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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백혜선의 베토벤 소나타 연주를 단돈 1000원에 감상할 수 있다. 세종문화회관은 천원의 행복 시즌2 ‘온쉼표’ 5월 공연을 오는 28~30일 세종 체임버홀에서 연다. 2007년 시작한 이후 12년 간 이어온 ‘온쉼표’는 세종문화회관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클래식과 뮤지컬, 무용과 마술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1000원에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5월 ‘온쉼...
“좋아요. 다시 한 번 해볼까요.” ‘굿(good)’을 외치더니 무한 반복이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 2층 연습실에서 안무가 브루스 매코믹은 병사들의 걸음걸이와 아이들이 총을 잡는 동작을 세심하게 지적했다. 귀에 익숙한 서곡의 힘차고 경쾌한 선율과 달리 연습실에서 펼쳐지는 장면은 음울했다. 병사들은 술과 담배, 총 등 위험한 물건들로 아이들을 놀린다.국립오페라단이 오는 10~1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리는 조아치노 로시니(1792~1868)의 오페라 ‘윌리엄 텔’의 막바지 연습 현장이다. 프리드리히 실러의 희곡 ‘빌헬름 텔’이 원작인 이 작품은 13세기 초 오스트리아의 지배에 맞서 싸우는 윌리엄 텔과 스위스 민중을 그린다. 오스트리아 총독 게슬러가 명사수 텔에게 아들 제미의 머리에 사과를 놓고 활로 쏘라고 명령하는 이야기로 잘 알려져 있다.1829년 파리 오페라극장에서 처음 공연된 ‘윌리엄 텔’은 로시니가 당시 유행하던 프랑스 ‘그랑 오페라’ 스타일로 작곡한 프랑스어 대본의 오페라다. 공연시간이 약 5시간에 달하는 장대한 규모에 화려한 무대, 성악가들이 소화하기 쉽지 않은 고난도 노래 때문에 무대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작품이다.국립오페라단은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공연으로 이 작품을 택해 국내 초연한다. 이번 공연에는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무용단까지 출연자가 250명에 이른다. 4막5장의 구성으로 공연시간을 220분에 맞췄고 결혼식과 파티 장면에 나오는 발레를 현대무용으로 대체했다. 연출은 불가리아 출신의 베라 네미로바가 맡았다.안무 연습실 바로 옆 방에선 제바스티
핀란드 출신인 거장 오스모 벤스케(66)가 내년 1월부터 3년간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이끈다. 서울시향은 2015년 말 정명훈 전 감독이 사임한 이후 공석이던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에 벤스케를 선임했다고 2일 발표했다. 강은경 서울시향 대표는 이날 세종문화회관 연습동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0년 1월부터 3년간 벤스케가 서울시향 음악감독을 맡게 됐다”며 “음악적 역량뿐 아니라 포용적인 리더십을 갖춰 서울시향에...
올 1월 출간된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가 꽤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지키면서 ‘철학’을 제목에 붙인 신간이 심심찮게 보인다. 예상치 않았던 돌풍에 인문 분야에 ‘철학서 바람’이 불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책을 쓴 야마구치 슈는 컨설팅회사 콘페리헤이그룹에서 일하는 컨설턴트다. 조직 개발, 혁신, 인재 육성, 리더십 분야의 전문가로 일본 광고회사 덴쓰,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도 일했...
“다들 어렵다고 합니다. 영화 관객 수 증가폭도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콘텐츠 시장으로 보면 사정은 다릅니다. 국경을 넘어선 콘텐츠 경쟁력과 확장성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차원천 롯데컬처웍스 대표는 지난해 롯데쇼핑 시네마사업본부에서 분리 독립한 뒤 종합 엔터테인먼트 전문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신과 함께’ 시리즈의 성공에 이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해외 시장도 넓혀가고 있다. 올해는 해외 영화관 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콘텐츠 사업의 역량을 키워가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지난해 15년 만에 배급사 중 관객 점유율 1위에 올랐는데요. “‘신과 함께’ 1편에 1440만 명, 2편에 1227만 명의 관객이 들었습니다. ‘완벽한 타인’(528만 명)과 ‘지금 만나러 갑니다’(260만 명), ‘미션임파서블: 폴아웃’(658만 명)도 좋은 반응을 얻었죠.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그 과정을 통해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수 있었습니다. 축적된 경험을 자산으로 삼은 직원들의 역량도 커졌습니다. 한국 영화는 성수기용 대작을 안정적으로 한두 편 준비하고 평수기용 중급영화도 꾸준히 투자하고 배급해왔습니다. 여기에 파라마운트사와 3년 이상 좋은 파트너십을 유지하면서 훌륭한 외화 라인업도 갖췄습니다. 영화산업이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도록 공생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작품을 적기에 배급해온 것이 관람객의 수요와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지난해 6월 롯데쇼핑에서 독립했습니다. 그간 롯데컬처웍스는 투자·배급보다는 극장 사업에 주력한다는 이미지가 강했는데요. 앞으로는 어느 쪽에 중점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에서 주역으로 활동하는 소프라노 캐슬린 김과 세계 3대 오페라극장 무대에서 활약한 테너 김우경, 세계 최정상급 드라마틱 바리톤으로 평가받는 고성현 등 세계적인 성악가들의 아리아가 초여름 밤 캠퍼스를 울린다. 오는 6월 6일부터 사흘간 한양대 노천극장 특설 무대에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가 오른다. 한양대 개교 80주년을 기념해 한양오페라시어터(총감독 박정원)가 기획한 공연이다. 국내...
“디토의 여정은 여기까지지만 젊고 재능있는 연주자들을 소개하고 지지하는 무대는 이어져야 합니다.” 2007년부터 12년간 음악감독으로 ‘디토 페스티벌’을 이끌어온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41·사진)은 29일 서울 수송동의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신선했던 아이디어도 시간이 지나면 수명이 다한다”며 “모든 것엔 자연스러운 마무리가 있기 마련&rdqu...
대형 주식시세전광판이 들어섰던 객장이 공연장으로 변신했다. 삭막한 여의도 증권가에 클래식 선율이 흐른 지 1년. 신영증권 본사 1층에 자리잡은 신영체임버홀(사진)이 다음달 16일 개관 1주년을 맞아 자축하는 무대를 꾸민다.26일엔 동양인 최초의 국제 쇼팽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인 베트남 피아니스트 당타이손이 신영체임버홀을 찾는다. 1980년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그는 2015년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우승한 쇼팽 콩쿠르엔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그는 “이번 공연은 작은 공연장, 친밀한 분위기에서의 리사이틀”이라며 “연주가 끝난 후엔 관객들과 대화의 시간도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연 성격에 맞게 당타이손은 드뷔시의 전주곡들과 쇼팽의 뱃노래, 스케르초 등을 들려준다.오는 30일엔 바이올리니스트 알레나 바에바와 피아니스트 바딤 콜로덴코가 베토벤 바이올린소나타 5번, 베피아노소나타 14번 등을 연주한다. 다음달 7일엔 피아니스트 손정범이 차이코프스키의 둠카, 베토벤의 피아노소나타 32번 등을 선보인다.신영체임버홀은 70석 규모로 작은 공연장이지만 클래식 공연에 최적화된 음향설비를 갖췄다. 초고화질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과 이동이 가능한 객석 배치로 다양한 공연 분위기도 연출 가능하다. 지난해 개관 이후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데이비드 러셀, 대만의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등이 무대에 올랐다. 지난해 12월에는 미국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을 초청해 임산부와 36개월 미만의 유아를 위한 베이비 콘서트를 열어 화제가 됐다.신영증권 관계자는 “음향학 전문가의 컨설팅을 거쳐 최고의 소리를 낼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rd
금연 광고는 흡연자들이 담배를 끊게 하는 데 효과가 있을까. 의도와 다르게 광고를 본 뒤 흡연자들은 더 많은 담배를 입에 물었다. 광고 속 흡연 장면이 무의식적으로 담배에 대한 이미지를 연상시켜 흡연 욕구를 증폭시키기 때문이다. 무의식의 영역은 깊고 다양하게 나타난다.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행복감, 배고플 때 쇼핑에 더 많은 돈을 쓰는 이유, 권력이 주어질 때 더 빈번하게 일어나는 성폭력, 어려 보이는 범죄자에게 내려지는 낮은 형량도 무의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우리가 모르는 사이에》는 무의식이 일상적인 삶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어떤 작용을 하고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예일대 심리학과 교수인 저자는 세계적인 무의식 연구자로 잘 알려져 있다. 저자는 의식과 무의식의 이분법을 경계한다. 의식은 좋고 무의식은 나쁘다는 것은 편리하지만 틀린 생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의식이 늘 옳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은 아니다. 책은 의식과 무의식의 상호작용과 더불어 우리가 언제, 어떻게 의식과 무의식의 영향을 받는지 파고든다.무의식은 말 그대로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순간 행동으로 나타난다. 그렇다고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치부해 버릴 일은 아니다. 저자는 “의식과 무의식은 서로 영향을 미치고 서로를 지지해준다”며 “때로는 어려운 문제의 답이 꿈에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개는 의식에서 그 문제를 오래 고심한 끝에 나온다”고 서술한다. 무의식은 의식이 중요한 정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역할도 한다는 것이다.자기 조절을 잘 하는 사람은 남보다 의지가 강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라는 ‘마음의 통제’ 부분도 흥미롭
1929년 처음 막을 올린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장소는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에 있는 루스벨트호텔이었다. 참석자들은 샴페인을 마시면서 탁자에 둘러앉아 시상식을 즐겼다. 그로부터 15년 후 시상식 무대는 극장으로 옮겼다. 1953년부터는 방송에서 중계도 시작했다. 무대와 객석은 그에 맞췄다. 파티 같았던 시상식은 하나의 공연이 됐다. 광고가 나가는 시간이 되면 사람들은 우르르 일어나 움직였다. 수상자를 발표하면 상을 못 받은 배우들이 먼저 자리를...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와 세종체임버시리즈 등 봄맞이 실내악의 향연이 한창인 가운데 색채가 뚜렷한 두 현악4중주단의 공연이 클래식 팬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고 있다. 감각적인 에네스 콰르텟과 깊은 음색을 지닌 보로딘 콰르텟이다. 두 단체 모두 공연의 마지막 곡으로 2악장 ‘안단테 칸타빌레’로 유명한 차이코프스키 현악4중주 1번을 택해 더욱 관심을 모은다. 20일의 시차를 두고 ‘같은 곡’의 ‘다른 ...
시작은 늦었지만 조급해하지 않았다. 앞선 사람들의 강점을 빠르게 흡수하면서 자신의 것을 만들어냈다. 2016년 모나코 몬테카를로발레단에 입단한 뒤 2년 만에 수석무용수로 승급한 안재용(28)의 얘기다. 그는 몬테카를로발레단이 오는 6월 8~9일 대구 오페라하우스, 12~14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8~19일 대전 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공연하는 ‘신데렐라’에서 주역을 맡아 국내 관객들과 만난다. 내한 공연 준비에 한창인 그를 24일 서면으로 만났다. 그는 고등학생 때 영화 ‘백야’ 첫 장면에서 발레리노 미하엘 바리시니코프가 춤추는 모습을 보고 발레에 반했다. 발레를 배울 수 있는 예술고등학교로 전학했다. 보통 초등학생 때 발레를 시작하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입문이 한참 늦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연습해 한국예술종합학교로 진학했고, 이후 해외무용단으로의 진출을 꿈꿨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인 김용걸 한예종 교수는 평소 모던 발레와 고전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표현한 네오클래식에 관심이 많던 안재용에게 “네게 좋은 옷이 될 것”이라며 몬테카를로발레단 입단을 권했다. ‘코르 드 발레(군무)’로 출발한 그는 입단 첫해부터 주요 배역들을 잇달아 연기하면서 주목받았다. 지난해 여름엔 수석무용수인 ‘솔로이스트 프린시펄(soloist principal)’로 올라섰다. 프랑스 출신 거장으로 발레단의 안무와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가 발탁했다. 안재용은 “마이요 감독이 한번 얘기한 부분을 그다음엔 완전히 고쳐서 갔고, 이후 제 스타일로 만들어 간 것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고 했다. 몬테카를로발레단은 2005년 첫 내한공연 이후 14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서울대 교수 23명이 난상토론을 벌였다. 산업공학과 사회학이 만났고, 컴퓨터공학과 심리학이 마주앉았다. 같은 캠퍼스를 누비면서도 말 한번 섞어본 적 없는 전공의 교수들이 어우러졌다. 모임의 열쇳말은 ‘공존과 지속’. 풀어쓴 토론 내용만 원고지 2000장 분량이 훌쩍 넘었다. 2015년 처음 토론의 장이 마련된 이후 4년 만에 논의 과정을 압축적으로 정리한 《공존과 지속》(민음사)이 최근 출간됐다.지난 22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교수회관에는 주제별로 좌장을 맡은 네 명의 교수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번 프로젝트를 총괄한 이정동 산업공학과 교수는 에너지시스템, 권혁주 행정대학원 교수는 교육, 김기현 철학과 교수는 인공지능, 장대익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유전기술을 주제로 한 모임을 이끌었다.《축적의 시간》 《축적의 길》 저자로 잘 알려진 이 교수는 “거대한 사회 구조 변화와 인간의 존재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는 기술을 주제로 잡았다”며 “기술을 대하는 태도와 해석에서 더욱 다양한 시각을 가져야 할 젊은 세대들을 위한 책”이라고 말했다.유전자 편집, 로봇의 부상 등에 대한 기대와 공포가 공존하고 있는 현실을 인식하는 게 먼저다. 책을 읽다보면 토론 과정에서 이공계와 인문사회대 교수들의 첨예하게 엇갈리는 생각과 의견이 교차하고 서로 침투해가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김 교수는 “기술과 관련해 보통 공학자들은 위험한 유토피아, 인문사회학자들은 근거없는 디스토피아에 빠져 있다”며 “하지만 논의를 거듭해 가면서 공학계는 신중해지고 인문사회 쪽은 현실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다양한 관점을 보여주고
“제 어머니를 떠올리며 녹음했지만 모든 어머니께 바치는 앨범이기도 합니다.” 소프라노 조수미 씨(사진)는 23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열린 새 앨범 ‘마더’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치매로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어머니 이야기를 꺼냈다. 벌써 8년째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는 그렇게 자랑스러워했던 딸을 더 이상 알아보지 못한다. 하지만 그는 노래를 들을 때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짓던 어...
“실내악으로 한국 팬들을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베트남 피아니스트 당 타이 손은 22일 서울 인사동 오라카이스위츠호텔에서 열린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간담회에서 “독주가 많은 피아노는 사실 외로운 악기”라며 “실내악은 나만의 색깔을 내세우기보다 함께 연주하는 법을 배우기 때문에 협연이나 독주와는 다른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올해 14회째를 맞는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무대는 23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전당, 롯데콘서트홀 등에 마련된다. 특히 올해는 1980년 쇼팽 콩쿠르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우승한 당 타이 손의 참여로 일찌감치 화제가 됐다. 그는 조성진이 우승한 2015년을 포함해 3회 연속 쇼팽 콩쿠르 심사위원도 맡았다. 25일엔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 27일엔 롯데콘서트홀에서 이그나치 얀 페데레프스키가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피아노와 현악 5중주를 위한 곡으로 편곡한 버전을 들려준다. 당 타이 손은 “쇼팽이 오케스트라보다 더 즐겼던 5중주 연주의 당시 느낌을 되살려보고자 이 곡을 택했다”며 올해 축제의 주제인 ‘음악과 미식’에 대해 “타이밍이 중요하고 직관에 따르면 멋진 작품이 나온다는 점이 음악과 요리의 공통점”이라고 설명했다. 요리법을 보면서 요리하듯 연주자들도 같은 악보를 보지만 직관적으로 해석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낼 때 작품이 나온다는 것이다.이번 축제 개막식에서는 쉽게 감상하기 힘든 노르웨이 작곡가 요한 스벤젠의 현악 5중주를 선보인다. 해군 사령관 출신 프랑스 작곡가인 장 크라스의 5중주와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옥으로 꼽히는 윤
“실내악은 나만의 색깔을 내세우기보다 함께 연주하는 법을 배우기 때문에 협연이나 독주와는 다른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베트남 피아니스트 당타이손(사진)은 22일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 간담회에서 “실내악으로 한국 팬들을 만나는 건 처음”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올해 14회째를 맞는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는 23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열린다. 올해는 1980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
국립국악원은 어린이날을 맞아 셰익스피어 고전을 재해석한 가족 국악극 ‘십이야’를 다음달 3~5일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올린다.‘국악으로 만나는 셰익스피어’라는 부제가 붙은 이번 공연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쉽게 보고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쌍둥이 남매 바이올라와 세바스찬이 폭풍으로 인해 ‘일리리아’라는 도시에 머물며 벌어지는 사랑과 우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서울시극단이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오세혁이 각색하고 김수희가 연출을 맡아 2017년 초연한 가족음악극에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이 국악의 선율을 더한다. 음악감독과 편곡은 국악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태원 작곡가가 맡았다.김수희 연출가는 “배경·소품·의상을 모두 광대 콘셉트로 맞춰 동화처럼 알록달록한 색감의 무대를 선사한다”며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췄지만 온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음악극”이라고 소개했다.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오늘날 세계에는 193종의 원숭이와 유인원이 있다. 그 가운데 192종이 털로 덮여 있다. 예외인 단 한 종은 스스로를 호모사피엔스라고 칭하는 벌거벗은 유인원이다.”1967년 동물학자 데즈먼드 모리스가 쓴 《털 없는 원숭이(The Naked Ape)》의 한 부분이다. 유인원이 벌거벗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이론들은 공통적으로 ‘불의 사용’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인류에 온기를 제공한 이 도구 덕에 주거지와 먹거리에 변화가 생겼다. 머물 수 있는 영토의 범위를 넓혔고 조리한 음식으로 소화하는 데 에너지를 덜 소비할 수 있었다. 남은 에너지는 뇌를 더 키웠고 커진 뇌는 도구 활용 능력을 높였다.영국의 인공지능(AI) 과학자인 나이절 섀드볼트와 이론경제학자인 로저 햄프슨이 함께 쓴 《디지털 유인원》은 모리스의 책에서 제목을 변형해 가져왔다. 오늘의 인간이 손에 쥔 새로운 도구는 디지털 기술이다. 책은 인간이 도구를 만든 게 아니라 도구가 인간을 만들었음을 전제로 기술이 변화시킬 세상과 그 속의 인간을 들여다본다.인간의 도구 사용은 언어에 앞섰다. 초기 인류는 호모사피엔스가 출현하기 300만 년 전부터 도구를 활용했다. 저자들은 “그것은 현대 인류가 출현한 결과가 아니라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며 “현대 생활 환경의 대부분은 호모사피엔스를 출현시킨 도구를 계승하고 사용해 인간이 스스로 창조한 것”이라고 강조한다.책은 불과 최근 20년 사이 스마트기기의 등장과 함께 바뀌어가는 우리의 삶을 그려낸다. 기술 환경의 특징뿐 아니라 경제학과 심리학, 철학과 인류학의 맥락에서 사회적 변화를 아우른다.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대목은 다양한 사례를
40년 전 서울 공평동 고려대교우회관 한쪽에 뿌린 씨앗(나남출판사 창업)이 3500여 권의 책이란 열매를 맺었다.조상호 나남출판 회장(69·사진)은 17일 서울 인사동 관훈클럽신영연구기금에서 열린 창립 4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책 속에서 내가 가지 못한 길을 가는 사람들의 땀 냄새에 취했다”며 “사람다운 사람을 만들고 책다운 책을 만들어야겠다는 자기암시로 견뎌낸 시간이었다”고 지난날을 돌아봤다.조 회장은 출판 한길을 걸어온 40년 여정을 담은 《숲에 산다》를 창립기념일인 다음달 5일에 맞춰 출간한다.나남은 《매스미디어와 사회》 《사회과학데이터분석법》 《커뮤니케이션론》 등 학술서와 버트런드 러셀의 《희망의 철학》,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 등 다양한 사회과학서적 등으로 유명한 출판사다.하지만 가장 많이 팔린 책은 2002년 완간판으로 나온 박경리의 《토지》다. 그는 “《토지》로 창업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판매 200만 부가 넘는 밀리언셀러를 경험할 수 있었다”며 “그 덕분에 회사가 안주할 건물을 마련하고 가난한 사회과학자들의 저서를 연이어 출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요즘 그는 한 주의 전반부는 출판사에서 신간 예정작의 초고를 읽고 손본다. 후반부는 나남수목원으로 간다. 그곳에서 반송과 자작나무숲을 가꾸고 있다. 그는 “정신적 안정을 위한 출구가 나무였다”며 “이제는 나남수목원에서 생명을 가꾸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큰 책’을 만드는 일일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시대가 변하고 출판계를 둘러싼 환경도 달라졌지만 ‘쉽게 팔리지는 않더라도 오래 팔리는 책을 내놓겠다’는 그의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2005년 서울시향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뒤 첼로 수석 자리는 3년 넘게 공석이었다. 정 감독이 수차례 오디션을 봤지만 마음에 드는 소리를 찾지 못해서였다. 결국 인재 물색 범위를 미국과 유럽으로 넓혔고 2008년 뉴욕에서 마침내 적임자를 발견했다. 첼리스트 주연선(39·사진)이었다. 그는 8년여를 첼로 수석으로 활약하다가 2017년 3월 중앙대 예술대 음악학부 교수로 부임하면서 서울시향을 나왔다. 이후 솔리스트와...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재단은 덕수궁 안에 한국 최초의 국립극장인 ‘협률사’를 재현하고 전통예술계 명인·명창들의 무대를 마련한다.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제5회 궁중문화축전’의 일환으로 열리는 명인·명창 열전 ‘소춘대유희(笑春臺遊戱)’다.사물놀이 대표주자 김덕수(27일)를 시작으로 설장구 명인 이부산(28일), 명창 안숙선(29일), 판소리 명창 부부 김일구와 김영자(5월 1일),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이수자 국수호(5월 4일) 등이 무대에 선다.이번 공연은 덕수궁 광명전 문 앞에 117년 만에 재현한 협률사 무대에서 열린다. 협률사는 1902년 고종 재위 40주년 경축 행사를 위해 세워진 실내극장이다. 공연 제목인 ‘소춘대유희’도 당시 협률사에서 열린 상설공연 명칭이다. 봄날에 펼쳐지는 즐거운 연희라는 뜻이다.문화재청 관계자는 “소춘대유희로 실내 공연의 전통을 만들어온 역사를 되짚어 보기 위해 100여 년 전 우리 선조들이 즐겼던 무대를 이번 궁중문화축전에서 재현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아들의 빨지 않은 후드티에서 엄마는 여덟 가닥의 머리카락을 찾아냈다. 지갑에 넣어다니다 잃어버릴까봐 이젠 장롱에 보관한다. 가끔 꺼내 만져본다. 만질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어서다.”(강혁 엄마 조순애)“더위를 유난히 많이 타는 딸을 위해 마침내 에어컨 구입을 결심했다. 3월에 주문한 에어컨은 마침 정신없는 ‘그날’ 설치하겠다고 전화가 왔다. 무더웠던 그해 여름, 그 다음해 여름에도 틀지 못했다. 그렇게 덥게 지내다 집에서 에어컨 바람 한번 못쐬어 본 딸이 생각나서다.”(정예진 엄마 박유신)2014년 4월 16일. 그로부터 어느새 5년이 흘렀다.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아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이 신간 《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창비)를 내놨다. 2014년 《금요일엔 돌아오렴》, 2016년 《다시 봄이 올 거예요》 이후 세 번째 책이다. 작가기록단은 지난해 여름부터 육성을 글로 옮겼다. 5명의 기록자가 단원고 희생 학생 가족과 생존 학생 가족, 희생된 교사 가족 57명을 인터뷰했다.무겁게 넘어가는 책장마다 눈물이 어린다. “이제 그만 잊으라” “마음에 묻어라”는 위로 아닌 위로가 기억에 새긴 고통과 마음에 남겨진 짐을 더 무겁게 한다. 아이를 잃은 뒤 모든 사람이 그저 밉다가 어느 순간엔 그 사람들이 마냥 부럽다가, 이젠 세상이 “있는 그대로 보인다”고 털어놓는 한 유가족의 말이 아프게 와닿는다. 지난 5년간 일상을 아무리 담담하게 서술해도 그 이면의 감정은 절절하기만 하다.16일에 맞춰 추모시집 《언제까지고 우리는 너희를 멀리 보낼 수가 없다》(걷는사람)도 출간된다. 신경림, 나희덕 등 중견 시인과 김현, 최지인 등
1999년 미국 소매(리테일)업계 전체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3조달러(약 3421조원)를 넘었다. 소비 시장은 매년 몸집을 불렸다. 언제까지나 성장만 할 것 같던 소매 시장에 이상 조짐이 감지된 것은 그로부터 10년 뒤였다. 2009년 가전판매업계에서 베스트바이와 어깨를 견주던 서킷시티가 파산했다. 하지만 세계 금융위기 여파라는 핑곗거리가 있었다. 게다가 소매 시장 전체 매출은 이후에도 완만하게 증가세를 이어갔다. 애써 무시한 작은 균열은 1...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영풍문고 서울문고 등 온오프라인 주요 서점 6개사의 지난해 실적 희비가 엇갈렸다. 오프라인에 매장을 두고 있는 대형서점 3사 중에서는 영풍문고가 선전했고 온라인서점 3사 중엔 알라딘의 견고한 성장세가 돋보였다.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서점업계 매출 1위인 교보문고의 영업이익은 최근 들어 매년 감소세다. 매출은 조금씩 늘며 꾸준히 50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2016년 81억원, 2017년 56억원에...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오는 6월 19일부터 닷새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제25회 서울국제도서전 홍보대사로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와 소설가 한강, 모델 한현민 씨를 9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100세를 맞은 김 교수는 한국 철학계 거목이자 고령화 사회의 상징으로, 우리 사회에 통합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원로로 꼽힌다. 주요 저서로 《현대인의 철학》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인생의 의미를 찾기 위하여》 《백년을 살아보니》 등...
“1919년은 20세기 한국사에서 가장 빛난 시기였습니다. 온 국민이 똘똘 뭉쳐 일제에 항거했고 민주주의와 공화주의 그리고 자유와 평등을 기치로 내건 임시정부가 태어났으니까요.”박찬승 한양대 사학과 교수(사진)는 9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1919》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그간 제대로 정리되지 않고 잘못 알려진 사실이 많아 안타까웠다”고 집필 이유를 밝혔다. 올해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박 교수는 지난 30년간 해온 독립운동 연구를 바탕으로 시발점이 된 1919년에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1919》에 실증적으로 풀어냈다.일제의 무단통치부터 일본과 중국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해외에서 벌어진 만세운동과 민족대표 33인이 모인 과정, 전국에 울려퍼진 3월의 함성과 임시정부 수립에 따른 대한민국의 탄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박 교수는 당시 사건들의 뒤에 숨은 의미를 짚을 뿐만 아니라 막연하게 잘못 알고 있던 정보들에 대해 사료를 들어 바로잡았다.책은 현재 국가지정기록물로 등록돼 있는 이른바 ‘신문관판’ 독립선언서가 1919년 당시에 쓰인 것이 아니라는 근거부터 독립선언서 공약 3장의 집필자가 누구인지,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이 30년 만에 4월 13일에서 4월 11일로 수정된 이유까지, ‘사실’들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올해 쏟아져 나온 많은 3·1운동 책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박 교수는 “1차적으로 당시의 공식 기록인 신문을 면밀히 살폈고 판결문과 해방 이후의 회고록들도 주요 자료로 활용했다”고 말했다.‘3·1운동’을 ‘3·1혁명’으로 고쳐 부르자는 일각의 주장에 대
“열정이란 좋아하는 일에서 생기기도 하지만 그 일을 잘하면 생기기도 한다.”손정 손정경영전략컨설팅 대표는 최근 출간한 '업무력'(물병자리)을 통해 우리의 삶에서 일의 의미를 묻는다.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정시에 출퇴근하면 깨어있는 시간의 70% 가까이는 회사에서 보낸다. 평일 5일은 ‘죽었다’ 생각하고 주말만 기다리는 것은 어떤 삶일까.경영컨설턴트, 직무교육 강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회사에서 행복하지 않다는 것은 결국 내 삶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라고 되묻는다.그런 삶을 탈출하기 위해 저자는 “일의 주인이 돼라”고 조언한다. 일의 주인이 되는 방법은 회사 내에서 자신이 맡고 있는 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그것이 곧 ‘업무력’을 키우는 일이다. 일을 지배하고 난 다음에댜 내부 승진이든 창업이든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회사를 떠나 행복을 찾는 것은 낭비”라며 “내가 먹는 밥의 근원인 성취감을 느끼는 활동을 제공하는 일, 그 자체가 행복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이를 기반으로 책은 업무력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것을 꼽는다. 첫번째는 조직 이해력으로 단위를 연결하는 큰 시스템의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대인 관계력. 동료들과 협력하고 어울리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세번째는 성과 창출력으로 자신의 직무에서 전문성을 갖고 회사가 필요한 역량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등이 유행하고 있지만 그 행복을 꼭 멀리서 찾을 건 아니라는 저자의 조언이 와닿는다. “현
“이게 다 호르몬 때문이야.” 어떤 상황에서도 쓸 수 있는 말이다. 호르몬은 성 분화뿐 아니라 키와 몸무게, 감정과 생각, 성장과 질병에까지 영향을 미친다.의학 작가 랜디 허터 엡스타인은 저서 《크레이지 호르몬》에서 호르몬을 통해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지 내부에서부터 살펴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의사인 저자는 컬럼비아대 저널리즘대학원 겸임교수를 지내며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 덕분에 전문용어가 많은 의학 지식을 일반 독자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풀어낸다.호르몬을 ‘호르몬’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은 사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05년 영국의 생리학자인 에른스트 헨리 스탈링이 처음 썼다. 호르몬은 ‘흥분시키다’ 또는 ‘자극하다’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 ‘호르마오’에서 유래했다. 땀이나 눈물처럼 관이 있어 몸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외분비 물질과 달리 호르몬은 혈액 속으로 흘러나오는 내분비 물질이다. 저자는 “호르몬은 대사와 행동, 수면과 기분 변화 면역계를 조절하는 화학물질”이라며 “이 책은 호흡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존재의 생화학에 관한 이야기”라고 소개한다.막연히 알고는 있지만 우리의 일상은 호르몬과 생각보다 더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임신테스트기, 피임약, 성장호르몬 주사, 스테로이드 등은 쉽게 접할 수 있는 호르몬 의약품 및 의약기기다. 분노를 유도하고 모성애를 자극하며 인체에서 일어나는 화학 반응은 호르몬 조절로 이뤄진다. 저자는 뇌하수체호르몬과 태반호르몬 등 지난 100여 년간 호르몬에 대해 알아가면서 한발씩 내딛게 된 의학의 발전을 따라간다. 경이로운
비전스프링(VisionSpring)은 돋보기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저렴한 비용으로 돋보기를 대량 생산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마진은 개당 1달러 정도. 인건비 유통비 등을 감당하며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일단 많이 팔아야 한다. 인도의 한 마을에서도 매대를 펼쳤다. 판매자는 모여든 동네 사람들에게 샘플 안경을 써보게 했다. 그 후엔 거울과 함께 10가지 종류의 안경을 보여주고 고를 수 있게 했다. 몰려든 사람 중 3분의 1 정도가 안경을 구매했다. 관심을 보인 사람의 대부분은 안경을 쓸 나이였고 셔츠 앞 호주머니에 돈을 갖고 있었다.필요한 물건이고 살 돈이 있음에도 절반 이상은 그냥 발걸음을 돌렸다.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선택’에 대응해 판매 과정 중 한 부분에 변화를 줬다. 그러자 판매량이 두 배로 증가했다. 조치는 간단했다. 매대에 늘어놓은 안경을 치워버린 것이다. 그 대신 샘플 안경을 써보게 한 뒤 바로 구매 결정을 하도록 했다.‘마케팅의 구루’로 불리는 세스 고딘의 선택이었다. 그는 베스트셀러 《보랏빛 소가 온다》 이후 10년 만에 출간한 《마케팅이다》에서 “이것이 바로 마케팅”이라고 역설한다. 그가 말하는 마케팅은 ‘물건을 많이 파는 방법’이 아니라 ‘변화를 이끄는 행위’다. 변화의 기반은 고객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다.인도 마을에서 비전스프링의 돋보기를 구경한 사람들은 쇼핑의 즐거움을 몰랐다. 새로운 물건을 살펴보고 고르는 행위엔 시간과 돈이 든다. 그들의 구매를 망설이게 한 것은 그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위협’이었다. 고딘은 매대를 치워 “이렇게 다양한 제품이 있으니 골라 보세요”가 아니라 “마
‘책은 읽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쓰는 책’이 최근 서점가에 잇따라 나와 눈길을 모으고 있다. 간단한 메모부터 재테크 일기나 자서전을 독자가 직접 써서 완성할 수 있게 한 책들이다. 컴퓨터 사용으로 필기구를 쓸 일이 줄어들고 있어 독자에게 더 신선하게 다가가고 있다는 평이다. ‘오늘의 내가 과거의 나와 마주하다’는 부제를 붙인 《나, 책》(프런티어)은 나의 이야기로 나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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