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자동차 시대가 열린 것은 1970년 즈음이다. 신진자동차 현대 아세아 등 자동차 회사가 잇따라 설립됐고 국내 차량 대수는 10만 대를 넘어섰다. 중고차 판매도 이즈음부터 붐을 이뤘다. 서울 무교동 일대에 불법 브로커들이 성업했고 양화대교 북단에는 국내 최초의 중고차거래소가 문을 열었다. 중고차는 도시 서민들에게 온 가족의 ‘생명줄’이었다. 아버지는 수년간 공사판을 전전하며 모은 40만원으로 현대 코티나 중고 택시를 구매해 밤낮으로 몰았다. 삼촌은 암시장에 나온 1950년식 미군용 트럭을 싸게 얻어 막 뚫린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화물을 실어 날랐다. 중고차 보급이 늘면서 전국 일일권 시대가 열리고 다양한 서비스업도 생겨났다. 하지만 중고차 시장은 태생적으로 정보 비대칭 문제를 안고 있었다. 시민들이 무허가 판매업자들의 감언이설에 속아 사고 차량이나 침수 차량을 떠안기는 경우가 허다했다. 1970년대 초에는 불량 중고차 사고가 하도 잦아 사회 문제가 되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중고차 매매를 중지하거나 공무원 경력자에게만 판매 자격을 주는 황당한 시절도 있었다. 1980년대 중고차 매매시장이 제법 커지자 그 주변은 조직폭력배들의 온상이 되기도 했다. 기업형 조폭으로 악명 높았던 장안파가 대표적이다. 2000년대 들어 온라인 판매망이 구축되고 정부의 관리 감독이 강화되면서 중고차 시장에 대한 신뢰가 커졌지만 지금도 잊을 만하면 허위 매물, 강매 등의 범죄 사례가 나온다. 지난 5월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3’에서 침수차를 강매하는 조폭 ‘초롱이’는 코믹한 연기로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실제 매매 현장에서는 사라져야 할 캐릭터다. 현대자
2000년대 초중반 ‘전자제품 메카’였던 서울 용산 전자상가에서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은 디지털카메라와 MP3 플레이어였다. 만만찮은 가격임에도 중장년층은 물론 청소년까지 용돈을 모아 구매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2007년 이후로 이들 제품은 매대에서 밀려났다. 아이폰을 시작으로 스마트폰이 대거 등장하면서다. 스마트폰의 ‘학살’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처폰과 내비게이션 기기, 전자사전이 멸종하다시피 했고 온라인 메신저와 게임기도 자취를 감췄다. 심지어 용산 전자상가를 비롯한 오프라인 매장의 업황마저 기울기 시작했다. 단일 제품이 이처럼 특정 영역의 제품을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여러 품목의 제품군을 동시에 밀어내는 현상은 산업계에서 이따금 나타난다. 이달 들어 뉴욕증시에서 식음료·유통 관련 종목들이 동반 급락하고 있다. 코카콜라와 펩시코가 52주 신저가 수준으로 밀려났고 제과·식품·주류 업종 대표주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월마트 등 유통 업체와 건강관리 업체까지 하락세를 보였다. 유통·식음료 분야 전체를 위협하는 ‘생태계 교란종’이 출현했다는 공포가 투자자들을 덮친 것이다. 위고비, 오젬픽 등 식욕억제제가 그 장본인이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위고비는 월간 투여 비용이 200만원에 육박하지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모델 킴 카다시안 등의 다이어트 비결로 입소문이 나면서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다. 존 퍼너 월마트 미국부문 CEO는 블룸버그통신에서 “식욕억제제를 복용한 사람들이 식료품 쇼핑을 줄이고 있다”며 위협 요인으로 등장했음을 인정했다. 모건스탠리도 앞서 지난 8월 보고서를 통해 “복용자들
얼마 전 발표된 내년 정부 예산안을 항목별로 보면 ‘산업·중기’ 분야가 가장 눈에 띈다. 7개 주요 항목 중 예산 삭감 폭이 가장 크다. 전년 대비 무려 18%가 줄었다. 전례를 찾기 힘든 수준이다.산업·중기 예산이 쪼그라든 가장 큰 이유는 소상공인 손실보상 등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한시적 지원이 종료된 영향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 삭감 폭을 설명하기 힘들다. 창업·벤처 분야는 물론 ‘소재·부품·장비’ 등 산업 혁신 분야, 특허 지원 등 지식재산 분야까지 줄줄이 깎였다. 대표적인 게 벤처캐피털(VC) 운용사들이 펀드를 만들어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종잣돈 역할을 하는 모태펀드 예산이다. 내년 예산이 3135억원 규모로, 올해보다 39.7% 감소했다. 정부가 ‘건전재정 기조’를 확립하겠다며 가장 만만한 중소기업, 스타트업 육성 예산을 후려친 게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다. 민간 주도로? 허용은 했나정부가 들이댄 논리는 “이제 정부는 할 만큼 했고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련 부처 장관은 “언제까지 정부가 견인해야 하느냐”고 했다. 사실 정부 논리는 틀린 게 아니다. 정책적 목적을 가진 정부 자금 비중이 지나치게 높으면 스타트업 육성 기능이 왜곡된다. 미국처럼 액셀러레이터와 같은 민간 전문기관이 창업자들을 키우고, 민간 투자사들이 자금을 대거나 경영권을 인수하는 선순환이 바람직하다.하지만 ‘미국처럼 민간이 하라’고 하기에 앞서 ‘미국처럼 민간에 허용해줬나’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민간 중심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은 개인과 기업 자금이 투
1982년 봄 여름 대한민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은 곳곳에서 태동했다. 무엇보다 인터넷이 처음 연결됐다. 그해 5월 서울대 연구실 PC에서 입력된 ‘SNU’라는 문자가 250㎞ 떨어진 경북 구미 전자기술연구소의 PC 모니터에 떴다.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 개가였다.경기 부천에선 삼성 반도체연구소가 막 문을 열었다. 삼성이 반도체산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것이다. 이윤우(전 삼성전자 부회장) 이임성(전 삼성반도체 미주법인장) 김기남(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 등 삼성 반도체 1세대가 모여 이듬해 탄생할 64K D램 개발에 착수했다. 척박한 땅에서 시작된 도전통신도 혁신 원년에 돌입했다. 일반 국민에게는 생경한 ‘데이터 통신’ 회사(데이콤)가 처음 설립되고, 전자식교환기(TDX) 개발이 본격 시작됐다. 1996년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을 거쳐 2019년 세계 최초 5G로 이어지는 거대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지금이야 IT 강국이어서 웬만한 ‘세계 1위’ 타이틀에도 감흥이 없지만, 당시엔 막 후진국 티를 벗은 국가였다. 하나하나가 파격이었다.I(정보)·C(통신)·T(기술)의 씨앗이 40년 전 한꺼번에 움튼 것은 어찌 보면 우연이다. 인터넷 혁명은 전길남 KAIST 명예교수 등 학자와 연구자들이 주도했다. 반도체 진출은 이건희 전 삼성 회장 등 기업인들이, 통신 분야 혁신은 오명 한국뉴욕주립대 명예총장· 양승택 전 정보통신부 장관 등 당시 정부 관료와 공공기관장들이 이끌었다. 각각 다른 자리에 있던 이들의 담대한 도전이 화학 반응하며 한국 ICT 산업을 일으켰다.하지만 개척자들이 당시 직면한 현실은 험난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근무하던 전 교수가 1979년 귀국
요즘 매일 늦은 밤이 되면 도심 곳곳에서 ‘승차 대란’이 벌어진다. 택시 잡느라 한두 시간을 길에서 허비하든가, 고액 요금을 각오하고 고급 택시를 호출해야 한다. ‘월천’(한 달에 1000만원 이상 소득) 기사도 제법 생겨났다. 택시업계가 오랜만에 특수를 만났다.반면 배달시장에선 살풍경이 이어진다. 배달 근로자들은 일감이 끊기고 계약이 해지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배달 ‘라이더’들이 떠나면서 중고 시장엔 배달용으로 쓰였던 오토바이가 넘쳐난다.지난해까지만 해도 택시업계와 배달업계의 상황은 지금과 정반대였다. 호황을 맞은 배달·택배시장은 ‘구인 대란’이 한창이었다. e커머스 회사들은 배달 기사를 확보하기 위해 배달 수수료를 올렸다. 라이더들의 ‘월천’ 인증 사례가 이어졌다. 하지만 택시 회사들은 수익성 악화로 벼랑 끝에 몰렸다. 면허 가격은 급락했고 택시 기사들은 배달 기사로 전업했다. 대란에도 꿈쩍 않는 규제이 대목에서 문득 궁금해진다. 이럴 거면 택시엔 배달을 허용하고, 일반 차량엔 손님을 받을 수 있게 하면 안 되나? 이참에 요금 자율성도 높여 운수 산업 종사자들이 업황 변화에 대응할 수 있게 하고, 이용자들은 과도한 택시비나 배달비 부담을 덜게 하면 안 될까. 디지털 세상의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운수 대란에도 국내 칸막이 규제가 꿈쩍하지 않는 것을 어찌 봐야 하나.한국 운수 산업의 규제 강도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원칙적으로 승객은 택시 면허가 있어야만 태울 수 있다. 그런데 사람 없이 물건만 태워 보내면 그것은 불법이다. 일반 승용차로는 물건 배달이 가능하다. 하지만 남의 차를 빌려서 배달
십수 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와 인텔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 큰 반도체 회사가 등장할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당시 엔비디아의 위상은 미약했다.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인 그래픽처리장치(GPU)는 픽셀의 색을 구현하기 위해 연산 작업을 하는 칩으로, 중앙처리장치(CPU)의 보조 장치 정도로 인식됐다. 반도체 산업은 CPU의 강자인 인텔이 지배하고 있었다.변화의 시작은 엔비디아가 한 대학원생의 연구에 주목하면서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이안 벅(현 엔비디아 부사장)은 GPU의 병렬컴퓨팅 기능을 활용해 컴퓨터의 연산 성능을 높이는 이른바 ‘가속 컴퓨팅’을 연구하고 있었다. 엔비디아는 그의 연구를 지원했고, 벅은 이를 통해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인 ‘쿠다(CUDA)’를 개발했다. 엔비디아를 바꾼 대학원생들쿠다는 한동안 주목받지 못했다. 정보기술(IT) 기업들은 “그래픽카드를 활용해 대규모 연산을 할 만한 거리가 뭐가 있느냐”고 반응했다. 그런데도 엔비디아는 “언젠간 미래를 바꿀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매년 수십억~수백억원을 유지 관리에 쏟아부었다.진흙 속에 묻혀 있던 쿠다가 발견된 것은 개발 후 6년이 지나서였다. 2012년 캐나다 토론토대 대학원생인 알렉스 크리제프스키는 인공지능(AI)이 이미지를 얼마나 잘 식별하는지를 겨루는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그는 쿠다를 이용해 연산 속도를 끌어올리는 방법을 고안했다. “장비에 집착하지 마라”는 교수의 꾸지람에도 그는 새로운 아이디어에 천착했다. 엔비디아 GPU에 쿠다를 적용해 1주일간 컴퓨터를 학습시켰다.그 결과는 AI의 역사를 바꿨다. 이전까지
‘유독 한국 기업만 저지르는 나쁜 짓’이 있어서 ‘한국에만 있는 규제’를 신설한다고 한다. 요즘 자본시장에서 ‘뜨거운 감자’가 된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과 물적분할 얘기다.스톡옵션 논란은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촉발했다. 상장 한 달 만인 지난해 11월 임원 8명이 스톡옵션으로 받은 주식을 팔아 878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유망 상품이라며 개인에게 청약을 받아놓고 경영진이 대규모 매도에 나선 것이다. 국내외에서 사례를 찾기 힘든 상식 밖 행동이었다.물적분할 논란은 그동안 간간이 있었지만 개미들의 분노가 본격화된 것은 LG화학에서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 1월 상장하면서다. 상장은 크게 성공했지만 LG화학 주가는 상장 후 연일 급락했다. 이 역시 주요 선진국에서는 벌어지지 않는 논란이다. 해외 기업들은 유망 사업부를 떼어내 외부 자금을 유치할 때 물적분할 대신 모회사 주주들이 지분을 나눠 갖는 인적분할을 선호한다. 또다시 등장한 'K규제'안 그래도 대선을 앞둔 시기에 개미의 공분을 불러일으켰으니 정부와 정치권이 그냥 넘어갈 리 없다. 금융당국은 발 빠르게 스톡옵션 규제 마련에 착수했다.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 물량에 대해 일정 기간 보호예수를 걸기로 했다.‘소액주주 보호’라는 명분 때문일까. 이번에도 어김없이 과잉 규제가 들어갔다. 금융당국은 스톡옵션 논란과 무관한 주식 보호예수 규제 방안을 슬쩍 포함시켰다. 스톡옵션 규제에 굳이 정부가 나서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상장 추진 기업과 자문 증권사가 협의해 스톡옵션 행사 물량에도 보호예수 기간을 두도록 계도하면 될 일이다.물적분할 규제 움직임은 더욱 우
영화 ‘라라랜드’로 유명한 미국 영화 제작사 엔데버콘텐츠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오자 CJ ENM은 인수협상단을 꾸려 할리우드로 날아갔다. 매각사 측을 만나 자기소개를 하는 데는 한마디면 충분했다. “우리가 영화 ‘기생충’을 만든 회사입니다.”과거를 돌아보면 한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매번 자신을 알리는 단계부터 고역이었다. 산업화 초기인 1970년대는 특히 그랬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조선소를 세우려고 외국 은행을 돌았지만 회사는 내세울 게 없었고, “봐라, 우리나라는 예전부터 배를 잘 만들었다”며 거북선이 그려진 500원짜리 지폐를 들이밀던 시절이었다. "기생충 만든 회사" 한마디에…20~30년 전까지도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현대·삼성·LG·대우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국내 대기업은 글로벌 M&A·투자 시장에서 무명에 가까웠다. 2000년대 들어 국내 기업과 투자사들의 글로벌 진출이 가속화됐지만 해외 합작이나 투자가 쉽지 않았다.그때 국내 기업들을 해외에 알리는 데 쏠쏠한 역할을 한 것이 프로스포츠 중 처음으로 한국이 전 세계를 호령한 골프였다. 2011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타이틀리스트로 유명한 골프용품 업체 아쿠쉬네트를 인수할 때 얘기다. 당시만 해도 생소한 ‘미래에셋’이란 회사명에 아쿠쉬네트 임직원과 주주들은 미심쩍어했다. 미래에셋은 당시 아시아 선수 최초로여자 세계랭킹 1위를 달리던 신지애의 사진을 내밀었다. 모자엔 미래에셋 로고가 큼지막하게 박혀 있었다. 게다가 파트너는 골프웨어 분야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던 글로벌 4위 스포츠 브랜드 휠라
한 대형 증권사 사장이 최근 임직원과 대화하다가 “주가를 끌어올릴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있다”며 눈을 반짝였다. “일단 적자 전환을 하는 거야. 그리고 플랫폼이나 핀테크를 사업 목적에 추가하는 거지. 어때?” 물론 농담이다. 사상 최대 실적을 구가하면서도 주가가 옆으로 기는 증권사들과 적자임에도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혁신기업들을 비교하면서 부러움과 답답함에 나온 넋두리였을 것이다.우리는 자본시장의 전례없는 현상을 목도하고 있다. 카카오페이가 그렇다. 지난달 상장한 이 새내기 핀테크 회사의 시가총액은 19개 상장 증권사의 몸값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이들 증권사의 올해 영업이익 총액은 사상 처음 10조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설립 후 한 번도 흑자를 내본 적 없는 5년차 핀테크 업체가 ‘올킬’해버렸다. 증권사 19곳보다 비싼 '카페'지난 3월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쿠팡의 시총이 100조원을 넘겼을 때만 해도 상당수 투자자는 ‘이게 말이 되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7월 카카오뱅크가 등장해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를 합친 몸값을 추월했을 때는 ‘그럴 수도 있겠다’고 했다. 최근 카카오페이의 약진을 보면서는 이제 ‘당연하다’는 듯 인식한다.이 인식은 투자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요즘 플랫폼·e커머스·핀테크·가상화폐 등 이른바 혁신 분야 장외 기업들의 몸값은 자고 일어나면 치솟는다. 마켓컬리는 작년 중순 9000억원이던 몸값이 올해 중순엔 2조5000억원, 최근엔 4조원이 됐다. 2018년 400억원이던 버킷플레이스(오늘의집)는 올초 몸값이 1조원을 넘었고 최근엔 2조원대로 거론된다. 3
수술을 해야 한다. 정부도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어떻게 손을 대더라도 욕먹을 게 뻔하다. 좌고우면하던 정부는 결국 국회에 결정하라며 ‘퉁’ 쳤다. 정부가 주도권을 쥐고 국회를 설득해도 모자랄 판인데 될 리 없다. 바로 연금개혁 얘기다.문재인 정부는 연금개혁을 외면한 유일한 정부로 남게 될 전망이다. 이번 정기국회가 사실상 개혁안을 다룰 마지막 기회다. 하지만 이미 여의도는 내년 대통령 선거에 온 신경이 가 있다. 여론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게 뻔한 ‘폭탄’에 손을 댈 리가 없다. 정부의 의도적인 책임 방기다. 연금 재정의 악화 속도는 더 빨라지고 청년들이 떠안아야 할 부담은 더 커지게 됐다. 연금개혁 외면한 유일 정부1988년 국민연금이 도입된 뒤 모든 정권은 좌우를 막론하고 공적연금에 칼을 댔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의 보험료를 올리거나 연금 지급률을 낮추거나 또는 지급 연령대를 높이는 방안을 밀어붙였다. 그때마다 노동계 등 이해단체의 반발은 강력했다. 하지만 연금 제도가 지속되려면 불가피했다. 초기 5.5%의 공무원연금 보험료율이 지금 18%대로, 3%인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지금 9%로 오른 것은 이전 정부들이 십시일반 짐을 나눠 진 결과다.이번 정부는 그 부담을 지기를 거부했다. 정부 초기부터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2018년 8월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의 개편 초안에 여론이 반발하자 청와대는 “정부안이 아니다”고 발을 뺐다. 문재인 대통령은 “나도 (개편안에) 납득할 수 없다”며 거들었다. 그해 11월 보건복지부가 정부안을 내놨을 때도 청와대는 왜 이런 걸 꺼내느냐는 듯 불편한 심기가 가득했다. “국민 눈높
코로나19 확산 이후 미국에서 제일 잘나가는 기업과 가장 추락한 기업을 한 곳씩 꼽자면? 줌(ZOOM)과 유나이티드항공이 유력 후보가 될 듯하다. 줌은 코로나 수혜주로 부각되면서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네 배 급증했다. 반면 유나이티드항공은 코로나 충격으로 지난해 8조원의 영업손실을 냈다.코로나에 서로 극명하게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들 기업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올해 초 나란히 벤처캐피털(VC)을 설립한 것이다. 역대급 호황을 맞은 기업도, 전례 없는 위기를 겪은 기업도 ‘포스트 코로나’의 해답을 스타트업 투자에서 구하기로 했다. 글로벌 IT공룡 벤처 투자 열풍최근 글로벌 투자업계에서 기업계열 벤처캐피털(CVC)의 존재감은 유난히 두드러진다. 아마존 알렉사펀드는 지난해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에 2조원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고 중국 텐센트는 지난달 인공지능(AI) 신약 개발 회사 엑스탈피에 투자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으로 탈바꿈시켰다. 일본 소프트뱅크 산하의 비전펀드는 막대한 자금력으로 전 세계 테크 기업을 쓸어담고 있다.구글(구글벤처스), 인텔(인텔캐피털), 바이두(바이두벤처스), 상하이자동차(사익캐피털) 등 글로벌 공룡들은 CVC를 앞세워 전 세계에 연간 30~50건씩 투자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이를 통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스타트업들은 투자 유치와 동반성장의 기회를 얻게 된다.올해 상반기 전체 미국 VC 투자 건수는 반기 기준 역대 최다인 7058건에 달했는데, 이 중 44%가량이 CVC 등이 투자한 건이다. CVC 투자는 2~3년 전만 해도 전체 벤처투자의 4분의 1 남짓이었지만, 어느새 전통 VC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
“현금으로 수백억원 받을래? 아니면 수십억원 덜 받는 대신 포장재(또는 세탁 서비스) 기업 주식과 사장 자리 받을래?”기업 창업자의 자녀들에게 이 같은 질문을 던지면 어떤 답이 돌아올까. 당연히 ‘사장’ 타이틀을 원할 듯하지만 요즘 인수합병(M&A) 시장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최근 한 달 남짓 사이에 쉰 살 넘게 먹은 대표 장수기업 두 곳이 사모펀드(PEF)에 팔렸다. 하나는 51년 된 국내 가구 1위 한샘이다. 이 회사는 총수 일가가 경영을 계속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창업자인 조창걸 명예회장은 80세를 넘겼지만 슬하의 3녀는 물론 사위들도 경영에 뜻이 없었다. 50년 넘은 기업 잇따라 매각이보다 한 달쯤 앞서 57년 된 남양유업도 PEF에 매각됐다. 이 회사는 지난 몇 년간 ‘갑질’과 소비자 기만 등으로 ‘오명’을 켜켜이 쌓아왔다. 표면상으로는 회사가 벼랑 끝 위기에 몰리자 도저히 감당하지 못한 총수 일가가 두 손을 든 모양새다. 하지만 속내는 조금 다르다. 이 회사는 2~3년 전부터 매각 의사를 타진하고 있었다. 홍원식 전 회장이 20년 가까이 50%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상무와 본부장을 맡은 아들들의 지분율은 줄곧 0%였다. 회사를 둘러싼 논란과 상관없이 일찌감치 기업 승계를 포기한 것이다.이들 기업 말고도 올해 장수기업들의 매각 사례가 유난히 많다. 29년 된 국내 세탁업계 1위 크린토피아도 총수 일가가 지분 100%를 내놨다. 속옷 제조업체 BYC의 총수 일가가 보유한 승명실업 역시 팔렸다. 이 회사는 BYC에 들어가는 포장재를 제조한다. 마찬가지로 매각 원인은 기업 승계에 차질을 빚어서다. 요즘 이런 장수기업 M&A 시장은 말 그대로 불
지난 3월 SBS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역사 왜곡 논란 끝에 2회를 끝으로 방영을 중단하기로 한 것은 의외였다. 그동안 우리나라 사극에서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진 게 어디 한두 번인가. 학계까지 나서 역사 왜곡 공방을 벌였던 과거 ‘연개소문’ ‘천추태후’ 등의 사극과 비교하면 더욱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게다가 조선구마사는 악령이 등장하는 판타지물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분노는 과거와 달랐다. 온라인 커뮤니티마다 공분이 일었고 청와대 청원게시판도 들끓었다. 사과와 해명으로 때우기에는 폭발력이 너무나도 컸다. 사회 전반에 부는 공정 바람남양유업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자사 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있는 것처럼 발표해 소비자들의 질타를 받다가 결국 사모펀드(PEF)에 경영권을 넘겼다. 사실, 남양유업의 ‘화려한’ 전적을 보면 이번 사건은 그다지 특출난 사안은 아니었다. 건설사 리베이트 사건, 대장균 분유사건, 대리점 갑질, 창업주 외손녀 마약 투약 등 대형 악재가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회사였다. 불가리스 사태로 전 국민이 공분하는데도 홍원식 전 회장이 20일이 지나서야 사과문을 들고 나타난 것도 아마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안일한 판단 때문이었으리라. 남양유업은 ‘사회가 달라졌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3~4년 전 ‘총수의 경비원 폭행’ ‘탈퇴 가맹점에 대한 보복 조치’ 등이 불거진 뒤에도 꿋꿋하던 미스터피자가 지난해를 못 버티고 팔린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갑질’ ‘불공정’은 요즘 뜨거운 사회적 화두다. 연초 연예계와 스포츠계에 불
배달 앱 2위 업체 ‘요기요’ 인수 경쟁에 신세계, 야놀자 등이 경합을 벌이게 됐다. 국내외 사모펀드를 포함해 총 7~8곳이 도전장을 냈다. 당초 인수 후보로 분류됐던 롯데는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는 이날 저녁까지 요기요 예비입찰을 받았다. 앞서 롯데, 신세계, GS 등 유통사들과 어피너티·CVC·퍼미라·TPG 등 대형 PE...
요즘 금융투자업계에서 화제 중 하나가 ‘성과급’이다. 벤처캐피털(VC) 분야에서는 최근 1~2년 사이 성과급 잔치가 벌어졌다. 20억원대 안팎의 성과급을 받는 20~30대 젊은 심사역도 적잖이 나오고 있다. ‘대박 소문’은 꼬리를 물고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벤처투자와 사모투자 분야에는 대기업, 금융사부터 전문직에 이르기까지 전례없이 ‘고(高)스펙’ 청년들이 몰려든다. 투자업계뿐이...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기업은 공모주 청약을 받기에 앞서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거친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종 공모가가 확정된다. 기관들 사이에서 인기에 따라 공모가가 희망 범위보다 높게 결정될 수도 있고, 희망 범위보다 낮게 정해질 수도 있다. 수요예측은 공모주 청약의 전초전인 셈이다. 수요예측 성적이 저조할 경우 아예 청약을 받지 않고 IPO를 철회하기도 한다. 경쟁률 신기록 행진... 칼 빼든 당국 그런데 공모주 시장...
[회사채 수요예측] 5일│SK하이닉스 메리츠화재(후순위) 6일│LS일렉트릭 7일│대한항공 8일│이마트 롯데쇼핑 GS건설 [공모주 수요예측] 6~7일│이삭엔지니어링 해성티피씨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에서 한국경제신문을 구독하는 독자가 4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국내 모든 경제신문을 통틀어 첫 사례입니다. 독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번 구독자 400만 명 돌파는 대학생과 직장인, 가정주부, 기업 임원을 아우르는 많은 독자의 성원과 ‘최정상 경제지’ 한경의 위상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한경은 지난달 미디어오늘의 한국리서치 디지털뉴스인덱스(DNI) 분석 결과에서도 네이버 뉴스 ...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월성원전 1호기 폐쇄'와 관련한 검찰 수사에 대해 '민주주에 대한 도전'이라고 반발하자 김근식 교수(국민의 힘 송파병 당협위원장)가 '민주주의의 기본도 모르는 천박한 자기방어'라며 맹비난했다. 윤 의원은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월성 1호기 폐쇄는 19대 대선 공약이었고, 선거를 통해 국민의 지지를 받은 정책"이라며 국민의 선택을 받은 정부가 공약...
조 바이든 민주당 미국 대통령 후보의 대선 승리 직후 세계 각국 정상들의 축하 성명이 이어졌다. 7일(이하 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쥐스탱 트뢰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성명을 내고 "새 미국 행정부와 함께 세계 최대의 도전에 대처하길 기대한다"며 "전 세계 평화와 포용, 경제적 번영, 기후변화 행동을 진전시키기 위해 미국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웃국이지만 무역 관계와 기후 정책 등에서 번번히 도널드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개표에서 패색이 짙은 가운데 공공기관장을 잇따라 해고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유는 따로 공개되지 않았다. △개표 후 흔들리는 리더십을 바로 잡기 위한 '군기잡기' 차원이라는 분석과 △사실상 정부 인수인계를 앞두고 '보복성 해고'와 '보은성 승진'을 겸하려는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CNN은 백악관이 6일(현지시간) 보니 글릭 국제개발처(USAID) 처장을 해임하고 ...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완승이 유력한 가운데 "선거에서 우리가 결국 이길 것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결과는 더 명확해 질 것"이라며 승리를 자신했다. 다만 "아직 최종 승리 선언은 아니다"며 일단 선을 그었다. 바이든은 6일(현지시간) 밤 11시 델라웨어주 월밍턴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번 연설에서 바이든이 승리 선언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아직 개표 결과가 다 나오지 않은 만큼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바이든은 "국민들은 우리에게 코로나 19와 경제, 기후변화, 인종갈등 등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도록 권한을 줬다"며 "(대통령이 되면) 특히 코로나 대응과 경제 회복을 집권 초기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말했다. 또 "국민들은 이번 대선을 통해 나라가 하나가 되길 원하는 뜻을 분명히 했다"면서 "당파 싸움에 낭비할 시간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으로서 자신의 첫번째 책무는 미국 전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표 논란과 관련해서는 "우리가 분명히 이길 것"이라며 "침착하게 개표 상황을 지켜봐달라"고 지지자들에게 당부했다. 또 "여러분의 표는 개표될 것이고 사람들이 이를 막으려고 얼마나 열심히 시도하든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할 것"이라고 했다.바이든은 "내일 얘기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조만간 승리 선언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바이든은 당초 이날 대국민연설을 잡아 승리 연설이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있었다. 자택이 있는 델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위스콘신주, 미시건주 등 경합주에서 잇따라 역전에 성공하며 당선 가능성을 높이는 가운데 뉴욕증시에서 페이스북 등 기술주들이 일제히 상승세를 나타냈다. 바이든 후보가 그동안 구글·페이스북 등 기술 기업들에 대한 반독점 규제 강화를 시사했던 점을 감안하며 다소 의외라는 평가다. 바이든 후보 당선 가능성 보다는 공화당의 상원 우위 전망, 선거 불확실성 해소 등의 재료가 더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10...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이번 대선의 승부를 결정짓는 6개 경합주 중 한 곳인 위스콘신주에서 역전에 성공한데 이어 미시간주 마저 뒤집었다. 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를 비롯한 미국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현재(현지시간·한국시간 오후 11시) 개표가 92% 가량 진행된 미시간주에서 49.3%의 득표를 기록하며 약 5000표차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따돌렸다. 이후 표차를 계속 벌려나가고 있다. 미시간주에서 남은 ...
외국인 최초의 '국문학' 박사로 유명한 케빈 오록 신부가 23일 선종했다. 향년 81세. 고인은 한국 문학을 해외에 널리 알린 'K문학의 선구자'로 꼽힌다. 50여년을 한국에 살면서 2000편이 넘는 우리나라 시와 소설을 외국에 소개했다. 오록 신부는 1939년 아일랜드 카반 타운에서 태어났다. 1963년 사제서품을 받고 이듬해 처음 한국 땅을 밟았다. 춘천교구 소양로성당에서 보좌신부로 선교 활동을 했다. 고인...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24일 로이터, AFP 등 외신에 따르면 폴란드의 블라제이 스피찰스키 대통령실 장관은 이날 트위터에서 "어제 대통령이 코로나바이러스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면서 "대통령의 상태는 양호하다"고 밝혔다. 앞서 주요 국가 수장 중에서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가장 먼저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어 후안 오를란드...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 사례가 주춤해진 가운데 경기도 확진자 발생 비중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수도권 확산의 중심이 서울에서 경기도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4일 0시 기준으로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77명 증가한 2만5775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신규 확진 77명 중 국내 지역발생 사례는 66명, 해외유입 사례는 11명이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22명, 인천 2명, 경기 3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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