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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는 미국에서도 아주 큰 주(州)다. 면적은 알래스카에 이어, 인구는 캘리포니아에 이어 2위다. 존 웨인 주연의 ‘붉은 강’ 같은 서부영화에 나오는 이미지 그대로 넓고 황량하다. 석유가 나오기 전 텍사스는 끝이 없는 땅일 뿐이었다. 남쪽으로 갈수록 멕시코풍은 지금도 남아 있고 최남단 국경도시 엘파소에 이르면 어디선가 ‘텍사스 총잡이’가 걸어 나올 것만 같다. 서부영화의 주무대였기 때문이다.텍사스는 북미의 최남단인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갈등도 많았다. 스페인 프랑스 등이 차례로 몰려왔고 이들과 싸운 인디언이 아파치 코만치 등이었다. 스페인이 물러간 뒤 멕시코 영토가 됐지만 결국 전쟁 끝에 1845년 미국의 28번째 주로 편입됐다. 샌안토니오와 알라모는 이때의 전쟁터였다. 텍사스는 이후 1861년 남북전쟁에서 남부 편에 섰다가 전후 지도층이 전면 교체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총의 힘이 통한 시대였고 실제 1870년까지만 해도 텍사스의 국경지대는 무법천지였다고 한다.이때 나타난 것이 텍사스 민병대 혹은 기마대로 불리는 ‘텍사스 레인저스’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법집행기관이랄 수 있는 텍사스 레인저스의 힘도 결국 총이었다. 이들의 전설 같은 무용담에 더해 서부영화의 무대가 되면서 텍사스는 총의 나라 미국에서도 가장 총과 가까운 이미지를 갖게 됐다. 실제로 텍사스주 총기면허 소지자는 2014년 현재 82만6000여명으로 미국 50개 주 가운데 가장 많다.이런 텍사스주가 올해 첫날부터 총기 휴대 공개(open carry)정책에 들어갔다. 그동안 소총과 엽총 등은 허용했지만 권총에 대해서만은 남북전쟁 이후 휴대 공개를 막아 왔다. 올해부터 훈련과정을 거쳐 사
김양건 북한 노동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지난 29일 오전 6시15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김양건은 8월 북한의 서부전선 도발 이후 진행된 남북 고위급 회담에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함께 북한 대표로 나온 사람이다. 이른 출근 시간에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점, 그리고 북한이 하루가 지나서야 사망소식을 내보냈다는 사실에서 단순 사고가 아니라 숙청이나 권력투쟁 가능성에 대한 언급들이 나오고 있다.권력투쟁으로 의심되는 교통사고는 1976년부터 있어왔다. 소련군 출신으로 정전협정 체결 당시 공산 측 대표로 서명한 남일 부총리는 그해 2월 관용 벤츠를 타고 평양으로 돌아오는 길에 순안공항 부근에서 군용 트럭과 충돌해 사망했다. 고위 탈북자들에 따르면 남일은 김일성 후계를 놓고 김정일이 아니라 이복동생인 김평일을 지지했다고 한다.대남정책을 총괄했던 김용순 비서도 69세이던 2003년 6월16일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했다가 10월 사망했다. 김용순은 김대중 정부 당시 대북송금액이 공개되면서 개인적 착복 혐의가 드러나 김정일의 진노가 있었다는 풍문이 나돌았다. 한국 검찰이 발표한 대북송금액과 김정일이 받은 액수에 차이가 컸다는 것이다. 이 밖에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겸 강원도당 책임비서였던 이철봉은 2009년 12월25일에, 이제강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도 2010년 6월2일에 교통사고로 사망했는데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라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설명이다.북한 고위층의 잦은 교통사고 사망에 대해서는 파티문화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정일은 1986년께부터 측근들에게 벤츠 승용차를 한 대씩 선물하고, 자신이 부를 때 반드시 본인이 직접 운전해 오도록 했다고 한다.처음
3년 전쯤 일이다. 여러 명이 모여 주문하면 가격이 떨어지는 소셜 구매 모델에 관심이 많았던 K사장이 한 마케팅회사에 ‘소셜마케팅’을 요청했다. ‘치킨 두 마리 주문하면 한 마리 공짜’ 같은 자극적인 문구로 한 시간만 소셜미디어에 노출해 달라는 것이었다. ‘실제 배달 준비가 돼 있느냐’는 질문에 K사장은 걱정 말라며 재촉했다. 결국 그 치킨 프랜차이즈는 거의 망할 뻔했다. 배달 가능 물량의 세 배가 넘게 주문이 몰리면서 하나도 제대로 배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비즈니스 공간인 오프라인이 아직은 규모가 작은 온라인 상거래에서 새롭게 생겨나는 비즈니스 관행 때문에 피해를 보는 일이 늘고 있다.온라인 독주땐 기존 사업 위험지난달 11일 중국에서 열린 ‘1111’ 행사에선 하루 동안 우리 돈 22조원어치의 거래가 있었다. 하루 주문된 배송물량만 6억8000만건이었다. 대단한 성과지만 문제는 이것이 전부 온라인 물량이라는 것이다. 의류 등 할인상품을 온라인으로 주문한 소비자들이 백화점이나 길거리 매장을 찾지 않는 일이 한달간 벌어졌다.온라인의 독주가 때로는 오프라인 사업의 붕괴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깊어지면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모델이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제대로 연계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모델이라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온라인에서 주문이 이뤄지면 본사가 아니라 가장 가까운 곳의 매장이 이 온라인 물량을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다. 반품이나 애프터서비스도 해당 매장이 관리한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은 언제든 가까운 곳에
엘도라도는 스페인 말로 ‘황금의 땅’이란 뜻이다. 15세기 남아메리카 정복에 나선 스페인 사람들은 이 엘도라도가 아마존강과 오니노코강의 중간쯤 되는 곳에 있다고 믿었다. 고문을 못 이긴 원주민들이 ‘어디쯤에 있다’고 둘러말하는 바람에 소문은 계속 불어났다. 거듭되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탐험대가 남아메리카 밀림으로 떠났다. 1588년 무적함대가 영국에 진 것을 엘도라도에 대한 헛된 꿈으로 쇠약해진 스페인의 국력 때문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보물선에 관한 많은 전설들은 대항해시대 이후에 생겼다. 초기 개척자인 포르투갈과 스페인을 비롯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등이 경쟁적으로 식민지를 개척하면서 해전이 적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보물 운반선이 바다밑에 가라앉았다는 얘기들이다.특히 스페인배가 침몰하면 모두가 보물선으로 여겼다. 실제로 1588년 아일랜드 서쪽 연안에 침몰한 스패니시 아르마다 선단을 비롯 △1656년 바하마 해역의 빌라스 호 △1679년 유가탄 반도 인근 멘도자 선단 △1679년 웨일스 해안의 산타크루즈 호 △1804년 포르투갈 아라가베 해안의 메르세데스 호 등 침몰한 스페인 배들은 적지 않은 보물을 싣고 있었다. 1993년 미국 플로리다 연안에서 발굴한 스페인 선단 배 11척에선 400여개의 다이아몬드 등 200만달러어치의 보물이 쏟아져 나왔다.엊그제 남미 콜롬비아 북부 카리브해에서 발견됐다는 보물선도 스페인 배다. 1708년 6월8일 영국 해군과의 교전 당시 침몰한 범선 산호세호로, 실린 보물만 최소 20억달러, 최대 17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바다에는 1000여척의 배가 가라앉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호세호는 막대한 보
아스피린은 세계 최초의 합성의약품이다. 1897년 독일 바이엘사가 류머티즘 관절염에 사용하는 해열진통제로 개발했다. 지금도 매년 세계적으로 1조 알 이상이 팔린다. 아스피린의 뿌리는 수천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집트와 중국에는 버드나무를 진통과 해열이 필요할 때 약용으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히포크라테스도 버드나무 잎으로 차를 만들어 약으로 썼다고 한다.화학이 발달하면서 버드나무 껍질에 ‘살라실’이라는 성분이 들어있기 때문에 약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19세기 중반 독일에선 당시 골칫덩이였던 산업 폐기물 콜타르에서 살라실을 대량합성하는 기술까지 개발했다. 살라실의 효과는 탁월했지만 문제는 부작용이었다. 이명 구토에다 특히 위장 장애가 심해 환자들에겐 복용 자체가 큰 고통이었다.바이엘에 근무하던 화학자인 펠릭스 호프만은 관절염을 앓던 아버지 때문에 특히 살라실에 관심이 많았다. 약을 복용할 때마다 고통스러워 하는 아버지를 보며 연구를 거듭해 마침내 살라실산과 아세트산을 합성해 복용하기 편한 의약품을 개발했다. 호프만은 아세트산과 버드나무의 학명(spiraea)을 합성해 아스피린(aspirin)이란 이름을 지었다. 가루로 팔다가 1915년부터 알약 형태로 바뀌었다.아스피린의 작용 메커니즘은 아주 나중에야 밝혀졌다. 영국의 존 베인은 아스피린이 다양한 신체 메커니즘에 관련되는 호르몬 유사 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의 합성을 방해함으로써 진통 등의 효능을 낸다는 것을 규명했다. 그는 이 업적으로 198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때로는 부작용이 보고되면서 이것이 아스피린의 새로운 효능으로 바뀌기도 했다. 예
침팬지는 사람과 많이 닮았다. DNA가 인간과 1.6%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보고(재러드 다이아몬드 UCLA 교수)도 있다. 침팬지가 사람과 가장 친근한 동물로 인식된 데는 미국 드라마 ‘타잔’의 힘이 컸다. 여기에 나오는 침팬지 ‘치타’는 세계적 스타였다. 3세 때인 1934년부터 33년간 타잔에 출연했고 80세인 2011년 사망했다. 침팬지 평균수명의 두 배를 살았다.실제 침팬지를 인류와 더 가깝게 만든 사람은 제인 구달이다. 구달은 1960년대부터 아프리카 곰베 침팬지 보호구역에서 살았다. 침팬지들이 도구를 사용한다는 것을 처음 밝혀냈고 서열 다툼, 짝짓기, 육아, 성장 등의 습성을 자세히 관찰하고 보고했다. 연구를 10년 이상 진행한 다음에는 예상외로 침팬지가 폭력성이 강하다는 사실도 알아냈다.사람들이 친근하게 느낀다는 것은 동물로서는 불행한 일이다. 동물원이나 서커스단에 침팬지 수요가 늘면서 많은 침팬지가 포획됐다. 유전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인간과 아주 비슷하기 때문에 임상시험에 침팬지가 이용되기도 했다.침팬지를 인간처럼 키워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실험도 있었다. 1973년 허버트 테라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주도했다. 그는 침팬지가 인간과 함께 살며 수화를 배울 수 있는지를 실험했다. ‘언어가 인간만의 고유한 특성’이라는 언어학자 놈 촘스키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에게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그래선지 어린 침팬지 이름을 ‘님 침스키’로 붙였다.님은 생후 2개월 만에 뉴욕 맨해튼의 라파지 가족에 입양됐다. 님은 우아한 저택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며 인간 아이처럼 자랐다. 옷도 음식도 침대도 사람이 먹는 그대로였다.
1988년을 추억하는 드라마에서 당시의 금리 얘기가 나왔다. “금리가 좀 내려서 연 15%인데 목돈 있으면 은행에 넣어두고 ‘따박따박’ 나오는 이자를 받으라”고 이웃에게 조언하는 대목이다. 고성장 시대의 추억일 뿐이다. 엊그제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올해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5%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저성장 추세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잘나가던 중국도 그 고성장 추세가 꺾이면서 온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중국 당국이 6~7%대를 어떻게든 맞춰 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이미 그 아래로 내려갔다며 걱정하는 기업인들이 훨씬 많다. 세계는 성장 시대를 마감하며 움츠러드는 모습이다.저성장이 목표 될 수는 없어문제는 이런 저성장 추세가 이어지다 보니 기업 내부에서도 이를 주어진 조건 정도로 생각하고 당연시하는 분위기다. 경제성장률이 3% 수준이면 기업도 그 정도 성장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은행 이자 이상의 성과를 내면 괜찮다며 아예 성장 목표도 그렇게 짠다. 그런 계획 아래 최소한의 인원을 충원하고 필수불가결한 투자만 한다는 계획이다. 고만고만한 성장에 만족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는 얘기다.그렇다면 애플 같은 회사는 뭔가. 애플이 최근 마감한 3분기 실적은 매출 515억달러, 순익 111억달러였다. 전년 동기 대비 22.3%, 30.6% 성장한 것이다. 총마진율은 39.9%나 됐다. 특히 영업이익은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영업 이익의 94%에 달한다. 싹 쓸어담은 사실상의 독식이다.지난 11일 중국에서 하루 동안 열린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는 또 뭔가. 이날 하루 동안 알리바바가 거둔 매출이 16조5000억원이다. 한국 연간 전자상거래 규
만들면 팔리는 시절이 있었다. 20세기 전반까지가 그랬다. 판매자(seller) 시장이었다. 그러다 대량생산으로 공급이 넘치기 시작하면서 사는 사람이 고르는 구매자(buyer) 시장이 됐다. 이 두 시기를 피터 드러커는 각각 제조업의 시대와 마케팅의 시대로 구분해 불렀다. 만드는 것보다 파는 것이 중요한 시대는 이미 20세기 중반 시작된 것이다.많이 팔리게 하려면 누가 주도하든 대형 할인 이벤트를 만드는 게 효과적이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는 그렇게 탄생했다. 블랙프라이데이는 추수감사절(11월 넷째 목요일) 다음날이다. 한 가게 연 매출의 70%가 이때 달성돼 장부가 흑자로 돌아선다고 해서 블랙(black)이란 단어가 붙었다고 한다. 1924년 메이시백화점이 이날 세일을 한 것을 최초로 본다.2005년부터 미국에선 이날과 이어진 이벤트로 ‘사이버 먼데이’를 시작했다. 추수감사절 다음주 첫 번째 월요일이다. 블랙프라이데이를 놓친 사람들에게 온라인 할인판매를 하는 날이다. 요즘은 미국뿐 아니라 영국 독일 일본 등 10여개국에서 판매 이벤트로 활용하고 있다.더 유서 깊은 쇼핑 이벤트로는 영국의 ‘박싱데이’를 들 수 있다. 중세 시대 봉건 영주들이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고 난 다음날 수고한 일꾼들에게 세경이나 음식, 선물 등을 상자에 담아 준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영연방 국가는 물론 독일 스웨덴 등도 크리스마스 다음날(12월26일)을 공휴일로 정해 연휴로 쉬고 있다. 박싱데이 때는 평소보다 50% 이상 싸게 살 수 있다. 블랙프라이데이, 사이버먼데이, 박싱데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엔 이런 이벤트를 겨냥해 신제품을 내놓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원래 재고 처리 세일이
세계 최대의 소셜미디어업체인 페이스북은 지난 3월 새 사옥에 입주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소도시 멘로파크에 있는 이 건물은 약 4만㎡로 축구장 일곱 개를 합쳐 놓은 크기다. 단층인데 벽이나 칸막이 없이 하나로 뻥뚫려 있는 것이 특징이다. 높이는 21m로 멀리서는 아담하게 느껴지지만 안에서 보면 천장이 기분좋게 높다.세계 최고의 건축가가 설계를 맡았다. 구겐하임빌바오 미술관을 설계한 프랭크 게리는 올해 86세지만 3년 전부터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이 건물을 같이 구상해왔다. 저커버그는 지난 3월 말 입주와 동시에 자신이 새 사옥을 설명하는 동영상을 제작해 인터넷에 올렸다. 그가 별도의 방 없이 여러 명과 함께 일반 책상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 많은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축구장 7개 크기 ‘통사무실’원래 미국의 전통적인 회사는 사무실이 넓고 중간 관리자 이상에겐 독립 사무실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런데 페이스북엔 간부는 물론 임원, 그리고 사장까지 직원들과 섞여서 일하는 것이다. 저커버그는 손님들이 올 때마다 간다는 많은 회의실을 자랑처럼 보여주었다.젊은 부자의 치기로 볼 수도 있다. 또 벤처적인 ‘차고(車庫)문화’를 지키고 싶어서 일 수도 있다. 그런데 절대 디자인적인 고려가 아니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 페이스북 등 업체들이 공간혁신을 통해 서비스 품질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페이스북이 발전시켜온 혁신플랫폼 가운데 해커톤이란 게 있다. 새 서비스나 상품을 공모하는 대회다. 혼자 하든 팀으로 하든 상관없다. 해커톤이 열리는 날에는 자신의 업
콩쿠르(concours)는 프랑스어로 경쟁이란 뜻이다. 원래는 조각상이나 기념비를 만들 때 예술가들을 경쟁 출품토록 해 좋은 작품을 뽑는 대회형식을 말한다. 고대 그리스에서 조각상을 4명의 조각가에게 경쟁시켜 만든 사례가 있고, 중세 이탈리아에선 공공건축물을 콩쿠르 방식으로 짓기도 했다. 현대에 와서는 음악경연대회의 의미로 더 많이 쓰인다.서양음악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인 콩쿠르 입상은 한국의 음악 위상 그 자체였다. 1954년 미국 뉴욕으로 유학을 떠났던 ‘음악신동’ 한동일이 1965년 뉴욕 리벤트리트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했다. 한국인들은 그때 처음 콩쿠르라는 말을 들었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는 같은 대회에서 2년 뒤 또 한 번 우승 소식을 전했다.이후 한국은 ‘세계 3대 콩쿠르’에 도전하면서 한국 음악계의 수준을 높여왔다. 3대 콩쿠르는 러시아의 차이코프스키콩쿠르, 벨기에의 퀸엘리자베스콩쿠르, 폴란드의 국제쇼팽피아노콩쿠르다.첫 인연을 맺은 건 차이코프스키콩쿠르다. 1974년 피아니스트 정명훈이 2등을 차지해 문을 열었고 1990년 최현수가 성악부문에서 우승했다. 특히 올해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지난 5월 열린 올해 콩쿠르에서 남녀 성악 부문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피아노 부문에서 2, 3위, 바이올린 부문에서 3위에 오르는 등 5명이 한꺼번에 입상하며 ‘싹쓸이’했다.퀸엘리자베스콩쿠르는 우리 연주자들이 꾸준하게 성적을 올려온 대회다. 1976년 강동석(바이올린), 1985년 배익환(바이올린), 1995년 박종화(피아노), 2005년 권혁주(바이올린), 2009년 김수연(바이올린) 등이 입상 실적을 쌓아오다 마침내 지난 5월 열린 올해 콩쿠르에서 바이올
귤은 먹기 편한 과일이다. 들고 다니기 쉽고 깎지 않아도 되고 씻을 필요도 없다. 그래서일까. 귤이 지난해 우리 국민이 가장 많이 먹는 과일이 됐다는 소식이다. 1인당 연간 소비량이 14.3㎏에 달했다. 감귤과 개량종인 한라봉 천혜향 등은 포함시켰고 수입오렌지는 제외했다.1990년대 중반까지 1위였던 사과(9.4㎏)가 2위, 포도(6.5㎏) 배(5.5㎏) 복숭아(4.2㎏) 단감(3.7㎏) 등이 뒤를 이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귤은 바나나와 함께 고급과일에 속했다. 귤껍질을 따로 모아 차를 끓여 마실 정도였다. 그러나 제주에서 감귤이 계속 증산되고 맛까지 좋아지면서 ‘국민 과일’이 됐다.귤은 ‘남쪽의 귤이 북쪽에 오면 탱자가 된다’는 뜻의 귤화위지(橘化爲枳) 또는 남귤북지(南橘北枳) 등의 고사에서 보듯 산지에 많은 영향을 받는 과일이다. 아열대 기후인 제주에선 조선시대에도 임금에게 진상했다는 기록이 나오지만 제대로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중반이다. 1964년 2월 연두순시차 제주를 찾은 박정희 대통령은 ‘제주도는 식량증산은 염두에 두지 말고 수익성이 높은 감귤을 적극 재배하라’는 특별 지시를 내렸다. 이후 1965년 감귤나무 심기 바람이 불었고 1968년께 장기저리로 감귤과수원 조성자금이 지원되면서 획기적인 증산이 이뤄졌다. 당시엔 한 그루 심으면 자식을 대학까지 보낼 수 있다고 해서 귤나무는 대학나무라고도 불렸다.제주에서 귤이 많이 생산되지만 세계적으로 볼 때 큰 규모는 아니다. 중국이 연 3300만t을 생산해 세계 1위고, 브라질 미국 인도 등이 1000만t 이상을 생산한다. 한국은 연 68만t 수준으로 26위다. 수출입도 각각 연 3000t, 2000t에 불과하니 내수상품이라 보면 된
사업장마다 희비쌍곡선이 엇갈린다. 올해 정년에 걸려 나가는 퇴직자가 있는가 하면, 딱 1년 차이로 3년 이상 더 근무할 수 있게 된 사람도 많다. 고령자고용촉진법에 따라 내년부터 300인 이상 기업에서 60세 정년이 의무화되면서 생기는 일이다.60세 정년은 그러나 기업에 주는 충격파가 훨씬 크다. 현재 평균적인 정년인 57세와 의무화되는 60세 정년은 3년 차이밖에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3년치를 크게 웃도는 인력 증가를 부를 수밖에 없다. 57세 정년일 때는 ‘최대한’ 일해야 57세라는 뜻이었다. 그 사이에 성과 부진자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퇴직한다. 그러나 법제화된 60세는 ‘최소한’ 그때까지 정년을 보장받는다는 의미다. 이전까지는 가장 오래 근무하는 사람이 57세였지만, 앞으로는 누구라도 60세까지는 회사에 남아 있게 된다.승진·퇴출의 시스템 한계 노출당장 직급 인플레를 피하기 어렵다. 임원 직전의 최고 직급을 부장이라고 할 때, 40대에 부장이 되고 정년 때까지 전혀 승급이 없는 경우가 많이 생겨 곳곳에 부장이 넘쳐나게 돼 있다. 사례 조사에 따르면 현재 7.2%인 부장 이상 비중이 2020년엔 16.3%, 2025년엔 23.3%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과장 이상 간부가 3분의 2로 직원들보다 더 많은 구조도 예상되고 있다. 연령대 구성도 역(逆)피라미드형으로 바뀌면서 조직의 활력은 크게 추락할 수밖에 없다.이런 위기 앞에서 경영자들은 당장 인사부터 챙겨야 한다. 인건비 증가 문제가 핵심이 아니라는 걸 직시해야 한다. 핵심 인재들인 임원과 보직자들이 있고 그 아래 일사불란하게 후배들이 늘어서 있는 기존 조직구조는 깨질 수밖에 없다. 이제까지는 모두 더 높은 직
그제 끝난 미국과 유럽 간 여자 골프 대항전인 솔하임컵에서 ‘컨시드’ 논란이 있었다. 컨시드란 상대방의 볼이 홀 가까이에 붙었을 때 다음 퍼팅으로 무조건 홀에 들어간다고 보고 이를 들어간 것으로 간주해주는 것을 말한다. 일종의 신사도인 셈이다. 프로는 50㎝ 정도가 남으면 컨시드 거리다. ‘기브(give)!’ 혹은 ‘컨시드(concede)!’라고도 하고 ‘픽잇업(pick it up)!’이라고도 한다, 국내에서는 ‘오케이(OK)!’다.이번 솔하임컵에서 미국대표로 출전한 재미동포 앨리슨 리는 17번홀에서 자신의 버디 퍼트가 홀을 45㎝가량 지나쳐서 멈추고, 상대 선수들이 다음 홀로 이동하는 어수선한 상황에서 컨시드를 받은 줄 알고 공을 집어들었다. 그러나 유럽팀의 수잔 페테르센이 컨시드를 준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벌타를 받아야 했다. 미국팀은 이 경기에서 2홀 차로 패했고 앨리슨 리는 눈물을 펑펑 쏟았다. 페테르센이 지나쳤다는 지적을 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규칙은 규칙.1969년 라이더컵에서 잭 니클라우스가 보여준 컨시드는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 라이더컵은 미국과 유럽 간 남자 프로골프 대항전이다. 마지막날 마지막 매치 게임으로 미국의 잭 니클라우스와 영국의 토미 재클린이 맞붙었다. 그때까지 양팀이 무승부여서 이 게임에서 결판이 나게 돼 있었는데 17번홀까지 둘은 비기고 있었다. 마지막 18번홀 그린. 재클린의 공은 홀에서 120㎝를 남겨 놓고 있었고 니클라우스의 공은 약간 더 멀리 있었다. 니클라우스의 퍼팅이 홀로 빨려들어가자 미국 응원단은 환호성을 터뜨렸다. 무승부는 확보한 것이었고, 재클린이 실패하면 미국이 우승한다. 그런데 니클라우스가
금융회사를 파산시킨 주범들이 해외에 숨겨놓은 재산은 어떻게 찾아낼까. 최근 예금보험공사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현지 탐정들이었다. 예보가 부실책임자의 출입국 기록, 해외송금내역 조회 등을 통해 은닉정황을 찾아내 제공한 정보를 토대로 해당지역 탐정들이 발로 뛰며 은닉자산을 샅샅이 찾아냈다는 것이다.탐정이라고 하면 흔히 사냥모자를 쓰고 파이프를 물고 있는 셜록 홈즈를 떠올리게 된다. 추리소설을 많이 읽은 사람들은 홈즈와 더불어 ‘세계3대 탐정’이라고 불리는 오귀스트 뒤팽, 에르퀼 푸아로의 이름도 기억할 것이다. 이들은 각각 아서 코넌 도일, 에드거 앨런 포, 애거사 크리스티가 창조한 주인공들이다. 독특한 캐릭터의 이 명탐정들은 주로 미궁에 빠진 살인사건을 다룬다. 그리고 명석한 추리력과 놀라운 예지력으로 사건을 멋지게 해결한다.그러나 현실 세계에서 탐정이 하는 일은 그렇게 거창하지 않다. 의뢰받은 자료를 조사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공식 명칭은 민간조사원(private investigator)이다. 자본주의에서 모든 직업은 수요가 있어서 생긴다. 탐정이라는 직업이 없었으면 예보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은닉재산을 조사하는 것은 불가능했거나 엄청난 비용이 들었을 것이다.국내에서 탐정업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것도 같은 논리다. 그러나 10여년간 논의만 무성했을 뿐 아직까지 관련법이 통과되지 못해 탐정 관련 서비스가 전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는 실종가족을 찾는 것을 누군가 대행한다면 불법이다.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신용조사업자의 신용정보조사 외에는 누
전문가(Specialist). 이 단어만큼 요즘 직장인들의 열등감을 자극하는 단어가 있을까. 자신만의 분야에 독립성을 갖고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으며 정년퇴직이 따로 없는 자리. 언제든 다른 회사로 옮길 수 있어 눈치 볼 일도 적고 그 자격만으로도 평생 먹고살 것이 보장된 위치. 게다가 언론들은 이제 전문가가 아니면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라며 직장인들의 '전문가 콤플렉스'를 자극하고 있다.고시 준비를 다시 시작하는 회사원들이 있는가하면 미국 ...
안주가 필요 없는 술자리가 있습니다. 상사를 도마 위에 올리면 그보다 나은 안주가 있겠습니까. 가끔씩은 상사복도 없는 자신이 처량해 보이기도 하지만 씹는 재미는 그게 최고지요. 씹히는 상사로서도 기분 나쁠 게 별로 없습니다. 윗사람이란 자리가 원래 그런 거라고 자위하면 그만이지요. 게다가 요즘엔 안주상에 올려지지도 못하는 상사들도 많답니다. 정말 비열한 상사들은 `타도 대상`이지 비판대상이 못되는 법이거든요. 직장인들은 어떤 상사를 제일 미...
옥스퍼드영어사전은 세계적 권위를 자랑한다. 1884년 편찬작업을 시작해 1928년 표준판을 완성했는데 참여한 학자만 1500여명이었다. 그동안 20여차례 개정 증보판을 냈지만 1997년 이후엔 오프라인 제작을 멈춘 상태다. 2000년 시작한 옥스퍼드온라인사전이 명맥을 잇고 있다.옥스퍼드온라인사전은 대신 디지털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권위를 높여가고 있다. 매분기 새로운 단어들을 등재하며 시대의 변화를 선도하는 이미지를 키워가고 있다. 최근에도 세계인들이 쓰는 속어 1000개를 새롭게 올렸다.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등 이미 언론에서 자리잡은 단어들이 새롭게 올랐고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힘을 절감하게 할 정도로 신조어가 눈에 많이 띈다.맨스프레딩(manspreading)이란 단어를 보자. ‘남자들이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에서 남에게 피해를 줄 정도로 다리를 벌리고 앉는 행위’라는 뜻이다. 그런 남자를 뜻하는 우리 네티즌들의 속어 ‘쩍벌남’의 영어식 표현인 것이다. 누군가가 적절하게 이름 붙였고 그것이 수용, 전파의 과정을 거쳐 사회적 가치를 갖게 된 것이다. 포켓다이얼(pocket dial)은 주머니에, 버트다이얼(butt dial)은 뒷주머니에 넣어둔 휴대폰이 잘못 눌려 전화가 걸리는 것을 뜻한다. 털 많은 아기라는 뜻의 ‘퍼 베이비(fur baby)’는 반려동물에 붙여진 새로운 애칭이다.짧고 빠른 메시지 전달이 필요한 소셜미디어 시대를 살면서 말은 점점 짧아지고 축약된다. 편한 사이에는 오케이(OK)라고 정확하게 얘기하는 대신에 간단히 ‘음케이(mkay)’라고 한다. ‘정말로’라는 뜻의 ‘리얼리(really)’는 간단하게
GE는 자타 공인 세계 1등 기업이다. 토머스 에디슨이 1878년 설립한 에디슨종합전기회사가 1892년 톰슨휴스턴전기회사와 합병해 탄생했으니 3세기째 기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에 비하면 여전히 ‘굴뚝’ 냄새가 난다. 그리고 ‘중성자 잭’으로 불리던 잭 웰치 회장(재임 1981~2001)의 존재감이 워낙 컸던지라 비정하고 권위적인 분위기도 여전히 남아 있다.10%룰 없애고 피드백 강화그런 GE가 회사 운영의 뼈대인 인사시스템을 대대적으로 바꾸고 있다. ‘10%룰’로 대표되는 웰치 시대의 인사평가 방식을 30년 만에 전면 혁신했다는 소식(한경 8월20일자 A2면)이다. 10%룰은 매년 평가를 통해 최하위 10% 그룹을 도려냄으로써 성과 지향의 경쟁력 있는 조직을 만들려는 평가 방식이다. 평가는 재무적 목표에 대한 정량적 평가인 ‘성과’ 평가와 4E, 성실성 등을 기준으로 한 정성적 평가인 ‘잠재력’ 평가로 이뤄진다. 잠재력의 지표인 4E는 결단력(edge) 열정(energy) 활력(energize) 실행력(execute) 등이다. 이 평가를 통해 상위 20%는 핵심 정예 인재, 70%는 지속적 육성 대상, 그리고 나머지 10%는 해고 대상인 꼬리집단으로 분류한다.간부들에겐 하위 10%를 선별하는 것이 고통이었다. 실제 제도 시행 3년차 때는 직원들의 성과가 너무 좋아 도저히 10%까지 저성과자를 채울 수 없었다. 그러나 ‘중성자 잭’은 무조건 10%를 강요했다. 그것이 GE의 20세기였다. 회사가 정한 틀에 맞지 않는 저성과자는 무조건 도려내는 비정한 시스템이었다. 1등 GE가 그렇게 하니 대유행처럼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표준이 됐다.이런 10%룰이 폐기되는 것은 시대를 바꾸는 역사적 사건이
톈진은 중국 수도 베이징의 관문 역할을 하는 항구도시다. 베이징과 항저우를 잇는 대운하의 북부 중심 도시로서 예부터 상업이 발달했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1시간4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서울 인천 경기를 합친 면적(1만1632㎢)에 인구는 1000만명이 조금 넘는다.원래 지명은 직고(直沽)였는데 약 600년 전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다. 아버지 주원장을 도와 명나라를 건국한 넷째 아들 주체(朱·훗날 영락제)는 원의 대도(현 베이징)에서 몽골세력을 몰아내고 황제의 꿈을 키우고 있었다. 그런데 주원장이 장손에게 제위를 물려주고 사망하자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때 남하작전을 시작한 곳이 직고였다. 대운하를 타고 내려가 정권을 잡은 영락제는 수도를 베이징으로 옮기고 직고에 톈진(天津)이란 이름을 내렸다. ‘천자의 나루’라는 뜻이다.국제적인 항구도시가 그렇듯 톈진은 많은 바람을 탔다. 19세기 중국을 탐내는 외세열강들의 각축전이 톈진에서 벌어졌다. 1856년 광저우에서 일어난 애로호 사건이 계기였다. 영국 등은 톈진을 점령하고 톈진의 8배에 달하는 지역을 조계지로 차지했다. 1902년까지 톈진과 인근 지역에는 영국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러시아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벨기에 등 9개국의 조계지가 들어섰다.이후에도 톈진의 시련은 계속됐다. 위안스카이 같은 군벌이 점령하는가 했더니 1923년엔 중화민국 정부 소재지가 되기도 했다. 일본에 점령당했다가 일본군의 항복을 받으러 미군이 진주하기도 했다. 국공내전 중이던 1949년 1월에는 34만명의 공산군이 13만 국민당군을 29시간 만에 패퇴시킨 톈진전투가 벌어지기도 했다.일찍 개방되면서 상하이와 함께 중국 2대 도시로 커가던
“나는 이제까지 네 나라의 국가를 불러야 했다. 영국 일본 말레이시아 국가를 할 수 없이 불렀고, 독립 후에는 우리 싱가포르 국가를 자랑스럽게 부른다. 무경험과 무지 속에서 우리는 열의와 성의로 싱가포르를 일류국가로 키워냈다.”지난 3월 타계한 ‘싱가포르의 국부’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는 2000년 출간한 자서전 《내가 걸어온 일류국가의 길》에서 자부심을 감추지 않았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싱가포르는 세계 경제사에 유례없는 성공사례가 됐다.영국 동인도회사가 1819년 120여명의 어부가 살고 있던 이 섬에 인도와 중국을 잇는 무역중심지를 구축하기 전까지만 해도 싱가포르는 말레이반도 끝 진흙탕에 불과했다. 1869년 수에즈운하가 개통되면서 교역이 늘기 시작했다. 그나마 1942~45년 일본에 점령당했을 땐 100만 인구의 절반이 떠나기도 했다. 1963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해 말레이시아연방의 구성원이 됐다가 1965년 독립했다.지난 9일은 싱가포르 건국 50돌이었다. 주변국으로부터 ‘곧 없어질 나라’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싱가포르는 1인당 국민소득 5만6000달러가 넘는 아시아 최고의 ‘부자나라’로 우뚝 섰다.그러나 새로운 반세기를 시작하는 싱가포르의 앞날이 밝아 보이지만은 않는다. 이제까지의 성장모델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어서다. 싱가포르는 말라카해협의 요충에 자리 잡고 있고 태풍이나 지진 같은 천재지변이 거의 없는 지리적 이점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중동의 석유를 중계무역하는 것을 비롯 국제물류 허브로서의 역할이 싱가포르 국부의 원천이었다. 잠재력 큰 중국의 대외무역 창구 역할도 큰 비즈니스였다. 여기다 ‘선한 독재’로 불렸던 리
푸른 바다는 동경의 대상이다. 그러나 가라앉은 심연은 공포 그 자체다. 시커멓게 뚫린 바닷속 검은 구멍으로 잠수해 내려가는 장면은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다. 무언가 큰 것이 뒤에서 다가오는 것 같은 느낌이 따라다닌다. 잠수부는 그런 극한의 깊이를 내려간다.산소호흡기 같은 기계장치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잠수하는 것을 스킨다이빙이라고 한다. 기록갱신을 위한 극한스포츠가 되면서 요즘은 프리다이빙이라고 부른다. 뤽 베송 감독의 1988년 영화 ‘그랑블루’는 누가 더 오래 바닷속에서 견디느냐를 다투는 다이버들의 얘기를 그렸다. 세계챔피언 엔조는 아무도 들어가지 못한 지점까지 어둠을 밀고 내려갔지만 결국 제때 떠오르지 못한다. 살아남은 주인공 자크의 대사. “바다 밑바닥에 있을 때가 가장 힘들어요. 다시 올라와야 할 이유를 찾기가 어려우니까요.”심연의 다이버들에게 심해란 어떤 의미일까. 닿을 수 없는 곳이요, 그래서 갈 수 없는 곳이며 달리 말하면 이상향이다. 이상향을 향해 가다 죽는 것은 진정한 자유를 향한 해방이다. 영화는 다시 심해 속으로 끊임없이 내려가는 자크의 다이빙에서 페이드 아웃된다.엊그제 꼭 그랑블루 영화 같은 일이 일어났다. ‘프리다이빙의 여제’로 불리는 러시아의 나탈리아 몰차노바가 바닷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스페인 동쪽 포르멘테라 섬 해안에서 잠수하다 실종됐다. 당국은 “오리발 없이 수심 30~40m에서 헤엄치다 빠른 물살에 휩쓸려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그러나 그 정도 깊이에서 사고를 당할 몰차노바는 아니다. 20여년간 23개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갈아치운 세계기록만 41개다. 물속에서 9분2초
국내 임금 근로자 수는 1800만명 정도다. 정규직 1200만명, 소위 비정규직 600만명으로 보면 된다. 이 대강의 숫자를 보면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답이 나온다. 한 번 뽑으면 해고가 힘들어 기업들이 채용을 기피하는 정규직이 아니라, 필요한 기간 동안만 계약으로 일하는 비정규직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면 된다.실상은 어떤가. 비정규직은 어렵고 힘들고 비참하게 일하는 ‘나쁜’ 일자리이기 때문에 절대 늘려선 안 된다고들 생각한다. 이건 노동계가 만든 잘못된 프레임이다. 그 부정적 영향력이 워낙 강하다 보니 정부도 이 프레임에 갇혀 있다. 그래서 쉽게 창출할 수 있는 일자리는 애써 외면하고 만들기 어려운 정규직 일자리만 늘리려다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게 고용률 60.9%의 현실이다.'비정규직=비정상' 시각이 문제유학 가기 전에 석 달만 일하겠다는 학생, 육아를 위해 오후 네 시간 정도만 근무하길 원하는 주부, 낮에는 집안일을 돕고 매일 밤 경비 근무만 서겠다는 청년, 또는 주말에만 출근하려는 사람들…. 이들이 원하는 것이 모두 비정규직이다. 과연 ‘나쁜’ 일자리인가.비정규직에 대한 이런 편견은 노동계가 전략적으로 만든 것이다. 비정규직은 법률 용어가 아니라 ‘비정상적인 고용형태’라는 뜻으로, 근로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강조하기 위해 노동계가 자주 사용하고 있다. 이것이 사회 통념이 되다 보니 정부도 비정규직을 억제하고, 기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꿔주는 데 정책을 집중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그나마 있던 일자리까지 날려 버리고 있다.정규직 외에도 일자리는 다양한 형태로 계속 생겨난다. 임시직, 계약직, 파견직, 시간제, 일용
하우스보트(house boat)는 주거공간인 집처럼 꾸민 배를 말한다. 동남아시아에 많이 있는 선상가옥도 같은 이름으로 부를 수 있겠지만 큰 차이가 있다. 태국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등에 있는 선상가옥은 대부분 인근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천연재료, 즉 나무로 짓는다. 반면 하우스보트는 목재 플라스틱 철판 등의 현대식 재료로 만들고 무엇보다 편의성을 강조한 디자인을 신경 쓴다. 선상가옥의 고급판이다.수로나 강이 유명한 ‘물의 도시’들은 대부분 이 배를 활용한 하우스보트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암스테르담 베네치아 등은 낭만이 있고 프라이버시가 잘 보호된다며 하우스호텔을 선전하고 있다.수로가 발달한 영국에서는 최근 집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이나 젊은 층들이 아예 하우스보트를 임대해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런던운하의 경우 하우스보트가 지난 5년간 50%나 증가했다. 브리튼수로에는 3만3000여대의 하우스보트가 운영되고 있는데, 작년에 비해 9% 늘어난 수치다. 침실 2칸짜리 하우스보트를 이용하는 데 내는 월세는 125만원 정도다. 도시 내의 수로에 정박하고 있기 때문에 도심으로 걸어나갈 수도 있어 최근에는 하우스보트를 사무실로 쓰는 사람도 많아졌다고 한다.같은 하우스보트에도 편차가 있다. 템스강 한편 태그스섬에는 65채의 초호화 하우스보트가 정박해 있다. 대형 보트들이 대부분인데 침실 5칸짜리의 판매가격은 33억5000만원이나 된다. 섬 안에 주차장, 정원, 별장이 따로 있고 이들만이 사용하는 전용 다리도 제공된다.정박해 있는 초호화 하우스보트와 달리 대부분 하우스보트는 2주 이상 한 곳에 머물 수 없다는 규제에 따라 항상 옮겨다녀야 한
미국 공화당 대통령 선거전에 뛰어든 부동산 갑부 도널드 트럼프(69)가 쏟아내는 막말이 화제다. 히스패닉 이민자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을 시작으로 좌충우돌하더니 전 공화당 대통령 후보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깎아내려 워싱턴 정가를 발칵 뒤집어놓기도 했다.이런 노이즈(noise) 마케팅이 성공해서일까. 지난달 중순 출마 선언 당시만 해도 지지율 3%에 불과했던 트럼프가 21일 발표된 지지율 조사에선 24%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그가 쏟아낸 막말을 보면 정치적 고려는 전혀 없어 보인다. 그는 멕시코 이민자들을 정면으로 비난했다. “멕시코 정부는 문제가 많은 사람들을 미국으로 보내고 있다. 이들은 성폭행범이자, 마약을 가져오고 범죄를 일으키는 주범이다. 남쪽 국경에 거대한 방벽을 쌓겠다. 그 돈은 멕시코가 내야 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의 회사 건설현장에 많은 이민자가 일하고 있다며 “내년에 공화당 후보로 지명된다면 히스패닉 득표에서 내가 승리할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18일에는 매케인을 정면 비난하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존 매케인은 전쟁영웅이 아니다”며 “매케인이 포로로 붙잡혔기 때문에 전쟁영웅이라는 것인데, 나는 붙잡히지 않은 사람들을 좋아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21일에는 “사우디와 한국은 미쳤다. 이들 국가는 하루 수십억달러를 벌지만, 국가안보에서 여전히 미군에 의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의 막말은 “이제 막가자는 거지요?” “대통령 못 해 먹겠다”고 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기도 한다.트럼프는 철저히 공화당원, 그것도 ‘옛 미국’에 향수를 갖고 있는 장년
뉴트리아는 원래 남미 지역에 사는 동물이다. 스페인 말로 수달을 뜻한다. 몸길이가 100㎝ 정도이고 털은 갈색이다. 제2차 세계대전 때 군인들의 방한복용으로 뉴트리아 모피가 많이 쓰이면서 세계 각국에서 사육됐다.우리나라에선 1987년 불가리아에서 60마리를 수입해 충남 서산에서 키우기 시작했다. 2001년 정부가 뉴트리아를 축산법상 가축으로 지정할 당시 470여 농가에서 15만여마리를 사육할 정도였다. 그러나 경기 침체로 뉴트리아 모피에 대한 수요가 떨어지고 식용으로도 팔리지 않자 농가는 뉴트리아를 방사했다. 더운 지방 동물이라 겨울이 되면 자연 폐사할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러나 천적이 없는 환경에서 뉴트리아는 살아남았고 곡식과 채소를 뜯어먹으며 농가에 피해를 줬다. ‘괴물쥐’라는 별명이 붙은 건 이때다.결국 환경부는 2009년 6월 뉴트리아를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했다. 특히 뉴트리아가 우포늪에 많이 나타나자 부산과 김해 등 지자체는 마리당 포상금 2만원을 내걸고 박멸에 나섰다. 6000여만원을 포상금으로 받은 사람까지 나왔다.소위 생태계 교란종은 인간이 필요해 도입했다가 방치해 문제가 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큰입배스와 황소개구리도 뉴트리아와 같은 길을 걸었다.큰입배스는 1970년대 어업자원 활용 목적으로 도입했다. 그런데 육식성이 워낙 강해 토종어류의 치어와 알까지 마구 잡아먹어 문제가 됐다. 정부는 1998년 큰입배스를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했다. 황소개구리도 원래 식용으로 수입했다. 그런데 야생에서 많이 자라면서 곤충 달팽이 물고기 개구리 등을 마구 잡아먹어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 됐다. 황소개구리 역시 1998년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됐
주유소에선 수년 전까지 일자리를 놓고 60대와 20대가 세대 갈등을 벌였다. 성실한 60대들이 결국 승리를 거뒀다. 50대 여성들의 취업률도 최근 급격히 높아졌다. 아이를 키워놓은 주부들이 콜센터와 판매 서비스에 뛰어들고 있다. 한 달 100만원을 목표로 뛰는, 눈물겨운 생존 전쟁의 현장이다.이들이 일하는 곳이 소위 비정규직이요, 기간제 근로요, 아르바이트다. 대부분 최저임금 선상 혹은 미만에서 일한다. 묘한 것은 이런 노동시장은 철저히 시장경제 원리, 즉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이다. 여기선 노동 공급이 넘쳐 대부분 생활임금 이하밖에 못 받는다. 그런 사정은 취업한 이들도 잘 알고 있다.청년 일자리 수년치 날린 셈이런 저임근로자의 대척점에 있는 집단이 바로 대기업·공기업 근로자들이다. 소위 정규직이다. 이런 회사에 들어가면 정년까지 쫓겨날 일이 없고, 임금이 깎이는 경우도 거의 없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별로 적용되지 않는다. 강한 노동조합이 있어서 더욱 그렇다. 노조가 사측을 압박해가며 생산성 향상과 상관없이 임금을 올려왔다. 이 시장에 진입한 것 자체가 기득권이라 양보도 없다. 노총, 민노총을 합해 봐야 노조 조직률이 10%가 채 못되지만 이들이 대한민국 노동계를 좌우한다.이런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가 오히려 더욱 공고해지게 됐다. 바로 정년 연장 때문이다. 300인 이상 사업장에선 내년부터, 나머지는 후년부터 정년이 60세로 연장된다.원래 내년에 퇴직해야 할 사람들이 연장 혜택을 받게 되면 최소 2년, 많게는 7년까지 더 일할 수 있게 된다. 회사로서는 큰일이다. 정년 선상에 있는 근로자들의 임금이 초임에 비해 2~3배 높은 현실에서 고령 근
데카르트는 “좋은 책을 읽는 것은 과거 몇 세기의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같다”고 했다. 그렇지만 지하철을 타 보면 그런 고상한 즐거움에 빠진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모두가 ‘수구리’족이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스마트폰에 빠져 있다. 복잡하지 않은 지하철에서도 책을 읽거나 신문을 보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엊그제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국민의 하루 평균 독서시간은 6분에 불과했다. 5년 전 조사 때보다도 1분이 줄었다. 하루 10분 이상 책을 읽는 사람의 비율도 10%에 그쳤다. 이들이 하루 책 읽는 시간은 평일 1시간5분, 토요일 1시간16분, 일요일은 1시간18분이었다. 책 읽는 사람은 하루 여가 4시간49분 가운데 1시간 이상을 책에 할애하는 것이어서 괜찮은 편이다. 문제는 책을 읽지 않는 나머지 90%다. 이들은 1년 내내 책 한 줄 안 읽는다고 보면 된다. 독서가 이렇게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떠도는 가볍고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수많은 이들이 휘둘리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종이 매체가 점점 그 영향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절대적으로 스마트기기의 영향이다. 스마트기기는 바로 그 자리에서 사실상 세상의 모든 콘텐츠를 접속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스마트폰 시대를 연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이 서 있는 곳은 인문학(liberal arts)과 기술(technology)의 교차점”이라고 말했다. 소설도 시도 만화도 영화도, 그리고 신문도 스마트기기를 통해서 볼 수 있게 하겠다던 그의 비전은 완전히 실현됐다. 그에 비하면 정보매체에 접속이 되지 않고 남과 연결도 되지 않는 책의 경쟁력이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국
서부개척이 한창이던 1840년대 미국 군인들은 인디언들을 좀체 이기지 못했다. 총이 있었지만 기마전에서 번번이 패배했다. 인디언은 말을 타고 달리며 활을 쏴 공격했다. 그런데 머스킷총은 쏘고 나서 재장전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텍사스의 기마부대인 텍사스 레인저스는 1845년 어느 날 큰 보물을 얻었다. 탄환 6발을 계속 쏠 수 있는 ‘리볼버’(탄창회전식 다연발 권총)였다. 말을 타고 달리며 총을 연발로 쏘게 되자 전쟁의 판도가 바뀌었다.이 권총을 개발한 사람이 새뮤얼 콜트(1814~1862)다. 콜트는 선원으로 일할 때 배의 엔진기관에서 탄창회전식 권총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1836년 22세 때 회사를 세워 리볼버를 내놨지만 사람들의 오랜 습관을 바꾸기 어려웠다. 판매는 부진했고 결국 그의 첫 회사는 도산했다. 그런데 텍사스 레인저스 등이 콜트의 권총으로 승리를 거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새로운 기회가 왔다. 1847년 미국 군수부는 콜트에게 권총 1000자루를 주문했다. 콜트는 남의 공장을 빌려 권총을 생산하기 시작했다.1851년엔 영국에도 공장을 세웠고 각종 국제무역전시회를 휩쓸었다. 콜트는 니콜라스 1세 러시아 황제 등에게 공식적으로 콜트 권총을 선물하며 국제적 마케팅에도 수완을 보였다. 1856년께 미국 10대 부자 반열에 올랐다.1861년 발발한 남북전쟁은 또 다른 기회였다. 원래 남부지역에도 총을 팔았던 콜트는 전쟁이 터지자 북군에만 공급했다. 공장은 생산량을 못 댈 정도로 바빴다. 그해 직원 1000명을 넘었고 이익은 25만달러에 달했다. 콜트는 그러나 건강악화로 1862년 초 사망했다. 그가 생전 생산한 총은 40만정, 모은 재산은 1500만달러나 됐다. 천문학적인 금액이었다.남북전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해파리를 해타(海) 즉 바다메기라고 표기했다. 속어로는 해팔어(海八魚)라고 부른다고 적었다. 설명도 실감난다. “머리와 꼬리, 얼굴과 눈도 없다. 몸은 연하게 엉기어 있고 모양은 중이 삿갓을 쓴 것 같고, 허리에 치마를 입어 다리에 드리워서 헤엄을 친다. 삶아서 먹거나 회로 먹는다.”해파리는 해파리아문에 속하는 무척추동물의 총칭이다. 마이크로미터 크기에서부터 2m가 넘는 것까지 다양한데 4개목과 200여종이 있다. 서양에서는 젤라틴 성분이 많은 고기라는 뜻으로 ‘젤리피시(jelly fish)’라고 부른다. 근구해파리 목에 속하는 85종이 음식으로 먹을 수 있는데 12종이 양식되고 있다.해파리는 번식력이 좋은 데다 천적까지 거의 없어 세계 곳곳 바다에서 골칫거리다. 2007년 북아일랜드에서는 해파리가 수십㎢의 해역을 온통 뒤덮어 양식 연어 10만여마리가 폐사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 이후 해파리가 세계 바다를 뒤덮을지 모른다는 ‘해파리 지배설’이 등장하기도 했다. 연구결과 근거 없는 것으로 드러나긴 했지만 해파리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데는 전문가들도 이견이 없다.용존산소량이 4ppm 이상이 돼야 살 수 있는 일반 어류와 달리 해파리는 1ppm만 돼도 살 수 있다. 오폐수 증가와 온난화 등이 오히려 해파리에겐 유리한 환경조건인 셈이다.수명은 2~4주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1년 넘게 사는 종도 있다. 1990년대에는 영생하는 해파리를 이탈리아 과학자들이 발견해 화제가 됐다. 학명이 투리톱시스 누트리쿨라인 이 해파리는 크기가 4~5mm로 아주 작은데 죽을 때가 되면 다시 애벌레 상태로 돌아갔다가 이틀 만에 깨어나 회춘한다고 한다. 줄기세포
초한전쟁 막바지, 초나라의 왕 항우의 마지막을 지킨 건 ‘오추마’였다. 해하전투에서 사면초가에 몰린 항우는 ‘오추마가 달리지 않으니 어찌하란 말인가’고 탄식했다. 오추마는 검은 바탕에 흰털이 많아 붙여진 이름이다,적토마(赤兎馬)는 《삼국지》에서 여포가 타던 말이다. 색깔이 타는 불꽃과 같아 적토마로 불렸다. 여포를 죽인 조조가 관우의 마음을 잡으려 적토마를 선물로 내놓자 관우가 ‘형님(유비)에게 빨리 가는 데 도움이 되겠다’며 덥석 받자 조조가 서운해하는 대목이 유명하다.말은 빨리 달리고 지구력과 충성심이 강해 특히 전쟁터에서 쓰임새가 많았다.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몽골의 전투력도 말이 근간이었다. 요동과 함경도 지방에서 활동하며 여진족과 가까웠던 조선 태조 이성계는 특히 말을 아꼈다. 평생 같이 다닌 말을 ‘팔준마’라고 불렀다. 세종 때 안견이 이 말들을 한 마리씩 그린 ‘팔준도첩’이 전할 정도다.말은 20세기까지도 전쟁에 동원됐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워호스(War Horse)’는 1차 세계대전 때 군마로 징집된 말 ‘조이’와 소년 마주의 우정을 그린 감동적인 영화다. 조이는 총알이 오면 고개를 숙이고 철조망도 잘 뛰어넘는 영리한 말이었다.그런데 이 영화의 실제 주인공으로 더 어울릴 만한 명마가 한국에 있었다. 1952년 미군 소속으로 전장에 투입돼 군마로 활동했던 ‘아침해’다. 아침해는 원래 당시 신설동 경마장을 달리던 경주마였다. 마주였던 소년 김흑문은 누이가 지뢰를 밟아 장애인이 되자 이 말을 250달러를 받고 미군에 팔았다. 아침해는 수백 차례 탄약과 보급품을 날랐고 단독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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