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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를 살피던 공연계가 취소·연기 공연의 범위를 3월 전체로 넓혀가고 있다. 4월 막을 올리는 음악축제는 물론 올해 내한 결정으로 화제를 모은 오케스트라 및 독주자들의 연주 여부도 불확실해지면서 상반기 전체 일정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공연계는 사상 최악의 실적이 예견되면서 최대의 빙하기를 맞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25일부터 1주일간 기획 공연·전시를 잠정 중단했던 예술의전당은 그 기간을 이달 전체로 늘렸다. 3일 예정된 국립합창단의 3·1절 101주년 기념음악회와 이정란의 첼로 리사이틀(7일),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의 모차르트 교향곡 46곡 전곡 연주 시리즈(15일, 17일), 피아니스트 정다슬 독주회(15일) 등 3월 초·중순 공연뿐 아니라 이달 후반 예정인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20~22일)와 ‘호이 랑’(27~29일), 아니마 체임버 앙상블의 실내악(31일) 연주까지 줄취소했다. 예술의전당은 오는 30일까지 모든 교육강좌도 열지 않기로 했다. 세종문화회관도 이달 자체 기획한 공연을 모두 취소했고 대관 공연들도 주최 측의 요청에 따라 차례로 취소 소식을 알리고 있다. 18~19일로 예정됐던 이고르 모이세예프 발레단 초청 공연, 한국오페라단 창단 30주년 ‘골든 오페라 갈라’(25~27일), 소년소녀합창단 ‘봄봄’ 공연(31일~4월 1일) 등 이달 예정된 공연을 모두 볼 수 없게 됐다. 연주자들의 이동이 부담스러운 해외 거주 연주자나 오케스트라들의 내한 공연도 일찌감치 연기나 취소 소식을 알렸다. 오케스트라들은 통상 아시아 투어로, 일본과 중국 일정과 함께 한국 공연을 잡는다. 싱가포르, 홍콩, 상하이 등을 거쳐 17일 롯데콘서트홀 무대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율곡로에 자리잡은 서울돈화문국악당. 정소희 용인대 국악과 교수가 장구 반주에 맞춰 연주하는 서용석류 대금 산조 선율이 흐른다. 조명은 무대를 비추고 있지만 140석의 계단식 좌석은 텅 비어 있다. 프로젝트그룹 거인아트랩이 마련한 시리즈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마지막 ‘대금’ 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관객 없이 공연했다. 오후 3시부터 약 90분간 열린 공연 실황은 국악당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으로 생중계됐다. 정 교수는 “침체된 공연예술계에 이런 시도가 미미하게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코로나19의 확산 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공연계의 대응 방식도 다양화하고 있다. 공연 규모와 대관 일정을 검토해 연기나 취소라는 ‘아픈’ 결정도 내리지만 기다려온 관객의 입장을 고려해 ‘무관객 공연’으로 ‘우회로’를 택하기도 한다.서울돈화문국악당은 이달 예정된 기획공연 ‘운당여관 음악회’도 취소가 확정되면 무관객 공연으로 온라인 생중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관람권을 구매한 관객은 수수료 없이 전액 환불을 받을 수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지원해 우수 창작 레퍼토리를 발굴하는 ‘공연예술 창작산실’ 선정작인 무용 ‘힛 앤 런’도 오는 6일과 7일 예정된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공연을 6일 하루로 줄여 관객 없이 진행한다. 이날 공연은 네이버에서 실시간 생중계한다. 8일까지 예정된 기획 공연을 하지 않기로 한 금호아트홀 연세도 대관 공연의 경우 연주자가 원하면 무관객 공연과 온라인 생중계 방식으로 하기로 했다.원래
서울돈화문국악당이 오는 29일 예정된 공연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를 관객 없이 온라인 공식 채널(페이스북, 유튜브)을 통해 생중계하기로 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서울돈화문국악당이 2월 매주 토요일 선보인 렉처콘서트다. 5명의 음악박사들이 각자의 전공 국악기를 친근하면서도 세심한 시선으로 전하는 시리즈 공연이다. 거문고, 피리, 가야금, 해금을 거쳐 2월 마지막 주 ‘대금’ 편&lsq...
시인은 2005년 짧은 러시아 여정에서 만난 바이칼 호수의 붉은 양귀비 꽃잎을 책갈피 속에 간직했다. 6년 후 재직 중이던 회사에서 추진한 천연자원 개발 프로젝트는 러시아로 가는 새로운 다리가 됐다. 4년을 머물며 동경하던 그곳에서의 소회를 산문집 《시베리아를 건너는 밤》에 담았다.1993년 ‘시문학’으로 등단한 저자는 《손끝으로 달을 만지다》 《첫눈은 혁명처럼》 등의 시집을 냈다. 대학에서 러시아문학을 전공한 뒤 막연하게 광활한 대지를 향한 꿈을 꿔왔다. 하지만 그렇게 그리던 러시아 생활을 시작했을 때 막상 마주한 것은 백야와 겨울의 혹독한 어둠과 추위, 눈이었다. 우랄산맥, 바이칼호 등 이질적인 자연은 날이 선 시인의 감수성을 자극했다.기행문 성격을 띠고 있지만 러시아의 문화 예술, 문명의 감수성에 대한 섬세한 통찰이 돋보인다. 책은 시인의 시선으로 혁명가 레닌과 크룹스카야, 이네사의 행적과 제정 러시아 시대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오간 수많은 예술가의 자취를 따라간다. 혹독한 겨울밤엔 작가 파스테르나크의 생가에 갔던 기억을 되새기며 《닥터 지바고》의 인물들과 그에 얽힌 러시아의 역사를 돌아본다. 그는 지바고와 라라의 사랑에 대해 “전쟁과 혁명이 있었기에 그들의 사랑은 빛났고 이별은 참혹했다”며 “고난은 사랑을 더 비극적으로 만들었고 비극적인 사랑은 불멸의 사랑을 완성했다”고 서술한다.한편에선 톨스토이의 작품과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이 흐른다. 저자는 사랑을 위해 정적과 결투를 벌이다 죽은 작가 푸시킨의 삶과 자살을 통해 사랑의 진정성을 증명한 시인 마야코프스키의 생에 대해서도 사색한다.저자가
러시아 원정에 실패한 뒤 엘바섬에 유배됐던 나폴레옹은 1815년 그곳에서 탈출했다. 다시 권력을 장악한 그는 영국과 프로이센을 상대로 워털루 전투를 벌였다. 프랑스의 승리로 기우는 듯했던 초반 전세가 뒤집어졌다. 대패로 끝난 나폴레옹의 마지막 전투였다.《권력의 자서전》은 그 이유가 영국군을 이끈 웰링턴의 전술이 뛰어나거나 나폴레옹의 지략이 부족해서가 아니라고 분석한다. 대신 프랑스군의 기병대장 에마뉘엘 드 그루시에 주목한다. 나폴레옹은 그에게 ‘전날 격파한 프로이센군을 추격하라’는 지시와 함께 병력의 3분의 1을 내줬다. 프랑스군의 공격 대상인 영국군과 합류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루시는 성실하고 용맹했지만 융통성과 판단력이 부족했다. 영국군에 밀리는 프랑스군 본진의 급박한 상황을 인지하고도 프로이센군 꽁무니만 쫓았다. 결국 전장을 기습한 프로이센군에 프랑스는 처참하게 패했다.그루시를 포함한 열두 명의 역사 속 인물이 책의 목차를 구성한다. 대학에서 서양사를 전공한 저자는 한국경제신문 기자로 2017년부터 3년간 일본 도쿄 특파원으로 근무했다. 알렉산더와 공자, 이성계부터 마키아벨리 로스차일드 스탈린까지 목차 속 인물들은 수세기를 오가고 동서를 넘나든다.책은 이들의 결정과 활약이 역사의 물줄기를 어떻게 바꿔놨는지 맥락을 살펴본다. 이를 통해 조직을 성공과 실패로 이끄는 리더의 자질이 무엇인지 짚어간다. 저자는 “‘누가 해도 똑같은 결과’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오랜 시간 풍파를 이겨내고 역사의 주목을 받은 인물들로 눈을 돌리게 됐다”고 설명한다.그루시
시베리아를 건너는 밤 시인은 2005년 짧은 러시아 여정에서 만난 바이칼호수의 붉은 양귀비 꽃잎을 책갈피 속에 간직했다. 6년 후 재직 중이던 회사에서 추진한 천연자원 개발 프로젝트는 러시아로 가는 새로운 다리가 됐다. 4년을 머물며 동경하던 그곳에서의 소회를 산문집 <시베리아를 건너는 밤>에 담았다. 1993년 '시문학'으로 등단한 저자는 <손끝으로 달을 만지다> <첫눈은 혁명처럼> 등의 시집...
“프랑스어는 묵음이 많고 언어 자체가 시적이에요. 프랑스 작곡가들의 악보도 마찬가지죠. 보이는 대로 음을 내려고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납니다. 행간의 은유를 읽어 소리를 내야 하죠. 프랑스에서 말을 배우고 문화를 익히니 비로소 음악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최근 소니뮤직에서 첫 앨범 ‘랑데부 인 파리’를 낸 첼리스트 이정란(37)은 지난 25일 전화 인터뷰에서 “파리에서 지낸 삶의 자취를 남기고 싶었다”며 “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게 프랑스 음악”이라고 말했다. 2000년 파블로 카잘스 콩쿠르에서 로스트로포비치재단 특별상인 최고 유망연주가상을 받아 주목받은 그는 2002년 서울대 재학 중 파리국립고등음악원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는 “파리에 대한 막연한 동경도 있었고 어렸을 때부터 모리스 장드롱, 피에르 푸르니에 같은 프랑스 첼리스트를 유독 좋아하고 즐겨 들었다”고 말했다. 그곳에서 7년간 머물며 최고연주자 과정과 실내악 전문사 과정을 마쳤다. 한국으로 돌아와선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부수석으로 활동하다가 2015년 ‘솔로’의 삶을 택했다.이번 앨범은 지난해 9월 경남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녹음했다. 19세기와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곡가 생상스와 포레, 드뷔시, 풀랑의 곡을 작곡 연대순으로 실었다. 생상스의 첼로 소나타 1번과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 중 ‘그대 목소리에 내 마음 열리고’, 포레의 소품 ‘나비’와 ‘시실리엔느’, 드뷔시의 첼로 소나타와 ‘달빛’, 풀랑의 첼로 소나타와 ‘사랑의 오솔길’을 담았다. 프랑스에서 함께 공부한 러시아 피아니스트 일리야
"프랑스어는 묵음이 많고 언어 자체가 시적이에요. 프랑스 작곡가들의 악보도 마찬가지죠. 보이는 대로 음을 내려고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납니다. 행간의 은유를 읽어 소리를 내야 하죠. 프랑스에서 말을 배우고 문화를 익히니 비로소 음악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첼리스트 이정란(37)은 최근 소니뮤직에서 낸 자신의 첫 앨범 '랑데부 인 파리'에 대해 "파리에서 삶의 자취를 남기고 싶었다"며 &qu...
KBS교향악단이 오는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정기연주회에서 디르크 카프탄 독일 본 베토벤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사진) 지휘로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을 연주한다.KBS교향악단이 객원 지휘로 말러 교향곡을 연주하는 건 2012년 재단법인 출범 이후 처음이다. KBS교향악단 상임 지휘자 자리는 작년 12월 요엘 레비가 퇴임한 이후 공석이다.‘거인’ 연주에 앞서 소프라노 황수미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가곡 ‘네 개의 마지막 노래’를 들려준다. 오케스트라 반주로 연주되는 이 작품은 아름다운 멜로디가 돋보이는 낭만주의 걸작이다.카프탄은 올해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오는 6월 처음 내한하는 본 베토벤 오케스트라와 함께 국내 관객과 만난다. 공연에서는 베토벤의 에그몬트 서곡, 피아노 협주곡 4번(백건우 협연), 교향곡 7번을 연주한다.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조선 초기 단종의 비극을 다룬 창극 ‘아비, 방연’(사진)이 5년 만에 무대에 오른다.국립창극단은 다음달 6~15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아비, 방연’을 공연한다. 이 작품은 2013년 창극 ‘메디아’로 호평받은 한아름(작가)·서재형(연출가) 부부가 2015년 국립창극단과 손잡고 선보인 두 번째 창극이다. 초연 당시 대중성과 예술성을 고루 갖췄다는 평을 받았다.조선 초기 계유정난이 배경으로 단종을 죽음에 이르게 한 의금부도사 왕방연의 이야기다. 왕방연은 수양대군이 왕위를 찬탈한 뒤 단종을 강원 영월로 귀양 보낼 때 호송하고, 유배 중이던 단종에게 사약을 내리는 임무를 맡은 실존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출생과 사망에 대한 기록은 전해지지 않는다. 작가는 실제 역사에 작가적 상상력을 더해 단종의 충직한 신하였던 왕방연이 딸을 살리기 위해 주군을 저버리는 비극으로 빚어냈다.재연을 위해 한아름·서재형 부부와 작곡가 황호준 등 초연 제작진이 다시 모였다. 대본과 노랫말의 언어를 정교하게 다듬고, 수정된 대본에 맞춰 추가된 소리 대목 등을 새롭게 작곡했다. 기악 편성에도 변화를 준다. 거문고, 몽골 전통 현악기 마두금, 다양한 목관악기 등 이색적인 조합을 이룬 초연의 편성에 대금과 아쟁을 더했다. 국립창극단 관계자는 “조명과 영상도 새롭게 디자인해 한층 세련된 무대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주인공 왕방연 역의 국립창극단원 최호성과 딸 소사 역의 객원배우 박지현이 5년 만에 부녀로 재회한다. 초연 당시 13세였던 박지현은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에서 판소리를 전공하며 실력을 쌓아온 만큼 이번 공연에서 특유의 애련
“반대했죠. 힘든 길인 걸 아니까. 오로지 공연장과 연습실만 오가며 연주와 연습을 반복하는 삶을 살아야 하니까요. 다른 사람들처럼 여행 다니고 친구들과 어울릴 시간도 없습니다. 음악을 좋아할 수는 있지만 그게 생활이 되면 힘들 수 있거든요.” 아버지의 반대에도 아들은 고집했다. 아들의 아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지휘는 3대를 잇는 업(業)이 됐다. 지난 14일 서울 발산동 코러스센터에서 ‘한국 합창계의 거목&...
이탈리아 지휘자 마시모 자네티(사진)가 이끄는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이달 27일 경기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과 2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민족주의’를 화두로 한 연주회를 연다. 경기필이 올해부터 선보이는 ‘앤솔러지 시리즈’ 첫 번째 순서다. 앤솔러지(anthology)는 ‘문학이나 예술작품을 하나의 작품집으로 모음’이란 의미다.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에 따른 여러 작가들의...
1929년 미국에서 대공황이 발발하기 전만 해도 사람들은 쓰던 제품이 망가지면 새 상품을 샀다. 기능이 같으면 제품의 물건은 모양과 색이 모두 같았다. 포드의 양산 대중차 ‘T형 포드’는 모두 검은색으로 똑같이 생겼다. 제조자들은 성능이 같아도 다르게 생긴 상품에 대한 구매욕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디자인’이란 개념을 생각해냈다. 색과 형태를 바꿔 구입을 유도했다. 덕분에 ‘유행’이란 게 생겼고 디자이너란 직업이 등장했다. 디자인은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했다.《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는 수식과 법칙, 원론이 아니라 역사, 문학, 예술, 심리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문학으로 경제를 풀어낸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문연구원 출신 경제학자인 저자는 우리가 경제학이라는 학문을 배우기 이전에 이미 삶 속에서 경제학적 원리를 활용하고 실천하며 살고 있음을 강조한다. 복잡한 수식 때문에 경제학을 어렵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상거래의 표준화, 금융업의 태동, 중개무역, 선물거래의 방식 등을 원론과 법칙 대신 일상 속 개념들로 쉽게 설명한다.저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스위스가 중립국으로 남아 있을 수 있었던 이유를 기축통화인 스위스프랑에서 찾는다. 로마인들이 지중해 패권을 잡을 수 있었던 까닭은 시칠리아섬을 조세피난처로 지정해 식민지국가들에 세금 혜택을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약에서 음료수로 변신하며 인기를 끈 코카콜라의 사례를 들어 전혀 다른 경제현상인 ‘수요량의 변화’와 ‘수요의 변화’를 구분해준다. ‘수요량의 변화’는 가격에 따라 소비자가 구입하려는 제품의 수량이 달라지는 경우다. ‘수요의 변화&r
스즈키 씨는 무인매장 아마존고에 ‘얼굴 인식’으로 입장한다. 샌드위치와 페트병에 든 차를 골라 가게를 나서면 쇼핑과 결제가 동시에 끝난다. 결제는 아마존의 독자 통화인 ‘아마존 코인’으로 한다. 아마존 뱅크 계좌에서 자동이체된다. 리프트의 자율주행 택시를 타고 집까지 온 뒤 내릴 땐 ‘라쿠텐 페이’를 사용한다. 적립한 라쿠텐 포인트로 라쿠텐 페이와 앱 내에서 연동되는 라쿠텐 증권을 통해 주식 투자도 한다. 집세는 소프트뱅크와 야후가 출자해 만든 ‘페이페이’로 낸다. 동남아시아 출장을 갔을 땐 페이페이와 연동해 사용할 수 있는 알리바바의 ‘알리페이’로 환전 없이 현지에서 다닐 수 있었다.《아마존 뱅크가 온다》를 쓴 다나카 미치아키 릿쿄대 경영대학원 비즈니스디자인연구과 교수가 내다본 5년 후 일본에서의 일상이다. 다나카 교수는 책에서 돈을 정의하는 방식과 금융의 변화로 바뀌는 현실을 치밀하게 따라간다.전작인 《아마존 미래전략 2022》를 통해 아마존의 저력을 탐구하고, 《2022 누가 자동차 산업을 지배하는가》에서는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짚어낸 그가 이번엔 자신의 전공 분야인 금융으로 책을 썼다. 저자는 미쓰비시도쿄UFJ은행 투자은행 부문에서 이코노미스트로 활약했고 씨티은행 자산증권부와 BOA증권 구조화금융부에서도 일했다.책은 기존 금융업계에 균열을 일으키는 기술 기업들의 도전과 그에 맞선 기존 메가뱅크들의 생존 전략을 구분해 살펴본다. 저자가 꼽는 세계 3대 금융시장 파괴자(disrupter)는 아마존과 알리바바, 텐센트다. 아마존은 결제부터 발송까지 클릭 한 번으로 끝내는 ‘원클릭’ 주문부
해금 명인 강은일(사진)이 이끄는 ‘강은일 해금플러스’의 공연 ‘오래된 미래: 내 엄마의 엄마의 엄마의 이야기’가 오는 22일과 23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2019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전통 부문에 선정된 ‘오래된 미래’는 강은일이 겪은 자전적인 이야기를 토대로 지난 100년 동안 할머니부터 딸까지 여성 4세대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추억하고 그리워하며 분노와 후회가 된 기억을 털어놓는 ‘제망모가’(한진구 작곡)부터 할머니와 어머니, 나, 딸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4대’(우디 박 작곡), 어머니를 향한 사랑과 존경심을 표현한 해금과 피아노를 위한 ‘날개·’(김성국 작곡) 등 독창적이고 다채로운 해금 창작곡을 만나 볼 수 있다.강은일과 재즈 피아니스트 김윤곤, 타악기 연주자 박광현, 피리·태평소·생황연주가 최소리가 함께 무대에 선다. ‘강은일 해금플러스’는 한국의 전통악기와 서양 악기가 함께하는 음악을 선보이기 위해 1999년 결성된 프로젝트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상주 작곡가를 지낸 김성국, 미국 작곡가 도널드 워맥, 모세 베르트랑 컬럼비아음대 교수, 영화음악·뮤지컬 작곡가 우디 박 등 국내외 작곡가들이 참여했다. 국악부터 클래식, 재즈,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EDM)까지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 곡들이 포진했다.이번 공연의 예술감독을 맡은 강은일은 “많은 세대를 지나간 여성들의, 엄마들의 이야기”라며 “여성들에게 자신의 존재가 얼마나 아름답고 훌륭한지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강은일 해금플러스'의 '오래된 미래:내 엄마의 엄마의 엄마의 이야기'가 오는 22일과 23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 오른다. 2019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전통 부문 선정작이다. 해금 연주자 강은일이 재즈 피아니스트 김윤곤과 타악연주가 박광현, 피리·태평소·생황 연주가 최소리 등과 함께 무대를 꾸민다. '강은일 해금플러스'는 한국의 전통악기와 서양의 악기가 함께 하는 음악을...
동양인으로 처음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악장 자리에 오른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사진)이 이달 22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독주회를 연다. 박지윤은 2018년 11월 파리 오케스트라, 프랑스 국립오케스트라와 더불어 프랑스를 대표하는 3대 오케스트라로 꼽히는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의 종신 악장으로 선임됐다. ‘팔레트’란 제목으로 펼치는 이번 연주회는 종신 악장 선임 이후 국내 관객들과 만나는 첫 리사이틀이자 3년 만...
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한경필)가 올해 탄생 250주년을 맞은 베토벤으로 봄을 맞는다. ‘건반 위의 구도자’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백건우(74)가 협연자로 나선다. 한경필과는 첫 만남이다. ‘한경필하모닉 신춘음악회’가 다음달 10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한경필이 2015년 창단 이후 열아홉 번째로 여는 정기연주회다. 지난해 한경필의 2대 음악감독으로 선임된 홍석원 지휘자(38)가 지휘봉을 ...
동양인으로 처음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의 악장 자리에 오른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이 오는 22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독주회를 연다. '팔레트'란 제목으로 펼쳐지는 이번 독주회는 박지윤이 2018년 11월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의 종신악장으로 선임된 이후 처음 국내에서 갖는 리사이틀이다.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은 파리 오케스트라, 프랑스 국립오케스트라와 더불어 프랑스를 대표하는 3대 오케스트라로 꼽힌다. 지휘자 ...
예술성을 높이 평가하는 칸영화제부터 가장 대중적인 영화제로 꼽히는 아카데미까지…. 영화 ‘기생충’은 전 세계 수많은 영화제에 초청받아 총 56개 영화상을 수상했다. 한국 영화이면서도 세계적인, 대중적이면서도 예술적인 작품으로 인정받았다. 기생충은 지난해 5월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으면서 화려한 수상 퍼레이드의 막을 올렸다. 지난해 6월엔 호주 시드니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았고 8월엔 주연배우...
“오스카에서 허락한다면 이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다섯 개로 잘라 나누고 싶은 마음입니다.” 봉준호 감독은 10일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에 호명된 후 무대에 올라 “국제영화상을 수상하고 오늘 할 일은 끝났구나 생각하고 있었다”며 이렇게 말해 객석에 큰 웃음을 선사했다. 봉 감독은 이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특유의 유머와 시원시원한 입담으로 화제를 모았다. ‘기생충’이 4개 부...
피아니스트 원재연(32·사진)이 오는 13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독주회를 연다. 올해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해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로 공연을 꾸몄다. 고전적인 소나타 체계에서 자유로운 형식으로 변해가는 과도기를 보여주는 13번 ‘환상곡풍’과 서정적인 선율의 낭만주의 색채가 짙은 30번, 만년에 고뇌하는 베토벤의 초상이 담긴 마지막 32번을 연주한다. 모차르트의 환상곡 C단조도 들려준다. ...
"음악에 유난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었어요. 평소에도 이 음악엔 어떤 동작이 어울릴까 상상하는 걸 좋아합니다. 안무 작업을 할 때도 음악을 고르는 데 시간이 가장 많이 걸려요." '예민한 귀'가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강효형(32)을 안무가의 길로 이끌었다. 요즘 그는 다음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오르는 '백조의 호수'(3월20~22일)와 창작발레 '호이 랑'(3월27~29일)을 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 여파로 예정돼 있던 공연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성남아트센터는 2월 공연들을 취소하거나 연기했고 정동극장도 기획공연 일정을 미뤘다. 이런 가운데 대관령겨울음악제는 오는 9일 개막 공연을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다음달 10일 방한해 대전, 서울, 춘천, 광주에서 내한 공연을 갖기로 한 홍콩필하모닉 오케스트라도 한국에서의 일정을 소화하기로 결정했다. 성남문화재단은 오는 16일 성남아트센터에서 공...
‘리쿠르고스의 컵’은 4세기께 로마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리스 신화 속 왕을 조각해 덧붙였다. 평소에 녹색으로 보이는 이 컵은 안쪽에 빛을 쪼이면 붉게 변한다. 빛의 산란이 금속 나노입자 크기나 모양에 따라 다르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금과 은을 나노입자 크기로 연마하는 기술은 12세기 이후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간 스테인드글라스 기술의 근간이 됐다. 금속입자에 따른 색의 변화는 바이오센서 등 과학기술 전반에 활용되고 있다.《미술관에 간 물리학자》는 제목 그대로 물리학자가 쓴 미술책이다. 넘기는 책장마다 미술 작품 사진이 즐비하다. 그 사이사이에 원자모형이 있고 태양의 흑점 사진과 음의 파동 그래프도 보인다. 저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이자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 나노-정보 융합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구나 학회 참석차 해외에 나갈 때마다 미술관을 찾은 그는 많은 예술가에게 큰 영감을 준 ‘뮤즈’는 다름 아닌 ‘물리학’임을 깨달았다. 책을 통해 그 융합의 원리를 풀어낸다.저자는 르누아르와 모네가 같은 시기에 같은 풍경을 보고 그린 ‘라 그르누예르’를 비교하면서 표면장력과 중력이 수면에 만든 파동을 설명한다. 파동은 어떻게 생기고, 파동이 전파될 때 매질의 움직임은 어떤지, 왜 그러한지로 서술은 이어진다. 마그리트의 ‘이미지의 배신’으로 현대물리학의 큰 축인 양자역학을 풀어내고 고흐의 그림 ‘카페에서, 르 탱부랭의 아고스티나 세가토리’를 통해서는 다양한 빛의 파장을 들여다본다.물리학은 한자 그대로 ‘사물’의 ‘이치’를 파고드는 학문이다. 자연과 우주의 본질을
“한국은 디지털 분야의 선두주자입니다. 약점은 전력시설이에요. 이 부문에서 도약을 이뤄내지 못하면 뒤처질 수 있습니다.”최근 국내에 출간된 《글로벌 그린 뉴딜》에 친환경(탈탄소) 녹색 성장의 방향을 담은 제러미 리프킨 미국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75·사진)은 “한국은 유럽연합(EU)과 중국을 눈여겨보고 유라시아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여할 수 있어야 한다”며 “기술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인프라 혁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엔트로피》 《노동의 종말》 《3차 산업혁명》 등의 저작으로 잘 알려진 미래학자이자 문명비평가 리프킨은 지난 4일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는 ‘진보의 시대’를 지나 ‘복원의 시대’로 들어섰다”며 “새로운 세상의 현실에 어떻게 적응하는가에 따라 생물종으로서 인류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리프킨이 제시한 ‘그린 뉴딜’은 1930년대 대공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이 추진한 ‘뉴딜 정책’에 빗댄 ‘비상 대책’이란 의미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을 막기 위해 친환경 녹색 성장으로의 전환을 계획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그린 뉴딜’을 통해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재생에너지산업 영역에서의 안정된 다수 일자리 창출로 경제성장도 이뤄갈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그는 “도로 시스템에 스마트 센서를 설치하고 기후변화에 맞게 건물을 개조하는 것 같은 ‘그린 뉴딜 스마트 인프라’엔 수많은 반숙련, 숙련, 기술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며 “환경, 인프라, 재난구조, 복구에 관여하는 복원 관련 일자리 및 사업이 펼쳐질 것&
남성 성악 앙상블 이마에스트리가 ‘코스모스 피어 있는 길’ ‘대머리 총각’ 등을 부른 가수 김상희 씨(사진)와 한 무대에 오른다. 이달 20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스페셜 콘서트 ‘디바를 사랑한 마에스트로들’에서다.‘합창문화의 어울림’ ‘성악문화와 대중예술의 융합’ ‘우리 문화의 세계화’를 내건 이마에스트리는 올해 창단 15주년을 맞는다. 예술감독 양재무 씨가 이끄는 전문 연주 단체로, 유럽과 미주 지역 오페라 무대에 주로 섰던 남자 성악가들 90명으로 구성돼 있다. 12개국 23개 도시에서 초청 연주를 선보였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패럴림픽 축하 공연 무대에도 섰다. 이번 공연의 특별 게스트로 초대된 김씨는 1961년 고려대 법대 1학년 재학 중 가요계에 데뷔해 큰 화제를 모았다. 풍부한 가창력과 독창적인 곡 해석으로 1960~1970년대를 풍미했다.이마에스트리는 이번 공연에서 김씨와 함께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를 뮤지컬로 각색한 ‘맨 오브 라만차’ 중 ‘이룰 수 없는 꿈’과 윌리엄 홀든, 제니퍼 존스가 주역을 맡았던 영화 ‘모정’의 주제곡 ‘사랑은 아름다워라’, 에디트 피아프의 샹송 ‘사랑의 찬가’ 등을 함께 부른다.김씨는 이번 무대에서 1966년 10월 예그린악단이 서울시민회관(현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올린 한국 뮤지컬의 효시 ‘살짜기 옵서예’의 주인공 애랑으로 변신해 당시 패티김 씨가 부른 ‘살짜기 옵서예’도 들려준다.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로 시작하는 히트곡 ‘코스모스 피어 있는 길’도 감상
'리쿠르고스의 컵'은 4세기경 로마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리스 신화 속 왕을 조각해 덧붙였다. 평소에 녹색으로 보이는 이 컵은 안 쪽에 빛을 쪼이면 붉게 변한다. 빛의 산란이 금속 나노입자 크기나 모양에 따라 다르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금과 은을 나노입자 크기로 연마하는 기술은 12세기 이후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간 스테인드글라스 기술의 근간이 됐다. 금속입자에 따른 색의 변화는 바이오센서 등 과학기술 전반에 활용되고 있다. ...
“4개월 동안 하루평균 일곱 시간씩 곡을 썼습니다. 어느 날엔 12시간 이상 작곡만 했죠. 단 한 마디 쓰는데 두세 시간 걸리기도 했고요.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곡을 완성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름 만족’했던 그 곡은 ‘클라리넷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야상곡 3번’. 현대음악 작곡가 최재혁(26)은 이 작품으로 2017년 스위스 제네바국제콩쿠르 작곡 부문에서 우승했다. 콩쿠르 우승은...
경기도문화의전당이 올해 처음으로 레퍼토리 시즌제를 도입한다. 작품 라인업을 미리 준비해 공연의 질을 높이고 공연장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다. 첫 시즌제는 오는 27일 시작해 12월 22일 마무리하며 300일간 31개 작품을 125회 무대에 올린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은 4일 서울 소공로 더플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레퍼토리를 공개했다. 1991년 경기도문화예술회관으로 개관한 경기도문화의전당은 경기도립극단과 무용단, 국악단, 경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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