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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 바이올린의 여왕’은 한국 팬들의 오랜 기다림에 깊은 울림으로 답했다. 지난 12일 저녁 LG아트센터에서 10년 만에 한국 무대에 선 레이첼 포저(51)는 연주하는 두 시간 내내 지친 기색 없이 객석을 사로잡았다. 눈빛과 고갯짓으로 계몽시대 오케스트라(OAE: Orchestra of the Age of Enlightenment)를 지휘하고 소통했다. 영국을 대표하는 원전악기(곡이 작곡된 시기에 사용하던 악기) 악단의 객원 리더로 15년 이상 활약해온 세월이 만들어낸 호흡이었다.국내 관객들에겐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전반부의 바로크 음악들은 왠지 모를 친숙함으로 다가왔다. 코렐리의 합주협주곡 c단조로 막을 올린 공연은 만프레디니, 제미니아니의 곡으로 이어지며 바로크 음악의 묘미를 맛볼 수 있게 했다. 1부를 마무리한 바흐의 하프시코드 협주곡은 현악기들과의 어울림은 매력적이었지만 강약 조절이 어려운 하프시코드의 소리가 묻히는 듯해 아쉬움을 남겼다.2부엔 1부의 검은 드레스 대신 반짝이는 흰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무대의 분위기를 바꿨다.1부와 달리 클래식을 잘 모르는 이들의 귀에도 익숙한 비발디의 ‘사계’ 연주는 오히려 신선했다. 비발디가 사계를 작곡할 때 기초로 삼은 14행의 정형시 형식인 소네트를 바이올리니스트와 비올리스트가 계절별로 낭독한 후 연주하는 독특한 형식이 눈길을 끌었다.따뜻하면서도 생기가 넘치는 음색으로 기대했던 ‘봄’과 ‘가을’보다 더 좋았던 것은 ‘여름’이었다. 뻐꾸기가 울고 산들바람이 불다 갑자기 바람이 불고 번개와 천둥소리가 휘몰아치는 여름은 13인조 오케스트라의 소리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요란한 폭풍이었다. 여유 있는
화려한 ‘스펙’에 평판도 좋은 인재를 영입했다. 그는 성격이 좋고 배려심이 깊어 어디를 가도 분위기를 띄우는 팀원이었다. 하지만 함께 일을 해보니 업무 처리는 더뎠고 결과물은 엉망이었다. 그의 ‘실체’를 모르는 다른 팀원들은 여전히 그를 좋아한다. 당신이 그의 상사라면 그를 질책하고 잘못을 지적할 수 있겠는가. 《실리콘밸리의 팀장들》을 쓴 킴 스콧은 주스소프트웨어라는 첫 회사를 설립했을 때 그렇게 하...
올 상반기 서점가엔 인문서들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가장 많이 팔린 책은 혜민 스님의 에세이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로 집계됐다. 교보문고는 올 들어 지난 10일까지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이 기간 판매 상위 100위권에 인문서가 19종으로 가장 많았다고 11일 밝혔다. 에세이는 18종, 소설은 14종이었다. 인문서는 종합 10위권에도 일본 경영 컨설턴트 야마구치 슈가 쓴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2위)와 조던 B 피터슨의 《12...
“비올라는 바이올린이 표현할 수 없는 인간적인 온기를 갖고 있어요. 비올라의 신세계를 본 듯합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바이올린 퀸’ 임지영(24)이 특별한 공연으로 한국을 찾는다. 바이올린과 비올라, 오직 두 대의 현악기 소리로만 채우는 듀오 무대다. 오는 13일 서울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연주회를 갖는 그를 서울 연세대 캠퍼스에서 만났다. 임지영은 2015년 세...
세계적 지휘자 이반 피셔(68·사진)가 이달 말 예정된 헝가리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BFO) 내한 공연에서 헝가리 유람선 침몰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추모곡을 연주한다.1983년 이 오케스트라를 조직해 이끌고 있는 헝가리 출신 지휘자 피셔는 지난 8일 페이스북에 “21일 한국을 찾는다”며 “(다뉴브 강에서) 희생된 분들을 기리는 추모 연주회를 열 것”이라고 썼다. 그는 “부다페스트 시민들과 헝가리 국민이 다뉴브강에서 발생한 끔찍한 사고에 깊은 슬픔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오는 24일 롯데콘서트홀,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26일 부산문화회관, 27일 대구콘서트하우스, 28일 대전예술의전당 무대에 선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협연자로 함께한다. 공연마다 원래 프로그램에 예정됐던 첫곡 전에 추모곡을 추가할 계획으로, 어떤 곡을 연주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BFO의 설립자인 피셔는 ‘동유럽의 카라얀’으로 통한다. 사회적 발언에 적극적인 그는 2015년 독일 베를린 공연 당시 시리아 이민자들을 초청하기도 했다.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미션 임파서블’ ‘라라랜드’ 등 유명 영화 속에 흐르던 재즈음악을 라이브로 들려주는 연주회가 오는 26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롯데콘서트홀이 기획하는 ‘엘 콘서트’의 새로운 시리즈인 ‘할리우드 온 에어’의 올해 두 번째 무대다. 재즈 칼럼니스트 황덕호 씨가 진행자로 나서 할리우드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이국적인 재즈 음악을 소개한다. 진킴(트럼펫), 김민찬(드럼), 김대호(베이스), 유종현(테너색소폰) 등으로 구성된 재즈 밴드가 ‘미션 임파서블’ 중 랄로 시프린의 ‘메인 테마’, ‘포기와 베스’ 중 조지 거슈윈의 ‘서머 타임’, ‘라라랜드’ 중 저스틴 허위츠의 ‘어 러블리 나잇’, ‘위 플래쉬’ 중 엘링턴&티졸의 카라반 등을 연주한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포장은 같은데 전보다 양이 줄어든 포테이토칩, 상자는 커졌는데 중량은 감소한 시리얼. 제조사의 눈속임에 소비자는 분노한다. 하지만 ‘신호(signal)’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은 단순히 꼼수라고 비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런 움직임을 생활비 전반의 상승 가능성으로 받아들인다. 미국 경제학자이자 정책전문가 피파 맘그렌은 저서 《시그널》에서 2016년 말 삼각형 모양의 초콜릿바로 유명한 토블론이 원가 절감을 위해 삼각형 사...
독일을 대표하는 지휘자 크리스티안 틸레만이 이끄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빈필),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지휘봉을 잡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팔레, 세계가 주목하는 젊은 지휘자 야니크 네제 세갱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올 하반기 국내 클래식 애호가들을 설레게 할 오케스트라 공연이 잇따라 펼쳐진다. 이들의 공연에는 유명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과 김선욱, 조성진의 협연 무대가 마련돼 더욱 주목받고 있다.가장 큰 관심은 세계 최정상급 교향악단으로 꼽히는 빈필 내한 공연에 쏠려 있다. 빈필은 오는 11월 1일 서울 예술의전당, 3일 대구 콘서트하우스에서 각각 다른 지휘자와 프로그램으로 관객을 만난다. 서울에서는 틸레만(60)의 지휘로 브루크너 교향곡 8번(하스 판본)을 연주한다. 견고하고 저돌적인 스타일로 ‘독일 정신의 계승자’라 불리는 틸레만은 올해 빈필의 신년음악회도 지휘했다. 유형종 음악평론가는 “틸레만은 현역 최고 수준의 브루크너 지휘자”라며 “대곡인 브루크너 교향곡 8번은 진이 빠져 앙코르를 못할 정도의 스케일”이라고 설명했다. 콜롬비아 출신의 젊은 지휘자 안드레스 오로스코 에스트라다(42)가 지휘봉을 잡는 대구 공연에서는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들을 수 있다. 뛰어난 기교와 서정적인 음색으로 잘 알려진 러시아 거장 예핌 브론프만(61)이 협연한다.이번 공연을 기획한 WCN 관계자는 “빈필이 내한해 지방에서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서울과 대구 프로그램이 달라 전국에서 관람권 예매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관람권 판매는 서
클래식 전막 공연부터 이색적인 모던 발레까지 다채로운 무대를 즐길 수 있는 대한민국발레축제가 오는 18~30일 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진다. 축제는 18일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스페셜 갈라’로 막을 연다.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IPAP)와 공동으로 주최해 해외 발레단에서 활약 중인 한서혜, 채지영, 조안나 등이 내한해 무대를 꾸민다. 국립발레단은 축제 기간 중 ‘마타 하리’와 ‘지젤’을 연이어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린다. ‘지젤’은 1997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해 수석무용수로 활약 중인 발레리나 김지영의 퇴단작이기도 하다. 23일과 24일엔 와이즈발레단의 ‘인터메조(Intermezzo)’와 보스톤발레단의 ‘Pas/Parts 하이라이트’ 광주시립발레단의 ‘라 실피드 하이라이트’는 기획공연으로 올려진다. 박인자 대한민국발레축제조직위원장은 “부족한 예산에도 올해는 3년 만에 야외공연도 다시 선보인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가까이서 발레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자유소극장에서는 공모를 통해 뽑힌 여섯가지 색의 무대가 마련된다. 다크서클즈 컨템포러리 댄스의 ‘인투 더 사일런스(Into the Silence)’와 윤전일 댄스 이모션의 ‘더 원(The One)’, 프로젝트 클라우드 나인의 ‘더 플랫폼 7(안무 김성민)’과 김용걸댄스씨어터의 ‘르 배제(Le Baiser·키스)’, 신현지 비 프로젝트의 ‘콘체르토’와 유회웅 리버티홀의 ‘라이프 오브 발레리노’는 일찌감치 매진될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축제의 마지막은 유니버설 발레단이 꾸민다. 재독 안무가 허용순과 호흡을 맞춘 ‘임퍼펙틀리 퍼펙트(Imperfectly Perfect)’는 이번 축제가 초연 무대다. 허용순 안무가는 “완전과 불완전을 오가
인터파크가 놓치기 아까운 좋은 책을 발굴해 소개하는 ‘굿북 프로젝트’를 시작한다.인터파크는 신간 중 인터파크 분야별 도서 상품기획자(MD)가 출품작을 선정하고 독자 투표와 출판계 전문가 평가를 거쳐 ‘굿북’을 선정한다고 4일 발표했다.해마다 6만 종이 넘는 신간이 나오지만 주목받는 책은 극히 일부다. 인터파크는 독자와 도서 MD, 출판계 전문가가 함께 알려지지 않은 좋은 책을 발굴하자는 취지로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최종 선정된 책은 문화평론가의 심층적인 분석과 함께 인터파크 홈페이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 등을 통해 주기적으로 소개할 계획이다.인터파크 관계자는 “뛰어난 작품성에도 아직 빛을 보지 못한 채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책이 많다”며 “이번 프로젝트는 인정받아 마땅한 좋은 신간을 발굴해 독자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마련했다”고 말했다. 굿북 프로젝트 출품작 및 실시간 투표 현황 등 자세한 정보는 인터파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울적한 순간에도 친구들의 농담에 웃고,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허전함을 느끼고, 그러다가도 배가 고파서 떡볶이를 먹으러 가는 나 자신이 우스웠다.” 백세희 작가가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아 상담받은 기록을 옮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흔)는 지난해 장기간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최근 후속작이 나왔다. 전작에 넣지 못한 이야기와 이후 16주간의 상담 내용을 담았다. 자신의 우울증을 ‘...
이건산업과 이건창호로 잘 알려진 이건그룹이 올해 이건음악회 30주년을 맞아 ‘베를린 필하모닉 이건 앙상블’을 초청해 오는 7월 5일부터 11일까지 서울과 인천, 광주 등에서 연주회를 연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 12인으로 이뤄진 ‘이건 앙상블’은 이번 30주년 음악회를 위해 처음으로 구성된 조합이다. 제2바이올린 파트의 로마노 토마시니아와 비올리스트 울프강 탈리츠, 더블베이시스트 야누스 위...
기원전 111년부터 1000년 넘게 중국의 지배를 받아온 베트남은 이후 프랑스의 식민지로 100여 년의 세월을 보냈다. 태평양전쟁 중엔 일본 치하에 있다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엔 남북으로 쪼개졌다. 북쪽은 호찌민이 이끄는 베트남민주공화국, 남쪽은 미국의 지원을 받는 베트남공화국이었다. 미국은 1964년 8월 베트남 통킹만에서 작전 중이던 미국 구축함이 북베트남 어뢰정의 공격을 받았다며 선전포고를 했다. 이른바 ‘통킹만 사건&rsq...
“세계적으로 기업과 정부의 부채 규모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낮은 금리는 부동산 거품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죠.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듯 보이지만 경제 위기는 지속되고 있습니다.” 《부유한 자본주의 가난한 사회주의》 한국어판(봄빛서원) 출간에 맞춰 방한한 독일 역사학사이자 사회학자인 라이너 지텔만(62·사진)은 지난 29일 기자와 만나 “경제에 대한 잘못된 진단이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국립극장 여름 음악축제인 ‘여우락 페스티벌’에 그간 이 축제를 이끌어온 예술감독들이 총출동한다. 여우락은 국악을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와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가는 새로운 음악 실험의 무대다. 김철호 국립극장장은 29일 서울 종로 JW메리어트동대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여우락은 전통부터 현대에 이르는 우리 음악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라며 “예술가들에게 상상력과...
1960년대에도 명절 연휴는 국내 극장가의 최대 성수기였다. 1961년 설날을 앞두고 ‘춘향전’을 소재로 한 영화 두 편이 열흘 사이 잇달아 개봉했다. 신상옥 감독·최은희 주연의 ‘성춘향’과 홍성기 감독·김지미 주연의 ‘춘향전’이었다. 일제강점기에 하야카와 고슈가 ‘춘향전’(1923년)을 내놓은 이후 ‘춘향’은 한국 영화계의 단골 소재이자 흥행 카드였다. 영화 ‘자유만세’ ‘죄 없는 죄인’ 등을 제작한 최인규 감독 문하에서 함께 배운 두 감독이 당대 최고 여배우들을 춘향으로 앞세워 맞붙었기에 연초부터 극장가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정동극장이 다음달 5일부터 23일까지 ‘2019년 창작ing 시리즈’ 첫 번째 작품으로 선보이는 소리극 ‘춘향전쟁’은 한국영화사에서 최대 라이벌전으로 꼽히는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당시 두 영화의 대결을 두고 한 일간지에서 쓴 ‘춘향전쟁’이란 표현을 제목으로 따왔다. 같은 원작을 기반으로 한 영화 두 편이 비슷한 시기에 개봉해 진검승부를 벌인 영화사의 한 장면이 무대에 펼쳐진다.‘춘향전쟁’은 당시 상황에 극적인 요소를 가미했다. 영화 ‘성춘향’의 개봉을 앞두고 신 감독이 녹음실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것으로 공연은 시작한다. 원본 필름을 갖고 잠적해버린 ‘폴리아티스트(영화·드라마에서 필요한 소리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사람)’ 때문이다. 그는 왜 필름과 함께 사라진 것일까. 다음날 영화는 예정대로 개봉될 수 있을까. 꼬리를 무는 질문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채워간다.흥행은 신 감독과 배우 최은희가 함께한 ‘성춘향’의 완승
국립국악관현악단이 다음달 1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내셔널&인터내셔널’을 주제로 공연한다.레퍼토리 작품으로 임준희의 ‘심향(心香)’, 미국 작곡가 토머스 오즈번의 ‘Haru(하루)’를 연주한다. 또 해금과 바이올린 등 동서양 악기가 조화를 이루는 강준일의 이중 협주곡 ‘소리그림자 No.2’를 정수년(해금)과 이경선(바이올린)의 이중 협연으로 들려준다. 신작도 선보인다. 김대성이 동명 가곡을 모티브로 작곡한 국악관현악 ‘금잔디’를 초연한다. 중국 민족음악 작곡가 탕젠핑의 비파 협주곡 ‘춘추(春秋)’는 국악 관현악으로 편곡해 들려준다. 비파 연주자 위위안춘이 협연한다.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되는 부분도 안 될 때까지 쳐요. 혹시라도 무대에서 안 될까봐요. 갈수록 모든 걸 의식적으로 치게 됩니다. 어릴 땐 그저 생각 없이 하던 걸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과 교향적 무곡을 담은 새 앨범을 내고 잠깐 한국을 찾은 피아니스트 임동혁(35·사진)을 지난 24일 서울 신천동 워너뮤직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났다. 임동혁은 곱상한 외모와 섬세한 연주에 2005년 쇼팽 콩쿠르 3위 등의 수상 경력이...
중국의 스타 피아니스트 랑랑(郞朗·사진)이 다음달 새 음반 ‘피아노 북’ 발매와 악보집 한국어판 출간에 맞춰 방한한다. 공연기획사 중앙아트J&A뮤직은 랑랑이 새 음반 발매 기념으로 방한해 다음달 24일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에서 마스터클래스를 무료로 연다고 23일 발표했다. ‘피아노 북’은 2010년 소니로 이적했던 랑랑이 2017년 도이체그라모폰으로 돌아온 뒤 처음으로 발매한 스...
국립창극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오민아 명창(사진)이 오는 25일 서울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판소리 ‘심청가’를 완창한다. 올해 ‘국립극장 완창판소리’의 세 번째 무대다.오 명창은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춘향가’ 이수자다. 고(故) 성우향 명창에게 ‘춘향가’와 ‘심청가’를 사사했다. 김일구 명창에게는 ‘적벽가’를, 안숙선 명창에게는 ‘흥보가’를 배웠다. 이번 무대에서 성우향 명창에게 배운 강산제 ‘심청가’를 선보인다. 강산제는 서편제의 시조 격인 박유전이 창시한 소리 유파다. 음악적 형식미가 뛰어나고 절제된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점이 특징이다. 성 명창이 작창을 했던 국립창극단 ‘심청전’(2004)에서 주역 심청을 열연한 오 명창은 스승에게 받은 소리를 이번 무대에서 그대로 되살리겠다는 각오다.박근영·최효동이 고수로 함께 무대에 오르고 국립창극단장을 지낸 정회천 전북대 교수가 해설과 사회를 맡는다.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컴퓨터 엔지니어가 되고 싶었던 청년은 스물넷에 미국 스탠퍼드대 조교수가 됐다. 학교 밖에선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창업했고 그 회사를 이끌었다. 학교 안에선 컴퓨터과학과 학과장, 공과대 학장을 거쳐 스탠퍼드대 총장이 됐다. 총장에 취임했을 때 그의 나이는 마흔일곱. 이후 16년간 총장직을 맡았다. 미국 대학 총장 평균 임기의 두 배에 이르는 기간이다. ‘실리콘밸리의 대부’로 불리는 존 헤네시 알파벳(구글 모회...
“첼로의 매력은 변신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여러 다른 시대와 세계를 오가면서도 항상 근사한 소리를 내죠.”프랑스 첼리스트 장기엔 케라스(52·사진)는 ‘변신’에 능한 연주자다. 바로크 음악부터 21세기 현대음악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자랑하는 연주자로 잘 알려져 있다. 내한 공연 무대에서도 그랬다. 2007년 출시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음반으로 황금 디아파종상과 르 몽드 드 라뮈지크상을 받은 케라스는 2010년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타로와의 듀오로 처음 한국 관객과 만났다. 2013년엔 네덜란드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2017년엔 바이올리니스트 이자벨 파우스트와 피아니스트 알렉산더 멜니코프의 트리오 연주 등 다양한 음악을 국내 팬들에게 들려줬다. 케라스는 14일 서면 인터뷰에서 “내한 공연을 할 때마다 한국 관객들은 연주만 좋다면 어떤 종류의 레퍼토리에든 열려 있다는 점에 놀랐다”고 했다.오는 24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공연에선 독일 실내악단 ‘앙상블 레조난츠’와 함께 무대에 선다. 1994년 창단한 앙상블 레조난츠는 혁신적인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클래식뿐 아니라 록 뮤지션, DJ와도 협업하며 젊은 관객을 끌어들였다. 독일 함부르크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른 엘브 필하모니 체임버홀의 상주단체다. 상임 지휘자나 예술감독을 별도로 두지 않는 앙상블 레조난츠에 대해 케라스는 “수평적인 운영 방식으로 연주자 모두가 예술적 결정에 관여한다”며 “그것은 ‘혼돈’이 아니라 음악의 ‘생기’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들과의 연주는 오케스트라 음악이 아니라 확장된
문화체육관광부가 채용 비리 의혹이 제기된 윤호근 국립오페라단 단장 겸 예술감독(사진)의 해임을 결정했다. 문체부는 윤 단장이 지난해 8월 자격요건에 맞지 않은 인사를 국립오페라단 공연기획팀장으로 뽑았다고 보고 해임 사유를 통보했다고 14일 밝혔다. 지난달 16일 윤 단장의 채용 비리 의혹과 관련해 청문회가 열린 지 약 한 달 만이다. 문체부는 이번 주 박양우 문체부 장관의 결재를 받아 해임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윤 단장은 이에 반발해 행정소...
박해와 생존, 이민과 조국, 부모와 아이, 놀이와 경쟁…. 갈등과 분란을 넘어선 ‘공존’의 가치를 몸으로 풀어낸다. 오는 16~30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과 이음아트홀, 마로니에 공원 일대에서 열리는 제39회 국제현대무용제(MODAFE·모다페)의 주제는 ‘코이그지스댄스(coexisDance)’다. 공존(coexistence)과 춤(dance)을 결합한 말이다. 세계적 현대무용단인 이스라엘의 키부츠현대무용단 등 13개국, 27개 단체, 134명의 무용수가 모다페 무대에서 이질적인 것들이 뒤섞일 때 나타나는 고통과 불안을 몸의 언어로 표현하며 공생의 길을 모색한다. 키부츠현대무용단의 개막작 ‘피난처’는 라미 베에르 예술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세계 초연작이다.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유대인 출신인 감독은 어린 시절부터 겪은 정체성과 이질성에 대한 고뇌를 격정적인 몸짓으로 표현한다. 확성기를 통해 들리는 고압적인 소리, 무용수들의 괴성과 기괴한 표정을 통해 어두운 감정을 보여준다. 이번 공연엔 2014년 한국인 최초로 키부츠현대무용단에 입단한 김수정 무용수를 포함해 석진환, 정정운 등 한국인 무용수가 함께한다. 비에르 예술감독은 16일 첫 공연이 끝난 뒤 한국인 무용수들과 함께 관객과의 대화를 할 예정이다. 안애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댄스커뮤니티 안무가의 국제공동협업작 ‘히어 데어(Here There)’는 그동안 모다페에서 보기 어려웠던 아시아국가의 현대무용수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대만, 라오스, 베트남, 인도, 한국 등 아시아 8개국 17명의 무용수가 ‘강강술래’를 차용한 작품을 선보인다. 서로 다른 문화와 경험을 담고 있는 몸들을 현대적인 시각에
국악의 본고장인 전북 남원에서 명인명창과 젊은 음악인들이 소리의 향연을 펼친다. 오는 24~26일 남원 비전마을과 전촌마을 일대에서 열리는 ‘동편제마을 국악 거리축제’에서다.현대차 정몽구 재단의 문화예술 사회공헌 프로그램 ‘예술세상 마을 프로젝트’ 일환인 이 축제는 올해로 5회째를 맞는다. 지난해까지 1만1000여 명이 축제를 찾을 만큼 큰 호응을 얻고 있다.이번 축제의 주제는 ‘내 마음 신명나게’. 흥겨운 우리 소리와 연주를 통해 관객을 ‘힐링’으로 이끌 명인명창과 ‘월드국악’으로 해외에 한국 음악을 알리는 음악인이 참여해 세대를 넘어선 어우리짐의 무대를 선보인다.첫날인 24일 열리는 소리열전이 대표적이다. 동편제의 대표주자 전인삼과 채수정,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부문을 수상한 ‘두번째달’과 국악인 김준수의 합동 무대가 펼쳐진다. 1회 때부터 ‘예술거장’을 맡아 축제를 이끌고 있는 안숙선 명창은 26일 소리열전 무대에 오른다. 이날 공연에선 해외 메이저레이블인 ACT와 아시아 밴드 최초로 음반제작을 계약해 화제를 모은 블랙스트링, 레게와 판소리의 만남으로 새로운 음악세계를 만들어낸 ‘노선택과 소울소스 meets 김율희’도 만나볼 수 있다.행사 기간 매일 오후 4시부터 열리는 ‘한낮의 정자마루 콘서트’에서는 임방울국악제 대통령상을 받은 남도 명창 김연옥과 KBS ‘불후의 명곡’ 프로그램에 출연해 국악의 경계를 넓혔다는 평가를 받은 이봉근의 공연을 선보인다. 국립창극단의 ‘젊은 프리마돈나’ 이소연과 모던 가야금 연주자 정민아, 네덜란드 클래시컬 넥스
“월급이 올랐다고 회사에 남게 되면 저의 신념이 무너집니다. (…) 부하 직원 중 여덟 명은 저를 따라 회사를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남자 일생의 중대사, 온 정성을 다해 일해볼 생각입니다.”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사진)은 1958년 11월 15일 가고시마에 있는 아버지에게 편지를 썼다. 교토의 절연체 제조기업 쇼후공업에 입사한 뒤 3년 만에 과장이 된 그는 새로운 기술 개발에서 자신을 배제하고 견제하는 상사에 맞서 회사를 나왔다. 이후 독립해 교세라를 창업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스물일곱 살이었다.평전 《마음에 사심은 없다》는 이나모리 회장이 퇴사와 창업을 앞둔 고민의 시기에 아버지에게 쓴 편지를 처음 공개한다. 이나모리 회장은 마쓰시타 고노스케(마쓰시타전기그룹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혼다자동차 창업자)와 더불어 ‘일본의 3대 기업가’로 꼽힌다. 이나모리 가즈오의 책은 수십 종이 국내에 출간돼 있다.이 책이 차별화되는 건 이 편지처럼 최근 발견된 새로운 자료뿐 아니라 이나모리 회장의 인터뷰와 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통틀었기 때문이다. 은행과 증권회사 등에서 일하다 퇴직한 뒤 경영인들의 일생을 그리는 작가로 변신한 기타 야스토시가 썼다.책의 구조는 단순하다. 시간 순으로 이나모리 회장이 몸 담은 기업을 중심으로 풀어간다. 응석받이 차남에 골목대장이던 어린 시절을 거쳐 대학 졸업 후 쇼후공업에 입사해 주목받았던 청년 시절을 다룬 1장에 이어 2장과 3장은 첫 회사인 교토세라믹(현 교세라) 창업 비화와 시행착오를 겪으며 세워나간 경영 원칙을 담았다. 4장은 두 번째 회사 제2전전(현
위대한 작가의 삶과 글에서 어머니의 영향은 얼마나 크고, 어떤 방식으로 나타날까. 데일 살왁 미국 시트러스대 영문학 교수는 이런 의문에서 출발해 《작가의 어머니》를 엮어냈다. 작가의 문학적 뿌리는 어디서 발현되는지, 어머니의 존재감은 작품에 어떻게 투영됐는지 여러 작가의 어머니를 통해 들여다 본다. 책의 1부는 작가에 대한 전기문, 2부는 작가가 직접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 쓴 자서전 형식으로 구성했다. 영국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비평가이...
9년 만에 내한한 ‘피아노의 여제’에게 객석은 열광했다. 긴 은발에 어두운 색 상의와 긴 치마, 78세의 마르타 아르헤리치는 여전했다. 지난 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2019 아르헤리치 벳부 페스티벌 인 서울’은 ‘현역 피아니스트’로서 아르헤리치의 건재함을 확인시켜준 무대였다. 공연은 서울시립교향악단 단원들의 하이든 현악 4중주 제5번 D장조 ‘종달새&rs...
“나의 독자들과 삶의 기적을 나누고 싶다.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기적이고, 나는 지금 내 생활에서 그것이 진정 기적이라는 것을 잘 안다.”(산문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중에서) 2009년 5월 9일 ‘문학 전도사’ 장영희 서강대 교수가 5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장 교수의 10주기를 맞아 그를 기리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장 교수의 마지막 에세이집 《살아온 기적 살...
피아니스트 백혜선의 베토벤 소나타 연주를 단돈 1000원에 감상할 수 있는 음악회가 열린다. 세종문화회관은 ‘천원의 행복 시즌2-온쉼표’ 5월 공연을 오는 28~30일 세종 체임버홀에서 연다. 세종문화회관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온쉼표’는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1000원에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월 1~2회 제공한다. 이달 공연에선 유명 피아니스트 백혜선이 28일과 30일 무대에 선다. 28일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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