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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유목민의 창법인 ‘후미’는 한 사람의 목소리에서 굵은 저음과 청명한 고음이 동시에 나온다. 이 신비한 소리를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들을 수 있다. 국립국악원은 오는 20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매주 금요일마다 ‘2019 월드뮤직’ 무대를 선보인다.20일 개막 공연은 몽골의 무형문화재급인 공훈연주자들이 ‘몽골의 비 빌게 춤과 오르팅 도 예술가요’로 꾸민다. 후미 창법으로 부르는 노래뿐 아니라 비 빌게 전통 민속춤, 림베 목관악기 등을 즐길 수 있는 몽골의 가무악 무대다. 27일에는 조지아의 ‘이베리 콰이어(Iberi Chior)’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다성음악을 재현한다. 조지아 정교회 수도사들이 부르던 ‘천상의 하모니’를 감상할 수 있다. 강렬하고 기교가 돋보이는 캐럴, 찬송가, 전통 발라드를 노래한다.다음달 4일 공연에선 뉴질랜드 출신 배우와 뮤지션 4명으로 구성된 ‘모던 마오리 콰르텟’이 마오리족의 언어와 음악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들려준다. 전통의 매력과 현대 음악의 화려함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무대다. ‘와이아타(Waiata)’라고 부르는 마오리족의 구전 멜로디부터 팝까지 폭넓은 마오리족의 이야기를 연기와 음악으로 전달한다. 11일 폐막 무대는 아시아 전통음악 공동 작품을 위해 결성한 ‘아시아소리프로젝트 2019’(사진)가 장식한다. 한국을 비롯해 몽골과 베트남,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5개국의 젊은 음악가 아홉 명이 뭉친 프로젝트 팀이다. 문화공동체로서 아시아의 가치를 담은 창작 음악과 각국을 대표하는 전통음악을 연주한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실내악 그룹 ‘앙상블 오푸스’가 하이든, 슈만, 차이코프스키 등 고전과 낭만주의를 아우르는 명곡들로 가을 실내악 잔치를 연다. 다음달 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열리는 ‘세종 체임버 시리즈’ 가을 무대에서다. 2009년 창단된 앙상블 오푸스는 서울국제예술제 음악감독인 작곡가 류재준이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리더인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 등 국제적인 명성과 연주 능력을 갖춘 솔리스트들이 참여하고...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춘향가’ 예능 보유자인 신영희 명창(79·사진)이 16년 만에 국립극장 완창판소리 무대에 선다. 신 명창은 오는 21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판소리 ‘흥부가’를 만정제로 완창한다. 1942년 전남 진도에서 태어난 신 명창은 11세부터 부친 신치선 명창에게 수업을 받으며 판소리에 입문했다. 이후 안기선·장월중선·강도근&mi...
스위스에서는 살아있는 랍스터(바닷가재)를 끓는 물에 바로 넣으면 벌금형에 처해진다. 전기충격 등으로 랍스터를 기절시킨 뒤 조리해야 한다. 무척추 동물인 갑각류도 고등 신경계를 가지고 있어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받아들여 지난해 1월 개정한 동물보호법에 따른 것이다. 최훈 강원대 철학과 교수는 <동물 윤리 대논쟁>에서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 도덕적 지위의 기준이 된다”며 “그것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고통을 인지한다면 인종이나 성별뿐만 아니라 종에 상관없이 똑같이 대우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최 교수는 10년 넘게 집중적으로 동물 윤리를 연구해 왔다. <철학자의 식탁에서 고기가 사라진 이유> <동물을 위한 윤리학> 등의 전작을 통해서도 동물권에 대한 철학적 담론을 펼쳐왔다. 저자는 “동물 윤리 논쟁에서 철학 논증의 특성이 첨예하게 잘 드러난다”며 추상적인 철학적 사유가 현실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동물 윤리를 통해 풀어낸다.책은 도덕적 지위와 평등의 원칙, 기본권 등 기본적인 개념을 정리하고 원리를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인간은 인종, 성별, 지적 능력에 관계없이 평등하게 대해야 하고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동물도 종이 다르고 지능이 인간에 비해 낮지만 고통을 받으면 괴로워한다. 고통을 피하고 싶고,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며 불필요한 간섭을 받고 싶지 않은 것은 동물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저자는 ‘동물이니까’라고 별 의미 없이 취한 행동과 생각들을 보편적 법칙과 윤리적 논증을 통해 조목조목 지적한다.책은 인간이 동물을 먹는 ‘육식’과 동물이 동물을
“그저 좋은 연주자, 위대한 작곡가들의 충실한 종으로 기억에 남길 원합니다.” ‘바흐 스페셜리스트’ ‘베토벤 해석의 대가’라는 수식이 따라붙는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66)는 깔끔하고 완벽한 연주로 ‘피아니스트들의 교과서’라고도 불린다. 오는 11월 내한 공연을 앞두고 5일 서면 인터뷰로 만난 그는 “작가나 시인이 아니어서 바흐나 베토벤이 얼마나...
지난 2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해명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는 11시간 동안 이어졌다. 조 후보자의 지명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의 해명을 듣고 의견이 바뀌었을까. 후보자 지지층은 조 후보자의 잘못을 따지는 기자들의 지적에 공감했을까. <최강의 영향력>을 쓴 탈리 샤롯 런던유니버시티칼리지 뇌감정연구소 연구소장의 주장에 따르면 대답은 ‘노(no)’다. 지지자들은 조 후보자의 결백...
지난달 23일 그랜드오페라단은 창단 23주년을 기념해 롯데콘서트홀에서 ‘카르멘 인 콘서트’를 공연했다. 올해 창단 10주년을 맞는 수지오페라단도 ‘카르멘’을 택했다. 메조소프라노 나디아 크라스테바와 테너 빅토르 안티페코를 초청해 이달 2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갈라 콘서트로 선보인다. 민간 오페라단이 무대에 올리는 콘서트 오페라, 갈라 콘서트 공연이 늘고 있다. 뉴서울오페라단이 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콘서트 오페라 ‘돈 조반니’를 공연했고 라벨라오페라단도 지난달 21일 예술의전당에서 오페라 속 명곡들을 들려주는 ‘그랜드 갈라 콘서트’(사진)를 열었다. 좀 더 쉽게 대중에 다가가려는 시도지만 한편에서는 ‘쏠림’ 현상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도 나온다. 올 들어 민간 오페라단의 전막 오페라 제작 공연이 눈에 띄게 줄어들어서다. 올 하반기 서울에서 예정된 민간 오페라 공연은 오는 11월 라벨라오페라단의 ‘마리아 스투아르다’, 솔오페라단의 ‘카르멘’ 정도다. 상반기 공연도 지난 5~6월 ‘대한민국 오페라 축제’ 참가작들과 지난 3월 라벨라오페라단의 창작오페라 ‘검은 리코더’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이처럼 민간 오페라단의 전막 공연을 보기 어려워진 것은 막대한 제작비를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게 공연업계 추측이다.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기업 후원이나 협찬이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과 불황 여파로 줄어든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한 민간 오페라단 관계자는 “한 공연을 하고 다음 공연을 준비할 수 있는 재정적 상황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며 “콘서트 형태는 애호가들뿐 아니라 초심자들도 공연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방편
유망 피아니스트를 발굴하고 알리기 위한 클래식 축제 ‘열혈건반’이 다음달 8일부터 닷새간 서울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과 S씨어터에서 열린다. 젊은 피아니스트 8명이 선보이는 다섯 차례의 공연과 포럼이 마련된다. 세종문화회관과 영아티스트포럼&페스티벌이 공동으로 기획한 행사다. ‘열혈건반’은 다음달 8일 ‘더 듀오’ 공연으로 문을 연다. 지난해 한국인 최초로 리스트 국제피아노콩...
현대무용단 LDP(Laboratory Dance Project)가 안무가 정영두, 김동규, 김설진의 신작으로 구성된 ‘트리플 빌’을 오는 26~29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 올린다. 2001년 한국예술종합학교 현대무용 전공 출신자들이 창단한 LDP는 신선한 아이디어와 강렬한 에너지로 현대무용의 매력을 발산해왔다. 신창호, 차진엽, 김영진 등 많은 스타 무용수와 안무가를 배출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무용단으로 자리...
“돌아가기 전 원수를 갚아야지, 저 칼로 자라스트로를 죽여라. 그리고 함께 돌아가자.” 밤의 여왕이 말하자 파미나가 답한다. “자라스트로를 죽이라고요? 그분은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닥쳐!”라는 밤의 여왕의 외침과 함께 귀에 익은 ‘밤의 여왕 아리아’가 흘러나온다. 아리아는 독일어지만 대사는 한국어다. 모차르트(1756~1791)의 오페라 ‘마...
서울시립교향악단 ‘올해의 음악가’인 독일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사진)가 베토벤 곡들로 잇달아 국내 팬들과 만난다. 테츨라프는 오는 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미국 피츠버그 심포니의 수장 만프레드 호네크가 지휘하는 서울시향과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다. 테츨라프는 호네크의 피츠버그 심포니와도 베토벤 협주곡을 함께 연주한 경험이 있다. 이번 연주회는 호네크의 첫 내한 공연으로 말...
당신이 현재 65세 미만이라면 살아 있는 동안 수명의 ‘특이점’ 돌파를 경험할 수 있다. 50세 아래면 130세 이상까지 살 확률이 높다. 30세가 채 안 된다면 ‘수명 탈출 속도(longevity escape velocity)’에 올라타 영원한 삶을 누리게 될지도 모른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이 지난해 출간한 책에서 제시한 ‘미래지도’의 일부다. 사고사하지 않는 이상 시간이 무한히 연...
“김정은은 죽어야 해. 그것이 미국의 방식이야.” 소니픽처스가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암살을 소재로 제작한 풍자 코미디 영화 ‘더 인터뷰(The Interview)’에 나오는 대사다. 2014년 크리스마스, 이 영화 개봉을 앞두고 소니의 네트워크 시스템이 해킹당했다. 피싱 이메일을 뿌린 해커들은 관리자 권한을 얻어 회사 내부 시스템을 헤집고 다녔다. 중요한 데이터는 증발했고 은밀한 정보는 유출됐다. 미국...
2010년 중국은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중단했다.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영토분쟁에 대한 보복이었다. 희토류는 하이브리드카, 신재생에너지 부품 등 차세대 핵심 제품의 필수 소재다. 하지만 환경 및 채산성 등의 문제로 채굴이 쉽지 않다. 2010년 기준으로 희토류는 세계의 95%, 2019년 기준으로 80% 이상이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중국의 조치에 일본은 큰 충격을 받았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최근 일본...
지난 6월 러시아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 홀에서 제16회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 결선이 진행됐다. 결선 진출자 여섯 명 중 한 명인 김동현(20·사진)이 무대에 올랐다.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 솔로 도입 부분을 연주하려는 순간, 객석에서 갑자기 고성이 들려왔다. 러시아어로 크게 소리를 지른 사람은 금방 제지됐지만 객석은 술렁였고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표정도 굳었다. 당황한 눈들은 자연스럽게 김동현에게 쏠렸다. 정...
KB국민은행 Liiv(리브) 광고는 다양한 무대 장치가 동원돼 완벽한 촬영을 위해서는 모델들의 정확한 동선과 카메라 움직임의 조합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보통 광고 촬영 당일 짧게 리허설을 진행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하루 전 대역 모델과 함께 촬영 리허설을 철저히 했다. 본 촬영보다 리허설이 더 힘들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철저하게 준비했다는 후문이다. 리브를 통해 광고 영상도 먼저 공개했다. 방탄소년단의 성장이 기존 TV 등의 전통 채...
KB국민은행은 창립 17주년을 맞아 디지털 전환을 앞세워 ‘플레이 디지털 KB(Play Digital KB)’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이를 모티브로 혁신적인 디지털 금융 앱(응용프로그램) ‘Liiv’를 소개하기 위해 이번 광고를 만들었다. ‘리브 편의점 출금 서비스’는 간편뱅킹앱 리브(Liiv)를 이용해 카드 없이도 편의점 ATM기에서 24시간 언제나 무료로 현금을 인출할 수 있...
2억 원짜리 손목시계를 차고 세상에 하나뿐인 만년필로 계약서에 사인을 한다. 입회비 1억 원의 피트니스클럽에서 운동을 마치고 2억5000만원을 들여 인테리어한 주방에서 요리를 한다. 그리고 2000만 원짜리 이불을 덮고 잠을 청한다. <부의 시선>은 이런 일상을 보내는 ‘슈퍼리치’들을 삶을 가까이서 들여다본다. 경제 주간지 기자들이 저자로 나선 이 책은 슈퍼리치들의 시선을 따라 특별한 삶으로 안내한다. 파버카스...
“나는 방금 나의 초라한 악보를 주의 깊고도 엄격한 시선으로 다시 읽고는 깨달았다. 이 작품이 내가 다시는 찾을 수 없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에너지, 그리고 훌륭한 색채감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프랑스 작곡가 액토르 베를리오즈가 회고록에서 언급한 ‘이 작품’은 자신의 첫 오페라 ‘벤베누토 첼리니’다. 다음달 28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온 스크린 오페라’에서 2007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 선보인 오페라 ‘벤베누토 첼리니’ 실황을 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 베를리오즈는 16세기의 유명 조각가 겸 금 세공사 벤베누토 첼리니라는 인물의 일대기에서 영감을 얻어 오페라를 작곡했다. 총 2막의 오페라를 완성하는 데 꼬박 4년이 걸렸다. 1838년 첫 공연의 반응은 별로였지만 이후 오페라 ‘트로이인’과 ‘파우스트의 겁벌(damnation)’ 같은 작품들의 탄생에 초석이 됐다. 이번에 롯데콘서트홀에서 만날 수 있는 실황 영상에선 발레리 게르기예프의 지휘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필립 슈톨츨의 독특한 연출과 함께 그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최고의 화제작으로 관심을 모았다. 오페라 연출가일 뿐 아니라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로 활약한 그는 감각적인 무대에 청바지와 재킷 차림에 문신까지 한 벤베누토 첼리니를 무대에 올렸다. 독일 테너 부르크하르트 프리츠가 벤베누토 첼리니 역을 맡았고 라트비아 소프라노 마야 코발레프스카가 매력이 넘치는 첼리니의 연인 테레사 역을 노래했다. 첼리니에게 계속 도전하지만 언제나 당하기만 하는 라이벌 피에라모스카 역으론 프랑스 바리톤 로랑 나우리가, 교황 클레멘스 7세 역으로는 러시아 베이스 미하일 페
지휘자 함신익과 그가 이끄는 오케스트라 심포니 송이 오는 2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창단 5주년 기념 콘서트를 연다.2014년 8월 창단한 함신익과 심포니 송은 꾸준히 정기연주회를 선보여왔고 ‘천원짜리 콘서트’ 등을 통해 사회공헌 프로젝트도 해왔다. 이번 공연엔 영국 피아니스트 스티븐 허프가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제2번 연주의 협연자로 나서 의미를 더한다. 1983년 뉴욕 나움부르크 콩쿠르 우승 후 세계 무대에 오르고 있는 그는 영국 ‘더 이코노미스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식인 2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날 오케스트라는 베토벤 교향곡 제8번도 함께 들려줄 예정이다.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사진)가 다음달 19일 아트센터 인천에서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1~3번)을 선보인다. 그가 ‘영혼의 동반자’라고 칭한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와 함께하는 무대다. 정경화가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을 공연 프로그램으로 올리는 것은 24년 만이다. 1995년 이 프로그램으로 순회공연을 했던 정경화는 1997년 세계적 음반사인 EMI클래식에서 피아니스트 피터 프랭클과 녹음 작업을 했고 그 앨범으로 ...
짧은 설교를 준비한 젊은 신학생들이 녹음을 위해 근처에 있는 다른 건물로 이동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장소를 알려준 뒤 A그룹 신학생들에겐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서둘러라”고 지시했다. B그룹엔 “녹음 준비를 하기까지 몇 분의 여유가 있다”고 전했다. 지정된 건물로 향하는 길, 두 그룹의 신학생 모두 한쪽에 쓰러져 신음소리를 내고 있는 남자와 마주쳤다. ‘늦었다’는 얘기를 들은 학생 그룹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민 사람의 비중은 10%였다. 반면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학생 그룹에선 이 수치가 63%로 올라갔다.미국 심리학자 존 달리와 대니얼 뱃슨이 ‘착한 사마리아인’ 우화에서 힌트를 얻어 실행한 실험이다. 신약성서에 나오는 ‘착한 사마리아인’ 우화는 강도를 당해 쓰러져 있는 유대인을 보고 상류층인 제사장과 레위인은 모두 그냥 지나쳤지만 유대인과 적대 관계였던 사마리아인이 그를 구해줬다는 이야기다. 실험 결과로 우화를 해석하면 제사장과 레위인은 너무 바빴고 사마리아인은 상대적으로 덜 바쁜 상황이었을지 모른다.<사람일까 상황일까>는 인간의 생각과 태도, 행동이 사회 환경에 따라 어떻게 바뀌는지를 파고든다. 동서양의 차이를 설득력 있게 그려낸 <생각의 지도>로 유명한 리처드 니스벳 미시간대 심리학과 석좌교수와 ‘기본적 귀인 오류’라는 사회심리학의 개념을 만든 리 로스 스탠퍼드대 심리학 교수가 함께 쓴 책이다.미국에서는 1991년 출간됐다. 2011년 출간 20년을 맞아 개정판까지 나온 책이 한국엔 이제야 소개됐다. 번역을 한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가 언급한 대로 “훌륭한 책이긴 하지만 읽기 쉬운 책은
전기자동차를 타고 출근하는 길, 유리에 장착된 투명 스크린에는 최적의 경로 안내와 함께 숙취 드링크 광고가 뜬다. 버튼을 누르면 그 음료가 회사 사무실로 배달돼 있다. 회사에선 홀로그램으로 중국인과 화상 회의를 하고 중국어는 자동 번역된다. 점심시간엔 대장암 발병 확률 정보가 입력된 스마트폰이 대장암 예방에 도움이 되는 메뉴를 보유한 근처 음식점을 알려준다.2011년에 한 미래학자가 예측한 2015년 우리의 일상이다. 시나리오상의 시간보다 4년이 더 지났지만 여전히 아직 먼 이야기다. 전치형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와 홍성욱 서울대 생명공학부 교수가 쓴 <미래는 오지 않는다>는 제목에 미래는 우리가 예상했던 대로의 모습이 아니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미래는 그만큼 불확실하고 불완전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약속된 시점이 와도 ‘제시한 미래’가 조금씩 멀어지는 모습에 저자들은 “미래가 계속해서 유예되고 있다”고 표현한다.그럼에도 책은 미래에 대한 통찰과 논쟁이 오늘을 더 낫게 바꿔줄 것이라는 기대를 기반으로 과학기술의 의미와 가치를 짚어본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을 입증하게 해준 에딩턴의 개기일식 관찰부터 로버트 오언의 유토피아 공동체, 테크노크라시 운동과 하이테크 유토피아 등의 사례를 들어 기술을 통해 미래를 내다보는 방식을 설명하고 기술은 예측이 가능한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미래 예측의 형태와 방향이 현재의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상황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지도 살펴본다. 저자들은 미래는 설정하는 게 아니라 해석과 비판, 논쟁이 필요한 하나의 담론이고 중요한 것은 예언이 아니라 과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로 이름을 알린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2016년 바그너, 2017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에 이어 올해 선택한 작곡가는 쇼스타코비치다. 지난 4월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6번으로 ‘쇼스타코비치 시리즈’의 막을 올린 부천필이 다음달 교향곡 12번과 10번을 잇달아 선보인다. 말러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진 쇼스타코비치(1906~1975)는 현대음악의 기본이 되는 ‘무조주의’와 &...
“바흐의 음악과 함께한다는 건 인생의 장마다 가장 친한 친구를 두는 것과 같습니다. 멋진 인생의 동반자이자 힘든 고비를 넘길 때 도움이 되는 존재죠. 그런 의미에서 바흐는 제게 집(home)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만 태생의 미국 첼리스트 요요마(64)가 다음달 8일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 야외무대에서 열리는 ‘요요마 바흐 프로젝트’로 한국을 찾는다. 그는 6곡 36개 악장으로 구성된 &...
"슈베르트의 즉흥곡은 영적인 분위기에 사색적인 곡이라, 쇼팽 전주곡은 다양한 색채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골랐어요" 선우예권(30·사진)은 어느 때보다 선곡에 공을 들였다. 오는 26일 서울 명동대성당 대성전에서 열리는 독주회 프로그램이다. 이날 공연의 티켓 가격은 전석 3만원이지만 연주자인 선우예권이 받는 돈은 없다. 한국의 유망주 피아니스트들을 응원하기 위해 마련한 멘토링 프로젝트여서다. 선우예권은 &ls...
“잘한다고 알려진 북한 피아니스트를 초대했는데, 오래 기다렸지만 결국 성사가 안 됐습니다.” 지난 18일 ‘정명훈&원코리아오케스트라 정기 연주회’가 열린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피아노 앞에 앉은 지휘자 정명훈은 1부 연주가 끝나고 앙코르곡을 기다리는 관객들에게 직접 얘기를 꺼냈다. 그는 “한 달 전에 갑자기 나보고 대신 연주하라고 해서 할 수 없이 하게 된 것”이라며 ...
유니버설발레단이 올해 창단 35주년을 기념해 창작발레 ‘춘향’(사진)과 ‘심청’을 오는 10월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연이어 올린다. 두 작품은 한국의 고전을 서양의 발레로 담아낸 유니버설발레단의 대표작이다. 10월 4일부터 사흘간 공연하는 ‘춘향’은 유병헌 유니버설발레단 예술감독의 안무로 2007년 초연했다. 성춘향과 이몽룡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차이코프스키의 곡으...
“부(富)란 사람이면 누구나 좋아하는 맛 좋은 생선회나 구운 고기와 같은 것이다.” “부유하면 덕이 모여들고 가난하면 악함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고개를 끄덕일 만한 얘기지만 배경이 270여 년 전 조선시대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유교 사상을 기반으로 한 조선시대엔 물욕을 좇는 것을 천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양반들이 상업을 무시하고 청빈한 생활을 자랑스러워하던 1750년 무렵, 이재운(1721~1782...
2000년대 초 아마존은 종이책 수백만 권의 전자 정보를 수집했다.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갖췄지만 중복 게재된 목록에 오탈자와 업데이트되지 않은 정보들이 뒤섞여 있었다. 이를 수정하고 정리하기 위해 아마존은 계약직 직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사용자가 증가하고 상품이 다양해지면서 일거리는 계속 늘었다. 2005년 아마존은 아마존에 계정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잘못된 정보와 오류를 수정할 수 있는 웹사이트 ‘아마존 미케니컬터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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