시간은 평균 454시간이었다. 2022년 같은 기간 512시간, 지난해 9월 483시간 등과 비교하면 감소세가 뚜렷하다. 카카오톡도 2년 새 714시간에서 676시간으로 월평균 체류 시간이 급감했다.‘시간 도둑’의 정체는 글로벌 빅테크다. 특히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이 네이버와 카카오의 빈자리를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지난 2년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의 월평균 체류 시간은 각각 2042시간에서 2433시간, 576시간에서 851시간으로 급증했다.과거 검색엔진은 ‘포털(관문) 사이트’로 불렸다. 어떤 서비스를 이용하든 한 번은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요즘은 검색엔진이 포털로 기능하지 않는다. MZ세대 이용자는 텍스트 검색엔진 대신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얻는다. 상품 및 여행 상품을 구매할 때도 마찬가지다. 검색엔진이란 중간 징검다리 없이 인스타그램에서 예약 사이트로 바로 움직이는 사용자가 급증하는 추세다.메신저 시장도 녹록지 않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 시절 한국에 대해 자주 언급했다. ‘나는 굶어도 자식들은 가르쳐야 한다’는 교육열이 빠른 인적자원 축적으로 이어졌고, 그 덕에 대한민국이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는 게 오바마 연설의 단골 레퍼토리였다. 그의 발언은 미국 교육 시스템을 질타하기 위한 것이었고, 과장과 오해도 섞여 있다. 하지만 한국의 고도성장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키워드 중 하나가 교육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교육열을 발휘하는 주체를 국가와 기업으로 바꾸면 연구개발(R&D)이라는 대한민국의 성장 키워드가 나온다. R&D는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을 연구하는 활동이다. 오랜 기간 끈기 있게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 투입한 자본 중 얼마를 어느 시점에 회수할지 예상하기 힘들다는 점 등에서 교육과 일맥상통한다. GDP 5% R&D에 쏟는 대한민국한국은 정부, 기업 할 것 없이 R&D에 진심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율은 5.2%(2022년 기준)로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2위다. 이 비율이 3%대에 머물러 있는 미국, 일본을 훌쩍 넘어선다. R&D에 쏟아붓는 절대 금액도 120조원대로 세계 6위를 달리고 있다. 순수 정부 예산만 가려내도 연간 30조원의 덩치를 자랑한다. 한국의 정부 R&D 예산은 2000년부터 2021년까지 640% 증가했다.한국에서 미래를 위한 기술 투자는 신념의 영역이다. 산업 기반이 없던 나라가 조선과 자동차,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서 세계를 주름잡는 것이 부단한 R&D 덕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주요 기업에도 기술 확보를 위해 고군분투한 일화들이 전설처럼 내려온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그룹 부회장으로 일하던 1980년대, 주말마
여러 물품을 한꺼번에 묶어 판매하는 ‘끼워팔기’는 인류가 상거래를 시작한 뒤 수천 년 동안 활용해 온 전통적인 세일즈 기법이다. 시금치와 콩나물을 같이 가져가면 1000원을 깎아주는 식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인다.끼워팔기가 문제가 되는 것은 특정 상품을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사업자가 나쁜 마음을 먹었을 때다. 잘 팔리는 상품과 안 팔리는 상품을 묶음으로만 팔고, 개별적으로는 팔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골탕을 먹는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를 포함한 주요국 경쟁당국이 법령을 통해 끼워팔기를 단속하는 이유다.하지만 끼워팔기가 처벌까지 이어지는 사례는 흔치 않다. 판매사의 시장 지배력이 얼마나 큰지, 끼워팔기 행위로 경쟁사업자가 배제되고 있는지 등 여러 요인을 두루 따지기 때문이다. ‘인질 마케팅’이란 신조어를 낳은 허니버터칩이나 포켓몬빵도 이렇다 할 제재를 받지 않았다. 소비자 부담 되레 늘어끼워팔기가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은 공정위가 제정을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때문이다. 소수 독과점 플랫폼의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고 끼워팔기와 자사 우대 등의 반칙 행위를 하면 강하게 처벌한다는 것이 이 법안의 핵심이다. 지난해 공정위는 논란의 소지가 있는 거대 플랫폼을 사전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들어 매출, 점유율 등을 기준으로 독점 사업자를 사후 확정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꿨지만 나머지 내용은 그대로다.플랫폼법의 타깃으로 거론되는 네이버, 카카오 등의 끼워팔기 상품을 보면 추가 입법까지 해서 단속해야 하는지 의문스럽다. 예컨대 네이버는 월 4900원짜리 유료 멤버십을 밀고 있다. 끼워팔기 구독
이달 초 글로벌 테크업계는 ‘인공지능(AI) 거품론’으로 몸살을 앓았다. ‘테크주 랠리’의 선봉이었던 엔비디아를 필두로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빅테크의 주가가 일제히 폭락했다. 테크 기업의 주가 회복세는 제각각이다. ‘곡괭이’(AI 인프라)를 만드는 엔비디아 주가는 어느 정도 반등했지만, ‘금 채굴’(AI 서비스)을 맡은 여타 빅테크의 주가는 낮은 포복을 이어가고 있다. AI가 ‘돈 먹는 하마’라는 시장의 우려가 투자심리를 억누르고 있는 모양새다. 美서 불거진 '돈 먹는 하마' 논란‘AI 거품론’의 진원지는 지난 6월 세쿼이아캐피털이 내놓은 ‘AI의 6000억달러 문제’란 제목의 보고서다. 빅테크가 AI 기술 투자 비용을 거둬들이려면 올해 적어도 6000억달러(약 797조원)의 매출을 올려야 하지만, 실제 예상되는 AI 관련 매출은 후하게 가정해도 1000억달러에 불과하다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이다.앞서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도 생성형 AI 기술의 확산하는 속도가 주춤해질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세상을 뒤흔드는 파괴적인 신기술은 ‘기술 촉발’ ‘과도한 기대의 정점’ ‘환멸의 골짜기’ 등의 단계를 거친 뒤 본격적으로 확산하는데, 지금은 AI에 대한 환상이 깨지고 곳곳에서 현실적인 문제가 드러나는 ‘환멸의 골짜기’ 단계 초입이라는 설명이다.‘AI 투자 광풍’을 우려하는 미국 월스트리트가 손에 꼽을 법한 모범사례는 뜻밖에도 한국에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올해 상반기 1조5000억원대의 연구개발(R&D) 투자를 집행했다. 지난해 하반기보다 1500억원 넘게 줄어든 규모다. 2020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국가 의전 서열은 높다. 부총리인 기획재정부와 교육부 장관 바로 뒷순위인 15위로, 장관급 중 가장 앞서 이름이 적힌다. 다음 순서인 외교부 장관은 19위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이라는 두 개 분야를 아우르며 차관급 세 명을 휘하에 두고 있다. ‘지갑’도 두둑하다. 과기정통부가 연간 주요 대학과 연구소 등에 나눠주는 주요 연구개발(R&D) 예산은 24조원이 넘는다. 기술 트렌드 변화로 역할 커져과기정통부 장관의 존재감이 의전 서열만큼 컸던 것은 아니다. 부동산이나 세금, 대입제도처럼 국민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업무가 많지 않고 상대적으로 미디어 노출도 적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맡는 분야의 특수성도 영향을 미쳤다. 과학기술은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렵고 먼 미래의 일로 느껴진다. 정보통신 분야 역시 통신사를 관리하는 일상적인 업무처럼 여겨지기 쉽다.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을 총괄하는 부처가 덜 언급된 것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지는 모습이다. 자유무역 기조가 힘을 잃고 기술 패러다임이 급변하면서 기술과 산업 정책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과거엔 기업과 연구기관이 선수, 정부가 박수부대 역할을 맡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유시장경제의 선봉을 자처하는 미국도 민간과 정부가 ‘이인삼각’으로 힘을 합친다. 국내 전문가들도 조연처럼 느껴졌던 과기정통부 장관이 주연 역할을 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제일 눈에 띄는 변화는 ‘챗GPT’ 등장이 촉발한 인공지능(AI) 기술의 대중화다. 전자기기와 인터넷 서비스 등 생활 곳곳에 AI가 빠르게 침투
벌써 여덟 번째 실패다. 정부가 주도하는 제4이동통신사 설립 계획 얘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7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스테이지엑스의 제4이동통신사 선정을 취소하겠다고 발표했다. 마감 시한까지 약속한 자본금을 내지 않았고, 주주 구성도 주파수 할당을 신청할 때와 다르다는 게 정부가 밝힌 취소 이유다. 아직 스테이지엑스 청문이 남았지만 결정이 번복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제4이동통신사 설립은 여러 정부에서 추진한 사업이다. 통신 3사가 쥐락펴락하는 과점시장에 새로운 사업자를 투입해 가계 통신비를 줄이겠다는 것이 역대 정부가 공통으로 내세운 명분이었다. 매달 지갑에서 빠져나가는 통신비를 줄여주겠다는 정책에 반대할 국민이 있겠느냐는 계산이었다. 15년간 여덟 차례 선정 무산첫 시도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에 이뤄졌다. 당시 한국모바일인터넷(KMI)이 이동통신시장에 도전장을 냈지만 자금 조달 능력을 미심쩍게 본 방송통신위원회가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이 회사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까지 여섯 차례 퇴짜를 맞았다. 일곱 번째 선정이었던 2016년엔 퀀텀모바일, 세종텔레콤, K모바일 등으로 후보군이 바뀌었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여덟 번째 선정 작업은 ‘두 마리 토끼’를 노리고 이뤄졌다. 가계 통신비를 내리는 동시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비용 부담을 이유로 반납한 28㎓ 주파수 대역을 되살리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른바 ‘진짜 5세대(5G) 이동통신’으로 불리는 28㎓ 대역은 4세대 이동통신(LTE)보다 속도가 20배 빠르다. 대신 기지국을 훨씬 더 촘촘하게 설치해야 해 인프라 구축 비용
국제사회가 ‘정글’이었던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겉으로는 아닌 척해도 결국은 자국의 이익이 최우선이었다. 그나마 최근까지는 자유 시장경제의 원칙이 완충지대 역할을 했다. 이 원칙을 깨야 하는 상황이 오면 주변국과 국민에게 설명할 명분을 만들고, 자국의 관련 법령을 수정하는 등의 절차를 차근차근 밟았다. 힘 있는 선진국들도 ‘공정한 국가’라는 이미지는 지키고 싶어 했다는 얘기다.중국이 미국을 위협하는 ‘빅2’로 부상하고, 세계 경제가 인공지능(AI) 등 신산업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각국 정부는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명분을 쌓는 절차를 건너뛰는 사례가 부쩍 늘었고, 조치의 강도도 세졌다. 거친 정글이 된 국제사회무역장벽을 쌓고 차별적인 보조금을 살포하는 것은 기본이다. 미국 정부가 사전 예고 없이 중국산 전기차와 철강재 등에 부과했던 관세를 2~4배 올리기로 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자국 경제에 위협이 되는 해외 기업을 퇴출하는 경우도 등장했다. 최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중국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매각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이른바 ‘틱톡 퇴출 법안’에 서명했다.일본 정부가 라인야후에 자본 재검토를 요구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국가 기간 서비스 역할을 하는 메신저 라인의 보안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긴 했지만, 한국 기업인 네이버를 일본에서 퇴출하고 싶다는 게 일본의 본심이다. 라인야후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함께 만든 회사로 일본에서 메신저와 전자결제, 원격의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국제사회가 약육강식의 장으로 바뀌고 있
자고 일어나면 물가가 뛰는 요즘 오히려 가격이 내려간 항목이 있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내야 하는 통신 요금이다. 지난해 가계통신비 월평균 지출은 전년 대비 0.1% 감소한 12만8100원이다. 쥐꼬리만 한 하락 폭이지만, 인플레이션 시대에 역주행에 성공했다는 점만으로도 눈에 띈다.이런 추세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통신 3사가 5세대(5G) 이동통신 요금 최저 구간을 3만원대로 낮춘 데다 새 폰을 사며 통신사를 바꾸는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전환지원금이 늘어나서다.어느새 일상이 된 요금 규제가계 통신비가 내려간 것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정부의 압박 때문이다. ‘데이터 구간 세분화’를 시작으로 ‘해외 로밍 요금 인하’ ‘3만원대 5G 요금제 출시’ ‘전환지원금 인상’ 등 세세한 주문이 한두 달 간격으로 떨어지자 통신사들도 버틸 수 있는 재간이 없었다는 분석이다.정부가 민간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자유시장경제 원리에 어긋난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가 통신을 예외적인 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정부의 면허사업으로 독과점이 제도적으로 보장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독과점 가격을 규제하는 것은 비상 상황에서 쓸 수 있는 물가 대책이란 게 이들의 논리다.통신비 인하를 강제해도 ‘뒤탈’이 없다는 인식이 확산한 이유는 그 외에도 다양하다. 정유는 통신과 똑같은 면허사업이지만 수출 비중이 상당하다. 반면 통신은 철저한 내수 산업이다. 통신사를 압박한다고 해서 벌어들이는 외화가 줄어드는 등 직접적인 부작용이 나타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차세대 통신 투자가 지체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될 순 있다. 하지만 LTE
고요했던 지구의 위성, 달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 각국 정부와 민간 기업이 보낸 달 탐사선이 두어 달에 한 번꼴로 달을 찾고 있어서다.‘우주 대항해 시대’의 포문을 연 것은 미국 기업 인튜이티브머신스다. 이 회사가 쏘아 올린 ‘오디세우스’는 지난달 23일 달 착륙에 성공하며 ‘민간 기업 최초의 달 착륙선’이란 타이틀을 얻었다. 이 회사는 올해만 세 차례 달에 탐사선을 보낼 예정이다. 또 다른 미국 우주 기업 파이어플라이에어로스페이스와 애스트로보틱스도 연내에 탐사선을 띄운다. 격차 큰 발사체에 집착하지 말아야주목할 것은 이들이 우주로 가는 이유다. 1960년대만 해도 달 탐사는 냉전 시대 국가 단위 패권 경쟁의 산물이었다. 지구 밖 미지의 공간을 다녀왔다는 것만으로 국력을 증명할 수 있었다. 우주를 경유해 적국을 공격하는 군사기술을 선점하려는 목적도 있었다.최근의 달 탐사는 ‘실리’에 방점을 둔다. 미국 물리학자 닐 더그래스 타이슨은 “우주에서 천연자원을 가장 먼저 발굴하는 사람이 첫 번째 ‘조(兆)만장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달을 비롯한 소행성들이 자원의 보고라는 뜻이다. 우주에서 이뤄지는 물류와 연구개발(R&D) 시장을 선점하려는 시도도 활발하다.한국에 우주는 아직 먼 얘기다. 당장 먹고살기 바쁜데 우주 시대 준비에 재원을 투입하는 것은 낭비라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이런 주장은 근시안적이다. 서구 열강이 세계의 패권을 거머쥔 계기는 15세기부터 17세기까지 이어진 대항해 시대였다. 공간과 자원의 제약에서 벗어난 나라들이 국가 단위의 퀀텀 점프를 이루는 데 성공했고 세계의 열강으로 자
학창 시절만 해도 2절까지 외울 수 있는 노래가 많았다. 팝송을 외우겠다고 노트에 영어 가사를 베껴 적는 게 일상이었다. 가사를 보면서 노래를 부르는 노래방 문화가 확산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젠 아무리 좋아하는 노래도 클라이맥스 몇 소절을 간신히 외울 뿐이다.길 찾기도 부지불식간에 잃어버린 능력 중 하나다. 어느 날부터 차에 오르면 내비게이션을 켜고 주소를 입력하는 게 자연스러운 순서가 됐다. 이전에 몇 번을 가 본 곳도 실수 없이 운전해 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서다. 좌회전, 우회전 지시를 따라가기 바쁘니 동네와 이름이나 길의 흐름이 눈에 들어올 리 없다. 기술 발달이 인간의 퇴화 불러새로운 기술의 등장이 인간의 특정 능력을 퇴화시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평균적인 현대인은 원시인보다 시각과 후각이 무디고, 근력과 지구력도 떨어진다. 목숨을 걸고 사냥터에 나갈 필요가 없어지자 해당 능력이 퇴화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이런 변화가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해당 능력을 쓰지 않은 덕에 새로운 능력이 개화했고, 절약한 에너지를 다른 일에 쏟을 수 있었다. 문명의 발달과 인간의 특정 능력 퇴화가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도 볼 수 있다.하지만 최근에 등장한 신기술들은 파급력이 심상찮아 보인다. 인간의 본질적인 능력인 선택과 주의집중 능력을 빠르게 퇴화시키고 있어서다. 요즘 유튜브와 틱톡 사용자들은 이전보다 검색 버튼을 덜 누른다. 인공지능(AI)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들의 사용기록을 분석해 입맛에 딱 맞는 콘텐츠를 끊임없이 토해내기 때문이다. 나보다 더 나를 잘 아는 AI가 나 대신 선택의 권한을 행사해주고 있다는 얘기다. 쇼핑 플랫폼도 마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건 인간의 욕망이다. 사적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개인들의 행동이 공공복리를 증진한다는 ‘보이지 않는 손’의 법칙이 오랜 기간 세계 경제의 수레바퀴를 돌려왔다.보이지 않는 손이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곳이 미국 실리콘밸리다. 가진 것은 아이디어뿐인 창업자도 억만장자가 될 수 있다. 그럴듯한 비전과 성공했을 때의 ‘과실’을 나누자는 조건을 내걸고 외부 투자를 유치하는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으로 탈바꿈한다. 몸값이 비싼 A급 인재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현금 대신 스톡옵션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얼마든지 야심가들을 유치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식 모델 한국에 이식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실리콘밸리식 성장 방정식을 한국으로 가져온 인물이다. 김 창업자는 2007년 NHN(현 네이버)을 떠나며 “최고경영자(CEO) 100명을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그의 다짐은 빈말이 아니었다. 김 창업자는 카카오 그룹을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처럼 운영했다. 도전정신이 충만한 인재들을 발굴했고, 이들에게 전적인 의사결정 권한과 스톡옵션을 약속했다. 본인은 ‘은둔의 경영자’를 자처하며 경영 일선에서 한 발 뒤로 물러났다.몇 년 전까지만 해도 김 창업자의 실험은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오너처럼 회사를 운영하는 ‘김범수 키즈’들의 활약 덕이었다. 2013년 16개에 불과했던 카카오 국내 계열사는 지난 6월 기준으로 146개로 늘었다. 뜻하지 않은 부작용이 나타난 것은 2~3년 전부터다. 경영진이 부적절한 처신으로 그룹에 악영향을 준 사례가 부쩍 늘었다. 카카오톡 서비스 장애 사태로
영국 블레츨리 파크에서 지난 1일 열린 제1회 ‘인공지능(AI) 안전 정상회의’는 시종일관 훈훈한 분위기였다.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한국 등 28개국이 AI 기술의 위험성에 대해 공동 협력을 다짐하는 ‘블레츨리 선언’에 합의하는 등 성과도 상당했다. 고도의 능력을 갖춘 ‘프런티어 AI’의 잠재적 위험 관리를 플랫폼에만 맡길 수는 없으니 정부와 외부 전문 기관이 적절한 수위의 규제를 가하겠다는 것이 선언의 골자다. 기업의 반발은 빅테크들을 끌어들이는 방법으로 무마했다. 실리콘밸리를 대표해 정상회의를 찾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의 대담에서 “AI 규제는 짜증 나는 일이지만 심판을 두는 것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AI의 잘못인가 사람이 문제인가블레츨리 선언엔 곱씹어볼 부분이 적지 않다. AI 규제는 보통의 산업 규제와 다른 점이 많다. 지금까지의 규제는 악의를 가진 기업과 정부의 싸움이었다. 이익을 늘리기 위해 불량 건자재를 쓰는 건설사가 많아지면 철근이나 시멘트 등의 규격을 정부가 정하는 식으로 규제가 만들어졌다. AI와 관련된 문제들은 플랫폼이 아니라 사용자들이 야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업무 효율 개선을 위해 개발한 생성 AI를 가짜뉴스 제작에 활용하는 식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플랫폼에만 초점을 맞춘다. 개개인의 움직임을 일일이 들여다볼 수 없어서다. AI의 오용을 막을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게 정부의 규제 논리다. AI업계 일각에서 “살인사건의 책임을 범인이 아니라 칼 판매자에게 돌리는 격”이란 볼멘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AI의 복잡성도 규제를 어렵게 만든다. AI 플랫폼은 생물과 같아서 개발자들도 어떤
“어렵죠. 기술이 아니라 법과 제도 때문이에요.” 한 정보기술(IT)업계 최고경영자(CEO)에게 “10년이 지나면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느냐”고 묻자 돌아온 답이다.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정교해지겠지만, 사고 책임 소재, 안전 가이드라인 등을 정하는 건 쉽지 않다는 설명이었다. 새로운 기술이 법과 제도의 테두리 안에 들어오는 과정은 지난하다. 정부와 국회가 내용을 파악하고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일시적으로 법 적용을 유예하는 ‘규제 샌드박스’가 등장한 것도 기술의 제도화가 느려서다. 신기술을 개발하고 플랫폼을 만드는 기업에 얼마만큼의 책임을 지울지도 쉽게 결정하기 힘들다. 무거운 짐을 지울수록 기술 발전 속도가 더뎌지기 마련이다. IT업계에선 '규제장전' 우려정부는 지난 25일 ‘디지털 권리장전’을 선보였다. 생성 인공지능(AI)과 관련한 정책과 제도 등을 만들기에 앞서 디지털 시대에 지켜야 할 기준을 담은 ‘헌법’ 성격의 규범을 정한 것이다. 모두가 정의롭고 공정하게 혜택을 향유하는 ‘디지털 공동 번영 사회’를 구현하는 게 디지털 권리장전의 목표다. 벌써 업계에선 이 규범이 ‘디지털 규제장전’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가짜뉴스와 디지털 정보 격차 해소 등의 현안을 기업 규제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할 것이란 하소연이다. 디지털 기술과 관련한 법과 제도의 정비는 AI 시대를 맞아 꼭 필요한 일이라는 데 동감하지만, 국내 IT업계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직 구체적인 세부 방향이 나오지 않았음에도 업계가 바짝 긴장한 것은 정부의 최근 행적이 심상치 않아서다. 공정거래위원회
한국 콘텐츠산업의 선봉은 누가 뭐래도 게임이다. 지난해 기준 시장 규모는 21조1800억원. 이 중 해외에서 벌어들인 매출이 11조원을 넘는다. 국내 콘텐츠 수출액의 60% 이상을 게임 업체가 책임지는 구조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오징어게임’에 비견되는 캐시카우가 매년 꾸준히 쏟아진 결과다. 한국의 세계 게임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기준 7.6%로 미국과 중국 일본에 이어 4위를 달리고 있다. 국내 증시에 상장한 10대 게임 업체의 시가총액이 50조원에 달하는 배경이다. '고티'를 내놓지 못하는 한국남부럽지 않은 한국의 게임업계에도 아쉬운 대목이 있다. ‘고티(GOTY·Game of the year)’로 불리는 ‘명작’이 보이지 않는다. 글로벌 게임업계는 매년 전 세계에서 출시된 게임을 놓고 고티를 뽑는다. 2014년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마이크로소프트 시어터에서 열리고 있는 ‘더 게임 어워드’가 고티의 최고봉으로 꼽힌다. 더 게임 어워드를 포함해 여러 곳에서 고티를 선발하고 있지만 한국 업체의 작품은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2017년 크래프톤(당시 펍지스튜디오)의 ‘배틀그라운드’가 더 게임 어워드 5개 부문 후보에 오른 것이 유일한 성과다. 한국 게임업계가 고티와 인연이 없는 것은 철저히 수익성 관점에서만 게임을 바라봤기 때문이다. 과금을 유도하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대세로 자리를 잡다 보니 새로운 시도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1998년 출시된 엔씨소프트 리니지의 대성공이 이런 흐름을 만들었다. 리니지는 중세풍의 판타지 게임으로 승부욕을 자극하는 공성전 콘텐츠가 특징이다. 이 게임에 푹 빠져든 애호가들은 수십만~수백만원에 달하는 아이템을 앞다퉈 구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인 테드 서랜도스의 방한으로 한국이 들썩이고 있다. 21일엔 박찬욱 감독 등 영화인들을 만났고, 22일엔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내 최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남이 예정돼 있다. 서랜도스 CEO 방한에 이목이 쏠린 것은 넷플릭스가 최근 한국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해서다. 그는 지난 4월 미국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 4년간 25억달러(약 3조3000억원)의 콘텐츠 투자를 약속했다. 넷플릭스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에 투자한 금액의 두 배 수준이다. 한국을 찾은 서랜도스 CEO를 바라보는 국내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들은 마음이 복잡하다. 국내 기업에 불리하게 짜인 ‘기울어진 운동장’이 한층 공고해질 것이란 우려가 상당하다. 韓 통신사와 '망 이용대가' 갈등SK브로드밴드는 ‘망 이용대가’를 놓고 넷플릭스와 3년째 소송을 진행 중이다. 대량의 트래픽을 유발하는 업체라면 전용선 사용료를 별도로 납부해야 한다는 게 SK브로드밴드의 입장이다. 반면 넷플릭스는 각자의 비용은 각자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망 이용대가는 국내 IT 산업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 사례다. 인터넷 트래픽이 많은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업체들은 매년 수백억원을 통신망업체에 납부 중이다. IT 플랫폼 발달로 망 사업자의 시설투자 비용이 늘어났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반면 넷플릭스,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은 ‘이중요금 부과’라며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선 대통령이 직접 나서 넷플릭스의 투자를 유치한 상황에서 해외 빅테크에 망 이용대가를 강제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기울어진 운동장 사례는 이뿐만이
복잡한 조직 구조와 느린 의사결정, 내부 알력, “안 된다”를 입에 달고 사는 간부들…. 상당수 거대 기업이 공통으로 겪는 문제다.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인 구글도 다를 게 없었다. 인공지능(AI)을 담당하는 내부 조직인 ‘구글 브레인’과 이세돌을 바둑으로 꺾은 ‘알파고’로 유명한 자회사 딥마인드는 늘 티격태격했다. 참모들은 “생성 AI 서비스는 위험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AI가 일으킬 윤리적 문제가 구글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논리였다. 치러야 할 비용도 걱정스러운 대목이었다. 회사 안팎에선 자사 검색 엔진에 생성 AI를 구현하려면 연간 매출 이상의 비용을 컴퓨팅 파워 마련에 투입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철저한 오픈이노베이션 전략구글은 우여곡절 끝에 지난 10일 사람처럼 묻고 답하는 생성 AI 챗봇 ‘바드’를 내놓았다. 하지만 시장에서의 위치가 ‘추격자’로 강등됐다. 자신들의 상품이 챗GPT 언어모델인 GPT-4를 장착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업무 도구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증명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컴퓨터를 사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구글에 접속했던 ‘독점의 시대’가 끝난 것이다. 똑같은 ‘테크 공룡’이지만 MS의 접근법은 달랐다. 본체가 아니라 오픈AI를 앞세워 생성 AI 시장을 공략한 것이 결정적인 차이다. 스타트업과 연합해 새로운 기술을 발굴하고 시장성을 테스트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쓴 것이다. 오픈AI는 스타트업의 혜택을 톡톡히 누렸다. 사용자들은 챗GPT의 초기 오류에 너그러웠다. 얽혀 있는 사업이 많지 않으니 유료화에도 거침이 없었다. 이 회사는 월 20달러의 요금을 받고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MS도 오픈AI와
‘빵집 A’는 항상 가격이 똑같다. 언제 가더라도 빵 한 개가 100원이다. 반면 ‘빵집 B’는 수시로 가격을 바꾼다. 어떤 날은 옆집처럼 100원을 받지만 70원, 80원에 빵을 파는 날도 적지 않다. 두 빵집에서 판매하는 빵의 품질은 동일하며 개당 100원 이상의 가격을 받는 일은 없다. 당신이 소비자라면 어떤 빵집을 선택할까.갑자기 빵집 얘기를 꺼낸 것은 2014년 처음 시행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단통법도 초기엔 긍정적 측면이 있었다. 불투명하게 지급되는 단말기 보조금을 제한해 소비자가 ‘호갱’(호구와 고객을 얕잡아 부르는 ‘고갱님’의 합성어)이 되는 것을 막아줬다. 멀쩡한 스마트폰을 교체하는 사례를 줄인 것도 단통법의 효과로 볼 수 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부작용이 나타났다. 기업 마케팅 비용의 상한을 법으로 정한 것이 문제였다. 경쟁할 이유가 사라진 통신사들은 보조금과 할인 혜택을 하나둘씩 거둬들였다. 소비자는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했고, 통신사의 영업이익은 늘었다. 빵집 B가 사라지고 빵집 A만 남으면서 소비자 모두가 호갱이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10년 묵은 단통법이 최근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이 “통신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다”고 운을 뗀 것이 시작이었다. 이때부터 정부는 국민의 소비자 통신비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경쟁적으로 내놨다.통신비는 ‘통신 서비스 요금’과 ‘단말기 할부금’으로 나뉜다. 정부는 이 중 통신 서비스 요금에 먼저 메스를 댔다. 통신사에 ‘가성비’가 높은 5세대(5G) 이동통신 중간요금제 도입을 강도 높게 주문했다.다음 차
청년들이 선호하는 직업은 자주 변한다. 3~4년 전만 해도 공무원을 ‘최고’로 쳤다. 9급 공무원 경쟁률이 수백 대 1에 달했고, 환경미화원을 뽑는 데 명문대생까지 뛰어들었다.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직장에 대한 수요가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다.코로나19를 거치면서 ‘의치한약수(의대·치대·한의대·약대·수의대) 신드롬’이 공무원 열풍을 대체하는 모습이다. 가파른 인플레이션 탓에 ‘즉각적인 금전적 보상’에 매력을 느끼는 청년이 늘어났고, 이들이 찾은 해법이 ‘전문직 자격증’이란 해석이 나온다. 변호사와 노무사,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는 대학생이 증가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전문직 장벽 깨트리는 챗GPT선호 직업군은 달라졌지만 바뀌지 않은 것도 있다. 자격증을 통해 경쟁자들의 진입을 막는 장벽을 치겠다는 방법론이다. 몇 년 고생해 자격증을 손에 넣으면 이후 수십 년간 꾸준한 보상을 얻을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이 전통적인 방법론엔 한 가지 허점이 있다. 경쟁자의 범주를 ‘사람’에 국한했다는 점이다.미래의 의사, 변호사의 경쟁자는 동료 집단이 아니라 인공지능(AI)이 될 가능성이 높다. 챗GPT 등 현존하는 생성 AI의 전문성은 사람 못지않다. 미국 미네소타주립대는 챗GPT에 일반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학생이 보는 것과 동일한 시험을 치르게 했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객관식 문항은 물론 에세이까지 순식간에 써 내려갔다는 것이 미네소타주립대의 설명이다. 미국 의사면허시험(USMLE),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MBA(경영학대학원) 졸업시험 등도 이미 챗GPT에 정복당했다.챗GPT 이전의 AI는 ‘찻잔 속 태풍&r
한국경제신문과 KT가 운영하는 AICE(AI Certificate for Everyone)가 인기를 끄는 것은 개개인의 인공지능(AI) 역량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어서다.AI 인재를 육성하려면 공신력 있는 교육 프로그램과 평가도구가 필수다. AI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알아야 수준에 맞는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인재를 뽑을 때도 마찬가지다. 공신력 있는 평가 결과가 있으면 인재를 선별하는 기회비용을 줄일 수 있다.미국 등 AI 선진국에는 아마존, 구글과 같은 빅테크가 개발한 AI 시험이 즐비하지만, 국내엔 AICE 외에 이렇다 할 평가도구가 없다. AICE는 △프로페셔널(PROFESSIONAL) △어소시에이트(ASSOCIATE) △베이식(BASIC) △주니어(JUNIOR) △퓨처(FUTURE) 등 총 5단계로 나뉜다. 프로페셔널은 AI 및 SW 개발자와 전공자를 겨냥한 전문가용 시험이다. 한 단계 아래인 어소시에이트 데이터 기획·분석 실무자를 겨냥했다. 이 두 시험에 응시하려면 코딩 언어인 파이선에 관한 지식이 필요하다. 비전공자를 타깃으로 한 베이식은 ‘오토 ML(머신러닝)’을 활용한다. 코딩에 대한 전문지식 없이도 시험 응시가 가능하다. AI 유관 업무를 관장하는 관리자, 본격적으로 AI를 공부하려는 대학생에게 알맞다. 주니어는 중·고교생, 퓨처는 초등학생용 시험이다. AI의 개념과 구현 원리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 등을 평가한다.오는 4월 7일과 8일에 치러지는 두 번째 정기시험은 베이식과 어소시에이트다. 프로페셔널 정기시험은 하반기에 예정돼 있다. 상반기엔 기업을 대상으로 한 특별시험만 진행한다. 퓨처와 주니어는 5월에 정기시험이 예정돼 있다.AICE 교육 프로그램은 온라인 강의 형태로 제공한다. 홈페이지(aice.study)에 접
인공지능(AI)과 데이터 활용 능력을 높이는 신개념 테스트 AICE(AI Certificate for Everyone)의 두 번째 정기시험이 다음달 7일과 8일 열린다.AICE는 한국경제신문사와 KT가 개발하고 운영하는 시험으로 ‘전 국민의 AI 역량 강화’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다. 표준화된 테스트가 없어 AI 인재를 양성하고 발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기업과 교육기관의 요구를 반영해 시험을 설계했다. ‘디지털 인재 100만 명 양성’을 모토로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가 추진 중인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의 초석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영어 능력을 평가하는 토익처럼 응시자의 AI 활용 능력을 평가한다. KT가 문항 개발을, 한경이 시험 주관과 운영을 맡는다. 지난해 1회 정기시험 참여자만 1984명에 달했다. 기업이나 학교 단위로 치러진 수시시험까지 합하면 벌써 2500여 명이 AICE를 경험했다.2회 정기시험은 준전문가용인 AICE 어소시에이트(ASSOCIATE)와 일반인을 겨냥한 베이식(BASIC) 두 종류다. 비전공자를 타깃으로 한 베이식은 ‘오토 ML(머신러닝)’을 활용한다. AI 유관 업무를 관장하는 관리자, 본격적으로 AI를 공부하려는 대학생에게 알맞다. 어소시에이트는 데이터 기획·분석 실무자를 겨냥했다. 두 시험 모두 온라인 비대면으로 치러진다. 웹캠이 달린 PC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 응시할 수 있다. KT가 자체 개발한 AI 기반 온라인 시험 부정행위 탐지 솔루션인 ‘아르고스’가 감독관 역할을 한다.정기시험 신청 기간은 6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다. AICE 홈페이지(aice.study)에서 시험의 세부 사항을 확인하고 신청하면 된다. 유료 동영상 강의를 구매하면 학습과 실습이 가능하다. AICE의 개념과 평
“제2 중동 붐을 준비해야 한다.”아랍에미리트(UAE)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5일 국무회의에서 꺼낸 얘기다. 윤 대통령은 순방 기간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며 활발한 비즈니스 외교를 펼쳤다. 구체적인 성과도 나왔다. 무바달라 등 현지 국부펀드들이 한국 기업에 300억달러(약 37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50여 건의 투자 양해각서(MOU)도 체결됐다. 수소와 에너지, 방산 등과 관련한 제품 및 기술을 공급하는 게 골자다.또 다른 중동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 중인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도 상당하다. 네옴시티는 만리장성 이후 최대의 토목공사로 불린다. 2030년까지 사막 한가운데에 서울의 40배가 넘는 친환경 인공도시를 세우는 프로젝트로, 사업비만 최소 7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ESG·DX 전환 '빅픽처' 필요우리 정부와 기업이 중동 프로젝트에 의욕을 보이는 것은 뒷걸음질하는 경제 상황과 맞물려 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의 실적은 악화일로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경기침체 등의 여파다. 국가 경제도 흔들리고 있다. 저성장 흐름이 고착화했고, 경상수지도 적자로 돌아섰다. 돌파구 마련이 절실한 상황에서 수백조원짜리 사업이 구체화하니 몸이 달아오를 수밖에 없다.하지만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다. 지금까지 나온 성과의 대부분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MOU다. 상황이 달라지면 사업 파트너가 바뀌거나 사업 자체가 취소될 수 있다. 과거 정권에서도 대통령이 순방 후 받아온 ‘선물 꾸러미’가 우리 기업의 실적으로 이어지지 못한 전례가 적지 않았다. UAE와 사우디 등이 대역사를 시작한 것
“웹3.0 기술에 관심이 있어 <한경 무크 CES 2023>을 골랐습니다.”17일 교보문고 서울 광화문점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씨(34)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에 어떤 기술이 나왔는지를 분석한 자료를 찾다가 한경 무크 발간 소식을 접했다”며 이렇게 말했다.한국경제신문사는 이날 <한경 무크 CES 2023>을 정식으로 발간했다. 교보문고 등 주요 서점의 경제·경영 섹션 매대는 한경 무크를 고르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온라인 서점을 통한 주문도 쉬지 않고 이어졌다. 기업과 개인 독자들로부터 들어온 사전 주문을 합하면 이미 3000부 이상이 팔려나갔다.금융·투자업계에서도 <한경 무크 CES 2023>에 관심을 보였다. CES를 전문가의 시각에서 분석하고, 기술 트렌드와 투자 포인트까지 상세하게 소개했다는 이유에서다.KAIST 교수진과 주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집필진으로 참여해 모빌리티·메타버스·헬스케어 등 10대 산업군의 기술 동향과 전망을 꼼꼼히 짚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끌어냈다. 출판계에선 CES라는 초대형 글로벌 행사가 끝나자마자 이를 총정리해 무크 형식의 책자로 신속하게 발간했다는 점을 놀라워했다. 올해 CES는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열렸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와의 시차를 감안하면 행사가 끝난 지 1주일 만에 무크가 나왔다는 얘기다. “인쇄 매체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무크 곳곳에 있는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해당 챕터와 관련한 ‘쇼트폼’(짧은 동영상)을 볼 수 있다.한국경제신문의 CES 무크 시리즈는 매년 1월 서점가를 달구는 스테디셀러다. 지난해 발간한 <한경 무크 CES 2022>, 2년 전에 처음 나
82개 업종, 335개 기업·대학·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지난해 국가고객만족도(NCSI)의 점수는 78.4점이었다. 78.1점을 기록한 2021년보다 0.3점(0.4%) 올랐다. 1998년 NCSI 조사가 시작된 이후 역대 최고치다. 어려운 경제 여건과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국내 기업들이 고객 중심 경영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1~4위는 종합병원이 휩쓸었다. 세브란스병원이 1위에 올랐고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이 뒤를 이었다. 일반 기업 중에선 삼성물산(아파트), 롯데면세점(면세점) 등이 눈에 띈다.1위를 차지했던 기업의 순위가 뒤바뀐 업종이 14개, 공동 1위로 나타난 업종이 13개로 조사됐다.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됐다는 의미다. 선두 기업들의 고객 만족 노력으로 상위권 기업들 간 고객만족도는 상향 평준화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국가 차원의 NCSI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 업종별 NCSI 점수는 최고 82점에서 최저 74점의 분포를 보이며 최고점과 최저점의 격차는 8점으로 조사됐다.부문별로는 ‘전기, 가스, 증기 및 공기조절 공급업’과 ‘수도, 하수 및 폐기물 처리, 원료 재생업’ ‘사업시설 관리, 사업지원 및 임대 서비스업’ 등이 전년 대비 1.0점(1.3%) 오르며 평균 점수를 끌어올렸다.■ 한국생산성본부는한국생산성본부는 산업계의 생산성 향상을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1957년 설립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특별법인이다. 설립 후 국가 경제개발 계획과 국가 생산성 향상 계획을 지원했다. 국내 최초 컨설팅·교육 전문기관으로 ‘경영’의 개념을 알리고 ‘컨설팅’을 보급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한국경제신문이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3’의 모든 것을 담은 한경 무크 [CES 2023]을 예약 판매합니다.KAIST 교수진과 한경 베테랑 기자 40여 명이 특별취재팀으로 참여했습니다. 행사가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발로 뛰는 기자만 27명에 이릅니다. 민간연구소 전문가와 주요 증권사 전자·자동차 업종 애널리스트들도 필자로 나섰습니다. 투자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미래 산업과 신기술, 투자 포인트가 담깁니다.이 한 권의 책만 있으면 CES 2023에서 기업들이 선보인 신기술을 속속들이 알 수 있습니다. 올해는 무크에 ‘쇼트폼’(짧은 동영상)을 접목했습니다. 무크 곳곳에 있는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해당 챕터와 관련한 쇼트폼을 볼 수 있습니다.이번 무크는 4개 섹션으로 CES 2023을 해부합니다. 첫 섹션은 주요 기업 최고위급 경영자를 대상으로 한 현장 인터뷰입니다. CES 2023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을 소개하고 향후 기술이 어떻게 진화할지를 전달합니다.두 번째 섹션은 글로벌 기업의 신기술 트렌드입니다. CES 2023에 참여한 글로벌 기업들을 10개 업종으로 분류해 주요 전시 내용과 시사점 등을 정리합니다.세 번째 섹션에선 CES 2023에 참여한 국내 기업들을 집중적으로 분석합니다. 삼성전자, LG전자 같은 대기업뿐 아니라 첨단기술로 무장한 스타트업도 다룰 예정입니다. 네 번째 섹션에선 기조연설 등 CES 2023의 주요 프로그램을 소개합니다. 글로벌 기술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각 분야 리더의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번 행사를 결산하는 콘텐츠도 준비돼 있습니다.CES를 다루는 한경 무크 시리즈는 서점가를 뜨겁게 달구는 스테디셀러로 매년 1만 부 이
계묘년(癸卯年)을 맞은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마음이 무겁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글로벌 경기가 꽁꽁 얼어붙어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새해에 매출과 이익을 늘릴 수 있는 업종이 많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금 조달이 필요한 기업은 껑충 뛴 금리가 부담스럽다. 성장동력 마련을 위한 투자를 이어가려면 과거보다 2~3배에 달하는 금융비용을 감내해야 한다.주요 기업은 팍팍해진 경영 여건을 정공법으로 뚫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연구개발(R&D)과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미래 기술을 확보하고, 제품과 서비스 차별화를 통해 새로운 수요를 확보하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겠다는 얘기다. 미래 투자는 흔들림 없이 지속삼성전자는 새해 경영 키워드로 ‘효율화’를 꼽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부터 생활가전, 스마트폰 등을 아우르는 DX(디바이스경험)부문을 중심으로 비상 경영에 들어갔다. 불필요한 경비를 절감하고 효율화하는 게 목표다.다만 위기 상황임에도 미래를 위한 투자에는 손을 대지 않기로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10월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가야 한다.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긴축 경영을 유지하면서도 필요한 사업에는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전략을 병행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배경이다.SK그룹 분위기도 비슷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0월 그룹 최고경영자(CEO) 세미나 폐막 연설에서 ‘손자병법’에 나오는 ‘이우위직(以迂爲直) 이환위리(以患爲利)’의 자세를 주문했다. ‘다른 길을 찾음으로써 유리한 위
산업연구원은 반도체와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 13대 주력 산업의 올해 내수와 생산도 저조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수의 경우 조선(전년 대비 35.4% 증가)과 2차전지(33.1%)를 제외한 대부분 산업이 감소세를 지속하거나 성장세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 대비 내수가 쪼그라들 것으로 예측되는 업종은 자동차, 기계, 정유, 석유화학, 가전, 디스플레이 등이다.생산 전망도 어둡다. 조선(42.4%), 철강(1.6%)을 제외한 대부분 산업에서 생산량이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정보기술(IT) 신산업군 3대 축인 가전(-3.1%)과 반도체(-4.9%) 디스플레이(-2.7%) 관련 제품 생산량이 일제히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내수와 수출이 모두 부진한 상황에서 재고가 늘고 있는 만큼 생산량 조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기업들의 설명이다.송형석 기자
CJ올리브네트웍스와 퍼브, 한국경제신문이 진행한 ‘리모트 인턴십’ 프로그램이 고용노동부 장관상을 받았다.27일 업계에 따르면 고용부는 최근 ‘2022년 청년 친화형 기업 ESG 지원사업 성과공유회’를 열고 리모트 인턴십 등 우수 사례를 시상했다. 메타버스 플랫폼인 ‘브릿지오피스’를 활용해 청년 구직자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게 리모트 인턴십의 골자다. 모집 인원이 계획보다 150% 많았고, 수료율도 92%에 달할 만큼 참가자들의 호응이 컸다. 그 밖에 롯데호텔의 ‘호텔메이커’, 카길애그리퓨리나의 ‘차세대 축산 리더’ 등 6개 프로그램이 우수 사업으로 선정됐다.청년 친화형 기업 ESG 지원 사업은 민간 기업이 구직자를 대상으로 직무훈련 및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정부가 비용의 일부를 지원해주는 프로젝트다.송형석 기자
한국경제신문사와 연세대 동반경영연구센터, IBS컨설팅이 함께 개발한 한국형 ESG 평가모델을 활용해 ‘2022 대한민국 ESG 경영대상’ 참가 기업을 평가했다.응모 기업이 어떤 산업에 속하는지에 따라 평가지표를 다르게 적용했다. 소속 업종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함께 개발한 글로벌산업분류기준(GICS)에 따라 구분했다.E(환경), S(사회), G(지배구조) 부문 지표와 관련한 기본 가중치는 30 대 40 대 30이지만 업종별로 가중치 비율을 다르게 조정했다. 업종별로 중요하게 챙겨야 하는 이슈가 다르다고 판단한 것이다. 예컨대 E가 중요한 이슈인 소재 업종은 38 대 39 대 23, E 부문 점수 차이가 크지 않은 금융은 14 대 50 대 36 비중을 적용하는 식이다.이번에 활용한 평가지표는 지난해 보다 많은 128개(E 45개, S 49개, G 34개)다. G는 업종과 관계없이 모든 지표를 공통으로 적용했다. E와 S는 업종에 따라 적용한 지표 개수가 다르다. 업종 특성상 지표의 변별력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해당 지표를 사용하지 않았다. 예컨대 금융 업종은 환경 관련 지표 45개 중 24개만 썼다. 오염물질 누출, 부정부패 등 ESG 관련 이슈를 둘러싼 논란이 있는지도 들여다봤다. 문제가 있는 기업은 감점 처리했다.업종별 평가가 이뤄지면서 탄소 배출량이 적지 않은 포스코 삼성전자 등도 수상 업체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는 것이 평가팀의 설명이다.평가위원장은 이명환 IBS컨설팅컴퍼니 대표가 맡았다. 윤태범 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 김재구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 문두철 연세대 교수, 이종욱 신구대 경영학과 교수 등이 평가위원으로 참여했다.송형석 기자
통신은 정부의 입김이 강한 업종이다. 공공재인 주파수를 정부로부터 할당받는 것이 비즈니스의 첫걸음이다. 통신사들의 위치가 ‘을(乙)’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밉보이면 사업이 축소되거나 중단될 수 있다 보니 어지간한 정부 요청은 군말 없이 수용한다. 그런 점에서 5세대(5G) 이동통신 28기가헤르츠(㎓) 주파수를 둘러싼 통신사들과 정부의 갈등은 이례적이다. 업계가 정부의 지침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28㎓ 주파수 할당 내용을 점검했다. 그 결과 KT와 LG유플러스가 할당 취소, SK텔레콤이 이용 기간 단축(6개월) 처분을 받았다. 28㎓ 장비 설치율이 이행 목표보다 훨씬 낮은 10.6~12.5%에 그쳤다는 이유에서다. 통신사가 약속한 투자를 포기하고, 정부가 할당한 주파수를 회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의 그늘지난 5일 통신 3사의 입장을 듣는 비공개 청문 자리에서도 이렇다 할 반전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통신사들은 이미 투입한 주파수 대금의 92%인 5711억원을 손실 처리한 상태다. 정부는 제4 이동통신사를 새로 뽑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28㎓ 사건의 발단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국은 ‘세계 최초 5G 상용화’란 타이틀을 거머쥐는 데 성공했다. 5G 상용화는 전 정권의 핵심 사업 중 하나로 유영민 전 과기정통부 장관이 주도했다. 핵심 메시지는 ‘LTE(4G)보다 20배 빠르다’였다. 정부는 ‘진짜 5G’와 ‘세계 최초’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28㎓와 3.5㎓를 패키지로 묶어 할당했다. 홍보는 속도가 빠른 28㎓로 하고, 통신장비의 설치는 3.5㎓ 중심으로 진행한 것이다.우리가 쓰는 5G
고물가·고환율(원화 가치 하락)·고금리 등 이른바 ‘3고’로 산업계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게 힘들어지면서 예정돼 있는 프로젝트들을 연기하거나나 취소하는 사례들도 많아지는 모습이다. 그런데도 사회공헌이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프로젝트를 중단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사회공헌을 기업 이미지 개선과 ESG 성과 제고를 위한 중장기 투자로 보는 기업들이 많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최근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의 키워드는 전문성, 다양성, 친환경 등이다.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관련이 있는 활동을 찾다 보니 사회공헌 아이템이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새로 시작하는 사회공헌 프로젝트들은 전 세계가 동참하고 있는 탄소중립에 발맞춘 것들이 많다. 조깅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캠페인인 플로깅 등 직원들이 동참할 수 있는 활동을 벌이는 곳도 적지 않다. 친환경 프로젝트 부쩍 늘어SK브로드밴드는 매달 ESG 관련한 특집 방송, 환경재단 영화제 후원 등의 활동을 통해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에 걸맞은 친환경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고민하다가 방송과 영화제를 선택했다는 설명이다.이 회사는 환경을 테마로 환경재단이 주최하는 서울국제환경영화제를 지난해부터 2년 연속 후원했다. 영화제의 우수 콘텐츠는 Btv와 모바일 Btv를 통해 소개했다. 올해 여름 휴가철 해수욕장에서 주워온 쓰레기를 다양한 해양 생물 모양 과자로 교환해주는 환경재단의 ‘씨낵(Seanack)’ 캠페인 홍보를 기업간거래(B2B) 미디어 서비스 ‘온애드(On-Ad)’를 활용해 지원하기도 했다.사내 캠페인도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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