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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관우 기자
    이관우 기자 한경디지털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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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프리즘] 오픈AI 쿠데타가 남긴 것

    인공지능(AI)의 진화가 허를 찌른다. 헛것으로 가득한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이 아니다. 방심의 틈을 파고드는 강대국 기술 혁명의 뾰족한 실체다.전문가들은 인간에 버금가는 범용 인공지능(AGI)을 오랫동안 꿈으로 여겼다. 완성된 이론도, AI를 구동할 에너지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AI가 인간을 초월할 싱귤래리티(특이점)가 2045년 올 것이라고 했다. 이 특이점이 앞당겨질 것이라고 많은 사람이 말하기 시작한 게 요즘이다.일련의 사건이 불을 지폈다. 오픈AI 대표 샘 올트먼 축출 미수 사태가 그 정점에 있다. 인류 공영에 초점을 맞춘 비영리 이사회가 올트먼의 ‘상업적 폭주’에 제동을 걸었다가 진압된 해프닝이다. 이 소용돌이 와중에 흘러나온 게 ‘Q스타’라는 프로젝트의 존재다. 데이터를 학습해야만 결과물을 내놓는 기존 인공지능이 아닌, 데이터 없이도 추론하는 초지능의 실마리를 오픈AI 연구진이 찾아냈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인간계를 넘어선 AI만의 솔루션 창조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오픈AI는 절대자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주목할 것은 이 초기 AGI의 실재 여부와는 별개의 사태 전개다. ‘AGI에 대한 관심’이 폭발한 것이다. AI의 파멸적 부작용에 초점을 둔 두머(doomer)들만이 초지능의 조기 출현 가능성을 포착한 게 아니다. AI의 문명적 통제를 확신하는 부머(boomer)들도 조기 출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은 “5년 안에 AGI가 실현될 것”이라고 했다. 경쟁을 부추겨 자사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팔아치우려는 선전용 낙관이라고 일축하긴 어렵다. 그 역시 AI 기술 진화를 정확하게 읽어야만 살아남을 위치에 있기 때문이

    2023.12.19 17:45
  • [이슈프리즘] 공공의 실패와 각자도생

    당신은 20대 남자. 지하철 6호선을 탄다. 좌석 7개 중 3개가 비어 있다. 남과 남, 여와 남, 여와 여 사이다. 어디에 앉는 게 좋을까. 눈 밝은 이라면 당연히 여와 여 사이다. 여성의 평균 어깨너비는 남성보다 6㎝가량 작다. 불편함이 길러낸 찰나의 직관, 생활의 지혜다. 서울지하철이 등장한 1974년 좌석 너비는 435㎜였다. 이걸 2호선 등 일부 노선에서 480㎜로 키우고 좌석을 6개로 줄인 게 5년 전쯤의 일이다. 달라진 승객의 체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불편 민원이 해를 거듭하며 쌓이자 결국 1인당 공간을 넓힌 것이다. 반뼘도 안 되는 좌석 확장에 40년 넘게 걸렸다. 성인 남녀 신체는 같은 기간 ‘종족이 달라졌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커졌다. 남자 키가 평균 10.2㎝, 몸무게는 15.3㎏ 이상 불었다. 여성도 키와 몸무게가 각각 4.4㎝, 5.7㎏ 늘어났다. 민간은 변화를 민감하게 포착한다. 패션, 사무기기, 자동차, 주택 등 어느 시장이든 정확한 고객 읽기에 생존이 달렸다. 변화무쌍한 신체 사이즈에 맞춰 크기가 조절되는 자동차 트랜스포머 시트가 등장한 지 오래다. 오히려 세그웨이(1인용 이동장치), 일회용 산소 캡슐처럼 변화를 너무 앞서 나가다 쪽박을 찬 제품도 드물지 않다. 그런데도 시장은 끊임없이 고객의 변화에 촉수를 댄다. 경제학자 제임스 뷰캐넌의 통찰대로, 공공도 제 이익을 우선하는 탓일까. 변화에 둔감한 공공이 정치를 잘못 만나면 화(禍)가 증폭된다. 교통 수요 예측에 실패한 ‘김포 골병라인’이나 9호선의 숨 막히는 출근 전쟁이 그런 예다. 정치 이기와 행정 편의가 꼬이고 뒤엉켜 개통 전부터 경고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밀집된 지하철 안에서 선 채로 기절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나서야

    2023.10.17 18:07
  • [이슈프리즘] '묻지마 괴물' 키우는 인권의 나라

    뒤통수를 조심해야 하는 시대다. 다중밀집 지대에 이어 도심 터널이, 아파트 주차장이 불안하더니 이젠 광인(狂人)들의 묻지마 칼부림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사주 경계를 위해선 이어폰도 금기다. ‘괴물’이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는 운수소관이다. 안전지대는 없다. 묻지마 흉기 난동 범죄를 미국 버전으로 보면 총기 난사 사건에 다름 아니다. 칼이냐, 자동소총이냐가 다를 뿐, 집단적 트라우마가 심대하다는 게 같다. 분노와 증오가 자신에게 향하느냐, 타인에게 향하느냐에 따라 참혹성이 달라진다. 묻지마 괴물은 어느새 우리 사회를 교란하는 새 위협으로 자리 잡았다. 이달에만 서울 신림, 성남 분당 서현역 등 전국적으로 9건의 공격이 벌어졌다. “한국이 납치 살인 총격이 일상화한 남미형 사회가 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쏟아진다. 사형제 부활 논의에도 불이 붙었다. 복합 갈등으로 진이 빠진 우리 사회에 또 다른 스트레스가 등장한 것이다. 간헐적 사건이 동시다발이라는 전대미문으로 나아갔지만, 정부의 대응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난데없는 전술 장갑차와 특공대를 배치한 것부터가 그렇다. 사격과 격투에 능한 일선 경찰을 촘촘히 배치하면 될 일을 요란한 이벤트로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심하는 이들이 더 많을까, 아니면 기관총으로 칼부림에 대응할 때의 부작용을 상상하는 이들이 더 많을까. 경찰은 지난해 묻지마 범죄를 ‘이상동기’ 범죄로 명칭을 바꾸면서 의지를 보이긴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사건의 정확한 통계도 없다. 대책 마련은 요란하지만, 결국엔 다시 터지는 공식을 되풀이할 것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큰 배경이다. 인간 범주 너머의 존재를 완전히 격리

    2023.08.06 18:09
  • [이슈프리즘] AI시대, 공교육이 사는 법

    교육은 인간만의 것이 아니다. 물과 뭍에서 두루 사는 포유류 수달은 교육하는 동물의 좋은 본보기다. 새끼들이 젖을 뗄 무렵, 어미 수달은 순번을 정해 새끼들을 물속으로 밀어 넣어 수영과 사냥을 가르친다. ‘교육의 때’를 감지하는 육감이야 본능이니 놀라울 게 없다. 그러나 새끼들이 딱 가라앉지 않을 만큼 물밑에서 떠받치는 모습은 경이로운 광경이다. 동물의 새끼 훈육은 포식자와 자연으로부터 제 몸을 보호할 최소한의 생존능력을 길러주기 위함이다. 둥지에서 멀어지는 공포와 숨 막히는 훈련의 고통이 탄탄한 근육으로, 예민한 육감으로 자라나 제 살길 찾기를 돕는다. 모자람도, 넘침도 없는 고순도 실전 교육이다. 우리가 교육이란 이름으로 벌이는 일들은 대개 쓸모없는 게 넘쳐 문제다. 고통은 오롯이 아이들의 몫이다. 지식과 기술을 과잉 주입당한 고통은 훗날 세상을 살아갈 지혜의 근육으로 재생되기도 힘들다. 당락을 위한 줄 세우기 한 번으로 시험은 용도 폐기된다. 우리 고등교육 졸업장이 글로벌 표준의 직업적 전문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을 받는 것도 그래서다. 해방 이후 대학별 선발에서 본고사, 학력고사, 수능 등으로 입시제도가 수없이 얼굴을 바꿔왔지만 대한민국 교육은 되레 뒷걸음질치고 있다. 한창 달아오른 사교육 괴물, 킬러 문항과의 전쟁이 그 증좌다. 사교육비는 학령 인구가 반토막으로 쪼그라드는 상황에서도 지난 5년간 50% 가까이 불어났다. 한 해 26조원 규모로 덩치를 불린 사교육만이 문제가 아니다. 연간 공교육 예산(약 102조원)이 국방예산(약 57조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대졸자 취업률은 75% 정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23.07.10 17:47
  • [이슈프리즘] 댁내 두루 평안하신가요?

    요양원과 요양병원의 차이를 단박에 구분하는 이라면, 거동이 불편한 가족이 와병 중일 가능성이 높다. 의사의 상주(병원) 여부가 기준이라는 간단한 차이도 어느날 갑자기 가족 한 명이 중증 환자로 돌변하는 기막힌 일을 겪지 않고서는 관심을 가지기 쉽지 않다. 두 시설의 더 큰 차이가 ‘간병비’라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면, 이미 당신은 그로 인한 경제적 압박을 겪고 있으며, 급기야 자신의 부족한 경제력까지 책망하는 초보 환자 보호자일 확률이 높다. 간병비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900만 명을 돌파(2022년)한 초고령사회 한국에 ‘뜨거운 감자’다. 보건복지부가 2020년 조사한 국내 하루 1인 평균 간병비는 약 8만5000원. 뇌출혈 등 급성 중증 환자의 경우 한 달 간병비만 260만원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실제 간병 시장에선 웃돈이 붙어 10만원을 훌쩍 넘는 일이 흔하다. 그나마 장기요양보험이 적용되는 요양원은 간병비까지 녹인 기본 비용의 80%를 대줘 부담이 덜하다. 하지만 건강보험공단이 책임지는 요양병원에서는 몸으로 때우지 않는 한 고스란히 보호자가 떠안아야 한다. 간병인은 구하기도 어렵다. 밤샘 수발을 해본 이들은 이유를 안다. 치매와 중증질환이 겹칠 경우 환자의 이상행동은 재난에 가깝다. 웃돈과 휴가비를 챙겨주고, 비행기 표까지 끊어주며 붙잡아 보지만 간병인은 수시로 짐을 싼다. 살가웠던 가족이 살인을 저지르는 종말적 비극도 벌어진다. “종교적 신념으로 버틴다”는 말(5년차 간병인)이 그래서 나온다. 졸지에 일을 당한 자녀가 정신줄을 놓은 상황에서 흔하게 듣는 말이 ‘간병파산’이다. 치매와 뇌출혈이 겹친 부모를 응급실을 거쳐 요양병원에 모신 회사

    2023.06.19 18:29
  • [이슈프리즘] 반지성 정치의 미래

    ‘전설의 마케팅 구루’ 세스 고딘만큼 ‘확증편향’을 꿰뚫어 본 이가 있을까. 그는 저서 에서 “불특정 대중을 버리고 충성도 높은 소수를 잡으라”고 했다. 나아가 “그들이 꿈꾸는 것, 믿는 것, 원하는 것을 만족시키라”고 권했다. 그래야 브랜드 첫인상을 고착하고, “OOO은 언제나 옳다”고 믿는 일종의 인식 세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편향은 보편적이다. 이 인간 심리를 마케팅에 잘 이용하는 곳이 정치판이다. 공동의 적을 만들고 증오와 적개심 같은 광기를 분출케 하는 선동은 무리를 손쉽게 규합해 적을 타격할 효과적 수단이다. 좌우를 막론하고, 그 빚을 지지 않은 이가 얼마나 될까. 그럼에도 근대 정치가 수명을 유지한 것은 야만의 역류를 문명으로 치환하는 지성의 필터링이 꾸준히 작동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오염수를 놓고 벌어지는 선동은 우리 사회가 힘들게 축적한 신뢰 자산을 해치는 반지성적 퇴행이다. 과학과 외교로 풀어야 할 문제를 민족 감정과 확증편향을 자극해 풀려는 무지가 판을 친다. 시찰단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평가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반국가적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단부터 내놓는 무책임 정치가 춤을 춘다. 그러자 추종자들은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호도하는 모든 토착 왜구를 축출해야 한다”고 거품을 문다. 광우병 촛불 시위 때 목격한 그 확증편향 마케팅이 또 등장한 것이다. 토착 왜구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일본이 싫어도 한·일 관계는 미래지향으로 가야 한다고 믿는 이들이 늘어나는 건 맞다. 후쿠시마가 불안하긴 하지만 미신적 저주 대신 합리적 의심과 과학적 데이터가 우선이며, 이를 설명하는 이

    2023.05.29 18:02
  • [이슈프리즘] 디지털 프로메테우스의 불, AI

    챗GPT를 발명한 오픈AI 공동 설립자 샘 올트먼은 종종 ‘핵폭탄의 아버지’ 로버트 오펜하이머에 비유된다. 극한의 파괴력을 창조했지만, 문명의 이기가 몰고 올 부작용을 앞서 걱정했다는 게 닮았다. 올트먼은 한 인터뷰에서 “챗GPT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자찬했다. 그러면서 “가짜정보 생산, 사이버 테러 등에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 우려스럽다”고도 했다. 그러나 생성형 인공지능(AI) 전쟁에 참전한 기업들의 행렬은 꿈쩍도 하지 않는 눈치다. 미국 이론물리학자 오펜하이머는 나치보다 먼저 핵폭탄을 개발하는 것이 자유세계의 이익이라고 믿었다. 정작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이 떨어진 후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수소폭탄 개발을 반대하다 소련 스파이 누명을 쓴 그는 폭발해버린 세계적 핵개발 경쟁은 막지 못했다. 인공지능의 충격파는 심대하다. 교육 현장에서부터 ‘디지털 프로메테우스의 불’이라는 말이 나온다. 공통 지식을 대량 주입하느라 ‘남북통일보다 힘들 것’이라던 개인 맞춤, 수월성 교육이 하루아침에 가능해졌다. 영어회화 수업이 예다. AI는 몇 마디 대화로 단박에 학생의 회화 능력을 가늠하고 눈높이를 맞춰 학습을 주도한다. 한 반이 30명이라면, 30명의 원어민 교사가 수준별 밀착 과외를 하는 셈이다. 학생을 교실이라는 전통적 공간, 몇 학년 몇 반이라는 획일화한 틀에 가둘 이유도 없다. 교사의 역할은 AI 운용자로 달라진다. 교육당국은 교사 선발, 양성, 재교육 등의 기본정책을 흔들어야 할 판이다. 교육 개념의 해체다. 학생은 ‘경이로운 기술’의 최대 수혜자지만, 머지않아 ‘AI 디바이드’된 무한경쟁의 외나무다리를 건너야 한다. 교육업계 관계자

    2023.04.27 18:25
  • [데스크 칼럼] 대학 개혁, 내일이면 늦다

    가로, 세로 3.0㎝. 국내 사립대 총장 직인 크기다. 학장은 2.7㎝, 총장보다 작아야 한다. 서체도 정해져 있다. 한글 전서체 가로쓰기다. 교육부 규정이 그렇다.“학교 밖은 30층 건물이 쑥쑥 올라가는데, 바로 앞 학교 안은 10층도 못 올린다. 개발 역차별이다.”한 사립대 총장이 전한 대학 현실이다. 그에게 대학은 별별 규제에 막혀 숨이 끊긴 ‘좀비’나 다름없다. 자율도 없고, 돈도 없으며, 미래도 없다. 말 그대로 ‘3무(無)’다. 직인 크기도 스스로 결정 못해자율 없는 대학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사립학교법이 규정한 의무조항만 126개다. 입학 정원, 학생 선발, 학과 신증설 등 학사관리도 교육 당국의 감독을 거친다. 예산과 규제를 틀어쥔 정부로부터 지원금과 장학금을 받으려면 저항은 금기다. 이런 정부 사업이 1000개쯤 된다는 게 대학 총장들의 말이다. 흥미로운 건 대학의 적응력이다. 지난 10년간 유치원 8000개가 문을 닫을 동안 대학은 18개가 폐교했다. 구조조정 기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한 지역 대학교수는 “대학 자산을 팔고 청산할 수도 없게 돼 있으니 퇴로도 막혀 있는 셈”이라며 “이젠 규제와의 공생을 터득한 것 같다”고 했다.국립대라고 형편이 나은 것도 아니다. 세계 10대 대학을 지향하는 서울대만 해도 재정자립이 여의찮다. 법인화 10년인 지난해 세입 9411억원 중 정부출연금이 5380억원(57.2%)을 차지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법인화 취지가 뒷걸음질 쳤음을 드러낸 것이다. 자율과 재정자립은 ‘잘 가르치는 실력’으로 연결된다. 한 서울대 교수는 “해외 주요 대학들과 비교하면 교수 연봉이 딱 3분의 1 수준이어서 오겠다는

    2023.02.28 17:53
  • [데스크 칼럼] 슈퍼 AI경쟁, 진짜 전쟁의 서막

    인공지능(AI)이 인간을 넘어서는 미래의 기점을 ‘싱귤래리티(Singularity:기술적 특이점)’라 부른다. 영국 감독 앨릭스 갈랜드의 영화 ‘엑스 마키나’는 공상과학 속 미래를 현실로 소환한다. AI가 과학자를 유혹한 뒤 그를 활용해 주인을 제압하는 클라이맥스에서, 기하급수로 진화하는 기술문명에 급소를 내준 인간 탐욕이 그대로 드러난다. 진짜와 가짜, 허구와 팩트가 뒤섞여 경계가 허물어진 지점에서 관객의 공포가 증폭된다.이 비현실이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이 점증하기 시작한 사건이 미국 오픈AI가 곧 공개할 GPT-4의 등장이다. 인간 뇌신경전달 체계를 닮은 매개변수가 최소 1조 개가 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750억 개 수준인 앞선 버전 GPT-3만으로도 이미 경이롭다는 평이 넘친다. 이 기반으로 만든 챗GPT는 수만 명이 동시에 던지는 질문을 ‘AI스럽게’가 아니라 ‘인간스럽게’ 답한다. 겸손함이 묻어난다는 말도 나온다. 이를테면 “당신이랑 구글검색이랑 누가 더 뛰어난가?” 유의 질문을 하면 “구글을 완전히 대체할 것 같지는 않다”고 몸을 낮춘다. 영화 같은 충격적 기술 진화챗GPT의 수백 배 이상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게 GPT-4다. 과학자들 사이에선 “인간과 AI를 구분 짓는 튜링테스트를 통과했다더라”라는 미확인 소문이 떠돈다. 구글의 한 과학자는 “인공지능이 드디어 자아(自我) 현상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보고서를 써낸 뒤 사직했다는 이야기도 퍼졌다. 영화 엑스 마키나가 새삼 회자되는 배경이다.세간의 반응은 극과 극이다. AI의 덕을 쉽게 보려는 이들이 먼저 열광적으로 좌판을 벌였다. AI 테마, 로봇 테마

    2023.01.17 17:48
  • 이행강제금 年 2.2억, 5년째 전국 1위…'그랑서울'에선 무슨 일이

    전국에서 이행강제금을 가장 많이 납부한 건물은 서울 청진동 24층 빌딩인 ‘그랑서울’인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김영선 국민의힘 의원이 전국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진동을 관할하는 종로구는 2018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11억1192만원의 이행강제금을 징수했다. 연평균 2억2200만원이 넘는 돈이다.종로구가 불법으로 적발한 공간은 건물 1동 5층의 ‘의료법인 하나로의료재단 종로센터’다. 건강검진센터를 운영하는 이 재단은 2014년 빌딩에 입주하면서 높이 6m 정도의 5층을 아래위로 나눠 복층구조로 만든 게 불법으로 적발됐다. 센터는 복층을 내시경센터와 검진실, 휴게 공간, 사무실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종로구 관계자는 “해마다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있지만 불법 상태가 고쳐지지 않았다”고 말했다.하나로의료재단 측은 악의적인 불법 증축이나 버티기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고객의 진료 동선을 줄이기 위해 내부 공간을 손보다 발생한 우발적인 구조 변경이라는 것이다. 센터 관계자는 “철거하고 싶어도 검진 예약이 내년까지 차 있어 공사 기간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한 달 1만 명이 넘는 고객에게 일일이 전화해 일정을 변경하는 일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현재 건물 내에는 진료 시설과 인력을 옮길 만한 대체 공간도 없다. 하나로의료재단 관계자는 “임차 공간이 나오면 가장 먼저 달라고 요청한 상태지만 현재로선 빈자리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이광식 기자

    2022.12.20 18:13
  • [데스크 칼럼] 처벌만능주의의 함정

    사망자가 되레 늘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한 지 1년이 다 돼 가는 시점에서 받은 뜻밖의 통계다. 중대재해법은 심각한 중상자나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법인과는 별도로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에 처하는 ‘엄벌’이 골자다. 근로자의 생명을 구한다는 절대가치가 부각되다 보니 토를 제대로 달지 못한 채 지난 1월 첫발을 뗐다.법 시행 후 올 11월까지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인 제조업과 건설사업장에서 사고로 236명(212건)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 늘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한 중대재해 전문 변호사는 이렇게 짚었다. “대표가 책임을 피할 형식적 요건 충족에 매달리다 보니 실질적 사고 예방의 디테일을 놓쳤을 가능성이 크다.” 면피 시스템을 확보하면 손을 놓는 일종의 방심이 화를 키웠다는 것이다. 위험 감소가 아니라 위험 증폭이다. 고강도 처벌이 잠복 위험 키워업계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나름의 시스템을 갖췄다는데도 사고는 터져 나온다. 중대재해 사고를 겪은 한 기업체 대표는 “로펌 컨설팅비와 합의금으로 수십억원을 썼다”고 털어놨다. 중대재해법은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에 따라 처벌 강도가 달라진다. 사고가 알려진 순간 사실상 ‘유죄’ 이미지가 덧씌워진다.검찰도 생각이 많아졌다. 올해 발생한 212건의 사망 사고 가운데 기소는 6건에 불과하다. 섣불리 책임을 따졌다가 무죄가 나오면 역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다. 당사자의 실수, 최고안전책임자(CSO)의 부재, 최고경영자(CEO)의 방임 등이 뒤섞인 재해의 실체를 쾌도난마처럼 분해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게 고민이다.일벌백계는 유효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현실

    2022.12.14 17:33
  • [데스크 칼럼] 비극은 예고 없이 온다

    “아들이 전화를 받지 않은 찰나가 지옥이었다.”50대 아버지는 담배를 빼물었다. 대학생 아들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 중 한 명일 수도 있다는 불길한 예감이 심장을 조여왔다. 늦도록 집에 돌아오지 않은 아들의 휴대폰 번호를 누르는 손이 제멋대로 떨렸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아들은 새벽녘에 귀가했다. 아버지는 “가족이 모두 모였다는 게 고마웠다”고 했다.같은 시간, 다른 장소. 154명의 아들, 딸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누군가에게 피 끓는 애틋함이었을 꽃봉오리들이 이태원 좁은 골목에서 무참히 스러졌다. 어처구니 없는 후진국형 참사믿기지 않는 비현실이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벌어졌다.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 대구지하철 화재, 세월호 침몰 트라우마가 채 가시지도 않은 터다. 이 나라는 책임을 놓고 다시 갈라질 것이다. 외국인이 26명이나 숨졌으니, ‘안전 코리아’의 이미지도 상처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또 다른 재앙의 시작이다.무엇보다 희생자 대다수가 2014년 4월 친구들을 잃은 ‘세월호 세대’와 겹친다는 게 아프다. ‘빚투’와 ‘영끌’로 삶의 무게를 통째 끌어안은 세대여서 더욱 쓰라리다. 20대의 삶은 팍팍하다.29세 이하 청년층의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전년 말(22조6074억원)보다 17.5%나 늘었다. 우울증·불안장애로 고통받는 20대 환자도 42% 폭증했다. 다른 연령층의 두 배다. 극단적 쾌락에 몸을 맡기는 이들이 가장 많이 늘어난 세대가 20대라는 게 우연의 일치일까. 마약사범 가운데 20대가 30%다. 전 연령대에서 가장 큰 비중이다.‘희망이 있을 것’이라 견디던 이들을 앗아간 게 무관심이다. 이해하기

    2022.10.30 17:47
  • [데스크 칼럼] 재난대비 내일이면 늦다

    태풍 힌남노가 일깨운 기억, 40년 전 8월의 일이다. 치기(稚氣) 어린 헤엄 내기가 화근이었다. 친구 둘과 강 건너기를 하다가 물살 한복판에서 그만 힘이 빠져 버린 것이다. 수영 선수인 그들은 허우적대는 친구를 구하러 왔으나 쭈뼛쭈뼛 주변만 맴돌 뿐이었다. 한 명의 어깨에 살짝 손을 얹는 순간, 그들은 불에 덴 강아지처럼 화들짝 놀라더니 멀찍이 달아났다. 가라앉던 조난자를 건져낸 영웅은 허겁지겁 나룻배를 몰아온 낚시꾼이었다. 그날의 기억은 이후 누구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구조를 포기했다는 미안함과 버려졌다는 절망, 하마터면 모두를 지역 뉴스 주인공으로 만들뻔한 조난자의 자책이 뒤엉켜 가슴속에 깊은 생채기를 남겼다. 물은 트라우마가 됐다. 실시간 위치기반 재난경보 절실누구에게나 재난은 닥친다. 재난은 영웅을 낳는다. 익사 위험에 빠진 사람 특유의 괴력에 붙잡혀 물속으로 끌려들어 갈 위험을 무릅쓴 낚시꾼처럼 지난 6일 포항의 지하주차장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2명의 생존자에겐 구조를 포기하지 않은 구조대가 구원이었을 것이다.그러나 주민 6명은 영웅을 맞이하지 못했다. 며칠 뒤면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로 차례상을 차렸을 이웃들이다. 지난달 9일 침수된 반지하방에서 구조를 기다리다가 끝내 숨져간 세 모녀도 그랬다. 구조에 찬사가 쏟아질수록 안타까움이 증폭되는 까닭이다.기적의 생환 드라마는 오히려 우리 재난 대응 시스템의 틈을 아프게 비춘다. 무엇보다 세계 최고 정보기술(IT)의 실종이다. 시간을 8월 8일로 돌려보자.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던 때, “10분 뒤면 차량이 침수된다”는 실시간 메시지를 서울 강남역 반경 1

    2022.09.07 17:50
  • [데스크 칼럼] 진짜 공정은 무엇인가

    고교 동창 다섯 명이 모였다. 술이 한 순배 돌자 A가 운을 뗐다. 주식, 코인 투자 빚도 탕감해준다는 ‘개인회생 준칙’이 도마에 올랐다. “법원은 빚에 짓눌린 청년들의 재기를 위한다고 하지만 도덕적해이를 조장할 수 있다”고 했다. 카드사, 은행 등 채권 금융회사들이 졸지에 ‘호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빚투하기 좋은 세상이야. 깡통 차면 변제금에서 빼달라고 읍소하면 되잖아. 변호사들만 신나게 생겼어.”B가 바통을 받았다.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에서 나온 금융부문 민생 안정 대책도 마찬가지야. 불공정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격이야.” 자영업자, 소상공인, 청년층 부채를 최고 90%까지 탕감해주는 정부 긴급 대책 얘기다. 규모가 125조원을 웃도는 프로젝트다. 정부는 이 중 30조원을 부실 대출채권을 사들여 빚을 탕감해주는 데 쓴다고 했다. B는 “그 빚이 먹고사는 생계 때문인 건지, 인생 대박을 꿈꾸다 쪽박을 찬 빚투인지 상관없이 혈세를 쏟아붓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청년 부채 탕감 불공정 논란그 많은 사람 중 청년들에게만 특별대우를 해주느냐는 불만도 나왔다. 역차별, 불공정 시비가 생기고 있다고 했다. 동창 몇이 고개를 끄덕였다.C가 생각을 보탰다. “그건 국가나 사회적으로 필요한 것일 수도 있잖아. 초고금리 때문에 다 죽게 생긴 특별한 상황이니 말이야. 청산가치보다 존속가치가 클 경우라는 나름의 회생 판단 기준이 있으니, 채권자만 손해는 아닌 듯하고. 난 더 심각한 게 특별사면이라고 봐. 일반 범죄자 사면에 정치인을 슬쩍 끼워넣는 거, 이게 불공정 아닌가?”특정일을 기해 많은 이들의 죄를 한꺼번에

    2022.07.20 17:33
  • [데스크 칼럼] 교육감 직선제를 끝내야 하는 이유

    ‘그들만의 리그.’ 교육감 선거를 일컫는 말이다. 도입 15년이 됐는데도 ‘깜깜이’ 꼬리표는 여전하다. 1일 끝난 올해 선거가 딱 그 짝이다. 대략 세 가지 때문이다. 일단 관심이 없다. 유권자의 56.4%가 ‘관심이 없다’고 했다. 서울 노원구의 한 시민은 “투표용지를 7장이나 받았는데 그중 교육감은 정당 표시도, 기호 표시도 없이 후보자 이름만 즐비해 당황했다”고 털어놨다. 교육감 투표용지에는 후보 이름만 인쇄된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그에게 후보 이름은 난수표나 마찬가지다.이런 무관심의 틈을 비집고 현역 교육감이 곧잘 재선에 성공한다.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이름, 낯익은 얼굴을 적당히 골라 찍는 이가 많아서다. 불공정 어부지리다. 여전한 그들만의 잔치둘째, 흥행력 부재다. 공약부터 그렇다. 외국어고 자사고 특목고를 없앨 거냐 말거냐, 보수냐 진보냐, 단일화냐 아니냐, 똑같은 이슈만 반복된다. 그 나물에 그 밥, 4년마다 돌아오는 데자뷔다. 그럼에도 교육 혁명으로 글로벌 인재를 키우겠다는 후보는 차고 넘친다. 올해 경쟁률이 3.6 대 1. 문제는 이 열정도 금세 본색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이번 선거에서 자중지란으로 판을 엎은 서울교육감 보수 후보들이 그랬다. ‘미친×’ ‘상종 못할 ××’ 같은 막말과 욕설을 쏟아냈다. 단일화 협상에서 드러난 보수파의 이기적 민낯이다. 보수 정책의 부활, 공공 이익에 헌신하겠다는 약속은 공염불임이 확인됐다.교육 현실에 대한 환멸은 무관심을 부른 또 다른 뿌리다. 교육감이 바뀌든, 입시제도가 달라지든 팍팍한 교육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사교육비 부담은 여전하고, 유명 대학 가기

    2022.06.01 17:35
  • "서울대생 기숙사 생활 의무화…교류·토론이 생각의 지평 넓혀줄 것"

    “서울대는 기득권 사회에 들어가려는 인재를 육성하는 곳이 아닙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미학 91),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컴퓨터공학 86), 황동혁 영화감독(언론정보학 90)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사람을 더 많이 배출해야 합니다.”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지난 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서울대가 추구하는 인재상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교수 지시를 잘 따르고 암기를 잘하는 학생들이 필요했지만, 하루가 다르게 신기술이 쏟아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학교도, 교육도, 전달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오 총장은 올해로 취임 4년차를 맞았다.오 총장은 전교생이 1학기 이상 의무적으로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RC(residential college·거주형 대학)’를 관악캠퍼스에 곧 도입할 계획이다. 이르면 올해 2학기나 내년 1학기에 시범운영할 예정이다. 오 총장은 “교수나 선배들이 짜놓은 세계에 바로 들어가기보다 다른 학생들과 더 많이 교류하고 토론해야 생각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오 총장은 “인재상을 다양화하기 위해 교육부 입시 정책도 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교육부가 소수의 이탈자를 잡기 위해 정시 비율을 확대하는 등 입시 규제를 강화하다 보니 대학들은 획일적인 줄 세우기 식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밖에 없다”며 “다양한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입시 자율권부터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기대가 커지고 있다.“대학 교육의 목표는 지식 전수에만 있지 않습니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과 교류하고 토

    2022.04.17 17:46
  • [데스크 칼럼] 교육부가 사는 법

    “교육부가 죽어야 대한민국이 산다.”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의 폐지 공약으로 호떡집에 불난 듯 뒤숭숭했던 교육부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인수위 측이 최근 “기존 부처 골격은 일단 유지하겠다”고 방침을 선회하면서다. 쪼개지거나 소멸될 뻔했던 교육부 내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교육 수요자들은 그러나 이번 결정을 ‘개혁의 서막’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규제 기능은 대폭 축소하고, 정책 기능은 오는 7월 발족하는 국가교육위원회에 맡긴다는 안이 존치의 전제가 될 공산이 커서다. ‘지원 서비스’라는 교육부 본래 기능을 수요자들에게 돌려주자는 게 인수위의 기본 입장이다. 정치가 키운 교육의 위기손바닥 뒤집듯 수시로 바뀐 입시 정책은 정치의 교육 포퓰리즘과 몰염치가 뿌리다. 반값 등록금, 대학설립 자율화 등이 그런 예다. 그럼에도 학부모와 학생의 혼란과 비용 증가, 사학의 재정 실패를 야기한 집행의 주체가 교육부이며, 그 시스템에 군림까지 해왔던 역사는 사라지지 않는다. 폐지론에 찬성하는 학생들이 절반(48%)쯤 된다는 설문조사가 놀랍지 않은 것도 그래서다.감독과 평가란 두 개의 권력이 예산 배분권과 맞물렸을 때, 교육의 본질은 희미해지고 낙오자만 대량 생산되는 현실을 많은 이들이 이미 지켜봤다. 예비고사가 학력고사, 수능으로 변신을 거듭했지만 묘수는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 사회는 문명적 공동체로 나아가지 못하고 야만적 각개전투로 돌아가는 퇴행에 시달렸다.그 퇴행의 종합판이 대학이다. 대학은 여전히 “졸업생 일자리를 늘려 달라”며 아우성이지만, 기업들은 “쓸만한 사람이 없다&rdquo

    2022.04.10 17:11
  • [AI뉴스레터]미래 전쟁의 게임 체인저, AI 군사력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드로이드 로봇 군단이 반란군과 전투를 벌이고 마블 시리즈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에서 무인 드론으로 우주전쟁의 승패가 갈리는 모습을 볼 때만 해도 상상력을 스크린에 옮긴 것에 만족했었는데 드론 폭격으로 인한 피해가 뉴스에 종종 등장하고 적진 정찰에 군사로봇이 활용되고 있는 현실이 SF영화에서 보던 것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AI가 활용된 전쟁이 실시간으로 진행 중이다. 3월 포춘지에, 우크라이나가 터키에서 수입한 자율주행 드론 TB2를 이용하여 러시아의 탱크와 포병에게 타격을 가하는 동영상이 공개되었다. 러시아 역시 시리아 내전에서 사용된 자율 주행 기능 및 자폭 기능이 있는 ‘가미가제’ 드론 ‘란셋(Lantset)’을 보유 중이고 전장에서의 데이터 분석을 위해 AI가 활용될 것이라는 인터뷰 내용도 있었다. 또한 딥페이크(deepfake)를 활용하여 허위정보를 흘리거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생산되는 방대한 양의 정보를 AI를 통해 분석하는 등 전쟁에서의 AI활용이 보다 본격화되고 있음도 확인 되었다. AI를 활용한 국방 선진국들의 준비고대 중국의 병법서인 ‘손자병법’에 ‘수(數)에서 밀리면 싸우지 마라’라는 전법이 있다. 최근까지도통용되던 기본 전법이다. 핵무기 보유국들도 보유 기수로 우위를 논하기도 하니 이러한 ‘수’싸움은 힘의 평가잣대로 계속 활용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도하는 언론에서도 러시아와 양국간의 병력 수, 여러 무기 보유숫자 비교표를 보여주고 있지만, 이제는 재래식 무기 숫자가 아닌 소프트웨어 역량, 즉 자율형 드론, 무인 수송기·수송정, 전투로봇 등 AI기반 전략자산

    2022.04.07 06:47
  • [안현실 칼럼]'경제 원팀'은 개발시대 잔재다

    1957년 한 경제학자가 세상을 발칵 뒤집었다. 1909~1949년 기간 무엇이 경제성장에 기여했나를 분석한 논문을 낸 로버트 솔로였다. 노동의 기여분, 자본의 기여분을 뺀 ‘설명할 수 없는 잔여분(residual), 성장의 85%’ 비밀은 기술 발전에 있었다. ‘총요소생산성’ 개념은 이로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애덤 스미스, 존 스튜어트 밀, 앨프레드 마셜, 조지프 슘페터 등도 전통적 생산요소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기술 변화’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솔로가 이들의 통찰력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다.1957년은 소련이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해 미국에 큰 충격을 안겨준 해다. 맞대응에 부심하던 미국 입장에서 솔로의 논문은 왜 과학기술에 투자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명확히 보여줬다. 또 하나의 역사적 의미는 기술혁신을 하면 자본과 노동의 이익 공유가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던진 점이다. 솔로의 논문은 자본의 한계생산성 체감 때문에 지속 성장을 하려면 기술혁신이 필요하고, 기술 포용이 장기적으로 노동자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한마디로 ‘혁신 주도 성장 보고서’였다.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윤석열 정부의 네 가지 중요한 과제로 ‘국익 외교와 강한 국방’ ‘재정 건전성’ ‘국제수지 관리’ ‘생산성 향상’ 등을 적시했다. 기술력과 경제력이 없으면 국익 외교도 강한 국방도 없다. 재정 건전성은 위기 시에 더욱 중요하지만, 쓸 곳이 갈수록 늘어나는 재정지출의 구조조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성장을 통한 세수 기반 확충이 필수적이다. 밖에서 한국 경제를 판단하는 거시경제변수인 국제수지 관리도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2022.04.07 06:30
  • [철학교수의 AI 이야기(5)]미래, 정치하는 수퍼 AI?

    몇 개월 동안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사달도 많았고 추문도 넘쳐났던 유세와 선거의 과정이었다. 물론 이런 소란이 그래도 인류의 역사상 가장 진보한 정치체제인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증거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인간의 정치가 아무리 발전하여도 이 정도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미래의 정치는 인간에 맡길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인공지능의 만능성에 기대를 걸고 맹렬한 연구를 하는 선구적 연구자들의 경우 미래의 정치는 인공지능이 담당해야 한다고 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인간을 닮은 외모와 또 언어적 구사력을 과시하는 소피아라는 인공지능을 개발하여 세간의 주목을 끌었던 벤 고르첼( Ben Goertzel )같은 인공지능 연구자이며 사업가이다. 그는 인간은 어차피 자기 이익이나 자기가 속한 집단의 이익으로부터 헤어날 수 없는 비합리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이 정치를 하는 한 합리적 정치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인공지능은 정실에 좌우되지도, 이기적인 생존욕구나 욕망에 휘둘리지도 또 각종 인간적 스캔들로부터도 자유롭기 때문에 인공지능에게 정치 권력을 이양하는 것이 인류의 미래를 위한 길이라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도 어떤 후보의 경우 인공지능이 실재 인간 후보를 대신하여 선거운동을 한 바가 있다. 이 인공지능은 후보자의 용모와 목소리를 시뮬레이션하는 초보적 단계에 불과했지만 어쩌면 정치하는 인공지능의 도래를 예언되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물론 인공지능에 정치적 권력과 결정권을 이양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인공지능 수준을 훨씬 능가하는 인공지능의 개발이 필수

    2022.04.07 06:00
  • 비대면 영업 마케팅 시대! AI 영업사원이 출근합니다

    코로나가 처음 발생한 ‘20년 1월 이후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직업 중 하나는 바로 영업사원이 아닐까 생각한다. 영업사원 주 업무는 고정적으로 고객을 만나 고객의 수요를 청취하거나 신규 상품 등을 설명하는 등 고객과의 네트워킹이 업무의 5할 이상을 차지한다.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됨에 따라서 방문 자체를 꺼려하는 고객들이 다수가 되었고, 영업사원들도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펼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 되었다.  "영업하기 어렵다"는 세일즈맨의 하소연최근 회사 내 기업고객 영업사원들을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그들의 첫 마디는 하나같이 “정말 영업하기 힘들다” 였다. 가장 힘든 점은 ‘고객이 방문하는 것을 꺼려하니 설득할 기회와 확률이 줄어들어 힘들다.’, ‘고객들에게 사전 제안을 할 수 없어 우리 회사의 장점을 전달하기가 힘들다.’, ‘코로나로 인해 수급 및 납기가 늦어져 고객들의 항의가 늘고 있다.’ 등이었다. 전화, 이메일도 한두 번이지 한 번 만나서 해결될 일들이 잦은 전화로 인해 오히려 고객의 회피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걱정에 부담이 크다고 말한다. 더욱 부담이 되는 점은 이런 경험들이 누적되어 영업사원의 역할이 크게 바뀌는 것에 대한 우려다.   세대 변화에 맞춰 진화하는 B2B 영업 패러다임  미국의 전문 조사 기관인 PRC(Pew Research Center)가 2022년 초에 진행한 조사 결과를 보면 1981년~1996년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는 2016년 이후 미국 인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세대로 부상했고, 기업 구매에 있어서도 주요한 의사결정자가 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인 포레스터는 밀레니얼 세

    2022.03.31 07:00
  • [안현실 칼럼]대통령과 핫라인 필요 없는 경제가 좋다

    2015년 3월 15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 직후 리커창 총리의 내외신 기자회견이 기억에 남는다. 수많은 사람이 창업하고 혁신한다는 ‘대중창업(大衆創業)·만중창신(萬衆創新)’을 강조하던 리 총리에게 질문이 던져졌다. “창업과 혁신은 시장 규칙에 의한 개개인의 자발적 행위다. 정부 간섭으로 될 일인가.” 리 총리는 “정부는 장애물 제거와 플랫폼 구축에 힘쓸 것”이라고 답했다. 지금 중국은 세계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1000개 중 25%를 차지하며 50%를 점유하는 미국을 추격하는 중이다. 4차 산업혁명의 ‘판 기술(GPT·General Purpose Technology)’ 인공지능(AI)의 사회적 수용도에서는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경제 6단체장을 만났다. “기업이 자유롭게 투자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방해 요소를 제거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정부는 인프라를 만들어 뒤에서 돕고 기업이 앞장서 커가는 게 나라가 커가는 것이다.” 공산주의 중국조차 정부 역할은 규제개혁과 인프라에 있다고 하는 말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한다는 한국에서 굳이 강조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윤 당선인은 “경제가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 당선인이 이런 인식을 갖고 있다면 인수위원회는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는 게 그다음 수순일 것이다.대통령과 경제단체장이 직접 통화할 수 있는 ‘핫라인(hotline)’이 실효성 있는 대안일지는 의문이다. 기업인 출신 대통령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명박 정부가 시도했지만 결과는 짐작하는 그대로다. 대통령과의

    2022.03.23 23:39
  • 결혼, 아니 연애하고 싶으신가요? AI가 도와 드립니다!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2020년 일본 정부는 70년 만에 역대 최저 혼인율을 올리기 위해 AI 중매 사업에 약 206억원을 투입하기로 하였다. 46개 지자체 중 10개 이상이 이 제도를 활용 중이다. 한국은 어떨까? 결혼연령대인 MZ 세대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양극화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결혼을 포기했다. 최근 결혼정보업체 설문에 따르면 그들의 72%는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고 대답했으며, 61%가 ‘결혼은 사치라고 느낀 적이 있다’고 했다.  결혼은 모르겠고, 연애는 하고 싶어그러나, 희망적인 통계도 있다. MZ 세대를 중심으로 데이트 앱 시장의 급격한 성장세가 나타나고 있는데, 글로벌 지출액이 전년 대비 15% 증가 (3조 5460억원 기록)하였고, 국내 시장은 2000억원 규모로 매년 빠르게 성장 중이다. 가성비, 가심비를 따져가며 효율성과 간편성을 원하는 MZ 세대들 덕분에 AI 매칭 시장은 성황이다. 초기 조악한 프로필 기준으로 끊임없이 연결되는 후보자를 스스로 검증하는데 지친 이들에게 AI 서비스는 매칭의 질을 높여준다. 시간대비 금전적으로 조금 더 여유로운 30,40세대가 주 고객인 결혼정보업체에서도 적극적으로 AI를 도입하고 있다. 모 업체는 160가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배우자 후보를 추천한다.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발전한 AI 매칭 기술AI 매칭 프로세스는 가입자가 제출한 기본 프로필, 취미, 가치관, 이상형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빅테이터 분석과 알고리즘을 통해 최적의 짝을 찾아 준다. AI 매칭 기술은 얼마나 발전 했을까? 당신의 변덕까지 맞춰줄 파트너 무한 매칭 초기 기술들은 가입자들이 프로필을 등록하고, 필터링을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상대방의 조

    2022.03.17 06:30
  • 거친 환경을 헤쳐나가는 끝없는 진화, 에코리즘

    하버드 대학 컴퓨터 과학 및 응용 수학 교수인 레슬리 밸리언트(Leslie Valiant) 교수는 2010년 튜링 상을 받은 학자이다. 컴퓨팅 이론의 대가로서 그가 2013년에 출간했던 ‘얼추거의맞기(Probably Approximately Correct(PAC)’라는 제목의 책이 2021년 11월에 국내에 소개되었다. 역자는 이광근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이다. 역자 역시 전문 학자이기 때문에 책의 번역 내용은 매우 훌륭하다. 특히 많은 전문 용어를 이해하기 쉬운 우리 말로 풀어 번역해 매우 신선하면서 도입한 단어들이 아주 흥미롭다. 예를 들어 PAC을 ‘얼추 거의 맞기’로 한 것이나 우리가 흔히 추론 또는 논증이라고 하던 reasoning을 ‘이치 따지기’로 번역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책에서 기계 학습을 보다 근본적으로 이해하도록 하는 것만 아니라 학습 과학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소개한다. 기계 학습은 매우 복잡하고 이론이 없는 데이터에서도 학습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임으로 크게 발전해 왔다. 그는 특히 자연에서 생명체가 헤쳐나가는 방법이 모두 환경으로부터 학습한 결과이고 이 과정을 기계적인 계산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계산 학습의 영역을 확장한다. 그는 이런 학습 능력을 갖춘 알고리즘을 ‘에코리즘(ecorithm)’이라고 부른다.  책은 앞부분에서 튜링의 1930년대 논문에서 ‘기계적인 계산’이라는 개념이 정의되고 그의 보편 만능 기계 개념과 기계적인 계산으로 불가능한 문제가 있음을 제시한 것이 얼마나 컴퓨터 과학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지 강조한다. 밸리언트 교수는 튜링의 성과가 물리학에서 뉴턴에 비견할 수 있다고 찬사를 보낸다. 이후 컴퓨팅 이론에서 얘기하는 계산 복잡

    2022.03.17 06:00
  • [안현실 칼럼]'갈등의 정치학'에서 '혁신의 정치학'으로

    대선이 끝났다. AP통신은 한국 대선을 ‘오징어 게임’에 비유했다. 지면 죽는 선거라는 것이다. 성숙한 민주주의라면 누구에게 투표했건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게 정상일 것이다. 이제부터가 더 걱정이다. 비전과 정책이 아니라 미움과 증오로 가득찼던 대선의 후유증 때문이다. 이념·지역·계층·세대·젠더 갈등 등 갈등이란 갈등은 다 쏟아진 게 이번 대선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도 첨예한 갈등 구도가 언제 또 폭발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갈등을 통합으로 이끄는 예술이 정치라는 주장은 지금의 한국 정치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는 얘기다. 오히려 정치는 갈등 에너지로 폭주하는,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 같다. 이제는 기존 정치로는 도저히 풀거나 제어할 수 없는 수준의 갈등에 이른 게 아닌지 위기감을 넘어 절망감이 들 정도다. 파시즘이 무엇인가. 편을 갈라 상대를 죽이는 정치다.극심한 내부 갈등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나라는 외부 위협이 눈앞에 닥쳐도 대응할 수 없다. 국가의 사활이 달린 외부 위협조차 안에서 상대방을 공격하는 데 어떻게 이용할지 골몰한 나머지 왜곡되고 만다. 무장 해제나 다름없다. 그 끝은 파국이고, 나라가 망하는 것이다.대통령 당선인은 외부 위협부터 직시해야 한다. 매우 까다롭고 복합적인 외부 위협이다. 미·중 충돌, 코로나19,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경쟁에 우크라이나 사태로 신냉전 양상까지 더해지고 있다. 체제 대결, 자국중심주의 공급망 재편과 경제 블록화, 테크노내셔널리즘 등 하나같이 한국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지정학(geopolitics)·지경학(geoeconomics)·기경학(technoeconomics)적 위협

    2022.03.10 07:00
  • [데스크 칼럼] 선택과 집중의 시간

    대선에 인공지능(AI) 바람이 분다. 엎드려 있거나 흔들리는 표심을 끌어올 수 있어서 돌개바람이든 헛바람이든 이런 바람은 대개 선거에 유익하다. 정보통신기술(ICT)의 요체를 이해한다는 이미지를 증강시켜 주기 때문이다. 이해의 깊이는 중요치 않다. 후보들의 어림셈이다. 저인망식 AI 공약의 가벼움인재를 기르고, 기술 개발을 지원하며,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주요 대선 주자들의 AI 공약은 최종 1강을 뽑는 공통과제 오디션에서 낙제를 겨우 면했다. 전문가들의 셈이 그렇다.차별화를 고민한 흔적이 없는 건 아니다. AI 활성화로 세계 디지털 경제의 ‘게임체인저’가 되겠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AI로 보이스피싱을 박멸하겠다”는 흥미로운 공약을 내놨다. 후보 토론에서 알고리즘을 디지털 경제의 핵심으로 꼽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임기 3년 내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만들겠다”고 시한까지 못박았다.공약은 보기에 좋다. 기왕의 해법들을 수집한 ‘답지의 재조합’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구체성과 현실성이다. 유세 대상이 과학기술계라는 걸 빼고는 구체적 각론, 예산 확보 등의 실현 방안이 뒷전으로 밀린 건 타 분야 공약과 다르지 않다. 우리 정부의 한 해 연구개발(R&D) 예산이 미국의 10분의 1, 중국의 4분의 1이라는 ‘불편한 팩트’를 해결할 방안은 들리지 않는다.초격차 기술 경쟁은 이미 속도전에 돌입한 마당이다. 지금 필요한 건 선택과 집중, 절대량의 투입이다. 핵분열엔 임계질량(critical mass)이 절대적이듯, 때로는 산업적 ‘전면전(totaler krieg)’을 불사해야 비등점에 이를지도 모른다.인재 육성만 해도 그렇다. 초등학생 AI 교육을

    2022.02.27 17:43
  • G3로 가는 새로운 기획과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준비하자

    한국은 인공지능 3대 올림픽을 하나도 개최하지 못한 나라다. 빠르게 한강의 기적을 이룬 나라답게 차기정부 5년 내에 AI 3대 올림픽을 모두 개최하자. AI 분야 세계 최고 학회인 IJCAI는 2027에, 기계학습 분야 세계 최고 학회 ICML은 2025에, 딥러닝분야 세계 최고 학회 NeurIPS는 2026에 개최하면 어떨까. 학회 유치는 학자들이 하는 것이지만, 새 정부가 많이 도와주면 더 빨리 더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미국 CES, 스페인 MWC, 스위스 WEF, 독일 Hannover Messe에 필적하는 4차산업혁명시대의 대표적 글로벌 이벤트를 한국이 만들어서 매년 전 세계인들을 한국으로 불러모을 필요가 있다. AI와 서비스 Robot, 문화 컨텐트(Cultural Content) 등을 융합한 범지구적 이벤트를 기획, 민관 공동으로 추진해 늦어도 2027년에는 명실 상부한 세계적 이벤트로 자리 잡게 하자. G3를 준비하는 통신 방송 클라우드 우주 국방 융합 정책이 필요하다. 우선, 국가 홍보 미디어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오지 못한 KBS의 수신료를 늦어도 2027년까지는 폐지(영국 BBC도 2028년까지 수신료 폐지)해야 한다. MZ세대의 상당수가 공중파 TV를 거의 보지 않는다. TV가 없는 경우도 많다. 이런 국민들에게 수신료를 받는 행위는 도둑질에 가깝다. 한국은 겨울연가, 대장금, 강남스타일, 기생충, 미나리에 이은 오징어 게임으로 컨텐트 선도국이 되었다. 그러나, 수신료에 의지하고, 노조에 좌지우지되는 등 방송사들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 수준의 방송사를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개혁이 필요하고, 차기 정부는 이를 하나의 공약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격언이 있는 것처럼, 새로운 방송 통신사는

    2022.02.24 07:00
  • [고학수의 AI와 법] <2> 인공지능 판사를 기다리며

    '인공지능(AI) 판사가 판결을 하는 시대가 빨리 와야 한다!'주기적으로 볼 수 있는 요구다. 이런 요구는 법원 판결에 대해 만족스럽지 못한 반응을 보이는 분들이 종종 하는 주장이다. 그리고 실제 인공지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언급되는 것이기도 하다.AI 판사는 가능한가?  이 질문에 답을 하기에 앞서 우선 AI 기술에 대해 생각해 보자. AI 기술은 하나의 특정한 기술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는 매우 다양한 개별 기술들을 묶어서 부르는 이름이다. 가장 일반적으로는 텍스트 형태가 되었건 이미지 형태가 되었건, 데이터로부터 특징을 추출한 뒤 유사한 종류의 데이터를 분류해 내고 경우에 따라서는 패턴을 찾아내거나 예측을 하는 종류의 작업을 한다.AI의 기능을 생각해 보면 법원에서의 판단에 AI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 재판을 통한 법원의 판단이라고 하는 것도, 중요한 특징을 추출하여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이를 일반화하여 분류하고, 이로부터 패턴을 찾아내고, 그리고 그에 기초하여 법을 적용하고, 궁극적으로 사법적 판단을 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에서는 패턴 추출 역량이 뛰어나고 예측 성능이 좋은 AI를 개발하여 이를 사법판단에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해 보이기까지 한다.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아직까지 AI 판사가 본격적으로 도입되었다는 얘기는 듣기 어렵다. 기술적으로 앞서 있을 뿐더러 법원 판결 데이터를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나라로 꼽히는 미국에서도 AI 판사의 등장은 요원한 것으로 보인

    2022.02.24 06:30
  • AI로 한국형 복지시스템 업그레이드하자

    지난해 7월 방배동 한 주택에서 60대 여성이 숨진 지 7개월 만에 발견됐다. 발달장애가 있는 30대 아들은 숨진 어머니 곁을 지키다 전기와 가스까지 끊기자 결국 길거리를 떠돌았다. 한 사회복지사를 통해 모자의 비극적인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졌다. 우리는 연일 언론을 통해 생활고를 비관한 일가족 자살 사건, 고독사 등 사회취약 계층들의 비극적인 뉴스를 접하게 된다. 이렇게 우리사회에는 절실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지만 정작 필요할 때 국가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이웃들이 많다. 우리나라 복지정책은 해마다 확대돼 복지대상자, 복지사업, 복지예산 등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과연 도움이 필요한 곳에 도움의 손길이 전해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신청주의’와 위기 가구 발굴의 어려움이 합작한 비극현장 활동가들은 우리나라 복지시스템의 문제점을 크게 두 가지로 지적한다. 첫 번째는 ‘복지 급여 신청주의’이고 두 번째는 위기 가구 발굴의 어려움이다.우리나라 복지시스템은 복지대상자가 직접 신청해야만 혜택을 볼 수 있는 ‘신청주의’에 기반하고 있다. 본인이 대상자인지 인지하지 못하면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신청절차도 복잡하다. 이로 인해 정작 복지혜택이 절실한 이들이 절차의 미로속을 헤매다 포기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복지사각지대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이유다. 실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각 지자체 복지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복지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이 ‘대상자의 미신청(45.7%)’으로 조사되었으며 미신청 사유는 ‘대상자가 몰라서(70.9%)’ ‘신청절차 및 과정이 복잡해서(13.1

    2022.02.24 06:00
  • AI를 가장 잘 활용해 G3로 가자!

    AI(인공지능) 1등 국가가 되어 G3로 도약하려면, 먼저 AI를 가장 잘 활용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개발도 중요하지만 활용은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의료 AI분야는 R&D 예산으로 개발은 많이 했는데 개발한 AI 기술의 현장 도입속도가 느리고,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판매가 안되고 있다. 개발에만 정부 지원이 되니 팔 생각 없는 제품을 만드는 경우가 많이 발견된다는 소식이다. 의료 AI의 발전을 위해선 AI 의료 SW에 대한 수가 적용이 필수다. 식약처에서 90여 개 AI의료기기 허가가 났는데 판매는 10%에 불과하다. 복지부 '수가 대상'에서 대부분 배제되고 있다. AI 의료기술 선점 기회를 놓칠 위기다. 복지부는 “선진국이 안했는데 왜 우리가 먼저 해야하냐”는 후진적 생각을 갖고 있다. G3로 가겠다는 의지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복지부 설명과는 달리, 미국 유럽은 각각 300개 정도되는 솔루션들이 FDA, CE 인증/승인을 받아 나와 있다. 미국은 이미 정식 수가를 받는 솔루션이 있으며, 다수 솔루션이 NTAP(New Technology Add-on Payment)라는 한시적 보조 수가를 받고 있다. 유럽도 제도권 편입을 위한 제도들을 시행 중이다. 일본은 2022년 초 진료보수개정안을 공표했는데, AI 기반 영상의학 솔루션 수가를 책정했다. 한국의 복지부만 복지부동하는 상황이다.의료 다음 시급한 것이 교육이다. 1968년 국민교육헌장이 G9 한국의 인적자본을 만들어냈다면, G3 한국을 이끌 인재를 양성할 ‘초맞춤형 국민 교육 헌장’을 각계 전문가의 토의를 거쳐 제정해야 한다. 현 오프라인 교육 시스템은 대량 생산 체제에 조응하는 표준형 인재 양성 시스템이며, 온라인 교육도 이를 네

    2022.02.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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