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망대해에 초록 물감을 ‘톡’ 하고 떨어뜨린 듯, 보석 같은 파말리칸섬이 창밖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바다 위 은신처처럼 자리한 외딴섬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건 섬 전체가 하나의 리조트라는 사실. 산스크리트어로 ‘평화’를 뜻하는 아만(aman)과 필리핀어로 ‘섬’을 의미하는 풀로(pulo)의 합성어인 ‘아만풀로(amanpulo)’가 이곳의 유일한 시설이다.○어서오세요, 평화의 섬에파말리칸섬은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남서쪽으로 360㎞ 떨어진 팔라완 북부 쿠요군도에 있다. 마닐라국제공항에서 전용 경비행기를 타고 1시간10분가량 날아가야 하는 거리다. 비행기를 환승한다는 사실이 자칫 거추장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인천국제공항 기준 총 비행시간은 5시간 남짓이니 이국적인 휴양지를 원하는 이들에겐 도전해볼 만한 곳이다.리조트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전용 라운지로 향하는 순간, 진짜 여행이 시작된다. 탑승을 기다리며 커피 한 잔을 홀짝이고, 프라이빗 경비행기에 몸을 실은 채 에메랄드빛 바다를 구경한다. 착륙한 비행기 앞으로 레드카펫이 깔리면 직원들의 환대와 함께 생화로 만든 꽃목걸이가 목에 걸린다.울창한 정글을 둘러싼 5.5㎞의 해변에는 총 60채의 카시타와 빌라 객실이 있다.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필리핀 건축가로 꼽히는 프란시스코 마뇨사의 작품이다. 아치형 목재 천장, 자갈로 워싱한 벽, 코코넛 껍질 테이블 등을 갖춘 객실은 전통적인 필리핀 주택에서 영감을 받았다. 객실엔 전용 미니 풀과 30초만 걸어 나가면 만날 수 있는 프라이빗 비치가 딸려 있다. 모든 시설은 섬에 온전히 어우러지도록 디자인됐다. 침실을 180도로 둘러싼 통창으로 쏟
여행은 공항에서 시작되고 완성된다. 탑승 수속을 기다리고 오랜 시간을 날아 목적지에 도착하는 과정도 하나의 여행인 셈이다. 프랑스로 향하는 길, 즐거운 여행을 선물받았다. 에어프랑스가 12대의 보잉 777-300 항공기에 새 비즈니스 클래스를 도입했다. 지난가을 투입돼 올해 3월 말부터 주 3회 운항 중이다. 새 비즈니스 클래스는 세심한 기내 서비스는 물론 프랑스 미슐랭 스타 셰프들이 개발한 기내식, 엄선한 와인·샴페인, 다양한 기내 엔터테인먼트 등을 제공한다. 나만을 위한 프라이빗한 공간 리뉴얼한 비즈니스 좌석은 ‘풀 플랫(Full Flat)’ ‘풀 액세스(Full Access)’ ‘풀 프라이버시(Full Privacy)’를 기반으로 한다. 1-2-1 배치로 구성한 48석 전석이 복도로 연결돼 이동이 편리하다. 180도 완전 수평으로 펼쳐지는 침대형 좌석은 약 2m 길이로, 개별 슬라이딩 도어와 중앙 패널을 탑재했다. 프라이빗한 시간을 즐기다가도 버튼을 눌러 중앙 패널을 내리면 동승자와 함께 비행을 즐길 수 있다. 휴식을 원할 경우 ‘방해 금지 모드’를 켜 승무원에게 알리면 된다. 기내에서 즐기는 다채로운 콘텐츠눈부심 방지 기능이 적용된 17.3인치(약 44cm) 4K 스크린은 250여 편의 영화·TV 시리즈·음악·팟캐스트 등을 지원한다. 모든 승객은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인 ‘에어프랑스 커넥트’를 통해 비행 중 카카오톡 등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 추가 요금을 내면 인터넷 검색과 이메일 확인이 가능한 ‘서핑 패스’, 보다 빠른 속도의 인터넷 이용과 영화·드라마를 감상할 수 있는 ‘스트림 패스’를 제공한다. 하늘 위에서 맛보는 프랑스 별미파리발 장거리 노선 비즈니스 클래스 승객은 프랑스 미슐랭(Michelin, 미쉐
“우리는 모든 것을 잊는다. (중략) 우리는 짐을 싸고, 희망을 품고, 비명을 지르고 싶은 욕구를 회복한다. 곧 다시 돌아가 공항의 중요한 교훈들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만 하는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은 저서 에서 이렇게 말했다. 돌이켜보니 꼭 맞는 말이다. 14시간이 넘는 지루한 비행시간과 가끔은 따뜻하다 못해 따갑게 느껴진 햇살마저도 추억이 돼 다시 남프랑스에 돌아가고 싶어졌으니. 남프랑스에서 보낸 1주일, 떨어지지 않는 발을 억지로 옮기며 ‘아비앙토( bientt)’를 되뇌었다. 우리 곧, 또 보자고. 흔히 남프랑스로 통칭하는 ‘프로방스 알프 코트 다쥐르’는 파리 샤를드골공항에서 약 1시간 반이면 닿는다. 프랑스 제3의 도시이자 남프랑스의 중심 마르세유공항은 여름마다 유럽 각국은 물론 세계에서 온 휴양객으로 붐빈다. ‘엑상 프로방스(Aix-en-Provence)’는 프로방스 중에서도 독특한 라이프 스타일로 매력을 발산한다. 노란 건물과 푸른 하늘의 대비가 특히 아름다워 쉴 새 없이 카메라를 꺼내 들게 된다. 17~18세기에 지어진 이 건물들은 엑상 프로방스 인근 채석장인 비베무스의 바위로 지어졌다. 대체로 비슷한 노란빛을 띠는 이유다. 4세기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과거의 양식이 그대로 남아있다. 천천히 거닐며 역사와 현대가 만난 오래된 건축물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올여름 남프랑스로 향한다면 수많은 문화예술 축제와 마주할 수 있다. 중세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아비뇽은 높은 성벽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중세 시대로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착각에 휩싸인다. 로마 교황청을 남프랑스 아비뇽으로 이전한 ‘아비뇽 유수’로도 유명하다. 아비뇽 교황청은 건물의 끝과 끝
아다지오(Adagio·매우 느리게), 프랑스의 맛프로방스의 음식은 버터를 적게 사용해 담백하고, 재료 고유의 맛이 살아 있다.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맛이다. 모든 맛은 지중해성 기후의 영향을 받았다. ‘프랑스의 정원’으로 불릴 정도로 비옥한 땅과 바다를 끼고 있어 풍부한 해산물, 올리브와 각종 과일 등 신선한 재료를 바탕으로 한 미식 문화가 발달했다. ‘15분 컷’이 진리인 한국의 식사 예절은 잠시 넣어두자. 프랑스답게 모든 음식은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음미해야 한다.와인과 빵은 언제나 옳다프랑스를 이야기하면서 와인을 빼놓을 수 없다. ‘샤토뇌프 뒤 파프’는 남부 론 지역을 대표하는 와인 생산지로, 보르도, 부르고뉴와 함께 프랑스 3대 고급 와인으로 꼽힌다. 과거 이곳에서 생산된 와인은 교황의 식탁에 올라 ‘교황의 와인’으로 불린다. 1898년부터 4대째 전통을 지키고 있는 와이너리 ‘메종 부아숑’을 찾았다. 보르도·부르고뉴의 와인이 싱글 품종의 와인 생산을 원칙으로 한다면, 이곳의 와인은 여러 품종을 섞어 만든다는 특징이 있다. 한층 풍부한 향과 맛을 느낄 수 있고 와인을 음미하며 품종을 유추해보는 재미도 있다. 생산하는 와인의 80%가 레드와인이고 화이트와인은 매년 약 3000병만 한정 발매한다. 수출도 하지 않아 오직 이 와이너리에서만 맛볼 수 있는 리미티드 에디션이다. 와인 워크숍, 와이너리 투어 등을 운영하는데, 와인과 초콜릿을 함께 맛볼 수 있는 워크숍은 필수 코스다. 오크통에 숙성 중인 와인을 시음하는 ‘배럴 테이스팅’을 경험할 수 있다. 1시간30분 정도 소요되며 가격은 35유로(약 4만9000원)다. 120여 년 전 비누 생산자가 살던 삭막한 공간에서 달콤하고
와인·라벤더·올리브, 프로방스 향의 모든 것 엑상프로방스의 호텔·상점을 거닐다 보면 익숙한 향에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마갈리 플뢰르캥 보나르 대표가 프로방스 지역에서 보낸 유년 시절의 추억과 이곳의 로제와인에서 영감을 받아 설립한 브랜드 ‘로즈 에 마리우스’의 향이다. 로제와인을 마신 듯 상큼한 과일 향이 특징이다. 프로방스에서 시작된 이 향은 곧 세계적으로 사랑받으며 베스트셀러에 등극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선택을 받아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궁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세 가지 프로방스 로제와인을 시음하고 향수 제작에 영감을 준 와인을 맞히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비롯해 향초·향수 제작 등 다양한 워크숍을 진행한다. 이맘때 프로방스에는 보랏빛 파도가 넘실거린다. 해가 강하고 연중 따뜻한 지중해성 기후를 띠기 때문에 이곳의 라벤더는 다소 일찍 보랏빛 얼굴을 내민다. 6~7월은 프로방스에서 라벤더를 보기 가장 좋은 때다. 라벤더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뉘는데, ‘트루 라벤더’는 800m의 고지대에서만 자란다. 우리에게 익숙한 라벤더는 ‘라벤딘’으로, 라벤더의 약 80%를 차지한다. 색이 진하고 다량의 오일을 생산할 수 있지만 약효는 따로 없다. 18세기 말 프로방스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한 퓌조는 리본과 라벤더를 한 땀 한 땀 엮어 꽃의 향기를 오래 간직할 수 있는 공예품이다. 탈취제로 쓰거나 리넨 등 옷감을 보호하기 위해 주로 사용한다. 현재 세계에서 딱 두 곳만이 전통 퓌조를 만들고 있는데, 그중 한 곳이 바로 프로방스의 ‘아틀리에 퓌조 드 라벙드’다. 퓌조 만들기 수업은 약 2시간 동안 진행되며, 참가비는 65유로(약 9만원)다. 말리지 않은 생 라벤
빌뇌브 레 아비뇽 14세기 교황청이 아비뇽에 머무는 동안 프랑스 추기경이 그 맞은편에 거처를 마련하면서 ‘아비뇽 인근의 신도시’라는 지명을 갖게 됐다. 교황의 별장으로 쓰인 14개의 궁전은 아직까지도 남아 있다. ‘생앙드레 수도원 정원’은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 중 하나다. 일 쉬르 라 소르그 물레방아 마을, 일 쉬르 라 소르그. 마을 전체가 강으로 둘러싸여 있어 ‘프랑스의 베네치아’라고도 불린다. 파리 다음가는 규모를 자랑하는 앤티크 상점으로 유명하다. 일요일 오전이면 운하 주변으로 앤티크 시장이 빼곡하게 들어선다. 레 보드프로방스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중 하나인 이곳은 한때 유령마을로 불렸다. 1481년 프랑스 왕국에 병합된 이후 루이 11세의 명령으로 한순간에 파괴됐기 때문. 현재는 역사 문화재로 지정된 건축물을 22개나 보유하고 있어 마을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 같다. 살롱 드 프로방스 점성가이자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가 죽을 때까지 살았던 곳. 그의 집은 박물관으로 개조돼 공개됐다. 중세 시대 요새로 사용된 ‘앙페리 성’은 아비뇽의 교황청, 타라스콩 성에 이어 프로방스에서 세 번째로 큰 성이다. 남프랑스=박소윤 한국경제매거진 여행팀 기자 soso@hankyung.com
낡고 오래된 건축물에 ‘리노베이션(renovation)’이라는 작은 숨결을 불어넣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변화가 생기곤 한다. 영국 런던에 있는 테이트모던이 대표적인 예다. 연평균 방문객 수만 600만 명이 넘는 이 미술관은 과거 템스강변에 무력하게 방치된 뱅크사이드 화력 발전소에 불과했다. 굴뚝 등 외형은 그대로 보존하면서 내부는 전시 공간으로 개조해 도시 재생의 성공적 사례로 불린다. “오르세에서 가장 처음 만나게 되는 작품은 오르세 그 자체다.” 프랑스 파리의 3대 보물 중 하나인 오르세박물관 역시 기차역을 개조해 만들었다. 2017년 서울 마포구 매봉산 인근에도 유사한 건물이 들어섰다. 문화비축기지는 폐산업 시설인 마포석유비축기지를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재생한 시설이다. 세월이 녹아든 석유 비축 탱크 외관만이 이곳의 과거를 짐작하게 할 뿐 녹음이 우거진 평화로운 부지는 여느 공원과 다를 바 없다. 무엇이 이 공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일까. ◆비밀의 공간, 5개의 탱크 마포석유비축기지를 이루고 있던 석유 저장 탱크는 총 5개. 1973년 석유 파동이 일자 유사시에 대비해 서울시민이 한 달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양의 기름을 보관하기 시작했다. 1급 보안 시설로 분류된 비축기지는 매봉산 자락에 은밀하고 비밀스럽게 숨겨졌다. 아파트 5층 높이, 둘레 15~38m에 달하는 거대한 탱크들이 일반인에게 존재감을 나타낸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서다. 약 30년간 숨바꼭질하며 버텨 온 탱크들로선 썩 유쾌한 결말은 아니었다. 기지 전체가 서울월드컵경기장 500m 이내의 위험 시설로 분류되며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다시 10년, 일반인의 접근과 이용이 철저히 통제된 채 기지는 유휴
일상에서 벗어나 훌쩍 떠나는 여행. 언제나 처음처럼 떨리는 단어다. 하지만 이 즐거움을 누리는 과정에서 우리는 탄소 배출이라는 불편한 짐을 지게 된다. 어떻게 하면 여행자와 여행지가 모두 행복할 수 있을까. 방법은 간단하다. 에너지를 덜 사용하고, 쓰레기를 줄이고, 로컬 문화를 소비하는 것만으로도 지속가능한 여행을 만들어 갈 수 있다. 탄소 발자국 줄이기부터 시작해 보자. 멀리 가지 않아도, 거창한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고도 누릴 수 있는 보물 같은 국내 여행 콘텐츠가 차고 넘친다.밀양 120년 고택에서 하룻밤기존 건축물을 최대한 활용하는 그린 리모델링이 대세다. 밀양은 고택 종갓집을 활용한 전통체험 사업이 활성화된 지역이다. 숙박이 이뤄지는 교동 향교마을 손대식 고가는 문화재청과 밀양시가 후원하는 고택 종갓집 활용 사업지다. 전통 한옥 양식을 개축 없이 그대로 간직하면서도 최소한의 리모델링으로 현대식 시설을 갖췄다. 얇은 창호지 너머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잠을 청하면 약간의 불편함도 낭만이 된다.클래식 들으며 숙성된 막걸리ESG여행은 곧 ‘공정여행’이다. 로컬 특산물을 활용한 베이커리, 지역 이름이 들어간 술·음료 등을 우선 소비함으로써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밀양클래식술도가’는 밀양의 햅쌀 등을 이용해 다양한 전통주를 생산한다. 이곳만의 독특한 숙성 비법은 클래식 음악이다. 양조장을 가득 채운 웅장한 클래식에 맞춰 거품을 ‘퐁퐁’ 뿜으며 발효되는 전통주 향만으로도 술기운이 얼큰하게 오르는 듯하다.양조장에 딸린 카페 표충로에서는 비빔
유럽의 겨울은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마켓을 방문하기에 가장 좋은 때다. 다양한 음식과 음료수, 공예품, 제철 상품 등이 거리를 따라 늘어서고, 아이스링크부터 관람차·회전목마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분위기를 돋운다.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완화되면서 제 모습을 되찾은 유럽의 대표 크리스마스 마켓을 소개한다.(A) 독일뉘른베르크 크리스마스 마켓겨울이면 뉘른베르크에 들르기 위해 독일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있을 정도로 인기 있는 크리스마스 마켓. 1628년 시작돼 400여 년의 전통을 간직한 축제로, 독일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뉘른베르크 마켓에는 국가·연령별로 다채로운 부스가 마련돼 온 가족이 즐기기에 적합하다. 축제 기간에만 맛볼 수 있는 따뜻한 와인 ‘글뤼바인’과 전통식 진저브레드 ‘렙쿠헨’을 놓치지 말자.(B) 프랑스스트라스부르 크리스마스 마켓‘크리스마스의 수도’라 불리는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마켓으로 1570년 시작됐다. 매년 약 200만 명이 찾는 이곳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다른 어떤 지역보다 화려하고 성대한 축제 분위기로 가득하다. 클레베르 광장 중앙에는 30m 높이의 대형 전나무 트리가 설치되며, 프랑스 전통 와인 차 ‘뱅쇼’, 알자스 지방 대표 쿠키 ‘브레들’, 크리스마스 전통 빵 ‘빵데피스’ 등을 판매한다.(C) 헝가리부다페스트 크리스마스 마켓매년 11월 말이면 성 이슈트반 대성당부터 엘리자베스 광장까지 이어지는 길이 화려하게 물든다. 헝가리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지속 가능한 성탄절’을 지향하기 때문. 부다페스트 광장에는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 조명
“승객 여러분, 우리 비행기는 오스트리아 빈(Wien) 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한 대한항공 KE937편에서 착륙 안내 방송이 나오자 모두 설레는 모습으로 짐을 챙겼다. 13시간에 이르는 비행시간도 유럽 최고의 문화예술 도시와 만난다는 기대감을 꺾을 순 없었다. 게다가 지금은 크리스마스 시즌. 수세기에 걸쳐 완성된 ‘걸작들의 거점’ 빈에 유럽 3대 크리스마스 마켓 가운데 하나가 기다리고 있다. 7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빈 크리스마스 마켓이다.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축제 빈 크리스마스 마켓의 기원은 1296년이다. 알브레히트 황제는 서민들이 한겨울에도 생필품 거래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시장을 마련했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해마다 11월 중순이면 노점을 열고 크리스마스 물품을 비롯해 먹거리와 수공예품 등을 사고팔았다. 지금은 시청 앞에서만 150여 개 상점이 문을 연다. 주말이면 지역 합창단이 캐럴을 노래하며 감미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마켓을 구경하다 보면 김이 폴폴 나는 머그잔을 들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 머그잔 속에는 꼭 한번 따라 마셔볼 만한 음료가 들어 있다. 글뤼바인과 푼쉬(Punsch)로 대표되는 겨울 음료다. 간단히 말해서 글뤼바인은 레드와인, 푼쉬는 럼을 끓인 것이다. 오렌지 등 함께 끓이는 재료 가운데 설탕이 들어가 달콤하다. 알코올 없이 만들어주기도 한다. 음료는 보통 4유로 안팎이다. 머그잔을 반납하면 3유로 정도의 보증금을 받는데 찻집마다 디자인이 달라 컵째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구시가지 광장에서도 마켓이 열리는데 시청에서 20여분을 걸으면 된다.크리스마스 마켓을 둘러보다
수세기의 문화예술자산 축적된 빈글로벌 리서치조직인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위로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을 꼽았다. 빈이 ‘도시들의 왕좌’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은 문화다. EIU는 코로나 봉쇄 완화로 박물관과 미술관 등이 재개장하면서 문화·환경 지표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아 전체 순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빈이라는 도시가 갖고 있는 문화자산이 얼마나 풍부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코로나 사태가 심각했던 지난해 빈의 순위는 10위권 밖에 머물렀다.빈의 문화와 역사를 이야기할 때는 합스부르크 왕가를 빼놓을 수 없다. 그들의 권력은 600년간 유럽을 좌우했으며 예술 분야에서 불후의 금자탑을 쌓았다. 합스부르크의 여러 왕들은 예술가들의 열렬한 후원자였고 예술품을 수집하는 데 시간과 공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들은 스페인과 벨기에 등을 포함해 유럽 전역에서 예술품을 모았다.합스부르크 왕가의 광대한 수집품을 집대성한 곳이 빈미술사박물관이다. 현재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전시의 발원이기도 하다. 빈미술사박물관에 가면 놓쳐서는 안 되는 작품이 많다. 궁정화가로 활동한 페테르 파울 루벤스(1577~1640), 디에고 벨라스케스(1599~1660) 등의 작품도 그 가운데 하나다. 높이 4.58m에 달하는 루벤스의 ‘성모 승천’(1606)은 사진으로 전할 수 없는 엄청난 위압감을 선사한다. 벨라스케스의 그림 속 마르가리타 마리아 테레사의 성장 과정을 감상하는 재미도 있다. 빈미술사박물관에 있는 ‘푸른 드레스를 입은 마르가리타 공주’(1659)는
비움의 미학,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힐리언스 전체는 통신망이 잡히지 않는 디지털 디톡스 공간으로 운영된다. 입촌도 하기 전부터 내비게이션에서 변화가 감지된 걸 보면 효과는 확실했다. 주차장에서 웰컴센터가 있는 가을동까지 걸어가는 5분 남짓한 시간, 스마트폰 신호가 잡히지 않자 슬슬 불안해졌다. ‘타의적 불편함’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꽤 긴 시간이 필요할 듯했다.숙소까지 오르는 내내 가파른 언덕이 이어졌다. 엘리베이터가 따로 없어 두 다리만이 유일한 이동 수단이다. 이 박사가 헬리콥터를 타고 지나다 우연히 발견한 부지라는 직원의 설명이 이해됐다. 객실 문을 열자 익숙한 TV 대신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종자산 자락이 눈에 들어왔다. 테라스 끝에 서서 스마트폰을 높이 치켜드니 신호가 약하게 한 칸 잡혔다. 도통 말을 듣지 않는 메신저를 들락날락하며 바깥세상과 소통하려 애쓰다 포기했다. 유일하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공간 ‘비워크 힐리언스’도 이용하지 않기로 했다. ‘의도된 불편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먹고, 움직이고, 비우고, 흘러가라기본 패키지는 ‘쉼스테이’다. 평일 기준 30만원 내외의 가격에 숙박은 물론 조식과 석식, 트레킹·명상 등 데일리 프로그램, 각종 부대시설을 누릴 수 있다. 객실 제공만으로는 힐리언스가 추구하는 가치를 충분히 전달할 수 없다는 이 박사의 신념 덕이다. 이곳 식습관의 기본은 소식다동(小食多動),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라는 뜻이 담겼다. ↗↘싱싱한 채소와 품질 좋은 산나물, 달걀, 닭고기 등 식이섬유와 단백질 위주의 식단이 준비된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저염식이지만 심심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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