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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동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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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경제신문 조동균입니다

  • '20세기 소프라노 퀸' 칼라스…그녀의 마지막 1주일 속으로

    1977년 9월 16일, 전설의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가 생을 마감한 프랑스 파리의 아파트. 차분한 피아노 반주 위에 칼라스가 부르는 베르디 오페라 오텔로의 ‘아베 마리아’가 흘러나온다. 곧이어 20세기 최고의 소프라노 칼라스의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조용하던 반주는 점차 대편성 오케스트라 사운드로 확대되고, 그녀의 목소리에도 점차 힘이 실린다.파블로 라라인 감독의 신작 영화 ‘마리아’는 ‘재키’ ‘스펜서’에 이어 세기의 여성 3부작을 완성하는 마지막 작품이다. 감독은 재클린 케네디와 다이애나 왕세자빈에 이어 오페라 역사상 가장 위대한 디바로 기억되는 칼라스를 주인공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칼라스 역할은 앤젤리나 졸리(사진)가 맡았다.제작진은 그야말로 드림팀이다. ‘보헤미안 랩소디’와 ‘레미제라블’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은 음악감독 존 워허스트가 음악을,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통해 아카데미 분장상을 수상한 아드루이사 리가 분장을 맡았다.영화는 마치 한 편의 오페라처럼 4막으로 전개되며 칼라스의 마지막 1주일을 재조명한다. 은퇴한 소프라노를 맨드렉스(코디 스밋맥피 분)라는 이름의 기자가 인터뷰하며 시작된다. 사실 맨드렉스는 칼라스가 복용하던 신경안정제의 이름. 기자는 실존 인물이 아니라 그녀의 환각 속 인물이다. 생애 마지막 1주일을 그린 영화 속 칼라스는 몸도 마음도 쇠약해진 모습. 약에 취해 현실과 환각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하고 자신의 기억을 조각처럼 꺼내 놓는다.영화에는 칼라스의 사생활과 관련된 흥미로운 요소가 숨어 있다. 집사 페루치오(피에르프란체스코 파비노 분)는 세

    2025.04.17 17:10
  • 이성과 욕망 사이…연극 입은 오페라 '파우스트'

    현실의 고통을 잊기 위해 파우스트는 마녀들의 축제가 벌어지는 브로켄산으로 향한다. 중세 여신들과 마녀들이 뒤엉켜 난교하는 혼돈의 의식 속에서 파우스트는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죄의식 그리고 이성과 욕망 사이에서 고뇌한다.괴테의 희곡을 바탕으로 각색한 샤를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는 ‘악마는 우리 주변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다’는 경고를 전한다. 서울시오페라단은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파우스트를 오페라에 연극을 접목한 ‘오플레이’ 무대로 선보였다.막이 오르고 늙은 파우스트 역의 배우 정동환이 가슴을 찌르는 듯한 목소리로 인생의 덧없음을 토해낸다. 문학과 철학, 의학과 연금술까지 두루 섭렵한 파우스트의 복잡한 내면이 노련한 배우의 밀도 높은 연기를 통해 펼쳐지자 객석에서는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뒤이어 나올 성악가가 정동환과 비교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잠시, 이후 장면들은 기대를 뛰어넘었다.이번 공연에서 가장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휘한 인물은 A팀의 메피스토펠레스 역을 맡은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이다. 간사한 유혹자부터 파멸을 이끄는 냉혹한 악마까지, 3시간의 오페라 내내 다채로운 표정과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역할을 소화했다. 2011년 국립오페라단의 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펠레스 역을 맡은 미국 출신의 베이스 사무엘 레미와 비교해도 빠짐이 없었다. 사무엘 윤은 오플레이를 표방한 이번 무대에서 연기와 가창 모두 진가를 발휘했다.11일 B팀 공연에서 발랑탱 역의 바리톤 김기훈과 12일 A팀 공연의 마르그리트를 노래한 소프라노 손지혜도 인상 깊은 무대를 선보인 성악가다. 김기

    2025.04.14 17:29
  • 차분한 음악이 필요할 때, 아르떼 FM 캄

    한국경제신문의 문화 예술 플랫폼 ‘아르떼(arte)’가 새로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아르떼 FM 캄(arte FM Calm·사진)’을 선보인다. 기존 클래식 전문 스트리밍 채널 ‘아르떼 FM’이 폭넓은 시대와 스타일의 고품격 클래식 음악을 제공했다면 새롭게 서비스를 시작한 아르떼 FM 캄은 더욱 잔잔하고 섬세한 음악을 엄선해 집중과 휴식에 최적화된 음악 환경을 제시한다.아르떼 FM 캄은 바쁜 일상에서 잠시 숨을 고르거나 업무에 몰입해야 하는 순간을 위한 서비스다. 아르떼 웹사이트 오른쪽 상단에 있는 라이브 플레이어 재생 버튼을 누르면 아르떼 FM과 아르떼 FM 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모차르트, 차이콥스키, 바그너, 말러 등 방대한 시대의 클래식 레퍼토리를 폭넓게 제공하는 아르떼 FM과 달리 아르떼 FM 캄은 선별된 작곡가의 작품을 중심으로 음악을 구성했다. 비발디, 바흐 등 바로크 시대 작곡가를 중심으로 고전주의, 낭만주의, 현대음악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 ‘느림의 미학’을 담은 음악이 중심을 이룬다. 템포가 느리고 화성이 안정적인 곡이 듣는 사람의 마음에 평온을 선사한다.아르떼 FM 캄에서 제공하는 음원은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음악이 아니라 국내 바로크 전문 연주자들과 고음악 앙상블, 한경아르떼필하모닉, 해외 저명 예술단체 등이 공연 현장에서 연주한 실황 음원이다. 생생한 연주의 긴장감과 감동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아르떼 FM 캄 음악은 국내 최고 톤마이스터로 꼽히는 최정훈 오디오가이 대표의 마스터링을 거쳐 한층 섬세하고 따뜻한 음향으로 재탄생했다.조동균 기자 

    2025.04.13 18:27
  • 이성과 욕망 사이...연극 입은 오페라 파우스트

    관련 기사 ▶ 연극 거장의 새로운 도전, 오페라 '파우스트'현실의 고통을 잊기 위해 파우스트는 마녀들의 축제가 벌어지는 브로켄 산으로 향한다. 중세 여신들과 마녀들이 뒤엉켜 난교하는 혼돈의 의식 속에서 파우스트는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죄의식, 그리고 이성과 욕망 사이에서 고뇌한다. 괴테의 희곡을 바탕으로 각색한 샤를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는 ‘악마는 우리 주변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다’는 경고를 전한다. 서울시오페라단(단장 박혜진)은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파우스트를 연극과 오페라를 접목시킨 ‘오플레이’ 무대로 선보이고 있다. 막이 오르고 늙은 파우스트 역의 배우 정동환이 가슴을 찌르는 듯한 목소리로 인생의 덧없음을 토해낸다. 문학과 철학, 의학과 연금술까지 두루 섭렵한 파우스트의 복잡한 내면이 노련한 배우의 밀도 높은 연기를 통해 펼쳐지자 객석에서는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뒤이어 나올 성악가가 정동환과 비교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잠시, 이어지는 장면들은 기대를 뛰어넘었다.이번 공연에서 가장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휘한 인물은 A팀의 메피스토펠레스 역을 맡은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이다. 간사한 유혹자에서부터 파멸을 이끄는 냉혹한 악마까지, 3시간의 오페라 내내 다채로운 표정과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역할을 소화했다. 2011년 국립오페라단의 파우스트에

    2025.04.13 09:40
  • 잔잔한 선율, 깊은 집중... '아르떼 FM 캄'론칭

    한국경제신문의 문화 예술 플랫폼 '아르떼(arte)가 새로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아르떼 FM 캄'(arte FM Calm)을 선보인다. 기존 아르떼 FM의 품격을 유지하면서도 한층 더 잔잔하고 편안한 음악을  엄선해 제공하는 아르떼 FM 캄은 업무 중이거나 보다 집중이 필요한 순간에 최적화된 음악 경험을 제공한다. 아르떼 사이트 내 우측 상단 라이브 플레이어의 재생 버튼을 누른 후 '아르떼 FM(arte FM)'과 '아르떼 FM 캄'중 원하는 서비스를 고를 수 있다. 아르떼 FM 캄에서 재생되는 음원은 국내 바로크 전문 연주자와 전문 단체의 공연 실황을 비롯해 한경아르떼필하모닉, 해외 예술단체들의 실제 공연 실황으로 구성됐다. 모든 음원은 국내 최고 톤마이스터로 인정 받는 '오디오가이'의 최정훈 대표의 마스터링 작업을 거쳐 섬세하면서도 따뜻한 음향으로 다시 태어났다. 잔잔한 음악과 함께 즐기는 아르떼 사이트에서  편안한 집중과 깊은  예술적 울림을 느끼길 원한다면, 지금 '아르떼 FM 캄'에 조용히 귀를 기울여 보자.   조동균 기자 chodogn@hankyung.com

    2025.04.10 14:12
  • 20세기 최고의 디바, 마리아 칼라스의 마지막 7일

    1977년 9월 16일, 마리아 칼라스(안젤리나 졸리 분)가 생을 마감한 파리의 아파트. 차분한 피아노 반주 위에 칼라스가 부르는 베르디 오페라 <오텔로>의 '아베 마리아'가 흘러나오며 20세기 최고의 소프라노 칼라스의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조용하던 반주는 점차 대편성 오케스트레이션 사운드로 확대되고, 그녀의 목소리에도 어느새 힘이 실린다.파블로 라라인 감독의 신작 <마리아>는 <재키>와 <스펜서>에 이어 '세기의 여성 3부작'을 완성하는 마지막 작품이다. 감독은 재클린 케네디와 다이애나 왕세자비에 이어 오페라 역사상 가장 위대한 디바로 기억되는 칼라스를 주인공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보헤미안 랩소디'와 '레미제라블'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한 음악감독 존 워허스트가 음악을,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통해 아카데미 분장상을 수상한 아드루이사 리가 분장을 각각 맡아 칼라스의 음악과 외모를 스크린 위에 재현했다. 영화는 마치 한 편의 오페라처럼 4막으로 전개되며 칼라스의 마지막 일주일을 재조명한다. 은퇴한 소프라노를 맨드렉스(코디 스밋-맥피 분)라는 이름의 기자가 인터뷰하며 스토리가 진행된다. 사실 맨드렉스는 칼라스가 복용하던 신경안정제의 이름으로 기자는 실존인물이 아닌 그녀의 환각 속 인물이다. 생애 마지막 일주일을 그린 영화 속 칼라스는 신체와 정신이 모두 쇠약해진 모습이다. 약에 취해 현실과 환각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하고 자신의 기억을 조각처럼 꺼내 놓는다. "준비가 되면 언제든 다시 노래할거에요" 이 대사는 칼라스가 자신의 예술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2025.04.09 18:17
  • 베토벤부터 브람스까지…성남에서 리사이틀 개최하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타고난 음악성과 정제된 해석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자리매김한 조성진이 오는 6월 15일 성남아트센터(대표이사 윤정국)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로 관객과 만난다. 조성진이 성남아트센터에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독주 무대에 서는 것은 3년만이다.올해는 조성진이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지 1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번 리사이틀은 그가 지난 10년간 세계 무대에서 쌓아 온 음악적 발자취를 돌아보는 뜻 깊은 자리로, 고전에서 낭만, 20세기 현대음악에 이르는 폭넓은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1부는 리스트의 '에스테 별장의 분수'로 시작된다. 햇빛에 비춰보인 물방울을 다채로운 음형으로 표현한 인상주의 작품으로 조성진 특유의 섬세하고 화려한 표현력을 볼 수 있는 곡이다. 이어지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5번 '전원'은 고전주의 특유의 균형감과 평화로운 정서가 담긴 작품으로 그가 지닌 명료한 해석과 음악성이 드러날 예정이다. 헝가리 출신 20세기 작곡가 버르토크가 작곡한 '야외에서'는 리듬과 색채가 강렬한 곡으로 이 곡을 연주하는 조성진의 실험적인 해석이 기대된다. 2부에서는 조성진이 젊은 시절 브람스의 열정과 낭만이 고스란히 담긴 피아노 소나타 3번을 들려준다.티켓 가격은 6만원부터 12만원까지, 티켓 예매는 4월 10일 오후4시부터 성남아트센터와 인터파크를 통해 가능하다. 자세한 내용은 성남문화재단 고객센터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동균 기자

    2025.04.08 15:29
  • 전태현과 김기훈이 말하는 "운명처럼 다시 만난 파우스트"

    독일 작가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60년에 걸쳐 집필한 희곡 '파우스트'는 인간의 욕망과 이상, 쾌락과 탐구 사이에서 고뇌하는 한 인물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을 묻는다. 이 작품은 문학사 뿐만 아니라 음악사에도 깊은 영향을 끼쳤다. 베를리오즈의 '파우스트의 겁벌', 보이토의 '메피스토펠레'등 오페라로 재탄생되었고 대편성 관현악의 정수로 손꼽히는 작곡가 말러의 교향곡 8번의 2부의 테마까지, 괴테의 파우스트는 수많은 음악 작품에 영감이 되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성공한 작품인 프랑스 작곡가 샤를 구노가 1859년 발표한 오페라 <파우스트>는 원작의 1부인 파우스트 박사와 마르그리트(원작 그레트헨)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쓴 그랜드 오페라다. 서울시오페라단(단장 박혜진)이 올해 첫 정기 공연으로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를 무대에 올린다. 4월 10일부터 13일까지 나흘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선보이는 이번 작품은 주역 성악가들의 면면만으로도 기대를 모은다. 그 중 10년만에 서울시오페라단에서 메피스토펠레스 역을 다시 맡은 베이스 전태현(44)과 최근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무대에서 활약하고 돌아온 발랑탱 역의 바리톤 김기훈(34)을 만났다.  "악보를 펴자마자 전화가 왔어요...이건 운명이라고 생각했어요"베이스 전태현은 어느 날 새벽기도를 다녀 온 와이프가 혹시 서울시오페라단에서 연락이 올지 모르니 악보를 공부하라고 권유한 후 이 배역이 자신에게 다시 오길 기도하고 있었다고 한다. 신기하게도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박혜진 단장으로부터 캐스팅 연락을 받았다. 전태현과 서울시오페라단은 인연이

    2025.04.06 11:15
  • 남양주 산자락과 클래식 선율이 온몸을 감싸는 곳, 써라운드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한적한 산자락에 자리한 카페 써라운드(Surround).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 위에 자리한 이 공간은 이름 그대로 ‘둘러싸이는 감각’을 품고 있다. 공간 전체를 감싸안듯 설계된 아치형 벽면 구조는 외부의 자연과 어우러져 독특한 조화를 이룬다. 써라운드는 자연과 커피 향, 그리고 음악에 온전히 둘러싸이는 경험을 선사한다. 자연을 상영합니다써라운드의 가장 인상적인 특징은 정남향으로 나 있는 통창이 만들어내는 압도적인 ‘프레임’이다. 높이 5.3m에 달하는 대형 통유리는 사계절의 변화와 탁 트인 풍경을 여과 없이 실내로 끌어들인다. 이곳을 찾은 손님은 문을 열고 들어와 카운터에 도달하기까지 걸음마다 마치 액자에 담긴 듯한 자연의 장면들을 차례차례 마주하게 된다. 전신주 하나 없이 깨끗하게 비워 낸 창들은 계절마다 다른 색감과 분위기를 자아낸다. 녹지 않은 눈 위로 벚나무에 새순이 돋아나는 봄날이면, 이곳은 자연을 감상하는 하나의 극장이 된다. 사계절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좋을 듯한 차경(借景)의 절정이다. 일반적으로 음악을 듣는 공간이라면, 잔향이 지저분해지는&

    2025.04.04 15:34
  • 큐비즘 무대 위에서 펼쳐진 사랑과 계급의 풍자극

    막이 오르자 피에르 요바노비치의 손끝에서 탄생한 큐비즘(입체주의) 무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따뜻한 색감의 색종이를 붙인 콜라주 스타일의 컬러풀한 배경막은 광활한 평야와 저 멀리 펼쳐진 지평선을 3단계의 원근법으로 표현하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프랑스 남부 출신의 요바노비치가 고향 자연에서 받은 영감을 담은 라운드형 무대가 자아낸 아늑한 분위기는 오페라 전막을 감상하는 동안 편안함을 불러일으켰다.국립오페라단의 올 시즌 첫 작품 ‘피가로의 결혼’이 지난 23일 막을 내렸다. 1778년 프랑스에서 발표된 피에르 보마르셰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 모차르트의 4막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은 겉으로는 18세기 스페인 세비야를 배경으로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프랑스혁명 직전의 사회 구조와 계급 갈등을 반영한 작품이다.이번 공연은 무대 미술과 조명 효과가 두드러졌다. 총 4막으로 구성된 오페라 무대는 ‘입체주의와 그림자의 예술’이라고 표현할 만했다. 주인공인 피가로와 수잔나의 침실 뒤에는 나선형 무대장치와 커다란 초록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알마비바 백작의 저택이 굽이굽이 산등성이를 지나 숲속에 자리한 공간임을 은유적으로 나타냈다. 두 주인공이 노래할 때 생긴 그림자는 감정 변화에 따라 하나였다가 감정의 충돌이 고조되면 점차 멀어졌다.2막과 3막에서는 회전무대와 함께 태양의 위치가 바뀌며 시간의 흐름을 표현했다. 새벽에서 아침, 오후에서 밤으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조도 변화는 무대 속 시간의 경과를 입체적으로 보여줬다. 4막에서는 2층 발코니에서 쏘는 탑 조명이 무대를 가로지르며 달빛을 표현했고, 이는 객석을 포함한 극

    2025.03.24 17:15
  • 큐비즘 무대 위에서 펼쳐진 사랑과 계급의 풍자극

    막이 오르자, 피에르 요바노비치의 손끝에서 탄생한 큐비즘 무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따뜻한 색감의 색종이를 붙인 콜라주 스타일의 컬러풀한 배경막은 광활한 평야와 저 멀리 펼쳐진 지평선을 3단계의 원근법으로 표현하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프랑스 남부 출신의 요바노비치가 고향 자연에서 받은 영감을 담은 라운드형 무대가 자아낸 아늑한 분위기는 오페라 전막을 감상하는 동안 편안함을 불러 일으켰다.‘당신의 사랑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 국립오페라단(단장 겸 예술감독 최상호)의 2025 시즌 첫 작품 <피가로의 결혼>은 무대 미술과 조명 효과가 특히 두드러졌다. 다양한 시각적 장치들이 볼거리를 풍성하게 해줬다. 1778년 프랑스에서 발표된 피에르 보마르셰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 모차르트의 4막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은 겉으로는 18세기 스페인 세비야를 배경으로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프랑스 혁명 직전의 사회 구조와 계급 갈등을 반영한 작품이다.귀족 계급의 특권을 정면으로 비판한 원작은 한때 프랑스에서 상연이 금지되기도 했다. 모차르트와 대본가 로렌초 다 폰테는 이를 오페라로 각색하며 민감한 정치적 요소를 유쾌한 음악과 희극적 전개로 풀어냈다. 예를 들어, 1막에서 피가로와 수잔나가 '딩딩동동' 멜로디로 백작과 백작부인이 부르면 달려가야 한다는 가사를 부르는 장면은 호출 벨을 연상케 하며 귀족과 평민의 종속 관계를 풍자적으로 표현한다. 두 주인공의 재치와 기지가 향후 백작을 어떻게 골탕 먹일지를 암시하는 유쾌한 장면이다.총 4막으로 구성된 이번 오페라의 무대는 ‘입체주의와 그림자의 예술’이라 표현할 만하다. 피가로와

    2025.03.24 13:55
  • 연극 거장이 오르는 또 다른 산, 오페라 '파우스트'

    “파우스트는 제게 친숙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연극과 오페라는 완전히 다른 분야이기에 오페라 파우스트는 제게 새로운 도전입니다.”올해로 연기 인생 55년. 배우 정동환(76·사진)은 베테랑이다. ‘연극을 섬기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표현할 만큼 연극 무대에서 꾸준히 활동해 온 배우다. 그가 처음으로 오페라에 도전한다. 다음달 10일부터 나흘간 3000석이 넘는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될 서울시오페라단의 ‘파우스트’를 통해서다. 그는 2020년 1인극 ‘대심문관과 파우스트’에서 파우스트 박사와 메피스토펠레스를 모두 연기한 경험이 있다. 5년 만에 오페라 무대에서 파우스트를 연기할 그를 지난 17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났다.정동환은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장이 ‘연극과 오페라의 시너지를 보여줄 무대를 함께 만들자’며 출연을 제안했다”며 “배우는 무대를 가리지 않아야 한다는 신념이 있기에 망설임 없이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무대는 온몸으로 견뎌야 하는 현장이기에 배우에게 가치가 크다”며 “극장을 찾아준 분들과 직접 소통하는 일은 방송 매체가 주는 경험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설명했다.정동환은 “파우스트 박사는 수십 년을 연구해 봐도 참 심오한 사람”이라며 “괴테가 60년에 걸쳐 만들어낸 인물이니 당연하다”고 했다. 이어 “이 캐릭터에 대해 단순히 규정하는 건 어렵고, 그에 걸맞은 연기를 하려면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정동환은 이제 연극배우가 아니라 성악가들과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연습 방식도 연극판과는 사뭇 다르다. “연극에

    2025.03.19 17:23
  • 연극 거장의 새로운 도전, 오페라 '파우스트'

    "파우스트는 제게 친숙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연극과 오페라는 완전히 다른 분야이기에 오페라 파우스트는 제게 새로운 도전입니다."올해 연기인생 55년, 배우 정동환(76)은 베테랑이다. '연극을 섬기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표현할만큼 연극 무대에서 꾸준히 활동해 온 배우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오페라에 도전한다. 3000석이 넘는 대극장에서 공연될 서울시오페라단의 '파우스트'를 통해서. 그는 2020년 1인극 '대심문관과 파우스트'에서 파우스트 박사와 메피스토펠레스를 모두 연기한 경험이 있다. 5년 만에 오페라 무대에서 파우스트를 연기할 그를 지난 17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났다."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장이 '연극과 오페라의 시너지를 보여줄 무대를 함께 만들자'며 출연을 제안했어요. 배우는 무대를 가리지 않아야 한다는 신념이 있기에 망설임없이 출연을 결정했습니다." 정동환은 "나를 보러온 연극 팬들이 오페라를 알게 되고, 오페라 애호가들도 '연극 배우가 출연하면 이런 그림이구나'하는 점을 발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르는 다르지만 오페라나 연극은 관객과 호흡하는 라이브 무대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정동환은 "무대는 온몸으로 견뎌야 하는 현장이기에 배우에게 가치가 크다"며 "극장을 찾아준 분들과 직접 소통하는 일은 방송 매체가 주는 경험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베테랑 배우에게도 파우스트 박사의 깊이는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파우스트 박사는 수십년을 연구해봐도 참 심오한 사람이에요. 괴테가 60년에 걸쳐 만들어낸 인물이니 당연하죠. 이 캐릭터

    2025.03.19 15:11
  • 신인 성악가들이 재해석한 '피가로의 결혼'

    국립오페라단(단장 겸 예술감독 최상호)은 올해 ‘당신의 사랑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네 편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첫 작품으로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식>을 오는 20일부터 23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한다. <피가로의 결혼>은 프랑스 극작가 피에르 보마르셰의 동명 희곡을 바탕으로, 모차르트가 작곡하고 로렌초 다 폰테가 대본을 쓴 작품이다. 보마르셰의 전작 <세빌리아의 이발사>에서 알마비바 백작과 로지나(현 백작부인)는 이발사 피가로의 도움으로 결혼에 성공한다. 이번 작품은 피가로와 약혼녀 수잔나의 결혼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로, 전작과 스토리가 이어진다.지난 14일 서초동 N스튜디오에서 <피가로의 결혼>의 주역을 맡은 세 명의 신인 성악가를 만나 이번 출연에 대한 소감과 그들이 맡은 역할과 작품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유럽 무대에서 인정받은 신인 세 성악가의 한국 오페라 무대 데뷔피가로와 수잔나, 백작부인 역할을 맡은 세 성악가는 국내에서는 신인이지만, 이미 유럽 오페라 극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오페라 가수다.독일 함부르크 국립극장에서 2016년부터 전속 가수로 활동 중인 손나래는 이번 공연을 위해 빡빡한 해외 일정을 조정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오페라단에서 처음 연락을 받고 무리한 일정이 아닐까 고민되기도 했지만, 국립오페라단의 시스템을 믿고 출연을 결정했다”며 “성악가들이 온전히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어서 가능했다”고 말했다.2024년 이탈리아 부세토 베르디 성악 콩쿠르와 2025년 비냐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최지은은 현재 독일 코트부스 오페라 극장에

    2025.03.17 10:15
  • 이제 당신만 오페라를 알면, 모든 사람이 사랑하는 겁니다

    세아이운형 문화재단(이사장 박의숙)이 1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드보르작의 오페라 <루살카>를 공연했다. 1901년 드보르작이 발표한 <루살카>는 그의 9개의 오페라 중 유일한 성공작으로 체코(슬라브) 민속설화를 바탕으로 물의 정령 루살카가 인간 왕자를 사랑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비극을 다룬다.루살카는 마녀 예지바바의 마법으로 목소리를 잃는 대신 인간이 되지만, 자신이 사랑한 왕자에게 배신을 당하고, 결국 둘은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한다. 이 스토리는 우리에게 익숙한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와도 비슷하지만 자신이 사랑한 왕자를 죽이지 못하고 물거품이 되는 인어공주와 달리 오페라는 물귀신이 된 루살카가 자신을 배신한 왕자를 숨을 빼앗는 키스로 익사시키며 끝을 맺는다.지휘자 데이비드이가 이끈 서울시향은 어두운 조명 아래 이 오페라의 비극적인 분위기를 암시하는 서곡을 시작했다. 팀파니의 울림이 수면 위의 진동을, 현악기의 트레몰로가 불안한 물살을 표현했다.여기에 목관악기들이 ‘달의 노래’ 풍의 구슬픈 선율을 연주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이어 왕자와 루살카의 사랑의 장면을 나타내듯 로맨틱한 선율이 잠시 등장하지만, 비극을 암시하는 피콜로가 비명 같은 음정을 내며 방해한다. 호른과 잉글리쉬 호른의 연주가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관악기들의 빠른 연주에 물의 정령들이 등장해 슬라브 무곡을 연상케 하는 반주와 메아리치듯 노래하며 숲속 호숫가를 배경으로 한 1막이 시작됐다.1막에서 세 명의 물의 정령들과 함께 등장한 물 도깨비 보드닉(베이스 박종민)은 과감한 몸짓과 강렬한 연기로 청중을 압도했다. 이어 잔잔한

    2025.03.16 14:07
  • 러시아 작곡가 소피아 구바이둘리나 별세

    현대음악 분야에서 '전설'로 평가 받는 러시아 여성 작곡가 소피아 구바이둘리나(1931~2025)가 현지시간 13일 새벽 영면에 들었다. 향년 93세.생전 구바이둘리나는 자신의 음악에 대해 영성과 간구함이 담긴 교회 음악과 같다고 표현했다. 평단은 그의 음악에 대해 수학적 구조, 직관적 감각을 결합해 독창적이라고 평가하며 그를 20세기 후반 가장 중요한 음악가 중 하나로 꼽았다.고인은 1931년 타타르 공화국 영토인 크리스토폴에서 타타르계 무슬림 아버지와 폴란드계 유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소련 체제 모스크바에서 음악을 공부한 그는 실험적인 기법을 활용하면서도, 깊은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한 영적이고 신비로운 색채를 음악에 담아냈다.  러시아의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로부터 작품의 독창성을 인정 받았지만, 1979년 소련 작곡가연맹이 발표한 7명의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작품 발표에 억압을 받기도 했다. 고인이 이 시기에 창작한 음악들은 시간이 흘러 발표가 됐고, 많은 후배 음악가들에 영향을 미쳤다.    고인은 1992년 독일 함부르크로 이주한 이후 명성보다 내면적 탐구에 중시한 음악을 창작하는 데 집중했다. 일생동안 100편 이상의 작품을 남겼으며 대표작으로는 1980년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의 연주를 듣고 얻은 영감을 악상에 쓴 바이올린 협주곡 <오페르토리움>이 있다. 이 작품은 레이프 세게르스탐이 지휘한 비엔나 방송교향악단의 연주로 크레머가 초연했다. 1982년과 1986년 두번의 개작을 거쳐 크레머에게 헌정했다. 1986년 발표한 12악장으로 쓰여진 교향곡 <소리들...침묵들...>은 피보나치 수열을 사용해 작곡한 것으로

    2025.03.14 10:40
  • 시처럼 읊조린 슈만의 가곡들

    9일 저녁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독일의 바리톤 크리스티안 게르하허가 그의 오랜 음악적 파트너 피아니스트 게롤트 후버와 슈만의 가곡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해 리사이틀을 열었다. 유럽에서의 명성과 달리 상대적으로 국내에서 알려지지 않은 게르하허를 한국 관객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성남문화재단이 10년 전부터 공을 들여 성사시킨 공연이다.이번 리사이틀은 독일 작곡가 로버트 슈만이 남긴 250여곡의 가곡 중 <미르텐 플라워> <시인의 사랑> <리더크라이스> <여인의 사랑과 생애>등을 쓴 1840년과 1850년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슈만이 140여곡을 남겨 '가곡의 해'로 불리는 1840년에 사랑과 자연을 주제로 발표한 세 개의 연가곡 (op.39, 40, 53)과 1850년 '삶과 죽음, 인간의 고독한 운명에 대한 성찰' 등을 주제로 쓴 두 개의 작품(op.83, 90)을 비교하며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무대에 등장한 게르하허와 후버는 공연의 첫 곡인 op.<다섯 개의 노래>의 '3월의 제비꽃'을 간결하고 빠르게 연주했다. 제2곡 '엄마의 꿈'은 정확한 피치로 말하듯이 스토리를 들려줬는데 이때 피아노 위에 올려진 후버의 종이 악보가 눈에 들어왔다.여러 곡을 연주해야 하는 Liederabend(가곡의 밤)에서 태블릿 PC를 사용하는 피아니스트들이 많은 추세임에도 무언가 빼곡히 적혀 있는 아날로그 종이 악보를 두고 연주하는 모습에 왠지 모를 신뢰감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후버가 표현한 제3곡 '병사(Der Soldat)' 중 금속 탄피소리를 표현한 첫 음정과 총을 쏘기까지 떨리는 군인의 심정을 자아내는 전주부는 게르하허가 읊어내는 병사의 떨림이 표현된 시적 내용에 더욱 몰입감

    2025.03.10 09:36
  • 네곡의 앙코르와 지휘 퍼포먼스까지…세계 최고 테너가 선사한 뜨거운 밤 [리뷰]

    세계적인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이 보여준 꿈같은 밤이었다. 지난 7일, 롯데콘서트홀에서는 그의 '오페라 콘서트'가 열렸다. 지난 4일 밤에는 독일어 시로 구성된 리트(독일 가곡)를 통해 자신만의 문학적 해석을 들려줬던 그가 이번에는 본업인 오페라가수로 무대에 올랐다. 10년만의 내한 공연인데다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사후 현재 세계 최정상의 자리에 있는 그를 볼 수 있는 기회여서인지 객석은 빈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이날 오페라 프로그램은 세계 투어중인 성악가의 목소리를 충분히 배려한 구성이었다. 오페라 아리아와 서곡을 교차로 배치했기 때문이다.  무대에는 카우프만의 오랜 친구인 지휘자 요헨 리더가 10년 전 그의 첫 내한 공연에 이어 이날도 지휘를 맡았다. 이들은 홍콩과 대만을 거쳐 한국을 찾았다.75인조 수원시향이 연주한 벨리니 오페라 <노르마>서곡이 끝나고 문이 열리자 가성의 허밍으로 목을 풀면서 걸어 나온 카우프만은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의 ‘오묘한 조화’를 불렀다.첫 곡을 듣는 동안 요나스 카우프만의 본업이 ‘오페라 가수’였다는 것을 새삼 떠올릴 수 있었다. 긴장하지 않은 모습으로 무대 좌우를 활보하며 4일 공연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성량과 고음을 들려줬는데, 오페라 <토스카>에서 카바라도씨가 ‘나의 유일한 사랑은 토스카 당신’이라며 외치는 마지막 부분에서 그가 질러낸 고음과 다음 프레이즈를 위한 호흡 사이의 ‘잔향’은 그동안 수없이 공연을 보며 경험했던 롯데콘서트홀의 ‘잔향’과는 완전히 다른 수준의 풍성한 울림이었다.이후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의 ‘청결한 아이다&

    2025.03.09 14:23
  • '물귀신 오페라'가 온다…3월엔 루살카, 5월엔 물의 정령

    체코와 한국의 ‘물귀신’을 소재로 한 오페라가 예술의전당 무대에서 연이어 공연된다.오는 1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르는 드보르작의 오페라 <루살카>와 5월 25일부터 사흘간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리는 세계 초연 창작오페라 <물의 정령>이다.<루살카>는 체코의 민족주의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작이 슬라브 전설을 바탕으로 만든 오페라다. 1901년 프라하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인간 왕자를 사랑한 물의 정령 루살카가 겪는 갈등과 희생을 그린다. 서정적이면서도 강렬한 음악과 극적인 전개가 어우러져 현재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공연되고 있는 드보르작의 유일한 오페라이기도 하다.세아이운형문화재단(이사장 박의숙)이 선보이는 콘서트오페라 <루살카>는 故 이운형 세아그룹 선대 회장의 오페라 사랑을 기리는 헌정 무대다. 이번 공연에서는 2011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성악 부문 동반 우승을 차지한 소프라노 서선영(루살카 역)과 베이스 박종민(보드닉 역)이 주연으로 나선다. 세아이운형문화재단의 후원 아티스트인 테너 손지훈과 소프라노 문현주도 출연해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화려한 출연진과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연주가 더해진 이번 공연은 사전 신청을 거치면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어 더욱 의미가 크다.한편, 예술의전당(사장 장형준)이 제작극장으로서 발표하는 첫 작품인 창작 오페라 <물의 정령>은 한국 전설을 바탕으로 새롭게 쓰여졌다. 호주의 작곡가 메리 핀스터러와 톰 라이트가 음악과 대본을 맡은 이번 작품은 예술의전당이 ‘공공 제작극장’으로서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원

    2025.03.06 16:30
  • '성량보다 해석'…섬세한 열창 보여준 카우프만

    오페라 가수 요나스 카우프만이 10년 만에 내한했다. 그는 모차르트로 대표되는 독일어 오페라 징슈필, 푸치니와 베르디의 이탈리안 오페라, 비제와 구노의 프렌치 오페라, 성악가들의 커리어 마지막 종착지인 바그너 오페라까지 섭렵해 세계 최고 테너 중 한 명으로 꼽힌다.지난 4일 카우프만과 피아니스트 헬무트 도이치의 리더아벤트(리트독창회)가 열린 롯데콘서트홀 객석엔 빈자리를 거의 찾을 수 없었다. 카우프만은 2015년 첫 내한 콘서트 때 서른 번의 커튼콜을 받을 정도로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인 바 있다.이날 카우프만은 관객들의 환호 속에 흰 보타이를 맨 정갈한 연미복 차림으로 무대에 등장했다. 첫 곡은 슈만의 ‘12개의 가곡’ 중 제3곡 ‘방랑의 노래’였다. 독일에서 온 가객(歌客)은 “자~아직 취기가 남아 있을 때 떠나자”라는 가사로 시작한 방랑가를 목이 덜 풀린 듯한 음색으로 노래했다. 제10곡 ‘고요한 눈물’에서 카우프만은 과장하지 않은 발성으로 목을 풀듯, op.25 ‘미르테 꽃’ 제1곡 ‘헌정’을 부를 때는 미동 없는 자세로 자신이 낼 수 있는 소리의 반만 들려주듯 노래한 뒤 퇴장했다.두 번째 무대에서 몸이 풀린 듯한 카우프만은 리스트의 가곡 여섯 곡을 불렀다.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를 부를 때 그는 소리를 바깥으로 울려내기보다 몸 안 호흡의 압력만으로 음을 밀어내듯 노래했다. 3절에서 마이너풍으로 전개된 음악이 다시 희망을 찾은 후 외치듯 부른 가사 “O Gott”(독일어로 ‘오 신이시여’라는 뜻)의 고음은 이날 그가 들려준 첫 메조 포르테(mf) 음량 표현이었다.2부에서 카우프만은 브람스의 op.63 ‘9

    2025.03.05 18:32
  • 10년만에 한국 온 '포스트 파바로티' …카우프만의 섬세한 열창

    세계 최고 테너 중 한 명인 요나스 카우프만이 10년만에 내한했다. 카우프만은 모차르트로 대표되는 독일어 오페라 징슈필, 푸치니와 베르디의 이탈리안 오페라, 비제와 구노의 프렌치 오페라, 성악가들의 커리어 마지막 종착지인 바그너 오페라까지 섭렵했다.지난 4일 카우프만과 피아니스트 헬무트 도이치의 리더아벤트(리트독창회)가 열린 롯데콘서트홀 객석엔 빈자리를 거의 찾을 수 없었다. 카우프만은 2015년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첫 내한 콘서트 때 서른번의 커튼콜에 다섯 곡의 앙코르로 화답할만큼 대단한 기량을 보여준 바 있다. 카우프만은 흰 보타이를 맨 정갈한 연미복 차림으로 무대에 등장했다. 총 4부로 구성된 이날 공연의 첫 곡은 슈만의 '12개의 가곡' 중 제3곡 '방랑의 노래'였다. 독일에서 온 가객(歌客)은 "자~아직 취기가 남아 있을 때 떠나자"라는 가사로 시작한 방랑가를 목이 덜 풀린듯한 음색으로 노래했다. 이어 케르너의 시로 쓰여진 제4곡 '첫번째 초록(신록)'과 오푸스넘버(op.)142 제2곡 '너의 뺨에 기대어' 등을 불렀다. 제10곡 '고요한 눈물'에서 카우프만은 과장하지 않은 발성으로 목을 풀듯, op.25 '미르테 꽃' 제1곡 '헌정'을 부를 때는 미동 없는 자세로 자신이 낼 수 있는 소리의 반만 들려주듯 각각 노래한 후 퇴장했다. 두 번째 무대에서 몸이 풀린듯한 카우프만은 리스트의 가곡 6곡을 불렀다.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를 부를때 그는 소리를 바깥으로 울려내기보다 몸 안 호흡의 압력만으로 음을 밀어내듯 노래했다. 관객들은 카우프만 특유의 단단하고 영웅적인 음색에 매료된 듯 숨소리도 내지 않

    2025.03.05 14:57
  • 세계적인 리릭 테너 라몬 바르가스, 서울대 성악과 정교수 임용

    세계적인 오페라 무대에서 활약해 온 멕시코 출신의 테너 라몬 바르가스(65)가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 정교수로 임용되었다. 바르가스는 이미 국내에 체류 중이며, 오는 4일부터 본격적으로 학생들을 지도할 예정이다.서울대 성악과 관계자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바르가스 교수의 임용을 통해 세계 정상급 무대에서 쌓은 경험을 한국 성악 교육에 전수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국내 학생들이 세계 오페라 하우스에서 요구하는 스타일을 일찍부터 익힐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라몬 바르가스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밀라노 라 스칼라, 빈 국립 오페라 등 세계 유수의 오페라 무대에서 30년 넘게 활동하며 리릭 테너로서 명성을 쌓아왔다. 그는 도니제티, 베르디, 푸치니 등 이탈리아 오페라 레퍼토리를 중심으로 활약했으며, 다수의 음반 작업과 전 세계 여러 도시에서 마스터클래스를 개최해 성악 교육자로서의 경력도 꾸준히 쌓아왔다.그는 지난해까지 독일 본 극장에서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 부에노스아이레스 콜론 극장에서 베르디 오페라 <가면무도회> 등 오페라 무대와 여러 콘서트에 출연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하지만 현재까지 발표된 올해 예정 공연이 5월 독일 본 극장에서의 오페라 <토스카>의 카바라도시 역과 6월 21일 스위스 루체른에서 열리는 콘서트 두개 뿐인것으로 보아 서울대 성악과 교수로서 맞는 첫 학기에 연주 활동보다 한국의 후학 양성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성악과가 2023년 세르비아 출신의 독일인 테너 조란 토도로비치, 불가리아 출신의 메조소프라노 베셀리나 카사로바를 교수로 임용한 데 이

    2025.03.02 21:59
  • 국립합창단의 '거룩한 함성' 3·1절을 기리다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국립합창단의 3.1절 기념음악회에서 합창 음악극 <거룩한 함성>이 초연됐다.‘합창 음악극’은 20세기 미국에서 시작된 장르다. 주로 종교음악에서 쓰였던 합창의 역할이 발전돼 극의 중심을 이끌어간다. 일반적인 20세기 오페라나 뮤지컬이 독창과 연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면, 합창 음악극은 합창단이 배경과 서사를 제시하며 극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국립합창단은 이를 한국적 정서와 역사적 소재를 접목해 독창적으로 풀어냈다.국립합창단은 3.1운동을 소재로 한 창작 합창극 <나의 나라>, 한글날을 맞아 발표한 <훈민정음>을 발표하며 우리의 역사를 담은 합창 음악 창작에 꾸준한 의지를 보여왔다.3.1절을 맞아 발표된 <거룩한 함성>은 일제강점기 위안부 피해 여성의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으로,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역사를 한 편의 음악극으로 기록한 의미 있는 시도였다.지휘자가 무대에 오르자 팀파니의 강렬한 타격음이 공연의 서막을 알렸다. 제1곡 <이제 소설도 한류>는 "우리의 자랑, 영광의 소식"이라는 가사를 통해 대한민국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해 문화 강국으로 한발 더 도약한 사실을 알리며 시작했다. 이어 소설가 최강산 역의 배우 차인표와 그의 딸 최은서 역의 배우 김혜령이 무대에 등장했다.공연은 여주인공 정옥분의 삶을 중심으로 크게 3부로 구성됐다. 1부는 평안남도 출신의 15세 소녀 정옥분이 정혼자 강산을 만나는 이야기다. 강산이 독립운동을 위해 떠나는 장면을 희망적인 선율로 그려냈다. 그러나 2부에서는 불규칙한 리듬과 불안한 불협화음을 통해 정옥분과 소녀들이 만주의 일

    2025.02.28 16:37
  • 빈의 역사적인 밤…조성진의 손끝에서 환생한 라벨의 생애

    2015년 제17회 쇼팽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줄곧 한 가지 소신을 밝혀왔다. “클래식의 대중화가 아니라, 대중들이 클래식에 익숙해져 대중의 클래식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성진의 주장 이후 많은 예술가들이 그의 설명대로 클래식을 대중적으로 소비되는 장르로 변모시키기보다는 사람들이 클래식 음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감상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의 주장을 믿고 있다. 그로부터 10년, 조성진은 도이치 그라모폰 전속 아티스트, 베를린 필하모닉 상주 음악가 등 눈부신 경력을 쌓으며 차세대 음악가들의 롤모델이 되었다.올해는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1875~1937) 탄생 150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이를 기념해 조성진은 라벨의 피아노 전곡을 담은 앨범을 발매했으며, 베를린 필하모닉 상주 음악가로 선정되었을 당시 직접 선택한 주요 레퍼토리이기도 하다. 그는 이 프로그램을 들고 1월 23일 독일 에를랑겐을 시작으로, 빈을 거쳐 미국 보스턴과 뉴욕, 베를린, 그리고 한국까지 이어지는 대규모 리사이틀 투어를 펼친다.지난 1월 25일, 오스트리아 빈 콘체르트하우스에서 열린 리사이틀을 통해 그는 ‘대중의 클래식화’라는 자신의 신념을 증명해 보였다. 비교할 수 없는 정제된 연주와 흔들림 없는 집중력으로, 조성진은 라벨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무대를 완성했다.완벽한 집중력과 절제된 감정의 연주빈 콘체르트하우스 대공연장 무대에 등장한 조성진은 차이나 수트를 차려입고 당당히 걸어나왔다. 망설임 없는 걸음으로 피아노 앞에 앉은 그는 첫 곡 세레나데 그로테스크의 첫 음을 울리며 긴 여정을

    2025.02.13 16:55
  • 최지은, 비냐스 콩쿠르 우승

    소프라노 최지은(34·사진)이 지난 24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폐막한 제62회 비냐스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우승했다.최지은은 지난해 9월 이탈리아 부세토 베르디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우승한 후 반년 만에 또 한 번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최지은은 파이널 무대에서 드보르자크의 오페라 ‘루살카’에 나오는 ‘달의 노래’와 베르디 오페라 ‘맥베스’ 중 레이디맥베스가 부르는 아리아 ‘어서 오라, 서둘러라’를 불렀다. 그는 상금 3만유로(약 4500만원)와 함께 스페인 푸이그재단, 바르셀로나 리세우 극장, 마드리드 왕립극장, 페랄라다 성 페스티벌 등에서 수여하는 특별상 5개도 받았다.최지은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대회에서 큰 상을 받게 돼 정말 영광이고, 그동안의 노력과 열정이 보상받는 순간이라 감격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응원과 격려를 보내준 가족과 스승이신 소프라노 홍주영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그는 “이번 우승은 저에게 더 큰 도전과 책임감을 안겨 줬다”며 “앞으로도 진심을 담은 노래로 감동을 전할 수 있는 음악가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최지은은 독일 코트부스 오페라 극장의 솔리스트로 활동 중이며, 지난해 이 극장에서 공연한 오페라 ‘마탄의 사수’에서 아가테 역을 맡아 무대에 올랐다. 또한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에서 초초상 역으로 데뷔를 앞두고 있으며, 오는 3월 국립오페라단의 ‘피가로의 결혼’에서 알마비바 백작부인 역으로 한국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조동균 기자

    2025.01.26 16:37
  • 소프라노 최지은, 스페인 비냐스 국제 성악 콩쿠르 우승 쾌거

    24일 폐막한 비냐스 국제 성악콩쿠르에서 한국의 소프라노 최지은(34)이 우승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그란 리세우 대극장에서 열린 제62회 비냐스 국제 성악 콩쿠르는 현지 시간으로 19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됐다. 최지은은 지난해 9월 이탈리아 부세토 베르디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우승한 후 반년 만에 또 한 번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머줬다. 파이널 무대에서 드보르작의 오페라 <루살카>의 '달의 노래'와 베르디 오페라 <맥베스> 중 레이디맥베스가 부르는 아리아 '어서 오라, 서둘러라'를 불러 우승을 차지한 최지은은 상금 3만 유로(약 4500만원)와 함께 스페인 푸이그 재단, 바르셀로나 리세우 극장, 마드리드 왕립극장, 페랄라다 성 페스티벌 등에서 수여하는 5개의 특별상도 받았다. 다음 시즌 각 극장의 공연에 솔리스트로 초청 받는 상이다. 이번 콩쿠르의 심사위원으로는 빅토르 가르시아 데 고마르(위원장)를 비롯해 베르나르다 핑크, 마리아 굴레기나, 캐롤린 비엘푸츠, 이안 번사이드 등이 위촉됐다. 최지은에 이어 2위 미하이 다미안(바리톤·루마니아), 3위 로버트 루이스(테너·영국), 4위 이고르 추라브스키(테너·러시아), 5위 루크 노벨(테너·미국), 6위 마이클 버틀러(테너·미국) 등이 입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최지은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대회에서 큰 상을 받게 돼 정말 영광이며, 그동안의 노력과 열정이 보상받는 순간이라 감격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응원과 격려를 보내준 가족과 스승이신 소프라노 홍주영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그는 "음악은 제 삶의 가

    2025.01.25 13:14
  • 88올림픽의 찬란한 영광에 가려진 도시의 빛과 그림자

    1988년 서울올림픽은 한국의 경제 성장과 국제적 위상을 드높인 이벤트였지만, 그 화려한 도약 이면에는 도시화의 명과 암이 공존했다. 도시 정비라는 이름 아래 판자촌과 양철지붕으로 지어진 달동네가 철거됐고, 많은 사람이 삶의 터전을 뺏기고 쫓겨났다.지난 17일과 18일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오른 창작오페라 ‘양철지붕’은 올림픽을 1년 앞둔 1987년 건설 현장을 배경으로 한다. 건설 노동자들이 고된 일과 후 식사와 잠깐의 휴식을 취하던 함바집에서 인간의 폭력성과 숨겨진 과거가 드러나는 비극적 이야기가 펼쳐진다. 함바집 여주인 유현숙(메조소프라노), 언어장애를 가진 여동생 유지숙(소프라노와 연기자), 그리고 복수를 꿈꾸는 의붓동생 조성호(테너)와 과거의 연인 구광모(바리톤)가 목숨을 걸고 펼쳐내는 비극적 이야기는 도시화 속에서 묻혀버린 소외된 인간의 슬픈 삶을 대변한다.‘양철지붕’은 202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 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돼 초연된 이후 2차 제작 지원을 통해 한층 더 완성도를 높였다. 작곡가 안효영은 재공연에서 음악적 디테일과 서사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으며 초연보다 깊은 작품의 음악적 진화와 감정 깊이를 선보였다. 가장 큰 변화는 구광모의 소멸 직전에 조성호, 구광모, 유현숙, 유지숙 네 인물이 부르는 4중창이 추가된 점이다. 이 장면은 네 명의 등장인물이 저마다 가슴 깊이 품고 사는 갈등의 절정을 극적으로 표현하며 네 인물이 처한 고통과 희망, 원망과 복수를 한 곡 안에 담아내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특히 언어장애가 있는 유지숙을 무대 위에서 연기한 배우 주은주와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유지숙의

    2025.01.19 17:00
  • 88올림픽 찬란한 영광에 가려진 비극…창작오페라 '양철지붕'

    1981년 9월,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서울’이 호명되던 순간, 서울은 세계적인 경제 도시로의 도약과 함께 대한민국이 스포츠와 문화 강국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1988년 서울올림픽은 한국의 경제 성장과 국제적 위상을 드높인 이벤트였지만, 그 화려한 도약 이면에는 도시화의 명과 암이 공존했다. 도시 정비라는 이름 아래 판자촌과 양철지붕으로 지어진 달동네가 철거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뺏기고 쫓겨났다.이러한 시대적 맥락을 담은 창작오페라 양철지붕(오페라팩토리(단장 박경태) 제작)은 올림픽을 1년 앞둔 1987년 건설 현장을 배경으로 한다. 건설 노동자들이 고된 일과 후 식사와 잠깐의 휴식을 취하던 함바집에서, 인간의 폭력성과 숨겨진 과거가 드러나는 비극적 이야기가 펼쳐진다. 함바집 여주인 유현숙(메조소프라노), 언어장애를 가진 여동생 유지숙(소프라노와 연기자), 그리고 복수를 꿈꾸는 의붓동생 조성호(테너)와 과거의 연인 구광모(바리톤)가 목숨을 걸고 펼쳐내는 비극적 이야기는 도시화 속에서 묻혀버린 소외된 인간의 슬픈 삶을 대변한다.지난 17일과 18일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오른 '양철지붕'은 202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 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된 초연 이후, 2차 제작 지원을 통해 한층 더 완성도를 높였다. 작곡가 안효영은 재공연에서 음악적 디테일과 서사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으며 초연보다 깊은 작품의 음악적 진화와 감정의 깊이를 선보였다. 가장 큰 변화는 구광모의 소멸 직전에 조성호, 구광모, 유현숙, 유지숙 네 인물이 부르는 4중창이 추가된 점이다. 이 장

    2025.01.19 10:01
  • 한경아르떼필하모닉 구자범 음악감독과 계약 해제

    한경아르떼필하모닉은 구자범 음악감독과의 계약이 지난해 12월 31일 해제됐다고 2일 발표했다. 조동균 기자 chodogn@hankyung.com

    2025.01.02 11:19
  • '한국인 첫 국제 콩쿠르 우승' 1세대 피아니스트 한동일씨 별세

    '한국인 최초 국제 콩쿠르 우승자' 피아니스트 한동일(83)이 29일 별세했다. 향년 83세. 1941년 함흥에서 태어난 고인은 6·25 전쟁 당시 해군 '정훈 어린이 음악대'로 활동했으며 1954년 미군 제5공군 앤더슨 사령관의 후원으로 줄리어드 음대에 입학해 로지나 레빈(1880~1976) 교수를 사사했다. 1956년 4월 28일, 열여섯 살의 나이에 미국 카네기홀에서 뉴욕필하모닉과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을 협연하며 데뷔했다. 이후 1962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초청으로 백악관에서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1876~1973)와 함께 연주했다.1965년에는 레너드 번스타인(1918~1990)이 심사위원장을 맡은 레벤트리트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해 '한국인 최초 국제 콩쿠르 우승자'라는 명예를 얻었다.고인은 미국 인디애나 음대와 보스턴 음대 교수로 재직했으며, 2019년 영구 귀국 후 울산대학교와 순천대학교 석좌교수를 역임했다. 슬하에 2남 1녀를 두었으며, 빈소는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1월 1일 마련된다. 발인은 1월 3일.조동균 기자 chodogn@hankyung.com

    2024.12.30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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