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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사람들은 나라 이름을 ‘튀르키예(T rkiye)’라고 부르는 걸 좋아한다. 튀르크의 주인 혹은 튀르크의 땅이란 뜻이다. ‘튀르크’라는 종족이 역사에 처음 등장한 것은 6세기 중반 중앙아시아에서 세력을 떨친 돌궐족이다. 터키 역사교과서는 돌궐이 제국의 모습을 갖춘 559년을 자신들의 건국 역사로 가르친다. 1959년에는 건국 1400주년 행사를 열기도 했다.서돌궐의 후예인 튀르크계 오구즈족이 1299년 현재의 터키 지역에 세운 왕조가 오스만제국이다. 이들은 1453년 콘스탄티노플을 함락해 동로마제국을 멸망시킨 것을 비롯 약 4세기 동안 중부 유럽과 중동, 북아프리카 지역 등 지중해 연안 대부분을 지배하는 대제국을 건설했다.오스만제국은 18세기 이후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했는데 1783년 러시아에 크리미아를 뺏겼고 19세기 들어서는 그리스 루마니아 세르비아 몬테네그로를 차례로 잃었다. 1908년에는 불가리아가, 1912년에는 알바니아가 독립했다. 터키가 ‘이류 국가’로 전락한 결정적인 계기는 1차 세계대전이었다. 독일 편에 섰다가 패전했고 전후 아라비아 지역의 여러 영토를 잃었다.터키의 근대화는 1923년 케말 아타튀르크를 대통령으로 한 터키공화국이 탄생하면서 시작됐다. ‘케말 파샤(사령관이란 뜻)’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케말 아타튀르크는 아랍 문자 대신 라틴 문자를 쓰게 하고 이슬람의 역할을 줄이는 등 터키 사회에서 종교의 영향을 축소하려고 노력했다. 터키는 2차 세계대전 막바지인 1945년 2월 독일, 일본에 선전 포고를 하면서 서방의 편에 섰다.터키는 지정학적으로 유럽과 아시아의 중간에 있고 많은 이슬람 국가들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그에 따라
레이더(radar)는 전자기파(電磁氣波)를 방사한 뒤 표적에서 반사된 신호를 수신해 표적의 위치, 이동방향, 속도 등의 정보를 탐지하는 장비다. 적 비행기의 영공침투를 감시하고 아군의 전투기, 방공포 등 대공무기를 통제하기 위해 2차 세계대전 중에 개발됐다.레이더는 방어체계에서 ‘눈’의 역할을 하는 막강한 무기다. 영국이 전력 열세에도 불구하고 영국 본토 항공전에서 독일에 지지 않은 것, 또 독일 U보트와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은 것이 모두 레이더 덕분이었다. 태평양에서 레이더로 무장한 미국 해군은 일본 해군을 압도할 수 있었다.현대전도 레이더가 승부를 가른다. 레이더가 장착되지 않은 전투기는 조종사가 적기를 볼 수 있을 때까지 레이더 부대가 직접 관제를 해야 했다. 20세기 말부터 실전배치된 F15 같은 전투기들은 자체 레이더로 수십㎞ 밖의 적기를 탐지해 교전할 수 있다. 현존 세계 최강 전투기로 꼽히는 F22 랩터의 경우 자체 레이더로 370㎞ 밖 전투기를 탐지한 기록도 있다.민간 분야에서도 레이더 활용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기상레이더는 빗방울이나 눈송이로부터 반사되는 반사파의 전력 밀도를 측정해 해당 지점의 비구름 정도를 측정하고 강수량을 예측한다. 골프 중계에서 선수가 공을 치자마자 공이 떨어지는 지점을 예측하는 곡선이 그려지는 방송화면을 볼 수 있는데, 이 역시 레이더를 이용한 것이다. 공이 맞는 순간부터 각종 정보를 레이더가 수신하는 동시에 이전 데이터와 조합해 낙하지점을 예측한다. 적진에서 발사된 미사일의 궤도를 추적하는 원리와 같다.문제는 레이더에서 나오는 전자파의 유해성 여부다. 1980년대부터 각종 전자기기 등에서 나오는 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대기업의 ‘서든 데스(sudden death)’를 언급했다. 계열사 최고경영진 40여명이 참석한 확대경영회의 자리에서였다.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그룹조차 ‘갑작스러운 죽음’을 얘기해야 할 정도로 세상의 변화는 예측하기 어렵다.최근 수년 사이 전 세계 비즈니스맨에게 가장 충격을 준 것은 2011년 노키아의 추락이었다. 2005년 세계 최고의 필름메이커 아그파의 도산도 마찬가지였다. 덩치 큰 대기업은 큰 파도에도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이렇게 가면 한 번에 간다.새로운 사업 기회를 눈 뜬 채 놓치고 어느날 갑자기 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기업은 위험하다. 문제는 이런 위험이 각 회사의 역량에 달린 게 아니라는 점이다. 대기업 자체가 이런 위험에 노출돼 있다. 반기업 정서와 대기업 규제는 말할 것도 없다.성공이 부르는 '갑작스런 죽음'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오는 최근 20년 사이, 놀라운 성공을 거둔 신생 업체들이 나타났다. 구글, 페이스북, 알리바바, 우버, 에어비앤비, 카카오, 티켓몬스터, 배달의민족, 직방 등은 전부 기존 사업의 밖에서 나타난 기업들이다. 아무런 기반도 없는 이런 신생 회사가 순식간에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그보다는 수만배나 많은 인재와 자본을 갖고 있는 대기업이 헤매는 이유는 무엇일까.전문가들은 대기업에 이미 자리잡은 경영시스템과 성공 경험에 기반을 둔 관행이 이런 도전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좋은 아이디어가 대기업에서 먹히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업 초기에는 아무리 괜찮아 보이는 아이템이라도 시장 규모를 예측하기 어렵다. 수익성은 수년간 불확실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태의 초기 비즈
“어둠이 우리를 에워쌌다. 바이올린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율리에크의 영혼이 바이올린 활이 된 것 같았다. 이루지 못한 그의 희망이, 숯처럼 새까맣게 타버린 과거가. 사라져버린 그의 미래가.”어제 타계한 유대계 미국 작가 엘리 위젤(1928~2016)이 1954년에 쓴 회고록 《나이트(night)》의 한 대목이다. 이 책은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기록한 가장 중요한 저작물의 하나다. 고 김수환 추기경이 애독한 책으로도 유명하다. 위젤은 이 책을 비롯한 50여권의 저작과 국제적인 활동 등을 통해 인종차별 철폐와 인권신장을 위해 노력했고 이 활동을 인정받아 1986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위젤은 루마니아에서 태어나 15세 때 부모와 누나, 여동생들과 함께 아우슈비츠에 끌려갔다. 고통과 공포 앞에서 신앙도 부모도 가족도 다 잃고, 분노도 복수심도 모두 버리고, 결국 먹을 것에만 매달리는 인간의 밑바닥을 경험했다. 그는 수용소에 끌려간 첫날 밤 “살고자 하는 마음을 영원히 앗아간 밤의 침묵”(77쪽)에 압도 당하고 절망했다.수용자들에게 공포심을 주기 위해 어린 소년들을 공개처형하는 장면을 보면서, 빵을 더 먹기 위해 아버지를 죽이는 아들을 보았을 때 위젤은 신을 향한 회의와 절망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다. 어느날 깊은 밤에 울려퍼진 바이올린 소리는 유대인들에겐 연주가 금지된 베토벤의 곡이었다. 연주하던 소년은 밤을 넘기지 못하고 주검으로 변했다.수용소에서 가족을 모두 잃은 그는 전쟁이 끝난 뒤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언론인으로 일했다. 1960년대부터는 미국에서 활동했다. 그는 인권 문제에 관한 한 적극적인 개입만이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중립은 희생자에게는 아
여름철의 반갑지 않은 손님, 장마가 찾아왔다. 제주와 남부지방에선 어제부터, 중부에선 오늘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비가 적은 ‘마른 장마’였지만 올해는 평년 수준이라고 하니 약 32일간 350㎜ 정도 비가 내릴 모양이다. 2014년엔 장마철 동안 158.2㎜밖에 안 내려 전국적인 물 부족 현상을 겪었고 작년에도 240.1㎜에 불과했다.장마는 여름철 직전 한반도 근처에서 생겨나는 독특한 기상 현상이다. 온도차가 큰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서진하고, 습기가 많은 오호츠크해 고기압이 남하해 6월 중순께 한반도 근처에서 만나 장마전선(rain front)을 형성한다. 습기 많은 이 전선이 한 달여를 머물면서 날이 흐리고 자주 비가 오게 되는데 이것이 장마다.지난 2년 동안은 엘니뇨 현상 때문에 북태평양 고기압이 남쪽에 처져 있으면서 장마전선을 북쪽으로 밀어올리지 못해 비가 적었다고 한다. 기상청은 2009년부터 장마 종료 시점과 장마 기간 강수량을 예보하지 않고 있다. 장마전선이 없어진 뒤에도 집중 호우가 내리는 날이 많아 장마 기간 자체가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최근 수년간 비가 적어서였기도 하지만, 아파트 거주가 늘어나면서 생활여건이 개선된 덕분에 장마철이 불편하다는 걸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그러나 중년 이상들에게 장마철은 눅눅했던 기억뿐이다. 곰팡이 냄새 나는 방안에서 잘 때마다 작은 벌레가 스물스물 온몸을 기어 다니는 듯했다. 한 달 내내 습기 때문에 빨래가 마르지 않았고, 노인들은 신경통이 도져 끙끙거린다. 집집마다 천장은 온통 비가 새 양동이를 방에 들여놓기도 했고, 우산이 부족해 아이들끼리 아침마다 싸움도 잦았다.
인구총조사를 뜻하는 센서스(census)라는 말은 로마시대의 감찰관(censor)에서 유래했다. 당시 세금 징수를 위한 인구조사를 감찰관이 담당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예수가 마구간에서 태어난 것도 센서스 때문이다. 루가복음에 따르면 로마제국이 인구조사를 하면서 사람들에게 모두 고향에 돌아가 등록하라고 명령했기 때문에 요셉과 마리아는 베들레헴으로 갔다. 고향이지만 머물 곳이 없어서 남의 집 마구간에서 예수를 낳았다는 것이다. 당시 로마가 인구조사를 했느냐 안 했느냐를 놓고 지금도 많은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우리나라에서 근대적 기법을 갖춘 인구총조사가 실시된 것은 1925년이다. 이후 5년마다 조사해 왔는데 1960년부터 주택 관련 조사도 같이 하면서 인구주택총조사가 됐다. 지난주부터 시작돼 다음달 22일까지 계속되는 경제총조사(Economic Census)는 인구총조사에서 파생했지만 현대적 의미는 더욱 큰 센서스다.1인 이상의 사업체 450만곳을 전수조사해 우리나라 전체 산업에 대한 고용, 생산, 투입 등의 구조를 파악하게 된다. 인터넷 조사를 기본으로 하지만 방문 면접을 위해 전국에서 2만2000명의 조사요원이 동원되고 예산도 650억원이나 투입된다. 1955년부터 시작된 산업총조사, 1968년 이후 해온 서비스업총조사를 통합해 2011년 제1차 경제총조사를 했고 이번이 두번째다.경제총조사에서 가장 앞선 나라는 미국이다. 제조업총조사를 한 18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기에는 연방보안관들이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무엇을 얼마나 생산하는지 물었다. 1905년 제조업총조사가 인구총조사와 분리돼 처음 실시됐고, 1954년에 현대적 의미의 통합 경제총조사가 법제화됐다.정부가 대대적인 홍보
이 정부에서도 규제개혁이 실패로 끝날 모양이다. ‘손톱 밑 가시’니 ‘규제 단두대’니 했던 말의 성찬이 있었을 뿐이다. 대통령이 다섯 차례나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주재했고, 민간이 참여하는 규제개혁위원회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지만 도대체 와 닿는 성과가 없다.신산업의 경우는 네거티브 방식, 즉 원칙적으로 허용해 주고 안 되는 것만 명시하는 방식을 도입한다고 했지만 그렇게 되고 있는 곳은 없다. 지역을 정해 드론(무인항공기) 같은 특정 산업은 규제가 아예 없도록 하겠다는 ‘규제 프리존’ 계획도 관련 법이 20대 국회 들어 이제 재발의됐다고 하니 그 속도가 한심할 뿐이다.'적극행정 면책' 실효 있겠나규제가 안 풀리는 이유는 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돼서도 아니고, 해당 장관들의 능력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감사에 있다. 감사원 정책감사, 부처 자체감사, 국정감사 등 공무원들이 눈치 볼 감사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감사 대상이 되면 본인은 물론 가족들 금융계좌까지 조사받아야 할 때도 있다. 동료들도 ‘뭔가 있나 보다’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이기도 한다.공무원들은 정년까지 일하고 싶다. 연금도 받아야 한다. 승진을 안 해도 좋으니 징계만 피하자는 ‘위험 회피’는 어쩌면 합리적인 판단이다. 일선 공무원들이 이렇게 감사나 징계를 겁내 소극적으로 행정을 처리하는 것을 ‘행태규제’라고 부른다.법에 있는 대로, 늘 해 오던 대로 하는 처리는 감사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법이 아직 없는 신산업에서 새롭게 인허가를 내주는 행위는 감사 대상이 된다. 이해관계자들이 많을수록 민원과 투서가 따르게 돼 있어 더욱 그
경영이론들은 대부분 성공한 기업 사례를 분석하고 그 공통점을 조합해 만든 것이다. 그대로 따라 한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될 리 없다. 많은 기업들이 혁신에 실패하고 결국 경영이론을 무시하게 되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그러나 경영이론들이 공통적으로 주는 메시지는 분명히 있다. ‘포화된 시장이란 없다’는 것이다.시장은 항상 꽉 차 있는 듯하다.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더 내놓을 게 없어 보인다. 그러나 세상을 뒤바꾼 혁신 기업들은 소비자들도 잘 모르던 제품과 서비스로 기존 시장 질서를 파괴하고 마침내 시장의 상당 부분을 장악했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를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라고 정의했다.'시장 포화'라는 건 핑계일 뿐나라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지고, 잘나가던 업종들도 구조조정의 칼날 아래 놓이고, 최고의 대기업들도 허리띠를 졸라매는 원가 절감에 나설 때 누가 새로운 투자를 하고, 기존에 없던 서비스를 하려고 하겠는가. 그런데 파괴적 혁신은 이런 성숙기·정체기에 갑자기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조립식 컴퓨터를 생산한 델컴퓨터, 원목가구 같은 컬러와 실용 디자인으로 승부한 이케아, 저가 마트를 개척한 월마트와 알디, 화장품 가격 거품을 뺀 미샤와 페이스샵, 저가 휴대폰업체인 중국의 샤오미, 제조직매형의류(SPA)라는 카테고리를 만든 일본의 유니클로 등이 그런 파괴자들이다.파괴적 혁신이 통하는 논리는 이렇다. 대개의 기업들은 기존 시장을 유지하기 위해 개선에 몰두한다. 부가 기능과 서비스를 계속 늘리고 가격은 자꾸 올라간다. 소비자들은 불만이 있어도 할 수 없이 추가 가격
세계적인 배우 앤젤리나 졸리는 2013년 유방 절제 수술을 받았다. 2014년에는 난소도 절제했다. 유전자 검사 결과 암에 걸릴 확률이 아주 높게 나왔기 때문이었다. 이후 세계에서 여성의 유전자 검사 건수가 급증했다. 의학계에서는 이를 ‘앤젤리나 효과’라고 부른다.유전자는 각 개인의 체질적 특성 정보를 기억하는 세포 단위다. 19세기부터 연구가 시작됐지만 방대한 유전자의 특성 때문에 인간이 풀기 어려운 ‘신의 영역’ 정도로 인식됐었다. 그러다 1990년부터 15년간 30억달러가 투입된 ‘인간 게놈(Genome) 프로젝트’가 완료되면서 유전자 분석 연구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특히 2014년에는 일루미나라는 회사가 신형 유전자 분석기를 개발하면서 ‘1000달러 게놈 시대’가 열렸다. 스티브 잡스가 2011년 췌장암 치료 중 유전자 분석에만 쓴 돈이 10만달러였던 것에 비하면 누구라도 자신의 유전자를 분석해볼 수 있는 대중화 시대의 개막이었다.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바이오기업도 속속 등장했다. 미국 바이오기업 23앤드미는 분석키트에 자신의 침을 받아 보내면 질병부터 약물 반응, 알코올 민감도, 체중 등 다양한 유전 정보를 분석해준다. 서비스 가격은 99~199달러에 불과하다. 일본에서는 라쿠텐 등 온라인몰에서 피부, 비만 등 유전자 검사 키트를 구입할 수 있다.유전자 분석으로 졸리처럼 자신이 걸릴 가능성이 높은 질병을 미리 알 수 있다면 효과적으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다. 보험도 선택적으로 들 수 있다. 물론 신생아 유전자를 검사해 선별적으로 출산하게 되는 등 생명 경시 우려도 분명히 있다. 나치 등의 ‘인종청소’에 빌미를 제공한 우생학의 망령
미국에서 대통령의 유머는 국민들과의 거리감을 없애는 최고의 덕목으로 지도자의 능력에 속한다. 레이건은 1981년 괴한의 총을 맞고 수술실에 실려갔을 때 의사들에게 “여러분이 공화당 지지자였으면 좋겠는데…”라고 조크를 던졌다. 당시 미국 언론은 “레이건이 유머로 국민을 안심시켰다”고 평했다.백악관출입기자단 연례만찬은 미국 대통령이 유머감각을 뽐내는 공식적인 자리다. 백악관출입기자협회(WHCA)가 주최하는 이 행사는 1920년부터 매년 4월 마지막 토요일에 열리고 있다. 여야 정치인뿐만 아니라 할리우드 스타, 연예인 등이 참석하면서 최근에는 지나치게 행사가 커지고 원래 취지가 변질됐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주말 여덟 번째이자 마지막으로 이 행사에 참석해 30여분간 연설하며 2600여명의 청중을 웃겼다.한창 경선 중인 대선 후보들이 도마에 올랐다. 오바마는 트럼프의 외교경험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며 “트럼프는 수년 동안 숱한 세계 정상을 만났는데 무슨 걱정이냐?”고 반문했다. 오바마가 그 정상들을 하나씩 예로 들면서 박장대소가 쏟아졌다. “미스 스웨덴, 미스 아르헨티나….” 1990년대 미스유니버스 조직위를 인수해 미인대회를 주최한 트럼프를 비꼰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에 대해서는 “이제 막 페이스북 계정을 만든 이웃집 아줌마 같다”면서도 “내년에는 이 자리에 설 ‘그녀’가 누굴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해 은근한 지지를 보냈다.행사장에 참석한 샌더스에 대해서는 ‘민주당의 빛나는 새 얼굴’이라며 칭찬하는가 싶더니 ‘동무(comrade)’라고 불러 그의 사회주의 성향을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달 1~3일 이란을 국빈 방문하기로 하면서 이란과 수도 테헤란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우리 대통령의 이란 방문은 1962년 수교 이후 처음이다.테헤란은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있는 거리 이름 덕분에 친숙한 지명이다. 1977년 당시 테헤란시장이 서울을 찾았을 때 서로의 도시명을 지명으로 쓰기로 하면서 이뤄진 일이다. 삼릉로가 이때 테헤란로로 이름을 바꿨다. 테헤란에도 서울로와 서울공원이 있다.테헤란은 고대 페르시아 말로 ‘더운(Teh) 땅(ran)’이란 뜻이다. 실제 테헤란 날씨는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이 특징적이고 연간 강수량이 200㎜에 불과하다. 중동 하면 연상되는 사막에 있는 도시가 아니라 1200m의 고원에 있고 스텝기후에 속한다. 도시 남쪽에는 사막 지대가 펼쳐져 있지만 북쪽으로 10분 정도 차를 타고 가면 해발 3800m 부근 스키리조트를 만날 수 있다. 도시 북부에 고급주택지가 있고, 서민은 주로 남부에 산다.작은 도시였던 테헤란은 1795년 카자르 왕조의 모하마드 칸 아자르가 이곳에서 즉위하면서 수도가 됐다. 1925년엔 팔레비왕조로 바뀌었고, 팔레비1세는 페르시아였던 국호를 1935년 이란으로 바꿨다. 2차 세계대전 중인 1943년에는 미국의 루스벨트, 영국의 처칠, 소련의 스탈린 등 연합군 수뇌가 모여 ‘테헤란 회담’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결정됐다.전쟁 후 팔레비2세가 근대화를 추진하면서 고레스탄 궁전과 옛 테헤란 지역의 여러 건물 및 성벽 등을 철거하고 신시가지와 신식건물을 지으면서 역사적 건물이 많이 사라졌다. 이라크와의 전쟁 때 이라크의 스커드 미사일 공격으로 또 역사적 건축물이 다수 파괴됐다. 일부 이슬람 종교시
국제기구의 ‘권고’가 정답처럼 여겨지던 시절, OECD는 한국의 규제개혁에 대해 이렇게 권고했다. “한국 정부는 ‘빅딜’ 같은 시장 개입적인 정책 대신 전통적인 경쟁정책을 엄격히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OECD는 보고서에 ‘포괄적인 권고사항’ 몇 가지를 추가했다. 양적 목표에 매달리지 말고 규제개혁을 신속히 이행할 것과 △규제영향평가제 도입 △소비자 위주 경쟁정책 추진 △중소기업 보호정책 폐지 등이었다. 2000년 6월의 일이다.이후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모든 정부가 규제개혁을 외쳤다. 특히 이 정부 들어서는 대통령이 소위 끝장토론을 벌여가며 ‘손톱 밑 가시’ ‘규제는 암덩어리’ ‘규제는 원수’ 등의 유행어도 쏟아냈다. 정부를 이어가며 십수년째 ‘규제와의 전쟁’을 벌인 셈인데, 안타깝게도 성공한 정부가 없다.저성장, 고실업 해결할 돌파구최근 사례만 봐도 서울반도체가 1, 2공장을 연결하는 180m짜리 터널을 뚫는 데 10년이 걸렸다. 환경, 도시 규제를 뚫는 데 걸린 시간이다. 푸드트럭은 합법화 2년째지만 전국에 100여대 남짓만 운영되고 있다. 지자체 허가라는 걸림돌을 넘지 못해서다. 둘 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해결을 지시한 사안인데도 이 정도다.OECD가 1990년대 규제개혁을 화두로 꺼낸 것은 세계 주요국이 성장률 둔화와 높은 실업률 문제에 직면한 원인을 정부 규제로 봤기 때문이다. 지나친 정부 규제가 기업의 적응 능력을 저하시키고 구조적인 실업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결론이었다. 이 분석은 지금의 한국에도 그대로 유효하다.사실 규제는 한 번 만들어지면 없애기 어렵다.
전쟁이나 전투에서 패자가 항복할 때는 무기를 버리고 무릎을 꿇은 채 두 손을 든다. 저항이나 도주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무릎은 대부분의 몸무게를 지탱한다.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신체의 부자유를 스스로 선택한 것으로 어떤 굴욕도 감내하겠다는 체념의 의미다. 병자호란에서 패배한 인조는 삼전도에서 청 태종에게 삼배구고두(三拜九叩頭)의 예를 행해야 했다. 3번 절하고 9번 머리를 조아릴 때마다 무릎을 꿇어야 했으니 치욕적인 항복례였다.무릎꿇기는 진심 어린 참회의 표현이기도 하다. 1970년 폴란드 바르샤바 게토를 찾은 빌리 브란트 당시 서독 총리는 비가 내리는 속에서 유대인 추념비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의 방문을 정치적 이벤트 정도로 폄하하던 폴란드인들도 이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한다. ‘브란트의 무릎꿇기(Brandt Kniefall)’로 불리게 된 이 사건에 당시 한 헝가리 언론은 “무릎을 꿇은 것은 브란트 한 사람이지만 일어선 것은 독일 민족이었다”고 평했다.절대자 앞에 모든 것을 맡긴다는 뜻으로 기도할 때 무릎을 꿇는 종교도 많다. 그런데 오래 무릎을 꿇는 것은 고통스럽고 특히 중년 이상에겐 건강에도 치명적이다. 그래서 미국에선 21세기 들어 가톨릭 미사 도중 신자들이 무릎 꿇는 행위를 놓고 찬반양론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레스토랑이나 항공사에선 손님과 눈높이를 맞춘다는 명분으로 한쪽 무릎을 꿇고 주문을 받기도 한다. 애완견이 주인에게 귀여움을 받으려고 애교 부리는 모양과 비슷하다 해서 ‘퍼피독(puppy dog) 서비스’라고 부른다.한국 사회에서 무릎꿇기는 굴욕이란 의미가 너무 강하다. 체벌이 있던 학창
기계식 시계가 등장한 것은 13세기 후반 유럽에서였다. 도시마다 대성당이나 광장에 기계식 시계를 설치하는 경쟁이 붙었다. 15세기 들어 독일에서 회중(懷中)시계가 발명되면서 개인도 시계를 갖게 됐다. 태엽기술이 적용됐는데, 더 정확한 시계를 만들기 위해 제작 기술이 발달하는 계기가 됐다. 시계는 근대정신의 상징이다. 사람들은 해가 지고 달이 뜨는 우주의 섭리를 시계를 통해 확인하고 그 원리를 인간이 계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1656년 추시계가 등장하면서 시계의 정확성은 더욱 발전했다. 진자의 왕복이 동일한 시간에 이뤄진다는 원리를 바탕으로 개발된 추시계는 그러나 흔들리는 배 위에서는 쓸모가 없었다. 해양 개척에 나선 영국은 1714년 엄청난 상금을 내걸고 해상시계를 공모했다. 1735년 당시 42세의 목수이자 시계공이던 존 해리슨이 캐비닛 크기만 한 해상시계 H1을 만들어냈다. 3년간 검증한 결과 하루 오차는 5초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심사위원들은 ‘배우지도 못한 목수의 우연한 발명’이라며 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해리슨은 포기하지 않고 개발을 거듭해 66세가 되던 해 무게 1.4㎏, 지름 13㎝짜리 해상시계 H4를 완성했다. 상금은 그가 죽기 3년 전에야 받았다고 한다. 대영제국의 해양개척 역사는 시계와 함께 꽃피운 셈이다.현대적 손목시계를 상업화한 것은 ‘왕실의 보석상’ 루이 프랑수아 카르티에였다. 친구인 브라질 비행사 산토스 뒤몽이 “조종하면서 회중시계를 꺼내보는 게 불편하다”고 하는 말을 놓치지 않았다. 모서리를 살짝 둥글게 처리한 사각형 모양의 손목시계를 그를 위해 만들었고 1911년 일반 판매를 시작했다. 지금도 ‘까
네덜란드 룩셈부르크와 함께 베네룩스 3국으로 불리는 벨기에는 경상남북도만 한 크기의 작은 나라다. 200여종이나 되는 맥주, 세계적인 맛을 자랑하는 초콜릿이 유명하다. 화가 루벤스의 조국이고 만화 스머프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오줌싸개 동상이 있는 수도 브뤼셀은 1993년 출범한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곳이다. 인구 1120만명에 1인당 GDP가 4만6877달러(2013년)나 되는 선진국이다.프랑스, 독일과 국경이 닿아 있고 영국과는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수많은 외침에 시달렸다. 특히 1, 2차대전 때는 독일군에 완전히 점령된 최대 피해지였다.며칠 전 브뤼셀공항과 지하철역에서 200여명의 사상자를 낸 폭탄테러가 발생하면서 어떻게 이런 선진국이 테러리스트 소굴이 됐는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 원인은 행정 불안에 있다. 벨기에는 작은 나라지만 지역과 언어가 나눠져 갈등이 심하다.북쪽 플랑드르 지역에 사는 ‘플라밍’들은 전 국민의 57%로 네덜란드어를 쓴다. 남쪽 왈로니아지역에 사는 ‘왈롱’은 인구의 32% 정도인데 프랑스어를 사용한다. 1%밖에 안 되지만 독일어를 공용어로 쓰는 지역도 있다. 지방 정부가 워낙 강해 1993년 출범한 연방정부가 힘을 못 쓰고 있다. 2010~2011년엔 541일간 장관들이 없는 ‘무내각’ 상태가 된 적도 있다.지방정부가 강력하다 보니 경찰도 6개 행정조직마다 다른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행정이나 치안은 불안한데도 도시는 국제적인 개방도시다. 테러리스트들이 언제든 열차를 타고 유럽 어느 곳이든 도주할 수 있다. 벨기에는 특히 밀항도 비교적 쉬워 불법 난민, 이민자들이 더욱 몰려들고 있다. 테러리
대기업 A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회사의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 사내 아이디어 경진대회를 열었다. 아이디어가 쏟아졌고 대상 수상팀이 낸 모델은 기대 속에 사내벤처로 출범했다. 그런데 1년이 못 가 사내벤처가 문을 닫았다. 담당 임원이 사사건건 간섭해서였다. 이후 아이디어 창의성 상상력 등은 이 회사에서 ‘금기어’가 되고 말았다.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파고에 대처하지 못하면서 상상력의 바닥을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자신 있는 신사업이 없으니 중소기업은 보호와 지원 정책에, 대기업은 이익이 보장되는 면세점 특허권 등에만 목을 맨다. 신규 사업 투자는 뒤로한 채 배당을 늘리는 것으로 주총 시즌을 모면하기에 바쁘다. “한국의 경영자들은 교도소에서도 새 사업계획을 짠다”는 말은 옛 얘기가 됐다. 세계적 유행인 인공지능 스마트카 사물인터넷(IoT) 등에 대해서는 투자에도 인색하다.기존사업만으론 위험 높아져공유경제, 가상화폐 등 세계를 상대로 한 비즈니스는 생각해볼 엄두도 못 낸다. 늘 해오던 기존 사업에만 매달리는 경향까지 보인다. 휴대폰 1등 노키아, 필름 1등 아그파가 하루아침에 망한 사례에서 보듯 기존 사업만 하는 것은 어쩌면 가장 큰 위험이 될 수 있는데도 말이다.우리 기업들이 상상력 기근에 빠진 가장 큰 이유는 생산하거나 접하는 아이디어의 절대량 자체가 적다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걸작을 창조할 확률을 극대화하는 방법은 수많은 아이디어를 대량으로 창출하는 것”(애덤 그랜트, 《오리지널스》)이란 연구결과가 있다. 모차르트는 35세에 사망하기 전까지 600여곡을 작곡했고 베토벤은 평생 650곡, 바흐는 1000곡 이상을 작곡
인공지능 알파고가 바둑 세계 최강 이세돌 9단을 연파하면서 그 능력과 한계에 대한 논란이 많다. 논쟁의 핵심은 과연 사람의 마음까지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을 것인가다. 예를 들면 비가 얼마나 내릴지, 습도가 얼마나 될지, 그 비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지는 인공지능이 다 계산할 것이다. 그런데 봄비 속에서 파고드는 우울감을 느끼는 감정기계로까지 진화할 것인가.인공지능이 인간같이 되려면 스스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나 자신(I-ness)’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답할 수 있어야 연산능력 이상의 어떤 주체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내가 ‘나’임을 결정짓는 마음 혹은 정신에 대한 탐구는 문학과 철학의 오랜 주제다. 셰익스피어는 ‘리어왕’에서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라고 물었다. 르네 데카르트는 변하기 쉽고 믿을 수 없는 감각 대신에 절대로 부정할 수 없는 무엇을 찾기 위한 ‘방법적 회의’를 계속했다. 계속 의심하는 나 자신은 절대 부정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해 도출한 명제가 바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이다.1960년대 이후 인지과학연구가들은 ‘계산주의 마음이론’을 견지해왔다. 마음의 모든 과정은 결국 계산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 전통을 잇고 있는 스티븐 핑커 하버드대 교수는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How the mind works)에서 마음은 결국 ‘소프트웨어 모듈들의 놀라운 집합체’라고 주장한다. 방대한 논거를 제시한 대단한 연구지만 반론도 적지 않다. 제리 포더 미국 럿거스대 교수는 마음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Mind do
1944년 연합군이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필두로 한 북부유럽 침공작전을 기획할 당시 작전명은 ‘둥근 망치’였다. 이 작전명을 영국 총리이던 윈스턴 처칠이 대군주(大君主)를 뜻하는 ‘오버로드(Overlord)’로 바꿨다. 처칠은 “작전명은 훗날 가족들이 언급할 때 자랑스러워할 만한 이름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대규모 군사작전에서 별도의 작전명을 쓰기 시작한 것은 2차 세계대전 때부터다. 처음에는 보안의 필요성 때문에 도입했지만 차츰 전쟁이나 전투 그 자체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으로 변해갔다. 히틀러는 소련 침공 작전명을 ‘바바로사’라고 붙였다. ‘붉은 수염’이란 뜻인데 당시 소련 지도자 스탈린을 겨냥했다는 얘기가 많았다.미국은 직설적인 작전명을 많이 사용했다. 6·25전쟁 당시 미8군의 중부전선 반격작전명은 ‘암살자(Killer)’였고, 38선 진격작전명은 ‘용감한(Courageous)’이었다. 맥아더는 보안을 요하던 인천상륙작전에는 ‘크로마이트(크롬철광) 작전’이란 평범한 이름을 붙였다.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작전명은 1991년 초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발표한 ‘사막의 폭풍’ 작전이다. 전투장면이 생중계된 이 때부터 작전명은 군사용이 아니라 홍보용 브랜드처럼 변했다. 이에 비해 2001년 아프간전쟁의 작전명이던 ‘무한 정의’는 이슬람을 자극했다는 점에서, 2011년 리비아 작전에 붙인 ‘오디세이 여명’은 10년이나 걸린 트로이전쟁을 연상시킨다는 면에서 실패한 작명으로 꼽힌다.사실 언론과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지만 미국의 예를 보면 작전명은 정치적 고려 없이 기계
상표와 회사 이름 가운데 무엇이 더 중요할까. 굳이 고르라면 ‘더 유명한 것’이 중요하다. 상표나 브랜드가 대형 히트를 치면 회사명을 과감히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특히 소비재 업체일수록 브랜드를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제록스는 원래 1906년 ‘헬로이드 포토그래픽 컴퍼니’로 출발했다. 그런데 1959년 최초의 건식복사기인 ‘제록스 914’가 히트했다. 이 브랜드는 새로운 회사명이 됐다. 일본 카메라업체인 캐논(Canon)도 원래는 긴 일본식 이름을 사명으로 쓰고 있었다. 국제적으로 브랜드가 알려지자 읽기 쉬운 캐논으로 사명을 바꿨다.전자상거래업체인 이베이는 1995년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옥션웹이 회사 이름이었다. 그런데 사이트와 다른 회사명을 알릴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 이베이로 통일했다. 이랜드는 1980년 이화여대 앞에서 보세가게로 창업할 때만 해도 잉글랜드였다. 캐주얼 브랜드 ‘이랜드’가 히트하자 법인을 세울 때 이랜드를 상호로 정했다. 리복은 1895년 JW 포스터&손스라는 회사로 시작했지만 60년 뒤 손자가 경영을 맡을 때 새 브랜드 ‘리복’을 론칭하면서 회사 이름도 갈아버렸다.사람들이 브랜드를 회사명보다 잘 기억하지만 ‘호치키스’는 사람들의 이런 버릇이 오류를 빚은 경우다. 사무실 어디에나 있는 종이찍개를 나이 든 사람들은 ‘호치키스’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그게 잘못된 일본어니 차라리 외국어 그대로 스테이플러(stapler)라고 불러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호치키스는 일본어가 아니라 이 스테이플러를 발명해 백만장자가 된 미국 발명가(조지 호치키스)의 이름이다. 이
얼마 전 사망한 이탈리아 작가 움베르토 에코가 쓴 《장미의 이름》은 추리소설로도 역사소설로도 걸작이다. 원제목은 ‘수도원의 살인 사건’이었는데 출간하면서 ‘장미’라는 단어를 넣어 제목을 바꿨다. 에코는 생전에 “제목은 독자를 헷갈리게 하는 것이어야지, 독자의 사고를 통제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중세의 비밀결사 종교조직인 ‘장미십자기사단’을 연결할 수도 있지만 그저 중세를 상징하는 뜻으로 봐도 될 것이다.역사적으로 장미 하면 영국의 장미전쟁(1455~1485)이 떠오른다. 왕위계승을 놓고 두 가문이 벌인 전쟁인데 랭커스터는 붉은 장미를, 요크는 흰 장미를 문장(紋章)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장미전쟁이라 불리게 됐다. 결국 양가가 결혼으로 화해하면서 튜더왕조가 탄생했다. 이때 양가의 장미를 합해 새로 ‘튜더 장미’를 만들었다. 이후 장미는 영국의 국화가 됐다.로마에서는 전쟁에 승리한 군대가 개선할 때 군중이 발코니에서 장미꽃잎을 뿌렸다. 또 장미가 영원한 생명을 뜻한다고 여겨 장례식에서도 쓰고 묘지에도 심었다. 클레오파트라가 장미를 특히 좋아했던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그녀는 장미향수를 사용하고 목욕도 장미꽃을 가득 뿌린 욕탕에서 했다. 연인 안토니우스가 장미향으로 자신을 오래 기억하도록 하기 위해 궁전과 내실 곳곳에 장미를 가득 장식했다고 한다.꽃은 단기간 피었다 지는 속성 때문에 가장 아름다울 때를 기념하는 선물로 자주 쓰인다. 특히 러시아 등 추운 지방 사람들은 꽃이 귀해 축제와 기념일에 꽃선물을 많이 한다. 꽃을 선물할 때는 보통 홀수 송이로 선물하는데 그 이유는 선물하는 사람을 더해
채리어트(Chariot)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사설 통근버스를 운행하고 있는 벤처기업이다. 평일 출퇴근 시간에만 15인승 밴을 통근버스처럼 운행하는데 주로 공공노선버스가 잘 연결되지 않는 곳을 다닌다. 스마트폰 예약 기반이기 때문에 승객은 원하는 곳에 단거리로 갈 수 있고, 회사는 운행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채리어트는 2014년 3월 창업한 후발 주자인데도 라이드팔 리프 나이트스쿨 등 선발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았다. 차근차근 절차를 밟아 교통당국으로부터 합법 서비스로도 인정받았다. 이미 300만달러가 넘는 투자를 유치했고 시민들로부터는 ‘구글 버스’라는 찬사까지 듣고 있다.벤처는 국회가 법으로 가로막고한국에서 막 시작된 비슷한 서비스인 ‘콜버스’는 그러나 찬사는커녕 불법 시비에 휘말려 있다. 사실 콜버스가 처음은 아니다. 수년 전 뜨거운 논란을 낳았던 ‘e버스’가 먼저 있었다. e버스는 2010년 10월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회원 수가 5000명이 넘으며 화제를 모았던 혁신적인 서비스였다. 노선버스가 잘 다니지 않는 구간을 새벽 1시부터 4시 정도까지 수시로 운행했고 차비도 2000~3000원으로 택시비에 비하면 아주 저렴했다. 그런데 기존 광역 버스회사들이 민원을 제기하자 당시 국토해양부가 ‘동일 집단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을 전세버스에 태워 일정 노선을 다니면 불법’이라는 결정을 내리면서 운행이 중단됐다. 이후 우여곡절을 거쳐 운수사업법령이 개정돼 e버스 합법화의 기반은 마련됐다. 하지만 면허를 내줄 지방자치단체들이 미온적이어서 e버스는 좀체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최근에는 한참 잘나가던 벤처기업이 새로 생긴 법령 때
그제 치러진 미국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는 민주당으로선 큰 이변이었다. 버니 샌더스가 힐러리 클린턴을 20여%포인트 차이로 꺾은 것이다. 샌더스의 돌풍은 지난 1일 아이오와 코커스(인디언 추장들의 모임이라는 뜻으로 당원만 참여하는 선거)에서 클린턴에게 0.2%포인트 차로 아깝게 지면서 예고됐었다.이제 예비선거가 시작된 것에 불과하고 이달 하순에는 네바다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클린턴이 유리한 지역에서 선거가 예정돼 있다. 특히 12개 주가 동시에 실시하는 3월1일 ‘슈퍼 화요일’ 경선은 조직력이 강한 클린턴이 유리하다는 전망이 많다. 그러나 민주당 핵심에선 이번 두 차례 예비선거 결과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한다. 일부 호사가들은 클린턴의 낙마를 점치고도 있다. 특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월28일 민주당 하원의원 연찬회에서 “저울에 손을 올리지 않겠다”며 대선후보 경선에서 중립을 선언한 것을 두고 입방아들을 찧고 있다.암묵적인 지지선언만 흘려도 당선가능성이 높은 클린턴을 두고, 그것도 자신이 국무장관에 임명했던 사람에 대해 ‘중립’을 선언한 것은 클린턴이 완주하기 어려운 숨은 악재가 나타났기 때문이라는 해석들이다. 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이메일 스캔들’이 큰 변수라는 풍문도 있다.민주당으로선 그렇다고 35년간 무소속으로, 스스로 사회주의자를 자임해온 샌더스가 대선후보가 되는 것도 큰 부담이다. 샌더스에 대해서는 공화당이 언제든 색깔논쟁을 벌일 수 있다는 게 민주당 전략통들의 걱정이다. 공화당의 공격은 이미 시작됐다. 공화당 대선 후보 중 한 사람인 린제이 그레이엄은 지난해 10월 TV 토론회에서 샌
경제미디어를 창업해 세계적 매체로 키운 자수성가 기업인, 그리고 뉴욕시장을 3연임한 정치가…. 이 정도면 미국 대통령 후보로서 손색 없는 프로필이다. 주인공은 마이클 블룸버그. 올해 73세인 그가 이번 대선에 무소속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보도다.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블룸버그는 ‘대권 플랜’을 짜고 있고 승산이 있는지 여론조사도 벌이고 있다. 측근들에겐 출마한다면 자기 돈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정도는 쓰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도전은 하되 승산이 있을 때만 결행하는 그의 성향으로 볼 때 이번 출마결심은 이례적이다. 이미 민주 공화 양당 후보 윤곽이 거의 드러나있는 상태여서 너무 늦은 것으로 보여서다.그런 만큼 그가 정말로 출마한다면 대선 정국에 대한 실망감에 따른 것이고, 그것이 미국 사회 주류의 분위기일 수도 있다.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연임한 뒤 치러지는 이번 대선은 공화당이 승리할 수 있는 기회다. 그런데 공화당 선두는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인기몰이를 하는 트럼프. 그리고 민주당에서는 의회의원 당선도 어렵다는 사회주의자인 샌더스가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힐러리 클린턴 등 기존 후보들마저 포퓰리즘 경쟁에 빠지면서 미국 민주주의 위기론이 제기되는 현실이다.보수 주류가 밀고 있다고 믿어도 될 정도로 블룸버그는 좋은 경력을 쌓아왔다. 러시아계 유대인 부부의 아들로 보스턴에서 태어난 그는 존스홉킨스대에서 전기공학을 공부했다. 하버드대에서 MBA를 마친 뒤 24세부터 살로먼브러더스에서 일했다. 15년 재직 뒤 견해 차이로 ‘해고’될 때 그가 받은 퇴직금이 1000만달러였으니 업무 성과가 탁월했던 모양이다. 이 퇴직
한 국가가 발전해 국민이 해외여행을 하기 시작하면 매년 10~15%가 이웃나라를 찾는다고 한다. 중국 국민 가운데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은 연 1억2000만명이다. 계산대로라면 이 가운데 매년 1200만~1800만명이 이웃나라를 찾는다. 중국인들이 찾을 이웃나라는 뻔하다. 한국과 일본이다.이렇게 보면 최근 수년간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가 한국에 밀려온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한류의 인기 덕분에 한 해 600만명이나 찾아온다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우리가 스페인 같은 관광천국이었으면 1800만명도 올 수 있었다는 얘기다.日, ‘엔저+규제개혁’으로 질주증가세를 지속하던 중국인 관광객 수가 작년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598만4170명으로 2014년보다 2.3% 줄었다. 대부분 작년 6~8월 동안 있었던 메르스 사태 탓으로 해석한다. 실제 그 기간에 전년 동기 대비 외국인 관광객 수가 40%나 줄었으니 타당한 분석이다. 그런데 여행에서는 이런 비상사태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 그 자체가 악재다. 당장 메르스 사태로 여행길이 막힌 요우커들은 ‘이웃나라’인 일본으로 몰려갔다!작년 일본을 찾은 요우커는 499만3800명. 2014년보다 107.3% 늘어난 것으로, 놀라운 증가세다. 숫자로는 방한 중국인이 아직 100만명 정도 많지만 질적으로는 이미 일본의 우세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방한한 요우커의 객단가는 50만원대인 데 비해 일본을 찾은 요우커는 230만원을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 춘제(春節·설) 연휴 약 10일간 일본을 방문한 요우커는 45만명에 달했다. 놀라운 것은 이 기간에 일본을 방문한 중국인들이 쇼핑에만 약 60억위안(약 1조500억원)을 썼다는 사실이다. 중국 언론들이 컨테
해삼은 횟집에선 요리 취급도 못 받는다. 따로 주문하면 멍게와 개불을 같이 올려 접시에 수북이 담아 나온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값도 싸다. 그렇지만 중국집에 가면 대우가 확 달라진다. 해삼탕은 언제나 ‘시가’로 팔린다. 그만큼 비싸다는 의미다. 그래서 주문하는 사람이 많지도 않다.중국인들은 해삼 요리를 최고로 꼽는다. 흔히 남삼여포(男蔘女鮑)라고 부른다. 남자에겐 해삼이, 여자에겐 전복이 좋다는 뜻이다. 여기에 상어지느러미를 더해 삼보(三寶)라고 한다. 몸에도 좋고 맛도 최고인 보물 같은 음식이라는 것이다. 해삼이 중국에서는 이름 그대로 ‘바다의 인삼’ 대우를 받는다.고급요리답게 가격도 비싸다. 중국인들은 말린 건해삼을 상등품으로 치는데, 건해삼 한 마리가 기본인 요리가 수십만원을 넘기도 한다. 최근 수년 사이엔 고급 해삼요리 수요가 크게 줄었다.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이후 사정 바람이 불면서 고급식당들이 문을 닫거나 비싼 요리를 메뉴에서 없애버렸기 때문이다.그렇다고 중국에서 해삼 수요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세계에서 잡히거나 생산되는 해삼의 90% 이상이 중국에서 소비되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중국 해삼 시장 규모는 3조5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민간 연구기관들은 이미 20조원 이상의 시장이 형성돼 있다고 보고 있다.해삼의 구체적 효능과 성분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해삼은 대부분 수분으로 이뤄져 있고 칼로리는 낮지만 철분 콜라겐 등 성분이 많아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들에게 좋다. 해삼 속에는 홀로톡신이라는 성분이 있는데 인삼을 이루는 사포닌의 일종이다. 성분 분석을 해보지도 않고도 ‘바다의 인삼’이라
전국이 꽁꽁 얼었다. 올겨울 들어 첫 한파다. 서울은 어제 아침 올 들어 최저인 영하 14도를 찍었다. 체감온도는 서울에서 영하 25도, 강원 태백에선 영하 30도까지 떨어졌다. 그동안 이상난동을 걱정할 만큼 따뜻했는데 제대로 된 겨울이 찾아 온 셈이다.우리나라에서 한파는 서쪽 고기압, 동쪽 저기압으로 전형적인 겨울형 기압배치가 나타날 때, 시베리아의 차가운 대륙성 고기압이 남동쪽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동시에 북서계절풍이 강하게 불어 짧은 시간 내에 한반도 전체에 급격한 온도 하강이 생기는 현상이다.최근 수년 사이 북반구에 한파가 잦아진 이유는 제트기류가 불안정해진 탓도 있다. 제트기류는 북극상공에서 회전하며 강해졌다 약해지고 다시 강해지는 ‘북극 진동’을 반복한다. 이를 통해 북극 상공의 찬 공기를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북극의 이상고온 현상으로 제트기류가 불안정해지면서 차단됐던 찬공기가 남쪽으로 파도처럼 밀려 내려오는 것이다.우리나라에서 관측된 가장 추웠던 기록은 1981년 1월5일 양평의 영하 32.6도였다. 서울은 1927년 12월31일 기록한 영하 23.1도가 최저 온도다. 남북한을 합해서는 1931년 1월12일 북한 중강진에서 관측된 영하 43.6도가 최저다. 사람들이 사는 지역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그리 추운 곳이 아니다. 러시아 시베리아 베르호얀스크는 1892년 2월에 측정했을 때 영하 67.8도를 기록했다. 북미나 북유럽 지역엔 겨울 평균 온도가 영하 20도 정도 되는 도시가 수두룩하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는 1월 최저 기온이 영하 42도나 된다. 세계 최저온도 기록은 1983년 7월21일 남극 동부 보스토크 연구기지에서 관측된 영하 89.2도다.최근 영화 ‘히말라야
대만에서 첫 여성 총통이 나왔다. 지난 16일 총통선거에서 승리한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60) 당선인이 주인공이다. 그는 중국 푸젠(福建)성에 많이 살지만 대만에서는 소수민족으로 분류되는 객가인(客家人ㆍ하카족) 아버지의 피를 받았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다섯 부인 가운데 한 명이었다. 차이 당선인은 11명 이복형제자매 가운데 막내다. 결혼도 하지 않아 동성애자 아니냐는 공격도 받았다.차이 당선인은 미국 코넬대, 영국 런던정치경제대(LSE)에서 유학한 뒤 대만 국립정치대 등에서 10년간 법학 교수로 활동했다. 1994년 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 시절 정계에 입문한 뒤 장관, 의회의원, 부총리 등을 역임했다. 실력과 신념으로 대만의 리더가 된 셈인데, 호사가들은 당나라 여황제 측천무후 이후 1300여년 만에 중화권에 여성 지도자가 나왔다고 입방아를 찧고 있다.차이 당선인의 등장으로 아시아 정치에서 여성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미 2013년부터 집권하고 있는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있고 지난해 11월 미얀마 총선에서는 야당 지도자 아웅산 수지가 마침내 정권을 잡았다.아시아 정치사에서 여성이 등장한 건 인도의 인디라 간디부터였다. 초대 네루 총리의 딸인 인디라 간디는 1966~1977년, 1980~1984년 두 차례나 총리를 지냈지만 시크 교도의 총에 맞아 비극적으로 삶을 마쳤다. 세계 최초 여성 총리는 스리랑카에서 나왔다. 시리마보 반다라나이케는 남편 솔로몬 반다라나이케 총리가 암살당하자 정치적 유산을 이어받아 1960년 총리가 됐다. 이후 세 차례나 역임했고 딸인 찬드리카 쿠마라퉁가는 1994~2005년 대통령을 지냈다.방글라데시에선 초대 대통령 셰이크 무지부르 라흐만의 딸인 셰이
우리 기업이 러시아 바이칼호수의 물로 생수를 제조해 국내에서 판매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다. 사업 주체는 이안컴퍼니로 러시아정부에서 바이칼호 물을 연 50만t 사용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고 한다. 바이칼호 생수 사업 추진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러시아 측이 이번에는 중국 홍콩 업체에도 담수 채취 허가를 내주었다. 바이칼호는 세계 담수의 20%에 달할 정도로 물이 많다.바이칼호에 인접한 도시는 이르쿠츠크다. 바이칼호 관광은 여기서 출발한다. 환바이칼 관광열차를 탈 수도 있다. 수년 전에 이르쿠츠크를 찾은 사람이라면 부산에서 수입된 한국 중고버스도 볼 수 있었다. ‘해운대행’ 버스를 타고 자작나무 숲을 지나 바이칼호로 들어갔던 것이다.이르쿠츠크는 ‘시베리아의 파리’라고 불리는 곳이다. 과한 별칭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도 많지만 데카브리스트(Dekabrist)와 그 아내들 얘기를 들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데카브리스트는 ‘12월 당원’이란 뜻으로 나폴레옹 전쟁 때 서유럽에 원정해 자유주의 사상을 맛본 청년장교들이 모체다. 이들은 1825년 12월14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반란을 일으켰으나 곧 진압됐다. 121명이 재판을 받아 100여명이 시베리아로 유배됐다. 그 유배지가 바로 이르쿠츠크였다.보통 유배는 혼자 떠나는데 이례적으로 장교 아내들이 뒤따라왔다. 기혼자 18명 가운데 11명의 아내가 동토로 와서 탄광에서 노역하는 남편들을 보살폈다. 푸시킨은 이들에게 “불운의 충직한 자매/희망은 지하감옥의 어둠속에 숨어있으니/기다리던 그 날은 오리라”라는 시를 바쳤다. 대문호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도 원래 데카브리스트의
시계의 나라 스위스에선 2년마다 연말에 ‘하나뿐인 시계 경매(Only Watch Auction)’ 행사가 열린다. 명품시계 업체들이 이 행사를 위해 시계를 내놓고 수익금은 희귀근육질환 연구에 쓴다. 지난해 말 열린 경매에선 사상 최고가 기록이 나왔다. 우리 돈으로 88억원에 낙찰된 시계는 ‘시계의 제왕’이라 불리는 명품브랜드 파텍필립이 내놓은 ‘5016 A-010’ 모델이었다. 나중에 신원이 공개된 낙찰자는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였다.피트는 아내 앤젤리나 졸리와 함께 파텍필립 애호가로 유명하다. 그가 2012년 졸리에게 결혼을 약속하면서 준 선물이 4억5000만원짜리 파텍필립 미닛리피터였고, 졸리가 2014년 결혼식에서 피트에게 준 예물은 50억원짜리 파텍필립 JB챔피언플래티넘이었다. 명품시계는 그 비싼 값을 하듯 이렇게 연예인이나 세계적 부자들의 호사품이 된 지 오래다.명품시계라고 모두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것은 아니다. 파텍필립처럼 특별히 고가를 고집하는 브랜드가 있을 뿐이다. 지금도 브랜드 가치를 평가해보면 일반인들도 잘 아는 롤렉스가 1등이다. 지난해 말 스위스의 명품시계 톱20(BV4 발표)에 따르면 1등인 롤렉스의 브랜드 가치는 원화로 6조5000억원이나 된다. 이어서 오메가, 까르띠에, 파텍필립, 스와치, 태그호이어, 론진 등이 2~7위를 차지했다.명품시계 브랜드들이 화제가 될 때는 역설적이게도 이 시계들이 뇌물로 사용된 것이 드러났을 때다. 엊그제 구속된 민영진 전 KT&G 사장이 받은 시계가 바로 파텍필립이었다. 이 브랜드 가운데서는 비교적 저렴하다는 것이 4500만원짜리였다. 민 전 사장은 이 시계 말고도 670만원 하는 롤렉스도 5개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지
외자 이름인 ‘탁’은 아마 탁구공 같이 생긴 얼굴 모양에서 딴 것이 아닐까 싶다. 외롭다는 뜻의 ‘독고(獨孤)’는 두 글자 성 가운데서도 희성이다. 까까머리에 얼굴이 동그란 ‘독고탁’은 1971년 ‘주근깨’란 만화에 처음 등장한 이후 1970~1980년대 전국 만화방을 석권한 주인공이다. 처음부터 이렇게 외톨이 캐릭터로 그려진 독고탁은 평범한 외모에 작은 체구로 콤플렉스 덩어리다. 남에게 친절하지도, 윗사람에게 고분고분하지도 않다. 그러나 나름대로 밝고 낙천적이며 의지가 강하다. 사랑 앞에선 순정적이지만 떠날 줄도 아는 남자다. 스스로 자랑할 것이 많지 않던 시절, 남학생들은 자존심과 의리 그리고 승부욕을 잃지 않는 매력적인 캐릭터인 독고탁을 좋아했다.이 독고탁을 창조한 만화가 이상무 씨가 엊그제 작고했다. 향년 70세이니 요즘으로 보면 참 아까운 나이다. 그의 부고가 전해지면서 많은 이가 독고탁을 떠올렸다. 같이 떠오르는 한 세트의 인물군이 있다. 독고탁보다 두 배나 되는 몸집에 항상 구박을 받으면서도 함께 다니던 덩치 조봉구, 독고탁이 짝사랑하던, 특히 허리를 단정히 동여맨 교복이 잘 어울렸던 숙이, 그리고 독고탁의 영원한 맞수 김준…. 독고탁은 야구나 축구 선수로 많이 나왔는데 ‘달려라 꼴찌’(1983)에서 투수로 선보인 ‘3종의 마구’는 지금도 그 가능성이 논쟁거리가 되고 있을 정도다.아이들 정서를 핑계로 만화에도 검열이 있던 시절, 만화가들은 주로 명랑만화를 그려야 했다. 주인공은 길창덕의 ‘꺼벙이’처럼 장난꾸러기로 그려지거나 그저 모범생처럼 나와야 했다. 그런데 이상무 씨는 고독의 아이콘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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