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전 그의 사후 이야기를 다뤄 화제를 모은 웹툰 '스틸 레인'이 만화책(상권·네오카툰 펴냄)으로 묶여 나왔다. 지난해 5월부터 인터넷 포털 다음에서 연재한 '스틸 레인'은 2013년 김정일이 사망하고 북한에서 쿠데타가 발발한다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그렸다. 청와대 행정관 박재익이 김정일 사후 남북 간 '원치 않는'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막으려 고군분투한다는 줄거리. 스틸 레인은 넓은 지역을 폭격해 순식간에 초토화하는 데 쓰이는 다연장...
“앞니 빠진 어린아이의 웃는 얼굴이 나를 기쁘게 했다./…/신새벽에 일어나 먼동이 트는 자줏빛 새벽하늘을 보았을 때,/…/소식을 끊은 사랑하는 이를 거리에서 우연히 만나 그의 미소를 다시 보았을 때, 나는 삶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느꼈다./…/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고 밤새 내린 첫눈이 세상을 하얗게 덮고 있을 때, 얼마나 즐겁고 경이로웠던가.”우리는 살면서 많은 기쁨의 순간을 경험하지만 잊고 사는 경우가 많다. 영문학자 겸 문학평론가인 이태동 서강대 명예교수(73)의 에세이집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들》은 사소한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워 준다. 지난 5년간의 사색을 담은 글들에는 작지만 더 소중하고, 평범하지만 더 특별한 삶의 지혜와 통찰이 담겨 있다. 이 교수는 “내가 그동안 저문 강에 이르도록 눈 내리는 들판을 건너오면서도 꺼지지 않은 의식의 눈과 통찰력으로 발견한 삶의 아름다운 진실과 그 내면적인 진실을 언어로 바꾸어 써놓은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자기만의 방’ ‘마음의 섬’ ‘시간의 빈터’ ‘침묵의 의미’ 등 4개의 주제로 구성된 53편의 글에서 가족과 이웃의 소중함, 대화의 중요성, 행복의 의미, 새롭게 인생을 바라보게 된 경험과 만남을 수많은 예화를 통해 들려준다.“노동을 해서 얻은 돈으로 읽고 싶었던 책들을 한아름 사 들고 서점 문을 나왔을 때 눈부셨던 대낮의 햇빛,/…/곰팡내 나는 수십만 권의 책들이 꽂혀 있는 대학 도서관 서가를 지나는 순간 가난했지만 학문을 하겠다는 욕망을 불태웠을 때,/…/이 모든 것 또한 나에게는 잊을 수 없는 행복의 순간이다.” 그는 가난하고 힘들었던 유학시절, 책을 쓰거나 번역하면서 젊음을 불태
일본 도쿄에 있는 양갱 전문점 ‘오자사’. 이곳의 양갱을 맛보려면 새벽부터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직원이나 가족도 예외 없다. 모두 줄을 서서 번호표를 받는다. 새벽부터 이어지는 이 행렬은 40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줄을 선다고 해서 모두 양갱을 맛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루에 만들어지는 양갱이 150개뿐이기 때문이다. 오자사는 3.3㎡(1평)밖에 안되는 작은 가게다. 양갱과 모나카 두 가지 제품만 팔지만 연 매출 40억원을 기록하는 ‘기적의 가게’다.《1평의 기적》(서돌, 1만4000원)은 아버지에 이어 오자사를 경영하면서 일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가게로 만들어낸 이나가키 아츠코 사장의 성공 비결과 경영 철학을 담았다. 60여년 전 반평도 채 안되는 노점에서 시작한 오자사가 꾸준히 사랑받는 비결은 맛과 서비스에 대한 엄격함에 있다. 이나가키 사장은 “주변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아무리 평범한 음식이라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그저 그런 평범한 음식이 될 수도, 다른 어느 곳에서도 맛볼 수 없는 유일한 음식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
신년 초부터 굵직한 뮤지컬 작품들이 줄줄이 무대에 오른다. 오리지널 팀의 내한 공연과 국내 초연되는 라이선스 작품, 창작 뮤지컬 등 종류도 다양하다. 어느 해보다 뜨거운 뮤지컬 대전(大戰)이 펼쳐질 것임을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세계적인 흥행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오리지널 팀이 6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오는 19일부터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이번에는 영어버전을 선보인다. 프랑스 3대 뮤지컬 중 하나로 빅토르 위고의 소설이 원작이다. 15세기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을 배경으로 집시여인을 사랑한 꼽추 콰지모도의 슬픈 사랑을 그렸다. 대사 없이 노래만으로 스토리를 이어가는 게 특징. 콰지모도 역의 맷 로랑이 이번에도 출연하며, 프롤로 역의 로베르 마리엥 등 영국 웨스트엔드 무대에서 실력을 쌓아온 배우들이 참여한다. 2월까지 서울공연을 마친 뒤 3월부터 성남 광주 대구 등에서 관객을 만난다.27일부터는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 무대에서 ‘닥터 지바고’가 선보인다. 오마 샤리프 주연의 영화로도 유명한 이 작품은 러시아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동명 소설이 원작. 20세기 초 러시아 혁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젊은 의사 유리 지바고와 간호사 라라의 운명적인 사랑을 다룬다. 지바고 역은 ‘오페라의 유령’ ‘지킬앤하이드’ 등에서 가창력을 인정받은 홍광호가 맡았다. 함께 캐스팅됐던 배우 주지훈은 성대 결절로 개막을 앞두고 하차했다.2월9일부터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하는 ‘엘리자벳’은 20년간 롱런한 유럽의 대표 뮤지컬이다. 1992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초연된 후 10개국에서 9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았다. 극적인 삶을
'올해 논에다 콩 심었더니/거름이 너무 많아 키가 커서/베어줄까 걱정을 했는데/마침 노루가 들러 적당히 끊어 먹어서/올해 콩 농사는 풍년 들겠네'(정계순의 '밭농사' 중) 전남 곡성군 죽곡면. 보성강과 섬진강이 휘돌아 흐르면서 무성한 대숲을 이룬 '죽곡(竹谷)'은 시의 마을이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농민열린도서관에 모여 시를 쓴다. 연세가 많은 할아버지는 막걸리를 드시다 말고 와서, 고추밭 매던 아낙네는 흙 묻은 손으로 시를 짓는다. 죽곡...
신경숙 씨(사진)의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2011 맨 아시아 문학상(Man Asian Literary Prize)' 최종 후보에 올랐다. 11일 맨 아시아 문학상 조직위원회의 웹사이트에 따르면 《엄마를 부탁해》는 인도 일본 중국 파키스탄 작가들의 작품과 더불어 최종 후보작 7편에 포함됐다. 한국 작품으로는 처음이다. 심사위원들은 《엄마를 부탁해》에 대해 “지하철 역에서 사라진 엄마의 이야기를 통해 한 가족의 역사를 살펴보는 감동적이...
배우 송혜교 씨가 한국홍보 전문가인 서경덕 성신여대 객원교수와 함께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새로운 한국어 안내서를 공급했다.이 미술관은 2007년부터 한국어 안내서와 한국어 음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올해 1월부터 안내서를 새로 발간했다.서 교수는 “한국어 안내서를 이달 초부터 새로운 디자인으로 공급하기 시작했다”며 “새 안내서를 만드는 데 한류스타 송씨가 전액 후원했다”고 10일 전했다. 송씨 측 관계자는 “중국 대만 등 아시아에서도 활약하고 있는 송씨가 많은 해외활동을 통해 한국어 서비스의 중요성을 인식, 이번 현대미술관 후원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어 안내서에는 미술관의 전반적인 시설, 갤러리 소개, 카페, 기념품 가게 등의 정보가 들어 있다. 미술관 로비와 각 층의 자원봉사 안내센터에서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 뉴욕 현대미술관 홈페이지(www.moma.org)에서 한국어 안내서를 미리 내려받아 활용할 수도 있다.서 교수는 “한국어 안내서는 미술관을 찾는 한국인들에게 여러모로 도움을 준다”며 “특히 많은 외국인 관람객들에게 한국어 서비스가 지원돼 우리나라의 국가이미지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과 현대미술관, 미국 자연사박물관 등의 한국어 서비스를 이끌어낸 서 교수는 앞으로 영국의 테이트 모던, 독일 루드빅 미술관 등 유럽 내 유명 박물관과 미술관에도 한국어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접촉 중이다.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
산악인 소설가 박인식 씨가 장편 기행소설 《첫사랑뿐》(바움·전3권)을 펴냈다. 월간 '사람과 산' 발행인 겸 편집인을 지낸 박씨는 1985년 장편 《만년설》을 필두로 줄곧 '산'이라는 화두를 문학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해왔다. 이번 소설에도 평생을 산과 함께한 삶의 궤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소설은 옛 가야 땅 청도의 할아버지와 그의 손자 인수에 이르기까지 일제하에서 현대에 이르는 가족사를 큰 축으로 전개된다. 중앙아시아의 천산산맥에서 한국의...
“다윈의 진화론은 생명의 의미와 현상을 설명하는 가장 훌륭한 이론입니다. 그러나 학문의 역사에서 진화론만큼 탄압을 많이 받은 것도 없지요. 150여년 동안 줄기차게 탄압을 받았지만 살아남아서 이제는 쓰이지 않는 곳을 찾기 힘들 정도입니다. 다윈 이론이 옳고, 그만큼 많은 것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죠.”세계적인 생물학자이자 ‘통섭(統攝)’의 지식인인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58). 다윈 전문가인 그가 현대사회 곳곳에서 진화론 흔적을 찾아낸 책 《다윈 지능》(사이언스북스, 1만5000원)을 펴냈다. 최 교수는 150여년 전 태동한 진화론이 혹독한 시련과 담금질을 겪으며 인류 문명과 다른 학문세계로 빠르게 퍼졌다고 설명했다.“2008년 금융위기 이후 행동경제학·신경경제학이 부상했습니다. 경제주체인 인간을 이성적 입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행동과 심리를 읽으려는 것이죠. ‘다윈 경제학’이 대세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진화론이 경제학에까지 파고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실생활에도 밀접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얘기 아니겠습니까.”그는 다윈 이론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시대가 됐는데도 우리 사회는 이를 이해하는데 뒤처졌다고 지적했다. 서양에서는 대부분 사람들이 알고 있는 상식에 속하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다윈 지능》은 진화론이 발전해온 과정과 진화론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쟁, 진화론이 생물학의 범주를 넘어 철학 경제학 법학 문학 정치학 등 인류의 지식 생태계에 미친 영향 등을 총체적으로 다룬다.책의 제목인 ‘다윈 지능’은 다윈 이론이 걸어온 궤적이 ‘집단 지능(collective intelligence)’의 전형을 보여준다는 분석에서 나
추사 김정희는 최고의 중국통이었다. 하지만 중국을 다녀온 것은 단 한 차례뿐이었다. 그럼에도 중국통이라는 명성을 얻은 비결은 ‘정보의 끈’을 항상 놓지 않았던 습관 덕분이었다. 그는 청나라 연경을 방문했을 때 최고의 명사였던 옹방강과 완원을 만나 교분을 맺었고, 귀국 후에도 편지를 통해 중국 학자들과 교류했다. 당쟁에 얽혀 제주도로 유배를 떠났을 때도 중국의 최신 동향에 관심을 가졌다. 제자 이상적은 연경에 갈 때마다 책과 자료를 구해다 줬다. 이상적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그린 그림이 바로 ‘세한도’다.페니실린을 발견한 알렉산더 플레밍은 미생물학자이기 이전에 놀이와 게임의 달인이었다. 포커, 체스는 물론 골프와 탁구 등 스포츠에도 능했다. 재미를 더하기 위해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하나의 골프채만 들고 18홀을 돌고, 심지어는 누워서 골프를 치기도 했다. 특이한 방식으로 퍼터를 잡고 쳐보기도 했다. 엄격한 미생물학도 놀이처럼 즐겼다. 페니실린의 발견은 놀이 정신을 통해 얻은 결실이었다.역사 속에는 이처럼 ‘단 하나의 습관’으로 운명을 바꾼 이들이 많다. 《단 하나의 습관》은 역사 속 인물들이 습관의 씨앗을 어떻게 심고 가꿨는지를 탐구한 책이다. 《사소한 차이》《보이지 않는 차이》 등 ‘차이’ 시리즈로 성공한 사람들의 비밀을 천착해온 저자는 그들을 특별하게 만든 ‘습관’에 주목한다.연설을 준비하지 못했는데도 평소 좋은 문구를 외워둔 덕분에 위기를 넘긴 마틴 루터 킹, 신하의 보고 문서에 꼬박꼬박 답장을 써 부패한 관료제를 바꾼 청나라 옹정제 등도 습관을 무기로 삼아 운명을 자신의 편으로 만든 사례다. 세종의 습관은 토론
우리 시단의 대표 시인들이 손으로 직접 써서 만든 시집이 나왔다.지식을만드는지식은 원로·중진 시인 43명의 시집과 각 시집의 표제시를 한 권에 묶은 《시인이 시를 쓰다》 등 44권으로 된 육필시집 시리즈를 펴냈다. 시인들은 자신의 대표시를 한 자 한 자 정성껏 옮겼다. 어떤 시인은 만년필로, 어떤 시인은 볼펜으로, 붓으로, 연필로 눌러 썼다. 시에 그림을 그려넣기도 했다. 육필시집에 수록된 시는 모두 2105편. 정현종 시인은 시집 《환합니...
“우리는 중병을 앓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정치 현실을 비관적으로 얘기하지만 저는 지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반드시 거쳐야 할 일종의 예방주사 같은 거죠. 올해가 선거의 해인데 시민들이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해 선거를 잘 치렀으면 좋겠습니다.” 《하얀전쟁》《은마는 오지 않는다》의 작가이자 번역가인 안정효 씨(71). 칠순을 넘긴 나이에도 꾸준히 창작과 번역에 몰두하며 필력을 과시하고 있다. 최근 3권짜리 정치 풍자소설 《역사소설 솔섬》(...
“신학(神學)에서 ‘ㄴ’ 받침 하나만 빼면 시학(詩學)이 되지 않습니까. 시나 소설을 읽듯이 성경을 읽으면 어렵던 말들이 더 가까이 다가오고, 풍요로운 시학의 성찬이 열릴 겁니다.”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으로 꼽히는 이어령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77)이 언어와 문화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성서에 대해 문화적 접근을 시도했다. 최근 펴낸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열림원, 340쪽, 1만7000원)에서 새로운 방식의 성경 읽기를 제시한 것. “국문학자로 50년 가까이 언어를 다룬 지식을 가지고 성서를 다른 관점에서 읽어보고 싶었어요. 신학이나 교리는 잘 몰라도 문학으로 읽는 성경, 생활로 읽는 성경이라면 내가 거들 수 있는 작은 몫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이 책은 4년 전 CTS기독교TV에서 강연한 내용을 엮은 것이다. “100여권 가까이 책을 썼지만 TV 강연을 책으로 내기는 처음이에요. 말은 뱉으면 없어지는데 강연 내용이 계속 따라다니더군요. 그래서 (책으로) 거둬들여야겠다고 생각했어요.”이 전 장관이 성경을 본격적으로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 그는 2007년 7월 개신교로 귀의한 후 지난해 3월 자신의 신앙을 고백한 책 《지성에서 영성으로》를 출간한 바 있다. 그는 2007년 당시 온누리교회 등이 일본에서 개최한 문화선교집회 ‘러브 소나타’ 행사 때 하용조 목사(작고)로부터 세례를 받았다. 미국에서 검사로 활동하다가 개신교 신앙을 갖게 된 딸 민아씨에게 닥친 암과 실명 위기 등을 겪으며 세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그는 이 책에서 성경 속 상징을 키워드로 삼아 문화사적 맥락을 더듬는다. 이야기를 구성하는 세부 요소와 플롯 등을 집어내 해석하는 방식이
“우리는 반드시 얘기해야 해요. 치명적인 트라우마까지, 그 모든 것을…. 우리 세대는 이 문제를 결코 뛰어넘을 수 없고, 어떤 종지부도 찍을 수 없을 거요. 그러나 나는 그것에 관해 계속해서 쓸 거라고 약속할 거요. 나는 계속해서 입을 열 것이고, 나의 적들은 참을 수밖에 없을 거요.”1999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독일 작가 귄터 그라스.《양철북》의 작가인 그는 나치 친위대 전력에 대한 때늦은 고백과 그로 인한 비난에도 과거의 기억을 자신의 문학적 원천으로 삼고 있다. 《16인의 반란자들》에는 이처럼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들과 나눈 특별한 대화가 실려 있다. 저자는 스페인 일간지 ‘엘 파이스’ 문학 전문기자인 사비 아옌과 사진기자 킴 만레사.이들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세계 곳곳을 누비며 주제 사라마구(포르투갈), 오에 겐자부로(일본), 토니 모리슨(미국), 다리오 포(이탈리아), 오르한 파묵(터키), 도리스 레싱(이란), 가오싱젠(중국),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콜롬비아), 비슬라바 쉼보르스카(폴란드) 등 16명의 수상자들과 만났다. 길게는 8일, 짧게는 6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다. 이들은 작가의 집을 찾아가 가족과 어울리고, 작업실뿐만 아니라 주방까지 살펴봤다.2000년 수상자인 중국 출신의 가오싱젠은 망명지인 프랑스 파리에서 한 인터뷰에서 “나는 좌파니 우파니 하는 우스꽝스러운 차별성 너머에 존재한다. 나는 권력의 한계에 대항하는 메커니즘으로 형성된 시스템을 믿는다. 그게 바로 내 저항의 형태”라고 말한다.1995년 수상자인 주제 사라마구는 죽기 전 인터뷰에서 “포르투갈인의 멘탈은 시들어가고 시민들은 우울하다”며 “세계의 정치지형과 경제적인 변화로 인해 영영
많은 사람들이 일확천금을 노리고 주식 투자에 나서지만 손해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근거 없는 소문만 듣고 무작정 투자의 세계에 뛰어들기 때문이다.《겁쟁이를 위한 주식투자》(다치바나 아키라 지음, 오시연 옮김, 북스넛, 1만5000원)의 저자는 금융시장은 이런 순진한 사람들, 즉 ‘먹잇감들’로 인해서 유지된다고 말한다. 먹잇감이 되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은 금융 지식. 저자는 주가 차트나 어려운 주식 용어가 아니라 시장에서 떠도는 ‘솔깃한 이야기’ 속에 감춰진 거짓과 함정을 상식과 합리적인 추론으로 간파해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경제칼럼니스트인 저자는 16분 만에 20억엔에 이르는 수익을 거머쥔 27세 백수의 성공 내막부터, 주가 조작으로 시가총액 1조엔에 이르는 기업을 이룩했다가 하루아침에 무너진 젊은 사업가의 이야기 등 흥미로운 사건을 바탕으로 주식 시장의 속성을 쉽게 풀어낸다. 데이트레이딩, 장기투자, 인덱스 펀드와 해외 투자의 세계 등 직접적인 주식 투자의 방법뿐 아니라 투자를 하기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할 금융 지식도 알려준다.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
‘나는 가수다(나가수)’ 열풍으로 올해 콘서트시장이 크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27일 국내 최대 티켓 예매 사이트인 인터파크에 따르면 올해 판매된 공연 편수는 8445개로 티켓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31%나 늘었다. 특히 콘서트 판매량은 57% 증가해 성장폭이 가장 컸다. 조용필 이승철 이문세 등 대형 가수의 전국투어 공연을 비롯해 ‘나가수’ 등 TV 프로그램을 통해 주목받은 실력파 가수들의 콘서트가 집중된 결과다. 가수별 순위를 보면 합동 공연을 한 박정현(+성시경) 이소라(+김범수) 외에도 임재범 김범수 김연우 등 ‘나가수’ 출신 가수들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김장훈 싸이의 완타치’는 3년 연속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관객들이 가장 많이 본 공연 장르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뮤지컬이었다. ‘지킬 앤 하이드’ ‘아이다’ ‘조로’ ‘맘마미아’ 등 대작 뮤지컬의 장기 흥행 덕에 티켓 판매가 지난해보다 24% 증가했다. 블루스퀘어와 디큐브아트센터 등 뮤지컬 전용 공연장이 문을 열면서 장기 공연 및 제작 여건이 개선돼 뮤지컬시장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인기공연 톱10은 ‘맘마미아’ ‘조로’ ‘지킬 앤 하이드’ ‘태양의 서커스 바레카이’(오리지널) ‘아이다’ ‘삼총사’ ‘모차르트’ ‘캣츠’ 등 대부분 라이선스 작품이었다. 창작 뮤지컬로는 ‘광화문 연가’(6위)와 ‘김종욱 찾기’(9위) 두 편이 10위 안에 들었다.외국인 관객은 ‘난타’ 등 넌버벌 퍼포먼스에 집중됐지만 인기 아이돌 그룹 JYJ의 김준수, 안재욱, 이지훈 등 한류 스타들의 출연 덕에 외국인 예매 건수도 3배가량 늘었다.대학로 오픈런 연극은 ‘뉴보잉보잉’과 ‘라이어’ ‘옥탑방 고양이’ 등 코미디와 연
‘청춘’, ‘위로와 공감’은 올해 출판계의 핵심 키워드였다. 취업난이 심해지고 세대 간 소통 단절에 따른 젊은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면서 청춘을 주제로 하거나 젊은 세대의 아픔을 위로하는 책들이 주목받았다. 경제 불황으로 힘든 사람들은 희망과 위로를 얻기 위해 책을 펴들었다.올 한 해 가장 주목받은 책은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쓴 에세이 《아프니까 청춘이다》(쌤앤파커스)였다. 이 책은 서울대 학생들이 ‘최고의 멘토’로 뽑은 김 교수의 ‘인생 강의록’이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출간된 후 1년 내내 베스트셀러 1위를 독점하다시피 하며 150만권 넘게 팔렸다. 그만큼 이땅의 청춘들이 힘겹게 살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인기 비결은 가르치거나 훈계하지 않고 따뜻한 위로를 통해 공감을 이끌어내려 한 데 있다. 김 교수는 인생 선배로서 미래를 불안해 하는 청춘들을 다독인다. 그는 이러저러한 스펙을 쌓으라고 취업 방법론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책 없는 감상으로 ‘어떻게 하다 보면 다 잘 될 거야’ 하는 흔한 위로도 하지 않는다. 때로는 영혼을 감싸안는 따뜻한 차 한 잔처럼, 때로는 머리를 내리치는 따끔한 죽비처럼 청춘과 호흡한다. 자신도 ‘때로 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며 솔직히 고백한다. 아직 ‘너라는 꽃이 피는 계절’이 오지 않았다는 것을 깨우치며 용기를 북돋운다. ‘아직 재테크하지 마라’ ‘일단 기차에 올라 타라’는 조언도 덧붙인다. 같은 고민을 해온 인생 선배처럼,마음 털어놓을 수 있는 삼촌처럼,힘들 때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멘토처럼 그렇게 곁에 서서 차분히 얘기해준다. 그는 “시작하는 모든 존재는 늘 아프고 불안하다. 하지만 기
올해도 많은 소설이 쏟아져 나왔지만 크게 주목받은 작품은 많지 않다. 책 판매가 베스트셀러에 집중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소설 부문의 베스트셀러는 신경숙 씨의 《엄마를 부탁해》와 공지영 씨의 《도가니》다. 하지만 두 작품은 각각 2008년과 2009년 출간돼 엄밀히 말해 올해의 성과로 보기는 어렵다. 《엄마를 부탁해》는 미국·유럽 등 성공적인 해외 진출에 힘입어 다시 주목받았다. 《도가니》는 영화 흥행과 함께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며 인기를 모았다. 올해 나온 작품 중에서는 김애란 씨의 첫 장편 《두근두근 내 인생》과 정유정 씨의 《7년의 밤》이 20만부 넘게 팔리며 선전했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독특한 소재와 감각적인 문장으로, 추리소설 형식인 《7년의 밤》은 통 큰 서사와 흡입력 강한 스토리로 꾸준히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머물렀다. 김훈 씨의 《흑산》, 최인호 씨의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황석영 씨의 《낯익은 세상》, 이문열 씨의 《리투아니아 여인》 등 중진 작가의 신작들이 잇따라 발표되며 활력을 불어넣었다. 곽효환 문학평론가는 “기존 작품들이 문학외적인 요인으로 다시 주목받은 ‘흘러간 노래의 전성기’였다”며 “독자들을 흡입하거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학이 대중과 같이 호흡하면서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7년의 밤=7년 전 세령호수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에 얽힌 이야기. 범인이었던 야구선수 출신의 댐 보안원 최현수,그의 아들 서원, 대필작가이자 잠수부인 아저씨 승환, 살해된 소녀 세령의 아버지인 치과의사 오영제 사이의
“누구나 내면에 다섯 살짜리 아이가 있습니다. 당신이 지금 고통받고 있다면 마음을 고요하게 하고 당신 내면을 찬찬히 바라보세요. 어쩌면 그 아이가 웅크린 채 울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아이에게 다가가서 손을 내미세요. 아이의 손을 토닥이며 조용히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매일매일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덧 그 아이는 당신의 마음 속에서 즐겁게 뛰어놀고 있을 거예요. 그러면 당신은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을 거예요.”가까운 사람의 사소한 한마디에 걷잡을 수 없는 화가 치밀어 오를 때가 있다. 머리로는 ‘내가 왜 이러지’ 싶은데, 가슴으로는 멈출 수가 없다. 그 화는 대체 어디서 왔을까. 베트남 출신 세계적 종교 지도자인 틱낫한 스님은 그 화가 우리 ‘내면에 있는 아이’의 상처에서 왔다고 말한다. 무의식 속에 꾹꾹 눌러 두었던 그 아이의 고통이 사소한 말 한마디, 행동 하나로 촉발돼 겉으로 드러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 아이의 상처를 치유해야만 우리의 화와 고통도 치유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화해》는 마음 속 응어리로 힘겨워하는 사람에게 틱낫한 스님이 전하는 심리 처방전이다. 스님은 마음 속에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무엇보다 먼저 자신과 화해하라고 강조한다. 내면의 상처받은 아이와 만나 자신을 치유하고 나면 상처 입은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은 ‘내 안의 아이’를 어루만져주는 8가지 지혜를 알려준다. 첫걸음은 ‘깨어 있음’으로 시작된다. 스님은 깨어 있음을 수행하기 위해 ‘숨쉬고, 걷고, 내려놓으라’고 이야기한다. 내면의 아이를 치유하고 삶을 행복하게 해줄 7가지 수행법도 제시한다. ‘물건 치
내년은 시인 백석(白石·1912~1996·사진)의 탄생 100주년. 백석 연구자들의 학술대회와 전집 발간 등 그의 삶과 작품세계를 재조명하는 작업이 활발하게 펼쳐진다.평북 정주 출신인 백석은 1935년 조선일보에 시 ‘정주성’을 발표하며 등단한 후 이듬해 시집 《사슴》을 출간했다. 다양한 기법과 형식으로 한국 현대시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시인이지만 재북(在北) 시인인 탓에 우리 문학사에 등장하지 못하다가 1988년 납·월북 문인 해금 조치 이후에야 본격 조명됐다.한국시학회(회장 이숭원 서울여대 교수)는 4월 말께 ‘백석과 그의 시대’(가제)라는 제목으로 학술대회를 개최한다.이숭원 교수는 “해금 이후 백석은 시단에서 활발히 연구되는 인기 시인이지만 남쪽에 유족이 없는 탓에 연인인 고(故) 김영한 여사의 기부로 제정된 백석문학상 이외에는 조직적인 기념사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백석과 그를 둘러싼 시대의 문화적 분위기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한국비평학회(회장 최동호 고려대 교수)는 5월께 백석의 작품세계에 대한 학술행사를 연다. 백석의 시와 소설을 망라한 전집 출간도 추진된다. 매년 탄생 100주년 문인문학제를 여는 대산문화재단과 한국작가회의도 4~5월께 시조시인 이호우, 시인 설정식 등과 더불어 백석의 삶과 문학을 집중 조명할 예정이다.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
《노인과 바다》《무기여 잘 있거라》 등을 쓴 미국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사진)의 저작권 보호기간이 사후 50년인 올해 말 만료된다. 지난 7월1일 발효된 개정 저작권법에 따라 저작권 보호기간이 사후 50년에서 사후 70년으로 늘어났지만, 2013년 7월1일까지 2년의 유예기간이 있기 때문에 헤밍웨이는 종전대로 사후 50년 규정을 적용받는다.헤밍웨이 저작권이 살아 있는 올해까지 작품을 출간하려면 헤밍웨이 유족과 정식으로 계약을 해야 했지만 정작 유족 측이 그런 계약을 꺼린 것으로 알려졌다.현재 국내에는 《노인과 바다》를 비롯한 헤밍웨이 작품의 번역본이 수십 종 출간돼 있지만 상당수는 저작권법이 엄격하지 않은 시절부터 출간된 책이거나 저작권 계약을 거치지 않은 책이다.그러나 저작권 때문에 헤밍웨이 작품을 출간하지 못한 문학 출판사들은 내년부터 ‘합법적으로’ 헤밍웨이 작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특히 ‘선점 효과’를 노려 연초에 앞다퉈 책을 내놓을 전망이다.세계문학전집을 펴내는 민음사는 1월 초 《노인과 바다》를 시작으로 《무기여 잘 있거라》《태양은 또다시 떠오른다》 등 장편소설 세 권을 나란히 출간한다. 영문학자 겸 번역가인 김욱동 한국외국어대 교수가 번역했다. 이어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와 단편집 한 권도 내놓을 예정이다.문학동네는 1~2월께 《노인과 바다》(이인규 옮김)를 선보인다. 현재 번역을 마치고 편집 중이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와 《무기여 잘 있거라》도 추가로 출간할 계획이다.열린책들도 《무기여 잘 있거라》(이종인 옮김)와 《노인과 바다》를 각각 2월과 3월 중에 출간한다. 시공사 등 세계문학전집을 출
애플은 아이팟으로 MP3플레이어 시장에서 소니 등 기존 강자들을 모두 물리쳤다. 아이폰으로 휴대폰 1위 기업이던 노키아를 추락시켰다. 소니와 노키아는 왜 후발주자인 애플에 속수무책으로 당했을까.《혁신은 왜 경계 밖에서 이루어지는가》(마크 존슨 지음, 이진원 옮김, 토네이도, 1만5000원)는 추격자에서 지배자로 도약한 기업들의 혁신전략을 다룬 책이다. 컨설팅그룹 이노사이트 회장인 저자는 “성공적인 혁신은 위험을 감수하고 미개발 시장인 ‘화이트 스페이스’를 공략할 때 탄생한다”고 강조한다. 그의 메시지는 “파괴하라, 선점하라, 장악하라”로 요약된다. 핵심 영역을 ‘파괴’하고 화이트 스페이스를 ‘선점’함으로써 새롭게 탄생한 시장을 ‘장악’하라는 것이다. 또 애플, 아마존, 자라 등 화이트 스페이스를 선점해 새로운 시장을 창조한 기업들의 사례를 제시한다. “기업들이 혁신에 성공하지 못하는 것은 현재 돈을 벌어다 주는 캐시카우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경계를 허무는 파괴적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서라.”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
“어떤 경우에도 아이 입장에서 믿고 또 믿어야 합니다. 부모가 절대적인 믿음을 줄 때 아이들의 가능성은 빛을 발합니다.”게임 중독에 빠져 꼴찌를 맴돌던 아들을 전교 1등, 대학 4년 장학생으로 키워낸 김민경 씨(52·사진). 그의 자녀 교육 노하우는 “아이는 부모가 믿는 만큼 자란다”였다. 김씨가 펴낸 《괜찮아, 엄마는 널 믿어》(여성신문사, 272쪽, 1만2000원)는 아들 성호를 꼴찌에서 1등으로 키운 10년간의 고군분투기를 담았다. 자기주도 학원을 운영하며 수백 명의 문제아들과 진행한 생생한 코칭 경험담을 통해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자녀 교육 방법을 전한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컴퓨터 게임에 빠진 성호는 게임은 전교 1등이지만 성적은 꼴등이었다. 하지만 김씨는 아들을 믿었다. 게임을 그만 하라고 다그치지도 않았다. 수학 시험 20점을 맞아도 질책보다는 격려로 대했다. “게임중독에서 어떻게 벗어나게 할까 고민하다 아들과 함께 힙합 춤을 배웠어요. 그림도 함께 배웠죠. 게임 말고도 재미있는 게 많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는 아들과 하루는 최고급 호텔에서, 하루는 허름한 여인숙에서 지내는 ‘극과 극’ 비교체험을 하고 7~8개국으로 해외여행도 떠났다. 낚시, 등산, 극기훈련 등 다양한 경험을 쌓도록 했다. 모든 일은 아들과 대화를 통해 결정했다. 프로게이머가 되겠다는 꿈도 존중해 줬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자 학교에 직접 얘기해 게임할 시간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성호가 자퇴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게임대회에서 연거푸 패하자 다른 애들처럼 학교를 그만두고 게임에 시간을 더 투자하겠다는 것이었다. 김씨는 가족회의를 열고 밤새 대화를 했다.
한나라의 명장 한신은 한고조 유방을 도와 중국 천하를 통일한 일등공신이다. 한신에게는 제나라 출신의 책사 괴통이 있었다. 제나라와 조나라, 연나라를 평정한 한신에게 괴통은 ‘천하삼분지계’를 제안한다. 초나라와 한나라가 패권을 다투는 상황에서 한신이 독립하면 천하가 삼분되고 때를 기다려 천하를 도모할 수 있다는 것. 괴통은 “토끼를 잡고 나면 사냥개는 삶아 먹는 것(토사구팽)은 불변의 진리”라며 설득하지만 한신은 거절한다. 뒤늦게 진희와 모반을 일으키다 죽음을 당하는 한신은 괴통의 충고를 무시한 것을 후회한다.《제왕과 책사》의 저자인 렁청진 중국 런민대 중문학과 교수는 “아무리 지혜로운 선비라도 쓰는 사람에게 문제가 있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한다. 이 책은 5000년 중국 역사 속에 등장하는 제왕과 영웅, 책사, 모사가의 인간형과 활약상을 다루고 있다. 저자가 발견한 인간형은 크게 다섯 가지.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사용하는지를 밝히는 관계와 용인의 인간형, 원칙과 도덕으로 상대방을 대하는 어짊과 의리의 인간형, 상대방을 무력으로 극복하려는 전술과 투쟁의 인간형, 두뇌와 언어로 상대방을 제압하려는 술수와 지략의 인간형, 상대방 스스로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게끔 하는 인내와 부드러움의 인간형 등이다. 저자는 이 같은 키워드를 통해 난세와 태평성대의 역사에서 그들이 활용했던 용인술과 정치술을 설명하고, 역사를 만들어내는 원동력과 인간과 사회의 본질에 대해 고민을 던진다.출신과 성장 배경, 경제력과 군사력, 정치력과 리더십 등 모든 면에서 항우보다 약하던 유방이 천하를 차지하게 된 이유는 인재에 있었다. 제나라 안
겨울방학을 맞아 어린이들을 위한 공연이 줄줄이 무대에 오른다. TV나 만화, 동화 속 주인공을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게 특징. 신나는 모험에서부터 어린이들의 감성을 자극하거나 교훈을 주는 내용이 많다.‘파워레인저 미라클포스’는 일본 TV시리즈를 새롭게 구성해 ‘액션 라이브 쇼’라는 독특한 장르를 구축한 공연이다. 역동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액션 연기로 어린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미라클포스’는 세 번째 시리즈로 전작 ‘엔진포스’ ‘정글포스’는 전국에서 24만여명의 관객을 불러모았다.레드 핑크 블랙 옐로 블루 등 다섯 색상 캐릭터가 힘을 합쳐 악당을 물리치며 지구를 지킨다는 이야기. 특수효과를 활용한 변신술과 객석에서 펼쳐지는 전투 신 등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내년 1월22일까지 한전아트센터.마스크플레이 뮤지컬 ‘피터팬’은 배우가 캐릭터 마스크를 쓰고 공연하는 게 특징이다. 해적들에게 붙잡혀 간 웬디와 네버랜드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피터팬, 팅커벨 등이 악당 후크선장과 벌이는 결투와 모험을 그렸다. 정교하게 제작된 마스크와 다양한 소품, 무대장치들이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생동감을 전달한다. 내년 1월6~29일 유니버설아트센터. 인기 애니메이션 ‘구름빵’은 뮤지컬과 동요 콘서트로 어린이 관객을 만난다. 홍비·홍시 남매가 구름으로 만든 빵을 먹고 하늘로 날아올라 아빠의 출근을 도와드린다는 이야기.뮤지컬 ‘구름빵’은 ‘씨앗’ ‘괜찮아요’ 등 친숙한 동요를 화려한 플라잉 액션과 함께 선보인다. 내년 1월7일~2월5일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동요 콘서트 ‘구름빵’은 동요와 율동으로 꾸며져 재미와 함께 교육적 메시지까지 전
꿈과 현실의 괴리를 절감한 취업준비생 대산은 회의감에 시달린다. 우연히 횟집 수조에 갇혀 있는 물고기들을 보고 분노와 슬픔을 느낀 그는 급기야 물고기를 훔쳐 달아나 넓은 바다에 풀어준다. 그는 자신에게 점차 스며드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어한다. “그냥 지나치다간 잃는 그것들이 겹겹이 쌓여 쉽게 굳어버리겠지.”(정성훈 감독의 '어려운 답') '88만원 세대'로 대표되는 청년 실업은 '제1회 29초 영화제'의 주요 테마였다. 많은 출품작들이 고단하...
풍수사상은 현대에 와서도 우리 삶에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주택 입지나 조상의 묏자리를 정할 때 좋은 자리, 좋은 땅을 찾기 위해 애쓴다. 기업 사옥이나 행정 관청을 지을 때 지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어색한 일이 아니다. 《땅의 마음》(사이언스북스, 2만원)은 풍수 사상의 기원과 발전 양상, 풍수에 담긴 생태학적 의미를 살펴본 연구서다. 저자는 문화지리학자인 윤홍기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교수. 그는 풍수지리설이 중국 황토 고원 지대에 굴을 파 만든 집인 ‘굴집’에서 기원했으며 점차 다른 지역으로 확산했다고 분석한다. 저자가 풍수사상을 이해하는 핵심 개념은 ‘땅을 보는 마음 틀’이라는 뜻의 ‘지오멘털리티’(geomentality)’다.그는 “한국인이 산야를 보고 평가하는 지오멘털리티에는 풍수사상이 깊게 자리하고 있다”며 “이런 사실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한국의 문화지리현상이나 전통 생태현상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풍수사상이 한국인의 지오멘털리티에 미친 영향의 증거로 고산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를 꼽는다. 산맥을 풍수의 용맥과 비슷하게 표현한 것이나 도시 취락 주위를 지나치게 과장해 풍수적으로 명당인 초승달이나 삼태기 모양의 지형으로 표현한 것이 증거라는 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풍수지리설이 한반도에 유입된 시기는 기존에 알려진 8세기보다 다소 앞선 7세기라는 주장도 편다. 백제인이 풍수설을 바탕으로 만든 것으로 전해진 일본의 정원 유적 등을 7세기 유입설의 근거로 든다.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
“가끔씩 이 세상 모든 신들이 내 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지요. 하지만 그대의 힘이 소진해 버릴 때까지는 절대로 도와주지 않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요. 그러는 편이 그대를 더 사랑하는 일이기 때문에.”《절대강자》(해냄, 1만3800원)는 독특한 상상력과 문체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작가 이외수 씨의 신작 에세이다. 세상에 대한 예리한 시각이 돋보이는 149편의 단문을 통해 지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격려와 위로를 전한다. 저자는 우리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인생을 밝히는 일이야말로 ‘절대강자’로 우뚝 서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젊은이들에게 각별한 당부를 전한다. “젊었을 때는 가급적이면 실패와 절망을 피해 다니지 마라.(중략) 그것들을 피해 다니면 결국 나이 들어 비굴과 아부만이 그대의 재산으로 남아 있게 된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
#1. “2011년 한국의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은 어떻습니까?”(증권전문방송 사회자) “KOSPI는 아무리 낮게 잡아도 1800에서 2500은 무난할 것으로 봅니다. 보다 적극적으로 보면 2600선에는 도달할 수 있을 겁니다.”(애널리스트)#2. “주식시장의 안도랠리는 언제부터 시작됩니까?”(사회자) “미국의회와 정부가 채무상한을 위한 협상을 타결하면 상승곡선을 이어 갈 것으로 봅니다.”(애널리스트)#3. “천신만고 끝에 미국 정부와 의회가 국가채무상한 협상에 타결했습니다. 그러나 한 신용평가회사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하향 조정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 여파로 글로벌 주식시장이 폭락했습니다. ”(증권전문방송 뉴스) #4. “유럽의 재정위기가 글로벌 주식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사회자)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재정문제는 작년에도 있었습니다. 조만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애널리스트)KOSPI지수가 2000선을 넘어 2500~2600까지 갈 것이라던 한국의 주식시장은 12월에도 1800선을 맴돌고 있다. 원래 증시에는 많은 정보와 루머가 난무하게 마련이지만 올해 증권회사와 애널리스트들은 투자자들에게 너무나 많은 대외적인 변수가 발생했다고 변명한다. 그래서 예상이 빗나갔노라고 설명한다. 예상은 예상일 뿐이다. 그러나 증시에서의 예상과 정보는 바로 투자자들의 재산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투자자들은 애널리스트나 증권회사의 정보와 분석보고서를 믿고 자신의 재산을 주식에 투자한다. 투자자들은 증권회사와 그들이 속해 있는 애널리스트들의 분석보고서를 신뢰한다. 어느 상거래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주식투자에서의 신뢰성은 절대적인 것이다. 투자자들은
KB투자증권 송치호 홍보이사는 이번 광고를 준비하는 내내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했다. 광고의 효과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바로 모델로 낙점했던 이수만 프로듀서가 과연 광고 출연을 승낙할 것인가 하는 게 가장 큰 고민이었다.그러나 이수만 프로듀서를 직접 접촉한 결과 그것은 단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광고의 기획의도와 스토리 구성을 듣게 된 이 수만씨가 오히려 적극적인 출연 의사를 내비쳤던 것이다. 이수만 프로듀서의 적극성은 촬영 현장에서도 계속됐다. 감독의 OK 사인에도 불구,재촬영을 요구하는 등 K팝 열풍을 이끈 프로듀서다운 열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또 광고의 완성도를 위해 사전에 정해진 광고 배경음악 대신 직접 동방신기의 ‘왜’를 추천하기까지 했다. 이수만 프로듀서는 광고 출연료의 일부를 광고 속에서 대역으로 등장했던 소속 연예인들을 위해 격려금으로 지급했다. 또 나머지 1억원은 모두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에 기부해 프랑스는 물론 유럽 전역에서 한류 열풍이 지속될 수 있도록 기여했다.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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