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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철이 막 지난 3월 중순. 곳곳에서 이별 인사가 온다. 20년 넘게 정들었던 직장을 떠난다는 사람이 보낸 짧은 문자에는 회한이 묻어난다. 이젠 안녕. 직장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수요와 공급법칙에서 예외일 수 없다. 젊고 실력 있는 인재를 들이기 위해서는 아직 역량이 있는 사람이어도 할 수 없이 조직에서 나가줘야 한다. 떠날 때가 있는 것이다. 이런 한계를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도 퇴직 자체를 직업인생의 종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평생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환자를 보는 의사, 여든에도 새 책을 내는 교수들이 주변에 널려 있는데도 말이다. 인사철, 승진대열 뒤의 쓸쓸함 이 칼럼을 통해 자주 강조했지만 조선시대 경국대전에 따르면 행정가의 정년은 70세였다. 육체노동자는 66세, 장인(匠人)은 60세였다. 평균수명 40대 시절에 조상들에겐 정년이란 사실상 없었다. 대책 없이 떠나는 듯한 선배들을 보면서 후배들은 불안해진다. 특히 정년이 몇 년 남지 않은 중장년들은 더욱 그렇다. 회사 일을 열심히 하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지금부터 노후를 위해 다른 준비를 해야 하는 건지. 회사를 떠난 사람들의 성공 여부는 한 가지 기준으로 간단히 평가할 수 있을지 모른다. 직원들이 떠난 그를 그리워하는가 아니면 금방 잊는가. 마케팅 구루 세스 고딘은 조직을 떠나도 직원들이 그리워하는 사람을 일컬어 ‘린치핀(linchpin)’이라고 불렀다. 린치핀은 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연결하는 축에 꽂는 핀으로 구심점, 핵심의 뜻을 갖는다. 고딘은 이 단어를 회사나 프로젝트를 이끌고 그 책임을 기꺼이 떠안는 사람으로서, 그가 떠나는 순간 다른 이들이 그를 너
우리는 연결경제(Connection Economy) 속에 살고 있다. 모든 사람이 인터넷 스마트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어느 때보다 촘촘히 얽혀 있다. 누구라도 매체 없이 스스로 미디어가 될 수 있고, 매장이 없어도 장사할 수 있으며 직원 없이도 사업체를 운영한다. 20여년 전과 비교하면 개인들은 거의 슈퍼맨이다. 혼자서 책을 출판하고 영화를 만들고 뉴스를 생산하고 사회단체를 조직한다. 가전제품 자동차 등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 시대도 이미 열렸다. 시스코는 2020년이 되면 전 세계 370억개의 기기들이 인터넷으로 연결돼 인간의 조작 없이도 사회를 윤택하게 할 것이라고 전망한다.효율과 통제의 산업경제 저물어 연결경제는 폭발적 성장을 가능케 한다. 전업주부가 레시피 하나로 유명세를 타고 바로 돈방석에 앉는 일이 생기는 것은 그렇게 되고픈 사람들이 무수하게 연결돼 성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10년도 안된 신생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는 것도 모든 비용이 낮아지고 국경까지 허문 연결의 힘이다. 연결경제 시대에는 경영의 모든 것이 달라진다. 전략 마케팅은 물론이고 인사관리, 재무관리도 근본부터 바뀐다. 인터넷이 상용화된 것이 1990년이니 연결경제는 21세기 들면서 꽃피우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전에는 기술과 효율, 생산성으로 요약되는 ‘산업경제’ 시대였다. 산업경제는 150여년 동안 인류를 차원이 다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발전시켰지만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하나의 업종에 집중하고, 효율을 높이려고 부서 간의 역할을 명확하게 나누고, 혹 사고를 칠지도 모르는 개인들을 끊임없이 감시하는 것이 산업경제
꼭 10년 전인 2004년 1월 한국경제신문에 가치혁신연구소를 설립했다. 필자가 소장이었다. 이 연구소가 기획·취재해 한경에 연재한 시리즈가 ‘가치혁신 시대를 열자’였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21세기 들어 새로운 변화의 단초를 찾던 수많은 기업인들이 가치혁신(Value Innovation)이론에 열광했고 삼성전자의 VIP(Value Innovation Program)센터의 성공사례가 소개되면서 가치혁신이 전국적인 화두가 됐다. 이 이론을 공동주창한 김위찬, 르네 마보안 교수(인시아드 경영대학원)가 다음해 가치혁신론을 집대성해 단행본으로 묶은 ‘블루오션전략’을 출간하면서 한국은 물론 전 세계가 푸른 물결에 출렁거렸다. 열풍 이후 10년 무엇을 남겼나 그런데 지금 블루오션을 생각하면 이미 오래된 일이고 흔적도 별로 남아 있지 않은 추억처럼 느껴지는 건 왜일까. 무엇보다 우리가 너무 열광한 것이 문제였다. 방법론만 잘 익히면 금방 새로운 대형사업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 시각 자체가 처음부터 잘못된 발상이었다. 그래도 성과는 있었다. 블루오션 이전까지 사업을 추진하는 기준은 ‘다른 회사들이 참여하고 있느냐’ 여부였다. 괜찮은 회사들이 진출한 분야라야 시장성이 있고 ‘먹을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블루오션 이후엔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사라졌다. 오히려 다른 회사들이 하고 있는 사업은 이미 가격경쟁 정도밖에 남지 않은 레드오션 시장으로 보는 전략적인 자세를 우리는 갖게 됐다. 새해 들어 재계 총수들이 던지는 화두를 보면서 블루오션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재계의 올해 키워드는 생존, 위기, 변화, 혁신 등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한마디로 이대로 사업해
웬만한 크기의 식당이면 한두 테이블만 꾸준히 손님이 들어도 유지된다. 큰 투자가 없는 회사라면 직원 인건비의 1.5배 정도 현금이 매달 있으면 성장하는 데 큰 지장이 없다. 개인이나 조직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은 생각보다 대단하지 않다. 예측할 수 없는 큰돈보다는 작은 규모라도 꾸준한 현금흐름(cash flow)이 훨씬 도움이 된다. 생계선 돌파가 가장의 평생 과제 평범한 사람들, 특히 가장들이 평생을 걸고 넘어야 할 선이 ‘생계선’이다. 이 선을 넘고 나면 부자선, 명예선, 행복선 등이 있을 것이다. 운 좋은 이들은 30~40대에 재산을 축적해 이 선을 훌쩍 넘고 또 다른 인생을 즐기지만 대부분 가장들은 이 생계선 돌파를 위해 평생을 보내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이 땅의 평범한 가장들이 생계선을 돌파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적지만 꾸준히 들어오는 현금흐름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다. 새로운 기술이 하루가 멀다하고 나타나는데 중년의 경험과 경력을 존중하며 계속 돈을 줄 수 있는 회사는 점점 줄어갈 수밖에 없다. 은퇴 후 당연시되던 가족창업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집이라도 잡혀 밑천을 마련해야 하는데 떨어진 부동산은 그마저 불가능한 일로 만들었다. 주위를 보면 여전히 건강한 나이에 회사 밖으로 내몰리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사람이 넘쳐난다. 열심히 발품을 팔지만 성과는 적다. 냉정한 시각으로 보면 퇴직자들의 사고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이 찾는 것은 ‘일자리’다. 월급을 덜 받아도 좋으니, 직급은 낮아도 좋으니 취직만 시켜달라는 식이다. 그러나 이 방향이 잘못됐다. 일자리가 아니라 일거리를 찾아야 한다.
대학생들에게 취업특강을 할 때마다 던졌던 질문이 있다. “여러분은 왜 창업은 생각하지 않나요? 자신을 고용하는 창업을 하면 곧바로 취업문제는 해결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는 그런 질문을 하지 않는다. 대학생이 된 내 아들과 딸은 글로벌 기업이나 굴지의 대기업에서 배울 것을 더 배우고 나중에 창업해도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부터다. 실패해도 괜찮다고 도전 자체가 의미 있다고 말들은 쉽게 하지만 과연 대학 다닐 때 벤처 2, 3개사를 차렸다가 ‘다 말아먹은’ 사람을 어느 누가 선뜻 채용하려고 나설까. 젊은 창업자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라면 그럴 수도 있지만 사실 우리 사회가 경영자를 보는 눈은 항상 따갑다. 성공에 대해서는 애써 평가절하하고 실패에 대해서는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 시간도 주지 않는다. 최근 퇴임한 이석채 전 KT 회장 이슈로 다시 화제가 된 ‘배임’이라는 것이 특히 그렇다. 원래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죄’(형법 355조 2항 이하)를 말한다. 주주 이익을 최우선시해야 할 대리인(전문경영인)이 주주나 회사 이익에 반하는 일을 벌였을 때 그것은 배반행위라는 것이다. 물론 사리사욕을 위해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다면 명백한 배임행위가 될 것이다. 그러나 실패한 사업을, 그것도 의욕적으로 벌이다 실패한 사업을 회사에 대한 배신으로 보아야 할 것이냐는 전혀 다른 문제다.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경영자들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새로운 기회, 새로운 시장, 새로운 고객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기업이 비교도 되지 않는 작은 기업에 밀리는 일이 왜 생길까. 어쩌면 대기업들은 더 이상 새로운 아이디어나 혁신 상품을 내놓지 못하는 구조적인 함정에 빠진 것은 아닐까. 테드(TED)콘퍼런스를 통해 국내 혁신가들에게도 친숙한 스티븐 존슨은 신간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를 통해 대기업이 혁신하지 못하는 현실을 고체, 액체, 기체의 비유로 설명하고 있다. 고체는 완전한 질서, 기존 틀을 벗어나기 어려운 조직이다. 이미 꽉 짜여 있어 외부와 접촉하기도 어렵고 자극이 있어도 바뀌지 않는다. 수십년된 대기업은 돌이나 나무처럼 이미 고체 상태다. '유레카' 아니라 집단적 연결 반면 기체는 아무런 통제도 없고 자유로운 조직, 그래서 무정부 무질서로 비유될 수 있는 집단을 말한다. 조직 형태를 띠지 못하고 여러 사람이 모여 회의를 하는 것을 생각해보라. 무한히 변할 수 있지만 모든 생각이 중구난방이어서 실현이 어렵다.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아이디어는 이 양쪽의 중간쯤 되는 액체 상태에서 나온다. 고체에 비해서는 유동이 자유롭고 기체에 비해서는 틀이 잡힌, 회사로 보면 벤처기업이나 중견기업쯤 되는 날렵한 조직이다. 고체 상태의 회사가 아이디어를 내는 조직이 되려면 녹아야 한다. 주변인들, 즉 이업종이나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액체처럼 유연하게 만들어야 새로운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질 수 있다. 르네상스가 좋은 사례다. 원시 상태의 인간은 기체와 같은 혼돈 속에서 살았다. 이에 비해 수도원이나 성에 갇혀 살았던 중세는 꽉 잡힌 질서의 고체 사회였다. 이 중세의 벽을 허물고 서로 연결돼 있는 사
다음주면 추석이다. 오랜만에 길게 이어진 빨간 날짜에 가슴 설레는 직원들이 많다. 열흘 가까이 쉴 수 있어 유럽여행을 떠나는 젊은 사원들은 얼마나 좋을까. 문제는 자영업 또는 중소기업을 하는 ‘사장님’들이다. 경기가 전혀 살아나지 않는데, 일 할 날은 줄고, 나갈 돈은 어김없이 마련해야 하니 죽을 노릇이다. 사장들을 만나보면 ‘목숨 걸고 사업하고 있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비장해 보이지만 목숨을 걸고 멋지게 승부하고 있다는 뜻이 아닌 경우가 더 많다. 자신을 비롯한 온 일가친척의 돈이 이 사업에 들어갔다는 얘기다. 그러니 장사가 잘되면 몰라도 안 되면 줄줄이 파산할 거라는 걱정에 목숨 걸고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일은 못하고 나갈 돈은 많고 가만히 월급쟁이 할 것을, 기술자가 됐으면 이 고생 안 할 텐데, 이렇게 가까운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사업을 해야 하나. 사장들의 넋두리는 추석 무렵이 되면 더 잦아진다. 한국의 사장들이여! 이럴 때일수록 자부심을 갖고 더 용맹정진해야 한다. 왜냐하면 사업이란 이미 성공사례가 많듯이 잘되기만 한다면 월급쟁이 신세를 벗어나 평생직업, 평생직장, 그리고 더 나아가 일가(一家)를 이루는 큰 성과를 올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주위를 보라. 대기업에서 30년 넘게 일하다 퇴직한 임원들 가운데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돈을 모아 놓거나 연금을 잘 준비한 사람이 아니면 등산객 신세를 거쳐, 지하철 여행자가 되는 수순을 밟는다. 한 번에 망할까봐 사업도 못 벌이고, 어떻게든 쪼개 쓰려고 공부도 제대로 못한다. 그러니 더 젊었을 때 일생을 걸 만한 사업을 벌이는 것, 장사를 한
20세기까지 우리는 한 세상에 살았다. 국경이 있고 지역이 있고 각종 모임이 있는 공간에서 지냈다. 나는 한국인이요, 서울에서 일하며 매일 강변도로를 달린다. 누구나 함께 보는 현실 세계(real world)가 우리 세상이었다. 20세기 말부터 새로운 세계가 생겼다. 바로 사이버(cyber) 세상이다. 온라인, 디지털이라고도 불리는 드넓고 신비한 세상에서 우리는 새로운 신원(identity)을 갖게 됐다. 현실 세계의 나와 같은 사람이지만 사이버에서 움직이는 ‘또 다른 나’는 전혀 다른 특질을 갖고 있다. 익명성이 가장 눈에 띄는 보호막이다. 10만명이 넘는 연예인 팬클럽 사이트에서 나를 드러낼 방법도 이유도 없다. 나는 조용한 팬으로 지켜볼 뿐이다. 싫으면 다른 곳으로 가면 그만이다. 아무도 모른다. 지울 수 없는 사이버 세상 흔적 현실에서는 남들의 눈을 신경 쓰지만 사이버에선 내 마음대로 한다. 백화점에선 비싼 것만 고르는 신사일 수 있지만, 여행사이트에선 20대들과 경쟁하며 1만원이라도 더 싼 상품을 찾는 하이에나가 되기도 한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활성화되면서 사이버 세상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현실 세계에선 친구가 한 명도 없는 사람이 페이스북에선 전 세계 친구 수천 명과 매일 교류한다. 이런 시대에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사람을 상대로 물건을 팔아야 하는 회사들은 한발 더 나아간 질문을 해야 한다.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가. 길거리를 걸어 다니는 저 사람들인가. 아니면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미소짓는 그들인가. 현실과 사이버의 경계는 점점 더 옅어질 것이다.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에서 배두나가 읊조린 대사
올해 기업 채용의 키워드는 ‘탈(脫)스펙’이다. 학력 전공 성적 경력 어학 등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스펙을 보지 않고 지원자의 열정이나 인성, 창의력 등으로 선발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그동안 소위 명문 학교와 괜찮은 전공 출신들이 인기 있는 회사에 중복 합격하면서 지방대 출신들은 기회도 잡지 못한 게 현실이었다. 그러다 보니 어학연수 등으로 부족한 스펙을 올리기 위해 돈을 또 쓰고, 일부 대학사회에서 성적 조작까지 벌어지는 스펙 중시 풍토가 만연했던 것도 다 알고 있다. 탈스펙은 분명 옳은 방향이다. 문제는 그런 객관적인 지표를 갖지 않고 어떻게 인재를 선발할 수 있겠느냐는 현실이다.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대기업들이 스펙을 안 보는 대신 지원자의 열정과 태도를 적접 점검하는 여러 가지 대안을 만들어내고는 있지만 그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과연 얼마나 지속될까 의문이다. 채용은 막중한 비중을 차지하는 결정적인 경영활동이다. 기업은 회사에 적합한, 좋은 인재를 뽑기 위해서는 정책적 방향이나 사회적 분위기와 관계없이 최적의 방법을 택하게 돼 있다. 학력 전공 어학 안 보는 채용 예상되는 방향은 몇 가지 있다. 우선 에세이형 자기소개서 중심의 1차 선발이 더 강화될 것이다. 현재의 자기소개서보다는 더 구체적이고 기술할 것이 많은 MBA전형 스타일의 에세이를 요구할 것이다. ‘10년 뒤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나’ ‘왜 당신을 뽑아야 하는지, 우리 회사의 비전과 비교해 기술하라’ 등 각자의 비전과 그간의 노력, 그리고 개성이 드러나는 자기소개서가 서류전형의 핵심이 될 것이다. 수시 채용이 더 많아질 가능
얼마 전 한경소셜매거진S에 짧은 칼럼을 쓴 적이 있다. “갑과 을이 만날 때/ 을은 항상 웃는다/ 갑은 거의 찡그리고 있다/ 직업 인상이 평소 인상이다/ 을을 만나면 하루가 즐겁고/ 갑을 만나면 며칠 재수없다” 칼럼 제목은 ‘을이 결국 성공하는 이유’다. 갑을 관계는 이렇게 묘하다. 우월적 지위에 있다고 그 자리가 영원한 것이 아니고, 을이라고 항상 약한 것도 아니다. 실제로 일찍 회사를 나가 사업을 한 사람이 거의 정년을 앞두고 퇴직한 사람에 비해 성공하는 경우가 많은데 ‘을’의 경험이 그만큼 무서운 거다. 갈등 부르는 정치논리 허망 ‘갑을(甲乙) 관계’가 정치 이슈화되는 현실을 보면 우리 정치인들이 아젠다나 이슈를 만들어내는 데 별 재주가 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벌어진 현실에 감성적으로 접근해 영합적인 이슈를 만들어내는 것에 불과한 것 아닌가. 갑과 을은 대표적 이분법이다. 그리고 대개 이분법은 선거를 포함한 정치용일 경우가 많다. ‘을의 눈물을 닦아주겠다’ 식으로 감성적으로 접근하면 감성적 호응 이상의 것을 얻기 어렵다. 갑을 관계는 둘 아니면 잘 모르는 묘한 사이다. 비즈니스를 하는 입장에서 내게 갑이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내 물건을 통째로 사주는 또는 내게 서비스를 맡기는 파트너가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OO자동차 협력업체’라고 간판에 적는 것 자체가 자부심이다. 갑과 을은 그리고 상대적인 개념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이라고 해도 항상 갑이 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공공기관에 TV를 납품할 때는 이 회사도 을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삼성전자의 1차 협력업체는 삼성엔 을이지만, 다시 재하청을 줄 때는
간단한 아이디어다. 반사도가 높은 하얀색 페인트를 지붕에 칠하면 실내외 온도가 낮아져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것. 2009년 당시 스티븐 추 미국 에너지부 장관이 시작한 ‘하얀색 지붕 운동’의 골자다. 미국 빌딩이나 주택의 지붕은 주로 검은색 타르로 돼 있는 경우가 많다. 흰색 페인트를 쓸 경우 한여름에 지붕은 평균 44도, 실내는 20도 가까이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검은색 지붕이 햇볕을 20% 반사하는 반면 흰색 페인트는 85% 이상 튕겨내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에너지부 소속 건물 10만500개를 비롯 연방 정부 산하 50만개 빌딩을 대상으로 지붕 교체 또는 신축 때 하얀색 페인트를 칠하도록 의무화했다. 뉴욕주에서도 2012년에 하얀색 지붕 의무화를 법제화했고 유럽연합(EU) 등에서도 정부의 권고사항으로 하얀색 지붕 운동을 지원하고 있다. 절감이 '제5의 에너지' 핵심 ‘하얀색 지붕 운동’을 이 시점에서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올해 걱정되는 에너지 대란 때문이다. 실제로 여름 날씨를 방불케 하는 이상 고온 현상이 이달 들어 나타나면서 블랙아웃(대정전)의 공포심까지 돌고 있는 상황이다. ‘하얀색 지붕 운동’은 새로운 에너지로 떠오르고 있는 ‘제5의 에너지’의 하나다. ‘제5의 에너지’란 석유 석탄 원자력 신재생에너지에 이은 새로운 에너지로 ‘절약을 통해 확보한 가용 에너지’를 말한다. 쓰는 것이 아니라 아껴서 모아 놓은 에너지라고 보면 된다. 뉴욕타임스는 2009년 ‘제5의 에너지’ 특집을 보도하면서 2020년까지 전 세계 에너지의 20%를 줄일 수 있다고 전망한 적이 있다. 우리는 96% 이상의 에너지를 해외에서 사들여 온다. 다행히 에너지를 절약하는 기술은 우리 기업
미국 대학캠퍼스 학생식당. 한 학생이 콜라 한 병을 빼먹으려 동전을 넣는다. 이게 웬일? 2초마다 한 병씩 계속 콜라가 쏟아진다. 친구들이 달려와 공짜 콜라를 가져간다. 좋긴 한데 황당하다는 표정이다. 이뿐만 아니다. 꽃다발도 나오고, 웨이터가 한 잔씩 컵에 부어주기도 하고 피자가 나오더니 2ℓ짜리 큰 병도 쏟아진다. 결국 혼자서는 도저히 꺼낼 수도 없는 초대형 햄버거가 등장한다. 수십명이 햄버거를 나눠 먹으며 학생식당은 행복한 파티장으로 변한다. 수년 전 코카콜라가 진행한 이벤트 ‘행복 자판기(Happiness Machine)’의 골자다. 시시해 보이지만 이 이벤트의 효과는 놀라웠다. 현장에 있던 대학생들은 작은 행복감을 느꼈고 좋은 기억을 갖고 돌아갔다. 그런데 그 장면을 찍어 편집한 동영상이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전해졌다. 하루 만에 수만명이 접속하더니 1주일 사이 200만을 훌쩍 넘어버렸다. 현재 유튜브에 올라 있는 오리지널 동영상 조회수만 540만건이 넘는다. 코카콜라 ‘행복자판기’ 주목 이것으로 끝난 게 아니다. 방송과 신문이 코카콜라의 이 이벤트를 관심있는 뉴스로 다루고 비슷한 이벤트가 영국 일본 인도 멕시코 등으로 퍼져갔다. 이런 것까지 합하면 코카콜라 소셜이벤트 동영상 시청은 수천만건이 넘는다. 코카콜라는 이후 사람들이 목말을 태우는 등 힘을 합해야 뽑아 먹을 수 있는 ‘친구 자판기’, 자판기를 안아주면 콜라를 내놓는 ‘허그(hug) 자판기’ 등으로 이벤트를 이어가고 있다. 코카콜라가 거둔 마케팅효과는 엄청난 것이었다. 생각해보라. 제작비가 얼마나 들었을까. 사실상 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 수천만명이 기억할
경영은 갖고 있는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해 최대한의 성과를 내는 활동이다. 자원의 효율성을 높여가면서 재화나 서비스의 판매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더 간단하게 얘기하면 매출을 높이면서 비용을 낮추는 활동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최악의 경영 환경을 예고하는 올해 매출을 늘리기는 쉽지 않다. 매출을 늘리는 판매나 영업은 원래 사내에서도 경쟁이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반면 비용 낮추기는 전사적 운동으로 만들기 쉽고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불황 땐 비용절감이 경영 성과 그러나 직원들이 일하면서 벌이는 비용절감 노력은 생각보다 성과가 작은 편이다. 오히려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가 더 많다.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관행처럼 시행하는 ‘허리띠 졸라매기’ ‘마른 수건 짜기’ 등은 고통을 가중시키고 업무효율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이면지 쓰기’로 줄일 수 있는 비용이 얼마나 되겠나.비용 절감이 경영의 한 축인 만큼 사원들이 참여하기 쉽도록 제도나 시스템을 바꾸는 작업이 긴요하다. 경영진들이 큰 틀을 바꿔야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우선 절감효과가 큰 낭비요소를 제대로 찾아내야 하고, 사람들의 손이 가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비용이 줄어들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웬만한 기업들이 아직 손대지 않은 분야로 수자원, 즉 물을 들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물이 싸다는 인식이 퍼져 있어서 물을 ‘물 쓰듯’하고 있는 현실이다.에너지 가운데 전력에 대해서는 그 심각성과 절감 필요성을 대부분 잘 알고 있다. 난방 전기전자기기 온수 조명 등에 필요한 전기에너지에 대해서는 경제위기 때마다 한 등
직장에 다니는 한 절대 들어서는 안되는 소리가 있다. 바로 ‘밥 한 번 안 사는 사람’이라는 오명이다. 밥을 잘 사는 사람은 따르는 후배들도 많아지고, 밥 한 번 안 사는 사람은 고독하게 회사생활 말년을 보낼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것은 밥이 감성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국밥을 숟가락 가득 떠 넣으시는 노인의, 쩍 벌린 입이 나는 어찌 이리 눈물겨운가.’ (‘거룩한 식사’ 중에서)황지우의 이 시 구절처럼 밥을 함께 먹을 때 우리는 때로는 목메는 설움 같은 것을 같이 느끼게 된다. 이만한 동기부여 워크숍이 또 어디 있으랴. 직원들은 질책의 대상도, 매출 올리는 기계도 아니다. 그들은 나와 함께 인연으로 만나 청춘을 같은 곳에 쏟아붓고 있는 동지다. 그 동지애를 확인하는 매개가 바로 밥이다. 그러니 밥을 사라. 술이 아니라 밥이다. 술은 외부사람에게 사고 밥은 식구끼리 먹는 것이다. 다만 전략적인 고려는 해야 한다. 밥을 사되 티를 내면서, 미리 알려주고 사야 한다. 그냥 몰려 나가다 밥을 같이 먹게 되면 나중엔 누가 샀는지, 그날의 밥상이 어떤 의미인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밥을 같이 먹다 보면 인성 파악이 쉽게 되는 장점도 있다. 삼겹살을 굽는데 젓가락도 안 놓고 뒤집지도 않다가 익었다 싶으면 낼름 먹는 직원은 일도 그렇게 한다. 언니처럼, 형처럼 익은 고기를 권하는 그런 직원이라야 팀워크를 발휘할 줄 안다. 예상하건대 직원채용 때 식사 인터뷰 방식을 택하는 기업들이 많아질 것이다. 감성경영은 전 직원들과 정서적 유대감을 갖는 것이 출발점이다. 회사 근처 식당에 그 답이 있다.권영설 편집국 미래전략실장,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
정부가 바뀌어야 무엇하나 하는 무력감이 생길 수도 있는 시절이다. 그렇다고 대통령제 국가에서 새로 임기를 시작하는 정부를 백안시하는 것은 무리다. 새 정책이 잇달아 추진될 것이고 그에 따라 기회나 위기 요인이 갈리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새 정부가 내세운 정책 화두 가운데 눈여겨봐야 할 것이 바로 창조경제다. 창조 창의 등은 이전 정부에서도 자주 나와 식상할 수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포함한 새 정부 관계자들이 이 단어를 특히 자주 언급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새 정부가 언급하는 창조경제는 이전에 비해 다른 함의가 있다. 그 키워드는 융합 촉진, 창업 지원, 그리고 이스라엘 벤치마킹이라고 보면 크게 잘못되지 않을 것이다. 융합 창업, 이스라엘이 키워드융합과 관련해 박 당선인은 최근 민생행보에서 그 단적인 면을 드러낸 적이 있다. 박 당선인은 중곡제일골목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SK텔레콤이 상인들의 마케팅 시스템을 지원하고 있다는 설명을 들은 뒤 이렇게 말했다.“창조경제의 핵심 내용 가운데 하나가 정보기술(IT)이나 과학기술과 각 산업이 융합하고 접목해서 부가가치 및 경쟁력을 높여 새로운 수요와 일자리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중곡시장은 전통시장에 어떻게 IT를 접목해 활성화하는지 새로운 모델을 만들었고 창조경제에 앞장섰다.”다소 즉흥적인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 한마디에 새 정부 창조경제의 핵심이 들어 있다. 융합기술 등을 통한 새로운 모델의 창출이 그것이다.대기업으로선 중소·중견기업이나 재래시장, 비영리단체 등 혁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 적극 참여해 새로운 협력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이 창조경제의 방향이 될 수
중소기업 사장을 만날 때마다 놀라는 건 그들의 골프 실력이다. 대기업 임원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잘 친다. 싱글은 기본이고 ‘언더 파’를 치는 사람들도 많다. 왜 그럴까.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무릅쓰고 얘기하자면 ‘더 큰 꿈’을 포기하고 취미생활에 전념해서일 가능성이 높다. 회사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뒤, 더 이상 큰 일을 벌이지 않으려고 작심한 사장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욕심 부려 신규 투자를 했다가 망하면 이제까지 쌓은 공든 탑이 무너진다고 보는 것이다. 큰 일을 벌이지 않게 되다 보니 자연히 시간이 남고 중년 이상의 경우 그 공백을 메워주기에 골프만한 것이 어디 있겠나.골프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자신만의 울타리를 쳐 어지간한 새로운 아이디어에는 귀를 막는 중견기업 사장들도 많다. 사십이면 불혹(不惑)이라는 말은 바로 이런 경우에 하는 얘기다. 자신만의 생각이 강해지고 그것이 내부 논리로 정연해져 마치 모든 것을 깨친 것처럼 비평가 노릇만 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은 화수분처럼 매달 현금을 만들어내는 기존 사업 하나만으로 족하게 된다. 이해는 가지만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작은 성공을 넘어서지 않고 시간을 보내기엔 인생이 너무 길어졌다. 40년 가까이를 골프만 치면서 보낼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렇다고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처럼 300년 가는 회사를 만들 거창한 비전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목표를 완주(完走)로 세우면 어떨까. 자살하지 않고 여생을 마치고, 헤어지지 않고 부부가 해로하는 것이다. 사업으로 보면 끊임없이 성장하는 것이 완주다. 젊은 창업자들을 만나 경영자문도 하고 적은 돈으로 엔젤투자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직원들은 변했다. 예전엔 상사가 일을 시키면 어떻게 할지를 먼저 고민했다. 요즘은 놀라운 반응을 보이는 이들까지 나타났다. “저, 그거 하기 싫은데요.” 이것보다는 덜해도 이미 성장성이 떨어진 기존 사업 부문에서 손을 떼지 않으려는 직원들도 경영진에겐 부담이다. 새로운 일을 시켜도 좀체 시작을 않는다. 직원들의 이런 반응은 주로 직무분석에 입각한 배치 탓이다. ‘이 일’만 하라고 배운 직원들은 자신이 특기로 알고 있는 그 일을 놓으면 죽는 줄 안다. 여기다 경영진의 ‘큰 그림’보다는 당장의 실적을 더 중시하는 중간 간부들도 걸림돌이다. 경영진이 의욕적으로 세운 전략이 조직적 관성에 의해 무시되는 데는 대체로 이런 이유가 있다. 특히 자칫 한눈팔다가 최악의 실적에 그칠지 모르는 불황기에는 이런 일들이 더 많아진다. 문제는 직원들이 자기 일에만 매여 있다면 회사는 결국 직원들이 하는 대로 움직이게 된다는 점이다. 외부 환경에 상관없이 ‘가던 길’만 가게 된다는 얘기다.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경영진의 전략이나 구조조정 방향에 동참하게 할 수 있을까. 피터 드러커는 ‘기회는 먹여 살리고 문제는 굶어 죽게하라’는 법칙을 제안했다.(‘혼란기의 경영’) 자원은 속성상 집중 됐을 때만 생산성을 발휘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자원을 끊으라는 조언이다. 드러커는 이를 실천하기 위해 기존 사업 진행을 위한 ‘운영 예산’과 새로운 벤처형 사업을 개척하기 위한 ‘기회 예산’ 등 2개의 예산을 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돈줄’을 죈다니 야속한 것 같지만 경영자는 내일을 더 중시해야 한다. 내일이 오늘의 연장선상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정부 개편안을 발표한 뒤 말들이 많았다. 새로운 부처도 생기고 통합된 지 5년 만에 다시 살림을 차려야 하는 곳도 있으니 왜 혼란이 없겠는가. 정부 개편안을 보면서 정말 걱정된 것은 ‘융합’이라는 시대적 화두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인수위원회가 내놓은 개편안을 ‘최적’이라고 생각하는 한 새 정부가 출범하면 부처 간 협력보다는 경쟁 양상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이제까지 정부가 비효율적이었다고 한다면 그것은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부처가 제대로 못 해서라기보다는 사회와 각 산업분야가 이미 융합적으로 발전하고 있어서 여러 부처에 업무가 걸쳐 있거나 부처 사이 칸막이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부처 통폐합 과정서 경쟁 우려 예를 들어 수년 전 한 회사가 출시했던 ‘당뇨 휴대폰’은 정보통신기기이기도 하고, 또 의료기기로도 볼 수 있어 여러 부처를 오가다 시장 진입시기를 놓쳐 실패하고 말았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2011년 산업융합촉진법이 시행되면서 각 부처를 넘나드는 융합제품을 조기 상업화하기 위한 패스트트랙이 만들어졌다. 이제 겨우 부처 간 협력 관행이 만들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또 정부개편을 해야 하니 융합이라는 시대적 화두가 자칫 효율과 생산성이라는 부처 과제에 밀리는 것 아니냐는 걱정인 것이다. 융합은 공허한 화두가 아니다. 산업 경쟁력을 논할 때 융합을 빼고는 이제 얘기를 못한다. 당장 지난주 열린 미국 소비자가전쇼(CES)에서 보듯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는 융합이 핵심 화두다. 당시 가장 주목받은 분야가 자동운전 자동차인데 차량에 들어가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위성항법
대선이 끝났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불리긴 하지만 앙금을 남긴다는 점이 문제다. 이번 대선에서 두 후보가 똑같이 한 약속이 있다. 바로 국민통합이다. 작게는 앙금을 해소하고 크게는 국민통합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실천하려는 가시적인 노력을 보일 때 새 정부는 출범부터 순항할 수 있을 것이다.여러 가지 필요한 변화가 있겠지만 오늘은 문화예술교육 분야 그 가운데서도 음악 얘기만 해보자. 결론부터 당겨 말하면 현 정부가 오케스트라 교육에 집중한 데 비해 박근혜 정부는 합창으로 그 방향을 잡았으면 한다. 영보이스 같은 음악운동 필요 현 정부가 힘을 기울인 학교 오케스트라 운동은 남미의 ‘엘시스테마(El Sistema)가 그 모델이다. 엘시스테마는 1975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가 시작한 음악운동이다. 가만히 두면 마약이나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불우 청소년들을 가입시켜 오케스트라를 만들고 이들에게 악기 하나씩을 가르쳤다. 범죄 예방 효과는 물론 청소년들이 평생 직업을 찾도록 해준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특히 엘시스테마 출신인 구스타보 두다멜이 미국 LA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가 되면서 세계적인 유명세를 탔다. 현 정부는 이 운동을 도입해 교육과학기술부가 60여개 학교를 ‘학생 오케스트라 운영학교’로 지정해 지원하고 있다. 또 ‘꿈의 오케스트라’라는 이름으로 민간단체들도 동참해 현재 국내에서 100여개 이상의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좋은 성과를 낸 이 운동에 더해 이제 합창을 학교 중심으로 운동화해보자는 것이 제안의 골자다. 합창은 TV오락프로그램인 ‘남자의 자격’을 통해 그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회사 가장 중요한 곳에 그만의 공간이 따로 있다. 책상은 가구점에서 말하는 이른바 ‘CEO 책상’이다. 책상 위엔 최고급 디스플레이를 갖춘 컴퓨터가 놓여 있다. 휴대폰과 태블릿PC도 최신형으로 항상 업그레이드된다. 모 경제연구소에서 매주 보내주는 노란색 경제뉴스레터, 그리고 매일 아침 주요 신문의 기사가 요약된 스크랩이 올라온다.아침은 호텔 피트니스센터에서 시작한다. 거의 매일 갖는 비즈니스 점심약속 장소도 항상 특급호텔이다. 공직자부터 파트너, 언론인까지 만나는 사람도 좀체 겹치지 않는다. 헤어질 때는 항상 회사 로고가 박힌 기념품을 그윽한 표정을 지으며 건넨다. 연말 인사철이면 항상 새로운 CEO들의 얼굴이 신문을 장식한다. 이사를 ‘기업의 별’이라고 부르는데 CEO는 ‘별 중의 별’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생각하는 CEO의 모습은 예의 그 남자와도 비슷하다.그러나 실제 CEO들이 이처럼 화려한 것만은 아니다. 밑바닥부터 올라간 사람이면 그동안 한 고생이 너무 많아 ‘폼’이 안 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부자의 자리에 올랐지만 사실은 사장이 돼서 겨우 먹고 살게 됐다는 사람도 쉽게 만날 수 있다. ‘기사 딸린 차, 언제까지 타겠어?’라고 말하는 사장을 만날 때는 이런 아픔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오너 기업의 사장은 더욱 그렇다. 스스로 물러설 수도 없는 자리, 회장 대신 형무소에 가는 일도 있었다. 사장이 되는 바람에 전과가 생긴 것 아닌가. 중요한 결정만 내리는 ‘한가로운’ 자리도 아니다. 특히 글로벌 환경이 되면서 고객, 거래선, 주주까지 외국인들이 많아져 뒤늦게 영어를 다듬어야 할 일도 적지 않다. 회사가 클수록 정치인들이나 관료들의 눈치를 더 봐야 하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창조’나 ‘창의성’이 화두가 된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니다. 21세기 들어서 본격화됐다고 보면 된다. 세기말을 넘어가면서 세계가 공급과잉이라는 절벽에 직면했다. 놀라운 상품, 새로운 방식, 혁신적인 서비스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고 그 원동력으로 창의성, 창조력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인문학에 관심이 높아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던 철학이나 역사에 관심이 쏠리는 세태는 학부에서 전공했던 사람의 눈에는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마침내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를 론칭하면서 “애플은 언제나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지점에 존재해왔다”고 말하기까지 했다.그러나 산업 현장의 엔지니어들에게 창의성은 몰라도 인문학에 기반한 창조는 너무 큰 얘기다.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좋아하는 엔지니어들의 선택은 트리즈(TRIZ)였다. 신하와 함께 독서·시사 토론‘창의적 문제해결 방법론’을 뜻하는 러시아어 약자인 트리즈는 200만개 이상의 특허를 분석해 40가지 발명원리와 76가지 문제해결책을 집대성한 혁신 방법론이다. 기술적인 벽이라고 여겨지던 난제들을 트리즈로 해결하고 응용력까지 축적할 수 있게 되자 트리즈는 회사 전체의 창의력을 기르는 대안으로 급속히 번져갔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LG전자 등이 쏟아내는 성공 사례는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국경제신문도 3년 전 ‘글로벌 트리즈 컨퍼런스’를 공동 창설하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트리즈가 이 정도까지 발전한데는 엔지니어 출신들의 공이 가장 컸다. 그 가운데서도 삼성SDI 사장 재직 시절 트리즈를 직접 도입해 성공 사례를 만든 손욱 교수
사업도 즐거워야 한다. 생계를 위해 시작했든, 성취감에 젖어 노력했든 어느 정도 세월이 지나면 사장 자리도 심드렁해진다. 대기업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라도 마찬가지다. 회사 밖에 나와 양복을 벗으면 그저 평범한 중년일 뿐이다.직원일 때는 할 수 없이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게 돼 있다. 그러나 경영자 나이에 있는 사람들은 일단 ‘작은 성공’을 맛보면 위험 회피적(risk averse)이 되기 쉽다. 연봉이 수억원이 넘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라고 해서 다를 것은 없다. 과거처럼 가만 있으면 매년 수억원이 생기는데 괜히 모험을 벌이다 그 ‘좋은’ 자리를 놓칠까봐 겁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럴 때 조심해야 한다. 오래 도전을 하지 않다 보면 현실감이 떨어지게 되는데 오히려 시장과 고객을 ‘우습게’ 아는 경향이 생긴다. 스스로 ‘경영에는 내가 박사’라는 자신감에 빠져 이미 달라진 시장과 고객을 잊은 채 만용을 부리게 만드는 것이다. 멀쩡한 경영자가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이 생기는 것도 사실은 오래 쉰 결과다.그래서 끊임없이 긴장을 유지하고 작은 도전이라도 계속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 고통을 잊게 하는 엔도르핀이 생기고 다시 즐거워진다.때로는 일에 깊이 빠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난제를 붙잡아 몇 날 며칠 매달리는 것은 어떨까. 해결책을 찾아 혼자 고민하고 명상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어느 날 문득 해결책을 찾아내는 ‘깨달음’의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깨달음이나 감동이 있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이 바로 ‘다이도르핀(didorphin)’이다. 최근 발견된 이 호르몬은 엔도르핀에 비해 4000배가 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 사업하는 동생이 사무실에 들렀다. 오후 6시가 조금 넘은 시간, 직원들이 아직도 일하고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중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풍경이라고 했다.일반 사업체에 근무하는 중국인들 가운데 상당수는 서너시면 퇴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유는 또 다른 ‘일’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예전 비서의 경우는 집에서 하는 자동차수리점 일 때문에 오후 2시쯤 퇴근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회사 월급이 워낙 적다보니 ‘투잡(2 job)’을 인정해주지 않을 수 없는 경우가 많은 모양이었다.처음에는 이해가 잘 가지 않았으나 우리의 미래를 생각해보니 그런 일이 곧 생길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 60세 이전에 직장에서 은퇴하는데 과연 이후 살아갈 노후자금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그나마 집 하나 있으면 어떻게든 굴려가며 살 수 있었는데 부동산값이 떨어지고 현금화도 어려운 시절에 가능이나 한 일일까. 한 직업만으로 노후보장 안돼조금만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사람이라면 간단히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일할 수 있을 때 어떻게든 더 벌어야 한다.”이런 변화는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다. 1980년대 결혼한 부부만 해도 남편 혼자 벌어서 사는 경우가 많았지만 90년대 이후 부부들은 대부분 맞벌이를 전제로 한다. 평균수명이 짧은 시절에는 그나마 퇴직 후 10년 내에 사망하는 경우가 많아 노후라는 개념도 없었다. 그러나 기대수명이 81세(여자 84세, 남자 77세)인 시점에서 퇴직 후 20년 넘게 살아갈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어떤 신세가 될지 모른다. 일반인들이 할 수 있는 게 뭔가.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이 일,
저성장과 그에 따른 경기침체는 21세기 들면서 이미 예고된 흐름이었다. 이전 200여년 동안 너무나 가파르게 성장한 나머지 전 세계는 공급과잉의 수렁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거기에 스스로도 예상 못한 수준으로 커져버린 금융이 휘청거리자 전 세계는 여름 태풍처럼 위기국면을 반복하게 됐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여기에다 고성장의 후유증에 따른 거품붕괴로 경기침체의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것이 2012년 지금 우리를 둘러싼 경제환경이다.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가 고생을 하고 있는 건 아니다. 10년 사이 수많은 신생기업들이 혜성같이 나타나 재계의 지도를 바꿔가고 있다. 세계적으로 구글, 페이스북, 알리바바닷컴 등이 저 앞에 달려가고 있고 국내적으로도 네이버, 티켓몬스터 등이 시샘을 한몸에 받으며 새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대박' 없인 성장 불가능 이들 성공 기업에서 여러가지를 배울 수 있겠지만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대형 히트’라는 공통점이다. 이 모든 기업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회원 또는 고객들을 모으고 그 숫자에 힘입어 놀라운 매출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0%, 20%의 점진적 성장이 아니라 수백% 수천%의 폭발적 성장이 공통된 특징이다. 그야말로 ‘메가세일즈(mega-sales)’를 터뜨렸다는 것이다. 틈새시장이 아니라 대형시장을 겨냥해야 하고, 이왕이면 한번에 잠재수요를 장악할 때 성공의 모멘텀을 잡을 수 있다는 공식을 이들이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기업과 관련해 말하면 TV홈쇼핑 히트상품처럼 당장 수익이 많지 않더라도 막대한 수량을 순식간에 팔아치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홈쇼핑의 경우 1분에 500만원어치, 1시간 방송이라면 3억원어치는
전화를 걸 때마다 부탁만 하는 사람이 있다. 오랜만에 전화가 와서 받아보면 여지없이 또 부탁이다. 이후에는 어지간해선 받지 않게 된다. 내게 ‘기피 인물’이 됐으니 다른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을 보면 대부분 고생을 많이 한 공통점이 있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대학에 들어가고 입사해서도 동료들을 밟고 승진한 경우가 많다. 조그마한 허점이라도 보이면 먹힌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으니 남에게 밥 사는 법도, 술 마시고 흐트러지는 일도 거의 없다. 개인 경쟁력은 엄청나게 높지만 동료들이나 다른 회사 사람들과 같이 하는 일에는 약하다. 경영진이 될 때쯤의 간부는 가끔 가치관의 혼돈을 경험한다. 주위와 손을 잡아야 할지, 아니면 잠재적인 경쟁자들을 무조건 쓰러뜨리고 가야 할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위로 갈수록 경쟁모델이 아니라 공생모델을 택하는 게 옳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세상의 변화 속도나 규모가 개인이나 단독 기업이 헤쳐 나가기에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스스로의 핵심 경쟁력을 남기고 비핵심 부문은 아웃소싱하는 추세와도 관련이 있다. 개인의 경쟁력도 20년 이상 쌓아온 핵심 부문에 남기고 나머지는 그쪽 분야 전문가들과 손을 잡아야 유리한 점이 분명히 있다. 세 번째로는 스스로 싸울 의사를 보이지 않음으로써 불필요한 사내 경쟁에 따른 에너지 소모를 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대신 중요한 포인트는 동종 업계 사람들과 많이 어울리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동종 업계에서 공생모델을 택하다간 담합이 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새로운 것을 배울 가능성이 아주 낮다. 사장감의 전화통화는 달라야 한다. 부
피카소는 어느 외국에 지금도 살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그야말로 시대를 풍미한 천재요 또 세계적인 화제를 몰고 다닌 예술가여서지만 실제 그가 산 시기(1881~1973)가 우리와 겹쳐 있기 때문일 것이다.세상의 부와 명예를 다 누리면서도 장수까지 한 그였지만 그 역시 무명화가로서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연구가들은 이 시기를 ‘청색 시대(1901~1904)’라고 부른다. 이름 그대로 청색시대는 피카소에게 가장 우울한 시기였다. 1901년 당시 20세의 피카소는 가난했다. 돈을 벌지 못해 차가운 빵으로 연명했고 너무 추워서 그림을 태워가며 언 몸을 녹여야 했다. 가까운 친구 카사헤마스가 죽자 피카소는 자신도 제대로 먹지 못해 눈이 멀지 않을까 걱정해야 했다. 고통의 시절은 모두 겪는것 ‘장님의 식사’ ‘자화상’ ‘인생’ ‘비극’ 등 이 시기 대표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깡마르고 눈이 움푹 들어가 있으며 비정상적일 정도로 팔다리가 길게 그려졌다. 그리고 모두 차갑고 우울한 코발트블루 등의 푸른색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청색시대로 세상을 보면 인생은 하나도 아름다울 것이 없고 절망과 불행의 연속으로만 느껴지게 돼 있다. 피카소의 청색시대가 2012년 여름의 우리 사회와 겹쳐지는 건 과장된 반응일까. 최근 기업 현장에 가보면 경기침체를 걱정하는 분위기가 심각한 수준이다. “도대체 사는 사람이 없다”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마감일인 월말로 갈수록 거래업체에 전화하기가 민망할 정도라고 한다. 실제 주머니를 열 수 있는 형편이 아닌 사람이 너무 많은 탓이다. 스스로가 저소득층이라고 느끼는 사람이 50.1%(현대경제연구원 설문)에 이르는 현실이니 어려운 시기를 겪
경영 스타일은 사장마다 다르다. 우선 남녀가 크게 다르다. 남자는 사업가가 되면 차를 사고, 가구세트를 들여놓고, 직원도 일단 서너 명 뽑는다. 당장은 자본이 달리게 되지만 적중하면 크게 성공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비해 여자들은 창업을 하면 거의 대부분 혼자 시작한다. 정말 필요하지 않으면 정직원을 뽑지도 않는다. 돈이 벌려 확실하게 이익이 보이면 그제서야 책상을 들여놓고 직원을 늘린다. 사업 스타일에는 평소의 성격과 배포도 크게 작용한다. 통이 큰 사람은 처음부터 광고비를 퍼붓는다. 도박을 좋아하는 성격인 경우가 많은데 ‘먹어도 크게 먹겠다’는 야심이 사업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세심하고 꼼꼼한 사람들은 성공의 기미가 약간이라도 보여야 마케팅에 돈을 쓴다. 이런 경영자들이 실패하는 경우는 적으나 큰 성공을 거두는 사례도 거의 없다.최근 창업붐이 다시 일면서 곳곳에서 초보 사장들이 나타나고 있다. 2000년 초기 때의 창업붐과 다른 것은 생계형이라는 점이다. 일자리에서 내몰리고 일자리가 없어서 할 수 없이 사장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스타일과는 달리 절대로 망하지 않는 방식을 할 수 없이 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적은 자본금으로 사무실 임대도, 직원 채용도 어려우니 집에서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골방 사장’들의 시대가 온 것이다. 차도 없고 소파도 없고 직원이 없어도 밤을 꼬박 새우며 컴퓨터 앞에 앉아 사람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 초보 사장들의 눈물겨운 노력들이 시작됐다. 골방 사장들이여 너무 기죽지 말라. 적은 돈으로도 상품을 알릴 수 있는 기회는 훨씬 많아졌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소
대통령 선거전에 시동이 걸렸다. 관심 없다던 사람들도 모여서 밥 먹을 때면 이제 대선 후보 이름들을 꺼낸다. 선거라는 게 그렇다.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람도 들뜨게 만든다. 기업을 하는 입장에서 보면 대선은 걱정거리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돈’ 때문에 그랬다. 정치자금이든 후원금이든 달라는 손이 너무 많았다. 지금도 그때 기억 때문에 대선이 있는 해에는 아예 해외를 떠도는 기업인들이 적지 않다. 문민정부 이후에는 좀 달라지긴 했지만 여전히 대선은 기업인들에겐 골칫거리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너무 많은 것이 바뀌기 때문이다. 특히 여야 정권 교체를 경험한 뒤부터는 챙길 것이 훨씬 많아졌다. 그러나 이런 모든 것들은 사실 별것 아니다. 기업이 하는 일이 ‘환경적응업’인 한 어떤 그룹이 정권을 잡아도 적응하는 것은 결국 시간문제일 뿐이다. 장밋빛 공약 누군 못 내랴 사실 더 큰 문제는 정책이다.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공약이 절대 바꿀 수 없는 ‘대못’이 돼 사회적 부담으로 돌아오는 일이 대표적 예다. 행정신도시 건설, 4대강 개발 등은 대통령 선거 당시 공약으로 등장해 결국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을 들게 했다.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가느냐, 안 가느냐’ ‘개발하느냐, 안 하느냐’ 등으로 사람들이 쪼개지고 국론이 분열됐다. 공약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여전히 걱정이 많아진다. 대부분 여론 조사가 기반이다. ‘고객을 상대로 직접 물어보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원시적 마케팅은 기업에서도 실패하게 돼 있고 성공한다고 해봐야 저급한 수준일 뿐이다. ‘품질의 신’으로 불린 세계적인 경영학자 에드워즈 데밍이
위기 대응에는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확실히 빠르다. 그들은 지금의 경제상황을 2008년 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게 보고 있는 듯하다. 특히 경제위기의 원인을 금융회사 탓으로 보는 곱지 않은 시각과 그에 따라 속도를 높이는 규제 강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만난 외국계 금융사의 한 임원은 “정말 위기인 것 같다. 최고급 인력에까지 메스를 대고 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조직 전체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이 글로...
세계 최고의 기업 GE에는 ‘아름다운 실패’ 프로젝트가 있다. 위험을 회피하기보다는 실패하더라도 도전하는 것을 좋은 시도로 인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영자들도 ‘실패에서 배운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러나 이건 대기업에서나 좀 통하는 얘기일 뿐이다.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기업에선 괜히 도전해서 크게 실패하기 보다는 현상유지에 만족하면서 오래 근무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모그룹 부회장 출신의 이 말을 들어보라. “임원이 되면 큰 잘못이 없는 한 2, 3년에 한 직급씩 승진해요. 전무 부사장 사장까지 간다면 억대 임원급여를 10년도 받을 수 있어요. 그걸 한 번에 놓칠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을 누가 하겠어요.”최고경영자의 입장에서나, 외부에서 보면 이것이야말로 ‘대기업병’이지만 개인으로선 어쩌면 자연스런 선택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대기업들은 이런 병폐를 고치기 위해 도전하라고 부추기고 또 실패에도 상을 주는 인센티브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노력한다. 생존 창업에서 실패는 나락 분명히 알아둬야 할 것은 이제 막 창업하는 회사엔 ‘아름다운 실패’란 있을 수 없다는 엄연한 사실이다. 특히 요즘같이 모방이 쉽고 자원을 간단히 끌어 모을 수 있는 환경에서는 한번 실패하면 그 업종이나 상품에서는 사실상 퇴출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 IT벤처업계에서는 최초 진입자(first mover)가 고생고생하다 실패하면 나중에 온 사람들이 그 과실을 따먹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니 이제 창업의 길에 들어선 사람이라면 절대 실패하지 않을 각오부터 하는 게 낫다. 말이 쉽지 방법은 간단치 않다. 실패를 두려워하면 할수록 움츠러들어 자본을 투입하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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